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82811115> 윗사람이 부탁한 소재를 아랫사람이 연성해주는 주제글 (7)
익명의 참치 씨
2020. 2. 27. 오후 10:45:05 - 2020. 3. 1. 오후 7:5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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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익명의 참치 씨 (6631655E+5) 2020. 2. 27. 오후 10:45:05윗 사람이 읽고 싶은 소재를 적어두면, 아랫사람이 글이나 그림으로 표현해 주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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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익명의 참치 씨 (6631655E+5) 2020. 2. 27. 오후 10:46:10나부터!
비 오는 날 낯선 방문객이 찾아왔다...를 주제로 연성해줘! 심경변화도 좋고 말 그대로 찾아온 뒤 끝나는 내용도 상관없어. -
2 익명의 참치 씨 (0006863E+5) 2020. 2. 28. 오전 1:22:02일기예보엔 내일 아침까지 비가 쏟아질 것이라 했고, 실제로 오후부터 내린 비는 해가 지고서도 그칠 생각이 없어 보였다.
여기서 내가 한가지 잘못한 것이 있다면, 우산은 구멍나거나 고장난 것들 걸러가며 꼼꼼하게 골랐던 주제에 정작 거실의 창문을 안 닫고 나왔다는 거다.
"에이씨..."
지금 빨래통에 들어간 수건만 세 개째, 지금 손에 들고있는 것까지 합하면 네 개째다. 야밤에 씻지도 못하고 이러고 있는 게 조금 서러웠지만, 애초에 내가 자초한 일이니 어디 불평할 곳도 없었다. 창문단속좀 잘 할걸.
결국 손에 든 것도 완전히 젖어버려 새 수건을 꺼내려고 하는데, 누군가 현관문을 두들기는 소리가 들렸다. 아니, 두들겼다기보단 그냥 톡 톡 건드리는 수준이었다. 지우개를 던져도 저것보단 소리가 크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뭔가 싶어 문을 열어보니, 문 앞엔 아무도 없었다. 아이들이 장난치는 건가 싶어 문 뒤도 봤지만 거기도 없었다. 잘못 들은건가 싶어 문을 닫으려는데, 갑자기 아래쪽에서 울음소리가 들렸다.
-야옹.
"...?"
고양이였다.
뭐지 싶어 가만히 있었더니, 고양이는 몸을 한번 부르르 털고선 마치 제 집인 양 문 안쪽으로 자연스럽게 걸어들어왔다.
"아니, 야옹아?!"
급하게 고양이를 들었지만 이미 방바닥엔 너무나도 선명한 발자국이 찍혀있었다. 아직 물웅덩이도 다 못 치웠건만, 저것까지 지울 생각을 하니 절로 한숨이 나왔다.
다행이라면 다행일까. 고양이들은 물을 싫어한다고 했던 것 같은데 이녀석은 씻겨도 멀쩡했다. 가만 보면 갑자기 안았을때도 가만히 있었고, 아마 누가 키우던 고양이가 아니었을까.
씻고 나온 녀석은 집에 들어왔을 때처럼 물기를 털어내더니 갸르릉거리며 거실 소파 위에 똬리를 틀었다. 진짜 제 집인 양 행사하는 것에 절로 헛웃음이 나왔지만, 일단 먼저 해야 할 일이 있었다. 원랜 수건 다섯 장이면 끝났을 일이 저 고양이 덕에 휴지 다섯 칸까지 추가로 쓰게 됐다.
그리고 고양이... 에겐 뭘 해야 할까. 사람이 먹는 우유가 위험하다곤 했던 것 같은데.
안타깝게도 우리 집엔 고양이 우유는 물론 그냥 우유도 없었기에, 그냥 아껴뒀던 참치캔을 하나 깠다. 접시에 덜어서 가져다주니 복스럽게 잘도 먹는다.
"맛있냐?"
-야옹.
하핫, 뭐라는건지.
대충 맛있다는 뜻으로 알아듣고 빈 접시를 치우자 녀석은 또 똬리를 틀었다. 고로롱대며 몸이 규칙적으로 늘었다 줄었다 하는 걸 보면... 밥 먹고 바로 자냐. 이거 고양이가 아니라 완전 소다 소.
그럼 씻겨주고 밥도 먹였겠다, 요 낯선 방문객을 어떻게 해야 할까. 아무리 그래도 이 날씨에 내보내는 건 좀 그렇고, 역시 당분간 맡는 수 밖에 없나.
설마 이대로 반려동물이 하나 생기는 건 아니겠지, 나 아르바이트도 있는데. -
3 익명의 참치 씨 (2072751E+5) 2020. 2. 28. 오후 9:15:21이제 다시 소재를 쓰면 되는걸까?
나를 제외하고 모두가 좀비가 된 세상에서 인생을 즐기면서 살아가는 이야기를 써줄 수 있어? -
4 익명의 참치 씨 (5789573E+5) 2020. 3. 1. 오전 2:21:51오늘은 참치였다. 나는 라디오에서 나오는 노랫소리에 몸을 들썩이며 캔뚜껑을 열었다. 하루에 한번, 내 삶을 윤택하게 만들어 주는 시간이다. 푸석한 참치를 입으로 옮겨넣은 뒤 총대를 메고 창가로 돌아섰다. 정확히는 훤히 뚫려있는 철골로 된 난간 위에 섰다. 어느새 좀비들은 철골 밑에 모여들어 알 수 없는 소리를 내고 있었지만 노랫소리 때문에 잘 들리지 않았다! 이제 내가 제일 좋아하는 노래가 나올 차례다. P!NK 의 So What. 기타의 전주가 울리고 노래에 맞춰 총을 연사했다.
Na na na na na na, na na na na na na
Na na na na na na, na na na na na na
탕, 탕, 탕, 탕, 탕, 탕, 팅, 탕, 탕, 탕, 팅, 탕
총알이 박자를 타고 발사되어 좀비가 된 것들의 머리를 꿰뚫는다.
총구를 반대편으로 돌린다!
파, 바, 바, 팍, 팟, 팍, 팍, 파, 바, 바, 박, 팍
좀비들은 노래에 맞춰 일제히 춤을 췄다. 이제 제일 좋아하는 부분이 나온다! 나는 가사를 따라 부르며 사방으로 난사했다.
So, so what? 좀비가 일제히 쓰러졌다.
I'm still a rock star 다시 일어서더니
I got my rock moves 멍청하게도 다시 쓰러진다.
And I don't need you 입을 벌리는 모습에
And guess what 나 역시 큰 소리로 불렀다.
I'm having more fun 총 소리에 묻혀
And now that we're done 내 목의 쇳소리는
I'm gonna show you tonight 잘 들리지 않았다.
I'm alright, I'm just fine 그럼에도 눈을 감고
And you're a tool 목이 터져라 소리쳤다.
So, so what? 아 나는 참 행복한 사람이라고,
I am a rock star 달리 신경쓰이는 불만도 없고,
I got my rock moves 난 지금 아주 괜찮다고.
And I don't want you tonight 난 완전 좋으니
So, so what? 뭐가 어쨌다고? 세상이 좀비 투성이라고? 생존자는 없을지도 모른다고? 평생 이런 삶이 반복될지도 모른다고?
I'm just fine! 그래서 뭐가 문제야?
난 지금 완전 괜찮고, 식량도 전부 내꺼고,
음악은 늘 신나고, 내 일상은 이렇게 즐거운데!
Ba da da da da da
어느새 음악이 끝나고 다음 곡으로 넘어갔다. 나는 입으로 작위적인 소리를 내어 풉! 소리를 내 보인다. 오늘도 경쾌하게 하루 시작이다. 총을 적당히 내려놓고 커피 한 잔을 즐긴다. 보급용 커피 맛이 예술이다. 좀비들 울음소리는 노랫소리 때문에 잘 들리지 않는다. 아! 기분 찢어지게 좋은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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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익명의 참치 씨 (5789573E+5) 2020. 3. 1. 오후 2:00:50앗 소재는 길 잃은 동물에게 먹이를 줬는데 동물이 점점 괴물로 변해갈 때 야! 그때의 묘사나 심경을 적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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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익명의 참치 씨 (9180188E+5) 2020. 3. 1. 오후 6:30:01우리 어머니께서 말씀하시길,
1. 함부로 바닥에 떨어진 것을 주워먹지 마라.
2. 함부로 버려진 동물을 주워오지 마라.
"아아, 어머니. 당신이 옳았어요."
나는 눈앞에서 몸집을 불리는 강아지...처럼 생긴 무언가를 보며 어머니의 말씀을 따르지 않은 것을 후회했다.
심부름을 갔다가 거스름돈으로 초코소라빵을 하나 사먹으며 집으로 돌아오는 길.
끙끙대는 소리에 뒤를 돌아보자, 피골이 상접한 몰골의 강아지가 이쪽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 흉흉한 모습에 저도 모르게 입에 문 빵을 떨어뜨렸고, 나는 왠지 동정심을 느끼고 바닥에 떨어진 빵을 강아지 쪽으로 찼다.
흙 묻은 빵을 게걸스레 뜯어먹던 강아지는 돌연 그 비쩍 마른 몸에서 나온다고는 상상할 수 없는 포효와 함께, 커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현재로 돌아와서, 이미 키가 나보다 커진 강아지는 날카로운 이빨 사이로 침을 뚝뚝 흘리며 나를 바라보았다.
어째서인지 화가 난 듯한 모습에 나는 무심코 강아지를 향해 말했다.
"차, 착하지?"
콰득.
목과 어깨가 뜯겨나가던 순간, 나는 어머니가 마지막으로 당부한 것을 떠올렸다.
"아, 개한테 초콜릿 먹이면 안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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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익명의 참치 씨 (5789573E+5) 2020. 3. 1. 오후 7:54:31소재를 안썼네. 그럼 내가 쓰고 갈게!
날이 밝기 직전의 새벽에 밤 시간대 종사자들의 하루가 끝나가는 모습이 보고싶어. 깡패나 매음굴쪽 같은 사람들의 하루의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