>1596246329> 느긋하게 쓰는 나폴리탄 (8)
익명의 나폴리탄 씨 ◆b9oOwTgjtA
2021. 2. 1. 오후 4:28:05 - 2021. 2. 15. 오전 2:2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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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익명의 나폴리탄 씨 ◆b9oOwTgjtA (zHLcGKT.WY) 2021. 2. 1. 오후 4:28:05< 노보체예빈스크 # 1-000 >
좋아. 나는 더 이상 당신이 우리 마을을 떠나려고 하는 것을 말리지 않기로 했어. 당신도 당신 나름 사정이 있으니까 이 빌어먹을 곳으로 들어온 것일 테고, 우리라고 당신을 마냥 붙들어둘 수는 없으니까. 그렇지만 당신이 노보체예빈스크 자치구를 돌아다니려면 당신이 반드시 알아야 할 주의사항이 몇 가지 있어.
기본적인 생존수칙은 이미 다 들었지? 헬멧 바이저는 항상 내리고 다녀라, 공제선 너머로 몸을 내밀지 마라, 건물 옥상들과 창문을 주시하라, 항상 물자와 이동거리를 신경써라, 마을 밖에서는 사람 눈에 띄지 말고 피해다녀라, 사람을 절대로 믿지 마라, 발소리에 주의해라, 가이거 카운터에 항상 귀를 기울여라... 그렇지만 노보체예빈스크에선 그것만으로 부족해.
당신이 이 곳을 떠나기 전에, 노보체예빈스크를 나돌아다닐 때 반드시 알아둬야 할 몇 가지 사항을 알려줄게. ...왜, 어째서, 같은 논리같은 걸로 설명할 수 있는 게 아냐. 이 곳에는 일반적인 위험도 엄청 많지만, 일반적인 이해를 넘어서는 위험도 엄청나게 많거든. 그냥 강도떼들과 방사능 외에도 위험한 것들이 몇몇 가지 더 있다는 거야. -
1 익명의 나폴리탄 씨 ◆b9oOwTgjtA (zHLcGKT.WY) 2021. 2. 1. 오후 4:31:07< 노보체예빈스크 # 1-001 >
폐건물에서 잠시 쉬어갈 곳이나 물자를 찾는 것은 당신이 할 수 있는 일반적인 선택들 중 하나야. 하지만 어딘가 건물에 들어갈 때는 항상 건물의 층수를 잘 확인해. 이 건물은 3층짜리 건물이구나, 이 건물은 5층짜리 건물이구나 하는 것을 확실히 세어두라구. ...그리고 만일 당신이 밖에서 봤던 것보다 더 높은 층으로 향하는 계단이나 엘리베이터를 건물 안에서 발견한다면, 무시해. 올라가지 마. 절대로.
위로 올라가는 것만큼이나 아래로 내려갈 때도 주의해야 해. 항상 층수에 주의를 기울여. 명판을 믿지 말고 당신이 몇 층에 있는지 기억해두도록 해. 그리고 보통 평범한 건물이라면 지하로 4층 이상 내려가지 않는다는 것을 명심해. 만일 지하층이 비정상적으로 깊숙하게 내려가는 건물이 있으면... 구 정부의 비밀 시설이거나, 아니면 일반적인 이해를 벗어난 어떤 괴현상이겠지. 어느 쪽이건 결코 발을 들여서 좋을 일은 없을 거야. -
2 익명의 나폴리탄 씨 ◆b9oOwTgjtA (zHLcGKT.WY) 2021. 2. 1. 오후 4:36:38< 노보체예빈스크 # 1-002 >
움직일 때 지하철 선로로 걸어가는 건 괜찮은 선택이야. 노보체예빈스크 지하철은 생각보다 많은 구역으로 뻗어있어. 당신에게 준 지도는 지하철 노선도까지 그려진 고급품이니까 지하철을 계획적으로 이용하는 데 도움이 아주 크게 될 거야. 거기 지도에 표시된 몇몇 피해가야 할 역들만 피한다면, 역에서만 혹시 강도가 없는지 주의를 기울이면 되고, 선로에서는 별 걱정없이 움직일 수 있을 거야... 그렇지만 선로에서 별걱정 없이 움직일 수 있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지.
지하철을 통해서 이동할 생각이라면 촛불이건 손전등이건 라이터건 조명이 될 만한 것을 충분히 준비해. 그리고 선로로 내려서서 이동할 때는 무조건 불을 켜놔. 선로에 지금 작동하고 있는 조명이 단 하나도 없다는 시야의 문제도 있지만, 그것 말고도 다른 문제가 있거든.
선로에 내려가서 불을 키고 걸어가다 보면 이따금 새까만 사람 그림자 같은 것들이 어른어른대는 게 보일 거야... 그것들은 당신에게 적극적으로 적개심을 표현하지는 않아. 적어도 여태껏 지금까지는 그것들이 누군가에게 적의를 품고 덤벼오는 것은 보지 못했어. 그렇지만 그것들에게 너무 가까이 다가가 버리면... 그것들에게 끌려가버릴 거야. 어디로 끌려가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곳이 결코 탈출구는 아니겠지. -
3 익명의 나폴리탄 씨 ◆b9oOwTgjtA (zHLcGKT.WY) 2021. 2. 1. 오후 4:39:26< 노보체예빈스크 # 1-003 >
역들 중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어서 접근하지 말라는 역도 있지. 방사능에 심각하게 오염된 역이나, 규모가 큰 강도떼들이 자기 소굴로 삼고 있는 역 같은 것 말야. 그렇지만 그런 것들이 없는데도 접근하지 말아야 할 역이 있어. 이반스크 역. 이반스크 역으로는 가지 마.
이반스크 역으로 갔다는 사람들 중 살아돌아온 사람은 아무도 없어. 거기서 돌아온 사람이 없으니까 거기에 대해서 말해줄 수 있는 사람도 없어. 차라리 거기에 강도떼라도 있는 거면 그 강도떼의 구성원이나, 그 강도떼와 거래하는 놈들이나, 강도떼한테 잡힐 뻔했다가 살아나온 사람의 체험담 같은 게 나올 텐데, 아니, 강도떼가 아닌 다른 무언가 끔찍한 게 있다손 하더라도 누군가는 이반스크 역에서 살아나와서 이반스크에는 이런 것이 있다, 라고 증언해줄 만도 한데, 이반스크 역에는 정말로 어떤 이야기도 없거든. 이반스크 지하철역으로 들어선 이들이 모두 사라져버렸다는 이야기 말고는.
어차피 노보체예빈스크의 요충지와는 떨어진 역이라 딱히 갈 일도 없겠지만, 혹시나 당신이 오늘밤 야영장소를 지하철역으로 정하기로 했는데 지하철역 출입구에 이반스크라고 적혀 있다면, 그때는 생각 고쳐먹으라고 해 주는 이야기야. -
4 익명의 나폴리탄 씨 ◆b9oOwTgjtA (zHLcGKT.WY) 2021. 2. 1. 오후 4:42:18< 노보체예빈스크 # 1-004 >
구 아르세크니 시 외곽의 북쪽, 그러니까 자치구의 중앙에서 조금 아래쯤에 있는 이 구릉지는 어쩌면 편한 길로 보일지도 몰라. 생생하게 푸른 초목이 자라고 있고, 나무들 때문에 엄폐물도 충분하고, 방사능에 오염돼 있지도 않아서 방사능 걱정 없이도 여러 구역으로 편하고 빠르게 접근할 수 있으니까. 적어도 그렇게 보일 거야. 그렇지만 이 구릉지를 반드시 지나가야만 하는 상황이 아니라면... 어지간해선 이 구릉지 근처에는 얼씬도 하지 마.
만일 일이 엿같이 흘러가서 당신이 이 구릉지로 진입해야만 한다면, 진입하기 전에 반드시 라디오를 142.6메가헤르츠에 맞추고 소리를 주의깊게 들어. 해당 주파수에서 그냥 백색소음이 나오면 가로질러도 되는데, 딱따구리가 나무를 쪼는 것 같은 규칙적인 딱딱딱 소리가 들리면, 총 맞고 죽을 위기라고 해도 절대로 그 구릉지에 진입하면 안돼. 당신이 안전한 곳에서 그 구릉지를 잘 관찰하다 보면 그곳에는 수목만 우거지고 새나 짐승 같은 건 전혀 안 보인다는 걸 알 수 있을 거야.
날씨 좋은 날에 그 구릉지의 가장 높은 언덕을 바라보면 무슨 초거대 닭장 같은 구조물이 보일 거야. 그건 구 정부의 일종의 레이더 시설인데... 거기에 마지막으로 살아있던 멍청이가 전원 내리는 걸 잊었는지, 그 레이더같은 게 아직도 주기적으로 작동하거든. 그게 작동될 때 그 전파에 노출되면 뇌가 타버려서 모든 이성적인 사고능력과 지능을 잃어버리고 좀비같은 짐승이 되어버려. 그리고 그건 하루에도 몇 번이고 꺼지고 켜지기를 반복하는데, 언제 켜지고 언제 꺼지는지는 아무도 몰라. ...그래. 라디오로 레이더가 작동하지 않는 것을 확인하고 구릉지로 들어간다고 해도, 구릉지를 가로지르는 와중에 경고도 뭣도 없이 불시에 레이더가 작동할 수 있지. 그러면 당신은 어떤 예고도 없이 뇌가 불타버리는 거고, 이성도 사고도 없는 좀비로 전락해버리는 거야. 그게 내가 그 구릉지에 어지간하면 접근하지 말라는 이유고, 사람들이 그곳을 '저주받은 구릉지' 라고 부르는 이유지. -
5 익명의 나폴리탄 씨 ◆b9oOwTgjtA (9qyHbWuzmw) 2021. 2. 2. 오후 7:52:58< 노보체예빈스크 # 1-005 >
자치구의 서부에는 긴 해안가가 펼쳐져 있지. 항구를 기반으로 유지되고 있는 도시도 있고, 작은 어촌도 몇 군데인가 있어. 나는 서부 해안가에 가본 적이 없어 모르지만, 서부 해안가에 다녀온 우리 삼촌이 사라지기 전에 남기신 말이야.
커다란 항구 도시에서라면 별 걱정 없을 테지만, 조그만 어촌에 가까이 다가갈 일이 있다면 반드시 망원경으로 어촌 사람들의 얼굴을 확인해두래. 어촌에 사는 이들 중에는 눈이 이상하게 크고 눈 사이 간격이 넓어서 물고기같은 인상을 한 사람들이 종종 보인다는 거야. 그 물고기같은 사람들과는 절대 엮이지도 말고, 말을 섞지도 말고, 다가가지도 말고, 눈에 띄지도 말고 피해다니라고 하시더라고. 어느 마을인지는 기억이 안 나지만, 그런 사람들이 모여 사는 마을이 있다고도 하셨어.
솔직히 삼촌이 왜 그런 경고를 했는지 정확히는 몰라. 조심하라고만 말씀하시고, 그런 인상을 가진 이들을 피해다녀야 하는 이유에 대해선 말씀해주지 않으셨거든. 그렇지만 삼촌의 경고를 새겨들어야 한다는 건 알 수 있을 것 같아. 삼촌은 서부 해안가에서 돌아오신 이후 항상 불안해 보이셨고, 이상한 잠꼬대가 느신 데다가, 몽유병 증세를 보이셨거든. 그리고 며칠만에 삼촌은 다시 마을을 떠나셨어. 새벽에 몰래. < 그들이 부른다 > 는 쪽지만 남겨두고. -
6 익명의 나폴리탄 씨 ◆b9oOwTgjtA (R7CujHHLBQ) 2021. 2. 3. 오후 1:31:31< 노보체예빈스크 # 1-006 >
우리 마을은 나름대로 다른 마을과 교류가 풍부해서 노보체예빈스크에서 무엇무엇을 주의해야 하는지 꽤 많이 알고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이 노보체예빈스크에 존재하는 위협을 모두 아는 건 아냐. 그러니까, 다른 마을에 갈 때는 그 마을 사람들의 충고를 귀담아듣는 게 좋을 거야. -
8 익명의 참치 씨 (mKaThE/0iA) 2021. 2. 15. 오전 2:28:34보고있어! 재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