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6373084> [청춘 BL 1:1] 어느 일몰, 수평선으로의 낙일 1 (131)
◆xaTAtNGIMo
2021. 11. 19. 오후 8:39:18 - 2021. 12. 11. 오후 12:5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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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xaTAtNGIMo (9XMSUBWQ6A) 2021. 11. 19. 오후 8:39:18당신의 아름다운 여름이 기다리는 곳, <ruby 樂馹>낙일</ruby>신도시.
낙일신도시는 아열대성 기후를 보이는 해안도시로, 정부의 신도시 사업의 대상이 되어 2010년도즈음 해서부터 3기 신도시로 선정되어 개발된 도시이기도 하다. 드넓은 하얀 백사장과 대양에 접한 에메랄드빛 해안선, 수려한 풍광의 산지를 모두 갖추고 있기에 예전부터 여행지로 명성이 높았으며, 일반적인 도시로 개발된 여타 신도시들과는 달리 철도노선 연결과 시내 대중교통 확충, 상업지구 및 관광지구 재개발, 상업과 숙박업에 대한 조례 재정비, 호텔 신설, 낙일국제공항 개항을 거쳐 본격적인 관광도시로 개발되었다. 사무밀집구역보다 상업지구와 관광지구, 유흥가의 비율이 더 높은 환락의 도시로, 시내 중심가는 밤이 깊어도 불이 쉬이 꺼지지 않는 여름밤의 불야성이 된다. 수평선에 드리우는 노을빛을 뒤집어쓴 야자나무의 그림자를 배경으로 멀리 보이는 시내의 화려한 야경은 낙일신도시를 대표하는 이미지가 되었다.
낙일신도시에 위치한 고등학교인 사립노을고등학교. 낙일시 특유의 방종한 생활풍조 때문에 다른 지역의 고등학교보다도 학생들을 약간 더 엄격하게 다잡는 고등학교이지만, 그래도 충분히 학업 외에도 청춘의 추억을 만들고 즐거운 나날을 보낼 수 있을 만큼은 되는 그런 여느 학교. 학교 운동장에서 낙일시의 해안선이 내다보이고, 조금만 걸어가면 금방 해안가에 도착할 수 있는 학교.
노을고등학교에서, 당신이 두 번째로 맞이하는
어느 여름이었다. -
1 우성호 ◆xaTAtNGIMo (9XMSUBWQ6A) 2021. 11. 19. 오후 8:40:45이름 : 우성호
나이 : 18
외형 : 적잖이, 맹수라는 느낌이 있었다.
멀거니 키가 큰 183센티미터 정도의 신장에, 떡 벌어진 어깨. 온 몸에 맨손운동으로 다져진 날렵하고도 단단한 근육들과 힘줄들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어 사람보다는 맹수같은 체격이다. 눈꼬리는 조금 비스듬하게 처져 있으나 눈썹이 항상 뭔가 대단히 거슬리는 일이 있다는 듯 역팔자로 세워져 있어 첫인상부터 쉽게 다가가기 어려운 카리스마가 있다. 머리카락은 본디가 빛깔이 옅은 갈색이며, 적포도주를 연상케 하는 적갈색의 눈동자를 갖고 있다. 우뚝한 콧대며, 형상이 분명한 입 등 사나운 인상임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조형이 좋고 형상이 뚜렷하며 비율이 좋은, 꽤 잘생긴 미남이다. 그와 가까이 지내는 이들이 증언하기를 연예기획사 PD에게 명함을 받는 일이 몇 번 있었다고 한다. 옷차림은, 적어도 학교에 나올 때는 교복 구색을 갖춰서 입어주려는 최소한의 성의는 보이지만, 사복은 본인의 제멋대로인 심미안에 따라 고른다.
https://picrew.me/image_maker/80385
성격 : 꽤 많은 아이들이 그를 두려워했다.
반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평범한 아이들은 그가 없는 곳에서는 그를 보고 공공연히 '얽히고 싶지 않다' 고 말하곤 한다. 고집이 센데 변덕도 만만찮고, 그 변덕에 거슬리는 일이 있으면 바로 짜증을 내기 일쑤인 자기중심적이고 제멋대로인 소년이다. 그와 잘 지낼 수 있는 아이들은 그의 향락중심주의적 사고와 코드가 맞는 몇몇 양아치 정도다. 양아치들 사이에서는 '놀 줄 알고 유쾌한 싸이코 겸 물주' 정도의 평판인 듯하다.
그나마 반의 다른 아이들에게는 다행이라고 할까, 이 말썽쟁이는 순순히 학생 노릇 하는 것은 적성에 맞지 않는지 학교의 출결도 제멋대로다. 학생의 본분 운운하는 이야기는 통하지 않으며, 술이며 담배는 기본이고 오토바이도 타고 다닌다는 듯. 행동에 깊이가 없고 일단 지금 기분좋으면 그만인 향락주의적인 행동을 보이며, 금전적 형편이 상당히 부유한지 기분에 따라 일반적인 학생의 범주에서 감당할 수 없는 지출도 쉽게 펑펑 써버리곤 한다. 이 사람 저 사람에게 쉽게 치근덕대나, 다가왔을 때만큼이나 쉽게 흥미를 잃어버리고 떠나가기도 한다. 그만큼 인간관계도 딱히 바람직하거나 깊이있는 인간관계는 맺어본 적이 없고, 만성적으로 인간에게 비관적인 관점을 가지게 되었다. 이리 흩날리고 저리 나부끼는 자기파괴적이라고까지 할 수 있는 모습은, 마치 평범한 사람에게는 마음 속에 뼈처럼 자리잡고 있기 마련인 어떤 무언가가 결여되어 있는 모습 같기도 하다.
기타 : 국내 대기업 경영진 일가의 막내이자 사생아. 아버지의 본처에게는 벌레 취급에, 이복형제자매들에게선 미운 오리새끼 취급. 그나마 가족 중에서 자기를 가장 덜 거슬려하는 아버지도 어디까지나 덜 거슬려하는 수준이지 '원치 않은 자식이라 성가시지만 그래도 어쨌건 내 책임이니 책임은 져준다' 는 느낌일까. 뭐, 카드 하나 달랑 들고 가출해서 무턱대고 원룸을 계약했을 때도 아무도 걱정하는 말 한 마디 없었고, 아버지만이 연락을 와서는 다달이 용돈과 생활비, 월세를 내주마고 약속한 정도일까. 청담동 별세계에서 한 나라의 최상위권의 삶을 살고 있는 그네들에게는 그들 기준 아주 저렴한 푼돈으로 집안 분위기 싸하게 만드는 눈엣가시 하나를 뽑아서 제껴놓을 수 있다는 사실이 참 기꺼울 것이다.
사실, 다른 학생의 책무에 시달리는 고등학생들이 듣기에는 환상의 나라 같은 이야기일 것이다. 어른도 쉽게 생각할 수 없는 돈을 다달이 용돈으로 받아가면서 아무도 간섭하지 않는 혼자만의 집에서 왕자처럼 사는데 잔소리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니.
그렇지만 성호는 차라리 자신에게 잔소리를 해줄 누군가가 있었으면 했다. -
2 남궁하제◆HHvMQGXIxA (TvBoHiFFZ.) 2021. 11. 19. 오후 8:45:40https://picrew.me/share?cd=ob817zgzR4
이름 : 남궁 하제
나이 : 18
외형 : 키가 큰 편도 체구가 좋은 편도 아니었다. 단지 몸이 몸이 가늘고 비율이 좋아서 멀리서 보면 가까이서 볼 때 보다 커보일 따름이었다. 검푸른 머리카락을 단발로 정리하고, 앞머리는 눈썹 아래까지 길렀으나 머릿결이 상하는 일은 없고 언제나 찰랑거리며 보기 좋은 광채와 기분좋은 촉감을 지니고 있다. 이때문에 종종 제 앞머리를 메만지는 습관이 나왔을지도 모른다. 옷매무세는 언제나 피부의 노출이 최소화 되도록, 적어도 사지 말단에 목 윗부분만이 밖으로 보이도록 말끔하게 차려입고 다닌다. 작은 머리에 흰 피부, 길고 가는 목, 오똑한 코에 큰 눈망울. 부드러운 눈매에, 동공보다 조금 아래까지 쳐져있는 눈초리. 놀랍게도 긴 속눈썹이 촘촘하게 나있는것도, 눈썹이 진하지 않고 얇게 뻗어있는 것도 믿음직스럽다기 보다는 보기 좋은 인형에 더 가까운 인상을 주었다. 왼쪽 눈 끝에 작은 눈물점이 있다는 것도, 작은 특징.
키도 체구도 그렇게 큰 편은 아니라고 했으나 그럼 결국 실제 키와 체중은 어떻게 될까? 본인은 별 생각이 없으나 정확히 170cm에 51kg. 만져보면 뼈밖에 없다.
성격 : 활달함과는 거리를 두는 조용하고 차분한 성격. 실제로도 밖에서 뛰어놀기 보다는 조용히 혼자 책을 읽는것을 좋아하고, 혼자 카페를 가서 새로운 메뉴를 시켜보거나 가보지 못했던 곳을 걸어서 가보는 것이 취미이다. 다른 사람들과 특별하게 대화를 꺼리는 편은 아니지만 묘하게 거리감이 좁혀지지 않는다는 평이 많으며, 실제로도 일부러 그러한 거리감을 유지하고 있다. 신비로운 전학생 컨셉이나, 조용하고 쿨한 독서가 타입의 평판을 바라는 것은 아니며, 되려 주변인들의 평판에는 크게 관심이 없다고 주장한다. 물론, 신경은 쓴다. 아주 많이. 하지먼 내색하지 않고, 담담하게 스스로의 항상성을 유지해나가려 한다. 언제나 깔끔한 상태를 좋아하기 때문에 방과후에 일부러 남아서 청소를 도와주거나 주변에 있는 쓰레기가 보이면 주워서 직접 처리하는 편이다. 아무리 그래도 질척질척하고 끈적끈적한 녀석들 까지 처리하기에는 정신력이 너무 소모되니 못본척 하고 빙 둘러가기는 하지만. 하여튼, 성격 덕분인지 주변의 자리는 언제나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았던것 처럼 말끔하고 광택이 난다. 아, 깔끔한 것을 좋아한다의 맥락으로 하제는 후각이 좋은 편인데, 이때문에 악취에 민감하여 가벼운 향수같은 것을 들고 다니는 편이다. 주변인들이 빌려달라면 흔쾌하게 빌려주고 주위에도 뿌리고... 물론 본인이 사용하는 향수는 또 다른 녀석이다. 주변에 빌려주는건 싸고 대용량에 탈취성이 강한 녀석. 본인이 쓰는건 조금 가격이 나갈지언정 잔향성이 길고 향이 희미하지만 맡게되면 좋아할 수 밖에 없는 그런 종류.
자아, 이정도 이야기 했다면 일종의 결벽증이 있는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 수가 있겠는데 그것은 완벽히 정확한 추론이라 할 수 있겠다. 지저분한 것과 비위생적인 환경에 불편감을 느끼기 때문에 언제나 가방에 물티슈와 에탄올젤이 있는 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손을 씼는것은 좋아하지만, 화장실은 이상할 정도로 드물게 들리는 편이다.
기타 :
목떡 https://youtu.be/xYXGfzgjEoE -
3 하제주 (TvBoHiFFZ.) 2021. 11. 19. 오후 8:47:09>>0 퀄리티 너무 높은거 아니야? 두려울 지경이다 성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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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성호주 (PzwsAbLg6E) 2021. 11. 19. 오후 8:55:35청소년이 지긋지긋한 서울에서의 삶을 내팽개치고 어딘가 지방도시로 도망친다면 어떤 곳이 좋을까- 하는 생각으로 썼어~ 그 왜 청춘소설에 보면 이따금 나오는 클리셰가 있잖아? 가출청소년이 동해바다로 무턱대고 여행을 떠나버리는 그런 거 말야~ 그런 여행지를 하나의 도시로 구체화시킨 느낌? 그런 느낌이 마음에 들었다면 기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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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하제주 (TvBoHiFFZ.) 2021. 11. 19. 오후 8:58:20>>4 선생님 덕분에 매일 밤이 새로워질것 같으네요
그래서 대망의 첫 일상을 하기 전에 둘의 관계나 자잘한것 부터 정해야 할텐데.. 내가 슬슬 가야 할 시간이라 내일 정해도 될까? -
6 성호주 (PzwsAbLg6E) 2021. 11. 19. 오후 9:04:00"1:1" "청게" 이 설레는 키워드들에 부끄럽지 않은 배경을 가져오고 싶었는걸-
전에도 일댈 청게 구해보려 했다가 파토난 적이 몇 번 있어서 그 아쉬움까지 다 몰빵했어~
아홉 시면 가는구나. 응, 내일 만나~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아. 기다리고 있을게~ -
7 하제주 (DTU7cqaMVA) 2021. 11. 20. 오전 8:04:08안녕 안녕 토요일의 아침이 밝았다!
하고싶은 이야기는 어떤거였는지 기대되는걸!
일단 조율해보고 싶었던건
시작 시점, 관계, 집의 위치, 겹치는 교유의 유무, 서로에 대한 인식
정도였네!
나는 각각
여름 , 이름 정도만 아는 관계, 가까움, 없음, 하제->성호 : 꺼림직스러운 애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
8 성호주 (pvfvDRyabA) 2021. 11. 20. 오전 8:56:23주말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편이구나! 3.3
하제주가 말해준 그 조율할 것들 이야기를 하려고 했었어. 우연이네 0.<찡끗
하제주 말대로, 시작 시점은 여름- 그것도 이제 슬슬 봄기운이 사라지고 한낮이 더워지기 시작한, 해수욕장이 개장하려면 아직 이삼 주 더 있어야 하는 어중간한 초여름이 좋을 것 같고, 관계는 다른 반이라면 정말로 접점이 없었을 테고 같은 반이어야 겨우 이름 정도만 딱 아는 관계겠네. 그나마도 성호는 출석도 띄엄띄엄 하는 편이라, 하제가 기억하고 있는 성호의 모습은 반의 불량한 애들이 뭉쳐있을 때 멀리서 지나가면서 힐끔 보거나 수업시간에 뒷자리에서 책 세워놓고 자고 있는 모습 정도겠다. 성호는 아마 하제 이름도 기억 못하고 교실에서 봤던 것 같은데.. 하고 있을 것 같고. 하제 입장에선 성호가 꺼림칙할 만도 할 거야~
집의 위치는 일댈 스레에서 조율할 때 이야기가 나왔었지. 하제의 집이 우연히 성훈이의 원룸이랑 가까워서 선생님이 하제더러 성훈이 좀 챙겨주라고 무책임하게 떠맡겨버리는.. ^.^ 그러면 이제 등교길도 겹치겠고 하제가 어디 다른 데에서 묵을 일이 있으면(가출이나 가족들이 다른 일로 집을 비워서 자신도 어딘가 다른 데 묵는 게 좋을 만한 그런 상황) 성호네 집에 올 수도 있겠고...
그래서 중요한 건 첫일상 주제 말인데,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게 있거든... 들어보시겠습니까 -
9 성호주 (pvfvDRyabA) 2021. 11. 20. 오전 8:57:10중간에 모 존잘배우님 성함이랑 성호 이름을 헷갈려서 다른 이름이 들어갔는데 무시해줘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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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하제주 (DTU7cqaMVA) 2021. 11. 20. 오전 9:07:03>>8 생각하는게 많이 겹쳐서 좋습니다.... 그래도 이름 특이하니까 이름정도는 알줄 알았는데 이런 면이 조금 더 앙칼져 보여서 좋아 ㅋㅋㅋㅋㅋ 하제도 가족이랑 사이 안 좋으니까 가끔 원룸쪽으로 갈수도 있겠다
첫일상은 어떤게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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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성호주 (pvfvDRyabA) 2021. 11. 20. 오전 9:35:20※ 영상에 나오는 시각요소들이 현대미술 스타일로 난해하니까 이런 거 싫어하면 안 봐도 돼
첫일상 말이지, 하제가 유인물 갖다줄 때 성호가 인상 찌푸리는 게 아니라 뭐냐 또 보네- 하고 나른하게 웃을 만한 구성으로 시작하고 싶어서..
하제가 아침 등교길에 지하철이나 모노레일을 타려고 기다리고 있는데, 역을 둘러보다가 갑자기 이상한 사람이나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을 마주쳐서 곤란한 듯이 물러서다가 스크린도어까지 몰렸는데 마침 그 옆에 있던 성호가 하제를 자연스럽게 슥 데리고 지하철에 타버린다던가 하는 첨부한 영상의 저런 느낌? 그러고 나서 서로 짧게 이야기나누고는 하제는 학교에 갔는데, 학교 수업 마치고 나니까 선생님이 성호한테 프린트 좀 전해주라고 부탁하는 그런 걸로.
그런데 하제가 등교길에 대중교통을 이용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하제네 집과 학교가 가깝다고 정해두고 싶다면 아침 등교길이 아니라 어제 저녁에 장을 보러 가거나 다른 볼일이 있어 어디 가다가 낯선 역에서 위의 상황을 겪는다고 해도 좋아! -
12 하제주 (DTU7cqaMVA) 2021. 11. 20. 오전 9:49:54좋아 그러면 한 여름밤의 지하철을 한 번 경험해보도록 할까! 일상 선레는 내가 선수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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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하제주 (DTU7cqaMVA) 2021. 11. 20. 오전 9:58:10그거랑 별개로 저 영상 되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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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성호주 (pvfvDRyabA) 2021. 11. 20. 오전 10:03:07>>12 앗... 고마워! 느긋하게 기다리고 있을게- 잠도 깰 겸 커피 타와야겠다
>>13 유튜브 애니메이션의 팬메이드 2차 창작이야! 본편인 ENA 시리즈도 츄라이(?) -
15 하제 - 성호 (DTU7cqaMVA) 2021. 11. 20. 오전 10:42:54매미도 노래하기를 멈춘 초여름의 밤. 아직은 시원하게 빛을 내리지르는 달도 눈만 깜빡하면 뚝뚝 녹아 흐르기까지 얼마 안 남았음을 알게 되는건 짧은 삶일지라도 배울 수 있을법한, 얕은 관록이었다.
하제는 시외로 나가는 일이 잦았다. 시내에는 아는 사람이 너무 많았으며, 당장 내일 봐야하는 얼굴도 있었고, 개중에서 반길법한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었다. 터놓고 이야기할 사람이라고는 전부 멀리에 있었으니 가끔 '친구' 가 필요할 때에는 약속을 잡고 그 멀리에로 훌쩍 떠나고는 하는 것이다. 그렇게 평이한 삶으로의 복귀가 다가오면 언제나 어깨는 무겁고 먹은것이 없더라도 속이 메스꺼워지고 낯빛이 한층 더 하얗게 질려버리고야 말았다.
시외에서 시내로 들어서는 환승역. 피하는게 많은 이들이 자주 그러듯 하제는 피곤한 눈빛으로 이곳 저곳을 살핀 이후에, 꿈뻑꿈뻑 하고 제 눈을 의심했다. 만나기 싫은 사람중에서라면 손에 꼽을듯한 인간이 눈에 띄였기 때문이다. 객관적으로 봤을때, 하제의 눈에 뜬 그 인간은 나쁜 사람은 아니었으나 과하게 오지랖이 넓었고, 분위기를 읽을줄 몰랐으며, 지독하게 구시대적인 가치관을 강요하면서도 본인은 그것이 진심으로 타인을 위한다고 믿는, 얽히면 분명 밤자리가 안좋아질 타입이었다. 적어도 하제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 인간의 눈빛은 손에 든 작은 휴대폰에 집중되어 있었으나 언제 수많은 인파 속에서 자신을 발견하고 말을 걸어올지 모르는 일이기에, 하제는 그런 일은 극구 사양이라며 스크린도어쪽으로 슬금슬금 게걸음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래, 시선은 싫어하는 그 인간에게 고정한 체, 누구와 부딪히는지도 모르고 말이다.
가볍게 하제의 어깨가 성호의 몸체에 부딪히면 화들짝 놀라며 죄송합니다! 라는 말이 튀어나오는 모습을 볼 수 있었겠다. 그 후에 상대의 모습을 바라본다면 약간 얼빠진 얼굴을 하는것도 물론, 볼 수 있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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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성호주 (pvfvDRyabA) 2021. 11. 20. 오전 10:56:41선레가 수필 느낌이라 좋아~ 천천히 써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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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하제주 (DTU7cqaMVA) 2021. 11. 20. 오전 11:03:31천천히 와줘~ 나도 커피 한 잔 마셔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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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성호 - 하제 (pvfvDRyabA) 2021. 11. 20. 오전 11:31:59한 소년이 플랫폼에 서 있었다. 짝 달라붙는 민소매 티에 청바지를 입고, 여름용 얇은 후드집업을 삐딱하게 걸치고 있는 차림이다. 그는 어디론가 가려던 길이다. 그가 어디로 가는지는 알 수 없다. 사실 그 스스로도 어디로 가면 좋을지 잘 몰랐다. 적어도 그 원룸을 좀 빠져나오고 싶었을 뿐이다. 그 학생 한 명이 살기에 조금 여유롭기까지 한 원룸은 평상시에는 그에게 안락하고 멋진 궁전이자 피난처가 되어주었으나, 이따금 감옥으로 변신해 자신을 옥죄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럴 때마다 그는 발작적으로 원룸을 떨치고 나와서는 어디로든 가보려고 하는 것이다. 시내 중심가의 잘 아는 바, 백화점 명품관, 그럴듯한 식당, 영화관, PC방, 어디로든. 그러나 이따금 도무지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를 때가 있었다.
그때 툭, 하고 부딪혀온 게 있었다. 성호는 표정의 변화 없이 싸늘하게, 자신에게 부딪힌 뭔가를 바라보았다. 바라보는 순간에 성호는 잠깐 기억을 되짚어보았다. 이 얼굴을 어디서 봤는데 어디였더라. 그리고 이내 학교 어딘가에서- 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자기와 말을 섞으면서 자기 비위를 맞춰주는 몇몇 꼴통들 정도나 알고 있었지, 다른 '평범한' 놈들 따위에는 관심이 없었기에 이름은 기억이 안 난다.
툭 부딪혔음에도 불구하고 성호는 딱히 하제에게 뭔가 화가 나거나 하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하제에게 잠깐 시선을 뒀다가 다시 플랫폼으로 시선을 돌릴 뿐. 그렇지만 성호와는 별개로, 오히려 화들짝 놀라서 죄송합니다! 하는 말이 튀어나온 게 안 좋았다. 하제가 꺼림칙하게 여기는 그 인간이 익숙한 목소리를 알아듣고 이쪽을 바라봐왔기 때문이다. 아 과연, 핸드폰을 주머니에 쑤셔넣고는 이리로 저벅저벅 다가오고 있다. 그리고는 입을 열어 무언가를 말하려 한다- 무엇을 말하는지는 시끄러운 플랫폼의 음악이며 소음에 묻혀 잘 들리지 않지만, 어찌됐건 성가시게도 이리로 다가오고 있다는 게 문제다.
그렇게 저벅저벅 다가오던 그 사람이, 갑자기 정색하며... 아니 겁먹은 표정을 하며, 라는 말이 어울릴까. 표정을 바꾸며 멈춰섰다. 그리고 하제는 자신의 어께가 무언가 단단한 것에 휩싸여서 어디로 쭉 끌려가는 것을 느꼈다.
문이 닫힙니다, 하는 안내방송과 함께 문이 닫히고, 고개를 돌려보면 후드집업이 느슨하게 걸쳐진 팔이 하제의 어깨에 감겨있다. 후드집업 자락과 민소매 티 사이로 훤히 드러난 어깨에는 악마들이 성당에 가득 들어찬 풍경을 묘사한 것 같은 화려한 문신이 한가득 새겨져 있다. 반대 방향으로 고개를 돌려보면, 평소에 꺼림칙하게 여기던 불량한 동급생이 태연한 표정을 지은 채로 멀어져가는 플랫폼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다.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다. -
19 성호주 (pvfvDRyabA) 2021. 11. 20. 오전 11:33:06써놓고 보니 왠지 플랫폼에서 잠깐 만나고 헤어지는 게 아니라 성호가 뜬금없이 데이트나 해달라고 껄떡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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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하제주 (DTU7cqaMVA) 2021. 11. 20. 오전 11:33:39뭐야 뭐야 왤케 친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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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하제주 (DTU7cqaMVA) 2021. 11. 20. 오전 11:36:00>>19 데이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귀엽다 긔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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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성호주 (pvfvDRyabA) 2021. 11. 20. 오전 11:40:41성호는 되게 자기 흥미 본위로 행동한 것뿐인데 o_o
원래는 툭 부딪혔을 때 쯧 하고 혀 차는 게 일반적인데 하제 얼굴이 어디서 본 기억이 있어서+가까이서 보니 얼굴이 꽤 반반해서 잠깐 어디서 봤더라 하다가 쯧 할 타이밍을 놓친 거라고 생각하면서 썼어 ^u^
본인의 심미안 어쩌구 하면서 시트에 써놨는데 얼빠기질 좀 있습니다 -
23 하제주 (DTU7cqaMVA) 2021. 11. 20. 오전 11:51:35>>22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얼빠구나! 반반하다고 생각하는구나! 좋다 이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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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성호주 (pvfvDRyabA) 2021. 11. 20. 오전 11:57:16얼굴 보고 사람과 가까이 지내도 봤지만 지금까진 모두 무의미한 장난질이었는데 하제랑은 어떻게 흘러가려나~
성호랑은 달리 성호주는 순애주의자이기에 사랑은 얼굴만으로 맺어지는게 아니라 더 중요한 가치를 서로에게서 발견해야 진정한 사랑이라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하제는 성호에게 어떤 의미가 되어줄 수 있을지 -
25 하제 - 성호 (DTU7cqaMVA) 2021. 11. 20. 오전 11:59:42얼빠진 표정으로 상대를 물끄러미 올려다본 이유에야 여러가지 요인이 있었겠지만 언급할 정도로 중요한 것은 단 하나, 하제의 지인이었다는 점이다. 학교는 제멋대로 나오며, 바닥에 침을 뱉어 공공위생과 도덕이라고는 지키지 않는 부류의 학생들과 주로 어울리고(이 부분에서 하제는 성호에게 말조차 걸지 않으리라고 다짐할 법 했지만 세상사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것은 차후에 알게되었다), 체격도 자신보다 훨씬 크고 사나워 보이는 통에 엮여봐야 다칠 일 밖에 없다는 선입견을 가졌던 사람. 말이라고는 집 근처에 산다고 단임선생이 억지로 유인물을 쥐어주라고 했을 때, 그러니까 해질 무렵 집 정문에서 '이거, 단임선생님이 전해주라고 했어. 그리고 학교도 재깍재깍 나오래.' 정도의 말과 간단하게 실없는 이야기 몇 마디를 나눈게 전부인 사람. 불편하고 엮이기 싫은 사람을 피해 왔더니, 또 그런 일에 휘말린 겪이라 하제는 속으로 비명을 질렀다.
" 어. "
어깨에 단단한 손이 아무 예고도 없이 자신의 어깨를 휘감고, 우악하다고 표현할 만큼의 섬세함으로 자신을 지하철 내부로 이끄는 일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한 일이었다. 자연스럽게 시선이 닿는 곳에는 문신들이 가득히 세겨진 피부가 있었고, 그 모습에 하제는 눈을 크게 뜨다가 못 볼것을 봤다는 듯이 시선을 피하고는 작게 입을 열었다.
" 저, 성호야 어깨 좀 놔줄래..? "
어떠한 일이 일어났는지도 모른 체, 불편한 사람이 자신의 몸에 손을 얹는 것은 싫은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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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하제주 (DTU7cqaMVA) 2021. 11. 20. 오후 12:04:59>>24 서사벌레는 동족과의 교류에 큰 기쁨을 느끼고는 한다.(기쁨의 춤)
그렇지 서로에게 어떤 의미에서든지 대체할 수 없는 존재가 되어서 남은 삶에 큰 영향을 미치고야 만다면 그건 사랑일거야 -
27 성호주 (pvfvDRyabA) 2021. 11. 20. 오후 12:25:08>>26 하제주가 동족이라는 사실이 기쁘다. (마주 기쁨의 춤)
혹시 상황을 작위적으로 끌고가는 건 싫어하시나요~ (어깨에서 팔 풀러주려는 타이밍에 전철이 덜컹 하고 흔들린다거나) -
28 하제주 (DTU7cqaMVA) 2021. 11. 20. 오후 12:43:09>>27 아유 아유 너무 좋죠 없어서 못 먹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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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성호 - 하제 (pvfvDRyabA) 2021. 11. 20. 오후 12:46:51그 망할 우연이라는 게 참 얄궂은 법이다. 엮이기 싫은 인간들을 피하려고 해도 이렇게 마주치게 만들고는 하니까. 심지어 짜증나는 사람과 불편한 사람을 동시에 만나고, 심지어 불편한 사람 손으로 짜증나는 사람에게서 구해지다니. 대충 손에 걸리는 손잡이 아무거나 거머쥔 성호가 하제를 재밌다는 듯이 바라보았다. 하제의 입에서 자기 이름이 나올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는지, 성호가 하제에게 먼저 반응을 보인 말은 '어깨 좀 놔줄래' 가 아니라 '성호야' 였다.
"내 이름 아네?"
어깨를 감은 팔은 풀리지 않는다. 하제의 어깨에 감겨있는 팔은 유별날 정도로 냄새가 없다. 씻은 거라면 바디워시며 로션 같은 것의 냄새가 나는 게 보통일 테고, 안 씻은 거면 악취가 날 텐데 그냥 아무 냄새도 없다. 신기해하는 듯한 반문이 끝나고, 이제는 '어깨 좀 놔줄래' 에 반응할 차례. 어깨를 놔달라는 부탁에 성호는 웃는 얼굴로 하제를 바라본다. 분명 웃는 얼굴인데 짐짓 불쾌감이 드러나 있는 웃는 얼굴이다.
"왜, 싫냐?"
그러나 그도 잠시, 하제가 대답하기도 전에 "그럼 놔줘야지." 하는 말과 함께 성호는 쉽사리 하제의 어깨에서 팔을 끌러준다. 보통이라면 눈이 맘에 안 드네 이거, 야 눈깔아, 등등 이 이름모를 동급생을 기분따라 윽박질렀을 테지만, 지금은 그럴 의욕도 없었고 그런 짓을 해봤자 기분이 나아질 것 같지도, 상황이 나아질 것 같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얄궂게도, 하제의 어깨에서 팔을 끌러주는 그 타이밍에 그만 덜커덩, 하고 전철이 한 차례 흔들린다. 하제의 어깨에서 풀려나가던 팔이, 다급히 다시 하제의 어깨를 감싸안았다. ...하제가 중심을 잡고 나서야 그 팔은 다시 풀려나간다. -
30 하제주 (DTU7cqaMVA) 2021. 11. 20. 오후 12:53:29보통이라면 눈이 맘에 안 드네 이거, 야 눈깔아, 등등 이 이름모를 동급생을 기분따라 윽박질렀을 테지만, 지금은 그럴 의욕도 없었고 그런 짓을 해봤자 기분이 나아질 것 같지도, 상황이 나아질 것 같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얼빠네요 -
31 성호주 (pvfvDRyabA) 2021. 11. 20. 오후 1:02:07얼빠인건 사실이지만 저부분은 성호가 자기 인생에 현타를 느끼고 있다는 서술이라구요! 8ㅁ8 (설득력의 상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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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하제주 (DTU7cqaMVA) 2021. 11. 20. 오후 1:06:34>>31 물론 얼빠구나 만을 읽은건 아니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 성호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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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하제 - 성호 (DTU7cqaMVA) 2021. 11. 20. 오후 1:20:22" .... 그야 저번에 유인물 전달하러 갔었는걸. "
따로 집까지 찾아간 동급생의 이름 따위는 기억해줄 이유가 없다는 듯, 짐짓 흥미로워 보인다는 듯한 어감마저 품고있는 성호의 짧은 말에 하제는 눈을 지긋이 감았다가 대답했다. 바로 그때였다. 자연스레 느껴질법한 체취가 느껴지지 않다는 점을 깨달은 시점이. 오히려, 옷 따위에서 풍기는 합성섬유의 냄새나 환기가 되지 않는 지하철의 탁한 공기, 희미하지만 벌써부터 풍기는 누군가의 알코올향이 더 강하게 다가왔다. 무슨 일인가- 이것은? 가까이서 피부에 코를 가져다대고 숨을 들이쉬어도 아무 냄새도 나지 않을까? 풀 길이 없는 궁금증만 늘어갔다.
싫냐는 물음에는 난감하다는 빛이 깃든 미소만을 띄울 뿐이었다. 그야 싫었다. 하제는 기본적으로 스킨십을 좋아하지 않는 편이었고, 그것이 자신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일어난 일이라면 질색하지 않은 것 만으로도 큰 무리를 하고 있는 것이라 볼 수 있었겠다. 그런데 그걸 싫냐고 직접적으로 물어보는 사람이 어깨를 휘둘러 감은 비행청소년이라면 어떻게 쉽게 싫다고 대답할 수 있겠는가? 더불어 성호와 어울리는 패거리들이 야밤에 사람을 때리는걸 본 적이 있다면 더더욱 그렇겠지.
하지만 의외로 손쉽게 어깨에 붙은 팔을 풀어주었다. 조금 안심하며 어깨가 붙잡혔던 곳을 다른 쪽 손으로 가볍게 문지르며 앉을 자리를 찾을 찰나. 지하철은 덜컹거리며 갸냘픈 사람의 무게중심을 흔들어 놓았고 그중에는 하제가 포함되어 있어서, 하필이면 고개를 다른 쪽으로 돌려 있어 혼자라면 넘어질 것이 확실한 상황에서 다시금 그 팔이 어깨를 붙잡았다. 조금 전과 다른 점이라면 그 자리에 하제의 손이 있었다는 부분 정도겠지. 휘청거리는 것도 한 두 번. 덜컹거리는 지하철의 움직임이 멎고 중심을 되찾은 상황이 되어서야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차렸다.
" 아... 아! 고마워! 깜빡하면 넘어질뻔 했네. "
방금 전에 어깨를 놓아달라고 한 사람이 하기에는 참 부적절한 말이라는 생각에 살짝 부끄러운 기분마저 들었지만, 어찌 되었건 도움을 받은것은 사실인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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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성호주 (pvfvDRyabA) 2021. 11. 20. 오후 1:33:50내가 하나 말하는 걸 잊었는데, 성호네 원룸에서 진짜로 대면하는 건 이 일상 이후였으면 해서, 그동안에는 성호가 부재중인 경우가 잦아서 다음날에 학교 교문에서 마주쳐 건네줬다거나 우편함이나 문틈 같은 데에 넣어뒀다거나 하는 걸로 해도 괜찮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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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하제 - 성호 (DTU7cqaMVA) 2021. 11. 20. 오후 1:38:23>>34 앗 그래 그렇게 하자! 그럼 하제의 발언이나 생각은 반 친구인데~ 정도로 필터링 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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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성호 - 하제 (pvfvDRyabA) 2021. 11. 20. 오후 1:54:04하제의 말에 성호는 뭐라 대답하려 했지만, 타이밍 나쁘게도 전철이 흔들리는 바람에 하제를 한 번 붙들어주고서야 성호는 자신이 하려던 말을 할 수 있었다.
"아- 그거 네가 가져다주고 간 거였어?"
원룸으로 오는 편지들은 원룸 관리인이 일괄적으로 받아서 세입자들에게 전달해주곤 하는데, 관리인이 두어 차례 학교에서 온 것 같은 유인물을 건네어준 적이 있어 기억하고 있었다. 그동안 받은 유인물들은 편지로 부쳐진 게 아니라, 이 이름도 모르는 동급생이 직접 빌라에 들러서 관리인한테 전해주고 간 것이었던 모양이다. 특히 그 유인물 중에 학부모 참관 수업이니 뭐니 하는 불쾌하기 짝이 없는 내용이 써있었기에, 기분이 확 잡쳐서 그날 하루 내내 기분이 언짢았던 기억이 난다. 성호는 무심코 정색을 했다가, 자기가 무심코 표정을 굳히고 있단 걸 깨닫고 얼굴에 힘을 풀었다.
"오히려 내가 고맙지. 굳이 내 집까지 왔었구만."
다행히도, 어느 으슥한 곳에서 누군가에게 휘둘러지던 그 팔뚝이 지금 당장 하제를 후려갈길 일은 없을 것 같다. 하제가 그를 불편하게 여기건 말건, 적어도 지금은 그가 하제에게 딱히 적대적인 인상을 갖고 있지는 않은 듯하다. 그보다, 내 집? 보통은 우리 집이라고 하지 않나? 대화의 맥이 잠깐 끊긴다. 성호는 하제의 어깨를 감싸느라 들었던 힘줄이 툭툭 불거진 팔을 맥없이 내리며, 전철 밖으로 보이는 풍경으로 시선을 돌렸다. 낙일시의 중심가 건물들 사이로 보이는 수평선 위로 불그스름하게 해가 지고 있었다. 일몰이었다. 대충 손에 걸리는 손잡이 아무거나 거머쥐고는, 성호는 그 풍경을 맥없이 바라보았다.
애초에, 이 전철에 탈까 말까도 고민하고 있었던 참인데 뜻하지 않게 타게 되었다. 전철에 탄 지금도 어느 역에 내리면 좋을까 하는 생각은 없다. 이대로면 또 내릴까 말까 하다가 종착역에 도착하겠지. 어디에 내리면 좋을까- 하고 물어볼 사람은 없다. 대신에 성호는 좀 우회적인 방법으로 조언을 얻어볼까 했다.
"넌 어디 가던 길이냐?" -
37 하제 - 성호 (DTU7cqaMVA) 2021. 11. 20. 오후 2:12:43조금만 이따가 답레 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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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성호주 (pvfvDRyabA) 2021. 11. 20. 오후 2:37:303_3 씻느라 확인이 늦었네-
답레는 천천히 줘~ 나도 곧 어디 나갔다 와야 하거든 -
39 하제 - 성호 (DTU7cqaMVA) 2021. 11. 20. 오후 4:04:21" 으응. 선생님이 집이 가까우니까 가져다 주라고 하셔서. "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으나 여전히 손 위를 감싸고 어깨에서 내려갈 생각을 않는 성호의 손이 신경쓰였다. 곁눈질로 힐끔 보아하니 크고 힘줄도 도드라진, 자신의 손과는 너무나도 다른 손이었다. 언제고 하제또한 그런 신체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였고, 지금도 종종 한다지만 그리 될 일은 없을 것이다. 그걸 위한 노력이 하제의 몸에 천천히 쌓이는 중이었으니까.
" 아, 하하... "
정색하는 표정을 봐버렸다. 어색한 미소로 상황을 무마하고자 했고, 그것이 통한 것인지 표정은 금세 풀어졌으며 팔 마져 내려갔지만 이미 봐버린 것을 무시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귀찮은 일이라고 생각했을까. 아니면 범생이를 으레 폄하하는 불량배스러운 생각이 스쳐지나간걸까. 여러 불안한 생각에 속이 울렁거려, 자리를 잡고 앉았지만 이게 웬걸. 그 자리가 성호의 바로 앞자리였다. 이래서야 빼도 박도 못하게 집까지 가는 길 내내 어색한 분위기가 이어지게 생겼다.
" 나는 집- , 가기 전에 어디 들려서 밥이나 먹고 가려고. 성호 너는? "
하마터면 집까지 같이 귀가할 가능성이 있는 발언을 중간에 꾹 삼키고 기지를 발휘하여 적당한 말을 내둘렀다. 어째. 속아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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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이름 없음 (5e/1YyfuX6) 2021. 11. 20. 오후 4:41:55>>29에서 하제가 균형 잡게만 도와주고 손을 다시 뗐다는 서술을 했고, 팔은 좀 늦게 떨어뜨렸다는 의미로 >>36에서 팔을 내렸다고 서술했지만... 하제주가 좋다면 하제주가 받아들인 그대로 갈까~? 좋은 쪽으로 말해줘~
그리고 아직 밖이라 답레가 많이 늦을 거야! -
41 성호주 (5e/1YyfuX6) 2021. 11. 20. 오후 4:42:54앗 나메를 까먹었어..
그리고 시원하게 자기 무덤을 파버린 하제 -
42 하제주 (DTU7cqaMVA) 2021. 11. 20. 오후 4:51:33>>40 앗 앗... 밖에서 읽느라 조금 빼먹었나보다.... 조금 오래 스킨쉽 하는것도 좋다고 생각해 😚
>>41 밥먹자구 데이트 하자구 -
43 하제주 (DTU7cqaMVA) 2021. 11. 20. 오후 7:17:30갱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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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성호 - 하제 (filEcRuJl2) 2021. 11. 20. 오후 7:26:06"그래?"
하제에게는 다행스럽게도, 집이 가깝다는 말에 성호는 유의미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래? 하는 그 반문은 뭔가 호기심을 갖고 대화를 이어가려는 질문이 아니라 무심한 대답에 가까웠다. 하여간 꼰대새X들 사람 부려먹기는- 하고, 학교 쪽을 향하는 반항아의 여상스러운 가벼운 적의가 살짝 따라붙을 뿐이었다.
"밥이라..."
성호는 하제의 대답을 한번 되뇌어보고는, 문득 가만히 자신의 눈치를 보는 듯한 웃음을 흘리는 하제를 내려다보았다. 무엇이 그를 자극한 것인지 어색하게 눈치를 살피는 기색. 아마, 자신을 꺼림칙한 놈으로 낙인찍어두고 있을 것이다. 밥 먹으러 간다는 것도 귀찮은 상황을 무마하려고 대충 지어낸 말이리라. 자신과 같은 불량배를 으레 폄하하는 범생이다운 경계심이 스쳐지나간 거겠지. 당연한 일이니까 무시할 수 있다. 그렇지만 왜인지 어색하게 쭈뼛거리는 그 모습이 '누군가에게 사랑받는 인생에 네 배역은 없다' 는 사실을 상기시켜주는 것만 같아서, 은연중에 회의감과 함께 부아가 치민다.
자신의 앞에 앉은 하제를 향해, 성호는 허리를 숙이고 얼굴을 들이밀었다. 그리고 얼굴에 씨익, 미소를 지었다. 살벌하게 윽박지르는 듯한 노기등등한 미소를.
"내가 띠껍지?"
그러나 불쑥 튀어나온 분노는 불쑥 꺼졌다. 분노가 꺼진 자리에 남은 것은 회의감뿐이다. 그의 얼굴에 걸린 웃음이 바뀌었다. 노기등등한 미소가 지친 듯한 힘빠진 미소가 된다. 그는 들이밀었던 얼굴을 다시 되돌리며 툭 뱉었다.
"...뭐 그렇겠지."
누군가에게 호감을 사기보단, 미움을 사는 데에 익숙한 사람의 그런 체념해버린 듯한 웃음이다. 성호는 눈을 감았다. 그리고 약간 엉뚱한 생각을 했다. 하제가 하나 스스로 무덤을 판 부분이 있다. 성호가 뜬금없이 이름도 모르는 동급생의 집까지 졸졸 따라올 이유는 어디도 없기에, 그냥 집에 간다고 했으면 성호는 그러냐- 하고 하제를 보내주었을 것이다. 그러나 하제가 쓸데없이 밥 먹으러 간다고 말을 덧붙였기에 오히려 성호가 끼어들 틈이 생기고 만 것이다. 성호는 감았던 눈을 뜨며 하제를 내려다보았다.
"저녁 같이 먹자. 내가 살게." -
45 성호주 (filEcRuJl2) 2021. 11. 20. 오후 7:26:34집에서 답레와 함께 갱신~ *-* 늦었다 늦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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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하제주 (DTU7cqaMVA) 2021. 11. 20. 오후 7:34:48어서와~ 밥은 맛있게 잘 먹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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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하제주 (DTU7cqaMVA) 2021. 11. 20. 오후 7:35:32서로의 레스를 인용해서 대비되는 생각을 나타내는게 참 좋은것 같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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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하제주 (DTU7cqaMVA) 2021. 11. 20. 오후 7:44:28그리고 만난지 초반이라 이럴수 밖에는 없지만 너무 경계적인 하제만 보여주는 것 같아서 미안하다!!! 친밀도 높여서 좀 더 이런저런 모습으로 보답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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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성호주 (filEcRuJl2) 2021. 11. 20. 오후 7:50:12>>46 꽤 맛있었어~ 그런 관계로 하제랑 성호의 저녁밥은 연어덮밥으로 결정이야(뜬금)
>>47 그런 서술 좋아하거든~ -
50 성호주 (filEcRuJl2) 2021. 11. 20. 오후 7:51:24>>48 서로에 대한 첫인상이 있다 보니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해! 그리고 이런 파트도 즐거운걸~ 하제주도 즐거웠으면 좋겠네.
원래 청춘끼리는 좀 날도 세우고 신경전도 벌이고 틱틱대기도 하고 그런 거 아니겠습니까^.^ -
51 하제 - 성호 (DTU7cqaMVA) 2021. 11. 20. 오후 7:56:17하제로서는 이 상황이 평탄한 대화로 이어지다 서로 제 갈길을 가는 결말을 맞이하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하지만 지독히도 운이 없는 날들이 종종 있는 법이지. 예전에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예고없이 찾아오는 불행과, 자신의 출현을 밝히고 점점 또렷히 다가오는 불행 중 어떤 것이 더 힘든 일인가? 정답은 둘 모두가 합쳐진, 불편한 침묵과 예고치 않은 행동들로 자신을 깜짝 놀라게 하는 지금과도 같은 일이다.
얼굴이 쑥 하고 가까워지자 하제는 질겁하여 몸을 의자에 빳빳하게 붙이고야 말았다. 심장을 철렁이개 하는 표정과 말투에 안그래도 나빴던 안색은 이제 환자의 것 마냥, 눈가는 파르르 떨리게 되었다. 무슨, 대답을, 해줘야, 하는거지. 침을 꿀꺽 삼키며 예의 그 언짢은 미소조차 짓지 못한 체 쿵쾅거리는 심장소리가 밖으로 세어나오지 않도록 이를 악 물고 무릎 위에 다소곳이 올려놓은 주먹은 손톱이 피부에 파고들 정도로 꽉 지다가, 갑작스럽게 풀어지며 제 스스로도 수긍하는 모습을 보고서는 썰물때의 해조류마냥 뒤로 약간 늘어져 버렸다.
" 흡.. 후, 나 위가 적어서 많이는 못 먹는데 괜찮아? "
같이 밥을 먹으러 가자는 말에 나오는 반응은 방금과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 사유라고 할 것은 이제 너무나도 정신적으로 지쳐있었기 때문에, 사람의 하루를 마음대로 헤짚고 난 다음에야 성이 풀릴 것 같아보이는 상대의 기분에 맞춰주어 어찌저찌 하루를 보내는 것이 현명하겠다는 생각이 반. 나머지 절반은 이 상황을 유도리있게 모면하고자 하는 의지조차 굴복하여 될대로 되라는, 지독한 마음이었다. -
52 하제주 (DTU7cqaMVA) 2021. 11. 20. 오후 7:58:13>>49 연어덮밥! 훈제연어덮밥이 특별히 맛있었단 기억이 나는걸~ 하제가 얼마나 먹을지는 기다리셔라~~~
>>50 나는 즐거워! 이제 청춘의 마법이 막 시작하는 그 부분은 다시 즐길 수 없는 별미니까 천천히 음미하고 지나가면 되세겨야지 냠냠
그리고 하제주는 이제 슬슬 가보려고 해, 내일 봐! -
53 성호주 (gh5TeMP12w) 2021. 11. 20. 오후 8:04:54>>52 왠지 입이 짧을 것 같은 인상이지-
하제주의 말대로야~ 넘어가야 할 관문이긴 하지만 한번 넘어가면 다시 돌아오지 못하는 게 안타깝지. 그러니까 정성들여서 쓸 생각이야~ (물론 그 이후의 장면도 모두) 오늘은 얄궂게 외출 일정이랑 겹쳐서 오래 동접하지 못해서 조금 아쉬위- 내일은 또 청소도 해야되는데 얼마나 같이 있을 수 있으려나8-8 최대한 빨리 후다닥 끝내는 수밖에
하제주도 잘가~ 좋은 저녁 보내고 푹 자고 내일 만나! -
54 하제주 (cRXaXP1dws) 2021. 11. 21. 오전 8:23:22갱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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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성호주 (cvxtUjIC/6) 2021. 11. 21. 오전 11:31:53갱신~ +.+
하제주한테는 미안하지만 갱신만 해두고 2시쯤에 올 것 같아 yy 다른 일 하면서 느긋하게 기다려줘~ -
56 성호 - 하제 (uoHnI0oYno) 2021. 11. 21. 오후 2:50:27거의 강직되다시피 온몸이 빳빳하게 굳었다가 탈진하듯이 늘어지는 하제의 모습이 우스웠는지, 아니면 다른 감정이 그의 얼굴에 웃음으로 드러난 건지, 성호는 비딱하게 웃었다. 하제가 위가 적다고 말하자, 성호는 문득 하제의 팔목으로 시선을 떨어뜨렸다. 170센티미터에 51kg. 성호는 하제의 손목을 덥석 쥐어서 매만져보았다. 정말로, 만져보니 뼈밖에 없다. 성호의 팔목이 하제의 팔목의 두 배나 된다고 말할 게 아니라, 하제의 팔목이 성호의 팔목의 반밖에 안 된다고 해도 좋을 지경이었다.
"진짠가 보네."
엄지와 검지로 손목을 말아쥐는데 두 손가락 끝이 닿고도 손가락 두어 개 정도가 더 들어갈 틈이 있었다. 하제의 팔목이 워낙 가늘기도 했고, 성호의 손이 크고 손가락이 길쭉한 탓도 있었다. 성호는 하제의 손목을 놓아주었다.
"너 몇 킬로그램이냐?"
슬렌더하기 그지없는 팔목이 신기했던지, 자칫 실례될 수 있는 질문을 성호는 아무렇지도 않게 던졌다. 일단 위가 적어서 많이는 못 먹는다는 말이 핑계나 변명은 아니라고 생각한 모양이다. 다만... 그래도 현 상황의 난이도는 계속 올라가고 있다. 성호가 대뜸 하제의 옆자리에 털썩 앉아버린 것이다. 다행히도 옆에 앉은 것뿐이고, 성가시게 다리를 쩍 벌린다거나 어깨에 팔을 걸쳐온다거나 하는 짓은 하지 않지만 앞으로 한동안 상황이 계속 안 좋을 것 같다. -
57 성호주 (2VmF3L.uTU) 2021. 11. 21. 오후 2:52:03많이 늦었다 。゚( ゚இ‸இ゚)゚。 답레와 함께 갱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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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하제주 (cRXaXP1dws) 2021. 11. 21. 오후 3:06:59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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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성호주 (2VmF3L.uTU) 2021. 11. 21. 오후 3:32:02하제주도 안녕~ 주말은 잘 지내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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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하제주 (cRXaXP1dws) 2021. 11. 21. 오후 3:37:36그럼 그럼! 푹 자고 맛있는거 먹으면서 힐링하는 중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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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성호주 (2VmF3L.uTU) 2021. 11. 21. 오후 3:42:43하제주라도 잘 지내고 있다니 다행이다.. 나는 오늘 청소하는데 미세먼지가 미쳐날뛰는 바람에 창문은 닫은 채로 공기청정기 틀어놓고 0.5배속으로 청소하느라 완전 지쳤어.. ㅇ>-<
별개로, 성호라는 캐릭터에 의견이나 거슬리는 점이 있다면 얼마든지 말해줘- u.u 전부터 제멋대로면서도 사나운 캐릭터를 굴려보고 싶었긴 했지만 그런 캐릭터를 진짜 굴려보는 건 이번이 처음이라, 매력적이지 않고 짜증만 날 수 있으니까.. 그게 조금 걱정돼- -
62 하제 - 성호 (cRXaXP1dws) 2021. 11. 21. 오후 3:45:27" ....... "
성호가 이것 저것 미리 말을 한 다음 하제의 동의를 얻고 나서야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이 아닐 것이라는 점은 이미 확실하게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손목을 낚아채 천천히 메만지는 모습은 하제가 용인할 수 있을법한 무례의 선을 넘은 일이었고, 인상을 갑작스레 팍 구기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더군다나 이어지는 질문 또한, 대답하고 싶지는 않은 부류의 녀석이었기 때문에. 하제로서는 오늘 하루 몸 성히 집으로 돌아가야 겠다는 목표는 이미 좌절된 것이었고, 상대방 내키는 대로 따르기로 결심했던 마음을 번복할 수 밖에는 없었으나-
조금만. 분명 조금만 더 손이 오래 하제의 손목을 감싸고 있었더라면 분명 눈을 마주치고 놓으라며, 이미 한 번 죽은 사람 특유의 공허함이 묻어나는 목소리와 눈빛이 성호를 향했으리라. 하지만 하제와 성호 둘 모두에게 다행이도,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으며, 옆자리에 앉은 성호는 다시금 역치 안의 기분나쁨-결벽증 환자의 기준으로-만을 투사해왔기에, 하제는 눈을 꾹 감고 일종의 페르소나를 다시 앞세우는데 성공할 수 있었다.
" 이런 저런 일들이 있어서 말이야. 네가 예상하는 것 보다 가벼울지도 몰라. "
눈은 여전히 감은체 성의껏 대답해주었다. 눈을 뜨면 자신의 어깨에 맞닿은 상대의 어깨나, 1인용의 좌석을 아랑곳않고 초과하는 체격이 좋은 상대의 다리 따위가 제 몸에 닿는 모습이 보일까봐. 최대한 신경쓰일 일을 줄이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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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하제주 (cRXaXP1dws) 2021. 11. 21. 오후 3:46:24>>61 미세먼지 너무 심하지 주변 사람들 기침하고 장난 아니더라
나 사납고 자기멋대로인 캐릭터를 언제나 원해왔어. 더해줘!!! -
64 성호 - 하제 (uoHnI0oYno) 2021. 11. 21. 오후 4:31:07"이런 저런 일들이라..."
자신이 방금 하제가 용인할 수 있는 한계선의 끄트머리까지 갔다온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성호는 하제의 말을 되풀이해볼 뿐이다. 기실, 그는 그런 끄트머리인지 하는 것을 신경쓸 필요가 없었다. 진작에 누구에게 호감을 사거나 하기는 글러먹은 인생이고, 수틀리게 굴면 해꼬지할 방법은 많았으니까. 성호에게는 그런 우위에 있는 인간 특유의 역겨운 무심함이 있었다. 하제가 결벽적인 생활습관이 있다는 것도 전혀 신경쓰지 않는 듯한 모습이지 않은가. 그래서였는가 그는 그 이런저런 일들이라는 것에 더 캐묻거나 딴죽을 걸지 않았다.
"뭐, 있을 수 있지. 나도 그만큼은 말라붙어 봤으니까."
조금 이상한 소리가 뒤에 따라오긴 했지만. 그만큼 말라붙었다니 하제를 두고 하는 말일까? 사람이라기보단 사람 모양의 맹수를 앉혀놓은 듯한 날렵한 근육질의 몸에서는 쉽사리 떠올리기 힘든 말이다.
"여하간, 우리 집 근처면- 너 노을벌역에 내리나?... 두 정거장만 더 가자."
두 정거장을 더 가면, 바닷가와 항구에 인접해 있는 유명한 수산시장 근처에 내리게 된다.
"연어같은 거 못 먹고 그러진 않지?"
마침내, 뭔가 하제를 배려해서 나온 것 같은 질문이 나왔다. 다만 메뉴는 그가 이미 멋대로 정해둔 게 있는 모양이다. -
65 하제주 (cRXaXP1dws) 2021. 11. 21. 오후 4:50:21그러니까 성호는 빼빼 말랐다가 그걸 근육으로만 체운 사람이라는 소리인데 얼마나 독한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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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성호주 (uoHnI0oYno) 2021. 11. 21. 오후 5:03:51그 또한 그럴 만한 사연이 있었거든~
일상 끝날 때쯤에 공개하려 했지만, 이쯤해서 말해주는 특전!
일상 1번을 끝마칠 때마다 성호에 대한 소문을 1번 수소문해볼 수 있어~
원하는 키워드를 입력하면 키워드와 연관이 있는 TMI 하나가 풀리게 되고, 이 TMI는 하제주의 의사에 따라 하제도 이 이야기를 알게 되었다고 설정할 수 있어. 하제가 직접 수소문했다던지, 친하게 지내는 아이들과 이야기하다가 우연히 성호 이야기가 나와서 듣게 되었다던지.
다만 타인의 관점에서 서술되는 TMI이기 때문에, 간혹 진실과는 다른 소문을 들을 수도 있다는 점- -
67 하제주 (cRXaXP1dws) 2021. 11. 21. 오후 5:19:23헉 짱이다 완전 오토메게임 남주같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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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 성호주 (2VmF3L.uTU) 2021. 11. 21. 오후 5:37:10아무래도 하제도 성호도 쉽게 자기 이야기를 하지 않는 성격이니까, 서로 호감도가 낮은 초반에는 이런 게 있어야 서로가 서로를.. 아니면 적어도 하제가 성호를 조금씩 이해해나갈 수 있는 단초가 될 거라고 생각해~
평소에도 하제주가 성호에 대해 궁금한 걸 물어보면 답변해줄 수는 있지만 이런 평소의 질문에 돌아온 대답은 하제에게 전달할 수 없어! -
69 하제 - 성호 (cRXaXP1dws) 2021. 11. 21. 오후 6:02:34조금 이상한 소리에 하제는 오른쪽 눈만을 뜨고 상대를 위 아래로 훑어보았다. 굵직한 골격에 강인해보이는 근육이 가득 붙어있을 것이라 추정되는 그의 외견은, 아무리 상상해봐도 자신만큼 빈약한 모습을 쉽게 떠올릴 수 없었다. 저 몸에서 어떻게 되어야... 그러던 문득 성호의 맨살과 조금은 무서울법한 문신들이 생각나 고개를 절래절래 터는 것으로 상상송의 비쩍 마른 성호를 내쫓았다
" 응 맞아, 노을벌역에서 도보로 십분 이십분이면 가니까. "
하제는 고개를 끄덕끄덕 흔들어 그의 말에 긍정했다. 오늘 하루가 길어질 것이라는 예감이 그때 들었다. 성호는 아마 밥을 사준 다음 자신의 집 근처까지 같이 걸어오는 것을 요구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스쳐지나간 것이다.
" 연어는 좋아하는 편인데, 특이하네. 성호는 원래 잘 모르는 사람한테도 이런 호의를 배푸는 편이야? " -
70 성호 - 하제 (uoHnI0oYno) 2021. 11. 21. 오후 6:30:20"오늘따라 혼자 저녁 먹는 게 X같아서."
이번 정거장은 노을벌. 노을벌 역입니다. 내리는 문은 오른쪽입니다. 차량이 서서히 속도를 줄여간다. 굳이? 성호가 드물게 학교에 오는 날이면 항상 얽히기 싫은 아이들이 성호의 주변에 왁자하게 몰려들어 있곤 했다. 그들은 모두 하제와는 달리 성호에게 거부감이 없거나, 성호와 친한 척을 하는 데에 거부감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 그가 딱히 인간관계에 무언가 아쉬울 건 없어보였는데, 그는 혼자인 게 익숙하기라도 한 것처럼 말하고 있다.
"다른 꼴ㅌ들 부를 거면 밥에 이게-(그는 입가로 조그만 잔을 기울이는 시늉을 했다) 따라붙어야 되는데 그럴 기분도 아니고."
하제와는 달리, 마음껏 비뚤어지고, 마음껏 탈선해있는 인생이다. 참 저래서 자기 원래 길은 어떻게 찾아가려는지. 그냥 탈선해서 사고현장에 처박힌 채 녹슬고 썩어가려는지. 그런데도 꼴에, 가끔은, 갑갑할지언정 흔들림은 없는 철로 위로 다시 돌아가고는 싶은 모양이다.
"그냥 누군가랑 편하게 저녁이 먹고 싶어서."
성호는 다리를 척 꼬았다. 의도치 않게 하반신이 꽉 죄여진 탓에, 좌우 폭이 줄어들어 하제의 좌석에 약간 여유가 생겼다. 다리를 꼰 채로 성호는 하제를 바라보며 눈웃음을 쳐보인다.
"같이 먹어주라. 응?"
싫으면 지금 내리면 돼. -
71 하제 - 성호 (cRXaXP1dws) 2021. 11. 21. 오후 6:45:47천천히 성호의 말을 들었고 하제는 일정 부분 공감할 수 있었다. 다른 결의 감정일지는 모르지만, 종종 사무치는 외로움에 날밤을 뜬눈으로 보내고, 그럼에도 주변사람에게 말을 걸 용기는 나지 않아 결국 혼자서 카페라던지 식당에 가서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것을 보는 날들이 있었다. 짝을 이뤄 다니는 이들에게는 부러움과 거리감을 느끼며 저열한 열등감과 자기혐오마저 생기기도 했더랬다. 물론, 그런 감정이 지속되지는 않았지만.
" 흐응, 그래? 의외네. "
자리에 여유가 생긴 만큼 하제의 마음에도 그러한 것이 생겼는지 이제는 이전만큼의 긴장을 표현하지는 않았다.
" 나 연어 좋아하니까. "
감았던 눈을 반개하며 한 말이 너에게는 충분한 대답이 되었다면 좋겠다. -
72 성호 - 하제 (uoHnI0oYno) 2021. 11. 21. 오후 7:15:25문이 닫혔다.
"의외라."
곧 작은 기계작동음과 함께 다시 전철이 천천히 전진하며 다음 역을 향해 가속하기 시작했다. 성호는 의외라는 그 말이 뭐가 그리 웃겼는지 킥킥 웃었다.
"나도 내가 좀 의외야."
여러 가지로 참 그의 인생은 의외로 이루어진 것이었다. 의외의 만남으로 태어난 의외의 아기. 심지어 본인에게도 본인의 인생이 의외였으니. 그걸 알고 이 말을 곱씹어보면 참 고약한 조크인 셈이다. 지금의 하제에게는 그냥 가볍게 받아주는 대답 정도로 들리겠지만.
"아무튼, 그러면 가자."
남동시장역에 내려서 역 출구로 나오자, 한가득 노을에 잠긴 해안가와 항구- 그리고 그 옆에 붙어있는 해수욕장과 환락가의 풍경이 다가온다. 상쾌한 바다냄새와 선선한 저녁 바람이 머무는, 개방적이고 방종한 삶이 담겨있는 관광지의 저녁. 그리고 혼자 혹은 삼삼오오 무리를 지어 훤화하게 주유하는 사람들. 성실한 학생이 살아가는 삶의 궤도를 따라 착실하게 살다 보면 의외로 쉽게 보긴 힘든 풍경이다. 보통 주말에 가족들과 함께 오거나 하는 곳을, 말도 한 번 변변히 섞어본 적 없었던 불량배 놈과 단둘이.
"그럼 가볼까."
성호는 하제를 힐끔 곁눈질하고는 환락가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러면서 하제의 허리에 별생각없이 손을 얹었다. -
73 하제주 (cRXaXP1dws) 2021. 11. 21. 오후 7:23:55어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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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 성호주 (.xuMrIEyec) 2021. 11. 21. 오후 7:34:57자각없이 무심코 껄떡대는 남캐 좋아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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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 하제주 (cRXaXP1dws) 2021. 11. 21. 오후 7:36:49>>74 더 껄떡거려줘 쓰레기처럼 껄떡거려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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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 하제 - 성호 (cRXaXP1dws) 2021. 11. 21. 오후 7:38:04전철은 단숨에 역 두개 정도를 뛰어넘었고 그닥 친숙한 장소가 아닌 남동시장역에서 하제와 성호를 토해냈다. 노을은 파도에 작게 조각나서 반짝였고, 탁 트인 장소가 제공하는 그 특유의 황량함을 네온사인과 떠들썩한 사람들과 시끄럽게 틀어놓은 음악, 그리고 여기저기 아무런 제재 없이 마구잡이로 생긴 술집 따위로 제쳐두었다. 한눈에 보아도 머리가 핑 하고 어지러워지는 순간이었지만 더 집중해야 할 일은 하제의 허리 위에서 일어났다.
" .....저기 말이야. 아까부터 계속 신경쓰였던 건데.... "
그러고는 스스로 알아차려주길 바라며 자신의 허리에 얹힌 그의 손을, 맨살을 잡기에는 조금 그랬으니 소매를 잡아 끌어 내리는 것으로 이격시키려 들었가. -
77 하제주 (cRXaXP1dws) 2021. 11. 21. 오후 7:54:40그리고 하제주는 슬슬 가봅니다...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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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 성호 - 하제 (uoHnI0oYno) 2021. 11. 21. 오후 8:08:35아까부터 계속 신경쓰였던 건데- 하고 운을 떼자, 성호는 다시 하제에게로 시선을 두었다. 붉은 노을에 잠겨있는 눈동자가 퍽 낙일과 어울렸다. 그리고 하제가 무엇 때문에 그렇게 우물쭈물하고 있는지 알게 되자, 성호는 자신의 옷소매를 꾹 쥐고 잡아당기는 하제의 손을 발견하고는 쿡 하는 웃음소리를 내버리고 말았다.
"귀엽네."
숫제 조그맣고 깜찍한 소동물같은 게 앙탈을 부리는 걸 보는 듯한 반응이다. 그 앙탈이 소동물 딴에는 큰 각오를 하고 반항하는 것이라는 점까지 비슷하다. 하제의 바람대로 다행히도 성호의 손은 하제의 허리에서 떨어져나가 주었지만, 문제는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그 손이 쓱 올라와서는, 하제의 뒷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었던 것이다.
"싫냐? 그런 거?"
성호는 하제와 가만히 눈을 맞췄다. 얼굴에 짓궂은 웃음기가 있다. 그렇지만, 마냥 명랑한 장난기라기엔 조금 음습한 그런 짓궂음이.
"그럼 대신에 손이라도 잡을까?" -
79 성호주 (2VmF3L.uTU) 2021. 11. 21. 오후 8:09:44내일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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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하제주 (KqlLxlHbQ6) 2021. 11. 22. 오후 3:55:55껄떡쟁이가 좋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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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하제 - 성호 (KqlLxlHbQ6) 2021. 11. 22. 오후 4:36:39눈이 마주치고 잠시간의 정적에 숨이 막힐 것 같았다. 붉은 눈동자는 하제의 왼쪽에서도 오른쪽에서도 모두 동그랗게 자신을 훑고 있다고 생각이 들었고, 이 다음에 우악스러운 언행이 자신에게 닥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작게나마 몸이 경직되었다.
" 뭐? "
쿡 하는 웃음소리. 이어지는 말을 하리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하였기에 얼빠진듯 입을 턱 벌리고 상대의 시선을 응시하였다. 그 와중에도 성호가 가려고 했던 쪽으로 걸음은 옮겨지고 있었다는것이 신기하리만치, 갑작스레 정신이 훅 나갈법 한 일이었다.
" ......나 이런거 엄청 싫어하니까 그만둬 줬으면 좋겠어. "
손이라도 잡자니, 상대가 무슨 생각으로 그런 이야기를 하는지 모르겠다. 뒷머리에 얹혀있는 촉감도 불쾌했다. 설마하니 주변에 친구라고 데리고 다니던 불량배들과도 이런 짓을 하려고 일부러 술도 마시고 하는걸까. 연어를 먹으러 갈 것 같았지만, 실제로 어디로 가 무슨 일이 일어날지 걱정이 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을까. 낯짝에 음울한 두려움이 스며드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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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 성호주 (Tyzttsap7w) 2021. 11. 22. 오후 4:37:37너무한다 싶은 게 있음 꼭 말해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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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 하제주 (KqlLxlHbQ6) 2021. 11. 22. 오후 4:44:12>>82 쬬와~! 그런데... 그런게 있을지는 모르겠다... 뭐든 너무 잘 먹어서......
성호주 안녕 좋은 오후야! -
84 하제주 (KqlLxlHbQ6) 2021. 11. 22. 오후 6:33:43갱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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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 성호주 (iXwDj11YVw) 2021. 11. 22. 오후 7:16:31집에 도착을 이제서야 했다 x.x 아직 밖이라고 쓰려고 했는데 핸드폰 전원이 그때 나갔어 x.x 이제 돌아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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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 성호주 (iXwDj11YVw) 2021. 11. 22. 오후 7:18:42하제가 바라는 것과 하제주가 바라는 것이 상당히 다른 것 같은 느낌~
>어디로 가 무슨 일이 일어날지< 라는 문장에 대해 캐릭터와 캐주가 바라는 게 천차만별일 것 같은 건 기분 탓이려나.. -
87 하제주 (KqlLxlHbQ6) 2021. 11. 22. 오후 7:22:48>>85 앗 그렇구나 밖에서 방전되면 상당히 곤란하지! 어서와~
>>86 그건 그렇긴 합니다 하지만 하제가 어떤 프로세스로 어떻게 생각을 할지는, 하제주가 충분히 조종할수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 -
88 성호주 (iXwDj11YVw) 2021. 11. 22. 오후 7:25:23아니 걱정을 하는 건 아니야~
그냥 아직 성호를 어떻게 돌리면 좋을지 감을 못 잡고 있는 것뿐이고
그것도 하제의 매력이라고 생각하니까~
다음번엔 어떻게 괴롭혀볼까 같은 거 (?) -
89 성호 - 하제 (iXwDj11YVw) 2021. 11. 22. 오후 7:43:53다행히도, 애초에 그 손이 하제의 뒷머리에 그렇게 오래 머무를 생각은 아니었던지, 말 그대로 가볍게 쓰다듬고 떨어져나가는 손. 우울한 낯빛을 하고 두려운 거절을 내어놓는 하제의 모습도 성호의 얼굴에 걸려있는 느른하고 건들건들한 웃음이 옅어져갔다. 아니, 분위기가 험악해지는 방식으로 사라진 건 아니다. 그냥 '김 샜다' 라는 듯한 태도로, 마치 한순간에 흥미를 잃어버린 고양이 같은 느낌이었다.
"아─ 들이대는 건 싫어하는 타입?"
하제의 얼굴에 칙칙한 우울함이 내려앉는 것을 알아챘는지 알아채지 못했는지, 성호는 후드집업의 지퍼를 올리며 까닥, 하고 각종 네온사인이며 간판이 들어찬 환락가로 고갯짓을 했다. 환락가로 발을 옮기는 그의 발걸음은 이 곳에 아주 익숙한 듯한 태도였다.
"좋─아. 아쉬운 건 나니까 맞춰줄게."
다행히도, 손을 잡히거나 허리에 손이 감기거나 하는 이상한 몰골로 끌려가는 건 면했다. 그가 가자고 하는 곳이 환락가인 것이 마음에 짚일 수도 있겠지만, 환락가에는 엄연히 음식점이나 식당도 많이 있기 마련이므로 그가 가고자 하는 맛집이 환락가에 있을 수도 있는 법이었다. 성호는 하제가 잘 따라오는지 힐끔 뒤돌아 확인하고는 환락가를 향해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성호를 따라가다 영 분위기가 이상한 것 같으면 몰래 도망쳐 버리는 방법도 있다. 길을 잃었다고 둘러대면 어떻게든 되지 않겠는가? 서로 전화번호도 없으니 중간에 한 명이 길을 잃어도 연락할... 아니 연락당할 수단도 없고, 무엇보다 남동시장의 환락가는 인파에 휩쓸려 헤어져서 길을 잃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길이 복잡한데다 사람도 많았던 것이다. 국제관광신도시답게, 국내 관광객은 물론이고, 척 봐도 외국인인 사람들도 상당히 많이 보였다. -
90 하제주 (KqlLxlHbQ6) 2021. 11. 22. 오후 7:44:10>>88 정말? 그렇다 치고는 너무 능수능란했는걸!
다음번에도 또 즐겁게 괴롭혀줘!
나는 이제 가봐야 할 것 같아! 안녕! 내일봐! -
91 성호주 (iXwDj11YVw) 2021. 11. 22. 오후 7:46:31내가 생각한 추후 전개는 성호를 따라가는데 정말로 주변 분위기가 좀 야리꾸리해서 길 잃은 척하고 슬쩍 도망치려고 했거나 아니면 성호를 따라가다가 정말로 의도치 않게 낙오돼서 길을 잃은 하제가 위기에 처한 걸 성호가 찾아온다던가, 짧게 끝내려면 하제가 인파에 떠밀려갈 뻔해서 성호가 거 내가 손 잡으라니까... 하고 하제 잡아주는 걸 생각하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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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 성호주 (iXwDj11YVw) 2021. 11. 22. 오후 7:47:45>>90 에이 과찬이야
앗.. 이번에도 내가 늦었구나
하제주 접속기간이 상당히 일찍 시작해서 일찍 끝나는 게 아쉬워- 내일 봐~ -
93 성호주 (vUn7t8OT1c) 2021. 11. 23. 오후 12:28:28점심시간 틈타서 갱신~
참고가 될까 싶어서 쓰레기 남친 썰들을 찾아봤다가 인류애가 산산조각났어~
난 성호를 이렇게까지 굴릴 자신은 절대 없는데...... -
94 하제주 (U75DBZ5F2c) 2021. 11. 23. 오후 5:47:09안녕~~ 어떤 쓰레기남친 썰을 들었길래 그러는지 궁금한걸!
접속시간은 나도 늘리고 싶지만 현생이 나를 막고있어... -
95 하제 - 성호 (U75DBZ5F2c) 2021. 11. 23. 오후 6:02:45가면 갈 수록 하제로서는 견디기 힘든 장면들이 적나라하게 펼쳐졌다. 이른 시각부터 시끄럽고, 지저분하고, 혼잡스러우며, 사람들은 아무데서나 담배를 피우고 바닥에 침을 뱉었고, 이를 제지하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으며, 오늘따라 하늘에 구름은 또 왜 하나도 없는지 일몰이 가까워졌음에도 피부가 따가웠고, 외부에 설치해놓은 스피커에서 소음에 가까운 음악을 크게 틀어놓었고, 조금만 길을 걸어도 사람들과 어깨가 부딪힐것 같다는 예상이 들어서, 그런 이유로 하제의 눈은 핑핑 돌고 머리는 어지러웠으며 아- 하고 짧게 탄식을 한 순간 기묘한 사실을 알아차렸다. 밥을 사주겠다며 길을 안내하던 성호가 보이질 않는 것이었다. 인파를 헤짚고 큰 소리로 상대방을 부르기에는 상태가 좋지 않았다. 어떡하지. 이대로 집으로 홀연히 돌아가 버리기에는 후환이 두려웠고, 앞으로 나아가기에는 인파를 뚫고 갈 자신이 없어서 아무런 선택도 하지 못한 체 전전긍긍하며 물끄러미 제 발끝만 내려다보며 제 손을 만지며 꼼지락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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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 성호주 (1w1QI661IE) 2021. 11. 23. 오후 6:11:24>>94 하제주는 인류애를 유지해줘~ 88
예쁜 것만 보는 거야~ 나도 컨트롤 잘 해서 예쁜 장면 되도록 노력할게 -
97 하제주 (U75DBZ5F2c) 2021. 11. 23. 오후 6:48:13>>96 인류애를 저버릴 정도의 쓰레기라면 안 보는게 나으려나.... 좋은 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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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 성호 - 하제 (VG3mWG5hPw) 2021. 11. 23. 오후 7:15:09그때 "하제~" 하고 하제의 이름을 아주 친한 듯이 부르면서 등짝을 찰싹 치는 손이 있었다. 뒤를 돌아보면, 아, 이번에도 절대 달갑지 않은 얼굴이 있다. 고양이상의 얼굴에 화장을 진하게 한, 하제의 반에 있는 양아치 여자애다. 친한 척 부르지만 그 눈빛은 새 장난감을 발견했다는 의기양양한 눈빛이고... 고개를 들어보면 명백히 이쪽을 보고 있는, 그 여자애의 패거리임직한 패들이 보인다. 그래, 성호 같은 놈과 어울리는 양아치 패거리에 속하는 그런 이들. 하제로서는 견디기 힘든 그런 장면들의 주인공들.
남자애 두엇과 여자애 두엇. 개중에는 3학년생도 있었고, 아마 그들과 친분이 있음직한 성인도 두 명인가 있다. 무슨 내기라도 한 건가 흥미로운 경기라도 지켜보는 표정이다. 오늘의 인연운세는, 아무래도 영 최악인가 보다.
"여기서 뭐해? 남동시장에서 보는 건 처음인 거 같은데. 무슨 일로 왔어? 어디 가려던 거야?"
하고, 짐짓 상냥하고 명랑하게 말을 붙여오면서 여자애는 하제의 손까지 덥석 거머쥐려 한다. -
99 성호주 (VG3mWG5hPw) 2021. 11. 23. 오후 7:15:55상황 고민하다 늦었다- 좋은 저녁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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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하제주 (U75DBZ5F2c) 2021. 11. 23. 오후 7:47:28그리고 나는 오늘도 슬슬 가봐야할 시간... 이틀 정도 못 올지도 몰라! 성호랑 이런거 저런거 많이 해보고 싶었는데 넘 아쉽고.... 좋은 저녁 되길 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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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 성호주 (VG3mWG5hPw) 2021. 11. 23. 오후 7:49:52그렇구나. 하긴 슬슬 연말이니까 바쁠 때지~ 나중에 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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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 하제주 (s5qLpNxX1M) 2021. 11. 28. 오전 8:04:55갱신....! 12월 도 아닌데 주말까지 일이 있을줄은 몰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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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 하제주 (s5qLpNxX1M) 2021. 11. 28. 오전 8:15:55잠깐만 쉬고 와서 답레 쓸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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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 성호주 (d2GGt5a8N2) 2021. 11. 28. 오전 9:02:42고생 많았어~ 일은 아직 남았어? 아직 바쁜 일정이 남아있다면 답레는 천천히 줘도 돼- :D 나도 오늘은 집안일 쌓인거 처리해야 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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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 하제 - 성호 (s5qLpNxX1M) 2021. 11. 28. 오후 5:18:40" ! "
이름이 불려졌고, 등에서는 정신이 번쩍 들게 만들만한 감촉이 짧게 스쳐지나갔다. 스스로의 고민 속에 목이 잠길만큼 깊이 빠져있던 순간에서 차갑고 기분나쁜 현실로 던져지는 순간이었다. 머리가 아팠지만 몸을 돌려 상대방을 바라봐야만 했었고 그 즉시 후회했다.
" 어, 아, 안녕. "
자신에게 말을 거는 여자아이는 아는 사람이었고, 그 뒤에 서있는 사람들 중에서도 아는 사람이 보인다는 사실은, 하제에게 있어서 성호를 처음 만났을 때 보다 안좋은 일이었다. 손을 잡은 아이는 악의는 없다 할지언정 상대방을 기분나쁘게 하는 일에 능통했고, 그것에 동조해줄 것으로 추정되는 사람들도 많았고, 그렇다면 하제의 오늘은 틀림없이 최악의 하루로 남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무리지어서 사람 하나를 가지고 노는 것은 일도 아닌 친구들이 아니던가.
" ....친구가 밥 사준다고 왔는데 내가 길을 잃어버려서.... "
그리고는 짐짓 애처로운 눈빛으로 자꾸만 뒤를 돌아보았다. 맥락에 따라 막무가내로 자신의 하루를 덧칠하려던 사람이 백마를 탄 초인처럼 기다려지는 것은 또 처음 있는 일이었다. -
106 성호 - 하제 (ZOdot2eEQw) 2021. 11. 28. 오후 10:28:43더 최악인 사실은 그들이 딱히 악의를 갖고 있지 않다는 보장도 없다는 것이다. 건들건들거리며 고양이상의 여자애와 하제가 하는 상을 지켜보는 일행들의 눈빛은 딱히 나쁜 짓을 한다는 자각 없이, 고양이가 노리갯감을 가지고 노는 것처럼 아주 자연스럽게 하제를 희롱하려는 눈빛이었으니까. 개미 허리를 분지르는 아이의 눈에 딱히 악의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그들에게 사람을 갖고 노는 것은 악행 축에도 들지 못했다. 부디 어처구니없는 환청이길 바랄 일이겠지만, 꽐라 만들면 30이랬지? 하고 내기 내용을 확인하는 소리가 얼핏 들리는 것도 같았다.
"오- 남동시장에 밥 먹으러 왔구나! 누군진 몰라도 이렇게 매정하게 버리고 가다니 나쁜 애네에~"
하고 덥석 거머쥐인 손을 가볍게 톡 잡아끌며, 여자애는 살갑게 말을 붙인다.
"대신에 우리랑 같이 저녁 먹어줄래~ 채진 오빠랑 200일이라서 비싼 데 가려던 참이거든!"
어느덧 하제는 그 패거리의 한가운데에 빨려들어 있었다. 껄렁한 인상에 이목구비가 큼직큼직해서 입이 방정맞음직한, 다른 반의 양아치가 하제의 어깨를 찰싹 치며 낄낄대고 웃는다.
"야. 왜 이리 굳어있냐. 누가 보면 우리가 너 잡아먹으려고 그러는 줄 알겠다."
항상 비어있는 성호의 옆자리에 위치하고 있는 것으로 기억하고 있는 좀더 점잖은 인상의 양아치와, 성인으로 보이는 사람이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탈출할 길은 보이지 않는다.
"근데 얘 누구냐?" "아 얘 하제라고. 우리 반 친구."
그리고 별생각 없이, 아까 200일임을 자랑했던 고양이상 여자애와 친해보이는 다른 화장 진한 여자애가 하제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런데 누구랑 밥 먹으려고 그랬어?"
그때 하제의 어깨에 턱 걸리는 상당히 익숙한 감촉이 있었다. 그리고 그에 툭 뒤따르는 익숙한 목소리의 한 마디가.
"나랑."
단 한순간이었지만, 하제의 눈에 그 한 순간이 똑똑히 보였다. 아까 하제가 뒤를 돌아보았을 때 느꼈을 그 낭패심이 가득한 경악이 그 패거리들의 얼굴 위로 스쳐가는 것을. 하제의 손을 붙들고 있던 조그만 손이 최대한 조심스럽고 조용하게 떨어져나가는 것이 느껴졌다.
"하위~ 어, 채진이 형이랑 수호 누나도 계셨네. 안녕하세요~"
그러나 그도 잠시, 성호가 다른 손을 들어 흔들어보이며 인사하자, 잠깐의 정적은 환상처럼 사라지고 다시 왁자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그냥 하제를 사로잡아버린 이 양아치 패거리가 하나 늘어나기라도 한 것처럼, 상황이 전혀 바뀌지 않은 것처럼 자연스럽게. 성호는 그들과 가볍게 안부인사를 주고받았다.
"오늘 무슨, 아 그래 오늘 채진이 형이랑 효정이랑 200일이랬지. 그러잖아도 채진이 형한테 소소하게 선물 부쳐드렸는데 제때 받으셨나 모르겠네요."
"하- 귀여운 짜식. 잘 받았다. 내가 내 스스로도 동생 복이 많다고 생각은 하는데 그중 제일이 너다, 너."
"에이, 형님이 잘나가시는 덕분인 거죠. 남동시장에 오셨으면 텐카야 디너 가시는 거겠네?" "응, 텐카야 간대! 성호두 같이 갈래?"
"아 나 오늘은 못 간다. 오늘 저녁은 얘랑 간단하게 먹기로 해서. 얘랑 할 이야기도 있고."
하는 따위의 인사치레와 근황 교환 몇 마디가 오갔다. 그러나 성호가 하제의 어깨에 팔을 걸치며 이야기에 끼어든 순간부터, 하제에게 흘러오던 대화의 흐름이 거짓말같이 뚝 끊겼다. 그들이 나누는 안부 인사는 하제의 곁을 맴돌기만 했다.
"그러면 들어가세요, 식사 즐겁게 하시고. 니들도 내일 보자." "어 들어가라~" "잘가고~" "잘 가-"
그리고 두 소년과 그들은 처음부터 그렇게 자연스럽게 만났다는 듯이 아무 탈도 없이 자연스럽게 뚝 떨어져나왔다. 성호는 하제의 어깨에 팔을 걸친 채로, 행인들의 흐름이 덜한 길가로 하제를 데려갔다. 그리고 어깨동무를 풀지 않은 그대로 하제에게로 고개를 돌려 하제를 빤히 바라봤다. 가넷을 연상시키는 눈이 해가 떨어진 남동시장의 화려한 네온 앰비언트를 받아 선홍색으로 빛나는 것 같았다. 그러다 성호는 풉 하고 웃음을 터뜨리더니 킥킥댔다.
"어디 갔나 했더니 채진이 형이랑 안면 트고 있어. 너 귀엽네."
그리고 아까 패거리와 질이 그렇게 다르지 않을 법한 농짓거리를 던지며, 어깨동무를 푼다.
"아무튼 가던 길 가자. 이번엔 잘 따라와. 남동시장에 내가 아는 사람들만 있는 건 아니니까." 그러다 말고, 하제를 바라보며 짓궂게 "손이라도 잡아줄까?" 하고 손을 내밀며 물어온다. -
107 성호주 (ZOdot2eEQw) 2021. 11. 28. 오후 10:29:21이제야 시간이 나서 가져왔어~
성호랑 패거리 대사 묘사하다 보니 레스가 길어졌는데, 분량은 신경쓰지 말고 편하게 이어줘 :3 -
108 하제 - 성호 (jDarOsgOv6) 2021. 11. 29. 오후 7:54:29" 아, 으응, 200일이구나 축하해. "
나름의 예의를 지키며 상대의 축일에 같이 기뻐해 주는 척 말을 했지만 진심으로 그들의 기념일이 200일이건, 2000일이건은 하제에게 통 관심의 영역이 아니었다. 어깨를 찰싹찰싹 치면서, 손을 잡아대고, 저희들끼리만 이야기를 진행할 예정이면서 자기는 관상용으로 어딘가에 데려가려 드는 저 무리를 피하고만 싶었다.
" 성호야! "
모든 것은 상대적일 따름이라, 방금 전 까지 같이 있어서 불편했던 이의 등장은 마치 주인을 반기는 강아지의 반응처럼, 하제의 얼굴에 밝은 미소를 짓게 해주었다.
그들만 아는 이야기가 흐르고 하제의 손은 풀려났지만 어깨는 손이 구속되었던 것 보다 강하게 구속된 체 고양이상의 패거리와 멀어졌다.
" 아니, 그게 아니고 잘 따라가려고 했는데 갑자기 성호 네가 안보여서... 그랬더니 갑자기 마주친거야. "
얼토당토않는 변명을 늘어놓고는 사람이 훨씬 줄어든 길에, 선홍빛으로 빛나는 눈동자에, 하루만에 벌써 익숙해진 것 같은 감촉과 목소리에 작게 미소를 지었다.
" 잘 따라갈테니까 손은 안 잡아도 돼. "
하지만 역시 스킨쉽은 무리. -
109 성호 - 하제 (wv3vLR0Oqw) 2021. 11. 29. 오후 9:23:00다행히도, 하제의 인연 운세가 아주 최악으로 치닫지는 않을 모양이다. 하제가 조그맣게 미소를 짓는 모습에, 아까 어깨에 팔을 걸칠 때 흡사 무슨 강아지마냥 얼굴에 화색이 도는 하제의 얼굴을 떠올리며 성호는 하제와 시선을 맞춘 채로 짧게 킥킥 웃었다.
"사실 네가 갑자기 사라져서 좀 많이 꼴받았거든."
그는 웃음을 띈 채로 하제를 가만히 주시한다. 갑자기 공기가 싸늘해지는 듯했다. 그러나 그는 곧 한 마디를 덧붙이며 눈에 힘을 풀었다.
"근데 웃는 얼굴이 예뻐서 봐준다."
타이밍까지 안 맞았더라면, 오늘의 운세가 통째로 최악으로 치달을 뻔했던 것 같다. 성호는 이제 가자는 듯 앞쪽으로 턱짓을 해보였다.
인적이 북적거리는 남동시장을 가로질러, 성호는 한 건물의 계단 출입구로 하제를 데리고 2층으로 올라갔다. 흔히들 이런 양아치들이 저녁을 보낸다 하면 룸빵이거나 으리으리한 레스토랑이거나 술집이거나 하는 십대의 어설픈 객기와 허영심을 만족시켜줄 허세 가득한 플레이스를 선택하기 마련이었지만, 이 귀에 피어싱을 해놓은 인상 험악한 양아치가 오늘 하제를 데려온 곳은 그런 가오 넘치는 장소와는 거리가 먼 안락한 인테리어의, 연어나루라는 단정한 상호를 걸어둔 밥집이었다. 어두침침하지 않고 아늑한 조명과 하얀 벽지, 목조로 이루어진 깔끔한 가구들... 멀쩡한 가정집 주방을 떼어온 듯한 느낌.
손님이 꽤 있었으나, 운좋게도 때맞춰 자리가 난 덕에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성호는 메뉴판을 뽑아다 하제에게 건네주었다.
"골라봐."
아예 컨셉을 연어로 잡은 걸까 셰프가 연어에 진심인 걸까, 연어 스테이크나 연어 파스타, 연어초밥, 연어회, 연어&연어알 덮밥, 연어장 덮밥 등 메인메뉴는 모두 연어 일색이다. 세트메뉴도 있다.
"근데 넌 어쩌다 저녁을 밖에서 먹기로 했냐?"
가벼운 질문이 건네어져온다. 하제에게 가벼울지는 모르겠지만. -
110 성호주 (wv3vLR0Oqw) 2021. 11. 29. 오후 9:23:37하제가 자꾸 귀엽게 느껴지는데, 이거 병이려나......
좋은 저녁이야 하제주~ 답레로 갱신해둘게 :D -
111 하제주 (buPKIIjumY) 2021. 11. 30. 오후 8:08:36귀엽게 봐줘서 고마워😚
답레는 내일중에 올릴게! 내일 봐! -
112 하제 - 성호 (nIjSGL9HNk) 2021. 11. 30. 오후 11:53:19" 응? 아, 그럴 수 있지, 미안. "
일종의 확증편향을 겪고 있는 하제의 입장에서, 성호의 존재는 더 이상 귀찮게 구는 무시무시한 양아치의 위치에 머무르고 있지 않았다. 밑바닥까지 내려갔다고 생각했던 상황은, 생각보다 빠르게 그 아래로 추락할 수 있었고, 본래 계획하던 수준의 하루는 아니었지만 짧은 순간 등락을 반복하여, 마지막으로는 급격하게 상승세를 그리게 만든 상대방은 '긍정적으로' 보이기 마련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성호가 꼴받았다- 라는 발언을 해도 욺츠러들지 않았고 싸늘해지는 공기를 인식하지 못 했다. 나름의 역지사지까지 동원하여 밥을 사주기로 했는데 말도 없이 약속 장소에서 연락두절되어버리면 난감하지- 같은 생각이 드는 것이었다.
" ......... "
나름 좋은 분위기로 흘러갈 법 한 정신적인 모르핀에 해독제를 주사한 것은 다름 아닌 성호스러운 말과 행동이었으며, 차가운 물에라도 맞은 것 마냥 정신을 차리고 나면 본인의 상황에 대해서 조금 더 객관적으로 인지하게 되었다. 성호는 누구에게나 저런 식의 말을 하는걸까, 그게 아니라면 무슨 의도로 저런 말을 하는걸까 같은 가벼운 궁금증을 남긴 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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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다행히 인파에 휩쓸려 길을 잃어버리는 잃은 없었다. 물론 보기 싫은 장면을 목격하게 되거나 그것에 정신이 팔려 조금 거리가 멀어지는 일도, 보폭의 차이 때문에 의식하여 발걸음을 빠르게 한 적도 있었지만, 이럴거면 그때 손을 잡지 그랬냐- 같은 잔소리는 피할 수 있었던 것이다. 편안한 분위기의 식당 앞에 도착했을 때는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는데, 예전에 인터넷에서 본 그곳이었기 때문이라는 점이 첫번째였고, 두번째는 이곳으로 성호가 하제를 안내해주었다는 사실 그 자체에 있었다!
조금 더 호화스럽거나, 아니라면 노출 콘크리트를 자랑하는 '힙스터'스러운 곳으로 유도할 줄 알았기 때문에, 놀라움의 눈빛은 그대로 상호에서 성호에게 향했다.
자리에 앉고 메뉴판을 펼쳐보자 역시 저번에 본 그 집이 맞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 나, 나 이거 먹고 싶은데! 저번에 블로그에서 봤는데 엄청 맛있다고 그랬거든? "
다시마에 숙성한 연어 곤부지메라는 메뉴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흥분에 빛나는 눈동자와 빨라진 말소리를 주체하지 못 하다가.
" 아. "
대답하기 난처한 질문이 들어오자 전원이 나간 기계처럼 툭 하고 멈추고 말았다.
" 음..... 이런 저런 일이 있어서. "
그래서 거짓말은 하지 않았다. -
113 성호주 (ESQ/eUbBdg) 2021. 12. 1. 오전 12:02:16이게 좀 기분나쁘게 들릴 수 있어서 미안하지만 진짜로 예쁜 애 데리고 가볍게 밥 먹으러 가는 느낌이 생생하게 느껴지는 게 좋아~
성호가 너무 망나니고 성호주가 망취향이라 중간중간 끼워넣는 게 하제주한테 너무 기분나쁘지 않았으면 하지만 y.y
집에 방금 들어와서 노트북부터 열었는데 딱 답레가 올라와있네! 잠들기 전에 다 쓸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지만 일단 답레를 써볼게~ 기다리지 말고 자러 가도 좋아- -
114 성호 - 하제 (k9lZp9xH7g) 2021. 12. 1. 오전 12:43:34"표정하고는... 왜, 의외냐?"
연어나루라는 상표를 보고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눈을 휘둥그레 뜨며 자신을 바라보는 하제를 바라보며 성호는 정색하는 시늉을 해보이고는, 이내 피식 웃으며 문을 열었다. 맞이인사를 해주는 종업원에게 가볍게 인사하고, 마침 자리가 난 테이블을 향해 다른 테이블들을 가로지르며 성호는 가볍게 말했다.
"남자놈을 여기 데려와서 이렇게 반응 좋기는 처음이네."
꽤 기분좋아 보이는 말투다. 오늘 저녁이 완전히 박살나지는 않을 모양이다. 이 한량의 기분을 상하게 만든 것 같지도 않고, 뜻밖에 오게 된 인터넷에서나 보았던 명소에서 좋은 저녁식사를 하게 되기도 했으니 어쩌면 오히려 좋지 않을까. 관광도시인 낙일신도시에는 이런저런 명소가 있지만 시간도 지갑도 연령도 한정된 학생 입장에서 그런 명소에 접근할 기회는 제한적이니까. 성호는 그런 제한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듯했지만.
성호가 가볍게 꺼낸 질문이 순식간에 분위기를 가라앉혀버리긴 했다만... 이것은 성호가 안 좋은 화제를 너무 무심하게 건드린 탓이었고, 다행히 성호도 그 사실을 납득한 듯했다. 툭 멈춰버린 하제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그러냐."
얼버무리는 말에 얼버무리는 대답이 돌아왔다. 성호는 쓴웃음을 머금었다. 최대한 이 화제를 아무렇지 않다는 듯 가볍게 다루려 애쓰는, 그렇지만 씁쓸함을 숨길 수 없는 그런 웃음이었다. 왜인지 하제에게도 낯설지 않은 그런 종류의 씁쓸함을.
"뭐 그딴 건 알 바 아니지. 우리끼리 맛있는 거나 먹자."
성호는 가라앉은 분위기를 탁 털어버리기라도 하려는 듯 얼굴에서 씁쓸한 웃음을 털어버리며 메뉴판으로 시선을 돌렸다. 연어로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것들이 다 들어있는 메뉴판이었다. 곤부지메며 타다끼며 하는 것들도 사시미, 스시, 덮밥, 정식 등 다양한 형태를 골라서 주문할 수 있었다.
"곤부지메 좋지. 근데 그 블로그에 타다끼랑 연어장 이야긴 없었냐? 곤부지메는 빙산의 일각인데."
어쩌면 성호도, 무언가, 어쩌면 하제와 비슷한 것에서 도망치려고 하고 있는 것일까─ 도망친 곳에 낙원은 없다지만 그래도 꽤 괜찮은 저녁은 있는 듯했다. 그러니 적어도 조금이라도 낙이 있다면 거기에 기꺼이 함몰되어도 괜찮지 않을까. -
115 하제 - 성호 (glO32W8/V2) 2021. 12. 1. 오후 11:18:57" 어, 조금은? "
풀어진듯 한 분위기에 하제는 솔직하게 답변을 내놓을 수 있었고, 상대에 맞지 않은 반응임을 분명 생각할 수 있었겠지만 작게 웃음소리를 흘리고야 말았다. 어떠한 종류의 것이던, 감정의 낙차를 급하게 겪은 사람은 현실과 스스로의 처지를 객곽적으로 인식할 수는 없는 법이었으니까.
남자, 어쩌고 하는 성호의 말에 하제는 눈썹만 한 번 치켜 올렸다가 내렸다. 별로 답변하고 싶지 않은 종류의 말이었고, 거기에 불쾌함을 표현하기에는 가깝지 않은 상대였으니 이정도의 반응이 최대한 자신을 열어준 것이라고 확언할 수 있었다.
씁쓸함의 이유는 여럿 있겠지만, 정작 눈 앞의 당사자도 기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캐보는 일 없이 적당하게 덮고 넘어갈 수 있덨던 것이 여러 사람에게 행운이었다.
" 뭐, 타다끼? "
눈을 휘둥그레 뜨고 겉 표면이 살짝 익은 연어의 색을 상상해보다가, 이내 입맛만 다시고는 가방 안에서 손소독제를 꺼내어 손에 듬뿍 뿌렸다. 두 개의 메뉴를 전부 먹기에는 걱정되는 것이 많았다.
" 그래도 나는 곤부지메만 먹는걸로 할게. "
그렇다고 아쉽다는 기색마저 사라지지는 않았지만 -
116 하제주 (glO32W8/V2) 2021. 12. 1. 오후 11:19:39>>113 그런 칭찬이라니 너무너무 좋은걸~ 껄떡대는 친구 좋아하기 때문에 마음 놓고 굴려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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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 하제주 (zUAk/XES7M) 2021. 12. 2. 오후 11:30:12갱신하고 갈게~!
성호가 하제 멱살 잡고 찐하게 키스하는걸 보려면 봄이나 여름이 될까? -
118 성호 - 하제 (ThJDCFDY4o) 2021. 12. 3. 오후 7:51:54사실 그 말에 큰 뜻은 없었다. 물론 하제에게 있어 불쾌한 의미인 것은 마찬가지였겠지만. 다를 게 아니라, 성호가 가까이 지내는 친구라 할 만한 사람들은 모두 겉멋이 과하게 든 놈들뿐이었으니까, 친구들끼리 저녁식사를 간소하게 한다고 하면 호프집에서 치맥을 뜯던가 고기뷔페를 가는 것이고, 거하게 한다고 하면 이것보다 더 으리으리한 레스토랑에서 근사한 술을 곁들이는 것이었다. 술 없이 안락한 분위기에서 깔끔하게 연어덮밥 따위를 먹는 것은 그런 이들에겐 '시시한' 일로 취급받고는 하는 것이다. 그래서 성호는 하제의 떨떠름한 기색은 생각지 않고, 조금은? 하는 말을 "너랑은 취향이 좀 맞을지도 모르겠다?" 하고 웃어넘길 뿐이었다. 하제가 뜻하지 않은 외식을 하게 된 데에 자기 탓이 큰 것도 모르고 말이다.
"어, 타다끼-"
라고 하다가 성호는 눈을 깜빡이며 하제의 하는 양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이 세계선에서 전염성 강한 전염병이 창궐하고 있다거나 하는 게 아니었으니, 하제의 행동이 독특하게 와닿는 것이다. 그러나 이해하지 못할 것은 아니기에, 성호는 별 태클을 걸지 않고 메뉴 이야기로 넘어갔다.
"둘 다 먹을 수 있는 방법이 두 가지 있어. 첫째, 타다끼 정식과 곤부지메 정식을 시켜서 메뉴를 반씩 바꿔 먹는다. 둘째, 연어알밥을 하나씩 시킨 뒤에 타다끼와 곤부지메 사시미를 하나씩 시켜서 나눠먹는다. 어느 쪽이 좋을 것 같냐?"
메뉴판을 보면, 연어알밥도 사시미 메뉴도 모두 대/중/소 사이즈가 나뉘어져 있다. 알밥까지도 곤란하다 싶으면 알밥은 시키지 않고 사시미만 맛보아도 좋을 일이다. 이것으로, 적어도 성호가 식사 메뉴로까지 사람을 곤란하게 만들 정도로까지 고약한 놈은 아니라는 것은 알 수 있을 것 같다. -
119 성호주 (ThJDCFDY4o) 2021. 12. 3. 오후 7:52:49목요일엔 접속을 하지 못해서 답레가 늦었네 <:3
>>117 접속시간이 잘 맞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진도는 분명히 나갈 거야~ 빨리 그렇게 됐으면 좋겠네- -
120 하제 - 성호 (7JYeqsUJZM) 2021. 12. 3. 오후 11:09:25" 어느 부분에서는 말이야. "
부드러워진 분위기와 상대와 가까워지기 편한 소담에는, 본인이 그 계기를 쥐어줬음에도 벽을 세우는 말을 세웠다. 첫 인상과 지금 느끼는 상대를 향한 인식은 충분히 다르지만 여전히 친해지고 싶다는 마음이 들 정도로 상대를 향한 호감이 쌓인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 음.... "
상대의 배려는 고마웠지만, 정식을 시키고 그것을 다 먹을 수는 없었다. 물심 양면으로 그런 일은 일어나기 힘들었기에 하제는 곤란하다는 듯이 메뉴판과 성호의 얼굴을 번갈아가며 바라보다가 이미 짜낸 소독제를 손에 잘 펴바르며 결심을 늦췄다. 결심이 늦어지는 이유에는 성호의 배려도 큰 부분 한 몫을 하고 있었다. 양보할 것 같지 않은 상대의 양보는, 본래보다 더 큰 부피를 지니는 법이니까.
" 그럼 타다끼 정식에 곤부지메 정식 어때? "
손가락으로 제 손이 가리킨 것은 곤부지메 정식, 소. 이 제안이 상대의 배려에 먹칠을 하거나, 불쾌함을 안겨주지 않기를 바라며 짐짓 애처로운 눈을 지어 상대를 올려다 보았다. -
121 하제주 (7JYeqsUJZM) 2021. 12. 3. 오후 11:10:11>>119 그러게 그러게 정말 그랬다면 좋겠다! 손도 막 잡고 깍지끼고 피폐한 쪽으로 가도 좋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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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 성호 - 하제 (Cg9bKi7SlY) 2021. 12. 4. 오전 12:20:25"밥 먹으러 온 건데 밥 취향이 맞으면 그만이지."
하제의 선을 긋는 발언에도, 성호는 누군가에게 밀려나는 게 익숙한지 아니면 별 자각이 없는 것인지 표정의 변화가 없었다.
성호가 식사를 할 때 상대방에게 이런저런 여지를 주는 것은, 식사는 즐거워야 한다는 사소하지만 확고한 자기관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이 하제가 성호에게 갖고 있는 인상과 맞물려, 성호에게는 들리지 않는 불협화음이 되었다는 게 문제지만. 그는 가만히 하제의 결정을 기다렸다. 그러나 하제가 메뉴판을 가리키며 지어보이는 표정에는 킥킥거리며 웃었다.
"누가 봤으면 내가 너 잡아먹는 줄 알겠다."
나직하게 농담처럼, 아마 농담으로 들리도록 의도했을 농담이다. 그리곤 성호는 소형 정식의 구성을 살펴보았다. 초밥 4개, 사시미 10점, 소형 덮밥.
"이걸로 배가 차겠냐?"
하고 말하면서도, 성호는 주문서에 곤부지메 정식 小와 타다끼 정식 中을 쓰고는 벨을 눌렀다. -
123 성호주 (Cg9bKi7SlY) 2021. 12. 4. 오전 12:21:01하제주 요즘 접속시간이 바뀐 느낌이네~ 11시쯤으로 생각하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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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4 하제주 (h9OKLW4TQc) 2021. 12. 4. 오후 1:43:09>>123
일단 오늘은 다시 11시쯤에 올거긴 한데 다음주는 모르겠어, 동접을 바라고 있지만 하루가 어떻게 흘러갈지 예상되기 시작하면 또 바뀌고 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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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5 하제 - 성호 (h9OKLW4TQc) 2021. 12. 4. 오후 2:14:14" ....... "
키득거리는, 자기 놀리는 소리가 들려오면 하제는 부끄럽다는 듯이 시선을 피했다. 저런 말을 농담조로 한다는 것은 잡아먹을 생각이 없다는 것으로 받아들여도 된다는 것일지, 성호같은 사람들이 무엇을 하고 사람을 어떻게 대하는지에 대한 지식은 피상적인 수준에 머무르고 있었으니 나름 사리에 맞는 생각이라고 할 수 있었다.
" 말했잖아, 많이 못 먹는다고. "
혼자 왔다면 곤부지메 정식이 아닌 사시미만을 시켜 먹었을 것이다. 물론 의미 없는 가정이지. 남동시장의 깊숙이 있는 이곳을 제발로 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니까. -
126 성호 - 하제 (BpQPC2vGEI) 2021. 12. 4. 오후 10:41:08확실히 지금 이것은 호랑이가 사슴 하나를 잡아놓고 잡아먹는 게 아니라 희롱하면서 가지고 놀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이상한 상황이었다. 성호 역시도 피상적인 부분까지밖에 자신을 보여주지 않았다. 어쩌면 그것은 하제가 거기까지만 보고 싶어해서일 수도 있지만, 이렇게 놓고 보면 의외로 몇 가지 불량한 점만 애써 외면해보면 다른 평범한 또래 친구들과 별다를 것이 없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았다.
"눈치라도 보는 건가 해서- 솔직히 눈치볼 만하지, 말도 몇 번 안 섞어본 양아치 새X가 갑자기 저녁을 사겠다는데."
얼굴에 자조적인 웃음을 띄며 그렇게 말하는 것으로 보아 성호 본인도 이 저녁이 기묘하다는 생각은 하는 모양이다. 자조적인 웃음은 탈력감을 띄었다. 종업원이 온다. 성호는 주문서를 종업원에게 내밀어주며, 하제에게 덧붙였다.
"억지로 많이 먹일 생각은 없으니까 안심해."
하제의 체격이 피골상접 수준까진 아니라도 상당히 깡말랐다는 것 정도는 쉽게 알 수 있었다. 눈으로도 보였고, 원했건 원치 않았건 몇 번의 스킨쉽도 있었으니까.
얼마나 지났을까, 종업원이 쟁반을 받쳐들고 왔다. 먹기 좋은 크기로 썰린 연어 곤부지메 사시미와 양념장, 드레싱소스와 얇게 썬 양파 몇 조각, 케이퍼 한 알씩이 올라가 있는 곤부즈메 초밥에, 얇게 썬 곤부즈메와 연어알이 곁들여진 덮밥이 나왔다. 타다끼도 구성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중짜를 시켰기에 곤부즈메보다 양이 확연히 많았지만). 사시미를 찍어먹으라고 만든 듯한 소스도 3종류가 따라왔다. -
127 하제 - 성호 (7KsIP30Kv.) 2021. 12. 4. 오후 11:42:43헛웃음을 지을만한 말이 아니라고 생각한 건지, 지쳐서 적절한 반응을 해주기 힘들었던 것인지, 하제는 성호의 말에 쓰게 웃음을 지을 뿐이었다. 현재의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는 상대는 무슨 목적으로 자신에게 이런 호의를 배푸는 것일까. 어떠한 종류의 악취미이지는 않은지 의심이 드는 것은, 의심이 많은 사람으로서, 그러니까 들키고 싶지 않은 사실이 많고 유약한 이로서 당연한 행동이었다.
적어도 식고문은 아니다 이것인지. 믿는다 외의 선택지가 거세당한 이는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고, 조금 안 있어 올라오는 메뉴에 눈이 크게 돌아갔다.
" 우와... 사진으로 봤던 것 보다 더 맛있어보여. "
실제로 연어의 살은 상온에 녹은 기름이 표면을 잘 덮고 있어 실내의 전등빛에 반짝거렸고 선명한 채도의 선홍빛은 잘 선별된 먹이를 골라 살이 쪘음을 증명하는 것 같았다. 음식이 나오면 분명 이전까지는 불편한 기색을 보였던 이였다는 사실은 까맣게 잊어버렸는지 감탄사를 연발하다 음식에 얼굴을 가까이 하고는 냄새도 맡아보았다. -
128 성호 - 하제 (88gzm660/E) 2021. 12. 5. 오전 12:19:09자신의 분수나 정상적인 사회적 통념에 걸맞지 않은 짓을 하면서 즐기는 것을 악취미라고 정의한다면, 확실히 이 저녁은 성호의 일말의 악취미라고 해줄 수 있는 것이었다. 다행히도, 하제에게 유일하게 놓인 선택지 아닌 선택지가 불러온 결과는 아주 최악은 아니었다. 아무래도 생살을 불로 조리하지 않고 내어놓은 것이다 보니 강한 냄새는 나지 않지만, 곤부즈메 특유의 정종향이 희미하게 어우러진-다시마를 닦을 때 정종을 곁들이는 모양이다-고소한 냄새에, 덮밥에 뿌린 양념장의 냄새가 어우러진다. 한입 베어물어 보면 수분이 절묘하게 빠져나가 단단하면서도 살살 녹는 질감에, 연어의 기름진 풍미와 다시마의 감칠맛 사이의 밸런스를 잘 잡은 훌륭한 풍미가 느껴질 것이다.
"이 정도로 놀라긴."
하며 성호는 타다끼 스시 하나를 입으로 쏙 밀어넣는다. 하제로서는 긴장의 끈을 놓지 않을 수 없는 저녁식사 메이트였음에도, 잘 차려져나온 음식에 긴장의 끈을 놔버린 하제를 보고 성호가 한다는 생각이라는 게 고작 '식욕이 없는 게 아니라 그냥 진짜 위장이 작은가 보다' 하는 정도의 시덥잖은 생각이라는 걸 알면 하제의 기분이 어떨까.
"이것도 먹어봐."
하는 말에 고개를 들어보면, 간장 베이스의 양념장을 가볍게 찍은 타다끼 한 점이 젓가락에 들려 하제의 코앞으로 다가와 있다. 성호가 타다끼 한 점을 집어서 하제에게 내밀고 있었다. -
129 하제 - 성호 (fO1BLxVmzk) 2021. 12. 5. 오후 11:16:42하제가 예상했던 성호의 악취미란 '자신의 분수나 정상적인 사회적 통념에 걸맞지 않은 짓'이라기 보다는 조금 더 교묘한 녀석들이었다. 서스럼 없이 다가와 하제쪽에서 친밀감을 느끼게 될 정도가 되어, 성호의 일반적인 사회교류의 현장, 즉 학교나 낙일시의 번화가에서 하제를 들여놓고 그자리에서 접촉전의 위계질서를 드러내어 하제를 혼란하게 만들고 그것에 쾌감을 느끼는. 잘 따르는 동물을 사람들 앞에서 목을 베는 것과 같은 행동들. 일차원적인 유흥에 충분히 오래 노출된 이들이라면 조금 더 고차원적인 수준에서 나타나는 감정의 낙차를 즐기거나 하지 않을까 하는 오래된 생각-불안의 발현이었다.
" 응? 어? "
정신이 빠져서 상대의 행동과 발언을 뒤늦게 알아차리게 되면 얼빠진 얼굴로 상대의 모습을 빠르게 훑었다. 입 안에 들어갔다가 나온 탓인지 아니면 연어의 기름이나 간장이 묻은 흔적인지 젖은듯이 보이는 젓가락의 끝과, 아무 죄가 없다며 주장하는 타다끼 한 점과, 선택을 늦추게 된다면 큰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기세등등하게 자살협박을 해대는 양념장이 위태롭게 방울지고 있었다. 모든 상황이 어우러져 하제는 굳는 것 이외의 것을 생각할 수 없었으며, 느릿하게 손을 들어올려 대답을 하려다-
뚝-
하고 양념장이 바닥에 떨어지는 것을 인지했다. 동시에 상대의 변덕스러운 호의마저 바닥에 떨어졌을 것이라는 근거없는 불안함이 불길처럼 솟아올랐고, 아- 하는 단말마를 짧게 외고는 차갑고 무거워진 밀도높은 공간 속에서 필사적으로 팔을 허우적 거리다가 구석에 있는 휴지함으로 뻗었다. 그 뒤에 올 행동은 당연한 것이어서, 미안, 미안! 이라는 변명같은 말을 하며 정신없이 몇 장 뽑아낸 휴지로 바닥에 떨어진 양념장을 닦아내었다.
흔적조차 남지 않은 바닥을 몇번이고 다시 닦아내는 것은 무언가를 회피하기 위한 목적도 다분히 내포하고 있었기에 행위 자체는 좀처럼 쉽게 멈추질 않았다. -
130 성호 - 하제 (x6DmDtGw/s) 2021. 12. 9. 오후 8:26:11적어도 아직까지는, 알 수 있는 것은 없다. 지금 이 순간의 하제가 성호에게 어떤 인물로 가 닿고 있는지, 성호는 그것을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대하려 하는지. 지금 그는 그저 무언가 강렬한 감정을 품기에는 지쳤다는 듯 나른한 태도를 취하고 있을 뿐이었다. 정말로 별생각 없이 나른할 뿐인지, 첨예한 감정을 숨기는 데에 대단히 능숙한 것인지 도무지 알 수 없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성호는 자기 감정을 주도하는 것만큼이나 남의 감정을 알아채는 데에도 능숙했다. 적어도 자신의 눈앞에 드러난 감정이 어떤 것인지 정도는 분별할 수 있었다. 예를 들자면, 젓가락 끝을 바라보며 얼어버린 하제의 푸르른 눈동자에 담겨있는 게 무엇인지. 바닥에 톡 떨어진 양념장을 서둘러 닦고, 닦은 자리를 또 닦는 하제의 모습을 보는 성호의 눈이 차가웠다. 아마 하제의 기벽을 어느 정도 눈치채기야 했을 것이다. 이 이전에도 몇 가지인가 충분한 단서가 있었으니까. 그러나 그에게는 그것보다 더 거슬리는 것이 있었다. 그는 입을 뗐다.
"그냥 이거 계속 이렇게 들고 있으면서, 안 먹어? 하고 너한테 넌지시 물어볼 수도 있거든."
그리고 그는 양념장이 또 떨어지기 전에, 그 살점을 자신의 입에 쑥 집어넣었다. 그리곤 씹지도 않고 삼켰다.
"오늘은 그럴 기분 아니니까 그렇게 하진 않겠는데, 다음부터는 거절할 일이 있으면 똑바로 거절해. 멍때리고 있지 말고. 최소한 제대로 거절받는 편이 훨씬 덜 X같으니까."
성호는 속이 뒤틀리는 것을 느꼈다. 아니나다를까 역시나 시작부터 잘못된 모양이다. 딱 한 순간... 자기가 흔히 어울리는 다른 패거리들의 손에서 건져내 주었을 때를 빼고는, 하제의 눈이 자신과 마주쳐서 좋은 기색을 보여준 적이 없다는 것을 되새겨본다. 그걸 무작정 하제를 탓할 일인가? 하고 생각해봐도 당연히 답은 뻔하다. 하제와 같은 아이들이 자신을 두려워할 만한 쓰레기같은 삶을 살아온 것은 자신이었으니까. 씁쓸한 기분을 벗어나려고 신선한 자극을 원했지만, 역시 그 과정에서도 쓰레기같이 사는 법밖에 몰라 쓰레기같이 살아온 자기 자신의 삶의 그림자가 발목을 잡는다. 마치 쓰레기의 운명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선고라도 하듯이.
"다 닦은 데 계속 닦지 말고, 먹던 거 마저 먹어."
# 화요일에 답레를 분명 썼었는데, 작성이 안 됐던 걸 오늘에야 발견했네 88 다시 써왔어 -
131 하제주 (YQF/V6HN66) 2021. 12. 11. 오후 12:58:13오늘중에 답레 내올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