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6243672> [1:1/GL] 인공빛의 세계에서, 당신과 (45)
세실주 ◆bF./QldYIg
2020. 11. 7. 오후 8:47:44 - 2020. 11. 16. 오후 4:4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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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세실주 ◆bF./QldYIg (Qgig5lIZI6) 2020. 11. 7. 오후 8:47:44>>1 세실 플로렌스
>>2 루셸 밀리아 -
1 세실주 ◆bF./QldYIg (Qgig5lIZI6) 2020. 11. 7. 오후 8:48:49Picrewの「無題のおんなのこ」でつくったよ! https://picrew.me/share?cd=gTpjEU2f1W #Picrew #無題のおんなのこ
이름 : 세실 플로렌스
나이 : 24세
외모 : 전체적으로 어둡고 차갑다. 피가 튀더라도 튀지 않게함을 위한, 몸을 감싼 검은색 톤의 옷 때문이기도 했지만, 한데 모아 아래로 대충 묶어내린 그녀의 새까만 머리카락 때문이기도 했다. 가슴까지 내려오는 길이의 머리카락은 그녀의 움직임에 따라 검은색 베일처럼 부드럽게 흩날리고는 했다. 그러나 모든 것이 어둡지만은 않았다. 가령 그녀의 푸른빛 눈동자가 그랬다. 드넓은 하늘보다 깊은 바닷물을 닮은 색이었다. 앙다물린 입술은 옅은 분홍빛을 띄었지만, 생기가 돌아보이는 느낌은 아니었다. 키는 168cm. 몸무게는 58kg. 누군가 쉽게 접근하지 못하도록 싸늘한 분위기를 두르고 무표정을 짓는 것이 일상화되었다. 그러나 포커페이스 유지는 영 힘들었던지, 뚜렷하지는 않아도 감정 표현이 종종 튀어나온다. 특히 그녀가 마음을 준 사람들 앞에서는 더욱 표현이 꾸렷해지고는 했다.
성격 : 타인과 거리를 두고 싶었다. 남에게 정을 줘 봤자, 돌아오는 것은 차디찬 배신의 아픔일 뿐일 테니까. 그녀가 살아온 곳은, 살아갈 곳은 그런 세상이었다. 질서와 선이 닿지 않는 곳에서 우정과 신뢰는 어울리지 않았다. 그래서 무던한 표덩을 지었다. 어떤 일에도 시니컬하게, 타인에게 냉담하게. 얕보이지 않게 하기 위한 노력의 결과였다. 현실에 맞서 싸우기보다는, 인정하고 순응한 결과일지도 모르고.
하지만 내심 정을 바래왔다. 냉담히 손을 쳐내다가도 결국 뒤돌아 뒤늦게 손을 붙잡으려고 한다. 제대로 벽을 세우지도 못하고, 어정쩡하게 선을 긋고 거리를 잰다. 누군가는 날 받아 줄 지도 몰라. 나도 믿을 수 있는 사람이 한 명은 생길지도 몰라. 그런 바램을 몰래 마음에 간직하고 바랐다. 그녀 스스로도 이뤄지지 못하리라 생각하면서도.
기타 :
살인청부업자다. 어릴 적부터 청부업자로 키워졌지만, 그녀를 키웠던 조직은 항쟁에 휩쓸려 사라져버렸다. 자유를 찾았음에도 그녀가 할 수 있는 건 누군가를 죽이며 살아가는 것밖에 없었기에, 자연스레 택할 수밖에 없는 직업이었다. 그녀의 성, 플로렌스에서 적당히 몇 자 따온 로스. 이것이 청부업자로써의 이름이었다. 총도 칼도 어느 수준 이상은 다룰 수 있다. 날래고 유연한 몸을 이용해, 몰래 잠입해 암살하는 방식을 선호한다.
식물을 키우는 취미가 있다. 가끔 베란다에 햇빛이 드는 날에는 식물을 가지런히 늘여놓고는 한다. 수가 많지는 않지만, 애지중지 아끼는 편이다. 그 외에도 산책을 가거나 괜찮아보이는 바, 카페 등으로 가 조용히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몸 여기저기에 상처자국이 많다. 그걸 보이기 싫어서 대부분 긴팔을 선호. 그나마 다리쪽에는 상처가 적어 굳이 긴바지만을 입진 않는다. 화려한 옷을 입지 않는 이유는 그녀 자신과 잘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
2 ◆q/.rlDgH2c (JaLct9qV52) 2020. 11. 7. 오후 8:54:46
"제가 취해서 오지 말라고 했지요 손님! 어휴 못 살아!"
이름 :: 루셸 밀리아 (Luschel Millia)
나이 :: 26세.
외모 :: 이제 곧 20대 후반으로 치닫는 나이와는 달리 앳된 외모와 작은 몸집 탓에 오해하기 쉽다. 그녀는 종종 이것을 컴플렉스라 말하지만 자기자신을 열심히 꾸밈으로써 자신의 장점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차분한 자색 머릿결에 짙은 남색을 띈 눈동자를 가지고 있었고, 밤 하늘을 수놓는 홀로그램 전광판이 반짝거릴때면 그녀는 거기에 녹아드는것처럼 이 도시의 밤에 자연스러운 여자였다. 바텐더 일을 할때 지정된 유니폼 말고는 하늘하늘한 스커트 위주의 하이웨스트 원피스를 단란하게 차려입었으며 등 허리까지 오는머리에는 주로 리본이나 머리띠같은 장식을 즐겨 착용했다. 가방이 필요할때면 언제나 크로스백을 선호한다. 신장과 체중은 153cm, 47kg. 키와는 별개로 도드라지는 흉부 라인을 가졌다.
https://picrew.me/share?cd=Bgn0tezj1U
성격 :: 혼란스러운 현재를 살아가는 보기드문 대범한 소시민. 불법개조된 기계팔로 범죄를 저지르고 전광판을 해킹하며, 뒷골목에서는 조직간의 싸움과 거래현장을 어렵지 않게 마주칠 수 있는 현실. 바에 가만히 앉아 근무하고있더라도 온갖 술 취한 진상들이 들어와 말도 안되는 모멸과 핍박을 늘어놓는다. 그런 현실과 묵묵히 타협하면서도 때로는 정면으로 부딪힐줄 아는 강인한 정신을 가지고 있다. 평소엔 그저 사근사근하고 사교성 좋은 그녀이기에 루셸의 또 다른 면모를 본 사람들은 하나같이 의외라고들 말한다. 하지만 그녀라고 이런 상황에 지쳐있지 않은 것은 아니다. 마음같아선 모든걸 접어버리고 그냥 멀리 떠나버리고 싶다고 하지만... 지금은 그러지 못하게 하는 한 사람이 있다고 한다.
기타 ::
작은 바, 작은 바텐더.
그녀는 머나먼 소란이라는 작은 바에서 일하고 있는 바텐더이다. 솜씨는 그럭저럭이지만 어차피 술은 맛으로 마시는게 아니라 취하려고 마시는거라는게 그녀의 경험에서 비롯된 지론이다. 그 반증인지 또래 여성들치고는 술에 나름 강한 편이며 주량은 위스키 여덟 모금 정도이다.
바텐더로서 근무한지는 이제 아홉 개월을 채워가며, 사실은 그리 오래된 경력은 아니다. 바텐더라는 직업을 갖기 전에도 이런저런 다양한 직업을 가졌었고 전 직장을 그만두게 되자 평소 바텐더에 대한 환상으로 홧김에 시작해버린것에 가깝다. 그 당시 루셸은 어디 이상한 호스티스 바 같은데 가서 일하게 될 줄 알고있었는데 의외로 제대로 된 클래식 바였다고 했다. 이것이 루셸이 이것저것 할 줄 아는게 많은 이유이다. 또 오래전부터 아마추어 사진작가로서의 데뷔도 꿈꾸고 있는데 사진기는 오래된 물건이건 최신이건 경우없이 비싸기도 하고 최근들어서는 영 무언가를 찍을 시간이 나지 않아서 꿈으로만 간직하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리고 작은 집.
루셸이 살고있는 곳은 도시 변두리의 할렘가, 하류층들이 밀집해 있는 조그만한 아파트이며. 그녀가 지내는 방은 약간 높은 곳에 있는, 그리고 평균보다 조금 넓은 정도의 단칸방이다. 하지만 혼자 살기엔 무리가 없고 그녀는 이것도 나름 편한 부분이 많아 좋다고 말하지만, 단칸방의 불편한 부분에 적응해버린게 아니냐고 물으면 뜬금없이 화를 낸다. 이 방은 그녀가 대도시로 올라온 뒤로부터 구해서 쭉 지내고 있는 단칸방이다. 또한 이곳은 하류층이 밀집해있는 곳인 만큼 다양한 군상들이 모여있는 곳이기도 하다. 루셸만큼이나 다양한 이유를 가진 그들은 여기에 세를 들어 살고있다. 그들이라고 마냥 불한당은 아니라 가끔은 서로 돕기도 하고 드문드문 마주치면 미소로 인사해주지만, 호의를 곧이 호의로 받아들일 수 없는것. 그것도 지금의 현실이다. -
3 ◆q/.rlDgH2c (JaLct9qV52) 2020. 11. 7. 오후 8:58:07안착했어 ' '!
스레 세워줘서 고마워. 세실이랑 일상이 벌써부터 기대 돼 00
그럼... 이제부터는 세실주라고 부를게. 잘 부탁해 세실주.
첫 일상은 어떻게 돌려볼까?
세실은 아무래도 머나먼 소란에 얼굴을 자주 비추겠지? 바 배경으로 돌리는게 무난할 것 같은데 어때보여? -
4 세실주 ◆bF./QldYIg (Qgig5lIZI6) 2020. 11. 7. 오후 9:20:19루셸주도 어서와!! 응, 머나먼 소란의 분위기가 좋아서 종종 들리고는 할 것 같아! 처음에는 그냥 술만 홀짝이러 다니다가, 나중에는 루셸을 보기 위해 방문하겠지? 그러면 바를 배경으로 해서 첫 대화 비스무리하게 돌려볼까? 관계성은 틀만 잡아두고 서서히 쌓아나가는 게 재미있을 거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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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q/.rlDgH2c (map.7omPkc) 2020. 11. 7. 오후 9:38:56처음부터 서사를 쌓아하는 편을 선호하는구나 ' ' 응 그것도 좋아.
머나먼 소란의 분위기는... 솔직히 그다지 고즈넉한 분위기는 아닐거야.
외진 골목에 있는데다가 손님도 그다지 몰리지않고 가끔 몰려온다는 손님도 잔뜩 취해서 진상부리기 일쑤니까.
그래도 새실이 남는 시간에 조용히 싼값에 마실곳을 찾는다면 적당한 장소일거야.
음... 이걸 그냥 서술에 넣는 편이 좋았으려나 00
세실주가 선레로 시작해줄수 있을까?
자꾸 부탁만 하는것 같아서 미안해... 간단하게 해도 괜찮아. 다음엔 루셸주가 쓸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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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세실주 ◆bF./QldYIg (Qgig5lIZI6) 2020. 11. 7. 오후 10:16:07그럼 선레는 내가 써올게! 일반상극으로 써오면 되겠지? 감 잡느라 조금 느릴 수도 있어ㅠㅜ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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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q/.rlDgH2c (map.7omPkc) 2020. 11. 7. 오후 10:32:41앗 혹시 세실주는 상L이 편해 ' '?
그럼 일반상극 아니더라도 편하게 써와도 괜찮아.
루셸주도 단문 선호하는 편이고 선레니까 너무 공들일 필요없어. -
8 세실-루셸 ◆bF./QldYIg (Qgig5lIZI6) 2020. 11. 7. 오후 10:59:30오늘은 쉬는 날이다. 의뢰가 들어오기 전까지는 쭉 할일도 없이 멍하니 티비를 보거나 밖을 떠돌곤 했다. 어떻게든 시간을 때우려는 몸부림이었다. 이거라도 하지 않으면 그저 멍하니 허공을 응시하며 주저앉아 있을 뿐일 터. 세삼 제 삶이 삭막하기 그지없다 느끼면서도, 누군들 그러지 않겠느냐고 현실과 타협한다. 세실의 집 안은 조용했다. 그녀는 소리없이 일어나 커튼을 걷고 밖을 내다본다. 밤하늘은 어두웠지만 여전히 저 먼 도심엔 화려한 불빛이 반짝였다. 그녀가 거기에 갈 일은 없다시피했지만. 무감정한 눈으로 커튼을 닫고 습관적으로 검은색 니트, 허벅지 중간 조금 아래까지 내려오는 검은색 치마를 몸에 걸친다. 어디에 가야 할까. 코트 안 쪽 홀더에 나이프와 권총을 수납하고 집을 나선다.
정처없이 뒷골목을 떠돌던 발걸음이 닿은 곳은 머나먼 소란이라는 이름의 자그마한 바였다. 조용하기도, 시끄럽기도 한 곳이었지만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그녀에게 시비가 걸리지만 않는다면. 문을 열고 내부로 들어간다. 바텐더와 잠시 눈이 맞았던 것도 같았다. 작은 가게를 훑어 비어있는 자리를 찾는다. 비어있는 곳은 바 테이블 옆, 바텐더의 바로 앞쪽 자리 뿐이었다.
"보드카 한 잔."
여기에서 나가도 갈 곳은 없었다. 사람과 마주한다는 게 조금 껄끄럽지만 결국 자리에 앉아 조용한 목소리로 바텐더를 불러 주문한다. 과거에도 몇 번 온 적이 있는 곳이었다. 바텐더가 진상 손님에게 화를 내는 것도, 친해보이는 손님들과 대화를 나누는 것도 봐 왔었다. 나도 말을 걸어볼까? 세실은 잠시 망설였지만 늘 그랬듯이 무표정을 고수하며 입을 꾹 다물었다.
"안주, 도...주문할 수 있어?"
바텐더, 루셸이 주문한 술을 갖고 돌아왔을 때 마음먹었던 것과는 달리 입술이 제멋대로 열렸다. 조용히 구석진 자리에서 술을 홀짝이며 바라본 루셸은 꽤 친절한 면도 있어 보였으니까. 조금 정도는, 말을 섞어도 좋지 않을까 싶었다. -
9 세실주 ◆bF./QldYIg (Qgig5lIZI6) 2020. 11. 7. 오후 11:00:44일반 상극이 편해서, 일단 이렇게 들고 와 봤어! 보통 단문~중문정도로 쓰지만 길이는 필받으면 길어지고는 해. 아, 루셸주가 단문이 편하다면 짧게 답을 주어도 문제없으니 부담 갖지는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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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루셸 - 세실◆q/.rlDgH2c (GBC0ReA32I) 2020. 11. 8. 오전 3:17:04"토쏠리면 화장실로 바로 달려가라고 했죠! 길고양이도 아니고 뭐하는거에요 지금! 어휴, 진짜... 화장실이 없는 것도 아닌데 왜 다들 이러실까! 빨리 뛰어가세요!"
들어선 가게가 벌써부터 호통치는 소리로 소란스러웠다. 드문 일은 아니었다. 급격한 발전과 과도기에 들어선 사회의 영향일까. 이곳에 오는 손님들이란 것들은 똑같이 대접받는 손님의 입장에서 보더라도 하나같이 배려심이라곤 요만큼도 없는 진절머리나는 것들 뿐이었으니. 그런 것들을 직접 상대한다고 생각하면 누구나 몸서리가 처지는 것이 당연한 수순일테다.
그렇다고는 해도 그런 말을 손님에게 대놓고 하는 바텐더는 드물다. 게다가 저 바텐더 말이다. 허리에 손을 얹고서 화장실로 향하는 통로쪽으로 인상을 찌푸리고 있는, 보라색 머리칼의 아담한 체구의 바텐더. 저런 여자가 진상스러운 손님에게 주눅들지 않고 오히려 버럭 지르는 소리로 받아친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녀는 방금 실제로 그렇게 했다. 그리고 영업에 방해가 되는 이가 있다면 누구라도 그렇게 할 예정이었다. 이 머나먼 소란의 거의 유일한 바텐더인 루셸이 그렇게 마음먹게 된 계기는 단순했다.
'진상손님? 그냥 그렇게 하시라고 둬... 어차피 그 사람들, 신경도 안 쓴다. 다음 날 되면 또 오고, 그 다음 날에 또 와. 응."
손님이 좀 몰려야먄 직접 움직이는 게을러터진 사장님의 전언이었다... 말이나 되는 소리인지. 하지만 루셸도 알고있었다. 저런 족속들은 술이라는 마귀에 씌여서 절대 마음을 고쳐먹을 생각을 해먹지 않는다는 것을. 하지만 그게 가만히 당하고만 있어야하는 면죄부같은 이유는 되지 못한다. 어차피 사람 말을 알아듣지도 못하고, 다음 날이 되어도 기억하지 못한다면, 좋다 이거다. 그걸 실컷 이용해줄테다. 그런 마음 뿐이었다. 그때 가게의 문이 열리면서 바깥의 차가운 공기와 달짝지근한 내음이 담긴 바람이 안으로 불어왔다.
"아, 어서오세요~ 보드카요? 기다려주세요. 금방 나가니까요!"
언제그랬냐는듯 찌푸렸던 표정이 한 순간에 녹듯 사라지고 밝은 미소만이 남아 새로이 손님을 맞는다. 주문을 접수한 그녀가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빠른 걸음으로 자신이 있어야 할 곳으로 돌아왔다. 술을 관리하고 따르고 섞어서 손님에게 내주는 바의 안 쪽으로 말이다. 그런데 바텐더가 제자리로 들어서자 갑자기 키가 자란듯 머리가 불쑥 위로 솟아 오른다. 그래봤자 눈 앞의 손님과 겨우 눈높이를 맞출정도가 되었을 뿐이지만... 아마 바 테이블보다 키가 작아 손님을 접대해야하는 그녀를 위해 바 안 쪽에는 어떤 장치가 있는 모양이었다. 이를테면 단층이라던가 계단 따위 말이다.
손님은 마치 이 도시처럼 차가운 인상의 여성. 그 주문은 보드카 한 잔. 심플하고 스트레이트한 주문인 만큼 지체할 것이 없었다. 바텐더가 집어든 글라스의 둥그런 유리 안으로 빛이 굴절되어 보인다. 투명한 무색무취의 보드카를 그 안에 조르륵 따라 바 테이블 바로 맞은편에 앉은 여자 손님에게 건넨다. 단지 그것 뿐인데 그래도 분위기로 먹고사는 주점이라고, 바 특유의 은은한 등과 어우러져 술이 무슨 보석처럼 반짝반짝 빛났다. 이내 안주에 대해서 손님이 조심스레 물어오자 바텐더의 미소에 조금 곤란한 빛이 감돌았다.
"죄송해요... 안주는 현재 하지 않고 있어요! 보다시피 가게가 지금 이 모양이라서요. 아하하..."
확실히 가게의 분위기는 어수선했다. 아마 저기 몰려 앉은 불량한 술꾼들이 문제인것일테다. 그것에 맞다고 말하듯 바텐더의 눈동자가 도륵 굴러가서 그쪽에 시선을 보탠다. 조용히라도 있으면 안주대신에 잔잔히 들려오는 배경음악이라도 감상할텐데 당최 도움되는게 없는 작자들이었다. 그러던 바텐더가 문득 바 테이블 밑에 손을 집어넣어 무언가를 부시럭거렸다. 바텐더란 비단 술을 섞을 뿐만이 아닌 바의 분위기를 부드럽게 돌보는 직업...
"대신! 서비스로 이거 드릴게요. 괜찮으신가요?"
이내 그녀가 꺼내보인 것은 크래커 따위의 과자였다. 그리고 흔하게 볼 수 있는, 그러면서도 최근에는 본 적이 없는 작은 별사탕 한 줌도 함께있었다. 바텐더는 그것을 한 대에 담아놓고는 '이렇게 별사탕을 잘게 부숴서요, 과자랑 같이 먹으면 꽤 맛있다구요?'라면서 밀어 건네어주는 것이었다.
"후후후. 손님, 이 가게 자주오시죠? 저번에도 저어기 자리에서 마시고 계시는거 봤는걸요~"
맞은 편의 여자 손님. 세실을 바라보는 루셸이 그렇게 말했다. 짙은 남색의 눈이 호선을 그리며 웃었다. 보통 단골손님이 자신을 알아봐주길 바라는 법인데, 그녀는 오히려 자신이 알아맞춘것이 즐거운듯 경쾌한 어조로 말하고 있었다. 마치 다가가면 도망가는 고양이를 멀찍히 바라보며 내적 친밀감을 쌓던 끝에 겨우 일말의 교감이 가능해진것 처럼. -
11 루셸주◆q/.rlDgH2c (GBC0ReA32I) 2020. 11. 8. 오전 3: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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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세실주 ◆bF./QldYIg (nw0SJ3EjLI) 2020. 11. 8. 오후 7:48:21밖에 나갔다가 이제 집에 들어왔어ㅠㅠ 후다닥 씻고, 답레 써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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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세실-루셸 ◆bF./QldYIg (nw0SJ3EjLI) 2020. 11. 8. 오후 8:53:37글라스의 겉 표면에 빛이 반사되어 무지갯빛으로 빛나던 말던, 그녀는 무던하게 술잔을 들어올려 보드카를 홀짝였다. 보드카 한 잔 마시고 취할 정도로 술을 못 마시는 건 아니었다. 그렇다고 저기, 저 가게에서 난동을 부리는 술꾼들처럼 즐겨 마시는 것도 아니었다. 미미하게 미간을 찌푸리고, 술꾼들 쪽을 흘겨보기는 했지만 딱히 나서서 한소리를 하지는 않았다. 술주정을 감당해야만 하는 바텐더, 루셸이 조금 안쓰럽기는 했지만 괜히 얽히고 싶지 않은 마음이 더 컸다. 그녀와는 아무 사이도 아니니까.
"고마워."
루셸이 담아 준 크래커와 별사탕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세실이 입을 열었다. 그녀가 베풀 수 있는 최소한의 친절이었다. 쿠키를 입에 털어넣었다. 그냥 평범한 비스킷 맛이었다. 별로 다를 것도 없는. 다음으로 별사탕을 먹고, 아그작 씹어 삼킨다. 설탕의 인공적인 단맛이 혀에 느껴진다. 달달한 음식과는 딱히 인연이 없었는데. 세실은 잠깐 고민하다 루셸의 추천대로 별사탕을 부숴 쿠키 위에 뿌렸다. 술안주로는 적당하지 않았지만 서비스로 받은 거니 불평할 순 없었다. 애초에 안주를 달라고 루셸을 붙잡았던 건, 그냥 그녀에게 조금 말을 걸기 위한 핑곗거리였으니까.
"그냥, 집에서 가까우니까 자주 온 거 뿐이야."
가까운 것에 더해 인테리어도 꽤 마음에 들었기에, 종종 방문하게 되었다. 더불어, 바텐더의 활기 넘치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도 그리 나쁘지만은 않은 기분이었으니까. 하지만 세실은 자세한 설명 대신 간단하다못해 형식적으로 들릴 법한 답변을 했다. 흘러내린 옆머리를 귀 뒤로 넘기며 조용히 루셸의 남빛 눈을 바라보다 시선을 돌린다. 설마 보고있을 줄은 몰랐었다. 그냥 조용히 와서 조용히 술만 마시고 갔으니까. 아니, 오히려 그래서 티가 났으려나. 술주정에, 각종 진상들로 소란스러운 바 안에서 침묵을 지키는 사람이 오히려 더 희귀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세실의 당혹스러운 감정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무던하고, 얼핏 쌀쌀해 보이기도 하는 무표정의 그녀를 향해 저렇게 밝게, 아무렇지 않게 얘기를 걸어오는 건 루셸이 처음이었다. 세실은 무표정 뒤에 당혹감을 숨기려 애썼다. 그저 단순한 호의로 생각하기에, 세실은 너무나도 더러운 꼴을 많이 봐 버렸다.
"하고 싶은 말은 그걸로 끝? 그렇다면 저기. 빨리 말리는 게 좋을걸. 더 사고를 치기 전에."
더이상 말 걸지 말라는 분위기를 팍팍 풍기며, 곧은 손가락을 쭉 뻗어, 비틀거리다 술잔을 엎어버린 테이블 쪽을 가리킨다. 완전히 루셸과 선을 긋고 싶었다면 대놓고 나한테 신경 꺼, 라고 말하면 더욱 편했을 것을 세실은 그냥 화제를 돌려버리는 길을 선택했다. 어쨌든 내게 살의를 드러내지도, 불친절하게 대하지도 않았으니까. 그러니까 벌써부터 날을 세울 필요는 없을 거라고, 그녀는 그렇게 생각했다.
조금 조금씩 잔을 비우다보니, 보드카는 어느새 한 모금 정도뿐이 남지 않았다. 루셸이 서비스로 준 쿠키와 별사탕도 아주 조금의 조각만을 남겨 두고 있었다. 마지막 한 모금을 남기고 세실은 고민하듯 눈을 낮게 내려깔다가, 검지손가락 하나를 위로 곧게 펴 올렸다.
"한잔 더 줘. 아까랑 똑같은 거, 보드카로."
한잔만 더 마시고 집으로 돌아가야겠어. 세실은 마음 한 켠에 남는 얕은 미련에 따라 행동했다. 보드카 한잔 더 마신다 해서 취하는 것도 아니고, 밤이 깊어져 위험해진다고 해도 그녀에게는 하등 상관없는 일이었다. 이게 정말 마지막 잔이라며, 미련을 떨쳐내듯 남은 한 조각의 쿠키를 입 안에 털어넣고 우물거렸다. -
14 세실주 ◆bF./QldYIg (nw0SJ3EjLI) 2020. 11. 8. 오후 8:56:35더 친근하게 대하고 싶어도 세실의 마음의 문은 여전히 닫힌 상태라..이게 최선이었다..흑흑. 그리고 루셸 유니폼 너무 예쁘다! 완전 맘에 들어! 분명 엄청 잘 어울리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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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루셸 - 세실◆q/.rlDgH2c (Jlo4WQfUsE) 2020. 11. 8. 오후 11:40:24"아, 이 근처 사세요? 고생 많으시겠네요! 여기 엄청 시끄럽죠~ 무슨 동네가 이렇게 어수선한지 모르겠다니까요. 거기에 이런 구석진 바에 다들 무슨 척이라도 졌는지..."
바텐더가 다시 재잘재잘 말을 늘어놓았다. 세실이 그녀에 대해 신경쓰지 않듯, 그녀 또한 세실의 묘하게 밀어내는 듯한 기색을 신경쓰지 않는 것처럼. 이것을 손님접대의 일환이라고 하지 않는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이런 아수라장에서 세실같은 정적인 손님이 귀한 것도 사실이기에 전부터 말을 붙여보고 싶었던 마음이 더 컸다. 그리고 루셸이란 바텐더는 꽤 막무가내였다. 이런 손님들이 꼬이는 탓일까. 태도가 강경하게 변할 수 밖에 없던 것이다.
"하아, 진짜. 으으!"
바로 지금처럼. 세실의 말에 천 쪼가리를 낚아채어 신경질적인 걸음을 성큼성큼 내딛으며 바에서 이탈했다. 술잔을 기울이는 세실의 귀에는 방금 전과 같은 호통이 음악에 뒤섞이면서 스칠테다. 손님에게 또 무어라 볼멘소리를 하면서 타박하는것이 틀림없었다. 방금까진 세실에게 히히거리면서 말을걸었으면서 지금은 호랑이가 된 것 같다. 또 재밌는것은, 그런 바텐더에게 찍소리도 하지 못하는 취객이었다. 아무래도 여자이고 키도 자그마해서 우습게볼만도 한데 무어라 한마디 반박도 하지 못한채 어버버거리고 있는 것이었다. 그게 너무 취해서 그런건지, 아니면 정말 무서운 구석이 있는건지... 자세한 사정을 알 수는 없지만, 확실한건 이 아수라장과도 같은 바를 저 바텐더가 제대로 책임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네에, 아까랑 똑같은 보드카로 한 잔."
다시 자리로 돌아온 루셸이 그렇게 주문을 입 안으로 굴리면서 보드카를 따랐다. 청량한 소리와 함께 글라스가 차오른다. 바텐더가 다시 말을 건 것도 그런 때였다.
"그런데 손님은 칵테일은 안 드시나요? 매번 스트레이트로만 마시는것 같아서요."
거진 보드카면 보드카, 위스키면 위스키. 그대로만 간단하게 주문하는 세실의 모습이 루셸의 기억에 어렴풋이 남아있었다. 이곳은 다양한 보틀을 구비하고 있는 클래식 바이기도 했지만 바에는 역시 칵테일이 뒤따르는 법이다. 그것을 위해 바텐더가 있는 셈이고, 루셸 자신도 그러한 매력에 이끌려 바텐더가 되자고 무심코 생각했었으니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어디 7성 호텔급은 아니지만 저도 꽤 잘 섞는다구요?"
루셸이 잔을 건네었다. 잔은 찰랑였고 바텐더는 우쭐대듯이 웃었다. -
16 루셸주◆q/.rlDgH2c (xr3TpPA23M) 2020. 11. 8. 오후 11:48:48잘 다녀왔어? 어쩐지 주말이 더 바쁜 느낌이야 00
그 점은 루셸이 친근하게 대해줄거니까 괜찮아 ' '! 그러니까 세실은 그냥 세실처럼 해주면 돼.
마음에 든다고 해줘서 고마워... 이제 아홉개월 됐지만 꽤 바텐더 느낌이 날거야.
유니폼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루셸에게 물어보면 해줄거지만, 먼저 세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열어둬야겠지? -
17 세실-루셸 ◆bF./QldYIg (inN1RdCKXM) 2020. 11. 9. 오후 3:38:37일부러 진상을 부리는 손님 쪽을 가리켜 계속 말을 건네는 루셸과 거리를 벌리려는 세실의 행동은 통한 것 같기도 했다. 세실은 시선만 살짝 돌려 화를 내는 루셸을 잠시 응시했다. 진상들에게 한소리 하는 그녀의 모습은 꽤 익숙했다. 찍소리도 못하고 타박을 듣기만 하는 손님의 모습도, 처음 머나먼 소란에 왔을 때만 어색했을 뿐 지금은 자연스러운 일처럼 보였다. 세실은 다시 정면을 향해 눈을 돌린다. 루셸이 뒷처리를 끝내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올 때까지 그녀는 일부러 다시는 시선을 돌리지 않았다.
"칵테일은 잘 몰라. 마셔본 적도 없고. 시간을 때우기에는 술 몇잔 정도면 충분하니까."
어느새 다시 돌아온 루셸이 건네는 말에 세실은 답하지 말까 고민하다 입을 열었다. 말한 것 외에도 그녀 자신과 칵테일이 별로 어울리지 않을 것 같다는 이유도 있었지만, 그냥 시간만 때우려고 찾는 바에서 굳이 칵테일을 마실 필요성을 못 느꼈다는 이유가 더 컸다. 꽤 잘 만드나 보지. 세실 자신이 칵테일을 시켜 본 적은 없으나 구경은 몇 번 한 적이 있었다. 여기 말고 다른 바에서 본 바텐더들과 비교해보면 손놀림이 더 좋았던 것 같기도 했다. 제대로 아는 게 없으니 그랬나 보다-하고 추측하는 정도였지만.
"됐어, 난 그런 거 안 마셔도..."
루셸이 칵테일을 잘 섞는다고 해서, 그게 세실이 칵테일을 마실 이유는 되지 못했다. 세실은 딱히 먹어본 적 없는 걸 주문할 만큼 도전정신이 넘치는 것도 아니었으니까. 그럼에도 단번에 거절할 것처럼 냉담하게 '됐다' 고 말하다가도 말끝을 길게 늘여 여지를 남기고 만다. 조금, 마셔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으니까.
"아무거나 하나 만들어 줘. 칵테일."
루셸이 가장 자신 있어하는 것이든, 간단한 것이든 좋았다. 세실은 결국 평소와는 달리 변덕을 부렸다. 말걸지 말라는 분위기를 풍겨도. 대놓고 화제를 돌리거나 선을 그어보려고 해도 자꾸만 다가오는 루셸에게 적당히 맞춰 주기로 결정한 것이다. 칵테일 한 잔 만들어 달라는 것 정도야. 손님으로 와 앉아있는 세실이 당연히 요구할 수 있는 종류이기도 했고. 어쩌면 칵테일을 잘 만든다고 자부하는 것도, 그녀에게 말을 자꾸만 거는 것도 매출을 내기 위한 저 바텐더의 책략일 지도 모르지. 그리고 만약, 이게 매출을 내려는 바텐더의 속셈이라면 칵테일 하나를 시키는 것으로 루셸을 떨쳐낼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는 게 편했다. 단순한 호의 같은 건 믿을 생각 없었으니까. 차라리 속에 꿍꿍이가 있는 사람에겐 대놓고 쌀쌀하게 대할 수 있어서 편했다. 세실은 루셸이 칵테일을 만드는 과정을 담담하게 응시했다. 과연 루셸은 어떤 타입이려나. 어쩌면 내가 청부업자라는 걸 알고 접근할 걸지도. 사람을 올곧게 믿지 못하고, 여러 의심이 머릿속에서 피어올랐다가 칵테일이 앞에 놓여지자 순식간에 사라졌다.
"예쁘다.."
작은 목소리로, 세실은 자기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
18 세실주 ◆bF./QldYIg (inN1RdCKXM) 2020. 11. 9. 오후 3:41:36어제는 잘 들어왔어! 그냥 집에서 놀기만 하면 참 좋을텐데, 그러지 못하는 현실..ㅠㅠ 어서 루셸과 친해져서, 유니폼에 대해서도 묻고 싶은 이 마음..! 하지만 세실은 의심이 폭발하고야 말았는데..칵테일 섞는 루셸의 모습은 분명 멋지겠지>_0 바텐더 티가 난다고 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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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루셸 - 세실◆q/.rlDgH2c (DkkhNqdnPo) 2020. 11. 9. 오후 5:16:36"~♪ 칵테일 아무거나 하나요!"
주문을 받은 루셸이 고사리같은 손을 익숙하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무뚝뚝한 손님이 원하는 칵테일은 '아무거나'. 결코 쉬운 주문은 아니었다. 요 방금 전까지도 우쭐거리긴 했지만 사실 루셸은 그렇게까지 실력있는 바텐더라고 할 수도 없었으니. 단지 원형 그대로의 칵테일을 만들어 내놓을 수 있는 정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동네 바텐더. 딱 그 정도일 것이다. 하지만 마시러 온 손님 앞에서 우물쭈물거려서야 무슨 일을 하겠는가. 그런 의미에서라도 어쩌면 세실이 틀리지 않은 것일지도 모른다. 이것은 루셸 나름의 장사 요령이었으니까. 그리고 그건, 루셸이 지금까지 거쳐왔던 많은 꿈 중 하나였다. 손님과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며 어울리는 칵테일을 권유하는 것. 소설이나 영화에나 나올 법한 멋드러진 장면을 몸소 그려보는 것. 비록 애같은 환상이었지만 한편으론 무례한 손님들에게 치이면서도 하루하루 버틸 수 있는 원동력이기도 했다. 그리고 가끔은 이렇게, 조금이나마 맞춰주는 손님이 있었으니까. 게다가 마침 그 손님에게 섞어주어야 할 술을 루셸은 알고있었다. 실은, 그녀가 구석에서 홀로 보드카를 들이킬때마다 마음 속으로 챙겨두었던 레시피가 있었다.
"이건 화이트 러시안이에요."
이내 바텐더가 내놓은 술은 그런 이름이었다. 까만 단층 위에 허연 구름같이 뒤섞여선, 둘이 서로 오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섞일듯, 섞이지 않으며 밀어내는듯도 당기는듯도 한 비주얼. 그것이 의심을 싹을 피워올리는 세실의 복잡한 심경을 어여쁘게 대변하는지도 모른다. 허나 그런 셈을 하는 것은 루셸의 분야가 아니었다. 바텐더의 일은 그저 손님이 원하는 술을 대접하는 것. 바에 오는 사람은 누구나 술잔에서 위로를 구하기 위해 찾아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바를 살피는 바텐더가 그걸 도와줄 의무가 있는거라고- 루셸은 항상 생각했다.
"보드카를 베이스로 해서, 그 위에 부드러운 크림을 얹었어요. 달짝지근하면서도 묘하게 올라오는 도수가 특징인 술이에요. 보드카를 좋아하시는 것 같아서 신경 써보았답니다!"
'그리고 손님하고 꼭 닮아서요!' 검정과 하양. 무채색으로 이루어진 술과 그 손님. 실은 그것이 화이트 러시안을 내놓은 궁극적인 이유였지만, 루셸은 그 말 만은 굳이 입 밖으로 꺼내지 않은채 밝은 미소만을 띄워보였다.
근래 머나먼 소란에서 한 번쯤 술을 마시고 간 손님중에선 그 바텐더의 미소가 이런 골목의 어수선한 주점에는 어울리지 않는 이질적인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었는데, 그들이 바로 본 것이다. 한 때는 또 걸그룹을 하겠다고 백업 댄서로 전전했던 적도 있었기에 스스럼 없는 미소만은 특기였던 것이다.
"어떤가요?"
바로 그 바텐더가 작은 기대가 어린 동그란 눈동자를 깜빡이며 물었다. -
20 루셸주◆q/.rlDgH2c (/0ONIRit52) 2020. 11. 9. 오후 5:28:52루셸주도 세실주랑 더 많이 돌리고 싶지만 틈틈히 레스 적어봐...
그리고 글이 슬슬 두서없어지기 시작했는데 너그럽게 넘어가주면 고마워 00
바텐더 티는 겨우겨우 나지만 직종경력보다 훨씬 오래 마신 손님은 못당한다고, 가끔 와서 훈수두는 꼰대 손님도 있을거야.
그럴때마다 버럭루셸이 튀어나올거구 ' ' 아직 멀었네...! -
21 세실-루셸 ◆bF./QldYIg (inN1RdCKXM) 2020. 11. 9. 오후 7:46:46세실은 제 입에서 예쁘다는 소리가 튀어나갔다는 걸 눈치채자마자 손을 들어 제 입술 위를 지긋이 눌렀다. 루셸의 설명을 들으며 느낀 건, 꽤 신경을 써서 만든 듯한 칵테일이라는 것이다. 즐겨 마시던 보드카를 주 재료로 한 것 부터 그녀를 닮은 검은빛의 술. 마찬가지로 무채색의 하얀 크림. 세실은 잠시 옅은 웃음을 지었다. 아무거나 라는, 주문을 받는 입장에서는 최악인 오더를 받고도 이런 칵테일을 받았으니. 아무리 루셸을 경계하고, 멀어지려고 했어도 이번만큼은 웃어보일 수밖에 없었다.
"맛있어. 종종 마셔도 괜찮다 싶을 정도로."
먼저 위 쪽의 크림만을 한 모금. 그 다음에는 층을 깨트려 위아래를 골고루 섞어 마신다. 그저 쓰기만 한 술과는 달리, 묘한 단맛이 입안을 감돌았다. 세실은 순순히 인정했다. 그냥 보드카만 마시는 것 보다, 칵테일로 만들어 먹는 편이 훨씬 맛있다는 것을. 그래서 솔직한 마음을 담아 대답했다. 아까 전에 피어냈던 옅은 웃음은 이미 다 사라져 버렸지만.
칵테일은 맛있었다. 하지만 그게 루셸에게 친절하게 대해 줄, 마음을 열 이유가 될만한 건 아니었다. 그저 주문했던 칵테일을 받아 마셨을 뿐이니. 밝게 웃는 루셸과는 반대로, 세실은 여전한 무표정을 유지했다.
"당신은 웃음이 참 많네. 왜 웃는 거야? 득 되는 것 하나 없는데."
이 도시랑 어울리지 않게도. 살아가기도, 살아남기도 힘겹고 팍팍한데 어떻게 웃을 수 있는 거지. 세실이 삶에 적응하기 위해 빠르게 버렸던 것 중 하나가 환한 미소였다. 얕보이기 싫었으니까. 청부업을 하는 자신에게는 필요없는 것이기도 했고. 세실은 순수하게 궁금했다. 어째서 웃는 것인지. 루셸의 삶도 그리 순탄한 것은 아닐 터이다. 오늘 그녀 자신의 눈으로 본 진상 손님의 수만 해도 벌써 여러명이니까. 지금까지 바를 방문했을 때 루셸이 화를 내는 걸 목격한 수도 열 손가락을 훨씬 넘어섰다. 그럼에도 미소를 잃지 않는 걸 대단하다고 해야 할지.
"바보 같아."
그래도 하나 확실한 건 세실, 그녀와는 역시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라는 거. 웃음이 말라버린 그녀와는 정반대의 사람이니까. 거기에다가 직업도 차이가 너무 심했다. 루셸은 그냥 평범한 바텐더일 뿐이다. 청부업을 하는 세실과는 다르게. 거리를 두는 게 옳겠다는 생각에 세실은 일부러 더욱 매몰차게 대꾸하며 고개를 완전히 돌려버린다. 하지만, 루셸과 멀어져야겠다 생각하면서도 당장에 자리를 박차고 나가지 못했다는 점이 아이러니했다. 그냥 고개를 돌려버리는 것보다는 나가버리는 것이 더욱 효과적일 텐데도. 결국 세실은 예전에도 몇 번 그래왔듯 제대로 벽을 세우지도 못한 것이다. 남은 칵테일을 단번에 목으로 넘겨 삼켜버리고는, 다시 보드카가 든 글라스를 양 손으로 붙잡았다.
"계산할게. 얼마야?"
머나먼 소란에 다시는 찾아오지 않겠다고 결심하지도 못했고. 그냥 상황을 마무리짓고 싶다는 듯, 세실은 계산을 입에 담았다. -
22 세실주 ◆bF./QldYIg (inN1RdCKXM) 2020. 11. 9. 오후 7:49:31세실주도 딱히 글을 잘 쓰는 편이 아닌걸ㅠㅠ 늘 노력하는 중이긴 하지만..글쓰기란 참 어렵네! 루셸네 바에는 왜이리 진상 손님이 많이 꼬이는 것일까. 지금은 별 반응 안해도 나중에 루셸과 짱친이 된 뒤에는 세실이 루셸을 대신해서 쫓아내 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살포시..해 보았어. 내 친구 괴롭히지 마! 같은 느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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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루셸 - 세실◆q/.rlDgH2c (wCKJ0iH7PI) 2020. 11. 9. 오후 11:03:32"후후~ 그렇죠! 화이트 러시안은 저도 좋아하는 칵테일 중 하나에요. 색도 이쁘고 달달해서 좋다고할까... 손이 조금 많이가긴 하지만요!"
그 얼음장같던 얼굴에 옅게 미소가 올라오자 루셸은 해냈다 싶은지 얼른 얘기를 꺼냈다. 이게 바텐더라는 일의 백미라면 백미였다. 여러 손님을 만나고 그에 맞는 주문을 내주는 것. 진상맞은 손님들이 우루루 몰려오는 와중에도 한 둘은 제대로 말이 통하는 손님이었으니, 그들이라도 붙잡고 시시콜콜한 대화라도 나누는 것이 이 일을 하는데 퍽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루셸은 그렇게 말 붙여보길 잘했다고 생각하던 중이었지만, 금새 또 돌아오는 질문에 '네에?'하고 얼빠진 소리를 낼 수 밖에 없었다. 그건 전혀 예상치 못한... 아니, 딱히 무얼 예상하고 손님 접대를 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갑자기 불쑥 그렇게 물어올줄은 몰랐기 때문이었다. 하물며 혼자서 그 문답을 할거라고는 더더욱. 그렇기에 루셸도 납득하는 척 넘어갈수 밖에 없었다.
"아하하... 그, 그런가요."
뭐야! 이상한 사람이네. 먼저 물어봐놓고 바보라니 실례잖아! 미묘한 웃음을 흘리며 루셸이 속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방금의 질문이 속에서 남아 맴도는 기분이다. 하긴, 걸그룹의 꿈도 접은지 오래인데도 왜 아직도 이렇게 웃을 수 있는지... 얕게나마 생각해봐도 스스로 납득할만한 답이 나오지 않는 탓이었다. 이 손님의 말대로 득 되는 것은 거진 없다. 요즘같은 세상에는 특히나 그랬다. 있다고 하면, 상대가 나를 바보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 정도? 남자들은 대개 그런 여자들을 좋아하니까 매출을 올린다거나 하는 경우엔 분명 득이 있었다. 그게 아마 여기 사장이 나를 바텐더로 세운 이유이기도 할테지. 하지만 지금 상대는 여자이고 그럴 필요도 없는데도 자신은 또 습관처럼 웃고있었다. 물론 손님을 접대하는게 바텐더의 일이긴 하지만 매사에 돈을 최우선으로 할 정도로 속물은 아니었다. 그럴거면 진작 돈 많은 아저씨를 꿰차고 나갔으면 나갔지. 기회는 많았을 것이다. 왜냐면 26세라는 나이는... 아직은 젊은걸!
"아, 가시게요? 음~ 보드카 두 잔에 화이트 러시안이면... 4400이요!"
계산이란 말이 입에 오르자 루셸은 잡스러운 생각들을 지워버리고 카운터를 체크했다. 뭘, 새삼스럽다. 술이나 섞으면서 아무 말을 듣는게 이 일이면서. 깊게 생각하지 않고 루셸은 손님이 원하는 술 값만을 얘기했다. 비싸다. 사장이 돈독이 어지간히 올랐나보다. 이 가게에 여러번 드나든 세실도 물론 그것을 알고 있을테였다.
"...저어~ 손님, 으음- 하나 여쭤봐도 될까요?"
그러다 문득 바텐더가 입을 열었다. 돈을 건네받기 전에도 시선이 가게 안의 여기저기로 옮겨다니는 것이 무언가 미련이 남는 눈치였다. 그 미련이란 것은 바로 이런 사적인 질문이었다.
"별건 아닌데요! 항상 구석자리를 고집하시는 이유라도 있으실까 해서요."
세실이 방금 한 것과 같이 저의를 알 수 없는 질문이다. 어쩌면 세실에겐 지금것이 더욱 그렇게 느껴질 것이다. 어떤 의미일까. 그리고 그런 물음을 던진 바텐더는 이번에도 그 남색의 눈을 순진하게 깜빡이며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속눈썹이 길었다. -
24 루셸주◆q/.rlDgH2c (sVRKXigO3.) 2020. 11. 9. 오후 11:11:13응 ' '? 세실주... 현역 소설가 아니었어?
루셸네 가게에 진상이 몰리는 이유는... 사장이 관리를 안해서라고 하더라.
와아, 나중엔 세실이 쫓아내주는거야? 빨리 친구 되고싶다...
그런데 괜찮아? 손님중에도 무서운 손님 있을지도 몰라. -
25 세실-루셸 ◆bF./QldYIg (0y45hdwUOk) 2020. 11. 10. 오후 1:43:01금액은 비쌌지만 내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이 가게의 술값이 비싼 거야 하루이틀 일도 아니었고. 거기에다가 오늘은 이전과는 다르게 조금 과소비를 했으니까. 다른 술집도 사정은 비슷비슷했다. 잘 찾아보면 싸고 괜찮은 바가 있을지도 모르지만, 세실은 그렇게까지 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았다. 오히려 찾아다니는 것이 번거로울 뿐더러 값을 내지 못할 것도 아니었으니까. 세실은 코트 안 지갑에서 돈을 꺼내 내밀었다. 아무래도 조만간 일을 받아야 할 것 같았다. 세실은 거스름돈을 받기 위해 잠시 카운터 앞에서 기다렸다. 그러다 바텐더의 '물어볼 것이 있다'는 말에 잠자코 루셸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지만 들어보겠다는 그녀 나름의 의사표현이었다.
"그건...그러니까. 딱히 고집하는 건 아닌데."
생각지 못한 물음에 세실은 잠깐 당황했다. 구석자리를 고집하는 이유를 루셸이 물어본다는 건, 세실이 구석에 가만히 앉아 술을 마시는 걸 지켜보고 있었단 뜻일 테니까. 남들 눈에 띄기 싫어서 구석을 택했던 건데. 물론 이 바 안에서 구석자리라고 해 봐야 시끌벅적한 중심과는 멀리 떨어져 있지도 않았긴 했다. 그리 크지 않은 바였으니까. 구석에 앉아야 그나마 사람 눈을 덜 끌 거라고 생각했었지만, 딱히 그런 것만은 또 아니었던 듯 싶었다. 세실은 옅게 한숨을 내쉬며 재차 입을 열었다.
"타인과 얽히기 싫어서. 난 혼자가 편하니까."
솔직한 대답이었다. 차라리 솔직하게 얘기한다면 루셸이 그녀와 더는 말을 섞으려 들지 않을지도 몰랐으니까. 세실은 루셸을 흘끔 바라보았다. 저렇게 순진한 표정을 지어보이면서, 하는 질문은 그녀의 속내를 꺼내보이게 할 수밖에 없는 날카롭고 뼈 있는 것이었다. 별 게 아니기는. 듣는 세실에게 있어서는 별 거였다. 오늘같이 바 테이블 쪽에 앉아 있었다면, 오늘과 같이 바텐더와 말을 몇 마디 나누어야 했을 테니까. 혹은, 진상 손님들이 저지르는 일에 휘말려 들었을지도 몰랐고. 어느 쪽이든 번거롭고 원하지 않았다.
"나를 눈치 챈 사람이 있으니 성공하진 못했네."
자칫 탓하는 듯 들릴 수도 있겠지만, 세실이 내뱉은 말에는 별다른 감정은 담겨 있지 않았다. 그저 약간의 아쉬움 정도가 어렴풋이 있을 뿐. 머나먼 소란을 제외한 다른 곳에서는 그래도 나름 통했던 것 같은데. 여기서도 어쩌면, 오늘 바 테이블 자리에 앉지만 않았더라면 루셸과 이런 식으로 말을 하지 않았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거스름돈을 받아 챙겼다. 루셸과 대화를 한 게 나쁜 것만은 아니었다. 칵테일 추천도 받았고, 별사탕 서비스도 받았으니까. 대화하기에 나쁜 상대도 아니었고. 단지, 이대로 가까워질 까봐 조금 두려웠던 것뿐이었다. 그렇다면 적당한 거리를 두기만 하면 괜찮지 않을까. 아까는 완전히 보지 않을 것처럼 생각해놓고, 지금은 또 적당한 대화를 나눠보고 싶기도 했다. 세실의 마음은 제멋대로 오락가락거렸다.
"그러니 그냥, 지금 같은 관계로 지내."
지금같은 바텐더와 손님의 관계로. 바텐더로서 손님에게 말을 건네는 것 정도에는 충분히 대답해 줄 의사가 있었다. 값을 치르거나, 술 추천을 받고 칵테일에 대한 설명을 듣는 정도. 세실은 걸친 코트를 손으로 여미며, 루셸에게서 등을 돌려 걸어나갔다. 그리고 바를 완전히 빠져나가기 전에 루셸을 향해 고개를 돌리고, 잠시 머뭇거리다가 한마디를 덧붙였다.
"칵테일 맛있었어." -
26 세실주 ◆bF./QldYIg (0y45hdwUOk) 2020. 11. 10. 오후 1:46:03ㅠㅠ말이라도 그렇게 해 줘 고마울 따름이야! 사장님..바 관리좀 하세요! 세실도 따지고보면 무서운 손님일지도 모르니 괜찮지 않을까! 세실..총도 들고 다니는걸..나도 어서 루셸과 짱친이 되고 싶다! 지금 세실 마음이 오락가락 하는 걸 보면 생각보다 머지 않았을지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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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루셸 - 세실◆q/.rlDgH2c (LOEnUpjKVQ) 2020. 11. 11. 오전 2:06:30"후후, 손님도 혼자 마시는 타입이셨군요?"
솔직한 대답이 돌아왔지만 바텐더는 오히려 거리를 벌리기는 커녕 능청스럽게 수긍한다. 마치 그 마음을 이해한다는 듯한 말투와 생긋거리는 웃음. 아까부터 차가운 태도를 보이며 계속 견제했건만 어째 세실의 그런 의도가 죄다 빗나가는 느낌이다. 그리고 틈으로 이 바텐더는 점점 조금씩 거리를 좁혀오고 있었다. 어쩌면 처음에 안주 얘기를 꺼낸것이 그 시발점이 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 얘기를 하지 않았다면, 바텐더가 이렇게 말을 거는 일이 없었을까.
"에에 이런거에 성공 실패가 어딨어요~ 저는 그저 바텐더일 뿐인걸요!"
글쎄. 그 말대로 그녀는 그저 바텐더일뿐이다. 바를 부드럽게 돌보는 직업. 다른 말로도 바 메이드로 그 의미는 같다. 그래서 세실이 말하는 지금같은 관계가 무엇을 의미하는 말인지 몰라 루셸은 갸우뚱 고개를 기울였다. 손님과 바텐더같은 관계라는 말인가? 그렇다고 한다면 루셸은 그것을 깨트리려 한 적은 없었기 때문이다. 혹시 무언가 실수했나 되짚어보지만 손님이 화이트 러시안을 보고 옅게나마 웃음짓던 기억밖에는 나지 않았다. 언젠가 읽었던 책에서 그런 말이 있었다. 세상에는 손님을 배신해선 안 되는 일이 세 가지 있다고. 그것은 의사와 약사, 그리고 나머지는 바텐더라고.
그 책이란것은 결국 그저 만화책이고, 자신은 만화 속에 나오는 전설적인 바텐더는 아니었지만 적어도 이 유니폼을 입고 있는 순간만큼은 매번 손님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으려고 그 말을 마음에 품으며 지금껏 노력해왔다. 아무리 차갑고 무뚝뚝한 손님이라고 해도 예외로 둘 수는 없는것이다. 그래서 루셸은 세실의 마음과는 다르게, 이번에도 바텐더로서의 책무를 다했다. 고개를 앞으로 살짝 기울여 세실의 귀에 겨우 닿도록 소근거린다.
"사실, 손님에게만 알려드리는건데요. 이 가게 술이 비싼건 접대비 포함이라서 그런거에요. 혼자 술을 마시는 것보다는 저를 귀찮게 하는게 바가지 안 당하는 비법이랍니다."
그건 사실 조금 가게의 룰을 어기는 것이었다. 어떻게보면 영업비밀을 누설해버린 것과 마찬가지이니. 하지만 서비스직이 으레 그렇듯이 매출과 수입이 치솟던 바닥을치던 자신에게 돌아오는 월급은 정해져 있는 것이니까 그런건 아무래도 상관 없었다. 오히려 그렇게 해서라도 손님이 다시 돌아올 여지를 만든다면 최고의 서비스라고 할 수 있는게 아닐까? '여기 잔돈이요'. 바텐더의 말이 마침표를 찍을때엔 세실의 손 위에 거스름 돈이 몇 푼 쥐어져있었다.
"또 마시러 와주세요!"
결국 루셸에게 '지금 같은 관계'라는 것은 이해되지 못한 채였다. 하지만 평소 마시지도 않던 칵테일을 맛있었다며 말해주는 손님이 손에 꼽을 정도라는 것은 알고있었다. 그리고 그 손님이 다시 찾아줄 것이라는 것도. 세실이 돌아보는 그 자리에, 처음 왔을때에 성을 내고있던것과는 달리 웃고있는 바텐더가 거기에있었다. -
28 루셸주◆q/.rlDgH2c (fiYDE8tjUM) 2020. 11. 11. 오전 2:10:46늦어서 미안해 00... 지금 집에 왔어요.
음... 그건 총이 무서운거지 세실이 무서운건 아니지 않을까?
라고 루셸은 생각할지도 모르겠네...! 하루에도 이상한 손님을 몇명이나 마주치고 집도 그렇게 안전한 곳은 아니니까...
이걸로 막레하면 될까? 그리고 세실주는 혹시 사장님도 보고싶어? -
29 세실주 ◆bF./QldYIg (1GixveWa4Y) 2020. 11. 11. 오후 10:12:31오늘은 유별나게 바쁜 세실주가 갱신해! 루셸주..어제 새벽 늦게 집으로 돌아왔구나..고생 많았어! 나도 답은, 오늘 내가 잠들기 전까지 열심히 써서 올리도록 할게! 늦어져서 미안해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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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루셸주◆q/.rlDgH2c (rG/4oHdmsM) 2020. 11. 11. 오후 10:32:23항상 바빠보여서 안쓰러워 ' ' 기다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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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세실-루셸 ◆bF./QldYIg (jqhpe7VU8.) 2020. 11. 12. 오전 12:35:09세실은 루셸의 태연스런 대답에 완전히 할 말을 잃고야 말았다. 혼자가 편하다는 것을, 어떻게 혼자 술을 마시는 걸 좋아한다 알아들을 수가 있지? 분명 그녀 딴에는 혼자있고 싶으니 다가오지 말라는 의미로 얘기한 것이었을 텐데. 어쩌면 전부 눈치채고서도, 일부러 접근하려는 수작일지도 모른다. 오히려 이렇게 생각하는 게 마음 편했다. 이런 세상에서, 순수하게 저렇게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 리 없었으니까. 세실은 고개를 돌려 침묵했다. 저쪽이 멋대로 거리를 좁히려 들면, 그녀가 멀어지려고 하면 그만이었다. 그렇다면 적정한 거리감을 유지할 수 있을 테니. 그냥 바텐더는 이런 일 안 하지 않나. 바텐더와 대화해본 적 없는 그녀는 루셸의 서비스정신이 과하게만 느껴졌다.
"난 딱히, 그런 거 필요 없어."
너무 가까워. 지근거리까지 다가와 속삭이는 루셸의 행동에 세실은 멈칫하며 슬슬 뒤로 멀어졌다. 확실히, 루셸이 말해준 것은 바의 영업비밀과도 같은 것이었으니 목소리 크기를 낮춰야 하는 건 맞지만 심적으로는 사양하고 싶은 행동이었다. 그리고 그녀가 계속 말을 건넸던 게 단지 서비스를 위한 것이었다면 세실은 그걸 사양하고 싶었다. 그래서 필요없다는 의사를 밝혔다. 거기에, 혹시 이번에도 루셸이 다른 얘기를 꺼내들까 싶어 황급히 뒷말을 추가했다.
"손님이 접대를 바라지 않으면, 안 하는 게 맞잖아. 난 싫어. 그러니까 하지 마."
그리고 그녀는 그 접대를 바라지 않았다. 맞는 말이지? 이걸로는 루셸을 설득할 수 있을지도 몰랐다. 더는 애매하게 굴지 않을 거야. 더는 루셸이 마음 속 자리를 차지하지 못하게, 확실하게 싫다고 말하며 그녀는 물러났다. 그리고 이내 떠나버리기 위해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가, 루셸이 건네는 인사에 멈칫 멈추어섰다.
"생각해보고."
여기서 올곧게 그러겠다고 대답하지도 못하고, 다신 안 올 것이라 끊지도 못하는 게 세실, 그녀 자신이 얼마나 애매한 인간인지를 다시끔 상기시키는 것 같았다. 얼굴만 반쯤 돌려 등 뒤의 웃고있는 루셸을 잠시 응시하고는 그대로 바를 완전히 빠져나간다. 시끌벅적한 뒷골목을 유유히 지나 그대로 집으로 걸었다. 너므 오랜만에, 타인과 대화를 나눠서 그런지 영 어색하고 적응이 안 되었다. 고요했던 그녀의 마음에 옅은 파문이 생겨버린 탓이었다. 그래서 지금은 조용한 곳이 필요했다. 그걸 다시 가라앉힐 수 있는 곳이. 이런 시끄러운 곳에서 마음 편히 침묵을 지킬 수 있는 장소는 제 집뿐이었으니까.
그리고 아마도, 다시 그 바에 방문하고야 말겠지. 세실은 순순히 인정했다. 어쩌면, 루셸을 만난 뒤로 술렁이는 감정 아래 옅은 기대감이 생겨버리고 말았다는 사실을. 그랬기에 매몰차게 굴지 못했던 것이겠지. 적어도 겉으로 보기에 루셸은 꽤, 친절한 듯 보였으니까. 이 세상과는 어울리지 않게도.
"나도 몰라, 이젠.."
짙은 한숨을 내뱉으며, 그녀는 생각을 뒤로 미뤘다. -
32 세실주 ◆bF./QldYIg (jqhpe7VU8.) 2020. 11. 12. 오전 12:37:35이번 답레를 막레로 하자! 사장님은, 으음. 꼭 보고 싶은 건 아니지만, 나중에 만나게 된다면 꼭 한대 때려주고 싶은걸! 진상을 방치해 루셸을 힘들게 했으니까. 세실이 대신 때려줄거야. 다음 상황은 어떤 게 좋으려나? 다시 바에서 만나도 좋을 거 같고, 우연히 길을 걷다 만나는 것도 좋을 것 같아! 일단 세실은 루셸의 바와 가까운 거리에 살고 있으니까, 우연히 만날 가능성은 충분할 거 같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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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루셸주◆q/.rlDgH2c (GnZtt6ecnU) 2020. 11. 12. 오전 12:52:12막레구나 ' ' 응, 늦은 시간에 수고 많았어.
다음 상황은... 바에서 다시 보는게 어떨까?
같은 상황이긴 하지만 길에서 보는건 아직 이른것 같아서.
세실이 아직은 그 정도로 마음을 열지 않은것 같으니까... 반면 루셸의 영업은 어느정도 성공한 것도 같지만.
대신... 조금 상황부여를 해보는건 어때? 세실이 이번엔 공격적으로 말을 해본다던가... -
34 세실주 ◆bF./QldYIg (y5efCdA6Kc) 2020. 11. 12. 오후 2:59:51음음, 좋아. 그럼 이번에도 바에서 만나되, 좀 더 공격적이고 날서게 얘기해 보도록 할게. 대신, 이번 상황이 지나면 둘 사이가 조금 더 가까워지지 않을까..그런 생각이 들어! 그냥 내 희망사항인 것 뿐이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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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루셸주◆q/.rlDgH2c (raI9an9I7k) 2020. 11. 12. 오후 5:53:11루셸주도 사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어 ' '
차라리 한 번 싸우고나면 거리가 좁혀지지 않을까 생각해서.
그럼 늦은 저녁에 시간 날때 선레 써올게. -
36 세실주 ◆bF./QldYIg (A1SokvavHQ) 2020. 11. 12. 오후 7:12:57루셸주랑 마음이 통했잖아~~ 응! 천천히 써와 줘! 기다리고 있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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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루셸 - 세실◆q/.rlDgH2c (xsmlUhcLkM) 2020. 11. 13. 오전 7:06:20골목 한 가운데에 버젓이 서있는 간판. 머나먼 소란. 이 골목을 조금만 나서면 번화가에는 온통 홀로그램 간판이 반짝거리는데 이 가게는 아직도 구닥다리 네온 간판에 빛을 올리고 있었다. 단지 간판 뿐인데도 사장의 구두쇠같은 면모가 거기서 엿보이는 듯 했다.
바 안은 조용했다. 마찬가지로 드문 일은 아니었다. 이 가게는 조용한 일이 더 많았으니까. 오히려 매일같이 취객 손님이라도 몰려서 때돈을 벌었다면, 사장이 간판을 아직까지 네온으로 맞추고 있을 이유는 없었을테니까. 그리고 바텐더도. 하지만 바텐더는 사장과 달리 이 고요함이 싫지 않았다.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손님을 맞기위해 준비를 하는 것도 그 나름의 바텐더스러움이 묻어나는 일이니까. 그렇게 몇 개의 잔을 닦고 있었을까. 가게가 개업한지 거의 1시간 반만에 문이 열렸다. 어떤 손님일까? 루셸이 환한 표정으로 고개를 들어올려 거의 반사적으로 인사를 건네었다.
"아, 어서오세요~"
그건 루셸이 손님중에서도 기다리고 있던 손님이었다. -
38 루셸주◆q/.rlDgH2c (xsmlUhcLkM) 2020. 11. 13. 오전 7:07:41또 늦었어 00...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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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세실-루셸 ◆bF./QldYIg (IBuxid0K.E) 2020. 11. 14. 오전 12:27:22세실은 오늘도 어김없이 집을 떠나 정처없이 돌아다녔다. 새로운 곳을 가는 것도 좋았지만, 오늘은 굳이 그런 모험을 하고 싶기 않았기에 세실은 그녀가 종종 들르곤 하는, 혼자 조용히 술이나 커피를 마시기 좋은 곳들에 갈 생각이었다. 그러나 오늘따라 무슨 일이라도 있는지 첫번째로 들렸던 카페는 주인의 사정으로 문을 닫고. 그 다음의 바는 자리가 꽉 들어차 들어갈 수조차 없었으며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간 카페는 무슨 일이라도 났었는지 손님을 못 받을 정도로 내부가 엉망이었다.
이제는 걸어다니기에도 지쳤다. 세실은 세 장소를 향해 가면서 몇 번 지나쳤던, 최근에 바텐더와 대화를 나누었다는 이유로 들르지 않았던 머나먼 소란의 앞으로 돌아왔다. 깜박이는 네온사인이 여기만은 영업을 하고 있음을 알리는 듯해, 세실은 잠시 문고리를 노려보듯 응시하다가 결국 안으로 들어섰다. 고작 바텐더와 나눈 몇 번의 대화 때문에 나혼자 껄끄러워 발길을 돌리긴 묘하게 자존심이 상하기도 했고. 그러나 안에 아무도 없다는 걸 확인하자마자, 그녀는 곧바로 몸을 뻣뻣이 굳힐 수밖에 없었다. 이런 걸 바란 건 아니었으니까.
나가버릴까? 그런 생각이 문득 들었다. 하지만 세실은 등을 돌려 나가는 것 대신 적당한 가운데 자리를 차지하고 앉았다. 바텐더 앞에 앉기는 부담스럽고, 평소에 즐겨앉던 구석자리로 가기엔 지난번 루셸이 했던, 구석자리를 고집하냐는 질문이 떠올라 왠지 떨떠름했으니까.
"보드, 아니. 럼 한 잔만 줘."
세실은 루셸 쪽을 쳐다보지 않으며 주문을 넣었다. 오늘 원래 가려던 곳에도 가지 못했고, 오랜시간 가는 곳마다 허탕을 치고 다니느라 겉으로는 무표정하게만 보여도 평소보다 기분이 약간 날서있는 상태였다. 더군다가 기껏 들어온 바에는 저 명랑하고 사교성 넘치는 바텐더와 단 둘이었으니. 세실은 대화하고 싶지 않다는 분위기를 팍팍 풍기며 주문을 끝낸 뒤 입을 다물었다. 그렇다고 과연, 이런 걸로 루셸이 정말로 말을 건네지 않을지는 그녀 자신도 확신하지 못했지만. -
40 세실주 ◆bF./QldYIg (IBuxid0K.E) 2020. 11. 14. 오전 12:30:40나도 늦어버렸는걸8ㅡ8 그러니까 괜찮아! 공격적인 대화를 위한 소소한 빌드업을 해 보았어. 본격적인 대화는 시작도 안 했는데 벌써 맴찢인 기분이 들기 시작해ㅠㅠ. 루셸 내가 많이 애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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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세실주 ◆bF./QldYIg (aK0h9sRprM) 2020. 11. 15. 오후 7:50:53갱신하고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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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루셸 - 세실◆q/.rlDgH2c (nGgyqGL89k) 2020. 11. 16. 오전 4:58:25루셸은 확실히 밝은 성격이지만, 눈치가 없는 사람은 아니었다. 그리고 비록 길지는 않은 경력이지만 많은 사람을 마주치는 바텐더 일을 하고있으면 표정만 보아도 그 사람의 기분 정도는 가볍게 읽어낼 수가 있는 것이었다. 이것은 그녀의 선천적인 재능이라고도 할 수 있었다. 잠시 문 앞에서 멈칫하는 세실을 보며 루셸은 바 안 쪽에서 목을 꼿꼿히 세우고는 그녀의 주문을 기다리고 있었다.
"네에, 럼으로 한 잔이요!"
이 세상에 사람은 두 가지 타입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상대가 기분이 좋지않은걸 알면 외면하는 사람과, 굳이 그걸 물어봐주는 사람. 그리고 세실에겐 안 된 일인지도 모르지만 루셸은 후자 타입이었다. 주문은, 평소와 달랐다. 세실 그 본인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겠지만 의외로 그녀는 표정과 그 분위기가 기분에 따라 많은 영향을 받는 사람이었다. 루셸은 그렇게 생각했다. 그리고 이 술, 평소 즐겨마시던 것을 시키지 않는다는 것은 기분 전환이 필요하다는 말과 같았다. 게다가 주문을 하면서도 이쪽을 바라보지 않는 시선이, 앞선 것들보다 더욱 확실하게 그 생각을 굳히고 있었다.
"후후. 일진이 사나운 날에는 왠지 독한 술이 마시고 싶어지죠~"
그래서 루셸은 이번에도 세실에게 반가운듯 말을 걸어왔다. 바텐더가 럼이 들은 글라스를 탁자에 놓아주며 오히려 보란듯이 그녀가 기분이 좋지 않은 만큼 방긋 웃었다. 사실, 그럴 필요까지는 없었다. 이 손님이 저번에 주장했듯 자신은 이러한 접대 서비스를 원하지 않는다고 했으니까. 술이 마시고 싶은 사람은 그냥 그렇게 두면 되는 것이다. 그리고 루셸도 평소에는 그런 손님들을 일부러 들쑤시지는 않았다. 이번에도 그저 그녀에게 술만 놓고 가면 자신의 역할은 끝나는 것이었다.
바텐더로서는 그랬다. 하지만 똑같이 술을 좋아하고, 그리고 매번 회포를 술로 푸는 사람으로서는... 알고있었다. 단지 술로만은 그 곤두선 신경을 잠재울 수 없는 거라고. 그걸 들어줄 사람이 필요하다고. 그래서 루셸은, 그냥 보고만 있을 수는 없는 것이었다.
"무슨 일 있으셨어요? 표정이 안 좋아보여요." -
43 루셸주◆q/.rlDgH2c (nGgyqGL89k) 2020. 11. 16. 오전 4:59:39정말 미안해 00... 많이 기다렸지. 면목 없어.
루셸주가 바빠져서, 확인은 했는데 답레는 못쓰고 있는 상황이었어.
금방 끝날거라고 생각했는데... 잠깐 난 틈 사이로 답레 써 봐. -
44 세실-루셸 ◆bF./QldYIg (HlGOyetMTA) 2020. 11. 16. 오후 4:42:03세실은 미간을 약간 찌푸렸다. 바텐더가 중얼거리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었다. 확실히, 세실은 기분이 가라앉은 상태였다. 그렇다고 한들 딱히 기분이 좋지 않음을 티내진 않았을 텐데. 다가오지 말라는 듯 쌀쌀맞게 행동했을 뿐이지. 세실른 루셸의 말을 무시하듯 고개를 돌리고 주문한 술이 나오기만을 기다렸다. 루셸의 말은 어떻게 들으면 그녀에게 말을 거는 듯 싶었지만, 또 잘 들으면 루셸의 혼잣말로 취급할 수도 있었다. 그리고 세실은 당연히, 루셸이 혼잣말을 한 것이리라는 선택을 내렸다.
술을 가져다주며 미소짓는 루셸에 세실은 괜스레 더 꽁한 기분이 들었다. 이것도 그 지난번에 말했던 비싼 술값에 포함된 접대 서비스인 걸까. 분명 그녀는 그런 것은 하지 말라고 말했었다. 세실은 글라스를 덥썩 붙잡고 한 모금을 마셨다. 지금까지 가게에 들어와서 세실은 일부로라도 루셸과 눈을 마주하려 들지 않았다. 하지만, 자꾸만 웃으며 말을 건네는 루셸에게 결국 시선을 둘 수밖에 없었다. 평소의 무던한 눈빛과는 달리, 불편함을 띈 눈으로.
"나한테 신경 꺼. 당신과 말 섞을 마음 없으니까."
루셸은 그저 걱정해서, 세실을 생각해서 한 말이었지만 세실은 그런 친절을 제대로 받아들일 수 없는 사람이었다. 그녀는 이번에야말로 더욱 공고히 벽을 세울 생각이었다. 여기에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았다는 점이 맞물리자 세실의 입에서 튀어나온 말은 평소보다 더 날이 서 있었다. 아예 입을 연 김에, 세실은 계속 하고 싶었던 말들을 꺼내기 시작했다.
"이것도 그 접대 서비스야? 아니면, 나한테 뭔가 바라는 거라도 있어? 누굴 죽이고 싶은 거야?"
점점 언성이 높아져간다. 루셸을 향한 의심을 그대로 드러내며 세실은 쏘아보듯 루셸을 응시했다. 다가오지 말라고, 말 걸지 말라고 거리를 두려 해도 그런 것 신경쓰지 않고 뻔뻔스레 선을 넘어오려는 루셸이, 세실은 부담스러웠다. 세실의 무표정은 이미 깨져서, 복잡한 심경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다.
"당신이 보인 친절, 선의따위는 믿지 않아. 이 세상에서 믿을 수 있는 건 나밖에 없으니까. 그러니, 당신이 다가와봤자 얻을 건 없어."
누군가를 믿었다가 배신당하는 경험은, 이용당하고 버려지는 건 이전에 겪었던 것만으로도 충분해. 타인을 신용하긴 힘들다. 이런 세상이다. 세실은 루셸이 순수한 마음으로 다가왔다는 말을 믿을 수 없었다. 그냥 그녀는, 이 세상에 순응하고 살아가고 싶었다. 루셸이 잘못한 게 하나도 없다는 걸 알았다. 하지만 그 친절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수 없는 사람이 그녀, 세실이었다.
"알아들었으면 이제 내 눈 앞에서 꺼져." -
45 세실주 ◆bF./QldYIg (chni1HEx0g) 2020. 11. 16. 오후 4:44:42루셸주, 많이 바빴구나. 괜찮아! 현생이 더 중요한걸? 답레는 천천히 줘도 돼. 나도 텀이 그렇게 빠른 건 아니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