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6242469> [1:1/HL] 혹시나 하는 기대의 결말 (218)
◆etdF4foNa2
2020. 10. 4. 오후 12:50:47 - 2021. 1. 7. 오전 1:3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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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etdF4foNa2 (4tI3456xq.) 2020. 10. 4. 오후 12:50:47
>>1 권혜주
>>2 함 율 -
3 함율주 (evicvGToGA) 2020. 10. 4. 오후 1:05:42혜주주. 보트 만들어 주어서 감사합니다! 새집공기가 쌍쾌하네요! ^▽^ 첫 일상을 어떻게 시작할지 정하고 싶지만 약속이 있어서 나가야 할 것 같아요. 혜주주도 시간 날 때 올려주시고 조금씩 조금씩 이야기 나누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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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혜주주 (4tI3456xq.) 2020. 10. 4. 오후 1:32:02잘 찾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율주! 0v0 약속 조심히 잘 다녀오시구요, 첫 일상에 대해서는 시간날 때 오가면서 천천히 상의해보면 좋겠어요. 당장은 정리가 안 돼서 어떤 상황이 좋을지 조금만 다듬어 보고서 올려볼게요. 이따 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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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혜주주 (4tI3456xq.) 2020. 10. 4. 오후 7:58:01일상 상황 몇 가지 생각해본 것 조금이나마 정리해서 올려둘게요~
첫 번째는 연주회 끝난 이후예요. 이때 연주회는 단독이 아니라 오케스트라 공연에 몇 곡 치고 내려오는 게스트 형식으로 참여한 연주회로 생각하고 있어요.
두 번째는 아무래도 혜주가 대학원을 다니고 있을 것 같아서 0vㅠ... 강습 이후...? 석사과정은 모교에서 밟고 있는 걸로 하려구요. 수업 끝나고 따로 연습하는 것도 좋고 집에 돌아가는 길도 좋구요.
세 번째는 율이가 가끔 외박을 한다고 해서 생각난 건데, 외박하고 돌아온 아침에 마주치는 상황이에요. 같이 산 뒤로 율이가 외박하는 날엔 종종 율이방에서 자는 버릇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같이 있을 때 그러는 일은 없구요, 집에 혼자 남았을 때만 가끔요. 이 부분은 불편하시면 제외할게요!
일단은 생각나는 거 전부 써보았어요. 두리뭉실한 상황의 틀만 잡아둔 거라서 천천히 같이 다듬고 시작하고 싶어요! 0v0 -
6 함율주 (Qvw5TQcxmc) 2020. 10. 4. 오후 9:50:01세 개나! 0▽0 저는 공연을 기대하는 관객들에서 시작해서 함율이로, 율이가 연주회장으로 들어가면서 혜주가 앵글에 꽉 차는 걸 생각해 보았어요. 이게 생각해주신 첫 번째 상황이랑 겹쳐서 첫 번째 상황으로 하면 좋겠어요.
혜주 율이 방에서 잔다구요? (먹먹) 전혀 불편하지 않아요. 오히려 혜주가 귀여운 걸요. 세 번째 상황도 재미있겠어요. 다음에 보고 싶어요. 선레는 먼저 써 주셔도 괜찮고 제가 먼저 써도 괜찮은데, 제가 써 올까요? -
7 함율주 (Qvw5TQcxmc) 2020. 10. 4. 오후 9:54:11율이의 원가정은 대한민국 평균 형편보다 한참 미만이었던 걸로 바뀔 것 같아요. 참고하실 수 있게 올려놓아요! 그리고 질문이 있는데, 율이가 혜주네 가족에게 거두어진 건 둘이 몇 살 때일까요? 중, 고등학생으로 예상을 하고 있기는 했어요. 혜주주는 언제로 생각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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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혜주주 (4tI3456xq.) 2020. 10. 4. 오후 10:39:46헉 상상하신 거 되게 영화 같구... 제가 그만큼 멋진 시작을 못할 것 같아서 율주가 선레 주시면 제가 잘 이어받아볼게요 ㅠvㅠ!
앗 좋아해주셔서 다행이다 ㅎ-ㅎ 그럼 세 번째 상황은 언젠가의 일상소재로 킵해뒀다가 주섬주섬 꺼내볼게요.
>>7에서 말씀해주신 율이 가정사 확인했습니다! 저도 비슷하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구체적인 나이는 음 15-16세 정도 괜찮으세요? 율이가 함께 살게 되면서 중학교는 한 번 옮기고, 고등학교는 나란히 같은 곳에 진학하는 그림을 생각했어요. -
9 율 - 혜주 (MpzH2I9Bmk) 2020. 10. 5. 오전 10:53:47콘서트 홀 로비.
일부는 인터미션에 맞추어 입장을 서두느라 야단이다. 더러는 1부의 평과 경탄으로 입방아를 찧는다. 관객 동선에서 빗겨난 곳에는 오늘 공연을 알리는 배너가 있고 그 앞에는 의도치 않게 배너에 쏠려야 할 눈길을 가로채는 중인 남자도 있다. 남자는 자색 안개꽃을 엮어 만든 작은 꽃바구니를 들고 투명한 변색렌즈 아래로 모든 소란에 귀를 기울인다.
언제부터였나? 연주회장의 소음 가운데서 당연하게 피아니스트의 그림자를 찾게 된 것은.
- 2부에는 피아노 협연이 있다죠?
- 그렇다죠?
원피스에 간절기 숏 재킷을 덧입은 여인들이 공연의 구성에 관해 지식을 교환하고 있다. 자기네를 주시하는 배너 앞의 인물을 알아채고서 목청은 줄어들지만, 남자가 관심을 보잘것없는 배너로 되돌리자 한담은 주제가 바뀌어 낮아진 음량으로 계속된다.
피아니스트를 말하는 목소리에서 높은 옥타브와 기대감이 빠지기 시작한 때를 율은 정확히 기억하지 못 한다.
율은 휴대폰 화면에 떠오른 네 자리 숫자를 보고서 공연장 내부로 이동한다. 잔향마저 놓치지 않으려는 건축가의 집요함이 벽체와 천장의 굴곡 하나하나에 스며들어 있다. 무엇 하나 허투루 설계되지 않은 홀에서 누구나가 객석에 오르기만 하면 악기 제조자와 무대 감독과 스탭, 연주자들의 거대한 협연을 감상할 수 있다.
공연이 재개되자 입장하는 연주자들 속에서 율은 기대와 일치하는 것을 찾아낸다. 무대에서 멀찍이 떨어진 좌석에 편안하게 자리잡은 뒤에 율은 건반이 물 흐르듯 눌러지고 관객들이 기립하고 앵콜을 연호하고 커튼콜이 끝나기 몇 분 전까지의 목격자가 된다. 지휘자가 단원들과 특별한 객원 연주자를 기상시켜 박수 소리를 나누기 몇 분 전 시점, 불이 들어오지 않은 통로를 느직느직 걸어 나간다.
건반 위를 거니느라 바빠 답신을 보낼 수 없던 당신 손의 처지를 알면서도, <언제 끝난다고 했지?>.
공연장 바깥을 가장하여 찍어보낸 글자들이 전파를 타고 닿은 시각은 그 즈음이었나. -
10 함율주 (MpzH2I9Bmk) 2020. 10. 5. 오전 10:59:47>>8 영화처럼 상상하는 버릇만 있을 뿐이라, 생각만치 멋지지 못 하지만요!
말해주신 시기로 좋아요. 율이의 고교 데뷔는 화려했겠네요. 고등학생 시절에 혜주와 여러 접점도 있었을 것 같아요. 그리고 혜주가 촉망받던 때를 기억하고 있을 것 같아서 선레에 끼워보았답니다. -
11 혜주 - 율 (gBeqLoXtc2) 2020. 10. 5. 오후 8:17:12언제부턴가 제가 커다란 거품 같다고 생각했다. 이야기 끝의 인어공주처럼 한순간에 사라지는 거품이 있다면 아주 천천히, 사라지는 줄도 모르게 꺼져가는 거품도 있기 마련이다. 둘 중 제게 해당하는 걸 고르자면 당연히 후자였다. 그러나 작은 물자국 정도만 남기고 사라지는 행운이 주어질 리 없으므로.
지휘자의 손짓과 함께 생각이 끊어졌다. 피아노 앞에 앉아 있을 때는 거진 그랬다. 조명이 반짝이고 보는 눈이 많을수록 쉬웠다. 그런 상황에서는 어떤 생각이 떠오르든 익숙한 긴장에 잠식됐다. 그 순간엔 손가락이 건반의 어디를 어떻게 눌러야 하며, 그 다음에는 어디로 향해야 하는지가 가장 중요했다. 여러 번 연주한 곡인 경우엔 손이 앞서나가기도 했다. 박수가 쏟아지는 건 음표가 모두 지나간 뒤의 고요한 백지상태에서. 혜주는 정해진 수순대로 함께 가벼운 박수를 치다 지휘자의 손짓에 일어나 인사했다.
박수소리와 앵콜을 외치는 목소리는 퇴장과 함께 멀어졌다. 마지막 곡이 제 몫이 아니게 된 지는 오래 되었다. 틀린 곳도, 어긋난 곳도 없었으므로 누군가는 좋은 연주였다고 평할 것이다. 누군가의 기억엔 공연이 끝나고 난 뒤의 공기와 맞물려 아름다운 순간으로 각인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몇몇은 분명히 알아보았을 것이다. 잘 다듬어 그럴 듯해 보일 뿐, 특별한 건 없었다는 걸. 그런 건 시간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말 그대로 타고 나야 했다. 불공평하다는 생각은 일찌감치 접었다. 세상에는 어쩌지 못하는 게 수도 없이 많았다. 그중 하나라 여기면 특별히 비관에 빠질 일도 없었다.
뒤이어 내려온 오케스트라 단원들과 지휘자와 가벼운 인사를 나눴다. 몇몇은 익숙하게 안부를 묻기도 했지만, 다시 올라가기 전까지 주어진 시간이 길지 않아 영양가 없는 말들은 금새 끝이 났다. 휴대폰을 확인한 건 아주 멀리서 다시 튜닝하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을 무렵이다. 별 내용도 없는 메시지를 한참 쳐다봤다. 유실물이 된 기분이었다. <빨리 오면 안 돼?> 적었다가 지웠다.
<끝났어. 언제 와?>
휴대폰을 꽉 쥐고 의자에 기댔다. 이제는 멀리서 박수소리가 들렸다. 다시 연주가 시작될 참이었다. -
12 혜주주 (gBeqLoXtc2) 2020. 10. 5. 오후 8:29:38>>10
멋지게 시작해주셔서 감사해요! 극초반이긴 하지만 앞으로 풀어갈 이야기들이 기대되어요. 속도는 보시다시피 제가 빠르지는 않아서 ㅠvㅠ... 여유있게 생각하고 진행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아무래도 같은 학교니까 꽤 있었을 것 같아요. 어쩌면 한 번쯤은 같은 반이었을 수도 있고, 같은 반은 아니었어도 같은 문과니까 멀지는 않았을 것 같구요! 고등학생 시절 이야기 차차 풀어보는 것도 재미 있겠네요! 0v0 -
13 혜주주 (7RPzguucWo) 2020. 10. 6. 오후 1:41:30오늘은 한가해서 들렀다 갈게요! 좋은 하루 보내세요~ 0v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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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율 - 혜주 (FJn4cCRFa.) 2020. 10. 6. 오후 5:55:07숙련된 단원들이 규칙에 맞추어 현을 비비고 날숨을 불어넣어 만드는 일련의 음들이 문을 지나자 하물하물 꺼진다. 막간이 지나 홀이 인파를 뱉으면 미어터질 로비는 폭풍전야의 고요를 맞고 있다. 주 출입구를 넘어 건물 외벽의 후면으로 돌자 연주자용 출입구가 모습을 드러낸다. 계단과 지면 0.85m의 장애인용 경사로가 매달려 있지만 오르내리는 사람은 없다.
율은, 그냥 보기만 한다.
<5분 뒤에 나와~>
화면을 꺼뜨리고서 역순으로 수를 세는 율의 입술이 바르작거린다. 299, 298, 297... 팔에 힘을 빼고 건물을 뒤로 하여 야외 계단을 내려간다. 꽃 노점의 주인이 빈둥대며 등허리를 긁는다. 율은 연주회장으로부터 멀어지고 있다... 268, 267... 양버즘나무 아래, 산책하던 노인과 처음 보는 래브라도 리트리버가 있다. 율은 리트리버와 인사를 나누려 키를 반의 반으로 접는다... 186, 185... 공영 주차장에 닿는다. 미리 대 놓았던 차량에로 걸어가면 열쇠가 본체에 내장된 인식 장치와 공명한다... 164, 163... 차 내에서 로맨스 영화를 재생한다. 2분 남짓 여주인공은 부지런하게 전 남자친구를 만나 설욕전에 성공했으며 전 남자의 현 여자친구 되는 인물에게 경고를 남겼다. 이는 영화의 핵심을 관통하는 주요한 장면이지만 정신을 딴 데 팔고 있던 율은 감독의 의도를 알아챌 수 없다. 주인공이 떠들던 와중 배우와 조금도 닮지 않은 여인과 그녀가 삽입된 무대 위의 장면을 반추하고 있었나. 율은 그 때 오늘 들은 연주에 관하여 자기만의 평을 내렸다. 이것이 공유될련지는 변덕에 걸려 있었다.
율은 차를 끌고서 홀이 삽입된 배경에 재등장한다. 미리 봐 두었던 연주자용 출입구 앞에 능숙하게 조수석을 위치시킨다. 당신이 걸음을 늦추지 않고서도 복도를 걸어 나와 좌석에 올라탈 수 있기를 기대하며 짙게 틴팅된 옆유리를 내려 운전자가 누구인지 내어 보이기도 잊지 않으며, 그제사 꽃 바구니에서 받는 이의 이름을 적는 카드를 발견하고서 잉크 향을 적나라하게 풍기는 유성펜 뚜껑을 앞니에 물고 이름을 써 넣는다.
혜주. -
15 율이주 (FJn4cCRFa.) 2020. 10. 6. 오후 6:02:20>>12 저도 풀려갈 이야기들을 기대하고 있답니다! ^▽^ 속도도 보신 듯이 빠르지 않아요. 서로 여유있게 진행하자구요.
반이 같았던 적이 있으면 둘의 관계가 더 달달하거나 더 짭짤해질 것 같아요. 혜주와 둘이 보내는 시간이 길었다면 설탕 한 스푼 추가고 학교에서 혜주가 율이와 서로 지원하고 받는 관계를 티냈다면 소금이 한 스푼 추가되겠네요. 율이는 자존심이 세고, 혜주에 대해 깊게 알아갈수록 더 좋아하게 될 것 같거든요.
이번 일상에서 율이가 혜주네 부모님을 알고 있을 테니까 "~이랬다더라." 전달하게 해 보려고 하는데 혜주네 부모님이 율이를 거쳐 혜주에게 전할 말이라면 무엇이 있을까요? 못 와서 미안하다거나 하는 분인가요? '▽' 얘야, 선 자리 잡아놓았다?(?) 딱히 거쳐 할 말이 없을 것 같으면 없어도 괜찮아요! 혜주주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 -
16 율이주 (FJn4cCRFa.) 2020. 10. 6. 오후 6:09:02참, 저 꽃은 혜주의 연주회 때 매번 사 갔을 것 같아요. 혜주에게 주는 거지만 동시에 예술을 빈 손으로 감상할 수 없다는 성의의 표시이기도 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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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혜주주 (j/QIClA0tM) 2020. 10. 6. 오후 7:45:06앗 그럼 편하게 천천히 진행하는 걸로 해요! 대신에 피치 못할 사정으로 오래 못 오게 되는 날이 있으면 미리 말씀드릴게요.
같은 반이었을까는 어느 쪽이든 좋아서 ㅎ-ㅎ... 율주가 결정해주시거나 다이스로 정해도 될 것 같아요. 혜주는 여러모로 복잡해질 것 같아서 지원하고 받는다는 말 안 했을 것 같긴 한데, 알 만한 애들은 다 알고 있지 않았을까 싶긴 하네요.
못 가서 미안하다는 말 전하셨을 것 같아요. 근데 그게 하루이틀은 아니라서 진짜 사과나 애틋함보다는 평범한 안부묻는 말에 가까울 것 같구요. 앗, 율이 매번 꽃 준비해주는 거 섬세하네요 ㅠvㅠ*
참, 답레 쓰다가 여쭤볼 게 생겼는데, 율이는 백스테이지로 잘 안 오는 편인가요? 매번 안 오는지, 그때그때 마음 가는대로 하는지 궁금해요! -
18 함율주 (FJn4cCRFa.) 2020. 10. 6. 오후 9:13:58며칠씩 못 들어오게 되면 저도 미리 말씀드릴게요! 제가 정한다면 혜주와 율이는 학교는 같지만 다른 반이었던 걸로 할게요. 같은 반이면 심화판이 될 것 같아서 아무래도 기본판부터 시작하는 게 좋겠죠. 거기다 혜주는 말 하지 않았지만 모두들 알고 있으면 소금 맛 확정이네요. ^-ㅠ
더 섬세했음 좋겠는데, 연주회 때가 아니면 혜주가 꽃을 거의 못 받았을 거거든요! 답변은 답레 쓸 때 참고삼을게요. 백스테이지에 안 오는가는 그때그때 율이 마음대로겠어요. 실은 이번에 왜 백스테이지로 가지 않았냐면... 관객석밖에 못 앉아 본 뒷사람 때문이랍니다! 들어가도 되는지 몰랐어요!! ㅠ-ㅠ 너튜브 보니까 연주자 용 출입구가 따로 있길래, 그건 과연! 그렇구나!! 하고... -
19 혜주 - 율 (j/QIClA0tM) 2020. 10. 6. 오후 10:48:55손바닥 아래에서 진동과 함께 휴대폰 액정이 점멸했다. 따로 답장을 보내진 않았다. 옷을 갈아입을까 고민하다 신발만 갈아신기로 한다. 종이백을 열어 신발박스를 꺼냈다. 안에 들어있던 굽이 낮은 로퍼를 꺼내 신고 구두는 다시 박스 안에 넣었다. 그 사이에 2분이 지났다. 로퍼는 뒷축을 구부려 신었다. 신발을 구겨신는 걸 좋아하지 않았지만, 연주가 끝난 후만은 늘 예외였다. 이런 날 신는 신발들에는 뒷축에 누가 여러 차례 그어둔 것 같은 선이 있었다.
소지품을 대강 쓸어넣은 가방을 입고 왔던 원피스와 함께 팔에 걸쳤다. 나머지 손으로 구두가 든 종이백을 들고 나니 이미 남는 손이 없는데, 주최 측에서 준비한 꽃다발까지 안고 났더니 무언가 떨어뜨리지 않으면 다행인 모양새였다. 꽃다발은 장미부터 백합, 안개꽃 따위가 섞인 평범하고 예쁜 것이었다. 짧게 향을 맡고선 천천히 걸어나갔다. 늘어진 드레스 뒷자락이 바닥에 질질 끌렸다.
길게 이어진 복도가 끝나고, 몸을 틀자마자 율이 대어놓은 차가 보였다. 친절하게 차창까지 열어둔 덕에 익숙한 얼굴을 찾아 헤맬 필요도 없었다. 모든 게 자로 잰 듯 깔끔하게 떨어졌다. 언제부턴가 이런 걸 마냥 달갑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건, 제 속에서 꼬인 무언가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그걸 풀 기회 같은 건 영영 주어지지 않을 테니. 없는 것 취급하는 게 나았다. 무거워진 입가를 가볍게 당긴 혜주가 작은 홀을 지나 짧은 계단을 내려갔다.
혜주가 가장 먼저 한 일은 간신히 움직이는 손으로 뒷좌석 문을 두드린 것이다. 곧바로 문을 연 탓에 안고 있던 꽃다발이 조금 미끄러졌지만, 떨어지지는 않았다. 가방과 옷가지를 비롯한 모든 짐을 좌석에 쏟아내듯 내려둔 혜주는 다시 문을 닫고 조수석으로 향했다.
“일찍 왔네. 근처에 있었어?”
혜주가 안전벨트를 당기며 물었다. 곧 틈이 맞물리는 소리가 났다. 머리를 한 번, 드레스 자락을 한 번 쓸어 가볍게 정리하곤 율을 바라봤다. 정확히는 그에게 있는 꽃바구니를.
“…꽃 취향 참 한결 같아.”
입술 새로 실바람 같은 웃음이 샜다. -
20 혜주주 (j/QIClA0tM) 2020. 10. 6. 오후 10:56:32짭짤한 기본판으로 시작하게 되겠네요 0v0 역시 간이 좀 되어있어야 맛있다구...(아님)
그때그때 내키는대로군요! 저도 이건 알아놓을게요. 저도 관객석에만 앉아 본 사람인데다 그마저도 까마득해서 ㅠvㅠ 레스쓸 때마다 엄청 찾아보고 있어요 ㅋㅋㅋㅋ큐ㅠㅠㅠㅠㅠㅠ
아마 혜주는 (율이가 못 온다고 해도) 늘 티켓줄 것 같고, 또 관계자니까 출입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애매하거나 틀린 게 있다면 여기 세계관에서는 다 가능하다고 하는 걸로 ㅎ-ㅎ... -
21 함율주 (E/x4bX1zOQ) 2020. 10. 7. 오후 6:23:13암요. 조미료가 괜히 있겠어요. 촥촥 간 해서 먹으라고 있는 것입죠! ^▽^ 아니... 혜주주도 찾아보고 계세요? 저는 혜주주가 글을 자연스럽게 잘 써 주시길래 잘 아시는 줄로만 알았네요.., ㅋㅋㅌㅋㅋ
혜주가 주는 티켓은 쓸 때도 아닐 때도 있을 거예요. 이번에는 일부러 티켓 안 쓰고 일반석 가서 봤을 것 같구요. 은근히 이러는 때가 많을 거예요. 혜주는 율이가 올 확률이 반반이라고 느낄 수도 있는데 율이는 혜주 연주를 대다수 챙겨봤을 것 같아요. 세계관적 허용한다니 맘 편하네요! 다음에는 스테이지 뒤로 율이 살살 밀어볼게요. ꒰◍ˊ◡ˋ꒱੭ु⁾⁾
추석 기간 밀린 현생이 몰려들고 있네요. 아이구. 현생이야! -
22 혜주주 (QZTeDQ/XiI) 2020. 10. 7. 오후 9:21:18혹시나 보다가 와장창 깨실까봐 열심히 찾아서 쓰고 있었답니다... 안 들킨 것 같아서 다행이네요 0v0...! 어어 근데 이렇게 말하면 자백하는 건가 ㅋㅋㅋ큐ㅠㅠㅠㅠ
혜주는 확실히 반반으로 생각하고 있을 것 같아요. 대다수 챙겨보다니 ㅠㅡㅠ,,, 혜주는 모르고 알게 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할 테니까 제가 미리 알고 먼저 감동 좀 받고 있을게요 흑흑... 권혜쭈 니가 몰 알아! 역시 세계관적 허용이 안정적이죠 ㅎ-ㅎ* 다음에는 스테이지에서 만날 율이를 기대할게요!
그러게말이에요... 이번 주에도 하루 쉬어서 그런지 앞뒤로 밀리고 밀릴 예정일 것들이 몰려들고 있네요! 0vㅠ 환절기에 피곤하면 감기 들기 쉬우니까 조심하시구 밤에는 푹 주무시구요! -
23 율 - 혜주 (wgCdwBrzII) 2020. 10. 8. 오전 12:44:58혜주의 양손을 차지한 종이백들과 품에 만발한 규격 외의 수입이 혜주와 한 다발로 뭉쳐 가까워진다. 율은 차내에 붙은 후방 주시용 거울로 목을 꺾는 수고를 감당하지 않고 뒷좌석을 채우는 혜주를 지켜본다. 연주회가 아니라 물류 창고에 보낸 모양새다. 백미러에 비친 제 투영이 실소한다.
혜주가 피아노에 바친 노고와 맞바꾼 꽃다발의 갯수를 셀 때에 하나라고 할 수 있는 동안에는 주최 측의 성의 표시를 넘어선 진상을 캐지 않는단 것이 율의 룰이다. 둘과 셋을 넘어간다면 신경이 곤두서고 피로가 닥칠 것이 어느 모로 보나 자명하다. 그러나, 지금이라면 물고 있던 펜 뚜껑에 펜의 끝을 밀어넣으며 티끌 한 점 없이 맑은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 공기에 노출되어 말라 가던 혀를 적시려 입맛을 다신다.
"아주 근처!"
어디에 있었는지를 알고 있는 사람은 둘에 하나였으니 율에게는 이보다 기꺼울 게 없구나. 혜주가 매무새를 정리하는 동안 점성 높은 시선을 거둘 마음이 없다. 입의 모양이 후련하게 반원을 그리다 시간의 진행에 따라 시들어 일자로 떨어진다. 이토록 낭자하게 음악적인 드레스는 혜주의 어떤 속성을 극대화시키는 것 같다. 율은 경탄하면서도 속이 우글대기를 번갈아 하다가, 운전석과 조수석의 거리가 어느덧 마일의 단위로 멀어져 버렸다고 교란당한다.
"누구누구가 한결 같이 받아주니까 취향이 단단히 길을 잘못 들었지. 자~ 오늘도 수고 많았네. 무대 위든, 뒤에서든, 별 탈은 없었나 몰라?"
작은 꽃 바구니를 손에 얹어 혜주를 향해 들어올리는 통에 다른 손은 반강제로 이를 떠받치고 있다. 율이 공손해지는 몇 안 되는 때다.
"난 고생한 우리 피아니스트 씨에게 요기라도 시키고 싶지만.., 먼저 집으로 모셔야겠지?"
조수석을 어지르고 있는 드레스 자락을 두고 눈짓한다. 누구도 드레스를 식당에 끌고 싶어 하지 않을 거라는 것이 율이 가진 상식이다. -
24 함율주 (wgCdwBrzII) 2020. 10. 8. 오전 1:00:41혜주가 공중곡예를 도는 정도가 아녔으면 영영 몰랐을 거예요! (음알못) 어어. 자백은 하셨는데 모니터에 뭐가 끼어서 저는 못 봤네요. 기억 안 나요~ (•ε• )
혜쭈는 모를 수도 있지! 잘못은 율이네 스토커 기질이 다 했다구요. 허용이 된다면 찾아 보아도 잘 모르겠고 애매모호한 건 들입다 해 볼게요. (와장창 깨는 혜주주)
읽고서 생각했는데 혜주 지금 머리 모양이 어떤지 궁금해요. 다르게 했을 것 같은데 땋았나? 올렸나? 묶었나? 풀어 내렸나? 혼자 궁금해 했답니다. '▽' 혜주주도 밀려드는 것들에 휩쓸리기 시작한 것 같아서 슬픈 맘이에요. 저도 몸 조심할 테니 혜주주도 창문 꼭 닫고 주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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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혜주주 (2dB.6frTOY) 2020. 10. 8. 오후 6:37:42공중제비 ㅋㅋㅋㅋㅋㅋ 상상도 못한 기준이라 좀 웃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어 적당한 타이밍에 뭐가 묻어줬네요. 이제 내 자백은 아무도 모르겠군...! 0v0*
율이가 뭐가 나쁜지 모르겠어요! 우리 밤톨이에게 왜 그러시죠? 그러고 보니까 율하면 밤 율자가 제일 먼저 생각이 나서... 율이 이름보면 귀여운 밤알이 생각나요... 189의 건장한 청년인데...... 세계관적 허용 아래선 뭐든지 가능하다고 들었습니다 uu 아니라구요? 오늘부터 그런 걸로 해요!
혜주 머리는 사진 같은 머리로 생각하고 있어요 0v0! 밀려드는 게 이제 빠져줄 법도 한데 아직 생각이 없는 것 같네요 ㅠㅡㅜ 눈치없는 녀석들아...! 저는 이 친구들 다 내보내고 다시 올게요. 좋은 저녁 되세요! -
26 함율주 (wgCdwBrzII) 2020. 10. 8. 오후 9:57:30이미지 자료! 생각도 못 했는데 감사해요. Σ0◇0 땋고 묶고 내리고 혜주는 전부 했네요. 여기에 드레스도 입었으니 현실 디즈니 공주풍 느낌일 것 같아요. 끈 같이 땋은 부분 만져보면서 "나도 머리 길러볼까...?" 생각없이 말 던지는 율이가 생각나네요.
밤ㅋㅋㅋㅋㅋ톨ㅋㅋㅋㅋㅋ 문득 궁금해지는데 혜주도 율이를 그렇게 부르고 싶어 할까요? 밤알밤알한, 율이랍니다~~ ⁽⁽◝( ˙ ꒳ ˙ )◜⁾⁾ 사족을 달자면 말씀하신대로가 맞아요. 율이는 이름에 밤 율자를 써요. 빛날 율을 써야 될 것 같지만 사실은 밤나무 율이였다고 한다면 율이가 가진 속성이랑 잘 맞을 것 같았거든요. 혜주주가 감이 좋아서 율이는 이제 꼼짝 못 하고 189의 큼직한 밤톨이가 되고 말았네요. 저런, 쯔쯔. 적다 보니 궁금한 게 생겼는데요. 혜주의 이름을 어떻게 만드셨는지예요. 한자 이름이라면 정하신 한자가 있나요? 참고로 저는 맘 가는 대로 이름 먼저 정하고 한자를 나중에 붙이는 스타일이에요!
야호! 세계관 최고. 분명 재밌는 걸 요기조기 끼워 넣을 수 있을 거예요. ٩(`・ω・´)و ҉* 저는 오늘은 요 녀석들이 살짝 덜 밀려와서 일찍 잠들 수 있답니다. 차근차근 한 놈씩 보내 보자구요. 안녕히 주무세요! -
27 혜주주 (xk4y8/ePpw) 2020. 10. 9. 오전 1:56:09저 머리모양을 도저히 말로 표현할 재주가 없어 이미지 자료를 열심히 찾았답니다 ㅠvㅠ ㅋㅋㅋㅋㅋ 율이 말에 혜주는 아마... 율이 머리카락 슬쩍 보면서 "상한 것부터 잘라내고 말해." 하지 않을까요? 그러면서 내심 율이 머리 기른 모습 상상해볼 것 같네요. 솔직하지 못한 모습 우우우,,,
부르고 싶어는 할 것 같아요! 귀여우니까! 귀여운 건 최고니까! "율아" 아니면 "유리야" 하는 게 보통일 것 같고, 부르고 싶어하면서도 여러 이유가 있어서(1. 부끄러움 2. 밤톨이라고 하기엔 율이가 너무 장신임) 밤톨이라곤 못 부를 텐데, 가끔 율이 보고 예쁜 밤알 상상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보니까 실천은 하나도 못 하고 생각만 하네요 0vㅠ 율이가 가진 속성...! 겉은 뾰족뾰족하게 보여도 속은 예쁘고 동그랗고 달콤한 알맹이가 있는 걸까요! 매력적이에요 uu*
혜주도 이름이 먼저 붙고 나중에 한자가 붙은 케이스예요! 한자는 슬기로울 혜, 주인 주 이렇게 두 개 쓰였답니다. 이름 자체는 이미지랑 얼추 맞는 것 같은데 제가 '혜주주'라고 쓸 때마다 대주주가 생각나서 기분이 묘하네요. 그런 생각은 아마 맘속에 있는 불로소득에 대한 꿈 때문이겠죠,,, 야호~! 우리 좋아하는 것들 마음껏 넣어서 재밌는 세계관 만들어봐요!
저는 이제야 시간이 나서 답레를 쓰고 있는데 다 완성 못하고 잠드는 미래가 그려지고 있어요... 선명한 게 꼭 미래에 다녀온 것 같네요 ㅋㅋㅋㅋ큐ㅠㅠㅠ 아마 일어난 다음에 마저 써서 올리게 되겠어요. 율주 푹 주무시고 계시길 바라요! -
28 혜주 - 율 (xk4y8/ePpw) 2020. 10. 9. 오후 4:40:43멀지 않은 곳에 있다가 제게 연락을 하고 알맞은 때와 장소에 맞춰 찾아오는 율을 생각한다. 하나하나의 행동을 시간 순서대로 배열해 일련의 과정으로 만드는 일은 쉽다. 그러나 멀지 않은 곳에서 율이 무얼 하며 시간을 보내는지, 제게 메시지를 보내고 공연장까지 찾아올 때 어떤 생각을 하는지는 모른다. 당연한 일이다.
“근처면 그냥 들어오지.”
그래서 율의 이런 행동들이 참 기껍고도 슬프다고, 혜주는 말하지 않는다. 대신 절반 정도만 진심인 무게 없는 말을 건넸다. 던진 말이 가벼워 입가를 올리는 일도 자연스러웠다. 장난스럽게까지 보이는 율의 행동이 혜주의 웃음을 더욱 헐값으로 만든다. 익숙하다는 듯 한 손만 뻗어 받아들면서도 표정이 한결 느슨했다. 그러면서도 한켠에서는 남은 시간을 가늠해보는 일을 멈추지 못했다. 내가 숨이 죽는 게 빠를까, 네가 나 모르는 어디로 가버리는 게 빠를까. 역시나 말은 않는다. 때때로 묻어두는 일만이 최선인 것이 있으므로. 멀리서, 혹은 생각보다 가까이서 다가오는 끝을 바라보며 그의 도착 시간이 유예되길 바랄 뿐이다. 혜주가 양손으로 든 꽃을 들어올리며 고개를 숙였다.
“뭐가 잘못 들어? 난 이거 좋던데.”
역시나 꽃향기보다는 제게 얹혀진 향들—이를 테면 향수나 스프레이 같은 것들—이 더 강하게 났다. 다시 꽃을 무릎 위에 올려두고도 아쉬워 손가락으로 겉을 쓸었다.
“늘 비슷하지. 별일 없었어.”
대수롭지 않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대단히 만족스럽지도 실망스럽지도 않은 연주. 특별할 것 없이 가볍게 지나가는 인사. 벌써 흐려지기 시작한 흔적들을 되돌아보며 익숙한 공포에 젖었다.
“…옷 갈아입고 올 걸 그랬나 봐. 너는 저녁 먹었어?”
“아직이면 뭐라도 사서 들어갈까.” 혜주가 창밖으로 시선을 던지며 말했다. 딱히 구경할 건 없었다. 차라리 옆으로 눈을 돌리는 편이 나을 걸 알지만, 시선은 한쪽 구석에 처박혀 움직이지 않았다. 그렇게 쳐다보고 있으면 뭐라도 생길 것처럼. 어쩌면 그러길 바라는 것처럼. -
29 율 - 혜주 (l8P6hpIByw) 2020. 10. 9. 오후 9:00:13"그건 재미가 없지?"
지그시 눈을 감으며 저의 말 빈 데에 거죽을 입힌다. "혜주가 하는 연주 지루했겠다는 말은 아니고~". 요구되는 행동. 앉아야 할 자리. 율은 이를 그르치면서 쾌락을 얻은 적이 없지만 어리석고 착하도록 지키고 있자니 달라지지 않는 현실에 울화 치밀기가 왕왕이다. 그런 기분의 방어 행위가 지금 나를 들쑤시고 있다고, 또는 슬프다는 고백을 혜주가 앞세웠더라면 율의 답에 흔들릴 여지는 있었나? 여태껏 하루를 돌이켜 오늘 혜주의 웃음에 무게가 얼마였는지 암산하느라 잠 못 든 밤은 없었다. 바늘 하나 끼울 틈 없이 완벽하게 깎인 그 웃음에 의심을 품은 날이 없구나.
"좋아해주면, 더 바랄 게 없고."
졸업 연주회도 아닌데 매번 꽃이라! 내면에 적이 사는 것 같다. 무엇을 하든지 율은 강도만 다른 체벌을 당하고 매번 거기에 피흘리면서도 먹이를 주는 것 외 다른 대처를 모른다. 그 때문인지, 선생님을 그렸다고 아이가 크레파스로 그린 그림을 내놓는다면 이에 댈 대답과 지금 저에게 하는 대답은 어디에서 어떤 차이를 갖느냐고 묻고 싶다. 꽃이 본래 지닌 것보다 훨씬 강렬하고 유독한 향을 머금도록 해 향을 느끼는 혜주를 파묻어 아무런 감상도 말하지 못 하게 만들고도 싶다. 물론 이 모든 사건은 상상에 그친다.
"아무 일이 없었다니 아쉬운데. 이 얼굴 보고 싶어서 손이 빨라지지 않았다? 정말?"
대수롭지 않은 말과 말이 겹친다. 율은 언제나처럼 알맹이 없는 문장에 최선을 다해 속없이 구워 낸 대답이 돌아올 순서라 본다. 턴테이블과 같다. 누구를 위해랄 것 없이 그저 돌아가고, 돌아간다.
"5분만 줬는데 그동안 갈아 입었으면 챔피언이지. 기다리게 안 만들어 줘서 기특한데?"
"터키 샌드위치는 어떠십니까~" 창을 넘는 혜주의 시선을 구태여 쫓지 않으며 율은 기어를 움직인다. 페달을 밟고 있던 구두를 세우자 차체가 부드럽게 전진한다. -
30 함율주 (l8P6hpIByw) 2020. 10. 9. 오후 9:02:23생각뿐인 혜주... 우우우.., 그지만 언젠가는 솔직해지겠죠. "그래 버리면 남는 머리털이 없을 텐데~" 되받을 율이. 상하거나 말거나 단순하게 머리에 끈이 달려있으면 재밌겠구나 하구 있겠지만요.
부르고 싶어 하는 이유가 너무 귀엽네요. 혜주는 귀여운 것 좋아하나 봐요. 냉미녀러스한 겉모습과의 갭이 불타올라요. 꿈보다 해몽을 너무 잘 해 주셔서 솔직하게 말씀드리기가...! 빛나는 녀석 같지만 내면은 그렇지 않았거든요. 그치만 해석해 주신 게 더 예뻐서 앞으로는 그런 척 하려구요. ^▽^ (?)
정말 이미지랑 잘 맞는 의미인 것 같아요. 혜 자도 마찬가지고 주인 주 자가 들어가는 것도요. 주인 율 자는 없지만 율 자에 주인이라는 뜻이 있었더래도, 저는 율이에게 붙이지 않았고 어울리지도 않았을 거예요. 저건 혜주라서 소화가 가능한 한자라고 생각해 보아요. 대ㅋㅋㅋㅋ주ㅋㅋㅋㅋ줔ㅋㅋㅋㅋ혜주주 말씀하시는 게. ㅋㅋㅋㅋㅋ넘 웃겨서 읽으면서 두 번이나 웃음 터졌네요. 불로소득의 꿈이라니 어쩜 좋아. 혜주주, 혜주주, 이렇게 불리시다 보면 나중에 대주주 되실 거예요. ㅋㅋㅋㅋㅋㅋㅋ
답레는 잠이랑 생활에 무리가 안 가게 주고받으면 좋겠어요. 저도 그럴 날이 많을 것 같거든요. 공휴일인지 모르고 8시에 일어나 제꼈더니 저녁까지 낮잠을 자버렸답니다. 혜주주는 본받지 마시고 공휴일을 금 같이 즐기고 계셨으면 좋겠어요! -
31 함율주 (l8P6hpIByw) 2020. 10. 9. 오후 10:49:20참, 언제나처럼이라고 적어 버려서 좀 그런데, 율이 예상과 상관없이 혜주 나름으로 대답해주시면 감사하겠어요. 꼭 빈 대답이 아니라도 괜찮다는 뜻이에요. 전부터 "나를 사랑하잖아." 류의 말에 혜주가 어떻게 대답할지 아주 궁금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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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함율주 (l8P6hpIByw) 2020. 10. 9. 오후 10:57:30요약하면 '혜주가 어떻게 대답하는지 모르니까 예상하는 서술은 무시하고 자유롭게 답해 주심 된다!'라는 이야기예요. ^.~ 저 때 무슨 생각으로 저렇게 적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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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혜주 - 율 (brmve2aGGw) 2020. 10. 10. 오전 1:07:34“그렇다고 재밌었을 거라는 말은 못하겠네.”
문득 허탈해진다. 능청스러운 말에 새어나온 웃음으로 가장한 한숨을 뱉었다. 겉으로 보기엔 문제 없어 보이는, 어쩌면 견고해 보이는 관계가 속에서부터 곪고 있음을 깨달은지는 꽤 되었다. 혜주는 자주 애썼고 자주 지쳤다. 그러면서도 차마 붙들고 있는 걸 놓지는 못했다. 끊어질까 두려워 몇 번이나 매듭을 지었지만, 노력이 무색하게도 실은 제 손 안에서만 꼬여갔다. 율이 쥐고 있는 끈은 결점 하나 없이 깨끗할 테니 그가 놓으면 엉성한 매듭으로 지저분하게 엉킨 채로 제 손만 묶어놓을 게 뻔했다.
“보고 싶어도 그러면 안 되지. 더군다나 오늘은 혼자 하는 연주도 아니었는데.”
혜주는 가끔 궁금하다. 율이 어디까지 알아채고 있는지. 밑바닥에 깔린 저열하고 진득한 마음까지 읽어냈을까. 만일 그렇다면 율이 아직까지 제 곁에 남아 있는 건 그 속내가 흥미롭기 때문인가. “내가 아무것도 못 했으면 좋겠나 봐.” 무심한 농담인 척 던진 말에 지저분한 감정이 섞였다. 느슨해졌던 마음의 줄이 다시 팽팽하게 당겨지는 건 이렇게나 쉽다. 불과 한 시간도 지나지 않은 연주와 대화들은 금세 흘러가버렸는데.
“그냥, 기다리는 거 싫잖아. 오늘 좀 피곤하기도 했고.”
율의 말에 혜주는 무심코 혼자 남겨진 밤을 떠올렸다. …거짓말. 너는 나를 지겨워하잖아. 차마 꺼내지 못한 말이 속에서 쌓여갔다. 발에 채이는 돌도 차근차근 쌓아낸 뒤엔 소원을 비는 대상이 되던데, 뱉지 못한 말은 목만 메이게 했다. 차가 매끄럽게 출발함과 동시에 혜주는 차창을 조금 내렸다. 갑갑한 건 여전했다.
“괜찮은데 사는 것까지 부탁해도 돼? 네 말대로 이대로 나가기는 좀 그래서.”
선선히 고개를 끄덕인 혜주가 율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가로등의 빛이 그의 얼굴에 내려 앉았다가 사라지길 반복하는 걸 본다. “율아,” 혜주가 나지막히 그의 이름을 불렀다.
“…오늘은 안 나가?”
대답을 듣기 전까지는 시선을 떼지 않을 것처럼 억지스레 그를 바라보다, 결국엔 다시 바깥으로 눈길을 돌렸다. 여전히 구경할 거린 없다. 혜주는 묘하게 곤두선 신경을 느꼈다. 모든 일이 죄 익숙한 사람처럼 태연한 얼굴이었지만. -
34 혜주주 (brmve2aGGw) 2020. 10. 10. 오전 1:29:04율이 성격 넘 매력 있어요... 율주가 써주시는 레스가 가끔 시의 한 구절처럼 느껴질 때가 있는데, 그것 때문에 매력이 더 극대화 되는 것 같아요 ㅠvㅠ 남는 머리털 없을 거라 얘기하는 율이도 귀엽구,,, 이유는 더 귀엽구,,,
귀여운 건 다들 좋아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 ㅎ-ㅎ 밤톨이는 뭔가 애칭 같은 느낌이라 더 욕심내고 있을 것 같아요. 역시 속으로만 그렇습니다... 누적되는 게 무서워서 언젠가 솔직해지는 날이 오겠지만, 역시 밤톨이는 시도 못할 것 같아요 0vㅠ 앗 율주 해석도 넘 좋은데요! 둘 다라고 하기로 해요! 왠지 지분을 차지한 것 같아서 차마 제 의견은 무시해주세요 하고 말할 수가 ㅠㅡㅜ 맞아요,,, 전 욕심이 많습니다,,, (갑자기 고해성사)
혜주 좋게 봐주셔서 넘 감사하네요! 슬기롭다기엔 너무 삽질하고 있는 건 아닐까 싶지만, 애증과 집착과 오해와 아무튼, 뭔가 꼬이려면 역시 소통의 부재가 제일인 것 같아서 ㅋㅋㅋㅋ큐ㅠㅠㅠㅠ 말씀드렸다시피 한 망한 취향하고 있어서 이렇답니다... ㅋㅋㅋㅋ아 대주주에 웃어주셨나요? ㅋㅋㅋㅋㅋㅋㅋㅋ 더군다나 축복까지 uu*,,, 꼭 이뤄볼게요! 개미투자자에서 대주주까지!
저는 10월의 마지막 연휴 늦잠도 자구 아주 잘 보냈답니다 ㅋㅋㅋㅋㅋ 율주는 낮잠 잤다고 하셨지만, 밤에도 또 푹 주무셨음 좋겠어요!
참, 말씀해주신 부분은 율이 예상이라고 생각하고 답레 쓰기 시작해서 괜찮았어요. 친절하게 더 상세히 설명해주신 덕에 한결 편하게 썼답니다. 감사해요! 0v0
또... 혜주가 그런 말 들으면 보통은 "응, 좋아하지." 하고 대답할 것 같아요. 담백하게 말은 하지만, 속으로는 좀 떨 것 같구요. 가끔은 원망 담긴 눈으로 바라보면서 아무 말 안 하는 날도 있겠네요. 율이가 안 들어온 다음 날이나 예전에 조율할 때 미리 말씀해주셨던 상황(다른 사람 부르거나 자기자신을 망가뜨리거나 등등) 이 일어난지 얼마 안 됐을 때는요. -
35 율 - 혜주 (perCXPt5mA) 2020. 10. 10. 오후 12:49:48"...하지, 왜? 재밌는 줄 알고 다음 번엔 부랴부랴 쫓아오게."
꺼끌한 통각이 혀뿌리를 타고 오른다. 어찌어찌 짜낸 소리에 볼품이라건 없구나.
혜주는 자기 연주를 포장하지 않는다. 이에 남몰래 시기만 무성히 커 간다. 자기라면 언젠가는 물어 달라며 루어라도 던져 볼 것을, 도무지 뽐낼 필요를 나는 모른다는 처신에 무엇이 빠져 있는지를 율 자기만이 아는 것 같다. 절실함과 유약성의 결여. 하잘것없는 누군가는 부서질 만치 움켜쥐고 싶어도 그럴 수 없다. 무의식중 먼저 나간 손톱이 핸들을 긁는다.
"그럼. 혜주는 나 없이 아무것도 못 해라~ 연주도 망치고, 밥 한 술 못 뜨고, 죄 나만 찾아 다녔음 좋겠네."
저주에 상응하는 농담은 은폐된 욕심에 가지를 치지 않고 드러내 보이기에 자못 괜찮은 방법인 것 같다. 얼굴 붉히지 않고서 현실성까지 매끈히 가미해 답하는 데에도 배알이 꼬이기는 이루 말 할 수 없다. 율이 말에 추파를 섞어 혜주에게로 흘려 보내며 무얼 기대한다고 할 수 없지만 이에 상응하는 데미지는 반드시 자기에게로만 돌아오는 것 같다.
어떤 다정함은 위해가 된다. 율은 경험으로 안다.
"소스는 머스타드와 스위트어니언? 맘대로 얘기해 본 건데... 내 기호거든."
혜주가 이름을 부르는 대로 율은 대답을 대신하여 눈동자의 기로를 섬광과 같이 혜주에게 쏠리게 만들지만 흔들리지 않기를 자랑하던 눈동자는 점차 위상을 잃는다. 율은 다시 앞유리에 비치는 풍경에 집중하도록 자신을 강제하지만 시선에 포위되어 있다는 처지를 매순간 따끔하게 느낀다. 그러나 적신호에 앞바퀴를 선에 붙여 정지시킬 때까지도 입가에 파동은 없다.
"왜?"
잘도 미끄러진 휠과 딴판으로 냉엄한 음성에는 손을 대면 무언가 깨질 것 같이 여유가 없다. 율에게는 오늘 나갈 이유가 없지만 변덕은 날로 늘었으니 능사가 아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율은, 혜주가 진실로 궁금해 묻는 것이라 믿지 않는다. 혜주의 표정을 찾았을 때엔 무참하게도 시선이 밖을 돌고 있었나. -
36 함율주 (perCXPt5mA) 2020. 10. 10. 오후 1:05:34매력있게 봐주시니 제가 더 감사해요. 율이 첫 인상이 어떠셨는지 몰라도 그보다 무게감이 없거나 밝아 보일 것 같기도 해 걱정도 있었답니다. ㅠ▽ㅠ 밤톨이는 혜주에게 버거운 애칭이네요. 애칭이라 하시니 덜 부끄럼 탈 율이가 혜주 애칭도 불러 보게 하고도 싶어요. 혜주의 애칭이라면 혜주혜주 말곤 생각나지 않지만요. 그리고 그 욕심, 수용되었습니다!
옛 말에 망한 취향과 망한 취향이 만나면 흥한다고 했어요. 누가 했냐고요? 제가요! ^-^ 저도 꼬인 관계 좋아해서 이건 흥한다는 기분이 자꾸 드네요. 대주주의 꿈은 아낌없이 응원해드려요. 혜주주께 따로 바라는 거는 없구요. 나중에 빌딩 몇 채만 저 주시면 되세요.
담백하게 들린다라. 율이가 무지 싫어하겠네요. 혜주의 원망하는 눈이나 무시를 더 반길 수도 있겠어요. 더 관심을 가져 줬다고 생각해서요. 분명히 엉망으로 꼬여 가는 과정이겠죠! -
37 혜주 - 율 (hqJ7Dn.AZM) 2020. 10. 10. 오후 8:42:01타인의 몰락을 바라는 사람들이 있다. 백 명의 사람이 있으면 제각기 다양한 백 가지 이유가 있다. 첫 번째 사람은 그를 시기하여 그렇다 하고, 일곱 번째 사람은 그렇게 되는 것이 마땅하므로 바란다고 한다. 스물세 번째 사람은 입을 다물고 있으나 혀 아래에 악의를 감추고 있다. 일흔여덟 번째로 대답한 사람은 단지 이야깃 거리가 필요할 뿐이라고 말한다. 가장 가볍게 말했으나 눈빛은 가장 형형하다. 그러나 어떤 이유가 가장 타당하고 결백하며, 또 어느 것이 부당하고 유죄인지는 판단할 권리가 없다. 애초에 관심 밖이다.
정말로 궁금한 것은 가장 가까이에, 그러나 영영 손에 닿지 않는 거리에. 그러므로 혜주가 종종 율을 별 따위에 빗대어 생각하는 것도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니다. 반짝이고 가끔은 쥘 수도 있을 것처럼 느껴지지만, 끝끝내 닿지 못할 것.
“그렇게 되면 얼굴 한 번 안 비출 생각인가 봐. 내가 찾아다녀야 돼?”
혜주는 끄트머리를 웃음에 담갔다 뺀 듯 나긋하게 말했다. 손끝이 닿으면 온기가 느껴질 것 같은 목소리인데, 얼굴에선 비슷한 것도 찾아볼 수가 없다. “무서워서라도 그러면 안 되겠네.” 혼잣말처럼 중얼댄 말은 초겨울쯤의 마른 바람처럼 서늘했는지도 모른다.
“응, 괜찮아. 너 편한대로 해.”
지극히 사소한 대화에도 누가 속에서 줄을 당기는 것 같다. 신경이 곤두서 옅게 미간을 찡그리며 눈을 감았다가 떴다. 차가 멈추자 뺨을 스치던 바람도 멎었다.
“…궁금해서. 그리고 피곤하겠다 싶어서.”
혜주는 무턱대고 가지 말라 붙잡는 말도 못하고, 질문에 대한 답을 듣는 일에도 실패했다. 낯설지 않았으므로 비참하지 않았다.
“물어보면 안 되는 거였으면 말해. 쓸데 없는 참견한다 생각하게 하기 싫어.”
횡단보도의 초록불이 곧 꺼질 모양인지 알림음을 냈다. 그게 괜히 거슬려 조금 열려 있던 창문을 완전히 닫아버렸다. 바깥을 내다보던 혜주가 제 무릎께로 눈을 돌렸다. 시선이 애매하게 꽃바구니를 비껴갔다. -
38 혜주주 (hqJ7Dn.AZM) 2020. 10. 10. 오후 8:55:15처음부터 성격란 없이 기타에 간단하게만 적는 양식이었던걸요! 율이랑 직접 만나봐야 알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또, 상대 캐릭터나 상황에 따라서 같은 성격이라도 조금씩 다르게 표현되니까요. 말이 좀 이상하게 나간 것 같은데 ㅋㅋㅋㅋㅋ 율이 귀엽고 멋지다는 뜻입니다 짱짱 0v0*
혜주 애칭은...... 진짜진짜진짜진짜 어렸을 때 부모님이 공주님이라 부르던 거 말곤 없을 것 같아요.. ㅋㅋㅋㅋㅋ 앗싸 수용됐다!
앗, 율주 명언제조기셨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혹시 저의 대주주 느낌이 여기 주식이었던 건 아니었을지... 만약 그렇다면 율이에게 돈을 많이 준다는 설정으로 건물을 대신하겠습니다 0vㅠ 멀리 사라져버린 불로소득의 꿈~,,,
사실 속에서는 전쟁이 나고 있을 텐데말이에요. 오래 본 사이라 서로를 더 모르는 면도 있을까요? 너무 가까이서 뭘 보고 있으면 단편적인 것만 보게 되는 것처럼요. 율이 앞에서 혜주는 거짓말의 신이 되어서 꼬이는 관계... 좋네요...... 이런 건 언제 터질까 조마조마한 맘으로 보는 재미가 있는 것 같아요 ㅎ-ㅎ
아, 그리고 이건 그냥 했던 생각인데 ㅋㅋㅋㅋㅋ 만약에 이게 드라마였다면 샌드위치 ppl구나 했겠다 싶었어요,,, 율이가 샌드위치 얘기하자마자 떠올라버린 모 브랜드,,,,,, -
39 율 - 혜주 (9/GOWT.TIg) 2020. 10. 11. 오전 12:26:48"찾긴 싫은가 봐? 어쩌나... 쫓아오면 못 이긴 척 끌려가 주려고 지금 판을 짜고 있어서 혜주가 고생해 줘야겠는데?"
율은 백미러 위치를 약간만 틀어도 유리에 비치는 발화자가 온기와 얼마나 담을 쌓았는지 배울 수 있다. 그러나 배울 기회를 걷어차기가 어느 남에 뒤지지 않기로 율은 명성이 자자하고 이번에도 월등한 기량을 보여준다. 하물며 혜주가 흘린 말의 한 토막을 물이 빠지도록 곱씹는 데에 골몰해 있다. 무섭다, 무섭다라.., 둘 중 누가?
혜주가 사리와 정도에 딱 맞아 떨어질 만큼만 모습을 감춘 자신을 수소문하다 연의 끈을 미련 없이 삭게 둘까 두려워, 집을 길게 비우다가도 어김없이 돌아갈 때를 계산에 넣는 자기를 율은 누구보다 잘 안다.
"나보다는 아르바이트생이 반색하겠어."
이름도 모르는 아르바이트생은 메뉴 통일이 매끄럽게 굴러간다는 이유로 둘의 대화에 끼일 소지를 얻는다.
"...나는 오늘 쌩쌩하네요."
여전히 나간다, 나가지 않는다는 대답은 무엇 하나 나서는 법이 없구나.
신호등에서는 노란 빛을 매개한 초록 불로의 이행이 순조롭게 이루어지고 정차되었던 차도 덩달아 활력을 얻는다. 조수석의 유리가 필러의 꼭대기를 따라 오르니 갈라지는 바람 소리도 전연 없다. 차 내의 기척이 발효되어 신경을 돋우는 성질을 띄어 가고 있다. 율은 갈림길에서 원하는 길에 드느라 핸들을 꺾는다.
이윽고 선명한 광고판의 샌드위치 가게에서 멀지 않은 곳에 차는 정차한다. 이때껏 율은 묵언이었다.
"혜주야~ 차 잘 보고 있어~"
집이라면 곧잘 어우러졌을 인삿말에서 배경을 바꾸어 일상성은 쉽게도 끊어 내친다. 율은 시동을 걸어두고 문을 밀려다 돌연 풍화한 화제를 살려낸다.
"아까 같은 참견 싫어하지 않아~ 그런데 방금은 안 되는 거였어."
잠시 전에는 율 자신의 기분이 너무 좋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저 다루는 법이 안중에도 없다는 걸 확인하기 꺼리느라 예까지 고할 마음은 없었나. 다른 지붕 아래서 맞는 아침은 자신도 자못 달갑지 않단 것을 혜주에게서 간과당했다는 느낌은 가진다. 혜주가 믿거나, 말거나, 율은 여태 흥에 못 이겨 밤거리로 달려나간 적 없으며 이는 휩쓸리지 않기 위한 추잡한 발악이며 미쳐 버리지 않기 위한 방책이고 때로 광의한 자학인 탓이다. 세상이 정자세로 자기를 싸고 돌 때라면 헤아리고 싶지가 않다.
율은 혜주에게 무어가 돌아올까 기다려 보지만 기다려 심어진 것이 익은 침묵뿐이더라도 놀랍지 않다. 종착지가 정해진 제 길을 아는 율은 막간이 지나고 자근자근 그 길을 밟아 걷기 시작한다. -
40 함율주 (9/GOWT.TIg) 2020. 10. 11. 오전 12:59:47아니예요. 잘 읽고 알았답니다. 성격란이 지정된 양식이 아니라 좋기도 했어요. 말씀대로 다르게 표현되기도 하고 막상 돌려 보면 다르기도 해서 성격을 공란으로 두기를 원래 좋아하거든요. u-u
공주님.... 율이 소꿉친구였어야 했다는 생각이 지금 막 고개를 들고 있어요. 그랬으면 놀림 삼아 불렀을 지도요!!
혜주주는 모르셨나요? 저는 이 구역의 명언제조기입니다! ^▽^ 아앗. 혜주주에게 빌붙으려던 빌딩 건물주의 꿈도 사라지는가.., 율이한테 가는 중간 마진만 쏠쏠하겠네요. (허망) 혜주의 내면 묘사를 통해서 속에서 나는 전쟁을 구경하는 맛이 있답니다. 3면 상영관에 앉은 기분이에요.
가까워서 단편적인 모습만이라면 그럴 수도 있겠어요. 진짜 어두운 이야기들은 모르는 3자에게 털어놓기가 쉬울 때가 있잖아요. 율이도 그랬을 거구요. 그리고 오래 본 사이지만 서로의 입장차에서 거리가 있을 것 같고 혜주는 숨기기를 잘 할 것 같아서, 매끈한 모습의 이면은 율이 모르고 있다고 생각하며 글을 쓰고 있어요. 무엇을 향한 거든 혜주가 욕심을 율이에게 보였을 때가 있었을까요?
ppl...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제가 생각하는 그 브랜드겠네요. 샌드위치도 샌드위치인데 피아노 음악 협회 같은 데서도 ppl...은 아니고 공로패 줘야 되는 게 아닐까요? 혜주가 피아노 음악 업계 부흥시키고 있잖아요. 막 티켓도 주고, 들어오라고... 이러면 저라도 들어가야 되겠잖아요. ಠ‸ಠ -
41 함율주 (9/GOWT.TIg) 2020. 10. 11. 오후 11:58:29하루 마무리 하기 전 들렀어요. 아니? 마지막 부분 다시 보니까 캐조종같네요. 이게 뭐람. (...)
혹시 그렇게 생각이 드셨다면 죄송합니다. 진행을 시켜야 해! 와 혜주가 대답할 여지를 남겨줘야 해! 의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다 율주가 만든 망한 짬뽕이니 혜주주는 손대지 마시구요. 자유롭게 반응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저는 반응에 수용하는 폭이 넓어요. 얼마냐라면 처음에 율이 차를 몰고 기다릴 때, 혜주가 다른 출구로 나오거나 나오지 않거나 엑스트라가 잘못 타는 레스가 돌아와도 침착하게 이었을 거예요. 그만치 제 모든 레스는 개방적인 반응을 예상하고 있고 상대 캐 반응을 제한하려는 생각이 전혀 없어요. 가끔 저렇게 망한 글이 나오기도 하는데... ㅠ▽ㅠ 그때는 이 사람 또 망한 짬뽕 만들었네! 비웃고 넘겨 주시고 제가 개방적인 반응을 바라고 있다, 이것만 생각하고 자유로이 작성해 주시면 돼요. -
42 혜주 - 율 (uSiOiR9fK6) 2020. 10. 12. 오전 12:04:15“생각 좀 해보고.”
여유로운 척 건넨 말엔 진실이 없다. 생각해보겠다니. 그런 일이 가능할 리가. 혜주는 율이 작정하고 숨는다면 끝까지 찾아내지 못할 자신을 안다. 찾아내는 게 예정된 결말이라면, 혜주는 기꺼이 그가 짜놓은 판으로 올라갈 것이다.
“그렇담 다행이네. 죄책감 좀 덜어도 되겠다.”
여전히 질문에 대한 답은 돌아오지 않는다. 혜주는 손톱 만큼 품고 있던 기대를 지금 막 버렸다. 대신 율이 어떤 통보를 하든 무던히 받아들이겠다는 다짐을 한다. 이미 몇 번이고 무너진 다짐이며, 이 순간에도 흔들리고 있지만. 속절없이 비틀대는 마음에 오히려 창에 비친 무표정이 어색하다.
혜주는 제 옆으로 그어지는 선을 본다. 방금이라는 단어로 율은 흰색을 골랐을지 모르나 제게는 붉은색과 다를 바 없다. 그러므로 적절한 때를 찾아 끼워넣으려는 노력 역시 없을 것이다. 반복되는 실패는 혜주를 무디게 만든 한편, 쉽게 포기하게 만들기도 했다. 이파리가 다 떨어지고 가지가 잘린 나무가 간신히 뿌리만을 지키고 있듯 혜주의 바람도 점점 간소화돼 갔다.
“…다녀와.”
엇나간 마음을 붙잡고 모난 곳은 다듬어 일상적인 대화로 돌려놓는다. 그러나 평범한 포장을 하고 있는 말의 속내는 돌아와달라는 기원에 가까웠다. 문이 닫히고 한 발씩 걸어가는 율의 뒷모습을 본다. 어쩌면 가장 익숙한 장면이며, 언젠가는 마지막 순간이 될 장면. 혜주에게 율은 언제나 다음 페이지에 있는 사람이다. 홀로 다음으로 넘어가는 사람이다. 끈적하게 붙여둔 시선을 억지로 떼어냈다. 율이 걸어가는 사람이라면 혜주는 늘 그 자리에 있는 사람이므로. 혼자서 정해둔 배역에 충실하다.
혜주는 꽃바구니를 콘솔에 올려두곤 안전벨트를 풀어냈다. 차 문을 열고선 다리를 밖으로 빼냈다. 그대로 일어서 율이 갔던 방향과 반대로 걷기 시작한다. 차근차근 속도를 높여가던 걸음은 이내 뜀박질이 된다. 혜주는 빨간불에 멈춰서지도 않고, 막다른 길에 가로막히지도 않고서 멀리멀리 달려간다. 역할과 어긋난다는 이유로 모든 건 당연히 상상에 그친다. 실제로 일어난 일은 문을 열고 바깥을 향해 앉은 것뿐이다. 이따금 율이 걸어간 방향을 보며. 힘겹게 시선을 떼어낸 일에 보람이 없다. -
43 혜주주 (uSiOiR9fK6) 2020. 10. 12. 오전 12:10:07앗 캐조종으로 느낀 적 없어요! 오히려 이을 여지 계속 남겨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0v0* 그리고 혜주가 생각보다 들키지 말아야 한다는 맘이 강한건지, 초반이라 제가 아직 뚝딱대고 있는건지 말이 너무 짧아서 답할 게 없으실까봐 조마조마합니다 ㅠㅡㅜ ㅋㅋㅋㅋㅋㅋ 혹시 그럴 때는 말씀해주세요...
저도 수용폭이 꽤 넓고 소소한, 아니 소소한 것보다는 더 큰 범위까지 완결형도 그러려니 하는 편이라 자유도 짱 높음으로 생각하고 레스 적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44 함율주 (DxhRA5Kh56) 2020. 10. 12. 오전 12:27:28그렇게 봐 주셔서 다행이에요. 답레에 정서가 자꾸만 건드려지네요. 읽다 보면 혜주에게 이입되어서 서글퍼져요. ㅠ-ㅠ 율아. 너 무릎 꿇어야겠다. 그리고 물론 수용 가능하지만 혜주 정말 나가는 줄 알고 잠시 동안 대담성에 감탄했답니다.
지금까지 그런 적은 없었지만 많이 잇기 힘들면 서로 윙크를 보내기로 해요! (・ω<) 저도 자유도 짱 높음으로 생각하고 적을게요. 답레는 내일부터 작성해 와야 할 것 같아요. 혜주주, 안녕히 주무세요. 휴일의 마지막 꼭 좋은 꿈 꾸시구요. -
45 혜주주 (uSiOiR9fK6) 2020. 10. 12. 오전 12:39:18>>40
기타에 성격란 채우듯이 쓰게 돼도 아예 성격으로 못 박아두는 것보다는 편하더라구요. 율주도 편하게 생각하셨다니 다행이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랬다면 그 어느 때보다 직접적으로 싫어하는 반응을 보였을 수도 있었겠어요...
앗 제가 명언제조기 선생님을 못 알아보고 0-0!!! 앞으로 펼쳐질 명언파티 기대하며 레드카펫 깔고 모시겠습니다... 이렇게 저희 둘의 꿈이 사이좋게 날아갔네요,,, 율아 부자되렴,,, 저도 율이의 여유로운 모습과 내면이 보이는 차이를 사랑하고 있어요 ㅠvㅠ
근데 또 돌리다보면 완전히 가깝지도 않은 것 같아서 재밌고 묘합니다... 예전에 가족들이랑 다 같이 살았을 때엔 가깝다 하기 애매한데, 지금은 둘이서만 살고 있는데도 가까움(물리)처럼 느껴질 때가 있어요. 혜주는 스물한살쯤부터 독립해 살기 시작했을 것 같은데, 율이는 언제부터 혜주랑 같이 살았을까요?
혜주는 율이가 자기 마음 좀 안다고 생각하고 있을 거라는 것도 재밌네요 ㅋㅋㅋㅋ "날 사랑하잖아." 같은 말도 다 알면서 떠보려고 하는 말이라고 생각할 것 같아요. 음... 혜주가 율이한테 보인 욕심은 피아노가 아니었을까요? 염증 같은 자잘한 통증으로 연주가 어려운데도 콩쿠르 준비하느라 해야 하는 상황처럼요. 계속 삐끗하는데도 틀린 곳 고쳐가면서 결국엔 여러 번 반복해서 치고, 눈 빨개져서는 꾸역꾸역 참다가 한 번 좀 울고 다시 치고 이런 모습들이지 않을까 해요.
율주가 생각하시는 그곳이 맞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헉 혜주 갑자기 공로패 받나요?! 하지만 율이가 오지 않았기 때문에 실패고,,, 자연스럽게 공로패 대상에서도 제외됩니다! 무슨 권한이냐구요? 그러게요....... ㅎ-ㅎ... -
46 혜주주 (uSiOiR9fK6) 2020. 10. 12. 오전 12:45:53>>44
저도 율이 답레 읽다보면 슬퍼집니다... 또 여러 번 곱씹게 되는 면이 있어요. 혜주 탈출은 정말로 고민하다가 드레스 입고 뛰어가는 게 아무리 생각해도 신부의 위험한(?) 도망 같기도 하고 ㅋㅋㅋㅋㅋㅋ 성격상 아직은 그럴 만한 불씨가 붙지 않은 것 같아서 상상으로 남겨두었답니다. 으윽 tmi 남발...
앗, 귀여운 사인이다! 좋아요, 기억해둘게요 윙크 '-^! 방금 건 시험용이었답니다. 시간이 꽤 늦었고 내일은 월요일이죠... 갑자기 눈물이 고이네요 ㅠvㅠ 답레는 편하실 때 천천히 주시고, 율주도 좋은 꿈 꾸면서 푹 주무세요~ -
47 함율주 (DxhRA5Kh56) 2020. 10. 12. 오후 4:13:52가까움(물리) ㅋㅋㅋㅋㅋㅋㅋㅋ 찐.., 찐이네요. 대학 졸업을 하고 나서일 테니 둘이서 같이 산 시기는 빨라도 스물여섯부터였겠어요. 혜주가 스물한살부터 독립했으면 같은 시기에 율이도 독립하고 싶어했을 거구요. 집안 사정을 잘 돌볼 것 같지 않아서 짐만 놓는 장소였겠지만요.
알면서 떠본다라. 100번 물어 100번 내리 대답해 줘도 못 믿을 율이가요? ㅋㅋㅋㅋㅋㅋ 떠보려고 하는 말이라 생각하면서 잘 대답해주는 혜주 보기도 재미있어요. 기어코 콩쿠르 준비하는 모습을 처음 봤으면 놀라워 하면서도 어떤 면에서는 규준이 됐을 것 같아요. 율이는 혜주가 욕심부릴 줄 아는 걸 알지만 그런 모습들이 자기 대상으로는 만족할 만큼 잘 안 보이는 거죠.
안 돼. 역시 율이를 보냈어야 했네요. 엉엉엉! ㅠ▽ㅠ
위험한 도망은 정말로 고민하고 계셨다니까 조만간 실현될 수도 있겠네요. 걱정 반 슬픔 반이에요. 혜주주는 월요일과 분투하고 있으시겠죠? 힘 내자구요.
.dice 1 100. = 34
80 이하...!
-
48 율 - 혜주 (DxhRA5Kh56) 2020. 10. 12. 오후 4:47:53"그래."
대화가 종결되는 양상을 이루고 지나는 몇 초가 매듭을 지으려 할 때라도 율은 끼어들기를 망설이지 않는다. "...생각 해봤어?" 얼마나 지났다고 서둘러 채근하는 행색에 양심은 기별도 없고 웃음만 우묵이 찼다.
율이 혜주에게 줄 부재감이란 언제나 원하는 것만 깊지 못하거나 그게 아니면 기대하는 형태와 다른 무엇이다. 이에 가정부터 부질없는 말놀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으면서 율의 언행은 역방향으로 도드라지고, 이제 내가 무얼 바라며 무얼 하고 있느냔 자문 따윈 아예 말아야 편하다는 걸 안다.
혜주의 다녀와를 듣고 차문을 밀어 몸이 지날 틈을 만든다. 남겨두고 온 사람의 생각이 깊어질수록 늘어가는 걸음 수에 더 야속할 것도 없다. 물은 적 없건만 피곤에 책임을 거들려는 모양이 하염없이 다정하고 얕기는 또 그지없었나. 그래서 율은 뛰어들 여지도 없이 목을 적실 방울방울을 구걸하는 자신을 본다. 그려지는 미래가 없구나.
샌드위치를 나란히 들고 돌아갈 적에 멀리에서 돌아앉은 혜주가 동그마니 눈에 담긴다. 찰나 율은 걸음걸음 속도를 붙이다 마침내 그녀의 위로 자신이 한가득히 영사되는 공상에 일탈적으로 매몰당한다. 실망이나 결핍을 자각한 직후 자기가 지닌 염세적인 성질이 이 같은 염원으로 변질되는 때도 결코 드물지 않다는 것을 안다.
느닷없이 전화가 걸려온다. 마지못해 부름에 답한다.
"바쁜데 무슨 일."
휴대폰 반대편에서는 누군가 투정을 토한다. 율은 마디마디 끊어지는 말들 사이 몇 가지 사무적인 추임새를 내얹으며 걷는다. "아." "알지." "갑자기?" "정말로 궁금해서 묻는데, 왜 상처는 그거한테 받고 위로는 여기 와서 찾는데~?" 혜주와 가까워지자 율은 이 대화의 편린들과는 전연 관계없는 것을 말하며 데워 온 요깃거리를 내맡긴다.
"앞으로는 이 조합만 찾게 될 거야. 내가 자신해."
두어 번 테이크아웃 봉투를 두들기고 나서 차 범퍼를 따라 돌기로 한 율은 머지않아 운전석에서 발견된다. 통화의 말미는 기대는 증폭시키고 확신은 주지 않는 이기본위적 멘트로 동여맨다. "그럼 기다려 보던지." 이대로 있으면 휴대폰은 손쉽게 잠잠해진다.
"아! 맞아. 그 분들이 전해 달라 하시더라. 못 와서 미안하다고..."
미량의 건방이 잔류한 물음을 꺼내는 율의 입꼬리가 천천히 기운다.
"...정말 미안하면 코빼기나 비쳐 보라고 대신 전달해 줄까?" -
49 혜주 - 율 (uSiOiR9fK6) 2020. 10. 12. 오후 10:46:49“…벌써? 보기보다 야박하네.”
농담 같은 말로 지닌 패를 숨긴다. 제가 쥔 것은 결정보단 복종에 가까웠다. 어쩔 수 없는 힘에 끌려가듯 제게 주어진 답도 하나뿐이었다. 그러나 아직까지 그걸 내보이지 않을 선택 정도는 할 수 있었다. 선택인지, 포기의 일종인지. 더는 생각하지 않으려 애쓰며 스스로를 비웃었다.
율이 떠나자 사위가 적막하다. 열어놓은 문으로 쏟아지는 소리들은 의미가 없으므로 묵음과 다를 바 없다. 혜주는 문득 지금이 그가 없는 집에 홀로 남겨진 때와 비슷하다 여긴다. 오래 묵혀둔 불안이 넝마가 될 때까지 들여다보다 지치면 율의 방으로 향했다. 주인 없는 공간을 확인하는 순간부터 불안은 가중된다. 혜주는 괴롭게 여기면서도 그것을 이불 삼아 덮고 잤다. 그러나 오늘은 달리 갈 수 있는 곳이 없고. 이런 감정을 설명할 말을 몰라 피로하다는 생각으로 뭉뚱그릴 뿐이다.
밖으로 나온 발목을 까닥이고 가볍게 손을 쥐었다 편다. 왼쪽 손목이 뻐근한 걸 보니 고질병이 도진 모양이다. 율의 흔적은 저를 피하기라도 하듯 빙 둘러 뒤로 돌아왔다. 다시 앞을 보고 앉은 혜주가 문을 닫았다. 누구에게 하는 말인지 몰라 대답없이 벨트를 당겼다. 괜히 끼어들어 훼방을 놓고 싶지는 않았다. 그러나 율의 마지막 말에는 잠시 멈춰 서게 됐다. 제가 모르는 누군가가 모르는 곳에서 율을 기다린다고 생각하면… 피로하다. 역시나 언어는 빈곤하다.
“…아, 응. 전해줘서 고마워.”
뒤늦게 율에게 답한 혜주가 손을 벗어난 벨트를 다시 당겼다.
“아냐, 바쁘실 텐데 굳이. 한두 번도 아닌데 매번 오시긴 어렵지.”
애정과 무관심이 공존할 수도 있다는 걸 혜주는 유년시절을 거치며 알았다. 재능이 있을 수 있다는 말에 곧바로 레슨 시간이 길어졌다. 가능성을 언급했던 교사 대신 새로운 교사가 들어왔다. 화려한 이력을 가진 사람이었다. 그는 혜주의 작은 실수를 비난함과 동시에 재능에 대한 확언을 뱉었다. 격려와 응원 같이 무형인 것보다는 직접 피부에 닿는 애정을 훨씬 많이 받았다고 생각한다. 한 단계 거치고서야 도달고, 곱씹어야 간신히 닿는다는 점에선 무관심과 비슷한 형질을 띠었지만.
혜주는 지금도 딱히 달라진 게 없다고 생각한다. 무관심은 신뢰라는 형태로 더욱 그럴듯해 보이지만, 실상은 겉보기에나 그런 빈껍데기일 뿐이다. 불운하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다. 그 반대라면 모를까. 연주자로 살고 있으며, 원한다면 앞으로도 그럴 수 있다는 사실로도 충분히 운이 좋다고 여겼다. 비록 그 속내가 애정과 존중만으로 이루어진 건 아니더라도. 뛰어난 재능보다 적당한 교양 수준에서 머무를 때 더 값어치가 높아지는 게 있다는 건 혜주가 더 잘 알았다.
그러나 그것은 아마 나중의 일.
“…너는, 누구 만나기로 한 거야?”
혜주는 아까의 다짐은 잊은 사람처럼 말의 모양을 바꿔 재차 끼워넣기에 이른다. -
50 혜주주 (uSiOiR9fK6) 2020. 10. 12. 오후 11:00:38스물여섯부터면 둘이 같이 살기 시작한지는 겨우 1년 정도네요! 가까움(물리)가 진짜였다니.... ㅋㅋㅋㅋㅋ 그 시기에는 두 사람이 교류를 어떻게 했을지 궁금하네요. 일단 가끔 가족 식사 같이 하는 자리에 혜주네 부모님이 율이도 부르는 경우는 있었을 것 같아요. 짐만 놓는 장소라니 아이구 맘 찢어진다 ㅠㅡㅠ,,
처음에는 장난인줄 알았는데 반복되면서 도둑이 제 발 저린 것입니다 ㅋㅋㅋㅋㅋ 계속 물어보니까 대충 알고 [충격고백!] 같은 걸 유도하고 있다고도 생각할 것 같구요... 진짜 마음 꺼내면 고대로 팽 당할까봐 열심히 열심히 태연한 척 하는 권혜주씨입니다......
아이고 아이고 ㅋㅋㅋㅋㅋ큐ㅠㅠㅠㅠㅠ 율이한테는 그렇게 다가갔군요. 사실 계속 다듬고 애쓰는 행동들은 언젠가 율이 갈 때 잡으려면 타당한 이유가 있어야 하고, 이유가 타당해보이려면 자기한테도 뭐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서인데요... 흑흑 짭짤해....
저는 월요일과의 싸움에서 이기고 돌아와 누워있답니다. 근데 어째 이긴 것 같은 기분은 안 드네요... 율주도 오늘 고생하셨어요! 푹 주무세요!
아, 근데 혹시 저 다이스의 정체를 여쭤봐도 되나요? 다이스 빨간 글씨라 등장만 하면 엄청 궁금해지구요... 아직 비밀이라면 훗날 밝혀지는 날까지 기다리겠습니다 0v0 -
51 율 - 혜주 (XEv8F9YoFc) 2020. 10. 13. 오후 9:58:49"이런 답은 재깍재깍 듣고 싶어서 그런데... 우리 혜주님께서는 내 맘도 몰라 주고 바로 대답 듣기는 척 봐도 글렀지, 나보고는 야박하다지... 갑자기 조금 슬퍼지려고 하는데."
율은 마른 눈물을 훔치는 손시늉이다. 역으로 숨겨 내기 쉽다는 걸 잘 알고 있어 율은 무얼 어설프게 감추는 대신 과장스레 내 보이며 분한다. 불신으로 갈무리될 것이 당연지사이지만 길게 드리운 치맛단을 움켜쥐고 세상의 끝까지 찾아가겠다는 맹세를 바랐나?
"누구들은 좋겠다~ 착한 딸내미 둬서."
부지불식간 흥이 식은 낯을 하다가도 금세 되돌리는 양을 보니 혜주의 대응은 율이 지레짐작한 것의 어느 범주에 속하고 있다.
동력을 공급하자 차체는 비교적 수월하게 정차 상태를 벗어나 활주하기 시작한다. 중앙선이 끝나는 점에서 유턴을 시도하느라 핸들을 끝까지 감으며 율은 심드렁하니 답한다.
"...안쓰러운 사람? 자기 애인이랑 싸우고 소란 피우다 지쳐서 허우대 멀쩡한 남자 물색하는."
나란히 두고 보면 거기서 거기인 질의에도 쉬이 열리는 혀의 중량이 이전과는 사뭇 다르다. 이 외에 변별을 두자면 오로지 율 자신의 기분이었나.
율은 차체를 돌려 세우고 집에 도달하기까지의 거리는 쉽게 정량화된다.
"이해 가? 사람 하나 잃으면 죽을 것처럼 구는 거."
소리의 온도는 지극히 상온에 가깝고 렌즈에 비친 장면이라건 전방 뿐이다. 옆모습에도 표정은 없구나. -
52 유리주 (XEv8F9YoFc) 2020. 10. 13. 오후 10:22:15예상을 빗겨갔네요. 혜주가 못 물어볼 줄 알았어요. 혜주, 물어볼 때는 물어보는가!
그 시기엔 율이 혜주를 불러내려고 했을 거예요. 굉장히 불규칙하고 알 수 없는 이유를 댔을 거구요. 내가 길을 가다 여우털 목도리를 봤는데 이게 널 닮아서 불러야 쓰겠다던가. 아주 가끔은 갑자기 전화 걸어 연락이 없어 섭섭하다, 나 안 보고 싶으냐, 말도 했을 것 같고, 혜주가 어디에 간다는 얘기를 어떻게 듣고서 그 장소에 몰래 가 있기도 했겠어요. 빼박 스토커네요. 스토커예요. 결국 혜주가 자기 잊어버릴 틈을 안 만들려고 했을 거예요. 식사 자리에도 귀찮아 하면서 꼬박꼬박 갔을 거랍니다.
[충격고백!] 같은 걸 받으면 정말 충격받을 율씨네요. ^▽^ 흑흑. 소금 맛에 취합니다... 율이 갈 때 잡으려면 타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이건 잘 이해가 안 돼요. 궁금하네요. 혜주가 상상하는 시나리오는 뭔가요? 여태껏 안 매달렸는데 지금 매달리는 거니 잡혀 줘라 인가요?
저는 화요일을 물리치고 돌아왔지만 내일은 수요일과의 접전이 기다리네요. ㅠ▽ㅠ 이긴 것 같지 않은 건 마찬가진가 봐요. 참, 다이스는 굴린 시점 기준 해서 혜주의 "오늘은 안 나가?" 에 80 이하는 NO, 이상은 YES 였답니다. 80 이상이 떴으면 혜주가 누구 만나기로 한 거냐고 물었을 때
율: 아니? (태연)
...이렇게 대답하고 또 뭐 하나를 물어봤을 거예요. 대충 밤새 같이 있어 줄 거냐는 말...? -
53 유리주 (XEv8F9YoFc) 2020. 10. 13. 오후 10:27:09깜빡 잊었는데 이번 답레에서 율이 그동안 한 번 쯤 물어봤을 것 같아서 지운 게 있었거든요.
누굴 위해 피아노를 치는 거냐고 물어보면 혜주는 뭐라고 했을까요? -
54 혜주 - 율 (QVk/XzmHrM) 2020. 10. 14. 오후 1:03:00“그렇게 대놓고 가짜처럼 구는 건 속지 말라는 배려야?”
슬픔을 가장하는 율을 무감한 얼굴로 쳐다보다 실낱 같은 웃음을 뱉었다. 율의 행동이 미온적 다정함에서 기인한 배려라도 혜주에게는 악의적인 농담과 같이 유해하다.
“매번 오시는 건 사실 나도 부담스러워서. 이제 착한 딸이라곤 못 하겠네. …이 말 전하지 마.”
특별한 말은 아니었으므로 대수롭지 않게 대답한다. 솔직해질 수 있는 순간은 대체로 이런 때뿐이다. 다시 일상의 궤도로 올라온 듯해 짓누르고 있던 무언가로부터 빠져나온 것 같다. 그러나 그런 생각을 비웃듯 여유는 쉽게 사라지고 만다. 갈구하던 대답은 다른 형태를 하고 등장했다. 예상대로 원하던 것은 아니다. 아직도 떨어질 곳이 더 남아 있었다니. 유쾌하지 않은 놀라움 뒤에 밀려오는 것은 익숙한 좌절감이다.
혜주에게 율은 세상의 모든 게 재밌고 궁금해 견디지 못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그 모든 것에 저만 빠져있다는 건, 너무나 당연한 사실이라 더 덧붙이고 싶은 말도 없었다. 혜주가 왼손을 다시 쥐었다가 펴냈다. 여전히 시큰거린다. 차라리 통각에라도 집중할 셈이다.
“그만큼 진심이었던가보지.”
…안쓰러운 사람. 혜주는 단어를 천천히 곱씹어본다. 그런 게 안쓰러운 거라면 어떠한 관계로도 정의할 수 사람에게 홀로 상처 받고, 누구에게도 위로를 구하지 못하는 사람의 앞엔 어떤 말이 붙는가.
“당장 다른 사람 찾는 거 보면 아닌 것 같기도 하고.”
멋대로 판단하고 사실 여부를 확인할 수 없는 죄목을 씌운다. 고작 이런 말로 율의 결정을 되돌릴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참으로 치졸하고 지저분한 행위가 아닐 수 없다.
“…다들 잃기 싫은 사람 하나씩은 있는 거 아닌가.”
혜주는 율에게 유효한 최초의 구원에 저도 끼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일종의 확신이다. 직접적인 계기를 만든 건 아니지만, 따로 떼어놓고 보기엔 어색할 테니. 그러나 처음이 마지막을 의미하지는 않으므로. 타인을 안쓰럽다 칭하는 율은 이제 또 다른 누군가의 구원이 될 수도 있었다. 혜주는 늘 그게 불안하다. 인간은 왜 처음과 마지막에 집착하도록 설계된 걸까. 아니, 왜 그렇게 설계된 인간들이 있는 걸까. 모두가 공평하게 신경쓰지 않게 만들어졌다면, 이렇게 불현듯 끼어드는 절망의 양은 현저히 적었을 것이다.
“그런 맘 전혀 모르는 사람처럼 얘기하네, 넌.”
꽃바구니는 여전히 둘 사이의 콘솔 위에 있고. 혜주는 그걸 품에 안고 싶다가 무참히 뒷좌석에 던져놓고 싶다가 하는 충동에 휘청대다 아무것도 않는 쪽을 택한다. -
55 혜주주 (QVk/XzmHrM) 2020. 10. 14. 오후 1:19:33여기에서 나오는 율에 대한 생각이나 최초의 유효한 어쩌구는 다 혜주만의 생각이랍니다. 레스 쓰실 때 전혀 신경 쓰실 필요 없다는 말씀 먼저 드릴게요! 0v0
언제 와? 나갈 거야? 이런 질문은 혜주 선에서 같이 사는 사이에서 할 수 있는 거라 생각해서 하긴 합니다 ㅋㅋㅋㅋㅋ 물론 할 때마다 긴장하고 아까처럼 거절 당했다 생각하면 더 긴장하지만, 혜주는 궁금한 걸 참지 않긔...... 입니다...! 잘 다듬어진 것처럼 보여도 자기도 모르게, 또는 합리화 하면서 내보이는 마음들이 있을 것 같아요. 지켜봐주세요! 0v0(???????)
율이 다정해(왈칵) 오히려 지금보다 몸은 먼데 마음은 가까웠을 수도 있겠어요. 사생활을 모르기도 했고 ㅋㅋㅋㅋㅋ 말로는 그게 뭐냐고 해놓고 부르는대로 꼬박꼬박 나갔을 것 같은,,, 또 서운하다는 말 들으면 며칠은 자주 전화하고 문자했을 것 같구요. 실은 원래 하고 싶은 마음 백 번 들면 그중에 다섯 번만 했을 거라 오히려 율이가 일시적이지만 고삐를 풀어준 셈이 되겠네요 ㅋㅋㅋㅋㅋ
앗, 그 부분은 다시 읽어보니까 제가 이상하게 적었더라구요 0vㅠ 혜주는 율이와의 관계가 인위적이고 일방적이라 생각해요. 처음에는 부모님이 지원하는 학생으로 만났고 그때야 같이 살았으니까 못 느꼈지만, 성인 되고 따로 살면서부터는 새로운 계기가 없으면 이제 율이랑은 영영 안녕이겠다는 생각을 했을 거예요. 율이가 자주 연락해주었던 것과는 별개로요.
피아노 연주는 혜주가 유일하게 할 줄 아는 일이고 애정을 가지고 있기도 하지만, 그게 율와의 접점을 만들어준다고도 여겨서 애쓰는 부분이 있습니다. 연주자로 있는 동안엔 율이랑 같이 일할 수 있으니까요. 지금 같이 사는 것도 그렇구요. 또 제가 표현을 잘못 쓴 것 같은 게, 혜주는 정말로 율이가 간다고 하면 잡을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아하, 그런 다이스였군요! 80 이하가 나왔으면 뒷사람 심장이 멈출 뻔 했어요... 다이스값은 제 건강을 위한 거였나봐요. 아니겠지만,,, ㅎ-ㅎ 언젠가 저런 모습도 한 번 보고 싶긴 하네요! -
56 혜주주 (QVk/XzmHrM) 2020. 10. 14. 오후 1:20:51>>53
아, 여기에 대한 혜주의 대답은 "듣고 싶어 하는 사람"이었을 거예요! 0v0 -
57 함율주 (f.2XuwiB.s) 2020. 10. 15. 오후 4:38:20네. 틀린 확신이 아니지만요! 혜주가 내보이는 마음들 매의 눈으로 지켜볼 거랍니다.
그걸 다정하다고 말할 수도 있을까요? 자기가 못 견디겠으니까 연락하고 찾아가는 걸요. 율이는 열 번 보고 싶으면 한 번만 했을 거고 나머지는 참았을 거예요. 정말 그 때 마음은 제일 가까웠을 것 같기도 하네요. 율이가 보여주는 것들이 더 다정했을 거 같긴 해요. 지금은 멀어지면서도 가까워지려는 혼란된 감정선으로 잡고 있거든요. 이미 물리적으로 멀어져 있으면 혜주에게 잊히지 않으려고 아등바등해도 부족하니까 멀어지려는 노력을 덜 했을 거예요.
피아노 연주를 접점으로 생각한다라. 몰랐던 사실 알아가네요. 혜주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으면 율이 간다고 하면 쫓아올 리는 영영 없겠어요. 지금 비서이자 경호로서 율이 하고 있는 일에는 뭐가 있을까요? 항상 따라가지는 않아도 주요 일정에 동행한다고는 생각하고 있었어요. 혜주가 율이 통해서 연주회 일정 같은 것도 잡을까요? 다이스는 워낙 변덕스러운 율이니까 언젠가 볼 수 있을 거예요! ^-^
지금이 좀 바쁘네요. 늦어도 담 주 전까지는 답레를 가지고 오도록 할게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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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혜주주 (WLKkUuDY6U) 2020. 10. 15. 오후 9:25:42적어도 혜주에게는요. 권유와 후원으로 대학에 다녀서 그에 대한 성의표시라고 생각해도, 혜주한테 율이 행동은 꽤 다정하다 느껴졌을 것 같아요. 아직 저희가 학창시절까지 자세한 얘기를 나누진 않아서 바뀔 수도 있지만, 그때 소금맛이었다면 혜주도 율이의 자존심 문제에 대해 약간은 눈치 챘을 것 같거든요.(혹시 이 부분 당신,,, 궁예를 굴리고 있습니까,,,? 싶으시면 얘기해주세요!)
자기가 율이에게 마냥 유쾌한 존재만은 아닐 것 같은데 살갑게 대해주는 모습에 놀라고 고맙고 좋고... 뭐 복합적인 감정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잊기는 커녕 더더욱 생각하게 되었을 것 같구요.
이후의 계획이나 행선지 같은 걸 물을 수는 있지만, 타당하다고 느껴지면 차마 잡지는 못할 거예요. 일단 지금은요! 넵, 일에 관해서는 말씀해주신 것과 비슷하게 생각하고 있답니다. 주요 일정 동행과 연주회나 콩쿨 일정 조율 정도 생각했어요. 업무 가감은 필요에 따라 편하게 하시구 말씀해주시면 레스 쓸 때 참고할게요. 앗 다이스 신이 가져다 줄 행운을 기다려야겠네요! ㅎ-ㅎ
답레는 편하실 때 주세요! 오늘도 고생 많으셨구요, 푹 주무세요~ 0v0 -
59 함율주 (CTEuszyYSU) 2020. 10. 17. 오전 12:29:50ㅋㅋㅋㅋㅋ 눈치 챘을 거예요. 아무래도요! 후원/피후원이라는 입장도 분명하니 혜주가 눈치채기 쉬운 부분일 거라고 저도 보거든요. 풀어서 말씀해 주시니 잘 알게 되었네요. 노력이 먹혔는데 자기는 먹힌지 모르는 율이... ㅎ-ㅎ 그럼 학창시절에 대해서도 조금씩 얘기를 나눠볼까요? 마침 율이에게 혜주의 존재가 갖는 의미에 대해 조금 더 분명히 잡아 두고 싶었어요. 구원 서사를 좋아해서 개략 비슷한 의미로 생각하고 있었지만, 바뀔 수도 있고 혜주에게 느끼는 것과 지원으로 받는 도움은 또 율이에게 다가오는 게 다를 것 같고요... 학창시절에 혜주는 어떤 학생이었나요?
과연 혜주가 타당하게 느낄 계획이나 행선지를 율이놈이 얘기할 수 있을까요? 내일 없이 사는 율이. ^▽^... 네! 가감하고 싶게 되면 말씀드릴게요. 또 재미있는 업무가 떠올라 주면 좋겠네요. 이해해 주셔서 감사해요. 혜주주도 푹 주무세요! -
60 혜주주 (BP5ptIXZJI) 2020. 10. 17. 오전 1:38:06앗 저도 구원서사 좋아해요! ㅎ-ㅎ 소금맛 구원서사라니 단짠의 비율이 적절하네요. 학창시절의 혜주는 틀로 찍어낸 것 같은 모범생이었답니다. 여전히 후하게 쳐도 재밌는 사람은 아니고 겉으로 드러나는 기복도 크게 없지만, 전에는 더 그랬을 것 같아요. 실제로도 타인에게 받는 영향도 적었을 테고요. 성적도 상위권에 교우관계도 원만해서 오히려 눈에 덜 띄었을 것 같네요. 문제가 없어보여서요.
물론 혜주가 바르게 지낸 건 그게 옳다고 생각해서가 아니라 어겨서 좋을 게 없다는 걸 알아서였고, 친구들과도 두루두루 잘 지내는 건 맞지만, 크게 의미있는 관계는 아니었을 듯해요. 호의의 모습을 한 미움을 몇 번 경험하고선 약간은 질리거나 회의감을 느끼고 있었을 수도 있고요. 율이 만나기 전까지는 이런 느낌이고, 이런 성격이 기본이 돼서 율이 만나고부턴 조금씩 영향받고 변하는 부분이 있었을 것 같아요.
일단 살짝 예상해보기로는 율이가 혜주가 이전에 만나본 적 없는 유형의 사람이었을 것 같고, 율이에 대한 관심은 이런 마음부터가 시작이 아니었을까 생각하고 있어요. 자꾸 마주치는 율이가 궁금해지고 스며드는 게 어려운 일은 아니었을 것 같네요. 겉으로는 깔끔하고 단단해보여도 아직은 어리고 일단 사람이니까 ㅋㅋㅋㅋㅋ 외로웠을 것 같거든요.
위는 어디까지 제 예상이니까요. 학창시절 얘기는 율주가 말씀해주시는 걸 듣고 차근차근 수정하고 덧붙여보려고 해요. 율이는 어떤 학생이었나요?
앗... 근데 그냥 쉬고 싶다고 해도 타당하다 생각하지 않을까요? 논리적인 사람이 총을 쏘면 타당타당...(죄송합니다...)
저는 천천히 굴러가는 것도 좋아해서요. 또 바쁠 때는 열심히 일하고 쉬는 게 중요하잖아요! 0v0 넵, 율주도 푹 주무시고 편안한 주말 보내세요~ -
61 함율주 (CTEuszyYSU) 2020. 10. 17. 오후 2:15:04우히히히. 오래오래 두고 먹으려면 단짠단짠이지요! ^-^ 선생님들이 혜주를 무척 예뻐했을 것 같아요. 내면이 보이지 않으니까 이유는 어쨌든 겉으로는 사고도 안 치고 큰 문제 일으키지 않았을 테니까요. 반면, 중학생 시절이라면 율이의 과도기였겠네요. 좋은 집에서 잘 자라는 아이처럼 보이고 싶은데 맘처럼 잘 안 되는 시기요. 성적이나 운동 면에서 흠도 없고 또래 간에 인기도 높기는 했을 텐데, 교사관계나 교우관계에서 문제가 많았을 거예요. 지금보다 감정 조절을 훨씬 못 해서 사고도 치고, 어떤 관계는 너무 밀착되어 있어서 간이며 쓸개 다 내줬다가 배신당하기도 하고요. 그 밖에도 매일같이 자기 손에 옷도 다려입고 상처 자국 같은 건 숨기고 노력은 하는데 부자연스러운 여러 빈틈이 있었을 거예요. (물론 고등학생이 되면 이 빈틈들을 메꿀 줄 알게 되어서 한층 더 괴물이 됩니다. ^-^)
눈에 띄는 정도로 보면 좋게든 나쁘게든 많이 눈에 띄었겠네요. 혜주 만나기 전까지는 이런 느낌이에요. 사람들과는 아무리 지금 원만한 관계라도 긴장감이 높았을 것 같아요. 그들이 보여주는 모습은 내가 지어낸 거고, 삐끗해서 실수하면 죄다 사라질 관계라고 믿었을 테니까요. 이건 지금도 마찬가지일 것 같고요. 예상해보기로, 혜주와는 지원 관계 때문에 율이네 가정 형편을 아는 상태로 시작했을 텐데 그걸 가지고 혜주의 태도가 대놓고 낮잡아 보거나 비웃거나 했을 것 같지 않아서, 최초로 마음 놓고 정 붙여도 되는 사람이 아니었을까 하고 있었답니다. 그리고 혜주는 다정하니까요! 무언가 팡 하고 터져서 율이 혜주에게 각인되다시피 한 사건이 하나쯤 있었다고 해도 좋겠구요. 중학생 무렵엔 이 정도일까 싶은데 들으시구 나서 수정하거나 덧붙인 부분이 있으시담 듣고 싶어요. 0▽0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총구녕 뚫리는 율주) 요즘 웃을 일도 없는데 혜주주 이따금 이렇게 저를 터트리세요. ㅋㅋㅋㅋㅋ 언젠가 율이가 쉬고 싶다는 핑계로 떠난다고 하면 홧김에 막 질러본 거거나 정말 쫓아오라고 찔러 보는 걸 텐데 맘 정리 끝난 혜주랑 엇갈리려나요? 그것도 재미있긴 하겠네요. 빈 시간에 도륵도륵 느리지만 열심히 굴려 갈게요. 참, 그리고 첨에 답레 텀은 한 달도 괜찮다고 하신 걸로 기억하는데 저도 미리 말 해주시면 그 정도 괜찮아요! 여유 만끽하는 주말 되세요~ ^▽^ -
62 혜주주 (mfkKx3ECn.) 2020. 10. 18. 오전 12:14:32보여지는 건 달라도 둘이 약간 비슷한 부분도 있는 것 같아요. 특히 관계의 긴장도가 높은 부분이요. 예상하신대로 혜주가 율이의 환경은 크게 신경쓰지 않았을 거예요. 혜주에게 부모님이 바쁜 건 일상이라 처음엔 율이 자체에 대한 생각보단 ‘뭘 또 새로 시작하셨나보다’ 하는 생각을 먼저 했겠네요.
율이가 그렇게 생각하고 다가와줬다면, 혜주에게 율이는 이상하게 편한 애로 생각되기 시작했을 것 같아요. 앞서 긴장도가 높다고 말씀드렸는데, 이게 혜주한테는 익숙한 거라 내내 모르다 율이 만나고서야 편안함과 불편함을 구분하게 됐을 거구요. 아예 몰랐다면 그냥 넘어갈 수 있는데 이제 좋은 걸 알게 됐으니까, 게다가 처음이니까! 본인은 몰라도 율이가 꽤 인상적으로 맘에 도장을 꾹 남기지 않았을까 해요.
각인 되는 계기는 생각할 시간이 더 필요할 수도 있겠어요. 당장 생각나는 건.. 율이가 조금씩 드러내는 허점 중에 작은 상처 같은 것도 있었을까요? 만약에 그런 게 있었다면, 조용히 밴드 건네면서 “아프겠다.” 하는 장면이 생각나요. 율이 다친 자리 대신에 자기 몸의 같은 위치 톡톡 치면서요. 근데 이게 율이에게 각인될 만큼 임팩트 있는 사건일지는 모르겠어요. 0vㅠ
혜주 맘이 꼬이기 시작하는 건 율이가 완벽하게 감출 수 있게 되었을 때부터가 아닐까 해요. 그때쯤부터 혜주는 은근하게 생각하던 재능의 문제에 대해 어느 정도 확신하게 되었을 텐데, 율이는 엄청 반짝거려서 멀게 느껴지기 시작해서 불안했을 것 같아요. 약간의 방황도 하지 않았을까 합니다...
ㅋㅋㅋㅋㅋ 아니 웃어주실 줄 몰랐어요... 늘 싸늘한 눈초리만 받다가 웃어주시는 분을 만나니 황송하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맘 정리가 끝나서 엇갈릴지, 본격적으로 꼬인 맘을 티내기 시작할지 아직 짐작이 안 돼서 이건 흘러가는 걸 봐야 할 것 같네요. 어느 쪽이든 제 취향이라 기대가 됩니다 0v0*
앗, 넵! 아마 문제가 생기지 않는 이상 한 달 가까이 걸릴 일은 없겠지만, 레스 쓰는 시간의 편차가 큰 편이라 며칠이나 일주일 정도 소요되는 날은 있을 것 같아요. 사실 말씀만 해주시면 한 달 조금 더 걸려도 괜찮아요 ㅋㅋㅋㅋ 율주께서도 그런 때가 오면 편하게 말씀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여유를 너무 즐겼더니 벌써 일요일이라 충격적이네요 ㅠvㅠ 율주도 푹 쉬셨길 바라고 평안한 밤 되세요! -
63 율 - 혜주 (o.oNs/HHk.) 2020. 10. 18. 오후 12:08:58율은 배우가 아니며 혜주도 역시 관객이 아니니 둘 사이에 거짓을 일깨우거나 지적하지 않아야 한다는 불문율은 의미마저 전무하다. 예서 너스레로 나서자면 어느 한 군데 허술하지 않도록 분할 자신이 없다. 더 능청을 떨어 보자니 너나저나 다 아는 손바닥 위에서 놀자는 것 같아 우습다. 율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핸들 커버를 더듬고만 있다. 수 개월은 사용한 피륙의 달라붙는 느낌이 전에 없이 편치 못하다.
"...설마~"
뒤늦게 토하는 것의 말씨는 그 무던한 정도가 단념과도 같다. 사족을 꿰어 붙이려 하던지 목울대가 꿈트럭대지만 단지 그뿐이었나. 율은 금방, 무엇이든 잃지 않고서는 혀를 놀리지 못하는 상황에 몰렸다는 것을 깨우친다.
"전할 말, 안 해야할 말 가릴 줄은 알아!"
큭큭, 웃음을 터뜨리고서 고자질은 없을 것이라 장담한다. 요상스럽게도 율은 착한 딸이 아닌 혜주를 대할 때 같이 안 착하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이것이 제 업보 때문이라 여겼지만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렇게 생각하는 법을 바꾼다고 해서 착하지 않을 때의 혜주가 갑자기 싫어지는 변덕은 생겨나지 않았다.
"뭐 그런가? 그건 모르지? ...아니다. 그 말이 맞나?"
세우지 않은 선바이저가 그리는 그늘 아래 율은 눈썹을 실룩 실그러뜨린다. 중앙 펜스 너머의 생각 없는 운전자가 상향등을 켜고 지나지만 율은 자기 자신을 재단하느라 이를 배경 보듯 하고 만다.
진심을 잃고 사람 따라 유랑하던지, 또는 진심이 아니라 진심 될 상대를 원하는 누가 있단다. 또 어딘가에는 자기 품은 마음이 진심일까 두려워 못 견디게 되면 다른 아무나를 찾는 누구가 있다. 이들은 서로를 이해한다 착각하지만 그런 일은 오직 각자에게서만 일어난다. 이에 실연 자체가 아니라 원치 않는 사람을 구하는 어리석음을 안쓰럽다 여기는 율의 동정은 자기연민의 아종에 가까워진다. 진심을 다루는 자리에서 율은 결코 우수한 연사가 될 수 없다. 타인은 물론 자신이 가진 마음도 잴 수 없는 율은, 단지 지닌 어떤 감정들에 대해서 진심이 아니면 무어라 이름하지 못 하는 제 무지 외에 어떤 것도 몰라, 판단을 유예하거나 회피하기가 예사다.
"왜 몰라? 다들 잃기 싫은 사람 하나씩은 있지 않아.
...그래도 적당히 좋아하다 적당히 질려서 잊어버리니까, 보통은."
뜯어보면 별반 차이는 없건만 율의 옆모습이 사뭇 유이해 보였나. 속도계의 바늘이 급하지 않게 왼 편으로 치우치는가 싶더니 방지턱을 넘는 충격이 뒤따른다. 꽃바구니의 무게중심은 순시에 혼란에 빠져들었다 본래 자리를 찾아 간다. -
64 함율주 (o.oNs/HHk.) 2020. 10. 18. 오후 12:13:16율은 기분이 미세하게 좋아졌습니다. +5%
방금은 살짝 찔러본 게 맞거든요. 혹시나 하는 기대가 오래가진 못하겠지만서도.
>>62 그런 공통점이 있었네요. 혜주도 관계에 긴장도가 높은가 봐요. 원만해 보이고 맺고 끊는 것도 확실하니까 감상에는 뭐랄지, 인간사에 초연할 (?) 것도 같았어요. 어쩌면 호의의 모습을 한 미움 때문이었을까요? 암튼 불편함에 무뎌져 있다가 편안함을 알게 되는 혜주라니 무척 취향적인 상황이네요! ^▽^
혜주가 그렇게 했다면 임팩트 있는 사건이었을 거예요. 상처 같은 것들은 숨기고 다니려 하니까 걱정받은 적도 많지 않았을 거구요. 그나마 걱정하는 사람들은 유난을 떨었을 텐데 이렇게 접근하면 율이는 "넌 걱정받아야 되는 사람이야.", "넌 불쌍한 사람이야." "넌 이상해." ~처럼 자존심 건드리는 메시지로 꼬아 들었을 거거든요. 하지만 혜주의 조용한 따뜻함이라면 위로가 되었을 거예요. 완벽하게 못 감춘 걸 부끄러워 하면서 "안 아파." 하고 울컥해서 밴드만 한참 매만지고 있었을 것 같네요.
혜주의 재능 문제는 뒷사람이 일반인이라서 어느 정도 공감가는 부분도 있고 사랑해 마지않는 부분이랍니다. ღ˘‿˘ღ 그럼 고등학교 입학 즈음이었겠어요. 이 때부터 학교가 같았으니 지원 관계가 알음알음으로 드러나면서 율이도 혜주를 대하는 태도가 전과 다르기 시작할 무렵이네요. 이쪽은 또 나름대로의 입장차 인식에서 비롯된 열등감이구요. 밴드 사건 이후에는 율이가 남들에게 하지 않는 솔직한 내면 이야기도 혜주에게 했을 법한데, 묻지 않아도 TMI 털듯이요. 이 때부터는 없었겠어요. 방황이라는 게 사람마다 다르게 마련인데 혜주는 어떻게 했을지 궁금해요.
아니 그럼 늘 싸늘한 눈초리만 받았는데 안 그만두고 계속 하시는 건가요? 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 넘 웃겨요. 혜주주, 주관이 분명한 분이셨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저두요. 사실 굴리다 보면 흐름에 따라 변하기 마련이니까요.
일주일도 물론 괜찮아요. 그리고 혹시 오래 못 오게 되면 말씀해 드릴게요. 고된 노동 뒤에 마시는 쪼고우유는 행복이네요. (*ฅ́˘ฅ̀*) 내일이 무슨 요일인지 생각하지 않을래요. 혜주주는 푹 쉬신 것 같아 다행이에요. 오늘 마지막 1초까지 알차게 써먹자구요! -
65 혜주주 (HMm.x/u146) 2020. 10. 18. 오후 4:07:27오히려 초연해지지 못할 것 같아서 무심하게, 아니 무심한 척 넘겼을 거예요. 포장은 예쁘게 되어있는 상자인데, 안에 뭐가 들어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하면 쉽게 열어보기 어렵잖아요. 폭탄일 수도 있는데! 혜주가 속내가 어떻든 원만해보이는 모습을 유지하고, 곧잘 끊어내는 건 그 이면을 보기 무서워서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앗, 임팩트 있는 사건이 되는군요. 그럼 그걸로 부탁드릴게요! 자기 얘기해줄 율이 생각하면 왜 이렇게 귀엽죠 ㅋㅋㅋㅋㅋ 애기 밤톨.. ㅠvㅠ 혜주는 지금까지 자기한테 이렇게까지 솔직하게 말해주는 사람이 없었어서 새롭고 좋았을 것 같아요. 왠지 버팀목이 된 것 같고.. 혜주는 혜주 나름대로 스스로 새로운 쓸모를 찾았다고 생각했겠어요.
혜주의 방황은 조용히 시작해서 2학년에 정점을 찍었을 것 같아요. 일단 처음엔 피아노 치고 자기 연주 듣고 확인하는 게 싫어져서 레슨은 꼬박꼬박 받으면서도 혼자 연습하는 시간은 줄었을 거예요. 이때까지만 해도 티가 별로 안 나다가 갑자기 연애하기 시작했을 것 같네요. 원래 인간관계 자체가 오는 사람 안 막고 가는 사람 안 잡는 형태로 이루어지긴 했는데, 누굴 사귀고 하는 개념은 없었거든요. 근데 언제부턴가 그냥 고백하면 다 받아주고.. 그래서 철없는 몇몇 사이에선 걔 비싸게 굴 줄 알았더니 딱히 그런 것도 아니더라 하는 얘기도 잠깐 돌았을 것 같고요. 근데 정말 받아주기만 하고 연애의 ㅇ 같지도 않아서 금방 차였겠지만요. She was tea,,, 종종 아파서 보건실 간다고 거짓말치고 옥상 올라가 있는 일도 있었을 것 같네요. 역시나 어른들은 무관심하거나 딱히 시끄럽게 문제될 일을 벌이진 않아서 학교 자체에선 모르고 지나갔을 듯 합니다 0v0! 이제 율이의 고교 시절을 들을 시간인가요 두구두구
언젠가 율주처럼 웃어주시는 분이 나타날 줄 알고...! 사실 그냥 하고 싶은 맘을 못 이겨서 생각나면 생각나는대로 시도하는 편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넵 흐름에 몸을 맡겨보기로 해요 ~(~.~)~
일하고 나서 먹는 초코우유 최고예요! 내일은... 내일은..(왈칵) 현재에 충실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ㅠvㅠ!!! 오늘은 탱자탱자 놀기만은 어려워서 조금 슬프네요 ㅋㅋㅋ큐ㅠㅠㅠㅠ 율주는 오늘 끝까지 누리시구요! 답레는 2-3일 정도 걸릴 수 있을 것 같아 미리 말씀드릴게요. -
66 함율주 (o.oNs/HHk.) 2020. 10. 18. 오후 10:41:14이해는 가지만 폭탄 수준으로 본 건가요? 0▽0 혜주의 긴장도가 얼마나 높은지 느껴지는 비유인걸요. 잘 끊어내는 걸 강함으로 봤는데 어떤 약함의 증명일 수 있었네요.
애기 밤톨! ㅋㅋㅋㅋㅋ 혜주는 솜털만치도 마주칠 일 없는, 모르는 학교 모르는 선생님 싫다는 얘기도 몇 번 들었을 거예요. 새로운 쓸모라. 혜주가 그렇게 생각한단 게 뒷사람 인상에 깊었네요. 좋은 걸 표방은 하는데 자세히 보면 되게 당연한 듯이 스스로에게 박한 어감인 거 있죠! ㅠ▽ㅠ 연습 시간만 줄고 몰래 옥상 가거나 하는 거라면 율이는 혜주의 변화를 눈치채지는 못 했을 것 같구요. 연애를 시작할 것도 전혀 예상 못 했겠네요.
율이 고교 시절이라면 장래 유망한 학생이었을 거예요. 상도 다방면에서 받고 주변에 사람도 많아서 바라는 대로 좋은 집안에서 사랑받고 자란 사람 같았겠네요. 좋은 집안으로 보는 거는 혜주와의 지원 관계를 모르는 사람에게만 한정되지만요. 중학생 때의 빈틈은 거의 다 메웠지만 인간관계에서 오는 긴장감은 여전해서, 급우들이 장난치려고 율이 머리에 핀 같은 거 몰래 꽂고, 자기들끼리 웃고, 그러면 꽂은 사람이 미안할 정도로 크게 동요하는 모습들은 드물게 있었을 것 같아요. 그런 것들 때문에 학년이 올라갈수록 감 좋은 학생들은 짚어 말할 순 없는데 율이가 보여지는 그대로의 사람이 아닌 것 같다고 느끼기도 했겠구요. 누군가는 친한 줄 알았는데 아무리 지내도 거리감이 그대로라고 꺼리기도 했겠네요.
학창시절 연애 사건도 있었겠단 생각은 하고 있었는데 혜주가 갑자기 연애를 시작했을 거라니 율이의 연애 시기를 그 뒤로 넘기고 싶어져요. 혜주 이전에도 교제는 있었지만 미숙하게 끝났을 거고, 거두어진 뒤로는 연애가 없었지만 그 이유가 전부 혜주 때문만은 아니더라도 관련된 상황에서 혜주를 의식하기는 했을 거예요. 그러다 혜주가 연애를 시작하고 나서 나만 의식하고 있었다고 생각했겠고, 현타 맞고 나서 몇 달 있다가 누군가 만나지 않았을까 해요. 짧게 이틀에서 길게 3달을 못 넘기는 인스턴트성이었겠지만요. 그보다 tea 보고서 영미권 관용구인 줄 알았어요! ㅋㅋㅋㅋㅋㅋㅋ
어머나. 그건 저를 예전부터 기다려 오셨다는...! *゚▽゚) (??) 저도 그 맘 알아요. 착 붙는 애드리브가 생각나면 하고 싶어 못 견딘다구요. 앞으로도 생각나면 망설이지 말아 주세요. ^-^ 현재에 충실해야 하니 충실하게 뒹굴고 있습니다. 제가 끝까지 누려 드릴게요. 그게 위안이 된다면요. 네. 답레는 시간 될 때 천천히 작성해주세요! 안녕히 주무시구요~ ^▽^ -
67 함율주 (SwQM5ujnm2) 2020. 10. 19. 오전 1:21:57>>66 의 머리핀 예시는 정정할게요. 누워서 생각해 보니까 예시로 든 저 상황의 정도라면 중학생 때 이미 겪었을 테고, 고교 시절에는 속으로 동요했어도 틈이 안 보였겠네요.
요점은, 예민한 사람은 오래 지내다 보면 교묘하게 이상한 느낌을 받았을 거랍니다! -
68 혜주주 (g8wl5fX7VI) 2020. 10. 19. 오후 3:13:16혜주 스스로도 잘 모르지만, 혜주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있다면 괜찮아 보이는 지금의 현상유지가 아닐까 했어요. 폭탄을 예시로 들어 설명한 건 그 현상유지에 집착하는 탓에 곧잘 최악의 경우까지 생각했을 것 같아서였답니다! 율주가 너무 잘 알아주시구 잘 말씀해주셔서 놀라고 있어요 ㅋㅋㅋㅋ 넵, 강함보다는 약함의 반증이 맞고 스스로에게 박한 어감도 의도한 것입니다... 알아주셔서 감사해요 ㅋㅋㅋㅋㅋ
애기 밤톨 너무 귀여워요 ㅠvㅠ 혜주는 못 부를 테니 뒷사람이라도 실컷 불러봅니다... 그렇게 율이 얘기 듣다보면 혜주는 전혀 모르는 사람인데도 괜히 싫어하게 됐을 것 같네요 ㅋㅋㅋㅋ >>66-67에서 말씀해주신 모습이라면 율이는 모두가 다 좋아할 수밖에 없는 학생이었을 것 같아요. 좋은 의미로 눈에도 많이 띄고요. 혜주는 더 이상 율이가 자기한테 예전처럼 말도 안 해주고, 그렇게 눈에 띄는 걸 보면서 점점 멀어진다고 생각했을 거예요. 또 자기 상황과는 반대에 같아 열등감도 느꼈을 거구요, 맨 처음 율이를 알아본 건 그래도 자기라는 마지막 자만심(?)과 그걸 다른 사람들은 모르는 것에 대한 억울함, 질투 같은 마음도 있었겠어요.
혜주의 연애는 오래 좋아했던 피아노와 제일 깊게 연결되어 있고 앞으로도 그럴 거라 생각했던 율이와 동시에 멀어지는 상황이 계기가 됐겠네요. 어딘가에 있을 진짜 특별한 사람에 대한 기대로 시작해서 초반엔 약간 장단이라도 맞췄을 것 같은데, 뒤로 갈수록 율이의 특별함만 느끼게 돼서 건성대다 차이는 속도가 빨라졌겠어요... 율이 연애 시작했다는 거 듣곤 드물게 한 명 조금 오래(그래봤자 몇 달이었겠지만요.) 사귀다 말았을 것 같네요. 앗, tea는 타당타당 같은 거였답니다 ㅋㅋㅋㅋㅋㅋ
참, 이제는 같은 학교라서 여쭤봐야 할 것 같은데 학교에서와 집에서 율이가 혜주를 대하는 태도는 어땠을까요?
어, 어머나...! (〃ー〃)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율주께서 허락해주셨으니 이제 맘 편하게 타당타당해볼게요 ㅋㅋㅋㅋ 율주는 주말 끝까지 누리신 것 같아 위안이 되네요. 전 오늘 현재에 충실해야 한다는 말을 잠시 잊고 살기로 했어요 ㅎ-ㅎ,, 율주도 너무 열심히 보내지 마시구(???) 기운 아끼는 하루 되세요~ -
69 함율주 (WUicn5qXvI) 2020. 10. 20. 오전 10:51:18저야 곱씹어 보았을 뿐인데요. 직설적이지는 않은데 읽을수록, 우울감이라고 할까요? 쓴 맛이 묻어나는 혜주의 느낌과 글이 좋달까, 뒷사람의 취향 직격이라서 잘 보이는 걸지도요. ㅋㅋㅋㅋ 애기 밤톨은 닳도록 부르셔도 되는데 저는 혜주를 애칭으로 못 불러서 억울해요! 귀여운 별명을 고르고 싶은데 아저씨 유모어만 떠오른다구요. (부르게 혜주 혜주...)
마지막 자만심이라. 잘 안 알려진 좋은 노래 찾아서 혼자만 즐기고 있는데 갑자기 차트 역주행했을 때의 느낌과 비슷할까요? 소소하게 귀여운 맘을 갖고 있었다니 뒷사람만 좋은 걸 알아가네요. 어린 시절 중요했던 것들에서 멀어지는 기분이니 새로 몰두할 것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는데, 그런 혜주에게 짧은 연애들이 얼마나 위로가 되었을지 잘 모르겠어요. ㅠ▽ㅠ
학교나 여럿이 있을 때에는 먼저 인사도 잘 안 했을 것 같아요. 집에서 보내는 시간도 전보다 줄고요. 혜주 관찰은 쭉 하고 있어서 혜주가 집에서 평소처럼 있으면 가끔 갑자기 와서 "요즘은 연습 안 해?" "그 애는 어때?" 같은 걸 묻고 별 중요한 목적도 없이 알쩡거리다 가기도 했겠네요. 특수한 상황이 겹치면 자기를 외간 남자라고 하는 꼬인 농담도 나왔을 것 같고요. 혜주네 부모님과 혜주가 함께 있는 자리에서 준비하고 있는 대회 얘길 유독 자세하게 하는 것처럼, 간접적으로 자기 하는 일이나 연애를 과시하듯이 하려는 모습도 있었겠고, 뻔히 안 좋은 결과에 자기를 몰아 넣어서 혜주가 관심을 보이나 없나 시험하려는 것 같은 모습도 보였을 텐데 자세한 상황은 생각이 안 나네요! 혜주는 어땠을 것 같나요?
저도 맘 편하게 논리적인 혜주주가 쏘는 총 맞아 볼 테니까요. ^-^ 기운 아끼라구 하셨는데 그게 잘 안 되네요. 갑자기 컨디션이 좋아져서 뭘 하든 빨빨거리게 된다구요! 오늘도 집에 가면 녹초가 되겠죠. 혜주주는 보고 배우지 마세요! -
70 혜주 - 율 (DGaVxDty4Y) 2020. 10. 20. 오후 4:29:45혜주는 율의 대답을 농담의 연장이자 화제의 종결로 생각했다. 따라서 이에 또 다른 말을 얹는 건 이미 커튼콜까지 마친 공연에 홀로 앵콜을 외치는 것과 같다. 혜주는 픽 웃고 마는 행위로 불을 끄고 문을 닫는다. 안에 누군가 남아 있었던가? 확인은 하지 않기로 한다.
“알지, 유리 이런 데서 눈치 빠른 거. 그래서 내가 좋아하잖아.”
일상적인 대화에 가벼운 진심을 섞는 것만으로 말의 무게는 놀라우리만치 무거워진다. 시답잖은 대화의 일부처럼 건네는 말을 몇 번이나 다듬고 확인하는지, 율이 알 리 없으므로 그 무게 또한 모를 테지만. 혜주는 그가 그런 걸 영영 몰랐으면 좋겠다. 알 필요 없다고 생각한다.
“남의 속을 어떻게 알겠어. 나도 그냥 해본 말이야.”
혜주는 흐름을 적당히 끊어낼 요량으로 말했다. 괜한 짓을 했다고 생각했다. 혜주는 없는 사람이 둘 사이에 끼이는 일에 극도의 거부감을 느꼈다. 그게 율과 혜주, 모두가 아는 사람이 아니라면 더더욱. 율만이 알고 있는 사람. 기다리겠다는 말을 유효한 약속으로 만들 수 있는 사람. 복잡해지기 시작하는 머리에 다시 왼손을 꾹 쥔다. 냉찜질이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애써 생각을 환기한다.
그와 동시에, 혜주는 율의 말 하나하나를 뜯어본다. 가장 깊은 곳이라 생각되는 곳보다 더 깊숙이 헤집어 본다. 상처가 나고 피가 나도 개의치 않고 전부 알아내고 싶다. 어떤 마음으로 하는 말인지, 내포하고 있는 의미는 무엇인지. 그래서 마침내 그가 생각하는 정답의 범위 안에 있는 말을 돌려주고 싶다. 아니, 딱 그 정반대에 있는 말을 내던지고 싶다. 양가적인 감정에 휩싸여 휘청대는 혜주는 일찌감치 떠오른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아무리 헤집어보려 해도 혜주는 그의 털끝도 건드리지 못한다. 상처 입고 피 흘리는 건 혜주 본인뿐이다.
“…적당히 좋아하다 적당히 잊어버린다는 거, 되게 편리해 보인다.”
흔들리는 꽃바구니를 무시했다. 차라리 뒤로 넘어가 바닥을 굴렀으면 좋았겠다고 생각한다.
“나 그냥 주차장에 내려줘. 혼자 올라갈게. 어차피 너 다시 갈 거니까.”
표정과 목소리 모두 미적지근한 온도에 그친다. 배려의 모양을 하고 있지만, 실상은 도망이나 회피에 가깝다.
“…부탁까지 해놓고 미안한데, 나 샌드위치도 못 먹겠어. 속이 안 좋네. 긴장했었나 봐.”
할 수만 있다면 모든 신경을 죽이고 싶었다. 가능하다면 마음까지도. -
71 혜주주 (DGaVxDty4Y) 2020. 10. 20. 오후 4:54:43가끔 글이 너무 무거워지지는 않았나 고민했는데 아직까진 취향에 맞으신 것 같아 다행입니다 ㅠvㅠ 애기밤톨! 애기밤톨! 애기밤톨!(뿌듯) 아니, 근데.. 저 ‘부르게 혜주 혜주’를 보고 율주가 타당타당에 웃으신 이유를 알게 된 것 같아요 ㅋㅋㅋㅋㅋㅋ
짧은 연애들은 잠깐씩 시선 돌리는 데에는 제법 효과가 있었을 거예요. 사람이 앞에서 말하고 행동하면 자연히 그쪽으로 시선이 가니까요. 하지만 잠시의 도피책 정도였을 것 같고, 오히려 예전 생각에 기대어 보냈겠어요. 역시 좋은 방법은 아니지만요.
혜주는 처음엔 먼저 인사하다가 나중에는 안 했을 것 같아요. 율이가 불편해한다고 생각해서요. 비슷하게 집에서도 딱히 접점을 만들기 위해서 노력은 안 했을 것 같네요. 혜주도 눈으로는 율이를 좇았겠지만요. 연습에 대해선 “아까 했어.” 같은 거짓말을 제일 많이 했을 거예요. 그건 연애 질문 같은데, 거기엔 “내가 좋대. 그래서 나도 좋아해보려고.”나 “좋아하는 것 같아.” 같은 말들을 했겠네요.
학교에서는 율이도 인사를 먼저 안 해주기도 하고, 지원관계를 아는 친구들이 괜히 시끄럽게 할까 싶어서 크게 아는 척 안 했을 것 같아요. 그렇게 과시하는 것 같은 말에는 혼자 비교하면서 상처 받았겠지만, 그냥 조용히 밥 먹다 먼저 올라가버렸을 것 같아요. 종종 가족들끼리 모인 자리에 자기보다 율이가 더 잘 어울린다고도 생각했겠어요. 하지만 말로 꺼내는 순간 지는 거고... 너무 못된 새언니(?) 같다고 생각해서 말은 안 했겠네요. ㅋㅋㅋㅋㅋ 참, 풀다보니 혜주가 점점 과묵해져서 0vㅠ... 고등학생 때는 혜주 부모님께서 율이에게 혜주에 대한 걸 물어보는 일이 있었을 수도 있겠어요. 괜찮으실까요?
아무튼 둘이선 집에서도 일상적인 대화만 오갔겠네요. 특히 율이가 연애할 때는 절대! 절대! 관련된 말은 안 꺼내려고 했을 것 같아요. 그런데 율이를 좋아하는 걸 엄청 티내는 친구나 특이하게 오래 사귄 친구가 있었다면, 그때 딱 한 번 “그 애 어디가 그렇게 좋아?” 물었을 것 같아요.
나쁜 결과가 뻔히 보이는 일에 뛰어드는 율이 보면 드물게 엄청 동요했을 혜주가 떠올라요. 이런 모습이랑 외간남자 농담과 뒷사람의 나쁜 취향을 섞어서,, 혜주가 율이 좋아한다는 거 눈치챈 친구가 딱 하나 있었다고 하고 싶네요. 잘만 끊어내는 혜주도 그때만큼은 율이가 알게 될까봐 휘둘려줬을 것 같아요. 그렇담 마지막에 조금 길게 사귄 친구가 이 친구였겠네요. 이 친구의 흥미가 떨어지면서 혜주의 싱거운 고교시절 연애사도 끝났겠어요. 혹시 이 중에 내키지 않는 게 있으시면 말씀해주세요!
참, 지금까지 풀어주신 걸 보면서 대학생 때 혜주의 생각이 약간 바뀌게 되었어요. ‘내가 좋은 기억만은 아닐 텐데’에서 ‘내가 별로 달갑지 않을 텐데’로요. 율이가 연락해서 하는 말이나 행동을 지원과 연결해서 생각하기도 할 테고요. 그래서 한 번은 네 장학금 내가 주는 것도 아니고 네가 잘해서 받는 건데 굳이 이렇게까지 할 필요 없다, 나 대하는 태도로 너한테 이익이나 불이익 없을 거다 하는 말을 하기도 했을 것 같아요. 나머진 비슷했을 거예요.
율주 부지런한 분이셨군요...! 저는 말 안 듣는 게 특기인 사람이라 오늘도 조금씩 기운을 비축해두고 있답니다. 율주도 너무 녹초는 되지 마시구요 ㅋㅋㅋ큐ㅠㅠㅠㅠㅠ 적당히 열심히 보내는 하루 되세요! -
72 율 - 혜주 (RGeLt.V.so) 2020. 10. 21. 오후 3:10:17"영광인데~ 그렇다고 너무 좋아해 줘서 까놓고 뒷담화 시작하면 곤란한 건 알아 주기. 내 입장 알지?"
바야흐로 남용의 시대, 분별없이 사용되는 하고많은 단어들 중 "좋아한다"는 한 마디만 바로 쓰여야 할 것도 없어서 율의 불행은 시작된다. 날씨는 "좋고", 분위기도 "좋고", 기분도 "좋은" 거고, 저무는 해나 부는 바람에도 "좋다"고 오만 가지에 붙여 댈 수 있는 단어라면 어디를 털어내서 그것들과 자신이 혜주에게 갖는 가치를 비교해야 할련지 알 수 없다.
"흐음~"
혜주의 그냥 해 본 말에 파급되어 율은 그냥 해 본 생각 이상을 하고 있지만 버금가는 입놀림은 업었나. 운전자가 차창 바깥의 타인에게의 동정을 철회해도 하지 않아도 차내는 쾌적하게 유지된다. 무얼 더하거나 빼려는 노력은 무의미하다.
"대개 사람들이 많이 고르는 걸 가만 보면 결국 편한 거더란 말이지..."
율은 피상적으로 대답하고, 너의 말은 꼭 적당하지 못 하는 사람 같이 들린다, 누가 들으면 되게 구구절절한 사랑한 줄 알겠다, 그걸 알고 있냐 모르냐며 캐내고 싶지만 자기의 대수롭잖은 기대가 귀를 흐렸을까 두려워 취조를 실행에 옮기지 못 한다. 그래서 율은 상상 속에 무고한 얼굴들을 불러들인다. 이름 없는 신사와 학생을 비롯한 자들은 제각기 관중석에서 유독 기립박수가 길었거나 조금 혜주와 길게 만났다는 이유들로 본인도 모르는 새 율에게 호출당한다. 제 얼굴은 뜯어보니 호출될 자격이 없었나? 기분이 그리던 미약한 상승곡선이 도로 꺾이기 시작하고 율은 이를 지극히 수동적으로 감각한다.
"정말 그래도 괜찮겠어?"
율의 되묻기가 서구사회 예절의 무신경을 그대로 닮아 있다. 이런 질문은 청개구리를 솎아내기 위한 정밀한 검사 도구와 같다. 대답은 뻔하고, 단지 화자가 몰상식하지 않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한 치레로 이 속성 때문에 도리어 무례하게 들릴 때가 있다.
"긴장이라니 별 일이다. 불쌍한 샌드위치! 기합 넣고 주문했는데 오늘은 아무한테도 먹히지 못 하겠네.
혼자 올라갈 거면 내 것도 들고 돌아가 주라~ 샌드위치, 버릴 순 없잖아? ...사실 어떻게 하든 상관없긴 한데 이대로 차에 두면 까먹게 될 것 같아서."
혜주는 율이 알기로, 못해도 수십 번은 관중들 앞에서 피아노와의 교감하는 장면을 내 보인 사람이다. 율은 그러나 곧바로 혜주의 긴장이라는 현상을 파고들지 않는다. 눈이 향하는 점을 낮게 깔고 빵의 처지를 조롱해 본다. 한 눈을 팔기 전 진로를 꺾어, 익히 다녀 왔던 주차장 입구를 향해 차를 밀어넣었으니 사고에 관한 염려도 없다.
정식으로 주차된 차들의 간격 사이로 비집을 틈새를 지금은 찾지 않는다. 대신에 문을 여닫기 쉽도록 위치를 계산하여 차를 잠시 세운다. 비로소 옆자리의 혜주를 정면으로 보게 된 율은 오랫동안 지지 않을 것 같은 미소를 입가에 호젓이 걸어 둔다.
"관중석에서 베토벤이라도 본 건 아니지? 그럼... 오늘 운전이 험했나?"
혜주를 보는 눈초리가 지극히 외과적이다. 외양만으로 진단을 내리겠다는 듯 성화다.
"...아. 뒷좌석에 있는 짐은 놔 둬, 필요한 것만 빼고! 나중에 내가 들고 올라갈 테니까." -
73 율주 (RGeLt.V.so) 2020. 10. 21. 오후 3:26:23쓰면서 강력한 예지력이 발동했습니다. 꽃바구니는 남겠구나...! 남겨지겠구나....!!
사람이 앞에서 말하고 행동하면 시선이 간다구. 이게 왜 이렇게 웃긴지! 그 때의 연애가 연애의 ㅇ도 아니었다는 게 쏙쏙 이해 잘 가네요. ㅋㅋㅋㅋ 그리고 두 번째로 물은 거는 연애 질문이 맞아서 잘 대답해 주셨어요. 과시하는 말에 혜주가 상처를 받았을 건 율은 전혀 몰랐을 것 같아요. 혜주가 자기랑 비교할 거라고 생각하지 못 했을 거고 상처주려는 목적도 아니었을 거거든요. 굳이 누구를 위해서냐고 하면, 자기를 위한? 혜주가 별 반응이 없어 보이니 더 모르기도 했겠네요. 가족끼리 모인 자리에 율이가 더 어울릴 거란 생각까지 했다니 뒷사람 눈이 촉촉해지고 있지만, 반대로 취향은 갈대처럼 흔들리고 있네요. 나쁜 뒷사람이라 미아내. 혜주야. ㅠ▽ㅠ 혜주 부모님에 대해서는 네! 괜찮아요. 율이는 아는 것만 답해줬을 것 같네요. 심지어 뭐 좀 알아봐달라 부탁하더라도 웬만한 거면 거절할 것 같지 않구요.
그리고 절대! 절대!가 너무나 단호하네요. ㅋㅋㅋㅋㅋㅋ 왜요. 뭔가 이유가 있나요? 율이는 관련된 말도 안부랑 섞어서 물어봤을텐데요. 율이를 좋아하는 걸 티내는 친구에게 어디가 좋냐고 물어봤다면...
티내는 친구: 함유리?
티내는 친구: 얼굴.
티내는 친구: 얼굴!!!!!!! 꺄ㅇ아ㅏㅏㄱ!!!!!!!!!(흥분)
티내는 친구: ...하. (옆머리 쓸어넘김) 남자는 얼굴이야. 친구.
오래 간 학생들 공통점이라 하면, 좋아하는 이유가 단순함 - 모성애가 강함 - 늘씬하고 색기있게 생긴 타입이 많겠어요. 그래서 "나 없으면 안 될 것 같은 점?" 같은 대답도 나왔을 것 같기도 해요. (이 학생은 나중에 차이게 됩니다.)
혜주주는 섞어서 이렇게 맛난 것도 만들 줄 아시네요. 흥미가 떨어진 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권력 관계가, 이게, 이러면 혜주가 끌려다니면서 연옥 간접체험 하고 있을 것 같아서...^▽ㅠ 내키지 않는 건 없어요! 거꾸로 내키는 부분도 있다고 하면 셀프로 수갑 차야하나요? 그리고 그렇게 말을 했다면... 율이는 아마 무지 크게, 혜주가 연애를 시작했거나 다른 어떤 말을 들었던 때 보다 상처받았을 것 같아요. 이건 천천히 정리해 볼게요. 율이가 그 뒤에 연락이 끊겼으면, 혜주가 율이를 고용할 개연성이 없어질까요? -
74 혜주 - 율 (iUZ0HDgc8g) 2020. 10. 22. 오후 11:17:29“그 정도 선은 알고 있네요.”
혜주의 한쪽 입꼬리가 비죽이 올라간다. 누구의 입장이나 지켜야 할 선 같은 것. 혜주는 그런 것들을 너무 잘 알아서 도리어 곤란했다. 모르는 척 상황을 가정하며 누구의 편에 설 거냐는 진심 섞인 농담조차 못하고, 한 걸음 물러서고 마는 것이다.
다들 쉽게만 하는 편한 선택, 왜 저는 근처에도 다가서지 않고 버티고 서 있는지. 이런 마음이 이해가 되는지 묻고 싶은 충동이 일지만, 혜주가 하는 거라곤 흘려보내듯 고개를 끄덕이는 일이다. 어느 쪽의 대답이든 제겐 괴로울 거라는 사실을 알기에.
“올라가기만 하면 되는데, 뭘. 괜찮아.”
언제부턴가 혜주는 가장 싱겁고 재미없는 것만을 골라 율에게 내밀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그런 때면 제가 지닌 시계의 초침만이 빠르게 움직이는 듯했다. 언젠가 다가올 날을 대비하는 사람처럼, 혜주는 율이 영영 돌아오지 않는 상상을 한다. 일어날 수 있는 가장 최악의 상황을 끝도 없이 가정하며 스스로 상처 입히는 일에 몰두했다.
“긴장은 늘 해. 티 내면 안 되니까 아닌 척 하는 거지. 샌드위치는… 미안.”
혜주에게 가끔 율의 말은 저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 하는 것처럼 들리곤 했다. 수도 없이 앉았을 피아노가 익숙하리라 여길 법도 한데. 분명히 다른 누군가에게서도 비슷한 말을 들었을 텐데. 같은 말이라도 유독 율의 입에서 나온 것이 날카롭게 느껴졌다. 혜주는 문득 타인으로부터 이해를 구한 적 없음에 후회한다. 한 번이라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면, 이 모든 게 이렇게까지 선명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익숙한 입구에 들어서면서야 혜주는 옅게 안심했다. 지금까지도 긴장상태에 있었다는 걸 뒤늦게 깨닫는다. 차체의 움직임에 따라 계속 흔들리던 꽃바구니는 기어코 콘솔박스에 버티고 있었다.
“…그 공연장에서 귀신 나온대? 운전에도 문제 없겄어. 그냥 이런 날도 있는 거지.”
단순한 컨디션 난조. 사람들이 많이들 고르는 편리한 이유다. 이렇게나 쉬운데 딱 하나가 그렇게 어려웠다. 율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혜주는 가장 먼저 꽃바구니를 들고 차에서 내렸다. 이윽고 뒷문을 열고선 제 가방을 팔에 걸고 꽃다발을 챙겼다. 원피스와 구두를 넣은 박스는 그대로 둔다. 성의에 대한 예의나 제 물건에 대한 무관심으로 치부될 수 있는 행동이다. 그러나 혜주는 제 속내를 안다. 이름이 쓰인 것을 버리고 나면 그만일 꽃바구니든, 개성 없이 그저 예쁘기만한 꽃다발이든 율의 정성으로 포장되어 타인에게 전해질 여지를 조금도 남겨두고 싶지 않았다. 대신에 남겨두는 건 제 흔적이 분명한 것들이다.
희미한 자괴감과 기묘한 만족감이 동시에 드는 건, 이제 더는 낯선 일이 아니다. 상체를 조금 숙인 혜주가 운전석쪽을 향해 말했다.
“…이따 봐.”
그의 외출이 얼마나 길어질지 모르면서 하는 인사는, 너무 늦지 않길 바라는 기원 같은 것이다. 그러나 말로 뱉은 소원들이 이루어지지 않는 일은 꽤나 흔한 일이라. 혜주는 애써 기대를 접으며 문을 닫는다. -
75 혜주주 (iUZ0HDgc8g) 2020. 10. 22. 오후 11:49:28하지만 꽃바구니를 제일 먼저 챙겼답니다! ㅎ-ㅎ 자기 물건인 거 티나는 것만 두고 가버렸네요.
앗 아뇨,,, 제가 가장 나쁜 뒷사람입니다. 저는 뒤에서 모든 걸 보고 웃고 있어요 0v0... 혹시라도 짜다 못해 쓰게 느껴지는 날이 오면 꼭 말씀해주세요! ㅋㅋㅋㅋ 앗 감사합니다. 그럼 아주 가끔 알아봐달라고도 하셨을 것 같네요. 친구관계 같은 건 도통 말을 안 하니까 학교에서 대충 어떤 평판(?)인지나 선생님이나 친구들이랑은 어떻게 지내는지 물어보시는 일 종종 있었을 듯해요.
제가 애매하게 여쭤봤군요! 어디가 좋았냐는 질문은 율이한테 했을 거랍니다. 근데 친구들 대답이 너무 재밌어요 ㅋㅋㅋㅋㅋ 율이 미남일 거라곤 생각했지만, 저런 반응이라면 어디서 데뷔 안 하고 혜주 옆에 남아준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하는 거 아닐지! 얼굴천재 함율 당신이 있어 오늘도 세상의 조도가 조금 더 올라갔습니다... 또, 덕분에 율이의 연애사를 슬쩍 엿본 것 같아 즐겁네요 0v0 혜주 속은 좀 탔겠어도 뒷사람은 즐겁기만 합니다,,,
순수하게 호기심이나 흥미로 시작한 미성년의 잔인함 때문에 세미연옥 정도는 보지 않았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 애가 정말 나쁘게 굴었다기보단 어디까지 알고 있고 또 누구한테 말했고 자기가 얼마나 속을 내보이고 있는지 몰라서 초조했을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혼자 만든 지옥이었겠네요. ㅋㅋㅋㅋㅋㅋ 이 보트에서 그 정도는 무죄입니다!
헉 그 정도로 상처가 되는 말일 줄 몰랐어요. 뒷사람이 울고 있습니다... 율이야 미안해 ㅠ-ㅠ...!! 연락이 끊어졌다면, 처음에는 정말로 지원을 신경써서라고 생각했을 거고, 그러다 연락이 안 오는 게 길어지거나 율이가 연락을 안 받기 시작했다면 뭔가 이상하다 느꼈을 거예요. 그때부터는 오히려 혜주가 율이에게 연락했을 것 같아요. 전화를 안 받으면 어디 아픈 건지 묻거나 잘 지내면 점이라도 찍어서 보내보라든가 메시지 보내구요. 그래도 계속 연락이 안 된다면 가족 식사자리를 이용하거나 그마저도 안 된다면 결국엔 율이가 사는 집 앞까지 찾아갔겠어요. 율이가 이사를 하거나 번호를 바꾸거나 작정하고 흔적을 다 지우고 잠적하지 않았다면, 혜주가 율이를 찾았을 거라 개연성에는 문제 없을 것 같아요! -
76 율 - 혜주 (el9bbiqbeg) 2020. 10. 23. 오후 6:51:20율이 인정하기가 흔쾌하지는 않지만, 운전석이 제 자리로 보이는 그 같은 사람에게 있어 여지껏 혜주와 부모 간의 대립이 크지 않았던 것은 기적과 결부지어 생각해야 할 문제일지 모른다. 이따금 율은 이들에게 지금처럼 농담의 모양을 하고 넌지시 입장을 일깨워 보인다. 혜주가 아무런 문제를 일으키지 않을 걸 알면서도 불필요한 말이 하나둘 가 붙는 건, 만에 하나 선을 잊었을 때에 율 자신이 어디로 기울지가 자기에게는 대단히 자명하기 때문이 아니냐 하면 이에 틀린 말은 없다.
청개구리 선별 검사를 혜주는 결점 없이 통과한다. 율에게는 한사코 사양하는 친절을 베풀 용의며 의욕이건 없다. 율의 눈썹이 팔 자를 느슨히 그린다.
"매년 보는 시험에도 번번이 긴장하는 녀석들이 있던 거와 비슷할까... 무대에 오르는 직업도 큰일이겠네~
...거듭 사과할 필요 없어. 사실 말만 이렇게 하지 내가 특별히 고생했단 생각 비슷한 것도 안중에 없었으니까."
게다가 자기에게 사과 같은 건 하고서 그냥 흘려 버리면 된다. 율 자신은 다른 사람이 대수롭지 않게 흘릴 거라고서 관습적인 전제를 하고 대답해 버린다. 때때로 자기 자비에는 가치 두기를 잊기가 일쑤고, 지금처럼 속 편하게 설명을 붙이는 것도 모든 사람에게 해당하는 일은 아니다. 율은 되레 늘 긴장하는 피아니스트의 거사 뒤에 스프나 미음이 아닌 음식을 권한 섬세하지 못한 비서 탓으로 지금의 양상을 재해석해 보기도 하지만 이를 굳이 말로 해 자기에게 불리하도록 문제를 꼬지 않기로 한다.
"그렇담 한시름 놓이기는 하는데~
귀신?? 뭐 그런 말은 없었고... 긴장감 넘칠 상황이 뭐가 있을까 했지. 베토벤이면 거장 앞에서 연주해야 하든지 저세상 사람이라서 그렇든지.., 아무튼 둘 중 하나에 긴장하지 않겠어?"
핸들에서 떼어 낸 손으로 목의 피로를 푼다. 혜주가 꽃바구니를 챙겨든 것은 으레 선물에 따르는 환대로 해석하였고 남겨진 박스들은 예의나 무관심 또는 피곤하다는 언질로 밑밥을 깔아놓은, 이 시간 이후 혜주의 외출은 없다는 징증에 대응시켜 놓으니 주의를 기울일 여지는 남아있지 않다. 다음 장면에서 율은 운전석에서 팔짱을 끼고서 거울에 비치는 피아니스트의 실루엣을 눈으로 쫓고 있다. 이따 봐 하고 건넨 말과 여타 인삿말과의 차이를 율은 알고 있었나? 눈이 보기 좋은 모양으로 휘어 이그러지고, 대답이랍시고 선사한 매끈한 것에는 이에 대한 단서랄 게 없다.
"들어가."
문이 닫힌다. 율은 기어에 손을 대려다 주저하고 먼저 차내 라디오를 켠다. 무의미한 올드팝송이 흘러나오고 있다. 보컬이 당장에라도 노래를 관뒀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율은 볼륨을 높여 빈 데를 채운다. 이윽고 바퀴는 앞뒤로 굴렀다 꺾이며 차량이 방향을 바꾸는 데 일조한다. 그리고 건물에 가려져 모습을 완전히 감추기 전까지 율을 태운 차는 뒷모습을 보이며 멀어져 간다. -
77 함율주 (el9bbiqbeg) 2020. 10. 23. 오후 7:18:27막레로 받아주셔도 되겠어요. 혜주 티나는 것만 두고 가는 거, 어우. 암 말 없이 저런 이유로 다른 사람한테 갈 물건 안 남겨 두는 거 넘 영악하구 좋지 않나요. ^p^ 홀려요. 전 이미 홀려 있어요...
웃고 계신 혜주주. ㅋㅋㅋㅋㅋㅋ 나쁜 뒷사람들끼리 잘 해 보아요. 이러니 뭐라도 작당해야 할 것 같은.., 팀업무비 기분 나네요. 그럴 때는 말씀드릴게요. 혜주주도 그럴 땐 말씀 부탁드려요! 평판이나 혜주가 지내는 건 듣기 좋은 것 위주로 얘기했겠지만 거의 현실에 가깝게 전했을 것 같아요.
율이한테요? 아하. 율이한테 직접 물어보지는 않았단 걸로 읽어버렸네요. 오래간다고 그닥 더 좋아한 거는 아니라서, 한참 생각하다가 "그냥. 거짓말 할 애는 아닌 것 같아서?" 같은 대답 하겠어요. 앞서 말씀드렸듯이 좋아하는 이유가 단순해서 맘에 든다는 뜻일 거구요. 자존감이 낮아서 이유가 복잡하면 못 믿거든요.
그런데 율이는 역으로 혜주에게 왜 좋아하냐고는 절대 안 물어봤을 거예요! 뭐라고 대답이 돌아오든 무진장 열받을 게 뻔하니까요! ㅠ▽ㅠ
전 공식미남 속성을 거진 잘 안 넣기 때문에 한 번 넣을 때 어중간한 맘으로 넣지 않는답니다. 웬만한 연예인 이상으로 설정해 두었어요. 데뷔는 요청이 들어왔어도 피곤해 보여서 거절했을 것 같아요. 근데 표현이 넘 웃겨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조도라니요. 팬클럽 주접이냐구요. ㅋㅋㅋㅋ 후핫핫하! 밤톨이를 세상의 전구로 만들겠습니다!! ^▽^
잠자리 날개를 뜯어보는 그런 잔학함을 상상해 버리게 되고... 가엾은 혜주! 그렇담 이 보트에서 유죄 판정 나려면 무슨 짓을 저질러야 할지, 순간 무서븐 상상을 했어요... 그건 어느 정도 율이 자업자득이니 사과하지 마세요. 율이는 고등학생이 되어 열등감도 느끼고 말도 잘 안하게 되고, 심지어 알고보니 자기를 의식하고 있지도 않았지만(율이 생각) 혜주와의 관계가 <자연스럽게 소원해졌지만 깊은 친구 사이> 쯤은 된다고 생각했을 거예요. 중학생 때 혜주의 기억이 율에게는 너무나 크고 강렬하기 때문에요. 자기가 소홀히 대하는 동안 혜주 안에서 어떻게 받아들였을지 생각도 안 하고 언제든 관계를 복구할 수 있다고 생각했을 테고요.
그런데 그 말로 혜주는 자기를 전 같지 않게 생각한단 걸 자각했을 거예요. 지금까지 적어도 친구는 된다고 생각했는데 혜주에게는 자기가 그저 피후원자였던 건가 싶을 거구요. 혜주는 연중에 걸쳐서 천천히 굳혀 왔을 것 같은데, 율이는 그동안 혜주의 방황에 무심했기 때문에 모르고 있던 거죠. 언제부터 친구 미만으로 봐 왔는지도 모르고요. 중학생 때 혜주가 보여준 모습들도 통째로 부정당한 기분일 것 같아요.
2차로 혜주가 지금껏 자기를 겨우 돈 받고 싶어서 말 걸고 아양떠는 인간으로 보고 있었다는 데 충격을 받았겠고, 3차로 자존심이 깨장창 박살났겠고요. 다른 사람도 아니고 혜주가 그랬으니까! 하지만 제일 크고 강하게 느꼈을 건 역시 혜주와의 관계에 대한 거고, 정색하고서 "그거 나한테 한 말이야?" 한 다음에 뭐라고 대답했든지 분노와 충격 속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자리 떴을 것 같아요. 몇 시간 있다가는 혜주네 부모님한테 지원 그만 받겠다고 전화걸었을 것 같아요. 지금까지 감사했고, 학비 같은 건 갚으려면 시간이 걸리겠지만 되돌려 받고 싶으면 청구하라고 했을 것 같구요. 표면상으로는 너무 오래 기대어 살아온 것 같다고 얘기하겠네요.
파장으로 혜주 부모님에 대해서도 인상이 안 좋은 쪽으로 바뀔 것 같아요. 이전에는 감사한 마음과 약간의 부담으로 지원금에 부응하려고 조금이라도 노력을 했을 것 같은데, 이후에는 내가 언제 달라고 했냐고(배은망덕)... 원래도 있었던 인생 탕진하듯이 사는 성향이 더 짙어지고 지원받더라도 낭비가 심해졌겠네요. 연락은 계속 무시하다가 번호는 나중에 바꿨을 것 같고 식사자리도 안 나갔을 것 같아요. 이사는 안 했겠고, 나중에 후회할 짓도 좀 벌이고요. 아주 한참 뒀으면 못 견뎌서 혜주를 찾았겠지만 혜주가 찾아왔다면 가뭄에 콩 나듯 집에 들르다가 마주치지 않았을까 해요.
저 상태에서 비서 제안을 순순히 받았을 것 같지 않아서, 벌인 후회할 짓들 중에 감당 안 되는 빚더미를 줘볼까 생각하고 있어요. 혜주네 부모님이 해결해주는 조건으로 데려왔거나, 급여로 갚는 걸로요. 지금까지 푼 것들 중 부담스러우면 얼마든지 말씀해주세요! -
78 혜주주 (gnWJy3Gnlc) 2020. 10. 24. 오후 1:59:10막레로 받을게요. 감사합니다! 혜주 속성의 근본에 가장 가까운 행동이 아닐까 하면서 썼는데, 좋아해주셔서 기쁘네요 0v0...!
언젠가 작당해서 일을 꾸미게 될 날이 오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어요 ㅋㅋㅋㅋ 넵, 그런 때가 오면 저도 말씀 드릴게요! 율이 앞에선 늘 거짓말 하는 기분 들던 혜주는 대답 듣곤 또 혼자 제 발 저렸겠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율주 한 번 할 때는 확실히 하시는 분이시군요! 웬만한 연예인 이상이라니 율이는 TV 봐도 심심하게 생각할 때가 있겠어요. 거울 보는 게 제일 재밌어서,,, 세상의 전구 ㅋㅋㅋㅋ 이름부터 시작해서 율이 넘 귀엽네요 동글동글 반짝반짝 ㅠvㅠ
율주가 풀어주신 것 보고 혜주 상황이 살짝 바뀌게 되었어요. 율이가 그렇게 반응했다면 대답 듣는 동시에 자기가 실수했다는 걸 알아차렸을 테고, 얼마 뒤에 율이가 부모님께 연락까지 했다는 걸 알았을 때는 확인사살 당한 기분이었겠어요. 그때부터는 머리가 하얘져서 어떻게든 돌려놔야겠다고 생각했을 것 같은데, 계속 연락은 안 되고 식사자리에서도 못 보고 번호까지 바뀌는 거 보면서 점점 초조한 마음이 커졌겠네요. 연결고리가 하나씩 끊어져 가는 게 체감되면서 이대로 율이를 영영 못 볼 수도 있겠구나 겁 나기 시작했을 것 같아요. 그래서 일정 마치고 매일 율이 집에서 기다리다, 또 어느 날엔 일정 빼먹고 무작정 찾아가는 날도 있었을 것 같아요. 하고 싶은 말도, 해야 하는 말도 산더미인데 막상 마주치는 날엔 덥석 잡아놓고 아무말도 못하거나 미안하다는 말만 했겠지만요. 율이가 맘 먹으면 못 잡겠다 생각한 최초의 순간이 아니었을까 싶네요.
풀어주신 내용 다 괜찮습니다! 근데... 남의 돈 받는 입장이라 그런지, 급여에서 차감한다 생각하니 마음이 쓰려서 ㅠvㅠㅋㅋㅋㅋㅋ 율이 문제가 혜주 부모님이 해결해줄 수 있는 쪽이었음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농담이니까 율주가 생각하신 게 있다면 편하게 풀어주시고, 제가 푼 내용 중에서도 부담스러운 게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
79 함율주 (BWc1/LVfrw) 2020. 10. 25. 오전 2:02:43이 보트에서는 뒷사람들이 제일가는 악역이네요. ㅋㅋㅋㅋ ^▽^ 암 생각없이 던졌을 텐데 사정없이 찔리는 혜주.., 쿠션 놔 드려야겠어요.
표현 넘 웃겨요. ㅋㅋㅋㅋㅋㅋ 혜주주는 팬클럽 하면 회장하실 분이네요. 확실히 TV 봐도 율이가 재미없을 것 같은 게 혜주가 옆에 있으니 여자 연예인이 눈에 들어오지 않지 않았을까.., 참고로 율이가 왠지 모르게 골라 만났을 늘씬하고 색기있게 생긴 상의 원형은 혜주랍니다... 의도하신 거랑 다를 수도 있어서 조심스러운데 제가 혜주 외모에 받는 인상이에요. ㅠ▽ㅠ
아니, 율이가 둔탱이라 혜주 방황을 몰라줘서 이렇게 되었는데 왜 혜주가 사과해야 하지요? 엉엉엉 엉엉.., ㅠ-ㅠ 혜주가 찾아왔으면 처음엔 뿌리치고 가려고 하다가 혜주 얼굴 보고서 들어오라고 말은 했을 것 같아요. 혜주가 율이네 집에 들어갔을지는 모르겠지만요. 혜주가 계속 말을 못 하고 있었으면 먼저 일상적인 대화를 곁다리 집듯이 시작해서 부모님은 어떻게 지내시냐는 얘기들 오가지 않았을까 싶고요. 계속 대화를 율이가 주도했으면 일상적인 얘기로만 흘러가서 그대로 대화를 끝내려 했을 것 같고, 이 때에 혜주가 연락을 주라고 했으면 뒤에도 띄엄띄엄 연락은 하거나 받으면서 관계가 이어졌을 것 같네요. 그게 아니고 대화가 예전 일 관련해서 조금 깊어졌으면 어떤 식으로든 율이가 혜주에게 자기가 어떤 존재인지 물어보았을 것 같아요. 믿을 수 있는지는 뒤 문제로 제쳐두고요. 속으로는 혼란스러울 거기 때문에요. 자기는 혜주에게 아무것도 아닌가 싶었는데 계속 연락하고 찾아오기까지 하고, 체면이나 예의상인가 싶은데 또 아닌 것 같이 보이기도 하고요.
괜찮다 하셨으니 율이는 이 때쯤 혜주에 대한 마음이 어떤 형태인지 분명하게 자각했을 것 같아요. 전에도 어렴풋이 느끼긴 했겠지만요. 자기가 혜주에게 아무런 존재도 아니었다는 생각이 너무 충격이어서 이게 많이 좋아하고 있었다는 자각으로 이어졌을 것 같고요.
음. 율이가 밖에서 마시다가 모르는 사람들 대화에 끼어서 거래를 파토냈는데 거래 성사를 원하던 사람이 율이를 물리적으로 위협할 수 있는 위치여서 혜주 부모님이 무마해줬거나, 아니면 취하고 인사불성되어서 건물에 침입했거나 외제차를 부쉈거나, 무얼 저질렀다고 의심받는데 기억은 없고 요구하는 돈을 지불할 상황에 휘말렸다가 혜주네 부모님이 해결해주는 것. 이 정도가 생각나네요. 뭐가 좋을지! 부담스러운 부분은 없었답니다. -
80 함율주 (BWc1/LVfrw) 2020. 10. 25. 오전 2:17:28그리구 사심으로 여쭙는 건데,,, 초기에 조율하면서 얘기하셨던 혜주의 오만함은 지금도 설정에 반영되어 있나요? 오만함이 극대화될 상황이 있담 무얼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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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함율주 (BWc1/LVfrw) 2020. 10. 25. 오전 2:20:16혹시 중간에 바뀌지 않았다면 보고 싶어서요.., 오만한 여캐는 몸에 좋은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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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 혜주주 (HkwQ7I1jxs) 2020. 10. 25. 오후 12:23:00ㅋㅋㅋㅋㅋㅋ 제일가는 악역 ㅋㅋㅋㅋ 왠지 칭찬처럼 들려요... 저... 악역 원래 좋게 생각했습니다.. 앗 율이가 만난 친구들 보고 혹시? 혹시? 0v0* 하다가 취향 집어넣어,, 했는데 맞았네요!(앗싸) 왜 입은 건 셋업이나 어깨도 드러나지 않는 원피스인데, 슬쩍슬쩍 보이는 목덜미나 뼈마디나 뭐 그런 데서 오는 묘한 구석을... 제가.. 좋아해서요..... 아니 왜 이렇게 고해성사 하는 것 같고 부끄럽죠?! ㅋㅋㅋㅋㅋ 아무튼 충분히 그렇게 보일 여지가 있어서 율주가 해석하신 그대로 가셔도 될 것 같습니다 ㅎ-ㅎ*
그때는 율이 놓치면 안 된다는 생각이 커서 율이가 들어오라는대로 따라갔을 거예요. 율이가 먼저 던져주는 일상적인 소재로 대화하다 예민하게 굴어서 미안하다, 염치 없는 거 알지만 전처럼 지냈으면 좋겠다 말했겠어요. 이게 약간의 단서가 돼서 예전 얘기가 나오고, 율이가 그렇게 물었다면 ‘나를 제일 잘 아는 사람, 그냥 그렇게 두고 싶은 사람’이라 했을 것 같네요. 혜주는 누가 자기에 대해 너무 알려고 드는 걸 꺼리는 편이라서요. 초조한 마음이 방아쇠가 돼서 뱉은 고백 같은 말이 아닐까 했어요. 물론 고백치곤 대단히 완곡하다 못해 밋밋하기해서 율이가 어떻게 듣고 해석했을지는 모르겠지만요 0vㅠ
얘기해주신 상황은 다 좋구 혜주 부모님이 해결할 수 있는 일들 같아서 나중에라도 율이한테 제일 잘 맞다고 생각하시는 일로 고르셔도 될 것 같아요! -
83 혜주주 (HkwQ7I1jxs) 2020. 10. 25. 오후 12:43:28>>80-81
오만한 캐 저도 좋아해서 0//0... 혜주 오만함은 여전히 설정 안에 있답니다. 드러나기보단 은폐돼서 안에 남아 있는 방식이긴 하지만요. (율이 제외) 타인에게 관심이 없는 면이나 더는 특별한 연주자 취급은 못 받더라도 연주자로서의 수명은 자기가 정할 수 있다 생각하는 점 같은 부분이요. 남이 자길 알고 싶어 하는 걸 꺼리는 건 은연 중에 그걸 파헤치려 든다고 생각해서인데, 이것도 여전히 본인이 쥐고 있는 패가 대체로 유리하게 작용한다는 걸 알아서일 것 같고요. 불리한 입장인 적이 딱히 없었던 데서 나온 오만함이겠네요. 이게 직접적으로 보이는 때는 제3자가 봐도 자기가 나쁜 사람이 아닌 때라서, 무례한 의도가 보이는 밀이나 행동에 대응할 때가 될 것 같아요.
예외가 있다면 율이랑 관련된 때겠죠! 혹시 율이가 자기 만나는(?) 사람들을 혜주한테까지 넘어오게 할까요? Yes라면 자기 선에서 좀 깊어보이는 사람들 쳐낼 목적으로, No라면 종종 사랑에 눈 멀어(?) 율이 안 거치고 넘어오는 사람들이 있을 때..? 주제파악하라는 식으로 얘기하면서 오만한 면이 나오지 않았을까 해요. 보통 때 나오는 모습이 안정감에서 나온다면, 율이랑 관련된 때에는 불안함에서 나온다는 차이가 있을 거고요. 그래서 공격적인 성향이 짙겠어요.
아직 안 나온 상황을 풀다 보니 약간 제 맘대로 가정하고 말한 부분이 있네요 ㅠvㅠ 바로 잡아주실 부분 편하게 수정삭제 해주세요! -
84 유리주 (Br/ff2QZmE) 2020. 10. 26. 오전 12:04:01칭찬이에요. 칭찬이에요. 제일가면 악역이나 선역이나 차이가 없다구요. 여기에 율주 왈을 붙여서 오늘의 명언으로 할게요. 취향 집어넣지 마시구 꺼내 주세요~ u-u* 저도 그런 걸 만만치않게 좋아해서요. 터틀넥 소매로 손등이 가려진 하얀 손가락이나, 긴 치마 살긋살긋 흔들리는 아래로 보이는 복사뼈라든지요. 이건 아는 사람만 아는 자극적 모먼트지요...
첫 눈에 고백같지 않지만 혜주는 고백하는 마음으로 뱉은 말이라는 게 발리는 지점이네요.., ㅠ▽ㅠ 율이는 듣고서 흔들렸을 것 같기는 한데, 혜주의 마음을 알아서보다는 자기가 그래도 혜주에게 의미가 있었다는 사실 때문이겠네요. 혜주의 말 자체는 들리는 그대로 해석했겠어요. 제일 잘 아는 사람이 아니게 되면 내쳐질 거라는 생각도 언젠가는 하게 되겠고요. 두 번 기대했다가 또 실망하고 싶지 않아 넘겨 짚지는 못 하겠네요. 율이의 세세한 반응은 상황에 따라 유동성이 있었을 것 같고, 저 자리 이후엔 예전처럼 먼저 연락하기도 했겠어요. 여러 이유로 완전히 이전과 같지는 않았겠지만요. 부모님이 해결해 줄 상황은 천천히 고르도록 할게요.
혜주에 대해 율이만 알 수 있었을, 다른 사람은 모르는 정보가 있다면 전부 알지는 못해도 뒷사람이 알아야 할 것 같은데 어떤 게 있을까요? 긴장하는 것 외에요.
>>83 저에게는 약간의 예술적인 고집으로도 느껴지네요. 율이가 만나는(?) 사람을 혜주에게 소개하거나 안 하는 거라면, 평소에는 상대방이 넘어가고 싶어하면 굳이 통제하지는 않는다고 생각해 주심 되겠어요. 하지만 최근에는 많지 않을 거예요. 율이가 거의 만나던 사람만 만나거든요. 오만함이 외적으로 표출되는 상황도 언젠가 보고 싶어요. ^▽^ 가정은 아무래도 안 나온 상황이니까요. 괜찮아요! 저도 하고 있었던 것 같은데 불편할 때는 말씀해주시구요.
다음 일상은 초반이니까 혜주와 함율이에 대해 더 드러날 수 있는 평범하고 일상적인 상황 같은 게 좋을 거란 생각을 했어요. 혜주주도 주문이 있으시담 말씀해주세요! -
85 혜주주 (KtdNrJ.dBk) 2020. 10. 26. 오후 6:35:05ㅋㅋㅋㅋㅋ제일가면 악역이나 선역이나 차이가 없다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는 이걸 이 달의 명언으로 꼽겠습니다. 헉 맞아요 그런 거 넘 좋죠! 율주 말씀대로 아는 사람만 아는 순간들인데, 그걸 아는 분을 만나서 감동스러워요 흑흑...
율이 해석 너무 슬픈데요 ㅠ-ㅠ 제목이랑 맞아떨어지는 부분 때문에 울고 있습니다... 좀 좋아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드시면 착각이 아닙니다... ㅋㅋㅋㅋㅋㅋ 넵, 상황은 천천히 결정해주세요!
율이만 아는 혜주라면, 크게는 보이는 것처럼 유완하고 평이한 사람이 아니라는 점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어릴 때 율이가 속내 꺼냈을 때 처음엔 들어주는 입장이다가 나중에는 같이 싫어하는 사람 얘기 꺼냈을 것 같아서요 ㅋㅋㅋㅋ 나중에 율이가 말을 줄이면서 혜주도 따라 줄였겠지만요. 작게는 (당연하지만) 율이가 안 들어오는 날에 꽤 자주 방 뺏어 자는 거랑 왼쪽 손목이 안 좋은 편이라 컨디션 따라 간혹 통증 있는 날도 있다는 것까지 생각했어요. 상상력이 빈곤해서 그런가 적고 보니 딱히 없네요,, 0vㅠ 혹시 나중에 더 추가하게 되면 말씀드릴게요! 또 따로 필요한 부분 있으심 얘기해주셔도 좋구요. 혜주만 알아서 뒷사람이 알아야 하는 율이도 있을까요?
>>84 그럼 종종 율이의 상대랑 만난 혜주가 수작(...)부리는 일도 있었겠네요. 그런 날이면 사고치고 혼날 걸 예감해 괜히 애교부리듯이 평소보다 좀 온순하게 굴었을 것 같기도 하구요 ㅋㅋㅋㅋ
다음은 저도 아직은 일상적인 게 더 좋을 것 같은데... 앞서 돌린 상황에서 율이 귀가가 늦을 예정인가요? 그럼 혜주가 율이 방에 가서 잠들었다가 깨면서 다음 날로 넘어가는 게 생각나구, 같이 휴일 보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요. 혹시 율주는 생각하신 상황 있을까요? -
86 함율주 (4kWrrHjlBc) 2020. 10. 26. 오후 9:31:48핫핫핫하! 다음 달의 명언도 기대해주세요. 저도 혜주주와 꼭꼭 숨겨온 욕망을 공유할 수 있어서 감격이에요. u-u*
제목은 보면 볼수록 이걸로 고르길 잘한 것 같아요. 혜주에게도 율이에게도 보다 보면 착 붙는 것 같거든요.
싫어하는 사람 얘기 하나둘 꺼냈을 혜주 생각하니 예쁘고 이러다 율이가 나쁜 물 들이는 수도 있겠네 싶어 심려가 되네요... (??) 율이는 좋아하면서 부채질했으면 했지 혜주를 막지는 않았겠어요. 달아주신 답은 잘 확인했답니다. 또 뒷사람의 한계로 궁금한 게 생기면 그 때에 물어볼게요. 혜주만 아는 율이라면 중학교 재학 시절의 온갖 tmi들.., 그리고 게으르고 요령 좋은 면이겠어요. 하기 싫은데 해야 하는 일이 있으면 한도 끝도 없이 늘어져 있든지, 일부러 잊어버리고 놀다가 짧게 끝내 버리는 건데요. 결과물은 멀쩡하니까 학교 사람들은 설마 이 지경일 줄은 모르겠네요. 중학생 때라면 혜주한테 가서 심심하고 하기 싫다며 종종 방해도 했을 것 같구요. 고등학생이 되어서는 시험 전날인데 늦게까지 밖에서 돌다가 들어오거나 방 불 일찍 끄는 모습들이 있었겠어요. 다른 거라면 밖에서는 자중하지만 감정에 기복이 큰 거요? 혜주 관련해서 특히 낙차가 컸을 테니 그런 모습들도 드러났을 것 같아요.
예감대로 돌아가는 결과는 드물었을 것 같지만, 수작 부리고 나서 애교부리듯 온순하게 구는 혜주라. 보고 싶어 못 참겠어요! ^▽^ 앞 상황에서 귀가는.., 늦었을 거랍니다. ㅠ▽ㅠ 저도 주말에 집에서 뒹굴뒹굴, 이나 특별하지 않은 평일 낮에 같이 식사하는 상황을 생각했어요. 혜주네 집은 투룸 아파트 정도로 생각하면 될까요? -
87 혜주주 (KtdNrJ.dBk) 2020. 10. 26. 오후 11:38:05곧 달이 바뀌니까 조만간 새로운 명언을 들을 수도 있겠네요 ㅋㅋㅋㅋㅋ 빛나는 명언 기대해볼게요!
나쁜 물이라고 하기엔 혜주도 처음부터 새하얀 도화지가 아니었기에,, 얘기할 데가 생겨서 오히려 좋았을 수도 있겠어요. 저도 율주가 적어주신 거 확인했답니다! 율이 뭘 해도 잘했을 타입이네요. 혜주 부모님은 표현이 크신 분들은 아니지만, 내심 본인들의 안목에 만족하는 게 느껴졌을 것 같구요. 혜주는 그런 면에 있어선 율이를 질투하기도 했겠네요. 그래도 좋아하는 맘이 더 커서 율이의 귀여운 방해는 못 막았을 거예요. 감정폭이 커진 율이라니 저 좀 떨려요... ㅠvㅠㅋㅋㅋㅋ 진행하다보면 볼 수 있겠죠!
이번에는 제가 선레 써오려고 하는데, 다음날로 넘어갈지 다른 휴일을 굴릴지만 같이 정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아, 혹시 다음날로 넘어간다면 율이는 보통 어디서 자나요?
집은 방 3개 아파트로 생각했어요. 각자 하나씩 쓰고 한 방은 피아노 넣은 서재용도로 사용하지 않았을까 하는 맘에... 혹시 율이에게도 필요한 공간이 있다면 구조 바꾸고 추가해주세요! 어차피 가상의 돈이니까 펑펑 쓰자구요 ㅎ-ㅎ -
88 함율주 (5UK3OEE0kw) 2020. 10. 27. 오전 12:18:01못된 뒷사람은 혜주의 반응을 살짝 좋아하고 있어요... (๑・̑◡・̑๑) 혜주 부모님 관해서도 재미있는 일이 있었을 것 같아요. 감정폭은, 그럼요. 진행하다보면 어디에서 불쑥 튀어나올 것 같은 예감이 들어요. 과연.., 과연!
다음날로 넘어가고 싶어요. 어디서 자냐는 질문은 집 안에서 말이지요? 맨정신일 때에는 자기 방 침대일 것 같아요. 키도 있고 늘어지는 버릇도 있고 하니 슈퍼 킹 사이즈로 샀을 것 같구요. 집 = 잠 자는 공간 도식이 약간 습관 된 율이에게 지금 공간은 따로 필요하지 않을 것 같고, 나중에 구조 바꾸게 되면 추가할게요. 여기서라도 석유 재벌 흉내 좀 내 봐야죠. ^-^
그럼 선레 기다리겠습니다. 그리고.., 슬슬 바쁜 시기라 답레가 주말에 올라갈 수도 있다는 점 미리 양해 구할게요. 엉엉엉엉! ㅠ▽ㅠ -
89 혜주주 (YMpZ2coVyg) 2020. 10. 27. 오후 5:10:12넵 집 안에서요! 근데 혜주가 방 뺏어잘 때도 그런가요? 먼저 깨서 자기 방으로 돌아가는 날도 있지만, 또 율이 방에서 그대로 자는 날도 있을 것 같거든요. (우우 양심없다 방도둑,,,) 방 뺏긴 율이의 담 행동을 알아야 할 것 같아서요. 여기까지 말씀해주심 적당히 써올게요!
석유재벌ㅋㅋㅋㅋㅋㅋㅋㅋㅋ 율주 할 때는 확실히 하신다는 게 여기서도 보이네요 ㅋㅋㅋㅋ 대주주는 쨉도 안 되는.. 저도 배포를 더 키워야겠구... 답레는 편하신 때 주시면 된답니다! 아마 선레도 빠르지는 않을 거예요 ㅠvㅠ -
90 함율주 (5UK3OEE0kw) 2020. 10. 27. 오후 8:09:19맘 같아서는 귀여운 도동님께 율이네 따땃한 침대 내주고 방 주인놈은 바닥행 시키고 싶네요. (❁´▽`❁) 에헤헤헤.., 방 뺏긴 다음 행동이라면 이게 보통이라고 말씀드리기가 어려울 것 같구.., 함유리 귀가시간!!
.dice 3 13. = 4 -
91 함율주 (5UK3OEE0kw) 2020. 10. 27. 오후 8:16:46🤔... 새벽 4시에 율이가 침대로 기어들어와서 자는 혜주 안.., 안아도 되나요?.., ^▽ㅠ 기분은 DOWN ↓ DOWN ↓ DOWN ↓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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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 함율주 (5UK3OEE0kw) 2020. 10. 27. 오후 9:09:55자는 자리를 물어 보셨으니 혜주가 깨지 않았으면 안고 침대 위에서 그대로 잤을 것 같구요. 안는다면 이불 속에 들어가서 안는 게 아닌 밖에서, 이불 째로 안았을 것 같아요. 뚤뚤 말아 안듯이요. 옷은 입고 나갔던 그대로겠고, 밖과 술 냄새가 나겠지만 다른 사람 냄새는 진하게 안 나겠네요. (ฅ•ω•ฅ)
맥락에 따라서 혜주한테 방 빼앗긴(??) 다음 행동이 굉장히 다양할 것 같아요. 공용 공간에 누울 데 찾아서 잘 때도 있겠고, 한참 보고 있다가 옷 갈아입고 나갈 때도 있을 것 같고, 밤새 게임 할 때도 있을 거고, 깨어나면 정면에 보이게 올라가서 잘 것 같기도 하고.., 괜찮으시담 나중에 혜주 침대도 한 번쯤 뺏게 해 보고 싶네요. ^-^ -
93 혜주주 (PFTRvmnCMI) 2020. 10. 27. 오후 11:40:42율이 바닥행은 바닥에서 오래 자면 아프고 율이 아프면 제 맘도 아파지기 때문에 반대입니다,,, 귀가시간이랑 자는 장소(?) 전부 확인했구 뒷사람의 사심으로 잠깐 깼다가 곧바로 재워버리기로 결정했어요 ㅎ-ㅎ*
앗 다양하다 밑줄별표.. 저는 깨워서 내보내는 것도 생각하고 있었는데, 혜주 침대 뺏는 건 넘 따스한 선택지 아닌가요 ㅠ-ㅠ 저는 찬성이에요! 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럼 써주신 거 보구 휴일 아침으로 선레 가져올게요! 편하게 기다려주심 감사하겠습니다~ 0v0 -
94 함율주 (cpxuA2lI/k) 2020. 10. 28. 오후 3:41:48잠깐 깼을 때 혜주가 무지 궁금하네요! ^▽^
허락도 떨어졌으니 언젠가 당당하게 강탈해 볼게요. 깨워서 내보내기는 아마도 이번처럼 혜주가 여러 차례 신호를 준 날에는 없을 것 같은데 거기까지 생각하고 계셨나 보네요. ㅋㅋㅋㅋㅋㅋㅋ 선레, 편하게 기다릴게요! -
95 함율주 (DSBjvafIiI) 2020. 10. 30. 오후 11:39:58하루가 휙하고 날아갔네요. 참치 아이콘이 조금 무서워진 것 같은데 착각이겠지요? 인양해두고 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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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 혜주 - 율 (WV0YyaLW7U) 2020. 10. 31. 오전 12:21:40없는 일을 꾸며내는 재주가 바닥이라 변명은 늘 궁색하다. 달리 묻는 말 없이 지나가는 건 거짓말이 훌륭한 덕분인지, 그의 무관심 때문인지. 혜주는 감히 알려 든 적 없고 앞으로도 그럴 셈이다. 혜주는 초겨울의 호수 위를 걷는 사람처럼 가장 단단하게 얼었을 가장자리만을 골라 발을 내디딘다. 중앙으로 갈수록 얄팍해지는 표면은 언제 깨질지 모르며, 그 물의 깊이가 얼마나 되는지도 알 수 없으므로.
속이 안 좋다는 건 다 낡아 떨어져 식상한 거짓말에 불과했는데, 뱉고 나니 실체라도 가진 듯 어딘가 뒤틀렸다. 머리카락의 물기를 털어내던 혜주가 거울에 비친 제 모습을 본다. 스스로 느끼는 불편함과는 다르게 얼굴엔 실금 하나 없다. 꼭 누가 만들어 씌운 얼굴 같다. 손을 들어 입가를 짓눌렀다. 웃는 것도 우는 것도 아닌 표정이 된다. 이제는 누가 망쳐놓은 얼굴 같다. 손을 떼어내면 다시 이전과 같은 얼굴. 흥미가 일 리 없다. 불을 끄고 욕실 바깥으로 나온다.
잠시 뒤 혜주는 거실에 있다. 물이 담긴 컵을 들어 몇 모금 마시고 테이블 위로 올려놓았다. 무릎을 세워 몸을 웅크리고 앉은 채, 맞은편의 시계를 쳐다본다. 기약 없는 기다림이라는 걸 알면서도 늘 무너질 게 뻔한 기대를 했다. 혜주의 가장 고약한 습관이다. 자연스럽게 유실물에 대해 생각한다. 그러나 혜주는 그것들과 자신의 처지가 다르다는 걸 안다. 그들은 한때 누군가의 것이었으나 혜주는 단 한 번도 누구의 것이었던 적 없다. 버려진 것도, 잃은 것도 아닌데 자꾸만 기다리고 있는 사람을 칭하는 말이 있던가. 애써 떠올리려 들진 않았다. 바싹 마른 머리카락 끝만 매만졌을 뿐이다.
시계에서 눈을 떼어낸 혜주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처참하게 무너진 기대가 바닥을 뒹굴었다. 발 아래로 밟히는 걸 무시하고 걸음을 뗐다. 제 방의 문을 연 혜주는 침대 구석에 덩그러니 놓인 가방을 쳐다보다 돌연 몸을 돌린다. 향한 곳은 율의 방이다. 주인 없는 방에서 혜주는 제가 주인인 양 군다. 아무렇지 않게 침대에 누워 턱까지 이불을 덮었다. 굳이 옆으로 돌아 구석을 보는 건 더는 누군가의 부재를 눈으로 확인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시큰대는 왼쪽 손목을 쥔 혜주가 눈을 감았다. 정말로 아픈 곳은 다른 데 있었다. -
97 혜주주 (WV0YyaLW7U) 2020. 10. 31. 오전 12:25:43분명히 휴일 아침이라고 말씀 드렸는데 잠들고 끝이 나버린 선레에 놀라지는 않으셨을까 염려됩니다,,, 쓸데없이 너무 장황해져서 한 번 끊고 가려고 하다보니 이렇게 됐네요 ㅠ-ㅠ
간단한 반응만 적어주셔도 괜찮으니 편하게 써주시고, 답레도 느긋하게 주세요. 다음엔 정말로 아침을 데려올게요! -
98 혜주주 (WV0YyaLW7U) 2020. 10. 31. 오전 12:31:03ㅋㅋㅋㅋ아 참치 이모티콘 모바일이라 모르다가 탭 바꾸면서 봤네요. 할로윈 한정 이벤트로 눈동자가 잠시 자유를 찾아 떠난 모양이에요 0v0! 깜짝이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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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 율 - 혜주 (vGOiBB9h1E) 2020. 11. 1. 오전 3:19:40
어둑한 광원에서 유래한 병든 빛이 테이블마다 드문드문 떨어져 있다. 너나할 것 없이 왁자하고 율은 이런 장소에서 곧잘 시간 감각을 잃는다. 쨍!! 유리잔이 맞부딪는 소리가 요란하다. 이어 술잔을 타고 넘친 액체가 손등에 줄기를 그리며 내려온다. 율은 다른 손에 술잔을 떠넘기고 물방울을 가볍게 털어 낸다.
"어머!! 어머. 나 어떡하니? 취했나 봐."
"신경 쓰지 마~ 오늘 신경 쓰일 거리도 많았을 텐데."
새빨갛게 취기가 오른 얼굴이 킥킥거리는 동안 율은 손을 닦아낸 냅킨을 반으로 접는다. 이를 풀린 눈으로 지켜보던 다른 여인이 혀가 꼬부라진 소리를 낸다.
"남은 얘기는 집에 가서 할까."
"누구네 집?"
"우리 집이지. 어디긴 어디야?? 여기 계산서 주세요."
율은 방금의 술잔 부딪치는 소리가 마치 차임벨 같았다고 기억한다. 공기는 동시에 약간 맑아진 것 같지만 느낌은 느낌에 불과해서 남은 술을 목에 들어붓는 행위를 막아주지는 못한다. 27년이란 세월은 형편없는 선생이었지만 율은 적어도 미치지 않기 위한 방법을 임시방편이나마 배웠다고 여긴다. 그래서 세지도 않을 시간을 구겨 쓰레기통에 처박아대고 있다. 율은 이러기를 기약없이 즐겨 왔다. 하지만 오늘은 다른 날과 기분의 결이 달랐다.
모르긴 몰라도 잠시 전 신세를 신나게 한탄하던 여인에게 무게없이 진심이냐는 물음을 했던 게 원인이다. 대답은 확신에 찬, 그러나 약간 귀찮아 하는 목소리로 돌아왔다. 당연하지! 이걸 듣는 순간 율은 공허감을 느꼈다. 뿌리는 제가 던진 질문이 전연 가치없었단 데에 있다. 대답에 관계없이 자기에게 필요한 일시적인 위로가 여기 있었기에 율은 자리를 뜨지 않을 것이다. 이에 더해 입에서 나온다고 곧이곧대로 믿을 수도 없으며 무엇보다 여인의 진심 여부에 자신은 죽을 만큼 관심이 없었다.
이후부터 여태까지 이들과 어울려 무언가를 쉼없이 지껄였지만 기억나는 말이라건 없었다.
"그럼 나는 여기까지..."
"왜~"
"피곤하고 속이 안 좋네?"
팔에 가슴을 밀어붙이며 편의점과 맥주를 말하던 여인을 떨쳐낸 것도 우연이 아니다. 제 것으로 베껴 낸 변명은 편리하고 만능적이다. 율은 하나가 빠지자 단숨에 해체되는 모임의 양상을 보며 이들 이전에 자신을 두고 숨죽여 냉소했다.
로퍼의 밑창이 거진 반 나절 만에 현관을 밟는다. 옷가지가 든 박스를 빨랫감 근처의 제 자리에 두고 나자 율은 누적된 피로를 느낀다. 육체가 아니라 정신적인 종류다. 율이 아는, 이를 해결할 방법은 턱없이 빈약하다. 그나마 중에서도 하나를 막 걷어차고 온 차다. 뻔히 보이는 욕실을 무시하고 자기 방으로 빨려들어가듯 미끄러진다. 율의 발걸음은 침대가 선점당했다는 것을 깨닫기 전까지만 계속된다.
구석을 보는 혜주의 몸이 가진 형태를 따라 이불이 볼록이 솟아 있다. 무거운 발을 침대 가장자리에 끌어놓는다. 율은, 이따금 혜주가 잠자리를 바꾸는 이유를 태생적인 외로움과 연결짓는다. 기대하기 쉽지만 기대해서 안 되는 것은 그 기분이 자기라는 한 사람과만 각별한 관계가 있다고 확신할 수 없음에 있다. 그렇기에 저며가는 것은 결국에 저라 여기며 공연히 반발도 해 본다.
이따 봐,
의도를 느끼지 못했다고 말하면 거짓말이다.
마신 적도 없는 연민이 울컥인다. 동시에 치미어 오른 것이 있고 율은 이를 죄악감 혹은 자책감 둘 중 무언가는 될 거라 여긴다.
혜주의 형상 위로 쓰러지다시피 몸을 누이자 이불을 사이에 두고 밀착한 모양새가 된다. 율은 한 팔로 둥글게 솟은 형상을 감싸 안고서 고해했나.
"미안해."
청자를 잃고 고꾸라질 단어들이 공중을 헤매고 지금엔 숨 쉬는 소리만이 선연하다. 어느새 감긴 눈은 한동안 뜨여질 기색이 없다. -
100 함율주 (vGOiBB9h1E) 2020. 11. 1. 오전 3:36:11이얏호! 한층 더 장황해진 답레를 가져왔어요. ^▽^ 길이는 항상 제 멋대로니 답레할 때에 길이에 부담갖지 않으셔도 된답니다. 그리고 갑작스럽지만 사랑해요... 선레에서 나타나는 혜주 감정 묘사가 너무나 좋아서 그만.
ㅋㅋㅋㅋㅋㅋㅋ 이거 할로윈 이벤트였나요? 이제 지났으니 집 나간 눈동자가 돌아오겠네요. 눈동자가 사라져.., 참치 머리에 마녀 모만 씌워도 무난할 텐데 눈동자... 묘하네요. 묘~ 해요. -
101 혜주 - 율 (HeqMIEMyTI) 2020. 11. 1. 오후 8:32:20혜주는 사과를 반복한다. 표정을 살필 수 없는 어둠에선 대답도 돌아오지 않는다. 당연히 누구인지 알 수 없는데 혜주는 당연하게 한 사람을 떠올리고 있다. 울음인지, 쌓아둔 말인지 모를 게 치밀어 목이 멘다. 그게 누가 목을 세게 틀어쥐는 것처럼 느껴질 무렵 눈을 떴다. 현실이 아니므로 통증 역시 가짜다.
어둠이 걷히지 않아 캄캄한 공간은 꿈과 다르지 않았지만, 눈을 깜빡일 때마다 천천히 사물의 형상이 구분되었다. 무의식에 내재한 죄책감과 부채감인가, 비틀려 재현된 과거의 언제인가. 혜주가 다시 눈을 감았다. 작게 움직여 몸을 더 웅크렸다. 가까이서 들리는 제 것 아닌 숨소리가 비현실적으로 선명하다. 혜주는 이따금 가장 좋은 순간과 가장 두려운 순간은 크게 다르지 않을 수 있겠다 생각한다. 눈을 더 꽉 감았다.
가늘게 눈 뜬 혜주가 머리맡을 더듬었다. 습관처럼 뻗은 손에 닿는 게 없다는 사실에, 그제야 방에 모든 물건을 두고 왔다는 걸 상기한다. 몇 번 눈을 깜빡인 혜주는 천천히 몸을 일으킨다. 고개를 돌리면 율이 있다. 기어코, 또 아침이 왔다.
“율아.”
가만히 이름을 불러본다. 미안해. 이건 뱉지 않고 입 안에서 굴려보는 말. 보다 진심에 가까운 말은 따로 있으나 너무 깊은 곳에 둔 지 오래라, 혜주도 위치를 잊고 말았다. 아마 영영 꺼낼 수 없을 것이다.
혜주는 율의 얼굴을 찬찬히 뜯어본다. 그 사이 아슬아슬하게 어깨에 걸쳐 있던 로브가 흘러 내렸다. 맨 살에 닿는 공기는 제법 서늘하다. 혜주가 시선을 거두고 침대에서 내려왔다. 구겨진 원피스를 가볍게 털어내곤 다시 침대를 보고 돌아선다.
“함 율.”
혜주는 아까보다 조금 큰 소리로 율을 불렀다.
“잠깐 일어나 봐. 이불 덮어줄게. 감기 걸려.”
이불 끝자락을 잡은 채, 상체를 숙인 혜주가 율의 어깨로 손을 뻗었다. -
102 혜주주 (HeqMIEMyTI) 2020. 11. 1. 오후 8:37:34저도 길이가 불규칙한 편이라 율주가 주시는 레스 전부 길이에 관계없이 재밌게 읽고 있어요 0v0! 말하는 거 보면 밝고 가벼운 느낌인데 서술을 보면 또 다른 느낌이라 웃으면서 울고 있습니다... 저도 사랑합니다...
사실 정확한 건 아니고 그렇지 않을까 하는 예상이에요 ㅋㅋㅋㅋㅋ 맞다면 주말 지나곤 돌아오겠죠...? 아니라면 기약없이 자유를 찾아 떠난 것으로 ㅎ-ㅎ;; 한 번 의식하고 나니까 유심히 보게 되네요 ㅋㅋㅋㅋㅋㅋ 참치의 텅 빈 눈동자,, 평일을 맞이하는 사람을 형상화 한(아님) -
103 율 - 혜주 (SzZmJpGfkI) 2020. 11. 2. 오전 1:08:26간밤에 꿈은 없었다. 몽환적인 도피로부터 위로받을 기회마저 앗아간 잔인한 것은 어느 종교의 신이었나.
밝은 기운이 돌기 시작할 무렵이다. 율은 시야를 밝히지 않고서 의식을 찾아 헤맨다. 이 과정에는 옛 버릇을 버리지 못하여 긴장이라는 불한당을 동반시킨다. 깨어나 보이는 제 몸이 있는 장소가 어디든 제 삶에 익었다 느낀 적이 드물다. 이는 한 집에 제법 오래 머무르는 언제라도 다름에 없다.
와중 부름이 들려와, 율은 눈동자가 외부로 통하는 문을 두어 번 여닫는다. 대답은 물론이고 눈가의 지친 깜빡임 외에는 들었다는 행세조차 결여되어 있다. 보이는 거라건 휑덩그렁한 백색 매트리스와 버려져 나뒹구는 자기 팔이다. 그 아래 있던 동그스름한 형태가 비어 있다. 율은 눈을 감고서 혜주가 영영 사라졌다고 생각해 본다. 오인이었으나, 그에게는 언젠가 나쁜 상상이 실제가 되지 못 할 이유가 없다.
이불에 비견되도록 포근한 걱정에도 율은 응답하는 성의를 보이지 않는다. 한참을 그러다, 손이 뻗어 질 때에야 손등을 들어올려 저지한다. 그제야 혜주를 응시하는 눈에 개운함이건 없다. 율은 수를 세면 지루해지기 십상인 시간 터울을 두고 약간 상체를 일으켜 세운다.
"...목 아파."
넓은 손이 간밤 돌아가 있던 제 목과 어깨를 짚는다.
"...이불 됐으니까 물 가져다 줘~"
리바운드에는 시간이 소요된다. 그리고 이 때는 웃지 않는 율과 잠긴 목소리가 목격된다. 술을 곁들인 흔적이 여과없이 배었을 옷과 육체의 온 군데에서 불결감을 느끼나 침대에 얼굴을 묻어버린다. 그러면서 율은 아침의 별다르지 않은 혜주가, 새벽의 충동적이었던 자신과 이루는 부조화에 불편하다. -
104 함율주 (SzZmJpGfkI) 2020. 11. 2. 오전 1:18:07혜주가 방금 일으키려고 한 거 맞지요? (율:(곤란)) 꿈에서 혜주의 사과는 첨 봤을 때 왜일까 했어요. 역시 말을 잘못 했을 때의 그걸까 싶구요. 머리맡에서 무얼 찾는 건가요? 휴대폰으로 예상하고 있지만요. 왜냐하면 제가 일어나면 폰 부터 찾기 때문에.., 문명의 이기에 길들여진 휴먼이기에...
평일을 맞이하는 사람이라. 알았다. 이 아이콘은 저를 형상화 한 거였네요. 정신도 혼도 빠져 있는... ^▽ㅠ 그래도 늦잠 잔 덕분에 쌩쌩한 것 같아요. 한 주 상쾌하게 시작하시기 바라요! -
105 혜주주 (WDRailBhTM) 2020. 11. 2. 오후 5:39:18몸 자체를 일으키려고 한 건 아니고, 어깨에 손 얹어뒀다가 반응 없으면 살살 흔들면서 깨워보려고 했던거랍니다 0v0 잠깐이지만 일어나게 하려던 건 맞습니다~! 율이 피곤할 텐데 새이불 꺼내주지...(<레스 쓴 사람)
꿈은 그때에서 파생된 걸로 생각하고 썼어요. 100%는 아니겠지만! 꿈에서도 하고 싶은 말은 못하고 깨버렸네요. 찾던 거 휴대폰 맞습니다! 하지만 휴대폰으로 시계도 봐야 하고 메신저 답도 해야 하고 중요하잖아요 ㅎ-ㅎ ㅋㅋㅋㅋㅋ
아직 눈동자가 돌아오지 않은 참치처럼 저도 지금 껍데기만 남아 버티고 있어요 0vㅠ 요새 부쩍 한 주가 빨리 가는 느낌인데, 주말은 더 빨리 가요..ㅋㅋㅋㅋㅋㅋㅋ 율주도 상쾌한 한 주 되시고 답레는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ㅠvㅠ...! -
106 함율주 (m/7okHvxUc) 2020. 11. 2. 오후 6:36:45녜? 그러려던 거였담 율이의 오해네요. 몸을 일으키려던 걸로 알고 못 만지게 한 거거든요. 혜주의 배려 자체를 거부한 건 아닌데, 그렇게 보일 여지가 있어서 뒷사람은 혜주가 어떻게 받아들여 줄지 궁금해하고 있답니다. 새 이불 꺼내면 율이는 이불 사이에 끼인 샌드위치가 되겠네요. 술 맛 나는 샌드위치.., 빨랫감만 늘어날 거예요. ^▽ㅠ
하고싶은 말 못 하는 혜주에 뒷사람도 애달파요. 그리고 휴대폰이 맞았네요. 휴대폰은 중요하니까요! 글도 쓸 수 있고 파일도 볼 수 있고.., 요즘은 스캔도 되더라구요. 만능 기기라고 봐요.
껍질만 남았다니 이게 얼마나 무서운 말이에요. ㅋㅋㅋㅋㅋㅋㅋ ^-ㅠ 어서 다음 주말이 와서 알맹이가 힘차게 차오르기 바랄게요. 네. 답레는 천천히 주세요~! -
107 혜주 - 율 (aKpUtySnR2) 2020. 11. 4. 오전 12:18:10대답 없는 율을 바라본다. 정적이 깊다. 혜주는 이런 때마다 그가 아주 멀게 느껴짐과 동시에 그와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고 느껴졌다. 그 연결은 오랫동안 흐르지 못하고 고여 있는 물처럼 조용하게 썩어가고 있는 것 같다. 한때는 이런 게 오래 두고 보고 싶은 모습이 맞는지 고민한 적이 있다. 지친 기색이 역력한 눈과 매료될 수밖에 없던 첫 순간을 놓고 저울질했다. 그러나 고장난 저울이 멀쩡한 결과를 내는 건 불가능하다. 할 수 있는 게 받아들이는 일뿐이라는 걸 인정한다. 그저 곁에 두는 것말곤 방법이 없는 때도 있다고 생각하는 건 가장 해로운 최면이자 최선의 위안이다.
혜주는 가벼운 손짓으로 표현된 거절의 의사에 저항없이 따른다. 보이지 않는 어딘가엔 또 흠집이 났겠지. 개의치 않았다. 차라리 이런 식으로 밀려나는 게 나을 때도 있다. 혜주는 오히려 율의 웃는 얼굴을 볼 때 한계점에 가까워지는 느낌을 받았다. 상대가 바라고 자신이 그러고 싶은 때가 맞아떨어진다면, 율은 누구에게나 그런 웃음을 보여줄 것이다. 유치하게도 그게 싫었다.
그러나 나는 네가 아니고 너는 내가 아니므로, 네가 이런 마음을 이해하는 날은 오지 않을 것이다. 하물며 나조차도 스스로를 이해할 수 없는데.
“…그래.”
혜주가 등을 돌렸다. 다시 돌아왔을 땐 손에 미지근한 물이 담긴 컵을 들고 있었다. 혜주는 그걸 율에게 건넨다.
“술 많이 마셨나 봐.”
기대는 필연적으로 실망감을 동반한다. 혜주는 지난 새벽을 취기로 인한 해프닝으로 넘겨 짚는다. 기실 해프닝이랄 것도 없는 일이다.
“…너무 많이 마시진 마. 같이 사니까 이 정도 얘기는 할 수 있는 거지.”
질문의 형태를 한 말끝이 아래로 처박히며 그 껍데기가 부서진다. 본래 모습은 알 수 없으나 단순히 묻는 말이 아님은 명백하다. 혜주는 제가 뱉어놓은 말이 마음에 들지 않는 듯 옅게 미간을 구겼다.
“좀 더 잘 거면 그렇게 해. 아니면 씻고 나오고. 컵은 이리 줘.”
혜주가 다시 율에게 손을 뻗는다. -
108 혜주주 (aKpUtySnR2) 2020. 11. 4. 오전 12:28:17녜? 율이의 오해였나요? 상황이 재밌게 됐네요 ㅋㅋㅋㅋㅋ 아니 술 맛 샌드위치라니 그래도 빨래는 세탁기가 해주는데... 건조기가 있을 수도 있는데...!! 율이가 지난 밤 너무 춥지 않았길 바랍니다 ㅠvㅠ
요즘에는 텍스트만 있는 이미지를 진짜 텍스트로 변환도 시켜준대요. 나때는 말이야 그런 거 다 손으로 베껴썼다,,! 진짜 만능기기예요.
알맹이는 늘 집에서 쉬느라 바쁘네요 ㅎ-ㅎ 껍데기랑 알맹이가 분리되지 않는 때는 퇴근하고랑 주말뿐이에요... 율주도 평일들 쉽게쉽게 보내시구요, 답레 천천히 주세요~! -
109 함율주 (jA1GoJ4l3E) 2020. 11. 5. 오전 1:48:26혜주 안 그래 보이는데 저런 때에 흠집 나는 게 좋은데 이 느낌을 말로 하기가 어렵네요. 굉장히 특유한 방식으로 깨어지는 조각품을 갖고 있는 느낌이에요. 신기하고 예뻐서 깨어지는 모양을 보고 싶어서 자꾸만 자꾸만 깨다 보니 어느 순간 조각품은 되돌리지 못할 지경이 되어 있고 뒤늦게 잔인한 짓을 저질렀다는 사실을 알아버릴 것 같은 위험한 기분이라고 할게요. 아직 무슨 느낌인지 모르시겠다고요? 저도 모르겠어요!
맞아요. 율이의 오해였답니다. 함유리 잘 모르겠으면 가만히나 있지. ㅠ▽ㅠ 그렇담 물 부족 국가니까 물 아껴 써야 해요. 전기 자원 절약해야 해요. 우리 강산 푸르게 푸르게..., 꼰대질 하려면 30년은 먼 줄 알았는데 휴대폰 땜에 지금 해도 되겠네요. 라떼는 말이야! ^▽^ 벌써 한 주의 반이 지나가고 있으니까 조금이라도 위안 되시길 바라요. 목금 접속이 어려워서 미리 알려 드리구요. 답레 조금 조금씩 써서 주말에 가지고 오도록 할게요. 혜주주의 칼퇴근 기원해요. -
110 혜주주 (37r.CX9piE) 2020. 11. 5. 오후 11:53:04앗 알았어요! 그러니까 제가 계속 혜주를 깨뜨리면 된다는 말씀이시죠? ㅋㅋㅋㅋㅋ 농담입니다 ㅎ-ㅎ 유려한 표현으로 적어주셔서 한참 곱씹었어요. 표현력이 부족해서 율주가 말씀해주신 이상으로 어떤 말을 되돌려드릴 수는 없을 것 같아 슬프네요,, 율의 속마음도 조금씩 들여다보다 나중엔 저도 이런 부분이 이렇게 좋다! 하고 말씀드릴 수 있음 좋겠어요 0v0 일단은 빛과 그림자가 양면에 있는 것 같은 모습을... 제가 너무 사랑하네요...
강산은.. 강산은 내가 지킬게! ㅠvㅠ(과격) 그러게말이에요. 점점 기술의 진보를 따라가기가 벅차게 느껴지고 있습니다 ㅋㅋㅋ큐ㅠㅠㅠㅠ 내일이 벌써 금요일이네요! 칼같은 알맹이는 아직 평일이라고 여전히 돌아올 생각을 않지만, 그래도 정말 주말이 코앞이니까요. 남은 날 잘 보내시구요. 주말에 편안한 모습으로 뵐게요~! -
111 율 - 혜주 (.hdtkmWje.) 2020. 11. 7. 오전 2:10:57혜주가 프레임에서 사라지고 율에게는 변화가 없다. 퓨즈가 나가듯 웃음짓고 나서 보면 꼭 그런 것도 아니다. 율은 혜주의 손길을 배려가 무디었다 여긴다. 이와 이불의 끄트머리를 들어올리던 손이 가진 의도 사이에서 존재하지 않는 간극을 찾기도 한다. 이윽고 아귀가 맞지 않은 현상은 남성과 아침을 맞아 본 적이 없다는 반증으로 부패한다. 율은 밍기적거리며 일어나 침대에 앉은 모양이 된다. 잔을 건넬 적에도 율은 혜주를 이 형상으로서 맞이한다. 이 때엔 평소라고 불러도 틀림에 없을 튼튼한 미소가 율을 감싸고 있다. 알코올에 유린당한 다음 날을 돌이킬 시간이 충분했던지 판단착오에서 기인한 또 다른 판단이 율의 비위에 맞았기 때문이었던지 알 수 없다.
"고마워라~ 이불 덮어주려고 했더니 보따리 내놓으란 격이었는데."
물의 온도는 자기가 존재하는 방의 온도와 유사하다. 물을 마실 적에 목부터 시작하여 어느 한 군데 육체에 거슬림이 없었나. 제 몸마저 방의 일부가 되어버린 듯 싶다. 입가를 타고 흐른 물기를 율은 엄지손가락을 들어 흐린다. 오른쪽 눈썹이 기운다.
"무슨 소리 해? 많이 마신 적은 한 번도 없어."
반 정도 진실이라고 믿으니 죄책감에 질책당하지 않고도 이와 같이 고할 수 있었나. 술에 도가 지나쳤다 실감한 적이 전연 없다. 그러나 취하면 유리할 때는 있다. 율은 이를 알고, 제게 유리한 흐름을 제법 잘 읽어 내고, 취한 연기에도 재능이 있다. 다음은 뻔하다.
"음~.... 변명이야? 오지랖 부리고 싶은데 아무것도 없이 그럴 염치는 없어서?"
가벼운 말투는 분위기를 유화시키고 무어든 농담처럼 들리게 만든다. 누구도 모를 사실을 율에게서 구한다면 실상 그는 남의 표정과 감정을 기민하게 읽는 천성이 있다. 율의 오차는 항상 이를 알고도 무시하거나 무관심하거나 부정하거나 곡해하는 바람에 생겨난다. 이번에도 혜주의 표정이 읽히나 기저의 것은 읽을 수 없다. 율이 속으로 뇌까리는 물음과 같은 속도로, 물잔이 손 안에서 새록새록 돌아간다.
"만약에 둘 다 싫고 아침하는 혜주나 지켜보고 싶다면?"
내어 준 둘이나 되는 길을 뻐기며 무시하고 돌밭으로 걸어 들어가는 건방진 입이나, 손이라면 잔을 돌려주는 데에 지체는 없다. -
112 율주 (.hdtkmWje.) 2020. 11. 7. 오전 2:16:42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혜주주. 꼭 되돌려주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아 주셨음 좋겠어요. 제가 이런 말 하면 매번 부담 느끼실 것 같아서요. 왜냐하면 혜주주께서 감사한 생각을 해주시는지 모르고 저는 느낌을 바로 바로 얘기해 버릴 수가 있거든요... ㅠ▽ㅠ 어이쿠. 다시 읽어 보니까 좋게 보아 주셨지만 그냥 곱게 풀어 쓴 변태 취향 글이네요. (...)
강산 지킴이 혜주주! 놀러 다녀 왔더니 삭신이 쑤시지만 기분은 좋네요.., 피학 성애를 이해하게 될 것 같아요. 혜주주의 알맹이는 돌아왔을까요? 푹 주무시고 계시길 바라요. -
113 율주 (.hdtkmWje.) 2020. 11. 7. 오전 2:30:36참. 혜주가 성인이 되고 나서 교제가 있었는지 궁금하네요. 먼저 써 버리긴 했지만요. ^▽ㅠ 에잇. 어때. 답레에 잘못 된 부분이 있다면 혜주주의 기억을 바꿔서 해결할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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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 혜주 - 율 (ssCPUhskjw) 2020. 11. 8. 오전 2:35:13“…아직도 너한테 술 냄새 엄청 나.”
어떤 표정으로 말했는지 모르겠다. 혜주는 적어도 지금보단 편해질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걸 안다. 들리는 말의 너머를 상상하지 않는 것, 생각하는 일을 멈출 수 없을 때에는 차라리 물어볼 것. 혜주의 비극은 아는 것을 행하지 않음으로부터 출발한다. 율이 제 행동의 비합리성을 시인하면서도 그렇게 한 저의를 생각하며 혜주는 조금 불안해지고, 지난 새벽의 이유를 제가 모르는 온기에서 찾으며 불행해진다. 그리고 율의 반듯한 웃음을 보는 순간, 기분은 끝내 바닥을 친다. 율에게선 제가 바라는 걸 절대 찾을 수 없다는 확신이 낙인처럼 찍혔다. 혜주는 사랑하는 사람들의 얼굴을 안다. 언제든 허물어질 것 같은 얼굴들. 그들은 결코 단단한 무언가로 자신을 둘러싸지 않았다. 혜주의 불행은 제가 아는—혹은 안다고 여기는— 것에 대한 확신에 의해 가중되고, 다시 그 너머를 추측하길 반복하며 그로 점철된다.
“너한테도 위선 좀 떨어보려고 했는데 어렵네.”
혜주가 맥 빠진 웃음을 뱉었다. 어디에든 농담처럼 섞여들어가기엔 나쁘지 않은 방법이다.
“간단히 해놓을 테니까 이상한 고집 부리지 말고 씻고 나와.”
컵을 받아들며 옅게 찌푸리는 미간은 방금 전과 비슷한 농담의 연장선에 있는 것 같다. 지극히 가볍고 일상적이다. 혜주는 이 대수롭지 않음에 기대어 드물게 충동적인 물음을 던졌다.
“…아니면 아무것도 하지 마? 그때까지 보고 싶을까?”
생각하는 일을 멈출 수 없을 때는 물어볼 것. 알고 있는 방법 위로 죽 선을 그었다. 대답을 기다리는 시간이 조마조마한 생각으로 북적인다. -
115 혜주주 (ssCPUhskjw) 2020. 11. 8. 오전 2:59:26사실 제가 맞장구병이 있어서요... 부담이라기보단 개인적인 야욕이에요... 맞장구로 누굴 웃기고 싶고 헉 이거다 하게 만들고 싶고 그렇습니다 ㅋㅋㅋㅋㅋ 실제로 제일 많이 하는 건 적폐 캐해석 같지만 0vㅠ,, 그니까 걱정 마시고 생각하시는 거 편하게 풀어주세요! 지금까지 얘기해주신 거 다 제 취향이라 이마 팍팍 치고 있거든요......
ㅋㅋㅋㅋㅋㅋㅋ진짜 재밌게 노셨나봐요 표현이 ㅋㅋㅋㅋㅋ 알맹이는 주말 0시 땡치자마자 돌아왔어요! 영혼이 돌아온 몸은 생각보다 무겁더라구요 ㅎ-ㅎ,,, 거의 누워서 다 보낸 것 같네요. 토요일이 아깝지만 행복했습니다.
>>113 혜주 학부 때 한 번이요! 건너건너 소개로 만나서 꽤 오래 사귀었는데, 그동안 헤어졌다 다시 만났다가 몇 번 반복했답니다. 그러다 율이랑 잠깐 틀어졌을 때 완전히 헤어지게 됐을 것 같아요. 오는 사람 안 막던 시절에서 크게 발전한 게 없어서 상대가 여러 번 참고 넘기다 못 견디고 끝냈을 것 같은.. 혜주가 똥차였던 연애입니다... 그 뒤로는 계기만 있다면 발전할 수 있었을 관계들은 조금 있었는데 혜주가 그냥 넘겨버렸겠어요. 제가 기억을 바꿔야 할 부분이 있나요? 저 준비 됐어요! 0v0 -
116 함율주 (GvRiT9zYuw) 2020. 11. 9. 오전 11:04:11그렇담 이런 말 할 수도 있지 않냐구 먼저 얘기하는 혜주 시무룩이 귀여웠다는 소리까지 살짝 할게요. ^▽^ 재밌게 놀기는 했는데, 누워서 보내는 시간이 적었어서 그런지 쉬었단 느낌이 없네요. 무거운 영혼 너무 끌고 돌아다니면 안 되겠다는 걸 배웠답니다. ㅠ-ㅠ 혜주주는 바른 방법으로 쉬신 것 같아 다행이에요.
꽤 오래 만났고.., 말씀해 주신 거면 별달리 바꿀 부분은 없을 것 같아요. 혜주주께서 준비 되셨는데 기억을 바꾸지 않으면 아쉬운가요? 그럼 오늘이 월요일이 아닌 걸로 바꾸기로 해요. 답레는 오늘 안에 올려 보려는데 제가 잠과의 치킨 레이스에서 져버리면 이보다 늦어질 수도 있구요. 천천히 기다려 주세요. 힘 나는 월요일 되세요~! -
117 혜주주 (qU2UGzoW8U) 2020. 11. 9. 오후 11:04:16저는 많이 마신 적 없다는 율이의 말에 율이 주량이 문득 궁금해졌어요. 많이가 아니라는 말은 과연 객관적 지표인지 개인의 강인함인지...! 엉엉 오늘은 분명 월요일이 아닌데 왜 일을 해야 하는 거야 ㅠvㅠ 기억조작은 훌륭했답니다. 그대로 흘러간 현실이 잘못했네요...
예전에는 누워만 있으면 아쉬웠던 것 같은데 요즘은 누워있는 시간이 없으면 깎인 체력 회복이 안 되는 것 같아요 ㅎ-ㅠ 그런 때엔 평일에 일찍 자고 조금조금씩 쉬는 시간에 최선을 다해 쉬어서 회복하는 게 제일이랍니다. 푹 주무시고 계심 좋겠네요! 답레 천천히 주세요~ -
118 율 - 혜주 (asFgP8lTcE) 2020. 11. 11. 오전 2:01:54입술의 끄트머리를 비트는 지극히 적은 힘만 있으면 율은 지금처럼 혜주의 말에 관한 전적인 비동의와 확신이 의심받은 데서 기인한 불만을 동시에 내비칠 수 있다. 같은 변명을 반복하지는 않는다. 율에게 세상사는 진이 빠지도록 번거롭고 무얼 굳게 믿는 타인을 돌려세우기에 소요되는 힘과 시간은 무용하게 여겨지기가 잦다.
"...하여간 권혜주 오지랖 어디 안 가지."
자신은 한 치도 내보이기를 원치 않으면서 상대를 엿보고자 하는 심리는 심지어 자기에게도 가소로웠나. 술잔이 율의 손에서 찬찬히 회전한다. 의식은 원을 이루는 잔의 모서리를 따라 무얼 쫓고 있는데 잡히거나 잡는 일은 영영 일어나지가 않을 것 같이 멀다. 이러니 당장 손을 떼놓는 데에 미련은 없다.
일상적인 분위기가 혜주의 곳곳에 독소처럼 스며 있다. 자기와 닮은 것을 말하지만 율이 알기에, 여기에는 번번이 믿지도 못할 확인을 구하거나 허기가 도리어 짙어질 것을 알면서 얕고 즉각적인 만족을 꾀하는 미련한 이면이 없다. 배운 거라건 아무도 듣지 않는 속에서 비어를 고통스레 역류시키고도 흔들리지 않는 웃는 상을 유지하는 법밖엔 없었나. 율은 무게를 뒤로 실었다가 제 앞으로 단숨에 당겨 일어나고, 선 다음에는 혜주에게로 반듯이 상체를 기울여지게 한다.
"보고 싶어서, 중도에 뛰쳐나올 수도 있으니까 요리는 전광석화같이... 알지?"
척척 걸어 방의 가구에 걸어 놓은 여벌의 옷을 낚아채고 그대로 사라지는 걸음에는 조금 전의 미적이던 흔적조차 지워져 있다. 막간이 지나고 들려온 욕실 문이 닫히는 소리는 혜주가 있는 율의 공간과 율이라는 본인을 분리해낸다. -
119 함율주 (asFgP8lTcE) 2020. 11. 11. 오전 2:21:34제가 객관적 지표를 왜 객기로 읽었을까요? 제정신이 아니었던가 봐요. 그런데 객기일 수도 있어요! ^-^ 율이 주량은 초기 설정이랑 지금이나 나중이 조금씩 차이날 수도 있어요. 초기에는 절대로 취하지 않고 취한 연기만 능숙했는데 나중엔 혜주네 비서로 들어가기 위해서 여지를 남겨두려고 했거든요. 제가 그만 답레를 초기 설정을 생각해서 써 버렸네요. 많이 마신 적 없다는 기준은 절대적으로 율이 생각이랍니다. 소주 세 병까지는 확실히 가뿐하구요. 그런데 그 이후에 대해서는 율이 주장과 객관적 의견이 다를 수 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제게 혜주 주량도 알려주세요. 둘이서 한 번쯤은 술잔 기울였을 것 같네요.
푹 잠들기를 빌어 주셨는데 오늘도 새벽 올빼미라 어떡하지요! ^▽ㅠ 쉬는 시간 열심히 찾아서 효율 만땅으로 쉴 수 있도록 할게요. 일요일 바쁘셨을 혜주주도 그렇게 해 주세요! -
120 혜주주 (6op97/AUKA) 2020. 11. 11. 오후 11:19:43객기라기엔 세 병도 충분히 강인한데요 0v0?!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심지어 가뿐이라는 표현이 들어갔잖아요! 주변 사람들 일찌감치 쓰러지고 취한지 오래라 율이는 많이 안 먹었다고 생각했을 때도 있을 것 같아요. 세 병 이후는... 지더라도 잘 싸운 거라 생각합니다... 혜주는 소주 한 병이 최대치랍니다. 최대라서 이만큼 마시면 자야 돼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정말 힘내면 한 병 하고 한두 잔 더 마실 수도 있구요.
알고 지낸 기간이 길었으니까 한 번은 그랬겠어요. 성인 되자마자 신분증 들고 술 마시러 간 일도 있을까요? 율이는 몰라도 혜주는 친구 없어서 율이 불렀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ㅎ-ㅎ,,,
아이고 율주 올빼미셨구나! 저는 요즘 날 바뀌는 거 보기 전에 잠이 들어서 ㅋㅋㅋ큐ㅠㅠㅠㅠ 지금도 답레 쓰다가 잠들 것 같아서 미리 들렀다 갑니다 ㅠvㅠ 최대의 효율로 쉬시고! 졸린 날엔 일찍 주무세요!
아 그리고 여쭤볼 게 있는데, 둘이 집에서 밥을 좀 해먹는 편일까요? 당번 같은 것도 정하고 그럴까요? 먹는 일이 중요한 한국인이라 궁금증을 참을 수가 없네요... 딱히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아니니까 생각해두신 거 없으면 어장적 허용으로 적당히 써올게요 ㅋㅋㅋㅋㅋㅋ -
121 혜주주 (6op97/AUKA) 2020. 11. 11. 오후 11:21:34혹시나해서요! >>120에서 혜주가 스무 살 되고 술 마셔보자고 율이 불렀을 수도 있다고 말씀 드린 거요. 거기에 율이가 거절하거나 안 나왔다고 해도 괜찮습니다 0v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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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 함율주 (Akw0rK81L.) 2020. 11. 12. 오전 12:02:34스물 일곱이면 객기죠. 충분히 객기일 수 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술자리에서 취한 척을 하지 않으면 항상 끝까지 남을 것 같아요. 혜주도 주량이 적지는 않네요. 술버릇은 자는 건가요? 어느 때는 밖에서 잠들기도 했을까요? 얼큰하게 취해서 빨리 자야 되는 혜주가 보고싶네요. ^▽^ 율이는 자기가 그렇게 손꼽아서 기다리지는 않았겠고 친구들이랑 약속을 미리 잡아 뒀기 때문에 마시러 갔을 것 같아요. 혜주에게 불렸다면 학교 사람들 없이 둘만 있기도 하니 갔을 것 같아요. 전까지의 관계를 살펴보면 서로 인사도 적고 서먹했으니 웬 일인지 생각은 하겠네요. 생각 한 번 하고 잊구요. 접점 있는 동갑내기들이 성인 된 기념 삼아 같이 마시러 간다는 건 객관적으로 보아도 그렇게 이상하지는 않으니까요. 율이는 벌써 자기 주량을 알고 있었을 수 있겠네요.
올빼미가 아니었는데 삶이 아니도록 내버려두지 않네요. ^▽ㅠ 12시 전에는 자고 싶어요. 10시 전에 자면 더 좋아요. 오늘은 그나마 낮잠 잘 시간이 있어서 한결 나았답니다. ㅠ-ㅠ 감사해요. 좋은 꿈 꾸고 계심 좋겠어요!
당번 누가 먼저 얘기하나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귀엽네요. 혜주가 당번 정하자고 할까요? 율이는 이따금 하기는 하는데 웬만하면은 사먹으려고 하고 인스턴트 사고.., 그럴 것 같아요. 귀찮아 하거든요. 불 쓰기도 안 좋아하구요. 혼자 살았으면 밥솥도 사지 않고, 샀으면 밥 한 솥 해두고 뒤집지도 않은 채 일주일 방치했을 것 같네요. 굳이 밥을 해 먹는다면 몸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당번 정하자고 했으면 싫다면서 내빼려 할 것 같은데.., 그래도 혜주가 당번 정하자고 했을지는 알고 싶네요. ㅋㅋㅋㅋㅋㅋㅋ -
123 혜주 - 율 (n6OUhTqQew) 2020. 11. 12. 오후 11:08:55혜주는 고작 오지랖이 되어 돌아오는 제 마음이 초라해서 조금 웃는다. 바닥도 없는 데서 침잠하는 것과 공중을 부유하는 건 비슷한 기분이다. 빈번하게 일어나는 일은 대체로 전자에 해당한다고 해도.
“…말이나 못하면.”
진심이 아닌 말을 뱉는 일이 너무 쉽다고 생각한다. 혜주는 욕실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린 뒤에야 발을 뗀다. 다른 화장실로 들어가 양치와 세수를 하고, 밤새 가방에 처박혀있던 휴대폰을 꺼내 몇 통의 전화와 메시지가 온 걸 확인했다. 스스로 장담하듯 했던 말을 번복하며 미적대는 모양새였다. 손가락을 몇 번 움직여 무심하게 알림을 훑던 얼굴은 주방에 와서 약간 난처한 빛을 띤다. 전원이 꺼진 밥솥은 역시나 비어있다. 오늘의 휴일이 제 휴일만이 아니라는 걸 그제야 상기한다. 휴대폰을 내려놓고 냉장고를 열었다. 난감한 기색이 짙어진다.
혜주가 우유를 넣은 계란물에 반으로 자른 식빵을 적셨다. 할 줄 아는 것 중 그나마 나은 선택이라 판단한 생각은 달궈진 팬 위로 버터를 잘라 넣으며 의심스러운 것으로 변질된다. 그러나 고를 수 있는 건 몇 없고, 짧은 시간을 요하는 건 더 적다. 팬 위로 빵을 올리며 작게 한숨을 쉬었다. 잠시 기다리는 사이에 커피 머신에 캡슐을 넣고 버튼을 누르며, 다음 할 일을 생각하듯 옆에 놓인 사과를 한 번 본다.
어느새 확신으로 변한 의심을 두고 혜주가 팬을 살핀다. 잘못된 걸 알고도 하는 일이 유쾌할 리 없으며, 어쨌든 지금은 혼자이니 그걸 억지로 감출 필요도 없다. 적당히 구워진 단면을 보고도 묘하게 탐탁지 않은 표정인 건 그 때문이다. -
124 혜주주 (n6OUhTqQew) 2020. 11. 12. 오후 11:27:02나이가 뭐길래... 야속하여라...ㅠ-ㅠㅋㅋㅋㅋ 적당히 사회생활하기 좋은 주량이죠 ㅎ-ㅎ 술버릇은 자는 게 맞아요. 조용해서 보면 졸고 있겠네요. 술 때문에 밖에서 잔 적은 아직 없답니다. 일단 주량 넘기는 일이 드물구요. 그렇담 율이 불렀을 때 되게 맘 먹고 불렀겠어요. 혼자 먼저 맥주 한 캔 정도 마시고 술기운이라 최면걸고 전화로 새해 복 많이 받으라고 ㅋㅋㅋㅋ 먼저 얘기했을 것 같네요. 그러다 뭐하냐구, 할 거 없으면 오면 안 돼? 아님 내가 갈까? 이런 말 했겠죠?
오늘은 좀 일찍 주무실 수 있을까요 ㅠvㅠ... 그래도 곧 주말이니까 조금만 더 힘내시고 이번 주말은 푹 쉬시길 바랍니다 흑흑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당번 얘기 꺼낸 거,, 아무래도 혜주일 것 같아요 ㅋㅋㅋㅋ 남이랑 살아본 적 없어서 잘 모르고 얘기했겠어요. 혜주 상상 속 룸메이트와의 생활=당번 정하기...... 율이 반응 보고 이거 아니야? 하곤 결국 사람 쓰게 되지 않았을까 합니다 0vㅠ 혜주도 잘하진 못해서 둘이서만 하면 나중에 영양 불균형으로 병원갈 것 같아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큐ㅠㅠㅠㅠㅠ
그래서 이번 레스는 도와주시는 분이 있다는 전제를 두고 썼답니다. 둘이 쉬는 날에는 안 오시고 어쩌다 꼬이면 밥이 없고 하는 세계관적 허용이 많은 상황이에요. 다시 보니 술 마시고 온 사람에게 해장 없이 빵 먹이는 무자비한 살림일기 같네요... 편하게 이어주세요 ㅎ-ㅠ~! 참 제가 혜주 말 시킬까 말까 하다 율이가 어떻게 등장할지 몰라서 지웠는데, 혹시 필요하심 말씀해주시고요! -
125 율 - 혜주 (t5YxmTZy9c) 2020. 11. 13. 오후 11:59:34습기 어린 거울이 테 없는 실루엣을 비춘다. 욕실에서 율은 어제의 여남은 흔적을 지워 없애는 데에 몰두한다. 저를 쓸고 내린 온수는 발치에 무색투명하게 흐르고, 여기에 지난 상념이나 고독이나 변덕의 흔적은 온데간데없다. 불현듯 율은 머리 색을 유지한 기간을 세기도 한다. 공허한 빛깔에는 그만 진력이 난 탓이다. 다음에는 겨울과 어울리는 색에 관한 갈등이 이어지나 역시 언제나처럼 결정하지 않으면 안 되는 아슬아슬한 지점에 다다라서야 결정을 내릴 것이 뻔하다.
머리칼에 달라붙어 있던 물기를 대강 털어내기만 하고 매트를 밟아 물 자국을 남긴다. 편히 떨어지는 실루엣의 실내복 상·하의가 피부와 천의 사이에 적절한 공간을 만들고 증기의 온도가 옮아 후끈해진 체온을 온존할 수 있게 한다. 젖은 머리에 올려 둔 수건은 꾸준히 젖어들고 있다. 율은 혜주의 한 발짝 뒤에 서서 팬을 엿보기로 한다.
"오. 프렌치토스트?"
말을 끝내기 무섭게 기습적으로 머리카락의 끝을 타고 흐른 수분이 방울져 떨어진다. 버터의 향이 도처에 생생하다. 율은 이를 들이마시고 흑백으로 정의하기 어려운 표정을 잠깐 지어낸다. 그러나 이는 혜주가 뒤를 돌아보기 전의 짧은 찰나에 마무리된다.
"향 좋네... 음~~ 나쁘지 않아~"
야릇하게도 개운한 맛이 없는 말투이지만 말이 지난 자리에는 어차피 흔적이 없다. 율은 커피 머신 앞에서 가득 찬 잔을 옮기고 같은 형태의 새 잔을 올린다. 찻잔 안에서 커피가 높아지는 동안 어쩌면 노래를 흥얼거릴 수도 있겠지만 율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 대신에 검지를 들어 한 지점을 겨누기로 했나.
"거기 사과는 후식이야?" -
126 함율주 (oOB/KJYfy2) 2020. 11. 14. 오전 12:31:43졸고 있을 귀여워서 혜주 술 자주 먹여야겠어요. 나쁜 뒷사람 본성이 이렇게 나오네요. ^-^ 새해 복 많이 받으라는 인사 무척 지인같지 않아요? 용기 냈을 걸 생각하니 갸륵하구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율이 그 때라면 전화 받아서 평범하게 너도 많이 받아, 정도 얘기했을 것 같아요. 오면 안 되냐는 물음엔 왜가 먼저 나왔겠지만 갔을 테구요. 속으로 약간은 설레이지 않았을까 해요. 혜주랑 처음 마시는 술이니까요! 혜주가 마시는 모습 처음 볼 테니까요!
오늘은 실컷 잤어요~! 혜주주 응원 덕분일까요? 너무 좋았어요. 갑자기 일상이 확 풀려 버려서 약간 당혹스럽기도 했지만요. 아무것도 안 하고 쉴 계획이었는데 글쎄, 뭘 해야 쉬는 거였는지 까먹어 버린 거 있죠. ^▽ㅠ ㅋㅋㅋㅋㅋㅋㅋㅋ 이렇게 저렇게 고민하며 쉬었지만 제자리 뱅뱅 돈 것 같은 오늘이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혜주의 같이 살게 되었으니까 → 당번을 정해야겠다! 라는 생각이 귀여워요. 시트콤 속 룸메이트 생활 같기도 하구요. 실제로 당번 정하는 사람도 있겠지만요. 혜주가 밀어붙였으면 율이가 억지로 수긍했을 것 같기는 하네요. 사람 쓰는 걸로 물러서 줬다면 마음과 몸 모두 편하고 게으르게 지내겠구요. 그리고 병원..,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병원 갈 정도가 되기 전에는 율이가 앞치마 입지 않았을까 해요. 몸 만드느라 나름대로 영양은 챙기거든요. 이따금 율이가 냉장고를 채운다면 포장된 도시락이나 닭가슴살, 채소 같은 식재들일 것 같아요. 하지만 미리 손질되어 나오는 제품을 선호하겠죠! 자세히 설명해주신 덕에 잘 이해하고 썼답니다. 해장은 율이가 많이 마신 적 없다니까 없는 셈 쳐도 괜찮겠어요. 말은 율이에게 시켜볼게요. ^▽^ 혜주가 사과 어떻게 해 줄지 궁금하네요. 샐러드? 아니면 사과로 깎아 주려는 생각인지요? -
127 함율주 (oOB/KJYfy2) 2020. 11. 14. 오전 12:34:52그리고 귀찮지 않으시담.., 혜주의 로브와 원피스가 어떻게 생겼는지 듣고 싶어요. 혜주의 어깨 노출이.., 그 서늘하다는 표현이.., 굉장했나봐요. (?) 뒷사람 인상에서 사라지지 않고 있네요. 답레에 섞어 써 주셔도 좋구요!
-
128 혜주 - 율 (e5Tz2FVUyA) 2020. 11. 15. 오전 12:08:01새삼스레 어려운 공간이라는 생각이 든다. 능숙한 사람들은 동시에 몇 개씩은 거뜬히 해내던데, 고작 두 가지로 진땀을 빼고 있으려니 자연스레 드는 생각이다. 그마저도 하나는 버튼만 누르면 알아서 되는 일이니 더욱 그렇다. 그러나 처음부터 잘할 거라는 기대나 의욕 같은 게 없었던 일이므로, 수반되는 실망이나 좌절감은 없다. 뒷맛이 유쾌하지 않은 것과는 별개의 일이다.
정신이 없는 탓에 혜주는 율에게 가볍게 고개만 끄덕이고 말았다. 커피가 채워진 컵을 빈 것으로 바꾸고 다시 버튼만 누르면 되는데. 그 쉬운 걸 못하고 팬 앞에 놓인 빵과 씨름하고 있다. 살짝 들어올려 본 면이 아직 덜 익은 것 같아 다시 내려놓은 뒤에야 돌아볼 여력이 생긴다.
“나쁜 거 맞아. 근데 밥이 없었어.”
조금 찌푸리며 말한 혜주의 시선이 다시 팬으로, 커피머신으로 돌아간다. 행동 하나하나가 조용히 부산스럽다. 자연스럽게 컵을 바꾸는 율을 보고, 혜주는 머리의 물기를 지적할 타이밍을 놓쳤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곧잘 자신을 서툴게 만드는 일 앞에서 생각은 무섭도록 빠르게 휘발되기 마련이다. 바뀐 화제를 따라 시선이, 생각이 흘러갔다.
“아, 사과. 빵 마저 굽고 씻으려고 둔 건데…….”
대답을 하던 혜주가 돌연 팬을 돌아보더니 급하게 불을 껐다. 다시 뒤집어 본 면은 잘 익었다고 말하긴 애매한 색이다.
“조금 탔다. …진짜 별로네.”
혜주가 토스트를 접시에 옮겨 담으며 중얼거렸다. 탄 면을 뒤집어 둔 덕에 생김새는 그럴듯해보여도, 실상은 망친 데서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는 걸 안다. 혜주가 은근히 접시를 안쪽으로 밀어두며 말했다.
“배 많이 고파? 아니면 이거 내가 먹을래. 지금 다시 할 테니까 넌 다음 거 먹어. …머리. 너 머리 말리고 와야지.”
놓친 기회가 이상한 타이밍에 돌아온 것 같다. 혜주가 물기가 떨어진 자리를 가리켰다. “감기 걸리면 어떻게 해.” 옅게 찌푸리며 걱정하듯 뱉는 말이 평범하게 다정하다. -
129 혜주주 (e5Tz2FVUyA) 2020. 11. 15. 오전 12:24:07답레 쓰다 느꼈는데 혜주가 급하면 말이 많아지네요 ㅋㅋㅋㅋ 서먹했던 것 때문에 고민하다 지인이 되어버린 혜주,,, 율이가 이유 물어봤다면 잠깐 조용해졌다가 새해라서? 대답하곤 율이 안 나올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겠어요. 못된 뒷사람은 그래도 일단 먼저 나와서 기다리게 하고 싶네요! 빨갛게 얼면서 기다리는 게 겨울의 낭만이라고 생각해서요 ㅎ-ㅎ(사악) 막상 율이 보면 자기가 불러놓고선 조금 놀랄 것 같은 ㅋㅋㅋㅋ 아직 주량 모를 때라 그날은 취해서 졸았을 혜주입니다...
실컷 주무셨다니 다행이에요~! 제가 반복적으로 주입한(?) 효과가 있었나봐요 0v0 이제 쉬는 법을 주입할 때가 온 건가...! ㅋㅋㅋㅋㅋ 토요일엔 잠도 푹 자고 쉬기도 잘 쉬셨담 좋겠네요! 사실 쉬는 법은 저도 암것도 안 하고 누워있는 것밖에 몰라서 주입해드릴 수가 없습니다 엉엉
율이 마음과 몸이 편해졌다면 그걸로 전 행복해요~! 근데 구인기간에 잠깐 율이가 앞치마 두른 시기있음 좋겠네요. 관리하느라 건강한 식재료 채워넣을 율이가 넘 귀여워요 ( ᵕ̩̩-ᵕ̩̩ ) 혜주는 미묘하게 볼 것 같지만요 ㅋㅋㅋㅋ 사과는 그냥 씻어서 깎고 자를 거였답니다!
>>127 헉 사실 옷 얘기 답레에서 쓰다가 너무 조잡해져서 뺀 부분인데, 이렇게 풀 기회가 생기네요 ㅋㅋㅋㅋ 혜주가 입은 건 민소매 원피스에 허리끈 있는 긴팔 로브예요. 둘 다 약간 광택감 있는 소재고 곤색이랍니다. 특히 로브는 허리끈 안 쓰고 겉옷처럼 걸쳐서 사이즈도 넉넉하게 입는 편이라, 움직임에 따라 소매도 잘 올라가고 옷이 어깨 끄트머리에 걸치는 일도 잦을 거라는 생각을 혼자 하고 있었습니다 ㅎ-ㅎ,,
율이는 나중에 염색할 생각인 걸까요? 겨울이랑 어울리는 색이 뭘까 쭉 늘어놓고 한참 궁금해했답니다. 근데 생각해보니 색이 무슨 상관인가 싶네요. 얼굴이 함유리인데! -
130 율 - 혜주 (H6TNOjegC.) 2020. 11. 15. 오전 2:17:08"애써 허물 덮어 준 거였는데!"
시선이 맞는 간격이 조금만 더 길었다면 율이 바라던 대로 당사자의 자백에 수포로 돌아간 자기 노력을 능히 함께 비웃을 수 있었다. 하지만 혜주는 벌써 팬 위에서 익어가고 있는 빵 조각과 씨름하고 있고 이 싸움은 율의 짐작으로 길어질 것 같다. 자연히 커피를 내리며 혜주의 웨이스트 쇼트를 여유롭게 감상할 수 있게 된다. 신혼부부 같다- 어디선가 불현듯 출현한 가망없는 착각에 율은 여지없이 농락당한다.
"바빠~?
여기서 너만 보고 있어도 심심하진 않겠다."
같은 용도로 묶이는 공간에서도 율이 차지한 일부는 떨어지는 커피의 규칙적인 소리와 주말다운 안온감으로 촘촘하다. 율은 제 몫으로 내린 커피를 느긋하게 한 모금 맛보며 짐짓 티를 내 본다. 기대보다 어두운 색채를 띄게 된 빵의 등은 슬그머니 뒤로 돌아간다. 보이기에 미덥지 않은 면은 어디에서나 나설 기회를 잃는 법이다. 율은 안절부절 못하는 듯 보이는 혜주에도 응시만 하고 있더니 수저통에서 포크를 냉큼 골라 꺼낸다. 이를 방금 완성된 토스트 위에 내려 꽂고 이어 뉘어 누른다. 빵은 금세 반으로 접혀 포크에 꿰인 모양새가 된다. 이를 한 입 베어먹는 동안에 말릴 틈새가 없다.
"상한 머리는 자연건조해야 돼. 머리결 걱정은~ 생전 안 해 봐서 모르셨죠~?
감기 걸리면 실망해야지. 내 체력에... 이때다 하고 냅다 병가내는 거고. 나 낫기까지 대동도 없이 다닐 누구누구가 좀 외롭겠지만~"
떠들기를 양념삼아 하며 토스트를 세 입만에 씹어 삼키니 만들기까지의 노력이 허무할 지경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빈 포크를 접시 위에 달그랑 소리나게 얹어놓는다. 맛의 감정은 별달리 없다. 율은 혜주의 손목을 잡고 들어올려 그 손과 제 손의 바닥을 마주치려 했다.
"자. 바통 터치~"
다음에는 혜주의 뒤에 바싹 붙어 범행을 모의하는 치들이나 하듯 속닥이려 했나.
"저기 저 사과 보이지? 저~기 안 씻긴, 머쓱해보이는 사과. 저게 권혜주 다음 미션."
그리고 "다녀와~"를 말하며 율은 등을 살짝 밀어보려고 한다. 스리슬쩍 팬을 다루는 자리를 차지하려는 간교다. -
131 율주 (H6TNOjegC.) 2020. 11. 15. 오전 2:50:33어머나. 함유리 업 된 것 봐... 아주 신이 났네요. 굴리다 보면 뒷사람도 모르던 면이 나타나는 것 같아요. 종종 급하게 만들어야겠어요. 말 많은 혜주 보게요! ^▽^ 겨울에는 여름이랑 또 다른 낭만 있죠~ 안 그래도 혜주 손등 피부 여릴 것 같은데 꽁꽁 얼었을 것 같아요. 율이가 혜주 술버릇 최초 목격인가 되었네요. 율은 조는 혜주를 당장 캐노피 딸린 공주 침대로 모셔라. 우우...
혜주주의 반복 주입(?) 효과였다니요! 이게 바로 주입식 교육의 무서움 ...! 오늘은 예전에 영화를 봤던 기억이 나서 넷플릭스로 1900년대 추억 여행 하고 왔어요. ^▽ㅠ 앗. 그럼 이번에는 제가 주입해드릴 차례인 것 같아요. 날마다 오는 게 아닌 주말 재밌는 영화나 드라마도 보면서 알차게 쉬시라구요. 그럼 구인 기간에 짧게는 일주일에서 길게는 두 달보다 못하게 율이가 도맡아 요리했다고 해요! 혜주 왜 탐탁치 않아 해요? ㅋㅋㅋㅋㅋㅋ 건강식 싫어하나요? 사과는 깎아주려고 했었네요. 토스트 하는 혜주 보면서 토끼 모양 짐작하는 마음은 고이 접어 넣었지만요.
허리끈 안 쓰고 입는 낙낙한 로브와 민소매 원피스라. 좋네요. 곤색 혜주랑 잘 어울릴 것 같아요. 감사해요. 뒷사람 욕망이 꾹꾹 채워졌어요. *u-u* 다음 일상에서 염색시켜볼 생각을 하고 있어요. 겨울과 어울리는 색은 저도 아직 정하지 않았지만요. 추운 때니까 온색이 무난하겠지만 눈 색이랑 깔맞춤이라며 아예 하얗게 멜라닌을 빼고 와도 이상하지 않아요. 그렇게 하면 머릿결이 이만 죽여달라고 하겠네요. 혹시 희망하는 색이 있으심 말씀해주셔도 좋구요. 얼굴이 율이기는 하지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럼요. 머리가 무지개색이어도 뱉다 만 쓸개즙 색이어도 얼굴이 함유리랍니다! ㅋㅋㅋㅋㅋ 새삼 미남 캐릭터 굴릴 맛 나네요! ^▽^ -
132 혜주 - 율 (e5Tz2FVUyA) 2020. 11. 15. 오후 8:19:24율에게 잠깐 시선을 던진 혜주가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바빠. 재밌게 보이기라도 해서 다행이네. …사실 안 그래. 난 처참해.”
온도를 낮추길 망설이지 않는 얼굴은 금세 무표정한 기색을 띤다. 그 와중에 집중이라도 한 건지, 쏟아진 머리카락 사이로 보이는 표정이 진지하다. 그러나 언제나 노력과 결과가 비례하지만은 않아서. 혜주는 더 괜찮아 보이도록 자릴 옮기다 기어코 빵의 끄트머리를 찢어먹었다. 나아보이려고 애쓸수록 엉망이 될 확률이 높다는 건 일찌감치 깨달은 사실이지만, 이해가 되는 건 아니었다. 이런 건 그저 받아들여야 하는 범주에 속했다. 율의 어떤 말과 행동들은 도저히 제가 어쩌지 못하는 것처럼.
“…먹지 말라니까. 말 진짜 안 들어.”
눈 앞에서 제 말이 없던 것처럼 변함에 이어, 의도와 반대로 하던 걸 떠넘기게 되었다. 가볍게 마주친 손바닥을 인식하기도 전에 혜주는 팬 앞에서 밀려났다. 어디 멀리 가는 것도 아닌데 친절하게도 인사까지 건네준다. 율의 모든 행동은 일련의 과정에 낮은 턱 하나 없는 것처럼 매끄럽게 진행된다. 혜주가 보는 율은 대부분 그랬다. 특유의 여유에서 나오는 말과 행동. 누구라도 현혹되기 쉬웠다. 설사 그에 목적을 두고 있지 않다고 해도.
“자연건조가 물 떨어뜨리면서 나오는 거래?”
혜주가 눈짓으로 율의 어깨에 남은 물자국을 가리키곤 사과를 쥐었다. 물을 틀어 사과를 씻고 내려놓는 행동이 아까와는 다르게 침착하다.
“아깐 오지랖이라 하더니 금방 또 매정한 사람 만드는 것 봐. 아픈 사람 혼자 내버려두고 어딜 가.”
다 씻은 사과 중 하나는 작은 쟁반에 올려두고, 하나는 천천히 껍질을 깎기 시작했다. 껍질을 다 깎은 것은 새로 꺼낸 접시에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올린다. 나머지까지 껍질을 깎고 자른 혜주가 접시를 식탁 위로 올렸다. 대충 던져놓았던 휴대폰은 구석으로 밀어두고, 다시 부엌으로 돌아갔다. 양손에 커피잔을 하나씩 들고선 혜주가 묻는다.
“너 진짜 그거 다 먹을 거야?”
한 조각 남은 토스트를 보는 시선이 영 찜찜한 눈치였다. -
133 혜주주 (e5Tz2FVUyA) 2020. 11. 15. 오후 8:36:53아악 맞아요 ㅋㅋㅋㅋ 빨갛게 되는 거 제가 좋아해요... 율주께 벌써 어디까지 변태인지 다 들킨 것 같은 느낌이라 머쓱하네요 ㅠ-ㅠ~! 대신 혜주는 율이 술버릇을 못 봤겠어요... 아쉬워라... 캐노피 달린 공주침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일곱살 이전에 사라졌을 추억의 침대 아닐까요... 율이는 천장에 천사가 날아다니는 황제의 침실로 모시겠습니다(?)
주입식 교육이 지겨워도 효과는 좋아요 ^-^ 저도 보려고 미뤄뒀던 영화 한 편이랑 책 한 권 봤답니다. 하루종일 누워만 있다가 오랜만에 생산적인 일을 한 것 같아서 보람찬 주말이네요 0v0 더 생산적인 날 보낼 수 있으니까 하루만 더 주면 좋겠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앗싸 소원성취! 탐탁지 않아하는 건 아니구 생각보다 재미없는 식단이라 놀란 것입니다 ㅋㅋㅋㅋㅋ 키와 식단의 상관관계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고요... 그러고 보니까 율이 키는 원래부터 컸나요? 아니면 성장기 어느 순간에 쑥 컸나요? 사과는 무난하게만 깎고 자른답니다 0vㅠ 토끼 그거슨 너무 어려운 퀘스트인 것,,,
헉 바로 담 일상이라니 율이 염색이 코 앞...! 무슨 색을 해도 빛이 날 것 같아서 딱히 바라는 색은 없네요. 공식 미남인데 뭐가 안 어울릴까요! 뒷사람이 떨려하는 것과는 별개로 혜주는 율이 취미 정도로 여길 것 같지만요. 근데 하얀색이면 생각도 못한 색이라 좀 놀랄 것 같아요 ㅋㅋㅋㅋ 과연 무슨 색으로 정해질 지... 염색듀스 101 설레는 맘으로 기다려봅니다 u-u* -
134 혜주주 (/C6JG4cjCM) 2020. 11. 16. 오전 1:11:22누워서 다시 쭉 읽다가 갑자기 생각나서요! 혜주가 >>132에서 말한 한 조각은 엄밀히 따지면 식빵 반쪽이랍니다. 첨부터 반 잘라서 구웠거든요 ㅎ-ㅎ...! 망친 반쪽 마저 먹을까봐 불안해하는 혜주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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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5 율 - 혜주 (VHsgUlkBDI) 2020. 11. 16. 오전 4:35:33"멀리서 보면 희극인데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다 이거지..."
처참하다는 데에도 가없이 클클 웃기만 하며 여보란 듯 여유를 취하니 당장 거들 요량이 일말도 없는 속내가 내놓은 듯 훤하다. 혜주의 몰입된 표정에서 도와주지 말아야 할 다른 이유를 찾기도 하지만 이마저 변명이라면 별 수 없을 일이라. 율은 낙락하면서도 여기에 손에 물 묻어본 적 없는 여인의 전형이라 가리켜 두고 냉소할 구석이 있다는 이유로, 그 빈틈없이 고운 표면에 서툰 요리 실력이라는 흠은 하나 나 있더라는 사실을 달갑게 받아도 좋을지 여직 모르고 있다.
"이렇게 되든지 저렇게 되든지 기다리면 자연히 마르는데 귀찮잖아. 그렇게 켕기면 직접 말려주시든가요... 마침 수건도 있네."
기다리기만 하여도 알아서 제 자리를 찾는다면 구태여 손을 대지 않기로 한다. 그러나 일상적인 잡일에 손 쓰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 자체가 제게 꼭 위안이 되는 것은 아니다. 따져 올라가다 보면 그만 우스워지기 때문에 반드시 중간에 놓을 줄 알아야 한다. 혜주를 보내고서 차지한 팬 앞,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루어졌을 전말을 따라 불 위에 오를 것을 준비하는 손이 재다. 금세 녹녹하게 계란물에 젖은 빵을 팬에 몇 개나 올려놓고선 골고루 열이 전도되도록 팬을 움직이고 있다. 버터가 튀는 소리에는 짜증스럽게 미간을 조였나. 온도를 조절하고 나서 쉬게 된 다른 손은 아예 주머니에 곱게 넣어 버린다. 이리 하고도 남는 시간은 사과는 어떻게 되었는지 알아보기에 충분하고도 넘쳐 시선을 그리로 던져 보기도 한다.
매정한 사람?
한 손으로 팬을 다루며 혜주의 명명을 잠잠히 되뇐다. 율에게는 더없이 당연스러웠던 것들이 혜주에게로 가서 매정한 것이 되어 돌아올 때가 있다. 아무렇지 않게 대꾸하려 하지만 되돌아온 당연함은 이제 당연하지 못한 것이 되어 제게 버겁고 발산되는 감정들에는 일관된 방향이 없다. 그 때가 아니었다면 지금이었나? 불현듯 따갑고 캄캄한 것이 가에 뭉치는 듯 하나 착각이었다.
"그럼 보살펴 주기라도 할래?"
버터를 더한다. 그러느라고 혜주와 눈이 맞지 앉아도 된다. 잼이나 과일이나 크림은 냉장고를 열지 않았는데도 빤히 없을 것이라 찾기조차 않고서 빵 전체에 설탕을 고루 쳐서 새 접시에 담아 낸다. 낡은 연속극 주제가를 흥얼거리며 제 접시도 마저 채운다.
"왜. 먹지 마?"
묻는 성의를 보인다 해도 말과 행동이 반드시 일치하는 것만은 아니어서 이미 율은 머스타드 소스 통을 거꾸로 들어 흔들고 있다. 접시들의 한 켠에 짜놓은 소스는 먹기 편한 위치에 플레이팅되지만 색감이나 맛의 조화와 같은 부수적인 척도들에 관해서는 반드시 최상이라 하기 어렵다. -
136 율주 (VHsgUlkBDI) 2020. 11. 16. 오전 5:08:21겨울 동안 많이 보여드려야겠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 ^▽^ 혜주주께서도 제 변태력을 아시잖아요. 머쓱함도 맞들면 낫다고 해요. 네. 이게 오늘의 명언이랍니다! 율이한테는 나중에 진탕 먹여 보면 되지 않을까요? 술버릇이라고 부를 만한 게 나올 때까지 먹이려면 혜주가 많이 고생을 하지 않을까 싶고.., 심혈을 기울여야겠지만요. 추억의 침실(?)로 모셔드렸을 뿐인데 카이사르나 잤을 것 같은 침실을 주시다니 과분하네요!
미뤄뒀던 작품 보면 개운한 성취감 느껴지지 않아요? 저는 그러더라구요. 아직 미뤄둔 작품이 가득이지만 생산적인 날 보내셨다니 저도 기분이 좋아지네요. 늘어나라, 일요일.
그런가요? 생각보다 재미없는 식단이라니. ㅋㅋㅋㅋㅋㅋㅋ 혜주가 무언가 상상한 식단이 있었나 보네요. 키는 원래도 평균보다는 큰 편이었을 것 같아요. 성장기에 쑥쑥 컸을 테구요. 식단보다는 어머니 키가 180을 넘었던 걸로 잡고 있는데 이 설정이 끝까지 남게 될지 모르겠네요. 어려운 토끼.., 사과는 수련이 더 필요하겠어요. 그러시담 염색은 율이 따라 저도 즉흥적으로 정하게 될 것 같네요. 네네. 머지않았답니다!
>>134 확인했습니다! 혜주가 자른 걸 분명히 읽었는데 쓰다 보니 어느새 한 쪽으로 생각하고 있었어요. '아앗. 바보! 그럼 세 입이 아니라 두 입이었겠는데?' (´⌒`) 같은 하찮은 걸 생각하고 만 뒷사람이네요.
혜주의 다정함에 함유리랑 같이 녹아 내리고 있어요~ ( ღ'ᴗ'ღ ) 지금껏 중요하지는 않아 가만히 있었는데 율이는 고기류나 특색 있는 향신료 좋아해요. 머스타드나 후추, 와사비 같은 것들이요. 크림은 싫어해요. 느끼하고 영양 면에서 밸런스가 나쁘니까요. 맛에는 약간 까다롭다면 까다로운데 기준이 주관적이어서 괴식을 먹기도 해요. 가끔 나타날 것 같기도 하네요. 혜주도 식성에 특징적인 점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
137 율주 (VHsgUlkBDI) 2020. 11. 16. 오전 5:31:00그리고 뒤집거나 하는 자세한 과정은 생략했지만 토스트는 완성작으로 봐 주심 고맙겠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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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8 혜주주 (/C6JG4cjCM) 2020. 11. 16. 오후 10:47:12역시 보트의 명언제조기 율주... ‘머쓱함도 맞들면 낫다’를 11월의 명언으로 지정합니다! ㅋㅋㅋㅋㅋㅋ 율이 취한 건 보고 싶은 목록에 적어둬야겠어요 0v0
맞아요 ㅋㅋㅋㅋ 보통 찜해둔 게 몇 달은 가는 편이라 보고 나면 오랜 숙제를 마친 기분이 들죠. 세상에 그렇게 즐거운 숙제는 없지만요,,, 슬프게도 일요일이 다 가버려서 이젠 다시 돌아올 주말만을 기다리며 버티는 수밖에 없네요. 그나마 월요일이 다 갔다는 걸 작은 위안으로 삼아보려고 노력중이에요 ㅋㅋㅋㅋ..ㅋ... ㅠ
음 좋은 일로 들어간 건 아니지만, 예전에 잠깐 들어갔을 때 봤던 자취방 풍경이랑 달라서 그랬을지도요. 아앗 역시 키는 유전 ( ᵕ̩̩-ᵕ̩̩ )...!! 염색은 율과 율주의 마음이 기우는대로! 기대할게요 0v0*
혜주는 약간 간이 덜 된 가정식에 입이 맞춰져 있어요. 고기는 보통 기름 없이 담백한 부위를, 생선은 흰살 생선을 제일 좋아해요. 채소는 대체로 다 잘 먹는 편이에요. 호불호 갈리는 것들도 적재적소에 알맞은 양만 쓰이면 거슬림을 못 느낀답니다.
딱히 취향이라고 할 게 없는데, 이게 부모님이랑 살 때는 당연하고 자취할 때, 지금까지도 음식을 계속 받아 먹는 입장이라 그렇습니다... 요리에 서툰 것도 그런 부분의 연장이구요. 아마 누가 봐도 괴식이나 지나치게 한 가지 맛만 강조된 음식만 아니면 다 무난하게 잘 먹을 것 같아요. 프렌치토스트에 머스타드로 율이의 식성을 약간은 알게 된 것 같아요 ㅋㅋㅋㅋ >>137도 확인했습니다!
오늘의 저 역시 잠에 패배할 예정이라 답레는 며칠 안으로 달아놓을게요. 편안한 맘으로 기다려주시고요, 오늘도 반복학습 시작합니다. 푹 주무세요~! ㅎ-ㅎ* -
139 함율주 (bQqURswuFI) 2020. 11. 17. 오후 2:11:16이 보트의 명언제조기 나야 나~! ^▽^ 혜주주께 자극받아서 작년에 읽다 말고 묵혀 두었던 작품 잡기 시작했어요. 오래되고 즐거운 숙제네요. 제가 유일하게 자발적으로 하는 숙제이기도 하구요. 하루만 더 버티면 평일의 가운데를 지나겠네요~! 그 담엔 또 주말이 오겠지요. 다음 주에는 무려 크리스마스가 있다는데 위안이 더 되셨음 좋겠네요.
그 휑한 자취방이요? 이 때에는 정말로 자기 집에서 요리한 횟수 손에 꼽겠네요. 쿠킹 스튜디오 같은 곳은 집으로 안 치구요. 키는 요즘 계산기도 있다면서요? 역시 유전 영향력이.., 외려 아주 어렸을 때에는 못 챙겨 먹다가 초등학생 즈음 해서 악으로 직접 챙기고 다녔겠어요.
혜주는 따로 노력 기울이지 않아도 건강하게 먹게 될 입맛이네요. 율이 식단에도 적응 잘 할 것 같구요. 율이가 향신료 좋아하기는 해도 부먹파가 아니라서 식탁 뒤엎을 일도 없겠어요. 아가씨같은 면모가 맞았네요. 혜주 요리 못하는 모습 너무 재밌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한숨 쉬고 귀퉁이 찢어먹고... 여기 손댔다 저기 손댔다 마구 바쁘더라구요. 답레 천천히 주세요! 반복학습 덕인지 푹 자고 밀린 것들 신나게 해결하고 있어요. 며칠 전만 해도 피로와 회의감에 구르고 있었는데 사람 맘이 참 간사하네요.., 혜주주도 바쁜 시간 잠이라도 꼭 챙겨 주무세요! u-u -
140 혜주 - 율 (WQIxJPDPgM) 2020. 11. 18. 오후 11:12:42“은근히 손 많이 가.”
지금 하기엔 우스운 말이다. 알면서 뱉는 말의 밑바닥엔 동조하는 답을 구걸하는 마음이 있다. 그러나 기대의 배신은 조금만 눈을 돌려도 몇 개는 찾아낼 수 있을 만큼 흔하고, 혜주는 늘 다치지 않는 방식을 고른다. 농담이나 다정으로 꾸며진 간절함. 그 온도의 미적지근함은 태생적인 이유로 다시 포장된다. 숨기는 데엔 일가견이 있으므로 알아채기는 쉽지 않을 거라 판단한다. 머리만 처박고 죄 숨긴 줄 아는 형세인지 모르나 혜주가 알 도리는 없다. 눈 앞을 가린 덤불이 빽빽하다.
“약 먹이고 이마에 물수건 정도는 얹어주지.”
미리 정해둔 것처럼 나오는 대답엔 지체가 없다. “부족한가?” 물을 틀어 가볍게 손을 씻으며 혼잣말처럼 중얼거린다. 하지만 부족하다 해도 더 할 수 있는 게 있을까? 혜주는 보살피고 가꾸는 일은 재주가 없다. 보이는 것이든, 보이지 않는 것이든 마찬가지다. 오히려 말라 죽을 때까지 지켜보는 일이나 썩고 곪도록 만드는 일에 소질이 있는 것 같다. 알면서 하는 말이 있는 반면, 알면서도 하지 않는 말이 있다. 이건 당연히 후자에 해당했다.
“멀쩡한 것도 있는데 굳이 먹을 필요 없잖아.”
율이 토스트 옆으로 짜놓은 머스타드를 익숙하다는 듯 넘긴다. 권하듯 말했지만, 실은 아까처럼 금세 사라져도 이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제 몫의 커피를 한 모금 마신 혜주가 커피잔을 각각의 자리에 내려놓는다.
“일단 앉아봐. 켕기는 사람이 머리 말려주게.”
율의 커피잔이 놓인 근처를 서성이던 혜주가 율에게 말했다. 혜주에게 우선순위는 이쪽이다. -
141 혜주주 (WQIxJPDPgM) 2020. 11. 18. 오후 11:29:46앗 좋은 동기부여가 된 건가요? ㅎ-ㅎ 저도 덩달아 자극 받아서 조만간 미뤄뒀던 책이랑 영화 보기로 맘 먹었답니다. 우와앙 낼이 벌써 목요일이에요~! 연말에 가까워오니까 하루랑 한 주가 전부 빨리 가는 것 같아서 좀 무섭네요 ㅠvㅠ 하지만 주말은 언제나 환영,,, 크리스마스는 농담이신 거죠?! 저 깜빡 속아서 식겁하면서 달력 뒤져봤어요 ㅋㅋㅋ큐ㅠㅠㅠㅠㅠㅠ
넵 맞습니다... 그전에도 혜주가 율이 자취방 가봤을지는 잘 모르겠는데, 언제 봤든 휑해서 ( ᵕ̩̩-ᵕ̩̩ )... 하는 맘은 있었을 것 같아요. 헉 세상 좋아진 것 좀 봐 ㅋㅋㅋㅋ 이제 미래의 키도 알 수 있다니.. 밤톨군의 성장은 유전자와 노력의 협동이었네요!
찍먹으로 식탁의 평화가 지켜졌네요 ㅋㅋㅋㅋㅋ 사실 혜주 요리는 넘 아가씨의 스테레오 타입 같아서ㅠ 무난하게 가려다가 나름 손을 귀하게 써야 하지 않을까 싶어서 경로를 바꾸게 되었답니다. 뜨겁고 날카로운 게 많으니까 조심조심하다보니 서툴어졌을 것 같네요. 그나저나 율이는 유난히 불을? 뜨거운 걸? 아님 뜨거운 게 튀는 요리의 과정을? 꺼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 뭔가 사연이 있는지 궁금해하고 있습니다 0v0*,, 허헛 진행하면서 차차 풀릴 얘기라면 참을성 있게 기다려볼게요.
잘 쉬고 기운 돌아오셨나요! 그래도 넘 무리하지 마시구요 ㅋㅋㅋㅋ 저는 정말로 잘 자고 있답니다........ 오늘의 율주도 푹 주무시길 바라요~! -
142 율주 (hLwJ3CVKiI) 2020. 11. 19. 오전 9:11:26그럼요. 작년인지라 어디까지 읽었는지 찾느라고 안 읽어도 됐을 걸 한 장이나 중복해서 읽어버렸지만요. 속이 뻥 뚫리실 거예요. ^▽^ 시간이 너무나 빨리 가네요.., 어쩜 좋아요. 크리스마스 농담이 아니었어요. 저 때에는 진짜 저렇게 믿고 있었답니다. 。・゜・(ノД`)・゜・。 우우왕.., 죄송해라... 위안 드리려고 한 말인데 의도치 않게 놀래켜 드렸네요. 제가 왜 저렇게 말씀드렸는지 기억은 안 나는데요. 새 캘린더 앱에 적응하지 못하고 그만 12월 달력을 보고 말했을 것 같구요... 어쩐지 이번 연도 크리스마스는 거리가 조용하더라구요. 장식도 없고... 혜주주께서는 제가 말씀드리는 날짜는 믿지 마세요. ㅋㅋㅋㅋ큐ㅠㅠㅠㅠ! 요리는 정석대로 조심조심 해도 조금은 손이 상하는 기술 같아요. 손 곱게 써야 할 아가씨가 할 게 못 되죠. 피아노도 치는데요! 율이 꺼리는 데에는 대단한 이유가 있지는 않지만 생각해주시는 느낌이 세 개나 되어서 넘 재밌어요. 그래서 말씀드리는 건 나중으로 미루려구요. 0▽0 혜주는 알 수도 있고 모를 수도 있겠어요. 최소 고등학생에서 대학생 사이에 꺼리게 되었을 것 같거든요. 참고로 현재 시점에서 함유리 몸에 큰 화상은 없어요.
기운이 돌아와서 무리하고 있었는데 딱 필요한 조언 주신 것 같아요! ㅋㅋㅋㅋ 감사해요. 유튜브 링크 하나 띄우고 다녀갈게요. 요 몇일간 유튜브 뮤비 해석 중에 꽂히는 게 있어서 계속 돌려 보면서 혜주랑 율이 꾹꾹 눌러 껴 맞추고 있어요. 이번엔 올라갈까요? 올라가라, 올라가거라... -
143 율주 (PNnJVM1PQs) 2020. 11. 19. 오후 6:56:06앗. 답레 쓰려고 보니까 혜주의 은근 손 많이 간다는 말은 요리에 대한 거죠? 율이에 대한 게 아니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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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4 혜주주 (B49.c9BT8w) 2020. 11. 19. 오후 7:38:43머리 안 말리고 나온 율이에 대한 말이랍니다. 예전에 율이 좋아하는 친구들이 좋아하는 이유로 꼽았다던 ‘나 없이는 못 살 것 같은 점’을 참고해서 썼어요...! 넘 늦은 게 아니라면 좋겠네요 0v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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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5 율 - 혜주 (YqZ1uD8rLk) 2020. 11. 19. 오후 8:51:05"그렇다더라~ 그래서, 싫어? 이제 손질 해 주기 귀찮아졌어~?"
-하지만 날 좋아하잖아?
수건을 쓴 남자가 수면 로브 차림의 여자에게 물으면서 묻지 않으며, 묻지 않으며 묻는 장면이 지난다. 종결되기 전까지 율이 자초한 물방울만이 실내복 목가를 향해 추락하거나 흘러내리었다. 원하는 타인이 기어이 제게 손을 대도록 만드는 생존법이라 할 만한 규칙이 어느샌가 주인조차 모르게 표출되도록 완연하게 익어 버렸을 가능성에 관해 생각해 보기도 한다. 그러는 동안 수건은 차양막같이 흔들리지만 비는 바깥에서 내리기보다 그 정반대인 모양새다.
"...확실하게 너랑 살고 있구나~~"
방금 막 깨달은 듯 맥없이 뱉는 것이 혼잣말의 형상을 했다. 무게없이 떨어진 제 윗입술을 받아내고나서는 말이 없다. 율은 시선으로 팬이 머금은 열로 달구어진 공기 중을 배회하고 있다. 찰나조차 없었던 답에서 거짓된 낌새는 찾아낼 수 없었으므로 이에 마음이 동하면서도 이유없이 괴로웠다. 율은 젖은 수건을 쓴 동거인의 자리에 자기가 아닌 다른 누군가를 채워넣는 상상에 골몰하지만 무의미하기 짝이 없는 일체는 토스트의 단면과 함께 뒤집어 외면하기로 한다. 부족하냐는 의문이라면 자신을 향하지 않아 다행스럽다. 이를 자연스레 받아내기 위해서 또 자기는 무언가를 지어내야 했을 거라고 이미 단정지었다. 대신에, 혜주가 아마도 경험하지 않았을 삶의 구저분한 측면- 아프면 약을 먹고 물수건을 얹는다는 방법조차 신경을 곤두세워 의식하며 새로이 배워야 했던 구차하고 추잡스러운 사정에 대해서라면 율은 빠삭하게 알고 있다.
"흐음..."
자기가 만든 토스트는 멀쩡한 것에 포함하지 않는 혜주의 어휘가 선명하게 포착되지만 율은 이에 대해 가타부타하지 않으니 물밑에서 일어나는 일이라건 알 수 없다. 머스타드 소스를 보기 좋게 얹고 나서 커피잔을 기준으로 하여 바른 자리에 식기와 접시를 세팅해 두고 매끄럽게 자리에 앉는다.
"그럼 그 켕기는 사람한테 감사할 일 시켜볼까..."
커피로 입을 헹궈낸다. 이어 혜주의 권유를 받아들이기로 한 것처럼 일단 막 만들어진 토스트부터 가벼이 식혀 가며 차곡차곡 입에 담는다. -
146 율주 (UAbSi0uEG6) 2020. 11. 19. 오후 8:55:19>>144 요리에 대한 거랑 율이에 대한 거랑 반응이 제법 갈려서 느긋하게 기다리고 있었으니 늦지는 않으셨답니다! 오히려 빨리 답 주셔서 오늘 안에 썼는걸요. 참고해서 쓰셨단 걸 보고... "(누가) 그렇다더라~" 를 쓰고싶어진 맘을 억누를 수 없었네요.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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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7 혜주 - 율 (p7O0gxTMs.) 2020. 11. 20. 오전 12:22:01혜주가 율이 뱉은 말엔 없는—혹은 생략된— 누군가를 찾게 되는 건 여상스러운 일이다. 가장 치명적인 일을 행하는 자는 언제나 누구도 아닌 자신이다. 그리하여 아문 적 없는 자리는 더 이상 상처라 부르기도 애매한 지경에 이른다. 그러나 언제나 헤집힌 채 벌어진 자리를 명명하는 말을 알지 못하므로 혜주는 그것을 상처라 부른다.
“…좋다고는 못하지.”
기꺼운 마음을 감추고 고집스레 자존심을 내세우는 말인지, 진실로 달갑지만은 아닌 일인지. 제 마음의 향방은 짐작조차 할 수 없다. 허공을 배회하는 시선은 애써 율에게 가닿지 않으려 쓸데 없이 주방의 집기들을 훑는다. 그런 순간에도 존재하지 않으며 아는 바 없는 누군가의 존재감은 지워지지 않아서, 혜주는 매끄러운 율의 행동을 그와의 관계로부터 온 것으로 짐작하기에 이른다. 역시나 해롭고 소모적인 행동이다. 한때는 다른 곳에서 구원을 찾았으나 이제는 그마저도 소용이 없는 걸 안다. 그저 어디에라도 항복 선언를 하고 싶으나 들어줄 이 없다는 것도 알고 있다.
“새삼스러운 말을 하네.”
밀려올 정적이 두려워 괜한 대꾸를 한다. 하지 않았어도 무관한 말이었다. 공백 사이에 포장 없는 물음을 뱉게 될까 불안했다. 언 호수의 가장자리가 언제나 단단하리라는 법은 없었다. 혜주는 손목에 걸어둔 가느다란 머리끈을 입에 문다. 가볍게 손가락으로 빗어낸 걸 한데 모아 묶었다. 사소한 행동을 하는 순간에는 잠깐 생각을 멈출 수 있었다. 그 사이에 율은 모든 일을 마치고 자리에 앉기 위한 준비를 한다. 혜주는 거드는 대신, 그가 앉을 자리 근처에 서 있었다.
율이 앉아 편하게 자리를 잡는 걸 보고, 혜주가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 손을 뻗었다. 살살 물기를 털어내던 손길은 그 시작과 달리 예고 없이 멈춘다.
“고맙다고 해봐.”
—아니면 내가 필요하다고, 옆에 있어달라고. 꺼내지 못한 말은 아래로 끝없이 곤두박질친다. 율을 내려다보는 눈에는 그와 시선이 마주칠 거란 기대가 없다. -
148 혜주주 (p7O0gxTMs.) 2020. 11. 20. 오전 12:36:40ㅋㅋㅋㅋㅋㅋ아니 크리스마스 실수가 아니셨다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율주 한 달 빠른 시간을 살고 계셨군요... 저야 잠깐 놀라고 말았지만, 율주 크리스마스 기대하고 계셨음 어째요! ㅠvㅠ 진짜 연주자분들은 어떻게 생활하시는지 모르겠는데, 집안일 하는 입장에서는 부엌이 젤 위험하게 느껴지더라구요. 날카롭고 뜨겁고! 또 겸사겸사 대리부자 느낌을 만끽하기 위한 것도 있었습니다 ㅎ-ㅎ,,, 앗 이유는 나중에 밝혀지나요? 기대하고 있다가 밝혀지면 뒤로 넘어가게 놀라보겠습니다. 시기랑 화상이 없다는 건 잘 알아둘게요! 흠집 없이 매끈한 밤톨님...
저번에 보니까 율주 기운 넘치시는 날엔 열일하시는 것 같더라구요. 열일도 좋지만 맨날 하면 힘드니까 적당히 힘들지 않은 선에서만요...! >>142에서 올려주신 곡은 오늘 많이 반복해서 들었어요. 가사도 엄청 곱씹고 저도 율이랑 혜주 대입해보게 되더라구요. 아직 있냐고 묻는 가사에선 서로 끊임없이 떠보는 거 생각나고, 또 마침 이전 레스에 눈 가렸다는 표현을 써서 놀라기도 했어요 ㅋㅋㅋㅋㅋ
>>146 ㅋㅋㅋㅋㅋㅋㅋ “그렇다더라~” 보고 제가 웃었다는 건 이제 딱히 놀랍지 않은 사실이겠죠... 조금의 거리만 던져줘도 지하까지 파고 들어가는 재미가 있네요 ㅎ-ㅎ 또 진짜 서로 계~속 떠보는 것 같은데 모르고 불안해하는 것도 좋아요 ㅋㅋㅋㅋ큐ㅠㅠㅠ 큰일이네요, 큰일이에요,,, -
149 율 - 혜주 (3WmCo02Lb2) 2020. 11. 20. 오전 5:29:48수건 아래 식고 경직된 것이 있다. 율이 꿈꿨지만 존재하지도 않았던 메마르고 헤픈 동조의 환상이 하물하물 꺼져간다. 이내 외면했어야 할 광경을 엿본 기분이 움트고 기대가 꺼진 자리 남아버린 냉기가 폐부를 찌르기 시작한다. 심지어 이 기대란 한때의 위안거리조차 되지 않는다는, 실로 무의했단 자각 이후에는 어디엔가 양껏 틀어박히고 싶은 기분이 된다. 율은 다급하게 자기가 쓸 수 있는 전략들 가운데를 휘젓지만 익숙하게 잡혀든 것은 하필 지금 무용하기만 하다. 상대방이 없으면 안 되는 자신이니 큰일이라며, 어떤 때는 심지가 없어서 뱉기만 쉬웠던 농담이 혜주에게 유독 어려운 이유는 누구보다 자기가 가장 잘 안다. 뽑은 제비를 내던지고 새로 찾느라 급급하고, 이런 때만큼 자기가 부적절하게 느껴질 때도 따로 없다. 하지만 다른 비참한 사실이라면 표정을 감추는 자신이 어느새 너무나 능숙해졌다는 데 있다.
"내버려두지는 못 할 거면서."
이제부터는 자상하기도 그만두기로 한 거냐며 캐내보았자 좋아하느냐는 문과 다를 바 없이 무의하므로 시도하지 않는다. 확신하듯 말하는 것에는 제 간절한 바람 외에는 아무것도 담겨있지 않아 뿌리없는 기도와도 같다.
기대도 된다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자주 잊는다. 시간이 아무리 지나도 최초의 장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아침에 깨어나 보이는 광경이 집이라 불리는 장소일지라도 긴장하게 되는 까닭은 제 영혼이 결국엔 머무를 곳이 여기가 아니기 때문이라는 염세주의적 이론이 있고 이에 따르면 끌리는 누군가에게 묶이는 것은 소용없을 뿐더러 끝내 되돌려졌을 때에 상처입기가 뻔하다. 이러하니 머리끈을 묶는 혜주를 줄곧 하릴없이 감상하고자 하는 마음은 무자각이라, 과하지 않다 싶게 시선을 되돌리는 의식은 자각이라 부르기로 한다.
손길이 중도에 끊기자 율은 상체를 틀어 등받이판에 팔을 올리고 넓게 뜨인 눈으로 혜주를 마주 응시한다.
"......."
언어의 도움조차 없이 놀라움의 정서만을 고르게 담아 놓은 시선이지만 여기에는 지금 행한 일에 관한 상대의 재구성을 최대한도로 끌어올리고자 하는 의도가 존재하기 때문에 때늦은 요구에 관한 새삼스러움, 명령조에 관한 반발 심리와 감사한 일이라는 표현으로는 부족했냐는 욕심의 지적, 책, 이외의 무엇으로도 해석이 튀기가 쉽다. 자기 의도를 한 방향으로 묶어 주면 마무리될 사건이나 율은 그러지 않기로 하고 혜주의 몫인 토스트를 가져다 포크를 들어올려 권한다.
"아."
어느새 여상한 미소가 떠올라 있다. -
150 율주 (3WmCo02Lb2) 2020. 11. 20. 오전 5:46:44한 달 뒤 미래에서 혜주주를 기다리겠습니다~ ㅋㅋㅋㅋㅋㅋ 저는 걱정마세요. 크리스마스에는 디저트 페어와 분위기 말고는.., 그다지 기대랄 게 없네요... ^-^ 나중에 혜주가 알아야 할 때나 시기가 맞물리면요! 비설은 아니고 tmi에 가까울 것 같거든요. 저번에 제가 또 그랬었나요? 통찰력이 좋으시네요. 한 달 만에 제 패턴을 아시다니요... ㅎ-ㅎ 쉽지 않겠지만 조절하면서 열일할게요! 노래에 대해서는 저도 같은 해석 했어요. 혜주에게 자주 나오는 말하지 않거나 눈을 가리는 것과 잘 맞기도 하구요. 서로 계속해서 아직 거기에 있냐고 묻는 과정 같지 않나요? 특히 여자아이가 아직 있냐고 물을 때에 저는 둘이가 고등학생일 때를 끼워 맞춰 보았답니다. 율이는 놓은 적 없었는데 말을 하지 않아서 격리실을 나가는 데에 실패했다는 식으로 말이에요... 네. 저 끼워맞추기 좋아해요. 비유와 상징에는 환장한답니다. 불안불안한 관계에 웃고 있어서 저도 참 큰일이네요... 큰일이에요, 큰일... 혜주 다음 반응도 무척 궁금하구요. 사실 쓰면서 율이놈 고맙다고 한 마디도 안 한다는 생각은 했는데 고맙다고 안 할 것 같더라구요.(배은망덕) 그런데 혜주한테 직접 지적이 들어올 줄 몰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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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 율주 (3WmCo02Lb2) 2020. 11. 20. 오전 6:06:38그리고 혜주 머리 묶는 장면.., 맙소사... 👀 수어사이드 스쿼드에서 할리퀸이 옷 갈아입는 장면 생각나더라고요. 일제히 시선집중. 할리퀸이 "뭘 봐?" 하니까 흩어지는 눈빛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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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2 혜주주 (p7O0gxTMs.) 2020. 11. 20. 오전 6:17:25새벽작업 하니까 답레를 빨리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네요 ^-^! ㅋㅋㅋㅋㅋ헉 낭만적이잖아요 ㅋㅋㅋㅋㅋㅋ 빨리 갈게요! 저랑 감상이 비슷하세요,, 크리스마스는 그냥 케이크 먹는 빨간날일 뿐,,, 주고받다보면 한 번은 그런 상황이 올 거라 생각하며 기대할게요. 모든 tmi가 넘 소중합니다 ㅠvㅠ 주말 오면 또 잘 쉬시구요! 내일이 벌써 토요일이네요 신난다~! ㅎ-ㅎ
저도 그런 거 넘 좋아해요 ㅋㅋ큐ㅠㅠㅠㅠ 율주 해석에 울고 있습니다 ( ᵕ̩̩-ᵕ̩̩ ).. 놓은 적 없는데 갇혀 있다니 흑흑 이제는 아직 있냐고 물어봐도 대답이 돌아오지 않겠죠? 사실 서로한테 원하는 건 거의 다 있는데, 그걸 모르거나 없는 거 조금으로 초조해 미치는 거 넘 좋구... 예 그렇습니다...
혜주 다음 반응은 저도 궁금하네요(?) ㅋㅋㅋㅋ 저는 그렇게 넘어가는 게 율이답다고 느껴져서 좋았어요. 이번 혜주 반응은 예전에 얘기한 오만함의 흔적 정도로 생각하고 썼답니다 0v0! 자주는 아니고 가아끔 이런 모습이 나왔을 것 같아요 ㅋㅋㅋㅋ 잊을 만하면 한 번씩요. -
153 함율주 (3WmCo02Lb2) 2020. 11. 20. 오후 1:05:41저 때 깨어계셨다니요! Σ(0Д0) 새벽 작업은 잘 마치셨을까요? 새벽이랑 밤이 최고로 집중이 잘 되기는 해요. 저도 그러려고 일찍 기상했다가 도로 잠들어버렸지만요. 코로나 때문에 크게 무언가 하기도 어려우니까 크리스마스 의미가 더 퇴색된 것 같은 느낌이에요. 케이크라도 맛난 걸로 먹어야겠어요. ^-^ 하지만 내일은 주말이네요. 진짜 주말이에요. 2020년 11월 21일은 토요일이지요! ヽ(´∀`)ノ♬ 이걸 어떻게 운용할까 벌써 고민이 되네요. 처음에는 짐작하지 못한 부분인데 쌍방 짝사랑적인 구도라고 할까요? 도드라지는 것 같아요. 살짝만 건드려줘도 달곰씁쓸함의 비율이 휙휙 뒤집어질 것 같아요. 그렇지만 극단적인 경우의 수가 나온대도 마냥 달기만 하기는 오랜 시간 어렵겠다 싶기도 하구요. 재미있게 생각하고 있어요. 가아끔 나오는 혜주의 일면에 율이가 긴장의 끈 풀고 있다가도 부랴부랴 잡게 될 것 같아요. 역시 오만한 여캐는 몸에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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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4 혜주 - 율 (p7O0gxTMs.) 2020. 11. 20. 오후 10:25:37혜주는 율을 모른다. 짐작하는 일도 쉽지 않다. 가끔은 제 속내를 모조리 꿰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다가도, 또 어느 순간엔 멀리 있는 타인처럼 작은 것 하나도 제대로 아는 게 없다고 생각되었다. 그러나 모르는 것이 언제나 알고 싶은 마음으로 귀결되지는 않으므로, 혜주는 어떤 것도 묻지 않으며 단서가 될 무엇도 찾아내려 애쓰지 않는다.
“…다 알고 있으면서 묻네.”
웃음의 흔적이 가신 말은 도무지 농담처럼 들릴 여지가 없다. 모든 게 무용하고 무력하게 느껴지는 일이 잦다. 오로지 흔들리지 않는 일에만 신경을 쏟아도 중심은 쉽게 무너졌다. 혜주는 언젠가 눈앞을 가린 걸 치워야 한다는 걸 직감하고, 적당한 때를 가늠하다 시기를 미루느라 미처 거기까진 신경을 기울이지 못한다. 그러니 어떠한 감상도 느껴지지 않는 목소리가 있는 그대로의 사실만을 고하는 것처럼 들리는 건 당연한 일이다.
수건이 율이 몸을 돌리며 그에게서 완전히 떨어져 나오고, 혜주의 손을 지나 바닥으로 추락한다. 기대 없이 마주친 시선에서 혜주는 비난이나 불만 같은 걸 골라내려 들여다본다. 따라오는 말이 없으니 멋대로 해석하기는 쉽다. 상상 속에서 날카롭고 아픈 것만을 골라쥐어 손끝으로 굴린다. 가장 둥글고 매끈하게 생긴 것이 가장 깊은 데를 찔렀다. 혜주는 율이 제게 내민 것을 보고도 먼저 허리를 굽혀 떨어진 걸 줍는다. 입술이 벌어지고 토스트를 작게 한 입 무는 건 그 다음이다. 입에 든 걸 씹으며 혜주가 손을 뻗었다. 손가락 끝이 머리카락 살짝 닿았는지도 모른다.
“이제 물은 안 떨어지겠다.”
마주 웃고선 금세 등을 돌렸다. 들고 있던 수건을 두고 다시 돌아온 혜주는 뒤늦게 자리에 앉아 제 몫의 포크를 쥔다.
“나 전부터 생각해봤는데.”
깎아놓은 사과 하나로 포크가 파고든다. 그걸 그대로 입가로 가져갔다.
“당분간 잠깐 쉴까 봐.”
말을 끝내곤 아까처럼 입을 벌리고, 작게 물고, 씹기 시작한다. 시선이 율을 향해 있는 것까지 같다. 무엇도 구걸하지 않는 눈은 불순물 없이 깨끗하다. -
155 혜주주 (p7O0gxTMs.) 2020. 11. 20. 오후 10:48:21새벽작업은 잘 마쳤어요~! 커다란 커피와 함께라면 밤샘도 든든하답니다. 그래도 두 번 하고 싶지는 않네요. 사실 혜주 머리 묶는 장면 같은 거 되게 별 거 아닌데 혼자 쓰면서 좋아하거든요 ㅎ-ㅎ,, 사소한 부분이라 최대한 담백하게 쓰려고 노력하는데, 지난 번 옷도 그렇고 율주가 콕 찝어서 얘기해주셔서 신기하네요. 제 변태력이 질척대며 구구절절 쓴 것도 있겠지만요 ㅋㅋㅋㅋㅋ 아무래도 올해는 ( ᵕ̩̩-ᵕ̩̩ )... 특별한 케이크 빨리 찜해서 연말 분위기를 돈 주고 사야겠어요. 일단 주말엔 꼼짝 말고 쉰 다음에요...
그러게요. 처음 구상했던 거에 비하면 쌍방삽질 농도가 짙어진 것 같아요 ㅋㅋㅋㅋ 마냥 달짝지근한 이야기가 되기는 어려울 것 같기도 한데, 또 서로 맘은 꽤 깊은 것 같아서 앞으로가 더 궁금한 아이들이에요. 참 이번 답레에 혜주가 율이 머리 살짝 터치하려는 부분이 있는데, 피할 수 있도록 여지를 남겨두었어요. 고양이처럼 샤샥 피해도 좋으니까 편하게 작성해주세요~ 0v0* -
156 율 - 혜주 (KOrDDaIelo) 2020. 11. 21. 오후 4:56:17"은근히 손 많이 가잖아? ...매번 확인받아야 되거든."
외려 누군가는 유아독존이 어울린달 사람이 남이 규정해 놓은 모습을 그대로 가져다 제 상으로 삼고서 거리끼는 기색이라건 없다. 이에 율이 저를 두고 하는 말이 피동적으로 들리게 된다. 수용기로 파고드는 직관적이거나 감각적인 모든 정보에 무색하게 율은 망가진 지 오래인 체만 골라다 걸러낸다. 멀끔한 말씨에도 자잘하게 붙어있는 가시돋친 원망의 감정이라면 잘못된 야금의 부산물이다.
자기에게서 흘러내린 수건을 주워 올리거나 머리카락에 손을 대어 젖은 정도를 짚어 보는 사람은 당사자가 아니고 율은 일련의 사건이 지나는 동안 포크를 쥔 손목의 긴장을 풀어 헐거워지거나 혜주의 움직임을 눈으로 쫓다 그만둘 뿐이다. 이같은 부동성은 확장된 응석의 범주에 들어가기에 부족하지 않다. 혜주가 한 입을 물었을 때에 율의 동공이 얼굴에 띄워놓은 것과는 다른 색을 띄웠으나 이는 불시에 지워져 두 번 확인할 여지를 남기지 않는다. 혜주가 감사의 표현을 요구하는 데 있어서 원하는 바가 있었고 명확했으나 실제로 이루어진 뒤에 놓고 보니 바랐던 기분이 아니다. 뒷맛이 개운치 않다.
혜주가 수건의 돌아갈 자리를 찾아 떠난 동안 머스타드가 발린 토스트들이 율의 접시에서 가치없이 사라진다. 식탁에 앉은 사람이 둘으로 세어지기 시작했을 때에는 먹지 말라며 언질을 주었던 토스트마서 자취를 감춘 빈 접시가 얄궂었나. 휴식에 관해 들으며 입에 문 것을 마저 삼켜 낸다. 말로 하는 대응은 스스럼없지만 혜주에게 매달린 시선이 평상시에 반해 묘하게 진득하다.
"그래~?"
질문이 아니라 선언의 형태를 이룬 것에 기인한 단념의 형상이 무신경과 유사하나 손은 어느새 멈춰 있다.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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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7 율주 (KOrDDaIelo) 2020. 11. 21. 오후 5:16:42혜주의 충격 선언?! 0▽0 혜주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궁금하네요. 물론 커피와 함께하면 잠은 안 오겠지만요! 그래도, 그래도요. 두 번 해야 할 상황이 또 없기를 바랄게요. 뒷사람도 변태력으로는 가만 있어도 중상 등급은 받을 사람이라서일까요? ㅋㅋㅋㅋㅋ 지금쯤 꼼짝 말고 쉬고 계시겠네요. 연말 분위기를 산다고 표현해주시니 새삼 우리나라 자본주의라는 게 실감나구요. ㅋㅋㅋㅋㅋㅋ 앞으로 어디로 향할지 궁금해지지요! 포크 떨치는 반응 이상까지 감안했던 뒷사람이지만 혜주주의 배려에 항상 감사하고 있어요.(*´∀`*)하지만 혜주 손길은 좋으니까 피하지 않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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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8 혜주 - 율 (87lwW0A.mI) 2020. 11. 22. 오후 11:49:42혜주는 율의 말을 부정하고 싶었다. ‘손이 많이 간다’는 표현은 아까 전 그의 단편적 행동만을 지칭한 것이므로, 지금 그의 말은 자신의 말과 아귀가 맞지 않는다고. 하지만 이 길고 지루한 설명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모르며, 되려 지금껏 제가 한 말의 그럴 듯함을 해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거짓 평온을 쌓아 만든 알리바이는 언제 어디서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다. “언제쯤 믿어줄래.” 흘려보내듯 말했다. 얼굴에 번진 웃음도 스쳐지나가는 것처럼 잠깐이다.
“생각보다 안 놀라네.”
눈으로 간단히 빈 접시를 훑은 짧은 감상과 함께 다시 사과를 물었다. 이유에 대해서는 한참을 대답 않고 깨물고 씹는 행위에만 집중한다.
“…이유가 필요해?”
빈 포크 끝을 가볍게 물고 있던 혜주가 묻는다. 집요하게 율을 보던 시선은 쥐고 있던 걸 내려놓으며 떨어졌다.
“할 줄 아는 게 하나뿐인데 그마저도 형편 없어서?”
주의깊게 듣지 않아도 농담조라는 걸 알 수 있는 목소리다. 혜주는 비어 있는 손을 들어 제 손가락을 봤다. 솔직히 아직까진 형편 없는 정도는 아니라 생각했다. 지금 뱉은 건 사실이 아니기에 할 수 있는 말이다. 설령 그런 날이 온대도 제가 그 사실을 입 밖으로 내는 없을 것이다. 최악의 순간이 오기 전, 스스로 끝을 낸다면 모를까. 여러 차례 생각해 본 덕인지 마음에 이는 동요는 없다. 가져본 적 있던 거라 생각했다면 조금은 억울했을지도 모르지.
그런데 마음을 끊어내는 게 이렇게 어려운 일이라는 건 참 이상한 일이다. 혜주가 보기에 이 마음은 형편 없다는 말로도 부족한 수준이었다. 한 번도 가진 적 없는 것 앞에서 기대와 체념을 반복하며, 혜주는 천천히 닳아가는 마음을 보았다. 건네기는 커녕 숨기기에만 급급할 수밖에 없는 꼴이다. 혜주가 손가락을 오므렸다. 테이블 위를 배회하던 손은 커피잔으로 향한다.
“당장은 아니고, 쉬는 건 하기로 한 일 다 끝난 다음에. 쉬는 동안에도 레슨은 계속 받을 거야. 연습도 하고.”
양손으로 잔을 쥐고 입가로 가져간 혜주가 잠시 멈칫한다.
“쉬는 날인데 일 얘기 너무 길게 했지. 다른 얘기 할까?”
옅게 웃고선 그제야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떨어졌던 시선이 다시 율에게로 가서 붙는다. -
159 혜주주 (87lwW0A.mI) 2020. 11. 22. 오후 11:58:41원래 언젠가는 하게 될 말이었는데 좀 빨리 시키게 됐어요. 혜주... 율이 전 날 안 나갈 줄 알았는데 나가서 조금 삐져있던(?) 뒤끝이 남아있어서 ^-^... 뒷사람은 완곡한 관심요구와 떠봄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ㅋㅋㅋㅋ 밤샘은 이제 진짜x100 못하겠더라구요. 이틀 쉬었는데도 피곤하네요 0vㅠ 평일동안 아주 신중하게 케이크를 고르며 마저 힐링해야겠어요... 포크 떨치는 반응이라니 ㅋㅋㅋㅋㅋㅋㅋㅋ 율주 말씀하셨던대로 수용폭이 태평양이시네요... 혜주 은근히 저런 류의 접근(?)은 잘 받았을 것 같네요 0v0*
율주 주말 잘 쉬셨길 바라고, 내일부터 다시 평일이니까 답래는 천천히 주세요~! -
160 율주 (a3nO9JAl4U) 2020. 11. 23. 오후 4:36:27아하, 거기의 뒤끝! 0▽0 어쩐지 서술에서 보복 같은 감이 들더라구요. 율이도 느끼긴 했을 것 같구요. 저는 고맙다고 안 해서 그런가 추측하고 있었어요. 이틀이나요. 카페인은 다음날 에너지 빼다 쓴다구, 앞으로는 최후의 비기로 생각하셔야 될 것 같네요. ㅠ-ㅠ 쿠앤크 좋아하세요? 요즘에 아이스박스 케이크 맛있단 얘길 많이 들었거든요. 오만함의 흔적이란 말씀을 듣고 이러면 율이가 슬쩍 넘어가려고 해도 혜주가 쉽게 굽히지 않을 수도 있겠더라구요. 자연히 격한 반응에 대해서도 감안해 보게 되었구요. ㅋㅋㅋㅋㅋ
오늘부터 바빠져야 하네요. ㅠ▽ㅠ 답레를 쓰기 전에 율이의 균형에 관해 고민하고 있어요.., 참고로 율이는 크게 놀랐답니다. 작은 단서들 말고는 안 보이지만요. 앞으로도 재밌을 것 같아서 심리보다는 외적인 묘사에 치중해 보려고 계획하고 있어요. 그런데 내면 묘사를 좋아해 왔어서 쉽지 않네요. ㅋㅋㅋㅋㅋ 아마 답레에 안 쓰일 것 같지만 질문이, 혜주 핸드폰은 식탁에 올려져 있지요. 핸드폰에 항상 잠금을 걸어놓나요? 편하신 때 답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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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 율 - 혜주 (vi/W3ZgYSA) 2020. 11. 23. 오후 10:38:47믿겨질 때에 라며 실바람에도 쉬이 꺼져버릴 빈약한 대답을 마주 흘려내기보다 율은 그저 웃기로 대신한다. 믿어 줄 때와 믿고 싶을 때가 같지 못 한 이유는 율 자신이 누구보다 악랄한 자기 불신자이기 때문이며 아무리 거짓된 전능감에 차 있더라도 깊이에 묻어 둔 무력감을 벗을 수 없어서이다. 혜주의 이유를 듣기까지의 시간이 기약없이 길어지는 동안도 정적을 건드리지 않고서 숨을 쉬는 것만이 움직임의 전부이다.
"명색이 비서인데 들어오는 일 무르려면 댈 게 하나는 있어야지?
...개인적으로도 알아야겠고."
너를 가장 잘 아는 개인이나 친구로서라고 함부로 자칭할 수 없게 되었다. 그래서 율은 겨우 개인으로서의 실낱같은 권리를 주장하기에 이르렀다. 혜주의 말 하는 법으로부터 보이지 않는 문제의 존재감을 기민하게 깨닫지만 율은 혜주로부터 인정받은 역할에 걸맞지 않은 제 모습만 발견하고 있을 뿐이다. 이것이 무시해도 좋을 문제인가를 판단하려면 먼저 서성여 보아야 하는 법이다. 자기 후려치는 식의 명백한 농담에도 율은 농담을 듣는 사람다운 표정을 하고 있지 않다. 농담의 대상으로 삼는 사람이 자기에게 어떤 의미를 지녔는지 몰라 저지르는 실수라 생각하면 조금은 더 관대해질 수 있었으나 이를 단지 상쾌하게만 받아들이는 것과는 전연 다른 문제이다. 포크의 끝이 빈 접시를 천천히 긁어 내려가고 율은 사회적으로 화사하게 제련된 미소를 펼쳐 보인다.
"왜~ 시작했잖아~? 일 얘기 계속 하자. 누구 마음대로 다른 얘기를 해~"
가벼운 어조에 뼈를 심었다. 율은 내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 짐작한다. 타인에 의해 알 수 없는 처지에 남겨지는 상황 자체가 처음은 아니었고, 알면서 무시하기도 잦았으나 당연히 달갑지도 않았다. 더욱이 혜주에게서 흘려 넘기지 말아야 했던 뭇 신호들을 무시하고서 아무런 준비 없이 결과에 말려들어 있는대로 파멸하는 짓을 반복할 수는 없었다. 가닥은 잡고 있을 작정이었다. 실은 그래야 했다. 내려보지 않고서 식기의 끄트머리로 작은 원을 그리기 시작한다.
"...누가 네 연주 형편 없대?"
율의 시선이 소리없이 날을 세워 혜주의 핸드폰으로 빗겨 갔다 돌아온다.
"어제 연주회 때 무언가 있었나? ...괜찮았는데. 실수도 없었고."
최근 손목의 컨디션에 대한, 자기가 쳐낸 감사의 표현에 대한, 자리를 떠난 뒤 어쩌면 빈약했을 박수소리와, 무대 뒤에서 일어났을지도 모르는 일에 대한 짐작들이 떠올랐다가 가라앉고 접시에는 가는 흠이 그어지고 있다. -
162 혜주주 (al47pessyg) 2020. 11. 23. 오후 10:53:18앗 모두가 눈치챌 정도였다니 0v0* 길기도 길고... 뒤끝으로 만리장성 세우긴 거뜬해보이네요. 아마 올해 더 그럴 일은 없을 것 같아요. 선택의 여지가 없는 순간말곤 절대 반복하지 않으려구요. 아이스박스 케이크 좋아해요! 맛있어요! 커피랑 먹으면 천국이 가까이에 ㅠ-ㅠ...! ㅋㅋㅋㅋㅋ아 그렇게 생각하셨나요? 근데 상당히 논리적인 생각이고,, 가능성 있을 것 같네요,,, 저도 생각을 열어두고 있어야겠어요.
혜주는 모르고 뒷사람은 조금 놀랐나보다 하고 있었는데, 많이 놀랐나요 0-0?! 해보고 싶으신 거, 좋아하시는 거 다 해서 레스 써주세요 ㅋㅋㅋㅋ 어느 쪽이든 읽는 재미가 클 것 같아요. 한 주의 시작이니 또 바빠져야 하네요 0vㅠ 그래도 월요일은 다 보내서 다행이에요. 율주 과로하지 마시고 푹 쉬세요~
참참참! 혜주 휴대폰은 늘 잠가두고 있답니다. -
163 혜주주 (al47pessyg) 2020. 11. 23. 오후 11:01:07헉 답레가 0-0!!! 율이가 일 얘기 계속 하자고 할 줄 몰랐네요 ㅋㅋㅋㅋ 이번 답레 재밌어요... 으악 재밌다... ( ᵕ̩̩-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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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4 율주 (vi/W3ZgYSA) 2020. 11. 23. 오후 11:06:26혜주 뒤끝 만리장성인가요? ㅋㅋㅋㅋㅋㅋㅋ 앞으로 이런 저런 거 해 봐야지,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뒤끝을 각오하고 해야겠네요. 올해는 한 달 정도밖에 안 남았지만요 그래도 그 동안은 밤샘 안 하실 것 같아 다행이에요. 아이스박스 케이크는 벌써 드셔보셨나봐요. 저만 못 먹어 본 거지요. 저만.., ㅠ-ㅠ 그 말씀은 격한 반응도 가능성에 넣겠다는 말씀으로 들려서요. 제가 괜히 혜주주께 불을 붙인 건가 싶기도 해요! 쉬겠다고 할 줄도, 이유도 짐작 못 하고 있어서 놀라지 않았을까요? 제가 재밌는 거 꽉 욱여 넣어서 답레 쓰도록 노력할게요. ^-^ 푹 쉬는 것두요. 늘 잠가두고 있으면 율이도 알고 있겠네요. 저 자리에서 바로 손대거나 하지도 않을 것 같구요... 재밌게 읽어 주셨다니 기분이 좋네요. 저도 혜주 답레 볼 때마다 흥미진진해요! 오늘부터 바빠진댔는데 답레가 빨리 올라온 것 같다면 바빠지기 싫은 제 발악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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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5 율주 (vi/W3ZgYSA) 2020. 11. 23. 오후 11:08:24핸드폰을 본다는 선택지가 사라졌는데 그렇담 메타적으로 아침에 혜주에게 온 연락들의 출처와 내용에 관해 밝혀주실 맘이 있으시나요? 0▽0 내심 궁금해하고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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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6 혜주주 (al47pessyg) 2020. 11. 23. 오후 11:33:06뒤끝은 날씨처럼 부리지 않을까요? ㅋㅋㅋㅋ 어느 날은 체념했다가, 또 어느 날은 참는다고 하는데 티가 나다가 할 것 같아요. 이런 거 저런 거에 대한 기대가 커지네요... 율주가 이 보트에서 꿈을 펼쳐주셨으면 좋겠어요 ( ᵕ̩̩-ᵕ̩̩ ) ㅋㅋㅋㅋㅋ 아앗 아니에요 저도 못 먹어본 거 천지라 억울해요 ㅠ-ㅠ(?) 쿠앤크랑 묵직한 크림맛 좋아하시면 맛있게 드실 케이크랍니다. 제가 상상력이 부족해서 그렇지 언제나 타고 있어요,,, 장작 조금만 넣어주시면 확 타는데 제가 그걸 즐긴답니다. 옆에 소화기도 있으니 안심하세요! 너무 뜨겁다 느껴지시는 날 윙크 함 해주시면 바로 진화작업 시작할 테니까요 0v0
답레가 빨리 올라온 이유에 어쩐지 눈시울이 붉어지네요... 일들은 눈치껏 사라져라 사라져라 ㅠvㅠ!!!
연락들의 내용과 출처는 아마 답레에서 언급하게 될 것 같아요! -
167 혜주 - 율 (76CWr3JgzE) 2020. 11. 25. 오전 12:59:19“그 이유 만들어내는 것도 일 아닌가.”
가벼운 말로 여유롭게 넘길 수 있으리라 예상했던 건 보기 좋게 깨어졌다. 허용이나 권유보다는 강요에 가까운 어조에 도리어 처음 주제를 꺼낸 혜주가 당황스러운 심정이 된다. 예상 밖을 넘어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한쪽에서부터 고요히 무너지기 시작한 평정은 얼굴에서도 드러났다. 지난 저녁부터 제대로 먹은 게 없어 속이 빈 건 여실히 느껴지는데, 무얼 더 입에 대고 싶은 기분이 들지 않았다. 혜주는 커피잔까지 내려놓았다.
“방금 건 그냥… 의미없는 농담 같은 거야. 남들 앞에선 안 하는 말이고, 남들은 나한테 그런 말 못 해.”
짧게 한숨을 쉰 혜주가 옆에 있는 휴대폰을 들었다. 아까 전 잠깐 훑어보고 말았던 연락들을 다시 살피기 시작한다. 손가락을 움직여 글자들을 읽어내는 눈은 무심하고 거침이 없다. 참석에 대한 감사와 연주에 대한 호평, 들였을 시간과 노력에 대한 말이 대부분이었다. 친분이 있는 몇몇은 너무 짧게 마주쳐 아쉽다는 내용과 함께 개인적인 모임을 권하는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지만, 진심인지 예의 상 하는 말인지는 모를 노릇이다. 그 앞의 말들이 그러하듯이.
“별 내용 없네. 그나마 건질 만한 건 다음엔 내 연주회 하자는 거?”
혜주가 휴대폰을 내려놓았다. 이제 충분한지를 묻는 대신 입을 다물고서 눈을 마주친다. 그러다 진단하는 듯한 율의 말에 잠시 입술을 열었다가, 가벼운 웃음만 뱉어낸다. 자리에 없었다면 할 수 없는 말들이다. 평균적인 상황에 대한 말이라기엔, 특정한 날을 가리키고 있는 요소가 너무 많았다. 오지 않았다 이야기하지 않았으므로 거짓말을 죄목으로 하여 율을 몰아세울 수는 없다. 설사 그렇게 이야기했다고 해도 자격미달이다. 혜주가 할 수 있는 건 오지 않았으리라 단정하고, 그게 아니라는 사실에 흔들린 스스로를 다시 붙잡는 일뿐이다. 맥이 빠진다.
“…율아, 네가 개인적으로까지 알아야 하는 대단한 이유 같은 거 없어. 말 그대로 좀 쉬고 싶은 거야.”
묘하게 곤두서있던 기색이 한결 느슨해졌다. 평화보다는 포기의 색채가 짙다.
“너한테 피해 안 가. 일정에서 공연만 빠지는 거니까 복잡해지는 일 없어.”
무너진 평정을 다시 쌓아올린 위로 나긋한 기색을 씌웠다. 일찌감치 부서진 것들의 잔해를 보고도 온유하게 웃어보이는 일이 원망스러울 만큼 쉽다. -
168 함율주 (3jfX.ZmHBg) 2020. 11. 25. 오후 4:27:58혜주 뒤끝이 만리장성은 아니고 때마다 다른가 봐요. 날씨라 하시니 어느 날은 태풍 오고 다른 날에는 화창한 걸로 살짝 착각해 버린 거 있죠. 너무 극단적으로 갔네요! Dreams Come True~ 한 겹씩 펼치도록 할게요. 묵직한 크림맛이라면 느끼한 음식을 어려워하는 한국인이라 많이는 못 먹지만 조금만이라면 빠져서 먹을 것 같아요. 생크림 케이크도 가끔 일부러 찾아 먹거든요. ^-^ 쭉 타오르고 계셨다구요? 에구구.., 제가 저 타는 냄새에 익숙해져서리 못 알아 드렸네요. 저도 소화기 비치할테니 넘 뜨거워지면 윙크 주시구요. 만약에 필요하게 되면 윙크 보내드리도록 할게요. 자주 발악을 해 보려 그러는데 몸이 말을 듣지 않네요. ㅠ▽ㅠ 내용들은 연주회에 관련한 것들이었네요. 그나저나 답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혜주가 달래는 것 같아요. 달래고 어르는.., 그나저나 어제 연주회에 관해서는 세게 강조하지 않아서 혜주가 흘리듯 할 수도 있겠다 싶었는데 읽어냈더라구요. 앗? 했어요. 앗? 0▽0 읽었네! 답레는 며칠 뒤에 드릴 수 있겠어요. 늦으면 일요일으로 생각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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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9 혜주주 (76CWr3JgzE) 2020. 11. 25. 오후 10:40:40저희 같이 타고 있었나요? 곧 다가올 더한 추위도 두렵지 않네요 ㅎ-ㅎ 넵 저희의 비밀신호는 윙크로! 사실 저도 느끼한 걸 엄청 잘 먹는 편은 아닌데도 맛있더라구요... 큼지막한 거 사다놓고 조금씩 파먹고 싶은 맛이라 느꼈어요 ㅋㅋㅋㅋ 몸의 신호가 제일 중요하죠,, 순순히 따라주세요 ㅠvㅠ,,, 앗 그렇게 느끼셨나요? ㅋㅋㅋㅋㅋㅋ 맞는 것 같기도 해요. 율이 반응에 혜주도 놀라서 할 수 있는 반응 다 꺼낸 게 아닐까 싶어요. 과연 효과가 있었을지 0v0... 연주회에 대해서는 뒷말이 넘 참석한 사람의 그것이라 알아챘겠네요.
답레는 여유롭게 기다릴게요. 피로나 바쁨을 이겨내지 마시고 ㅋㅋㅋ큐ㅠㅠㅠㅠ 편하게 쓰실 수 있을 때 적어주세요~! -
170 혜주주 (76CWr3JgzE) 2020. 11. 25. 오후 10:44:59>>169 연주회 관련 말에서 조금 빠진 게 있어서 덧붙일게요. 눈치챈 건 율이 말에서 들리는 요소들도 있는데, 혜주가 율이한테 관심이 많아서 알아챈 것도 있겠어요. 다른 사람이 말했다면 그냥 넘겨버렸을 것 같네요. 참석 여부를 알게 된 건 말한 사람이 율이라서라는 이유가 젤 클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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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 율주 (ZculrszHgU) 2020. 11. 26. 오후 10:28:43한겨울이 하나도 두렵지 않네요. ^▽^ 그런 맛이라면 저는 하루만에 해치워 버릴 거예요... 냉장고에 넣어 놓긴 하겠지만요. 길게 두고 먹으려고 사는 간식꺼리들인데 가까이 있으면 금방금방 해치우게 되더라구요. 스트레스에 말리면 뭘 입에 넣어야 되어서 그런 것 같아요. 율이 달래졌을까는.., 두둥두둥두둥. 답레에서 공개됩니다!
>>170 확인했답니다. 관심이 많다 보니 알아채게 되는 혜주인 거지요? 율이도 관심으로는 사람들 중에서 혜주가 단연 탑일 것 같은데, 어떤 측면들에서는 무지 무관심할 것 같아요. 누군가는 전부 속속들이 알고 싶어 할 수도 있겠는데 율이는 가치관이라고 할까요? 성격 자체가 그렇게 생겨 먹어서 한계가 있겠네요... 이러다 혜주에게 읽히는 것만 수두룩해지는 상황이 오진 않을지! ^-^ -
172 혜주주 (AmwOXbwCRI) 2020. 11. 27. 오후 6:14:04스트레스 받으면 이상하게 자꾸 뭐가 먹고 싶더라고요. 아마 다른 걸 씹을 수는 없어서겠죠 ㅎ-ㅎ,, ㅋㅋㅋㅋ,,, 넘넘 당연한 얘기지만 60초 뒤에 공개되는 것보다 천 배는 더 궁금하네요 ( ᵕ̩̩-ᵕ̩̩ ) 하지만 장성한 어른이니까 침착하게 기다려보겠습니다...
>>171은 네, 관심도에 비례해 섬세함이 올라간답니다. 남들이야 왔든 안 왔든 무슨 상관이겠어요! ㅋㅋㅋㅋㅋㅋ 상관이 있더라도 그걸로 기분이 크게 오락가락하지는 않을 거예요. 혜주도 모든 걸 다 알아채진 못 하고, 오히려 너무 생각하다 꼬아서 읽는 경우도 있을 것 같아요. 이럼 공평하게 몇 개씩은 틀리겠네요! 엇갈리고 어긋나는 재미가 추가되겠어요. 이 보트 일등 악당이라고 해도 기쁘게 인정하겠습니다~! 0v0* -
173 율 - 혜주 (.UkdyD6hpQ) 2020. 11. 28. 오후 9:58:35"알아~ 농담인 거~ 그래도 내 맘 편하게 확인 좀 받자?"
비루먹은 감상에 쉽사리 꺾일 영혼이었다면 예까지 오지 못했을 것이란 계산은 어렵지 않고 단지 표면적으로 들어 자기가 내세울 수 있었던 미끼라건 이게 그만이었다고 지루하게 변명을 늘어놓을 필요는 없다. 율은, 한순간 찬 노기와 유사한 계열으로 여겨지는 무언가를 보았노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자기가 혼동했다고 여기지 못할 까닭도 도무지 없다. 눈치 빠르게 핸드폰을 들어 주는 혜주에게 읽혔다는 기분도 들었지만 내용물이 명백해지는 것만큼은 달가웠나.
"...내가 알아야 되는 대단한 이유 없고, 넌 쉬고 싶은 거고.
여기까지만 알면 되고. 맞지?"
재차 묻는 소리에 아무리 평정을 가장하여 보려 해도 되풀이한다는 행위 자체에서 자기만은 조급함과 불안을 읽을 수 있다. 덕분에 스스로 하는 경멸이 깊어진다. 식기를 내려놓자 땡그랑거리는 소리가 가볍다.
"그럼 됐어."
율은 시선을 빗기며 커피잔을 들어올린다. 안에 든 것을 삼켜내며 혜주의 말을 곱씹어 보기도 한다. 자기에게 올 피해라. 혜주가 이르는 피해란 어떤 것인지 알고 싶어지는 표현이었다. 자기가 이르는 피해와 동질적인 개념이 아니라면 말이 바뀔지를 짐작해 보고, 생각하지 말았으면 좋았겠다는 후회로 뒷맛을 쓰게 버린다.
"쉬면서 하고 싶은 거라도 있어?
...우리 피아니스트께서 원기 회복하도록 도와 주지."
선심 쓰는 둥 말하며 떠올린 도움이라건 고작 야외를 보러 나가는 데에 필요한 운전이다. 율은 의자를 조금 뒤로 밀어 다리를 꼬고서 식탁에 팔을 괸다. -
174 율주 (.UkdyD6hpQ) 2020. 11. 28. 오후 10:07:24왠지 >>171을 쓴 뒤로 한 달은 지난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172 다른 걸 씹을 수는 없어서라니. 갑자기 제가 예전처럼 사람, 사건을 씹을 수가 없어서 음식을 찾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장성하신 혜주주께 답레를 정리해서 드려요.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 율이는 잘 달래졌네요. 보통은 섬세하게 생각하면 적중률이 높아질 것 같은데 혜주의 경우에는 지나쳐서 오차가 높아지는 걸까요? 엇갈림과 어긋남을 둘의 관계성에서 매력으로도 보고 있어요. 앞으로도 쭉 보일 듯한 느낌이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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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5 혜주주 (Vrq59Yf3dQ) 2020. 11. 30. 오후 7:47:03저도 >>172 쓴 지 한 달은 된 기분이네요... 어제는 넘 짧고 오늘은 넘 길어서인가봐요 ( ᵕ̩̩-ᵕ̩̩ )... 이번 주 나머지 편하게 보내겠다는 목표로 열일했는데, 정도가 과했는지 기력이 바닥이네요 ㅋㅋ큐ㅠㅠㅠㅠㅠ 답레는 1-2일 걸릴 것 같아요. 앗,, 제가 말한 건 씹기(물리)였는데......... 왠지 율주가 말씀하신 것과는 다른 의미 같아서 민망해지는 순간입니다...... 이러나 저러나 할 수 없어서 먹을 걸 찾는다는 건 비슷하니까요 ㅎ-ㅎ,,
잘 달래진 율이는 운전기사를 자처할 맘을 먹었네요. 쉬는 날이니까 너도 쉬어! 하고픈 맘 반, 같이 나가 놀자! 하고픈 맘 반이에요. 천천히 답레 쓰면서 혜주의 마음을 정해볼게요. 혜주가 틀리는 건 애매하게 아는 문제 두고 오래 고민하다 답 바꿔서 틀리는 거랑 비슷할 것 같아요. 제일 억울하게 틀리는 일이지만, 제대로 알지 못한 걸 탓해야죠! 0v0 -
176 함율주 (YTH4irXTxE) 2020. 12. 1. 오후 5:54:53기력 온존하시며 이번주 잘 보내 보자구요. ㅠ-ㅠ 답레는 천천히 주세요. 그렇게 민망하지 않으셔도 되겠어요. 사실은 정석적인 의미로 그런 씹기도 생각해 보았는데 사람을 씹는다는 의미도 있더라구요. 제가 후자로 받아들이면 혜주주의 말씀이 다르게 들리는 게 재미있어서 그만.., ^▽^ 뒷사람의 못된 장난질이겠지요! 반반 중에 어디로 정해질지 궁금해하면서 기다릴게요. 마지막에 바꾼 답 틀리면 더 억울하다구요. ㅠ▽ㅠ 어쩔 수 없는 건 그야말로 어쩔 수 없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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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7 혜주 - 율 (PiRI9TK3N6) 2020. 12. 2. 오전 12:01:24가볍게 들리는 말에 긴장했던 마음을 내려놓는다. 혜주는 타인의 행동에 무심하게 구는 축이었다. 실제 타고난 성격이라 할 수는 없고, 부단한 노력 끝에 얻어낸 결과였다. 그렇게 만들어 낸 모습은 고약한 구석이 있었다. 바라는 만큼을 알면서도 늘 모자란 정도로만 돌려줬다. 오랜 시간 비슷한 행동을 반복하면 어느 시점부터는 그게 원래 제 것이었던 양 착각하기도 한다. 이제 혜주는 상대가 느끼는 실망감은 온전히 그가 감당할 몫으로 생각하게 됐다. 돌아오는 게 무언의 비난이든, 다른 무엇이든 평균 이상의 역치로 견뎌낼 수 있었다. 딱 하나의 경우를 제외하면 그랬다.
“앞으로 그럴 땐 내 맘도 편하게 웃으면서 좀 물어봐 줘.”
혜주가 검지로 입가를 콕 찍어 끌어올렸다. 이해했는지 확인하려 던지는 눈빛은 덤이다. 부탁을 가장한 애원이다. 별거 아닌 일이라도 율이 엮이는 순간, 혜주는 제 모든 걸 설명해야 할 것 같은 감정을 느끼곤 했다. 그러나 말할 수 있는 사실은 턱 없이 적고, 그중에서도 고르고 고르다보면 뱉을 수 있는 말은 한 줌뿐이다. 율에게 저를 이해시킬 방법은 없으며, 애초에 그에게 그럴 마음이 없으리라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절망은 바로 옆자리까지 다가온다.
“정리 깔끔하네.”
이야기가 적당히 마무리되었다 생각한 혜주가 포크를 쥐고 토스트를 짓이겼다. 맞은편에서 식기를 내려놓는 소리가 들린 것과는 대조적이다. 끝이 너저분하게 반으로 잘린 걸 입에 넣는다. 그러나 혜주는 곧 움직이던 턱을 멈추게 되었다. 한결 후해진 태도의 이유를 찾는 머리가 바삐 굴러간다. 결과는 오류조차 없는 공백이다. 입안의 걸 삼킨 혜주가 포크 끝을 물었다. 알 수 없는 걸 생각하는 일은 집어치우고, 내놓을 대답을 궁리해야 했다.
“…너는 평소에 뭐 하고 노는데?”
고민 끝에 나온 대답이 시시하다. 한계에 이를 정도로 힘든 적은 없었지만, 생각해보면 제대로 쉬어본 적도 없었다. 혜주가 해본 일탈이라곤 연습이나 수업을 빠지는 일이 고작이었다. 그마저도 아프다는 핑계를 댔으니, 일탈이라고 하기에도 애매하다.
“나도 그거 할래.”
나머지 절반을 포크로 찍으며 얘기하는 목소리가 답지 않게 천진하다. -
178 혜주주 (PiRI9TK3N6) 2020. 12. 2. 오전 12:07:56중요한 일들을 어제 와르르 해결한 덕분에 나머지 날들은 비교적 평화롭게 보낼 수 있게 되었어요. 율주도 평안한 한 주 되세요! 물리적인 씹기도 생각에 있으셨다니 민망함이 한결 덜하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른 씹기도 있지만, 즉각적인 고통은...!! 여기까지만 하겠습니다 0v0......
반반 나눠서 고민하다가 둘 다 아닌 결과가 나와버렸습니다. 연금술의 세계란 신비한 거였어요,, 마치 따라쟁이 일곱살 조카 같기도 하고요 ㅋㅋㅋㅋㅋ 이젠 제가 율이 대답을 궁금해 할 차례군요! 율이 취미생활도 엿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일 듯해 설레네요 ㅎ-ㅎ -
179 함율주 (XQ4Hz5LmEY) 2020. 12. 2. 오후 7:48:23평화를 확보하셨네요. 축하드려요! ^▽^ 제 한 주는 평화롭지 못할 것 같지만 혜주주께서는 진짜 대주주처럼 보내시기 바라요. 다른 씹기.., 말하다 멈추시니 무서운 상상이 새록새록 자라네요! 0▽0 3의 선택지가 연성되어 나온 건가요? 이럴 땐 율이가 혜주에게 잘 쉬고 잘 노는 법을 알려줬음 좋겠는데 율이 방식을 좋아할지 모르겠네요. ㅋㅋㅋㅋㅋㅋㅋ 답레는 빠르면 내일 올라갈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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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 함율주 (zG0ofCJueY) 2020. 12. 4. 오전 12:22:34슬픈 소식이 있어요. 답레를 빠르게 가져오기는 어려울 것 같네요. ㅠ▽ㅠ 그래도 며칠 내로 써 보려고 해요. 율이가 평소에 노는 방식 중에서 혜주가 질색하지 않으면서도 같이 할 만한 몇 가지를 생각해 보고 있네요. 혜주주 좋은 꿈 꾸시고 천천히 가다려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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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 혜주주 (CJsg1PKQ3E) 2020. 12. 4. 오전 1:20:26기껏 얻은 평화를 오늘은 일찍 자야지 다짐한 마음을 계속 어기며 보내고 있네요 ㅎ-ㅎ 곧 주말인 걸 믿고 이러고 있는 거겠죠,,, 아 ㅋㅋㅋㅋㅋ 질색하지 않는 방식 ㅋㅋㅋㅋㅋㅋㅋ큐ㅠㅠㅠㅠ 율이와 율주의 안목을 믿어볼게요. 부디 넘 열일하지 마시구 천천히 답레주세요. 율주도 좋은 꿈 꾸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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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2 함율주 (r6.J9SsS6A) 2020. 12. 6. 오후 3:25:56주말은 잘 보내고 계실까요? 일을 마쳤나 싶음 피드백이 속속 들어와서 생각보다 시간이 없는 요즘이네요. ㅠ▽ㅠ 2주 지나면 사정이 조금 나아질 것 같은데 그동안 접속이 뜸할 것 같아서 미리 양해 부탁드릴게요. 답레는 그보다 일찍 올라올 수도 있구요. 혜주는 스크린 골프 같은 건 해봤을까요? 사실은 스크린 골프도 후보였는데 탈락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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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3 혜주주 (odk7qD5XA.) 2020. 12. 7. 오후 7:23:46덕분에 주말 푹 쉬었답니다. 율주는 계속 바쁘신 모양이에요... ( ᵕ̩̩-ᵕ̩̩ ) 접속이나 답레 텀은 넉넉하게 생각하고 있을게요. 율주도 맘 편하게 가져주세요! 헉 스크린 골프가 선택지에 있었군요 0-0! 저도 혜주도 해본 적 없어서 선택됐다면 신기한 경험이 됐겠어요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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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4 율 - 혜주 (NqcynEZSxY) 2020. 12. 9. 오전 1:25:01커피잔이 화면 아래로 치워지면 과장된 표정이 만면에 돋친다. 눈가를 양껏 여미고 입가를 끌어내는 데에 손가락조차 필요없었다. 보기에나 좋으라고 불필요한 웃음소리는 흔적도 없이 소거해 놓았다. 율은 이거면 되겠느냐며 혜주의 목소리보다 눈빛을 찾아 답했다. 머지않아 간조가 되면 보기 좋은 것이라건 죄 밀려나가고 남은 자리에는 여느 때와 같이 무딘 치만 남는다.
"나? 할 일 없는 사람 찾아다 왁자하게 분위기 먼저 잡고, 그날 구미 당기는 거? 남들 따라갈 때도 있고. 따라갈 때가 좀 많아~"
둘이 앉은 식탁에서 하나만 식사하는 수상한 장면이 반복된다. 율은 노는 자기를 혜주가 보다 생생하게 그리도록 말 꼬리에 새 문장을 엮어낼 수 있지만 맥락을 따르면 거름망을 통과하는 것이 없다.
"춤 추러 갈래?"
물어나 보자고, 키득거리는 모양으로 꺼내 본다. -
185 함율주 (NqcynEZSxY) 2020. 12. 9. 오전 1:28:47율이라면 알겠다며 해 보라고 내키는 데에 혜주를 데려가도 이상할 게 없지만 걸리는 게 있어서 고민을 조금 했어요. 한 번은 질색당해야 할 것 같았답니다. ^▽^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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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6 함율주 (NqcynEZSxY) 2020. 12. 9. 오전 1:47:12혜주 물음에 율이는 평소에 우선 사람을 찾는 게 생각나서 북적거리고 떠들썩한 사람들 사이에 혜주가 끼어있는 상상을 제일 먼저 했어요. 0▽0 제 생각에는 혜주가 기뻐할 것 같지는 않은데 실제로는 어떨지 두고 보아야겠네요. 율이의 놀이는 대체로 먼저 사람을 찾고 나서 휩쓸리는 흐름일 것 같아요. 혼자 놀 때도 있겠지만요. 여럿이 모여서 누가 포켓볼 치고 싶다면 치러 가고 마시러 가자면 마시러 가고요. 어딘가에 가다가 더 재밌어 보이는 간판이나 이벤트가 보이면 거기로 가고요. 정해 두진 않을 것 같아요.
매번 기력이 쇠해 있다가 오늘은 오래간만에 답레 쓸 시간이 나서 좋네요. 혜주가 보고싶었답니다... 좋은 밤 보내세요! -
187 혜주 - 율 (GslawNIf4g) 2020. 12. 10. 오후 11:45:14제가 요구해 얻어낸 웃음이 분명한데, 어쩐지 석연치 않은 기분이 들었다. 청자의 기민함이나 웃음의 유무 따위가 중요한 요소가 아니라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는다. 그런 걸 중심에 두기에 혜주에겐 너무 큰 오류가 있었다. 사실 오류 자체라고 해도 딱히 틀리지 않은 말이다. 율 앞에서 혜주는 언제나 나쁜 패를 고르고, 오답을 뱉고 마는 것 같다. 그러나 그를 만나기 전으로 돌아갈 수도 없다.
“오랜만에 할 일없는 사람 여기 있고, 자주 따라갔다니까 슬슬 네가 하고 싶은 거 할 때 됐고. 뭐 하고 싶은지 말해 봐. 오늘은 내가 따라가 줄게.”
혜주가 포크 끝으로 저를 한 번, 율을 한 번 가리키곤 말한다. 대단한 자애라도 베푸는 사람처럼 말끝엔 한껏 여유로운 기색마저 느껴진다. 부드럽게 입가를 휘어 웃은 혜주가 느긋한 손짓으로 포크를 내려놓는다. 그리고 거의 동시에 표정이 구겨졌다. 황당하다는 반응이었다.
“지금 말하는 게 왈츠 같은 춤은 아닐 거고. …나 춤 못 추는데. 참고로 왈츠도 못 춰.”
자신감이 없는 모습처럼 말하는 목소리엔 사실 질색하는 구석이 있었다. 누구는 손가락이 피아노 위에서 춤을 추는 것처럼 보인다고도 했지만, 그건 연주일 뿐 진짜 춤과는 완전히 별개의 문제였다. 짧은 상상이 스쳐 간 것만으로도 끔찍하다. 율의 제안이 아니라, 상상 속 제 모습이 그랬다. 여전히 못마땅한 표정으로 턱을 괸 혜주가 검지로 테이블을 톡톡 치며 율을 바라본다.
그러다 갑자기, 어디서 가늘게 드는 빛이라도 본 사람처럼 끝자락부터 얼굴이 환해졌다. 혜주는 장난스러운 말투로 운을 뗐다.
“만약에 좋다고 하면 유리가 알려주나? 아님 너 춤 추는 거 구경하게 해줄래?”
전자보다는 후자에 강한 바람이 실린 말이다. -
188 혜주주 (GslawNIf4g) 2020. 12. 10. 오후 11:53:47예상하신대로 충실히 질색하면서도 율이 춤추는 건 제대로 본 적이 없어서 혹한 혜주입니다 0v0... 혜주 인생(?)에서 호기심이 이기는 경우는 거의 없을 것 같은데, 드물게 이겨버린 순간이네요! ㅋㅋㅋㅋ 또 남들 따라가는 일이 잦다고 하기도 했고, 자기가 쉰다고 갑자기 통보를 해버려서 율이 하고픈 거 하게 해주고 싶은 맘도 있었을 것 같아요.
기력이 쇠한 채로 계시다니 이 얼마나 슬픈 말인가요...... 낼은 금요일이고 또 하루 지남 다시 주말의 시작이죠! 이번 주말에 쇠하신 기력 꼭꼭 잘 보충하시길 바랄게요. 참, 제가 이번 주 평일 며칠 놀린 대신에 주말에 일을 하는 업보를 받게 되어서 주말 중에는 답레를 못 드리게 될 수도 있을 듯해요 ( ᵕ̩̩-ᵕ̩̩ ),,, 주말 잘 쉬시고 답레는 느긋하게 부탁드릴게요. 저도 율이 보고 싶어서 혼났네요. 흑흑... 그럼 율주 푹 주무세요~ -
190 함율주 (DuJFbIL/Fw) 2020. 12. 12. 오전 9:04:04왈츠라니. 혜주 생각하는 게 너무 귀여워요. ㅋㅋㅋㅋㅋ 율이는 몸 살짝살짝 흔드는 걸 생각했을 텐데 무척 어렵게 생각하는 것 같기도 하고요. 그런데 함유리랑 뒷사람 성향이 정반대에서 고민하게 되네요... 쟤가 가는 데는 제가 안 가본 데일 것 같고 제가 가는 데는 쟤가 안 갈 것 같아요. 천천히 생각해보고 가져올게요. 저도 주말에 일을 하긴 하는데 잠은 자면서 하려고 해요. 혜주주께서도 주말에 하는 일 진척 잘 되기를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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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 혜주주 (jQFPZgaWH6) 2020. 12. 15. 오후 11:26:06정신 차려보니 화요일도 끝나가네요. 내 주말이랑 평일 이틀이 다 어디로 간 거지... 덕분인지 제 일은 잘 끝났답니다. 율주는 주말 잘 보내셨을까 모르겠어요! 헉 맞아요 ㅋㅋㅋㅋ 캐릭터는 빠삭한데 뒷사람이 전혀 모를 때 고민 많이 하게 되죠 ( ᵕ̩̩-ᵕ̩̩ ),, 율주 잠 잘 챙기시고, 답레는 천천히 생각하신 담에 편하게 가져와주세요! 또 남은 평일 무탈하고 건강하게 보내시길 바랄게요. 좋은 밤 되세요 0v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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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 함율주 (tjJe8/ZC9I) 2020. 12. 17. 오전 11:29:59놀라워요. 시간이 순삭되었네요. 제 마지막 레스가 12일이었다니 믿어지지 않아요... 주말은 기억이 안 나지만(..) 잘 보냈을 거예요! 보통 이럴 때는 캐릭터가 빠삭한 곳을 뒷사람이 살짝이라도 맛보고 와야 직성이 풀리는데 이 코로나 때문에 사람 많은 곳은 섣불리 못 가고 있어서 여러 모로 아쉬움이 많이 남을 것 같아요. ㅠ-ㅠ 기다려주셔서 감사해요. 제게 또 큰 일이 없으면 평일 중으로 답레 갈 거예요. 밖이 많이 추워졌는데 감기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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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 율 - 혜주 (0DgnN9EVz2) 2020. 12. 18. 오후 8:07:32포크가 두 사람을 차례로 겨누고 그 앞에 놓인 남자는 눈을 서그럽게 뜨며 이것이 전부다. 율의, 남을 따라간다는 결정이란 자기 욕구를 꺾는 것과는 전연 다른 것이다. 그러나 하혜를 내리듯 말하는 혜주에게 이를 반드시 알려야 할 이유도 없거니와 베푸는 듯한 태도는 율로 하여금 도전에 상응하는 긴장감을 일게 했지만 지금은 보기에 좋다는 이유만으로 손색없이 두고 싶었다. 여느 때와 같은 변덕이었다.
"알려주고 말 것도 없어~ 무도회 데려갈 건 아니니까."
막을 새도 없이 헛웃음을 뱉는다. 21세기에 춤이라고 칭해지는 행위란 19세기 사교계에서 유행했던 일련의 동작들과는 사뭇 다르다. 율은 이럴 때에 혜주에게서 온실에서 자란 아가씨를 발견하게 된다.
"운전기사만 되려고 했는데. 난...? 나나 구경해서 원기 회복이 될지도 모르겠고~"
율은 지금 논해지고 있는 문제가 자기의 큰 호의 위에 생겨나고 있다고 생각한다. 누적된 피로에 대해서는 굳이 말을 않고서 원하거나 원치 않는 흐름을 위해서라면 거의 언제나 선뜻 선을 그을 수 있었다. 턱을 괴느라 굽어있던 팔이 태세를 바꾸어 식탁을 치고 꺼내는 거라면 대안이다.
"그럼 마시면서 남들 하는 거나 구경하러 가면 어때. 공연 있고 분위기 좋은 장소로, 너 원할 때. 자... 부담 없지?"
혜주의 보기 좋았던 제안에 율의 사양이 없었다고 받아들였다는 것도 아니다. 하고 싶은 거라면 일찍 정해지는 경우가 드물고 간혹 필요로 하게 되는 거라면 외출 그 자체와 뭐라도 일어나는 장소와 움직이는 사람과 사물과 정신없이 흐르는 시간에 대한 망각이라고 털어놓기보다 적절한 대답을 꺼내야 한다는 사실을 율은 알고 결국엔 내어 놓는다. 이후엔 식탁에 놓였던 팔을 끌어와 마지막 남은 커피를 즐기기로 한다. -
194 율주 (0DgnN9EVz2) 2020. 12. 18. 오후 8:12:29>>182 이걸 썼던 시점에는 볼링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어쩌다 보니 전혀 다른 무엇이 나와버렸네요. ^▽ㅠ 기다려주셔서 고마워요. 답레 올려놓을게요. 글을 쓰려고 지난 레스를 다시 읽으면서 혜주의 은혜 베푸는 것 같은 태도가 살짝 거만해 보이고 자꾸 자꾸 눈에 들어와서 행복한 기분으로 쓰게 되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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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 혜주주 (V17JG8eGwY) 2020. 12. 21. 오전 12:42:55답레랑 같이 오려다 실패하고 등장합니다 ㅠvㅠ 이번 달은 진짜 놀면서 보낼 줄 알았는데, 삶이 보트 제목 같네요. 비극적이게도 제 엔딩은 배드엔딩이랍니다... 편하게 기다려주시면 며칠 안으로 답레가 올라갈 것 같아요.
원래는 볼링이었군요! 0v0 어느 쪽이든 몸 쓰는 데는 재능이 없어서 자연스럽게 안 해본 게 많은 혜주라, 만약에 볼링이었어도 새로운 경험이었을 거예요. 율이가 혜주의 수많은 처음이라 더 특별하고 각별하게 여길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드네요. 베풀 듯 거만한 면은 살짝살짝 계속 등장할 것 같은데 좋아해주시니 다행이에요 ㅋㅋㅋㅋㅋ 율이도 은근히 비슷한 면이 있는 듯해서 좋아 죽는 중입니다 ( ᵕ̩̩-ᵕ̩̩ ),,
율주 이번 주말도 푹 쉬셨길 바라고요, 좋은 꿈꾸고 계시길 바랄게요! -
196 혜주 - 율 (nb5rotvBjQ) 2020. 12. 22. 오후 3:11:39무도회란 단어와 따라오는 율의 웃음에 혜주가 어깰 으쓱였다. 서로의 손을 잡고 춤을 추는 그림은 퍽 낭만적이지만, 역시 지금에 어울리는 그림은 아니다. 이렇게나 잘 알고 있었음에도 말을 꺼낸 건 혜주가 상상할 수 있는 폭이 고작 그 정도뿐이었던 데에 있다. 혜주가 사는 세계가 좁다. 작은 울타리를 두르는 것으로 충분할 만큼. 누군가는 그걸 두고 온실 속 화초처럼 자랐다고 말하기도 했으나 혜주는 그게 비난조든, 동경을 담고 있든 지나치게 잘 포장된 말이라 여겼다. 혜주의 세계가 좁은 건 그저 익숙하고 잘 아는 곳에 틀어박혀 있는 시간이 길었을 뿐이다. 문을 열었을 때, 그 앞에 율이 서 있기를 바라면서.
“운전기사만 하지 말고 나랑 놀아주면 안 돼? 뭐 해달라 고집 안 부릴게.”
애써 가여운 표정을 지어보인 혜주가 말했다. 반절은 농담에 가까운 태도지만, 시선을 최대한 바로 맞추려 고개까지 기울이는 노력이 가상해 보이기도 했다. “그냥 옆에만 있어 줘도 회복은 돼. …일 줄었지, 시간은 똑같이 지나지.” 담담히 덧붙이는 말 뒤로 다시 짤막한 웃음이 따라왔다. 그가 곁에 남길 바라는 모든 구차하고 감정적인 이유를 다듬고 다듬다 납작하게 눌러버린 꼴이었다.
“덕분에 하나도 부담 없어. 내가 시간만 정하면 되는 거지? …저녁쯤 갈까.”
너저분하게 잘라놓았던 나머지 조각을 입에 넣으며 혜주는 식사를 마치기로 한 듯 포크를 내려놓는다. 하나가 끝이 나면 다른 게 따라온다는 걸 몸소 보여주기라도 할 모양인지, 혜주는 곧바로 테이블 위로 팔꿈치를 두고 턱을 괴며 생각에 잠겼다.
“시간 엄청 여유롭네. 그동안 뭐하고 있지.”
얼핏 진지해 보였던 얼굴과는 달리, 뱉는 말은 알맹이 없이 가볍고 사소하다. 따라서 다음에 나올 말이라고 그와 크게 다르리라는 법은 없다.
“TV라도 켤까 봐. 영화 볼래?” -
197 혜주주 (nb5rotvBjQ) 2020. 12. 22. 오후 3:16:33선심 베풀 듯이 굴었다가 고분고분하게 굴다가 아주 멋대로인 혜주네요 0v0... 레스 쓰면서 느끼는데 남들 앞에서는 안 할 법한 행동도 율이 앞에서는 잘만 하는 것 같아요 ㅋㅋㅋㅋㅋ
벌써 이번 주 금요일이 크리스마스네요! 올해는 크리스마스도, 새해 마지막날도 다 금요일이라 놀기 참 좋은 요일이다 생각했는데, 상황이 이렇게 돼서 바깥 분위기는 즐기기 어렵겠어요 ( ᵕ̩̩-ᵕ̩̩ )... 저는 돈으로 산 분위기 집에서 한껏 즐겨볼 계획이랍니다. 율주도 이번 평일 잘 보내시고 크리스마스, 주말 다 즐겁고 안전하게 보내시길 바라요~! 답레는 천천히 주세요! -
198 함율주 (oCZsKAQc1g) 2020. 12. 22. 오후 8:15:38>>195->>197 혹시나 하는 기대의 결말이 비극이었다니요! 저도 아예 놀면서 보낼 줄 알았는데 어떻게 어떻게 같이 일 하는 분을 거들어 드리게 되었네요. ^▽ㅠ 그래도 지난주보다는 훨씬 가뿐한 것 같아요. 아쉬운 이번달이지만 같이 힘내 봐요!
혜주는 몸 쓰기 못하나 봐요. 수많은 처음이라는 표현이 좋아서 그만큼 멋진 말로 돌려드리고 싶은 욕심이 있었지만 어휘력이 부족해 묻어두기로 했답니다... ㅠ▽ㅠ 율이에게는 어떤 활동이나 장소들이 처음은 아니겠지만 혜주가 있어서 특별하게 느껴질 것 같아요. 율이에게는 혜주가 곧 가장 의미있는 처음이니까요. 혜주는 항상 귀엽지만 오늘따라 더 귀엽네요... 귀여워요... 혜주가 저렇게 나오면 율이 담 예정에 뭐가 있든지 놀아줘야죠! 정말 곧 크리스마스네요. 돈으로 분위기를 사셨다니 혜주주, 미래의 대주주다우세요. 저도 모임은 랜선으로밖에 못 즐길 것 같으니 혼자서 분위기라도 내보도록 할게요. 혜주주도 즐겁고 안전한 휴일 되세요! 감사해요! -
199 율 - 혜주 (Whm5B1xL9k) 2020. 12. 25. 오전 12:44:52"혜주가 이렇게까지 말 하는데 안 될 것 까지야~"
율은 혜주가 자청하여 흘리는 동정심을 유발하는 표정과 의도가 엇비슷한 농담을 흘려 본다. "추가금이 붙는데 어떻게 받으면 좋지~" 둘 사이에 걸친 이중의 관계 중 비즈니스적인 쪽을 연장해 야박하게도 들리는 농담에는 악질적인 태가 있다. 단숨에 굽어드는 태도로 보일지라도 안에 담긴 것이라면 혜주의 실제 스탠스의 고저가 아니라 방금 율이 목격한 내려다보듯 하는 자세라고 믿는다. 지체가 높고 안정된 것들은 그만큼 흔들리지 않기에 굳이 자신을 변명할 필요가 없다. 다만 그 의도일, 생소한 휴식에 교사를 구하는 혜주의 필요가 남이 아닌 자신을 향했다는 사실에 율은 남 모르게 안도하고 기꺼워한다.
"저녁? 오늘 저녁이면 나쁠 거 하나도 없지."
저 자신은 좋다싫다 어디에도 무게를 두지 않고 말해 본다. 주말 그리고 당일. 경험상 예약을 해 두어야 한다는 분별있는 생각이 스치지만 이를 떠올린 사람이라면 분별이 없어 이를 무시해야겠다는 데에 닿을 수 있다. 율은 끝까지 손 대지 않던 사과를 기웃거리다 처음으로 머금어본다. 신선한 소리를 내며 부서진 과육은 예상보다 향기롭다. 생각에 잠긴 혜주에게서 무언가 완성되어 꺼내어질 때까지 율은 잠자코 기다린다. 사뭇 진지했던 얼굴과 시간을 죽이는 방법이라는 내용은 엇박을 이루지만 구태여 비웃지 않고서 기다렸다는 듯 답한다.
"집에서 뒹굴기.
오늘은 종일 집에 틀어 박힐 거야... 꼭 나가야 할 때 빼고는."
식사를 종결짓고 식탁을 떠난 율이 호선의 동선을 만든 뒤 리모컨을 집어든다. TV에 숨을 불어넣은 작은 물건이 용도를 다하자 그대로 손을 떼어 놓는다. 쇼파 위, 떨어진 자리가 소리없이 리모컨의 형태로 눌려 든다.
"아무 의미도 없고, 아무 생각도 없이 보게, 킬링 타임용 영화나 했으면 싶네."
토스트 걱정 많이 하던데 생각보다 먹을 만 하더라고 깜빡 잊혀지려 했던 감상을 챙기고 율은 욕실로 움직인다. 금방 칫솔을 물고 있었나. -
200 율주 (Whm5B1xL9k) 2020. 12. 25. 오전 12:47:27어느새 12시가 넘었네요. 크리스마스예요! 혜주도 율이도 산타를 믿기는 너무 커버렸지만 크리스마스는 즐겨 줬음 좋겠네요. 신나게 성탄절 보내시고 답레는 천천히 주세요. 돈으로 산 분위기(ㅋㅋ)가 만족스러우셨길 바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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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 혜주주 (D7CWWFRMYU) 2020. 12. 25. 오후 3:21:17메리크리스마스예요 0v0*
저는 눈 떴더니 오후더라구요... 뒤늦게 돈으로 산 분위기(ㅋㅋㅋ,,) 잘 즐기면서 쉬고 있답니다. 오늘 푹 쉬고 주말 안으로 답레 드릴게요! 오늘 행복하게 잘 보내시구요, 율이랑 혜주도 메리크리스마스~! -
203 혜주 - 율 (nmXsOglk8I) 2020. 12. 27. 오후 12:49:54혜주는 율의 말의 앞뒤가 다르다고 느낀다. 앞에는 순수한 개인의 호의가, 뒤에는 그와 어울리지 않는 계산적인 면이 있다. 양립불가하지는 않으나 같이 있는 그림이 썩 어울리는 모양새도 아니다.
“그렇게까지 해주시겠다는데 못 드릴 이유 있을까.”
순순히 요구에 따르며 대답하는 것은 그 앞뒤 다른 말의 화자가 율이기 때문이다. 정말로 원한다면 못 줄 이유 없었다. 제가 내어줄 수 있는 걸 달라 한다는 사실에 기꺼운 마음이 든다면 또 모를까. 누구는 세상에 사랑받고 자란 티가 나는 사람이 있다고 했지만, 혜주는 조금 다른 생각을 했다. 사랑하지 않고선 못 배길 것 같은 사람이 있었다. 혜주에겐 율이 그랬다.
“저녁 전까지는 집에 있겠다는 말이네. 그건 나도 좋아.”
얼추 끝난 듯한 식사에 혜주도 앉은 몸을 일으킨다. 적은 양이 남았거나 비워진 그릇과 컵을 싱크대에 넣고선 거실로 향했다. 전원이 켜진 TV에선 어느 코미디 프로그램의 재방송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순간 왁자하게 터져 나오는 웃음소리를 들으며, 옆에 놓인 담요를 끌어다 덮고 앉는다. 다시 시작된 웃음소리는 율이 한 말을 따라 영화를 찾는 혜주에 의해 뚝 끊기고 만다. “…다행이네.” 율이 덧붙인 말에 짧게 대꾸한 혜주는 뚫어져라 TV 화면을 보며 채널을 돌렸다. 기계적으로 버튼을 누르던 손이 멈춘 건 철 지난 B급 액션영화가 나오기 시작했을 때였다. 화면 안에선 몇 사람은 도망치고, 또 몇 사람은 총을 난사하고, 구석에선 폭탄이 터지고 있었다. 혜주는 이 영화가 아주 시끄럽고 요란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율이 아무렇지도 않게 던진 말에 혜주는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말았다. 특별한 말도 아니고, 대단한 칭찬도 아닌 ‘나쁘지 않았다’에 가까운 그 평범한 말에. 그 사실이 아직도 생경하고 놀라워서, 또 영원히 익숙해지지 않을 것만 같아서 혜주는 조금 서글픈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내가 널 사랑하지 않는 것 말고 달리 무슨 방법이 있겠니.
“율아, 언제 와?”
멀리 있지도 않은 사람을 괜히 불러본다. -
204 혜주주 (nmXsOglk8I) 2020. 12. 27. 오후 12:59:19즐거운 연휴 보내고 있어요! 다음 주도 신정 덕분에 3일 쉴 생각하니까 일요일인데도 마음이 그럭저럭 괜찮아요 ㅋㅋㅋㅋㅋ 답레 천천히 주시고, 우리 오늘 주말의 마지막 제대로 쉬어봐요! 0v0
그나저나 이번에 답레 쓰면서 율이가 건네는 말들이 다정하게 느껴져서 역시 혜주가 율이를 좋아하게 된 건 어쩔 수 없었는 일이었겠다 했어요 ㅋㅋㅋㅋ 뒷사람조차 잊어버린 엉망진창 토스트와 하루종일 집에 있겠다 해놓고 꼭 필요한 때는 빼고라고 말해주는 면 같은 ( ᵕ̩̩-ᵕ̩̩ ),, -
205 율주 (Lcep.Yqul6) 2020. 12. 27. 오후 11:36:29혜주주, 혹시 >>202 마스크로 가려주실 수 있으실까요? 이름칸에 실수가 있던 걸 이제야 봤네요...ㅠ▽ㅠ
이번 레스에서 혜주의 마음이 드러나서 무지 사랑스러웠어요. 집에 있겠다는 부분은 율이가 새벽에 반성을 해서 그게 묻어나 있을 거예요. 토스트도 혜주가 확연히 자신없어 하는 모습이 보여서 율이가 신경을 썼을 것 같은 부분이었는데 이렇게 조목조목 찾아내 짚어 주시니 신기하고 감사하네요. ㅋㅋㅋㅋ 저도 주말 푹 쉬었어요. 너무 논 게 아닌가 싶기도 했는데 혜주주 말씀대로 다음주가 지나면 또 쉰다고 생각하니까 마음이 편해지네요. 너무 편해서 푹 퍼지는 일만 없어야겠어요... 답레는 주중으로 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휴일 마무리 잘 하세요! -
206 혜주주 (FxL.e.u5FA) 2020. 12. 27. 오후 11:56:02앗, 자기 전에 잠깐 들러보길 잘했네요. 말씀하신 레스는 마스크 처리 완료했답니다 0v0!
헉 ㅋㅋㅋㅋㅋㅋ 저 다 맞췄나요... 역시 1타 강사 율주와 함께 하니 쏙쏙 짚어내는 일이 어렵지 않네요(?) 주말 잘 쉬셨다니 다행이에요. 금방 다시 쉬는 날이 돌아온다는 건 꽤 큰 위안이 되는 것 같아요. 이번 달 너무 퍼진 채로 보내서 괜시리 찔리네요 ㅋㅋㅋㅋ 저도 돌아오는 주부터는 조금 더 부지런히 보내봐야겠어요. 율주도 일요일 마무리 잘 하시고, 좋은 밤 되세요! :D -
207 율주 (saKtUZegp.) 2020. 12. 28. 오후 11:25:09감사해요. ^-ㅠ 빠르게 처리해주셨네요! 제가 1타 강사였나요? 1타 학생이 있었던 게 아니구요? 저도 모르게 혜주주도 찔리게 해드린 것 같아요. 연말과 연초가 보통 바쁠 시기인데 이런 때엔 퍼질 수 있는 시간에 가능한 만큼 퍼져야 바람직하다고 봐요. 저는 푹 퍼졌다가는 순식간에 일이 몰릴 것 같아서 조심하고 있는 거지만요... 부지런히 보내셔야겠다면 무리 되지 않도록 조금만 부지런히 보내시구요. 오늘이 월요일이었지만 혜주주께서는 상쾌한 날 보내셨길 바랄게요. 푹 주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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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8 혜주주 (jE6TUFFtg6) 2020. 12. 31. 오후 10:35:28저는 크리스마스 이후로는 비교적 한가해서 잘 쉬면서 보냈답니다. 오늘이 벌써 2020년 마지막 날이네요... 율주 올해도 고생 많으셨습니다. 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0v0* 푹 주무시고 산뜻한 1월 1일 맞으시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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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9 율-혜주 (ZsWhMI9E3M) 2020. 12. 31. 오후 11:27:37엷은 웃음이 어렸다 흩어진 자리에 자라나는 대답이다.
"그냥 돈 얘기 아니었으니까 정말로 봉투 건네면 안 돼~"
같은 대답을 한 상대가 혜주가 아니라면 구겨둔 채 시간 따라 흘러가기를 기다리다 정말로 품에서 무언가를 찾는 모양새가 되어서야 느작느작 말리며, 혹은 어이없어하기가 율에게는 쉽다. 일찍이 싹을 잘라 둔다면 혜주를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이라는 명패를 닦고 광내어 욕심을 내고 싶은 때가 지금과 같이 생기는 탓이다. 집에 있겠다는 말을 반겨하는 혜주의 기색에 착각하고 싶어 안달난 저와 무너지거나 혹은 무너지지 않으려 꼬여가는 속내 사이에서 길을 잃은 저를 본다. 허세에 가까운 말을 던지면서는 자기가 어떤 표정을 하고 있는지 볼 수 없다. 율은, 평생 모르는 게 낫겠다고 생각한다.
"좋겠네~ 오늘은 나 오래 볼 수 있어서."
1부가 끝나갈 시간이 되어서야 율은 혜주의 옆으로 돌아온다. 언제를 묻는 말에는 물이 잣는 소리만이 정적을 헤엄쳤다. 듣지 못한 건지 듣고도 모른 척한 건지는 달려주는 단서가 없다. 율은 혜주의, 부담스러울 만큼 가까운 옆에 자기 몸을 배치한다. 거리감을 늘리거나 줄이면서도 마치 의식하지 않은 듯한 모양이 비열하고도 어색함이 없다. 화면은 총성과 배우들의 과잉된 에너지로 메워지고 있다. 척 봐도 클리셰를 덕지덕지 발라놓았을 뿐인 별 볼일 없는 플롯에 율은 기꺼이 시간을 해체하고 싶어진다.
"오. 이거 옛날 영화인데 아직도 해주는 데가 있네. 네가 골랐어?"
어설프게 얼굴에 검은 칠을 해 놓은 주역이 별로 다를 것도 없는 단역을 구멍투성이로 만들기 직전 율은 넌지시 예고해 준다.
"...불편할 장면 제법 나온다?" -
210 율주 (ZsWhMI9E3M) 2020. 12. 31. 오후 11:33:51한가한 시간 보내셨다니 다행이에요. 벌써 12월 31일이네요. 어떻게 지났는지 모르겠어요. ^▽ㅠ 유독 아쉬움이 많이 남는 한 해네요. 기분이나 내 보게 제야의 종소리 동영상이라도 봐야겠어요. 비대면 카운트다운에 과연 흥이 날지 모르겠네요. 혜주주도 올해 고생 많으셨어요. 즐거운 신년 맞으시기 바라요.
지난 답레에서 혜주의 내면 묘사가 너무 예뻤어요. ㅠ▽ㅠ 언젠가는 저도 그런 표현을 해 보고 싶은데 이 손으로 가능할지 모르겠네요. 저런 영화를 율이는 원했지만 혜주 입맛에는 과연 얼마나 맞을지 궁금하기도 했어요. B급 액션에 흔하게 나오는 잔인한 장면은 잘 보는지도 궁금해져서 답레를 쓰면서 제 호기심을 살짝 넣어보았답니다. -
211 혜주주 (oGiXeacSfA) 2021. 1. 1. 오후 10:19:54비대면 카운트다운 잘하셨나요? 저는 무언가 잘못 골랐는지 알람시계 구경하는 것 같은 기분을 피하지 못했답니다. 그래도 어쨌든 새해네요. 상냥한 한 해가 되길 기원하며 오늘 하루 보냈는데, 율주도 1월 1일 잘 보내셨을까요!
헉 좋게 봐주셔서 감사해요! 적다보니 혜주가 상상 이상으로 율이에게 애틋한 맘이더라고요 ㅋㅋㅋㅋ 율이의 마음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율주라면 표현하고 싶은 걸 잘 해내실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0v0*
혜주의 간이 콩알인지 아닌지는... 답레에서 공개됩니다! 되도록 주말 안으로 올려볼게요. 좋은 밤 되세요~ -
212 혜주 - 율 (fyq7fS9r6Y) 2021. 1. 2. 오후 11:41:27“얼마나 대단한 걸 요구하려고 그래. 나 좀 무서워지려고 한다?”
웃음을 곁들인 산뜻한 말에 비슷한 결의 답을 돌려준다.
“응, 좋네. 공사가 다망하셔 어디 오래 볼 틈이 있어야지.”
그 다음 대꾸까지도 혜주는 그렇게 했다. 티끌 하나 없는 진심은 말하는 사람의 목소리와 태도로 인해 농담 비슷한 수준까지 격이 떨어진다. 의도한 바이므로 그저 그런 마음이 들 뿐이다. 오랜 시간 질리도록 겪어온 염세에 이제 웬만한 일엔 끓지도 않았다—고, 애써 최면을 건다. 언제쯤 오느냐는 말에 돌아오는 것이라곤 물소리뿐이다. 혜주는 요즘따라 자주 한계에 부딪힌다.
사랑에 대한 환상 같은 건 애초에 접었다고 생각했다. 짧게 이어진 연애들은 죄다 시시하게만 느껴졌다. 어딘가에 진짜가 있을 거라는 기대는 일찌감치 접은지 오래였다. 하지만 이런 부류의 사람들이 실은 누구보다 사랑에 대한 기대가 크다는 건, 아직 혜주가 모르고 있는 사실이다. 그토록 간절히 바라던 상태가 눈 앞에 있는 상황이라면 더더욱.
틈이 없다 느껴질 정도로 가깝게 앉은 율의 행동을 오래 보고 지낸 사이의 격 없음으로 해석한다. 그러면서도 속으로는 다른 생각을 한다. 다 밟아 죽이고 싶은 마음들이었다.
“그냥… 돌리다보니까 나오던데.”
혜주가 화면에 시선을 고정한 채 말했다. 담요를 끌어올려 어깨까지 덮었다. 웅크리고 앉은 몸을 더 끌어안아 작게 몸을 구긴다.
“가짜는 안 무섭지. 우리나라에 저렇게 버젓이 총 들고 다니는 사람들은 없잖아.”
혜주의 시선은 여전히 영화의 전개를 따라가고 있다. 무릎 위에 턱을 얹고선 별 감흥없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바람대로 영화는 시끄럽고 요란했으나, 혜주는 얼굴을 찌푸리고 만다. 짧게 이름이 스쳐간 단역의 죽음이 생각보다 끔찍해서.
“…보기에 별로인 거랑은 별개로.”
떨떠름한 얼굴로 얘기하면서도 혜주는 계속 영화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옆에 있는 율에게 신경을 기울이지 않기 위한 최선의 노력이자, 최악의 회피였다. -
213 율주 (5P5UVLa8a2) 2021. 1. 3. 오전 1:26:46꼬깃꼬깃해지는 혜주가 귀여워요! ㅠ▽ㅠ 혜주주는 알람시계 구경하는 느낌이셨나요? ㅋㅋㅋㅋ 제가 보았던 영상은 알람시계같지는 않았는데 정신을 차려서 들어갔을 때는 벌써 10초 세고 있더라구요. 저는 어떻게든 잘 보냈답니다. 물어봐주셔서 감사해요!
잘 해낼 수 있도록 책도 읽고 해야겠어요. 좋은 꿈 꾸고 계시길 바랄게요! -
214 율주 (NnHkxgc7WU) 2021. 1. 5. 오전 12:05:25으음! 답레를 쓰려고 컴퓨터를 켰었는데 글이, 글이 안 나오네요... ㅠ▽ㅠ 자고 난 뒤에 다시 잡아보려고 해요. 혜주주, 평온한 밤 보내시고 좋은 꿈 꾸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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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5 혜주주 (qiDTNNdtHY) 2021. 1. 5. 오후 7:29:19오늘 날씨가 춥네요 ( ᵕ̩̩-ᵕ̩̩ )... 따뜻하게 잘 보내시고 답레는 천천히 주세요~ 저는 늘 편한 맘으로 기다리고 있답니다. 율주 좋은 저녁, 또 좋은 밤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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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6 율주 (mNiPSonFw.) 2021. 1. 7. 오전 1:21:53혜주주, 죄송해요... 저번부터 잡으려고 해 봤는데 글이 쓰여지지가 않네요... ㅠ▽ㅠ 솔직히 말씀드리면 지금 요구에 대한 화제가 제 개인 경험때문에 잇기 어려워하는 상황이에요. 제가 혜주 반응을 무심코 습관적으로 여기까지 유도해 버렸더라구요. 잇기 힘들 것 같으면 더 신중하게 답레를 썼어야 했는데... 그래서 저 부분만 빼고 쓰려고도 해 봤는데 그것도 어렵더라구요. 최근에 율이를 돌리면서 뒷사람과 성격이 많이 달라 한계를 느끼기도 했는데 그래서인 것 같아요. 외향, 감각적인 캐릭터는 사실 처음인데 오랫동안 손에 잡고 있으려면 더 익숙한 캐릭터로 했어야 됐나 봐요. 혜주와 율이의 이야기를 섬세하게 꾸며가고 싶어서 대강 대강 답레를 드리고 싶지는 않고, 그렇다고 성향이 많이 다른 캐릭터에 몰입하려다 보니까 들이는 시간은 늘어나는데 진도는 안 나가는 상황이 반복되네요.
1:1 어장에서는 제가 먼저 제안을 드려 놓고 정말, 정말로 죄송하지만 여기서 이야기를 마무리해도 괜찮을까요? 항상 제가 몸 둘 바 모를 만큼 멋진 답레 주시고 혜주의 매력적인 면들 보여주셔서, 꼭 엔딩 보자고 생각했는데 죄송한 마음들 뿐이네요... -
217 혜주주 (5Gm7ESM6Pc) 2021. 1. 7. 오전 1:31:48그런 고민을 하고 계신 줄은 몰랐네요. 즐겁자고 시작했는데 너무 큰 고민을 하게 만든 것 같아 죄송한 마음이에요 ㅠ-ㅠ... 율주가 어려우시다면, 말씀하신대로 이 보트는 여기서 마무리하는 걸로 해요. 혹시 다른 상황, 다른 여건에서 재사용하시게 될 수 있으니 시트는 제가 잘 하이드 해놓을게요.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 율주와 함께 이야기 이어갈 수 있어서 즐거웠어요. 그동안 정말 감사했습니다. 늘 건강하시고 잘 지내시길 바랄게요! -
218 율주 (mNiPSonFw.) 2021. 1. 7. 오전 1:38:37그래도 혜주주와 돌리는 동안은 정말 즐거웠어요! 고민을 조금 하면서 쓰다가도 답레가 돌아온 걸 보면 피로가 싹 날아가는 기분이기도 했구요. 아마도 시트는 사용하지 않을 것 같지만 그래도 하이드 해 주신다니 감사하게 받을게요. 혜주의 시트도 만약에 다른 여건이나 상황에서 사용하시게 된다면 편하게 사용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저도 즐거운 시간 만들어주셔서 감사했어요. 하루 일과를 마치면 큰 낙이 없었는데 여기 와서 답레 읽고 좋아하면서 새벽까지 글 쓰고 기다리던 시간들 잊지 못할 거예요. 감사했습니다. 혜주주께서도 건강하시고, 잘 지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