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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오르골 (6375725E+6) 2018. 2. 5. 오후 10:11:01너는 자꾸 멀리만 가려느냐
보아라 좋은거란 가까이 있다.
다만 네가 잡을 줄만 알면
행복은 언제나 거기 있나니.
ㅡJ.W. 괴테 -
1 익명의 참치 씨 (1571099E+6) 2018. 2. 5. 오후 11:44:38사랑
내 눈이 세개라면
그녀를 위해 하나를 주고
내 팔이 세개라면
그녀를 위해 하나 주고
내 다리가 세개라면
그녀를 위해 하나 주리.
그럼 난 정상인
그녀는 병신
-무명 -
2 익명의 참치 씨 (2115528E+5) 2018. 2. 6. 오전 12:43:25
절두산 순교 성지 고해소엔 작은 문구 하나 적혀 있다.
'중요한 것만 짧게 간추려 고해하시오'
성자도 소녀도 거렁뱅이도, 역시 인간은 오늘도 피곤하다.
더덕의 손이라기엔 너무도 여린 잎 한장 씹으면
갈기갈기 찢기는 더덕뿌리 향내가 입 안에 쫙 흘러요
육즙이 고이는 것처럼 키스할 때처럼
이생에선 독한 향내가 나를 치유해요
인간의 냄새만큼 독한 게 있으려고요, 늘 피곤하거든요
그들이 날 흉터 없이 치유해요
난 이것에 대해 고해하겠어요
인간을 내 치유제로 여겨 바르고 먹고 마셨노라고
손잡았노라고 몸 비볐노라고
슬픈 정액냄새 속에서 태어났고
비린 젖을 먹고 자랐노라고
그렇게 지구에 몸 박고 뿌리내려 살찌웠노라고
문 박차고 나가 첫사랑의 심장을 파먹고 반생을 다시 시작했노라고
휘황찬란한 도시 사람 그림자 속에서 단잠 잤노라고
지독한 꽃 같은 어머니 손을 찢으며 시를 썼고
사랑한 발가락을 오래도록 씹으며 여행을 다녔고
벗들의 가슴을 때려눕혀 그 눈물로 내 눈을 씻었고
그들의 달디단 입냄새로 내 시궁창을 닦아냈고
밤마다 사랑해달라고 속삭였노라고
머리채를 뚝 잘라 너도 너도 너도 순교하라고 속삭였어요
사람고기 이빨로 확 뜯으면 입 안에 육즙이 쫙 흘러요
잘살겠다고, 이글이글한 눈동자를 눈물이 확 덮칠 때처럼
아, 한마디로 난 독한 인간들을 한 잎씩 씹으며
살았고 살고 살아갈 것이라고
중요한 것만 짧게 간추려 고해합니다
덧붙이자면, 누구든 날 씹어도 좋아요
- 평일의 고해 / 정영 -
3 익명의 참치 씨 (2115528E+5) 2018. 2. 6. 오전 12:45:48삽살개 짖는 소리
눈보라에 얼어붙은 섣달 그믐
밤이
얄궂은 손을 하도 곱게 흔들길래
술을 마시어 불타는 소원이 이 부두로 왔다.
걸어온 길가에 찔레 한 송이 없었대도
나의 아롱범은
자옥 자옥을 뉘우칠 줄 모른다.
어깨에 쌓여도 하얀 눈이 무겁지 않고나.
철없는 누이 고수머릴랑 어루만지며
우라지오의 이야길 캐고 싶던 밤이면
울 어머닌
서투른 마우재 말도 들려 주셨지.
졸음졸음 귀 밝히는 누이 잠들 때꺼정
등불이 깜빡 저절로 눈감을 때꺼정
다시 내게로 헤여드는
어머니의 입김이 무지개처럼 어질다.
나는 그 모두를 살뜰히 담았으니
어린 기억의 새야 귀성스럽다.
기다리지 말고 마음의 은줄에 작은 날개를 털라.
드나드는 배 하나 없는 지금
부두에 호젓 선 나는 멧비둘기 아니건만
날고 싶어 날고 싶어.
머리에 어슴푸레 그리어진 그 곳
우라지오의 바다는 얼음이 두껍다.
등대와 나와
서로 속삭일 수 없는 생각에 잠기고
밤은 얄팍한 꿈을 끝없이 꾀인다.
가도오도 못할 우라지오.
- 우라지오 가까운 항구에서 /이 용 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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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익명의 참치 씨 (2070075E+5) 2018. 2. 7. 오전 8:50:35외로워서 밥을 많이 먹는다던 너에게
권태로워 잠을 많이 잔다는 너에게
슬퍼서 많이 운다는 너에게
나는 쓴다.
궁지에 몰린 마음을 밥처럼 씹어라.
어차피 삶은 너가 소화해야 할 것이니까.
- 밥 / 천양희 -
5 익명의 참치 씨 (2070075E+5) 2018. 2. 7. 오후 12:10:05바닥까지 가본 사람들은 말한다
결국 바닥은 보이지 않는다고
바닥은 보이지 않지만
그냥 바닥까지 걸어가는 것이라고
바닥까지 걸어가야만
다시 돌아올 수 있다고
바닥을 딛고 굳세게 일어선 살마들도 말한다
더 이상 바닥에 발이 닿지 않는다고
발이 닿지 않아도
그냥 바닥을 딛고 일어서는 것이라고
바닥의 바닥까지 갔다가
돌아온 사람들도 말한다.
더 이상 바닥은 없다고
바닥은 없기 떄문에 있는 것이라고
보이지 않기 때문에 보이는 것이라고
그냥 딛고 일어서는 것이라고
- 바닥에 대하여/ 정호승 -
6 익명의 참치 씨 (2070075E+5) 2018. 2. 7. 오후 12:12:37복있는 사람은 악인의 꾀를 좇지 아니하며 죄인의 길에 서지 아니하며 죄인의 길에 서지 아니하며 오만한 자의 자리에 앉지 아니하고
오직 여호와의 율법을 즐거워하며 그 율법을 주야로 묵상하는 자로다.
저는 시냇가에 심은 나무가 시절을 쫒아 과실을 맺으며 그 잎사귀가 마르지 아니함 같으니 그 행사가 형통하리로다.
악인은 그렇지 않음이며 오직 바람에 나는 겨와 같도다.
그러므로 악인이 심판을 견디지 못하여 죄인이 의인의 회중에 들지 못하리로다.
대저 의인의 길은 여호와께서 인정하시나 악인의 길은 망하리로다.
- 시편 -
7 익명의 참치 씨 (2380972E+5) 2018. 2. 8. 오후 4:43:45인생에 있어서 끝은 없고
새로운 시작만이 있으니
죽어도 끝이 아니라
천주교에서 말하길 죄값을 다 치르면
지옥에서 천국으로 갈 수 있다 하니...
끝남이 죽는거라 한다면
결국 우린 모두 죽지 않을것이 아닐까
그러나 모두가 죽는다면
죽음이 무서워 저런 말을 한게 아닐까 -
8 익명의 참치 씨 (4775952E+5) 2018. 2. 9. 오전 3:45:42몽골에서는 기르던 개가 죽으면 꼬리를 자르고 묻어준단다
다음 생에서는 사람으로 태어나라고,
사람으로 태어난 나는 궁금하다
내 꼬리를 잘라 준 주인은 어떤 기도와 함께 나를 묻었을까
가만히 꼬리뼈를 만져본다
나는 꼬리를 잃고 사람의 무엇을 얻었나
거짓말 할 때의 표정 같은 거
개보다 훨씬 길게 슬픔과 싸워야 할 시간 같은 거
개였을 때 나는 이것을 원했을까
사람이 된 나는 궁금하다
지평선 아래로 지는 붉은 태양과
그 자리에 떠오르는 은하수
양떼를 몰고 초원을 달리던 바람의 속도를 잊고
또 고비사막의 외로운 밤을 잊고
그 밤보다 더 외로운 인생을 정말 바랐을까
꼬리가 있던 흔적을 더듬으며
모래언덕에 뒹굴고 있을 나의 꼬리를 생각한다
꼬리를 자른 주인의 슬픈 축복으로
나는 적어도 허무를 얻었으나
내 개의 꼬리는 어떡할까 생각한다
- 슬픈 환생, 이운진 -
9 익명의 참치 씨 (2282233E+5) 2018. 2. 10. 오후 9:38:11네 믿음은 네 생각이 된다.
네 생각은 네 말이 된다.
네 말은 네 행동이 된다.
네 행동은 네 습관이 된다.
네 습관은 네 가치가 된다.
네 가치는 네 운명이 된다.
- 네 믿음은 네 생각이 된다. / 간디 -
10 익명의 참치 씨 (7255123E+5) 2018. 2. 14. 오전 8:49:27問世間 情爲何物 直敎生死相許
세상 사람들에게 묻노니, 정이란 무엇이길래 생사를 가름하느뇨?
天南地北雙飛客 老翅幾回寒暑
천지간을 가로지르는 새야! 너희들은 지친 날개 위로 추위와 더위를 몇 번이나 겪었느냐!
歡樂趣 離別苦 就中更有癡兒女
만남의 기쁨과 이별의 고통 속에 헤매는 어리석은 여인이 있었는데,
君應有語 渺萬里層雲 千山暮景 隻影爲誰去
님께서 말이나 하련만, 아득한 만리에 구름만 첩첩이 보이고 해가 지고 온 산에 눈 내리면, 외로운 그림자 누굴 찾아 날아갈꼬.
橫汾路 寂寞當年簫鼓 荒煙依舊平楚
분수의 물가를 가로 날아도 그때 피리와 북소리 적막하고 초나라엔 거친 연기 의구하네.
招魂楚些何磋及 山鬼暗啼風雨
초혼가를 불러도 탄식을 금하지 못하겠고 산귀신도 비바람 속에 몰래 흐느끼는구나.
天也妬 未信與 鶯兒燕子俱黃土
하늘도 질투하는지 더불어 믿지 못할 것을 꾀꼬리와 제비도 황토에 묻혔네.
千秋萬古 爲留待騷人 狂歌痛飮 來訪雁丘處
천추만고에 어느 시인을 기다려 머물렀다가 취하도록 술 마시고 미친 듯 노래 부르며
기러기 무덤이나 찾아올 것을......
- 雁丘詞안구사 / 원호문 -
11 코니코니 (0293653E+5) 2018. 2. 22. 오후 10:11:56종이배를 타고 바다로 간다
따라오지 마라
맨발로 부루까지 달려나와 울지도 마라
종이배는 떠나가는 항구가 없다
슬픈 뱃고동 소리도 울리지 않는다
나는 침몰하기 위라 바다를 항하하는게 아니다
갈매기를 데리고
내 평생 타고 다닌 배가 오직 종이배였을 뿐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바다에도 종이배의 뱃길을 내기 위해
종이배를 타고 먼 바다로 간다 -
12 코나코니 (0293653E+5) 2018. 2. 22. 오후 10:13:20종이배를 타고-정호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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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익명의 참치 씨 (6893886E+5) 2018. 2. 23. 오후 6:37:40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이 밤 너무 신나고 근사해요
내 마음에도 생전 처음 보는
환한 달이 떠오르고
산 아래 작은 마을이 그려집니다
간절한 이 그리움들을
사무쳐 오는 이 연정들을
달빛에 실어
당신께 보냅니다
세상에
강변에 달빛이 곱다고
전화를 다 주시다니요
흐르는 물 어디쯤 눈부시게 부서지는 소리
문득 들려옵니다
-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 김용택 -
14 익명의 참치 씨 (4948101E+5) 2018. 3. 1. 오후 10:50:20
무기질적인 달아래서 맞는 아침은
모순적이기도 하여라
악의 가득한 태양아래서 맞는 황혼은
의미 따윈 잃었구나
이리저리 회색으로 가득한 숲을 지나
인조의 반딧불 사이에서 만난 그대여
옛 추억 한 조각이라도 있거늘
종이배에 싸서 흘려보내 주오
강가 어딘가에서 만난 운명이
훗날을 기약한다면.
내 머리를 하늘을 향하여
내 다리를 땅을 향하여
어찌 웃음이 나오지 않겠소?
-희극의 너머에서 / 지나가던 어떤 분 -
15 익명의 참치 씨 (2565763E+5) 2018. 3. 2. 오후 8:09:15눈물과 함께 빵을 먹어보지 못한 사람은, 수많은 괴로운 밤을 잠자리에서 울면서 새운 적이 없는 사람은 너희들은, 하늘의 힘을 모른다.
너희들은 우리를 이 세상에 보내고, 불쌍한 자로 하여금 죄를 짓게 한다. 그러고는 심한 가책을 느끼게 한다. 죄를 지으면 벌을 받는 세상이니까.
-눈물과 함께 빵을 / 요한 볼프강 폰 괴테 -
16 익명의 참치 씨 (0105295E+5) 2018. 3. 5. 오전 12:35:45날이 흐리고 하루 종일 꽃이 졌다
뜰 가득 꽃잎으로 연분홍 점묘를 찍는 이는 누구일까
민들레 옆에 쪼그려 앉아
오후 내내 지는 꽃잎을 보았다
지난 생에 우리는 무엇이었을까
지는 꽃을 속절없이 바라보던 벚나무와
아련하게 허공을 건너가던 꽃잎이었을까
네가 저 작은 연분홍이었을까
네 모습을 화선지에 옮기느라
수없이 눈길 올려 바라보던
너는 미인도 속의 그림이었을까
그래서 이렇게 낯익은 것일까
아니 덫에 걸린 순한 짐승이었을까
죽어가는 너를 안고 어쩔 줄 몰라 하던 골짜기에서
너와 아프게 이별한 적이 있었던 것일까
너와 나 사이를 건너가고 건너오는 애틋함은
어느 생에서 여기까지 이어져 오는 걸까
다음 생에도 목련 잎이 하얗게 깔린 길을
같이 걸어가는 오후가 허락될까
바람도 없는데 꽃잎이 지고 있다
지난 생에 우리는 무엇이었을까
- 도종환 <연분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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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너무 아련하고 먹먹해지는 시라서 봄과 잘 어울려요 -
17 익명의 참치 씨 (8676666E+5) 2018. 4. 16. 오후 1:09:28과거에는 게을렀어도
이제는 게으르지 않은 사람,
그는 마치 구름을 뚫고 나온 달처럼
세상을 비출겁니다.
일찍이 자신이 지은 악행을
선행으로 덮는 사람,
그는 마치 구름을 뚫고 나온 달처럼
세상을 비출 것입니다.
Like the Moon That Burst Throught
The Clouds
One who has overcome laziness
will light the world like moon
that burst throught the clouds.
One who, with good deeds, makes up
for past misdeeds will light the world
like the moon that burst throught the clouds.
ㅡ구름을 뚫고 나온 달처럼 / 앙굴리말라 경 -
18 익명의 참치 씨 (1436808E+6) 2018. 4. 17. 오전 2:53:18
物盛則必衰(물성즉필쇠) : 만물은 성하면 반드시 쇠하게 되고,
有隆還有替(유융환유체) : 융성함이 있으면 다시 쇠퇴함이 있나니,
速成不堅牢(속성불견뢰) : 빨리 이룬 것은 견고하지 못하고,
亟走多顚?(극주다전지) : 빨리 달리면 넘어질 때가 많은 것이다.
灼灼園中花(작작원중화) : 활짝 핀 정원의 꽃은,
早發還先萎(조발환선위) : 일찍 피면 도로 먼저 시든다.
\遲遲澗畔松(지지간반송) : 더디게 자라는 시냇가의 소나무는,
鬱鬱含晩翠(울울함만취) : 울창하게 늦게까지도 푸름을 머금는다.
賦命有疾徐(부명유질서) : 타고난 운명은 빠르고 더딤이 정해져 있으니
靑雲難力致(청운난력치) : 입신출세를 사람의 힘으로 이루기는 어렵다
寄語謝諸郞(기어사제랑) : 제군들에게 일러 말하노니
躁進徒爲耳(조진도위이) : 조급히 나아감은 부질없는 짓을 뿐이니라.
- 소학 -
19 익명의 참치 씨 (1436808E+6) 2018. 4. 17. 오전 3:02:10人雖有志於學(인수유지어학)이나 而不能勇往直前(이불능용왕직전)하여 以有所成就者(이유소성취자)는
舊習(구습)이 有以沮敗之也(유이저패지야)라. 舊習之目(구습지목)을 條列如左(조열여좌)하노니
若非勵志痛絶(약비려지통절)이면 則終無爲學之地矣(즉종무위학지지의)리라
사람이 학문에 뜻을 두었음에도
앞으로 나가지 못하는 것은
묵고 썩은 옛 습관을 버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其一(기일)은 惰其心志(타기심지)하고 放其儀形(방기의형)하여 只思暇逸(지사가일)하여深厭拘束(심염구속)이요
일신의 편안만을 생각하고
其二(기이)는 常思動作(상사동작)하여 不能守靜(불능수정)하고 紛紜出入(분운출입)하여 打話度日(타화도일)이요
쓸데없는 말로 세월을 보내고
其三(기삼)은 喜同惡異(희동오이)하여 汨於流俗(골어류속)하여 稍欲修飭(초욕수칙)이나
악하고 이상한 것을 좋아하고
其四(기사)는 好以文辭(호이문사)로 取譽於時(취예어시)하여 剽竊經傳(표절경전)하여 以飾浮藻(이식부조)요
사람들에게 칭찬받기를 원하고
其五(기오)는 工於筆札(공어필찰)하고 業於琴酒(업어금주)하여 優游卒歲(우유졸세)하여 自謂淸致(자위청치)요
자기가 좋아하는 것만을 하려 하고
其六(기육)은 好聚閒人(호취한인)하여 圍棋局戱(위기국희) 하며 飽食終日(포식종일)하여 只資爭競(지자쟁경)이요
배불리 먹고 마시면서 남과 다투길 꾀하고
其七(기칠)은 歆羨富貴(흠선부귀)하고 厭薄貧賤(염박빈천)하여 惡衣惡食(오의악식)을 深以爲恥(심이위치)요
부유한 자를 부러워하며 가난한 자를 싫어하고
其八(기팔)은 嗜慾無節(기욕무절)하여 不能斷制(불능단제)하고 貨利聲色(화리성색)하여 其味如蔗(기미여자)니라
절제 없이 재물과 좋은 소리를 탐하고
習之害心者大槪如斯(습지해심자대개여사)니 其餘(기여)는 難以悉擧(난이실거)라
此習(차습)이 使人志不堅固(사인지불견고)하고 行不篤實(행불독실)하여
今日所爲(금일소위)를 明日難改(명일난개)하고 朝悔其行(조회기행)이라가 暮已復然(모이부연)하나니
必須大奮勇猛之志(필수대분용맹지지)하여 如將一刀(여장일도)하여 快斷根株(쾌단근주)하고
淨洗心地(정세심지)하여 無毫髮餘脈(무호발여맥)하며 而時時每加猛省之功(이시시매가맹성지공)하여
使此心無一點舊染之汚然後(사차이무일점구염지오연후)에 可以論進學之工夫矣(가이논진학지공부의)라
이러한 해로운 습관들은 날카로운 칼로 물건을 쳐서 끊듯이
근원을 잘라 마음속에 털끝만큼도 남겨두어서는 안 된다. -
20 익명의 참치 씨 (1436808E+6) 2018. 4. 17. 오전 3:02:32격몽요결(擊蒙要訣) - 제2장(第二章) : 혁구습(革舊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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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익명의 참치 씨 (4822698E+5) 2018. 4. 17. 오전 5:06:02헛 좋은 글이 많이 올라와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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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익명의 참치 씨 (8478311E+5) 2018. 8. 2. 오후 5:49:43Primum non nocere프리멈 논 노체레
'좋은 것을 하려고 애쓰기보다 해를 끼치지 않는 것이 우선' -
23 익명의 참치 씨 (2350156E+5) 2018. 8. 11. 오후 4:05:34악마는 절대로 무관심하지 않아. 악마는 항상 죄악을 지을 준비가 되어 있는 자들을 도우러 이 자리에 있지. 죄악을 짓는 것을 다른 말로는 ‘산다’라고 해. 악마의 전화선은 항상 열려 있어. 교환수들도 대기하고 있지._조 힐 <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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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익명의 참치 씨 (2227441E+6) 2018. 8. 16. 오후 9:29:55
영하 삼 도와 영상 삼 도 사에서 고로쇠 수액을 뽑는가
영하와 영상 사이엔 얼어붙었던 폭포가
바닥을 치는 소리가 있다
고로쇠 시린 수액 맛은
그 늑차를 유지하는 것이다
영하 삼 도와 영상 삼 도 사이에서 조문이 늘어난다.
누군가는 신문 부고란이 늘면
봄이 오는 걸 안다고 한다
얼음과 꽃 사이엔 겨울을 견딘 누군가의 관이
바닥을 치는 소리가 있다
아들아, 너는 속이 차니 맥주를 마시지 말거라
해마다 이맘때면 고로쇠 수액을 마시거라
아비의 뼈를 품고 나도 산정에 얼어붙은 적이 있다
유골 단지흘 화로처럼 품고
두고 온 어미 생각에 눈물 흩뿌린 적 있다
백운산 끝자락 해발을 몇 미처쯤 더 뽑아 올린 뼈들이
펌프질을 한다
뚝 분지른 가지 끝
상처를 품고 콸콸거리는 수액
-얼음과 꽃 사이에서 <손택수> -
25 익명의 참치 씨 (2276357E+6) 2018. 8. 16. 오후 9:39:56시 험 지
만약 그가 내게
왜 이리 깨끗하다 묻는다면
악이 아닌 선을 추구하기에,
행동으로 옮겼다고 대답할 것이다.
그래서 시험지가 백지냐 이 새끼야 -
26 익명의 참치 씨 (0229794E+5) 2018. 8. 28. 오후 6:59:10'글쓰기에는 세 가지 규칙이 있다고 한다.
그런데 그걱을 아는 자를 찾을 수가 없다.'
-월리엄 서머밋 몸 -
27 익명의 참치 씨 (8121733E+6) 2018. 10. 29. 오전 3:43:09색욕은 그녀의 얼굴을 기억할 수 없는 것이고
사랑은 그녀의 얼굴을 잊을 수 없는 것이다 -
28 익명의 참치 씨 (7150162E+5) 2019. 6. 8. 오후 11:21:07가슴을 연 채로 살면 상처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가슴을 닫은 채로 사는 것만큼 많이 상처받지는 않는다.
-류시화의 <좋은지 나쁜지 누가 아는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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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익명의 참치 씨 (2018301E+5) 2019. 6. 17. 오후 3:48:24>>28 그런데 다들 상처가 너무 많아서 닫고 사나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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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익명의 참치 씨 (2018301E+5) 2019. 6. 17. 오후 3:50:34백석
청시(靑枾)
별 많은 밤
하누바람이 불어서
푸른 감이 떨어진다 개가 짖는다
1936 -
31 익명의 참치 씨 (4690568E+6) 2019. 6. 17. 오후 8:55:21사막
오스턴 블루
그 사막에서
남자는 너무나도 외로워
때로는 뒷걸음질쳤다
앞에 찍힌 발자국을 볼려고 -
32 익명의 참치 씨 (4690568E+6) 2019. 6. 17. 오후 8:56:20그 꽃
내려갈때 보았네
올라갈때 못본 그 꽃
고은 -
33 익명의 참치 씨 (3077117E+5) 2019. 6. 17. 오후 9:42:44
목두조작소당계(木頭調作小唐鷄)나무로 작은 닭을 다듬어
저자념래벽상서(筯子拈來壁上棲)벽에 보금자리 주어 살게 하였네
차조교교보시절(此鳥膠膠報時節)이 닭이 꼬꾜 울 때까지
자안시사일평서(慈顔始似日平西)어머님 오래도록 사시기를 -
34 익명의 참치 씨 (3077117E+5) 2019. 6. 17. 오후 9:43:32
-오관산곡(五冠山曲), 문충(文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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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익명의 참치 씨 (3077117E+5) 2019. 6. 17. 오후 9:59:28알람
늘 고마운 당신인데
바보처럼 짜증내요
-하상욱 -
36 익명의 참치 씨 (3077117E+5) 2019. 6. 17. 오후 10:09:55
고독(Solitude)
Laugh, and the world laughs with you;
Weep, and you weep alone.
For the sad old earth must borrow it's mirth,
But has trouble enough of it's own.
Sing, and the hills will answer;
Sigh, it is lost on the air.
The echoes bound to a joyful sound,
But shrink from voicing care.
웃어라, 세상이 너와 함께 웃을 것이다,
울어라, 너 혼자만 울게 되리라,
낡고 슬픈 이 땅에선 환희는 빌려야만 하고,
고통은 그 자체만으로도 가득하니까.
노래하라, 언덕들이 응답하리라
탄식하라, 허공에 흩어지고 말리라
메아리들은 즐거운 소리에 춤을 추지만
너의 근심은 외면하리라.
Rejoice, and men will seek you;
Grieve, and they turn and go.
They want full measure of all your pleasure,
But they do not need your woe.
Be glad, and your friends are many;
Be sad, and you lose them all.
There are none to decline your nectared wine,
But alone you must drink life's gall.
기뻐하라, 사람들이 너를 찾으리라
슬퍼하라, 그들은 너를 떠날 것이다.
사람들은 너의 즐거움을 원하지만
너의 고통은 필요로 하지 않는다.
즐거워하라, 그러면 친구들이 늘어날 것이다.
슬퍼하라, 그러면 그들을 다 잃고 말 것이다.
네가 주는 달콤한 술은 아무도 거절하지 않지만
인생을 한탄할 때는 너 홀로 술을 마시게 될 것이다.
Feast, and your halls are crowded;
Fast, and the world goes by.
Succeed and give, and it helps you live,
But no man can help you die.
There is room in the halls of pleasure
For a long and lordly train,
But one by one we must all file on
Through the narrow aisles of pain.
축제를 열라, 그럼 너의 집은 사람들로 넘쳐나리라
굶주리라, 세상이 너를 외면할 것이다.
성공하여 베풀라, 그것이 너의 삶을 도와주리라.
하지만 아무도 죽음은 막지 못한다.
즐거움의 방들엔 여유가 있어
길고 화려한 행렬을 들일 수 있다.
하지만 좁은 고통의 통로를 지날 때는
우리 모두는 한 줄로 지나갈 수밖에 없다.
-엘라 윌콕스(Ella Wheeler Wilcox) -
37 익명의 참치 씨 (9275997E+4) 2019. 6. 18. 오후 11:12:52
해에게서 소년에게
처.........ㄹ썩, 처........ㄹ썩, 척, 쏴...........아.
때린다, 부순다, 무너 버린다.
태산 같은 높은 뫼. 집채 같은 바윗돌이나.
요것이 무어야, 요게 무어야.
나의 큰 힘 아나냐, 모르나냐, 호통까지 하면서
따린다, 부순다, 무너 바린다.
처.........ㄹ썩, 처........ㄹ썩, 척, 튜르릉, 콱.
처........ㄹ썩, 처..........ㄹ썩, 척, 쏴............아.
내게는, 아모 것도, 두려움 없어,
육상에서,아모런, 힘과 권을 부리던 자라도,
내 앞에 와서는 꼼짝 못하고,
아모리 큰 물건도 내게는 행세하지 못하네.
내게는 내게는 나의 앞에는
처.........ㄹ썩, 처.........ㄹ썩, 척, 튜르릉, 꽉.
처.......ㄹ썩, 처..........ㄹ썩, 척,쏴......... 아.
나에게 절하지, 아니한 자가,
지금까지 있거던 통기하고 나서 보아라.
진시황, 나팔륜, 너희들이냐.
누구 누구 누구냐 너희 역시 내게는 굽히도다.
나허구 겨룰 이 있건 오나라.
처..........ㄹ썩, 처........ㄹ썩, 척, 튜르릉, 꽉.
처..........ㄹ썩, 처..........ㄹ썩, 척, 쏴..........아.
조고만 산(山) 모를 의지하거나,
좁쌀 같은 작은 섬,손벽 만한 땅을 가지고
고 속에 있어서 영악한 체를,
부리면서, 나 혼자 거룩하다 하난 자,
이리 좀 오나라, 나를 보아라.
처.........ㄹ썩, 처..........ㄹ썩, 척, 튜르릉, 꽉.
처..........ㄹ썩, 처..........ㄹ썩, 척, 쏴..........아.
나의 짝될 이는 하나 있도다,
크고 길고, 넓게 뒤덮은 바 저 푸른 하늘.
저것이 우리와 틀림이 없어,
적은 是非(시비), 적은 쌈, 온갖 모든 더러운 것 없도다.
조 따위 세상에 조 사람처럼,
처.........ㄹ썩, 처..........ㄹ썩, 척, 튜르릉, 꽉.
처..........ㄹ썩, 처..........ㄹ썩, 척, 쏴..........아.
저 세상 저 사람 도두 미우나,
그 중에서 똑 하나 사랑하는 일이 있으니,
膽(담) 크고 純精(순정)한 소년배들이,
재롱처럼, 귀엽게 나의 품에 와서 안김이로다.
오나라, 소년배, 입 맞춰 주마.
처.........ㄹ썩, 처..........ㄹ썩, 척, 튜르릉, 꽉.
-최남선 -
38 익명의 참치 씨 (9275997E+4) 2019. 6. 18. 오후 11:19:55
황조가(黃鳥歌)
翩翩黃鳥 편편황조
펄펄 나는 저 꾀꼬리
雌雄相依 자웅상의
암수 서로 정답구나
念我之獨 염아지독
외로울사 이 내 몸은
誰其輿歸 수기여귀
뉘와 함께 돌아갈꼬
-유리명왕(瑠璃明王) -
39 익명의 참치 씨 (9275997E+4) 2019. 6. 18. 오후 11:24:28
바다와 나비
아무도 그에게 수심(水深)을 일러준 일이 없기에
흰 나비는 도무지 바다가 무섭지 않다.
청(靑)무우밭인가 해서 내려갔다가는
어린 날개가 물결에 절어서
공주처럼 지쳐서 돌아온다.
삼월(三月)달 바다가 꽃이 피지 않아서 서글픈
나비 허리에 새파란 초생달이 시리다.
-김기림 -
40 익명의 참치 씨 (9275997E+4) 2019. 6. 18. 오후 11:27:54
오지만디아스
역사의 땅에서 온 여행자를 난 만난 적이 있다.
그가 말했는데 '돌로 되어 거대하지만 몸통은 없던 두 다리
사막 위에 서 있었네. 주변 모래 위에는
반쯤 잠겨 부서진 얼굴이 일그러져 있었는데
주름진 입술, 그리고 독선의 미소로
조각가에게 말하길 "열정들이 살아있다
죽어있는 돌덩이 위에 새겨진 채로, 잘도 살아남았구나",
그 마음은 열정들을 이끌어냈고 그 손은 조각 위에 그들을 새겼다.
그리고 길 위에는 이런 글들이 적혀있었네-
"내 이름은 오지만디아스, 왕들의 왕
내가 세운 것들을 보라, 위대하다는 자들아, 그리고 절망하라!"
아무것도 없었다네, 둘러싼 부식과
거대한 균열 사이 경계모를 헐벗음이
외로운 모래의 지평선이 끝없이 뻗었을 뿐이었네'
-퍼시 셀리 -
41 익명의 참치 씨 (2819547E+6) 2019. 6. 20. 오전 12:11:36동네 누나 소개팅 시켜준 썰만화
http://toonstyle.net/e04450b5 -
42 익명의 참치 씨 (195257E+48) 2019. 6. 22. 오후 1:52:48청포도(靑葡萄)
내 고장 칠월은
청포도가 익어 가는 시절.
이 마을 전설이 주저리주저리 열리고
먼 데 하늘이 꿈꾸며 알알이 들어와 박혀,
청포도
하늘 밑 푸른 바다가 가슴을 열고
흰 돛 단 배가 곱게 밀려서 오면,
내가 바라는 손님은 고달픈 몸으로
청포(靑袍)를 입고 찾아온다고 했으니,
내 그를 맞아 이 포도를 따 먹으면
두 손은 함뿍 적셔도 좋으련,
아이야, 우리 식탁엔 은쟁반에
하이얀 모시 수건을 마련해 두렴.
-이육사(李陸史) -
43 익명의 참치 씨 (708458E+49) 2019. 8. 1. 오후 2:15:37용담유사(龍潭遺辭)
교훈가 경신
왈이자질 아이들아 경수차서 하였어라
너희도 이 세상에 오행으로 생겨나서
삼강을 법을 삼고 오륜에 참예해서
이십살 자라나니 성문고족 이내집안
병수없는 너희거동 보고나니 경사로다
소업없이 길러내니 일희일비 아닐런가
내 역시 이 세상에 자아시 지낸일을
역력히 생각하니 대저 인간 백천만사
행코나니 그 뿐이요 겪고나니 고생일세
그 중에 한가지도 소업성공 바이 없어
흉중에 품은 회포 일소일파 하온후에
이내 신명 돌아보니 나이이미 사십이요
세상풍속 돌아보니 여차여차 우여차라
아서라 이내 신명 이밖에 다시 없다
귀미 용담 찾아들어 중한맹세 다시하고
부처가 마주앉아 탄식하고 하는 말이
대장부 사십평생 해음없이 지내나니
이제야 할길없네 자호이름 다시지어
불출산외 맹세하니 기의심장 아닐런가
슬프다 이내 신명 이리 될줄 알았으면
윤산은 고사하고 부모님께 받은 세업
근력기중 하였으면 악의악식 면치마는
경륜이나 있는 듯이 효박한 이 세상에
혼자 앉아 탄식하고 그럭저럭 하다가서
탕패산업 되었으니 원망도 쓸데 없고
한탄도 쓸데없네 여필종부 아닐런가
자네 역시 자아시로 호의호식 하던 말을
일시도 아니 말면 부화부순 무엇이며
강보의 어린자식 불인지사 아닐런가
그말저만 다 던지고 차차차차 지내보세
천생만민 하였으니 필수지직 할 것이요
명내재천 하였으니 죽을 염려 왜 있으며
하날님이 사람 낼 때 녹 없이는 아니 내네
우리라 무슨팔자 그다지 기험할꼬
부하고 귀한사람 이전시절 빈천이요
빈하고 천한사람 오는시절 부귀로세
천운이 순환하사 무왕불복 하시나니
그러나 이내 집은 적선적덕 하는 공은
자전자시 고연이라 여경인들 없을소냐
세세유전 착한 마음 잃지말고 지켜내서
안빈낙도 하온후에 수신제가 하여보세
아무리 세상사람 비방하고 원망말을
청이불문 하여두고 불의지사 흉한빛을
시지불견 하여두고 어린자식 효유해서
매매사사 교훈하여 어진일을 본을 받아
가정지업 지켜내면 그 아니 낙일런가
이러구러 안심해서 칠팔삭 지내나니
꿈일런가 잠일런가 무극대도 받아 내어
정심수신 하온 후에 다시 앉아 생각하니
우리집안 여경인가 순환지리 회복인가
어찌 이리 망극한고 전만고 후만고를
역력히 생각해도 글도 없고 말도 없네
대저 생령 많은 사람 사람 없어 이러한가
유도 불도 누천년에 운이 역시 다 했던가
윤회 같이 둘린 운수 내가 어찌 받았으며
억조창생 많은 사람 내가 어찌 높았으며
일세상 없는 사람 내가 어찌 있었던고
아마도 이내일은 잠자다가 얻었던가
꿈 꾸다가 받았던가 측량치 못할러라
사람을 가렸으면 나만 못한 사람이며
재질을 가렸으면 나만 못한 재질이며
만단의아 두지마는 하날님이 정하시니
무가내라 할길없네 사양지심 있지마는
어디 가서 사양하며 문의지심 있지마는
어디가서 문의하며 편언척자 없는 법을
어디 가서 본을 볼꼬 묵묵부답 생각하니
고친 자호 방불하고 어린듯이 앉았으니
고친 이름 분명하다 그럭저럭 할길없어
없는 정신 가다듬어 하날님께 아뢰오니
하날님 하신 말씀 너도 역시 사람이라
무엇을 알았으며 억조창생 많은 사람
동귀일체 하는줄을 사십평생 알았더냐
우습다 자네 사람 백천만사 행할 때는
무슨 뜻을 그러하며 입산한 그 달부터
자호이름 고칠때는 무슨 뜻을 그러한고
소위 입춘 비는 말은 복록은 아니빌고
무슨 경륜 포부있어 세간중인 부동귀라
의심없이 지어내어 완연히 붙여두니
세상사람 구경할 때 자네 마음 어떻던고
그런 비위 어디두고 만고없는 무극대고
받아 놓고 자랑하니 그 아니 개자한가
세상 사람 돌아보고 많고 많은 그 사람의
인지재질 가려내어 총명노둔 무엇이며
세상 사람 저러하여 의아탄식 무엇인고
남만 못한 사람인줄 네가 어찌 알았으며
남만 못한 재질인줄 네가 어찌 알잔말고
그런 소리 말아서라 낙지이후 첨이로다
착한 운수 둘러놓고 포태지수 정해내어
자아시 자라날때 어느일을 내 모르며
적세만물 하는 법과 백천만사 행하기를
조화중에 시켰으니 출등인물 하는 이는
비비유지 아닐런가 지각없는 세상 사람
원한듯이 하는 말이 아무는 이 세상에
재승박덕 아닐런가 세전산업 탕패하고
귀미용담 일정각에 불출산외 하는 뜻은
알다가도 모를러라 가난한 저 세정에
세상 사람 한데 섞여 아유구용 한다 해도
처자보명 모르고서 가정지업 지켜내어
안빈낙도 한단 말은 가소절창 아닐런가
이말저말 붕등해도 내가 알지 네가 알까
그런 생각 두지말고 정심수도 하였어라
시킨대로 시행해서 차차차차 가르치면
무궁조화 다 던지고 포덕천하 할 것이니
차제도법 그 뿐일세 법을 정코 글을 지어
입도한 세상 사람 그 날부터 군자되어
무위이화 될 것이니 지상신선 네 아니냐
이 말씀 들은 후에 심독희 자부로다
그제야 이 날부터 부처가 마주앉아
이말 저말 다 한후에 희희낙담 그 뿐일세
이제는 자네 듣소 이내 몸이 이리되니
자소시 하던 장난 여광여취 아닐런가
내 역시 하던 말이 헛말이 옳게 되니
남아 역시 출세후에 장난도 할 것이요
헛말인들 아니 할까 자네 마음 어떠한고
노처의 거동보소 묻는 말은 대답잖고
무릎안고 입 다시며 세상 소리 서너마디
근근히 끌어내어 천장만 살피면서
꿈일런가 잠일런가 허허 세상 허허 세상
다 같이 세상 사람 우리 복이 이러할까
하날님도 하날님도 이리될 우리 신명
어찌 앞날 지낸 고생 그다지 시키신고
오늘에야 참말인지 여광여취 저 양반을
간 곳마다 따라가서 지질한 그 고생을
눌로 대해 그 말이며 그 중에 집에 들면
장담같이 하는말이 그 사람도 그 사람도
고생이 무엇인고 이내 팔자 좋을진댄
희락은 벗을 삼고 고생은 희락이라
잔말 말고 따라가세 공노할 내 아니라
내 역시 어척없어 얼굴을 뻔히 보며
중심에 한숨지어 이적지 지낸일은
다름이 아니로다 인물대접 하는 거동
세상사람 아니듣고 처자에게 하는 거동
이내진정 지극하니 천은이 있게되면
좋은 운수 회복할줄 나도 또한 알았읍네
일소일파 하온후에 불승기양 되었더라
그럭저럭 지내다가 퉁개중문 하여두고
오는 사람 가르치니 불승감당 되었더라
현인군자 모여들어 명명기덕 하여내니
성운성덕 분명하다 그 모르는 세상사람
승기자 싫어할 줄 무근설화 지어내어
듣지 못한 그 말이며 보지 못한 그 소리를
어찌 그리 자아내서 향안설화 분분한고
슬프다 세상 사람 내 운수 좋자하니
네 운수 가련할 줄 네가 어찌 알잔말고
가련하다 경주향중 무인지경 분명하다
어진 사람 있게되면 이런 말이 왜 있으며
향중풍속 다 던지고 이내 문운 가련하다
알도 못한 흉언괴설 남보다가 배나하며
육친이 무슨 일고 원수같이 대접하며
살부지수 있었던가 어찌 그리 원수런고
은원없이 지낸 사람 그중에 싸잡혀서
또 역시 원수되니 조걸위학 이 아닌가
아무리 그러해도 죄없으면 그 뿐일세
아무리 그러하나 나도 세상 사람으로
무단히 사죄없이 모함중에 드단말가
이 운수 아닐러면 무죄한들 면할 소냐
하물며 이내 집은 과문지취 아닐런가
아서라 이내 신명 운수도 믿지마는
감당도 어려우되 남의 이목 살펴두고
이같이 아니 말면 세상을 능멸한듯
관장을 능멸한 듯 무가내라 할길없네
무극한 이내 도는 내 아니 가르쳐도
운수 있는 그 사람은 차차차차 받아가
차차차차 가르치니 내 없어도 당행일세
행장을 차려내어 수천리를 경영하니
수도하는 사람마다 성지우성 하지마는
모의미성 너희들을 어찌하고 가잔말고
잊을 도리 전혀없어 만단효유 하지마는
차마 못한 이내 회포 역지사지 하였어라
그러나 할 길 없어 일조분리 되었더라
멀고 먼 가는 길에 생각나니 너희로다
객지에 외로 앉아 어떤 때는 생각나서
너희 수도 하는 거동 귀에도 쟁쟁하며
눈에 삼삼하며 어떤 때는 생각나서
일사위법 하는 빛이 눈에도 거슬리며
귀에도 들리는 듯 아마도 너희 거동
일사위법 분명하다 명명한 이 운수는
원한다고 이러하며 바란다고 이러할까
아서라 너희 거동 아니봐도 보는 듯다
부자유친 있지마는 운수조차 유친이며
형제일신 있지마는 운수조차 일신인가
너희역시 사람이면 남의 수도 하는 법을
응당히 보지마는 어찌 그리 매물한고
지각없는 이것들아 남의 수도 본을 받아
성지우성 공경해서 정심수신 하였어라
아무리 그러해도 이내 몸이 이리 되니
은덕이야 있지마는 도성입덕 하는 법은
한가지는 정성이요 한 가지는 사람이라
부모의 가르침을 아니듣고 낭유하면
금수에 간직하고 자행자지 아닐런가
우습다 너희사람 나는 도시 모를러라
부자 형제 그 가운데 도성입덕 각각이라
대저 세상 사람중에 정성 있는 그 사람은
어진 사람 분명하니 작심으로 본을 보고
정성 공경 없단말가 애달하다 너희들은
출등한 현인들은 바랄줄 아니로되
사람의 아래되고 도덕에 못 미치면
자작지얼 이라도 나는 또한 한이로다
운수야 좋거니와 닦아야 도덕이라
너희라 무슨팔자 불로자득 되단말가
해음없는 이것들아 날로 믿고 그러하냐
나는 도시 믿지 말고 하날님을 믿었어라
네 몸에 모셨으니 사근취원 하단말가
내 역시 바라기는 하날님만 전혀 믿고
해몽 못한 너희들은 서책은 아주 폐코
수도하기 힘쓰기는 그도 또한 도덕이라
문장이고 도덕이고 귀어허사 될가보다
열 세자 지극하면 만권시서 무엇하며
심학이라 하였으니 불망기의 하였어라
현인군자 될 것이니 도성입덕 못 미칠가
이 같이 쉬운 도를 자포자기 하단말가
애달다 너희사람 어찌그리 매물한고
탄식하기 괴롭도다 요순같은 성현들도
불초자식 두었으니 한할 것이 없다마는
우선에 보는 도리 울울한 이내 회포
금차하니 난감이요 두자하니 애달해서
강작히 지은 문자 귀귀자자 살펴내어
방탕지심 두지말고 이내 경계 받아내어
서로 만날 그 시절에 괄목상대 되게 되면
즐겁기는 고사하고 이내 집안 큰 운수라
이글 보고 개과하여 날 본 듯이 수도하라
부디부디 이글 보고 남과 같이 하였어라
너희 역시 그러다가 말래지사 불민하면
날로 보고 원망할까 내 역시 이 글 전해
효험 없이 되게 되면 네 신수 가련하고
이내 말 헛말 되면 그 역시 수치로다
너희 역시 사람이면 생각고 생각할까 -
44 익명의 참치 씨 (708458E+49) 2019. 8. 1. 오후 2:18:14유리창
유리(琉璃)에 차고 슬픈 것이 어른거린다
열없이 붙어 서서 입김을 흐리우니
길들은 양 언 날개를 파닥거린다.
지우고 보고 지우고 보아도
새까만 밤이 밀려나가고 밀려와 부딪히고,
물 먹은 별이, 반짝, 보석처럼 박힌다.
밤에 홀로 유리를 닦는 것은
외로운 황홀한 심사이어니,
고흔 폐혈관(肺血管)이 찢어진 채로
아아, 늬는 산(山)ㅅ새처럼 날아갔구나!
-정지용 -
45 익명의 참치 씨 (708458E+49) 2019. 8. 1. 오후 2:20:35오감도(시제2호)
나의아버지가나의겨테서조을적에나는나의아버지가되고또나는나의아버지의아버지가되고그런데도나의아버지는나의아버지대로나의아버지인데어쩌자고나는자꾸나의아버지의아버지의아버지의……아버지가되니나는웨나의아버지를껑충뛰어넘어야하는지나는웨드듸어나와나의아버지와나의아버지의아버지와나의아버지의아버지의아버지노릇을한꺼번에하면서살아야하는것이냐
-이상 -
46 익명의 참치 씨 (6737005E+5) 2019. 8. 6. 오후 6:15:16바다와 나비
아무도 그에게 수심(水深)을 일러준 일이 없기에
흰 나비는 도무지 바다가 무섭지 않다.
청(靑)무우밭인가 해서 내려갔다가는
어린 날개가 물결에 절어서
공주처럼 지쳐서 돌아온다.
삼월(三月)달 바다가 꽃이 피지 않아서 서글픈
나비 허리에 새파란 초생달이 시리다.
-김기림 -
47 익명의 참치 씨 (6737005E+5) 2019. 8. 6. 오후 6:22:31물
흐르는
인생도
물처럼
셀프다
-이환천 -
48 익명의 참치 씨 (6737005E+5) 2019. 8. 6. 오후 6:23:53영혼
내영혼은
먼지없이
깨끗하다
선배에게
매일같이
탈탈털려
-이환천 -
49 익명의 참치 씨 (6737005E+5) 2019. 8. 6. 오후 6:26:36술
용기나게
하지마
책임도
못지면서
-하상욱 -
50 익명의 참치 씨 (6714809E+5) 2019. 8. 22. 오전 9:17:52더 많이 사랑하는 것외에
다른 사랑의 치료약은 없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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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익명의 참치 씨 (0924461E+5) 2019. 8. 25. 오후 5:08:28눈물, 덧없는 눈물
눈물, 덧없는 눈물, 그게 무엇을 뜻하는지 난 알 수 없네
어느 거룩한 절망의 심연에서 나온 눈물
가슴으로부터 솟구쳐 두 눈에 고이네
행복한 가을 들녘을 바라보면서
가버린 날들을 생각하노라면
생생하여라, 돛단배에 반짝이는 첫 햇살처럼
저승에서 우리 친구들을 데려오는 것
슬프구나, 돛단배를 붉게 물들이는 마지막 햇살처럼
사랑하는 이들을 싣고 수평선 너머 사라지는 것;
그렇게 슬프고, 그렇게 생생하여라, 가버린 날들은
아, 슬프고 낯설구나, 여름날 동틀 녘의 어둠처럼
잠이 덜 깬 새들의 첫 지저귐
죽어가는 귀들에게는, 그리고 죽어가는 눈들에게는
창틀은 천천히 흐릿한 네모꼴로 커진다;
그렇게 슬프고, 그렇게 낯설구나, 가버린 날들은
다정하여라, 죽은 후 기억되는 키스처럼
그리고 감미로워라, 실현될 수 없는 환상의 키스처럼
다른 사람들을 위한 입술 위; 사랑처럼 깊은,
첫사랑처럼 깊은, 그리고 그 모든 회한으로 미칠 것 같은
오, 삶 속의 죽음이어라, 가버린 날들은!
-앨프리드 테니슨 -
52 익명의 참치 씨 (0924461E+5) 2019. 8. 25. 오후 5:11:39새벽녘의 죽음
여행자여, 그대는 새벽녘에 길을 떠나야 하오
개의 코끝처럼 축축한 대지 위에
그대의 발을 문질러야 하오
해가 떠올라, 그대의 등불을 끄게 하오
희미한 빗살이 하늘빛 속으로 파고드는 걸 보시오
일찍 일어나 괭이에 붙은 지렁이를 떨치기 위해
무명으로 동여맨 다리, 그대의 그림자를 활기차게 뻗친다오
황혼의 죽음과 슬픈 보복이 아니오
이 부드러운 점화, 살며시 멀어져가는 미풍
달리는 상쾌함, 그리고 새로이 시작되는 하루에 대한 불안감
짐을 실은 낡은 배는 움츠리고
잠든 시장을 깨우기 위한 얼굴 없는 무리가 되어
안개 속을 덮친다오
어느 겨울날 갑작스레
이 덮개 위로
새벽녘 외로운 트럼펫 주자의 죽음을 불러온
폭도와도 같이
새하얀 깃털 조각들…
그러나 그것은 헛된 의식이었네
화해는 우울하게 지속되고
오른발이 환희를 향해 나가기도 전에
왼발은 두려움에 떠는구나
어머니는 애절하게 기도하네
아이야, 허기진 길이 기다릴 때에는
제발 길을 떠나지 말거라
여행자여, 그대는 길을 떠나야 하오
새벽녘에
성스러운 시간의 경이로움을 나는 약속하오
파들거리며 축 늘어진 흰 닭
격노한 날개 위로 감히 도전하려는
인간의 진보라는 잘못된 찢김
그러나 그렇게 또 하나의 죽어가는 영혼
친구여, 네 발명품의 갑작스러운 포옹 속에
말을 잃은 너, 이것은 조롱 속에 찌푸린 얼굴
이 일그러진 마지막 모습 – 나!
-월레 소잉카 -
53 익명의 참치 씨 (0924461E+5) 2019. 8. 25. 오후 6:10:51아프리카
아프리카, 나의 아프리카!
대대로 물려받은 대초원에서 당당하던 무사들의 아프리카
나의 할머니가 머나먼 강둑에 앉아 노래한 아프리카
나는 그대를 결코 알지 못하지만
내 얼굴은 그대의 피로 가득하다.
들판을 적시는 그대의 아름다운 검은 피,
그대가 흘린 땀의 피,
노동의 땀,
노예 생활의 노동,
그대 아이들의 노예 생활
아프리카, 말해 보라, 아프리카
이것이 당신인가, 휘어진 이 등이
찌는 듯한 길바닥에서 채찍마다 예예 굽신대는
붉은 상처들로 떨고 있는 얼룩무늬의 이 등이?
그때 묵직한 목소리가 대답한다.
- 성급한 아들아, 이 젊고 튼튼한 나무
창백하게 시든 꽃들 가운데
눈부신 외로움으로 서 있는
바로 이 나무,
이것이 아프리카다. 새싹을 내미는
끈기 있게 고집스럽게 다시 일어서는
그리고 그 열매에 자유의 쓰라린 맛이
서서히 배어드는 이 나무가.
-다비드 디오프 -
54 익명의 참치 씨 (3943031E+5) 2019. 9. 5. 오후 10:31:36나의 옆집에는
직장이 없는 백수 아저씨가 살고 있다
아니, 사실 백수가 아닐지도 모른다
나의 아랫집에는
일곱 살 여자아이가 살고 있다
아니, 사실 일곱 살이 아닐지도 모른다
나의 윗집에는
신혼 부부가 살고 있다
아니, 사실 신혼이 아닐지도 모른다
사실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
ㅡ버스정류장 인문학글판 공모전 창작시 공모
김예건 -
55 익명의 참치 씨 (480143E+56) 2019. 9. 25. 오후 11:26:00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 듯합니다
가슴 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
나의 청춘이 아직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마디씩 불러봅니다.
소학교 때 책상을 같이 했던 아이들의 이름과 패, 경, 옥,
이런 이국 소녀들의 이름과, 벌써 애기 어머니 된 계집애들의 이름과,
가난한 이웃사람들의 이름과, 비둘기, 강아지, 토끼.
노새, 노루, 프랑시스 잠, 라이너 마리아 릴케, 이런 시인의
이름을 불러봅니다.
이네들은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별이 아스라이 멀듯이.
어머님.
그리고 당신은 저 멀리 북간도에 계십니다.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
이 많은 별빛이 내린 언덕 위에
내 이름자를 써보고
흙으로 덮어버리었습니다.
딴은 밤을 새워 우는 벌레는
부끄러운 이름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
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무덤 위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
내 이름자 붙인 언덕 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 듯합니다
가슴 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
나의 청춘이 아직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마디씩 불러봅니다.
소학교 때 책상을 같이 했던 아이들의 이름과 패, 경, 옥,
이런 이국 소녀들의 이름과, 벌써 애기 어머니 된 계집애들의 이름과,
가난한 이웃사람들의 이름과, 비둘기, 강아지, 토끼.
노새, 노루, 프랑시스 잠, 라이너 마리아 릴케, 이런 시인의
이름을 불러봅니다.
이네들은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별이 아스라이 멀듯이.
어머님.
그리고 당신은 저 멀리 북간도에 계십니다.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
이 많은 별빛이 내린 언덕 위에
내 이름자를 써보고
흙으로 덮어버리었습니다.
딴은 밤을 새워 우는 벌레는
부끄러운 이름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
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무덤 위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
내 이름자 붙인 언덕 위에도
자랑처럼 풀이 무성할 게외다.
- 윤동주, 별 헤는 밤 -
56 글이 이상해!! (480143E+56) 2019. 9. 25. 오후 11:28:06한 번 더...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 듯합니다
가슴 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
나의 청춘이 아직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마디씩 불러봅니다.
소학교 때 책상을 같이 했던 아이들의 이름과 패, 경, 옥,
이런 이국 소녀들의 이름과, 벌써 애기 어머니 된 계집애들의 이름과,
가난한 이웃사람들의 이름과, 비둘기, 강아지, 토끼.
노새, 노루, 프랑시스 잠, 라이너 마리아 릴케, 이런 시인의
이름을 불러봅니다.
이네들은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별이 아스라이 멀듯이.
어머님.
그리고 당신은 저 멀리 북간도에 계십니다.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
이 많은 별빛이 내린 언덕 위에
내 이름자를 써보고
흙으로 덮어버리었습니다.
딴은 밤을 새워 우는 벌레는
부끄러운 이름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
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무덤 위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
내 이름자 붙인 언덕 위에도
자랑처럼 풀이 무성할 게외다.
- 윤동주, 별 헤는 밤 -
57 익명의 참치 씨 (6981044E+5) 2019. 10. 16. 오후 8:46:56코스
신발 끈 더 꽉 묶어./ 우리가 함께 할 코스는/ 백미터 단거리가 아니라/ 마라톤이야 이 멍청아.
…귀여니야 이게 시냐?(웃음) -
58 익명의 참치 씨 (053275E+54) 2019. 11. 5. 오후 9:28:28노동의 새벽
박노해
전쟁 같은 밤일을 마치고 난
새벽 쓰린 가슴 위로
차거운 소주를 붓는다
아
이러다간 오래 못가지
이러다간 끝내 못가지
설은 세 그릇 짬밥으로
기름투성이 체력전을
전력을 다 짜내어 바둥치는
이 전쟁 같은 노동일을
오래 못가도
끝내 못가도
어쩔 수 없지
탈출할 수만 있다면,
진이 빠져, 허깨비 같은
스물아홉의 내 운명을 날아 빠질 수만 있다면
아 그러나
어쩔 수 없지 어쩔 수 없지
죽음이 아니라면 어쩔 수 없지
이 질긴 목숨을,
가난의 멍에를,
이 운명을 어쩔 수 없지
늘어쳐진 육신에
또다시 다가올 내일의 노동을 위하여
새벽 쓰린 가슴 위로
차거운 소주를 붓는다
소주보다 독한 깡다구를 오기를
분노와 슬픔을 붓는다
어쩔 수 없는 이 절망의 벽을
기어코 깨뜨려 솟구칠
거치른 땀방울, 피눈물 속에
새근새근 숨쉬며 자라는
우리들의 사랑
우리들의 분노
우리들의 희망과 단결을 위해
새벽 쓰린 가슴 위로
차거운 소주잔을
돌리며 돌리며 붓는다
노동자의 햇새벽이
솟아오를 때까지
-
59 익명의 참치 씨 (9478042E+5) 2019. 11. 21. 오전 6:42:45마침내 연기가 걷혔을 때
나는 볼 수 있었다.
거대한 비행접시를.
접시는 평평했고 하얀 색이었는데
가까이 가서 보니 담뱃갑들로만
이루어져 있었다.
하나 둘 친구들이 비행접시 위에
올랐다. 나도 그렇게 했다.
접시 안에는 담배들이 수두룩하게
들어 있었다.
"우와 담배다!"
모두가 환하게 웃으며
담배 다발에서 헤엄쳤다.
나는 한 개비를 들어서 불을 붙이고
처음으로 담배를 피워 보았다.
친구들이 알려주는 대로
천천히 연기를 빨아들이고
삼키면서 음미한 뒤 코로 내뿜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이딴 걸 왜 피는 거지.
ㅡ담배만이 우리 세상, 류연웅 -
60 익명의 참치 씨 (3054787E+5) 2020. 7. 14. 오후 4:16:55유언
ㅡ 아들, 딸에게
절대로 남에게 베푸는 사람 되지 말아라.
희생하는 사람 되지 말아라.
깨끗한 사람 되지 말아라.
마음이 따듯해서 남보다 추워도 된다는 생각하지 말아라.
앞서 나가서 매맞지 말아라.
높은 데 우뚝 서서 조롱 당하지 말아라.
남이 욕하면 같이 욕하고
남이 때리면 같이 때려라.
더 욕하고 더 때려라.
남들에게 위로가 되기 위해 웃어주지 말아라.
실패하면 슬퍼하고 패배하면 분노해라.
빼앗기지 말아라.
빼앗기면 천배 백배로 복수하고 더 빼앗아라.
비겁해서 행복질 수 있다면 백번이라도 비겁해라.
천국과 지옥이 있다고 믿지 말아라.
큰 교회 다녀라.
세상에 나쁜 짓이 있다고 믿지 말아라.
부끄러운 짓이 있다고 믿지 말아라.
양심과 선의는 네 것이 아니라고 생각해라.
네가 나서지 않아도 누군가 나설 것이라고 생각해라.
너보다 못나고 덜 가진 사람과 가까이 지내지 말아라.
패배자들을 경멸하고 혐오해라.
너에게 기회와 이득이 되는 사람에게 잘 보여라.
항상 그들과 동행해라.
들키지 말아라.
앞에서 못 이기면 뒤에서 찔러라.
지지 말아라.
이기고 짓밟고 넘어서고 보아라.
왼쪽이든 오른쪽이든 확실하게 줄을 서라.
중도는 죽는다.
약자를 이용해라.
어디서든 페미니스트를 자처해라.
기회주의자들에게 잘 배워라.
위선자들을 조심하되 위선에 능해야 한다.
너의 유식과 성찰이 스스로를 괴롭히지 않게 해라.
무슨 수를 써서든 비싼 밥을 먹고 비싼 잠 자라.
좋은 옷 입고 좋은 차 타라.
벗은 거지는 굶고 입은 거지는 먹는다는 말 명심해라.
그러나 겉으로 겸손하고
예의 바른 사람처럼 보이는 것은 처세에 도움이 된다.
너보다 힘 센 자들에게 인사 잘 하고 다녀라.
세상이 바뀔 거라는 생각 하지 말아라.
더 좋아질 거라는 생각 하지 말아라.
너 하나만 잘 살면 된다.
오직 너 하나만 잘 살면 된다.
세상의 정의를 믿지 말고 네 안락의 나침반을 믿어라.
세상에 정의란 없다.
오래 살아라. 명심해라.
ㅡ유언, 류근
-
61 익명의 참치 씨 (4GfZng6dcM) 2021. 2. 26. 오후 5:31:31아무도 그에게 수심(水深)을 일러준 일이 없기에
흰 나비는 도무지 바다가 무섭지 않다.
청(靑)무우밭인가 해서 내려갔다가는
어린 날개가 물결에 절어서
공주처럼 지쳐서 돌아온다.
삼월(三月)달 바다가 꽃이 피지 않아서 서글픈
나비 허리에 새파란 초생달이 시리다.
바다와 나비, 김기림 -
62 익명의 참치 씨 (XRGAmjaifo) 2021. 2. 26. 오후 6:52:25텅 빈 사람들.
1.
우리는 텅 빈 사람들
우리는 박제된 사람들
모두 기대고 있으며
머릿속은 짚으로 가득 찼다
슬프다, 우리의 메마른 음성은
우리가 함께 속삭일 때조차
마른 풀잎을 스치는 바람처럼 건조한 지하실
깨진 유리 위를 달리는 쥐들의 발자국처럼
소리도 의미도 없다
형체 없는 모양, 색깔 없는 그림자,
마비된 힘, 움직임 없는 몸짓
죽음의 다른 왕국을 부릅뜬 눈으로
건너간 사람들은 우리를 기억한다
잃어버린 난폭한 영혼들이 아닌
그저 텅빈 사람들로서
박제된 인간으로서
2.
꿈에서도 감히 마주한 적 없는 눈길들
죽음의 몽유 왕국에서
그들은 결코 나타나지 않는다
저기, 그 눈(目)들이
부러진 기둥의 햇살 중에 있고
흔들리는 나무에 있다
그리고 목소리들,
저무는 별빛보다
희미하고 장중한
바람의 노래 속에 깃든 음성들
내가 저 죽음의 꿈 속 왕국으로부터
가까이 있지 않게 하도록
또한 쥐의 겉옷, 까마귀 거죽,
바람 부는 대로 흔들리는
들판의 십자가 말뚝처럼
치밀한 변장을 하도록
더 가까워지지 않기를
황혼의 왕국에서 맞는
마지막 대면은 아니길
3.
이곳은 죽음의 땅
선인장의 땅
여기서 돌의 형상들이 일어나
희미해지는 별의 명멸 아래
죽은 이들의 손에서
탄원을 받는다
이곳은 죽음의 다른 왕국과
같은 곳인가
홀로 일어나
우리가 자비로움에
떨고 있을 시간
입맞춤하는 입술은
기도자를 부서진 돌로 바꾼다
4.
눈(目)들이 부재하는 곳
이곳엔 눈들이 없다
여기 죽어가는 별들의 계곡
이 텅 빈 계곡에
우리의 잃어버린 왕국들의 부서진 턱뼈
이 마지막 만남의 자리에서
우리는 서로를 더듬어 찾고
그러면서도 애써 말은 피한다.
부어오른 강가에 모여
볼 수 없으나
눈들은 다시 나타난다
영속하는 별처럼
사멸의 황혼 왕국에 피는
다엽 장미처럼
텅 빈 인간들의
유일한 희망
5.
여기서 우린 선인장 주위를 맴돈다
가시로 덮인 선인장
아침 다섯 시면
우리는 선인장 주위를 돈다
이상과 현실 사이
동작과 행동 사이에
그늘이 드리운다
왕국은 그대들의 것
관념과 창조 사이
감정과 반응 사이에
그림자가 진다
인생은 길다
욕망과 충동 사이
발생능(發生能)과 존재 사이
본질과 그에서 파생된 것들 사이에
그림자가 드리운다
왕국은 그대들의 것
그대의 삶은 그대의 것
세상은 이렇게 끝나는구나
세상은 이렇게 끝나는구나
세상은 이렇게 끝나는구나
쾅 소리가 아닌 훌적임과 함께
-T.S. 엘리엇 -
63 익명의 참치 씨 (hE4qOOX3us) 2021. 2. 28. 오후 7:08:02봐줬으면 하는 것은 완벽한 모습
사랑해줬으면 하는 것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
보고도 못 본 척 해줬으면 하는 것은
둘 사이에서 흔들리는 모습
-《만신》 쿠보 타이토 -
64 익명의 참치 씨 (1ElvXvs586) 2021. 3. 29. 오전 2:40:09어떤 사람은 이 세상이 불로 끝나리라 말하고,
어떤 사람은 얼음으로 끝나리라 말한다.
욕망을 맛본 나는 불을 택한 사람들 편에 섰다.
하지만 만일 세상이 두 번 망해야 한다면
이미 증오에 대해 알고 있는 나는 이렇게 말하리라,
얼음도 불 못지않아 충분히 세상을 파멸시키리라고.
-로버트 프로스트 -
65 익명의 참치 씨 (NA5P0aRtGE) 2021. 3. 29. 오후 10:50:14울 옆엔 맑은 시냇물,
그 위엔 누대가 서있고
대 앞에는 가득히 복사꽃이 만발했네.
꽃잎을 은밀하게 흐르는 물에 띄워보내지 말라.
어부가 찾아들까 염려되나니. -
66 익명의 참치 씨 (klHmWx04Y.) 2021. 3. 29. 오후 11:10:49머리칼도 손톱도 모두 보물처럼 아름답게 치장하는데
어째서 자신의 몸에서 떨어져나간 것만으로
더럽고 기분 나쁜 것이 되어 버리는걸까.
대답은 간단.
그것들은 모두 자신이 죽은 모습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