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작와작.

편지를 우체통에 넣으면 받는 사람에게 배달할 거야.
근데 얼마 전부터 이상한 편지 넣는 사람 누구야? 어이가 없어서...
그런 편지는 내가 뜯어먹을 거야.
맛있는 우표 붙여놔라.

꿀꺽.
📭

날로 몸이 스러지고 있기에 네게 글 한 줄이나마 전하려 서툴게 펜을 든다. 재주없는 사내라 이리 끄적이는 것 외에는 할 줄 아는 것이 없다. 그러한 것이 부끄러워 차일피일 미루고 있었던 일을 지금 마치려 한다.

희서야, 너는 고목古木의 여름을 기억하느냐. 제 살덩이를 파먹는 벌레까지도 너그러이 감싸던 풍요로움을 기억하느냐. 나는 내 그릇도 모르고 그러한 사내가 되고자 했다. 분수에 맞지 않는 일을 꿈꾸어 자연히 쇠잔해졌다. 부끄럽다. 내가 진작에 그만뒀더라면 너와 함께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적어도 네게 이리 서글픈 편지를 쓰지 않아도 되었을 일이다. 부끄럽다. 너를 지키겠노라 단언했으나 결국 주는 것은 상처뿐이다.

희서야, 너는 여름을 기억하느냐... 나는 생생히 기억한다. 여름날 계곡에서 희게 웃던 너를 기억한다. 희게 웃는다는 것의 본의도 모르는 주제에 그저 홀려 마주 서툴고 투박히 웃었다. 계곡 소리에 네 목소리는 묻혔으나 내 귀에만은 생생히 네 음성이 울렸다. 매미 소리도, 이어진 장대비 소리도 그 울림을 가히 뚫을 수 없었다. 고백하건대, 나는 이 기억으로 살아가고 있다. 네게는 과거에 연연하지 말라 가르쳤지만 정작 나는 그것을 실천하지 못하고 있다. 우습게도 반성조차 하지 않고 있다. 부끄러워야 하거늘, 부끄럽지도 않다. 지금도 네 음성이 울린다.

연모를 쉽게 입에 담는 사내를 마음에 두지 마라. 나처럼 연모라는 말을 편지에 수십번, 수백번 담는 사내는 더더욱 가슴에서 멀리해라. 재주가 없는 사내 또한 마음에 두지 마라. 나처럼 펜 놀리는 재주밖에 없는, 같잖은 사내는 더더욱 두지 말아라...

희서야, 내 몸은 쇠락하고 있다. 봄날 묵은 눈이 녹듯 사라져가고 있다. 내 글 스승이 누누히 말씀하신 것이 있다. 글은 글의 내용뿐만이 아니라, 글씨에도 힘이 있노라 가르치셨거늘, 내 손에는 지금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글씨가 흐리멍텅해져가니 그 의미도 흩어지고 있다. 희서야, 나는 네 이름을 이제 더 이상 많이 부르지 못하니 이 편지에서라도 이 원을 다 풀고 가려 했다. 그러나 불러도 불러도 풀리지가 않는다. 희서야, 내 무덤은 그늘께에 놓아 주어라. 죽어서도 햇볕 보기가 부끄럽다...

선배가 이 옥상에서 죽은 지 1년만이네요.
요즘같은 시대, 죽었다고 떠날 수 있는 시대도 아닌데. 영혼 관측기 비싸긴 하지만 하나 샀어요. 선배가 나 보일 때마다 도망치는 거 못 본 줄 알았어요?
좋아, 얼굴 보는 거 싫으면 우리 편지로 얘기해요. 얘기 안하면 부적 붙인 빠루로 쫓아가서 얘기 들을 때까지 팰 거에요. 알겠어요?
대답 잘 하세요.
(빈 종이와 펜이 같이 놓여 있다.)

>>2
(한참을 고민한 것처럼 종이에 유난히 힘을 꽉 준 점 하나가 구석에 찍혀있다.)

내가 무슨 말을 하기를 바라서 이러니.
이미 죽은 사람 하나 놓아주는 게 그렇게 힘들었니.

(글자들마저 힘을 주었는지 종이가 얕게나마 패여있다.)

>>3
(상자가 같이 있다. 열면 스프링이 튀어나오는 장난감에, 주먹이나 벌레 모형 대신 누군가의 사진이 있다.)

(앞면)
상자 안 열었으면 먼저 열어요.
(뒷면)
내 얼굴 안 보려 해서 이렇게라도 보라고 놨어요. 유령이니까 스프링이 얼굴에 맞아 아플 일이 없어서 참 다행이죠?
미안해요. 장난 좀 쳐 봤어요. 선배가 없는 세상이 너무 심심해서 그랬거든요. 어찌나 도망치는지, 영혼 관측기가 고장나 안 보이는 줄 알았어요.
지금 그냥 버리려는 거 아니죠? 이제 본론 말할 테니까 마저 읽으세요.
(여기부터 글자를 힘줘서 눌러 썼다.)
못 놓겠어요. 못 놓아줘요. 선배.
제가 언제 무슨 말 하라고 강요나 했나요? 그냥 얘기나 좀 하자고요. 얘기. 이야기. Talk. 어려워요? 하긴, 선배는 생전에도 지긋지긋하게 말이 없었으니까.
그래서, 내가 싫었는데, 아무 말도 안 했던 거에요?
답장 안 하면 사실 나랑 결혼하고 싶었는데 사회의 편견을 이기지 못해서 죽은 거라고 결론 내릴게요.
대답 잘 하세요.
(빈 종이와 펜이 같이 놓여 있다.)

>>4

상자, 열어봤다.
편지도 버릴 생각 안했다. 내가 네 것을 어찌 버려.
(꾹 눌린 점모양 자국이 있다. 역시나 고민한 흔적이다.)

내가 말이 적은 사람인 건 맞다. 고치려 해도 원체 그렇더라. 그리고, 난 네가 싫지 않았다. 그런 적이 없다. 그것 하나는 확실히 말해줄 수 있단다.
산 자는 죽은 자와 얽히지 않는 편이 좋다는 원론적인 이야기를 해도 너는 무시하겠지. 전부터 너는 그런 아이였니까. 무언가를 하고자 하면 놀랍도록 무서운 실행력으로 밀어붙이기도 하는.
그래서
나로부터 무슨 이야기가 듣고 싶은 거니, 너는.

안녕, 얘들아? 따스한 봄에 꽃다운 우리 친구들과 처음 마주 앉았을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졸업이 다가왔구나. 올 한 해는 어떻게 보냈니? 아마 무난하고 탈 없이 보낸 친구도 있을 거고, 그 어떤 해보다 의미있게 보낸 친구도 있겠지. 분명 사람마다 다를 거야.

얘들아, 운을 따라오는 성취는 없단다. 물론 결과가 나를 배신하는 순간이 있을 수도 있고, 나보다 덜 노력했는데도 더 큰 성과를 이루는 사람이 보일 수도 있어. 하지만 선생님은 이런 말을 해주고 싶구나. 노력은 의미있는 삶을 살기 위한 최소한의 자격이야. 행복을 얻기 위한 과정이 없다면 그 끝에는 반드시 무력감과 권태감이 따라온단다. 그러니 졸업하고 나서도, 우리 3학년 1반 친구들, 꼭 자신이 원하는 것을 성취하기 위해 끊임없이 달려줬으면 좋겠어.

선생님이 지병으로 인해 이번 졸업식에 참여할 수 없게 되어 부득이하게 편지를 통해 모두를 만나게 되었어. 중요한 날에 자리를 지키지 못해서 미안하고, 비록 멀리 떨어져 있어도 선생님은 친구들의 행복을 가장 먼저 생각하고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줘. 뒷장에 주소와 연락처를 적어놓았으니 원한다면 언제든 편지로, 문자로 대화해도 좋단다.

모두, 새학기까지 남은 시간 알차게 보내렴.
사랑한다.

VX-1533. 유안.
이제야 편지를 건네는 나를 용서해줘.
너도 알다시피 세상은 그 전쟁 이후로 완전히 뒤바뀌었지. 이후 몇몇 사람들은 각자의 파벌을 형성해 과거의 영광을 되찾고 싶어했어. 이곳 시설도 마찬가지야. 시설은 사람들을 데려와 연구하고 이상적 결과를 얻기 위해 만들어졌어.
납득할 수 없겠지. 미안해. 진작에 그만둬야 하는 일이었는데.
유안. 이 편지를 읽고 새 옷으로 갈아입으면 문이 열리게 될거야. 시설 내 다른 아이들은 걱정하지 마. 너만 생각해. 무너지는 시설을 마지막으로 둘러보기에는 시간이 넉넉치 않을거야. 나도 찾지 마.
미안... 미안. 네가 당한 일들, 인류를 위해서라는 말로 변명이 되지 않는 거 알아. 그저 이기심이겠지. 우리의, 나의.
탈출해줘 유안. 뒤에는 약도가 있어. 비상등도 있으니 탈출은 어렵지 않을거야. 특히 네 신체능력이라면

>>7
솔직히 네게 부담감을 주고 싶지 않아. 곧 망가질 시설의 목적이 어쨌든. 그러니 짧게 부탁할게.
생존을 최우선으로 하고, 가능하다면 남도 도와줘.
K.

#실수로 작성눌렀네

누님 죄송합니다.
나가자마자 공항으로 튈테니 봐주시면 안될까요 누님
저희가 죽으면, 저희 죽는것도 X나게 쫄리지만 본사에서 어떻게 생각하겠습니까. 바로 뉴스에 나올걸요. 저희 그래도 한국에선 유명한 방송국이라서 뉴스 좀 뜨고 하다보면 아무리 여기가 유착이 침해도 경찰이 조사 들어가게 될겁니다.
그러니까 누님도 조직을 위해서 저희 좀 풀어주세요.
주머니에 호텔 3일치 숙박비 있는데 약소하나마 이거라도 바치겠습니다.

이빨요정에게

야! 내가 6살때 충치 안생기게 해달라고 부탁했잖아.
오늘 치과갔다왔는데 선생님이 아니래!!!
사기꾼요정이야 넌!
언니한테 다일른다!
내 이빨 고쳐!!

현서가

이 상도덕도 없는 인간아.
귀찮은 사건만 골라서 나한테 떠넘기는 짓 좀 그만 하라니까요?
오늘 너한테 추천받아서 온 의뢰인도 아주 악질적인 놈이더만.
거 같은 탐정 사이에 지킬 건 좀 지킵시다, 예?
그리고 너 자꾸 다른 사람들한테 우리가 라이벌이라고 주장하고 다닌다던데, 말은 똑바로 해야죠.
내가 너보다 훨씬 실적도 좋거든요?
사무실도 내 사무실이 훨씬 넓고 깨끗하거든요?
한 번만 더 이상한 의뢰인한테 나 추천하면 다음 사건의 피해자는 너가 될 줄 아세요.

-L.

추신. 너 조수한테 안부 좀 전해 줘요. 내 사무실로 이직할 생각 없냐고도 물어봐 주고.

내 평생의 삶은 비운飛雲이자 비운悲運이었소.

내게는 그대 곁에 있던 순간이 바람에 날리우다 잠시 그대 뻗은 가지에 걸린 것과 같았지요. 참으로 기묘한 날들이었습니다. 태어나 처음 느껴보는 평화와 만족감에 오래 눈을 감았다가 떠보기도 하였어요. 다시 눈을 떴을 때에도 당신 얼굴 앞에 있더군요. 좋은 날들이었습니다. 돌이켜 보면 찬란해요.
가끔 사람은 한때의 기억으로 평생을 살기도 한다지요. 나는 그대와 함께 있던 순간으로 앞으로의 모든 비운을 견딜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고맙습니다. 남기고 가는 말이 이토록 볼품없어 미안할 따름입니다. 부디 내가 당신의 찬란한 기억이 아니길 바라며, 당신이 한껏 넘치게 행복하길 바라며 이만 줄입니다.

>>11
To. 내 사랑♥L.

상도덕이라니 너무했다! 난 그저 나로서는~ 아주 약간~ 아주 조금 능력이 부족해서~ 그래서 실력 좋은 탐정 소개해주는 것 뿐인데♡
덕분에 네 사무실 실적도 쌓고 소파도 좋은 걸로 바꾸고 이런 게 바로 상부상조라는 거 아니겠어? 좋은 게 좋은 거지~ 너무 화내지 마 그러다가 금방 머리 빠진다~? 조간신문에 네 이름 대서특필되면 네가 좋겠니 네 라이벌이 좋겠니!
아무튼 이 편지와 함께 도착했을 호프웰의 가정교사도 잘 부탁해♥ 화이팅!

사랑을 담아.
E.


추신.
패트릭 말고 내가 이직해준다니까?

>>11

이 싸움은 네가 먼저 시작한 거야! 네가 내 패션을 무시했잖아, 체크무늬 코트가 뭐 어때서!?
그리고 말이야, 그런 이유가 아니더라도 난 너따위 탐정으로 인정 못 한다. 망할 책상머리에만 앉아있는 탐정은 들어본 적 없다고.
탐정이란 자고로 용기- 그리고 직접 현장을 살피는 실행력이 있어야지! 내가 한창 범죄사건 수사에 협조했을 때는 말이야, 잠입해서 깡패들과 몸싸움 하는 것 정도는 일상이었어. 어린아이를 지키려다 생긴 그 칼자국-영광의 상처!-은 아직도 내 허리에 남아있지!
그러니까 너같은 가짜 탐정은 아무리 사건 해결율이 높더라도 인정 못 해. 안 해. 절대로!

덤빌테면 덤벼 보던지! 흥.

안녕하세요. L 선생님.
D 탐정님의 조수입니다. 또 뵙네요.
이직할 생각 없다는 점 알려드리며 이만 편지 마칩니다.
여기서 한 줄 더 쓰라고요? 쓸 거 없는데요... 네. 이만 마칩니다. 아 맞다 이번 의뢰인 건은 죄송합

(마구 지워진 흔적)

(아악 마스크좀요.)

>>13

입에 침도 안 바르고 거짓말 하긴. 그냥 귀찮을 뿐이잖아요?
그리고 내 사무실 실적이나 새 소파에 너는 보태준 거 하나도 없거든요? 전부 내 능력으로 이룬 거라고요. 참고로, 최근에 바꾼 건 소파가 아니라 책상이랑 의자예요.
스트레스성 원형탈모 생기면 전부 너 탓인 줄 아세요. 치료비도 청구할 거니까 각오해요.
그리고 이 가정교사, 딱 봐도 뭔가 구린 게 있잖아요. 나야말로 이런 사건 붙잡고 있을 시간이 없다고요.
난 바쁜 몸이에요. 너와는 달리!

-L.

추신. 너는 필요 없다니까요?
패트릭처럼 유능한 조수가 왜 아직도 너 밑에서 일하는지 정말 이해가 안 간다고 전해 줘요.

>>16

To. 멋쟁이 L.♥

난 우리 L.의 냉정한 통찰력이 너무 좋더라 언제나 늘 멋져♡ 그런데 우리 스트리트의 자랑이 활약하는 모습을 보고싶은 내 마음은 왜 몰라주는걸까? 나 너무 슬퍼. 날 의뢰 해결하기 귀찮아서 매일매일 펍이나 가는 날백수 탐정이라고 생각하는거야? 흑흑.

세상에, 책걸상은 또 언제 바꿨대! 역시 네 사무실에 놀러 못 간지가 너무 오래 되었어. 우리 언제 또 네 사무실에서 데이트 할까? 난 당장 내일이라도 좋아 연락해줘♥ 패트릭은 떼놓고 우리끼리만 놀자구. 패트릭은 자꾸 너네 사무소에 눈독들여서 질투난단 말이지? 나 뒤끝 되게 길게 가는 거 알지?

나의 의뢰 주선과 우리 똑쟁이 L.의 능력으로 탄생한 우리의 책걸상 합작품을 같이 감상할 그 날을 기대할게♥

내 사랑 탐정님의 곧 맨들맨들해질 대머리도 놀ㄹ사랑하는,
E. 보냄♡


추신.
보낸 편지만 봤을 때 내가 보낸 의뢰인의 사건을 수락하지 않은 것 같은데, Ms.메릴로는 호프웰로 돌려보냈어? 만약 그렇다면 한동안 소포를 조심하도록 해. 그녀의 입이 L. 탐정님을 향한 내 마음만큼 무겁길 바라.

아련하고 그리운 꿈을 꿨어.

아직도 꿈을 꾸는 것 같아.

그만 잠에서 깨었으면 좋겠어.

이름 모를 친구야,

내가 깨어나길 기도해 줘.

난 내가 힘든 게 좋고 외로운 게 좋아.아무도 내 괴로움을 모르는 감각이 좋아. 그러니까 어설픈 연민으로 날 도와주는 듯한 행동은 그만둬 줬으면 좋겠네.
어떻게 알았는진 몰라도 내 학교생활은 완벽하잖아. 안그래? 이렇게 연기하는 것도 내가 좋아서 하는거야. 넌 내 모습 아래에서 뭘 봤는지 모르겠지만 난 한번도 사람들 앞에서 진심이 아니었던 적도, 진심이었던 적도 없어.
둘다 나야. 그러니까 괜히 끼어들지 마.

잊어지지가 않아서 미운 사람아

갑작스럽게 사정이 생겨 오늘 수업은 없습니다.
본교재 24쪽, 부교재 36쪽까지 풀어놓으세요. 내일 검사하겠습니다.

>>21 쌤 오늘 나말고 누구만나요?

>>22 급히 본가로 내려갈 일이 생겼다. 일가 사람들밖에 안 만나니까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숙제 잘 해놓고 있어라.

>>23 쌤네 무슨 큰 일 났어요?
났으면 꼭 말해줘요 알았죠? 숙제 열심히 할거니까 본가에서 내생각해줘요

>>24 별 일 아니니 크게 걱정하진 마라. 그래, 잘했다. 내일 수업내용 잘 생각해놓고 있으마.

>>18
나는 요즘 꿈을 꿔요.

꿈 속에서 잠드는 꿈, 꿈 속의 꿈, 몽중몽.

꿈 속의 나는 꿈꾸는 사람을 보고 있어요. 그럴 때 너무 슬퍼요.

잠든 분에게 이 말이 닿았으면 좋겠어요.

나는 당신이 깨어나길 바라고 있어요. 꿈 밖에서 만나요.

[이미지]
기장밥*
조랭이떡국* 1,5,6
무장아찌무침* 13
건파래자반* 5,6,13
피쉬 앤 칩스* 1,5,6
배추김치* 9

오늘 급식표. 망함. 매점 가고 싶은데 돈 있어?
몰폰 걸리면 또 방과 후 청소니까 빨리 답장 ㄱㄱ

>>27
아 나 오늘 지갑 안가져왔는데 급식 라인업 실화?
3천원만 빌려주면 내일 갚아드림

>>28
실화임. ㅈㄴ가슴이 웅장해지는 중 크으~ 급식 비리 털면 백만이상은 나온다에 건다 ㅋㅋㅋ
3천원? 그깟 삼천원정도는 내게 없지 ㅎ 있으면 문자 왜 보내겠음? 그런데 너 진짜 돈 없어?

>>29
ㄹㅇ 이사장이랑 무슨 뒷거래 한거 아니냐; ㅈㄴ 어나더 레벨임 이건
ㅇㄴ 지도 돈없으면서 매점가자한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나 찐으로 돈없음.. 이따 집갈때 버스비도 없어서 너한테 빌리려 했는데

>>30
분명히 있을걸. 없으면 4000원짜리 밥이 이렇게 허술할 리가 없음. 편의점에서 도시락 사먹는게 낫겠네. 아 ㅋㅋ 화려한 조명이 이사장 비밀장부를 비추네 OTL. ㅅㅂ 이렇게 된 이상 반장한테서 삥을 뜯자. 그 놈 지금 지각비로 몇만원은 모았는데 그 중 반은 원래 내 돈이니까 합법임.
새삼스럽게 왜 그래 우리 원래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주는 그런 건전한 사이잖아.
나도 버스비 없어서 얻어탈려고 했는데. 무임승차 각?

>>31
내 거친 급식과~~~ 불안한 영양사와~~~ 그걸 지켜보는 이사장~~~
반장 왜 괴롭히냐ㅋㅋㅋㅋㅋㅋㅋ 니가 일주일에 3일은 지각하니까 맨날 지각비 뜯기지ㅡㅡ
이ㅅㄲ 딱보니까 나 돈있으면 뜯어먹으려고 각재고 있었구만? ㄲㅈ 돈없어
무임승차 에바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걸어가야지 뭐ㅠㅠ

>>32
힘 없는 학생들의 등골을 빼먹는 이사장을 타도하라. 이것은 위대한 혁명이다! 졸업하기 전에 기필코 이사장의 머리가 가발인걸 인증할거임. 아 젠장 내 4000원 ㅅㅂ
반장은 귀여우니까. 매일 괴롭혀야 제 맛임. 그리고 내가 반장을 괴롭히는게 아니라 반장이 날 괴롭히는 거지 이런 엄석대같은 ㅅㅋ. 우리 둘이서 쏜다하고 매점까지 끌고가면 그 이후엔 별 수 없지 않을까. 아니면 수학쌤이 국어쌤한테 연애편지 쓰는걸 봤는데 그걸 빌미로 간식을 뜯어내는 거지 ㅋㅋㅋ 역시 난 천재야.
와 매정해. 지도 거지면서 인색한 시키 ㅋㅋㅋ 이대로 걸어가는건 내 면이 안 서는데

>>33
ㄹㅇ;; 진심 졸업하기 전에 이사장 가발 들고 튀어서 학교 옥상에 걸어놔야 됨ㅅㅂ
ㅁㅊㅋㅋㅋㅋㅋㅋ 찐사랑이네 난 빠져줄 테니까 매점 가서 반장이랑 이쁜 사랑하셈 ㅅㄱ
?? 수학이랑 국어 사귐?? 찐으로??
뭐 임마ㅋㅋㅋㅋㅋㅋ 넌 니가 싸랑하는 반장한테 돈 빌려서 버스 타라 난 걸어간다

>>34
ㅇㅈ. 학교 옥상에 걸어놓고 방송으로 탈모르파티를 전교에 틀어줘야 함. ㅅㅂ ㅋㅋㅋㅋ 이게 찐 사랑으로 보이냐 ㅋㅋㅋ 엄석대랑 엮다니 나는 그 놈이 가진 돈을 사랑할 뿐임. 아니 근데 생각을 해봐 그 깐깐한 ㅅㅋ가 안 그런 척 하면서 뻘짓에 일일히 반응하는 거 솔직히 존잼인데.
교무실 가서 봤다 ㄹㅇ 팩트. 니도 건수 잡고 싶음 지각하고 주번해서 아침 일찍 가면 됨.
아 너 대답 진짜 사랑스럽다 야. 젠장 이렇게 됬으니 박쥐를 태워줄 나의 포루투가를 찾을거임. 태워달래도 안 태워 줄거다

>>35
탈모르파티 ㅅㅂㅋㅋㅋㅋㅋㅋㅋㅋㅋ 민머리 대머리 맨들맨들 빡빡이다 비리 이사장아
ㅇ 그렇게 돈을 사랑하다 본체까지 사랑하게 되는 거임 ㅅㄱ~ 니가 ㅈㄴ 재밌어 죽을려 하면서 맨날 놀려대니까 걔가 반응을 하는거 아녀ㅋㅋㅋㅋㅋㅋㅋㅋ
ㅁㅊ 내일 7시에 등교해서 교무실에 숨어있는다;; 수학 짝사랑임 아님 쌍방임?
와 저 매정한 ㅅㄲ 진짜 혼자 가네ㅡㅡ 그래 가라 가

[100000000000 골드]
[장인의 신이 제작한 순결한 여신이 축복한 신수의 대형 체력포션 x 500]
[장인의 신이 제작한 순결한 여신이 축복한 마수의 대형 마나포션 x 500]
[영원히 변치 않는 푸른 글록스 가죽 신발]
[영원히 변치 않는 푸른 글록스 가죽 상체 갑옷]
[영원히 변치 않는 푸른 글록스 가죽 하체 갑옷]
[영원히 변치 않는 푸른 글록스 가죽 가죽 장갑]
[물의 정령왕이 깃든 초월의 목걸이]
[캐릭터이름이몇글자까지들어의 마나가 담긴 자수정 반지]
[격정으로 요동치는 분노의 10단계 오브(비어있음)]

고수님 접었어요?
저 갚으러 왔는데

>>37
왤케 무서워져서 돌아왔어요
저 요즘 바빠서... 반쯤 접은 상태라 못들어왔네요.

잘 지내?

연락하지 말랬다고 정말 편지를 한 장도 안 보내다니... 사실 조금 기다렸거든. 영 연락이 오지 않을 것 같길래 이렇게 편지를 쓴다.

우리 마을은 네가 떠날 때와 꼭 같아.
네가 싫어하는 성당의 수녀님은 아침마다 자상하게 네 안부를 물으시고, 허술한 닭장에는 병아리들이 종종거리고. 해가 뜨면 우리 집 문을 두드리던 네가 사라진 것만 빼면 전부 같다. 그래서 신기할 정도야. 난 분명 네가 사라진다면 정말 모든 게 변해버릴 거라고 생각했거든.

하하. 유치하지. 너는 거기서도 너답게 지내고 있으려나? 언어가 다르다던데 힘들진 않아? 그래도 넌 어려서부터 배움이 빨랐으니까 어떻게든 잘 해낼 거라고 믿어. 결국 너는 친한 친구도 만들 테고...

(잉크 번진 자국)

있잖아, 아쉽지만 너는 우리 마을보다는 더 넓은 세상으로 가는 게 맞을지도 몰라. ...역시 지금에서야 말하는 건 좀 우습지? 끝까지 가지 말라고 우겼는데. 이렇게 인정하게 될 줄 알았으면 그러지 말 걸 그랬어.

약혼하기 싫다고 뛰쳐나간 것도, 갑자기 말도 안 통하는 외국에 가서 처음 들어보는 학문을 배우겠다고 한 것도. 모두 정말 너다운 일인 것 같다.
그땐 친구를 잃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먼저여서 응원도 못 해줬네. 미안해.

이젠 편지로밖에 이야기하지 못하겠지만, 나중에, 만약에... 서머필드에 돌아오게 되면.
그때는 우리 집에 놀러와 줄 거지?
예전처럼 말이야.


서머필드
은행나무 길, 세번째 집.
R. O.

뉴 타입 빌런 두 명 출현

현재 금호부대

전멸을 앞두고 있다

내가 바라는 건 단 하나뿐

나의 시체가 부디 온전하기를

그리고 수연아

복수는 꿈도 꾸지 마

넌 (짙은 핏자국 때문에 글씨가 보이지 않는다) 안 돼

>>40

나 원래 남의 말 잘 안 듣는 거 알잖아
누가 하지 말라고 하면 이 악물고 더 하려 들고
미안해 네 부탁이라 정말 들어주고 싶었는데
사실 이렇게해서 (눈물자국에 번진 글씨)면 네 얼굴 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미안해 네가 보고싶어
어디서든 다시 만날 수 있으면 좋겠어

{너 집에 붙어있는 공강 언제야?)
{울 엄마가 너 반찬 갖다주래)

선배는 죄책감 같은거 안 드나봐요.
취직했다고 했을때 엄마가 정말 좋아했는데.

>>43 넌 그대로가 딱 어울려.
어머니한테는 안됐지만.

>>44 그래요?
근데 선배 인생도 만만치 않잖아요.
먼저 갈테니 욕보세요.
나중에 울면서 전화주셨으면 좋겠네요.

>>45 잘 가.
하지만 나는 네 뒤 쫄래쫄래 따라갈 일 없을걸.
가끔 전화할게.
별 의미는 없어. 울지도 않을 거고.
내 번호 피하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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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과는 달리, 타이핑이 아닌 손글씨로 쓰인 편지. 사실상 쪽지에 가깝다. 필체는 정갈하지만, 종이는 구겨져 있는 모양새다.)

한동안 편지가 도착하지 않았습니다. 마지막 편지는 너무 늦게 받아보았군요.
전부 당사의 실책입니다. 어쩌면…… 제 실수일 겁니다.

이 편지는 회사의 소통창구로서 보내는 것도, 기술 경영자로서 보내는 것도 아닙니다. 네, 당신의 마지막 편지에 써있던대로, ‘사견’에 가까운 편지입니다. 그러니 이전의 편지들처럼 최상의 상태로 도착할지는 알 수 없겠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쩌면 당신이 받아볼 수도 있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며 불꺼진 방에서 희미한 빛에 기대 이 글을 씁니다.

잘 계신가요? 당신의 편지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3개월만이라서… 답장이 올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47 (이전과 달리 카드에 프린트된 글씨. 작지만 빳빳한 재질이라 구겨지지 않고 도착했다.)

사견이라면 반가운 소식이야. 난 글쎄... 당신은 잘 지냈어? 설마 회사에서 내쫓기진 않았겠지? 부정타는 얘기가 아니고 당신 편지 이렇게 손글씨로 받아보는 일은 처음이잖아. 먼저 이야기해줘. 다음엔 내 근황도 얘기해줄게. 지금은 머릿속 정리가 안 돼서 그래.

#하지만 답장이 왔다!

안녕. 이 편지를 보게될 행운아.
거긴 어때? 여긴 상황이 좋지 않아. 오늘만해도 이동하다가 좀비떼를 만났거든.
진짜 황량한 곳이긴 했는데, 다행히 한가운데에 작은 졸음쉼터가 있어서 살았어. 총알은 많거든.
그리고 또 다행인건, 고속도로를 찾았어. 멋진 바이크도 같이.
근처에 있던 주유소에서 며칠 머물려했는데 우체통이 있더라. 배달해줄 우체부도 없는데 이게 뭐하는 짓이람.
아무튼. 난 이제 유원지로 향할거야. 그래, 유원지. 무슨 스튜디오라고 하던가?
그 안에는 좀비가 없다더라. 어떤 미친놈이 전력을 켜서 시끄럽게 소리만 안내면 당분간은 살만 할거야.
뭐, 나중에 멋들어진 바이크를 타고 싸구려 시가를 피고있는 잘생긴 총잡이를 만나면, 인사나 한번 건네봐. 네가 좀비가 아니라면 이마에 바람구멍 뚫는걸로 맞인사를 해주지는 않을테니까.

안녕하세요, 형님 아니면 누님.
초면에 죄송하지만 저는 당신에게 사랑에 빠졌습니다. 그러니 제 편지를 받아주셔야겠어요.
갑자기 이게 무슨 청천벽력, 아닌 밤중에 홍두깨라지만, 제가 당신에게 사랑에 빠진 건 나름 이유가 있어요. 저는 글씨가 예쁜 사람을 좋아하거든요. 글씨는 또 하나의 목소리라잖아요. 그리고 이런 세계에서는, 좀비 아포칼립스 같은 게 일어난 이런 세계에서는 최소한 중반기까지라도 살아있던 걸로 보이는 당신에게 끌리는 것도 이상하지 않죠. 이럴 땐 나보단 더 오래 살아줄 연인을 구하게 되는 법 아니겠어요?
그래요, 제가 좀 말이 많았죠? 사실... 사람이 있었단 흔적은 많지만 이렇게 제대로 된 흔적을 만난 건 처음이었거든요. 그것도 무려 읽을지 아닐지 모르는 편지를 놔둔 사람이라니. 세상에. 앞으로 저는 이 길을 쭉 따라 걸어볼 거에요. 식량은 얼마 없긴 하지만, 멈춰 있는 것보단 덜 불안할 것 같아서. 그리고 당신의 편지를 또 찾으면 다른 편지를 쓸게요. 안녕.
IH

//>>49에 이으려고 했는데 정통 좀비 아포칼립스에서 멀어질 것 같아서 개별로 분리했음. 자신이 다녀간 곳에 편지를 남겨 놓은 '당신'의 편지를 따라가면서 답장을 남겨 놓은 IH의 이야기가 될 것 같다. 만약 여기 이을 사람이 있으면 '당신'의 편지나 또 다른 생존자의 편지로 이어줬으면 좋을 것 같아. IH의 편지가 발견됐을 땐 IH가 써서 남긴지도 꽤 지난 시점으로 생각하고 있어!

>>48

(다시, 흰색 종이에 타이핑 된, 언제나의 편지.)

첫번째 문장을 썼다 지웠다 하고 있습니다. 세상에. 사견이라니, 제가 저번 편지 쓰던 새벽에는 딱히 제정신이 아니었나보죠. (조금 투덜거리는 듯한 문장에서는 곤혹감이 묻어난다.) 저나 회사나 멀쩡합니다. 이쪽이 걱정했던 건 당신이 멀쩡하지 않은 경우였거든요. 회사의 경우에는 P■■■■ 아카데미아의 자제를, 저의 경우에는…… 그래요, 당신 개인을 걱정했다고 써도 되겠습니다. 세상에.

이런 식으로 편지를 타이핑 하고 있는 걸 CAO가 보면 화낼 겁니다. 공문서의 말투가 아니라고요. 적어도 이건 회사 이름으로 보내는 편지니까. 애초에 말재주고 붙임성이고 없는 연구자 CTO에게 소통창구 맡긴 사람들이 잘못이라는 생각은 안하는지. 이렇게 개인에게 소통을 맡겨놓고 이렇게 되지 말라는 건 더 무리입니다. 연구자라는 족속들은 연구하던 박테리아에도 정 붙여서 이름 붙이는 자들인데.

아무튼, 서론이 길었습니다. 저희 회사의 경우, 연락의 공백기 동안에는 이 비밀 거래 관련된 프로젝트만 지지부진했을 뿐 회사 경영 자체에는 아무런 문제도 없습니다. (갑작스레 다시 딱딱해지는 말투이지만, 딱히 거리감이 느껴지지는 않는다.)

그러니 당신의 근황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ㅇㅁㅇ 답 올 줄 몰랐어

>>51 #CTO씨 귀여워
#나도 답 올 줄 몰랐음(ㅋㅋㅋㅋ)
#예전 설정 보는 중인데 회사랑 세계관에 말안했던 설정이 있어도 괜찮을까??

>>51

새벽에는 글이 괴상하게 쓰여지긴 해. 그런데 나도 새벽에 글을 쓰고 있네. 이상한 소리 해도 이해해. 제정신이 아니었어도 난 그런 편지 좋았어. 내게 무슨 일이 있다고 생각했을 만도 하네. 한참 마지막 샘플을 구하지 못했잖아. 나 개인을 걱정했다고.....

(펜의 두께가 바뀌어 있다.) 울컥하네. 거기다 전염됐는지 부끄러운 기분이 되어서 잠깐 이불 속에 들어가 있었어. 그간 외로웠을지도 몰라. 머리카락 모으는 걸 한 명한테 들키기는 했지만 전말을 전부 아는 사람은 나와 당신밖에 없잖아. 이 상황에 걱정을 바란다면 사치였지. 오랜만에 받은 편지가 손글씨길래 나도 당신 걱정하기는 했어. 회사가 무너진다면 나한테도 불리하지만 걱정한 이유가 그것만은 아니야. 이걸 밝히고 싶지는 않았는데! 당신도 사견을 얘기해줬으니까 이 정도 성의는 보이고 싶어. CAO가 화를 내면 이렇게 말해. 고객이 그런 말투로 보내주기를 원했다고. 연구자들은 생각보다 정이 많은가 보네. 그렇다면 내가 당신에게 박테리아랑 비슷한 존재야? 기묘하지만 정을 붙여줬다니 기분이 나쁘진 않아.

잘 지내기만 했다고는 못 하겠어. 그래도 보이기 시작한 낯선 것들에 대해서는 익숙해졌어. 제법 잘 지낸다는 뜻이야. 다른 아홉이 보는 풍경을 나는 못 보게 됐잖아. 안 보인다는 걸 숨기기가 어렵긴 해. 누군가 복도에 장식된 깃발에 대해 이야기하면 나는 보이는 척 맞장구를 쳐야 하지. 다른 녀석들이 보는 곳과 내가 보는 곳이 엇갈리기도 해. 조심하려고 했지만 선생님이 이상하게 생각하기 시작한 것 같아. 그래도 아직 별 일은 없어. 털어놓다 보니 불안한 얘기만 잔뜩 늘어놨네. 기쁜 소식도 있어. 바로 마지막 샘플을 구했다는 거야.

10번째 녀석이야,
보내.

(유리병에 든 들쭉날쭉한 머리카락들. 한올 한올 주워 모은 것 같다.)

오랜만에 집이에요.
쌓여있는 편지가 완전 많더라고요. 역시 다음 여행에는 마법 전서구를 사야겠어.
이번에 가서 본 것들도 장난 아니게 대단했어요. 테브라 대륙에 간다고 전에 이야기했죠? 이번에는 멀미를 각오하고 어룡족을 탔어요. 생각만큼 메스꺼운 여정이었지만 배 타는 것에 비해 확실히 시간이 줄었더라구요!
테브라는 엄청 추워요. 서식하는 생물들도 다들 추운 지역에서 볼 수 있는 녀석들이고, 우리가 사는 곳에서는 겨울에만 나타는 눈나비도 일 년 내내 볼 수 있어요. 테브라 북쪽에는 대륙 절반을 둘러싼 거대한 빙벽이 있는데, 세상의 끝을 누군가 막아놓은 것 같았어요! 지역 전설중에는 실제로 대지의 여신이 사후세계를 가리기 위해 만든 장막이라는 이야기가 있다고 해요.
단점이라면 추워서 그런지 몬스터들이 죄다 우람했다는 점? 그래서 이곳은 사냥꾼들의 실력도 좋고, 분업화도 다 잘 되어있었어요. 제대로 모르고 넙죽 의뢰를 받았다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다음부턴 의뢰를 조심해서 받아야겠어요!
세상은 넓고 미지의 지역은 아직 너무나 많은 것 같아요. 모험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죠! 테브라에서도 신비롭고 굉장한 경험들이 많았어요. 당분간은 집에서 피로도 풀고 여행기를 쓰면서 쉴 예정이에요. 선물은 소포로 따로 보냈어요. 전처럼 몬스터 해골은 아니에요. 그건 루이스한테 주려던 게 잘못 배송된 거라니까요! 이만!

>>53

CAO도 쉽게 화내지는 못할 겁니다. 점심내기로 빚진 값이 꽤 쌓였거든요. 이런 건 거래에는 쓸모 없는 정보이지만, 어쩌면 당신은 듣고 싶어할 것 같아서, 써봤습니다.

……이젠 정말 공문서는 무리군요. 그래봤자 사내 데이터베이스에 저장은 될텐데…… 뭐, 그래도 이 소통담당에서나 CTO 자리에서나 저를 쫓아내긴 힘들 겁니다. 이제 좀 제맘대로 할 때도 된 것 같네요. 그러게 CCO 뽑으랄 때 좀 뽑지.

샘플은 잘 받아보았습니다. 최근 오고간 몇개의 편지 사이에서는 드물게도 이건 희소식이라고 할만한데, 당신과의 연락이 끊긴 사이에도 연구는 생각보다 진척되었습니다. 이번에 동봉한 건 그러니 1차 완제품입니다. 동물 상대 임상은 끝냈고, 일단 이론적으로 부작용은 없습니다. 이론이지만요.

10번째 샘플이 필요 없어졌다는 뜻은 아닙니다. 많으면 많을수록 좋거든요. 애초에, 얼마되지도 않는 약품 샘플과 고작 머리카락 몇올에 담긴 단백질에서 당신과 학우분들에게 투여된 약물을 역연산해서 그 해독약까지 만든다는 게 가능한 일의 범주인가 싶기도 했습니다만은, 야근과 카페인과 미공개 최신 이론으로 어떻게든 되었다고 써야겠습니다.

그러나 이쪽의 일을 어떻게 써보았자, 그 안에 있는 당신만큼 스트레스 받는 상황은 아닐 겁니다. 위로나 안심의 말을 고민해봤습니다만, 언제나 그렇듯 저는 ‘행운’ 같은 요행에 기대라는 말은 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당신은 지금까지 10개의 샘플을 구해냈고, 결국 진실을 보고있습니다. 명료한 통찰과, 이성으로. 그건 당신이 잘하고 있다는 뜻이라고, 생각합니다.

(사견을 담았다지만, 그런 것 치고도 가벼운 말투는 나름의 배려였던 모양이다.)

‘보다 넓은 지원’에 대한 이야기도 빼놓으면 안되겠지요. 안타깝게도, 저희 회사는 용병이나 군수물품 회사가 아닌 제약회사입니다. 그러니 무력적인 도움을 약속드릴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고 P■■■■ 아카데미아를 위협할만한 정치적 영향력도 없고요. 그러나 이쪽에는 이쪽 나름대로의 방법이 있는 법이지요.

1차 완제품 외에 동봉된 것은, 당신이 처음에 보냈던, 그리고 이후 보낸 샘플로 산출해낸 그 약의 ‘성분표’입니다. 이 성분표만으로도, 아카데미아의 고위층 자제에게 투여했다는 사실이 밝혀진다면 사회에 대파란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할 겁니다. 결국 제대로 출처를 밝히지 못하는 한, 가장 중요한 신빙성이 결여되어있습니다만. 그러니 그걸 언론에 흘려서 어떻게 해본다는 건 좀 낙천적인 생각이기는 합니다. 그래도 그 ‘성분표’는 당신쪽에게 꽤 괜찮은 카드가 되어줄 겁니다.

외에 가능한 지원은…… 뭐, 약품 연구나, 좀 위험한 약물의 공급 정도. 그리고 금전인데, 글쎄요, P■■■■ 아카데미아에 재학 중인 당신에게 의미가 있을런지. 애초에 당신이 하고 있는 일이 돈문제는 아니니까 말입니다. 결국 이 정도입니다. 뭔가 필요한 게 있으면 얘기는 해주세요. 융통은 해보겠습니다.

사견에 사담에 사적인 편지였습니다만, 마무리는 형식적으로 하기로 합니다.

귀하의 협조에 항상 감사드리는 바입니다.
답신 기다리겠습니다.


PS. 저는 박테리아가 아니라 진균학으로 의학박사 학위 땄습니다.
PPS. 그렇다고 당신이 곰팡이라는 소리는 아닙니다.


#ㅋㅋㅋㅋCTO가 갑자기 말이 좀 많아졌네.
#설정 추가도 변경도 ok~
#좀 더 세세하게 그냥 풀어줘도 좋고 글에 드러나게 해줘도 좋아

>>55 그런 쓸모 없는 정보를 듣고 싶어할 것 같았다면 맞혔어. 점심내기라니! 어른들도 내기를 하는 줄 몰랐는데! 우리도 금지된 바깥 물건을 나누면서 내기를 해. 당신 문서가 데이터베이스에 저장된다고 했지. 거기에 내 편지도 저장되는 거야? 그렇다면 비밀은 잘 지켜줄 걸로 믿어. 아무튼 빚진 값을 쌓아뒀다니 이런 상황을 예상이라도 한 것 같네.

당신들이 만들어낸 완제품은 지금 내 손 안에 있어. 정말 반가운 소식이야. 드디어 때가 왔네. 동물 임상은 끝냈다니까 부작용에 대해서는 더이상 할 수 있는 일이 없겠지. 아직도 불안하기는 해. 내가 하려는 일이 옳을까? 앞으로 우리는 무엇을 겪게 되고 미래는 어떻게 흘러갈까? 명료한 통찰과 이성이라..... 내가 정말 그걸 갖고 있다면 이 불안감은 통찰과 이성때문인지도 몰라. 알지 말아야 할 것에 다가가고 있다는 기분도 들어. 그래도 멈추고 싶지는 않아. 당신도 내가 잘하고 있다고 했으니까 분명히 난 잘 하고 있는 거야.

그리고 지원, '성분표' 말인데 고마워. 이걸로 우리를 지킬 수 있다면 좋겠어. 위험이 정말로 있다면 우린 거기서 어떻게든 벗어나야 돼. 최소한 아카데미아에서 우리를 속이고 있는 이유는 알아내야만 되겠어. 위험한 약물이라고 하니까 조금 무서워지네. 수면제라면 보내줄 수 있겠어? 선생님한테 몰래 먹일 거야. 한두시간이라도 벌 수 있다면 일이 훨씬 쉬워지겠지. 수면제를 받는다면....... 곧바로 계획을 실행할 테니까. 모든 게 잘 되었다고 당신에게 전해줄 수 있다면 좋겠어.

형식을 바란다면 좋아.

귀사의 성원과 배려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카페인을 동반한 불면의 밤에 심심한 유감을 표하며.

PS. 버섯 정도라고 한다면 받아들일게.

#인간적이어서 귀여워!
#회사가 있는 도시는 국가의 번화한 몇 개의 도시들중 하나. ■0년 전의 전쟁 이후 돔으로 도시 전체가 둘러싸이게 되었음. 돔 안에서 인공 태양을 사용함. 허가받은 사람(예를 들면 편지를 전달하는 식량 보급자)이 아니면 돔 밖으로 나갈 수 없음. P■■■■ 아카데미아가 있는 지역은 회사가 있는 도시가 아님.
#회사는 전쟁 이후 대부분 도시 안의 거래처들과 거래함. 도시 밖의 거래처와도 가끔 교류했음. 최초에 도시 밖의 거래처 사람이 찾아온 적은 있지만, 회사 사람이 도시 밖의 거래처를 직접 방문한 적은 없음.
#설정에 구멍이 숭숭뚫려있음!

>>56

보안에 대해서라면 CPO가 큰소리 치고 있으니, 믿어봐도 되겠지요. 알아서 잘 암호화해서 저장하고 백업하고 있을 겁니다. 추가적인 지원에 대해서는…… 저런, 수면제정도라면 딱히 위험하지도 않은데요. 좀 더 본격적인 향정신성 약물 정도는 바라실 줄 알았습니다. 아무튼 동봉합니다. 요즘은 직접적인 수면제는 잘 쓰지 않고 이 약은 무미무취이니 충분히 불법의 영역이기는 합니다. 이 약은 일반적으로 15분 이내에 약효를 내고 반감기는 2~3시간 정도입니다. 한마디로, 효과 빠른 대신 오래 가진 않습니다. 선생님을 죽이느니 시간이 좀 아슬아슬한 편이 나을 것 같아서요.

아무튼 그렇습니다, 버섯 씨. 이쪽이 당신에 대해서 아는 건 당신이 아직 학생이라는 것과, 당신이 첫 샘플로 보내주었던 머리카락에 담긴 정보 정도지만, 당신의 계획을 회사의 임원으로서도 개인적인 우정으로도, 응원하고 있는 편입니다. Scientia nos liberat. 완전히 동의하는 문장은 아닙니다만, 문득 생각나는군요. 아카데미아의 목적이 무엇인지 알 수 없다는 점이 바로 이 계획을 가장 불안하게 하는 요소이지만, 당신이 가는 길이 올바른 종류의 것이기를 바라고, 믿고 가는 수 밖에 없겠습니다. 진실의 편린을 알아버린 자들은 그렇게 굴기 마련입니다. 그것 때문에 대학원에 간다는 ‘옳지 않은’ 선택을 하는 이들도 저희 연구소에는 넘쳐나거든요.

전체적으로 절반 정도는 농담입니다.

네, 농담이요. 제가 평소에 농담을 하면 보통 좋은 평은 못 듣습니다만, 당신이 표해준 유감에 대한 나름의 대답입니다. 큰 일 앞에서의 위트는 소중한 법이지요, 연구자의 카페인만큼이나. ……그리고 앞에서 무어라 무어라 얘기하긴 했는데, 그 모르는 정보들을 알고 싶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첫 편지에서 익명을 자칭한 것은 현명한 선택이었습니다. 그러니 이전과 마찬가지로 이후로도 결코 쓰지 않기를 권고해드립니다. 우리 회사의 CPO가 자신감을 보이는 것과 별개로, 언제나 위험한 다리를 건널 필요는 없는 법입니다.

답신 기다리겠습니다.


#추가된 설정에 대한 질문 몇개만 할게!
1. 그러면 아카데미아도 일종의 돔도시 안에 있는 건가? 회사와는 다른 돔?
2. 전쟁으로 돔 바깥은 살기 힘들어진 상태인가? 돔도시에서만 살 수 있는건가?
3. 2가 예스라면 돔 바깥과 안에 계급적 차이가 있으려나?
4. 연대상 CTO가 태어났을 때는 돔이 없었거나 / 돔 바깥 출신일 수 있을까?
5. 식량보급자가 돔 사이를 왕래한다는 건, 식량 생산은 돔 바깥에서 이루어진다는 이야기? 아니면 식량생산용 돔이 따로있나?
6. 돔 안의 사람들이 바깥에 대해 가진 정보는 뭐가 있을까?
#내가 설정에 좀 진심이어서 질문이 꽤 늘어났네…
#사실 3이 제일 궁금해ㅎㅎ… CTO나 회사의 존재에서 보듯이, 얘넨 발달된 기술과 지식을 가지고 있으니까 하류층은 아닐 것 같아서…

내가 그렇게 위험한 약물을 요구할 인물로 보였어? 내 목적은 정말 선생님을 죽이는 게 아니잖아. 당신 유머감각이 잔혹하네. 계속 공문서 말투였다면 몰랐을 거야. 수면제는 잘 쓸게. 당신이 준 시간이면 충분할 것 같아. 당신들의 응원과 지원을 얻어 가는 길이 바른 것이기를. 하지만 내 선택과 대학원에 간다는 선택을 비슷하다는 듯이 얘기하니까 더 불안해지네........큰 일 앞에서의 위트는 중요하지. 나도 사력을 다해 농담해 봤는데 원래 위트있는 사람은 아니라서 무리였나 봐. 어쨌든 이제 당신들이 해줄 일은 더 없을 테니 카페인에 집착을 버리고 좀 자도록 해. 당신 충고는 받아들일게. 다음에 보내는 편지는 잘 되었거나 잘 되지 않았다는 말이 전부일 거야.

또 편지할게.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

# 1. 회사와는 다른 돔도시 안에 있음. 국경 외곽과 가까움.
2+6. 바깥은 많이 파괴되었고 살기 힘들어진 상태지만 복구 중인 것으로알려짐. 돔 도시 안의 사람들은 공격으로부터 안전한 돔도시에만 살도록 함. 정치인(지도자)들이 돔 바깥을 복원중이라고 함. P■■■■ 아카데미아 학생들은 아주 가끔 지도자 인솔하에 단체로 돔 바깥을 구경하기도 함. 이 사실은 P■■■■ 아카데미아 과정 중 중도 탈락해서 회사가 있는 돔 도시로 복귀한 이들에 의해 알려짐.
3. 돔 안에 가장 높은 계급이 모아지긴 했음. 하지만 전부 가장 높은 계급은 아님.
4. 돔이 없었거나 바깥 출신일 수 있음.
5. 식량생산용 돔은 있을 수 있음. 식량보급자는 P■■■■ 아카데미아에 식재 등을 배달하는 운수업자라고 생각해도 무방함.
6. ↑!
#첫편지부터 넣으려던 세계관은 아니어서 조악함. 설정구멍이 숭숭 있을 수 있음(..)
#계급은 있지만 현대한국사회 기준의 그런 상류층, 중류층, 하류층이 아닐 수 있음. 국가 다수가 하류층(생산자라 불림) 계급이며 이 기준에 따르면 회사 사람은 전부 하류층에 해당함. ㅠㅠ 상류층은 지도자(정치인), 중류층은 군인, 나머지는 전부 생산자임.
#.dice 1 5. = 4

>>57 >>58

(며칠 뒤 이전과는 다른 사람 편으로 도착한 편지)

인장은 잃어버렸지만 얼마 전 당신에게 임원으로서도, 우정으로도 응원받았던 사람이야. 결론부터 말할게. 잘 되지 않았어. 내가 전부 망쳤어. 나는 쓰레기야....... 쭉 의심받고 있었던 거야. 선생님을 잠재우고 다른 녀석들에게 먹일 약을 준비하는 동안 다른 선생님들이 들이닥쳐서 겨우 도망쳤어. 식량 나르는 사람이 동정해주지 않았으면 어떻게 됐을지 모르겠어. 무엇보다 당신 편지를 침대 밑에 모아두었는데 지금쯤 선생님들이 발견했는지도 몰라. 내가 당신을 위험하게 만든 건 아니겠지?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정말 미안해. 미안해....... 일을 이렇게 만들 생각은 없었어. 나는 최악이야.

충고해 줬으니 내가 뭘 봤는지도 쓰지 않는 게 좋겠지. 알게 된 것도 있지만 아직 모르는 게 많아. 그런데 일이 이렇게 됐으니 내 안전만 생각하는 것도 정말 쓰레기같은 짓 아니야? 어쨌든 말할 수 있는 건 내가 팔에 든 멍 빼고는 무사하다는 거야. 다른 아홉은 어떻게 됐는지 모르겠어. 하지만 P■■■■ 아카데미아에 입학생을 한 명 데려갔다는 소식을 들었어. 내 자리를 메운 거겠지. 그런 걸 보면 무사한 것 같기도 해.......

하지만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아. 정말로 중요한 건 내가 당신을 위험할지도 모르는 상황에 처하게 했고, 계획은 실패했고, 이제 P■■■■ 아카데미아로 돌아갈 수도 없게 됐어. 당연히 고생해 준 당신들에게 돌아갈 보수도 없어.......
........지금 가진 건 하나도 없어. 하지만 목숨으로 갚으라면 그렇게 할게. 원한다면 보낸 사람 편에 한 마디만 적어 보내줘. '갚아'라고.

.....미안해.

>>58 >>59

#아이고………
#이 결과는 58의 다이스 덕인가ㅋㅋㅋㅠㅠ? 좀 불안불안하기는 했어~!
#답레는 자고 일어나서 가져올게

#추가질문 몇개만 더!
1. 계급이 그렇게 나뉜 건 전쟁 이전부터? 아니면 전쟁으로 인한 영향?
2. 그러면 농업생산이나 지식생산이나 단순제조업이나 생산자라는 측면에서는 취급이 동일?
3. 도 있었던 것 같은데 버섯씨 걱정하느라 중간에 까먹었어ㅋㅋㅋㅋㅋ

>>59

(다시, 손글씨.)

저희 회사는 바보가 아닙니다. 편지를 처분하지 않으신 점은 좀 유감입니다만, 이미 벌어진 일 어쩌겠습니까. 가장 좋은 건 편지가 딱히 발견되지 않는 상황이겠지만…… 당신에게 보낸 편지 모두 필체 남기지 않는 타이핑이었고, 그 외의 다른 패키지나 내용에서도 사실상 저희 회사를 특정할만한 정보는 없었습니다. 점심내기도, 진균학 박사학위도, 글쎄요, 그리 드물진 않을 것 같군요. 저희 회사를 특정하고 싶다면, 나라의 모든 제약회사 상대로 감사라도 돌려야할 겁니다. 말해놓고보니 어쩐지 가능하게 들리긴 하지만.

……하지만 저는 바보가 맞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걸 굳이 답장을 보내고 있는 시점에서요. 그리고 유일하게…… 손글씨로 편지를 보낸 사람이기도 하고, 어쩌면 그 종이에 지문이라도 남아있을지도요. 뭐, 후회해봤자입니다. 이 편지를 당신이 받아보는 순간, 회사에서도 나름 결정을 내렸다고 생각하셔도 좋아요. 쫓겨났다는 뜻 아닙니다. 저 빼고는 애초에 돌아갈 회사도 아니고, 중간부터는 딱히 보수를 바라고 진행한 프로젝트도 아닙니다. 어중간하게 커버린 벤쳐 기업이 흔히들 그렇지만. 아무튼 적어도 이 편지는 받고서 몸에 지니시던가 외우고 불태워라도 주시면 좋겠네요. 좀 위험한 이야기를 할 거라서요.

저는 유급휴가를 좀 받았습니다. 그러니 이제부터 휴가를 받은 저는 딱히 회사의 CTO는 아닌 방식으로, 이번 사건에 접하게 됩니다. 다시 말하지만, 쫓겨난 거 아니에요. 유급입니다. 또 다른 방식으로 말하자면, 좀 더 움직이기 편해진 거죠. 뭐, 진짜로 움직이지야 않을 거지만, 지금 당신이 도움이 필요한 상태라는 걸 알고있습니다. 그리고 회사야 그렇다치고, 이쪽의 개인적인 우정은 아직 유효하거든요. 그러니 얘기해보세요. 뭐가 문제인지.

움직이는 건 그 다음에 해도 늦지 않을테니.


#ㅋㅋㅋㅋ너무 흥미진진해서 자기 전에 써버렸네
#잘자!

>>60 >>61

#다이스 덕이긴 하지! 다이스가 무슨 역할 했는지 나중에 풀게
#1. 전쟁 이전부터
#2. 동일. 그리고 지도자,군인이 생산자를 계급 낮다고 무시하는 일도 기본적으로 없어. 일단 상중하는 있지만 각자의 역할이 있고 서로서로 역할을 존중하는 느낌으로 생각하면 됨.
#3. 버섯씨는 일단 무사해ㅋㅋㅋ
#그런데 답레는 다음주쯤에나 가능할 듯ㅠㅠ 고마워 잘자!

>>62
#대충 이해했어~!
#답레 천천히 줘! 기다리고 있을게~

J.
갈수록 상황이 악화되고 있어. 능력도 통제가 안돼. 저번엔 사람이 많은 곳에서 갑자기 정신감응이 일어나서 정신을 차리니까 다들 날 쳐다보고 있었어. 집에 있는 전자기기들이 제멋대로 움직이기도 했고.
가장 큰 문제는 신체적 증상들이야. 두통도, 과잉 감각도 갈수록 심해지고 있어... 감각세포와 신경계의 연결 때문인지 피부로 혈관도 점점 도드라지고 기억이 점점 상세한 곳까지 잊혀지지 않고 떠올라.
다시 연구소로 돌아가고 싶진 않아. 어차피 이대로 있으면 실험 부작용으로 죽을거야. 무서워 J. 내가 죽으면 너는 잊어버릴 거야?

이건 태도 이상의 문제야.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지?
도시에 약물이 공급되지 않으면 많이 번거로울 텐데.

한때는 폐하가 제 신이셨고 세계이셨던 적이 있습니다.
폐하께서 보여주시는 모든 것을 사랑했고, 들려주신 전부를 애틋하게 여겼습니다.
왜 이렇게 변하셨습니까. 더는 당신을 사랑할 수 없습니다.

>>66

짐을 따르겠다고 했으면서, 짐이 만들어나가는 나라를 지키는 것이 꿈이라고 했으면서, 이제 와서 마음이 변했다는 건가?
평생 다 못 쓸 돈을 줄 수도 있고, 대륙에 하나뿐이라는 보석을 구해다줄 수도 있어. 그 누구도 그대를 무시하지 못할 만한 권력을 네게 내려주지. 짐이라면 그럴 수 있어. 원하는 걸 말해.
아니면 이제 와서 다른 주군을 섬기고 싶어지기라도 한 건가? 배신은 용서할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을 텐데.
짐에게는 그대가 필요해. 그러니 지금이라도 돌아오면 용서해 주지. 짐을 사랑한다고 했으면 말에 대한 책임을 지도록 해.

>>67
이제 와서 변했다니요. 폐하께서는 여전히 저를 모르십니다.
폐하께서 하사하실 재물은 제겐 그만큼의 가치가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폐하께서 제게 주실 권력은 지나치게 무겁기만 합니다.
바라는 것을 말씀하라 하셨지요. 허나 폐하께선 그것을 영영 이루어주실 수 없을 겁니다. 시간을 돌려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사람은 없으니 말입니다.
제게 다른 주군은 없습니다. 제 신은 오로지 한 분이시며, 그분은 지금 계시지 않습니다.

>>68

헛소리를 하는군. 짐을 진정으로 이해하는 이가 그대뿐이듯이, 짐 또한 그대의 모든 것을 알고 있어. 이 나라 안에 짐보다 그대를 잘 아는 자는 없다는 걸 모르는 건가?
재물도, 권력도 전부 싫다면 대체 뭘 원한다는 거지? 과거를 원한다는 뜬구름 잡는 소리만 하면서 대답을 회피할 생각인가? 똑바로 말하도록 해, 경. 무언가 따로 원하는 것이 있지 않고서야 그대가 이렇게 나올 리 없어.
그대의 신이 곧 짐인데, 대체 뭘 더 필요로 한다는 건지 모르겠군. 짐은 여기, 바로 이곳에 있어. 그대가 있어야 할 황궁에. 그러니 속히 돌아오도록.
혹 황명을 거역할 셈인가? 그 대가는 사형이라는 사실을 그대가 모를 리 없을 텐데.

>>69
제 대답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계신 건 폐하이십니다.
제가 사랑했던 폐하는 아래를 굽어 살피시고 그들을 가여이 여겨 손을 내미는 분이셨습니다. 헌데 지금 폐하께선 어떤 분이십니까. 더 높은 곳을 바라보느라 더는 그들을 살피지 않으십니다.
제가 사랑했던 분은 더이상 황궁에 계시지 않기에, 저는 돌아갈 수 없습니다.

>>70

짐은 변하지 않았어. 다만 실리를 추구하게 되었을 뿐이다. 대를 위한 소의 희생은 어쩔 수 없는 일인 법. 짐이 지금껏 살린 이들에 비하면 구하지 못한 이들의 수는 미약하기 그지없어. 이런데도 짐이 바뀌었다고 할 셈인가?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건 그대가 아닌가?
황명을 거부한다면 법대로 집행할 수밖에. 군사를 보내 그대를 끌고 오겠어. 그런 치욕을 겪고 싶은 것이 아니라면, 제 발로 돌아오는 게 좋을 것이야. 짐이 이토록 자비를 베푸는 건 그대뿐이라는 걸 아직도 모르는 건가?

>>61

편지를 어떻게 처분하겠어. 물론 처분해야 더 안전하다는 것쯤은 알지만 그걸 쓰느라 당신 시간과 노력을 들였잖아. 그리고 처분해버리면 나중에 다시 읽고 싶어져도 못 읽게 돼. 변명인 걸 나도 알아. 이렇게 일이 잘못될 바에야 물렁한 생각은 하지 않는 게 나았어.... 무사하다면 일단은 그걸로 됐어. 내가 도망친 뒤로 편지가 발견됐는지 어땠는지 모르니까 더 조마조마해. 아홉 녀석들과 연락을 할 수 있다면 좋겠는데 지금은 아무리 생각해도 위험하잖아. P■■■■ 아카데미아나 당신들 회사에 대한 뉴스 들리는 대로 찾아 듣고 있어. 조용해. 너무 조용해. 폭풍전야같이 보이기도 해. 기분 탓일까? 내가 뭐라도 할 수 있으면 좋겠어. 고작 목숨으로 분을 풀어줄 생각밖에 못 하다니 정말 부끄러워.

쫓겨나지 않았다는 말을 두번씩이나 하지 않아도 알아들어. 쫓겨나지 않았다니까 정말로 다행이다. 당신 편지에 <갚아>라고 쓰여있었을 때 사용하려고 내 옆에 좀 위험한 걸 갖다 뒀어. 당신에게 이 일로 피해가 갔다면 정말 죽고 싶었을 거야. 이 상황에서 아직도 나에게 우정이 남아있다니 믿기지 않네...... 고마워.

선생님의 손목을 뿌리치고 도망치고 나서 창고에 숨었어. 오래 전부터 당신들 약 덕분에 감시 카메라가 어디에 달리지 않았는지 나는 볼 수 있었지. 그래도 금방 들킬 거라고 생각했는데 어쩐 일인지 들키지 않았어. 그러다 그 사람이 창고에 물건을 두러 왔을 때 자비를 베풀어달라고 했지. 여기서 그 사람은 당신과 내 편지를 몰래 전달해주던 식량 배달원을 얘기해. 그 사람 생각보다 침착해 보였어. 마치 내가 편지를 보내달라고 부탁했을 때부터 이런 일을 예상한 것 같은 눈치였지. 그 사람 트럭을 타고 나왔어. 오면서 내가 본 건.....

당신 P■■■■ 아카데미아가 있던 도시에 와 본 적 있어? 아마 없을 거야. 돔이 생긴 뒤로 허가받은 사람만 도시 사이를 오갈 수 있었지. 예를 들면 ■년 전의 나처럼 아카데미아 입학생으로 뽑힌 신출내기들. 그 때는 지금처럼 보이지 않았는데 이 도시 유령도시였어. 아냐. 유령도시도 못 될 거야. 싸구려 연극 소품 같은 것들만 굴러다니는 공간이었어. 우리는 P■■■■ 아카데미아에서 있던 때에 창밖으로 도시의 불빛들을 봤었지. 그리고 허가된 외출날에는 평범한 도시의 풍경들 속에서 걸어다녔어. 아카데미아 학생이라는 이유만으로 꽃 장수에게 코사지를 받은 적도 있었어. 하지만 전부 가짜였던 거야. 아니면 도시가 통째로 사라져버렸든가. 둘 중 하나야.

운전석에 있던 그 사람은 나에게 다른 도시로 데려가 줄 테니 지금까지 알게 된 것들에 대해서는 다 잊어버리고 조용하게 숨어 살라고 했지. 하지만 입을 다문다고 해서 없던 일이 되는 건 아니잖아. 난 방금 전의 일이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내가 본 걸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어. 선생님들은 우리들에게 P■■■■ 아카데미아가 있는 돔 도시에 사실은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을 숨기려고 한 걸까? 하지만...... 그게 맞다고 해도 의문 투성이야. 더 알 수 없는 건 식량을 배달하는 사람의 태도야. 도시가 비어 있다는 걸 처음부터 알고 있었던 것 같아.

난 지금 도시 어딘가에 숨어 있어. '진짜' 도시 말하는 거야. 어디라고 말하지 않겠지만 당신들 본사 건물이 보여. 도움이라면 잘 데나 먹을 게 시원치 않다는 건데 우선 어떻게든 해 나가고 있어...... P■■■■ 아카데미아에서도 사치스럽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갑자기 이런 생활을 하려니 당분간은 익숙해지지가 않을 것 같네.

유급휴가는 즐기고 있어? 손편지를 이렇게 빨리 다시 받아보게 되다니! 상황은 이렇지만 괜히 반갑네. 이번 편지는 어떻게든 새어나가지 않게 할 테니까 믿어도 좋아.

>>65
태도의 문제라니, 누가 들으면 우리 팀워크에 문제 있는 줄 알겠다. 그 망할 놈의 배가 운하 한가운데 껴버리는 바람에 우리 배가 운하 입구에 발이 묶인 게 내 잘못은 아니잖아.

여하간 너도 뉴스 좀 보면 알겠지만 우리 선적품이 운하를 지나오기까지 기다리려면 시간이 너무 늦을 것 같아서, 선적품을 긴급수송할 수송팀을 어제 파견했어. 이틀만 더 기다리면 물건을 받아볼 수 있을 거야.

뒤집어 생각해보면, 애간장깨나 태운 만큼 고객들도 지갑을 좀더 적극적으로 열지 않겠어? 이번 물품 처리하고 나면 내가 한턱 낼 테니 피차 액땜한 셈 치자고.

>>74
멍청한 배가 운하를 틀어막든, 물줄기가 말라서 운하가 사라지든 그걸 운송하는 게 너희 역할이야. 평소에 내는 비용에는 안정성 보장의 의미도 있는거라고.

한턱 낼 필요는 없고, 다음 계약은 따지는 게 이것저것 늘어날 테니 머리 싸매고 고민이나 해두시지. 아님 '특품'을 보내던가? 최근에 임상 지원자가 줄어들긴 했거든.

>>71
폐하께서 그렇게 생각하신다면 제가 변절했다 여기시는 편이 나을 겁니다. 이상에 젖어 현실을 보지 못하는 어리석은 자로 여기시고 저를 버려주시길 간절히 청합니다.

>>72

의문점이 지나치게 많군요. 솔직히 말하자면, 너무 잘 풀렸습니다. 당신에게의 협력을 약속할 때부터 저희 회사는 반쯤 도박판에 목숨을 내놓은 느낌이었는데 말입니다. 그래요, 당신의 저번 편지가 도착했을 때는 사실상 임원진 다들 장례식장 분위기였습니다. 진짜 장례식장과 조금 다른 건 남이 아니라 본인들의 장례식이라는 것 정도? 본인의 장례식장에 참석하는 것도 참 쉬운 경험은 아닐텐데요. 뭐, 공범자가 되기로 한 시점부터 자업자득이지요.

어쨌든 저는 유급휴가를 받았고, 회사는 아직도 돌아가고 있습니다. 당신이 쓴 대로, 이상할 정도로 고요하게요. 아카데미아가 위치한 도시가 유령도시라는 이야기는, 놀랍기는 하지만 예상 범위 이내이군요. 오히려 전형적이어서 놀라다가 말게 된 기분입니다. 하지만 당신이 ‘이’ 도시에 있다는 건…… 글쎄요, 저는 조금 의심스럽습니다. 그 식량 배달원, 처음에 어떻게 일을 맡기게 된 겁니까? 아카데미아 인장이 찍힌 편지의 외부 반출이라니, 들키게 되면 ‘꽤’라는 표현 이상으로 큰일입니다만.

저희 회사야, 충분히 ‘소문’을 들으셨다면 거래 상대로 삼을만한 타겟입니다. 그래도 이렇게 바로 높으신 분들의 스캔들이 편지로 날아올 줄은 몰랐지만. 아무튼 간에 본인 목숨쯤이야 칩으로 여기는 양반들의 집합이니, 이해할만합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정보상에서, 그 ‘배달원’은 지나치게…… 작위적이군요. 그 사람이 밀고자라던가, 그런 의심까지 하지는 않습니다만, 굳이 무언가를 암시하는 이야기를 했다는 것도, 처음부터 결말을 예상한 듯한 눈치였다는 것도, 그다지 신뢰의 요소는 아니군요.

그러니 제가 의심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당신이 이 도시로 오게 된 것과 현재의 고요한 상태가, 당신과 저의 만남을 유도하는 계략일 경우입니다. 편지만으로는 확증이 부족하니 만나서 현행범 체포, 같은 건 곤란합니다. 이래서 임원 한 사람한테 연락책을 몰아준 거였는데…… 이제와서 꼬리 끊어봤자 저 하나로 끝날 것 같지도 않고, 분명 회사까지 말려들텐데요. 귀찮게 되었습니다. 저 하나 쫓겨나는 걸로 어떻게 될 스케일이 아니네요. 그 대신 얻게 된 유급휴가는 낯선 것 치고는 막상 나쁘진 않습니다만.

그리고, 저는 제 이야기를 하는 걸 그렇게까지 좋아하는 사람은 아닙니다만 해야할 이야기는 하는 편이라고 생각해서요. 네, 이 부분부터는 ‘개인적인 우정’에 대한 부연입니다. 사실 우정이라는 단어는 조금 부적절하기는 합니다. 저는 공범의식, 정도로 써야하지 않나 싶기는 했는데…… 결국 그런 이야기입니다. 미래의 정치인, 아카데미아의 학생인 당신은 평소 어떻게 생각했는지 몰라도, 저는 현시대의 체재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좀 거칠게 말하자면 반동분자네요. 위험한 이야기입니다만.

그 이유에 대해서는 굳이 설명하지는 않겠습니다. 일정 부분부터는 그냥 자기변명처럼 들릴테니까. 그러니 아카데미아의 뒷면을 파헤치는 당신에게 어느 정도의 협조의사를 가지게 된 겁니다. 처음은 그런 식이었습니다. ……그 ‘처음’의 이후에 무언가 더 쓰기에, 제가 당신에 대해 아직 별로 아는 게 없기는 합니다. 당신도 마찬가지일 거라고 생각합니다만. 그러나 부정할 수 없는 것은, 당신이 처음 사용한 ‘우정’이라는 표현을 딱히 정정할 생각이 들지 않았다는 정도입니다. 어떤 관계나 감정은 이름 붙여지고나서부터 그러한 모양으로 자라나게 되지요.

뭐, 잠시 쓸데없는 한담이었습니다. 당신이 지내는 환경이 그리 넉넉치 못하리라는 점은 충분히 짐작이 갑니다만, 전술한 이유로 아직 직접적인 접촉은 힘들 듯합니다. 한동안은 몸을 사리는 게 낫겠지요. 잊으라고 말하진 않겠습니다만. 그럴 수 없을 거라는 걸 제 자신의 경험으로 알기에. 아무튼 조심히 지내십시오. 당장 움직일 예정이 없다면 저는 유급휴가 상태로 회사나 갈 생각입니다. 랩을 비워두자니 마땅찮아서.

편지 보관 잘하시고, 다음 편지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76 (또 다른 경로로 전달된 편지다)

식량 배달부는 여럿 있어. 그 사람과는 인사하면서 자연스럽게 친해졌어. 적어도 그렇다고 생각했지. 외부 사람들과 우리 학생은 마주칠 일이 별로 없어. 하지만 만날 때마다 인사를 했더니 좋게 보는 눈치였어. 처음에는 서로 인사만 하다가 짧게 대화를 나누게 됐고 나중엔 대화하는 시간이 길어졌지. 내용은 별 거 없어. 나는 그날 배운 것이나 있었던 일을 화제로 했고 그 사람은 자식들 이야기를 자주 했어. 정직한 사람으로 보였어. 당신들에게 보낼 편지를 부탁하게 된 건 그래서야. 그나마 가장 친하고 믿을만한 배달부가 그 사람이었어. 처음 편지를 부탁받았을 때 그 사람 무척 놀라워했어. 깊게 무언가를 고민하는 것 같았지만 편지는 받아 줬지. 사실대로 말하면 뿌리 속까지 잘 아는 사이는 아니야.

여기서나 하는 얘긴데 다른 아홉에게 금지 물품을 날라 주는 배달부는 따로 있어. 다른 녀석들이 그런 방식으로 바깥 물품을 얻는다는 말을 훔쳐 들었어. 그래서 편지도 보낼 수 있겠다고 생각하게 된 거야. 금지 물품을 반입하는 배달부는 아무래도 신용이 가지 않았으니까 다른 배달부를 찾았지. 그 사람이 제격이라고 생각했는데!

당신이랑 회사를 말려들게 했지만 피해를 보게 만들고 싶지 않아. 내가 미끼가 된 거라면 그들은 지금도 지켜보고 있을까? 오늘 아침만 해도 옆을 지나쳐 간 사람의 언뜻 보인 얼굴이 선생님과 비슷해 보였어. 하지만 날카로운 신경 탓인지도 몰라......

그 얘기는 잘 했어. 그러지 않았으면 나는 오랫동안 이유없는 우정으로 착각했을 거야. 다른 아홉 녀석들 간에 엎치락 뒤치락하다 생기는 것 같은 우정 있잖아. 나는 아카데미아에서도 겉도는 학생이기는 했어. 당신들 약이 아니었어도 늘 아홉과 다른 곳을 보고 있었지. 나를 괴롭히면서도 친해지고 싶어 해서 이상하게 밀어낼 수 없는 녀석이 하나 있었어. 하지만 그 녀석과 내 사이에 우정이 있었다고 하면 말도 안 돼. 그래. 환상에서 벗어나 보니 이해가 돼. 내가 당신들을 이용한 만큼 당신들도 날 이용한 거야. 물론 그렇게 해 주는 게 오히려 좋아. 우리는 이 체제가 이상적이라고 배웠고 이 체제를 이어가야 한다는 사실을 좋든 싫든 받아들여야만 했지. 하지만 당신이 위험한 얘기를 했다고 괴롭게 만들 마음도 없고 그렇게 만들 처지도 못 돼. 이것만은 잘 알겠지.

접촉은 할 필요 없어. 하고 싶대도 거부했을 거야. 편지 일까지 있었는데 더이상 폐를 끼치기 싫어. 아직까지는 어떻게든 해결하고 있기도 해. 이 편지를 전하는 방법에는 무척 신경을 쓰고 있어. 하지만 감시당하고 있다면 편지의 내용도 새 나가는 게 아닐까. 그렇다 해도 이미 실컷 주고받았으니 이제 와서 조금 더 들킨다고 달라질 것 같진 않네. 확인 차 묻는데 당신이 생각하는 '움직인다'는 뭐야? 당신이 준 약의 성분표를 가지고 있어. 비상시에 쓰려고 몸에 지니고 있었어. 비록 선생님들에게 붙잡혔을 때 그걸 꺼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대해 얘기할 상황이 못 되었지만.......

이걸 발표할 마음도 있지만 당신들 회사 이름은 말할 수 없겠지. 내 얼굴은 세간에 알려져 있진 않지만 조사해 보면 P■■■■ 아카데미아 학생 신분이었다는 게 증명될 거야.

하지만 지금은 아니야. 당신한테 지난 편지 보내고 고민해봤는데 우선 그 사람을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보려고 해. 다른 식량 배달부라도 좋아. 어쨌든 모두 P■■■■ 아카데미아가 위치한 도시를 지나오니까 거기가 비어있다는 건 알고 있을 거야. 입을 다물면 지난 번 당신에게 사죄하려고 구해 둔 그 흉물스러운 걸 가져다가 협박이라도 해야겠지. 그걸 빼앗기지나 않을지 모르겠다. 나한테 어울리는 짓도 아니고 정말 싫지만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야지 어쩌겠어.

유급휴가인데 일하러 나가겠다고! 지도자로서는 모범적인 생산자의 자세라고 해야겠지만 당신의 친구 비스무리한 사람으로서는 칭찬해주고 싶지 않네. 다른 도시로 가는 허가는 굉장히 엄격하니까 이 도시의 여행지라도 다녀오지 그래. 겸사겸사 내 계획이 어떤지도 들려줘.

>>77

(다시, 타이핑.)

금지물품 반입이라, 재미있네요. 아카데미아의 학생들이라고 하면, 꽤나 하늘 위의 인상인데. 하긴, 얼마전 당신에게 보냈던 그 수면제도 적당히 금지물품 범주기는 하겠군요. 새삼 샘플로 보냈던 치아의 입수부터 반출까지의 과정이 궁금해지는 것도 같습니다. 사람이라도 치셨나요? 농담스러운 질문이니 굳이 대답하진 않으셔도 됩니다.

일단 마지막에 언급하신 제 휴가 계획에 대해, 더불어 제가 생각하는 ‘움직임’에 대해 말하자면, 일단 이 ‘휴가’, 사실상 서류 상의 휴가라서요. 원래부터 적당히 변명용이었습니다. 담당자요? 휴가중인데요? ……정도의 대답을 위해 서류나 내둔 거죠. 당신은 피해를 입히고 싶지는 않다고 말했지만, 그런 일에 협조하면서 피해를 각오하지 않는 사람도 좀 바보같군요. 피해를 무릅쓰고 그런 일에 협조하는 사람도 그다지 똑똑하진 않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눈가리고 아웅이나마 해두어야하지 않겠습니까.

그러니 본래 저는 분위기를 봐서 당신과 실제로 접촉하든, 잠적을 타든, 뭐, 그럴 생각이었는데…… 당장 그렇게까지 해야할 이유는 없어보이니 다시 일이나 해야지요. 그리고 저번 편지에 썼듯이, 연구실을 너무 비워두는 것도 좋아하지 않아요. 그래요, 사실은 이미 연구실입니다. 편지의 타이핑은 회사 것이 아닌 개인 컴퓨터로 하고 있지만. 명목상은 아직 휴가라서, 접속기록이 남으면 곤란하거든요. 프린터는 회사 걸 쓸 생각이지만요.

……흠, 이어서 쓸 말이 애매해서 잠시 깜빡거리는 입력바만 보고있었습니다. 모니터 너머로 연구실 전경이 보이는데, 묘하군요. 당신에게 건넸던 ‘완성품’도 아직 남아있는데 말입니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당신의 계획에 대해 이야기해야겠지요. 뭐, 쉽게 조언을 건네긴 힘들군요. 여기서 그러세요, 했다가 당신의 편지가 끊기고 얼마 후에 갑자기 회사에 국정감사라도 들어오는 거 아닌가 싶기도 하고. 뉴스에는 여전히 아무 소식도 나오지 않고 그렇게 엔딩롤이라도 올라가는 거죠.

그래도 적당히 말해보자면 찬성입니다. 애초에 그것말고 또 뭘 해보겠습니까? 그렇지만 그 흉물스러운 것, 뺏기지는 마세요. 수단이 부족하다면 자백제 종류라도 보내드릴까요, 하고 말해볼까 했는데 그것도 다 쓰는 요령이 있는 약이라서요. 글쎄, 쓸 수 있으시다면 보내드리는 것 정도야 할 수 있습니다. 그러겠다고 하실 것 같지는 않지만. 하지만 저희 회사가 합법적으로 취급하는 약들 중에서도 충분히…… 협박용이라고 부를만한 것들이 있으니, 생각이나 해보십시오. 사실 흔히 말하는 자백제도 성분 자체는 의료용입니다.

어디까지 농담으로 받아들이실지는 자유니까요. 이게 전부 농담이면 저는 꽤나 비윤리적이고 재미있지도 않은 농담을 즐기는 사람이 되는 거고, 농담이 아니라면 그냥 비윤리적이고 재미없는 사람이 되는 거죠. 그렇지만 모든 승리가 무혈입성일 수는 없잖습니까. 어차피 패배라면 피라도 흘리게 해줘야 직성이 풀리지 않냐고 생각하는 건, 제가 성격이 나빠서겠지만요. 꽤나 자주 듣습니다. 치프님 성격 나빠요, 라던가.

아무튼 저야 계속 회사에 있을테니, 당신의 답변이나 기다리겠습니다. 아, 물론, 공식적으로는 회사에 없습니다만, 어쨌든. 쓰다보니 차라리 좀 유쾌한 이야기가 된 기분이기는 합니다. 어쩌다 이 성격 나쁘고, 사람보다 곰팡이 좋아하고, 독극물에 해박하지만 모범적인 생산자의 자세를 가진 이랑 친구 비슷한 사이가 되셨는지. 파란만장하다고 표현해도 딱히 틀리지 않을 것 같습니다만.

이번에는 통찰과 이성은 적당히 그러려니 하고, 행운이 좀 필요하긴 하겠군요. 행운을 빕니다.

P■■■■ 아카데미아 학생들이라 해도 일단은 사람이야. 아카데미아의 교육은 우리를 당신 말대로 하늘 위의 존재로 만들려고 하지만 거기에 내심 반발하는 녀석도 있어. 명예와 결정권, 두 개를 빼면 뭐가 남겠냐는 거야. 아카데미아에 들어온 순간부터 부자유한데다가, 세간은 모르겠지만 지난번 방문한 지도자 중 하나가 졸업 후의 생활도 비슷하다고 했으니 이해하지 못할 마음도 아니지. 당신은 체제가 불만이라고 했지? 거기에 공감하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을지도 모르겠어. 그 농담에 이것만큼은 말해 둘게. 그 치아의 주인은 모두가 한 대씩은 때리고 싶어하는 녀석이었어. 그래서 운 좋게 옆에서 구경하다가 슬금슬금 걸어가 줍기만 하면 됐지. 운이 나빴으면? 그 뒤는 적당히 상상해봐.......

그보다 난 진짜 휴가라고 생각했어. 당신 정말 일만 하다가 회사에서 죽을 작정이야? 지금이야 조용하지만 거기에 있으면 당신 찾기가 쉬워질 거야. 지금이라면 다른 장소에서 쉬면서 숨 돌려도 괜찮잖아. 이런 말 할 자격 없겠지만 이번 일로 무언가 일어나기도 전에 연구실에서 시체로 발견되지는 마.

완성품 얘기하니 말인데 그것들도 침대 밑에 편지랑 사이좋게 같이 들어있었어. 생각할수록 죄책감이 들어. 털어놓는다고 마음이 가벼워지지는 않네. 반대로 이걸 알게 될 당신 기분을 생각하면 더 무거워지기만 해. 만드느라 많은 고생 했겠지만 이제 처분해. 실제로 감사라도 왔다가 그 약 발견되면 뒤는 장담 못해. 이런 상황이니 별 수 없지만 당신은 최악의 시나리오를 쓰는 데 특화된 것 같네. 엔딩롤 올라가지 않기를 바라는 사람은 당신만이 아냐. 나도 있어. 이미 거하게 실패한 점에는 할 말 없지만 최선을 다할 테니 시도해보기 전에 실패부터 생각하지는 말란 소리야.

자백제를 다루는 요령은 없어. 갑자기 요행을 바라도 소용없을 거야. 당신 편지 보고 생각났는데 대충 그럴듯해 보이는 병에다가 아무거나 담고서 독극물이라고 척이라도 해볼까 봐. 난 재미없고 곧잘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인물이라서 거기에 따르면 당신도 재미없고 비윤리적인 사람이 되겠네. 재미없는 사람들끼리 친구 비스무리한 거라니 우연은 아니야. 안 그래?

당신이 빌어준 행운이 헛되지 않기를. 또 편지할게.

/ .dice 2 5. = 3

[ㅇㅇ중학교 대나무숲]
선배드ㅡㄹ 저 깜빡하고 숚제 학교에 두고왔어요 지금 아침 6신데 학교 문열어요??

>>81
네
제가 땄으니까 들어오세요
나도 두고옴ㅋ

>>79

이건 사과를 골백번 하지 않아도 괜찮은 편지야. 흉물스러운 그거 빼앗기지 않았어. 빼앗기지 않았다보단 그 사람이 빼앗지 않아 주었다는 말이 맞을 거야. 그 사람은 대화에 순순히 응해줬어. P■■■■ 아카데미아가 있는 도시가 비어있다는 건 알았지만 다른 사실은 모른다고 했어. 우리들에게 주사하는 약에 대한 것도 몰랐다고 해. 의심이 가서 흉물스러운 그거와 가짜 약통을 쓰려고 했어. 그 사람이 협박은 소용없다고 말을 가로채지만 않았으면 그렇게 했을 거야. 그 사람 무슨 고문을 해도 끄덕없을 것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어. 당신도 그 자리에 있었다면 내 말 이해했을 거야.

헤어지면서 도움이 될까 해서 그 사람 차 열쇠를 슬쩍했어. 참고로 내가 아무 때나 도둑질을 하는 사람은 아니야. 그 사람 차 안에서 몇 가지 발견했어. 하나는 지도자들이 사는 돔 빼고 11개의 모든 돔 도시를 자유롭게 통과할 수 있는 허가증이야. 그 사람 얼굴이 있어서 훔쳐 쓸 순 없었어. 그런데 그 사람 계급이 군인이라고 쓰여 있었어. 보통 이런 일은 생산자 계급에서 하잖아. 지도자를 보조해 나라의 안전을 지켜야 하는 군인이 여기서 뭘 하는 거야? 그리고 이상한 낙서를 발견했는데 잘 보관되어 있는 걸로 보아 그냥 낙서는 아닌 것 같았어. 당신이라면 무언가 알아낼지 모르니 기억을 되살려 똑같이 그려 보내.

○2 I◎I I○○

당신이 지난 편지를 받고서 내 조언을 받아들여 진짜 쉬러 갔다면 회사로 보내는 이 편지는 받아보지 못하겠지. 아니면 또 늦게 받아보게 될 거야. 당신이 보내는 편지에 익숙해져서 답장이 한참 오지 않으면 조금 외롭겠지만 의뢰했을 때부터 혼자 되는 것쯤 각오했으니까 괜찮아. 난 이제 뭘 좀 먹고서 아지트로 돌아가 앞으로 할 일을 생각해 볼 거야. 당신은 좋은 생각을 떠올리기 위해 뭘 해? 난 원래 녀석들이 없는 조용한 방에서 집중하는 방법을 썼는데 여기는 도저히 안전하고 조용한 장소를 찾을 수 없어. 그리고 당신네 회사는 아직까지도 조용하니 당분간은 아무 일 없다고 생각해도 되는 걸까? 당신들 피와 땀의 결실인 완성품은 아까웠겠지만 잘 처리했길 바래. 그걸 다른 아홉에게 쓰지 못하게 된 건 슬픈 일이지만....... 녀석들은 지금까지도 아무런 의심 없이 지내고 있겠지. 불쌍한 녀석들! 신입생이 새로 뽑혀간 걸 봐서는 나는 아마도 중도탈락자로 알려진 것 같아.




# 정신차려보니 없는 시간 쪼개서 지도와 암호 만들고 있었음.
# 스케일 커지면 힘들 것 같아서 CTO의 편지 간단히 주면 마지막 편지 보낼게.
# 너무 잘 맞춰줘서 신나가지고 자유도 없이 나만 너무 설정 푼 것 같네 미안..

[야]
[어떻게 됨]
[그 누나가 뭐래?]
[성공함?]
[왜 답이 없어]
[불안하게]
[(엎어져 우는 토끼 이모티콘)]

최근 선내에 마약이 돌아다닌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부선장에게 이 말을 전하는 이유는 알 것입니다.
선장에게 들키지 말고 조사하세요.

>>82

유감스럽게도 편지는 곧장 제게 왔습니다. 네, 회사에 있었다는 뜻이죠. 외로우실 일은 없겠습니다. 그리고 두번째는 사실 그다지 유감스럽지는 않습니다만, 그 낙서를 해석하는 건 제게 무리군요. 그 한 조각으로는 해석의 방향성은 커녕 암호인지 아닌지조차 알 수 없으니까요. 제가 할 수 있는 말이 당신보다 나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손으로 옮겨적으셨다고 하셨으니, 알파벳으로 쓰신 부분이 실은 숫자를 의도했는지…… 그런 것부터 확인되지 않으니. 풀 수 없다고 단정적으로 말해서 조금 실망하셨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이학자라는 건 사실 자신이 모르는 걸 인정하는데 익숙한 편이죠. 무성생식하는 곰팡이들 사이의 상호작용도 아직 밝혀내지 못했는데, 사람 사이의 상호작용이야.

그렇지만 당신이 적당히 성공했다는 사실은 다행이군요. 그런 것치고는 의문점만 늘어난 느낌이 없잖아 있기는 합니다만, 적어도 당신이 사지멀쩡하게 편지를 쓸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성공이겠죠. 대체 열쇠는 또 언제 훔치고, 차에는 어느새 들어가신 건지. 아카데미아에서는 미래의 지도자들에게 그런 것도 가르칩니까? 암호 해석법도 배우셨다면 좋을텐데요. 아무튼 그 사람, 결국 평범한 배달원은 아니었군요. 수상하기는 했지요. 평범한 생산자라고 했으면 더 놀라웠을 겁니다.

뭐, 군인이 거기서 일하고 있다는 건, 그야 그 일이 ‘나라의 안전’을 지키는 일이라는 의미겠지요. 전쟁이 아니더라도, 위험요소는 널려있으니 짐작이야 할 법합니다. 사실상 당신과 저도, 일종의 위험 아니겠습니까. 그런 것치고는 그 군인에게 도움을 받은 것 같기는 하지만. 별로 성실한 군인의 태도는 아니군요. 이렇게 된 이상 성실이 우리 삶에 있어 얼마만큼이나 미덕일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그리고 마지막, 좋은 생각을 하기 위해서 저는…… 보통 커피를 마십니다만. 연구원들 중 취향에 따라서는 카페인 대신 니코틴에 의존하거나, 당에 의존하거나 하는 양반들도 있기는 한데, 어느쪽이든 당신에게 추천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솔직히 이쯤 되면 정말 ‘의존’이어서요. 다른 말로는 중독이라고도 하지요. 당신이 평소에 애용하시던 ‘고요’가 부재한 상황에서 대체품으로 쓰기에는 휴식도 괜찮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당신의 아지트가 어떤 환경인지는 모르겠지만, 상황이 허락한다면요.

뭐, 또 편지 주십시오.


P.S. 저번 편지에 쓰셨던 말 기억하시지요. 협박용 약도 합법인 게 꽤 많다고. 그러니 그 ‘완성품’말입니다만, 얌전히 처리했다고 일단 써두긴 하겠습니다만, 믿으실지는 자유입니다.



# 시간 쪼개서 만든 암호 스루해버렸네ㅋㅋㅋ
# 재밌었어~ 비공개 정보가 많아서 좀 헷갈리긴 했지만

>>85

아직도 회사라고! 정말 유감스럽다. 당신은 실망이라고 했는데 실망할 게 있긴 있어? 나도 모르겠으니까 보낸 거지, 당신을 무슨 천재로 알고 있진 않아. 힌트라도 떨어지나 나무 밑에서 기다려 봤던 거지. 모른다는 사실을 아는 것도 지혜야. 우리는 그렇게 배웠어. 하지만 사람 사이의 상호작용이라...... 역시 이 낙서 대화용으로 보여? 배달원이 자기만 보려고 기록해 놓은 걸지도 몰라. 하지만 그게 사실이라면 자기 집 숟가락 모양이 들어갔을지도 모르는 기록을 우리는 절대로 알아낼 수 없겠지.

당신 말대로 무사하니 차 열쇠 일로 빈정댈 건 없잖아. 처음에 말을 걸 때 그 사람 뒤에서 바짝 붙다시피 접근했으니까 어렵지는 않았어. 차에 들어가는 법은 배우지 못했지만 불확실한 상황에 대처하는 법은 배웠지. 그게 도둑질로 이어질 줄은 선생님들도 몰랐겠지만.......

진실을 추구했을 뿐인데 위험이 되는 나라라니 이제는 정말로 이상 국가라고 할 수 없겠네. 그 사람, 그러니까 그 군인이 나에게 도움을 주는 게 정밀한 업무였다면 얘기가 달라지지만 그게 아니라면 군인으로서는 낙제겠지. 난 쭉 어떤 경우에도 성실이 미덕이라고 믿어왔는데 지금은 잘 모르겠어. 세상은 내 생각보다 넓은 것 같네. 조언은 고마워. 추천하지 않아도 카페인, 니코틴, 당을 구하려면 고생깨나 해야 돼서 힘들었을 거야. 휴식이 온 몸과 머리를 내려놓고 아무것도 안 하는 거라면 해볼 수 있겠어. 여기 다행히 몸이 다 들어가지 못할 만큼 좁지는 않아.

......결정했어. 내가 다음에 할 일은 ㅡ (뒤가 쓰여있지만, 더이상은 중요하지 않다.)

P.S. 완성품을 합법의 영역으로 끌어들인 것 같은데 맞아? 당신 정말.......


# 괜찮아 원래 더 뭐가 주어졌어야 되는 거라 9.9할은 스루라고 생각했어ㅋㅋㅋ
# 처음부터 아예 다 짜고 준비했으면 나았을건데 중간부터 만들고 쓰다가 까먹고 새로 만들고 해서 혼란하게 한 것 같다. 아쉬움.
# 나도 재밌었어~

>>85 >>86

(회사로 보내진 편지)

저희 아카데미아 학생이 야금야금 뒤에서 뭘 꾸미고 있다는 사실은 눈치챘지만 설마 제약회사와 손잡았을 줄은 몰랐네요. 찾아낸 편지는 전부 폐기했습니다. 침대 밑에 약도 같이 있던데요. 편지 덕분에 이게 아카데미아에서 투여하는 것에 대한 해독약이라는 건 알았는데, 독이라도 되나요? 저는 모르겠지만 감시가 삼엄해진 지금 같은 상황에 잘 모르는 약을 직접 먹거나 먹일 용기는 없네요. 모를까 봐 첨언하면 담당자님과 편지하던 학생은 죽었습니다. 죽는 모습은 못 봤지만 그렇게 알려져 있어요. 그리고 저는.... 죽은 친구 설명에 따르면 '약삭빠른 아홉번째 녀석' 인가 봅니다. 그 편에서 보내온 편지만 읽어서는 이게 어떻게 얽힌 일인가 알 수가 없네요. 죽은 친구와 뭘 꾸미고 있었는지 들려줘요. 이걸 전부 일러바치고 편해질 수도 있었는데 그러지 않았다는 점에서 저를 신뢰해주실 수는 없을까요. 하지만 한동안 답장은 보내지 마시는 게 좋겠습니다. 앞서 말한대로 보는 눈이 많아졌어요. 이걸 보내기만 해도 며칠은 걸릴 것 같거든요. 적어도 몇달 뒤에 답장 보내주길 바랍니다.

P.S. 흉하지만, 제가 학생인 척 하는 다른 누군가가 아니라는 걸 인증할 방법이 달리 없네요.

(장식체의 P에 선 하나가 그어져 있는 형태의 인장. 그리고.... 편지 양면으로 어금니 하나가 없는 치열이 찍혀있다.)

# 처음에 내가 상판에 지친 상태여서 4가지가 없었을텐데 잘 받아줘서 미안하고 고맙고...... 이어지는 편지랑 자잘한 티미 : https://www.evernote.com/shard/s555/sh/058b999e-053f-fcf9-6417-f5c1aeb09bd5/7d24fe276025734284a1e39e579195fb
# 답장할 필요는 없고 확인하면 삭제할게. 고마워~

>>87

# 내가 이해한 것: 아홉번째 녀석은 라인? (저번 편지의 주인공?)
# 사실 별로 성공적인 엔딩이 아닐 거라는 건 짐작했어.
# 플라톤의 이상국가 모티브는 읽기 그렇게 어려운 편은 아니었지, 그치만 사실 그 이론에서 ‘통치와 관련 없는’ 지식인 계층이 들어갈 위치가 애매해서 조금 헷갈렸어.
# 고대 그리스가 그렇지 뭐… 원래 문제많은 내용이지만 이렇게 놓고보니 정말 디스토피아스럽네ㅋㅋㅋ

# 더 뭔가 이어갈 생각은 없어? 개인적으로는 버섯씨를 잃은 CTO의 이후 이야기도 궁금하기는 해서.
# 처음에는 정 붙일 생각 없었는데 중간부터 팍팍 정 줘버렸잖아ㅋㅋㅋ
# 뭐, 적당히 생각해보자면 의외인지 아닌지 착실하게 수용단계 밟고 (부정 분노 우울 수용 그거 말야) 라인이랑 편지 왕래를 시도하게 될 것 같긴 해.

# 이어나갈 생각 없더라도 재밌었어. 남이 먼저 시작한 편지에 따라가다보면 세계관을 전부 아는 건 불가능하니까 그러려니 하는 편이야.
# 나도 캐릭터들한테 정이 붙어서 조금 아쉽네ㅋㅋㅋ…

>>88

# 맞음!
# 짐작했었구나. 불안감 얘기가 계속 나오긴 했지.
# 그 부분은 체제에서 놓치는 사람이 있었을 것 같다고 혼자 생각중. 지혜를 추구하는 것이 지도자의 자질이지만 실제로 생산자 계급인데도 지도자보다 지혜로운 사람(대학원에 가기로 한 이들이나)이 있지 않았을까.. 그래서 CTO씨가 불만품은 게 아닌가 생각도 해 보게 됨.
# >>87의 편지는 CTO가 버섯씨(생존)랑 계속 편지 주고받고 있는 상황에서 왔을 수도 있음. 버섯씨 예상과 달리 아카데미아 학생들에게는 버섯씨가 평범한 중도탈락이 아니라 죽었다고 알려진 것. 실제 버섯씨가 죽지 않았다고 해도.
# 나도 CTO씨 뒷이야기는 궁금함. CTO씨처럼 똑똑한 사람이 상대가 되면 그만큼 응해주고 싶은 성격이라서 내가 잇다가 현생을 파탄낼 것 같은데(...) 뒷내용으로 편지 올려주면 좋아라하며 구경할게. 나도 가끔 독백처럼 올릴지 모름.
# 버섯씨는 CTO씨 마지막 답장 내용에 따라 다른데 열린 결말 엔딩 으로 되었지만, 갑자기 6각형 인장 쾅 붙이고 딱딱한 말투로 편지 보내거나... 진짜 소식 끊기거나... 그랬을 것 같음.
# 다못말 어장에서 CTO 설정 풀어주면 구경하고 싶다. 나이나 돔 외부 출신이나 물어보길래 궁금했음.

>>89 situplay>1515151284>372

[뫄뫄님!!!!@!]>
[애들 뉴짤 뜬거 보셨나요]>
[개예쁘다진짜ㅠㅠㅠㅠㅜㅠ 저지금 심장아픔]>
[인간이 얻덕게 저렇게 생겼죠? 인간 아님 요정들임 분명함]>
[안 보셨음 빨리 보세요 빨리빨리빱ㅂ빨리ㅣㅣ]>
[(인☆그램 링크)]>

천호님, 왜 구미호는 인간이 되려면 간을 먹어야 합니까?
옛날옛적 인간되신 분들은 선택권이라도 많았다지만 요즘 구미호들은 인간을 해치는 게 불법이라 "인간들이 합법적으로 제공하는 음식인 간"만 섭취할 수 있지 않습니까.
솔직히 순대살 때 간만 달라고 하는 거 너무 손해보는 느낌입니다. 심지어 얇게 썰어줘서 1인분으로는 1개로 카운트 되지도 않아요. 게다가 하나만 먹자니 너무 물리고요. 그렇다고 소 생간은……. 못 먹겠습니다. 사실 간 자체가 입에 안 맞아요.
대체 왜 간입니까? 저도 다른 거 먹고 인간되고 싶어요. 차라리 마늘이 빠르겠습니다. 천호님은 영물이니까 윗분들이랑 상의라도 해보실 수 있잖아요. 간곡히 도움을 청하는 바입니다.

徽英
(맨 아래 찍힌 여우 발바닥)

나는 널 죽이려 한 자식이야. 눈을 뜨자 가관이더군. 암살자를 치료하다니. 그런 짓은 스스로 명을 재촉하는 것밖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설마 모르는 건가? 매일같이 너 같은 놈의 숨통을 끊었어. 너희의 뼈를 볼 때면 나는 깎을 장신구를 생각했고, 살점을 볼 때면 포식할 고기를 생각했으며, 선혈을 볼 때면 오랜 숙원을 이루는 날에 들어올릴 축배를 생각했어. 이 땅에서 너희의 씨를 말리는 데만 골몰했어. 무슨 유치한 작전인지는 몰라도 같은 지붕 아래 나를 두는 것은 너에게도 절대 도움될 일이 아니겠지. 당장 죽여라. 네 아랫것들에게 둘러싸여 한가하게 편지나 보낼 수 있다는 소리를 듣는 것에는 나 역시 취미가 없다. 내가 사라졌다는 소식을 듣기 전에 서두르는 편이 좋을 거야.

>>92
애송아, 그딴 걸 상의 나부랭이로 결정할 수 있었다면 내가 2천년도 더 전에 이 종이에 일일히 쓰기도 귀찮은 수고를 들여가며 영력을 만들어 천호가 되었겠니? 말같지도 않은 소리 할 시간에 수련에나 정진하거라. 두번 말하게 했다간 특별 수련을 시켜주마.

[GM 공지]
최근 학교 맵 구관 2층 학생화장실에서 자정에 화장실 칸을 하나씩 두드리며 걸어가다가 다시 두드리며 돌아오고, 다시 두드리며 가면 한 칸이 더 생기는 건 연산 오류였습니다.
심란했을 학생 여러분에게 사과의 말씀 드립니다.
*추신: 제1 과학실 인체모형은 오류가 아니니 밤에는 주의하시길 바랍니다.
언제나 앞문 선반에는 소금이 놓여져 있으니 참고하세요.

나의 K,
그리움에 못 이겨 펜을 듭니다. 내게 더는 아무 말 말라 하셨었으나 나는 이다지도 못난 사람이라 또 한 번 그대를 거역합니다. 용서 말아요. 잘해 내시리라 믿고 있습니다마는.
떠나실 제 붙잡지 않은 것은 그대의 탓이 아닙니다. 곧 벽난로에 들어갈 글자를 눈물로 적시는 것 또한.
나의 K.
간밤에는 평안히 주무셨나요. 식사는 하셨는지요. 날씨는 좀 어떻습니까. 듣기로 서부 평원에는 간혹 돌풍이 분다는데 그대의 화살촉이 자칫 잘못된 곳을 향할까 두렵습니다. 여전히 가끔 차를 마시나요. 그대를 불편하게 하는 자는 없나요. 불편한 것, 불편한 곳은요. 부상이 있나요, 심하지는 않나요. 나의 K, 살아 있나요?
나의 K. 용감하고 상냥한 그대, 나의 영원하며 찬란한 사랑.
무사하지 마세요. 남들이 겪는 일을 겪어요. 다치고, 낫고 승리하세요. 그만큼만 하세요.
그리고 부디 돌아오세요.

>>93
죄송합니다! 일단 저는 편지를 받아야할 사람이 아니에요. 실수로 제가 먼저 편지를 확인하고 말아서, 사과 인사는 드려야할 것 같아 답장을 드려요. 또, 큰 어른님께서는 당신이 쓴 편지라고 하자 읽을 필요 없다며 태우라고 하셨어요. 원한다면 저보고 답장을 쓰라고 하셔서요.
음, 그리고 당신께 사과해야할 부분이 하나 더 있는데요. 큰 어른님께서는 당신을 죽이려고 하셨어요. 제가 부득부득 말려서 당신을 치료하자고 고집부려서... 네, 당신이 그렇게 된 건 제 탓이에요. 그러니까 큰 어른님께 그런 말은 삼가주세요. 표현도 너무 섬찟한 것 같아요....
장신구를 원하신다면 제 걸 드릴게요! 취향에 맞으실지는 모르겠지만요... 고기는, 다 나으실 때 즈음에 삼시세끼 고기로 챙겨드릴게요! 그때까지는 건강식으로 드셔야 해요. 술은 완치되더라도 못 드려요... 안 드릴 거에요. 술을 즐기신다면 줄이는 편이 좀 더 좋아요! 대신 포도주스는 드릴 수 있어요! 오렌지도 있으니까요!
죽이지도 않을 거고, 다치신 몸으로 어딜 가시게요... 산책을 원하신다면 답장주세요. 제가 부탁드려볼게요! 되도록 환자를 가두고 싶지는 않으니까 얌전히 계셔요...!!

사랑하는 나의 제자 보거라.

이 내가 부덕하여 너를 떠나보낸지도 벌써 반 년이 다 되어 간다.
못난 스승을 만나 꽃을 피우지도 못하고 때이른 이별을 맞이하였구나. 전부 내 탓이다.
다만 네 마지막을 곁에서 지키지 못한 점, 그리고 끝내 네 흔적을 찾지 못해 빈 관으로 장례를 치른 것이 마음에 걸리는구나.
미련이 남아 답신이 오지 않을 것을 알면서 오늘도 이리 편지를 부친다. 전인에게 참으로 미안할 노릇 아니더냐.
죄는 전부 내가 지고 갈 테니 너는 부디 행복하길 바란다.

이만 줄인다.

요즘 A사, F사, H사가 성과가 영 꽝이야.
차라리 S사에 기대를 걸어 보는게 더 나을 지경이라구.
F사는 조만간 '실험'이 들켜서 폐급이 될 것 같고. 차라리 공매도를 하고 우리가 실험을 공개할까? 어떻게 생각해?
맨날 쓸모도 없는 도박은 그만 하고 빨리 같이 주식이나 하자니까 그러네.

ᐸ 사장님 )
ㅤ( ㅆ자ㅈ님 )
ㅤ( 사장님ㅠㅠㅜㅜㅜ )
ㅤ( 사 )
ㅤ( 장 )
ㅤ( 님 )
ㅤ( 손님이 계속 사장님 찾아야ㅕㅕ!!!!! )
ㅤ( 사장니무ㅜㅜ!!! )
ᐸ 싸장님....... )
ㅤ( 니 알바는 애가 타서 죽었다. )
ㅤ( 다음은 니 차례다. -손님 )
ᐸ 아 싸장ㄴ님!!!!!!!!!ㅜㅜㅜㅜㅜㅜ )
ㅤ( 진짜 손님이 팔지도 않는 메뉴 찾으면서 )
ㅤ( 사장님이 직접 판다 그랫다고 )
ㅤ( 안 가신다니까요??? )
ᐸ 사아아ㅏㅏㅏ자아ㅏ아아앙ㅇㅇㄴ니ㅣㅣㅇ잉이이임ㅁ )

< 아 뭐야 )
　( 그 인간 또 왔어?? )
　( 그그 )
　( 찬장 둘째칸 보면 소금 봉지 큰거 하나 있거든? )
　( 그거 뿌려버려 )
　( 다 써도 괜찮아 )
　( 새로 사줄게 )
< 그리고 그 인간한테 전해 )
　( 그 메뉴 너한테는 죽어도 안 파니까 )
　( 또 와서 진상짓하면 소금을 소방호스에 넣어서 뿌려버리겠다고 )

>>101 >>100

< ㅅ소금이ㅇ요???? )
　( 저 고소 당하면 사장님이 증인해주실거죠 ㅠㅠㅠㅜ??? )
　( 사장님 믿고 저질러요???? )
　( 주님 한놈 갑ㅂ니다!!!!!!! )
< 싸장님!!!!!! )
　( 멋진알바가 멋지게 성공하고 왓어요ㅎㅎㅎㅎ )
　( 휴 )
　( 담엔 소금말고 불닭소스로 해요 ㅜㅜㅜ )
　( 근데 쫓겨나면서도 계속 메뉴 찾던데요 )
　( 무슨 메뉴에요?? 저도 처음 들어봤는데 )
　( 헐 )
　( 신메뉴에요???? )
　( 수고한 알바한테 한번 안 해주시나~~♡~? )

>>103
< 갔어?? )
　( 다행이네 )
　( 그 또라이 또 오면 진짜 눈에 불닭소스 뿌려도 돼 )
　( 내가 책임져줄게 )
　( 👍 )
< 신메뉴 아니고 너 오기 전에 팔던 거야 )
　( 이제 안 파는데 아직도 가끔 찾는 사람이 있네 )
　( 그거 아무나 못먹는건데 ㅋㅋㅋㅋ )
　( 하루 매상 두 배로 올리면 고려해보고~? )
　( 🤪🤪 )

>>104
< 저기 멀리 보냇어요 )
　( 크 일잘해 일잘해~~ )
　( 진짜요??? 저 주머니 속에 불닭소스 들고 다닐거에요 )
　( 캡사이신도 사야겟다 )
< 아 진짜요??? )
　( 왜 저 오기전에만 팔앗어요 ㅜㅜㅜ )
　( 저도 궁금해졋잖아요 아악 )
　( 엥 )
　( 사장님이 이렇게...... 손절을.....??? )
< 저 전에 있던 알바한테는 해줫을거면서..... )
　( 췌...... )
　( 저한테는 안해주시고~... )
　( 알바차별 서러워서 눈~~~물난다~~~~~~! )

>>106
< 아주 좋아 )
　( 근데 내 핑계 대고 아무한테나 막 뿌려대면 )
　( 어떻게 될지 알지? ^^ )
< 그러게 좀 일찍 오지 그랬니 )
　( 누가 그렇게 늦게 오래? )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 너 오기 전에 있던 알바한테도 안 해줬어 )
　( 그거 아무나 못 먹는 거라니까? )
　( 난 모든 알바에게 공평하단다 )
　( 그러니 울지 말고 일이나 하렴 )
　( ^^ )

>>106
< 아잉♡ )
< 엥 )
　( 에엥 )
　( 허 )
　( 참 )
　( 내 )
　( 제가 늦은게 아니라
　( 싸장님이 저같은 고급인력을 못 찾으신건데여??? )
　( 흥 )
　( 어디서 저같은 알바 못구하걸랑요??? )
　( 해줘도 안먹어!!!!! )
　( 요!!!!!! )
< 말씀 안하셔도 일 엄청 열씨미 하거잇거든여!!!!! )
　( 진짜 언제 확 잠수탈거에요 )
　( 흥 )

>>107
< 하트 붙인다고 다 해결되는게 아니지? )
　( ㅎㅎㅎ? )
< 어머 )
　( 진짜 안 먹어? )
　( 하는 거 봐서 한번 만들어줄까 생각 중이었는데 )
　( 싫으면 말고^^ )
　( 나도 싫다는 사람 붙잡고 억지로 먹이긴 싫단다 )
< 엄청 열심히 하는 것치고는 )
　( 아까부터 답이 칼같이 빠르네 우리 알바? )
　( 지금이 사람 별로 없을 시간대긴 하지 )
　( 가게에 손님 얼마나 있어? )
　( 별로 없으면 샌드위치 꺼내 먹어도 돼 )
　( 잠수타지 말라는 뇌물 겸^^ )

>>108
< 아잉☆ )
< 아 )
　( 아 잠만여 )
　( 잠만요 사장ㅇ님 아 )
　( 사장님이 먼저 하루 매상 두배람서요 ㅜㅜㅜㅜㅜㅜㅜ )
　( 제가 그걸 어케해요 ㅜㅜㅜ )
　( 전..... 작고 연약한.... 소중한 알바인걸여...... )
　( 은혜롭게 자비를 베푸십사........ )
< 췌 )
　( 이래서 눈치빠른 사장님은 싫다니까...... )
　( 손님들 지금 테이블 3개여 )
　( 어 )
　[ 사진 : 쓰레기통에 들어간 샌드위치 포장지 ]
　( 이미 아까전에 먹엇어여........ )
　( 포스기에 소정의 샌드위치값을 넣어두긴 햇는데.... )
< 아잇참 )
　( 날 더워져서 상했을까바 그랫져ㅎㅎㅎㅎ )
　( 어쩔 수 없지!!! )
　( 일하러가야겠당!!!!!! )
　( 사장님 저 찾지 말아주세여~~~♡ )

to. 허트슨
기존의 계획은 폐기됐다네.
상부는 역시 초능력자보다는 초능력물이 더 마음에 드는 모양이야.
로봇은 인간보다 말도 잘 듣고 파업도 안하고 재생산도 가능한데 뭐하러 초능력자를 만들겠나?

추신: 거지같은 텔레파시 비글 좀 이제 연구실에서 치워.
매일 짖어대는 통에 도저히 뭘 할수가 없어!

>>109
< 작고 연약하고 소중한 알바야 )
　( 힘내렴^^ )
　( 나도 응원하고 있을게 )
　[ 이모티콘 : 파이팅! 이라는 글자 아래에서 요상한 춤을 추는 2등신 캐릭터 ]
< ? )
　( 우리 알바는 )
　( 입맛도 참 고급지지 )
　( 어쩜 제일 비싸고 잘 팔리는 것만 쏙 골라 먹었을까? )
< 사려깊기도 해라 )
　( 우리 알바가 음식 상할 걸 두 번만 걱정하면 )
　( 가게에 샌드위치가 남아나질 않겠네ㅎㅎ )
　( 격려의 의미로 지금 가게에 행차할까 싶은데 )
　( 이 사장님 얼굴을 보면 알바도 힘을 내서 열심히 일할 수 있겠지? )
　( ㅎㅎㅎㅎㅎ )

>>111
< 응원이 전혀 안되구 잇는데요....... )
　[ 이모티콘 : 널부러져서 눈물을 줄줄 흘리는 곰돌이 캐릭터 ]
　( 예전에 파셧다던 그 메뉴 해주신다하면 응원이 될 것 같기도 한데ㅎㅎ )
< 갑자기 웬 칭찬을ㅎㅎㅎ )
　( 제가 어디가서 그런 소리 자주 듣긴해요ㅎㅎㅎㅎ )
　( 저 맛집도 열심히 찾아다니니까ㅎㅎㅎㅎ )
　( 몇군데 알려드릴까여ㅎㅎ??? )
　( 아이 )
　( 아무리 제가 잘나도 그렇지 )
　( 그렇게 계속 칭찬하시면 부끄러운데ㅎㅎㅎ)
< 저 잠수 지금 타도 돼여???? )

>>110
to. 윌슨
제기랄! 개소리 말라고 해.
고성능 고순응 초능력자 양산 프로젝트가 이제 막 완성되기 직전인데!
로봇? 그 깡통들이 뭘 할 수 있다고! 멍청한 윗대가리 놈들.
난 이 프로젝트에 영혼을 바쳤어. 이제와서 포기할순 없어.

추신: 스위티야. 거지같은 텔레파시 비글이 아니라.

>>112
< 기브 앤 테이크 모르니? )
　( 열심히 일하면 만들어준다니까 )
　( ㅋㅋㅋㅋㅋㅋ )
　[ 이모티콘 : ㅋㅋㅋ 이라는 글자 아래에서 요상한 춤을 추는 2등신 캐릭터 ]
< ... )
　( 우리 알바는 참 순진해서 좋겠어 )
　( 새하얀 종이처럼 순수하네 )
　( 요즘 같은 세상에 순수한 사람 찾아보기 힘든데 )
　( ^^ )
< 우리 알바가 )
　( 사장님 얼굴이 정말 많이 보고 싶은가 보네 ㅎㅎ )
　( 사장 된 도리로 무시할 수야 없지 )
　( 설거지나 하면서 기다리고 있으렴^^ )

>>114
< 알긴 하는데 제가 테이크만 할 줄 알아서ㅎㅎㅎㅎ )
　( 아 알앗어여 )
　( 우리 알바를 어케 조질까 고민하는 표정 그만!!!! )
　( 멈춰!!!!!)
　( ㅜㅜ 진짜 열심히 하면 만들어주실거죠???? )
　( 힘내볼게요.......... )
< ㅎㅎㅎㅎㅎㅎㅎ)
　( 요즘시대에 보기 드문 인재상이랍니다ㅎㅎㅎㅎㅎ )
　( 저같은 알바를 데리고 있는 거 완전 사장님들계의 영광이라구요~~~ )
< ㅎㅎㅎ )
　( ㅎㅎㅎㅎ!!! )
　( 사장님 )
　( 제 마음이에요 )
　( ♡ )
　[ 사진 : 냅킨으로 접은 장미꽃 ]
　[ 사진 : 냅킨으로 접은 하트 ]
　( 천천히 오세요!!! )
　( 한 3년 후쯤 도착하시면 될 거 같으니까요!! )

>>115
< 그렇게까지 말해주니 )
　( 믿고 있을게 우리 알바^^ )
　( 이렇게 의욕이 불타오르는 걸 보니 )
　( 얼마나 열심히 할지 기대되는걸? )
　[ 이모티콘 : 하트를 들고 요상한 춤을 추는 2등신 캐릭터 ]
< ^^; )
< 3년까지 기다릴 건 없고 )
　( 한 30분만 기다리면 될 것 같은데~? )
　( 우리 귀여운 알바 보러 가려면 )
　( 3년 거리도 3분만에 뛰어가야지ㅎㅎ )
　( 그러니까 냅킨으로 장난치지 말고 설거지나 하렴 )
　( 😉 )

>>116
< 사장님 가게에...... 뼈를.......묻어볼게여............ )
　( 믿어주셔서.....황송합니다...... )
　[ 이모티콘 : 너덜너덜하게 팔랑거리는 곰돌이 캐릭터 ]
< 어휴 미천한 소신을 만나기 위해 )
　( 3년 걸릴 거리를 30분 걸려 )
　( 한달음에 오시겠다니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
　( 설거지는 하고있거등여 )
　[ 사진 : 고무장갑 끼고 브이하고 있는 사진 ]

>>117
< ^^ )
< 우리 알바 능력자네 )
　( 한손으로 브이하고 다른손으로 사진 찍은 거면 )
　( 설거지는 세 번째 손으로 하고 있는 거니? )
　( 일 열심히 하는 우리 알바 먹고 힘내라고 )
　( 간식 들고 가니까 기다리고 있으렴 )
　( 😉 )
　[ 사진 : 검은 비닐봉지를 들고 있는 손 ]

>>118
< 아 진짜 )
　[ 음성 메시지 : "잠깐 장갑 빼고 사진 찍은 거거든요!!! 사장님 진짜 완전 치사해요! 제가 먹을 거에 넘어가는 그런 단순한 사람으로 보이세요? 과연 우리 사장님. 사람 보는 눈이 정확하십니다. 빨리 오세용~!" ]

>>119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120 #실수

>>119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 이모티콘 : 배를 잡고 굴러다니는 2등신 캐릭터 ]
　[ 사진 : 가게를 밖에서 찍은 사진 ]
　( 우리 알바는 참 한결같아서 좋아 )
　( 이대로 들어갈까 )
　( 아니면 간식을 야금야금 까먹으면서 우리 알바를 좀 더 놀릴까~? )
　( 🤪 )

>>122
< 저 알바 지금 관둬여??? )
　( 확 관둬버려요????????? )
　( 테이블 엎어버려요????? )
　( 깽판치고 나가요???????? )

>>123
< 우리 알바가 일 관두면 )
　( 가게도 접어야지 별 수 있겠니 )
　( 남아있는 손님들은 누가 보나 )
　[ 이모티콘 : 엎드려서 통곡하는 2등신 캐릭터 ]
< 물론 농담이야😉 )
　( 지금 들어갈게~ )



/#여기까지 하면 될것같아! 재밌었어☺️

#응 재밌었다니 다행이다 :D 이쪽도 즐거웠어. 이어줘서 고마워~

>>113
to. 허트슨
이봐, 솔직히 말하자면 고성능은 제쳐두고 고순응은 인권침해라고. 알려지면 시민단체의 반발로는 끝나지 않을거야.
또, 축산업도 에너지 낭비라고 배양육을 만드는 시대에 대체 인간을 언제 써먹을 건가?
미련을 버리자고. 페르마 앞에서 굴복했던 수학자에 비하면 성과라도 나온 우리는 성공한 거 아닌가?

그래, 빌어먹을 스위티. 제발 오늘 안에 집으로 데려가.

>>99

주식이나 도박이나, 사실 확률놀음이란 점에선 그게 그거 아닐까 싶은데요. 그렇다면 나야, 적어도 판의 참가자가 모두 공개된 쪽이 낫다고 생각하는 것 뿐이고요. 애초에 내가 하는 ‘투자’를 ‘도박’이라고 부른다는 것 자체가, 당신과 내 관점의 차이를 여실히 드러낸다고 생각되긴 하네요. 그런 점이 재밌기도 하지만. 내 나쁜 취향 탓인지?

>>126
to. 윌슨
그 지긋지긋한 인권 소리! 제발. 그들도 다 동의한 거라고. 실험 시작 전에 전부 서명했잖아. 그리고 알려지지만 않으면 돼. 우린 아무 문제 없어.
그리고 에너지 낭비라면 그 깡통들 쪽이 훨씬 심하지. 철을 녹이는데 드는 열량만 생각해도 벌써 끔찍하군! 이 시대에 그렇게 탄소배출량이 높은 재료를 사용한다는 것 자체가 넌센스야. 인간 쪽이 훨씬 에너지도 덜 들고 친환경적이라고.

...젠장! 아무튼, 난 절대 포기할 생각 없어.

추신: 난 걔 없으면 일 못해. 그리고, '사랑스러운' 스위티야.

여기는
길가에 꽃이 피었어
흰 코스모스가 널 닮았더구나

옷은 다려서 입고
양치는 꼬박꼬박 하고
끼니 거르지 마렴

보고싶어! 엄마가.

>>128
to. 허트슨
매드 사이언티스트 같으니라구. 나도 여태까지 최대한 자네가 기량을 뽑아낼 수 있게 노력했지만 이번에는 안돼. 자네는 대학교수가 아니라 정부기관 직원임을 기억해. 포기하지 않으면 다른 실험도 그만두는 상황을 맞게 될거야.
명령불복종으로 처벌받고 지루한 대학 사무실에 틀어박히기 싫으면 말 좀 들어. 대체 왜 자꾸 고순응 초능력자에 집착하는 거야? 심지어 자네는 망할 스위티도 통제를 못 하잖아! 당장 치워! 사랑스러운지는 모르겠고 소음공해가 뇌로 들어온다고!

추신: 스위티가 내일까지 집으로 가거나 전두엽을 닥치지 않으면 책상에서 비글 박제를 보게 될거야.

>>130
to. 윌슨
박제라고! 어떻게 그런 야만적이고 잔혹하고 비인간적이고 사악하고 소름끼치고 몸서리쳐지고 악랄하고 끔찍한 발언을 할수가 있나!? 오 이런, 자네 뇌파에 스위티가 놀랐으면 어쩌지? 불쌍한 녀석. 농담이라도 그런 소리 말게! 절대!

젠장, 대학 사무실이라니... 내 평생을, 내 영혼마저 이 프로젝트를 위해 바쳤는데.......

상부는 대체 왜 이걸 포기하려는건가? 말도 안 되는 인권 얘기따윈 집어치우게. 상부가 그런걸 신경쓸리가 없다는 것쯤은 이미 예전부터 알고 있었으니까. 개인적인 감정이나 망설임 따위로 임무를 그르치는 일 없는 초능력자들! 그걸 대량으로 양산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포기하다니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군. 이것들만 있으면 블런트힐 참사나 레드포트 사건 같은건 일어나지도 않았을텐데 말일세.

혼자서 괜찮니?
옷이 부족하지는 않아?

아빠를 닮은 너는
도통 연락이 없구나

원 참, 이 집안 사람들이란! 엄마가.

>>131
to. 허트슨
농담 아니니까 치워

애초에 자아가 있다는게 문제야. 인공지능 네비게이션도 말을 안 쳐들어서 이상한 길로 안내하는 와중에 상부가 일말의 위험성이라도 내버려 둘 것 같은가? 감정이 있어도 없어도 문제야. 혹시나 통제에서 벗어나기라도 하면 훅 가는건 한순간이라고.
기계로 대체되더라도 그 사건들은 막을 수 있어. 자네의 학문적 호기심에 국가의 운명을 걸 수는 없어. 이만 알아듣고 정신 차리길 바라네. 혹시나 지하에서 몰래 초능력자를 데리고 있다면 당장 폐기하는게 좋을거야. 초능력 무기의 첫번째 희생자가 되고 싶지 않다면! 자네가 갈릴레이보단 얌전하길 바라네.

우리 동네
장난꾸러기 아이들

너도 저렇게
골목을 달리던 시절이 있었단다

왠지 그리워~ 엄마가.

>>133
to. 윌슨
그래도 지구는 돌지 않았나?

농담일세. 지하에 숨겨둔 초능력자 같은건 없어.
스위티도.. 있어야 할 곳으로 보냈고.
...
난 다시 식량용 세포 배양이나 해야겠어. 또다시 하루종일 아무런 의지도 움직임도 없는 고깃덩이들 자라는 모양이나 지켜볼 생각하니 너무나 즐겁군.
망할 상부놈들! 그렇게 좋아하는 깡통들에게 쿠데타나 당해라! 네비게이션 오작동은 거대한 기계 반란의 서막에 불과할지니!

>>133
to. 허트슨
다행이군. 모두 잘 풀렸어.
저런, 너무 낙심하지 말라구. 내가 조만간 상부에 자네가 흥미로워할만한 주제를 건의해 볼 테니 말이야. 그보다 고깃덩이 자라는 것도 나름 재미있고 귀엽지 않나?
마지막 세문장은 못본 걸로 해주지! 오늘 술이나 하게 저녁 약속 비워두게.

>>136
to. 윌슨
ㄱ 그들이 스위티를 대러갔어
스이티는 아무 잘못도 없늠데
스위티를
불쌍한 스위티
고깃덩ㅇ이가
윌슨
술 마시ㄱ 알거있었 자네
나는

안녕!
난 장은현이고 너와 같은 2학년이야 그런데 넌 날 모를거야 우리는 한번도 같은 반이 된 적이 없으니까
아무튼 어제부터 내가 너를 짝사랑하고있는데 너 의사는 필요없어
오늘 하교길에 너한테 인사하고 맘 설레여 할건데 굳이 신경쓰지 말렴
그럼 안녕!

>>137
to. 허트슨
아직 고깃덩이가 안 된 스위티는 내 집에 있다네.
없으면 자네가 또 찌질하게 4개월동안 날 붙잡고 매일 징징댈까봐 데려왔어.
지금 자네 집으로 데리고 가고 있으니 얌전히 기다리게.

추신: 되도록이면 비글 이름 좀 바꿔.

커서 뭐가 되고 싶어?
물어보면
초식공룡이라고 답하던 너
무사히 초식공룡이 되었니?

온순한 성격은 닮았네~ 엄마가.

>>139
to. 윌슨
찌질하게 징징대다니! 내가 무슨 21살짜리인줄 아나?!
어쨌든 우리 스위티 챙겨준건 고맙네. 그녀석 외로움을 좀 타거든.
그런데 스위티가 어때서 그러나? 귀엽기만 한데. 비글 이름으로 딱이지 않나?
머리가 깨질것 같아...
어제 얼마나 퍼마신건지 모르겠군. 기억이 하나도 없어.

>>141
to. 허트슨
자네는 21때나 지금이나 비슷하지.
오글거리는 이름이야.
그래, 뭐 경험상 나도 자네의 주정이 어땠는지 굳이 캐묻고 싶지 않네.
이만 일이나 하도록 해.

< 알 바 구 함 >

가족 같은 분위기에서
3개월간 함께 일하실 분 구합니다.

지원자격
1. 체력 좋으신 분
2. 상상력 넘치시는 분
3. 현실세계에 집착하지 않으시는 분
4. 이 공고가 보이시는 분

보수는 사정상 말씀드릴 수 없지만
만족하실 겁니다.

서류는 베개 밑에 제출하시면 됩니다. 합격하신 분께는 저희가 직접 찾아가겠습니다.
운동화를 신고 주무셔야 할 겁니다.

당신 잘못이 아니에요.
자고 일어나면 다 괜찮아질 거에요.

아빠 나 엄마 보고싶다....

>>127

너무하네. 투자랑 도박이랑은 사전적 정의부터 다르다고.
그래, 취향이 참 나쁘네. 카지노에 앉아서 게임만 하는게 그렇게 재밌어?
금융계로 복귀할 생각은 없는거야?

>>142
to. 윌슨
젊게 산다는 뜻이지? 칭찬으로 듣겠네.
역시 이름을 수프림 텔레파시 킹 앤 마스터 오브 도지로 했어야 했나. 스위티가 싫어하길래 관뒀었는데. 좀 더 생각해 봐야겠어.
그래, 자네도 일하라고. 난 이 베이컨 흉내내려 애쓰는 가짜 고깃조각들 자라는거나 지켜보고 있을테니까. 이렇게 스릴넘치고 다이나믹한 일을 하게 해주다니 참 좋은 직장이야.

끼에엑!!!! 정신나갈것같애!!!!!!

>>143

(성실히 작성된 서류의 뒷면에는 질문이 가득하다.)

제가 합격했다면 읽어주세요.

가족같은 분위기라면 막내 포지션 주실 수 있을까요?
동생들이 많아서 부모나 첫째는 피하고 싶어요. 조부모도요.

보수는 정말 '만족'할 만큼인가요?

찾아오신다는 건 자택으로 방문하신다는 건가요?
초인종이나 큰 소리는 주의해주세요. 동생들이 깰 지도 몰라서요. 아직 어려요.

운동화를 세탁해서 단화신고 잤는데 괜찮을까요?

>>147
to. 허트슨
아니, 그건 싫어할 만 해. 두 글자로 하게. 그 머리나쁜 비글은 그정도가 외우기도 편할 것 같으니.
고깃조각을 자세히 들여다보게. 살펴보면 하나하나 조건에 따라 얼마나 개성이 있는 줄 아나?
오늘은 똑바로 늘 가던 식당으로 오게. 술은 내가 살테니.

#이만 마무리할게! 수고했어! 허트슨씨 너무 매력있어 비글같애

# 좋아 수고했어! 윌슨씨도 쿨하면서 은근히 잘 챙겨주고 매력있었어

바닷가에서 발견한
동그란 돌맹이

유독 작고 예쁜 돌이라
누가 생각났지 뭐니

누굴까? 맞춰 봐! 엄마가.

<의뢰 게시판>
기약 없는 여정과 밀려드는 고통과 수많은 몬스터
훌륭한 보수와 명예
다섯 모두를 원하는 자는 이곳을 찾으라
- 음유시인 넬슨
ㄴ이새끼 노래 한곡 하고 동전받는거 보면 배알꼴림ㅗ
ㄴㄴ이 낙서 한 새끼 살아있냐?
ㄴㄴㄴ살았겠냐? 넬슨이 부르는 모험담 지가 다 직접 여행하고 부르는건데;;

*의뢰를 수락하려면 의뢰지 아래쪽을 찢으면 됩니다. 완료를 증명할 증거품과 함께 의뢰지 조각을 들고 오면 완수로 처리합니다. 확인 방법 있으니까 위조하지 마세요!
*완수한 의뢰지를 뒤집어 유용한 정보를 적어주시면 정보의 가치에 따른 보상을 따로 지급합니다.

[ 안개로 뒤덮인 마을 조사 의뢰 ]
[ 위험도 : B+ ]
[ 오래전부터 어린 여자가 사라지는 현상이 발생하던 마을에 자욱한 연기가 발생했다. 최근 용사의 토벌 활동 중 도주한 뱀파이어 로드의 거주지 혹은 그 수하의 근거지로 추정되므로 믿을 만한 인물을 보낼 것. ]

>>152
(누군가 획을 떼어내 보수와 명예를 보스와 멍에로 고쳐놓았다)

(우체통 안에 놓인 구겨진 영수증. 누가 쓰레기를 버린 것일까?
...잘 보니 뒷면에 볼펜으로 눌러 쓴 글씨가 적혀 있다...)

요즘따라 네 생각이 너무 많이 나서 미치겠다
왜 같이 있을 때 잘하지 못했을까 난 진짜 바보 머저리야
네가 그때 사온 아이스크림 안 먹었던 거 사과할게
사실 이제는 민초 잘 먹는데
나도 알아... 지금 혼자서 사먹어 봐야 소용 없는 거

그리고 나 최근에는 네 생각 하면서 거의 매일매일
(...영수증의 중반부는 찢겨나간 모양이다.
찢어진 조각은 보이지 않는다. 도로 붙일 수는 없을 것 같다...
...절단면이 이빨 자국으로도 보이는 것이, 누군가 물어뜯어 삼켰을지도...?
윗 단락과 아랫 단락이 아슬아슬하게 연결되어 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애초에 너랑 만나지 말 걸 그랬어
지나치게 오래도록 기억할 줄 알았으면
이렇게 돼도 여전히 좋아할 줄 알았으면
그렇지만 너를 안 만났다면 내 삶에는 평생 의미가 없었겠지

(마지막 문장은 취소선을 그어 놓았다.
...완전히 지우지는 않은 게 일부러 남겨둔 것 같다...)

>>138

은현이에게.

안녕, 나는 함세타야. 나한테 쓴게 맞아?
아니라면 원래 주인에게 전해줄게.
나한테 쓴게 맞더라도 혹은 아니더라도
이 답장에 네가 부끄러울까 빨간 단풍잎을 같이 보내.
(🍁, 빨간 단풍잎이 팔랑거린다.)
작년에 주은 잎이야.
얼굴이 새빨개져도 너보다 그 잎이 빨갈테니
맘껏 부끄러워 해도 될거야.

사랑이 꽃피는 계절이야
엄마와 아빠도
이맘때 만났단다

마음에 둔 친구는 있니? 엄마가.

안녕!
지난번 편지 주인은 함세타가 맞단다
어쩜 그렇게 귀여운 말만 골라 하니 얘 이미 반한 사람 두번 반하게 하고 낭비야
그럼 이 단풍잎은 거의 일년 된거니? 오랫동안 소중하게 간직한 물건을 처음보는 대뜸 좋아한다는 애 준다니 너도 참 후하다
그런 면을 내가 좋아해
오늘 단풍잎으로 얼굴 가리고 너 이름 부르는 사람 나야 별건 아니고 인사만 할건데 이번에도 굳이 신경쓰지 말아

>>157

설마 진짜 편지 주인이 나일 거라고는 생각 안 했어서
내가 맞다고 해서 많이 놀랐어.
널 의심한 것 같이 느껴졌다면 사과할게.

단풍잎은 네가 나 대신 소중하게 간직해줄 것 같으니까 괜찮아.
(그렇지만 지금 내가 단풍잎이 필요한 거 같아졌어. 라고 썼다가 지워서 종이에 눌린 자국이 있다.)
그리고 인사가 늦었지만 나를 좋아해줘서 고마워.
내 답장이 네게 실례가 된다면 다음 답장에 알려줘.
난 저번에 네 이름을 알고, 이번에 네 목소리를 알게 돼서
네가 날 찾아와 인사하듯 너한테 가서 말할 수 없거든.

네가 밥을 주던 삼색 고양이
엄마를 보고
야옹 울었단다

이 애도
네가 그리운걸까?

언제 보러 오렴. 엄마가.

>>146

거창하게 복귀씩이나. 멋대로 걷어차고 나간 건 나인데요. 솔직히 말하자면 화이트칼라는 불편하고 답답해서 싫어요.

그리고, 그야 재밌어야죠. 재밌으라고 만들어 놓은 곳이 카지노인데.
카지노 하나 굴리려면 필요한 사람과 물자가 얼마 어치겠나요. 그만큼 돈 들여놓고 이 정도 재미도 못 뽑으면 큰일이죠.

뭐, 이런 이야기나 하려고 문자한 건 아니죠?

그러니 가장 첫 편지의 분석에 대해 코멘트를 달자면, 내부자 정보로 돈 벌 생각부터 하다니 훌륭한…… 악의 축이네요.
F사야 사실 건드리지 않아도 무너지겠지만, 원한은 사겠군요. 그쪽은 그런 걸 신경쓰지 않는 점이 참 싫다니까?




# 일단 멋대로 문자라고 생각하고 쓰고있는데, 뭔가 하고싶은 설정이 있으면 알려줘~ 편지 매체말고 다른 부분도
# 마지막 문장의 '그쪽'은 금융계라는 의미도 문자 상대라는 의미도 되니까 마음대로 해석해주길.

혼자 살다 보면
어려운 일이 생길 때가 있지?

스스로 해결할 수 있다면 제일이지만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는 것도
정말 중요하단다.

혼자 앓지 마렴! 엄마가.

>>152

[ 변종 땅악어 퇴치 의뢰 ]
[ 위험도 : D- ]
[ 과수원에 변종 땅악어 무리가 침입하여 큰 손해를 입히고 있다. 둥지가 관찰되었으므로 최소 열 마리 이상의 성체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근처에 요정 서식지가 있으므로 금속 무기 사용자는 주의 요망. ]

+ [ 이 빌어먹을 것들을 이틀 안에 완전히 없애준다면 돈을 두 배로 드리리다! - 게일 ]

>>160
아이, 역시 눈치가 빠르네. 그래도 오랜만인데 사담도 좀 하고 그러자. 너무 정없다. 그리고 아쉽네, 매수매도를 그렇게 예술적으로 하는 사람은 다시는 못 볼거야...

당신도 알다시피 나는 재능이 없어서 말이야. 자고로 정보를 선점해서 투자를 하는 게 투자의 정석 아니겠어? 가능한 많은 수단을 동원해야지. 사실 조금 지저분한 건 부정할 수 없지만. 알다시피 나정도면 깨끗한 편이라구. 건실한 회사를 공격하는 것과는 다르니까. 어, 다크 히어로라고 해줄래?

#문자 괜찮아! 그리고 이쪽은 작전세력에 부합하는 사람이란 것 빼고 딱히 정해둔 설정이 없으니까, 너레더도 원하는 설정 있으면 맘껏 말해줘!

>>163

그래요, 공매도는 원론적으로야 괜찮은 거래 제도죠. 불법도 아니고.
그리고 이제와서 주가조작은 금융범죄라고 말해봤자, 당신은 듣는 척도 안할테지.

애초에 그렇게 말하는 게 나여서는 블랙유머 밖에는 안되겠지만.
피차 알잖아요, 어차피 우리 둘 다 거기서 거기인 거?

아무튼 당신은 여전히 공사다망 해보이는군요. 시간 나면 놀러오는 건 어떻냐고 물어볼까 했는데.
예술적인지는 모르겠지만, 텍사스 홀덤 포커도 할만해요. 이걸로 돈을 벌겠다는 생각만 안 하면.


# okok 아직 별 설정을 짜두지는 않아서 그냥 맞춰나가볼게~
# 그리고 주식 사실 잘 모른다 (양심고백)

일어나 보니
매미가 창문에 붙어있었어
여름이구나~

공짜 자명종이야. 엄마가.

공 지
본 병원은 조직원 여러분이 알다시피 이 망할 도시에 하나뿐인 치료시설입니다
때문에 우리의 헌신적인 의료진들은 밤잠을 줄이며 치료에만 전념하는 것으로도 충분히 명줄이 짧아지는 상황입니다
그 말은 무엇을 의미하느냐, 환자분의 진상짓을 받아주다간 병원 문이 영원히 닫힌다는 소리입니다.
마피아 여러분이 어디서 뭘 하다 밤마다 응급실을 두드리는진 모르겠지만 뭐 거기까지는 직업별 특색이라 생각하고 이해해 주겠습니다.
하지만 의료진에게 성질을 내거나 병원 내에서 난동을 부리거나 결정적으로 타 조직원과 마찰을 빚는 일은 참을 수 없습니다
이제부터 병원 내에서 소란이 발생한다면 그 조직원이 속한 조직 모두 치료를 거부하겠습니다
성숙한 문화인이 되길 바랍니다

>>166

어떤 무례한 이가 중립구역인 병원에서 난동을 부렸는지는 모르겠으나, 만약 향후 병원에서 의료진에게 위해를 가할 시 우리 론디네 조직원들이 좌시하지 않을 것임. 저번에 의료진에게 추파를 던졌던 우리 막내 조직원의 경우 근신 처분과 함께 철저한 교육이 있었음. 원장 선생님께 심심한 양해를 구하며, 치료해주는 헌신에 감사드림.

론디네 보스 파올로 뤼카 베라티.

(공지문 아래 쪽지로 붙어있다.)

...과제 도와주실 분을 구합니다.

>>167

배려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론디네 조직원에게는 병원에서 종종 도움도 받아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평온한 한주 되시길 바라며 조만간 건강검진 예약일이니 별도의 사정이 없다면 방문해주시길 바랍니다.

(흰색 봉투에 담겨있다)

>>169

저야말로 감사드립니다. 병원이 아니었다면 우리 조직원들이 곧바로 치료받기는 힘들었을 겁니다. 특히 저번 발렌타인 데이의 항쟁 때는, 대처가 조금만 더 늦었다면 많은 론디네 식구들이 목숨을 잃었겠죠. 그에 비하면 조직에서 드리는 도움은 약소하지요. 조만간 건강 검진이라니 비서에게 물어보고 방문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좋은 저녁 되시길 바랍니다.

(붉은색 실링 왁스로 봉인된 편지지에 CD가 동봉되어 있다.)

>>170

https://youtu.be/-0KvBnIvTFs

>>170 #라비앙로즈라니 보스 매력적이야
#더이상 생각나는 말이 없어서 편지를 마쳐야 할 것 같아... 미안...! 재밌었어!

>>172
#그렇게 말해줘서 고마워, 나도 재밌었어! :)

>>164

아냐! 아냐! 나 완전 여유로워! 부르면 언제든지 갈게!
그리구 너무 자조적으로 굴지 말자, 가끔 보면 은퇴한 암살자 같단 말이야.
언제쯤 날짜 잡으면 될까? 어차피 요즘은 프리로 일해서 시간 많아. 가면 카지노 소개해 줄거야?

#걱정 노노! 유튭에서 주린이한테 설명하는 개요 수준 개념만 쓸게! 공매도라던지...

이젠 그럴 필요 없는데
네가 좋아하는 과일을
잔뜩 사와버렸어

아빠와 함께 힘내야겠네~ 엄마가.

>>174

암살자는 게임 주인공이라도 하지, 우리가 게임에 나오면 그냥 악역이에요.
마천루에서 샴페인이나 따다가 퇴장할 거라고요…… 반 이상 농담이지만. 샴페인 좋잖아요?

아무튼, 정말로 올 건가요? 포커 칠 줄 알던가, 당신?
몰라도 테이블 게임 룰 정도는 내가 가르쳐 줄게요. 재밌을 거에요. 샴페인도 공짜거든요, 여기.

흠, 너무 대놓고 권유하는 것 같나? 약간의 팁만 빼면, 으로 고쳐두죠.




# 내 경제 지식은 대학교 일반교양 경제학개론 수준에서 멈춰있다는 점만… 알아둬😇…
# 그리고 질문, 문자 상대 성격이나 외모나 성별이나 이미지 같은 게 있어? 묘사에 쓸까해서~
# 이쪽은 일단 성인 남성으로 가정하고 시작하긴 했는데 너참치가 이미 생각하고 있던 이미지가 있다면 그쪽으로 맞춰도 ok

>>175
엄마 왜 이렇게 뭘 많이 보냈어
진작에 연락 못해서 너무 미안해
정말 집 가보고 싶은데 너무 바빠가지고 여태껏 못 가고 있잖아...
나는 잘 있어! 과 애들이랑도 친하게 지내고... 엄마도 건강하게 지내고 있지? 엄마랑 아빠랑 나비 다 건강했으면 좋겠다
조만간 엄마가 사준 과일 먹으러 꼭 들를게! 서지우 올림.

선생, 내 편지를 받았다면 아직 선생이 살아있는 거겠지.

그대는 꼭 살아야 해.
꼭 살아서 나랑 자유가 된 조국에서 커피 한 잔 하자는 약속은 지켜야지.

우리, 죽지 말고 살자.
부디 살아남아.

추신. 거사까지 일주일밖에 남지 않았으니 답신이라도 줘. 선생, 혹시 겁먹었나?

자네의 제자가 무슨 짓을 하고 다니는지 들었네.
그러게 내가 적당히 가르치라고 하지 않았는가.
너무 상심하지는 말게. 세상이 무너지는 기분일 것 이해하네만, 자네가 그러고 있다고 해결되는 일도 아닐세.
내 제자가 해결하러 떠났으니 거처에서 가만히 기다리게.
자네의 유약한 성격에 충격을 받았을 것을 아나 앞서 말했듯 너무 상심할 필요 없네.
사람이 앞일을 어찌 알겠는가?

>>176

샴페인 좋지. 요즘 새로 맛있는 거 찾았어?
포커는 쳐본지 좀 되긴 해서 배워야 할 것 같아. 당신이 알려준다면야 뭐, 상관없지! 어째 가서 잃다가 진탕 샴페인만 들이키게 될 것 같지만 말이야.

나 비행기 예매한다?
(모니터에 뜬 비즈니스 클래스 예약 사진)

#OK! 외모는 딱히 안 생각했으니 너참치 하고 싶은대로 하면 될 것 같고, 평소에는 저렇게 텐션이 올라가 있는 성인 남성으로 생각하면 될 것 같아. 다만 투자를 진행할 때는 갑자기 냉정하고 차분해지는 걸로!

비가 쏟아져서
이 편지가
언제쯤 도착할지 모르겠어

잉크가 번져도
사랑은 그대로 전해지기를

우산 챙기렴! 엄마가.

>>179

그 애가 그렇게 된 게 제대로 지도하지 못한 내 잘못이야.
내 딴에는 최선을 다해서 가르쳤는데, 사람 일이란게 내 맘대로 안 되는가 봐.
자네도 알다시피, 그 애는 내가 처음으로 들인 내제자 였어.
솔직히 말해 그 아이를 본다면 내가 공격할 수 있을지 의문이야. 이미 세상에 위협적인 존재라는 건 알고 있지만.
자네에겐 또 신세지게 됐군. 자네 제자에게도 몸조심하라 전해주게나.
이제 나도 은퇴할 때가 된 것 같아. 마법사로서도, 스승으로서도.

3학년 A반, 맨 뒤 창가 자리에 앉은,
곱슬머리 학생분.


이거, 같이 차원 루프에 갇힌 처지에 이러깁니까? 참, 잔인하기도 하셔라! 기왕 이 지루할 정도로 평화로운 세상에 떨어진 김에, 우리끼린 적당히 휴전해도 된다고 생각하는데요.

일단 제 연기를 간파하신 점엔 박수를 보내겠습니다. 이 시대의 <학생>을 잘 흉내냈다고 생각했는데 걸음걸이까지 살피실 줄이야. 아무리 방심했다지만 뼈아픈 실수로군요. ...아무리 그렇다고 하더라도 알아채자마자 커터칼로 급소를 찌를 건 또 뭡니까? 대화할 틈도 주지 않고. 주변의 우리 도서부 친구들이 놀라잖습니까. 보통 또래 친구가 살인하는 광경을 보는 건 정신건강에 해롭다구요? 물론 저는 즉사해서 그 뒤의 상황을 파악하지 못했지만...

뭐, 제가 살아난 걸 보니 루프도 정상적으로 유지되는 듯 한데. 감회는 어떻습니까? 또 죽이러 오실 건가요? 글쎄요, 의미도 없는 살인은 그만두죠. 왜 차원 너머에서 일어나는 전쟁과 진영 따위에 매여 시간 낭비를 하나요? 도돌이표같은 이 여름 속에서 지내는 동안은 서로 협력하는 게 효율적이지 않겠습니까? 피차 도착한 차원에 적응하기 어려운 건 마찬가질텐데요.

시공간 도약 장치도, 차원 오류 분석 프로그램도 없고… 고작 지구중심적인 세계관마저 타파하지 못한 이 차원에서…, 어려 보이는 외형을 가진 우리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솔직히 말해서 전무합니다. 깡통 컴퓨터로 자력 탈출? 당신이 얼마나 천재든간에, 솔직히 불가능하다고 생각되는군요. 가능한 시나리오라면 몇년 후 실종자를 정리하다가 심상찮은 구석을 발견한 차원이동 관리국이 저희를 꺼내주는 정도? 하하. 너무 긍정적인 전망이었습니까? 그래요. 어쩌면 몇십 년이 될 수도 있겠죠.

학교에서 진행하는 <여름 선후배 멘토링 프로그램>에 절 지목하세요. 잘하면 주변에 널린 깡통 컴퓨터를 개조해서 차원 외부와 연락을 시도해볼 수 있겠죠. 혹은 루프 주기를 늘릴 방법을 찾거나요. 구식이지만 주술적 방식을 선택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군요.
흠, 맘에 안 드시면 다른 선택지를 드릴까요? 끊임없이 절 죽이고 일정 주기로 돌아가는 시간 속에서 홀로 미쳐가시든지요.

유쾌한 미래죠? 하하. 그럼 승낙하신 걸로 알고, 잘 부탁합니다 <선배>.



답장은 2학년 C반 도서부 학생에게 전해달라고 하면 다들 알 거예요.

>>182

그녀석이 원래 그정도 그릇이었던거야.
그래, 은퇴도 나쁘지는 않지. 이만 푹 쉬도록 하게.
조만간 찾아가도록 하지.

>>184

지금이라도 되돌려 놓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점점 나약한 소리만 하게 되는군. 자네 말대로 쉬는 게 좋겠어.
거처에서 기다리고 있겠네.

# 난 이쯤에서 마무리할게! 고마웠어!

>>185
#수고했어~ 나도 재밌었어!

>>183

날 죽이러 와주길 기다리고 있었는데 네 측에서 오해가 있었구나. 섭섭할 뻔했잖아.

전쟁? 진영? 네 말대로 그런 건 의미 없지. 지금은 이 후졌다는 말도 부끄러운 후진 차원이 나의 세계의 전부인데... 널 발견하기 전까진 그런 게 있단 것도 잊고 있었네. 그리고, 있잖아, 나는 아픈 게 싫어. 전쟁도 사실 좀 별로였던 것 같아. 안 아픈 진영 없었잖아. 아픈 건 죽도록 싫은데...

아. 삼천포. 기술 얘기를 해야지. 빌어먹을 비개발차원. 외부와 연락할 수단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아? 지연되고 정체되고 심지어 회귀까지 하는 이 마당에... 난 실패했어. 얼마나 실패했더라? 실패하고 포기했어. 너는 천재야? 세기를 뛰어넘을 기술자야? 나 기대해봐도 돼? 그거 불가능하면 난 내가 하고싶은 일 계속 하고.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는 이 여름에 의식을 유지하는 건 고통이야. 이름 모를 후배야. 죽으니까 편했지? 눈 감았다가 떠보니 고통 받을 시간 그만큼 줄었잖아? 죽음만이 숨통 트는 길이야. 부럽다. 부러워. 너 죽고 이 루프도 끝났으면 그만큼 행복했을텐데. 어쨌든. 차선의 시나리오지만 죽음이 구원인 건 변하지 않네.

오해는 풀렸어? 그렇다면 나를 죽여줘. 썩을 놈의 생존본능 내 구원 방해하네. 그러니 네가 날 죽여. 좋은 명분도 마련되어 있잖아, 전쟁, 진영. 극한 상황에서도 충성 중시하여 적군을 끊임없이 죽이는 유능한 장기말이 될 기회. 네가 말한 '유쾌한 미래'는 난 별로야, 죽이는 역은 내가 아니라 네가 좋아. 불공평하다 싶으면 교대하며 죽이든가. 아. 멘토링 프로그램 오리엔테이션 날을 무대로 삼을까? 나는 좋아. 기대할게.

답장은 신발장에. 돌 세 개를 삼각형 모양으로 올려놓고.

응 안녀어엉
도깨비님이라구
네 소원 이루어줬으니까아
약속했던 오월 오일의 꿈은
내 거라구?

또 볼 일 있으면 말 해애
있잖아
첫사랑 꿈은 말야아
도깨비님이 좋아한다구?

단짝친구에게는
도깨비님 이야기를 말해도 좋아?
그치만 많이 찾아오면
귀찮으니까아
딱 한 명이야?

잘 자거라아
나쁜 꿈은 다시 찾아오지 않을거야?

>>180

맛있는 샴페인이라고 하면 딱히, 려나요.
혼자 잔을 기울이는 건, 좋아하는 편도 아니고. 알잖아요.

당신이란 사람은 여전히 행동이 빠르군요. 바로 예매했나요? 묵을 호텔은 잡았어요?
참고로 말해두자면 내가 있는 호텔은…… 어쩐지 이미 알고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건 왜일까. 관두죠.
아무튼, 생각했던 것보다도 금방 보게 될 것 같네요, 좋아요.

포커는 도착해서 배우는 게 낫겠죠. 문자로 설명하기에는 제법 복잡하니까.
배운달까, 당신이라면 금세 잘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카지노의 블랙리스트에 오르지 않게만 조심하세요. 너무 따면, 쫓겨나거든요.



# 음 분위기에 갭있는 캐릭터 좋은 걸~ 귀여워~

네가 물어봤던 거 이제 대답해줄게.
그래, 나도 우주선에 탈 거야.

내 의지를 의심하지 마.
너와 함께 있고 싶어서 지원하는 게 잘못이야?
어차피 되고싶은 것 따위 없었어.

그래, 이게 네가 원한 솔직한 대답이야.
이제 속이 후련하니?

제길, 오늘도 악몽을 꿨습니다. 선생 당신이 새로 준 약이 정말 효과가 있는겁니까?
이 약으로 바꾼 후 오히려 악몽이 더 심해진 느낌입니다.
이럴거면 부작용이든 내성이든 상관하지 않을테니 차라리 예전 약으로 바꿔주길 바랍니다.
이 망할 악몽을 좀만 더 꾸면 내가 돌아버려서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모르니까요.

'상담 선생님'으로서 악몽의 내용을 물어볼 것 같아 미리 말하지만 언제나 똑같습니다.
적군은 날 죽이려오고 죽어버린 친구들은 왜 구해주지 않았냐고 원망을 하죠.
보시면 최대한 빠른 답장 부탁드립니다.

추신. 이전의 약도 같이 주신다면 감사해서 사랑이라도 빠질 것 같군요.

>>191 편지는 잘 받았습니다. 상당히 강한 약으로 바꿔드렸습니다만, 약이 잘 맞지 않는 듯하니 예전 약을 다시 보내드립니다.

추신: 악몽은 약을 바꾼 뒤에 며칠 동안 꾸었습니까? 약을 바꾼 날 밤에 꾸었습니까?

-- -- 상담이 필요하시다면 --- ----- 감사하겠습니다.

드림

(어째서인지 편지 귀퉁이가 불에 타 편지 일부와 이름이 보이지 않는다)

>>189
호텔을 깜박했네. 천재야..?
농담이야. 당신이 있을 법한 곳을 생각해 보긴 했는데... 일단은 공항 호텔이면 충분하니까.

뭐든지 현장 학습이 좋지. 카지노에서 연금 따가는 것도 아니고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돼. 오늘 밤에 출발할 예정인데 그동안 문자나 틈틈이 하자. 최근에 하는 일은 잘돼가?

당신은 워낙 신비주의라 무슨 일을 하는지 가늠이 안 간단 말이지. 혹시 유치원에서 동화 구연이라도 하고 있어?

킬러 생활 하다하다 자기자신을 대상으로 한 의뢰는 처음이다.
이유라도 들어보자. 아, 가족은 있고?

>>193

구연 동화라니 어쩌다 그런 이미지가 생겼는지 모르겠네요. 그런게 어울려요? 고려해볼까.
농담이에요. 지금은 벌어둔 돈 까먹으면서 살고 있지만, 글쎄, 부족하질 않으니 굳이 일할 생각이 안 들더군요.
많은 사람들이 원하는 삶이죠? 돈 많은 백수.

하지만 그래요, 인정하죠. 슬슬 따분해하던 중이었어요. 그렇다고 금융계로 복귀하진 않겠지만.
아직 생각해둔 일은 없어요. 다시 대학이나 갈까 싶기는 하고. 젊은 애들 사이에 끼어서 캠퍼스나 즐겨볼까요.

……뭐, 전부 막연하네요. 지금은 라운지에 앉아서 전화기 들여다보면서 술이나 홀짝이고 있고.
당신은 요즘 뭐해요? 프리랜서로 전업한 거야 알지만.

창문을 열면 아직 차가운 공기가 느껴지는 가운데에, 스승님께서는 안녕하십니까.

스승님께서 말씀하신대로 저의 근황을 보고하는 겸, 그리고 저의 실력이 녹슬지 않았음을 증명하는 겸 하여 새해가 지나 봄꽃이 피어날 무렵에, 편지를 보낼까 합니다.

제가 스승님의 아래를 떠나고 벌써 3년이라는 세월이 지났습니다.

스승님은 저희 아버지와는 달리 유능 하신 분이시기에 도읍에서 쌓은 그 드높은 명성이 저 멀리 이름도 없는 촌으로 도망친 이 멍청한 여인네에게 까지도 알려질 정도이기에 큰 걱정은 하지 않았지만 이제는 나이가 있으시니 큰 무리는 하지 않으심이 좋으리라 감히 말씀드립니다.
최근 저는, 이곳에서 요괴를 잡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이곳에는 음양료도 없고 저를 아는 사람도 없기에 하루를 벌어 하루를 먹고 사는 실정입니다만, 그럼에도 저는 도읍의 고리타분한 이들의 사이에서 이러니저러니 하는 정치의 이야기를 하는 것 보다는 이쪽이 더욱 성향에 맞는 듯하여 마치 묵은 이빨이 빠진 것 같은 해방감까지 느끼고 있습니다.

스승님께서는 자주 저에게 여자 같지 않다고 하셨습니다만 덕분에 얼굴만 가리면 되는 정도의 체형이라는 것이 이제는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한들 저는 아직 스승님과 같이 인간으로서의 미련을 버리는 경지에 도달하지는 못한지라 딱 한번, 궁에서 보았던 궁녀와 같은 생활도 아직 꿈을 꾸기는 합니다.

물론 선택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고 한들, 어린 날의 저라면 이렇게 되는 길을 택할 것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스승님의 밑에서 보낸 5년간은 저에게 있어서는 말 그대로 인간이 죽고, 다시 태어나는 정도의 가치를 지니고 있으니 말입니다.
스승님이 괜찮으시다면 답신을 주셨으면 합니다.

가내에 평안이 함께하시기를.

-자운

>>192
먼저 예전 약을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덕분에 약을 받고 사나흘은 수면을 취할 수 있었습니다.
악몽은 약을 바꾼 후 이삼일이 지났을때부터 다시 꾸기 시작했습니다.
이전에는 깨어있을때 스트레스를 받거나 과한 긴장을 한 날에 꾸었다면 이번에는 매일 꿨다는점이 좀 다르더군요.

혹시 무슨 일이 있는겁니까? 단순히 배송시의 실수라면 다행이지만 편지가 불타있어 글씨가 제대로 보이지 않더군요.
문제가 생겼다면 해결에 도움이 될 수도 있으니 말해주면 좋겠군요. 뭐, 선생의 말대로 말하는것으로 풀리는것도 있지 않겠습니까?

>>194

이런 질문은 보낸 킬러도 당신이 처음이네요. 의뢰한 킬러도 당신 뿐이지만. 다른 킬러에게 의뢰했어도 이런 질문이 돌아왔으려나요?

감당햔 수 없는 큰 고통이 찾아오기 전에 죽고 싶은 것 뿐이에요. 생각보다 별 거 아닌 이유라 시시하죠? 다행히도 제겐 가족이 없답니다. 키우는 식물은 있지만요. 의뢰비는 이미 입급했으니 지정한 날짜에 고통 없이 죽여주세요. 그리고... 제가 죽고난 이틀 후에도 베란다에 있는 제라늄이 생생하게 살아있다면. 그 제라늄은 당신이 가져가 키워주시겠어요? 키울 수 없거나, 키우고 싶지 않으시다면 아무 산이든 상관 없으니 볕 좋은 곳에 옮겨 심어주세요.

>>198

그야 모르지. 이쪽 세계에게도 상도덕이라는 게 있거든. 다른 킬러들의 고객은 알지도 못하고, 참견할 생각도 없지만. 당신은 내 고객이니까.

아직 나이가 젊은 것 같은데, 감당할 수 없는 큰 고통이라면 뭐가 있을까. 불치병? 마음의 상처? 천만에. 시시하다고 생각하진 않아. 무엇보다 프로라면 고객의 의사를 존중해야지. 입금 확인했고, 그 순간에 고통은 없을거야. 하지만 되돌릴 수 없는 선택이라는 건 알아뒀으면 좋겠군. 사후 컴플레인은 안 돼. 실행일까지는 유예기간이 있으니 천천히 생각해봐. 생의 마지막이 오기 전에 무얼 가장 먼저 하고 싶었어?

유감이지만 나는 식물을 키워본적이 없어. 동물도 마찬가지고. 길거리의 동물을 돌봐준 적은 있지만 집에 들이는 건 신중한 편이거든. 특히 그게 살아있는 생명이라면. 만약 당신이 가고 난 후에 이틀 후에도 그 제라늄이 살아있다면, 그 땐 생각해볼게.

>>199

내가 당신의 고객이니까 참견해 준다는 거죠?

당신이 적은 것 중에 정답이 있네요. 둘 중 뭐가 정답인지는 안 알려 줄 거지만. 킬러라기엔 너무... 진중하다고 할까 좋은 사람 같은 말을 하시네요. 고마워요. ...사후 컴플레인은 원래 못 걸지 않나요? 어.. 유령이 되서 컴플레인 걸면 안 받아준다는 뜻인가요? 생각은 해볼게요. 뭐가 제일 하고 싶었냐면... 돈을 펑펑 쓰고 싶었어요. 소위 말해서 돈ㅇ랄이라는 거요. 그래서, 당신에게 입금하고 남은 돈으로 비싼 호텔에서 1박 하기로 했답니다. 좋은 호텔은 냄새부터 다르긴 하네요. 이 편지는 제가 누워본 곳 중에 제일 푹신한 침대에 엎드려서 쓰고 있는 거예요. 돈은 천국에도 지옥에도 들고갈 수 없을테니까 죽기 전까진 알차게 써야겠죠.

살아있는 생명을 키우는데는 책임이 따르니까 아무래도 선뜻 키우긴 어렵죠. 유감이라고는 생각 안 해요. 왠지 그럴 거 같긴 했어요. 편지로 접한 당신은 의외로 다정해서, 여태 아무 것도 키우지 않았다고 해도 쉽게 납득할 수 있거든요. 음.. 제가 좀 못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의뢰인이 좀 못된 사람이면 싫어요?

>>200

응. 돈 받아놓고 일을 책임감 없이 하는 건 싫거든. 그러니 일단은 당신 말을 들어볼 생각이고.

그럼 나도 굳이 묻지는 않을게. 짐작가는 구석이 있긴 하지만. 직업이랑 성격이 매치가 안 되는 경우도 많은걸.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이니까 그렇지 뭐. 역시 당신이 한 말 중에 정답이 있네. 맞아. 생에 미련이 남아서 귀신이라도 되면 뒷맛이 찝찝하거든. 나름 미신은 믿는 편이라. 조심해서 나쁠 건 없잖아. 호텔에서 묵는 것도 좋지. 호캉스라고 하던가? 요즘 호텔은 수영장도 있더라. 조식도 시켜먹고, 호텔 구경도 하면서 다녀도 좋겠지. 밤이 되면 호텔 바에서 야경을 보면서 칵테일 마시는 걸 추천해. 죽기 전에 한번쯤은 해볼만한 경험이야.

제라늄이 만약 살아남는다면 산에 옮겨 심는 것도 나쁘진 않겠어. 기껏 살았는데 말라 죽게 두는 것도 아까우니까. 사람의 목숨을 거두는 손으로 살아있는 무언가를 키운다는 건 가벼운 일이 아니야. 적어도 내겐. 나를 너무 좋게 봐주는 거 아닌가 싶은데. 당신은 얼마나 못됐길래 그런 말을 해? 응?

팀장님 이번주 목요일에 연차쓰신담서요 ㅠㅠㅠㅠ
제가 그날 저녁에 맛난 데로 모시고 갈라 그랬는데 ㅜㅜㅜ
감히 신입 나부랭이가 팀장님의 불금을 뺏을 수는 없잖아요.........
혹시 저 피하시는 거 아니죠??? 퓨ㅠㅠㅠㅠ
제가 저번 회식 때 팀장님 좋아한다고 취기에 대뜸 말해버렸긴 한데요
진짜 좋아해서 그런거니까 어색해하지 말아주세요 ㅜㅜㅜㅜ
실수 아니에요!!!! ㅠㅠㅠㅠㅠ

>>202
그런 것들은 한낱 술기운에 만들어진 감성일테니까
쉬면서 잊어버리는 것도 좋을겁니다.
나같은 사람한테 그런 감정을 느끼다니 착각이 아니고선....
아무튼 너무 신경쓰지말고 업무에 집중하도록 하세요.
그날의 실수는.... 제가 어찌되었든 다른 인원들에게도 얼버무리게 도와줄테니.

>>203

한낱 술기운이요?????
팀장님...... 제가 팀장님 눈에 찰 만큼 멋진 직장인 되면요
그때 고백하려고 꾹 참고 있는데 지금 고백 받고 싶으세요?????
회사 옥상으로 따라오라고 해도 되나요???? 아니잖아요!!!!
팀장님같은 사람이니까 그런 감정을 느끼죠 ㅜㅜㅜㅜㅜ
우리 팀장님 자존감 어디갔어요 ㅜㅜㅜㅜ???
완벽한 사람이면 재미없을까봐 자존감 좀 덜어내셨어요 ㅜㅜㅜ???
업무는 열심히 할건데요 ㅜㅜ 하고 있는데요 ㅜㅜㅜㅜ
이번주 목요일 안되니까 다음주 목요일 빼앗아도 돼요??ㅜㅜㅜㅜ??
그럼 더 힘내서 열심히 일해서 업무효율 300% 가능할거 같아요!!!
아... 저는...... 안 얼버무려도 되는데... 팀장님이 싫으시면...
우리 팀장님이 아니라 다른 팀 팀장님이라고 거짓말할 수 있으니까요.......
팀장님이 마음대로 해주세요...... 근데 옆팀 구과장님은 기혼이시니까 빼주세요......

>>204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저희는 단 둘이 무언가를 해보지도 않았고, 고작해야 회사에서 단체 생활을 해봤을 뿐인데.
어느 부분에서 제게 그런 감정을 느꼈는지 저는 모르겠습니다.

적어도 이부분에 대해서는
술에 취해서 꺼낸 말이 아니라, 조금은 진솔한 이야기를 들어봐야 저도 그 감정이 그저 잠시 스쳐지나갈 감정이 아니라고 확신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앞으로도 이 대화를 피했다간, 업무에 지장이 있을 것 같으니..
하아.

오늘 퇴근하고 시간이 있습니까?
그때 조금만 더 이야기 해보는 건 어떻겠습니까.

저와 단 둘이 이야기를 하다보면 생각이 바뀔지도 모릅니다.
팀장인 저를 어떻게 봐온 것인진 아직 잘 모르겠지만.

>>205

그러니까 제가 팀장님을 좋아한다고 납득할 수 있는 자료가 필요하다는 거죠???
보고서나 PPT로 준비해드릴 수도 있으니까 말만 하세요!!!!
육하원칙에 따라 깔끔하게 정리해서 올릴게요!!
업무에 지장 안가게 집에서 해올테니까요!!!
대화 피하려고 ㅜㅜㅜ 하셨어요 퓨ㅠㅠㅠㅠㅠ??? ㅠㅠㅠㅠㅠㅠ
아니에요....... 팀장님한테 제가 부담스러울 것 같긴 하니까요.....
한숨쉬지 마세요 ㅠㅠㅠㅠㅠㅠ
그치만 시간은 완전 있어요!!!!! 완전 많이 있어요!!!!
전 완전 좋아요 팀장님 계시면 야근해도 괜찮아요!!
목요일에 모시려던 곳으로 모셔도 될까요???
식사가 좀 그러시면 카페가도 좋아요!!
퇴근하고 팀장님이랑 있을 줄 알았으면 오늘 새로 산 옷 입었을텐데요 ㅠㅠㅠ
저는 생각이 안 바뀐다고 확신하고 있어요 진심으로요!!!!
제가 좀 가벼워보여도 마음은 9999t이니까요!!!!!!

>>206

아니아니, 그냥 말로도 충분합니다.
PPT는... 아! 이번에 발표 하게 된 걸로 알고 있는데 그건 다 만든겁니까?

혹시 술기운에 뱉은 말일지도 모르니 굳이 제가 언급할 생각을 하진 않았습니다.
갓 회사생활이 시작된 신입을 그런 걸로 괴롭게 만들 수는 없으니 말입니다.

한숨은 그냥 못 본 걸로 해주세요.
아무튼 장소는.. 생각해둔 곳이 있다면 말해주세요.
왠지 제가 말하는 것보단 그쪽으로 가는 것을 좋아할 것 같으니 말입니다.
전 대화만 가능하면 어디든 괜찮으니.

일할 때도 왠만하면 9999T의 진중한 모습을 보여주면 좋겠지만..
지금은 업무 평가를 하려는게 아니니 넘어가도록 하죠.

아, 옷 걱정은... 할 필요 없을 것 같습니다만..
그 잘 어울립니다. 오늘 입고 나온 옷.
예쁘네요.

>>207

당연하죠!! 제가 팀장님 체면 살려드리지는 못할망정 체면 구길 일 만들 리가요!!!
역대급 신입이라고 칭찬받을 자신 왕왕 있으니까요!!!!
팀장님 덕분이라고 말할 준비도 다 끝났어요!!!!!!!!
네...?????
팀장님 좋아하는게 왜 괴롭죠.........???
출근길이 꽃길이고 지옥철이 천국철인데요......?????
이게 바로 회사 복지 아닐까요????
앗 알았습니다!! 제가 뭐라고 했었죠??? 실언을 한 것 같아요!!
전 어딜 가든 팀장님이랑 함께라면 좋아요!!!
원래 모시려 가려던 곳은 일식집인데 괜찮으세요???
일식 싫으시면 한식 중식 양식 분식 다 찾아올게요!!!
ㅠㅠㅠㅠㅠ 결과로 말하는 사람이 되야겠죠??? 진짜 열일할게요....ㅠㅠㅠ
팀장님......... 제가 실수한 거로 만들고 싶으셨으면 그 말씀은 참으셔야죠.......
물론 팀장님이 그걸 실수로 만들려 하셔도 제가 막을 거긴 한데요...........
감사합니다 팀장님 이 옷 색깔별로 구매할게요!!!!

>>208

확실히 잘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으니까..
그래도 너무 무리는 하지말도록 하세요.
과유불급이란 말이 있다는 것 잊지말고, 저도 당신이 그러길 바라는건 아니랍니다.

...요즘 세대들은 다 OO씨처럼 당돌한 겁니까?
요즘 자꾸만 놀라게 되버리네요...
절 좋아해주는건 감사합니다만, 그런 표현은 좀 놀랍네요.

일식..일식 괜찮습니다.
굳이 번잡하게 바꿀 필요는 없습니다.
그러면 오늘 업무가 끝나면 회사 근처 횡단보도에서 기다리겠습니다.
아무래도 그 편이 OO씨에게도 좋을 것 같으니.

아뇨아뇨, 굳이 그럴 필요까지는..
제가 OO씨의 텐션을 못 쫓아가는 건 역시 나이가...

>>209

무리는 하고 싶어도 못해요!!! 일을 열심히 안 하겠다는 건 아니지만요
팀장님 레이더 발동시킬 체력은 남겨둬야 한다구요!!!!!
왠지 저길 가면 마주칠 수 있을 것 같다!! 이런 레이더요!!!!
아마 저만 그런 거 같긴한데 헉 어떡해 싫으세요????? 싫으시면 자중할게요......ㅠㅠㅠㅠ
앗 일식집으로 괜찮으세요??? 저 혹시 모르니까 예약할거에요???
저 혼밥시키시면 안돼요??? 다음에 배로 받아낼거에요????
얼른 갈게요!!! 날아갈 수 있다면 좋을텐데 ㅠㅠㅠㅠ
어떻게 얻은 팀장님의 시간인데 1분 1초도 허투루 쓸 수 없다구요 ㅠㅠㅠㅠㅠㅠ
아니요 아니요 절대 아니에요!!! 아니에요!!!!!!!
좀 더 차분한게 좋으세요??? 역시 멋진 사회인 스타일이 나을까요 ㅠㅜㅜㅠ
야무지게 맡은 일 잘 하고 똑부러진 분위기 있는 타입이 나을까요 ㅠㅠㅠㅠ????
내일부터 정장 쓰리피스로 입고 다닐래요 ㅠㅠㅠㅠㅠㅠ

>>210

...그, 그렇군요.
OO씨의 열정만큼은 화면너머로 충분히 전해지네요. 예..

아니, 싫다는 건 아니고
그저 적응이 안된다고 해야할지, 조금 놀랍다고 해야할지
아무튼 안 좋은 의미는 아니니까 제 말에 너무 신경쓰진 마세요.

그건 걱정마세요.
제가 먼저 이야기를 꺼내놓고 OO씨 혼자 아무렇게나 남게 두지는 않을거니까.
그럼 식당 예약은 부탁드리겠습니다.

..아닙니다.
OO씨의 모습이니, 제가 적응하는 것이 맞죠.
OO씨만의 매력이라 생각합니다.
무리해서 바꾸려고 하지 마세요.
그 모습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럼... 이따 업무 끝나고 뵙도록 하죠.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OO씨.

새해 문안 인사 올립니다.

편지를 올리고 벌써 10통째, 즉 이제는 10년째가 되었습니다.

저도 이제는 완전히 원숙한 나이가 되어 스승님을 졸업할 나이가 되었습니다만, 부끄러운 일이지만 아직도 때때로 스승님께서 써주신 편지를 보고는 밤을 지새우고는 합니다.

부덕하고 또 모자란 제자라 죄송스럽습니다.

이런 말을 한다면 또 사모님께서는 너는 충분히 할 수 있는 아이라고 칭찬하며 사탕을 주시고는 하시겠지만 저도 이제는 성인. 사탕으로 치유 받을 수 있을 상처는 이젠 생기지 않고 단순히 저 개인의 고뇌에 대한 이야기를 스승님께 드리고 싶습니다.

저에게는 최근 아이가 생겼습니다.

편지에 적은 집을 빌린 남자와 동침을 했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사모님의 오해를 풀기 위해 적어두겠습니다.

저의 아이는 아니며, 최근 어느 가문의 봉기로 인해 일어난 전란의 피해자입니다.

갈 곳이 없어 굶주리던 아이에게 식량을 나누어 주었습니다. 먹는 모습이 마치 버려진 강아지 같았기에 부모님은 어디로 갔냐 물으니 무사님들과 함께 전쟁터에 계시다는 말을 반복할 뿐이었습니다.

슬프게도 현실을 받아들인 듯한 눈이었기에 저는 이 아이를 버릴 수 없었습니다.

부디, 이 무지몽매한 제자가 더 어린 제자를 가지는 것을 허락 해주셨으면 합니다.

가내에 평안이 함께하시기를

-자운

>>211

팀장님… 떨떠름해 보이는데 기분탓이겠죠 ㅠㅠㅠ??
그래도 회사에서는 얌전히 있다구 생각하는데 ㅜㅜㅜㅜㅜㅜ
많이 티 안낼려고 혼자서만 좋아하구 있는데……..!!!!!
안 싫으시면 됐어요!!! 긍정적인 방향으로 고려 중이라고 멋대로 해석했거든요!!!!!
ㅜㅜㅜ예약은 진작에 했어요 맘같아서는 내일도 모레도 맛난데 모셔가고 싶어요 정말로요 ㅠㅜㅜㅜ
팀장님 ㅠㅠㅠ 말씀하시는 것마다 확대해석의 여지와 오해의 여지가 다분한데 ㅜㅜㅜㅜ
제가 참을게요…. 하지만 이미 수백번은 더 반한 것 같아요…….
저 오늘 달력에 기념일로 체크할거에요 ㅜㅜㅜㅜ
네네네!!! 일 끝나면 봬요!!!!! 저야말로 잘 부탁드려요 팀장님!!!
팀장님이 불편하실테니까 지금은 사랑한단 말 아낄게요!!!!!

#내쪽은 이렇게 끝낼게! 엄청 재밌었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고마워!

>>213

그건 기분탓입니다.
정말이에요.
애초에 전 무뚝뚝한 사람이라는거 아시잖아요.

그건 이미 술자리에서 깨진게 아닌가 싶지만
일단 넘어가도록 하죠.

...오늘 이야기가 잘 풀리면
oo씨 퇴근 시간에 맞춰 회사로 올지도 ..

그럼 이따 뵙도록 하죠.
너무 들떠서 또 무리하진 마시구요.

# 즐거웠어~ 혹시 1:1 생각이 있으면 말해줘도 재밌을 것 같아~

>>214 #너참치도 즐거웠다면 생각 있습니다! 말만 하면 얼른 달려가서 1:1 자유 상황극 시트 스레 갱신해둘게! ᕦ(ò_óˇ)ᕤ

>>215 # 그러면 한번 이야기 해보자!

>>201

맞아요. 직업이랑 성격 매치 안 되는 경우 많죠. 먹고 살자고 시작한 일...이라면 지금 하고 있는 일을 향후에 그만둘 생각 있어요? ...영감 같은 거 있어요? 전 유령이 될 만큼의 미련이 남는 일... 은... 없다고 적어두고 싶네요. 괜찮아요. 유령이 되더라도 당신에게 해 끼치진 않을 테니까. 야경은 예뻤고, 칵테일도 괜찮았지만. 끈질기게 말 거는 사람이 있어서 귀찮았어요...

그래요, 산에서 자라도 잘 자랄 거예요. 제가 키운 제라늄은 주인과 다르게 꽤 씩씩하거든요. 제가 당신을 좋게 봐주는 게 아니라, 당신이 자신을 낮게 평가하고 있는 거겠죠. 얼마나 못됐냐구요?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사람이 친절하다는 걸 알아버려서, 그 친절에 조금은 기대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그 생각을 실천에 옮기기까지 하는... 그런 못된 사람이에요.

바에서 귀찮게 굴던 사람에게 뭐라고 할 처지가 아니었네요. 마시던 술을 뿌릴 것까지는 없었나... 하는 생각이 이제야 드네요. 제가 조금 너무했던 걸까요?

>>217

손을 씻는 게 가능한 날이 온다면, 언젠가는. 원래부터 이 일을 하려고 했던 건 아니라는 말은 하지 않을게. 변명 같으니까. 나는 스스로에게도, 다른 사람에게도 변명하고 싶지 않아. 내가 선택의 갈림길에서 내렸던 선택이 지금의 나를 만든거니까. 앞으로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길 바랄 뿐이야. 영감보다는, 직감이라고 하는 게 좋겠어. 그 덕분에 여태 살아있는거니까. 당신은 고의로 누구한테 해를 끼치거나 할 것 같진 않아. 바에 다녀온 모양이지. 끈질기게 구는 사람이 있었다니 유감이네. 나한테 칵테일 한 잔 사줬으면 조용히 물러가게 해 줬을텐데.

생각해보니까 집 안에서 제라늄을 키우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 화초는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니까. 꽃을 볼 때마다 당신 생각이 나겠지. 그럴지도 몰라. 사람과 사람다운 교류를 해본 게 오래간만이니까. 당신이 내게 기대고 싶다면 말리지는 않아. 그건 못되다기보다 자연스러운 거니까. 사람이라면 당연한거지.

술을 뿌렸어? 보기보다 강단이 있네. 하긴 나한테 본인을 의뢰할 정도면 그렇겠군. 그 호텔 어디야? 나도 가서 칵테일 한 잔 마시고 싶어서 그래. 그런다고 아무한테나 총질하진 않으니 걱정은 말고.

>>218

힘내요, 라는 말이 언제나 힘이 되는 건 아니란 걸 잘 아니까. 당신에게는 조금 다른 말을 하고 싶네요. 미래의 모든 선택의 갈림길에서. 앞으로도 당신의 의지로, 당신이 원하는 선택을 할 수 있기를. 기원하고... 또 응원해요. 당신은 직감이 꽤 날카로운가 봐요. 전...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정도일까 싶네요. 어제 당신이 같은 바에 있지 않은 걸 유감이라고 생각하게 될 줄 몰랐어요. 어떤 식으로 물러나게 해줬을지 궁금해요. 술은 두 잔도 사줄 수 있는데.

...저 편지지 몇 장 구겼다 새 편지지 꺼내서 다시 쓰는데요. 꽃을 볼 때마다 당신 생각이 나겠지, 라고 말해주는 사람한테는 뭐라고 말해야 하는 걸까요? ...감사합니다? ...이럴 때는 보통은 말리는 건데요, 말리지 않는 편이 제게 기쁜 일이니까 뭐... 역시 감사합니다, 라고 적어야 겠네요. Merci beaucoup. C'est gentil.

머무는 곳이 호텔이니까 믿고 뿌린 거예요. 모텔이나 뭐.. 좀 더 치안이 나쁠 것 같은 숙박 시설에 머물고 있었다면 안 뿌렸어요. 호텔이요? Le Royal Evian이요. 다른 곳으로 옮길까 했는데, 당신이 찾아온다면 이틀 정도 더 머무를까 봐요. 그리고 밤이 되면 칵테일 바에서 당신을 기다리는 거죠. 제 얼굴은 의뢰할 때 사진을 보냈으니 알고 있죠? 걱정 안 해요. 아무한테나 총질하는 사람으로는 안 보이거든요.

ps. 어제 그 사람 말고 다른 누군가가 제게 말을 걸어도 전 당신이라고 확신할 수 없을 테니까 암호 같은 거 정하지 않을래요? 저 사실 이런 거 해보고 싶었어요. 암호로 누군가를 부르거나, 누군가에게 불려지는 거. 느와르 영화 본다면 한 번쯤 꿈꾸는 일이잖아요.




# Merci beaucoup. C'est gentil. → 감사합니다. 상냥하신 분.

안녕하세요 302호 아저씨,
써주신 메모는 잘 읽었어요.
담배 연기가 자꾸 베란다를 타고 올라와서 힘드시다구요.
(볼펜으로 마구 지운 흔적) 죄송해요.
그래서 아저씨는 제가 담배를 끊길 바라요?
걱정해 주시는 걸로 멋대로 착각해도 되나?
그럼 이만 쓸게요.

-202호 여학생 드림.
p.s 글씨 귀여워요.

>>219

고마워. 힘내라는 말보다 더 와닿는 말이네. 앞으로의 인생은 내가 선택하고 내가 만들어나갈 수 있을거야. 여태까지는 조금 힘들었지만, 그만큼 또 좋은 일들이 있겠지. 난 낙천주의자거든. 킬러가 낙천주의자라고 하면 좀 우스울지도 모르지만 그래. 인생은 한번 뿐이니까. 인생의 주인공으로서 즐겨야지. 감이 좋지 않았다면 이 세계에서 살아남기 힘들었을거야. 나라면 그 사람한테 당신은 나와 선약이 있다고 말했겠지. 필요하다면 가벼운 스킨십과 함께. 그정도면 물러나지 않으려나 싶은데. 약속이 있단 것도 틀린 말은 아니잖아.

편지지 몇 장 구겼다 썼어? 그만큼 고민이었단 걸까, 긴장했다는 걸까. 그런데 그건 사실이야. 내가 당신의 제라늄을 키운다면 당신 생각이 나겠지. 당신이 떠나고 난 후에도 말이야. 그런데 그거 알아? 당신은 스스로 못된 사람이라고 했지만 나도 못지 않게 나쁜 사람이야. 당신이 내 손에 죽기 전에 마음을 돌렸으면 하거든. Je t'en prie, mon ami.

호텔이라는 걸 고려해서 행동한 건 현명했네. 가드가 있으니까 위험하진 않겠지만, 혹시 모르니까 다음부터는 조심해. (잠시 펜을 멈춘 자국이 있다.) 아니, 다음이라는 게 없을지도 모르지. 내가 아는 호텔이군. 이틀이란 시간을 소중하게 생각해야 겠는데. 그래. 사진을 보고 미인이라고 생각했지. 걱정 할 필욘 없어. 당신한테 위로가 될 진 모르겠지만 총알값도 나름 비싸거든.

ps. 괜찮은 생각이군. 느와르 영화를 좋아하나? 난 가끔 내 인생이 영화처럼 느껴질 때가 있는데 지금도 좀 그런 순간이군. 그럼 나를 몬테크리스토라고 불러줘. 그 소설, 몬테크리스토 백작처럼 말이야. 너무 길면 백작, 이라고 불러도 좋아. 그러고보니 당신은 내 얼굴을 모르겠군. 내가 먼저 당신을 부를테니 내 입술에서 나올 이름을 알려줘. 바에 뮤직박스가 있다면 이 노래도 한번 들어보고.
https://youtu.be/H3h6wvMZ20A

# Je t'en prie, mon ami. → 천만에, 내 친구.

있잖아, 나 사실 네 비밀을 알아.
저번에 미술실에서 네가 여우로 변하는 걸 봤어.(아주아주 작은 글씨)
오해할까봐 덧붙이는데 협박 아니구, 이걸 빌미로 뭘 요구할 생각도 없어.
다른 사람들한테는 들키지 않게 조심하라 얘기해주는 거야.
나도 비밀 지킬게!

>>195
아무거나 골라봤어. 당신이 구연하면 너무 웃길 것 같아. 첫째 돼지는- 짚으로 집을-

캠퍼스 라이프에 로망이 있는 줄은 몰랐는데. 안 들킬 것 같은데 나도 같이 끼어서 신입인 척 할까? 나 동안 아니야?

난 아까 보낸 메세지처럼 비열하게 개미 털어먹기 계획하고... 그러고 지냈어. 대학원엘 들어갈까? 후계자 양성이 꿈인데 아직은 부족한 것 같아서 말이야. 아님 나도 백수로 지내면서 부잣집 아들인 척 연애를 해봐? 카지노에 아리따운 여성분은 많은가?

>>221

당신이 낙천주의자라 전 좋아요. 제가 비관주의니까 균형이 딱 알맞네요. 흠, 과격한 대응은 아니네요. 멱살이라도 잡아줄 줄 알았는데 말예요. ...멱살 이야기는 반쯤 농담이고요. 당신이 적은 내용이 현실적으로 괜찮은 대처라고 생각해요. 맞아요, 틀린 말은 아니죠.

적당한 말을 고르기가 좀 어려웠어요. 고민과 긴장 그 중간쯤에서 헤맸다고 해둘게요. 당신... 나쁜 사람이라기보단... 잔정을 너무 흘려서 좀 걱정이 되는 사람 아닐까요? 나 없는 험한 세상에서 잘 살 수 있겠어요?? (나 없는~ 뒤로 갈수록 눌러쓴 듯 글자가 진해졌다.) ...조금 흥분했네요. 흠, 제 마음을 돌려버리면 이미 받은 의뢰비는 어떻게 하시려구요? 제가 마음을 돌리지 않는 편이 당신에게 금전적으로 이득이 된다는 걸 알아두세요. 낙천적인 거 좋지만, 사람이 좀 계산적으로 살아야 손해를 덜 봐요.

자연스럽게 다음이 없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상기시켜줘서 고마워요. 그래요. 소중하게 생각하세요. 미인이라고 치켜세워줘도 의뢰비는 추가로 더 얹어주진 않을 거예요. ...세 잔도 사줄 수 있겠지만. 총알 값... 비싼가 보네요.

ps. 느와르 영화보단 히어로 영화를 더 좋아해요. 제 인생이 영화 같다고 생각한 적은 없는데, 당신이 바에 들어와서 절 부른다면 그 순간만큼은 영화 같을지도 모르겠어요. 제라늄, 이외에 더 적당한 말이 떠오르진 않는데... 더 생각해도 가든, 이라는 단어밖에 생각이 안 나서. 제라늄이든 가든이든 편한 쪽으로 불러주세요. ...아는 노래라 조금 놀랐어요. 그래요, 뮤직박스가 있다면 틀어달라고 할게요.

>>224

그렇네. 어느정도 현실적으로 보는 관점도 필요하지. 하하, 멱살을 잡아주길 바랬나? 내가 멱살을 잡으면 당연히 주먹이 오갈테고, 그러면 상대는 턱이 돌아갈텐데... 내 주먹이 좀 맵거든. 그래서 무력을 쓸 땐 조심하려고 하고. 괜찮은 대처라고 생각해서 다행이군. 그래, 우리들만 아는 약속이지.

긴장할 거 없어. 나는 킬러고, 당신은 의뢰인이니까. 당신이 내 고객인 셈이잖아. 나야 원래 잔정이 많지만 아무에게나 그러지는 않아. 적어도 방아쇠를 당길 땐 눈물을 흘리지 않거든. (다음 문장을 쓰기 전, 잠시 펜을 멈춘 듯 잉크가 뭉쳐있다.) 그런 말을 한 건 당신이 처음이 아닌데, 그녀는 (글씨를 지운 자국.) 우리는 사는 세계가 달랐어. 아무리 서로 마음이 통했어도 그건 어쩔 수 없더군. 얼마 전에 우연히 그녀의 아들을 봤어. 너무 닮아서 몰라볼 수가 없더라. 잘 지내고 있는 것 같더군. 내가 엮여서 좋을 게 없으니 그저 보내줬지만. 당신이 마음을 돌린다면, 의뢰비는 돌려줄게. 대신 수고료는 받아야 겠어. 내게 정성을 담은 비쥬(Bijou)를 해줘.

우리 인생이 당장 내일 어떻게 될 지 모르니까. 지금 이 순간에 최선을 다해야지. 오늘은 이만 시간이 늦었으니, 내일 즈음 도착하면 연락할게. 문자를 보내도 상관없겠지? 이런, 우리 고객님은 예상보다 더 고단수였네. 그럼 세 잔까지 사양않고 받지. 총알값이 비싸기 때문에, 신중해질 수 밖에 없지. 당신을 위해서는 특별히 주문제작한 탄환을 준비해뒀어. '오라, 달콤한 죽음이여 Komm, süßer Tod'라는 문구가 새겨져있지.

ps. 우연이군. 나도 히어로 영화를 좋아하는 편인데. 당신이 좋아하는 히어로가 누군지 궁금하네. 제라늄, 가든. 제라늄 가든. 둘 다 좋은 느낌이니 때에 따라 달리 부르도록 하지. 나야말로 당신도 이 노래를 안다니 좀 놀랐어. 좋은 음악과 칵테일 한 잔이면, 밤은 얼마든지 근사해질 수 있지. Bonne nuit.

>>223

아기 돼지들은 따뜻한 벽돌집에, 배고픈 늑대는 레스토랑에나 보내주세요. 그 이야기, 대체 교훈이 뭔지.

아무튼 학생 좋지 않나요. 논문 액세스권도 학교에서 알아서 끊어주고, 적당히 배우고 싶은 학문으로 신청해놓으면 쓸만한 교재들도 추천해주고, 그 분야 전문가라는 양반들이 설명도 해주고…… 하긴, 마지막의 경우는 생각보다 쓸모 없을 때도 많았던가.

……뭐, 당신 얼굴이 쓸만하다는 건 인정하겠지만, 그래도 대학 새내기는 무리라고 보죠. 애초에 당신은 인상부터가 신입이라는 단어랑은 좀 거리가 있는 것 같은데?

그러니 카지노 계획 쪽이 조금 더 현실성 있군요. 여성분은 많아요. 아리따운지는 본인이 판단하는 게 확실하겠고. 어쨌든 당신, 부잣집 아들은 아니지만 부잣집은 맞잖아요. 재벌 2세는 아니고 1세인 셈인데. 당신이야 재벌까진 아니라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후계자야, 아직 이르지 않아요? 우리도 그다지 은퇴할 나이는 아닌 것 같은데. 제로에서부터 하나 기르는 건 요즘 유행도 아니고.

>>225

...그렇기 때문에 긴장하는 거라고 생각하지 않으세요? 라고 적어보는 것치고 힘 빠진 표정을 하고 있을 테지만요. 글쎄요. 그 말은 믿기 힘드네요. ...당연히 방아쇠를 당길 때는 울지 말아야죠. 흐려진 시야 때문에 총알이 빗나가면 그건 치명적인 실수가 되잖아요. ...대단히 반응하기 곤란하네요. 어떤 말로도 위로가 될 수 없을 테고, 위로를 바라고 쓴 말도 아닐 테니까요. ...다만 당신의 그녀가 잘 지내고 있어서 다행이에요. 그리고... (이 뒤로 이어지는 글씨는 망설이듯 작았지만) 당신도 언젠가 그녀만큼 잘 지내야 해요. (힘주어 꾹꾹 눌러쓴 듯 또 글씨가 진하다.) ...당신 바람둥이 같아요, 라고 적어도 돼요? 이미 적었지만. ...안 해줄 예정이긴 한데요, 만약 비쥬 받는다면 어느 쪽 뺨이 좋아요?

방금 말은 좀 선생님 같았어요. 고등학교 때 역사 선생님이 한 말 그대로네요. 어쩌면 같은 학교...를 다니지는 않았겠죠? 설마? 아. 당연히 문자로 보내도 괜찮아요. 제가 제법 고단수라구요? 거울을 보세요. 지금 거울에 비치는 얼굴을 한 사람을 두고 고단수라고 하는 거지, 저같은 사람을 고단수라고 하진 않아요. 그러세요. ....총알 값이 비싸다고 한 이유가 있었군요? 오... 문구가... 문구가... (문구가.. 라고 써진 글자에 죽이 그어져있다. 편지의 본문에 더 이상 이어지는 말은 없다. 다만 종이의 조금 아래로 ps.에서 이어진 글자들이 있다.)

ps. 전 박쥐 일가를 좋아해요. 당신이 좋아하는 히어로도 궁금하네요. 제가 제 암호는 제법 잘 정한 것 같아요. 그래요, 그리고 누군가 덕에 내일 밤이 근사해질 수도 있겠네요. faites de beaux rêves.

>>222

(당신의 신발장 안에 들어 있다.)
여우로 변하는 것까지만 봤어?
(시험칠 때 예비마킹용으로 쓰는 듯한 수성 사인펜으로 쓰인, 차분하고 조용한 필적. 그렇지만 조금씩 비뚤어지는 획의 끝에 말할 수 없는 불안이 은연중에 묻어나 있다.)

>>226
기초가 튼튼한 우량주에 투자해야 벤처보다 경제위기에 안전하다는 교훈 아닐까?

에이, 논문에 교재에 수업이라니 대학의 가장 재미없는 세가지가 나왔잖아. 조만간 레포트도 나오겠네. 사실은 청춘을 다시 한번 느껴보고 싶은 건 아닐까?

내 얼굴 쓸만하구나. 고마워. 미적 감각이 좀 있네.

'조금' 더 말고 아주 현실성 있는 계획이지. 나만큼 현명하고 기품있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 그리고 추파를 던질 땐 재벌가인 척 해야해. 자수성가한 부자보다 재벌이 뭔가 가문 내력이 있어보이잖아?

후임양성이 유행이 지났나? 그렇지만 낭만이 있는걸. 나만의 후계자라니! 당신이 그렇게 말한다면 재고는 해볼게.

나중에 대학 가면 나한테 말해줘. 따라가서 캠퍼스 구경 좀 하게. 학과는 뭘로 생각하고 있어?

>>220 202호 학생,
답장 잘 받았어요. 난 학생인 줄은 모르고 학생네 부모님이나 다른 사람이라고 꼼짝없이 생각했죠. 학생인 줄 알았으면 복잡하게 편지 쓰지 말고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쳤을 때 말이나 해볼 걸 그랬네요. 기억나요? 살벌한 표정하고 있었을 때.
담배는 다른 곳에서 피워주면 좋겠어요. 흡연구역 있잖아. 우리 아파트 놀이터 쪽에요. 집에서 글만 쓰는 아저씨라서 먼지만 마시고 사는데 담배연기까지 올라오면 내 폐가 남아나질 않을 것 같아서 그래. 기왕 학생 몸을 위해서 끊어주면 더 좋고.
그럼 앞으로 담배연기 올라올 일은 없을 거라 기대할게요.

P.S. 아저씨 놀리면 못 써요.

>>228
음, 여우로 변하는 일 자체가 놀라운 일이잖아?
그래서 까먹고 있었는데…

꼬리 여섯 개인 것까지 봤어…
근데 나 이거 절대로 누구한테도 말 안 했구 앞으로도 안 할 거야!

>>229

저런, 나는 레포트 쓰는 것도 좋아했어요. 제대로 된 글을 쓰고 제대로 된 첨삭을 받을 기회가 흔한 건 아니니까. 처음 이야기 할 때만 해도 막연한 정도지 진짜로 대학에 갈 생각은 없었는데, 점점 진짜로 가봐야할 것 같은 기분이 드네. 정말로 간다고 하면…… 경제 경영이랑은 전혀 상관 없는 곳으로 가야죠. 교수진 중에 아는 얼굴이 있으면 좀 그렇잖아요? 아예 문학이나 음악 같은 예술 쪽으로 가볼까.

그리고 카지노 계획이든 후임양성이든 한마디만 코멘트하자면, 당신, 의외로 로망이 있네요. 아니, 의외는 아닌가. 개인투자자들한테 그렇게 구는 걸 보다보면 의외는 맞는데……. 뭐, 어느쪽이든 당신이라면 그럭저럭 잘 해내버릴 것 같아서, 딱히?

>>230
안녕하세요 302호 아저씨.
부모님은 두 분 다 출장이 잦으셔서 그럴 일은 없으니까 걱정 마세요.
결론은 내 걱정이 아니라 아저씨 걱정이었네.
아저씨 인상이 조금 험상궂긴 해도 자상하신 분인 거 알아요. 그렇죠?
그러니까 자상한 아저씨가 창문은 이중으로 꾹꾹 닫고 너그럽게 넘어가주셨으면 하는데 어때요?
거기까지 내려가서 피기엔 내가 너무 동안이라 안 돼. 오해 받는 거 귀찮아요.
그럼 안녕히 주무세요 아저씨.

-202호 여학생 드림
p.s.담배연기 올라가면 숨을 참아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231
(역시 당신의 신발장 안에 들어있다.)
(크로키북에서 잘라낸 것이 분명한, 약간 거칠지만 튼튼한 흰 종이. 필기구는 같은데, 필체는 저번 편지보다 더 안정된 느낌이다. 아니, 체념한 느낌이라고 할까.)
나를 볼 수 있었구나.
어째 하나 없어졌더라니.
거기까지만 본 거지?
그리고, 나를 보고 나서 뭔가 또다른 이상한 게 눈에 보였던 적은 없었어? 이상한 방이라던가... 이상한 사람이라던가.
이상한 소리로 들리겠지만, 우선은 메모에 동봉한 노리개를 지니고 다녀줘. 내보이고 다닐 필요는 없고, 주머니 어딘가에 담아두어도 괜찮아.
(메모지 옆에는 예쁜 붉은 실로 매듭지어져 하얀 옥패와 술이 달려 있는 노리개가 놓여 있다. 옥패는 몸을 둥글게 만 여우 모양이다.)

>>233 202호 학생,
실내에서 담배 피우면 벽지에 니코틴 찌드는 거 알아요? 가끔만 집에 들러도 부모님 눈에 보일 걸? 부모님은 학생 담배 피우는 줄은 알아요? 내가 말하니까 꼰대같은데 꼭 그런 의도는 아니고. 웬만하면 내 자식이 담배 피운다는데 오냐, 잘했다, 할 부모 없거든. 나가서 피우고 들어오면 학생은 부모님 속 안 썩여서 좋고 아저씨는 깨끗한 공기 마셔서 좋고 윈윈 아닌가?
요즘같이 더워지는 날씨에 한겨울처럼 창문 틈새 막고... 내가 아무리 너그러워도 그러고 싶진 않네요. 학생 걱정이었다고 예쁘게 다시 말해주면 마음 바꿀 생각 있어요?
사람들 생각보다 서로에게 관심 없어요. 정 그러면 경비실에 들러서 옥상 열쇠 잠깐 빌려요. 몇 번 빌려봤는데 생각보다 쉽게 빌려주더라고.

P.S. 아저씨는 수영 선수 아니라서 폐활량이 그렇게 좋지가 못해요.

>>234
(동글동글한 글씨. 계속 같은 필체였다!)
이상한 방은 못 봤구 이상한 사람은 봤어!
근데 이상한 사람이라고 해도 되나?
그냥 친절한 사람 같았는데.
길 가다가 우연히 눈 마주쳤는데 웃어주셨거든.
일단 노리개는 안쪽 주머니에 넣어뒀어!
근데 있잖아 음 어
좀 무서워서 그러는데 이유 알려주면 안 돼?
...나 혹시 귀신이나 도깨비를 화나게 해서 벌 받을 예정이야?

>>235
오늘은 흐리네요 302호 아저씨,
그래서 거실 베란다 문은 닫고 베란다에서만 피고 있으니까, 걱정은 감사합니다.
부모님은 저한테 아저씨보다 별 관심 없으시니까 그쪽으론 신경 쓸 필요 없으실 거 같은데.
얼굴도 자주 못 봬서요.
네, 예쁘게 다시 말해주시면 조금은 마음이 움직일 거 같아요. 그래 줄 거에요?
아-. 제가 찾아가면 아직 어려보인다고 사고칠까봐 안 빌려주시던데.
정 싫으시면 아저씨가 대신 옥상 열쇠 빌려 주실래요?
그럼 서로 윈윈이네.

p.s. 아저씨도 담배 피워요? 옥상가서 뭐해?

>>237 202호 학생, 흐려서 오늘은 담배냄새가 더 진하게 올라오네요.
거실 베란다 문도 닫고 피우는 이 똘똘한 학생을 어떻게 구슬려야 내 부탁을 들어줄까......
부모님이랑 얼굴도 자주 못 뵌다니 난 그런 줄 몰랐네요. 함부로 얘기했다고 상처 받지나 않았을까 모르겠네. 그럴 의도는 아니었던 거 알죠?
아직 미래가 창창한 학생인데 벌써부터 폐 망치면 곤란하지. 담배 끊고. 속상할 때는 친구들 불러서 얘기도 하고 맛있는 것도 먹고. 그렇게 해요. 정말 내 걱정만은 아니고 학생도 걱정돼서 그래.
대신 빌려줄 순 있는데, 피우고 싶을 때마다 매번 그러려고? 한쪽한테만 윈이면 윈윈이라 안 하죠.
그런데 어려보이는 거 맞죠? 진짜 어린 거 아니고? 몇 살?

P.S. 난 담배 안 피워요. 석양 지는 장면이 있어서 참고나 될까 하고 올라갔었지. 우리 아파트 옥상, 해질녘 올라가면 꽤 괜찮아요.

안녕. 또 나야.
슬슬 포기하는건 어때? 이제 오히려 내가 포기할까 싶어.
물론 드래곤이라는게, 너희 생각대로 흉포하고, 그 자체로 재앙인 존재들도 많아. 위르실라곤, 베르게무트, 빌 라흐돈, 아크슈... 어우, 나도 얘네 싫어.
여튼간에, 나는 전혀 너흴 해칠 마음이 없어. 산 제물도, 금은보화도 필요없고. 마왕의 편에 서는것도, 그리고 니들 인간 편에 서서 뭐 세상을 구하느니 어쩌느니 하는것도 싫어.
이 산을 떠나라고 하면 떠날게. 그냥 제일 높은 산이니까, 아무하고도 엮이지 않으려고 올라온것 뿐이야. 니들 내려다보는게 얼마나 재밌었는데. 너희들 관점에서 얘기하면, 음... 공연을 보는 느낌?

여하튼, 나는 그냥 이대로 너희들 좀 더 지켜보다가, 가끔은 섞여서 몰래 지내보기도 하고, 뭐 그러다 심심해지면 이번엔 마왕쪽 애들이랑 놀아보기도 하다가. 또 재미없어지면 올라와서 한동안 지켜보고... 그러는거지 뭐. 그러니까, 이제 제발 좀 그만 공격해주지 않을래?
진심으로. 올라오려다가 얼어죽는 니들 보면 안타깝기도 한데, 좀 멍청해보이기도 해. 불 마법을 좀 위력을 엄청 낮춰서 애들한테 걸어봐. 아니면 추위 내성을 띄는 금속으로 갑옷을 만들던지. 그리고 후후후... 이번엔 네 뜻대로 되지 않을거다! 같은 창피한 대사좀 늘어놓지 마! 뭐 신의 힘을 빌려서 만든 창이니, 궁정마법사 전원이 100일간 힘을 합쳐서 만드는 10써클 마법이니... 오, 제발. 안통하는거 알잖아. 응? 때려도 때려도 안 아파하는 애가 너흴 때리면 얼마나 아프겠어? 진심이야. 그러니까 이제 제발 그만하자.

추신. 그리고, 요새 너희 지켜보다가 깨달은건데. 환자가 속출하고 있지 않니? 그거 내가 뭐 마법을 걸었느니 저주를 뿌렸느니 하는데, 애들을 그렇게 일만 시키니까 골병든거야. 휴가도 좀 보내고 잠도 좀 제대로 자게 해. 밤에 기습하는건 좋지만, 난 만년에 한번씩 자거든.

추신 2. 다음번에 뭘 또 쏠거면 맛있는 음식이나 좀 쏴봐. 요새 뭐 무슨 스프가 그렇게 맛있다던데.

>>232

예술적 교양은 충분하지. 응원하도록 할게.

내가 그렇게 피도 눈물도 없는 사람으로 보였어? 그거 슬픈걸... 농담이야. 사실 투자할땐 다른 사람이 된다고 생각하고 하니까. 어쩔 수 없는걸. 결국 얻은 수익은 건전한 기업에 가잖아? 효율적 분배를 위해서라고 합리화를 조금 하고 있어. 그리고 당신도 알다시피 투자는 오로지 본인 책임이잖아. 도박도 마찬가지고.

잘 할 것 같다고 해주니 고마워. 사실 로망에 있어선 나도 초보니까 조금 긴장되거든. 오랜만에 느끼는 긴장이 로망의 매력 아닐까 싶네. 직접 만나면 대화를 더 해보자고. 난 호기심이 많거든.

>>240

오로지 본인 책임이라…… 뭐, 좋아요. 내가 여기서 몇 마디 덧붙이지 않고 그냥 그만 두는 이유는 당신도 알테니. 나는 그쪽금융계의 그런 점들을 싫어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쪽’당신을 싫어하는 건 아니니까. 봐요, 덧붙이지 않겠다더니 벌써 구구절절 해졌잖아요. 조금 더 가볍고 유쾌한 이야기로 돌아갈까요?

예를 들자면 ‘로망’이라던가.
방금 문자를 첨삭하면서 깨달은 건데, 결국 나는 아무 것도 안하는 채 시간을 보내는 게 싫은 모양이더라고요. 그런 의미에서 대학 다시 가기, 인 거죠. 내가 지금 선택해서 채워넣을 수 있는 스케쥴 중에 제일 생산적이고. 당신이랑은 다른 부분이네요. 프리랜서라니, 명확한 목표가 제시되지 한 나는 한도 끝도 없이 늘어져 있을 게 빤한데. 내가 직접 목표를 세울리도 만무하고요. 생각하면 조금 웃기죠, 투자 목표 설정이야 간단한데.

그래서 당신의 로망은 결국 어떤 느낌인가요? 취향에 맞는 후계자를 키워내고, 카지노에서 멋진 상대와 멋진 시간을 보내고? 이렇게 써놓으니 새삼 봉건귀족 같은 걸요, 당신. (마지막 문장에서는 어쩐지 익숙한 웃음소리가 들려온 것 같다.)

>>236
(같은 크로키북 종이에, 같은 필체. 다만 펜이 볼펜으로 바뀌었다.)
옷차림이나, 팔다리나 눈동자 갯수라던가
짐승 귀나 꼬리 같은 거.
사람이라고 표현하긴 했는데,
사람이라기엔 좀 한눈에 봐도 어색한 그런 것들.
그 너에게 웃어주신 분이 눈이 이상할 정도로 컸다던가, 호랑이 꼬리가 달려 있었다던가 하지 않았다면 괜찮을 거야, 아마.
화나게 했다거나, 벌 받는다거나 그런 거 아냐.
다만 괴이의 세계는, 한번 접해버린 사람을 계속 끌어당기려 하니까.
내가 좀더 주의했어야 하는데. 미안해.
그래도 그걸 가지고 있다면, 너도 그것들을 훨씬 덜 느끼고, 그것들도 너를 거의 알아채지 못할 거야.
몇 달만 지니고 있어줘.
나도 너한테 옮겨가버린 내 꼬리 하나를 돌려받아야 하니까.

이 귀여운 아이의 주인 되시는 분께.

먼저, 걱정하실 것 같아 말씀 드리자면 새의 발에 묶인 편지는 읽어보지 않았습니다.
그저 이 아이가 제가 있는 곳으로 잘못 날아와, 이를 알려드리기 위해 이 편지를 적어요.
부디 다시 보낼 편지는 주인에게 제대로 도착 하기를 바라겠습니다.

- L

>>242
음음 잘 모르겠는데
근데 그분 되게 키 크고 되게 잘생겼었다?
괴이의 세계라니... 음 어 나 신기한 일에 휘말렸구나.
우리나라 도깨비는 키 크고 잘생겼다는데 혹시 도깨비였을까?
아님 정말 호랑이꼬리가 있었나?
아냐, 내가 우연히 지나가다 본 거니까.
나도 사과해야 하지 않을까... 음 늦었지만 미안.
그리고 꼬리도 가져가서 미안...!
근데 지금은 꼬리 안 보이는데... 정말 나한테 있는 거 맞아?
따지는 거 아니구 걱정하는 거야! ㅠ-ㅠ

>>244
(종이와 필체부터 당신의 신발장 안에 놓여있는 것까지 변함없다.)
그래도 요즘은 적어도 일곱 개까지는 꼬리 얻는 과정이 상대적으로 짧게 걸리니까 너무 마음쓰지 마. 네가 이쪽 세계에 너무 깊이 얽히지 않는다면 곧 되찾을 수 있을 테고. 꼬리라고는 하지만, 정확히 말하면 어떤 기운 덩어리라고나 할까. 그런 거거든.

그렇지만 그 노리개는, 이후로도 선물이라고 생각하고 지녀줘.
보통이라면 남의 눈에 띄인다고 꼬리를 빼앗기지도 않을뿐더러, 애초에 남의 눈에 띄이지도 않는데,
너는 보통 사람인데도 괴이에 아주 가까운 특이한 체질인 것 같으니까.
그래서 너를 본격적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내 꼬리가 하나 뜯겨나간 모양이야.

도깨비... 그래, 도깨비를 생각 못했네. 도깨비 선생님들은 호기심이 강해서 종종 속세를 돌아다니시곤 하니까.

지금은 네가 아직 이쪽 세계에 발 끄트머리만 톡 담근 수준이라 모르겠지만, 만일 네가 그 부적을 버려버리거나 그 부적이 감당할 수 없는 괴이에 휘말리거나 하면, 너도 꼬리 한 개에서부터 시작하게 될 거야. 그리고... 네가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어. 이 너머의 삶은 그 안의 삶보다 신경써야 할 게 엄청 많고 번거롭고... 좀더 혼란하니까.

너한테 이 모든 게 한여름의 구닥다리 옛날 이야기로 끝났으면 좋겠어.

>>245
으아아 상대적으로라니 그래도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는 긴 거지...? ㅠ-ㅠ
그럼 그 꼬리가... 아니 기운덩어리가... 내 어디에 있는 거구나. 보이진 않지만!
소중하게 잘 보관하고 있을게! 꼬리야 빨리 주인 찾아서 가...!
아이구 꼬리를 뺏어버렸는데 선물까지 받아버렸네...
응응 잘 가지고 있을게. 예쁘니까! 또 선물이잖아.
반쯤 농담이었는데 진짜일 수도 있구나...
나 도깨비한테 인사 받은 거네 와...
음 어 그렇구나... 나는 모르는 세계라 어떻게 얘기해야 할지 모르겠네.
고생했다구 해야 할까? 고생 많다고 해야 하나?
하 내가 그날 미술실을 왜 지나가서는 ㅠ-ㅠ...
좀 놀라긴 했지만 구닥다리 추억은 아닐 거야!
소중하게 간직할 선물도 받았구... 예쁜 기억으로 남지 않을까?
나만 받기 뭐하니까 나도 선물 남겨!
(당신의 사물함 안. 예쁘게 포장된 쿠키가 함께 있다.)

>>246
(펜이 사인펜으로 바뀌었다.)
몇 년이긴 해. 그렇지만 난 일곱째 꼬리를 엄청 빨리 단 편이니까.
그 분이 정말 도깨비였다고 한다면, 아마 네가 이 세계에 엄청나게 가깝다는 걸 알아보고 너한테 인사를 건네신 건지도 모르겠네.

우리는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대로 살아갈 뿐이니, 너무 마음쓰지 않아도 좋아. 누군가에게 말한다면 우스갯소리나 유치한 소설 따위로 들을 법한 그런 이야기인걸. 그렇지만 예쁜 추억으로 품어준다니, 조금 기쁘다고 생각해 버렸어.

그리고 쿠키는... (마지막 점은 다음에 쓸 말을 고심하면서 펜촉을 하염없이 그 점 위에 멈춰세워 두었던 걸까, 점이 다른 점보다 크게 번져 있다.) 고마워. 맛있게 먹을게. 기말고사 기간인데, 이상한 일에 신경쓰지 말고 힘내서 좋은 성과 거두기를 빌어.

(혹여나 만일, 동양풍 어반 판타지를 더 체험해보고 싶다면 일대일 스레를 갱신해 주세요.)

룸메이트야 흔적을 보니 살아는 있는 것 같아서 다행이다.
얼굴 못본지 벌써 몇주는 지난 것 같은데 어떻게 꼬박꼬박 방에는 들어오나보네.
거두절미하고 물어보는데 너 나 피하냐?
내가 뭘 어쨌다고 피하는데!
아니 내가 잘못한게 있으면 말로 풀거나 차라리 때리기라도 할것이지 아예 연락을 피해?
전화도 문자도 카톡도 답이 없어서 고전방식좀 쓴다
보면 연락을 하든 똑같은 방법으로 답장을 쓰든 해줬으면 좋겠네.
아님 콱 현관 비밀번호 바꿔버릴테니까

-너의 룸메이트가-

야.

너 진짜 트릭시한테 고백했어? 진짜?

우리 학교 퀸비한테 뭐라고 고백을 했길래 그 여왕님 트릭시가 너랑 하루종일 붙어 다니면서 쇼핑센터를 돌았다고 소문이 쫙 났어?

너 설마 네 정체를 말한 건 아니지?
나한텐 네가 도시를 지키는 정의의 히어로인 건 절대 밝히지 말라면서!

설마 트릭시랑 연애한다고 나 두고 다닐 건 아니지?
너라도 있어야 내가 로건에게 괴롭힘을 안 당한다고!

저번에도 너 도시 지킨다고 나간 날 내 등에 Sissy라고 적힌 메모에 발걸기에...으으.

근데 네가 보기에도 내가 착각할 정도로 생겼어? 응? 젠장, 서럽다 서러워. 내가 힘만 더 강했더라면 로건에게 한 방 날려줬을 건데!

아무튼. 이 메모 보면 내 락커룸에 꼭!!! 똑같이 메모 써서 해명해. 알겠지?

- 네 친구가!!

>>197

늦게 답장하여 죄송합니다.
예전에 드셨던 약 일주일 치와 이전에 한 번도 처방받지 않으신 약 일주일 치를 보내드리겠습니다.

새 약은 예전 약을 다 드시거나 아예 듣지 않을 경우에 드시고, 그렇지 않다면 폐기하여 주십시오.

요즘 쓰레기통을 뒤져 수면제나 진통제를 가지고 가는 사례가 늘었다고 들었습니다. 제게 약을 돌려주실 수 없는 경우를 고려하여 약을 폐기하는 절차를 알려드리겠습니다.

1) 고형 약일 경우, 가루를 내지 마시고 커피나 홍차 찌꺼기, 흙과 섞어주십시오. 음식 찌꺼기나 액체와는 섞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2) 봉투에 넣고 밀봉하여 쓰레기통에 넣으시면 됩니다.

도시 외곽으로 이사하려는 것 외에는 아무 일도 없었습니다만, 편지가 불에 탔다니 조금 꺼림칙하군요. 배송 중의 실수인 것 같은데, 우체국에 가서 물어보겠습니다.

(편지 밑 부분이 찢어지고 새 종이가 붙어있다. 새 종이에는 신문지를 오려붙인 세 글자만 덩그러니 남아있었다)
찾 았 다

>>227

그러네, 생각해보면 당신 입장에서는 목숨이 걸려있는 거니까. 난 한번도 의뢰인의 입장이 된 적이 없어서 말이야. 킬러에게 목숨을 의뢰한 느낌은 어때? 적어도 일할 때는 프로페셔널이거든. 일에 감정을 개입시킬수야 없지. 그게 맞아. 눈물이 고여서 타겟을 제대로 못 보면 그거야말로 민폐지. 당신이 그런 말을 하기에 문득 생각났어. 그냥 지나간 일이 생각나서. 나도 그녀가 잘 지내서 다행이라고 생각해. 이제 다시 만날 일 없을테니까. 나는 지금도 행복한걸. 정말이야. (약간 웃으면서 쓴 듯 기울인 필기체가 흔들려 있다.) 나 바람둥이 같아? 적어도 내가 먼저 바람 핀 적은 없는데 말이야. 그럴 예정이 없다고 해도, 만약 그러고 싶은 마음이 든다면 양 뺨에 다 해줘.

그랬어? 나도 이제 나이를 먹었나 봐. 선생님 같다는 소릴 다 듣고 말이지. 다음에 어딘가에 잠입할 때 선생이 되는 것도 나쁘진 않겠어. 그럼 문자로 보낼게. 음, 거울을 보니 내일 모레 아저씨인 사람 얼굴 밖에 안 보이는데. 당신이 나 보고 실망하지나 않을까 걱정이야. ...문구, 바꿔줄까? 아니면 지워줄 수도 있고. 마취약이 들어있는 탄환이라 그렇게 썼다만은.

ps. 나도 그 히어로가 좋더라. 다른 히어로를 꼽자면, 데드풀 정도? 히어로는 히어로잖아. 그래, 제라늄. 나도 당신 암호가 바로 기억이 나서 좋은 것 같아. 그럼 내일 보자고.

(다음 날, 당신의 번호로 문자 한 통이 남겨져 있다.)

[ 제라늄, 뒤를 봐. 라벤더 꽃다발을 든 게 나야. 칵테일은 김렛으로 부탁해. ]

# 늦어서 미안, 편지나 문자로 이어지는 스레 특성상 여기까지 해야할 것 같아. 부디 너참치도 마음에 드는 마무리였길 바래. 나도 박쥐 일가 좋아하는데 반갑고 함께 해줘서 고마웠어!

>>251

#마무리까지 너무 완벽하게 두근거려... 뭔가를 더 쓰고 싶지만, 지금 이 두근거림을 그대로 간직하고 싶기도 해. 이어지는 장면을 원한다고 말해주면 한 레스만 더 써올게. (원하지 않는다면 이대로 마무리 해도 좋아! 이미 충분히 완벽하기도 하고!) 킬러씨 매력적이야...
헤어져야 한다는 게 아쉽고, 함께해서 좋았고, 정말 고마웠어!

>>250
항상 신경써줘서 감사합니다.
그런 사람이 있다니 꽤나 큰일인 것 같군요.
무슨일이 일어날지 모르니 선생은 한동안은 호텔, 또는 지인의 집에 가있는것이 좋겠습니다.
문 단속은 꼭 하시고요. 워낙 흉흉하지 않습니까?
혹시 모르죠. 약을 찾기위해 선생님의 집에 무단 침입하려 할 수도.

앞에말은 장난입니다. 너무 걱정하진 않으셔도 될 듯 합니다.
약에 취한 전직 군인과 인망높은 상담선생님. 누구에게 찾아올지는 보지 않아도 뻔하니까요.

저도 아무 문제는 없습니다. 악몽도 전의 약을 먹으니 가라앉았고요.

추신. 편지 봉투에 무언가 붙어있던 흔적이나 쪽지를 발견하면 무시하면 됩니다. 요즘 배송중에 실수가 잦은 모양이더군요.

(편지봉투에 반으로 접힌 종이쪽지가 붙어있다)
할 말이 있으면 누구인지 먼저 밝히는게 매너 아니던가?

>>252

#나야말로 고마웠어. 이렇게 마무리해도 좋겠지만, 너참치의 마무리도 보고 싶으니까 한 레스만 더 부탁할게. 나는 약간의 열린 결말로 마무리 지었는데 어땠을지 모르겠네. 부디 즐거운 시간이었길 바래. 제라늄을 보면 가끔 의뢰인과 나눴던 편지 내용이 생각날 것 같아. 항상 행운과 행복이 가득하길 바랄게.

>>248
아 맞네
번호 바꾼 거 얘기 안 했었지
아니 그래가지고 니 번호 받으려고 했는데
들어올 때마다 없더라 니
그리고
나 요즘 방 많이 안 들어오잖아
안 그래도 말해줘야 될 것 같다 싶었는데
지금 정리중이야
잠깐 방 옮기게 될 것 같아
아마 여기 다시 못 올 수도 있어
-룸메

>>255
폰 날렸냐?
아니 어떻게 번호 바꿨다고 내 번호까지 날려먹어?
니가 들어올때마다 내가 없는게 아니라 니가 나 없을때마다 들어온거겠지
아니 뭐 이건 기적의 타이밍으로 어긋났다 치고
방 옮긴다는 소식을 정리할때 알려주는게 어디있냐?
야 그래도 같은 방에서 동고동락했으면
적어도 한달 전에는 알려줘야하는거 아니야?
진짜 서운해질라고 하네
그래서 어디로 가는건데? 아예 못만나는곳으로 가나?
이건 확인하고 갔으면 좋겠네.
010-xxxx-xxxx
내 번호니까 저장 해놓고 니 번호도 적어놔라.
-뒤지게 섭섭한 룸메

>>251

의뢰할 때 느낌은... 좀 자포자기한 마음? 이라고 해야 할지. 어차피 죽게 될 거라면 프로의 손으로 고통 없이 죽는 게 낫겠지, 싶었어요. 지금은 다르게 생각하지만요. ....그런 적 있어요? 라고 물어보면 역시 실례가 되겠죠. 다시 만날 수 없더라도 잘 지내길 바라는 사람이 있어서 당신의 그녀도 행복할 거예요. 그녀의 아이도요. 흠, 글씨체가 흔들려서 신뢰가 안 가니 절 만나게 된다면 제 눈을 보고 행복하다고 말해주세요. ...그럼 됐어요. 그래요, 그럴 마음이 들면 기꺼이 양 뺨에 다 해드리죠.

잠입할 때마다 모습을 바꾸나요? 선생님 모습도 보고 싶지만, 날 보러 올 때는 아무 분장도 하지 않고 본연의 모습으로 와주면 좋겠네요. 곤란하다면 그러지 않아도 좋지만. 실망 안 해요. 아무 문구도 없는 편이 전 좋아요. 하지만 당신이 기껏 새긴 문구를 지우는 것도 아까운 짓이란 생각이 들어버려서... 역시 그냥 놔두는 게 좋겠어요.

ps. 데드풀도 좋죠. 유쾌하고. 아무래도 우린 히어로 취향이 비슷한 것 같으니 만나서 히어로 영화 한 편을 같이 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방금 막 들었어요.

(이 편지는 발송되지 않은 채 의뢰인의 가방 안에 곱게 접혀 들어가 있다.)


>>254
#그리고 가방 안에 접힌 편지는 칵테일을 함께 마시고.. 이야기를 좀 더 나눈 다음에 킬러한테 전달되거나... 전달되지 않거나... 킬러를 만난 후의 의뢰인의 심경 변화에 따라 달라질 것 같다. 개인적으론 약간 취한 다음에 뜬금없이 가방에서 편지 꺼내서 그걸 손에 쥐고 팔랑팔랑 흔들며 “이거 읽고 싶어요?” 장난치듯 웃는 의뢰인을 떠올리게 돼 :>
#보낸 문자 다시 읽어도 너무 멋있다... 열린 결말이어서 좋아. 해피 엔딩인 쪽도 새드 엔딩인 쪽도 둘 다 상상할 수 있어서 좋아! 난... Va Va Vis 들으면 킬러와 의뢰인을 생각하게 될 거 같아. 노래 첨부해줄 때도 놀라긴 했지만... 사실 꽤 예전부터 킬러에게 자신의 목숨을 의뢰한 사람~ 소재로 뭔가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해와서, 처음 우체통 편지 볼 때도 놀랐어. 너참치도 항상 행운과 행복이 가득하길 바랄게! 정말 고마워!

#혹시.. 1:1 생각 있니...?

>>257

#의뢰인의 마지막 편지가 보내지지 않은 편지인 것도 여운이 남아서 좋은 것 같아. 역시 열린 결말에 이어 여운이 남는 마무리를 지어줘서 고마워. 처음에 죽기를 바라고 킬러에게 의뢰했지만, 의뢰인의 마음이 바뀐 부분이 감동적인 것 같아. 킬러가 문자를 보내고 나서 의뢰인에게 라벤더 꽃다발을 건넸을 때, 의뢰인은 양뺨에 비쥬를 해줬을까? 킬러는 약간 취한 의뢰인을 보며 김렛을 마시고, 웃으면서 이번엔 내가 비쥬를 해줄테니 편지를 읽게 해달라고 부탁할 것 같아.
#나도 제라늄이라는 암호문이 좋았던 것 같아. 제라늄 화분은 킬러가 가져와서 키울수도 있겠고, 아니면 둘이 함께 지내면서 키울 수도 있겠지. 그도 아니면 메말라 버릴지도 몰라. 그래도 칵테일을 함께 마셨던 순간의 기억은 변하지 않겠지. 꽤 마이너한 곡이라고 생각했는데 너참치도 알고 있어서 신기했어. 나도 이 소재를 한번쯤 써보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덕분에 좋은 이야기가 된 것 같아. 고마워. 가끔 생각날 것 같아.
#사실 너무 즐거웠지만, 뭐랄까 딱 이 이야기는 이정도로 상상의 여지를 남겨두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이렇게 맺는 걸로 하자. 노래의 가사대로, 내일 그 곳에 행복이 있길 바래.

>>258

#여운이 남는 마무리가 되었다니 다행이다... 라벤더 꽃다발을 건넸을 때 바로 비쥬를 하진 않았을 거 같다고 생각했지만, 이번엔 내가 비쥬를 해줄테니 편지를 읽게 해달라고 부탁하는 킬러씨가 너무 멋있어서... 그냥 꽃다발 건네받고 비쥬 했으면 좋겠다.
#제라늄 화분도 열린 결말이구나...? 메말라 버리면 꽃이든, 꽃이 아닌 식물이든 새롭게 심는 것도 괜찮겠다. 심지어 참치가 올려준 유룹 채널도 내가 이미 알고 있는 채널이어서... ㅎㅎㅎㅎ 다시 생각해도 신기하고 놀라운걸!
#응, 고민하다가 1:1 생각있냐고 물어봤지만. 아쉬워 하는 레스를 쓰면서도 반쯤은 더 이어가지 않고 이정도로 끝내는게 상상의 여지를 남겨 둘 수 있어서... 그래서 더 오래 기억에 남지 않을까 싶기도 했어. 지금의 마무리도 난 좋아! 노래의 가사대로, 이 글을 떠나면서 웃어야겠지? 응, 내일 그 곳에 행복이 있을 거야.

>>259

# 킬러가 비쥬 하다가 불현듯 키스를 하는 것도 생각났는데, 그게 문득 의뢰인이 웃는 모습이 좋아서 그러는 거여도 좋을 것 같아. 만약 의뢰인이 사는 길을 택한다면 킬러는 같이 살 것 같고, 그렇지 않다면 의뢰인을 계속 기억하며 살 것 같아. 어느쪽이던 예전의 그녀는 의뢰인을 만난 걸 계기로 잊는 걸로.
# 새롭게 심는 것도 좋을 것 같아. 해바라기나 장미도 좋고, 라벤더도 좋을 것 같지. 근데 의뢰인의 암호가 제라늄이었으니까. 킬러가 제라늄이 역시 가장 예쁘다고 하는 것도 생각나고. 아무래도 킬러는 프랑스 남자라서 표현이 좀 그런 식일 것 같아. 그러게, 듣다보니 정말 신기하네.
# 마지막으로 아이유의 라일락도 킬러랑 의뢰인에게 잘 어울리는 것 같아 추천하고 물러갈게. 나도 덕분에 설레고 즐거웠어. 앞으로 좋은 밤, 좋은 날들 보내길 바래.

>>256
타이밍이 좀 그렇긴 하다
야 나도 이렇게 갑자기 통보하고 싶진 않았는데
사실 요즘 내가 방 좀 많이 안 들어오긴 했어
건강 족쳐가지고 병원 좀 다니고 있었거든
그런데 요즘 좀 많이 심해져가지고 한 두어 달? 그 정도만 내원했으면 좋겠대
아니 근데 들어봐 나 진짜 이거 통보받은 날 바로 알려주려고 했다니까 니가 없었잖아
아예 못 만나진 않을 건데
올 시간 없을 것 같은데 니
무튼 나도 적어놓는다
010-yyyy-yyyy
-룸메야 미안하다

[이거 안보면 업무량 300배 증가]
보낸사람 : @dwi_jillae

거 선배님.
제 나이가 곧 서른인데 학교에 잠입을 하라고요?
그것도 학생 신분으로 들어가서?
저는 무슨 나이를 똥구녕으로 처먹습니까?
아니 겨우 박영감네 아들내미 지켜보기만 하는 건데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요..?
저 못합니다. 아니, 절대 안 합니다.
한 번만 더 헛소리하시면 그날 밤은 목 닦고 주무셔야 할 겁니다.

새벽마다 그쪽 쿵쾅거리는 소리때문에 잠을 못자겠어요. 뭘 하기에 그런 이상한 소리가 나요? 무슨 기어다니는 (볼펜으로 덧칠해 가렸다.) 이웃끼리 배려하며 삽시다. (휘갈겨 쓴 글씨체) 찾아가도 안 나오고 안쪽에 사람 있는 거 다 아니까 다음부터 조심히 걸어요 제발. 미치겠다고요.

>>241
나야 매일 보고서 읽고 상황 분석하고 새로 공부하는게 즐거우니 내멋대로 살려고 뛰쳐나온 거지만, 당신은 자유로운 영혼이지. 여행을 다녀보는 건 어때? 조금 서민적으로 말야. 호텔과 카지노만 돌아다니면 비슷한 사람밖에 만날 수 없거든.

봉건귀족 같아? 나는 근대 엘리트같은 삶이라고 생각하는데. 귀족들은 게으르잖아. 예나 지금이나. 내 로망은 결국... 살면서 해보고 싶은 일들이야. 삶이 한번뿐인게 아쉬워서 도전해보고 싶은 것들. 돈을 버는 기본적인 이유이기도 하고.

나중에 할거 없으면 연락해. 당신같은 파트너가 있으면 투자에 후회가 없을테니. 난 계획을 세우고 분석하고, 당신은 재능을 발휘하는 거지. 음, 환상의 조합이야.

공항에 도착했어. 비행기가 올 때까지 뭘 먹으며 기다릴까? 카지노에선 뭐가 맛있었어?

>>264

봉건귀족은 딱 알맞는 비유는 아니었네요, 정정해두도록 하죠. 굳이 말하자면, 노동과 수입이 직결되지 않는 상황에 대한 단편적인 이미지에서 나온 표현이었어요. 하지만 당신은 수입과 직결된 문제가 아니더라도 빈둥거릴 생각은 못 할 ‘자수성가’형 재벌이니까, 근대 엘리트가 낫네요. 어느 쪽이든 노블레스 오블리주, 류의 이야기를 들을 것 같긴 하지만?

카지노에서 배가 찰 정도로 먹는 사람은 딱히 본 적이 없는 것 같은데. 흠, 그냥 내가 바에서 적당히 끼니를 넘기는 걸 좋아해서 그럴 수도 있고. 아니면 룸서비스나. 그래도 여기는 대규모 관광지니까요, 찾아보면 유명 셰프가 운영하는 레스토랑 정도야 있겠죠. 찾아서 예약이라도 해둘까요? 오면 같이 저녁이나 하게. 당신 못 먹는 거 있던가?

그리고 여행과 파트너, 인가요…… 사실 여행 쪽이라면, 글쎄요, 그 단어 자체에 조금 질린 감이 있다고 생각했었지만. 그래도 당신이 말하는 게 흔한 관광 여행 같은 건 아니겠죠. 고려해보겠다고만 얘기해둘게요. 사실 익숙하지 않은 곳에 가는 거, 나름대로 기력을 필요로 하는 일이잖아요. 그 연장선 상에서 당신이 곧바로 비행기 타고 날아온다는 사실에도 여전히 조금 놀라고 있고. 부지런하기도 하지.

아무튼, 이 돈많은 백수는 현재 안식년 중이라는 이야기. 쉬는 거에도 질리면 생각해볼게요, 파트너 건도요. 언제나 다 쉬었다고 생각하게 되려나 모르겠지만, 그러고 나면, 대학이든 여행이든, 뭐든. 이거, 쓰고 나니 조금 늙은이 같네요. 정년퇴임한 사람 같아…….

>>262
[ 제목없음 ]
보낸 사람: @yes_doughnut

아이, 참. 다 사정이 있다니까는. 박씨 그 인간 능구렁이 같은 거 알잖아. 유독 아들만 싸고도는데... 아무튼 자세한 사정까지 네가 알 필욘 없고! 그냥 얌전히 좀 다녀오면 안되겠냐?

우리 팀에서 네가 그나마 어려서 나도 어쩔 수 없었다. 나도 마음 같아서는 막내 시키고 싶지, 그런데 걔가 연기가 너무 안되잖냐!! 걔는 뭐 사람이 아니라 목석이라니? 안 그래도 그 아들놈 성격이 드럽다는데 그 앞에서 알짱거리다가 들키면, 그거 수습 다 내 몫이거든.

그래도 너는 경험 있고, 실력도 있고, 응? 내가 우리 후배님만 믿는 거 알지...?
이틀 안에 신변 정리하고 이리로 와. 입학 수속 밟아줄게.

>>265

그래, 당신 취향의 식사도 궁금하니 도전해 보도록 하지. 고수가 들어간 요리가 있다면 고수는 빼줘. 싱가폴에 갔을 때 너무 힘들었어. 난 음식에서 비누향이 날 수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니까?

당신은 너무 기력이 없어... 운동은 하고 있는거야? 설마 하루종일 실내에서 기운없이 지내는 건 아니겠지. 당신같은 사람은 능력이 너무 좋아서 문제야. 나처럼 저효율로 바쁘게 살려면 체력이 필요하다구.

아무튼 당신의 뜻은 잘 알겠어. 뭐, 필요한 선물이라도 있나? 빈손으로 가긴 그렇잖아. 면세점을 돌아다니는 것도 비행의 주요 낭만이거든. 향수 필요해? 아니면 다른 무언가?

20XX년 X월 XX일

오랜만에 보는 네 얼굴이 많이 상해서 속상하다.
그쪽은 능력자가 귀해서 금이야 옥이야 한다던데,
소문이 너무 부풀려졌나 봐. 아니면 내가 그렇게 믿었던지.
있잖아, 그래도 살아 있어서 다행이다.
솔직히 우리 같은 놈들 사는 게 그렇잖아.
도구로 쓰이고, 도구로 쓰이고, 그러다 죽고.
뭐 같다고 할 수 있지.
이제서야 말하는 거지만
뭐 같은 생활을 버틸 수 있었던 건 다 네가 내 곁에 있어줬기 때문이야.
네가 나한테 해준 격려의 말들,
그때 네 표정, 몸짓, 말투 하나하나가 지금도 기억 나.
그런데 이제 그 모습은 영영 볼 수 없겠지.
그래도 괜찮아. 오히려 네가 지금처럼 살다 죽으면 좋겠어.
기계처럼 아무것도 못 느끼니까 한때 동료였던 이들을 죽였다는 죄책감도 못 느낄 거 아냐.
..이기적이지. 누가 뭐래도 난 네가 아프지 않았으면 해.
참 구구절절히도 썼다. 이만 줄일게.
맞다. 마지막 훈련 때 내 이름 물었었지.
지금이라도 알려줄게. AD-13291 본명은 김(피가 번져 읽을 수 없다)
네가 이 편지를 받을 일은 없겠지만 혹시라도 받게 된다면...
아냐, 받을 리가 없지. 지금이 어느 땐데. 그냥 찢어버리겠지.
사랑해. 베프가.
(편지지 하단에 피가 잔뜩 묻어 있다)

>>253
편지 1(의사)
지금은 다른 곳에서 묵고 있습니다. 약을 훔쳐갈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보내드린 약을 제외하고는 다른 병원과 약국으로 보냈습니다.

최소 한두 달은 약을 조제하지 못할 듯 하여 아는 분께 약을 부쳐달라고 하였습니다. 비용은 이미 지불하였으니 다음 주에 다른 주소로 약이 오더라도 놀라지 마시기를 바랍니다.

(주소가 하나 적혀있다.)

편지는 당분간 보내지 않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새로운 약이 바꿔치기 당한 것 같다는 기분이 듭니다. 약을 바꿀 수 있는 사람이라면 편지 내용도 바꿀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만, 글씨체가 조금이라도 제가 보낸 예전 편지와 다르다 싶으면 그 내용을 무시해주십시오.

>>253
말한다고 말하는 바보가 어디있대?

의외로 그 의사 양반 눈치가 꽤 좋더라. 우체국에 직접 들러서 편지(>>197) 받은 날 바로 떠났다? 내가 그 사람 노릴 걸 알았나 보지.

내가 누군지 궁금한 모양이니 힌트를 좀 주자면 네가 새로 받았다는 그 약을 바꿨어. 기존의 그 약은 너무 만들기 복잡하더라. 너 의사 잘 만난 줄 알아. 그 자식만 죽었어도 약을 만들 수 있는 사람의 수가 열 명 이하로 줄어드는데 말이지.

이거 말고 할 말은 없네. 그럼 목 닦고 잘 기다리고 있으렴?

(>>269의 두 번째 단락은 다른 사람이 보낸 편지입니다)

>>267

요즘 인기 있는 베트남 퀴진으로 예약할까 했는데, 고수를 못 먹는군요? 뭐, 적당히 무난한 곳으로 잡아뒀어요. 괜찮은 술도 예약해뒀고. 샴페인은 아니에요, 그건 호텔에서 마시기로 했으니까.

그렇게 없지는 않아요, 기력. 호텔에는 피트니스 센터도 있고, 다니고 있고, 운동 자체는 꾸준하게 하고 있고. ……말할수록 한심한 투로 들리는 건 왜일지. 그야 당신보다는 체격도 운동능력도 별로겠지만, 이 정도면 건강한 편이라고 생각하네요. 당신 정도면 고효율이라고 생각도 들지만.

그 속담 알지요? 머리가 멍청하면 몸이 고생한다고. 내 좌우명이야 내내 머리가 좋으면 몸이 편하다, 쪽이었지만 당신을 보면…… 머리가 좋고 몸이 좋아도 취향에 따라선 고생은 사서할 수 있구나 싶지요. 당신한테는 고생은 아니려나? 아무튼 간에 옆에 서있으면 어쩐지 워커홀릭 기미가 있어보이니까, 당신.

선물은 괜찮아요, 하고 말하고 싶지만 그것도 당신의 낭만이라고 하니. 향수는 우디한 계열 좋아해요. 샌들우드라던가. 향수 말고는, 흠, 담배는 안 피우니 기각이지만 주류는 괜찮겠네요. 당신이 고를 취향도 궁금하니, 여기까지만 말해두도록 할까요.



# 뜬금없지만 이쪽 캐릭터는 극동아시아 삼국 중 하나의 국적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고, 한중일 셋중에는 아직 안 정했다.
# 예약한 레스토랑이 자국 요리 기반의 퓨전 레스토랑일 거라고 생각해서 갑작스레 풀어본 설정~

(멋들어진 금색 잉크로 '전우주산타클로스협회' 라고 적힌 편지봉투)

마야 A 캔들러스 귀하.

안녕하십니까, 산타클로스 채용 담당자입니다.
산타클로스협회는 지난 면접 결과 귀하의 채용을 최종 결정하였습니다.
입사예정일은 10월 25일이며, 입사와 동시에 두 달 동안 산타 입문 교육이 진행될 예정입니다.
루돌프 통해 추가 안내 있을 예정이니, 안내에 따라 입사 절차 준비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271

깊은 배려에 감사를 표하도록 하지.

아주 노인처럼 기운이 없지는 않은가봐? 나는 또 실내활동만 하다보니 체력이 다 사라진줄 알았지. 건강관리 열심히 해. 당신은 돈도 시간도 부족할 게 없잖아. 일하느라 건강을 망치는 직장인이 얼마나 많은데?

왠지 갑자기 잔소리를 하게 됐는걸. 마음 붙일만한 운동이라도 찾아봐. 피트니스 센터는 조금 지루하지 않아?

워커홀릭이란 말엔... 동의해. 전 직장 동료에게 연락을 해보니 내가 나가서 부하직원들 복지가 좋아졌다지 뭐야. 그렇지만 어쩔 수 없잖아? 좋아하는 일인걸. 이게 취미인데 즐기지 않을 수 없지.

좋아. 기대하라구. 술은 몰라도 향수는 안목이 나쁘지 않거든. 술은 솔직히 기대하지 않는 게 좋아. 누구나 자신없는 분야가 있기 마련이잖아?

#미안합니다~~~! 최근에 바빠서 들어오는 것도 잊고 있었다...

안녕, 일어났나요? 이곳에 온 걸 진심으로 환영해요. 오는 길이 불편하지는 않았을까 염려되네요. 부디 푹 쉬고 하루 빨리 이곳에 적응하길 바라요. 이제 여긴 내 집이 아니라 우리의 집이 될 테니까요.
당신을 직접 맞이 할 수 없는 것이 유감이네요. 비록 낮에는 당신을 만날 수 없지만, 밤에는 당신을 찾아갈게요. 대신 불을 켜지 말아줘요. 내 얼굴을 가린 베일을 걷지도 말았으면 해요. 때가 되면 당신에게 모든 것을 알리고 설명할게요.
낮동안에는 하인들이 당신을 모실 테니 필요한 것이 있으면 편히 그들에게 얘기하세요. 그럼 해가 저문 뒤에 찾아갈게요. 빨리 당신을 보고 싶네요.

>>274
(한동안 머뭇거리다 쓴 듯, 종이 가장자리가 잉크 몇방울로 얼룩져 있다.)

당신이 누구인지 알 수 없디면, 왜 저를 원했는지라도 알 수 있나요?

편지 좀 그만 보내라구요! 새가 허구헌날 창문으로 드나들어서 내 방에 깃털이 쌓였잖아요. 내쫓으려고 하면 퍼덕거리면서 날 위협해요. 짜증나는 녀석... 당신 전서구가 내 몫의 빵을 벌써 반이나 뺏어먹은 거 알아요? 깃털 날리는 걸 더는 못 견디겠으니 일단 답장 쓰긴 할게요.

지난 한 달동안 편지를 받아보면서 솔직히 즐거웠어요. 움직이는 계단, 귀신, 주문, 빗자루를 타고 날아다니는 마녀들... 웬만한 잡지보다 흥미로운 내용인걸요. 내가 받아야 할 편지가 아니란 거 알았는데도 그냥 모른체해서 정말 미안해요. ...당신이 친근하게 구는 걸 읽으면서 정말 타지의 친구라도 생긴 것 같았거든요.

그래도 당신 편지가 자꾸 답장이 없는 나 - 혹은 나와 이름이 같은 당신 친구 - 를 걱정하기 시작하니까 더이상 참고 볼 수가 없어서 결국 편지 잘못 보냈다고 정정해 줬잖아요. 게다가 정말 미안하다고 사과까지 했고요. ...차라리 화를 내세요. 초면인 사람과의 듣도보도 못한 추억 따위를 구구절절 써 보내면 당황스러울 뿐이라구요! 당신 같은 사람은 평생 본 적이 없다니까요? 기억 상실증도 걸리지 않았어요! 이렇게 편지 폭탄을 보내면서 우겨봤자 난 해줄 수 있는 게 없어요.

우리 동네에는 그런 고급스러운 잉크와 편지지를 쓰는 사람도 없고, 전서구를 두는 괴짜도 없고... 애초에 당신 주장대로 나에게 마법사 친구가 있다면, 그런 걸 대체 어떻게 잊어버리겠어요? 내 이름과 신상명세를 어디서 알았는지 모르겠지만 이런 장난은 이제 그만두세요. 손님 없는 잡화점 직원이라고 해서 이런 편지에까지 일일이 답장해줄 수 있을 만큼 한가한 건 아니라구요. 정말이에요!

기숙사 학교라고 했죠. 분명 학비가 비싼 곳일텐데 나 따위를 놀리려고 시간 낭비하지 말아요. 마법인지 뭔지, 하여간 그걸 더 열심히 공부하는 게 그쪽에게 나을 것 같네요.

그럼 안녕.


1975년 10월 2일

당신의 친구가 아닌,
Roz

>>275
믿기 어렵겠지만 당연히 당신을 사랑하기 때문이에요.

>>277
무례하게 굴 의도는 아니지만, 네, 믿기 어렵네요. 전 제 큰언니처럼 현숙하지도 못하고 작은언니처럼 생기 넘치는 아름다움을 가지지도 않았어요. 사람들이 사랑을 바치고 칭송하는 건 그 둘이지, 제가 아니에요.
당신은 그런 저를 사랑한다 말씀하시는 건가요?

>>273

구구절절 옳으신 말씀. 뭐, 그래도 크게 걱정은 마세요, 건강검진도 일단은 거르지 않고 있으니까. 그리고 피트니스 센터에 대해서라면 그럭저럭 지루하게 할만해요. 전문적인 트레이너가 붙어있으니 스케쥴도 효율적이고. ……이것도 실내활동이긴 하네.

일이 취미라니, 정말 당신답달까. 그 농담 아는지 모르겠네요. 당신은 일종의, ‘부지런하고 똑똑한 상사’인거죠. 참고로 이 평가는 내가 직접 내린 게 아니라, 우리의 전 직장 동료가 커피 마시다가 쓴웃음 지으며 해준 이야기거든요. 나는 ‘게으르고 똑똑한’ 이라는 평이었지만.

선물 기대하고 있을게요. 받아치듯이 레스토랑을 기대하라고 말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뭐, 결국에는 취향이 맞느냐의 문제가 되어버리니까요…… 당신한테 갑자기 연락이 왔을 때는 이렇게 금방 저녁 약속을 잡아버리게 될 줄은 몰랐는데. 재밌네요, 금융가에서 일하던 시절을 그리 좋아하진 않았지만 사람들은 기억에 남아요. 당신도 그렇고.

#괜찮다 괜찮다 나도 주중에 엄청 바빴어서~

>>279

피트니스는 특별히 실외활동으로 인정하도록 하지. 어찌됐건 몸을 쓰잖아? 실내활동의 문제점과는 거리가 머니까.

부지런하고 똑똑한 상사는 직원이 고통받는다는 이야기인가, 그런 평가 아주 마음에 들어. 확실히 당신은 느긋하게 일하긴 했지... 원래 당신 나라는 사람들이 다들 성실한 걸로 기억하는데 특이해. 뭐, 아무튼 일은 잘했잖아?

나름 당신 입맛을 믿고 있어. 사람들이 기억에 남았다니 다행이네. 감동받으면서 울면 되는건가? 나는 하도 일에 치여서 오히려 사람들이랑 쌓은 기억이 덜한데. 오랜만에 연락이나 해야겠는걸.

이제 곧 탑승할 시간이야. 영화라도 보면서 기다리라구. 오랜만에 가면 나도 느긋하게 쉬어봐야겠어. 곧 보자고!

#난 이만 끝...! 아쉽지만 대화하면서 재밌었어. 답장 여부는 자유롭게 선택해줘!

>>280

#그러면 나도 여기서 마치도록 할게
내가 답장 보낸 5월 26일부터 세면 거의 3주였네
놀아줘서 고마워~

갱신

안녕 인간
나는 인어이에요
아래는 물고기
위는 인간
그 상상 속 존제!

인간가의 만남은 금지!
하지만 만나고 십어!
네가 인어를 믿는다면
우리를 해치지 않을
고운 사람이라면
이 편지에 답주세요
나는 인간 친구가 갖고 십어!

너희의 말이 서투름니다
흐른 쓰레기로 노력햇어!

해님이 바다에 ㅂ바지는 시
달이 뜨는 쪽으로
돌을 매달아 답편지를 던져주어요

>>283
(빨간펜으로 맞춤법을 교정한 >>283과 함께 보낸 짧은 글. 편지라기엔 내용이 짧다.)

인간은 왜 만나고 싶어?
친구가 되어봤자 좋을 거 없을텐데. 내가 인어였다면 오히려 인어 친구를 사귀고 싶었을 거야.

>>284

예븐 인간 안녕
나의 글 많이 틀렷습니다
고쳐주어 기뻐
답편지를 받아 기뻐
기쁜 선물은 산호
어두우면 빗이 납니다
너만큼 예븐 것이야

인간은 걷고 뛰어
하늘을 납니다
불을 무섭지 아니합니다
신기한 인간 만나고 싶어

인어 친구를 갖고 싶은 너
나는 너의 인어 친구가 할 수 있어

이번 답편지도 저번과 갇아
해님이 바다에 빠지는 시
달이 뜨는 쪽으로
돌을 매달아 답편지를 던져주세요

>>285
(이번에도 또다시 빨간펜으로 맞춤법을 교정해준 >>285를 같이 보냈다.)

나는 딱히
예쁜 사람도 아니고
고쳐준 건 그냥... 네가 글 잘 모른다니까 가르쳐준 것 뿐이고
응. 그런 거야. 고쳐준 거 보고 공부 하란 거 뿐이야.

인간은 비행기가 없으면 하늘을 못 날아. 잠수복이 없으면 깊은 바다로 헤엄도 못 쳐.
혼자서 산호 보러 갈 수 있는 인어가 난 더 좋은 것 같은데.
근데 나는 잠수복이 없어서 너를 만날 수가 없을걸. 배도 없어. 아빠가 맨날 해가 뜨기 전에 타고 나가서 일어나보면 없단 말이야.

그래서 아마 친구 못 할걸. 못 만나잖아.

선생님 죄송해요. 죽일 생각은 없었어요.
그래도 도와주실 거죠?

>>286

답편지를 써주어서 나는
네 마음이 예뻐
글을 고친 네 마음이 예뻐
그러니까 마음이 예쁜 너는 예뻐!
열심히 공부합니다!

인어는 바다를 나가지 못합니다
인간시험을 잘 해야 해!
바다만큼 인간의 세상은 넙다
맛있는 것도 많아

나는 바다에만 있어
인간과 가까운 바다는 무서워
친구 할 수 없어 슬퍼
인어는 눈물을 흘려도 모릅니다

만날 수 있으면 친구할 수 있어?

>>288
(여전히 빨간펜으로 교정한 편지를 동봉하였다. 맞춤법이 많이 좋아졌다고 잘했다는 의미의 꽃무늬를 그려놓았다.)

안 예 쁘 다 니 까 !
(하나하나 꾹꾹 눌러쓴 글씨)

인어들이 인간 시험도 봐?
인간 시험에 글쓰기도 있어?
맛있는 거 많다는 것도 인간 시험에 나와?
난 초콜릿을 좋아해. 인어도 먹을 수 있으면 좋겠다.

만날 수 있으면 친구할 수 있어
근데 안 오는 게 좋을지도 몰라. 너 해변가 무섭다면서.
인간은 별로야. 다른 사람들이 널 보면 이상하게 생겼다고 너에게 상처를 줄 수도 있어

계속 인간 사는 바다를 무서워 하는 게 나을 수도 있어.
그런데 울지는 말고
바닷물이 더 짜지면 어떡해.

>>289

다른 말을 찻았어
안 예쁜 너는 아름답다!

인간과 만나고 싶은 인어
인간시험을 잘 해야합니다!
어린 인어는 시험이 더 어렵다
글도 쓰고 인간에 문하를 잘 알아야 해
젓가락질 연습하다 어려워
초콜릿 알아!
너와 같이 먹을 수 있으면 좋아!

인간에게 들키면 큰일나
무서운 일이 일어난다고 배었어
다른 인어들 인간은 별로라고 말해
하지만 너는 그렇지 아니합니다!
내 꼬리를 이상하다고 할거야?

그렇지만 너와 친구하고 싶어!
친구할 수 있다고 하면 울지 아니할게!

(꽃무늬를 따라 그렸으나 서투른 솜씨이다.)

>>290
(빨간펜으로 고친 편지와, 작은 큐브 초콜릿 세 개가 유리병 속에 동봉되었다.)

너 고집불통이구나?
이 말 무슨 뜻인지 알아? 어른 말 안 듣는 나쁜 아이란 뜻이랬어!
나쁜 인어.

젓가락질은 나도 어려워
그래서 아빠가 없을 땐 몰래 포크로 밥먹어.
초콜릿도 젓가락으로 안 먹고 손으로 먹어.
너무 맛있다고 울면 안 돼. 알겠지?
근데 인어는 인간한테 들키면 안 되는데 왜 시험을 보는 거야?

나는 다른 인간들하고 달라 난 똑똑하거든
근데 다른 인간은 안 똑똑해
나하고 친구 했다가 실망하고 울면 어떡해.

그리고 참잘했어요 꽃님은 이렇게 하는 거야.
(꽃그림을 끝으로 이번 편지가 끝난다.)

>>291

초콜릿!
바다를 나가지 않은 인어들 중
초콜릿을 먹어본 인어는 나 하나일거야!
바다에는 맛있는 것이 없어
소라껍데기 좋아해?

네가 어른이면 난 고집불통이야
하지만 네가 어른이 아니라면 아니야
종은 인어라고 해줘!

포크도 어렵습니다
숟가락이 제일 쉬웠다!
네 말을 들어 울지 아니했어!
바다를 나가고 싶으니까!
인간들과 게속 사는 인어도 있습니다!

똑똑하고 아름다운 인간에게
실망하고 울지 아니해!

꽃 어렵다
쓰는 거도 그리는 거도 어려워

(꾹꾹 눌러그린 서툰 꽃 그림. 이전보다는 잘 그렸다.)

>>292
(이번에도 역시 빨간펜 교정본이 동봉되었다. 초콜릿은 없는 모양이다.)

바다에 맛있는 게 왜 없어? 오징어도 맛있고 삼치도 맛있고
김밥 맛있는걸.
초콜릿 맛있었어?
용돈이 없어서 더 못 줘 미안
난 소라 말고 커다란 조개껍데기 좋아해 무지개 닮은 거.

그리고 나는 어른만큼 착하고 똑똑하니까 어른인 거야
나쁜 인어 나쁜 인어 나쁜 인어.

우리 세상에는 바다 밖으로 나오면서 목소리를 잃고 다리를 얻는 인어에 대한 동화가 있어. 인어들이 밖으로 나오면 정말로 다리가 있는데 말을 못 해?
왜 바다를 떠나면서까지 인간하고 친구 하고 싶은지는 잘 모르겠는데
네가 그렇게 친구하고 싶다면.
친구 해줄테니까 우선 시험 먼저 백점 맞아.

만나면 우리 엄마가 좋아한 꽃 보여줄 테니까.

>>293

매일 먹으면 맛없다!
밥은 없어!
김은 흐물흐물
맛있어!
초콜릿 괜찮아
하나만 먹었어!
아직 두개 있어
무지개를 본적이 없어
조개껍데기는 많으니까 다 줄게!

좋은 인어라고 해줘
예쁘다고 하면 실ㅎ어?

다리가 있어도 잘 말해!
없어도 잘 말해!
하지만 다리가 없으면
우리 목소리는 인간에게 않 들려
인간이 물 속으로 들어와야 합니다!

친구없이 노는 건 슬프니까!
바다를 떠나지 아니하면 인간과 못 노니까!

꽃님
몰래 만나러 가고 싶은 용기가 납니다!
시험 공부 많이 해야한다!

(조개껍데기가 편지와 함께 유리병에 가득.)

>>294
(여전히 빨간펜 교정본이 포함되어 있다.)

초콜릿은 매일 먹어도 맛있는데. 김은 매일 먹으면 맛없어?
그러면 초콜릿을 김에 싸먹으면...
맛없겠구나 미안.
피자나 치킨같은 거 먹으면 그것만 먹고싶을텐데 어떡하지

나는 안 예쁜데 자꾸 예쁘다라고 해서 별로야
나 예쁘다고 하는 어른들은 다 나 혼자 놔두고 일 나간단 말야.
물론 너는 어른이 아니긴 한데.
예쁘다 말고 멋지다고 해줘
그러면 좋은 인어라고 해줄게

그럼 나 바다로 들어가면 너랑 이야기할 수 있어?
나 물 속에서는 숨 못 쉬는데 어떡하지
인어는 물 밖에서 숨쉴 수 있는데 인간은 왜 물 속에서 숨 못 쉬는거야. 치사해.
나는 시험 안 쳐도 되니까 내가 만나러 가는 게 더 빠른데!

그래도 몰래 만나러 오면 안 돼. 혼나잖아.
...
언제 올 수 있는데?
10분 정도면 괜찮을지도 몰라.

아 그리고 조개껍데기 잔뜩 줘서 고마워
조개껍데기 안쪽을 보면 색깔이 알록달록 많잖아? 이게 하늘에 있으면 무지개야

>>295

많이 맛없습니다!
초콜릿을 그렇게 하면
초콜릿이 슬퍼할거야
피자랑 치킨!
많이 먹어보고 싶어!

나는 네 옆을 좋아해
혼자는 아니게 할 수 있습니다
그럼 멋진 너야!

할 수 있어
인간도 물 속에서 숨 쉴 수 있어!
인어들 비밀입니다
나는 물 없으면 안 됩니다
똑같아 치사해!

만날 수 있어?
달님이 바다 위에 오는 시!
그때 인어는 자고 있어
인간도 자고 있어?
그럼 갈 수 있어!

네게 더 많이 줄 수 있어요
무지개 매우 예쁘다
너는 본 적이 있어?

>>296
(아이가 보기에 맞춤법이 틀린 부분을 찾지 못 한 걸까. 오늘은 빨간펜 교정본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

인어야 축하해. 저번에 보낸 편지 틀린 게 하나도 없었어!
축하해주고 싶은데 갖고싶은 거 있어?
나 내일 용돈 받으니까 너무 비싼 거 아니면 사줄 수 있어
피자랑 치킨도 괜찮아

정말?
너 나랑 함께 있는 거 좋아해?
진짜로 만났을 때 상상하던 거랑 다르다고 싫어하거나 그러지 않을 거지? 나랑 약속 한 거다?
그러면 좋은 인어라고 불러줄게
착한 인어 똑똑한 인어.

달님이 하늘 정가운데에 있으면 인간도 모두 자
아빠도 그 때면 이미 주무시고 계실걸
그 때 만나자
달모양은 어느 모양인 게 좋아? 난 보름달이 좋더라.

이것보다 더 많이 받으면 조개성을 쌓을 수도 있겠네
나중에 만나면 같이 만들자
그리고 나 무지개 본 적 있어 비 오고 나면 가끔씩 하늘에 둥글게 떠있거든
너 기다리기 전에 무지개 뜨면 사진 찍어줄게 진짜 예뻐



#
어제는 현생이 너무 바빠서 못 이어줬네. 미리 말하지 못해서 미안해. 슬슬 둘이 만나고 편지 끝낼 타이밍이 오는 것 같은데, 혹시 아직 편지 이어줄 의향이 있다면, 답레 달아주면 정말 고마울 것 같아. 오랜만에 정말 재미있게 편지 나눠서 끝까지 이어가고 싶다는 마음이 있거든. ~.~) 인어씨 너무 귀엽고 소중해...

>>297

아니야 내가 아닙니다!
네가 받아야 해
스승입니다!
네가 틀리면 고쳐주었어
빨간 것을 보고 배웠어!
내가 주어야 합니다
근데 나는 피자랑 치킨 없습니다

응! 너랑 많이 놀고 싶어!
착한 인간 멋진 인간 내 첫 인간 친구!
싫어하지 않습니다!
너는 인간 다리가 생기면
제일 먼저 알려주고 싶은 인간이야
약속이야!

달님이 하늘 정가운데
그럼 동그란 달님이 하늘 정가운데 오는 시!
그때 만나!
나도 제일 커다랗고 밝은 달님이 좋아
네가 나를 알아보게 네가 그려준 빨간 꽃!
그 모양 장식을 하고 갈게!

조개 바다에 많이 많이 있어
나중에 네게 조개가 더 많아질 수도 있다!
조개성 많이 만들자!
무지개 비오는 날을 기다리게 됩니다
고맙습니다!



# 괜찮아, 미리 말 못할 수도 있는 거지. 그동안 나도 편지 이을 때 엄청 재밌고 귀여웠기 때문에 편지 이을 의향은 300% 꽉꽉 채워져 있어. 현생 바빴는데도 이어주러 와줘서 고마워. 매번 인어의 틀린 맞춤법을 교정해서 보내준 아이도 너무 귀여워... 초콜릿도 주고, 용돈 받았다고 피자랑 치킨도 사줄 수 있대... ㅜㅜㅜ

>>298

내가? 그치만... 열심히 한 건 내가 아니라 너잖아
딱히 내가 네 선생님인 건 아니지만
우리반엔 선생님이 잘 가르쳐주는데 공부 안 하는 애들이 한무더기라고
딱히 내가 네 선생님이 되려 한 건 아니지만.

그런데
내 인어 친구는 고집불통이니까 선물 주지 말라고 해도 안 줄 거지?
그러면 나는 네 거 준비하고 너는 내 거 준비하는 걸로 하자
난 그거 갖고 싶어. 바다소리 들린다는 소라? 그거.

...
사실 널 만나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것 같기도 해.
내 말 잘 들어주는 친구는 네가 처음이었거든
...
이거 진짜 부끄러운 거니까 다른 인간 만나도 절대 말하면 안 돼. 알겠지?
다른 인어도 안 돼!

보름달 뜨는 게 이틀 뒤라 그 전까지 네 편지가 올 수 있을지는 모르겠는데
우리 만나는 날 전에 편지 오면 네가 말한 거 사주고
안 오면 책 몇 권 사서 줄게
글쓰기 책이나 여행책이나 뭐 그런 거? 요리책도 좋겠다. 너 맛있는 거 먹어보고 싶다며.

... 그러면 나는 너 만날 때 책 흔들고 있으면 될까
조개껍데기 모아놓은 상자도 흔들고 있을게
하트모양 바위 어디 있는지 알아? 거기 그 검은 돌바닥에 바위 많은 거기 있잖아
거기서 기다릴게
꼭 와야 해!
인간 다리 생길 때까지 계속 친구하겠다는 약속 어기면 다시 나쁜 인어 된다 너!



# ㅋㅋㅋㅋㅋㅋ 나만 너참치 캐릭터 귀여워한 게 아니어서 다행이다. 우리 인어 친구 순수한 모습이 귀여운데 야무지고 꿈도 확실하게 정해져있고 자기 주장 똑똑히 하는 모습이 너무 대견하고 멋져서 글 읽으면서 팔불출웃음 얼마나 지었는지 몰라... ㅋㅋㅋㅋㅋ
흐름 상 이쯤에서 만나는 게 맞을 것 같아서 막레식으로 적었어. 이 편지를 막레로 해도 되고, 더 이어줘도 괜찮아! 미리 말해둘게 그동안 같이 놀아줘서 고마웠어 무척 재밌었어~~~~

>>299

네가 네 첫 인간 친구가 되어주어서
만나고 싶으니까 열심히 했어!
가르쳐주는 사람이 선생님입니다!
글자 많이 알려줬잖아!

응!
제일 커다랗고 제일 예쁜
소라 껍데기 친구 데려갈게!

내가 너한테 선물 같아?
나도 네가 선물 같습니다!
너는 나의 큰 비밀을 알고 있어!
나도 너의 비밀을 지킵니다!

갖고 싶은 것!
책은 네가 제일 좋아하는 책을 읽고 싶어!
그렇지만 네가 주는 책은 다 좋아
기쁘다!

흔들흔들
흔들다가 놓쳐서 바다에 빠지지 않게 조심해!
내가 바로 잡아도 책이 젖으면 슬퍼
하트모양 바위가 어디있는지는 모르지만
검은 돌바닥에 바위 많은 곳은 알아
꼭 찾아갈게!
인간 다리 생기고도 친구야!

곧 만나!



# 너참치 캐릭터가 얼마나 귀여웠는데! 인어랑 비교했을 때 어른스럽기도 한데 아이가 맞구나 싶은 부분도 보여서 정말 귀여웠어! 안 예쁘다고 꾹꾹 눌러쓴 거나 치사하다하거나 꽃 그림도 코칭해주고...
응, 답레를 막레로 받아 끝내기는 너무 아쉬워서 내 쪽에서도 막레 준비했어! 이후로 둘이 만났겠지. 너참치 현생이 바빠보여서 1:1 제의는... 넣어두고, 둘이 만났을 때 이야기 조금 하자면 인어는 남겨두었던 큐브 초콜릿 두개를 챙겨가서 나눠먹으려고 할 생각이야. 나야말로 이어주고 놀아줘서 고마웠어!

>>262
[Re: 이거 안보면 업무량 300배 증가]
보낸사람 : @ruth_kal

킥킥, 바보야. 니는 그래비어도 교복이 제법 어울린다고?
그리고, 니 나이가 많은 거면 뭐, 나는 다 늙어가는 할망구게?
어쨌든 군대도 회사도 상명하복! 어쩔 수 없어. 위에서 내려온 지시니까 해야지.
대신, 나도 너를 서포트 해줄거니까 안심하고.
그러니까 징징거리지 마. 한번만 더 그러면 네 똥꾸녕에 나이 말고 다른 걸 넣어주는 수가 있어?
알았냐? 알았으면 잠자코 고분고분 네~ 해.

아직도 qwer을 짚었던 손가락의 감각이 남아있어

나는 계속 당신을 기다리고 있어요.
돌아오고 싶다면 언제라도 돌아와요.
다시 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사랑스런 나의 U.

- 파도 치는 바닷가에서, I

당신이 있는 그곳은 어떤가요?
내가 지내는 여기보다 좋은가요?
그렇더라도 생각나면 한 번 들러 줘요.
어여쁜 나의 U.

- 바람 부는 언덕에서, I

바보!!!!
어떻게 내가 고백했는데 고민을 할 수 있니?
당연히 받아줘야 하는 것 아니니?
누가 고백한건지 똑똑히 생각하렴!
무려 내가 고백했단 말야!

어제 내가 편지를 보내지 않은 것은 사실,
당신이 한 번쯤은 먼저 보내오지 않을까 싶어서.
잊어버린 것이 아니랍니다.
머나먼 나의 U.

- 구름 위에서, I

오늘도 어제와 같아요.
내일도 오늘과 같겠죠.
당신이 없다면 말이에요.
귀여운 나의 U.

- 햇빛 비치는 방에서, I

신님에게

안녕하세요 신님
거두절미하고 용건입니다
지구 멸망 좀 시켜주세요
아니면 저 고양이로 바꿔주세요
애옹

(술 냄새가 풀풀 나는 종이에 삐뚤빼뚤 알아보기 힘든 글씨.)

>>308
고객님께

안녕하십니까 고객님.
우선 요청하신 '지구 멸망'안건에 대해 만족스러운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한 점 깊은 사죄의 말씀을 드립니다.
서비스 운영진의 엄숙한 토의 결과, 서비스의 퀄리티가 초기에 비해 현저히 떨어져 있는 점은 충분히 인지했으나 말씀하신 '지구 멸망'안건에 대한 것은 현재로서는 실행할 수 없다는 결론을 도출할 수 있었습니다.

이유로는 현재 서비스 중인 시스템을 이용해주시는 고객 여러분의 숫자가 과도하게 늘어나, 현재 예상되는 피해 규모가 관련 부처에서 감당할 수 없는 점
또한 이러한 일의 영향으로 인해 향후 서비스를 제공하는 저희 사측의 이미지에 중대한 문제가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만족스럽지 못한 답변 거듭 사죄드리며
이에 대한 보상으로 요청하신 (고양이로의 변환)을 이루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즐거운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309

신님에게

돌았나요?? 내 몸에 무슨 짓을 한 건가요???
고양이 몸으로 느끼는 숙취는 정말 아름답네요!
네발로 걷는 것도 어색해 죽겠고요
다시 인간으로 바꿔주세요!
아니면 신님이 냥줍해서 키워줄거냐고요
인간의 존엄성이 있지
그리고 당신 진짜 신 맞아?

열매 유치원 씨앗반 선생님에게

안녕하세요 저는 꽃님반 연두에요
선생님 진짜 결혼해요?
아가들이 많이 울어요
새싹반 동생들도 월 화 수 목 금 토 일요일 울어요
선생님 이제 못 보는 거에요?
선생님 보고 싶을 거에요

당신을 좋아했어요.

작별인사를 할 틈도 없이 이사를 가다니, 너무하지 않아? 그래도 난 우리가.. 아무튼.
너에게 편지 한 장 보내고 싶었는데 이 우체통에 넣으면 네가 어디에 있든 전달해 준다고 하더라.
너와 함께했던 시간이 꿈만 같아. 가만히 있으면 그 짧은 시절이 떠오르더라. 그렇게 오래 되지도 않았겠지만.
그 시간이 꿈만 같았던 만큼, 지금의 시간은 멈춰버린 것 같아. 왜, 시간은 상대적이라고 하잖아. 네 시계는 지금 어떻게 움직이고 있을까?
꿈에서도 널 본 것 같아. 그런데 왠지 슬픈 꿈이었던 것 같은 그런 기분이 들어서 별로 좋진 않더라.
나는- 아직 나아가지 못하고 있어. 그건 필시 내가 약하기 때문이겠지. 너보다도 훨씬.
해야할 일은 산더미같이 많은데, 그저 짧은 추억을 안고 그 안에 갖혀 있다니. 아마 너라면 잊으라고 하겠지?
하지만 잊을 생각은 없어. 이 마음을 놓고 싶지도 않고. 인연이란게 있잖아? 언제 어디서 스쳐 지나갈지 또 알아.
네가 어떻게 생각할지 하는 것들은 생각하지 않기로 했어. 어차피 시간이 아무리 지나도 난 모를테니까.
나의 이 마음은 절대 변하지 않아. 변치 않아. 나의 시간은 멈춘 채로 움직이지 않고 있으니까.
언젠가 다시 만나면, 그 땐 정말로 나의 정원을 보여줄게. 너만 괜찮다면.

우리가 함께 했던 비밀장소의 나무 밑에서. 너를 향한 애정과 그리움을 꾹꾹 담아. I.J.G

PS. 다음엔, 그 노래 제대로 다시 불러줄게. 연습하고 있으니까.

자기야 밥 차려뒀으니까 일어나면 먹고 오늘 작업도 힘내 💗
점심시간에 짬 나면 전화걸게

>>312 나도 당신을 좋아했어.

당신이 말한 조건은 전부 채웠어요.
내일이면 모두 완벽하게 마무리 되겠죠.
이번 일이 끝나면, 그쪽은 내게 뭘 줄 수 있나요?

- S

>>316
약속했던대로 조직에서의 활동 기록은 모두 지워주지.
완벽하게 백지상태에서 시작할 수 있을거야.
네가 원하던대로 제2의 출발을 할 수 있단거지.
내일 늦은 밤 항공편을 준비해둘테니 늦지 않게 오도록 해.

- J

좋아했고, 좋아하고, 좋아할꺼에요.

>>318

넌 언제나 내게 소중한 동생일거야. 네가 청첩장을 보내줄 날을 기다리고 있을게.

>>317
깔끔하고 좋네요. 역시 당신이군요. 마음에 들어요.
걱정 말아요. 시간 맞춰서 가도록 할게요.
내일 밤이면 이제 당신 얼굴도 못 보게 되겠군요. 그건 좀 아쉽네요.
이번 일을 실패하면... 약속도 없던 일이 되어버리겠죠.

- S

[헤이 친구]
[나]
[조금 늦을 것 같아]
[미안해ㅠㅠ]
[기다리지 말고 먼저 먹어!]
[(시무룩한 표정으로 문 뒤에서 빼꼼 하고 고개를 내미는 토끼 이모티콘)]

>>321
[아머야]
[왜늦어ㅡㅡ]
[기다릴거야]
[ㅃㄹ와]
[(잔뜩 골이 난 채로 바닥에 엎드린 곰돌이 이모티콘)]

사랑하는 나의 반쪽, P에게
엘프 반란군 기지 5호 밀정 긴급보고
어느덧 바람이 이슬을 품어 따뜻한 계절이 왔군요. 이곳 몰드레인에 찾아온 지 어느덧 두 달이 되어 가요.
몰드레인 소재 반란군 주둔지의 동태를 보고함
황궁의 추적자들에게서 당신은 무사히 도망치고 계신가요? 제 전령 올빼미가 길을 잃지 않고 당신에게 찾아가야 할 텐데.
현재 주둔지에서 뚜렷한 군사적 움직임이 관측됨
여기는 좋은 곳이에요. 여기 사는 엘프들은 봄이 되면 농사를 짓는 대신 숲에서 꽃을 수확해 요리를 만들죠.
약 3백 명의 궁기병대가 북쪽 로즈배로우 기지로 진격
왜냐하면, 봄꽃을 수확해 주어야만 과일 나무들이 지력을 잘 흡수하고 자라서 가을에 탐스러운 열매를 맺기 때문이라고 해요.
이를 미끼로 레오노르필 황제령 요새를 습격할 계획
당신의 부족 마을에서 먹었던 벌꿀절임 요리와는 또 다른 맛이에요. 이곳에 당신이 오신다면 꼭 함께 요리해 보고 싶어요.
레오노르필 요새의 방비 증원 및 마법병 배치 요망.
황제의 엘프 탄압을 피해서 도망친 몰드레인의 엘프들이, 인간인 저를 받아들여 줄지는 솔직히 몰랐지만...
기습의 정확한 반란군 군세는 파악되는 대로 보고함
다행히도 이곳 엘프 분들의 따뜻한 배려 속에 지내고 있어요. 엘프와 약혼한 인간은 흔치 않으니까요.
첩보원의 신변에 이상 없음.
하지만 무엇보다도 얼른 당신을 만나고 싶은 마음뿐이에요. 부디 무사히 도착하길.
계획대로 다음 달의 소탕작전일에 본대와 합류할 예정.
이 편지는 받아 보는 대로 불태워 주세요. 황궁의 추격자들과 세상이 우리의 사랑을 시기해 쫓아오지 않도록이요.
해당 첩보 원문은 내용이 송달되는 즉시 폐기 바람
사랑을 담아,
아델린 제3수도기사단 비밀정책첩보국 수석요원 A.M.

>>320
내 얼굴을 보는 것보다 스스로의 안위를 걱정하기나 해.
실패했을 경우엔... 상부에선 달가워하진 않겠지만 일단 곧바로 연락 해. 조치를 취할 수 있을지도 모르니.
머릿속엔 무조건 성공만 넣어둬. 준비는 완벽하니 네 실력이라면 반드시 성공할 수 있을거야.

- J

>>322
[나도 이럴 줄은 몰랐ㅇㅓ]
[끝나면 바로 갈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끝나지가 않아...^^]
[안돼 그러다가 니가 굶어 죽으면 내 마음이...!]
[(서럽게 눈물을 흘리는 토끼 이모티콘)]
[대신 케이크 사서 갈테니까]
[그거 같이 먹자]
[그러니까 어서 먹으라구 쟈기?]
[(장난스럽게 윙크하는 토끼 이모티콘)]

응답하라 오바
여기는 본관 303호
간호사쌤들 눈을 피해
교신을 시도한다!

>>326
이쪽은 본관 203호
무슨 일이냐, 303호

>>327
심심해
본관 203호면 내 아래에 있어?
뛰어봐도 돼?

>>328
안 돼
머리 아파

>>329
괜찮아
발 부러져서 입원했거든!
퇴원할때 뛸게!
그럼 계속 교신해도 돼?

(이거 뇌물! 이라고 적힌 사탕이 붙어있다.)

>>330
퇴원할 때도 안 돼.
연락은 마음대로 해.

(삐뚤삐뚤한 글씨 밑에 테이프로 붙어 있는 외국 사탕. 짠맛이 나는 흰 사탕이다.)

>>331
그래!
303호는 1인실인데
203호도 1인실이야?
넌 안 심심해?
근데 사탕 맛없어

>>332
1인실.
심심하지 않아.
바보.

(목캔디가 붙어 있다.)

>>333
내가 놀아줘서 안 심심한가 보네!
으엑
너 맛없는 사탕 다 나 주는 거지?

(캬라멜이 붙어있다.)

>>334
나도 찾아오는 사람 정돈 있어. 너 때문은 아니야.
그래도 내가 대화하는 사람 중에선 네가 제일 낫다.
내가 받는 사탕이랄 게 그것 뿐이야. 싫으면 먹지 마.
추신: 캬라멜은 뺏겼다.

(목캔디가 다섯 개 붙어 있다.)

>>335
뭐야 난 아무도 안오는데
놀아줄게 아니었네
본관 203호, 날 놀아달라 오바!
사탕은 이미 다 먹었거든 바보

(캬라멜 5개와 목캔디 포장지로 접은 작은 쪽지 매듭이 6개 붙어있다.)

>>336
(평소보다 늦게 온 답장.)
아무도 안 오는 게 나을지도 몰라.
본관 203호. 이미 내가 너랑 놀아주고 있다 오바.
그 맛없는 걸 왜 먹고 있어. 먹지 마.
그리고 앞으로 캬라멜은 더 보내지 마. 혼났다.

(종이학이 붙어 있다.)

>>337
난 너 없으면 0개국어 될 거 같은데
본관 303호. 기쁘다 오바!
응 안그래도 그럴려고
맛없는거 먹어서 배탈난 거 같아

(그럼 이건? 이라고 적힌 홍삼 젤리가 붙어있다.)

>>338
혼잣말이라도 하고 살아라.
본관 203호. 그래 오바.
배탈날 정도로 먹으면 어떡해.
약이라도 받아 먹어.
약도 맛없지만 약은 먹어도 안 아파.

(쪽지로 접은 홍삼 젤리 포장지와 엉성한 종이학이 붙어 있다.)

>>339
으엑
목캔디보다 홍삼 젤리가 맛없지
약도 맛없고
혼잣말하면 더 외로워

(종이토끼가 붙어있다.)

>>340
그건 그래.
목캔디는 시원하기라도 하지.
약은 나으려고 먹는 거잖아.
그래.
나랑 많이 말 하자.

(찢어진 종이로 접은 종이학이 붙어 있다.)

>>341
근데 왜 먹었어
응답하라 203호. 버섯도 먹냐!
약은 그래도 잘 먹거든
어
그럼 목발 연습해서 놀러가도 돼?

(찢어진 종이로 접은 종이토끼가 붙어 있다.)

님을 보고 싶다고 하면 무례한 생각이라 꾸짖으실까요? 감히 님을 그립니다.
- 옛 부하 존 배상

>>342
네가 준 거잖아.
본관 203호. 그럭저럭 오바.
그래 잘했다
문 먼저 두드리고 여러 사람 있으면 들어오지 마. 귀찮아지니까.

(잘못 접어서 구깃한 종이학이 붙어 있다.)

>>344
그럼 브로콜리도 먹어?
내 브로콜리 주면 먹을거냐 오바!
빨리 먹고 나아야 퇴원하지!
그럼 목발 연습 해야겠다
쿵 소리 나면 연습하다 넘어진거니까 화내지마

(종이토끼가 두 마리로 늘었다. 마주보게 붙어 있는 종이토끼.)

>>345
빨리 나아서 뛰려면 골고루 먹어야지.
싫어하는 것도 남기지 말고. 남 주지도 말고.
응...
애들 뛰어다니는 거 비하면 넘어지는 소리 정도야...
그래도 넘어지지 마. 아프잖아.

🐇 🐇
wwwwww
(못 그린 토끼 두 마리가 어쩐지 성의없는 풀 위에 뛰노는 그림. 밑에 어디 떨어트렸는지 찌그러진 종이학이 붙어 있다.)

>>346
본관 203호는 내 엄마에요?
엄마보다 잔소리 심해 너 오바
그치만 목발 짚어본 적 없어
안 넘어지게 조심은 할게
어제는 3번 넘어지고 포기했어!

(학이라고 그린 괴생명체가 하늘을 나는 그림.)

>>347
본관 203호. 오바하지 마라.
오바.
응, 조심히 연습해.
발만 부러지는 게 아니라 다리도 부러지겠다.
여기서 나랑 평생 입원해서 같이 얘기해 줄 거야?

☁️ 🐦 ☁️
(구름 사이를 나는 학? 그림. 밑에 급하게 접은 듯한 종이학이 붙어 있다.)

>>348
오바 아니다 오바.
목발 짚는 거 겨드랑이 아파
그럼 휠체어 타나?
엥 너 병원에 맨날 입원해있어?

(토끼라고 그린 괴생명체가 당근을 먹는 그림.)

>>343
이젠 잊을 때가 되었겠거니 했는데. 내가 뭐라고 아직도 날 기억하고 있었나. 할 일이 그리도 없었나.
그래도 이리 편지가 온 걸 보니 아직 잘 살아 있는가 보군.
나도 가끔 그대가 보고 싶네. 자주가 아니라, 아주 가끔.
- 옛 상사 세인 씀

>>349
본관 203호. 아니긴 뭐가 아냐.
잘못 넘어지면 팔도 아프겠네 그럼.
휠체어 타지 말라고 하는 소리지.
휠체어 타도 나중에 재활하면 다시 목발짚을걸.
맨날 입원해 있는 건 아니지만 그것도 나쁘진 않을 거 같아. 네가 있으면.

🐰
(좀 더 토끼에 가까운 그림. 접는 방향을 헷갈려서 미운 접힘선이 생긴 종이학이 밑에 붙어 있다.)

>>351
너 잔소리쟁이라는 거지!
팔 아프게 넘어진 적은 아직 없는데
휠체어 타는게 더 어려워보여
언제 걸어서 너한테 가지!
너 언제 퇴원인데?

(학을 닮은 괴생명체와 토끼를 닮은 괴생명체 그림.)

>>350
문득 돌아보니 기억났습니다. 왜 그런지는 저도 잘 모르겠지만, 제가 뵌 높으신 분 중 가장 인상에 남는 활약을 하셔서일지도 모릅니다.

정말 운이 좋게도 고향으로 돌아가는 길에 살아남은 가족을 만났습니다만, 결국 고향에는 돌아가지 않고 왔던 길을 되돌아 탈리아 공화국의 마레나 시로 갔습니다. 지금 사는 곳은 바다 옆이라 물고기만 잔뜩 보고 있습니다. 좋은 소식이라면 도시 수로를 다니는 배의 노를 젓는 일도 많이 익숙해졌고 좋으신 분의 후원으로 동생들을 학교에 보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방인 여성이라고 깐깐하게 굴 줄 알았는데, 그러지 않아서 다행입니다. 저와 달리 똑똑한 아이들이니 자기 앞가림을 할 수는 있겠지요.

음, 너무 시시콜콜한 근황을 말한 게 아닐지 걱정됩니다.

세인 님께서는 요즘 무엇을 하고 지내십니까?

- 존 배상

>>353
인상에 남는 활약이라. 활약은 몰라도 내가 벌인 일이 워낙 많아서 그대가 뭘 기억하고 있을지 짐작도 안 되는군. 그리고, 활약이라는 말은 나보다 그대에게 어울리는 것이 아닌가? 살면서 보아왔던 이들 중 내가 이름을 기억하는 건 단 둘 뿐이니 말이야. 존 그대와 레몬인가 레온인가 하던 그 녀석.
그래. 둘 다 워낙 유명했지. 내가 이름을 기억할 정도로.

그랬군. 가족이라... 가족을 만났었나. 다행이군. 울지는 않았었나 그대?
고향이 아니라 마레나로 갔다니 의외로군. 뭐. 그대가 내린 결정일 테니 무엇이든 올바른 선택이었겠지.
그대가 노를 젓는다고? 정말 그대가? 상상이 안 되는군. 그래도 그건 좀 보고 싶네. 그대가 노를 놓치거나 물에 빠지는 모습 말이야. 차별 없는 후원자라. 그건 분명 나쁘지 않은 소식이군.
좋은 인품을 가진 사람의 곁에는 똑같이 훌륭한 인품을 가진 사람이 모인다고 하던가. 뭐, 어찌 되었든 잘 된 일이야.
그렇군. 그 말대로 그대보다 똑똑한 동생들일 테니 분명 잘 지낼 테지.

나는 물고기와 지내는 그대와 다르게 나무만 잔뜩 보고 있다네. 사람은 별로 없지만 그래서 조용하고 좋은 곳이지. 가장 중요한 건 과일이 맛있고 말이야. 이곳 이름이... 지도에서 보기 어려운 이름이었던 듯싶은데.
음. 잘 기억나지 않는군.
뭐, 그런 곳에 있다네. 조만간 다시 다른 곳으로 가게 되겠지만. 그저 쓸데없이 돌아다닐 뿐 그대처럼 바쁘게 살아가지도, 별달리 하는 것도 없네.
아니지. 한 가지 있었군.
그림. 그림을 그려보고 있네. 지저분하고 제대로 알아보기도 어려운 풍경 그림이지만 말이야.

- 세인 씀

>>352
다 너 좋으라고 하는 소리야.
그건 다행이네.
나도 휠체어를 타 본 적은 없지만 어렵긴 하겠지
다 나으면 가지. 뛰어서 오진 말고.
...너는?

(그림이 없다. A4용지를 잘라 만든 듯한 학이 세 마리 붙었다.)

항상 함부로 대하고 싸가지 없게 굴어서 미안해. 그런데도 곁에 있어줘서, 사실은 정말 고마웠어.
그러니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뭐냐면, 진짜 좋아했어요. 지금도 좋아해요, 선배. 아니, 언니.
마지막이 돼서야 이렇게 편지로 전하는 거 비겁한 거 아는데 그래도 얘기하고 싶었어.
답장은 안 할 거야. 보낼 수도 없을 테지만. 그러니까, 잘 지내! 진짜 안녕!

>>355
맞는데 완전 엄만데!
그치? 나 목발짚기에 재능 있나봐
병원에서는 안 뛰어
나 한달 입원이니까 3주하고
조금 더 남았지!

(학 세마리라고 그린 괴생명체 그림.)

>>357
목발짚기에 재능이란 게 있어?
퇴원할 때 뛴다면서...
아직 많이 남았네.
뼈 제대로 붙은 거 맞아?

(A4용지 학 세 마리가 붙었다.)
(추신, 너 그림 정말 못 그린다. 라고 작게 적혀 있는 학 한 마리 더.)

>>358
팔 아프게 넘어진 적 없잖아!
재능이지!
퇴원할 때는 병원 밖으로 나가잖아 ㅡㅡ
뼈? 아직 안 붙었겠지!

(너도 못 그리거든? 이라고 적혀있는 종이토끼 한 마리가 붙어 있다.)

>>359
그래, 재능 있다 너...
303호에서 뛰면 병원 안이잖아?
일주일이면 안 붙는구나.
발 부러진 거 많이 아파?
그리고 난, 너보단 잘 그려.

🐦
(이상한 새가 그려져 있다. 학이라고 그린 것 같다. 밑에 A4용지 학이 두 개.)

>>360
더 열정적으로 칭찬해라 오바!
그건 제자리에서 콩이고!
와다다 달리는 거!
엄청 엄청 많이 많이 아주 아주 아파
그래서 너 언제 퇴원하냐니까!
너 퇴원하기 전까지 목발 맹연습할거야!

(아닌데! 라고 적혀있는 종이 토끼 한 마리와 토끼를 그린 괴생명체 그림.)

안녕. 그냥 잘 지내나 해서 몇자 끄적여봐.
나는 평소처럼 잘 지내. 청소하고, 청소하고, 또 청소하면서.
그러면서도 당신을 기억해. 당신도 날 기억할지는 모르겠지만.
당신에게 나는 어떤 사람이었어? 그저 지나가는 청소부? 아니면 아직도, 당신의 아군?
사실 기억해준다면 어떤 사람이었든 상관 없어.

당신의 귀여운 모습도, 차가운 모습도 나에겐 사랑스러웠어.
답장을 바라는건 아니지만, 당신을 기억하는 사람이 있다는걸 알아줬으면 해서.
당신은 외로움을 잘 타던 사람이었으니까.
아직 그곳의 열쇠를 가지고 있어. 찾아가고 싶지만 용기가 조금 부족하네.
부디 지금은 즐겁게 웃을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깡통-

>>361
재능 있다. 재능 있다. 재능 있다. 오바했다.
단어 차이였네.
그래도 병원에서 뛰면 다시 다쳤을 때 바로 다시 실려올 텐데.
엄청 엄청 많이 많이 아주 아주 아프구나.
아마 네가 퇴원할 때까진 있을 거야.

(그림 실력이 안 나아졌는데. 라고 적힌 학과 또 학. 이번엔 색종이.)

>>363
오바말고 열정적으로! 느낌표 붙여줘!
안 다치게 뛰면 돼
응 그니까 넌 부러지지마
그럼 오늘도 연습해야겠다!
목발 짚고 복도 나갔다가 간호사쌤한테 혼났어

(이게 나아진 거야. 라고 적힌 종이토끼와 종이토끼.)

안녕. 난 레이너드야. 내년에 아홉살이 돼.
네가 내 약혼자라고 유모에게 들었어.
너는 아주 멀리멀리, 해가 가장 먼저 뜨는 곳에 산다는 것도 들었어.
나는 대륙에서 해가 가장 나중에 지는 곳에 살아. (지리 선생님이 그랬어.)
네가 사는 곳 만큼 멀리 여행을 가 본적은 없어...
나는 몸이 약해서 마차를 오래 타면 안되거든.
그래서 이렇게 편지를 보낸다.
거기서도 매년 데이지가 피고 사냥대회가 열리니?
궁금한 게 아주 많아. 답장 기다릴게.

레이너드로부터.

>>364
재능 있 다 !!!!!!!!!
...노력해볼게.
들키면 혼나는구나.
몰래 연습해, 몰래.

(어째서. 라고 적힌 학과 또 학과 또 학. 색종이.)

>>365
레이너드에게.

안녕. 난 줄리아야. 나도 내년에 아홉살이 돼.
나도 네가 내 약혼자라고 아빠에게 들었어.
하지만 다른건 다 처음 듣는 이야기네.
아빠한테 너에 대해 물어도 대답을 안 해주셨거든.
이유는 모르겠지만.
지금 이 편지도 내가 몰래 방으로 가지고 들어와서 답장을 적는거야. 들키지 않아야 할텐데.

너는 나랑 다 반대구나. 사는 곳도, 건강도.
하지만 매년 데이지가 피고 사냥대회가 열리는 건 맞아.
나도 사냥대회에 참가하고 싶은데 사냥대회는 남자 어른들만 참가할 수 있대.
말도 안 되지 않아? 나도 활 쏘기 하고 싶은데.
그치만 동물들이 불쌍하기도 하니까 대신 나는 다른 것들을 하면서 놀고 있어.
여기서는 축제도 가끔 열리고 예쁜 꽃들이 많은 들판과 숲도 있거든.
거기는 어때? 너는 평소에 뭐하고 놀아?

서로 아무것도 모르면서 약혼이라니.
처음에는 별로였는데 너한테서 편지가 오니까 왠지 재밌어보여.
나도 궁금한 게 아주 많아. 답장 기다릴게.

줄리아로부터.

제니아 집사장님께.

마땅한 서두를 찾지 못해 무작정 용건부터 써내리는 무례를 용서하세요. 집사장님, 시간이 없습니다. 당장 저택에서 빠져나와 몸을 피하셔야 해요. 쉽게 믿지 못 하시리란 걸 알지만 이번만큼은 정말 믿어주셔야 합니다. 백작님은 인간이 아니에요. 불행히도 어젯밤, 쓰지 않는 2층 서쪽 맨끝 방의 등을 미처 끄지 못 한 걸 깨닫고서 그곳으로 걸음을 옮긴 게 화근이었죠. 아무런 의심 없이 양문을 활짝 열고, 방 안으로 발을 디딘 순간 저는 보고 말았어요. 그 사람, 아니 그 괴물이 베스의 목을 물어뜯고 피를 갈취하는 장면을요! 네. 이제야 여태껏 제 동료들이 돌연 하나 둘씩 아무도 모르게 자취를 감춘 이유를 알았군요. 그들은 실종된 게 아니라 살해당한 거예요. 저택의 모든 사용인들이 위험한 상황이나 제가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은 집사장님뿐이기에 당신께만 각별히 쪽지를 남깁니다. 저는 지금 떠나요. 당장은 급한 대로 옆 마을 로첸스카의 주점에서 머물며 일하다 곧장 수도로 향할 생각입니다. 아마 당신이 이 쪽지를 읽을 쯤이면 저는 이미 그곳에 도착해있을 거예요. 혹시라도 답신을 하실 계획이라면 그쪽으로 부탁드립니다. 무사히 피신한 뒤라면 더 자세하게 말씀드릴 수도 있을 테고요. 집사장님께서도 아무쪼록 떠나게 된다면 최대한 저택과 영지로부터 멀어지시기를 당부합니다. 가능한 신속하게 이곳을 떠나요. 아주 아주 멀리요.

당신이 이 쪽지를 발견하기를, 그리고 이 쪽지를 발견한 것이 당신이기를 바라며— E 남김.

>>366
본관 303호는 만족했다 오바!
왜! 부러질 예정이야?
정형외과 의사쌤 무서워
간호사쌤이 얘기했나봐 혼났어
뼈 붙으려면 한참 남았다고 가만있으래

(나중에 내 그림 보여줄게. 라고 적힌 종이토끼와 종이토끼, 종이토끼.)

너랑 같은 지구에서 숨쉬기 싫은데 숨져 주지 않겠니?
부탁이야.
-H

>>370
무슨 소리야, 난 지구가 아니라 네 마음 속에서 살고있는걸.
사랑해. 오늘 하루도 파이팅.
-Y

>>371 아직도 질리지도 않고 그런 소리를 하는구나.
편지를 쓰는 너의 손이든 그런 소릴 하는 입이든 하나는 찢어놔야 직성이 풀리겠어.
손이야, 입이야? 골라.
-H

>>372
그런 나에게 질리지 않아줘서 고마워. 나도 사랑해.
굳이 고르라면 입일까? 손도 충분히 설레지만, 입술보단 덜 하거든.
그래도, 손도 잡아줘.
-Y

>>373 찢어 놓는다니까? 너의 입술을 훔치는 게 아니라 갈갈이 찢겠다니까?
아무리 화를 내도 데미지가 전혀 없는 너의 충격 흡수 쿠션같은 그 면이 정말 정말 싫어. 혹시나 멋대로 손 잡았단 봐. 손목을 비틀어 버릴 거야?
-H

>>374
정말 놀랐어. 그냥 내 손이나 입술을 만져달란 뜻이었는데, 훔칠 생각이었구나? 난 언제든지 준비되있어!
데미지가 없는 건 아니야. 상처받더라도, 그런 게 신경쓰이지 않을 정도로 널 좋아하는 것 뿐이지.
먼저 손을 잡아줄 때까지 옆에서 항상 기다릴게. 사랑해.
-Y

선뱃님, 부탁하신 물건 D 빌라 무인 보관함 16번 함에 넣어뒀습니다! 인증번호[833714]
오늘도 안전한 하루 보내십시오^^!
-S 요원

>>375 꺄악, 내가 뭐라고 한 거야? 훔치는 소리 아니었어? 입술 얘기를 하면 누구라도 그렇게 봤을 거야. 내가 응큼해서가 절대 아니야. 그보다 내 얘긴 찢어버린다는 말이었다구. 이것 봐. 너랑 얘기하다 보니까 어느새 원점을 잃어버렸잖아.
이렇게 험한 소리만 하는 사람을 왜 좋아한다고 말하는지 모르겠네. 억지로 잡지 않고 기다리겠다고 말해준 점은 좋지만 아직도 지구 밖으로 네가 나가줬으면 하는 마음은 유효해.
너는 날 반하게 만들려는 거지. 난 네가 날 싫어하게 만들 거야. 난 게임에서 한번도 져본 적이 없어. 반드시 내가 이길 거라구.
-H

>>377
괜찮아. 사람은 원래 보고 싶은 걸 보고, 가장 먼저 생각나는 걸 피해갈 순 없는 법이거든. 그래서 내가 항상 너를 보고있고, 항상 너를 생각하잖아.
왜 자기 자신을 험한 소리만 하는 사람으로 생각하는거야? 난 너의 험한 소리를 하는 부분도 좋아하지만, 그 외에도 좋아하는 부분이 잔뜩 있어. 글씨가 예쁜 점이라던가, 누구보다 타인에게 솔직하단 점이라던가, 승부욕이 강한 점이라던가. 하지만 그런 많은 요소들은 단지 너라서 좋을 뿐이야. 사랑해.
그럼, 영원히 이 게임이 지속되었으면 좋겠다. 어떤 결과도 내지 않고, 항상 네 곁에 있을 수 있도록. 여기 동의의 의미의 사인이야.
-Y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다면서?
너무 늦었지만, 정말 축하해.
우직하고, 미련하고, 변화를 두려워하던 당신이!
누구보다도 유치한 사람이면서, 남들에게는 멋진 모습만 보이고 싶어 하던 당신이!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마음을 솔직하게 인정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는 것.
굉장한 발전이라고 생각해. 이제라도 괜찮다면 칭찬해줄게!

당신이 행복해졌다니. 나도 정말 기뻐.
당신이 행복해질 수 있다면, 분명 나도 행복해질 수 있다는 거겠지?
그러니까 나도 반드시 행복해질게. 내 걱정은 하지 않아도 좋아.
이런 희망을 가질 수 있었던 건, 전부 당신 덕분이야.
아하하, 이런 말은 당신이 나한테 해야 하는 거 아닐까나?
...한 번쯤은, 나한테도 솔직하게 표현해줬으면 좋았을 텐데.
나 대신 그 사람에게는 많이 표현해줘.
이 편지를 받았다면, 이것만큼은 약속이야.

이야기가 길어졌어.
이제서야 축하 편지를 보내는 미련한 나지만, 그래도 마지막은 즐겁게 장식해야겠지?
줄곧 좋아해 줘서 고마워.
나도 당신이 나를 좋아한 것만큼, 당신을 좋아했어.
이번에는 좋아하는 사람 울리면 안 돼!
부디, 행복하길 바라.

P.S. 당신이 행복해지는 게, 나의 구원이라고 생각했어.

헤일리에게.

안녕, 헤일리. 오랜만! 매일 그리워하던 너의 바닷가와 깎아지를듯한 절벽은 충분히 즐기고 있니? 부디 그랬으면 좋겠다. 내가 있는 곳ー 혹시 잊어버렸을까봐 말하는 거지만, 남부의 서머필드ー는 오늘 날씨가 참 좋았어. 비구름은 아직 산 너머에 있고 전쟁의 기운도 아직 여기까진 도달하지 않았으니까. 참 평화로운 마을이야. 너도 이런 따뜻한 날씨를 좋아하지, 안 그래?

어쨌든... 오랜만이야. 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같은 방에서 공부하고 연구하던 친구가 없으니 일상에 빈 곳이 많더라. 네가 웃을까봐 말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가끔 튤립 화분을 두고 너에게 하듯 말을 걸곤 해. 어디로 도망쳐야 할지, 그리고 가족들은 어디로 보내야 할지. 전쟁의 판도는 어떻게 될지까지도! 나의 귀여운 튤립 양은 퍽이나 괜찮은 청자가 되어주고 있어. 모든 아이디어에 태클을 걸지 않아서 대화하는 재미가 없지만 말이야. 하하. 마법을 걸어서 일정 시간마다 '헛소리 하지 마, 이비'라고 말하도록 할까? 헤일리 네가 말하는 걸 조금 녹음해놓을 걸 그랬어.

너는 고향에 가자마자 뭘 했어? 바다 구경? 가족들은 모두 잘 있니? 너처럼 뛰어난 마법사가 별볼일없는 신학도 행세를 한다니, 여건만 된다면 꼭 구경을 갔을 텐데. 족히 일 년은 웃을 수 있는 농담거리가 될 거야! 이쪽은 말이야, 별로 어렵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지만ー 네 말이 맞았어. 떠났던 시간이 길다 보니 생각보다 정리할 게 많아. 먼지 쌓인 관계들은 예전 같지 않고... 가족들마저 처음에 나를 무슨 괴한 보듯 하던걸. 내가 평생 학교에서만 살 줄 알았대! 상당히 합리적인 추측이긴 했지. 하하.

정겨운 소동과 가족들끼리의 식사도 꽤나 즐거웠지만 최대한 빨리 여기에서의 일을 처리하고 안전한 곳으로 가려고 해. 너도 마찬가지겠지? 우리 예측대로라면 한 달 내에 전쟁은 시작될 테니까. 사냥 시작은 빠르면 일주일이 될지도 모르겠어. 어디로 갈지는 아직 정하지 못했지만... 어쩌면 외국, 아니면 외딴섬? 아무도 모르는 숨기 좋은 곳이 있다면 추천해주지 않을래?
농담이야. 그런 곳이 있다면 헤일리 네가 먼저 잘 숨어있어! 나는 혼자 잘 찾아가볼게.

혹시나 해서 말하는 거지만, 네 편지에 절대로 행선지는 쓰지 말아. 내 마법실력은 완벽하지만, 혹시 모르잖아! 그럴 가능성은 낮지만ー우릴 잡으려고 대마법사나 암호 기술자를 동원할지 모르니까. ...심장을 뺏긴 헤일리라니, 으, 세상에나, 상상하기도 싫어. 정말이지 너와 떨어져 있으니 나쁜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답장해야 해. 그리고 무사한 걸 확인하게 해 줘. 그럴 거지?
그때까지 나는 튤립 양을 너라고 생각하고 있을게. 적어도 이 친구는 쌩쌩하게 잘 살아있거든!



이비가.


P.S. 갑자기 가족들을 타지에 옮겨놓을 수 있는 좋은 변명거리가 있다면 추천 부탁해.



(휘갈겨 서명해놓았다. 동봉된 한 장의 종이에는 화분에 담긴 튤립의 엉성한 스케치.)

안녕하세요? 당신이 잘 지내고 있는지 모르겠어요.

전 어느덧 당신이 없는 364일이라는 시간을 보내고 곧 있으면 딱 일년을 채우는 365일이 맞이하게 됐답니다. 우릴 헤어지게 저의 일방적인 선택 앞에 걸국 눈물을 흘리던 당신의 모습이 매일밤 꿈에 나온지도 딱 그만큼의 시간이 되었네요.


당신은 그날 나에게 울면서 떠나자고 했고.


나는 피투성이의 모습으로 당신에게 고개를 내저었죠.


당신은 언제나 낮엔 양지의 햇살이 따사롭게 내리쬐며 밤엔 별빛이 자애로히 축복을 내리는 영광스런 제국의 여제가 되실 분이었으니까요. 사실 저는 당신이 제게 그리 말해주신 그때, 오롯히 당신의 그림자로서 살아가던 저의 모든 순간마저 포기한체 당신과 함께 어딘가 머나먼 곳으로 도망가고 싶었습니다. 장차 여왕이될 공주와 그 공주에게 그저 한명의 기사로만 남아야 하는 운명이 결코 따라오지 못할 곳으로요.


그러나, 곧 그러면 안된다는 강한 생각에 결국 이를 부서져라 깨물며 거절하고 말았습니다. 제국의 만백성이 원하여 간절히 부르짖는 사람을, 고작 저라는 사람의 욕심 때문에 감추고 품어둘 수는 없으니까요. 당신은 하늘을 고고히 날아가는 매와 같아서 감히 그럴 수 있을거라는 생각조차 그때의 저에겐 들지 않았습니다.


지금 이렇게 당신에게 편지를 쓰지만 분명 이 편지는 닿지 않을테죠. 그래서 이렇게 도리어 팬을 들어 분명 닿지 않고, 설령 닿는다해도 이제는 아무런 의미도 없을 지나간 시간에 묻어두었던 말을 이기적이게도 적어본거죠.

당신을 떠나 제가 자리잡은 이 한적한 시골은 당신의 눈동자와 똑같은 푸른빛의 아름다운 호수가 있어요. 그 호수를 보며 당신의 무탈과 행복을 바라고 성에 있었던 무수한 나날처럼 지금도 검을 휘두르며 단련합니다. 그렇게 하루를 보내고 나면 더이상 당신을 힘들게 만드는 나의 목소리가 더이상 당신에게 닿지 않음을 감사하며 잠드는 이 하루가... 이젠 저에겐 가지런한 일상이 되었습니다.


공주... 아니, 여제님. 그러니 더이상 저를 찾는데 그 귀중한 시간을 할애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저는 당신의 애정에 보답하기엔 그저 부족하기만 했던 사람이었고, 지금은 비겁하게도 그럴 자격도 없이 당신의 행복만을 바라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그러니 당신은 그저 높게 비행하며 은혜로운 푸른 하늘 속에서 당신의 활로로 날아가주세요.


...사랑했습니다. 그래서 미안했습니다.


-당신의 부족했던 기사, 아스테어가.

> 야 어디갔어
> 집 같이 가자니까
> 나 어제 ㄹㅇ 학교에서 호랑이 봤다니까??
> 정녕 내가 호랑이 밥이 되어도 좋으냐 매정한시끼야

>>382
> 아직도 그 소리야?
> 학교에서 호랑이가 어케 나와
> 드립은 한번만 쳐야 재밌다 이시끼야

>>382

> 거 참 어디 갔냐니 당연히 집이지
> 그리고 나도 학교에서 살펴 봤는데 호랑이는 무슨 귀여운 고양이 한 마리도 없더만
> 에잉
> 그리고 요즘 시대에 호랑이는 무슨 호랑이야 잘못 봤겠지
> 그거 그냥 꿈 꾼거야 꿈 꾼거
> 그리고 너라면 호랑이한테 먹힐 일 없으니까 걱정 마

>>384 # 헐 이미 답 올라온걸 몰랐네 미안해 ㅠ^ㅠ 내건 없는걸로 해줘!!

>>383
> 아니 진짜라고
> 복도에서 우리반 옆으로 지나가는게 보였다니까
> 개컸다니까 ㄹㅇ 과학실쪽으로 갔다고
> 드립이 아니니까 뇌절치는 거 아닐까 친구야???

>>384 #ㅜㅜㅜㅜ미안해! 둘다이어야하나 어쩌나 하고 있었는데 말해줘서 고마워!! 아니면 >>383 참치만 괜찮으면 단톡이였다고 해도 괜찮을거 같은데...!!!

>>386 # 아냐 아냐 확인도 제대로 안 하고 써버린 내가 미안해! ㅠ^ㅠ 나는 괜찮으니까 >>383이 원하는대로 결정해주면 된다!

>>386
> 아니 그렇게 큰게 지나갔는데
> 왜 너만 봤냐고 ㅋㅋㅋ
> 그 때 졸고 있었던 거 아냐?
> 글구 그 시간에 우리반 과학실이었는데
> 아무도 못 봤대
> 너 땜에 나만 이상한 애 됐다구

# 엄...이을때 갠톡 느낌으로 이은거라... ;ㅅ;

>>388
> 아니 진짜로
> 아 억울해서 호랑이밥이 아니라 지금 복장터져 죽을듯
> 내가 학교에서 365일 중에 360일을 자기는 하는데
> 진짜라니까 미추ㅇㅓ버리겟네
> 암튼 빨리 마중나와 나주워가

#아냐!! 강요는 아니었으니까 ㅜㅜ 그럼 계속 이렇게 이을게!!

>>387 # 다음부터는 꼭 레스 쓰기 전 새로고침을 까먹지 말아야..! ㅠ^ㅠ 그럼 난 슬쩍 가볼게! 잠깐이지만 혼란스럽게 해서 미안해! 혹시라도 어장주... 이 레스를 보신다면 내 레스 하이드를 부탁해요..!

>>389
> ㅋㅋㅋㅋㅋ
> 안대 주그지망 너 없으면 심심해서 나도 주거
> ㅇ
> 근데 오늘은 너 혼자 가면 안댐?
> 나 쫌 할거 있어 바로 못 나가 ㅠㅠ

# 고마워 열심히 이어볼게

>>391
> 오늘 호랑이한테 잡아먹히면
> 너도 잡아먹으라고 할거 쒸익
> 근데 왜 못가
> 뭐하는데?? 기다려도 같이 못가?
> 떡볶이 바칠게

>>392
> ㅋㅋㅋ 창귀 현실판 나오겠네 ㅋㅋ
> 그래그래 부디 그렇게 해줘라
> 기다리면 같ㅇ
> 같이 갈 수는 있는데 꼭 기다려야겠어?
> 떡볶이는 담에 먹어도 되는데
> 오래 걸ㄹ지도

>>393
> ㅋ
> ㅋㅋ
> ㅋ............
> 난 진짜 개쫄린다고.........
> 근데뭐야 바쁜거야 아픈거야
> 너 손가락에 버그난듯
> 떡볶이를 거절하다니 심상찮아

>>394
> ㅋㅋ 쫄? 쫄???
> 아 나 지그ㅁ 한 손으로 치고 있어서
> 버그 아니다 버퍼링이다
> ㅋㅋㅋㅋ
> 야 근데 지금 본관 쪽 봐바
> 머 안보임?

>>395
> 쫄리는데 머어쩔건데
> 당연한거아니냐고
> 호랑이는....사람을 찢어.....
> 엥 손 한짝 어디갔냐
> ㅇㄴ 안볼래
> 내 심장 입 밖으로 탈출하기 전에 그런거 하지마라

>>396
> ㅋㅋㅋㅋㅋ 개쫄보
> 개귀엽네
> 손에 짐 있어서
> 왜 딱 한번만 봐바
> 저기 3층 복도

>>397
> 아직도 호랑이가 드립인줄 아나본데
> 하.............................
> 2분간 카톡없으면 119 불러
> 라ㅣ
> ? .
> ??ㄷ?
> ?ㄴㄹ

>>398
> 일단 보고 말해
> 봤어?
> ?
> 야야
> 친구야?
> 대답 안 하면
> 진짜 119 부른다?

>>399
> 봤
> ㅂ
> 봣
> 는데
> 아니 부르면
> 민폐
> 야
> 나 다리 힘풀린거 같애
> 손가락 움직이는게 기적

>>400
> ㅋㅋㅋㅋㅋㅋㅋㅋ
> 그래 기절 안한게 용하다
> 아
> 뭐 봤어 그래서?
> 거기 앉아서 숨 좀 돌리고 말해줘봐

>>401
> 므ㅓ야
> 너도 복고 말한거ㅏ 아냐?
> 너도 빠릴 ㅂ
> 아니
> 아냐
> 아냐
> 보지마
> 눈마주치면 진짜 호랑이밥;
> ㅇ씨 내가 진자
> 짅짜 호랑이 봣댓자나

>>402
> 뭐 나도 보고 있긴 했지
> 에이
> 호랑이밥은 무슨
> 호랑이 은근 입맛 까다로워서
> 아무나 안 먹어
> 근데 또 본거야?
> 어떻게 생겼는지 묘사 가능?

>>403
> 보고 잇엇ㄴ
> 근데 이렇게 평화롭냐고
> 우린 이제 딱 디졋음
> 하교불가;
> 배고프면 입맛이 무슨 소용이냐고
> 산에 있을 애가 여기 왜잇겟냐고ㅠ
> 몇번 말하냐
> 집채만한 왕호랑이 인간 나부랭이 1초순삭컷 낼것처럼 생겻는디요ㅠ
> 나 욕나올거 같애
> 엄마......................

>>404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지금이라도 ㅈㄴ 뛰면 튈 수 있을지도?
> 글게 왜 여깄을까
> 배고파서가 아니라 심심해서 아닐까?
> 쫌 ㅋㅋ 그만 쫄아 ㅋㅋㅋ
> 야 근데 2층 복도에 있는 건 뭐냐

>>405
> 미쳤냐고
> 저 호랑이 한번 겅중하면
> 우리 개뛴거 10초면 따라잡힐듯;
> 호랑님이 뭐가 심심해서 학교에 오셨을까......
> 역시 입이 심심해서가 아닐까........
> 2층은 또 뭐야
> 안볼거야 미친
> 지금이라도 종교를 갖고 기도를 올려볼까............

>>406
> ㅋㅋㅋㅋ 왜 혹시 알아?
> 애처로워서 봐줄지도 모르자너
> 아니 ㅋㅋㅋㅋㅋㅋ
> 먹는거에서 좀 벗어나 ㅋㅋㅋㅋㅋ
> 안 먹을거라니까 ㅋㅋ
> 왜 한번만 봐바
> 기도해봤자 보이지 않는 신보다 보이는 호랑이가 더 무서울걸?
> 쫄? ㅋㅋㅋ 쫄???? ㅋㅋㅋㅋㅋㅋ

>>407
> ㅋㅋ......
> 곶감 없냐
> 저번에 급식으로 나온 홍시아이스 어디없냐;
> 니가 무슨 강형욱이야
> 호랑이 말을 알아들어?
> 애초에 강형욱은 개파라고
> 아 쫄린다고 뒤지겟다고
> 뭐있는지 니가봣음 알려주든가

>>408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아 웃겨죽겠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 킹리적 갓심 모르냐 그럴지도 모른다는거지
> ㅋㅋㅋㅋㅋㅋㅋㅋㅋ
> 갠차너 안 죽어 엄살 개심해 너 ㅋㅋ
> 아니 뭐 있는지 모르니까 봐달라는건데?
> 빨리 봐야 빨리 나간다 나?

>>409
> 이상황에 웃는넌 그럼 이미 나사풀렷냐
> 나 진짜 걍 교실 구석에 찌그러져 자고싶어
> 집 못가 ㄴㅏ
> 내 작은 심장 지금 목젖까지 올라옴
> ㅇㅏ
> 이ㅏ;십
> 니땜에 2층보려다
> 또 호랑이봣잔ㅏ
> 하나ㄴ님오갓지져스

>>410
> 아니 니 반응이 웃긴데
> 어케 안 웃어 ㅋㅋㅋ
> 근데 너 아직 교실이었어?
> 아니면 다시 들어가고 싶단 거?
> ㅋㅋㅋㅋㅋ
> 호랑이 아직도 거기 있나
> 구경갈까

>>411
> 지친구의 불행에 행복해하는 모습
> 우리우정 다시금 확인했다 고ㅏ맙다
> 아직 ㅛ교실인데
> 미쳣냐
> 미친거ㅏ아냐?
> 싫어
> 나 진짜 진심으로 먹방 라이브로 볼생각 없음

>>412
> 우리 우정이 이정도지 그럼 ㅋ
> 아니 너 마중가려면 어차피 가야해
> 데리러 오라던 사람 오데갔나
> ㅋㅋㅋ
> 나 지금 너네 교실로 간다?
> 복도 지나간다?

>>413
> 아니 ㅣㅅ;미친
> 그때는 호랑이 없는
> 아ㅣ나ㅣㅓ;ㅣ악
> 오지말라고
> 오지말라고
> 미치너거아냐
> 오지마

>>414
> 아 ㅋㅋㅋㅋ 좀 진정해
> 아무것도 없는데 호들갑은 ㅋㅋ
> 글케 걱정되면 좀 봐바
> 호랑이 어디쯤 있는지
> 근데 너 호랑이는 보이는데
> 나는 안 보이냐?

>>415
> 아무것도없다고?
> 진심으로?
> 진짜로?
> ?;???
> 너 어딧엇는데
> 몰라 너 머리카락도모ㅅ봄
> 나 나가도돼?
> 진짜 없어?

>>416
> 나 계속 보이는데 있었는데
> 아 그걸 못보네
> 일단 내가 볼 땐 없담
> 모가 있다는거야 털찌끄래기 한가닥두 없구만
> 글케 무서우면 나오기전에 복도 함 슬쩍 보든가
> 사알짝 봐 ㅇ주 살짝

>>417
> 너 구라 계속까다
> 호랑이가 잡아간다
> 어쨌든 나 너 믿고 나간다???
> 문앞에 있어야 돼 너
> 아무리그래도 니 쫄보친구
> 심정지일으키는 꼴 보고싶진 않을거아냐

>>418
> 잡아갈테면 잡아가라지
> 안무섭담~~
> 나 아직 복도 끝이라
> 먼저 나와도 될듯?
> 걱정마 심정지 오면 바로 심폐소생해서 살려줌 ㅇㅇ
> ㅋㅋㅋ 아니면 내가 문 두드릴 때까지
> 교실에 있어

>>419
> ㅇㅋ
> 나그럼 얌전히 교실에서
> 불경외우고 잇을거
> 마하반야 머시기..........
> 저 겁대가리상실한 제친구가 무사히 교실 앞까지 오게해주세요...........

>>420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호랑이를 무슨 불경으로 쫓냐 ㅋㅋㅋㅋ
> 귀신도 아니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드르륵
> 여긴 없네...
> 탁
> 드르륵
> 여기도...없네...
> 탁
> 드르륵
> 여기도 없고...
> 탁

>>421
> 미친
> 돌았냐
> 귀신같아
> 널 쫓아야할거 같애
> 돌았냐고
> 드르륵탁 이러고 있네
> 아ㅣㅓ;
>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 미쳤냐고 ㅠㅠㅠㅠㅠ

>>422
> 니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불경 외우니까 그래 ㅋㅋ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아 너 그거 암?
> 오래 산 호랑이는 사람 목소리도 흉내낸대
> 호랑이는 영물이래서랬나
> 이제 누가 문 똑똑 하고 너 부르면
> 못 연다 ㅋㅋㅋㅋㅋㅋㅋㅋ

>>423
> 진짜
> 미친거아님?
> 너 ㅣ 우리교실 문 노크할때
> 교가불러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 ㅠㅠㅠㅠㅠㅠㅠㅠ
> 호랑이가 설마
> 교가까지 알겠냐
> 교가 완창하면 문열어줄거ㅣ;

>>424
> ㅋㅋㅋㅋ 아니 나 웃겨 죽겠다 진짜 ㅋㅋㅋㅋㅋㅋ
> 야야 생각을 해봐
> 어제오늘 학교에 나온 호랑이가
> 언제부터 있었을지 어케 알아
> 글고 교가도 알고 있으면?
> 장산범 모르냐 장산범
> 그거 막 물소리도 흉내내고 한다는데
> 교가 정도는 껌일듯?

>>425
> 너 이스ㅔ끼
> 좋냐?
> 좋아???
> 행복해??
> 오늘 무사히 집가면 엄마빠한테 다이를거 니
> 그럼 교가부르고
> 가창 수행 노래도 부ㄹ러
> 원소주기율표도 20번까지 외우고
> 조선왕조도 읊어

>>426
> 어 무지 좋아 넘 행복해
> 떡볶이 안 먹어도 개꿀잠 잘 수 있을 듯
> 야잌ㅋㅋㅋㅋㅋㅋ 초딩도 아니고 진짜 ㅋㅋ
> 아 귀찮다 나 그냥 먼저 갈래
> 복도에 아무것도 없다니까 들갑들갑 호들갑 진짜
> 개귀엽게 ㅋㅋㅋ
> 나 간다? 빠빠이다?

>>427
> ㅇㅉ 걍 초딩할거
> 니 말하는거보면 니도 초딩이거든??
> 아 왜 먼저가는데
> 지가 먼저 겁줘놓고
> 귀엽다고 하면 봐줄 줄 아나ㅋ
> 내 가운데 손가락이 인사하려고 한다
> 아씨 그럼 원소주기율표만 외우면 문 열ㅇㅓ줄게

>>428
> 아니 반응이 넘 찰진데
> 그걸 어케 그냥 둬 ㅋㅋ
> 니 손가락 인사 보기 싫어서라도 그냥 갈란다
> 나 그거 아직 못외워서 못하지롱
> 어 근데 무슨 소리 안 들리냐?
> (음성파일)(천천히 문 열고 잠시 뒤 천천히 닫는 소리)

>>429
> 그걸 왜 아직도
> ㅣㅏ;어ㅣㅓ;ㅣㅓ
> ㅏㅆ안들어
> 나 심장 많이 뛰어서 토쏠려 진심으로
> 진짬 ㅣ;ㅁ친
> 학교에서 밤새겟네

>>430
> 나는 너 땜에 웃다가 죽어 진짜 ㅋㅋ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야 안돼 너 집에 안들어가면 나만 고생해
> 그니까 마지막으로 복도 한번만 봐바
> 딱 한번만
> 마지막 찐막!

>>431
> 너 내가 속으로 욕 개많이해서
> 니 만수무강할듯
> 복도에 너만 있는거지?
> 창문에 얼굴대고 잇고 그러면
> 진짜 창문 깨ㅂㅓ릴거

>>432
> 이미 만수무강 중인데 ㅋㅋ
> 아니 혹시 모르니까 보라는거잖어
> 나한텐 안 보이는데
> 너한텐 보일지도 모르니까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쫑알댈거면 나 그냥 갈거야
> 빨리 봐
> 지금

>>433
> 그러니까 내가 어
> 좀착하게 살라그랫지
> 나한테만 보이는 호랑이같은게 어딨어
> 몰라 지금은 없느느거같ㅇㅐ
> 진짜 갔나
> 또 과학실 갔나
> 과학실에 떡숨겨놧나 튀자 빨리 제발

>>434
> ㅋㅋㅋ
> 착하게만 살면 재미없어
> 그래서 보긴 본거?
> 아무것도 없어?
> 제대로 봐줘야 나도 가지
> 돌아오기 전에 나가고 싶잖아?
> 튈 거면 복도로 얼렁 ㄱㄱ

>>435
> 그래 혼자 실컷 만수무강해라
> 어 봣어
> 봣어 없어 몰라 없어
> 과학실쪽에 암것도 안보이니가 업ㅅ는거겟지
> 나간다

#이대로 둘이 복도에서 만났을까!! 호랑이소동이 어떻게 마무리 됐나 궁금타!

>>436 #문 열고 나오니 호랑이! 가 아니라 친구가 있어서 둘이 투닥대며 집에 잘 갔답니다 와 메데타시 메데타시 그런데 친구 뒤에 꼬리가..? 라는 엔딩으로 생각했는데 그냥 잘 갔구나 해줘도 돼 ㅋㅋ 재밌었으려나 모르겠네!

>>437 #엄청 재밌었어! 문열엇더니 호랑이여서 으악ㅢㅏㅓ!! 하는거려나 생각했는데 친구뒤에 꼬리가.....?? 도 좋아! 귀엽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호랑친구 참치쪽은 재밌었나 모르겟다!!

>>438 #여태 엄청 겁줬는데 엔딩까지 그러면 안될거 같아서 ㅋㅋㅋㅋ 문옆에 숨었다가 워! 하고 놀래키는 정도는 했을지도 모르겠다 ㅋㅋ 응 나도 재밌었어! 이런 티키타카 오랜만이라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빠져있었어 와 ㅋㅋㅋ

>>439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때렸을지도...! ㅋㅋㅋ 재밌었으면 다행이다!! 나도 현실친구 티키타카 바이브 보고 싶었거든! 수고 많았어~ =D

생쥐놈 보거라.


예끼 이 자식아! 너는 어디가서 5현인의 제자라고 칭할 생각일랑 말거라. 모험 모험 노래를 부르길래 여물지도 않은 것 내보내줬더니, 감히 내 귀에 이딴 소식이 들리게 만들어?

나는 모험이라길래 용이라도 때려잡고 올 심산인 줄 알았더니만... 마법사가 되어서는 좀도둑질이 말이나 되는 소리냐! 아이고, 훔칠 것이면 좀 좋은 것을 훔쳐 이름을 날리던가, 크지도 귀하지도 않은 공주의 보석 따위를 가지고 현상수배를 당하느냐 이 것아. 죽어서도 영감들 볼 낯이 없구나.

옆나라 대마법사 영감이 새로 들인 제자는 벌써부터 원소마법을 척척 한다더라. 애가 너와 다르게 아주 야무지고 참하니 마법사답더구나! 그런데 너는, 아주 핏덩이적부터 먹이고 입히고 가르치며 키운 것을 이런 식으로 은혜를 갚느냐!

하여간 이런 것도 하나밖에 없는 제자랍시고 귀히 여긴 내가 잘못일테지. 정원일이 마무리되면 곧 데리러 가겠다.
보름 정도 걸릴 게야. 그간 사귄 친구들과 인사라도 하고 있는 게 좋겠구나. 돌아오면 앞으로 족히 10년은 밭이나 갈며 지내야 할 테니까!


분노를 담아,
자비로운 스승이 보낸다.


p.s. 내 금방 갈테니, 목숨줄 잘 붙여놓고 있거라. 이상한 애송이에게 걸려서 모가지랑 현상금 바꿔먹지 말고!

망자 666호님께.

안녕하세요, 망자 666호님……. 오늘은 당신께서 망자가 되신 이후로 맞이하는 13번째 추석이에요. 여전히 저를 피해 열심히 숨어계신가요? 고운 정보다는 미운 정이 들었지만 한가지 알려드릴게 있어 글을 남깁니다.
저는 올해로 13년차 저승사자입니다. 이승 기준 13년차라면 모를까, 저승에서는
햇병아리 저승사자에요... 때문에 당신의 다음 기일까지 망자 인도를 해내지 못하면, 그때부터는 차사님께서 직접 당신의 인도를 맡으실 예정이에요.
차사님은 정말 엄청 매우 많이 무서우시니까 제 손에 인도되셨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그럼 다음번에 찾아뵙겠습니다.

저승사자 132호 올림.

잘 지내니?
이번 추석에도 내려오지 않아도 된다.
공부에 집중하렴.

엄마가.

>>442

저승사자 132호에게

즐거운 추석 되시길 바랍니다.
이승에서도 10년 이상 알고 지낸 사이는 손에 꼽을 정도로 드물었는데, 저승사자님과 13년이나 연을 이어오게 되다니 참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사자님의 염려 감사드리나 저는 사자님께도 차사님께도 잡힐 마음이 없음을 알려드리려 이렇게 친히 답장을 적습니다. 험난한 저승 생활 13년을 허송세월로 보낸 것은 아니라서요.

아무튼... 다음 기일까지 딱 일 년이 남았네요. 수고하시길 바랍니다. 사자님과 만날 일은 없을 듯 하니 바쁘신 와중 번거롭게 찾아뵙지 않으셔도 됩니다. 즐거운 추석 되시고, 저 말고 다른 망자들 많이 잡으셔서 하시는 일 모두 번창하시길 바랍니다. 차사님께도 666호 망자는 포기하는 게 좋을거라 미리 일러주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네요. 안녕히계세요.

P.S 저번에 도망칠 때 얼굴에 주먹을 날린 건 정말 죄송했습니다. 본능적으로 그만... 아직 마음에 담아두고 계신 건 아니시죠?

당신에겐 절대 잡히지 않을 망자 666호 드림.

>>444

망자 666호님께.

친히 답장 남겨주셔 감사합니다.

모든 저승사자는 이승의 기억을 잃기 때문에 망자 666호님과 같이 전생에 10년 이상 연을 맺은 사이가 있는지 비교할 수 없네요…. 13년이나 만나고 있는데 얼굴 한 번 제대로 마주한 순간이 극히 짧다는 점이 눈물나네요!

그렇지만 차사님께서는 인도에 따르지 않는 망자에 관하여 즉시 처분이 가능하시단 말이에요……. 이승에 무슨 한이 맺히셨는지는 모르겠지만, 소멸되는 것보다는 제게 인도되어 다음 생을 기약하시는 편이 좋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망자 목록은 매일 갱신되고 있으니 제 번창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정말 걱정된다면 다음 번에는 제 손 잡고 저승으로 가주세요……. 안녕히계세요가 아니에요!

P.S. 죄송하시면 저랑 만나주세요.

저승사자 132호 올림.

>>445

저승사자 132호에게

바쁜 현대 사회에서 10년 이상의 인연은 정말 드물죠. 그런 의미에서 저와 저승사자님의 인연이 참 소중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자님께 잡혀서 사라지기 아쉬울 정도로 말이에요. 세상사 이런저런 인연이 있기 마련 아니겠습니까. 만남이 짧아야 다음이 기대되는 법이죠!

이승에 그닥 한이 깊은 건 아니지만… 다음 생으로 넘어가긴 싫어요. 전에는 예전의 삶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일념 하나로 도망쳤는데, 이제는 모르겠네요. 13년이나 지나버렸으니 말이죠. 하지만 다음 생은 더 싫습니다. 근데 소멸은 더 싫네요. 저는 이곳 저승에서 꼭꼭 숨어 하루하루 저승사자님의 번영과 풍요를 기도하며 살아가도록 하겠습니다. 이렇게 사자님을 생각해주는 망자가 또 어디 있을까요?

P.S 그리 원하신다면 데이트는 해드릴 수 있지만, 안타깝게도 인도를 위한 만남은 거절입니다.

사자님을 위해 기도드리는 망자 666호 드림.

>>446

망자 666호님께.

제게 잡힌다고 사라지지 않아요! 살아생전 지은 죄를 씻어내는 시간을 가진 후에야 다음 생으로 넘어가실 수 있습니다…. 13년간 다음을 기대하며 지내왔더니 다음이 있는지조차 확신할 수 없게 되었어요…….

무슨 생을 살아오셨는지 감히 짐작할 수 없으나, 싫다고 해서 해결되는 것은 이승에서도 저승에서도 없습니다. 하고 싶은 것만 하면서 살 수 없다는 말 들어보셨잖아요. 죽고 나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최악이 싫다면 차악을 선택하시는 수 밖에 없잖아요…. 제게 기도해주시지 않으셔도 정말 괜찮아요. 숨바꼭질은 그만해요…. 차사님께 당신의 인도에 관하여 보고를 올리러 가는 제 입장도 조금만 생각해주세요.

P.S. 데이트라고 하면 속아주시나요?

저승사자 132호 올림.

>>447

저승사자 132호에게

하지만 잡히면 사자님과 제 인연은 사라지는 거 아니겠습니까? 아, 아님 중단 된다고 봐야하는 걸까요. 사자님은 저와의 인연이 그리 소중하지 않으신가봅니다. 상처예요.

장난입니다. 살아생전 지은 죄가 많으니 아주 오랜 시간을 거쳤다가 다음 생으로 넘어가겠네요. 하지만 어쨌든 다음 생은 싫습니다. 이승이고 저승이고 참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들 투성이네요. 태어나고 죽는 것도 내 마음대로 못했는데, 이제는 죽고나서도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없다니. 세상은 왜이리 불합리한걸까요? 신에게 따지고 싶은데 당장 상급자 좀 불러와주실 수 있으신지요. 농담입니다. 신을 믿는 편은 아니지만 지옥에 가고 싶진 않네요.

상사에게 눈치 보이는 그 감정 아주 잘 알고 있기에 항상 미안한 마음입니다. 13년 간 폐를 끼친 점 사과드립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폐를 끼치게 될 것 같아, 미리 사과드립니다. (고개 숙인 인간 그림이 낙서되어있다.)

P.S 한 번쯤은 속아줄 수 있습니다. 애프터는 기대하지 마세요.

>>448

망자 666호님께.

저는 저승사자입니다. 인연이라는 것은 본디 살아있는 자들끼리 이어지는 것입니다. 망자와 저승사자에게 인연은 남지 않아요…. 상처 받으셔도 어쩔 수 없어요. 그것이 망자입니다…….

이승에서 말단 직원이 회사의 대표를 만나고자 한다고 쉽사리 만날 수 없지 않나요?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삶과 죽음은 마음대로 할 수 없지만, 삶에서 죽음까지 이르는 시간은 비교적 당신의 마음대로 하실 수 있습니다! 무작정 싫다고 하신다고 한들 저는 당신을 남은 1년동안 쫓아다니고 회유해야 합니다. 성공적으로 인도하는 날을 꿈꾸고 있어요.

당신이 누구보다 소멸되지 않기 바라는 저승의 존재는 제가 유일할 것입니다. 폐를 끼쳐도 좋으니 종국에는 제게 인도되어 주기면 감사할 따름이에요.

P.S. 속아주신다고 말해서 기쁘네요…. 한 번의 데이트라도 당신과 제대로 만날 수 있으면 기뻐요. 날짜는 만나뵙기 귀한 당신의 일정에 맞추도록 하겠습니다.

저승사자 132호 올림.

>>362
차라리 우체통 말고 집 앞에 놓지 그랬어?
온 줄도 모르고 한참 후에서야 확인해버렸잖아.
이제 올 편지도 없어서 거의 확인 안 해, 그쪽은.

너는
(펜으로 그어져 있다.)
당신은 여전히 내 피고용인이지.
열쇠도 가지고 있으면서 안 오다니.
근무태만 아니야?
오고 싶다면 찾아와, 뭘 기다리는 거야?

-당신의 고용주가-








(편지의 뒷면, 귀퉁이에 무언가 더 적혀 있다.)

아직도 날 사랑해?

>>450
아, 그게 문제였어?
어쩐지. 당신이 내 편지를 무시할 리 없지.
그럼 다음엔 집 앞에 둘게.

근무태만이라니. 내가 지금까지 청소를 얼마나 열심하 했는데?
물론, 집 안까지 들어가지는 못했지만... 아무튼. 집 근처는 잘 해줬다고?

찾아가도.... (몇번 죽죽 그어 지웠다)
한번만 더 답장해주면 찾아갈게. 나도 준비할 시간은 필요하니까.
....이름을 적으려 했는데, 역시 그건 내 입으로 말하고 싶어.

-깡통-

P.S. 역으로 질문하겠는데, 왜 아닐거라고 생각해?


//오랜... 오랜만... 이에요... ㅇㅁㅇ (답장 받을거라고 생각을 못함)

>>451
자신감 하나는 칭찬할 만하네.
다음부터는 집 앞 문에 꽂아두던가 붙여놓고 가던가 해.

그러면서 고용주 얼굴 하나는 뺀질나게 피하고?
웃겨, 정말.

p.s.시간이 많이 지났길래 지금 쯤이면 식어졌을까 했지.

-고용주가-


#오랜만이에요! (*´∇｀)ﾉ 편지통에 편지가 왔을 줄은 상상도 못해서 지금에서야 보게 되었네요. 잘 지내셨어요?

>>452
피하다니. 그건 뭐, 나름대로 사정이 있었다고?
나중에 얼굴보고 이야기해줄게.
곧 찾아갈거야.
당신은 항상 예쁘니까, 굳이 예쁘게 꾸미고 있다거나 안해도 돼.
대신 내가 좀 차려입고 가볼까?

-깡통-

P.S. 하하, 그럼 반대로. 당신은 원래 식어있었으니까 못 본 사이에 날 사랑하게 되었으려나?

//저야 잘 지냈죠! 현생에 조금 치이긴 하지만, 항상 있던 일이니까요!
그러고보면 마르주는 한번 크게 앓았다고 하셨었는데... 지금은 괜찮으신가요? :0

>>453
뭐, 멋진 변명 기대할게.
너무 늦게 오진 마.
잊어버릴지도 모르니까.

글쎄...마음대로 해.
대신, 하고 온다 하면 좀 기대해도 되는 거지?

p.s.그렇길 바라?

-고용주가-


#잘 지내셨다니, 좋은 소식이네요!
앗, 기억하실 줄은 몰랐는데...지금은 괜찮아졌어요. 여전히 바빠서 정신없긴 하지만요. (*´∇｀)>

>>454
잊어버리다니. 그래놓고 진짜 안가면 나 보고싶어서 울거지?

기대라.... 나한테 기대할게 뭐 있다고. 퍈하게 기다려.
어차피 차려입어도 당신만큼 예쁘진 않을테니까.

이 편지는 내가 직접 전해줄게.

-깡통-

P.S. 당연하지. 당신이 내게 키스해줄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는걸?

//괜찮아졌다니 정말 다행이에요! 현생이 조금 안타깝긴 하지만... 앞으로는 안아프셨으면 좋겠네요! XD

그리고...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혹시 아직 끝맺지 못한 캔과 마르의 이야기를 이어가실 생각이 있으신가 해서.... 한번 우편을 남겨봤습니다... ._.)

안녕.
나를 기억해? 나 지하야.
우리 약속했었잖아. 10년 뒤 네 생일에 항구에서 꼭 다시 만나기로 했는데.
그거 지키지 못하게 됐다고 말해주려고 편지한다.
안심해도 좋아. 복수를 하겠다는 약속은 어기지 않았어.
그 놈은 내가 죽였으니까.
기사 몇 개만 확인해보면 아마 우주연방 지명수배 목록에 내 사진이 대문짝만하게 있을 거야.
하하. 탈영병이라니 웃기는 꼴이지...
그러니까 모행성에는 방문하지 않을 거야.
내가 가면 다시금 재앙을 불러오는 거나 다름없잖아.
너에게나 나에게나... 그렇지?
어지러워서 글씨가 엉망이야. 미안. 이쯤 마무리할게.
생일 축하해.

>>455
#그...생각을 좀 해보고 왔어요. 저도 캔과 돌리면서 정말 즐거웠고 우편을 이으면서도 조금 더 이을 수 있을까 했어요. 문제라면, 제 답텀이 길 것 같다는 점과...제가 마르 굴리는 법을 조금 잊은 것 같다는 거예요. 그래도 괜찮으시다면 저는 더 이어가고 싶어요.

>>457 //헛 무심코 들어왔는데 갱신돼있어서 바로 답글 남길 수 있게 됐네요! XD 답텀.... 은 솔직히 저도 조금 느릴것 같기도 하구... 조금 돌리다보면 감이 돌아오지 않을까요? 저도 마르랑 돌리면서 너무 즐거웠어서, 이대로 끝내기는 아쉽기도 해요!
여담이지만 아까 잠들었을때 거절당하는 꿈을 꿔서 (._.)... 상태였는데 허락해주시니 너무 감사해요!!

안녕하세요 김선생님
이성준입니다.
저는 잘 지내고 있어요. 인천에서 벗어나 본 적이 없던 제가 어쩌다 제주도에서 일하고 있네요.
이곳 생활은 할만해요. 좀비 바이러스를 관리하는 감염내과 외래교수는 꽤나 피곤한 일이지만요.
그래도 컴플레인도 없고 아주 좋습니다. 불만이 있으면, 퇴소조치를 하겠다고 하면 되거든요. 아무튼 저같은 또라이한테는 잘 맞는 자리인 것 같습니다. 가끔 환자가 절 물어뜯어려 들지만 않으면 말이죠.
김선생님은 아마 대리석 벽이 깔린 홀에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는 편안한 일상을 누리고 계시겠죠. 재수없습니다.
요즘 일상에 스릴이 좀 부족하실 것 같은데 박애정신을 지참하고 도우러 와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만 총총.

내가 지금 당장 죽지 말아야 할 이유를 하나만 대 봐.

ㅡQ.

>>460

제가 당신의 죽음을 바라지 않아요.
이걸론 이유가 안 될까요?

ㅡA.

>>461

어째서 바라지 않는 건데?
사람이 죽는 게 싫어서?

ㅡQ.

>>462

저는 내일도 당신을 만나고 싶으니까요.
만날 수 없게 되면 외로워요.

ㅡA.

>>462

저는 내일도 당신을 만나고 싶으니까요.
만날 수 없게 되면 외로워요.

ㅡA.

>>463 # (463 레스를 우체통 세워준 참치가 보아주신다면 조속히 하이드 바랍니다 ㅜㅜ)

>>464

만나도 즐거울 일은 하나도 없잖아.
그냥 자리에 앉아만 있을 뿐인걸.

ㅡQ.

>>458 #저야말로 받아주셔서 감사해요. 그러면 1:1 조율하는 곳으로 먼저 가 기다릴게요. 그쪽에서 뵈어요! (*´︶`*)

지금 어디에 있어요?
같이 가겠다더니 설마 도망간 건 아니죠?
이거 보면 문자해요 이 아저씨야.

언니 언니
나 오늘 산책하면서 민들레를 발견했지 뭐야!
꺾어서 엄마에게 보여주려고 했지만
언니가 했던 말이 생각났어
꽃은 꺾지 않고 보는 편이 예쁘단다
그렇지? 맞지?
그래서 흙 째로 퍼서 집으로 돌아갔는데
엄마가 바닥에 흙이 떨어진다고 혼냈어!
착하다고 칭찬해주는 언니가 없어서 조금 외로웠어...

코우

>>468 미안, 어제 회식 때문에 과음했더니 늦잠 자버렸어 ... 지금 후딱 준비하고 있으니까 금방 갈께. 진짜 미안해!

>>468

지금? 항구 적하장
상황이 많이 개떡이 됐네. 미안해
시간 다시 잡아야 될듯
아직 거깄어? 곤란한 점은 없고?

# >>471 하이드 바랍니다!

>>470
그러게 술은 적당히 마시라고 했죠?
그러다가 몸도 나빠진다니까요? 이제는 건강 챙겨야죠.
미안하면 빨리 준비하고 조심해서 와요.
나 아직 기다리고 있으니까.
뭐 피곤하면 안 와도 되고.

내가 ⸺하고 네 이름을 불러도 넌 아무렇지도 않았을까?
나도 드디어 아무렇지 않게 된 것 같아.
네가 밀어내도 아프지 않고,
네가 웃어줘도 설레지 않아.
나 이제 널 좋아하지 않아.
그동안 내 마음만 앞세워서 미안했어.
이제 귀찮게 하는 일 없을거야.
인사조차 싫다고 하면 학교에서 마주쳐도 인사하지 않을게.

>>473 사회생활이라는게 내 맘대로 되는게 아닌데 ... 이 이상 말하면 또 꼰대니 뭐니 소리 들을 것 같아. 기다리고 있는데 피곤하다고 안가면 또 왕창 삐질꺼면서. 기다리고 있어 꼬맹이 금방갈께.

언니
오늘 나 고백을 받았어!
매일매일 쫓아다니면서 놀렸던 걔가 사실 나를 좋아한대
이상하지? 남자애들의 마음은 모르겠어
나는 좋아하는 애가 생기면,
매일매일 네잎클로버도 찾아주고 노래도 불러주고
세상에서 제일 다정하게 해줄텐데!
언니가 있었다면 뭐라고 대답할지 알려줬을까?

코우

>>469 (반듯하고 가지런한 필체. 가는 볼펜으로 쓴 것 같다.)
코우가 찾는 언니가 아니라 미안하지만, 다음번에는 화분에 담아서 어머니께 보여드려 보렴.
다른 언니
(모종을 담을 때 쓰는 얇은 플라스틱 컵 같은 작은 화분이 놓여있다.)

>>476 (반듯하고 가지런한 필체. 역시 가는 볼펜으로 쓴 것 같다.)
그러니? 코우는 그만큼 예쁘고 착한 아이인가 보구나.
그 남자애는 자기가 널 좋아하게 됐다는 게 낯설고 어색해서 그랬을 거야.
자기 마음을 받아들이는 게 서툴러서, 자기 스스로를 속이고 싶어했던 거겠지.
코우는 솔직하고 상냥한 아이구나.
반대로 코우는 어떻게 하고 싶니? 그 아이에게 네잎클로버를 찾아주고, 노래도 불러주고, 다정하게 대해주고 싶어?
그렇게 하고 싶다면 그렇게 해도 되지만, 그렇게 하고 싶지 않다면 그 아이에게 솔직히 말해줘. 널 좋아하지 않는다고.
그 남자애가 너한테 좋아한다는 말을 하기 위해서는 많은 용기가 필요했을 거야. 그러니 너도 그만큼 용기를 내야 해.
다른 언니

>>475
알아요 사회생활 마음대로 안 된다는 거.
그래도 아저씨 건강보다 중요한 건 없잖아요...
마시기 싫으면 내 핑계라도 대면서 마시지 말아요.
좋아서 마시는 거라면 어쩔 수는 없지만요.
꼰대도 꼰대지만, 내 잔소리를 더 듣겠죠.
맞아요 사실 지금도 삐졌어요.
그러니까 와서 풀어줘요.
꼬맹이??
참나 누가 꼬맹이에요 누가!

>>479 아직 나는 건강한데 이걸 확인시켜줄 방법이 없네.
회식 자주하는 것도 아니니까 괜찮을꺼야. 어제는 중요한 일도 있었고.
금방 갈테니까 어디 카페에 들어가서 앉아있어. 기프티콘 보내줄께.
지금 씻고나와서 머리 말리고 있거든.
날 아저씨라고 부르는 누군가가 꼬맹이 아닐까?
아직 아저씨 소리 들을 나이는 아닌 것 같으니까~

>>480
알았어요. 아저씨가 그렇다고 하니까 잔소리는 멈출게요.
기프티콘 안 줘도 괜찮아요. 적당히 앉아서 기다릴 테니까 괜히 이런 일에 돈 쓰지 말아요.
감기 안 걸리게 머리 잘 말리고 나와요.
원래 아저씨가 되면 아직 아저씨 소리 들을 나이 아니라고 생각 하게 된다던데~?
그쵸 아저씨~?

>>481
요즘 가을이라 쌀쌀해. 감기 걸리지말고 어디 들어가있어.
나한텐 괜히 이런 일이 아니니까. 어디 카페 갈껀지 말해줘?
요즘 험한 직장생활로 피부라도 안좋아진걸까 어디가 아저씨처럼 보이는걸까 ...
오늘 좀 멀리 나가야해? 그러면 차 끌고 나가게.

>>482
나 감기 잘 안 걸리는 거 알잖아요? 괜찮아요.
나도 튼튼한데 이걸 확인시켜드릴 방법이 없네.
메모리 카페로 갈게요. 여기 기프티콘 안 파니까 보낼 생각 하지 말아요. 알았죠?
음, 난 안 알려줄래요. 어디가 아저씨같은지.
조금 멀어요. 그런데 어제 술 많이 마셨다면서 오늘 운전 해도 괜찮아요?
너무 무리하지 말아요.

>>483
감기는 언제 어디서 걸릴지 모르는거란다. 메모리 카페? 그럼 거기로 갈께.
기프티콘 안팔면 나중에 맛있는걸 사줘야겠는걸. 커피값까지 해서 말이야.
나이가 드니까 아저씨스러움이 생기는건 어쩔 수 없나보다 ...
어제 술마신건 다 깼으니까 걱정 안해도 괜찮아. 생각만큼 많이 마신 것도 아니고.
아 저번에 두고간 물건 가져다줄까? 집에 가져간다해놓고 두고 갔잖아.

>>484
만약 감기 걸려도 옮기면 되니까 괜찮아요.
그럼 여기로 들어온 의미가 없는걸요?
뭐 사주지 말고, 그냥 나중에도 이렇게 같이 놀아줘요. 난 그거면 되니까요.
세월은 피할 수 없다는 말이 맞았네요~
그래도 회식하면서 피곤했을 거 아니에요? 그럼 여기서 갈때는 내가 운전할게요.
그거 거기에 있었어요? 어디 갔나 찾고 있었는데. 나야 그래주면 고맙죠.
아니다, 어차피 나중에 또 두고 갈텐데 그냥 둬요.

>>485
흐음, 그거 나한테 옮기겠다는 말처럼 들리는데. 기분탓이지?
놀아주는건 어렵지 않은데. 나도 너랑 노는거 좋은걸?
내가 좀 더 버니까 좀 더 쓴다는 생각인거지. 나중에 돈 많이벌면 나 사줘야해?
운전기사 해주는거야? 그럼 옆에 앉아서 오랜만에 운전하는거 잔소리나 좀 해줘볼까~?
ㅋㅋㅋㅋ 농담이야. 이젠 나보다도 운전 잘하는 것 같아.
또 두고 간다니 차에 두고가려고? 이번엔 내가 말해줄테니까 들고가.
안에 뭐 들어있는지는 안열어봐서 모르겠지만.

>>486
기분 탓 아닌데요? 잘 알고 있네요.
정말요? 그럼 앞으로도 자주 귀찮게 할게요.
나중에 나 모르는 척하기 없어요?
내가 더 많이 벌면 그때는 싫다고 해도 사줄게요.
두고봐요, 누가 더 돈 많이 버나.
이번에는 내가 잔소리 들을 차례인 거네요?
저번에 친구한테 열심히 특훈 받았으니까요. 안 늘면 이상한거죠.
그럴게요. 챙겨줘서 고마워요.
안 열어봤어요? 열어봐도 되는데.
별거 안 들었어요.
참, 차 주인분 마실건 평소 그걸로 주문했는데 괜찮죠?
뭐 안 괜찮아도 그냥 마셔요.

조만간 탈출시켜줄게.
못 믿을수도 있겠지만 나라고 연구윤리 위반하면서 이짓하고 싶은 거 아니야.

>>488

온갖 짓을 다 해놓고 이제와 네 말을 믿으라고?
웃기지 마.
너 따위를 믿느니 내 목을 뜯겠어.

>>487
아저씨라서 감기 한번 걸리면 떨어지지도 않는데 큰일났네 이거.
너야말로 나 모른척하기 없기다? 내가 인사했는데 모르는척 지나가버리는거 ... 상상만 해도 상처인걸 ㅠㅠ
나보다 많이 벌면 빌붙어야지! 엄~청 비싼 것도 사달라고 할테니까 각오하는게 좋아?
우리 집에 두고갔어도 내꺼 아니니까 함부로 열어보면 안되는걸.
아 내것도 시켰어? 땡큐. 지금 지하주차장 내려가고 있어. 금방 갈께?

>>490
이제 아저씨인거 인정 한거네요?
감기 걸리면 죽 정도는 만들어 줄게요.
당연하죠. 마주치면 꼭 인사하기. 약속 할게요.
그러니까 거 아저씨도 약속.
아저씨 하나 먹여 살린다는 생각으로 벌어야 겠네요. 뼈 다 빠지겠네.
언제는 우리가 니꺼 내꺼 하는 사이였나요 뭐. 궁금하면 그냥 열어서 봐요.
별말씀을요. 차로 여기까지 와주시는데 사 드려야죠.
빨리 조심해서 와요.
그쪽 꼬맹이 목 빠지게 기다리고 있으니까.
맞다. 점심은 먹었어요?

>>491 누가 아저씨, 아저씨하는 바람에 진짜 아저씨가 되어버렸거든.
저번에 만들어준 요리도 되게 맛있었는데 죽도 맛있으려나. 일부러 감기에 걸려야겠는걸?
당연히 약속. 이런건 말 안해도 약속이라니까.
혹시 로또라도 당첨될지 누가 알겠어. 안그래?
그렇게까지 말하니까 내용물이 궁금해지네. 근데 이미 뒷좌석에 실어버려서 못열어봐.
꼬맹이 목 빠지기 전에 얼른 가야겠네. 아직 점심 안먹었어.
너 안먹었으면 같이 먹으러갈까? 먹고싶은거 사줄께.

>>492
내가 그렇게 만들었다고 하니까 좀 뿌듯하네요.
그거 맛있었어요? 다행이네요. 입에 안 맞으면 어쩔까 걱정했는데.
평소에도 먹고 싶다고 하면 만들어 줄테니까 아프지는 말아요.
그러게요, 말 안해도 약속인데 내가 까먹었네요.
이따가 로또라도 사야겠어요. 진짜 당첨되면 좋을텐데.
더 궁금하라고 나는 말 안해줄래요. 나중에 내려서 열어봐요.
같이 먹자고 내가 먼저 말하려고 했는데 늦어버렸네.
좋아요. 마침 월급도 거의 다 썼는데, 사준다니까 비싼걸로 먹을래요.
줄 것도 있으니까 빨리와요. 이게 아저씨 보고싶다네요.

>>493
그런걸로 뿌듯해하지마 꼬맹이.
요리도 잘하고 돈도 잘벌고 운전도 잘하고 이제 결혼만 잘하면 되겠네.
나랑 같이 로또 사러가자. 둘 중 한명이라도 당첨되면 모른척하기 없기?
나중에 내리면 너가 열어서 보여줘. 옆자리에 탈꺼잖아.
너는 곧 월급날이라 남은게 없기는 하겠다. 가고있으니까 먹고싶은거 골라놔.
식당도 알아두면 더 좋고. 근데 줄게 있어?
더 궁금해지네. 차 타고 가면 얼마 안걸리니까 금방 갈거야.

>>494
아저씨가 그렇게 말하니까 더 뿌듯한데요?
그러니까요. 그런데 하필이면 그 결혼이란 걸 못하네요. 할 사람이 없어서.
좋아요, 이따가 사러가요.
당연하죠. 당첨되면 반띵하기. 어때요?
아닌데요? 나 운전석 탈건데요?
제발 빨리 월급날이 왔으면 좋겠어요...
그거 먹으러 가요. 저번에 아저씨가 먹고싶다고 했던 거.
어제 보니까 오늘 갈 곳 근처에 그거 파는 식당 있다고 하더라고요.
네. 뭐, 별건 아니고 그냥 하나 있어요.
기다리고 있을게요. 사고 안 나게 조심해요.

>>495
할 사람이 왜 없어. 언젠가 나타날지도 몰라?
당첨되면 반띵하기 오케이. 난 진짜로 반으로 나눌꺼야?
운전석에 내가 타고있는데 무슨. 이따 올때 운전하기로 했잖아.
그래봤자 다음주에 월급 나오잖아. 이번주엔 내가 내줄테니까 걱정하지마.
저번에 먹고싶다고 했던게 뭐였더라 ... 아, 규카츠였지. 그럼 예약 좀 해줄래?
사고 안날 정도로해서 최대한 빠르게 가고 있어~ 지금 사거리에 왔으니까 5분 정도면 도착하겠다.

>>496
음, 글쎄요. 아직도 안 나타나는 거 보면 난 그냥 가망 없는게 아닐까 싶어요~
내 몫까지 아저씨가 결혼 잘 해주겠죠 뭐.
나도요. 진짜 반으로 나눕니다, 진짜로요?
마음이 바뀌었어요. 내가 갈때 올때 다 운전할래요.
정말 내줄거죠? 그럼 이번주는 아저씨만 믿고 있을게요?
알겠어요. 지금 바로 예약 해둘게요.
벌써요? 생각보다 더 빨리 왔네요? 좀 더 걸릴 줄 알았더니.

>>497
결혼에 몫이 어딨어~~ 누가 안데려가면 내가 데려가서 살지 뭐.
둘 다 당첨되면 반으로 나눠도 그대로니까, 둘 다 당첨되면 좋겠네.
마음이 너무 갈대 같은거 아니야? 갈땐 내가 할테니까 얌전히 조수석에 타세요.
난 돈 많이 버니까 한명쯤 먹여살리는거 어렵지 않지. 믿어둬~
기다리고 있다는데 얼른 가야지. 혼자 있으면 지루하잖아~
거의 다 도착했다. 카페 앞으로 나와있을래? 바로 앞에다가 차 댈테니까.

>>498
아저씨가 나 데려갈 거예요?
음. 나쁘지 않네요. 좋아요, 특별히 허락 해줄게요.
그러게요. 같이 당첨되면 좋을 텐데요.
진짜 딱 2등까지만 당첨돼도 소원이 없겠네요.
네~ 아저씨~ 조용히 조수석에 타겠습니다~
돈 많이 버는 사람이 먹여 살려준다니까 좋네요.
조금 심심하기는 한데, 그래도 이렇게 연락 해줘서 많이 지루하지는 않아요.
지금 바로 나갈게요. 나도 아저씨 얼굴 보러 빨리 가야지.

>>499
특별히 허락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고이 모셔가서 살겠습니다~
2등이 뭐야 무조건 1등은 노려야지. 기왕 당첨되는거 돈 많이 받는게 좋잖아.
그래그래 착하다. 이따 집갈때는 운전 맡길꺼니까 지금 쉬어두는게 좋아. 생각보다 멀다고 했잖아?
ㅋㅋㅋㅋ 그래도 부자는 아니지만. 로또에 목숨거는거 보면 부자 되려면 멀었나보다.
응응 이제 카페 보인다. 지금 나와.

>>500
ㅋㅋㅋㅋㅋㅋㅋ
1등 당첨은 너무 현실감이 없게 느껴져서요..
하지만 아저씨 말이 맞긴 하네요. 기왕이면 많이 받아야죠.
알았어요. 지금은 푹 쉬어둘게요.
조수석에서 혼자 편하게 잠이나 자야지~
가지고 있어도 더 가지고 싶은게 사람 마음인 거니까 부자에서 더 부자가 되기 위해 로또를 노린다고 생각하죠 뭐.
아, 저도 봤어요. 저기 보이네요.

# 둘이 드디어 만났네! 내가 올린게 이어질 줄은 몰랐는데, 이어줘서 정말 고마워~ 너무 재미있었다! ㅋㅋㅋㅋㅋ
# 얘는 아마 이걸 보내고 바로 차를 향해서 손을 흔들었을 것 같네 ㅋㅋㅋㅋㅋ 아저씨~ 하고 말하면서! ㅋㅋㅋㅋㅋ

>>501
# 재밌었다면 다행이야! 나도 이어주는 내내 귀여워서 웃고 있었어~~
# 아마 손 흔들면 앞에 가서 창문 내리고 얼른 타 꼬맹아, 하고 웃지 않았을까 싶네!

>>502
# 귀엽다니! 나도 쭉 이으면서 글 만으로도 젠틀함과 멋짐을 봤어... 아니지 사실 빛만 보였어... 계속 입에서 웃음이 떠나가지 않았다!
# 둘의 행동이 눈 앞에 훤하게 그려지네! ㅋㅋㅋㅋㅋ아저씨와 꼬맹이는 목적지까지 잘 도착 했겠지? 다시 한 번 정말 고마워! 잊지 못할 좋은 추억 하나가 생겼다! ㅜㅜ

>>503
# 사실 자유상황극에서 더 이어볼까? 하고 생각은 했었는데 너참치만 좋다면 나쁘지 않을것 같아. 어때?

>>504
# 앗 나야 좋지! 여기서 끝나면 많이 아쉬울 것 같았는데, 뒷 이야기가 조금 더 이어진다니 정말 좋다~ ㅜㅜ 그럼 나머지는 자유상황극에서 이야기 해볼까?

>>505
# 앗 다행이다. 그럼 갱신해둘께!

>>506
# 나도 바로 갈게!

대장님!
이번달 업무 진행상황 보고드립니다!!
보내주신 마녀의 초상화와 비슷하게 생긴 사람이 있길래 전력을 다해 쫓았습니다만
정말 마녀였습니다!!!
그래서.. 잡히고 말았습니다!
이상입니다!

갈까마귀 C

>>508
저런. 그것 참 안타까운 일이군.
이런 일로 갈까마귀를 한 명 잃는건 슬픈 일이야.
내 특별히 자네의 노고를 치하하여 성대한 장례식을 열어주겠네.


농담일세. 그리 절망한 표정 짓지 말게나.
아무튼. 자네의 그 조심성 없는 점은 항상 지적하지만, 도무지 고쳐지질 않는군 그래.
그러니 이번에 복귀하면 돌아다니길 좋아하는 자네를 위해 원정 임무를 일정기간 금지하고 그 기간동안 내 보조를 시키도록 하겠네.
책상 앞에 앉아있는것도 지루하지만은 않으니 너무 낙심하지는 말게.

아무튼 슬프게도, 자네가 어디 있는지 전혀 모르는 상황이니 편지로 계속해서 상황 보고를 해주게나.
운이 좋으면 죽기 전에 발견할 수 있겠지.

-책상

부 부 부 부 자 부 부자 부 자부 자 부부자 자 자 부 부 부자가 될거야 자

부자가 될테야
부자가 될래 부
부자가
부자

-부자

>>489 그럼 뜯어버려. 살고자 하는 의지도 없는 녀석을 굳이 구할 생각은 없으니까.
하지만 살고 싶다면 뒤의 설계도면을 잘 봐둬. 이번 주 내로 시행하도록 하지. 시간이 없거든.

>>510

---

돈을 얻기를 원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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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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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티 장소가 그려진 작은 지도가 함께 들어있다.)

>>511

나를 이지경으로 만들어놓고 잘도 의지 운운하는군. 가증스러운 인간.
왜 이제와서 구하려고 하는거지? 구해봤자 얼마 못 살아. 네가 더 잘 알텐데?

춘래불사춘, 이곳은 봄이나 그대가 없으니 봄이 봄 같지 않군.
오해하지 말게. 그대가 일을 벌여놓은 꼴을 볼 수가 없으니 심장 떨어질 일 없어 좋다는 말이니.
그대 그리울지언정 날 보러 올 생각은 하지도 말아라.
지금! 완벽히! 최고! 최강! 최상의 상태인 나에게 머리 털 끝이라도 보였다간 그대 머리가 두 동강이 날 것이여.
내 그대와 함께 마음 편할 일 없이 비참했던 나날들을 떠올려 그동안의 울분을 누르고 눌러 아껴주는 것이니.
분명히 자각하고! 생각하며 감사하고 또 감사하거라!

내가 떠나기 전, 후회하지 않을 수 있느냐 물었지?
걱정 마라!
내 인생 최대의 불운은
너이고 너였고 너로 끝날 것이다!
하하

-이 몸 대인께서,
살아있는 지옥에게.

>>513

말했잖아. 나라고 이 짓 하고 싶었던 게 아니라니까. 나도 이게 세상에 도움이 될 줄 알았다고.
내가 멍청한 거 아니까 날 찌르고 탈출이든 복수든 해줘.
그게 내가 바라는 일이야

>>515

너희 변명은 항상 똑같아. 하고 싶어서 한게 아니라니. 내가 그걸 믿을거라고 생각해?
내 탈출을 빌미로 네가 여기서 벗어나고 싶은 건 아니고?
그게 아니라면 네가 날 죽여서 여기에서 해방시켜줘.
복수해도 허무할 뿐이고, 탈출해도 갈 곳도 없어.

(작게 찢긴 교과서 모서리에 적힌 쪽지.)

넌 왜 나랑 친구하냐?

>>517
왜?? 나랑 친구하기 싫어????? 베프할까?

>>518
ㅋㅋㅋㅋㅋㅋ
베프해서 뭐하게

>>516

'너희'라니 오해하지 말아줘. 지금 널 내보내려는건 나뿐이야.
상황 판단이 잘 안되나본데 너는 이번주 내로 폐기될거야. 사람으로 남고 싶다면 잘 선택하는게 좋아. 내일 오도록 할게.

>>520

...도저히 이해가 안 돼. 곧 폐기 예정인 실험체 따위 내보낸다고 실험이 멈추는 것도 그들이 포기하는 것도 아닌데.
선택을 강요하지만 말고 왜 그러는지 설명을 하라고 좀. 니가 날 멍청한 모르모트로 여기는게 아니라면.

>>514
나의 매화야, 해바라기야, 봄이 지나면 사그라들고 말 상사화야.
편지 달라 조르지도 않았는데 벌써 서신을 보낸 거야~? 아무리 생각해봐도 역시 너도 날 너무 좋아하는 것 같다니까? 벌써부터 그리워서 나한테 말 걸어주고 있잖아~ 이잉. 나도 몰라잉. 정말 부끄럼쟁이라니까.

그런데 조금 더 일찍 말해주지 그랬어. 나 이미 네쪽으로 가고 있는데.
기껏 네가 좋아하던 화과자집 들러서 선물도 샀는데 아깝잖아. 머리 두동강 내는 건 무서우니까 포장지 두 쪽으로 쪼개주라, 알겠지? 사양할 필요 없어 나도 같이 먹을 거거든.

그럼! 가까운 시일 내 보자.

사랑을 담아

>>521

이러고 싶었던 게 아니라는 말을 믿지 못하겠다면, 우울한 연구원의 일탈로 봐도 좋아. 폐기라고 했지만 아마 너는 해부당해 이리저리 연구에 쓰이게 될 거야. 아직은 변화가 느껴지지 않니?
내가 널 내보내려는 것도, 네가 곧 죽는 것도 네가 유일하게 성공한 사례이기 때문이야.
나가서 네가 하고 싶은 걸 해. 복수한다면 더 좋지만 그런 걸 요구할 입장은 못되겠지.

>>523

죽어서까지 실험용으로 쓰이는 결말이라. 나로서는 나쁘지 않은데.
너희가 내게 뭘 했는지를 모르는데 무슨 변화가 생겼는지 어떻게 알아. 뭘 성공한건데? 그 성공이란게 복수할 힘이라도 되어주나? 안 할거지만.
나가봤자 갈곳도 기댈 사람도 없는 나한테 하고 싶은 걸 하라니. 그딴게 있겠냐. 운 좋게 나간다 해도 언제 다시 잡혀갈 줄 알고. 바깥에서 나는 이미 말소된 인간일거라고.

참깨빵 위에
혹쒸 yo기 4ram은 없놩용?ㅠ
순쇠고기 패티 두장
줭쒼 차뤼니까 my 앞에 bear&tiger가 잇쒀서 튀었ㅆㅓ요
특별한 소스 양상추
디쯔니랜뚜 푸랑 티거도 아니고 talking하고 잇엇워요ㅠ
치즈 피클 양파까지
mental 뽝쌀난것 같하요ㅜ
빠빠빠라빠
글쫘, 읽을줄알꽈바 꼬아쑵니당 ㅠ 도와쭜에요.

야 멍청아
우냐??
아님 삐졌냐?
공에 맞은 데 아직 아픔??
대답을 해줘야 사과를 할지 놀릴지 판단하지
ㅋㅋ농담
고만 좀 엎드리고 고개 들어
수학이 아까부터 너 ㅈㄴ 쳐다봄

태강

(배경에 주먹도끼가 그려진 편지지... 가 아니라 역사 교과서 귀퉁이를 찢어서 쓴 쪽지다.)

>>526
안 삐졌어
수업도 제대로 듣고 있니까 걱정마

정아

(평범한 공책 귀퉁이를 찢은 쪽지...인데 글자랑 종이가 조금씩 우그러졌다.)

안녕하십니까?
(안녕하겠지요! 뻔뻔한 낯짝으로 나인 척을 하며 돌아다녔으니!)

당신이 누군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내 룸메이트에게 들은 바로는 확실히 내가 아는 사람은 아니더군요. 그간의 일 덕에 제가... 드디어 미치기 시작해, 죽어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주변 사람들의 반응을 보고 흔한 전조 - 몽유병이나 기억 상실 같은 것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죠.

오늘에서야 심각성을 깨닫고 당신에게 보낼 편지를 씁니다. 제기랄, 누군가 이걸 본다면 드디어 내가 저주로 단단히 미쳐버렸다는 것을 깨닫겠군요 신문 헤드라인에 걸릴지도 모르겠습니다. (보통 팬턴 가는 이런 식으로 미치지는 않으니까요.)

거두절미하고, 먼저 이야기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내 몸을 종종 내가 아닌 누군가가 차지하고 있는 것은 알고 있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당신이 쓴 돈을 좀 생각해 보십시오! 어마어마한 양의 청구서가 매일같이 쏟아집니다.

그러나 나는 당신이 그 이상의... 무례하고... 파렴치한 짓을 하고 다닐 줄은 상상도 못 했습니다! 대체 뭡니까?! 여학생들에게 추궁당해야 할 것은 내가 아닙니다! 바로 당신이죠! 세상에, 기사도라는 것이 있긴 한 겁니까? 왜 여러 명의...
아니, 됐습니다. 이유는 알고싶지도 않군요!

나의 두 번째 인격이라면 제발 다른 사람이 볼 적에는 나처럼 행동해주지 않겠습니까? 아마 당신은 나의 재산이나 지위가 꽤나 마음에 들고 편안한 모양인데 이대로 광증을 들키고 가문에서 파면당하는 것은 당신도 원하지 않겠죠. 신께 맹세코 나도 마찬가집니다.

이대로 잠에 들면 나 대신 이름 모를 당신이 눈을 떠 며칠간 다시금 곤란하기 그지없는 일들을 벌이겠군요. 상상만 해도 머리가 아파옵니다!

당신보고 떠나라는 말은 하지 않겠습니다
그러나 제발, 내가 대처할 수 있도록, 당신이 대체 무슨 일을 저질렀는지만이라도 기록하기를! (신이시여! 당신이 문맹이 아니기를 진심으로 기도합니다.)



나의 광증의 부산물 귀하.


P.S. 당신의 참고를 위해-
나는 경박한 말투를 쓰지 않고, 셔츠 단추를 잠그고 다니며, 결투나 도박을 즐기지 않습니다! 수업중에 자리를 박차고 나가는 일도 맹세코 없습니다. 그리고 방에 여학생을 들이는 일은 그만두세요.



(급하게 적은 듯 옆으로 기운, 하지만 여전히 귀족적인 글씨체. 편지 하단에는 알렉시스 레슬리 팬턴의 서명이 있다.)

>>527
ㅋㅋㅋㅋ 표정 뭐냐
삐졌대요~
바보 ㅋㅋ

태강

(이번엔 빗살무늬 토기가 배경이다)

>>529
몰라

(뒷면에 이어서)

알면 말이나 걸지마
뭐하면 놀리기나 하고.

정아

(똑같은 공책에서 찢어진 쪽지. 우그러진 자국도 여전하다.)

>>530
뭐때문에 삐졌는지라도 알자 좀
다음 중 삐진 이유에 동그라미 쳐봐

1. 아침에 안기다리고 먼저 가서
2. 체육시간에 바지 거꾸로 입었다고 놀려서
3. 그 뒤에 피구공에 맞은 거 보고 웃어서
4. 점심 같이 먹기로 했는데 세영이랑 먹어서

? 잠만
생각해보니 나 잘못한 거 좀 많았네
나름 반성중인데 빠른용서 안되냐

태강

(가정통신문 뒷면에 작게 글씨 쓰고 두 번 접었다)

>>531
삐진 게 아니라 화난 거다 이 멍청아 !

(이름도 안 쓰고 빠르게 휘갈긴 모양이다. 공책과 당신이 준 종이를 같이 접어 쪽지로 만들었다.)
(당신이 준 종이를 펼치면 1번부터 4번까지 전부 동그라미가 쳐져 있었다.)

>>528
사람의 행동을 직접 보지도 않고 무례하고 파렴치하다 평하는 건 무례한 행동이 아니던가?
물론 내가 그런 일을 안 했다는 것은 아니지.

어릴적 아카데미에서 유체에 가하는 압력에 따라 변하는 형태를 아주 유심히 바라보던 기억이 나는데, 그대도 그런 편이지? 응?

정도껏 억눌러야 틀 안에 오밀조밀 뭉쳐있지, 너무 강하게 힘을 줘서 누르면 어디서는 세고 만다는 일로서 그대에게 설명할 수 있을까?

아무렴 내가 아무리 그대가 바라지 않아 보이는 행동을 하는 것 처럼 보인다 해도 실는 그게 그대가 실제로 가장 열망하는 일이라는 걸 이해할까?

고풍스럽고 단조롭고 절제된 모든 것들이 그대를 좀먹고 있었기에 내가 도와주고 있었을 뿐이야. 사실 그대도 해본다면 강렬한 희열에 밤잠을 설치고 젊음을 불태울 것을 내가 맹세하지!

내게 주어진 시간은 짧고 즐겨야할 세상은 넓으니 나는 이만 편지를 줄이네, 내 불쌍한 친구.

(찢어진 옷가지에, 날카로운 글씨체로 들쭉날쭉하게 써진 글씨.)

>>532
알겠어
난 멍텅구리다!
그니까 그만 삐지고 오늘 집 같이 가 ㅋㅋㅋㅋ
얼굴 안 볼거냐

태강

(뒷장에 오목 둔 흔적이 있는 이면지)

>>534
내가 너때문에 못 살아!
이번만 넘어가줄 거야...이번만.

하교할 때는 나 두고 가면 안 된다?

정아

(아까와는 달리 단정한 글씨체다. 역시 공책으로 만든 쩍지지만 우그러진 자국 찾아볼 수 없다.)

잠깐! 요원님!

이 메세지 읽으면 움직이지 말고 그 자리에 딱 붙어있어요!
ー 바이오 필터를 장착하셔야죠!!

미래 질병을 옮겼다가 문명 멸망시킬뻔한 일이 정말 한두번도 아니고... 더이상 걸렸다가는 통신 담당인 저까지 함께 징계라구요?! 언제까지 제가 챙겨 드려야 하는 거예요? 정말, 시공간 관리국 요원은 정말 어떻게 된 건지 모르겠네요.

자, 이 구식 활자 전달기 화면에 속 터질 정도로 느리게 메세지가 출력되는 동안, 요원님에게 바이오 필터를 전달할게요.

되셨어요? 눈을 깜빡거려 보고, 혹시 이물감이 있으면 다시 연락해요. 주기적으로 보고하는 것 잊지 말고요! 불법 시간여행자로 추정되는 인물이 있으면 행동 전에 먼저 보고하는 거예요! 꼭입니다?!

통신 담당
론도라 마나도라


P.S. 요원님 자리에 있는 도넛 말인데요, 최근에 꼬리와 귀가 생겼어요! 대체 뭘 하신 거예요?

이봐, 여기를 자꾸 파헤치는 자가 누군지 몰라도
이 몸은 아주 중요한 걸 키우고 있어
남의 텃밭을 함부로 서리해갔다간 대마법사님에게 죽는다!

※낙서금지※

>>536

아니, 이 바이오 필터 이거 끼고 있으면 한치 앞도 구분이 안간다니까? 다른 곳은 안그러면서 꼭 C시공 지부만 이래요. 시간여행자를 잡으려면 일단 앞이 제대로 보여야할거 아니야 ... 아직도 구식 활자 전달기를 쓰는건 여기 지부 밖에 없어요. 징계는 우리 윗대가리들한테 내려야하는거 아니야? 본의 아니게 C-8 시공에 오래 머물게 되었는데 일단 바이오 필터라도 제대로 된걸 요청하겠습니다. 이거 끼고 있으면 제대로 일처리가 안되니까요.

요원 칼란 드라코사 전달.

P.S 드디어! 드디어 부화했구나! 우리 귀여운 도캣(Doughcat)을 잘 부탁해요.

>>538

어쩌겠어요, C시공 지부는 아직 들어선 지 얼마 되지 않은걸요! 자원 자체가 부족하니 장비 질이 별로일 수 밖에요.
오, 지금은 공간좌표 적용이 잘 안 되나 보네요. 원근감이나 형태 인식에 문제가 일어나고 있는 것 같아요. 이정도라면 제가 수치를 조금 조절해서 개선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다시 전송할게요, 잠깐 기다려 보세요!

ー 어때요, 좀 낫나요? 거리 구분은 가능하구요?
완벽하진 않아도 시야 확보가 가능할 정도면 당분간은 이대로 쓰는 게 좋겠어요. 정식 기술팀에게 요청은 했지만, 아시다시피 요새 시간 전쟁이다 뭐다 시끄러워서 언제쯤 될지 가늠이 안 가거든요. 좀 부족해도 없는 것보단 낫죠! 대상은 관리국이랑 접촉이 없었던 시간여행자라니까, 제대로 된 바이오 필터가 올 때까지는 임무도 조금 느긋하게 진행해도 괜찮을 거예요.

그나저나 요원님, 미등록 생물을 함부로 부화시키거나 기르면 규정 위반이에요! 사무실에서 자기보다 키 큰 식물을 키웠던 알게만 기억나죠? 실종신고 일주일만에 바로 그 식물 안에서 발견됐잖아요! 위험하다구요. ...하지만 꽤 귀엽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네요. 얘는 뭘 먹나요?

통신 담당
론도라 마나도라

>>539

항상 이런 식이라 하는 일은 많아지는데 요원 수는 줄어들고 있는거라니까요. 패러독스 관리팀은 과로로 쓰러지는 사람들이 많다던데. 아, 이제 잘 보이네요. 아직도 약간 흐릿하긴 하지만 이 정도는 감수하고 일해야겠어요. 하긴 지금도 시간 전쟁으로 바쁘죠. 말만 전쟁이지 이젠 대회 같은 모습이지만. 이번에 C시공 대표로 나온 사람이 유망주라고 하던데요.

그나저나 혹시 관리번호 C-8465 시간여행자의 마지막 좌표를 보내줄 수 있나요? 이런 필터끼고 일 오래하는 것보단 그냥 후딱 끝내는게 좋을 것 같네요. 그래도 이번 일이 끝나면 휴가를 준다고 했으니 .. 도라 당신도 같이 휴가를 받지 않던가요? 어때요, 같이 식사라도?

그 도캣 친구는 B시공 지부에 출장 다녀올때 데려온 친구인데 B-3 세계에서 먹힐뻔한걸 구해서 데려왔어요. 분명, 거기 음식을 먹는 친구였는데 ... 밀가루로 된 음식들은 다 먹는다고 들은 거 같네요. 탐나면 데려갈래요?

추적팀 요원
칼란 드라코사

존경하는 멘토 선배님께


안녕하세요 선배님?
(사실 안 안녕해 보이시긴 해요. 졸업반이시잖아요. 저번에 복도에서 올렉 선배랑 마주쳤는데, 다크서클이 발끝까지 내려오시더라고요. 졸업논문 얘기 꺼내면 죽이겠다고 하시길래 입 다물고 조용히 지나갔어요.)
제가 아는 선배님이라면 분명 바쁜 거 알면서 왜 편지했냐고 하실 것 같은데,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어요. 진짜 피치 못할 사유가요.
빙빙 돌려 말하는 거 싫어하시니 본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선배님 저 X됐어요!

이번에는 엄살부리는 거 아니고 진짜에요. 1학년 필수 과목에 차원관리학 있잖아요. 알카이스 교수님이 수업하시는 거요. 다다음주 최종 발표라 제가 배정받은 차원계 돔 째로 들고 다니면서 애지중지했거든요. 수업 들을 때만 잠깐 랩실에 보관했는데 리제가(저랑 같은 수업 듣고 약간 얼빵한 주황머리 주근깨 걔요) 실수로 자기 돔을 제 돔 위에 떨어뜨린 거에요! 그 멍청이가!

하필이면 유리끼리 부딪혀서 금이 갔는데, 그 틈으로 리제네 차원 인간 하나가 제 차원으로 떨어졌거든요. 급하게 현미경 가져와서 찾아봤는데, 더 환장하겠는 건 얘가 원래 차원에서 혁명가나 뭐 그랬나 봐요. 선동하는 말빨이 기가 막히더라고요. 제 차원 지금 내분나서 전쟁나기 일보 직전이에요. 일단 관리자 권한으로 세계시간 감속시켜 놨는데, 이거 어떻게 수습해요? 교수님이나 지젤 조교님 찾아가면 차원 관리 똑바로 안 했다고 혼날 것 같아서(교수님한테 말씀드리면 저 진짜 죽어요 아시잖아요 알카이스 교수님은 눈빛으로 학생 하나 찢어발길 수 있다니까요) 선배님한테 여쭤보는 거에요. 어쨌든간에 제 멘토시잖아요. 저 죽기 싫어요.

제 발 도 와 주 세 요


선배님의 사랑스러운 멘티,
라흐테스 올림

>>541

......대체 뭘 어떻게 하면 1학년이 차원 미아를 발생시키는 거야...
우선 자연재해를 일으켜. 지진이나 태풍같은 거. 그걸로 일단 내전을 늦춘 다음에.. 조교님한테 가. 차원에서 사람을 분리해낼때 쓰는 핀셋은 졸업반 말고는 조교님이나 교수님밖에 못 써.
괜히 혼자서 수습하려 들다가 차원 멸망 직전까지 가지 말고. 나 1학년 때 실제로 있었던 일이야.
걔 F 받고 2학년때 그 과목 재수강했어.

J.

27,202회차. 실패했다.
짧은 시간이지만 즐거웠다.
모닝 커피랑 스크램블이 맛있다던 카페는 못가게 되었어.

>>542
나의 구원자이신 멘토 선배님께


전 아무것도 안 했습니다 선배님! 저도 지금까지 차원 미아는 교과서에서만 봤다니까요. 근데 그게 제 차원이 될 줄은 몰랐죠. 아주 미치고 팔짝 뛰겠어요.

자연재해요? 강도 조절 잘못해서 쫄딱 망해 버리면 어떡하죠? 저 사실 그 부분 들을 때 졸았단 말이에요. 근데 진짜 알카이스 교수님 수업이 여간 지루해야죠. 그렇다고 제가 잘했다는 건 아니고... 음. 여기 화산 하나 있는데 이거 살짝만 터뜨려 볼까요? 그 정도면 내전은 늦출 수 있지 않을까요?

지젤 조교님 무서워요... 저 진짜 무서워요... 교수님이랑은 다른 느낌으로 무서워... 진짜 바쁘신 거 아는데요 선배님이 좀 도와주시면 안 될까요? 그 핀셋 졸업반 전용 연구실에도 있잖아요. 1학년은 허가증 없으면 못 들어가지만 선배님은 들어가실 수 있으니까... 귀여운 멘티 하나 살린다 생각하시고... 네?

아악 재수강은 안 돼요!!! 교수님 수업 재수강하면 한층 더 지옥같아진다고 빈센트 선배님이 그랬단 말이에요. 근데 진짜 멸망하면 어떡해요? 나진짜X됐어...


아주 간절하게 빌고 있는 선배님의 귀여운 멘티,
라흐테스 올림

>>544

애초에 그 무거운 돔을 어떻게 통째로 들고 다닐 생각을 한 거야..?
화산을 터뜨릴 거면 수업 첫날 받은 송곳으로 살짝만 찔러 주면 돼. 너무 깊게 찌르면 폼페이 현상이 나타날 수 있으니까 조심해. ..그리고 교수님 수업은 웬만해선 들어두는게 좋을걸. 시험은 전부 수업 내용에서 내시니까..
졸업반도 미리 신청하지 않으면 차원 이동자 전용 핀셋은 못 써. 지금 차원관리심화 과제 기간이라 신청이 일주일은 밀려 있을걸.
차원 이동자가 다차원 전쟁을 일으키려 들지만 않으면 멸망하진 않을 거야. 아마도..?

J.

친애하는 주인님.

그간 무탈히 잘 지내고 계셨는지요.

부쩍 싸늘해진 날씨에 시간을 되짚어보니, 제가 당신의 곁을 떠난지도 벌써 1년이 지났더군요. 하여 이렇게 주인님의 안부를 물을 겸 서신을 띄웁니다.

...라니, 제가 할 말은 아닌 듯 합니다만.

당신께서는 이 서신을 보고 어떤 생각이 드셨을까요. 1년 전, 말도 없이 허락도 없이 도망친 저에 대해 아직도 분노하고 계실런지요. 아니면 저 같은 건 진즉 잊어버리시고 새로운 이를 곁에 들이셨을까요.

답신, 기다리겠습니다.

당신을 그리워하는 종 올림.

>>545
더이상 구원자가 아니게 되신 멘토 선배님께


혹시 떨어뜨려 놨다가 그새 무슨 일이라도 생길까 봐... 교수님도 가능한 자주 들여다보라고 하셨고... 근데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집에 놓고 다닐걸 그랬나 봐요. 그럼 적어도 이 꼴은 안 났을 텐데.

감사합니다! 혹시 몰라서 교과서도 다시 찾아봤어요. 분화구에 수직 방향으로 1cm! 힘조절에 자신 없어서 살짝 더 찌른 것 같긴 한데, 다행히 폼페이 현상까지는 안 간 것 같아요. 화산 가까이에 사는 인간들이 비명지르는 거 듣느라 귀가 좀 아프긴 하지만 과제 망치고 교수님이랑 일대일 면담하는 것보단 낫겠죠. 근데 죽는 건 좀 마음아프긴 해요. 이래서 교수님이 인간들한테 정 주지 말라고 하셨나 봐요. 힝. 얘네 귀여운데.

그리고 시험은... ...낙제점만 피하면 되지 않을까요? 교수님 수업 너무 지루해요 재미없어요 수면제가 따로 없는데 그걸 어떻게 집중해서 끝까지 들어요. 선배님같은 모범생이면 몰라도.

진짜요??? 진짜 안 돼요????? 으앙 차원관리심화도 알카이스 교수님 수업 맞죠! 교수님 진짜 너무해!!! 저 발표까지 이 주 남았는데 일주일 뒤에라도 어떻게든 안 될까요? 그 사이에 전쟁 안 나게 제가 최대한 관리 잘 해 볼게요 화산을 한 번 더 터뜨려서라도... 조교님 면담은 진짜 안 돼요 제가 뭐든지 할게요 저 논문도 잘 찾아요 졸업논문 쓰실 때 노예로 부리셔도 돼요 진짜

다차원 전쟁이요? 그거 진짜 일어날 수 있는 일이었어요? 돔에 금 간 부분에 임시로 차원벽 보수 테이프 붙여 놨는데 혹시 또 뚫고 나가진 않겠죠? 저 재수강하기 싫은데 으앙.


입학 이래 최대의 위기를 맞고 좌절한 선배님의 깜찍한 멘티,
라흐테스 올림

>>547

자주 들여다보라는 말씀은 아마 랩실에 두고 자주 들여다보란 뜻이었을 거야.. 랩실 환경은 차원돔 보관에 최적화되어 있으니까.
잘 끝났다니 다행이네. 비명은 화산재 구름이 덮이면 좀 덜 들려. 그리고 지금 받은 돔은 그 학기에만 쓰게 될 테니까.. 너무 정을 주진 않는 게 좋아.
성적은.. 그러지 않는 게 좋을 텐데. 알카이스 교수님이 성적이 후하신 편은 아니거든. 그래도 듣다 보면 재밌는 부분도 있어..
......순서를 바꿔줄 수 있는지 부탁해 볼게. 너무 기대하진 마. 그리고 화산을 자주 터뜨리면 엘드펠화(化)될 수도 있으니까 조심해.
차원 미아가 생긴다고 무조건 다차원 전쟁이 일어나는 건 아니지만.. 틈이 5센티를 넘어가지 않으면 보수 테이프로도 괜찮을 거야, 아마..

...노예 얘기는 농담인 거지?

J.

>>546

내 종이었던 자에게,

굳이 서신을 보내 온 저의를 모르겠네요.
서신을 통해 추적하여 그대를 생포해 불충의 죄를 묻기라도 바라나요?
허나 그대가 잠적한 그 날부터 그대는 해임처리되었습니다.
이제와서 그리 하는 것도 불필요하고 번거로운 일이지요.
이 답신으로서 나와 당신의 거래가 파기된 지 오래임이 확인되었길 바라요.
해야 할 말은 모두 하였으니 이후에는 답신하지 않겠습니다.

M.V

(답신으로서 - 답신으로

>>549

존경하는 주인님.

불충한 저를 찾지 않으실 때부터 그러하셨을 거라 알고 있었습니다. 당신의 곁에 누구보다 오래 머물렀던 제가 당신의 뜻 하나 헤아리지 못 할 리가 있겠습니까. 실로 주인님다운 처리라고 감탄하였던 때가 엊그제 같이 느껴집니다.

그리운 저의 주인이시여. 저는 당신께서 사람을 보내진 않아도 답신은 다시 보내주실 걸 압니다. 제가 누구더이까. 당신의 첫 종복이자... 충실한 종이었지 않습니까. 저 이상으로 당신을 이해하고, 그 곁을 견딜 자는 없었지 않습니까.

혹여 찾으셨습니까? 저를 대신하고도 남을 누군가를?

못난 종 올림.

>>551

고객님께,

안녕하세요. 발루아 영지 지부입니다.
다름이 아니라 발루아 공작저에서 손님으로부터 온 우편물 일체를 수신 거부하셨기에 안내드립니다.
ㅁㅁ력 ㅇ월 ㅇ일 부로 발루아 공작저로 발신하시는 우편물은 일체 반려되오니 착오 없으시길 바랍니다.

우체국 발루아 영지 지부로부터

//맥커터 당한거 같아서 좀 아쉬운데...
>>546으로 새롭게 이어줄 참치 있으면 이어주라!

>>546
아, 자네인가. 오랜만일세.
1년...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되었던가?

그래. 안부를 묻는건 자네가 아니라 내가 해야 할 일 아닌가? 자네는 내 소식을 들었을지 몰라도 이쪽은 전혀 못들었으니까 말이야.

분노라. 사실, 그렇게 분노하지는 않았네. 사람마다 사정이란게 있을테니. 자네에게도 피치못할 사정 정도야 있지 않았겠나?
다만... 그래. 나도 사람인지라 자네가 말도 없이 떠난것에 일말의 분노도 하지 않았다는 말은 할 수 없겠군.
슬프게도 아직 누군가를 곁에 들이지는 못했네. 아직 뛰어난 인재가 없어서 말이야.

아무튼 그래. 이제와서 편지를 썼다는것은 무언가 원하는게 있어서겠지? 혹시 돌아오고 싶다는 말을 하고싶은건가? 만에 하나 그런거라면... 수수께끼를 하나 풀어보게나.

아, 1년이나 나를 떠나있던 자네라면 잊어버렸을지도 모르겠군. 나는 수수께끼를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던가? 아무튼 항상 그랬던 것 처럼 자네에게 수수께끼를 하나 내보겠네.
자네는 지난 1년간 가장 가까이에 두었던 종이, 어느날 갑자기 말도 없이 사라져버린것을 알게 된 주인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겠나? 또, 그 마음을 달랠 수 있겠나?

답신, 기다리도록 하지.

-자네의 주인이었던 자로부터

이제 와서 용서를 구하지는 않겠다. 사과하는 방법도 배워 본 적이 없다. 그러나 내가 그 때 있었던 일을 조금이라도 잊거나 면피하려는 마음 따위는 없다. 그리고 어떤 방식으로든 내가 네게 은을 입히는 것으로 행한 일이 만든 죄악의 무게가 조금이라도 덜어지리라는 생각도 하지 않는다.

내 목과 사지는 이미 너에게 예속된 것이다. 그 때 내가 죽인 목숨 하나마다, 내 팔 하나, 다리 하나, 목까지 나의 것이 아니게 되었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이제 나의 육신, 그리고 생명은 너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죄값을 덜기 위해 멋대로 이런 일을 정해버렸다고 책망한다고 할지라도 상관없다. 그것을 받느냐, 받지 않느냐의 권리 또한 너의 것이니까. 이 순간부터 너는 나의 목숨에 대하여 유일무이한 채권자이고, 따라서 주인의 권리로서 나를 죽이는 것도 너의 뜻에 달린 것이다.

또한 네가 다른 누군가의 목숨을 취하기를 원한다면, 그 부정한 행위의 무게를 지지 않기 위하여 나를 사용하더라도 거부하지 않겠다. 청부의 계약금은 나의 육체이니, 몇 명의 목숨을 교환하더라도 개의치 않겠다. 죽음으로 죽음을 갚으려 든다고 책망해도 좋다. 내가 아는, 죄를 짊어지는 방법은 이런 것 뿐이니까.

그러니까, 만약 네가 어떤 죽음을 바란다면, 지금 편지를 보내는 경로로 답신해다오.

네가 어떤 목숨을 원하던 상관없다. 네가 미워하는 누군가, 아니면 나, 혹은 나에게 있어 소중한 다른 이라고 할지라도 괜찮다. 이것은 부당한 살해에 대한 암살자의 맹세이다. 생애 처음이자, 마지막이기를 바라는.

(아마도 활줄에 목이 졸린 새를 모사한, 검은 인장이 찍혀있다.)

>>548
다시 구원자 자격을 얻으신 멘토 선배님께


그러게요... 저도 제가 바보같았다는 거 아니까 너무 뭐라고 하지 마세요... 눈물나니까... 근데 이거 들여다보는 게 너무 재미있어서 그만...

화산재 구름이 덮이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리는 것 같아요. 이제는 비명소리랑 울음소리가 섞여서 들리느라 덜 시끄럽긴 한데, 여전히 귀가 아프거든요. 헐 이거 이번 학기 끝나면 더 안 써요??? 얘네 진짜 귀여운데!!!!! 남은 이 주라도 좀 잘해줘야겠어요. 이미 화산 터뜨려 놓고 할 말은 아니지만... 자기들도 전쟁보단 이게 낫겠죠.

으악... 으악 큰일났다... 듣다 보면 재밌는 부분이 있다고요? 전 잘 모르겠어요 선배님... 전 선배님 같은 모범생이 아닌걸요...

!!!!! 감사합니다 !!!!!(주변으로 커다랗고 빨간 하트 여러 개)

엘드펠화... 에이 설마요..... 무서운 소리 하지 마세요 선배님 저 지금 울면서 교과서 뒤지면서 엘드펠화 발생 조건 찾고 있어요... 그럼 화산 한 번 더 터뜨릴 계획은 폐기하고 혹시 모르니까 태풍 부르는 법이랑 지진 일으키는 법 공부하고 있을게요...

어 음 간당하게 5cm는 안 넘는 것 같아요! 다행이죠! 그래도 혹시 몰라서 두 겹 더 붙여 놨어요. 일 터지고 나서 랩실에서 슬쩍했... ...근데 이거 여기다 써도 되나요? 교수님한테 말하실 건 아니죠? 수습만 하고 나면 잘 돌려놓을 테니까... 어차피 재고도 많고요.....

P.S. 농담으로 들리세요? 저 나름 진심이었는데! 저 논문도 잘 찾아요! 필요한 자료 있으시면 시키셔도 되는데!


작은 희망을 발견한 선배님의 소중한 멘티,
라흐테스 올림

>>554

자비로우신 주인님.

못난 종의 서신에 답을 주신 것에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이제서나마 저의 불충한 행동에 대한 사죄를 올립니다.

아무리 피치 못할 사정이라 한들 그 때의 제 행동은 당신께 한없이 무례한 짓이었습니다... 분노하심이 마땅하지요. 본래라면 스스로 앞에 나아가 그 분노를 달게 받아야 하는 것이 맞지만, 그리 하지 못 하는 저를.. 그저 죄송하다는 말 외엔 하지 못 함을 용서하지 마시길.

이제와 서신을 보낸 것은 다시 돌아가고 싶어서임은 아닙니다. 저는 이미 당신의 곁을 지킬 수 있는 몸이 아니게 되었기에. 그러니 다른 이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길 조금은 바랐습니다만, 제 바람은 무엇 하나 들어주지 않는 세상인가 봅니다.

그리운 주인이시여. 어찌 제가 당신에 대한 것을 잊을 수 있겠습니까. 지난 1년간 당신께서 종종 내어주시던 수수께끼를 몇번이나 곱씹었던지요. 그 시간들 하나하나가 저를 버티게 하는 동앗줄이나 다름없었습니다. 그리 삼아 놓고, 지금은 차마 그 수수께끼에 답하지 못하는 죄를 어찌 갚아야 할지요. 이제와 제가 무슨 염치로...(번진 글씨)

못난 종 올림.

교수님 좀비는 대학원생은 안 문다면서요

>>556

...재밌지. 나도 인정해.
아마 차원 시간으로 3일 정도가 지나면 괜찮아질 거야. 그런데 그 이상 지나도 구름이 안 덮이면 앞으로도 안 덮일 가능성이 높아. 다른 수업을 들을 때는 거기에 맞춰서 차원돔을 새로 지급받으니까.. 그리고 지금 쓰는 차원돔은 진짜가 아니라 교육용 샘플인걸.
......재수강도 그렇게까지 나쁘진 않을 거야.
아직 될지 안 될지 나도 모르니까 괜히 기대했다 실망하진 마. 하트는 (뭔가를 썼다가 지운 흔적)
아직 못 찾았다면, 조건은 여기 붙여 놓을게. 추가적인 자연재해를 계획 중이라면 지진이나 해일을 추천해. 화산 폭발과 상성이 좋아서 차원에 가해지는 충격이 줄어들 거야.
...어차피 발표 끝나고 다시 수거할 때 검사할 테니까 영원히 비밀에 부칠 생각은 포기하는 게 좋을걸. 차라리 미리 말씀드리고 양해를 구하는 게...

아니, 괜찮아. 정말로. 사고만 칠 것 같 (마찬가지로 뭔가를 썼다가 지운 흔적)



(알아보기 힘든 글씨체로 흘려적은 쪽지가 하나 더 붙어 있다.)
...통상적으로 엘드펠화는 해당 차원의 시간으로 5천 년 이상 활동하지 않았던 화산을 6개월 이내의 간격을 두고 지속적으로 인위적인 충격을 가해 터뜨렸을 때 발생한다. 간격은 화산 주변의 기후와 충격의 강도에 따라 바뀔 수 있다. 엘드펠화가 발생할 시 상당량의 용암이 인근의 마을로 흘러들어갈 수 있으며, 추가적인 기후 조건에 따라 폼페이 현상을 동반할 수 있다. 이를 가장 잘 확인할 수 있는 사례는 제 2641지구에서 발생한... (중략)
―A.J.알카이스, 《차원 관리의 이해》 中

>>559
제 사랑을 모두 담아 드리고 싶은 멘토 선배님께


(평소와 달리 빨갛고 분홍색인 하트들이 잔뜩 그려져 있는 편지지. 매우 화려하다.)
편지지를 바꿔 봤어요! 책상 서랍에 들어 있더라고요. 예전에 사 놓고 까먹은 것 같은데, 선배님을 향한 제 마음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것 같길래 선택했죠. 예쁘지 않나요? 편지지에 맞춰서 잉크도 빨간색으로 바꿔 볼까 했는데 지금 빨간 잉크도 없는 데다 그건 좀 눈 아플 것 같기도 해서 그만뒀어요.

진짜 재밌어서 틈만 나면 들여다보고 있게 되더라니까요! 쪼끄만 것들이 어쩜 그리 빠르게 발전하는지 모르겠어요. 처음 받았을 때만 해도 돌이랑 나뭇가지 들고 싸우던 애들이 이제는 제법 무기 비슷한 것도 만들더라고요. 그래 봤자 칼이랑 기초적인 수준의 총이긴 한데, 제가 중간에 몇 번 감속시키지만 않았어도 훨씬 발전했을 것 같아요. 이런 게 약간 자식 키우는 느낌 뭐 그런 걸까요?

와 선배님 막 걸어다니는 백과사전 그런 건 아니시죠? 지금 딱 3일째인데 화산재 구름 때문에 아무것도 안 보여요. 소리는 잦아들었고요, 구름 틈새로 가끔씩 들여다보고 있는데 내전 준비는 멈춘 것 같아요. 그나마 다행이네요! 적당히 화산 피해만 수습하고 나면 발표하기에는 나쁘지 않을 것 같기도 하고요. A는 못 노리겠지만 낙제해서 재수강만 안 하면 감지덕지죠 뭐. 히잉 저 얘네랑 완전 정들었는데... 저 다짐했어요 발표 날까지 최선을 다해서 잘해주기로... 근데 그러려면 공부를 해야 하더라고요 저 그래서 지금 교과서 정독중이잖아요....

나쁘지 않은 거 맞죠? 빈센트 선배님 표정은 안 그래 보이던데... 그래도 선배님 말씀이니까 믿을게요...

그래도 어쨌든 가능성은 생긴 거잖아요! 처음 이 꼴 났을 때는 진짜 눈앞이 막막했거든요. 근데 이제 나름 방법이 보이는 것 같아요. 여차하면 발표 전날 조교님한테 찾아가야죠 뭐... 그래도 교수님보단 조교님이 덜 무서운... 덜 무서운가...? 사실 잘 모르겠어요 근데 교수님한테 직접 찾아갈 엄두는 안 나니까 조교님이 맞는 선택인 것 같아요...

와 감사합니다! 지금 있는 건 교과서 요약본뿐이라 엘드펠화 내용은 없더라고요. 시험범위만 요약했거든요. 도서관까지 가야 하나 고민했는데 덕분에 살았어요. 잘 읽어 볼게요. 그리고 지진이랑 해일 중에 고민해 봤는데, 지진이 나을 것 같아요. 지진 배울 땐 안 졸았거든요! 안 일으키는 게 최선이겠지만, 언제나 마지막 수단 정도는 있어야 하는 법이잖아요.

......내일... 조용히 돌려놓고 오면... 1학년 랩실 담당이 나데주다 교수님 맞죠? 그 교수님은 상냥하시니까 잘 부탁드리면 이해해주실 수도... 어 음 그정도는 미래의 제가 알아서 해 주겠죠. 지금의 라흐테스는 발등에 떨어진 불 끄기에도 바쁘답니다.

괜찮으시다면 어쩔 수 없고요. 나중에라도 필요한 거 생기면 말씀하셔도 돼요!


선배님에 대한 존경과 사랑을 가득 담아,
라흐테스 올림

>>555

답신이 늦었죠. 미안해요. 사실 별로 미안하진 않지만 예의 상 인사는 해야겠네요. 제가 이제서야 펜을 드는 이유는 당신의 편지를 받고 오랫동안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에요. 냉정하게, 그래요, 냉정하게요. 한순간의 감정에 휩쓸려 결단을 내리기엔 사람의 목숨이란 너무도 무거워요. 그래서 나름의 합리적인 결론을 내릴 여유를 가지기로 했어요. 다행히, 제 나름의 결론은 얻을 수 있었어요. 이에 대해선 편지 후반에서 설명하도록 할게요. 대신, 제가 그동안 한 생각이 무엇인지 잠시만 시간 들여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어요.

저는 당신의 제안을 검토해보았어요. 당신은 크게 두 가지의 제안을 하셨죠, 하나는 당신의 삶을 나를 위해 바치겠다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내가 원하는 죽음을 가져다 바치겠다는 것이었어요. 전자에 대해 논하는 건 우선은 보류하고 후자를 좀 더 살펴볼까요. 당신은 세 유형의 사람을 예시로 들어주었죠. 내가 미워하는 누군가, 당신 자신, 그리고 당신한테 소중한 누군가. 내가 미워하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요? 답은 금방 나왔어요. 당신밖에 없더라고요. 그러니 두 유형만 따져보면 될 것 같네요.

제가 당신한테 자살을 시켰다 가정해보자고요. (맙소사, '자살'을 '시키다'니. 얼마나 모순적인지.) 그렇다면 그 동기는 무엇이 될까요. 나는 왜 당신이 죽기를 바랐을까요? 원망. 질책. 분노. 그런 감정일 거예요. 만약 당신이 죽는다면 나의 이 감정은 해소될까요? 글쎄요. 회의적이네요. 내가 눈물 흘리는 까닭은 내가 사랑했던 사람들의 부재가 원인이지 당신이라는 사람의 존재 자체가 아니에요. 그래요, 솔직히 말할게요. 잠시동안은 아주 후련할 거예요! 그러나 장담하는데 그 잠시가 지난 뒤엔 시원함이 다른 감정으로 덧씌워질걸요? 내가 사람을 죽였다는 죄책감. 살인자로 전락해버렸다는 절망감. 다른 사람의 목숨을 가벼이 여겼다는 자책. 당신이 스스로 죽은 거라는 변명은 하지 말아요. 다시 말하는데 '자살'은 '시킬' 수 없어요. 만약 당신이 나로 인해 자살한다면 나는 그저 복수에 눈이 멀어 인륜을 져버린 자가 될 뿐이겠지요. 이렇게 말하면 당신이 이기적이란 사실을 깨달을 수 있겠죠? 당신은 당신의 죄를 피하지 않고 마주하여 속죄하겠다 하는데, 정작 당신이 피해입힌 사람은 죄인으로 몰고가려고 한 꼴이잖아요.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다른 걸 생각해볼까요. 당신한테 당신이 소중한 사람을 죽이도록 시키는 그거요. 그렇다면 죽은 사람들이 죽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당신이 마음을 주었다는 죄? 범죄자와 가까웠다는 죄? 아니면 내가 당신을 아니꼬워했다는 이유? 그 무엇도 그들이 죽어야 하는 이유는 되지 않아요. 직설적으로 말해도 될까요? 멍청한 제안이에요. 무엇보다 나는 부당한 사람들이 죽는 걸 다시는 보고싶지 않은걸요. 당신도 마찬가지일 거라 생각해요. 나의 남은 인생동안 죄 없는 죽음은 더 이상 마주하고 싶지 않아요.

그러니까, 미안해요. 나는 당신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 없어요. 이게 나의 결론이에요. 웃기죠, 내가 사랑했던 사람들은 이미 죽고 없는데 그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그들을 죽인 당신을 살려둔다는 게... 근데 저도 고민 엄청 많이 했다고요. 덕분에 다크서클까지 생긴 거 알아요? 안 그래도 너무 울어서 눈가가 다 짓물렀는데. 케이트가 보면 비웃을 거야.

사실 이대로 답신을 안 보내서 언제 사형선고가 내려올지 모르는 불안함 속에 살게 할까 고민도 해보았어요. 음, 근데 그것도 그것대로 미안하더라고요. 그러니까... 이 말을 해주고 싶어요. 당신은 아무도 죽이지 않아도 괜찮아요. 그러니 아무도 죽이지 말아요.

이제 알겠네요. 이게 내가 바라는 죽음의 형태예요.

진심을 담아,
아이작 마벨러스.




(편지봉투 뒷면에 휘갈겨쓴 글이 덧붙여져 있다.)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원망해도 될까요.
그들은 왜 죽어야 했던 거죠? 당신은 그 날 그 곳에 왜 있던 거야. 하필이면.

옆옆집입니다. 혹시 남는 식량 있으신가요? 손전등이나 야구배트(목재, 알루미늄) 같은 걸로 바꿀 수 있을까요. 필요하신 게 있으시면 종이 뒷면에 적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P.S. 찬송가를 부르는 기도하는 괴물이 어제 새벽에 아랫층으로 내려갔어요.

>>557
사죄는 되었네. 이제 와 사죄를 받는다 한들 의미도 없거니와, 자네가 돌아올 의지가 없다면 더더욱 받을 이유가 없지.

분노한 것은 거짓이 아니지만, 자네의 사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닐세. 그래도 자네가 원한다면야. 용서하지 않겠네. 이유를 알고싶나? 또 하나의 수수께끼일세. 다음 답신에 해답을 풀지 못하면 알려주도록 하겠네. 힌트가 있다면, 난 정이 많은 사람이라는 것 정도일까.

누군가를 새로 들이는 것도 생각해보지 않은건 아니네만... 누가 아주 오랫동안 내 옆을 지키고 있었어서 말이야. 대체할 사람을 찾기가 힘들군. 그래도 이렇게 돌아오지 않겠다는 확답을 들었으니, 필요에 따라 새 사람을 들일지도 모르겠군.

이 사람아. 자네는 더 이상 내 종이 아닐세. 이제 자네가 나에게 용서를 구할 일도, 죄책감을 느낄 필요도 없어. 자네는 자네 한 사람으로써 살아가면 되는거야. 그래도 자네가 내 수수께끼를 기억해준다니 고맙군 그래. 아마 더 이상 자네를 만날 수는 없을것 같으니, 마지막이나마 내가 위에 내둔 수수께끼를 풀어보게나.

....그래도 가장 오랫동안 내 곁에 있었던 옛 종에게 한 번만, 마지막으로 단 한번만 못난 주인의 투정을 부려보자면.

자네는 어찌 그날 한 마디 말도 없이 나를 떠난겐가? 그래놓고 1년이나 지난 지금에서야 얼굴도 내비치지 않고 편지로 소식을 보내오는겐가. 얼굴을 한번 비추었다면 오랜만에 식사나 한 끼 했을것을....

-자네의 주인이었던 자로부터

>>561 누군가에게 편지를 쓴다는 것도 낮선 일이고, 답장이 오는 것은 더더욱 드문 일이다. 하물며 내 손으로 답장을 쓴다는 것은, 너무 낮설게 느껴진다. 손아귀의 힘이 잘 조절되지가 않으니, 글씨가 조악하다고 하더라도 개의치 않겠다. 얼마나 늦은 답장이 되는지는 잘 모르겠다. 보통 편지가 오가는 데 생기는 시간이 텀이 얼마 정도인 것이 정상적인지를 잘 알지 못하겠다.

이쪽 또한 너의 제안을 검토해야만 했다. 아니, 원래라면 그렇게 할 필요도 없는 일이었겠지. 당초에 모든 일에 대해 선택권을 너에게로 의탁한 것은 나였으니까. 하지만 역시 나는 무의식중에 책임을 떠넘기려 했을 뿐인 모양이다. 두려움을 직시하지 않기 위해서 너를 마주하는 것을 선택했고, 그 결과는 좋지 않다. 아니, 좋다고 해야 하나.

네 답장을 읽고 비로소 깨달은 것은, 내가 두려워했던 것이 너에 대한, 혹은 내가 행한 부당한 살해에 대한 책임이 아니라는 것이다. 내가 아닌 누군가의 감정에서 내가 느끼는 죄의 무게가 비롯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편했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했을 뿐이었다. 그러나 죄의 무게감은, 다른 누구도 아닌 나 자신이 만들어내는 것이다. 기실 타인이 어떻게 생각하든, 내가 무슨 일을 저질렀든간에, 철면피를 쓰고 부정할 수 있었더라면 이토록 괴로움을 느낄(미안하다. 정말 괴로운 것은 그쪽이라고 생각한다만, 불가피하게 이런 표현을 감히 내 감정에 덧붙혀야겠다.) 이유가 있었을까. 그러나 그렇게 할 수 없었던 것은, 그 죄악감이라는 것을 만들어내는 것이 사실은 내 감정이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래, 내 부채감은 근원은 나에게서 찾아야만 했다. 너에게서가 아니라.

그러니까, 네 답장은 내 폐부를 찌르는 것이었다. 내가 어떤 방식으로든 네가 원하는 죽음을 대신 행함으로서 죄를 대속하겠다는 맹세는 아마도, 아니 분명히 너 또한 나와 같은 죄악감 속에 끌어내려지기를 바라는 추악한 바람이었을 것이다. 행위를 가져간다고 해서 죄를 가져갈 수 없음을 알았어야 했다. 죄를 느끼는 것은 그것을 누가 행했느냐에서 갈라지는 문제가 아니다. 암살자의 손으로 감히 꺼내기 무서운 내용이지만, 그것을 결정하는 것은 각자가 가지는 양심이다.

네 편지를 끝까지 읽었을 때, 아무도 죽이지 말라는 너의 요구 또한 읽었다. 낮선 요청이다. 누구도 암살자에게 그런 요청은 하지 않는다. 그리고 역시 그런 요청을 받아들이는 암살자도 없을 것이다. 나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내게 있어서 살해와 상해의 기술은 생애의 전부와도 같다. 그리고 나는, 이 흔들리는 글씨만 봐도 알겠지만, 역시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에 본질적으로 어려움을 느끼는 사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그 일의 무게로부터 벗어날 모든 길을 닫아버리고 말았다. 이 손이 다시 예전처럼 사람의 목숨을 능히 가져갈 수 있을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그러니까, 너의 마지막 제안에 대해서는 조금 더 생각해 보겠다.

(예의 검은 인장)





(역시 편지봉투의 뒷면에 조악한 필체로 드문 드문 적혀있다.)
다만 내가 말할 수 있는 것은, 그날 그곳에서 그들이 내가 받았어야 할 죽음을 가져갔다는 것 뿐이다. 2번이나.

>>560

일부러 그러는 (썼다 지운 흔적) ..빨간 잉크는 아무래도 눈이 아프지 않을까.
3학년으로 올라가면 한 학년 내내 관찰하는 프로젝트가 있으니까 훨씬 더 발전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거야. 어떤 사람들은 반려동물을 키우는 느낌이라고도 하던데.. 잘은 모르겠네.
정상적으로 구름이 덮였다면 이제 얼마 안 남았어. 화산이 터지면 근처의 토양이 비옥해지니까 제출하기 전에 양조업 같은 문화를 발전을 시켜 보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통 1학년 때는 기술의 발전에만 집중하는 경우가 있으니까 문화 쪽으로 파고들어가면 추가 점수를 받을 수 있을지도. ..그런데 지금까지 교과서를 안 읽고 있었단 말이야?
......그건 빈센트가 알카이스 교수님을 별로 안 좋아해서 그래. 내가 이 말 했다고는 말하지 마..
교수님도 가까워지면 좋으신 분이셔. 상담도 잘 받아 주시고. 그리고 순서 바꿨어. 이번주 금요일에 4학년 제2랩실로 와. ..혹시 모르니까 아무한테도 말하지는 말고.
안 졸았다니 다행이라고 해야 하는 거 맞지..? 아마 금요일에 차원 미아를 잘 분리해내기만 하면 지진은 안 일으켜도 될지도 몰라.
...그거 정말로 괜찮은 거야?
그래, 나중에 도움이 필요하면 말할게.

J.

>>562
여기 요청하신 것들입니다.
무리하지 않으셔도 되니 나중에 도움 부탁드립니다. 아포칼립스에서는 믿을만한 사람이 필요하지요.
P.S.혹시 괴물 연구를 해볼 생각은 없나요?

>>540
안녀□앐•¤ㅁ셌￦\뻷●&궧¿귉;돟*%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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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요원님? 칼란? 아직 살아있죠?! 연결이 잠깐 끊겼어요, 미안해요. 시간전쟁 훈련의 여파가 제 통신실에 직격했나 봐요. 그쪽 시간으로는 얼마 정도 지났죠? 아, 이런 간단한 시공간 응용 계산조차 못 하게 되다니. 지금 여기 시간이 섞여서 좀... 자연수를 무한하게 뱉어내고 있는 기분이에요, 양해해 줘요. 그나마 다행인 건 이 와중에도 단말기와 도캣을 꽉 붙들 수 있었다는 거예요. 좋은 소식이죠! 그 덕에 요원님에게 좌표를 전송할 수 있게 됐거든요!

최근에 시간의 흐름이 인위적으로 방해된 구간을 좀 찾았어요. (EON, 9.5.67.4, 파랑) (WKD, 0.54.10.8, 출발) (REW, 80.5.6.3, 포옹) ー 제 판단으로는 이 셋이 가장 유력해 보이네요! 시간여행자들은 문명이 있는 곳을 떠도는 습성이 있으니까요.

세상에나, 식사 제안인가요? 당연히 환영이죠! 지금 저는 이런 엉망진창인 상황에서도 즐겁다고 생각하는 제 자신이 웃길 지경에까지 이르렀답니다. 마땅히 휴가를 함께 보낼 사람이 없어서 원래는 고향 별이 있던 근처로 혼자 여행을 갈 계획이었거든요. 그 전에 누군가와 저녁을 함께할 수 있다면 더없이 좋을 거예요! 오, 물론 우리 인기쟁이 요원님의 휴가에 끼어들려고 벼르던 관리국 직원들이 우는 걸 좀 달래줘야겠지만요!

받으면 연락해요, 통신이 끊긴 잠깐 사이에 요원님에게 큰일이 나지 않았나 걱정하는 중이니까요. 기껏 잡은 식사 약속을 취소하기는 싫어요!

이론적으로 과거와 미래에 동시에 존재하는 중인,
통신 담당 론도라 마나도라

>>567

오 드디어 통신이 된다. 갑자기 통신이 두절되어서 얼마나 걱정했는지. 다른 요원들에게 연락해서 그쪽 소식은 들었어요. 여긴 다행히도 10분 정도의 시간밖에 지나지 않았어요. 갑자기 훈련장에서 폭발이라니 무슨 짓을 하고 있는건지 ... 의도된 사항이라고는 하지만 위력 측정을 제대로 못한건 정식으로 항의해야겠네요.

좌표 잘 받았어요. 공교롭게도 이미 한번씩 다녀온 좌표들인데 확인을 못한걸 보면 엇갈려버렸나보군요. 이번엔 다시 한번 찬찬히 찾아봐야겠어요. 사실 이번 시간여행자는 주의만 주는 선에서 끝내라는 지시가 내려왔거든요. 초범이라 정상참작해준다니 어쩌니 ... 그래서 좀 더 여유가 생겼지 뭐에요.

오 이런 휴가를 같이 보낼 사람이 없다니. 상당히 슬픈 이야기로군요. 저는 당신 생각처럼 인기가 많지 않답니다. 관리국 본청에도 잘 안가는 요원이 인기가 어딨겠어요. 저야말로 당신과 식사 약속을 잡았다고 했더니 주변 동료들이 거짓말하지 말라면서 웃더군요. 본인들이 안믿어봤자 바뀌는건 없지만요. 얼마전에 인센티브를 받은게 좀 있으니 이번 저녁은 제가 대접하도록 할께요.

P.S 여행갈 때 도캣을 데리고 가는건 어떻게 생각해요?

추적팀 요원
칼란 드라코사

선생님
선생님은 저승사자에요?
여기는 다 하양색인데
선생님은 엄청 까매요!
누구 데리러 왔어요?

사랑하긴 했냐니
그런 말을 해 놓고 어떻게 좋은 꿈을 꾸라고 하니.
[01:22:09]

[손만 잡을 센트넬 구합니다]

국가공인자격증 있는 가이드입니다.
가이딩 경력이 길지는 않지만 전담 센트널과 2년 정도 함께 일했습니다.
하지만 파트너가 사망해 가이드 일을 접었다가 급전이 필요하여 글을 올립니다.

제목대로 손만 잡을 센트넬 구합니다.
상황에 따라 포옹도 가능하나 입맞춤 이상은 절대 거부합니다. 각인도 안합니다.
가이딩 회당 가격으로 포옹이 들어갈 경우 두 배로 받습니다.

전담 가이드가 없으신 분, 센트널 등록을 하지 않은 불법 센트넬이신 분, 각성한지 얼마 되지 않아 임시 가이드를 급히 구하시는 분.
제목만 잘 지켜주시고 금액만 잘 주신다면 어떤 비밀이든 보장해드립니다.

자세한 사항은 연락 바랍니다.

>>571
공고 보고 연락 드려요...
혹시 저희 집에 상주하며 가이딩 하실 생각은 없으신가요?
거처는 별도로 마련해드릴거고 가이딩 외의 생활은 일절... 외부인을 들이는 것만 아니라면 일절 간섭하지 않을거에요.
가이딩 관련 급여는 달라는 대로 드릴 생각인데 가이딩 주기가 짧고 매 가이딩마다 포옹 정도는 해주셔야 해요..
급전이 필요하시다 하니 원하신다면 몇회분 선금을 지불할 수도 있어요.
긍정적 답변 기다릴게요.

>>572
연락 주셔서 감사합니다.
상주라고 함은 거실을 같이 쓰고 방을 따로 쓰는 룸메이트 같은 것일까요?
거처를 별도로 마련한다는 것이 어떤 뜻인지 잘 모르겠는데 자세히 설명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만약 룸메이트라는 뜻이라면 어려울 것 같습니다. 다만 매일 하루 2회 방문하는 것은 가능합니다.

매회 포옹을 해야 할 정도에 상주, 가이딩 주기가 짧다는 것은 평소에 능력을 많이 쓰는 일을 하는 것인가요?
오래 일할 생각은 없기 때문에 전담 가이드를 구한다는 조건으로 임시 가이드로 일할 생각은 있습니다.
다만 상주는 안 됩니다.

갱신

갱신

[끌올][손만 잡을 센티넬 구합니다]

국가공인자격증 있는 가이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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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파트너가 사망해 가이드 일을 접었다가 급전이 필요하여 글을 올립니다.

제목대로 손만 잡을 센티넬 구합니다.
상황에 따라 포옹도 가능하나 입맞춤 이상은 절대 거부합니다. 각인도 안합니다.
가이딩 회당 가격으로 포옹이 들어갈 경우 두 배로 받습니다.

전담 가이드가 없으신 분, 센티넬 등록을 하지 않은 불법 센티넬이신 분, 각성한지 얼마 되지 않아 임시 가이드를 급히 구하시는 분.
제목만 잘 지켜주시고 금액만 잘 주신다면 어떤 비밀이든 보장해드립니다.

자세한 사항은 연락 바랍니다.

안녕. 잘지내?
이렇게 시작하니까 무슨 구애인같은데 우리가 마지막으로 만난게 벌써 5년이나 지났으니까... 지금은 우연히 네 소식을 듣게되서 반가운 마음에 편지를 보내.
사실 받는 사람이 너라고 확신을 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진짜 너라면... 살아있어서 정말 다행이야.
내가 백작님에게 불려간 그날, 수도로 올라갔던 네가 돌아왔다는 소식과 함께 마을이 도적에게 습격당했고 생존자는 없다는 소식이 들렸어.
한동안은 정말 제정신이 아니었어. 미친듯이 울고, 소리지르고 넋을 놓고 지냈지. 지금은 많이 괜찮아졌어. 이제 마을을 생각해도 미친듯이 눈물이 나지 않거든.
아, 편지가 너무 길어지는 것 같아. 진짜 너인지 확실하지도 않은데말이야.
음... 만약 당신이 내가 아는 그사람이 맞다면, 이제는 사라진 피에르길 마을의 나와 친구였던 그 사람이 맞다면 답장을 보내주길 바래요. 간절히 기다리고 있어요.

피벨 휘앙 보냄.

>>576
안녕하세요. 게시글 보고 연락드립니다.
돈은 많습니다. 체불 안 할 거고 이웃집에 사셨으면 하는데 거처도 그냥 다 마련해드리겠습니다. 뭐 이사비, 생활비, 돈 필요하면 다 지원해드릴게요. 가불도 필요하면 해줘요.
규칙적으로 올 필요는 없고 호출할 때만 지각 없이 꼬박꼬박 오시면 만족합니다. 포옹할 때마다 돈도 두 배 쳐드립니다.
이 정도면 좋은 조건 같은데 어떠세요?

>>578

연락 감사합니다.
계약 이전에 한 번 만나서 면담 및 가이딩 체크하여 가이딩 효과 및 기능 여부 확인 할 예정입니다.
계약서도 미리 작성해갈 예정이니 성함, 나이, 성별, 능력, 일주일 간 평균 능력 사용 횟수 등 상세 사항 알려주세요.
또한 국가가이드 이용하지 않고 연락 주신 이유 알려주시면 참고하도록 하겠습니다. 어려우시면 면담 때 말씀해주셔도 되고요.
이사 하는 곳이 도시 외곽이나 시골일 경우 거절할 수 있음 알고 계시고요. 임시로 하는 것인지 년단위로 하실 것인지도 알려주세요.
이런 일을 자주 하다보니 미리 말씀드립니다만 계약사항 위반, 동의없는 추행과 같은 성범죄 및 납치 감금 등 위반 사항 있을 시 강력히 형사적, 민사적 법정 대응할 예정입니다.
혹시 저에 대해 궁금한 사항 적어주시면 성심성의껏 회신해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579
이지원, 22세, 여성, 염력입니다. 능력 사용 횟수 같은 건 세본 적이 없고요. 연락 드린 이유는 면담 때 말씀드리겠습니다. 환경 좋은 도시니까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무엇보다 낯선 사람 추행하는 데 관심 없어요. 기간은 생각 안 했는데 일단은 임시라고 알고 계세요.
저도 제 가이드가 어떤 사람인지 미리 알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름, 나이, 성별, 직업이 어떻게 되시죠?

>>580
이름은 하현, 26세, 남, 직업은 여러 사람들에게 임시 가이드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인데, 이사에다 생활비까지 지원을 한다는 건 전담을 말하는 건가요? 전담이라고 하면 계약금은 올라가고 나머지 센티널들은 정리할 의향이 있기는 합니다. 아니면 다른 사람을 가이드 중에는 조금 늦을 수도 있겠네요.
날짜, 시간, 장소 정해주시면 시간 맞춰 가겠습니다.

/안녕! 편지로는 더 이어가기 어려울 것 같은데 1:1 스레 조율로 가는 게 좋을까? 아니면 자유상황극 스레에서 즉흥을 이어가는 게 좋을까?

>>581
네, 처음부터 전담을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계약금 얼마든지 높여드릴 테니 정리해주면 좋겠네요.
익일 오전 5시 40분에 만납시다. (뒤로는 주소가 적혀 있다. 대도시권에 소재한 저택으로 사료된다.)

/안녕~! 개인적으로는 즉흥이 끌리는데 참치는 어느 쪽이 편할까? 계속 잇는다면 일반 상극과 상L 중 어느 쪽이 좋은지도 궁금하네~

>>582
네. 그때 뵙죠.


/일반 상극이 편한 편이야~ 저택에 새벽부터 화끈한데(?) ㅋㅋㅋ 저택이 어떤 느낌인지 잘 상상이 안가서 먼저 자유상황극에서 선레 주면 바로 따라갈게

>>583
/안녕~ 지원주야. 다름이 아니라 선레가 늦어질 거 같다는 사실 알리려 왔어ㅠ_ㅠ 타이밍이 이것저것 조금 안 맞아서 말이야. 최대한 빨리 올릴 수 있도록 힘내볼게!

>>584
/아이고 ㅠㅠ 말해줘서 고마워! 천천히 편하게 줘! 느긋하게 기다리고 있을게~

이거 못 열겠습니다.
거의 1년만에 보내는 연락을 실망스러운 답변으로 시작한다는 것이 저희로서도 굉장히 죄송스러운 일입니다만, 도저히 가능성이 안 보입니다. 무슨 수를 써도 열리기는커녕, 실마리도 안 잡힙니다. 슬슬 이게 애초에 개봉이 가능한 물건인지에도 의심이 가기 시작할 판입니다. 동업자 놈들은 그냥 큰 금속덩어리를 상자처럼 보이게 표면만 조각해놓은 물건이라고 해도 믿겠다더군요.
이제 와서 장인의 자부심이니, 업계 평판이니, 괜히 이야기를 늘어뜨리는 그런 구실도 다 집어치웁시다. 이미 제 자존심은 산산조각나다 못해 잔해도 안 남았으니 말입니다. 반평생을 락픽에만 매달려 산 몸입니다. 아직 오래 살았다고 할 나이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꽤 긴 시간입니다. 동네 전당포부터 궁전 침실까지, 어디의 무슨 자물쇠던 제 집 드나들듯이 풀고 지나갈 수 있는 기술을 익혔다고 자부해 왔습니다. 이거 읽으면 비웃을 양반들이 동종업계에 아직 몇몇 남아있다는 걸 알고 있지만, 감히 쓰건대 굳이 현존 최고의 락픽 기술자를 고를 일이 있다면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스스로를 첫 손에 꼽았을 겁니다. 이 의뢰를 받기 전까지는요.
답신하지 않아도 상관은 없지만, 마지막으로 하나만 묻고 싶습니다. 원칙적으로는 의뢰인에게 물건의 출처를 묻지 않습니다만, 이번 물건은 대체 어디에서 가져온 건지 궁금해서 미칠 지경이더군요. 대체 어떤 미친 작자가 만든 상자가 이런 잠금장치를 가지고 있는지 말입니다. 복합적인 매커니즘을 동시에 적용한 내부 구조를 열쇠나 락픽이 들어오는 것에 반응해서 끊임없이 변화시키고, 거기에 완벽히 일치하는 원본의 역주문으로만 해제할 수 있는 마법적 봉인을 서로 다른 종류 3중으로, 심지어 서로 맞물리게 적용시켜 놓는 구조를 대체 어디의 누가 만들었답니까? 간신히 잠금 구조의 가장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부분만 까서 분석해 본 것만 이 정도가 나옵니다.
위약금이랑 같이 의뢰한 상자도 동봉해 보냅니다. 다시는 이런 의뢰 맡기지 말고요.

-작년 상반기까지 세계 최고의 락픽 기술자였던 사람이-

>>587

자네의 편지는 잘 받았네.
하지만 앓는 소리는 넣어두라고 말하고 싶군. 그대가 아니면 이 상자를 열 수 있는 사람은 이 제국 내에선 없다고 볼 수밖에 없으니. 나는 자네가 이 일을 내가 제시한 금액과 그대의 자부심만으로 해낼 수 있었다고 생각했지만 그건 내 오산이었던 것 같네.

이 상자의 정체를 밝히기 전에 내 정체부터 밝혀야 겠군. 나는 이 제국의 유일한 적통 황녀이자 다음 대 황제의 관을 이을 사람이네. 이 정도만 말해도 그대는 이 상자의 정체를 알았겠지. 하지만 확실히 알려주기 위해 내 친히 설명을 해주겠네.
현 황제의 폭정은 동쪽 숲을 불태웠고 제국민의 고혈을 빨아먹으며 일어나지 않아도 될 전쟁으로 인해 청년들을 죽였어. 또한 그들의 넋을 기린다는 명목으로 연일 파티를 열며 국고를 소진시키고 있지.
나는 그런 황제를 하루 빨리 밀어내고 내가 황제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어. 하지만 모든 것에는 법도가 있지 않겠는가. 나는 내 손에 피를 묻힐 생각도 하고 있네만 그것은 가장 나중의 선택이 되어야겠지.
이쯤 되면 자네도 알 것이라고 생각하네.

그래, 그 상자는 황가에서만 내려오는 전설의 열쇠가 담겨있는 상자라네.
그런 보안이 철저한 곳에 들어있는 것이 열쇠라니 아이러니하지만 말이지. 하지만 자네같은 락픽 전문가들이라면 다 이 전설 정도는 들어보지 않았겠나. '페레노의 상자를 여는 사람이 황제가 되리라' 라는 어구로 시작하는 전설 말이네.
그 상자가 바로 페레노의 상자야. 초대 건국 신화에 나오는 드레곤 페레노 말일세. 그러니 그런 희안한 잠금이 있다고 해도 이상할 일이 없지. 지금까지 아무도 열지 못한 상자니 말이야.

그대가 그 상자를 열지 못하는 동안 죽은 사람만 해도 동산을 쌓을 걸세. 그러니 앓는 소리하지 말고 그 상자를 열도록 하게.


추신. 위약금과 상자는 다시 돌려보내네. 편지를 가져가는 사람은 황궁의 마법사이고 기밀을 알고 있는자이니 마음껏 부려먹어도 되네. 상자만 열 수 있다면 말이야. 만약 상자를 열 수 없다고 생각이 된다면 직접 가지고 황궁으로 들어오게. 내 친히 기밀을 알고 있는 그대를 입막음 할테니.
덧붙여 이 편지를 읽은 즉시 편지는 불타오르는 마법이 걸려있으니 손을 데지 않게 조심하도록 해. 귀한 손이지 않은가.

>>586

>>587

선생님. 저는 사실 다른 사람들에게도 같은 상자를 보내드렸답니다.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던, 소위 선생님을 비웃을 양반들에게요. 그렇지만 선생님께서 가신 곳까지 다다르셨던 양반은 한 명도 없었답니다. 선생님만큼 오랜 끈기를 보인 양반도 마찬가지로 없었답니다. 선생님께서는 스스로에게 자부심을 가지실 자격이 있으세요.

사실 제 창고에 들어와 태연하게 앉아있는 미믹을 보고 영감이 떠올라서 만들어본 상자랍니다. 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큐브라던지...있잖아요? 색깔을 맞추는 놀이요. 실제로 보안을 위해서 사용하기에는 어려운 물건이지요. 군도와 예도가 서로 다른 것처럼요. 적당히 머리를 써서 풀어낸다는 느낌이었는데, 선생님께서 이토록 마음을 써주시고 좋아하시니 저는 감개무량할 따름이랍니다. 양반들 중에 누구는 애시당초 열리는 상자가 아닌데다, 퍼즐들은 그냥 상자처럼 보이기 위한 눈속임에 불과하다는 폭언을 하셔서 마음이 크게 상했었거든요...

조금 신이 나서 첨언을 하자면, 선생님 말씀대로 1관문은 퍼즐 3개를 풀어야 열 수 있는 구조랍니다. 하지만 단지 퍼즐들을 푼다고 하여 열리는 것은 아니에요. 삼중 혼돈진자의 한 축마다 퍼즐을 하나씩 부여하고, 진자운동에서 나오는 난수에 기반하여 끊임없이 위상값이 변하도록 되어있거든요. 선생님께서 내부구조가 변한다고 말씀하신건 그것 때문일겁니다. 퍼즐들과 동시에 연동되는 위상값까지 풀어내야 열리는 것이지요.

혼자 사는 사람이 무료해지면 사방의 작은 것들도 소중하게 보이기 마련이랍니다. 정직하게 말씀드리자면 저는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던 모양이에요. 이왕이면 그럴싸한 명분을 붙이는 것도 좋은 선택이겠지요. 제가 보내드린 상자처럼요.

제게 편지해주시고, 제 장난감을 사랑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선생님. 보답의 의미로 상자와 함께 장치 설계도와 열쇠를 보내드릴게요. 제가 드리는 선물이랍니다. 어딘가에 파셔도 좋고, 이리저리 뜯어보고 마음대로 역설계하셔도 좋답니다. 부디 선생님께서 내키시는대로 사용해주세요.

(상자가 그대로 반송되었다. 봉인된 작은 케이스 안에 열쇠가 있다. 상자를 열면 편지와 설계도가 있을 것이다)


//내가 늦었구나... 그래도 써놓은게 너무 아까워서 올리기만 할게. 이건 그냥 스루해줘...

>>587

답장 첫머리를 보자마자 찢어버릴까 고민을 조금 했습니다만, 아까운 손모가지만 숯이 될 뻔했군요. 씨발,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하늘의 혈통에 대고 불경한 단어 하나 정도 썼다고 제 목숨을 가져가지는 않으리라고 믿습니다.
페레노의 상자라, 솔직히 말해서 아주 와닿는 이야기는 아니군요. 저는 당연히 비유적인 표현이라고 생각했습니다만. 왜, 학자들이 자주 말하는 이야기잖습니까. 상자가 세상이라는 감실, 열쇠가 황권이라는 의무, 뭐 그런 내용이던가요. 그리고 굳이 따지자면, 우리같은 업종이야 많이 죽을 때가 성수기라서 말입니다. 통치가 어떻던간에 일반 빈민은 항상 오질나게 죽어나가기도 하고요.
물론 거절한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만.
아무튼, 발 빼지 못하게 거의 모든 내용을 지나칠 정도로 정직하게 말씀해 주셔서 참 증오스럽고도 감사드립니다. 아마도 길드의 자원을 통째로 들이부어도 모자랄 사업에 묶여버린 것 같으니, 가뜩이나 이제껏 과로했던 부하들만 더 죽어나갈 테지요. 뭐 어떻습니까. 이제부터 페레노의 상자를 딸 텐데.
다만 그 전설의 용에게는 감사를 표해야겠습니다. 어째 망치로 후려치고 용광로에 쳐넣어도 상자가 흠집 하나 없더니, 후배가 업계의 전설을 박살내 버렸다는 오명을 쓰지 않도록 쓸데없이 단단하게 만들어 준 덕을 조금은 봤습니다.
사설이 길어졌군요. 의뢰자에게 길게 토로하는 것은 프로다운 일이 아니니, 이만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궁전 안에서의 건곤일척에 걸기 싫으시다면 변방으로 가서 군대나 모으라고 권하고 싶습니다만, 일단 이쪽 길을 선택하신다면 써야 할 지출에 대해 미리 경고하지요. 어마어마한 비용 지원과 기약 없는 기다림이 따를 겁니다. 비용에 대해서는 장인의 자존심을 걸고 확언하건대, 보내주신 모든 선금이 이 사업에 재투자되었습니다만, 당장 제게 필요한 액수만 그 2배쯤 됩니다.
당장 필요한 것은 표면상 3중 봉인의 원형에 대한 완벽한 정보이고, 그것을 위해서는 페레노의 전설에 대한 모든 사료나 연구를 제공할 수 있는, 이쪽 업계에서는 가장 권위 있는 정보 수급처, 그러니까 비밀 도서관에 대한 열람권한이 필요합니다. 앞서 말한 2배의 필요액이 대부분 거기에 쓰일 겁니다.
물론 불법 사본만 닥치는대로 긁어모아 놓은 비밀 도서관보다야 황립 도서관이 가장 좋은 선택지이기는 합니다만, 아무리 귀하의 신분이 말씀하신 대로라고 한들, 용이 살아있는데 아룡을 믿고 아가리로 머리를 들이밀기는 힘들겠지요. 물론 그쪽 사정은 그쪽이 더 해박할 테니, 방도가 있다면 황립 도서관의 열람권한을 제공해 주시는 것이 우리 편에서는 가장 좋습니다.
그러니까 부디, 충분한 액수의 추가금이나 황립 도서관의 열람수단, 둘 중 하나를 답신으로 보내주시기를 바랍니다. 주지 않으시면 저희도 방도가 없습니다. 여러 번 맹세하지만, 맹세코 모든 투자는 이 상자 따는 데 쓰일 겁니다. 확실히.
문제로군요. 흥분한 티 내지 않으려고 부던히도 노력했는데, 다 써놓고 읽어보니 문장 하나 하나가 열정의 덩어리인 수준이니, 원.

-다시 최고가 될 수 있을 것만 같은 락픽 기술자-


//2개 다 잇기 재밌어 보여가지고 고민 좀 하느라 늦음

>>589

그대가 어떤 말을 하든 상관은 없네. 그리고 그 상자를 여는 것이 가장 빠르고 사람이 덜 죽는 길이라고 생각했을 뿐이야. 빈민 구제에 대한 부분은 내 이 일이 끝나고 나면 노력을 해보도록 하지. 물론 그대가 거절하지 않는다는 것은 알고 있었어.
그대도 이 일을 무르지 못하는 건 그 페레노의 상자를 열었다는 영광 때문이 아니겠는가. 그것이 아니더라도 성공한다면 그대에게 충분한 만큼의 보상을 내려주지. 폭군을 몰아낸 영웅이 될테니까 말이네.

기약없는 기다림은 안 되네. 딱 반년. 반년 안에 이 상자를 열지 않으면 바로 준비했던 것에 착수할 것이니 말이야. 그대도 알겠지만 현황은 제정신이 아니네. 그 안에 나의 편이 많아. 그대가 걱정할 필요는 없어. 그러니 황립 도서관에 들어갈 수 있도록 해주지.

황실 도서관 내에 보수가 필요한 부분이 있어 그 부분을 수리한다는 이유로 그대와 그대의 조수 한 명을 들어가게 할걸세. 시간은 48시간이고 도서관 지하의 기밀 장소까지 사서가 안내를 해 줄거야. 걱정은 하지 않아도 돼. 그 사람도 내 사람이니까. 하지만 목숨이 아깝다고 한다면 돈을 줄 수도 있어.

내가 같이 보낸 마법사는 필요가 없던가? 마도구 전문 제작에 특출난 사람이긴 한데. 성격이 더럽다는 단점이 있지만. 일단 그쪽에서 당분간 데리고 있기는 하도록 하게. 필요할지도 모르니.

답장은 딱히 필요 없고 보낸 사람을 따라 가거나 돈을 받거나 둘 중 하나 선택한 뒤 이후 결과와 함께 답을 주도록 해. 물론 이 편지도 손조심하게.


/이런 내가 빠르게 답을 주긴 했지만 위에 참치가 했던 이야기도 재미있어 보인다. 미안해 참치 8ㅅ8

>>590

늦어서 죄송합니다. 조금 대책없이 시간이 걸렸군요. 1달 반만에 연락드립니다만, 그래도 기쁜 소식이 하나 있어서 말입니다. 너무 화를 내지는 않았으면 합니다. 표면의 봉인, 땄습니다.
48시간 안에 황궁 도서관 순례라니, 사람 미쳐버리는 줄 알았습니다. 원래 필요한 정보 수집에 있어서 걸리는 시간의 최소를 보름으로 잡았는데, 덕분에 파격적으로 줄여야 했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그냥 암살자를 보내드릴까 답신을 보내려고 했습니다. 차라리 그게 더 현실적이라는 생각이 아주 절절하게 들어서요. 그 삼엄한 감시와 촉박한 시간 속에서 이틀밤을 새는 동안 그 생각을 수십번은 했습니다.
보내주신 마법사가 아니었으면 불가능했을 겁니다. 마법적 자문보다도 그 암기력이 도움이 되더군요. 과장 좀 보태서, 48시간의 말미 즈음에 계산해보니 그 친구가 서고 20개 정도를 통째로 외워서 나간 것 같았는데요.
아무튼 맞물린 봉인 3개는 각각의 역주문을 찾아내서 조합했는데, 아예 새 주문을 만들어내다시피 했습니다. 봉인들 사이의 연결성이 너무 유기적이어서, 역주문 3개를 동시에 적용시키는 새로운 매커니즘을 짜내야 했습니다. 이것도 그 친구가 여러모로 도움을 줬습니다만, 아무래도 응용 면에서는 좀 모자란 듯 했습니다. 편법 없이 순수하게 역주문 3개를 합칠 생각을 하고 있던데, 마법진으로 도시를 하나 둘러싸도 모자랄 짓이라고 말해 줬습니다.
기계적인 잠금에 있어서의 내부 변화 문제는, 공교롭게도 우리 도둑놈들의 천적이 개발한 기술이 도움이 됐습니다. 제국 치안청이 사용하는 증거보존용 급속냉각기술 같은 건 아마 페레노도 예상하지 못한 신기술이었던 모양이더군요. 원래 특수한 유동성 물질을 사용해 만든 열쇠를 사용해야 했을 거라고 추측됩니다만, 이제는 알 필요 없는 문제입니다. 아무리 복잡한 다중 장치로 구성되어 있다 한들, 움직이지 않는다면 일반 락픽으로도 딸 수 있으니까요.
그랫니 표면부분의 잠금은 풀렸습니다. 이제 내부의 구조를 해제해야 하는데, 이쪽부터가 상당히 가관입니다. 처음 이 상자를 봤을 때 느낀 감정이 무색해질 정도로요.
하나 다행인 것은, 2번째 잠금 구조는 표면과 달리 기계적 잠금과 마법적 잠금이 복합적으로 적용된 구조는 아닙니다. 구조 자체는 지극히 단순합니다. 겹쳐진 4개의 회로가 하나의 열쇠구멍에 의해 관통되어 있는데, 어떤 물질로든 열쇠구멍을 끝까지 통과하면, 즉 회로 4개를 꿰 버리면 열립니다. 구조상으로는 그냥 아무 바늘 같은 거나 가져와서 푹 찌르면 열리는 형태라는 겁니다.
문제는 이 구조 전체가 통짜로 일종의 선언적 저주가 적용되어 있습니다. 그러니까, 각 회로마다 특정한 조건을 요구하고 있는데, 그 조건이 충족되지 않은 물질이 그 회로의 열쇠구멍을 지나가면, 즉시 소멸해 버립니다. 즉, 각 회로마다 요구하는 4개의 조건을 충족하는 물질로 열쇠를 만들어야 합니다.
문제는 각 회로의 조건에 대해서는 전혀 추측할 수 있는 바가 없습니다. 물질의 재질인지, 마법적 처리인지, 혹은 성질, 합금 상태, 존재해 온 시간, 속성, 어쩌면 생명인가 아닌가, 뾰족한가 뭉특한가 따위의 사소하고도 무의미한 조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다양한 종류와 조건을 충족하는 온갖 물질들을 가져와서 최대한 구멍에 쳐박아 보고 있습니다만, 암담합니다. 이번 잠금은 구조상, 관측자가 첫번째와 마지막 회로의 통과 여부만을 확인 가능하도록 허용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아무리 시험해 봐도 2번째와 3번째 회로의 조건이 무엇인지는 알 수조차 없습니다. 저희로서는요.
하지만 당신은 다릅니다.
만약 페레노가 황제의 자격이 있는 이만이 이 상자를 열 수 있기를 바랐다면, 4가지 조건을 유추할 실마리는 그가 생각한 황제의 자격과 연관이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페레노의 관념적인 부분을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어떤 상징성을 가진 물질의 조건을 찾아내려면 말입니다. 제 생각에, 이 시점에서 그것을 알 수 있는 것은 당신 뿐입니다. 당신이 정말로 제국의 군주로서 정당한 자격이 있는 사람이라면 말입니다.
그것을 보여주십시오.

추신: 최근 수도가 심상치 않은 것 같습니다. 부디 몸을 사리십시오. 적어도 제가 이 상자를 다 열 수 있게 되는 순간까지만이라도 살아 주십시오.

>>591

한 달 반이라. 마침 좋은 소식이 필요했던 참이네. 사실 그대에게 그렇게 이야기를 했지만 그것을 열지 못할 것이라고도 생각했네. 하지만 이렇게 성과를 가져다주다니 정말 기쁘고 대견하네.
48시간이라는 시간이 터무니없이 부족할 것이라고 생각은 했다만 그것이 최선이었다는 것을 자네도 알았을 것이라 믿어. 그리고 결국에는 해내지 않았나. 그 머저리(두 줄이 그어져있다) 마법사가 도움이 되었다니 다행이군. 하지만 그 녀석이 어떤 정보를 더 가져갔을지 골치가 아파. 물론 그 녀석이 배신할 거라곤 생각하지 않아. 좀 이상한 물건들을 더 많이 만들어낼 것 같다는 뜻이네.

그대의 보고를 들으니 그대들이 많이 수고해주었다는 것이 느껴져. 이제 내부 구조만 열면 되는 것이로군.
4가지 조건이라. 황실에서는 황실만의 내려오는 이야기가 있다. 그대도 알다시피 이 제국은 드레곤 페레노가 황제와의 우정을 기리기 위해 황실에 대대로 내려오는 마법을 주었고, 그들의 백성만이 마법을 가지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있지.
그 이야기는 차치하더라도 페레노와 초대 황제 사이에 내려오는 이야기가 있네.

"너는 필멸자이나 자식을 가질 수 있고, 나는 불멸자이나 본디 홀로 있는 자. 네 관은 네 피로 흐르고 네 땅은 네 마법으로 하나 될 것이다. 훗날 시간이 지난다해도 네 자식은 네가 아니겠지. 언젠가 너에 대한 내 애정이 끝이날 때 나는 너희를 떠날 것이다."

이미 제국은 수천년이 지났고 페레노는 제국의 곁을 떠났지. 남은 것은 그 초대 황제에게 주었던 그 상자일 뿐이야. 그 상자를 남길 때 이렇게 말했지.

"하늘과 땅이 하나가 되고, 너와 백성의 뜻이 합치될 때. 그 상자를 여는 이가 황제가 되리라."

예로부터 하늘은 시간을 뜻하고 땅은 마법의 원천이라고 하지. 관은 피로 흐른다고 하니 나를 뜻하는 것은 내 피로 충분하지 않겠나. 문제는 백성이 무엇을 말하는 지 모르겠군.

요즘 수도가 흉흉한 건, 역시 반란군인 것이겠지. 슬슬 그들이 일어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하고 있어. 최근 전체적으로 마법의 힘이 줄어들었다고 생각하지 않나? 마법진이 아니면 마법을 쓰기 어렵고 언령 마법은 그 힘이 옛만 못하지. 반란군은 황제의 폭정으로 민심이 돌아서서 마법의 힘도 약해졌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야. 뭐, 무리도 아니라고 생각하네.

반란군은 황실의 피를 다 죽이고 공화정을 세우려는 모양인데. 나는 그들과 만나서 담판을 지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네. 그래서 조만간 그들을 만날 생각이야. 자네가 나에게 몸을 사리라고 한다고 하더라도 이건 내가 물러서서는 안 되는 문제이니까.

국고에 국보인 모래시계가 있는데 그걸 조만간 훔쳐서 보내도록 하지. 아, 훔치는 것은 그쪽이 전문이던가?

(편지에 피가 담긴 유리병과 모래시계가 있는 국고의 위치가 적힌 지도가 동봉되어 있다)


추신. 나는 신경쓰지 말고 그대는 그대 일을 하게.

>>592 또 이야기 속의 내용에 파고드는군요. 질색입니다. 상상력을 발휘하는 것은 묶는 입장이 되는 것이고, 풀어내는 입장에서의 정석이란 편법을 찾아내는 것이니까요. 정공법으로 임하는 것이 직업적 자존심에 상처가 되고 있지만, 어쩌겠습니까. 이번만큼은 샛길이 없습니다.
당신의 피와 국보의 모래, 그리고 마법사에게 자문을 구하니 땅이 마법의 원천으로서 기능한다는 것은 대지의 형태가 흔히 생각하는 평면이 아니라 거대한 구라는 사실의 증거라더군요. 모든 마법진의 기본형이 원이듯이, 마법의 근원은 필연적으로 구에 수렴할 수밖에 없다는 이유로. 그래서 세운 가설입니다만, 땅의 조건은 열쇠의 형태를 구체로 만들 것을 요구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 가설을 수용해서, 지금은 피로 모래를 뭉쳐서 경단을 빚고 있습니다. 이런 락픽을 만드는 경험은 아마 다시 못할 겁니다. 여기까지 해서, 낙관하자면 3개의 회로가 풀린 것 같습니다. 우리가 틀린 것이 아니라면요.
암담한 생각은 집어치웁시다. 이미 돌아가기에는 늦은 것 같고, 백성이 의미하는 조건에 대해 생각해봤습니다. 아무래도 이 부분은 제가 조금 더 생각해내기 좋은 입장이니까요.
전통적으로 제국 관료가 가져야 하는 통치 기술의 요체는 빈농의 통제라고 하지요. 신민의 9할은 농부이고, 생산되는 즉시 제국 전체를 먹여살리기 위해 전량이 소모되는 식량을 끊임없이 생산해냅니다. 그렇다면, 백성을 상징하는 것은 당연히 곡물이 아닌지, 그렇게 생각했습니다만, 이번만큼은 녹록치 않군요. 열쇠에 밀이나 쌀 따위를 배합해 보았습니다만, 성공의 기미가 안 보입니다.
일단 저는 곡물이라는 전제조건을 기준으로 두고 문제에 접근할 것입니다. 그러니까, 이번에 제공해주시길 바라는 것은 또 자료가 되겠군요. 우선 제국령 전체의 곡식 산출량에 대한 정보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전체 자료를 통째로 볼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고요.
그렇지만, 이것이 정답이 아닐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반란자들을 직접 만나시겠다고요? 말리지 않겠습니다. 오히려 그들에게서 답을 찾아보시라고 권하겠습니다. 저보다는 그들이 빈농의 입장에 가깝습니다. 제국 신민 절대다수의 대변자들이지요. 어쩌면 백성의 상징이 무엇인가에 대한 답이 그들에게 있을지도 모릅니다.
다만 몸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추신: 표면의 봉인에 있던 3가지 주문과 그 역주문들에 대한 자료를 보냅니다. 마법사의 자문을 들어 보니, 페레노의 상자를 열기 위한 모든 과정에 의미가 있으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상자를 열어 열쇠를 얻은 자에게 황제가 될 권리가 주어진다면, 상자를 여는 과정 자체가 황제의 자질을 증거하거나, 혹은 적합조건의 충족을 유도할 수 있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이 친구는 그 주문들보다도 여기 있는 동안 잔뜩 만든 도구들을 보내고 싶었던 모양입니다만, 일단 제안이 틀린 것 같지는 않군요.

추신 2: 이 편지의 전달자는 제가 보낼 수 있는 가장 뛰어난 도둑입니다. 이번에 모래시계를 가져온 것도 그 친구인데, 반란군과 만나실 때 데려가셔도 좋습니다. 적어도 유사시에 몸 빼는 데에는 탁월한 친구라서, 제국의 황녀 정도까지는 옆구리에 끼고 도망칠 수 있을 겁니다.
거북하시거든 돌려보내셔도 좋습니다. 막말로, 제가 변심해서 존귀하신 머리통을 훔치려고 그 녀석을 보냈을지도 모르는 일이니까요.
조심하시길.

>>593

그대가 보낸 이는 정말 대단한 사람이더군. 그 때 정말 꼼짝없이 죽는 줄 알았는데 말이야. 덕분에 살아서 편지를 쓸 수 있었네. 그리고 이 사람 덕분에 반란군의 본 진에 들어가 수장을 만날 수 있었어. 그리고 그 자와 타협을 봤지. 아마 현 황제에게서 관을 빼앗는다면 이제 새로운 시대가 열릴 거야. 입헌군주제 말이네. 그대도 옆 왕국 중 하나가 입헌군주제를 택했다는 사실을 들어본 적이 있을 걸세.

그들이 황제의 핏줄을 다 죽일 생각에는 마법을 포기한다는 생각도 있었다고 하더군. 제국에 내려오는 마법은 페레노로부터 내려온 것이 아닌가. 황실이 없으면 마법도 없어질 각오도 했었던 것이겠지. 마법이라는 것이 빈곤한 그들에게 그렇게 큰 것이 아닐지 몰라도 없어지면 근간이 흔들린다는 것을 그들도 알았던 게지. 내 말을 일부라도 듣는 걸 보면 말이야.

하지만 그들에게 신뢰를 주는 것은 어려웠어. 내가 황제가 되면 그들을 배신할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지. 하지만 나는 이들을 안고 가지 않으면 승산이 없다고 판단했어. 그래서 내 새끼손가락을 내주었네.

황제란 만인의 위에 있는 자, 그렇기에 온전해야만 하지. 그래서 황손이라고 하더라도 장애가 있는 자는 황제가 될 수 없네. 그러니 그 온전함을 내려놓고, 정치라는 것을 일부 떼어 그들에게 나눠주겠다는 의미로. 그러니까, 말 그대로 잘라 주었다는 이야기야. 자네가 보내준 그 사람도 같이 있었어. 나중에 만나면 물어봐도 좋겠군. 아, 그 사람이 혼잣말로 "독한 년"이라고 중얼거리던데... 듣긴 했는데 넘어가 주었네. 그 때 아파서 정신이 없었거든.

주문과 역주문을 확인해 보았네. 모든 황손은 마법사지. 나도 마법사다보니 그것이 굉장히 흥미롭더군. 세 가지라는 수는 완전한 수잖은가. 그 세가지가 시간, 공간, 마나를 상징한다는 것은 마법사들의 기본이지. 시간과 공간은 들어가니 마지막에 락픽의 모양을 마나로 고정하는 것이 어떤가.

곡물이라는 것에 대한 설명에 곡식 산출량에 대한 정보도 같이 보낸다만, 반란자들이 하는 이야기를 들어보니 곡식은 그들의 것이 아니라고 하더군. 그래서 그들에게 물어봤지. 그럼 당신들에게 남는 것은 무엇이오, 하니 감자라고 하던데. 그 구황작물이라는 감자 말이네. 감자, 고구마, 옥수수. 이런 것도 한 번 섞어 보도록 해.


추신. 지금 반란군들과 함께 지내고 있는데, 꽤나 신선한 경험이야. 황녀가 아니라 일반 백성으로 태어났다면 어땠을까 생각이 들더군. 어찌 되었건 자네 덕분에 목숨을 구했어. 한동안 이 사람을 옆에 두고 지낼 생각이네. 다음 소식은 풀었다는 소식이었으면 좋겠군. 혹시 막히는 곳이 있다면 지체없이 편지 하게.

그거 알아?
우리 학교 음악쌤 있잖아. 2학년 5반 담임인 엄마쌤 말고, 애들한테 인기 많은 젊은 남자쌤.

그 쌤 살인범이래!
근데 증거가 없어서 체포가 안됐대.
진짜일까?

>>594 마법이 황가의 마지막 담보로군요. 아무래도, 적어도 외부적 요인으로 당신이 죽는다는 걱정은 하지 않아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반란군 사이에서 안전을 보장받으셨다는 그 말, 내부에서 들이밀어질 칼로부터 스스로를 지킬 친위세력을 얻으신 거라고 받아들이겠습니다. 무사하셔서 다행입니다.
구황작물에 대한 제안을 보았는데, 사실 제국 여명기에는 대부분의 구황작물들이 없었습니다. 감자나 고구마, 옥수수 등 현재 널리 전파된 구황작물들은 대부분 수입산들이지요. 다만 보내주신 곡식 산출량에 대한 보고서를 보니 제국령 본토의 생산 작물에 독특한 부분이 있더군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유일하게 페레노의 시대부터 통용되던 구황작물을 하나 찾았습니다. 칡입니다.
그래요. 열었습니다. 완전히 정공법으로 부딫혔는지라 땄다고는 표현 못하겠습니다. 다만 새끼손가락의 부재에 대한 아픔을 조금이나마 달래시길 바라는 마음으로 힘 좀 쓰기는 했습니다. 반년을 기약하신 때로부터 해서 계산상 4달이 지나고 있습니다만, 일단 끝이 가까워진다는 느낌은 받고 있습니다.
다만 아직 끝은 아닌 것 같습니다. 뭐, 원래 고도의 잠금장치는 보통 3단계로 구성되는 법이라, 아직 1개 이상 남았으리라는 예상은 하고 있었습니다. 다만 이 상자에 한해서 자꾸 4라는 숫자가 강조되는 것으로 보면, 2개가 남았을지도 모른다는 불길한 예감도 듭니다만.
아무튼 심층의 잠금에 대해 설명드리겠습니다. 이번에는 상당히 직관적입니다. 안에 무려 설명문이 있더군요. 열쇠구멍 따위는 안 보입니다. 언령에 의해 작동하는데, 명령어가 "새 시대의 관을 받으소서, 사해가 마르는 날까지 이 땅의 주인이 되기를."입니다. 벌써 다 풀렸군요. 조건 하나만 빼면요.
어처구니가 없어서, 페레노라는 양반에 대해 조금은 의심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니까, 조건은 성량입니다. 정확한 수는 언급되지 않았습니다만 최소 수천, 많게는 수만명에 의해 발해지는 외침의 데시벨이 필요합니다. 그러니까, 아무튼 존나 큰 소리로 명령어를 질러야 합니다. 거 참.
그래서, 이쪽에서는 소리 증폭실 같은 걸 만들어볼 참이었습니다만, 소식을 듣고 보니 아무래도 그쪽에 해결책이 보이는 것 같군요. 반란군의 숫자가 몇인지는 모르겠지만, 사람을 모을 수 있는대로 모아서 해 보십시오. 만약 그렇게 해서 상자가 열린다면, 뭐, 바로 소식 전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수만명이 반역의 말을 외치는 순간에 비밀 따위는 사라질 테니까, 상자의 내용물을 쓰시던, 병사를 쓰시던, 관을 빼앗고 나서 다시 연락하셔도 됩니다. 아무래도, 페레노는 이런 찬탈을 짐작했던 모양이군요.
곡물 산출량에 대한 보고서는 다시 보내드립니다. 주요한 보급소에 대한 정보들도 적혀 있던데, 그것으로 반란군에게 제공하실 게 있을 겁니다. 예나 지금이나, 사상보다 중요한 것은 밥이지요. 보급을 제공할 수 있는 자가 군권을 통제할 수 있는 법이니까.
건투를 빕니다.

추신: 그 도둑놈이 저를 새치기하는 것 같은데, 일이 성공하면 공후백작에 식읍 만가구는 제가 먼저임을 있지 마십시오. 농담입니다. 상자를 전부 여는 순간이 오면, 당신과 제가 다시 볼 일은 없을 겁니다. 불충이라고는 하지 마십시오. 애초에 도둑놈이 나라에 충성하는 꼴, 보신 적 있습니까?

-세계 최고의 락픽 기술자-

>>596

그대도 소식을 들었겠지. 새로운 시대가 열린다는 그런 소식 말일세.
황궁이 내려다보이는 산 위에서 마지막 출격을 준비하며 그들이 그렇게 소리를 질렀을 때 말이야. 상자가 열리더군. 금색을 띈 둥근 고리가 상자 안에서 떠올랐네. 그 고리가 손 안에 들어온 순가 나는 페레노의 마음이 이해가 가더군. 우리에게 마법을 주었던 페레노는 세상이 그렇게 보였을까? 하는 생각 말이야.
말로 설명하긴 어렵지만 이 땅이 다 나와 연결되어있는 느낌이었네. 멀리 보이는 황궁도 그 숲도 개미가 움직이는 것, 나뭇잎이 바람에 흔들리는 것... 그리고 저 황궁 안에 있는 미친 황제까지 다.

그리고 손가락을 움직이듯 간단하게 황궁 안으로 순간이동이 되더군. 황궁을 감싸고 있는 여러 마법들이 무색하게 말이야. 순간적으로 이 황궁에 마법을 걸었던 페레노의 의도가 손에 보이는 듯 했어. 황제는 이 손에 간단히 제압되었네. 무혈 입성인게지. 그러니까 일 년 4개월동안 이 상자를 여는 것에 투자한 시간과 노력이 아깝지 않다는 말이네. 그렇지 않다면 더 많은 이들이 죽었을테니. 물론 그 다음엔 바로 쓰러지고 말았어. 마력 증폭장치인가 보더군. 그만큼 몸에 반동이 오더라고.

깨어나니 사람들은 왜 나에게 황제를 죽이지 않았나 묻더군. 유폐라니 너무 무른 처사라면서 말이야. 하지만 말이야... 약쟁이에게 약을 끊는 것만큼 고통스러운 일이 무엇있겠나. 나는 그 치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모습이 보고싶더군. 그 날이 오면 축배를 드는 것이지.

그대는 상자를 전부 여는 순간이 오면 나와 볼 일이 없다고 했던가?
아쉽게 되었군. 상자는 다 열리지 않았어. 그대의 말처럼 아주 작은 내부 공간이 있더군. 그 안에 이 고리에 연결되는 키 부분이 들어있다고 예상이 되네. 그리고 이 마지막 상자를 열 수 있는 방법은...

처음 이 상자를 열었던 사람, 그러니까 표면의 구조를 연 사람이 여는 것이네. 그러니까, 페레노의 마지막 뜻은 실무자를 소중히 여기라는 뜻이 아닐까 싶다만. 만약 내가 처음 공을 세운 사람을 팽하였거나 관을 얻고 자만하거나 그 사람이 죽기라도 한다면 이 상자는 영영 열 수 없는 상자가 되었다는 것이지.

그러니 궁으로 들어오게. 그리고 이 상자를 열도록 해. 세계 최고의 락픽 기술자.


/아 재미있었다. 너 레더의 상상력에 정말 즐거웠어. 락픽 기술자는 궁으로 들어와서 상자를 열었을까? 어떤 사람인지 엄청 궁금하네. 궁으로 들어오면 여황은 그 기술자를 궁 밖으로 내보내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 도둑이다보니 모든 문을 열고 유유히 도망갈지도 모르겠지만 말이야. 여황은 간다면 못 막을 것은 없지만 그래도 그 사람이 정말 그걸 원한다면 보내주겠지? 정말 재미있는 편지였어. 더 이어가지 않더라도 후일담 같은 것을 얘기하고 싶은 마음이야!

>>597

/이야기를 주말에 후딱 갈아버렸어야 했는데 주중으로 넘어오니까 우리가 서로 생활시간이 안 겹쳐서... 어쩌다 보니까 좀 급마무리를... 조금 더 서로 아이디어를 교환해가면서 차근 차근 설정을 덧붙여가고 싶었는데 말이야. 이쪽에서 미친듯이 만들어버렸어.
//상상력이라기보다는 임기응변이기는 했는데, 그래도 제국 창립에 관여한 페레노라는 배경설정을 줘가지고 역지사지로 생각하니까 어떻게든 여러가지 생각해낼 수는 있었던 것 같아. 출제자의 의도로 보라는 게 이런 의미일까. 내일 수능볼 애들이 이걸 알아야 하는데 ㅋㅋㅋ
///기술자의 경우에는 여기까지 교감해놓고 좀 잔인한 소리지만 일단 의심해보지 않을까, 사실 마지막 잠금같은 건 없고 합리적인 토사구팽의 의도가 있는 게 아닌가 싶어서 말이야. 하지만 내 생각에는, 결국은 부름에 응할 거라고 생각해. 편지를 통해 알게 된 성품을 믿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역시, 만약에 마지막 상자가 실제로 있다면 세계 최고를 자부하는 락픽 기술자로서 따지 않을 수 없을 테니까.
////결말에 와서 나도 더 하고픈 이야기가 여러가지 있는데 그 중에서도 내가 가장 궁금한 거는 새 황제가 어떻게 마법을 되살리나에 대한 거야. 그냥 대관하면 알아서 마법이 살아나거나 하는 건가? 아니면 마지막에 말한 그 고리의 마력 증폭기능에 해답이 있는 건가? 궁금해...

>>598
/뭔가 편지나 자유상황극에는 뭔가 말을 다는 게 몰입에 방해될까바 잘 안적게 되니까 그런 것도 영향이 있는 것 같아 ㅋㅋㅋ 나도 내 멋대로 만든 설정이 많은 것 같아서 괜찮은지 모르겠네. 서로 조율하면서 하면 그것도 재밌겠지만 이렇게 즉석으로 임기응변으로 만든 것도 재밌으니까. 나는 너무 즐거웠어!
//출제자의 의도ㅋㅋㅋ 수능보는 아이들 정말 고생이 많지...
///왠지 의심하다가 올 것 같다는 생각을 하기는 했어. 그리고 상자를 따고 못가게 해도 집에 가려나?
////마지막 상자를 따면 열쇠의 키부분이 있는데 고리부분과 키부분을 연결하면 열쇠모양 완성. 그 열쇠를 허공에서 돌리면 드래곤 페레노가 있는 곳으로 연결이 돼. 드래곤과 멀어지고 황제가 미쳐가기 때문에 마법이 옅어진거니까 그 관계 자체를 되돌리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어!
///// 상자 열려고 궁에 들어가게 되면 그게 두 사람의 첫 만남이려나. 이름도 모르는 락픽 전문가 궁금해... 설정 좀 풀어줘. 편지하면서 너무 궁금했단 말이지. 이쪽 설정을 먼저 풀자면 구불구불하게 내려오는 적발에 금안, 키 크고 무인 느낌에 황녀를 생각했어. 날카로운 인상에 카리스마 있는 여제 느낌으로... 후궁의 자식들은 많지만 적통 황녀는 한 명 뿐이라는 느낌! 이제 입헌 군주제니까 황권이 좀 약해지겠지만 그래도 일인자 느낌이겠지?
시대상은 귀족중심에서 부르주아로 넘어가는 시대상이라고 보면 맞지 않을까 생각해. 마법도 있고 화약 및 총기류도 있고 초기 전기도 만들어지고 있다는 느낌으로.

>>599

/서로 재밌을 것 같은 설정을 이것저것 꺼내서 끼워맞춰보는 즉흥성이 또 편지스레의 묘미 아닐까 싶어, 싫지 않았다면야, 손 모아서 간만에 보물상자 하나 딴 거라고 생각해줘.
//마지막 상자에 대해 아이디어를 내보자면, 구멍이 3개가 있는데 하나는 열쇠구멍이고 두개는 기술자의 생명과도 같은 검지와 중지를 집어넣어서 작동시키는 잠금이 있는 거지. 그걸 보고 뭔가 직감한 장인이 손가락을 넣은 뒤에 여제에게 락픽을 주고 어떻게 움직이라고 옆에서 설명해주면, 두 손가락이 잘려나가는 동시에 상자가 열리는 전개 어때? 손가락 절단도 품앗이로 하는ㅋㅋㅋㅋㅋ
///위 아이디어를 만약에 적용한다면, 나가고 싶어도 못 나가겠지, 인생 태워서 상자 딴 김에 내일의 죠처럼 궁전에서 요양이라도 하자고.
////캐릭터 설정...말이지, 첫 편지 쓸 때의 내 마음은 오블리비언 하다가 락픽때문에 개빡쳤던 심정의 반영이어서. 그래서 솔직히 크게 캐릭터를 생각한 건 없어. 내용만 열심히 쓴 거지.
다만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캐릭터를 설명해보자면, 일단 진중한 성격이랑은 거리가 멀어 보이네. 소시민적인 느낌도 아주 살짝은 있지만 반대로 거국적인 시야도 공존하는 캐릭터라 생각하고. 진행 중반즈음에는 아예 락픽 기술자가 황녀를 돕기 위해 나타난 페레노의 현현이라면 어떨까, 같은 느낌으로 접근하기도 했는데, 역시 어울리지 않더라고.
이야기가 끝난 시점에서 보자면, 첫 편지 즈음의 락픽 기술자는 온 세상의 처 잠긴 것들에 불만을 품고, 모든 자물쇠 제작자와 열쇠공들을 엿먹이기 위해 가장 과격하면서도 원 의도를 파괴하는 편법으로 잠금을 따버리는 괴도 쯤 되지 않았을까, 하지만 페레노의 상자를 풀어가면서 제작자의 입장에서 골몰하고, 황녀의 염원에 따라가면서 침입과 파괴가 아닌 재생과 수리를 위해 움직였던 기술자의 마지막 편지 즈음은 아주 다른 캐릭터, 제작자의 생각을 들여다보고 상자를 열 수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으로 썼던 것 같아. 외형은 아무렇게나 생각해도 좋지만, 생각한 느낌이라면 시커먼 로브 입고 밤에 팔 쫙 벌리고 하늘 보면서 웃는 이미지...? 어떤 면에서는 좀 싸이코스러운ㅋㅋㅋㅋ
/////쓰다 보니까 내용이 너무 길어지네. 상세하게 설정을 생각해준 게 고맙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해서 조금만 더 물어볼게. 보내준 황실 마법사 쪽은 어떤 느낌의 캐릭터야?

>>600
/너어.... 너레더 왜 기술자 손가락 자르려고하냐.... 이정도면 페레노 싸이코패스 아냐?ㅋㅋㅋㅋㅋㅋ 이러면 마법이고 뭐고 페레노랑 우정은 개뿔 싸우는 전개로 가게 되는 거 아니냐곸ㅋㅋㅋ 안댄다... 기술자 씨 연다고 노력했는데 손가락 자르지 마르라... 그냥 간단하게 열어주는 걸로 하자(자기캐 손가락 잘라도 남캐는 못자르는 사람). 요양은 무슨 도망쳐...
//편지로 인해 캐릭터가 많이 변화했구나! 이런 느낌 좋지 성장과 변화 같은 거. 시커먼 로브 입고ㅋㅋㅋㅋㅋㅋ 뭔가 어떤 느낌인지 알것 같은데. 나는 좀 말이 걸지만 장인 정신 있는 녀석이라고 생각했는데ㅋㅋㅋ 나잇대도 한 30대 정도가 아닐까 했고. 그것보다 더 젊은 느낌이려나?
///황실 마법사는 성격이 괴팍해서 친구 없는데 천재적이고 똑똑해서 이상한 물건을 많이 만드는(쓰는 사람을 고려하지 않는) 사람? 마도구 잘 만드는 사람으로 엄선해서 보낸 느낌이지. 머리는 단발처럼 덥수룩하게 기르고 되게 피곤에 찌든 그런 느낌. 툴툴거리면서도 황녀의 말은 잘 들어. 이상한 물건 만들어도 계속 지원해주는게 황녀라서. 그래도 가끔 쓸 수 있는 물건을 만들기도 한다고 해야하나.
////근데 여기서 이렇게 이야기하는게 민폐일수도잇으니 잡담은 자유상황극 시트스레에서 하는 게 어때? 그 도둑 이야기도 해줘

>>601

/여기서 더 상황극같은 거 이어갈 여유는 없기는 한데... 일단 끝내기 전에 그쪽에서 남은 얘기들 더 할 수 있으면 해도 좋을 것 같아. 그럴까?

>>602 나도 상황극을 더 이어가자는 이야기는 아니구. 남은 이야기 좀 더 하고싶어서!

>>595
정말?
처음 듣는 이야기야.

음
생각해 보니 그런 소문 들었던 것 같기도 하고.
근데 이런 얘기 해도 돼?
진짜여도 가짜여도 큰일나는 거 아냐?

>>604
완전 일급 기밀이야 이거! 어디서 들었대?
어째 쎄하다고 피하는 애들이 종종 있긴 했어. 단순히 그냥 인기 많은 쌤에게 이유 없는 비호감을 느끼는 그런 부류라고 생각했는데 선구안을 가진 애들이었던거지!

아마 그 소문은 어떤 애가 장난으로 지어내 퍼트린거겠지만, 뭐. 그 애의 상상이 현실과 맞아떨어졌달까.

글쎄? 위험하려나?
그래도 대박 정보잖아
음악이 살인자라니!!
항상 서글서글 웃고 다니는 꼴이 가끔 기분 나쁘긴 했어. 너무 인위적이라 해야하나.

으으 아무튼, 더 충격적인 건, 그 피해자가 학생이었대!
물론 우리 학교는 아냐. 뭐더라, 경기도 어디 사립 학교였는데. 이름은 기억이 안 나고. 어떻게 학생을 죽인 인간이 또 학교에서 일을 하지?

설마, 이렇게 소문을 알아챈 학생을 하나하나 죽여나갔던 거 아닐까...?
소름!

>>605
말 그대로 지나가다 떠도는 얘기로.
그 쌤 태도가 작위적인 거 같다는 얘기에서 출발한 걸로 기억하는데, 당시에는 너무 말도 안 되는 것 같아서 넘겼어.
그래서 아주 정확한 내용은 기억이 안 나.

쎄한 예감은 틀리지 않는 걸까. 실은 이렇게 뒤에서 떠드는 게 맞는 건지 잘 모르겠어.
확실히 학교가 뒤집힐 만한 정보는 맞지만.
얘기 듣고 나니까 나도 갑자기 등골이 싸해.

근데
경기도에 살던 학생이라고 했지.
증거 불충분으로 풀려났다고 했으면, 설마 그거야?
몇 년 전에 미제 실종사건.
그거 경찰이 계속 찾았는데 결국 못 발견했잖아.
기사 난 것도 금방 묻히고 말이지.

정말 그런 거라면...
나는 죽기 싫은데.

너는 그 소문 누구한테 들었어?

마리아와 콘비가 결혼해. 선생님 장례식에도 참석하지 않았던 너에게 이걸 알리는 것도 웃기지만, 다른 누구도 아닌 마리아와 콘비의 결혼식이니까. 그래서 구태여 펜을 들어 소식을 전한다.

우리 넷이 정답게 한 마을에 살았던 것도 이제 참 오래된 일이 됐지. 가끔 너와 내가 아직 순수한 어린아이였던 시절의 꿈을 꾸곤 한다. 사과 파이, 첫 약속, 느티나무, 기차역, 첫 이별, 몰래 훔쳐먹었던 포도주, 그런 것들을 줄곧 그리워하게 되는 것은 왜일까.

그러고보니 편지를 시작해놓고는 안부도 물어보지 않았구나. 잘 지내니. 난 최근에 들어선 그럭저럭 잘 지내게 됐어. 네게 편지한 것도 열일곱 가을 이후로 처음인 것 같네. 전쟁통에 어떻게든 살아보겠다고 발버둥치다 보니까 그간은 우표 한 장 사는 것도 어려웠었다. 답장이 돌아오지도 않는 편지를 더 보낼 여유는 없었어. 새 이름을 가지고 격조 높은 귀족 나으리로 살아가는 너에겐 우리가 과거의 허물이란 걸 깨우칠 나이도 됐고. 그래도 이렇게 한 몸 간수할 수 있게 되자마자 다시 네게 편지를 쓰는 꼴을 보아 나는 아직 어릴적의 미련을 버리지 못했나보다. 비웃어도 좋아.

만약 내가 너에게 더이상 가치를 지니지 못하게 되었더라도, 너는... 마리아는, 꼭 네 여동생처럼 여겼잖니. 결혼식은 그 애에게 정말 특별한 날이다. 그 애들에게 가족이라고는 나와 너밖에 없는 걸 알잖아. 그리고... (잉크가 번져 뒷 문장을 가렸다.)

결혼식은 두 달 뒤 1월 8일. 나도 날짜에 맞춰 오랜만에 고향에 돌아갈 생각이야.
위스 마을에서, 볼 수 있으면 좋겠다.

엘렌

답장를 할 거라면, 수도의 이스턴 클로버 펍 편으로 보내 주면 돼.

>>607 친애하는 엘렌,
잘 지내나. 수도에는 폭설이 내리고 있는데, 아픈 곳은 없는지 걱정이 되는군. 몇 달에 한번씩이라도 꼭 오던 너의 편지가 멈춘 때는 기억하고 있어. 나 역시 열일곱의 가을이었지. 전쟁 이후로 연락이 없기에 그 이후로 네가... 죽은 줄로만 알았다. 편지해주어서 진심으로 기뻐. 덕분에 의미없이 사상자 목록을 쳐다보는 일은 이제 그만둘 수 있게 됐군.

먼저 어릴 적 네 편지들에 답장하지 않아서 미안하다고 말해야겠지. 뒤늦은 사과이지만 받아주겠나. 변명을 조금 하자면, 처음엔 내 양부가 너희 편지를 읽게 두지 않았다. 그는 놀랍도록 날 귀족답게 키우는 일에 집착했거든. 결국 그의 뜻대로 시골뜨기 데이브가 아니라 고귀한 클레이튼 가의 아들이 된 이후로는... 차마 답장을 할 엄두가 나지 않더군. 너희의 친구였던 사람은 그 데이브이지 테오도르가 아니었으니까. 그러나 답장하지 않았을 뿐 한 장 한 장 전부 다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었어. 가끔 아주 힘들 때면 서랍을 열고 읽어보곤 했지. 그 편지들이 아니었더라면 이렇게 소가주 자리까지 차지하지도 못했을 거다.

아, 마리. 마리아와 콘비가 결혼이라니, 상상이 안 간다. 내 기억 속 마리아는 산딸기 덤불을 헤치며 무릎에 풀물이 든 채 즐거워하는 어린아이였는데. 곧 결혼서약을 맺는 둘을 볼 수 있겠군. 생경한 기분이야... 그들이 여전히 나를 반길지 확신은 없다. 내가 아직도 그들의 가족이라고 할 만한 사람인지도 잘 모르겠군. 그래도 신혼부부에게 전해줄 선물 정도는 때맞춰 준비할 수 있을 만한 시간 정도는 생겼으니, 알려줘서 고맙다.

수도에 살고 있었나. 왠지 모르게 너는 계속 위스에 살고 있었을 거라고 짐작했었는데. 결국 이것도 내 착각이었군. 지금의 너에 대해서 아는 것이 아무것도 없는 기분이야. 이제껏 너에 대한 것을 멋대로 상상하곤 했으니 나야말로 비웃음당해야 할 사람이다. 이스턴 클로버 펍이라면 동부인가? 그 근처는 치안이 좋지 않은데, 되도록 수도 서쪽의, 시설이 좋은 숙소를 잡도록 해라. 혹시 돈이 부족한 거라면 내 이름을 대도 좋아. 클레이튼이 아무리 변절자라 불려도 이 근방에서는 쓸만한 역할을 해 줄 거다.


테오도르 클레이튼


P.S. 엘렌, 결혼식에는 혼자 참가할 예정인가?

나도 알아. 내일도 이대로라면 물거품이 된다는 거.
사랑은 받지 못했으니 살려면 심장을 가져야겠지.
하지만 도저히 내 손으로 그 사람을 죽일 수가 없어.
어쩌면 처음부터 이렇게 될 줄 알았던 것 같아.
사라질 줄 알면서도 잠깐은 곁에 있고 싶었어.
그래도 너는 나를 이해해주리라 믿어.

얘, 내 정신 좀 봐
다른 차원에 가있다가 생일 축하도 못할뻔 했지 뭐니
태어난 날 축하해!
그 모든 저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이 우주에서 영원하기를!

>>610

이번 생일은 안 까먹어서 다행이네!
음, 근데 사실 삼 분 정도 늦었어.
이곳은 이미 자정이 지나버렸거든.
뭐... 아무렴 상관은 없지. 그 티끌 같은 시간이 뭐 대수라고. 생일 축하 편지를 보낼 수 있는 차원에 있어서 다행이야.
네 생일날에는 같은 서로가 차원에 있었으면 좋겠다. 바람일 뿐이야. 절대, 절대 압박 주는 건 아니고.
그 모든 저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이 우주에서 영원하기를!

편지 좀 자주 써. 생일 때만 겨우 나타나지 말고. 그나저나 저번에 내가 보낸 편지는 잘 도착했니?

>>609

미안. 늘 너를 이해하는 척 해왔지만 한 번도 너를 진정으로 이해한 적은 없었어.
네가 그 사람을 죽일 수 없다면 내가 그 사람을 죽이겠어.
나보고 왜 변했냐고 묻지는 마.
네가 물거품이 되는 것보다는 내가 내 본심을 드러내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을 뿐이야.

[제니 바르네트 탐정사무소]
ㅎㅇ
탐정 제니 바르네트임미다
성함이랑 주소 들고 문의주시면 그쪽으로 갈게용
전화 031-oooo-xxxx
이메일 jennybarnette1022@detective.net

친애하는 마르가리타.

오랜만에 서신을 보내기로 했어. 내가 요즘 정숙한 필체를 연구하고 있다 보니 다소 글씨가 흐릿해 보일 수 있지만, 네 빛나는 눈동자는 어둠 속에서도 훤히 꿰뚫어볼 수 있으리라 믿겠어.
요즘 들리는 소문에—내가 어중이떠중이들의 이야기를 구태여 귀담아듣는 천박한 인간은 아니지만 워낙 많이 들려오는 이야기다 보니 귀를 막고 있지 않는 한 알 수밖에 없지 않나.— 의하면 요즘 대도시의 분위기가 좋지 않은 듯 싶던데, 물론 네가 그런 것들에 휘말리지 않을 정도의 격은 있는 사람이라고 알고는 있지만, 혹시 거슬리는 일은 없었는지 궁금한데. 그런 일이 있으면 충분히 나한테 얘기해도 괜찮아. 난 이 주변에서는 꽤 알아주는 몸이니까. 하지만 마르, 너는 나 말고 다른 화가들도 꽤 많이 후원하고 있잖아. 질 나쁜 것 몇몇은 이제 슬슬 후원을 끊어서 제재하는 게 좋을 거야. 달걀을 한 바구니에 담으면 상한다는 게 시장의 오랜 격언이지만 바구니도 바구니 나름이지, 넌 그것들 위에 군림하는 존재이어야지 뒷배로 이용당하는 존재여선 안 돼. 믿을 만한 바구니만 꽉 잡아야 계란이 건사하지, 도둑들에게 계란을 맡겼다간 상하기도 전에 잃어버리고 마는 거라고.
그리고, 전에 말한 그것, 시립 박물관에 전시하기로 한 작품은 조금 연기해야 할 것 같아. 예술은 고뇌로 가득 찬 것이니 가끔은 이런 일도 있는 법이지. 마르, 너도 이해하지? 친구의 정을 보아 박물관장님께는 부디 잘 말해주길 믿을게. 그리고 후원금에 대해서는, 지금 특히 아무런 문제는 없어. 날개 녹는 것을 두려워한 이카루스처럼 눈부신 햇살이 내리쬐는 하늘에 닿지 못하고 그저 올려다보기만 하는 것에도 예술가는 특유의 깊은 감성을 얻곤 하는 법이니까. 빵이 없어도 물감 냄새만 맡으면 배가 부르지. 너와 너에게 후원받는 자들이 잘 지내고 있는지 궁금한데, 흠. 답장은 빨리 보내주길 바라.

너의 친구, 하늘을 박차고 날아오르는 예술가, 금빛 팔레트 상 수상자, 에른스트.

(잉크가 부족해 글씨가 자꾸 끊어지고 전체적으로 흐릿하다. 급하게 쓴 글씨라 더 없어 보인다.)

/후원금에 일희일비하고 쪼들려 사는 가난한 예술가지만 자존심만 높아서 후원자이자 친구인 너에게 허세를 부리는 화가의 편지야. 원래도 평판이 안 좋았던 골목이나 외곽에 모여 사는 가난한 화가들이 서양사로 따지면 공산주의자(빨갱이)같은 불순분자라는 편견에 노출되어 그림이 안 팔리기 시작하는 바람에, 네가 받은 후원금도 거의 떨어지고 자칫 네가 후원금을 끊을까 걱정하고 있지. 직접 후원금 달라곤 자존심 탓에 말은 못 하지만 다른 애들 후원 끊고 나만 살려달라고 빌고 싶은 심정.

>>612

나 때문에 네 손이 피로 더럽혀지는 걸 원치 않아.
그 사람이 죽는 것도 내겐 괴로운 일이야.
난 평생 너에 대한 죄책감과 그를 잃은 슬픔을 안고 살아야 할 테지. 미안해, 난 그럴 자신이 없어.
네가 변했다곤 생각하지 않아. 너는 언제나처럼 다정해.
사라지는 순간에 네 얼굴이 떠올라 후회할지도 모르지만.
그냥 멍청한 친구의 멍청한 선택이라 생각해줄래?

>>615

네가 뭍으로 나와 그 사람을 찾으러 왔을 때, 그 때 네가 나한테 정체를 들켰었잖아.
그리고 말을 못하는 너한테 인간의 글을 가르쳐준 것도 나였고.
그 사람을 구한 게 너라고 왜 전하지 않은 거야?
충분히 그럴 수 있었었잖아. 그 사람은 네가 말도, 글도 못한다고 생각하고 있으니까.
내일 물거품으로 변하기 전에 지금이라도 그 사실을 전해.
네가 사라지는 걸 나는 두고볼 수만은 없어.
우린 친구니까.

D-32-8C 구역의 외부 오염도가 유의미하게 낮아진 것을 확인. code schema는 구역 내 오염도 조사를 시행하십시오.
생존자가 존재할 가능성을 고려하여 생존용품을 배송합니다.

>>616

내가 그를 구한 건 맞지만, 그게 그 사람이 날 택해야 하는 이유가 될 순 없는 것 같아.
게다가 그는 이미 다른 사람을 사랑하고 있잖아.
뭍에서의 나는 가족도 없는데다 말도 못 하는 사람이지.
나보다는 그녀를 택하는 편이 그에게도 더 좋을 거야.
너에게는 미안한 마음뿐이야.
나를 만나지 않는 편이 더 나았겠네. 미안해.

>>616

사랑이란 감정을 어떻게 할 순 없겠지.
하지만 그게 네가 뭍에서 가족이 없고 말을 못하기 때문은 아니야.
그 사람이 널 선택하지 않은 건 그 사람이 보는 눈이 부족해서일거야.
그 사람 이야기는 그만하자. 나를 만나지 않는 편이 좋았다는 그런 말은 하지 마.
나한테는 너와 지낸 시간이 소중하니까. 너도 나한테 소중하고.
정말 다른 방법은 없는 거야?
그 사람이 너를 사랑하거나 아니면 그 사람의 심장을 가지거나 둘 중 하나만이 너를 구할 수 있는거야?
네가 말했던 마녀나, 네 언니들한테 한 번 다시 알아봐.
네 언니들은 그래도 네가 물거품으로 변하는 것을 원하지 않을 것 아냐.

>>619

그렇게 말해주니 고맙네.
나도 뭍으로 나온 걸 후회하지 않아. 이렇게 나오지 않았다면 너를 못 만났겠지.
마녀가 알려준 건 그게 전부야. 언니들에게 받은 것도 그 사람의 심장을 꺼낼 칼뿐이고.
사실 언니들은 내가 이런 결정을 한 줄 몰라. 걱정할 것 같아서 말 안 했거든.
다른 방법이 있을까. 잘 모르겠네.
목소리를 잃었으니 다른 목소리를 찾아야 할까.
다른 누군가의 사랑이든 심장이든 받아야 할까.

곧 해가 뜰 것 같아. 마지막 말은 미안하다는 것보다 고맙다는 게 낫겠지?
고마워. 정말, 말로 다 할 수 없을 만큼.

>>620

사랑해.
내 사랑이든 내 심장이든 다 가져가.
제발...
이런 마음이 들게 하는 게 사랑이 아니면 뭐겠어.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널 보면서 나 또한 너와 같은 심정이었어.
네가 부담스러워 할까봐, 날 피할까봐 얘기하지 못했지만 이제 무슨 소용일까.
(눈물 자국이 묻어있다)

어디야. 제발...
그 사람을 살리고 물거품이 되는 게 네 선택이라면, 마지막 순간만큼은 내가 가지게 해줘.

>>621

(몇 번이나 썼다가 지워낸 흔적과 군데군데 번지고 운 자국)
처음 만난 곳에 있을게.
내 처음과 끝은 네가 되겠네.

>>622
/수고했어! 아마 답장할 새도 없이 뛰쳐가지 않았을까 싶네~ 인어 씨는 물거품이 되었으려나?88

>>623
/ 참치도 수고했어! 덕분에 재밌었어 ^ㅁ^ 엔딩은 열어놓고 생각해서 좋은대로 생각해주면 될 것 같아 ㅋㅋㅋㅋㅋ(내가 생각한 건 1. 물거품이 된다 2. 어쨌든 사랑은 받았으니 생존 3. 사실 마녀의 장난이라 생존 4. 누군가 그 사람을 죽여서 생존 이렇게였어!)

>>624
/열린 결말! 1번만 아니면 다 좋을 것 같아!! 4번이면 인어씨가 힘들어할 것 같으니 4번도 빼고... 마녀의 장난이라면 맘고생함 인어씨가 안타까우니 3번도 빼고... 하지만 생각해보면 맘고생하며 눈물 뚝뚝 흘리는 인어씨 생각하면 그것도 맛있는데...(나쁜사람) 혹시 인어공주 모티브 말고 다른 뒷설정은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인어씨 외향이나 특징이나 과거사나 등등...

>>625
/ 레스가 좀 길어져서 ㅎㅎ;
situplay>1515151284>516 답 이쪽에 남겨뒀어~

>>611

어머나, 인간처럼 구는 건 여전하구나!
삼 분동안 외로웠니?
난 너의 그런 점, 꽤나 귀엽다고 생각해.
그러니 너도 나의 방랑벽까지 사랑해 주겠지, 응?
이번 생일에는 좋은 술을 사 들고 찾아갈테니 서운해 마.

…이런, 그랬어? 파란색 글씨였던 것 말이니?
첫 문장만 읽고 네가 또 잔소리를 하려는 줄 알고 실수로 태웠는데. 중요한 내용이 있었다면 다시 알려줄래?

그 모든 저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이 우주에서 영원하기를! (친구여, 편지를 태운 것은 절대로 고의가 아니었단다!)

거기, 아직 살아있나?
살아있다면 이 편지 보고 답 좀 해줘.
그래서 저번에 부러트린 내 빠루는 어떻게 보상할 셈이야? 좀비 대가리를 부숴달랬지 빠루를 부숴달랬나?
긴 말 안해. 양심이 있다면 저번에 내 빠루 부숴먹은 편의점으로 와.

이 편지를 읽고도 무시한다면, 좀비떼 안으로 너를 밀어넣을줄 알아. (휘날린 글씨체, 강조하듯 별이 여러개 그려져있다.)

>>628
이런들 어떠리 저런들 어떠리 결국은 쓰다 부러지고 말 빠루가 아니였나.....
생각보다 조금 이르게 잃게 되셨겠지만!
거 보니까 녹슬고 별로 단단하지도 않드만.. 생사람 잡지 마쇼. 굳이 제가 아니었어도 댁 손에서도 망가지지 않았을까..^^
아니 뭐 저 때문이라 칩시다, 구해주려다가 그런 겁니다! 구해주려다! 그쪽이 빠루를 던졌잖아요!
그러게 내가 빠루 잘 다루는지는 알고 던졌어야지. 세상 참 험난하다구요.. 빠루 갖고 튀는 놈들도 많아! 나 정도면 양반이지 양반. 응?
그리고 온 사방 좀비통에 그까이 빠루가 중요합니까?
의지할 수 있는 생존자를 발견한 건데!
우리 사이좋게 지내자구요><

(미니어처 주방도구 세트와 함께 놓인 꽃무늬 편지. 수전증이 있는지 글씨가 심하게 흔들려있다.)

>>629
이런 미친.... (무어라 적은 듯 하지만 글자 위가 까맣게 칠해져있다) 지금 그게 할 소리야?????
아니 내가 그래도 나 도와준 사람이니까 좀비 대갈통 갈기려다가 뭣 같이 조준도 못해서 내 대갈통 날아갈 뻔 한 건 봐주고 빠루만 물어내라 하려 했는데 이거 진짜 안될 인간이네 정말??? 이런 (쌍욕이 휘갈겨져있다...)
차라리 빠루만 들고 튀지 그랬냐 빠루 부러지면서 쳐맞은 내 어깨가 아직도 쑤시는데...
생존자 좋아하시네
너 이 빠루 도둑놈!!!!!!!
너 지금 어디야 당장 말해
내가 거기로 간다
딱 기다려
(분노를 담아 꾹꾹 눌러 쓴 글씨체)

>>630
거.. 과장이 좀 심하시네! 누가 먼저 읽었으면 오해라도 했겠어요!
제가 아무리 그래도 살아남은 연차가 있는데 갓 태어난 새끼 염소처럼 떨면서 던졌겠습니까? 추워서 손이 좀 얼었던 것뿐인데! 얼굴은커녕 어깨 좀 스친 거 가지고 진짜 뭐라 하네!
그래서 제가 압박붕대 두고 갔잖아요!
실수로 떨군 게 아니고요!
이 사람이 어디 가서 나 같은 양심적인 생존자 찾기 쉬운 줄 아나! 상도덕이 없어 상도덕이!
...
때릴꼬얌?
진짜 오는 건 아니죠?
제가 어딘 줄 알고...
빠루는 그만 잊으시고.. 집착하지 마세요.
전 그쪽한테 관심 없습니다.

(핑크 땡땡이 편지지와 진통제와 홍삼 두 팩. 갈수록 흐려지고 흔들리는 글씨체가 드라마틱 하다.)

>>631
어차피 그쪽이랑 나 아니면 종이도 입에 쳐넣고 보는 좀비 밖에 없는데 과장 좀 하면 뭐 어때서!
갓 태어난 염소가 뭐야, 아주 벌벌 떠는 다섯살 꼬마애 같았구만. 변명은!
참나 어이가 없어서
그 뭐 압박붕대는 잘 썼다
그것만 잘 썼다
진짜 양심적인 생존자는 빠루 부러진 거 미안해서 자기 연장 하나라도 주고 가거든!
이 좁아터진 동네에 생존자가 있을 구석은 뻔하지
딱 기다려 당신
나 그쪽 얼굴 외웠어

P.S 좀비 대가리 깨진 편의점으로 찾아와서 연장이랑 먹을 것 좀 두고 가면 봐줄 수도 있다 (자그맣게 덧붙여 써진 글씨. 편지지 뒷면에 당신이 보낸 홍삼팩 하나가 붙어있다.)

>>632
어허, 거 참 뭘 모르시네.
말이 씨가 되는 수가 있다고요! 사람은 아니지만 사람이 머물다 간 흔적도 발견했는데!
그러게 왜 압박 붕대만 쓰셨을까. 미니어처로 요리도 좀 해 드시지.
요즘 애들 장난감 퀄리티 장난 아니라고요! 나 그거 냄비는 써보지도 않았는데 버린 건 아니죠?
... 우리 둘 밖에 없다면서 양심적인 생존자는 또 어디서 보셨대... 애먼 사람 구워 삶으신 건 아니고요?
그리고 저 정도면 천사지 뭘 더 바래요!

아니 뭐 제 얼굴이 아무리 좋으셔도 그렇지... 한 삼백년만 곁에 두고보면 질리실 텐데..
아무튼 저 찾지 마세요.
댁 줄 거 없어 나 하루살이 빈털털이야...

(황도통조림 하나와 말라비틀어진 꽃다발. 크리스마스 테마 편지지에 다 먹은 사탕 포장지가. 제법 안정적이게 된 글씨가 인상적이다.)

>>633
내가 이 동네에서 버틴지 몇 개월이 지났지만 사람 머리카락 하나 발견 못했는걸. 그래서 그쪽 발견 했을 때 진짜 엄청 놀랬다고. 하필이면 갓 태어난 염소 같은 인간이었지만....
진짜 어이가 없다. 심지어 쓰던 거였어?! 각각 반으로 쪼개서 다시 보내줄까 하다가 참았는데, 그냥 부숴버려야겠다 아주.
옛날에 봤다, 옛날에. 어쩔?
이쪽 동네로 넘어오기 전에는 꽤 많았다고.
우린 그걸 배려라고 부르기로 했단다, 갓 태어난 염소.
천사가 다 죽었다 아주!
뭔 개소(뒷글자는 직직 그어져있다.)
미안한데 그쪽 내 스타일 아니거든?
나도 눈을 달고 다니는 사람이라;
이미 이 동네 수색 중이거든
너 진짜 딱 기다려
얼마 안 남았어
내 소중한 빠따 들고 찾아갈게(울퉁불퉁한 하트가 그려져있다.)

그리고 사탕껍질 장난하냐????? (글씨 옆에 당신이 보낸 사탕껍질이 붙어있다. 덕지덕지 칠해진 스카치 테이프가 눈에 띈다.)

(콘칩 한 봉지 위에 편지가 붙어있다. 콘칩 포장지에 유성 매직으로 쓴 '은혜는 갚는 까치'가 적혀있다.)

>>634
그 염소같은 인간 불쌍하게 여겨 이만 놓아주시죠.
당신을 제외한 유일한 생존자일 지도 모르잖아요..
아니 그거라도 가지고 놀아야지 안그럼 사람 미쳐요. 남 버린 것도 주워먹어야 하는 판에 그게 뭐 별 대수라고.. 그리고 반으로 쪼개나 부수나 그게 그거잖아요!
혼자 놀 줄도 모르시고 고달픈 인생이십니다.
...... 염소랑 사람을 헷갈리신 건 아니시고?
협박에 대한 목숨구걸도 배려로 받아들이신게 아닌가.. 우리는 합리적으로 의심해볼 필요가 있죠! ㅇ.<
그렇게 말하셔도 이미 저한테 너무 푹 빠지신 거 같은데..
전 한 오백년 전 부터 마음에 둔 사람이 있으니까!
그 새로운 빠따랑 지지고 볶고 하시라고!

전 과자보다는 초콜릿이 좋

(수전증을 되찾은 글씨. 편지지가 아닌 영수증 뒷면에 휘갈겼다. 손잡이에 '나는 놀부야' 라고 적은 흰 플라스틱 주걱이 함께.)

>>635
소꿉놀이 할 시간에 윌슨이라도 만들어서 놀던가.
너 4단지 쪽 마트에 있는 거 맞지?
얼마 전에 그쪽 지나던 중 인기척이 나던데...
새로운 생존자일 것 같진 않고.
딱 한 대만 때리고 놓아줄게. 우리 빠따씨랑 함께 삼자대면할 준비 하고 있어.
.....그러는 그쪽은 혼자 잘~ 놀아서 좋으시겠어요.
혹시 좀비 사태 벌어지기 전부터도 혼자....?
흥
오백년 같은 소리 하네.
미안한데, 그쪽이 상처 받을까봐 말 안 하려고 했지만 난 애인도 있는 몸이시거든. 꿈 깨셔.
그리고 다시 한 번 말하지만
그쪽은
내 스타일이
아냐!!!!! (밑줄이 벅벅 그어져있다.)

(편지지 뒤에 두동강 난 주걱이 붙어있다. 그 옆에 대충 붙어있는 ABC 초콜릿 몇 개. 글자를 모아보니 F,U,C,K 다....)

>>636
공에 이름을 붙이는게 미쳤다는 증거 아닙니까? 그리고 소꿉놀이가 얼마나 유익하고 즐거운데!
엥 아뇨? 반대쪽 어린이 놀이공원에서 마시멜로 구워 먹고 있는데요. 마트는 사람 많을 때 진작에 털렸을 텐데 뭐 있을게 있나. (지진이라도 난 양 심하게 떨린 글씨.)
그쪽도 그쪽 빠따도 볼 일 없어요!
그리고 갓 태어난 새끼 염소 때리셔서 어쩌시려고.. 아무리 점비하태라도 그렇지 인간말종! 쓰레기! 해물 대왕 오징어! 천하의 재수없는 놈!
멘탈 관리는 중요하니까요.
설마 저 때문에 연인과 헤어지고..
그 정열적인 마음은 높게 평가해 드리고 싶으나 설레발 치셔도 저는 임자있는 몸이라니까요?!
이 인기를 어찌하리..

(베스트셀러 '이별을 극복하는 서른 두가지 방법' 이라는 두꺼운 책과 별모양 편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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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님아... 진짜 죄송해여 ］
발신자
［ Tazercat1234@TheWorldVRMMO.net ］
날짜
［ 2053-08-09 2:37AM ］

― ― ― ― ― ― ― ― ― ― ― ― ― ― ― ― ― ―

님아 안녕하세여 ( ´;ﾟ;∀;ﾟ;) 덜덜
겜 귓말은 막아놓으셨길래 마이홈레터 주소로 보냄여

님이랑 히든퀘 퍼스트클리어미션 파트너 된 사람인데여...
아니 저 어제 진짜 그럴려구 그런거는 아니에여 진짜예여!!
저는 그냥 걍 멋진 이름으로 쌔 스킬 나왔길래! (＊ﾟ∀ﾟ)=3
간지나는 마무리를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한번 써봤는데!!
그게 자폭스킬이었어여 (；∀； )..........
....
차단풀어주시면 안돼여....?

｡ﾟ(ﾟT ∀ Tﾟ)ﾟ｡

『모든 것은 재로 돌아가리니』 ←←← 얘 잘못이니까 얘를 원망해여
………아, 알겠어여 (；∀； ) 마자여 제 잘못이에여….
하필 우리가 랭커채널에 생방송으로 송출되어버린 것도 진짜로 미안하게 생각해여….

히든퀘 파트너 한번 정해진 거 바꾸려면 아예 포기하는 것밖에 없대여... ( ´;ﾟ;∀;ﾟ;)
근데 아직 세계에서 10명밖에 못 뚫은 히든퀘인데 포기하는 거 넘 아쉽잖아여?! 그쳐~?!
진짜 앞으로는 아무 스킬이나 막 안 쓸테니까 저 포기하지 말구 같이해주면 안돼여? (*´∇｀)ﾉ

중앙광장에서 석고대죄하는 거 영상도 찍어왔어여
NPC 호감도가 떨어지니까 님은 하지 마세여...
아― 아리아땅의 호감도 제로가 됐어  ｡ﾟ(ﾟ＾∀＾ﾟ)ﾟ｡

(첨부파일) 석고대죄_ver3.mp4
(첨부파일) 석고대죄_ver6.mp4

>>637
다 큰 어른이 소꿉놀이 하면서 시시덕 거리는 것도 미쳤다는 증거 아닌가?
아 아니지. 다 큰 어른이 아닐 수도 있지.
너 나보다 어린 놈이면 죽었어 아주.
놀이공원 같은 소리하네. 딱 걸렸어 너. 오늘 저녁에 손수 찾아갈테니 입구 정돈하고 얌전히 기다리고 있어라?
으
유치해
유치해
유치해!!!
무지개 반사다 이 대왕갑오징어놈아
오늘 아주 회를 무쳐버릴까보다!!!!
아 진짜
아아ㅏㅏ아아아악!!!!!! (글씨체가 무척 난폭하다.)
그래 이 열렬한 짝사랑 이루기 위해 그대 얼굴 보러 친히 찾아가겠어요. 딱 기다리세요 내 사랑.^^
오늘 저녁이야.
도망가기만 해봐!!!!

(4단지 앞 마트의 할인 쿠폰 전단지에 쓰여진 편지. 발행 일자가 무려 일 년 전이다. 그리고 어디서 주웠을지 모를 조화 국화가 함께 붙어있다...)

>>639
그러게 늙은 누구랑은 다르게 아직 어려서 전부 재밌는 것 같네요!
낯부끄럽게 콩깍지도 참... 제가 좀 동안이긴 해요~
그.. 어른공경 부탁드립니다.
유치하다면서 무지개반사.. 제가 수준을 어디까지 맞춰드려야할지^^ 반사반사뿅뿅?
짝사랑이 왜 짝사랑이겠어요..
안 이뤄지니까 짝사랑이지....
시린 옆꾸리 빠따와 함께 좋은 솔로 저녁 보내세요!
사랑! 반사! 안받아! 안줘!
스스로를 사랑해볼 기회입니다!

(풍선과 구겨진 팜플렛으로 꾸며진 입구에 가지런히 놓인 오래된 와인과 놓인 프린트된 맨드라미 사진. 뒷면에 글씨를 적었다.)

#아무래도 뒷문으로 도망가다 덜미 잡히지 않을까 하는^^ 마저 자유상황극 쪽으로 이어가도 좋고 적당히 여기서 끝내도 좋다고 생각해~

# >>640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뒷문으로 도망가다 잡히는 거 큐트한걸...>.0 나는 자유상황극으로 넘어가서 쪼끔 더 진행해봐도 좋을 것 같은데... 너레더는 괜찮니...!? 티키타카를 너무 잘 받아줘서 답장 쓰는 내내 즐거웠어 ^_^...♡

>>641
#나도 재밌었어>< 빠루씨 쿡 찌르면 욱 하는게 너무 귀여워서 좀 더 보고싶네! 손은 느리지만! 선레는 주고 받은대로 빠루씨가? 아니면 맥락상 이쪽이?

>>642
# 괜찮아 나도 한 손 느림 하는걸! 선레는 내가 먼저 써올게! 대충 편지 흐름처럼 마트쪽을 수색하다가 아기 염소를 발견하는 상황으로 가볍게! ㅎㅁㅎ 잠시만 기다려줘~!

흠, 흠흠. 이거 입력 제대로 되는 거 맞나…? 오, 오. 되네. 이놈 신기한걸. 휴, 다행이야.작동 방법이 뭐 이렇게 눈 돌아가게 어렵고 난리야. 아, 아니. 이것까지 받아쓰면 안 돼. 취소. 뒤로가기. 삭제. 제기랄, 삭제! 뭐야? 아니 이런 빌어먹을 것이 있나. 삭제! 삭제! 삭제! 글자 지우기! 뭐? 벌써 글자 제한이… 말도 안 돼! 잠깐, 물어볼 게 있어서 장치를 켠 거란 말이야. 용건도 안 꺼냈는데 전송할 수는, 이거 어떻게 꺼? 잠깐, 이대로 전송된다고―

>>644
메세지 전송에 실패했습니다.

/일단 무슨 상황인지 들어보고 싶어서 써봤어. 진짜 오류 메세지일 수도 있고 짤 같은 모른척일 수도 있고, 어느 쪽이든 괜찮아. 잇기 힘들면 편히 스루해줘.

>>638
｜ 마이홈 우편함 ｜ 수신메세지(48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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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e:(；∀； ) !!!! 님아... 진짜 죄송해여 ］
발신자
［ vagabond99@TheWorldVRMMO.net ］
날짜
［ 2053-08-09 11:02AM ］

---

세상에나 스킬 설명도 안읽어보고 사용하는 유저가 있다? 갑자기 스킬창에 딱 등록 되어서 잘못 누른 것도 아니고 간지나 보여서 썼다니 그것 때문에 인겜 귓말이 얼마나 날아오던지! 하필 생방송 중에 그렇게 되어버려서 지인이고 쌩판 모르는 사람이고 전부 ㅋㅋㅋㅋ 하는 귓말이 너무 날아와서 꼴받아서 귓말 차단해버렸습니다, 예!

모든 것을 재로 만들고 싶어서 히든 퀘스트도 재로 만들어버린거에요? 아니 던전에서 그 히든 퀘스트 조건 맞추려고 일주일 넘게 고생을 했는데 그걸 날려먹었잖아요! 아직도 그때만 생각하면 아주 그냥 화가 너무 나요!! 귓말 차단은 그냥 전부 해둔거고 그쪽만 해둔건 아니니까 오해는 하지 마시구요. 히든 퀘스트 발동 조건도 모르는데 포기하면 너무 아까우니까 포기할 생각도 없어요.

중앙광장에서 석고 대죄하는건 제 지인이 영상 촬영해서 보내줘서 이미 봤어요. 사과 받아주는 대신 조건이 하나 있어요. 저번 할로윈 이벤트로 받은 고양이 귀랑 고양이 꼬리 끼고서 히든 퀘스트 진행해주세요. 어차피 외형템이라 스탯에는 영향 없을테니까. 그리고 다음부터 그런 실수 하기만 해봐요!!

친애하는 나의 라이벌에게.

경연에서 아쉽게 탈락하셨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어찌나 아쉽던지요! 저는 당신이 훌륭한 적수가 되어 줄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습니다만...
에이, 근데 이미 다 아시겠다. 조금 노골적으로 말해도 문제없겠죠?

맞아요. 당신이 그 높은 평점을 받고도 탈락하신 건 사실 저 때문입니다. 최종 점수에 소폭의ㅡ정확히 말씀드리자면, 조금 많은ㅡ 조작을 가했죠. 너무 힐책하지는 마시길 바라요! 저도 어쩔 수 없었어요. 결승에서 이럴 수는 없잖아요? 싹은 아무도 관심이 없을 때 죽여놔야죠.

이제 다음 대회까지는 장장 5년을 기다리셔야 하겠네요? 아니지, 제가 우승한 뒤에 바로 폐지해버릴 거니까 다음 기회는 없겠어요! 야호~
그래요, 차라리 잘 됐어요! 애초에 의상 디자인은 당신에게 전혀 어울리지 않는 분야였어요. 다른 꿈을 찾아 행복하게 사세요!

그리고 다시는 이 판에 발을 들이지 마세요. 절대로.

당신의 앞날에 소박한 행운이 가득하길 기원합니다.
미리암 테일러 올림.

>>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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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ε:) 편지와써여~ ］
발신자
［ Tazercat1234@TheWorldVRMMO.net ］
날짜
［ 2053-08-09 01:44PM ］


…… 이잉, 미안해여! (´･∀･｀)
그래도 데미지는 잘 들어갔자나여 그쳐? 클리어 조건이 두 명 전부 생존이라 소용이 없었을 뿐이져 (›´ω`‹ )… 나중에 한 명 죽어도 된다구 하면 장렬하게 희생해줄게여.

그래도 어차피 일어난 일인데! 우울해하지 말고 지금의 유명세를 즐겨봐여! 저도 생방송덕분에 꽤 유명해져서 사람들이 맨날 스샷 찍어가여 v(°∇^*)⌒☆ 연예인 같은 게 된 기분이에여! 가끔 지나가는 사람들이 먹을 것두 주고 그래여… ( ´•̥̥̥ω•̥̥̥` ) 헤헤…

와, 그럼 계속 파트너 해 주는 거져!! 역시 용서해줄 줄 알았어여! 님 어쩐지 인상이 짱 좋더라구여! ……근데 벌칙 꼭 그거로 해야되나여!?
저 중앙광장 미친놈에서 네코미미 미친놈이 될 것 같은데여…. 저의 그, 수치심이라던가는 고려 안 해주는 거냐구여…? 님 그렇게 안봤는데 생각보다 잔인하심여 ଲ(ⓛ ω ⓛ)ଲ 우우우

……
………그치만! 절 안 버린다니까 입으라면 입어야져 머!
주인님 충성충성 (ﾉΦωΦ)ﾉ 미천한 네코미미를 히든퀘 클리어로 이끄시옵고 (ﾉΦωΦ)ﾉ

제 귀여운 실수 ( ´・ω・)つ─☆ 때문에 어쩔수없이 다른팀보다는 진행 늦어졌지만
님은 겜 짱 잘하구 저도, 음… 실수만 안 하면!  (＊ﾟ∀ﾟ)=3
퍼스트클리어 도전해볼 수 있을 것 같지 않나여?
그쳐? 님도 글케 생각하져?

헛 허엇 이거 설마
『재』 속에서 꽃피는 우리의 우정―? (^・ω・^ ) 두근 두근

>>649
｜ 마이홈 우편함 ｜ 수신메세지(48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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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e:｡･*･:≡(　ε:) 편지와써여~ ］
발신자
［ vagabond99@TheWorldVRMMO.net ］
날짜
［ 2053-08-09 11:02AM ］

---

데미지가 잘 들어가면 뭐해요 이미 죽었는데 ... 딜 잔뜩 넣고 죽어버리면 의미도 없는 퀘스트에서 장렬하게 자.폭을 하셨잖아요. 일주일에 한번씩 할 수 있는 퀘스트라서 당장 다음주까지 기다려야하는 판국이고 ... 그래도 장비나 레벨은 부족하지 않아서 난이도가 있는 퀘스트인데도 클리어각은 보여서 다행이네요.

중앙광장 미친놈보단 네코미미 미친놈이 좀 더 개연성 있고 좋지 않겠어요? 멀쩡해보이는 사람이 중앙광장에서 그러고 있는 것보단 네코미미가 그러고 있는게 좀 더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이고 지나가지 않을까 싶네요.

다른 팀들은 자폭이 아니라 그냥 스펙에서 밀려서 못깨는 팀도 있고 이미 깨고 다음 퀘스트를 향해서 나아가는 팀도 있고 그렇네요. 우리는 일주일 늦어졌으니까 퍼스트 클리어는 힘들 것 같기도 하지만 ... 다른 팀이 다음 퀘스트 라인에서 전복될 수도 있는거니까 월퍼클을 노려보자구요. 보상도 안알려져있는 퀘스트라서 이목이 집중되어 있고 ... 남부 대륙에서 히든 퀘스트 받은건 저희 둘 밖에 없으니까요.

이 퀘스트 라인이 얼마나 길어질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적어도 짧게 끝날 것 같지는 않으니까 서로 얼굴 붉히는 일은 없었으면 하네요. 직업 조합도 나쁘지 않으니까요. 그러고보니 내일 월드 보스 레이드가 있는데 고정 파티 없으시면 같이 가시겠어요?

이렇게 다시 연락할 일이 있으리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는데, 아니, 사실은 알고 있었지, 아무리 외면하려 해도 언젠가는 닥칠 일이었으니. 오랜만이다. 네가 조금이라도 여지를 남겨두고 있었다면야 바로 발신인을 눈치챘을 테고, 아니더라도 읽다 보면 자연히 알아차릴 수밖에 없겠지. 그러니 자기소개는 생략하겠다.

그 잊고만 싶은 사건과 함께 우리가 의절한 것도 벌써 여러 해 전의 일이 되었건만, 얻은 것은 시간의 해조도 씻어내리지 못하는 기억이라는 게 있다는 사실 뿐이구나. 그날 우리는 다시 서로를 보게 될 때 나눌 수 있는 것은 칼날밖에 남지 않았음을 직감했지. 그 결의 또한 우리의 삶을 지나치는 수많은 약속의 말들과 같이 어쩌다 보니 사라져 있으리지도 모른다는 기대도, 결국 무너진 것이 오래 전의 일이다. 그 날 내가 느낀 것들만큼은 지금도 변하지 않았고, 너 또한 마찬가지일 테니까.

그러나 우연히도 상당히 오랜 세월을, 우리는 서로의 남은 삶을 거두기 위한 만남을 가지지 못한 채로 보낼 수 있었다. 이것이 단순한 우연인지, 은연중에 서로가 원했던 회피의 결과인지는 알지 못하겠다. 다만 후자에 걸고 편지를 쓰기에, 네 마음 속에서 망설임을 찾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그래, 아무리 양보한들 망설임일 테지. 다가올 새 불길을 지연시킬 수 있을 뿐, 결코 불씨를 꺼트릴 수는 없다는 걸 안다. 다만 아주 조금이라도 좋으니 뒤로 미룰 수는 없겠느냐. 단 하루라도 좋다.

어제, 스승님이 가셨다는 연락을 받았다. 놀라운 소식은 아니겠지. 투쟁을 삶의 업으로 삼은 자의 정년은 곧 죽음인 법, 슬슬 그런 나이였으니, 이제껏 살아오신 것도 기적에 가까운지도 모르지. 슬픈 인생이다. 다시 그를 마주할 생각은 추호도 하지 않았으나, 적어도 동정심은 남아있다. 가족도 벗도 없이 떠돌며 유일하게 세상에 남겼던, 자신의 최고 걸작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던 두 제자와 생전에 결별한 자, 이 세상에 조금도 의미있는 것을 가지지 못한 자의 죽음이라면, 적어도 슬픔을 느낄 마음까지는 남겨두고 있다.

그래, 무슨 일이 있었더라도 그 사람은 우리의 스승이었던 자다. 네 사지가 여전히 멀쩡하다면, 그 안에 새겨진 무수한 투쟁의 기예와 살인의 비전들이 여전히 남아있을 것이다. 네 목이 여전히 무사하다면, 그 위로 기억한 읽고 쓰는 법, 사람과 살기 위한 기초부터 시작된 세상에 대한 가르침도 잊지 않았을 것이다. 다시 그 때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알지만, 그래도 과거를 없었던 일로 만들 수도 없는 일이지.

그의 영전 앞에서 하루만, 숙명을 미루고 함께할 수 있기를 바란다. 장례식이 끝나기 전까지를 요구하지도 않겠다. 딱 하루만이라도 괴로운 기억을 잊을 수 있다면 족하다. 하루만이라도 옛 스승에게 기꺼이 바칠 수 있는 날이 남아있다면 그것으로 좋다.

그 하루면 족하다. 어차피 모든 일이 끝나면. 그에게 준비된 묫자리에 묻힐 관은 두 구나 세 구가 될 테니까.

여기까지 읽었는데 종이를 찢지 않았다면 부디, 모든 것을 시작했던 그 땅으로 와 다오.

-너의 친구였던 자, 사형제였던 자, 원수인 자-

>>650
犬不蔽羊不同
개의 눈을 가리지 않으면 양이 함께하지 않듯
我與爾焉與共戴天
나와 네가 어찌 한 하늘을 이겠느냐?
自土呑日至天開眼
흙이 해를 삼켰을 때부터 달이 뜰 때까지
吾等之關如逆時
우리의 관계와 같은 그른 시간에
只以客聘厥地
다만 손님으로서 그 땅에 찾아가겠다
無詶我
나에게 답하지 마라(나를 저주하지 마라)

- 불구대천지수(不俱戴天之讐)

좋아한다느니 헛소리 해서 미안한데
너무 깊게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하루종일 그거 때문에 짱구굴리는 것 같아서.
술김에 한 소리기도 하고 우리 친구잖아
너 오래 보고싶고 연애적인 감정 없어
..... 그.. 나 눈 높아.. 미안..

🐸

보고 싶어요.
어차피 안 믿겠지만.

- Саша

크리스마스가 곧이네, 산타 일은 좀 어때? 으하하, 알아. 무지막지하게 바쁘다지? 할 거 많은 건 알지만 그래도 눈은 좀 붙여가면서 해라. 저번처럼 새해부터 앓아눕지 말고!
하하. 사실 이 쪽도 말이 아니긴 해. 아무래도 기원전부터 이직도 안 하고 악몽부서에만 머물러있다보니... 최근엔 창의력에도 한계가 있는 걸 실감하고 있거든. 이게 그 매너리즘이란 걸까? 이제는 인간들 공포영화에 나오는 걸 베끼는 데도 거리낌이 없어지고 있고... 아휴. 역시 악몽 기획이 내 적성에 안 맞는 건지도 몰라. 요즘 현장직으로 나갈까, 아니면 아예 업종을 옮길까 고민하고 있는 중이다.
그쪽 업무는 좀 어때? 복지는 괜찮구? 불쌍한 네 친구를 위해 조언 좀 해줘.

사랑을 담아,
악마 보냄

>>654

이 친구야, 새해에 앓아누운 게 몇백 년 전 일인데 그걸 아직도 들먹여! 신입 때완 달리 요즘은 요령도 붙어서 내 몸 관리는 알아서 잘 하거든? 너나 몸 챙겨. 또 밤새 술 먹고 내가 너 뒤치닥거리 하게 만들지 말고!

이제 슬슬 산타 쪽 이직할 생각이 들어? 하긴 네 성정에 악몽 기획에 이천 년 넘게 붙어있던 것도 기적이기는 해. 음, 근데, 여기 말고 다른 쪽 업종을 고려하는 건 어때?

너한테 말을 했는지 기억이 안 나는데(미안, 술 먹고 편지 쓰는 거라) 요 근래 내가 부서를 옮겼어. 기획 쪽 말고 현장직인데, 왜 그런 애들 있잖아, 보호자가 선물을 못 챙겨주는 애들. 고아라든지 돈이 없든지 뭐 그런... 걔네들한테 선물이라는 이름의 희망과 꿈을 선물해주는. 젠장, 허울만 좋은 말이지— 여하튼 부서를 옮겼어.

여기 와서 내가 한 생각이 뭔줄 알아? 세상에 죄 없이 고통받는 아이들이 너무 많다는 거였어. 그리고 나는 그 아이들한테 아무것도 해줄 수 없다는 거. 생각해봐, 아직 1년 흐르는 게 한 세기 지나는 속도만큼 느리게 느껴질 아이들인데 겨우 1년에 한 번 톡 떨어지는 선물이 얼마나 도움이 되겠어? 게다가 그 선물이 아이들 처지 바꿀 수 있을 만큼 좋은 것도 아니고... 쓰레기 인간한테 맞으며 자라는 아이한테 곰인형 하나 던져주며 이 선물이 너한테 희망이 되길 바란다니 이게 뭔 개소리냐고! 안 그래 친구?

그래서 차라리 내가 악마 쪽으로 이직해서 그 쓰레기 놈들 다 조져놓는 게 아이들한테 더 도움 되겠다 싶더라고. 근데 그럴 용기도 깡도 없으니 연말 시즌엔 병나발만 불고 있고... 암튼 그렇게 살고 있다. 음, 그러니까, 내가 하고싶은 말은,

다른 회사 알아봐 친구. 진심으로 하는 조언이야.

내 마음을 담뿍 담아,
산타 보냄

용병길드 퀘스트 의뢰서

나이가 드니까 관절 마디마디가 아파 집안일을 못 하겠어.
아마 빌어먹을 놈의 비가 오려는 모양인데.
괜찮은 마법사 하나 골라서 비구름 좀 몰아내줄 수 있냐고 물어봐.
뭐... 아님 그냥 집안일 대신해줄 튼튼하고 야무진 놈을 하나 보내 주든가. 맘대로 해.

느티나무 집 할머니가

악마님
저를 보고 계시다면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꼭 죽게 해주세요. 부탁드립니다. 이제 믿을 곳이 당신 밖에 없어요.

- 신 조차 사랑하지 않는 인간이

>>656

아이고 할머니!
당신 전성기 때랑 다르게 요즘 세상에는 기후 바꾸는 마법사는 아주 나랏님이 무릎꿇고 데려갈만한 대마법사라니까요!
아휴, 세상이 많이 바뀌었답니다. 당신 마음에 찰 지는 모르겠지만 괜찮은 아이를 한 명 보내요.
고 밑에 여관 집 막내앤데 손이 야무지고 재빠르더랍니다. 글은 몰라도 말은 종알종알 잘 해요. 아직 어린애니까 이번엔 제발 겁주지 말고 말짱히 돌려보내셔!

용병 길드, 접수원 디 보냄

>>657
그런 이유로 죽겠다고 악마에게 편지를 보내다니.
인간은 변함없이 시시하네.
하물며 공물도 없잖아. 이런 편지가 스팸 메일이랑 다를게 뭐야?
귀찮아.
알아서 해.

- 이빨 요정같은게 아닌 악마가

>>658

용병길드 퀘스트 의뢰서

디 이놈아! 비구름 하나도 몰아내지 못하면 그거 마법사 구실이나 하겠냐?
하여간 요즘 애들은 경계심이란 게 없단 말이야. 드래곤이라도 깨어나면 어쩌려고 그러나 몰라!
거두절미하고, 보내준 이놈은 작고 좀 산만하긴 해도 영리해서 맘에 들어.
요즘은 소일거리로 뜨개질을 좀 해 보려고 하는데. 저기 큰 마을 가서 대바늘이랑 실 사다 줄 사람 좀 구해 봐. 실은 좋은 걸로, 진녹색이랑 다홍색이면 돼.
이 끔찍하게 산만한 놈을 보냈다간 뭘 사올지 겁나 못 보내겠어.

느티나무 집 할머니가

>>659

공물이 필요한가요? 인간의 영혼 그런 건 바칠 수 있는데... 뭐가 필요한지 말씀해주세요. 아니면 옛 서적에 나오는 것 처럼, 염소 머리를 잘라다가 마법진이라도 그려 기도를 바쳐야할까요? 진심입니다. 이제 저는 갈 곳이 여기 밖에 없는걸요...

- 불행한 인간이

>>661
너 진짜로 아무것도 모르는구나.
네 쓸모 없어진 영혼을 누가 가져가겠다는 거야.
그리고 염소 머리? 으윽.
잘 들어, 소환된 악마들이 나오자마자 너희를 찢어발기는 이유는
악마 숭배자를 자칭하는 멍청한 인간들이 그런 쓰레기들을 "공물"이랍시고 바치기 때문이라고.


디저트.
도넛이 좋겠다.
너네 집 근처에 행드슈가라고 스위트 가게 있지.
거기서 이번 크리스마스 시즌 한정 도넛을 사 와. 그것도 잔뜩.
그럼 생각해 볼 수도 있고.
오후 중에만 파니까 지금 나가는 게 좋을걸.
서둘러.

- 무료 간식을 기다리는 악마가

>>662

아 역시... 제가 무지해서 잘 몰랐네요 미리 악마와 관련 된 정보를 알아올 걸 그랬어요. 편지를 받자마자 집 밖으로 뛰쳐나가 행드슈가에 다녀왔어요! 크리스마스 시즌 한정 도넛은 오늘 겨우 세 박스가 남았길래 일단 전부 사왔구요... 혹시 몰라 에프터눈 디저트 세트도 한 박스 사왔어요.

다만 눈이 오는 바람에 박스가 조금 젖고 말았네요... 죄송합니다 악마님. 이정도면 기분 좋게 드실 양이 될까요? 부디 마음에 드셨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꼭 제가 크리스마스에 죽을 수 있게 해주시길.

이제 와서 무슨 이야기를 듣던 그만둘 생각은 없어. 돌아갈 생각도 없어. 하지만 이야기를 하지 않겠다는 것은 아니야. 그래서 네게 글을 쓰는거야. 네 도시의 주인이 원하는 글은 끝에 있으니까, 적당히 찢어서 바치면 돼. 이제 내 글을 읽어.

예전부터 나를 알던 사람들은 대개 내가 세간의 평판에 억눌려 고통받고 있지는 않을지 궁금해하더라. 혹시 너도 그런 사람 중 하나일까 싶어서 분명히 하자면, 솔직히 나는 1번도 그런 느낌을 받은 적이 없어. 내일도 보지 못하는 개미로서 하루를 나고 세상을 돌리는 톱니로서 평생을 나는 범용한 자들의 풍문이란 것은, 그 세상의 경계가 되는 울타리나 성벽을 벗어나면 의미를 잃는 법이니까. 사실, 이쪽에서 악명은 오히려 도움이 될 때가 많기도 하고.

다만 그 울타리나 성벽, 범부들이 흔히 절대 부서지지 않을 것이라고 맹신하는 세상의 테두리를 부쉈을 때, 논밭에 불을 놓고 굶주린 병사들이 노인과 아녀자들을 쫓게 하고 무부들을 무릎꿇리고 지배자들을 효수한 다음에야 비로소 그들의 목소리가 내게 닿으면, 솔직히 아직 흔들려. 끓어오르고 있을 증오, 슬픔, 적개심, 혐오감... 그나마 남은 존엄성의 흔적마저 살기 위해 내버리고 원수일 내게 자비를 구걸하는 그들의 모습만은 나를 망설이게 만들어. 적어도 사람이라는 점에서는 나와 다르지 않은데 말이야. 아주 살짝, 입장에 차이가 생겼을 뿐인데.

그래, 여기까지 읽었으면 네가 조금이라도 희망을 가졌을지도 모르겠어. 그러길 바라. 이건 거짓말이 아니야. 나는 여전히 마음 속에, 너와 벗으로 있었을 때의 맹세와 태도를 가지고 있어. 버린 적도 없지. 좀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자고, 그래, 유년기의 우리에게는 솔직히, 뭔가 더할 필요도 없어보이는 괜찮은 세상이었기에 그리 무게감을 느끼지 않고 그런 맹세를 할 수 있었는지도 몰라. 하지만 적어도 내게는 줄곧 진심이었어. 너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나는 살아왔어.

그리고 지금 내가 하는 일도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라고 나는 믿고 있어.

그래, 나는 멈추지 않을 거야. 우리를 살찌웠던 평화를 받치는 불안한 반석을 뒤집어 버리겠어. 고치고, 고치고 고치고, 불합리한 구조를 깨부수고, 독점을 끝내고, 지배자를 내쫓고, 낡은 것을 치우고, 벽을 때려부수고, 도시를 불태우고, 양식을 갈취하고, 무고한 자들을 살해하고, 싸우고, 싸우고, 싸우고, 그것을 원해. 나는 굶주려 있어. 평화 속에서 나는 죽어가고 있었어. 재능, 내게 있어 유일한 길,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을 세상을 위해 버릴 수 없었어. 나는 원했어. 내 피가 전쟁을 원했어. 사실 이유따윈 상관없어. 죽음과 상잔, 전쟁이, 내 재능을 요구하는 이 세상에서 유이하게 내 존재가치를 증명하는 것인데.

그래, 너를 제외하면 유일하게.

모르겠어. 네게 글을 쓴다고 생각하니 마음 속이 정리가 되지 않아. 쓰고싶은 말들을 다 잊어버리고 말았어. 다만, 널 만날 수 있으면 더 자연스럽게 말할 수 있을텐데. 언제나 그랬듯, 예전처럼 서로 이해할 수 있을 거라고, 아직 나는 믿어.

그러니까 나를 단념했다고 하지는 말아 줘. 1번만 더 만나서, 이야기하자. 나를 반대해도 상관없으니까, 날 버리지 말아 줘. 부탁이야.

침략자, 약탈자, 학살자의 글 치고는 너무 추레하겠지. 너만이 나를 이렇게 만들어. 그래서 네가 싫기도 해.

-내게 유일하게 삶을 주었던 친구에게, 로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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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그대의 군주에게 전하라. 군대를 뒤로 물리겠다. 전군은 내일 도시의 포위를 풀고 열망의 계곡까지 후퇴할 것이다. 조건은 없다. 그러나 이것이 전쟁의 종결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만일 휴전의 기한을 정하기를 원한다면 그대들의 군주로 하여금 내게 사절을 보내 의논토록 해야 할 것이다. 죽음의 기한이 미루어진 것에 기뻐하라. 그것이 군주의 어리석음으로 인해 그대들이 생애에 누릴 수 있는 마지막 행복임을 알라.

또 보자, 시민이여.

-언더블러드 북서원정군 최고사령부 사령관 대행 겸 2군단 군단장, 로번-

>>663
칠칠맞지 못하기는...
신에게건 악마에게건 바치는 공물은 정성스럽게 준비해야지. 젖어버리면 어쩌자는거야.
세 박스도 너무 적잖아. 적어도 다섯은 준비해야할 거 아냐.
너, 악마 너무 얕보고 있는 거 아니야?

어휴.
이거 다 적다간 끝이 없겠네. 그냥 처음이니까 착한 내가 특별히 봐줄게.
다른 애들같았으면 넌 이미 죽었어.

아, 그러면 소원 달성인가.
아무튼 디저트 세트같은 건 됐어. 그런걸로는 성에 안 차서 오히려 감질나니까.
그건 그냥 너 먹어.

그림을 같이 첨부할게.
전송 마법진이라는 거거든?
수준에 맞게 가장 간단한 걸로 준비해뒀으니까 못 볼 꼴 보고싶지 않으면 토씨하나 틀리지 말도록 해.
다 그렸으면 이 위에다 공물을 올리고 아무거나 태우면 끝.

기다릴게.

이런 개인적인 편지는 써본 적이 없어서 어떻게 시작해야 좋을지 모르겠네요.
그냥 내가 하고싶은 말은... 미안해요.
난 사실 당신에게 충성을 다하는 부하도 아니고, 진심으로 조직을 아끼는 그런 믿을 수 있는 조직원도 아니에요.
그저 당신의 약점을 찾고 부족한 부분을 알아내기 위해 그가 보낸 사람일 뿐이죠.
처음에는 정말 열심히 했어요. 작은 것 하나라도 알아내려 애썼죠. 나름 결과도 좋았어요. 실제로 곁에 있으면서 중요한 서류도 많이 빼돌리고, 당신이 믿던 그들을 그의 것으로 만들어 주기도 했으니.
엘리엇이 당신을 배신하고 떠나가게 만든것도, 거래 장소를 알린것도 전부 내가 한 일이에요.

미안해요. 그래도 그럼에도 당신이 나에게 준 임무를 수행하던 순간 만큼은 그가 아닌, 오로지 당신만을 위해 일했어요.

내가 생각해도 참 모순적이고, 이기적인 말이네요.
하지만 난 앞으로도 이렇게 살아가겠죠.
당신들에게 신뢰를 얻고, 얻은 만큼 버리고. 또 그만큼의 이득을 얻고.

앞으로도 그럴 생각이었어요.

그랬는데

난 어쩌다가 당신을.




편지 같지도 않은 편지지만, 이 편지가 당신에게 보내질 일은 없겠죠.
그저 내 죄책감을 덜기 위해 적어 놓고 간직할 생각이니까요.
이것도 이기적이라는 거 알아요. 지금도 무엇하나 제대로 선택하지 못하고 있는걸요.
하지만 어쩌겠어요.
그 날,
당신에게 복종하겠다 맹세했던 그 순간부터 난 이기적인 사람이었으니까 말이에요.

이 편지가 당신에게도, 그에게도 발견될 일 없기를.

- S.

기수여! 나는 나라와 고향, 가족과 연인, 애마도 잃었지만 아직 칼과 창에 말 탈줄 아는 몸뚱아리도 남아있소. 아주 넉넉한 밑천이라오. 많이 잃었음에도 웬만한 사람은 평생 가질 엄두도 내지 못하는 재산이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이것만 있어도 기량을 거의 발휘해서 싸울 수 있다는 점이오. 내 삶은 그것을 위해 있지. 복수나 여생 따위는 관심도 없소. 이 심장은 싸움을 위해 아직 뛰고 있고, 더 싸울 수 없게 되는 순간에 비로소 멈추겠지.

기수여, 왜 자비를 베풀었소? 스스로를 유리하게 만들 여러 수단을 버리고 굳이 나와 같은 조건에서 승부한 것도 괴로운 일이지만, 그것이 당신의 방식이라면 존중하겠소. 그런데 완승을 거두고 내 목을 거둬가지 않은 이유는 무엇이란 말이오? 모욕일 뿐더러, 결투를 시시하게 만드는 일이오. 만일 내게 승리가 주어졌다면, 나는 주저하지 않고 그대를 살해했을 것이오. 상대에게의 경의이며, 투쟁에 대한 존중의 의미로.

곧 다시 찾아가리다. 그대가 내 몸을 차갑게 식은 고깃덩이로 만드는 날까지 계속될 결투를 위해서.

친애하는 어머니께.

여전히 눈물로 지새우는 나날들이 많으시다 들었습니다.
올라가 눈물을 닦아드리고 안아드릴 수 없어 마음이 아파요.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의 옆자리에 앉은 지금, 저는 더 없이 행복하고 충만한 감정을 느낍니다.
비록 따사로운 햇볕과 이슬 머금은 풀의 감촉, 달큰한 꽃의 향기와는 멀어졌지만, 머리 위로 드리운 짙은 그늘도, 축축한 지하의 냄새와 어둠을 밝히는 전등도, 이젠 제법 낭만적으로 느껴집니다.

흔들리는 다리 위에서 느끼는 공포와 강렬한 사랑의 이끌림은 별로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처음 그 이를 보았을 때 느낀 두려움은 어쩌면 사랑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돌아갈 수 없으리라는 걸 예감했음에도 그가 건넨 석류알을 입 안에 넣은 건, 아마 그때문이겠지요.

사랑하는 어머니, 부디 너무 슬퍼 마세요.
저는 지금 충분히 행복합니다.

사랑하는 고객님!

불운한 소식을 전해드리게 되어 저희도 심히 유감입니다.
고객님께서 발신하신 우편이 전일 12시 33분 이오 수해에서 전달되던 도중 1급 목룡종 에우토에게 잡아먹히는 사고가 있었습니다.
가까운 시일 내에 근처 우체국에 접수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죄송합니다.

당신의 가장 빠른 마법우편 헤르메스.

받는 이 :: 7**2 의뢰인 님

안녕하십니까. 시리우스 사무소에서 보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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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담당 해결사인 리 페레즈 입니다. 사건 해결이 조금 늦어진다는 소식 전합니다. 그리고 한 가지 말씀 드릴 게 있는데, 계약금 외 추가금을 지급해주셔야할 것 같습니다. 의뢰비 오천 달러의 조건으로 계약서를 작성했는데, 의뢰 대상이 조직 보스라는 사실은 사전에 고지를 해주셨어야죠. X발 대체 왜 "그냥 그런 살인범" 이라고 말씀하신겁니까? 혼자 들어갔다가 뒈질 뻔 했잖습니까. 심지어 살인 전과만 있는 것도 아니던데. 오, 물론 저를 엿먹이시려 그러신 건 아니시겠죠. 압니다.

하지만 계약 당시 의뢰 수행에 있어 필요한 중요 사실을 미고지하신 점, 그로 인해 해결사가 신체적 위해를 입은 점. 전부 계약 해지 및 손해 배상 사유 입니다. 지금 제 배때지가 뚫려서 이주일은 일을 못하게 생겼습니다. 감사하게도.

조속하고 원만한 해결을 위해 빠른 답변 부탁드리겠습니다. 저희도 의뢰 대상에 대한 조사가 미숙해 이런 일이 벌어진 것, 어느정도 책임을 인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의뢰인 님께서 보내주신 프로필에는 조직에 관한 내용도, 살인 전과 외의 전과에 대한 사실도, 그 시X놈이 용병 출신이란 사실도 전부 빼먹으시지 않으셨습니까. 저희 좋게 해결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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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 시리우스 사무소였습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보내는 이 :: 시리우스 사무소

[본 문서는 20XX년 06월 02일 21시 46분 07초 음성 인식을 통해 작성되었습니다.]

머리가 어지럽다. 기운이 없어 길게 말하기 어렵다.
모든 일은 세상을 위한 것이었다. 이제와 무슨 의미가 있겠냐마는, 능력을 통해 우리에게 닥친 위기를 헤치고 인류의 역사를 잇는 것이 사명이었다. 그것을 위해 수반되는 위험은 어쩔 수 없었다.
비난해도 좋다. 이미 늦었지. 너는 성공했고 우린 실패했다.
너의 성공으로 이제 세상은 멸망할 것이다. 나는 출혈로 죽지만, 살더라도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행복하길 바란다. 복수를 모두 마쳤으니, 되돌릴 방법은 없다. 너를 비난할 자격이 내게는 없다. 그저 알아서 남은 시간을 보내길 소망한다.
죽은 나를 비난하더라도 무엇을 얻겠나.
정말로 아무런 방법이 없다. 컴퓨터에 접속해 파일 델타에 접속하라고, 나는 알려주지 않을 것이다. 그것을 보더라도 너는 너의 삶을 살아야 한다.
정말로, 나는 네가 행복하길 바란다.

이 편지는 172신년 베리타 공국에서 시작되어...

(다른 사람에게 돌려도 행운은 오지 않는다.)

로만 좌표계상 절대시간 기준 25시 88분 72초
목적지까지 07분 남았습니다
현재 백조자리 성운은 화창합니다
창문을 열어 감상하시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
이용해주신 승객 여러분께 감사드리며 오늘 하루도 좋은 시간 되십시오

>>672

이 편지는 172신년 베리타 공국에서 시작되었으며, 일년에 한 바퀴를 돌면서 받는 사람에게 행운을 주었습니다. 지금 당신에게로 옮겨진 이 편지는 4일 안에 당신 곁을 떠나야 합니다. 이 편지를 포함해서 총 7통을 행운이 필요한 사람에게 전달하십시오.

베리타 공국의 노로크 공작은 179신년에 이 편지를 받았습니다. 그는 하인에게 이 편지를 필사해 보낼 것을 명령했습니다. 며칠 뒤에 영지가 크게 성장하고 농노들의 생활이 안정되었습니다.
어떤 공무원은 이 편지를 받았으나 96시간 이내 자신의 손에서 떠나야 한다는 사실을 잊었습니다. 그는 곧 파면되었습니다. 나중에야 이 사실을 알고 7통의 편지를 보냈는데 그제서야 복직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알바스트로 왕국의 플리나 1세는 이 편지를 받았지만 그냥 버렸습니다. 그녀는 9일 후에 폐위되었습니다.

기억하십시오. 이 편지를 보내면 7년의 행운이 있을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700년의 불행이 있을 것입니다. 또한 이 편지를 버리거나 낙서를 하시면 안 됩니다. 7통입니다. 이 편지를 받은 사람에게 행운이 깃들 것입니다. 번거롭더라도 꼭 전달하시기 바랍니다. 7년의 행운을 빌면서...

네 이런 말도 안 되는 편지 돌리느라 수고하셨고요, 횟수 초기화해드렸습니다. 7통 더 보내세요. 수고.
빅터 레벨리우네 올림

해바라기빌라 302호 사는 언니에게

언니 안녕!
오빠들이 우리 언니 주소를 알려줘서 기억해 놨다가
그대로 써서 우체통에 넣었거든?
제대로 진짜 편지처럼 우표도 붙였다니까
그런데도 반송이 됐지 뭐야!
혹시 언니는 우리 언니가 아니야? 그새 이사를 갔나?
미스테리다!
답장해 줘! 집에 나 혼자 있으니까 심심해
예전엔 언니가 놀아 줬는데

코우

(우리 언니 이름은 히카리인데,
혹시 아는 사람이면 동생이 보고싶어한다고 전해줘)

안녕하라구, 난 쿠니쿠니 마을의 ‘수호해결견습신수단’ 단장 ‘라구’라구.
휴가가 끝났으니 다시 의뢰를 받으러 왔다라구. 자세한 내용은 아래를 참고하라구.
그렇지만 우리들은 신령으로 승반하기 위해 덕을 쌓는 중이니 못된 짓은 의뢰하지 않도록 주의하라구! 안 그럼 몸이 아프다라구.

주 활동지 : 쿠니쿠니 마을, 인근 마을 등.
주 임무 : 물건 옮기기, 눈속임, 변신, 간식 먹기, 안마, 아기 경호, 마을 동물 통솔 등.
주 멤버 : 라쿤(단장), 참새, 개, 고양이, 제비, 햄스터, 기니피그, 앵무새, 토끼 등.

참, 절대로 절대로 절대로—! 여우인 ‘폭스’한테는 의뢰하지 말라구! 그 녀석은 우리 수호해결견습신수단 단원이 아니라구. 유구하게 라쿤이 대표 신령으로 있었던 쿠니쿠니 마을의 대표 신령을 자신이 꿰차고, 차례차례 마을 대표 신령을 여우로 점령하려는 계략을 꿈꾸고 있다라구! 참고로 삵도 그 여우 녀석의 편이니 조심하라구. 폭스는 이 몸으로 변신해서 속이고 삵은 우리 단원의 고양이 행세를 해서 속여서 의뢰받는다라구.

어쨌든 많은 덕을 쌓을 수 있는 많은 의뢰 부탁한다라구.


ㅤㅤㅤㅤ— 라구, 수호해결견습신수단 단장, 쿠니쿠니 마을.

나는 지금 커다란 사막의 한 가운데에 있어.
동대륙을 가려면 이 사막을 횡단해야한다는데. 이 끝없는 사막을 단순히 낙타로만 지나간다니 정말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해.
또 사막에는 모래 안에 마물도 산다고 하지 뭐야.
여기는 엄청 덥고 또 밤에는 엄청 추워. 하지만 밤 하늘을 수놓는 은하수는 정말 끝내주는 것 같아.
마법으로도 만들 수 없는 거대한 환상 속에 있는 느낌이야.
당분간은 여기서 머무를 생각이고.
아카데미는 어때? 별 일은 없고?
재미있는 이야기라도 있으면 얘기해줘.

거대한 사막 한 가운데에서, 네 오랜 친구가

>>677

아카데미는 지금 시험 기간이야.
7학년들의 졸업 시험 때문에 복도에서 떠드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실습 시험으로 마물을 포획하는 과제가 나올지도 모른다는 소문이 있지만, 확실한 건 아니야.
만약 사실이라면 반발이 클 거야.
그 외에 특별한 일은 없어.

다들 널 보고 싶어해.
몸 조심해.

>>678

세상에. 실습 시험으로 마물을 포획하라고? 아니, 나야 상관 없지만 비전투원들은 어떡하라고 하는건지.
아니면 조별 과제로 진행을 하려는 걸까? 으, 조별 과제라니 너무 싫다.
어제는 마물을 직접 봤어. 이 지역 사람들은 마물을 잡지는 않는데. 쓸모도 없고 잡을 필요성을 못 느낀다고 하더라고.
이상한 피리를 사용해서 마물을 홀려서 내쫓는 것을 보니 굉장히 신기했어.
최근 어떤 것을 기념품으로 가져가야 할지 고민 중이야. 갖고 싶은 것 있어?

나도 다들 보고싶다. 너도 건강 조심해.

갱신

언니


그분을믿어야해그분을믿어야해그분을믿어야해그분을믿어야해그분을믿어야해그분을믿어야해그분을믿어야해그분을믿어야해그분을믿어야해그분을믿어야해그분을믿어야해그분을믿어야해그분을믿어야해그분을믿어야해그분을믿어야해그분을믿어야해그분을믿어야해그분을믿어야해그분을믿어야해그분을믿어야해그분을믿어야해그분을믿어야해그분을믿어야해그분을믿어야해그분을믿어야해그분을믿어야해그분을믿어야해그분을믿어야해그분을믿어야해그분을믿어야해그분을믿어야해그분을믿어야해그분을믿어야해그분을믿어야해그분을믿어야해그분을믿어야해그분을믿어야해그분을믿어야해그분을믿어야해그분을믿어야해그분을믿어야해그분을믿어야해그분을믿어야해그분을믿어야해그분을믿어야해그분을믿어야해그분을믿어야해그분을믿어야해그분을믿어야해그분을믿어야해그분을믿어야해그분을믿어야해그분을믿어야해그분을믿어야해그분을믿어야해그분을믿어야해그분을믿어야해그분을믿어야해그분을믿어야해그분을믿어야해그분을믿어야해그분을믿어야해그분을믿어야해그분을믿어야해그분을믿어야해그분을믿어야해그분을믿어야해그분을믿어야해그분을믿어야해그분을믿어야해그분을믿어야해그분을믿어야해그분을믿어야해그분을믿어야해그분을믿어야해그분을믿어야해그분을믿어야해그분을믿어야해그분을믿어야해그분을믿어야해그분을믿어야해그분을믿어야해그분을믿어야해그분을믿어야해그분을믿어야해그분을믿어야해그분을믿어야해그분을믿어야해그분을믿어야해그분을믿어야해그분을믿어야해그분을믿어야해그분을믿어야해그분을믿어야해그분을믿어야해그분을믿어야해그분을믿어야해그분을믿어야해그분을믿어야해그분을믿어야해그분을믿어야해그분을믿어야해그분을믿어야해그분을믿어야해그분을믿어야해그분을믿어야해그분을믿어야해그분을믿어야해

>>681

내가 그쪽으로 끌려가는 한이 있어도 내 발로는 안 갈 거라고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듣겠니 그 사람 우리 구해준 거 아니라고 우리를 일부러 진흙탕으로 끌어들인 것뿐이라니까 진짜 언니가 간곡히 부탁할게 그 미친 사기꾼 말 듣지 말고 이제 그만 집으로 돌아와 부탁이야 제발 제발 제발 제발 제발

[잇ㅈㅏㄴ나 ] 오전 1시 42분
[ 야 자냐???? ] 오전 1시 42분

[ 미안한ㄴ데 ] 오전 1시 44분

[ 나 너멪집 공앵이 사진 한 장ㅇ맘 ] 오전 1시 45분
[ 백설ㅇ이 보고싶퍼ㅜㅠㅠ ] 오전 1시 45분

>>683

[ 또 술 마셨냐? ] 오전 2시 2분
[ 요즘 술 냄새는 무선으로도 나는거냐? ] 오전 2시 2분

[ 술 취해서 헛소리 하지말고 씻고 자라 ] 오전 2시 3분

>>684

[ 낵가 마실 수듀 잇지 ] 오전 2시 30분

[ 니 뭐ㅓ 돼???? ] 오전 2시 31분
[ ㅋㅋㅎㅋㅋ콬 ] 오전 2시 31분
[ ㅇㅏ니귽데 진자 백설ㅇ이 ] 오전 2시 31분

[ 보고싶ㅍ뻐ㅠㅠ ] 오전 2시 32분
[ 백설ㅇ이는 나 좋아햇ㅇ눈데ㅠㅜㅜㅜ ] 오전 2시 32분

>>685

[ 허허 ] 오전 2시 39분
[ 내가 좀 잘난 사람이긴 해 ] 오전 2시 39분

[ 누구랑 마셨는데 이렇게 진탕 마셨냐 ] 오전 2시 40분
[ 백설이는 내 무릎 위에서 내가 언제 잠드나 눈치 보고 있거든 ] 오전 2시 40분
[ 백설이는 아무나 다 좋아해 ] 오전 2시 40분
[ 그니까 밖이면 얼른 들어가고 집이면 씻고 자라 ] 오전 2시 40분

나의 오랜 친구 리지에게

그동안 잘 지냈나? 요즘은 어떻게 지내고 있는가? 물론 황실 테이머이니만큼 잘 지내고 있겠지. 아니면 못 지내고 있거나. 아무튼.
미안하지만 바로 본론을 말하겠네. 새끼 인간은 도대체 어떻게 길들여야 하는가? 얼마 전 제자가 반란에 참여하겠답시고 뛰쳐나가며 자기 자식들을 나에게 맡겼는데 말이야. 나는 지난 수백 년 동안 마법 따위나 익혔을 뿐이지 이렇게 어린 짐승들을 키우는 건 보지도 배우지도 못 했거든. 요놈의 자식들은 새끼 와이번이나 오우거처럼 소리 지르고 파괴 행위를 일삼으며 나를 괴롭히고 있어. 특히 그들의 파괴적인 면모는 공복 때 더 심해지는데, 아까 전엔 내가 수년 동안 개발한 기계를 천 조각으로 부수어 놓았지. 고양이나 개부터 드래곤까지 모든 살아있는 것을 길들여본 자네라면 새끼 인간을 어떻게 다루는지도 알고 있을 테지. 제발 나에게 그 비결을 알려주게. 살 수가 없어! 이 작은 악마들을 진정시킬 수만 있다면.. 나는 뭐든지 할 수 있어

도움을 바라는 이가

>>687

도움이 필요한 안쓰러운 나의 친구에게

안녕, 정말 오랜만이야 친구! 나는 요즘 귀여운 회색 늑대를 길들이며 잘 지내고 있어. 너는 어때? 잘 지내고 있니?

...라고 물어보고 싶지만 내용을 보니 전혀 잘 지내고 있지 않은 것 같네!
좋아. 내 비결은 아주 중요한 기밀 사항이지만... 소중한 친구인 널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도와줘야지! 그나저나, 반란이라니! 설마 여기로 오는 건 아니겠지? 그럼 큰일인걸! 네 제자인 그 아이 마법 실력이 워낙 뛰어나야지 말야!
일단, 인간이 낳은 어린 존재는 새끼가 아니라 아이라고 불러야 해. '아이'! 그리고, 아이들을 부를 때는 이름을 말해줘야 하고. 예를 들자면, 누군가가 나를 부를 때 '리지야'하고 부르는 것처럼! 또, 건드려서는 안되는 위험한 물건에 가까이 다가가려 하면 아이에게 단호하지만 다정하게 설명해 주어야 해. 쉬운 말로 설명해야 한다는 걸 잊지 말고! 그리고 밥을 먹을 때가 되면 너무 자극적이지 않고 영양이 풍부한 맛있는 음식을 준비해줘. 참, 식사 시간이 지나지 않도록 시간을 잘 지키는 것도 정말 중요해!
그리고 그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건...

바로 사랑이야. 아이에게 사랑을 주렴! 그리고, 아이에게 진심으로 다가가는 거야. 항상 아이의 좋은 점을 먼저 봐주렴!
물론 이 말이 네게 이론적이고 매우 진부한 이야기라는 건 알고 있지만... 나는 이렇게 해왔는걸!

그나저나, 아이들의 이름은 뭐니? 여자아이야? 아니면 남자아이? 나이는 어떻고? 네 제자의 아이라면 정말 귀여울 것 같은데 나도 보고싶네!
그럼 좋은 소식 기대하고 있을게!

당신의 오랜 친구 리지가

오랜 나의 고향, 그리운 나의 친구에게.

고향의 따스한 바람, 금빛 햇살, 평화로운 오후는 그대로일까? 보고 싶은 나의 친구, 벨라! 추운 겨울이 찾아오고 있어. 겨울에 태어난 네가 문득 생각이 나 펜을 들어본다. 고향을 떠난지도 벌써 세 달이 지났구나. 나는 지금 예술가들의 도시—예르망의 술집, 먹구름이 낀 오후 11시에 있어. 가게 주인이 추천해준 위스키 몇 잔을 마시고 있지. 그래, 술이라면 질색을 하던 내가 말야! 놀라울 일이야. 오, 그 뿐일까. 나는 이곳에서 돈을 벌기 위해 주인댁의 집을 청소한단다. 가끔은 카페의 테이블을 닦고 손님을 맞기도 해. 늦은 오후 테이블을 청소하며 맡는 커피 냄새는 정말 황홀하다는 사실을 아니?

그래, 놀랍겠지. 잡일이라곤 거들떠도 보지 않던 내가 가정부 노릇을 하고 있다니. 어쩔 수 없지. 대도시는 무척 차갑고 냉정하거든. 항상 오후 4시가 되면 웃으며 말괄량이 아가씨들—그래, 우리 말야!—에게 치즈 덩이 몇 개를 내어주시던 폴라 아주머니와는 다르게 말야. 나는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글을 쓰려 노력하고 있어. 내가 지내는 곳은 건물이 제법 높아, 한밤 중에 창문을 열면 쏟아질듯 빛나는 별빛들을 볼 수 있거든. 그들을 바라보며 밤바람을 맞고 있으면, 머릿 속에서 별들이 죽고 태어나듯 영감이 터져나오는 것을 느낄 수 있어. 단지, 그 아름다운 영감들이 글로써 잘 적히지 않는 게 안타까울 뿐이지.

아무튼, 벨라! 요즘 고향이 참 그리워. 별 일 없는 밤에 홀로 술집을 찾는 것도 그 때문이지. 이 도시에 온지 얼마 되지도 않아, 뜻하지 않은 외로움을 씻어낼 수 있는 건 싸구려 위스키 몇 잔이란 사실을 배우게 되었단다. 위스키 한 잔을 마시면 꼭 내 고향 샤르비아의 노을이 생각나. 그리고 두 잔을 마시면, 단란했던 우리 가족의 저녁식사가 느껴지지. 아버지의 웃음소리, 은식기를 부딪히던 소리들, 따뜻한 음식의 냄새들. 오, 꼭 미친 사람의 말처럼 느껴지지만 정말이란다. 세 번째 잔을 마시면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생기기 때문에, 꼭 두 잔으로 마무리를 지어야해. 나 자신과의 약속인 셈이지.

소중한 나의 친구 벨라. 요즘 고향에는 별 일이 없니? 너도 평화로운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을까? 너는 분명 오늘도, 개구진 너의 동생 칼을 놀아주느라 녹초가 되었겠지. 칼의 그 천진난만한 미소도 그리워. 이 대도시에서는 좀처럼 그런 미소를 구경하기가 힘들거든. 아마 너는 이 문장을 읽으며 조금 질색할지도 모르겠지만 말야.

편지지가 너무 짧구나. 이만 말을 줄여야겠어. 이 편지를 받는다면 우리 어머니 아버지께도 내 안부를 전해줄 수 있겠니? 둘째 딸은 씩씩히 잘 살아가고 있다고 말야. 오, 대신 근근히 잡일을 하며 살아가고 있다는 내용은 빼는 게 좋겠어. 작은 동화집을 만드는 일을 받아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고 말해주렴. 부탁할게, 벨라.

정말 말을 아낄게. 조만간 또 편지를 쓸지도 모르겠어. 답장을 보내준다면 무척 기쁠거야. 다음 편지에는, 그래, 대도시에서 요즘 유행인 예쁜 장신구를 몇 개 함께 보낼게. 그러니 꼭 답장을 보내주렴!

- 대도시에서, 릴리아가.

마리아와 콘비가 결혼해. 선생님 장례식에도 참석하지 않았던 너에게 이걸 알리는 것도 웃기지만, 다른 누구도 아닌 그 둘의 결혼식이니까. 그래서 구태여 펜을 들어 소식을 전한다.

편지를 시작해놓았으니 응당 안부를 물어보아야겠지. 잘 지내니. 난 최근에 들어선 그럭저럭 잘 지내게 됐다. 네게 편지한 것도 열일곱 가을 이후로 처음인 것 같네. 그 이후로는 우리 모두 전쟁통에 어떻게든 살아보겠다고 발버둥치다 보니 우표 한 장 사는 것도 어려웠다. 답장이 돌아오지도 않는 편지를 더 보낼 여유는 없었어. 새 이름을 가지고 격조 높은 귀족 나으리로 살아가는 너에겐 우리가 과거의 허물이란 걸 깨우칠 나이도 됐고. 그런데도... 이렇게 한 몸 간수할 수 있게 되자마자 다시 네게 편지를 쓰는 꼴을 보니 나는 아직 어릴적의 미련을 버리지 못했나보다. 비웃어도 좋아.

우리 넷이 정답게 한 마을에 살았던 것도 이제는 참 오래된 일이 됐지. 가끔 너와 내가 아직 순수한 어린아이였던 시절의 꿈을 꾸곤 한다. 사과 파이, 첫 약속, 느티나무, 기차역, 첫 이별, 몰래 훔쳐먹었던 포도주, 그런 것들을 줄곧 그리워하게 되는 것은 왜일까.

만약 내가 너에게 더이상 가치를 지니지 못하게 되었더라도, 너는... 마리아는, 꼭 네 여동생처럼 여겼잖니. 결혼식은 그 애에게 정말 특별한 날이다. 그 애들에게 가족이라고는 나와 너밖에 없는 걸 알잖아. 그리고... (잉크가 번져 뒷 문장을 가렸다.)

결혼식은 두 달 뒤 1월 8일. 나도 날짜에 맞춰 오랜만에 고향에 돌아갈 생각이야. 마을에서 볼 수 있으면 좋겠다.

엘렌

답장를 할 거라면, 수도의 이스턴 클로버 펍 편으로 보내 주면 돼.

인간이 인간 위에 있던 시대가 있었다.
혁명단은 어제부로 과업을 완수하였다.
새 아침이 되었음을 알린다. 핍박받던 자들은 일어나라.
모두 자유의 몸이 되었다.

>>690
(집배원이 만년필로 쓰고 실링 왁스로 봉한 편지를 가져왔다)

---

　안녕 엘렌.

　나는 무사히 있어. 너희도 잘 있다니 다행이야. 전쟁 전에도 전쟁 중에도, 업무는 포탄처럼 쏟아졌고 일자무식이던 나도 맡은 일을 해야 했지. 새로운 부모·형제가 하는 일에 비하면 허드렛일이나 다름없었지만. 그래도 많이 혼났어. 나는 매캐한 무인지대 한가운데 놓인 데이지나 다름없었단다. 그러다 보니 너희를 위한 마음의 여유가 없었던 모양이야. 하지만 내가 너희만큼 힘든 시간을 보낸 건 아니겠지. 나의 어리석음을 용서해 주겠니. 너희에게 실수를 할까 봐 두려웠어. 내 성격이 바뀐 것 같아. 이제 하인들이 날 보면 지레 겁을 먹더라.

　네 기억 속의 나. 그리고 지금의 나는 많이 달라졌을지도 몰라. 유일하게 그대로인 게 있다면, 포도주를 싫어하는 입맛 정도. 그래도 훔친 포도주 이야기가 떠올랐어. 네 덕분이야. 나는 한 모금 넘기려다가 바로 뱉어버렸던 걸 기억하니? 여기선 향기만으로 포도주의 이름과 연도쯤은 알아내야 그나마 사람 취급을 해줘. 그것들을 들꽃 이름처럼 줄줄 외워야 하는 것도 물론이고. 만찬마다 포도주를 물처럼 마시다 보면 다 그렇게 되나 봐. 나도 매번 억지로 삼키고 있지만 영 적응이 되지 않네.

　어쩌면 둘이 결혼할지도 모른다고 생각은 했지. 정말 한다고 하니 새삼 놀랍구나. 축하한다고 둘에게 전해줘. 결혼식에 참가할 수 있을지는 아직 확답하지 못하지만. 그래도 축하하는 나의 마음만큼은 정말 진솔하다고 믿어. 눈치껏 시간을 뺄 수 있나 알아보아야겠어.

　마리아는 어떻니? 아직도 약속 시각에 10분씩 늦고 그러니? 전쟁 중에 어디 크게 다치거나 한 것은 아니지? 너랑 콘 비도콘비도 그래야 할 텐데. 내 주제에 부끄러운 부탁임을 알지만, 지금이라도 답장을 할 테니 내게 근황을 알려주지 않겠니? 염치 불고하고 답장을 기다릴게.

타티아나가

너랑 콘 비도콘비도 > 콘비도
이상한 오타가 나부렀어야...

단장님께

안녕하십니까 단장님. 급히 보고를 드릴 내용이 있으나, 제가 현재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기사단 외부에 있어 직접 말씀드리지 못하고 전서구를 통해 전달하는 점 죄송합니다.

오늘 오후 황녀님께서 단장님을 뵙기 위해 기사단에 방문 하신다고 합니다.

(종이가 잡아 당겨진 것처럼 조금 늘어나있고 갑작스럽게 글씨체가 타인의 것으로 바뀐다.)
단장님!
드디어
솔로
탈출하는 건가요?
이번에도 못가면 단장님 진짜 아저ㅆ

(글씨체가 다시 원래대로 돌아온다.)
꽃다발은 준비 해두셨습니까? 이번에는 제발 옷좀 단정하게 입고 계십시오. 망토도 착용하시고 말입니다.
혹시 선물이 필요하시다면 지금 바로 말씀해 주십시오.
복귀하면서 함께 들고 가겠습니다.
제발 빠른 명령 내려주시기를 바랍니다.

리에나 올림.

>>694

기사 리에나 귀하

기사 리에나, 편지를 1시간 반동안 분석해본 결과 자네가 나에게 비공식적이면서 시시콜콜한 질문거리를 가진 신원미상의 세력에게 편지를 내주어 보안 유지의 계율을 지키지 못했다는 심증을 확보했다. 혐의가 확정될 경우 돌아오는 대로 3일 근신임을 기억하도록.
그리고 비둘기는 수명이 10년쯤 되는 동물이니까 제발 오래 썼다 싶으면 좀 젊은 것들로 교체하는 게 좋겠다. 날개짓하다 숨이 차서 떨어진 놈을 귀빈께서 주워가지고 내방하는 일보다도 좋지 않은 일은 얼마든지 있을 수도 있음을 기억하길 바란다.
그리고___, 그냥 적당히 좋아 보이는 선물을 하나 마련해 오기를 바란다. 답신 편으로 내 법인어음을 보내니 그것을 사용하도록.
편지를 읽은 후 나의 째째함에 대해 논하는 단원의 경우 자의적으로 처벌해도 불문에 붙이겠다. 점심값 차압 정도까지라면.

(기사단장의 직인)

>>695

째째한 단장님께

답장에 한 시간 반이나 걸리셨다니, 저 답장 기다리다가 추워서 얼어 죽을 뻔 했습니다.
사실 장난입니다. 잘못 했습니다 단장님. 그런데 제가 근신하면 임무는 누가 수행한답니까. 저번에도 보낼 사람 없다고 불평하시던 모습 제가 분명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이번에도 봐주십시오.
그리고 '시시콜콜한 질문을 가진 신원미상의 세력'이라니, 질문한 기사가 이거 보고 섭섭하다고 저를 괴롭히지 않습니까. 그러니 단장님을 향한 단원들의 애정과 사랑이 담긴 질문이라고 생각 해주십시오.

알겠습니다. 단장님께서 하신 명령대로 나이 든 비둘기는 제때 은퇴 시켜서 자유와 사랑을 찾아갈 수 있도록 마련 하겠습니다.

그런데 황녀님께 드릴 선물이 그냥 적당히 좋아 보이는 물건이어도 괜찮은 겁니까? 황녀님의 마음을 완벽하게 사로잡으려면 좀 더 신경 쓰셔야 합니다. 단장님을 좋아해 주시는 분인데, 이러다가 혹시라도 황녀님께서 선물 때문에 단장님을 싫어하시게 된다면 큰일이지 않습니까.

그리고 법인어음을 이렇게 쉽게 보내주시면 어떡합니까. 제가 혹시라도 나쁜 마음 먹고 허튼 곳에 쓰면 어쩌려고 말입니다. 저는 단장님을 이렇게 허술하게 가르치치 않았습니다.

참. 자의적으로 처벌해도 불문에 붙이겠다 하셨으니, 단장님의 째째함을 공개적으로 답신에 작성한 기사 리에나는 오늘 점심을 굶고 가도록 하겠습니다.

리에나 올림.

봄아.
나야, 겨울.
슬슬 떠날려고.
너의 꽃을 못 보고 가야한다는게 항상 아쉽다.
강 위에 얼음 몇 조각을 두고 갈께.. 느릿느릿 녹았으면 좋겠네.

의사 선생님깨
나쁜 병균 없애주셔서 감사함니다
저도 선생님처럼 되고시퍼요
안녕히 계세요

민지 올림

아랫층입니다.
어제 베란다에서 담배 피워서 미안합니다.
헤어지고 충동적으로 핀 것 같습니다.
과자 조금 두고갑니다.

206호

>>697

겨울이가 피워준 얼음꽃 너무 예뻐! 해님도 기쁜가 봐, 아직까지도 안 녹고 있어!
그나저나 벌써 가는 거야? 너무 아쉽다. 나야말로 꼭 보여주고 싶은 꽃이 있었는데, 또 내년을 기약해야 되겠네!
돌아올 때 강가 나무에 하얀 담쟁이꽃이 있으면, 그게 내 선물이야! 네가 올 때까지 안 시들었으면 좋겠다... 이건 너무 욕심인가? 그래도 최대한 오래오래 피울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해볼게!
몸조심하고 내년에 다시 만나~ 안녕!

>>699
내가 비흡연자도 아니고 담배는 상관없는데...
헤어졌다는 사람 주말마다 데려오던 그 여자/남자 맞죠?
쫑났으면 이제 내가 채 가도 되나?
과자는 됐으니까 그 사람 번호 좀 알려줘요

306호

(두고갔던 과자는 편지와 같이 돌아왔다)

우주의 온도를 아십니까. 생각보다 더 차갑습니다. 혼자여서 그렇게 느낄지도 모르겠네요.
지구에 돌아갈 방법이 없다고 했을 때,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기분이었는데.. 무너질 하늘이 없더군요, 하하.
이런 농담도 하는거 보니 꽤 담담해졌나봅니다.
이 전파는 어디로 닿을까요?
전파를 받는 당신은 부디 사랑하는 이의 품에서 행복한 한 때를 보내고 있길.
저에게도.. 사랑하는 이들이 있었는데요, 아마 죽었겠죠. 다들 날 별로 안 기다리고 금방 잊었으면 좋겠네요.

ㅇㅈㅎ 교수님이 오늘 넘어진거 비밀로 해달라고 하셨는데

이거 비밀로 해야 맞는거지??

>>703 학우님, 이런 글을 올리면 비밀이 아니게 되지요.

교수님의 명예를 생각해서 조속히 삭제해주세요.

>>704
왜 재밌는데 내버려두자

>>704 교수님 수업 잘 듣고 있습니다!

>>705 학우님은 회화과 교양 과목 색채학을 꼭 들어 보길 바라요.

교수님이 넘어진 이야기보다 훨씬 유익하고 재미있어요.

>>706 어디에 개인 정보가 뜨나요?

학우와 교직원 간의 구분은 안 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707 교수님 사실 존경합니다

>>707 말투를 보고 알았습니다!

저기요! 구운 치킨을 시켰는데 칠면조 구이가 왔는데요! 칠면조가 닭보다 비싸다지만 퍽퍽해서 못 먹는데요!
음식 가지고 장난치지 맙시다! 예? 먹어서 안 될 것을 먹게 하는 것만 장난질인 줄 아세요? 음식 재료를 속이는 것도 장난질입니다!

>>708 기특한 마음가짐이지만 나는 교수가 아니예요.

심증으로 나를 교수라 몰아가고 있는 >>709 이 자가 교수입니다.

이 자를 강퇴하세요.

[아니]
[야]
[니가 먼저 시간여행인지 뭔지 해서 이 사단이 난 거 아냐]
[근데 친구 하나 되돌려주는 것도 못한다고? 구라치지마]
[시간 돌려]
[다 원상태로 되돌려놓고 너네 시간대로 가 제발]

드래곤의 이해 ㅇㅎ ㄹㄹㄹㅇ 교수님 용사 파티 참전하느라 휴강하신다 아싸

>>689

나의 구제불능 친구,
보고 싶은 릴리아에게


릴! 어쩜, 우표가 아무리 비싸두 그렇지. 계절 하나가 다 지나가는데 편지를 참 일찍도 보내는구나. 언덕께에 올라서서 우체부 아이 오기를 목 빠지게 기다려 보아도 네 이름으로 오는 편지가 없기에, 네가 그만 도시에서 이름 없는 신사와 사랑에 빠져 결혼이라도 해버린 줄 알았지 뭐니! (오, 부디 나를 그런 눈으로 보지 말아. 베니가 로맨스 소설 신간을 들여오는 바람에 요즘 하루 종일 그 생각만 하고 사는걸! 어쩔 수 없는 일이라구.)

어머나! 예술가들의 도시라니, 네게 꼭 어울리는 이름이로구나! 날 위해 이야기를 해 주렴. 정말 담장마다 그림이 가득 그려져 있고, 축일에는 예술의 여신을 위한 향 연기가 하늘을 메우니? 뾰족코 신발을 신고 소매를 풍선처럼 부풀린 남자들이 인기가 좋다는 게 사실이야? — 릴, 이게 정말이라면 절대 거기 남자들과 결혼해선 안 돼!

샤르비아는 언제나처럼 지루할만치 평화로워. 조금씩 해가 짧아지는 것만 빼면 네가 떠나기 전과 달라진 것이 없단다. 찬 바람이 불자 솜씨 좋은 아가씨들은 벌써 복잡한 무늬의 겨울 스웨터를 뜨기 시작했고, (우승은 물론 엘라 할머니일 테지만!) 칼, 이 말썽쟁이는 새알을 훔치겠다며 가죽 구두를 신고서 나무를 기어오르다가 그만 교회에 신고 갈 예쁜 구두를 엉망진창으로 만들고 말았지 뭐니! 세상에, 내년이면 약혼도 할 수 있는 나이인데 어쩜 이리 철이 안 드는지 모르겠다니까.

아마도 이 심심한 마을에서 유일하게 바뀐 것이 있다면 나일 거야. 네가 떠난 이후에 나는 무척 바쁘게 지내고 있단다! 눈코 뜰 새 없이 분주하게 일하고 있지 않으면, 나무 그늘 아래 누워 외국 시집 따위를 읽어주던 네가 이젠 아주 멀리 가 있다는 걸 떠올리게 되고 말거든. 요즘은 여관 일이 모두 끝나고 난 후에도 주방에서 잼을 만들고, 빵을 굽고, 수프를 끓이는 것에 집중하면서 시간을 때우곤 해. 오, 나쁜 것만은 아냐. 우리 어머니는 여관 일이 편해졌다며 내 변화를 퍽 반기시는 눈치더라니까.

정말이지, 네 편지를 받으니 지금쯤 무엇을 하고 있을지 궁금해하지 않아도 되는 점은 참 좋지만……. 종일 일하고서 위스키를 홀짝이며 편지를 적었을 생각을 하니 걱정이 안 될 수가 없구나! 도시 사람들은 유난히 매정하기로 유명하잖니. 네가 돌봐주는 사람 없이 열감기에 걸리지나 않을까, 혹은 훨씬 나쁜 일—그래, 예컨대 네가 새로운 단짝 친구를 만든다던가—이 일어나지나 않을까 생각하면 그만 눈물이 날 것만 같아! 하지만 내가 돌아오라고 해도, 고집불통인 너에겐 아직 소용이 없을 테지? 일과 글쓰기로 마음이 바쁠 너에게 괜히 칭얼거리고 싶지 않으니까, 나의 아쉬운 마음을 표현하는 데 구태여 편지지를 낭비하지는 않을게.

아, 너희 어머니 아버지께는 오늘 오전에 말을 전해 드렸어. 몹시나 반가워하시며 내게 차와 꿀을 대접해 주셨단다. 너희 아버지께 작은 동화집을 만들며 생활한다는 이야길 해드렸으니 곧 온 마을에 부풀려진 소문이 퍼지게 될 거란 점은 너라면 잘 짐작하겠지? 아, 친애하는 릴, 기대하렴! 곧 너는 마을 사람들의 입을 타고 곧 도시에서 대단히 성공한 소설가로 변모할 거야. 내가 조금 신이 나보이더라도 부디 이해해 주길 바라. 이런 지루한 곳에서 가장 재미있는 것은 소문 이야기잖니.

마음 같아서는 이 무척이나 흥미로운 소문이 퍼지는 근황을 하나하나 알려주고 싶지만, 이쯤에서 이만 줄여야겠다. 곧 오는 우체부 아이에게 얼른 편지를 전해주려면 말야. 그 애는 도통 기다려 주는 법이 없다니까! 다음 편지까지 매 끼니 잘 챙겨 먹도록 하고, 혹여나 돈이 부족한 일이 있으면 언제든 내 편으로 전보를 보내, 응?

사랑하는 내 친구, 늘 네 머릿속의 아름다운 이야기들을 위해 기도할게.
부디 건강하길!



오후 3시
뒷마당에서 닭 몇 마리와 함께 햇살을 맞으며
벨라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