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6241124> [1:1/일상] 밤과 나비 (175)
◆6J7OOnuk4I
2020. 8. 19. 오후 10:41:09 - 2020. 11. 7. 오전 12:2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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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6J7OOnuk4I (rNswIZ9zlc) 2020. 8. 19. 오후 10:41:09편견은 내가 다른 사람을 사랑하지 못하게 하고 오만은 다른 사람이 나를 사랑할수 없게 만든다. <오만과 편견> 中
>>1 유지훈 시트
>>2 도나예 시트 -
2 ◆5wvLxdlKW. (G.uBh7N0eo) 2020. 8. 20. 오전 12:53:05한마디: "양귀비 그리는 법 아니?"
이름: 도 나예
나이: 22세
성격: 겉모습이 나름 유해 보이지만, 그녀의 성격은 딴판이다. 사근사근 부드러운 목소리로 웃으며 거친 말을 내뱉는 모습을 당신은 쉽게 볼 수 있다. 잘 웃고 순수해보이는 모습과 달리 그녀는 상당히 영리하고 잽싼 편이다. 자신에게 이득이 되는 일을 잘 찾아내고, 신념이 확고하며, 자신의 생각에 옳은 일을 위해서라면 세상을 등지는 일도 마다하지 않을 대쪽같은 사람이다. 그럼에도 평소의 밝은 모습과 장난기 있고 에너지 넘치는 모습에 사람이 많이 꼬이는 편인데, 겉으로만 돌 뿐 실제로 정말 친하게 지내는 친구는 거의 없다. 자기방어기제가 강해서 싫어하는 사람과는 아예 연을 끊으려 들고, 마음에 드는 사람은 항상 관찰하고 다가선다. 하지만 그녀가 믿은 사람이 자신을 배신하거나 신뢰를 져버리면 물리적으로 병에 든 것마냥 심하게 앓곤 한다.
외향: 얼굴만 보자면 그녀는 참 한 떨기 꽃처럼 청순하고, 가련하고, 이 세계의 것이 아닌 듯한 투명한 느낌을 준다. 화장을 하지 않는다면 도화지 색과 견줄 법한 핏기 없는 하얗고 투명한 피부에 탈색을 거친 금빛을 내는 밝은 연갈색의 머리칼은 그녀와 너무 잘 어울려 원래 머리색인 흑발을 상상할 수 없게 한다. 그와 같은 색의 눈썹은 숱은 적되 눈 앞머리부터 끝까지 일렬로 잘 정돈되어 있고, 바로 밑에는 여러겹으로 주름진 쌍꺼풀과 살짝 아래로 내려간 눈꼬리가 자리잡았다. 동화에 나올 것만 같은 맑고 큰 눈망울에 비록 열심히 뷰러로 올렸다지만 위로 한껏 올라간 풍성한 속눈썹이 그녀의 눈을 더 돋보이게 해준다. 자연스러운 갈색 렌즈를 낀 눈 밑에(본인 기준 왼쪽에) 점이 하나 있다. 눈을 열심히 묘사했다지만 코와 입은 그에 비해 눈에 띄지 않는다. 조금 작을 뿐 평범한 코와 도톰하고 작아서 새초롬한 느낌을 주는 입술에 더해 작고 하관이 짧은 얼굴형은 더더욱 그녀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새초롬하게 만든다. 밝은 피부색과 옆으로 넘긴 얇은 머리칼이 허리까지 구불구불 내려간 점이 꽤 시선을 끄는 외모로 볼 수 있다. 화장을 하지 않는다면 퍽 수수하고 오목조목한 얼굴로 보이겠지만, 다양한 컨셉의 화장을 즐겨하고 옷 역시 그러하며, 오른쪽 발목에 수채화 풍의 붉은 양귀비 문신이 있다는 점에서 어딜가나 이목을 집중시키는 편이다. 뼈대가 가는데다 몸이 상당히 마른 편이라 160 정도 되는 평균의 키에도 더 작아보이는 느낌을 주고, 몸이 마른 것 치고는 균형이 상당히 잘 잡혀있고 탄탄해서 생각보다 건강한 몸임을 알 수 있다.
기타:
-기숙사에 떨어지는 바람에 강제로 자취를 하고 있다. 집이 부유한 편인지 옥탑방까지 딸린 집에서 검정색 고양이와 함께 지낸다. 이름은 네로. 그러나 집 관련 얘기를 하거나 다른 사람을 집에 들인 적이 드물어 대학 친구 중에서 그녀의 집 위치를 정확히 아는 사람은 한 명도 없다.
-부모님과 관계가 안 좋은 편이다. 부모님은 해외에 나가 계시고, 무슨 연윤지는 모르겠지만 그녀는 부모님이 생활비를 주심에도 알바를 많이 뛴다.
-말 나온 김에 그녀는 빵집 한 곳과 카페 두 곳에서 알바를 하고 있다. 학교와 그녀의 자취방 중간 쯤에 위치해 있고 꽤 번화가라 대학 친구들을 마주치는 일이 잦다. 그 때문에 소란이 벌어진 적도 있다는듯.
-디저트라는 이름의 그림 동아리 회장이다. 처음부터 회장은 아니였고 선배가 졸업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3학년인 그녀가 회장을 맡게 되었다고. 사실 선배가 취업이니 뭐니 바쁠 때부터 이미 그녀가 잡다한 일을 다 해왔기에 당연한 수순이었다. 동아리 때문인지 그녀는 미술할 때 쓰는 검은 앞치마를 한 채로 돌아다닐 때가 많은데, 레이스가 달린 게 마치 패션의 일부처럼 그녀에게 잘 어울린다. 동아리원은 그녀를 포함해 여섯 명으로 소동아리다. 동방(화방)에서 그림을 그릴 때에는 설렁설렁 머리를 위로 틀어 올리고 있는다.
-풍경화 그리는 것을 가장 좋아한다.
-얼음을 무척 좋아한다. 집에서 항상 얼음을 얼리는 것은 기본이고 일부러 빵집이나 카페 같은 곳에서 알바를 하며 물에 얼음을 가득가득 채워 마신다.
-입이 짧은 편이고, 생크림이 가득한 케이크를 가장 좋아한다.
-요가학원을 다닌다. 덕분에 몸이 유연하고 힘이 강한 편.
-한 번도 4.4 미만의 학점을 받은 적 없다는 걸로 꽤 유명하다. 교수님들과의 사이도 돈독한데 이 때문에 안 좋은 소문이 난 적도 있다. 이쯤되면 그녀가 그냥 경영과에서 유명한 건지..
-그녀는 엄청난 주당이다. 소주 한 병 원샷을 걸고 술게임을 시킨 모 진상선배를 새내기 때 뭣모르고 보내버린 썰은 지금도 전설로 남아 있다.
-게임을 좋아하고 승부욕이 강하다. 주말에 그녀를 보고 싶다면 학교 근처 XX피방으로 가보길 권할 정도로.
-본인은 검정색 옷이 안 어울린다고 주장하는데, 사실 검정 옷에 원래 머리색을 하면 이미지가 상당히 바뀌고, 또 그게 무척 잘 어울리는 편이다.
-이외 티엠아이: 생일은 2월 2일, 별자리는 물병자리, 혈액형은 B, 좋아하는 색은 연노랑 -
3 ◆5wvLxdlKW. (G.uBh7N0eo) 2020. 8. 20. 오전 12:5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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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5wvLxdlKW. (G.uBh7N0eo) 2020. 8. 20. 오전 1:01:23첫상황을 어떤 식으로 할까 벌써부터 생각이 많네.. 술자리에서 우연히 모이는 것도 좋고, 같은 과니까 같은 수업에서 조별과제로 발전하는 것도 좋겠다! 내가 경영학 전공이 아니라 묘사는 좀 생략하게 될 것 같긴 해. 술자리라면 괜히 둘을 소개시켜준다고 나서는 넉살좋은 선배1을 등장시켜서 조금 연관성을 만들어도 좋을 것 같아.
참, 보트 먼저 세워줘서 고마워 지훈주!! -
5 지훈주 (9.QYrC/ymY) 2020. 8. 20. 오전 1:02:50안녕! 나예주! 일단 이렇게 스레를 세웠으니 인코는 떼도 무방하겠지? 아무튼 스레가 세워져서 그런지 정말로 뭔가 시작되었구나 하는 느낌이 절로 드는걸?
그러고 보니 나예의 이미지는 직접 그린거야? 진짜 선이 너무 예쁘고 색체도 예뻐서 절로 감탄이 터져나왔어. 직접 이미지 그리고 하는 것이 쉬운 것도 아닐테니까 더더욱.
아무튼 이렇게 시트가 나란히 있는 것을 보니까 두 사람이 싸울 때는 진짜 사나울 것 같다는 느낌도 드네. 하지만 그것이 또 재미일테니까! 항상 사이가 좋게 있으란 법은 없기도 하고. 아무튼 다시 한 번 잘 부탁할게! -
6 지훈주 (9.QYrC/ymY) 2020. 8. 20. 오전 1:08:12>>4 이렇게 스레를 세우는 것이 그렇게 힘든 것도 아닌걸! 아무튼 첫상황을 저렇게 한다면 완전 첫만남 비슷하게 되겠구나. 역시 가장 무난한 것은 과에서 모이는 단체 술자리 같은 것이 좋지 않을까? 같은 학년이 아니면 선후배 사이에서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것은 바로 그런 자리일테니까.
소개 부분에 대해서는 아무래도 1학년에게 선배를 소개하는 거라면 모를까. 일단 나예가 3학년이니까 갑자기 선배를 소개해주는 것은 되게 이상할 것 같거든. 그래서 생각난 것이 이번에 총학생회에 나가는 이라고 하면서 지훈이를 여기저기 데리고 다니면서 소개해주는 그런 상황은 어떨까 싶어. 우리 과에서 나가니까 슬쩍 밀어달라는 식으로 부탁하는 그런 거 있잖아? 물론 지훈이는 그런 것은 별로 안 좋아해서 조금 떨떠름한 표정이겠지만 그래도 끌고 다니면 어쩔 수 없이 끌려다닐 수는 있을테니까. 마지못해 돌아다니면서 인사하는 느낌이 될지도 모르겠네. 그렇게 되면. -
7 나예주 (G.uBh7N0eo) 2020. 8. 20. 오전 1:24:17>>3 아고 요즘 진짜 나사가 하나 빠졌나 자꾸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이미지 출처는 >>2 출처https://picrew.me/image_maker/37094 요기야! 지훈주가 안 짚어줬으면 큰일날 뻔 했다. 내가 원래 이렇게 덜렁거리는 사람이 아닌데 이게 다 혐생 때문이야(변명) 레스 수정이 가능했으면 좋았을텐데 (낑낑)
그치? 나도 선이 곱고 반짝반짝한 게 마음에 들어서 요 이미지로 했어. 저런 그림을 그릴 수 있으면 좋겠다:3 맞아 난 그렇게 싸우는 상황이 재밌더라...(못돼먹음)
음, 그러려나? 그편이 더 자연스럽게는 하겠다! 그럼 시기는 학기초, 막 선거가 시작되려는 참인거지? 같은 과니까 그럼 같은 테이블이나 옆 테이블에 앉았고, 술게임을 하다 자연스럽게 엮이는 그런 거 보고 싶다 ㅋㅋㅋ 지훈이 주량이나 술주정도 사심으론 매우 보고 싶고...! -
8 지훈주 (9.QYrC/ymY) 2020. 8. 20. 오전 1:46:07>>7 앗! 픽크루였구나! 지금이라도 출저 남겼으면 된 거지! 사람이 살다보면 원래 실수도 할 수 있고 그런거야!! 나도 살면서 얼마나 실수를 많이 하는데! 원래 그렇게 실수도 하고 고치고 살아가는거지!
나도 그런 상황 같은 거 되게 보고 싶은걸! 오해던지 아니면 입장 차이던지 도저히 물러나지 않고 으르렁거리다가 나중에 너무 심한거 아니었나? 싶어서 괜히 후회하기도 하지만 싸운 것 때문에 바로 사과는 못하고 눈치를 보기만 하고 어색한 분위기 흐르고! 물론 나예가 그럴지는 아직 잘 모르겠지만 지훈이는 그럴 것 같네.
적어도 내가 대학 생활을 할 땐 그런 경험은 한 번도 없었거든. 물론 내가 다닌 곳으로 일반화를 할 순 없겠지만! 아무튼 내가 생각한 느낌은 그게 맞아! 선거가 막 시작되려고 하고 이미 후보 등록은 했고 선거 운동도 한창 하는 와중인 상황 있잖아? 술게임을 하다가 자연스럽게 엮이려면 역시 두 명이 벌칙에 걸려서 얼떨결에 동시에 수행하는 느낌이 좋지 않을까? 의리주라던가 그런 거. 나예는 술이 강하지만 지훈이는 그렇게 세진 않아서 어쩌면 술주정이 조금은 나올지도 모르겠네. 아무튼 일단 이런 느낌으로 상황을 잡으면 될까? -
9 나예주 (G.uBh7N0eo) 2020. 8. 20. 오전 2:17:31>>8
꼭 실수하는 날에는 뭘 해도 주르륵 미끄러지더라구...(경험담) 그래도 그렇게 말해줘서 고마워 지훈주!!
약간 그런 싸우는 도중과 후회 중간 중간에 애정이 싹트고 그 때문에 죄책감은 더더 깊어지는 그런..! 거 좋아해.
하긴 나도 애매한 학년인데 갑자기 소개? 하는 경우는 없었으니 어색하다고 느낄만 하다! 한창이라면 열기가 장난 아니겠네. 딱 싸움도 잘 날 시기다! 의리주..ㅋㅋㅋㅋ 벌써부터 재밌어지네. 나예가 갑자기 지훈이 마음에 안 들어서 나예가 한 모금 마시고 넘겨버린다거나... 응응 그러자! 이쯤에서 내가 선레 써올까? 보트를 지훈주가 파줬으니 선레는 내가 맡는게 도리라 생각해서..! -
10 지훈주 (9.QYrC/ymY) 2020. 8. 20. 오전 2:27:42>>9 이미 시작부터 찌릿찌릿 노려보는 징조가 나오고 있구나. ㅋㅋㅋㅋㅋㅋ 그런데 이런 상황 재밌을 것 같아! 사이좋게 지내는 것도 좋지만 가볍게 티격태격하는 분위기도 좋지! 그러다가 정말 갈등 한 번 제대로 터지는 것도 재밌고! 사실 관계라는 것이 이래서 정말 재밌는 것 같아!
앗. 선레를 써준다면 고맙지! 다만 내가 슬슬 자러 가야 해서 답레는 아마 내일 자고 일어난 후에 쓸 수 있을 것 같아! 그러니까 선레는 천천히 써도 괜찮아! 일단 이 레스를 남기고 나는 자러 가볼게! 잘 자! 나예주! -
11 나예주 (G.uBh7N0eo) 2020. 8. 20. 오전 2:40:08>>11 이렇게 잘 맞는다니.. 기쁘다 ㅠㅠㅜㅠ 나도 너무 쭉 좋거나 나쁜 관계보단 갈등이 가미된 변화있는 관계가 제일 좋거든!
응응 많이 늦었으니까. 선레도 여유롭게 써올게 잘자 지훈주!! -
12 나예-지훈 (G.uBh7N0eo) 2020. 8. 20. 오전 3:08:14" 아, 글쎄 간다니까."
나예는 한 손엔 긴 붓을 들고 미간을 찌푸리며 통화에 건성으로 대답했다. 그림 그릴 때 상대가 뭐라 말을 해봤자 집중도 안되고 짜증만 날 뿐이었다. 그녀는 검정 물감이 가득 묻은 긴 붓을 아슬아슬하게 손가락에 걸친 채로 대충 전화를 마쳤다. 무선 이어폰에서 상대방의 목소리가 뚝 끊기자 다시 잔잔한 팝송이 흘러나온다. 그녀는 길고도 투박한 붓을 무게도 없는 양 가볍게 들어 물통에 담궜다. 아지랑이를 그리다가 서서히 짙어지는 그 물색을 멍하니 보는 그녀의 눈동자가 불안하게 움직였다.
" 아야..."
물통에 붓을 담궈둔 그대로 앞치마 주머니를 뒤적여 인공눈물을 꺼내 거울도 없이 똑똑 눈에 떨어트리는 폼이 참 능숙하다. 그녀는 한숨을 길게 내쉬고, 다 저문 해와 까만 자신의 그림을 번갈아 보았다.
" 딱 오늘이었는데."
밤이 되면 오늘이야말로 그림을 완성시킬 수 있을 줄 알았다. 까만 캔버스만큼이나 허우룩한 제 마음을 느끼며 그녀는 끈을 풀러 앞치마를 걸쳐두고 무거운 걸음으로 화방을 나섰다.
~
어두웠던 그녀의 얼굴은 밤바람을 만나자 밝아졌다. 화방을 나오자마자 밝은 그 얼굴로 언제나 그랬듯 신나게 웃으며 아까 선배가 일러준 장소로 향했다. 새내기가 아니라면 다들 알 법한 술집이었다. 장소가 크고 투박하되 음식은 저렴하고 푸짐한, 다들 이모 이모 부르며 옅은 불빛에 취해가는 곳. 선거도 다가올 겸 그쪽 무리가 모인 것이 커져 경영과라면 웬만큼 다 부른 모양이었다. 두루두루 친하고 또 알려진 그녀는 당연하다는 듯 메인 테이블로 앉게 됐다.
" 응. 오랜만. 뭐야, 이런 자리면 당연히 와야지. 사람 모이는 게 얼마나 재밌는데."
그 말을 하는 그녀의 손이 파르르 떨렸다.
" 고마워요. 근데 전 게임 없으면 술 안 마시는 거 알죠?"
술을 따라주는 선배는 그녀의 말을 듣고 눈썹을 치켜 올렸고, 나예는 어깨를 으쓱 올렸다. 메인 테이블에 앉아 있는 부회장 후보,그리고 지훈씨가 눈에 들어오자 그녀는 솜씨 좋은 눈웃음으로 그들을 넘겼다.
' 거슬려.'
#일단 앞부분 분위기 정도로만 가져와 봤어! -
13 지훈 - 나예 (9.QYrC/ymY) 2020. 8. 20. 오전 10:25:50"그냥 안 하면 안 돼? 그냥 학과에서 술 마시러 온 자리에서 왜 그렇게까지 해야 해? 애들도 부담스러울 거라니까."
"야. 넌 친구가 이렇게 밀어주는데 그 호의를 그렇게 몰라주냐? 됐어. 됐어. 나에게만 맡겨! 내가 네가 받을 표를 확 늘려줄테니까! 원래 선거가 다 이런거야! 다 이런 거!"
지훈은 영 내키지 않는지 자신의 친구의 제안에 고개를 저었지만 그의 친구는 그게 무슨 소리냐는 듯이 넉살좋게 웃으면서 자신의 가슴을 손으로 툭툭 쳤다. 총학생회 선거에 나가는 제 친구를 자신이 돕지. 누가 돕겠냐는 듯이 정말 순수한 호의로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역시 그에겐 그리 내키지 않는 행동이었다. 학과에서 단체로 술을 먹는 자리인데 선거 운동을 하기엔 아무래도 영 마음에 걸릴 수밖에 없었다. 애초에 자신도 학과에서 술을 먹는다고 해서 참가했을 뿐, 이곳에서 선거 운동을 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으니까. 거절을 몇 번 하긴 했지만 그럼에도 그의 친구는 자신만 믿으라고 넉살 좋게 이야기했고 지훈은 그 때문에 한숨을 내쉬었다.
"자. 여러분! 술도 좋지만 잠시 여기 주목! 이번에 총학생회 선거에 우리 학과에서 나가는 거 알죠? 여기에 있는 지훈이를 주목! 그래도 같은 과인데 우리가 밀어주고 그래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래야 우리 과과 기도 좀 살고 나중에 자랑거리도 생기는 거고! 지훈이에게 한 표를 줍시다! 여러분!!"
마치 누가 보면 벌써부터 취한 것처럼 시끄럽게 떠드는 자신의 옆에 앉아있는 친구를 바라보며 그는 미간을 꾹 집었다. 어쩌다가 이게 이렇게 된건지. 참으로 답답하다고 생각하며 그는 모르는 척, 제 잔에 담겨있는 술을 천천히 마셨다. 자신과 같이 선거에 나가는 부회장 후보 역시 지금 이 순간은 시끄럽게 떠드는 지훈의 친구를 무시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을 계속 무시할 순 없었기에 그는 일어서서 연설이라도 할 것처럼 말하는 제 친구를 바라보며 자리에서 일어선 후에 그를 앉히려고 했다.
"바, 방금 소개받은 유지훈입니다. 따, 딱히 표는 됐으니까 신경쓰지 말고 술이나 드세요. 술이나. 술자리에 왔으면 술을 먹어야지."
빨리 이 분위기를 무마시키기 위해 그는 저도 모르게 딱딱한 목소리를 냈고 어쩌다보니 정말로 아무래도 좋다는 듯이 목소리를 냈다. 다시 일어서서 뭔가를 이야기하려는 제 친구를 어떻게든 막아내는 와중, 다른 이가 한 명 또 입을 열었다.
"술 게임 하자. 술 게임! 분위기 좀 띄우자! 우리! 뭐할까? 테이블 나눠서 눈치게임 할까? 응?"
뭔가 확 떠 있는 분위기를 바라보며 지훈은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참가하지 말 걸 그랬나? 하지만 이런 자리에 빠지는 건 싫은데. 그래도 자신 때문에 방해되는 것이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어 그는 괜히 테이블을 바라보며 작은 숨소리를 후우 내뱉었다. 그러는 와중 이미 몇몇 테이블은 서로서로 나뉘어서 게임을 시작했고 자신 역시 가만히 있긴 뭐하다고 생각하며 그는 눈앞에 있는 이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넌지시 이야기했다.
"그럼 우리는 우리대로 놉시다. 술게임도 좋고, 다른 것도 좋고."
//일어나서 답레! 설사 새벽 3시에 선레가 써져있을줄은 몰라서 많이 놀랐네. 아무튼 나예는 선거 시작전부터 이미 지훈이에게 큰 좋은 감정이나 그런 것은 없는 셈이구나. 사실 그림 방해 때문에 더욱 그런 것 같지만! 아무튼 선레 고마워! -
14 나예-지훈 (h.SZEZwjSQ) 2020. 8. 20. 오후 9:04:14소란스러운 후보들을 보는 나예의 표정은 답지 않게 차분했다. 물 속에 가라앉은 모래처럼 변화없던 그녀의 표정은 남들이 눈치채기 전에 다시 둥둥 떠오른다.
습관처럼 달고 있는 맑은 미소, 오프숄더 위로 드러난 하얀 어깨를 타고 흐르는 부드럽고 밝은 머릿결. 그 모든 것이 무안토록 그녀의 속 말은 지나치게 시니컬했다. 소주잔 하나를 맨질맨질 만지는 그녀의 손끝이 움찔 멈춘다. 시끄럽게 부산을 떠는 후보를 그녀는 눈길도 주지 않은채 파악한다. 열정적이고 잘 나서며 과를 위한다는 철학을 가지고 있지만 내 사람이 아니다, 내 생각과 다르다, 를 눈치채는 순간 그 물결을 통해 밀어 내겠지. 차마 감추지 못한 적개심이 나와 그녀는 다홍색으로 물들인 입술을 지긋이 깨물었다. 그러나 그 기분은 지훈에 의해 반전됐다. 떠듬떠듬 들려오는 딱히, 필요없으니'까'. 술자리에 왔으면 술을 먹어야지로 화룡정점을 찍는 제 마음에 쏙 드는 말까지. 그녀는 퍽 즐거워졌는지 비집고 나오는 웃음을 삼키며 제 앞의 치킨 한 조각을 입에 넣었다. 그리곤 거칠게 이로 치킨을 산산조각 낸다.
" 아이. 눈치게임은 무슨. 여기 나예가 있잖아! 술게임 하면 나예지! 자 오늘은 뭘로 할까?"
시끌벅적하고 즐겁게 분위기를 잘 띄운다. 보기만 해도 즐거워진다. 행복하게 술을 마신 후엔 무섭게도 끝까지 남아 뒷처리를 보고 다음날 아침 멀끔히 나타난다. 나예를 둘러싼 술자리 소문은 무성했다. 그녀는 호들갑떠는 친구를 보고 얇은 손가락을 뻗어 맥주잔 세 개를 일렬로 세웠다. 그러다 지훈을 은근히 보며 그만 눈치챌 법한 묘하고 또 날카로운 표정을 한다. 여기저기서 콜라와 맥주, 소주를 가져와 조용하지만 섬세한 손짓으로 콜라에서 맥주 또 그 위에 소주를 층층이 쌓는 모습은 환호를 부른다.
' 어떻게 하려나.'
자신이 분위기를 주도하는 모습를 마음에 안 들어할 이들을 향해 눈웃음을 지으며 그녀는 완성된 세 잔의 벌칙주를 가운데로 모았다. 그러고는 능숙하게, 또 갑작스럽지만 어딘가 따라가게 하는 분위기를 자아내며..
" ..신..난다. 재미난다. 더! 게임 오브 데!스!"
빠르게 외치며 손가락으로 누군가를 집는 나예와 눈치 챈 몇명의 호응. 그것이면 충분했다. 이미 시작된 이상 술을 먹기 싫어서라도 참여해야하니.
' 술은 좀 잘 드시나. 예비 회장 부회장님들.'
"칠!"
그녀의 말을 시작으로 손가락이 여기저기 옮겨가기 시작했다. 육, 오, 사...
#다이스로 누가 지목됐는지 정하는 것도 재밌겠다! 판단은 지훈주에게 맡길게:D -
15 지훈주 (9.QYrC/ymY) 2020. 8. 20. 오후 9:23:42이건 답레를 쓰기 전에 미리 다이스를 굴리는 것이 좋겠지!
.dice 1 3. = 1
1.지훈
2.나예
3.아까 전에 시끄럽게 떠들던 지훈의 친구 -
16 지훈 - 나예 (9.QYrC/ymY) 2020. 8. 20. 오후 9:35:10술게임 하면 나예지! 라고 이야기를 하는 그녀의 모습이 유독 그의 눈에 들어왔다. 이런 술자리에 꼭 한 명씩 존재하는 분위기를 띄우면서 이런 술자리를 즐기는 존재. 현 시점에서 그의 눈에 비친 그녀의 이미지는 그랬다. 사실 같은 과 후배라고 하더라도 모든 이를 다 아는 것은 아니었다. 특별히 친하게 지내는 후배를 제외하면 결국 같은 과 선후배라고 하더라도 그냥 같은 과에 다니는 잘 모르는 사이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저런 적극적이고 남들과 잘 섞이는 이를 그는 딱히 싫어하지 않았다. 물론 너무 심하게 오버하는 성격이라면 얘기가 다르겠지만 적어도 현 시점 그녀의 모습은 그저 이런 자리에 잘 어울리고 신나게 노는 이에 지나지 않았으니까.
그 와중에 자신을 향하는 것 같은 날카로운 표정을 바라보며 그는 살짝 인상을 주었다. 제 얼굴에 뭐가 묻었나 싶어 괜히 손을 올려 얼굴을 닦아보지만 얼굴에 묻은 뭔가는 없었다. 기분 탓인가. 그렇게 넘기는 와중 벌칙주를 완성하는 모습에 그는 살짝 굳은 표정을 지었다. 저거 엄청 센 거 아닌가? 물론 그리 센 술은 아닐지도 모르지만 그의 눈에는 그 어떤 폭탄주보다 위험한 모습으로 그의 눈빛에 담겼다.
시작된 게임 속에서 손가락을 위로 올리며 숫자가 줄어드는 것을 바라보다 마지막 숫자가 자신을 향하는 것에 그는 순간 굳은 표정을 지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그의 옆에 앉아있던, 방금 표를 구걸하던 그의 친구가 크게 박수를 치면서 환호성을 질렀다.
"와! 우리 지훈이가 딱 걸리네? 선거 붙으려고 그러는가보다!! 마셔라! 마셔라! 마셔라! 마셔라! 아. 못 마실 것 같으면 흑기사하던지! 술도 별로 안 강하잖아. 너."
"누, 누가 흑기사를 해?! 아무리 그래도 이것도 못 마실 것 같아?! 마, 마실 수 있어!"
일부러 강한 척, 그렇게 허세를 부리듯 목소리에 잔뜩 힘을 주며 그는 완성된 벌칙주 중 하나를 잡고 단번에 벌컥벌컥 삼켰다. 맛을 느낄 생각 따윈 없이 그저 빠르게 목 속으로 넘겨서 잔을 비우는 것만이 그의 현 목표였다. 소맥에 탄산이 섞여 괜히 더 튀는 맛이 위험하다고 느끼지만 굳이 원 샷으로 잔을 모두 비워버린 후, 그는 잔을 텅텅 비웠다는 것을 증명하듯 잔을 거꾸로 하고 몇 번 흔든 후에 다시 잔을 내려놓았다. 벌칙주를 한 번에 벌컥벌컥 마신 영향인지 그의 뺨이 살짝 붉게 달아오르고 있었다.
"하, 한 번 더! 방금 전의 그거! 내가 정하는 거 맞지? 신난다! 재미난다! 더! 게임 오브 데! 스! 팔!"
이어 그는 방금 전 그녀가 했던 게임을 한 번 더 시도를 하면서 손가락을 앞으로 뻗었다. 이번엔 또 누가 걸릴런지. 그저 자신만 걸리지 않길 바랄 뿐이었다.
//처음부터 지훈이가 이렇게 마셔버리다니. 여기서 또 지훈이가 마셔버리면 어찌 될까 싶지만 판단은 나예주에게 맡길게! -
17 나예주 ◆5wvLxdlKW. (G.uBh7N0eo) 2020. 8. 20. 오후 9:52:56>>16
아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예주 죽어요 ㅠㅠㅜㅜ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지훈이 왜 개그캐가 된거야ㅠㅠㅠㅠ 할 일을 못 마쳐서 답레는 좀 이따 쓸 것 같은데 지훈이 세계최강 귀엽다고 꼭 말하고 싶었다... 세상에 딱 걸리는 것도 그렇고 오죽하면 지훈주가아까 시끄럽게 떠들던 지훈의 친구. 라고 쓴 것 마저 웃겨 죽어,,ㅋㅋㅋㅋㅋ
진짜 미치겠네. 나예가 괜히 지훈이 괴롭히는 거 같아서 마음이 아프지만.. 나예주는 너무 즐겁다 (악마?) -
18 지훈주 (9.QYrC/ymY) 2020. 8. 20. 오후 10:01:59>>17 다이스가 지훈이를 콕 찝어버린 시점에서 어쩔 수 없는 거지! 일단 술이 강한 것은 아니긴 해도 차마 물러설 수 없어서 마시긴 했지만 그래도 아직은 좀 더 버틸 수 있을거야! 아무리 그래도 한두 잔 먹고 바로 쓰러질 정도로 약한 것은 아니니까.
아무튼 답레는 편할 때 얼마든지 올려도 괜찮으니까 널널하게 해 줘! 동접일 때 빠르게 핑퐁하는 것보다는 그냥 현생 맞춰가면서 핑퐁하는 것이 좋으니까!
그리고 나예도 뭔가 아직 속을 알 수 없는 모습이 되게 신비한 느낌이야. 겉은 상당히 발랄한 것 같지만 그 속은 뭔가 깊은 안개 속에 덮여있어서 아직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그런 느낌 있잖아? 그래서 괜히 더 궁금해져! -
19 나예주 ◆5wvLxdlKW. (1JNwxrT4so) 2020. 8. 21. 오후 9:24:56>>18 핫.. 그치만 실상은 별거 없을 지도 몰라 ㅋㅋㅋㅋㅋ 기대에 부응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나저나 금요일이야!!! 금요일 밤!!!! 집!! 평온!! 나가지 않을거야! 침대에 붙을거야 (방방)
맞다 다이스..
.dice 1 10. = 2
7,8이 나오면 나예!
1이나 10이 나오면 지훈씨
그외는 제3자! -
20 지훈주 (ehhbA6TbDU) 2020. 8. 21. 오후 9:34:25>>19 너무 부담 가지는 발언을 한 것이 아닐까 걱정이네. 저렇게 말을 했지만 너무 부담가지지 말고 그냥 편한대로 굴렸으면 해! 놀이는 즐거워야 재밌는 법이야!
맞아! 오늘은 금요일이지! 그래서 나도 지금은 집에서 쉬는 중이야. 물론 당분간은 별 일이 없을 것 같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아. 맞아. 경우에 따라선 일요일은 접속이 힘들지도 몰라. 시골에 내려가야 할 수도 있어서!
아무튼 제 3자로구나! 여기서 지훈이가 걸렸으면 더 재밌었을 것 같지만 다이스의 값은 절대적이니까! (진짜 나쁨) -
21 나예-지훈 (1JNwxrT4so) 2020. 8. 21. 오후 9:41:22나예는 주변 이들이 움직이며 어깨가 부딪히는 것을 은근히 피하며 아지랑이가 피듯 섞이는 벌칙주를 바라보았다.
'오늘은 층이 좀 덜 나뉜 것 같아. 불길해.'
"와..."
지훈을 가리키는 손가락이 올라가는 걸 보며 그녀는 엷게 미소지었다. 지훈에 관한 감정과는 별개로 자신이 만든 술을 남에게 먹이는 것은 꽤 보람찬 일이었다. 맛있을 거예요, 하고 속말을 삼키며 그녀는 흑기사라는 말에 머리를 베베 꼰다. 처음부터 재미없게 흑기사를 쓴다면 좀 그럴 거라는 생각과, 그에게 꼭 술을 먹이고 싶은 이상한 고집이 자라났다.
" 박수!!"
지훈을 알지도 못하고 가까운 거리에 있는 것도 아닌데 그녀는 사람 좋은 웃음과 취기에 묻힌 사람들 속에서 은밀하게 호응을 유도했다. 술자리란 그렇다. 그녀의 손바닥이 느리게 부딪혔고 금세 주위로 퍼져나갔다. 다른 이들이 한창 박수를 칠 때 그녀는 손에 묻은 까만 물감을 바라보다 옆의 물티슈에 그것을 죽- 닦아냈다.
마실 수 있다며 눈에 보이는 허세를 부리는 그는 첫인상의 조금은 까슬해 보이던 인상과 전혀 달랐다. 아까도 느꼈지만 조금은... 나예는 술이 비는 걸 보고 눈을 점점 가늘게 떴다. 그가 바로 게임을 이어가려 함에 따라 그녀의 낯빛은 조금씩 어두워진다. 지훈이 곧바로 게임을 시작하자 그녀는 입모양을 뻐끔이며 분위기를 맞췄다. 8... 8이라. 손가락은 제 근처의 친구를 끝으로 숫자를 마쳤고 친구는 기꺼이, 심지어 즐거워하는 얼굴로 술을 비웠다.
남은 벌칙주는 한 잔. 그 친구가 다시 게임을 시작하고 분위기가 무르익어 가는 도중, 그녀는 그의 빨간 얼굴을 마주하며 티끌없이 환한 얼굴로 웃었다. 아직 술 한 모금도 넘기지 않은 그녀가 물을 한 잔 따라 그에게 건네는 그 말짱한 모습이 얄밉기까지 하다.
"맛있었어요?"
차가운 물방울이 남은 손을 가볍게 털며 그녀는 말을 건넸다. 집요한 눈길로 그를 따라가며 그녀는 그의 빨간 얼굴을 마주하며 웃었다. 점점 그를 알고 싶어졌다. 까만 머리에 까만 눈, 순수해보이기도, 못돼 보이기도 하고. 이상했다. 그녀를 싫어하는 사람은 부회장인데 이 사람이 더 미운 것이.
#지훈이랑 첫 대화를 시도했다.. 떨려..!! -
22 나예주 ◆5wvLxdlKW. (1JNwxrT4so) 2020. 8. 21. 오후 9:44:12>>20 동접이다! 지훈주도 집에서 쉬는 중이라니 축하해! 집에서 쉰다는 건 정말 축하받아야 할 일인 것 같아..(오늘 텐션 높음)(호들갑)
시골 부럽다. 안 내려간지 오래돼서 왠지 그립고 그러네. 간 김에 건강한 거 많이 먹고 와! 시골하면 배터지게 먹고 먹다보면 또 과일이 잔뜩 나오고 그런거 아니겠어? 미리 말해줘서 고마워:D 그럼 일요일엔 나예 티엠아이나 좀 준비해 보거나 짤막한 잡담을 풀고 가야겠다. -
23 지훈 - 나예 (ehhbA6TbDU) 2020. 8. 21. 오후 10:06:22이번에 자신이 걸리지 않은 것만으로도 그는 만족하기로 했다. 취한 것은 아니나 술기운이 올라오자 그는 괜히 얼굴이 뜨겁다고 생각하며 손으로 부채질을 하면서 열기를 식히려 했다. 저 남은 벌칙주는 누가 먹게 될까. 일단 자신만 아니길 바라면서 또 다시 손으로 부채질을 하는 도중 자신을 바라보면서 웃는 나예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녀가 물을 한 잔 따라서 자신에게 내밀자 그는 가만히 바라보다 컵을 받아든 후에 고맙다는 짧은 인사를 하며 물을 천천히 마시며 몸의 열기를 없애려 했다. 그 특유의 기운이 마음에 들지 않아 표정을 찌푸리면서 그는 다시 물을 한 모금 더 삼키면서 물이 반 정도 남아있는 컵을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못 먹을 정도는 아니네요. 자주 만드나봐요? 이런 술."
왜 이리 집요하게 바라봐? 그런 의문을 품으며 그 역시 그녀를 덩달아 바라봤다. 저 웃는 모습이 묘하게 얄밉게 그의 눈에 비쳐졌다. 따지고 보면 자신이 술을 먹은 것도 그녀 때문이 아니던가. 물론 그렇다고 그녀에게 책임을 온전히 돌릴 수는 없었다. 그녀가 일부러 자신을 저격한 것도 아닐테니까. 애초에 자신이 운이 없는 게 문제인데 누굴 탓할 수 있을까? 쓴 한숨을 목구멍 속으로 강하게 삼키며 앞을 바라보며 그는 그녀를 조금 더 빤히 바라봤다.
"아까도 말했지만 표 같은 거 딱히 여기서 달라고 할 마음은 없으니 저 녀석이 한 말은 신경 쓰지 마세요. 이런 술자리에서 표를 구걸해봐야 괜히 이상하기만 하고. 그렇게해서 이기는 것도 자존심 상하고."
같은 과니까 당연히 표를 보내줘야 한다. 그것이 그는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물론 표를 준다면 선거에 나간 입장에서 좋긴 했지만 그렇다고 그렇게까지 표를 받고 싶은 건 아니었다. 투표란 자고로 자신의 마음에 드는 이를 뽑아야 의미가 있지 않던가. 자신은 이런 지연, 혈연을 이용해서 당선되고 싶지 않았기에 괜히 목소리에 힘을 더 꽉 주면서 고개를 젓다가 헛기침 소리를 두 번 내며 다시 물 컵 안의 물을 벌컥벌컥 마시고 잔을 내려놓았다.
그의 눈동자가 분위기가 무르익는 와중에 벌칙주를 마시는 다른 이 한 명으로 향했다. 자신 이외에는 잘 마시는 것 같아 그는 괜히 아랫입술을 가볍게 깨물었다. 마치 자신만 제대로 못 마시는 것 같았기에 조금 자존심이 상해서일까? 아니면 그냥 고집이 생긴 것일까? 그는 그녀를 바라보며 물었다.
"방금 전 술. 비율이 어떻게 되는지 가르쳐줄 수 있어요? 별 건 아니고 한 잔 더 마셔볼까 해서요. 아까전엔 벌칙주라서 너무 빠르게 먹다보니까... 맛을 잘 못 느낀 것 같아서."
참으로 말도 안되는 소리였지만, 그럼에도 자신도 잘 마시는 모습을 다른 이들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말은 꺼내지 못했기에 그는 그런 변명이라도 주절거렸다. 실제로 자신 빼고는 얼굴도 그다지 안 빨간 것 같고, 너무 잘 마시는 것 같았으니까. 깊게 보면 쓸데없는 고집이었다. 결국 그가 좋아하는 것은 술이 아니라 생과일 주스였으니까.
//보통 이 시간엔 쉬는 편이야! 물론 가끔 일이 있으면 못 쉬고 다른 거 할 때도 있지만! 아무튼 좋은 일로 내려가는 건 아니고 조금 일이 있어서 내려가는 거지만... 그래도 경치는 좋으니까! 사실 내려갈지는 잘 모르겠어. 나는 안 가도 된다는 말도 있고 그래서. 그래도 혹시 내려가면 내려가기 전에 연락 정도는 남겨둘게! -
24 지훈주 (E0XuLfiJ2M) 2020. 8. 22. 오후 12:51:11지훈주 갱신할게! 원래 내일 갈 줄 알았던 시골을 갑자기 오늘 가게 되었네. 1박을 할 예정이라서 아마 내일 돌아올 것 같아. 갑자기 왜 이리 일정이 변하는지 모르겠네.
아무튼 오늘 하루 잘 보내고 답레 남겨두면 갔다와서 나도 이을게!! 내일 보자! 나예주! -
25 나예-지훈 (CDY40WSVSs) 2020. 8. 22. 오후 7:12:58" 평가가 박하시네."
그녀는 입밖으로 나온 제 말에 놀라 몸이 굳고 말았다. 적의를 너무 대놓고 드러내버렸다. 딱딱하게 튀어나온 말에 당황한 기색은 당연히 속으로 감췄고, 입가에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어보지만 눈은 웃지 않는다. 자꾸만 앞으로 넘어오는 부드럽고 얇은, 금실같은 머리를 손가락으로 젖히며 그녀는 그의 시선을 받아냈다. 이미 자신이 마음에 안 들었는지 불편한 기색을 보이는 그를 머리부터 훑어내는 그녀는 꽤 즐거워 보인다. 즐거움와 적개심이 공존하게 하는 사람이다.
" 승부욕이 없는 편인가봐요. 지는 것도 자존심 상하지 않겠어요?"
꽤 정중한 투로 말하는 그녀는 어느새 허리를 곧게 세우고 반듯하게 앉아 있었다. 시끄러운 분위기에 맞춰 대충 호응을 하는 걸 잊지 않고 분위기를 띄우며, 그녀는 그가 있는 방향으로 의자를 조금 끌어 다가선다.
" 정성들여 만 건데 후루룩 넘겨버려서 아쉬웠어요. 비율... 12.7대 3.2대 2.8이요."
진지하게 소수점까지 붙이던 그녀가 대번 큰 웃음을 터뜨리며 테이블을 잡는다. 장난 장난.
" 밑에서부터 콜라, 맥주, 소주를 쌓는 거예요. 1대 2대 1 비율로 한다고 생각하고. 그치만 꼭 칼처럼 안 맞춰도 돼요. 중요한 건 정성이니까."
베시시 눈웃음을 접는 그녀의 속눈썹이 파르르 떨리며 눈밑에 짙은 그림자를 드리웠다. 맥주잔 가져와 잔을 기울여 조심스럽게 고진감래주를 완성한 그녀는 그것을 그에게 쭉 밀어내고 빈 잔과 나머지 병들도 밀어준다.
" 저도 한 잔 말아줘요."
색의 조합을 아름답다는 듯 바라보며 그녀는 꽤 몽환적인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다. 아까까지 붙어있던 무릎을 떼어내 다리를 꼬아 앉자 슬렉스가 올라가며 발목의 타투가 드러났다.
" 아, 여긴 패스하고 진행해줘."
웅성거리며 어깨동무를 하고 나예에게 다음 술게임을 이어가자 재촉하는 친구들을 손을 내저어 내치며, 그녀는 잔에 눈을 고정한채 차분하게 그가 술을 말기를 기다렸다. 한번 정도는 이 사람과 대화해보고 싶었다.
#>>24 여긴 비가 많이 오는데 지훈주 쪽은 괜찮을까 모르겠네.. 일 잘 보길 바랄게:D 답레는 천천히 줘! -
26 지훈주 (odxhbXgwZo) 2020. 8. 22. 오후 7:40:50원래는 답레를 쓰면서 레스를 쓰는 스타일이긴 한데 나예의 짖궂음이 엄청 귀여워서 안 쓸 수가 없었어. 그리 좋게 보지 않는 것이 눈에 보이는데 그럼에도 귀여운 느낌? 그러면서도 성숙한 느낌?
처음부터 이런 적이 거의 없었는데... 너무 위험한 캐릭터를 만나버린 모양이야. 아무튼 답레는 내일 올릴게! 좋은 하루 보내길 바라! 추신으로 여긴 비는 안 와! -
27 나예주 (CDY40WSVSs) 2020. 8. 22. 오후 9:11:35>>26 약간 미운정? 루트를 노리고 있어 ㅋㅋㅋㅋ 사실 지훈이를 밉게 보고 싶어하지만 진짜 속으로는 미워하지 않는 느낌? 귀엽고 성숙하다니 최고의 칭찬이다 ㅠㅜ 고마워! 비 안 온다니 부러워라.. 지훈주도 남은 하루 잘 보내고 내일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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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나예주 (6RrkK5Qq0.) 2020. 8. 23. 오후 6:32:21생각난 김에 갱신! 보트가 너무 밑으로 갈까봐 띄워두는 거니 답레는 느긋하게 주길 바라!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 지훈주.. 라고 하기엔 하루가 다 지나고 레스를 쓰는 것 같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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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지훈 - 나예 (cxYIKmW/.M) 2020. 8. 23. 오후 8:26:21"이런 술자리에서 구걸해서 표를 얻어서 구차하게 이기는 것보단 훨씬 낫죠."
정중한 말이긴 하지만 묘하게 자신의 태도를 비꼬는 것 같은 말투에 그는 일부러 목소리에 힘을 주었다. 물론 이런 것도 선거운동의 일환일지도 모르지만 과 술자리에서 같은 과라고 밀어달라고 요청하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그의 기준에선 너무 구차한 행동이었다. 선거에서 이기고 싶지만 그렇게까지 하고 싶진 않다는 이중적인 마음이 마음 속 천칭을 흔드는 것을 그는 애써 모른 척 했다. 지면 어떤가. 그냥 하루 죽어라 술을 마시고 잊어버리면 될 일이었다. 물론 그게 정말 하루로 끝날진 스스로도 알 길이 없었지만.
12.7대 3.2대 2.8. 그녀가 말하는 비율에 그는 순간 당황하며 두 눈을 크게 동그랗게 떴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런 비율은 아니지 않았나 싶어서 비어있는 잔들을 바라보며 그는 방금 어디까지 차 있었는지를 떠올리다 곧 장난이라는 말에 빤히 그녀를 바라봤다. 정말 짓궂은 사람이었다. 자신이 이렇게 당황하는 모습을 보려고 한 것일까? 괜히 분한 마음이 들어 그는 당황하지 않은 척,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으며 콜라, 맥주, 소주를 섞어 술을 만드는 그녀의 모습을 바라봤다. 1:2:1. 그녀가 따랐던 눈금을 눈여겨보다 자신에게 말아달라는 그녀의 요청에 그는 아무런 말 없이 그녀가 했던 것과 비슷하게 하면서 술을 말아서 잔을 채웠다.
"건배라도 하시게요?"
자신에게 말아주는 것은 둘째치고 말아줄 것을 요청하는 그녀의 말과 행동에 그는 나름 추측을 하며 잔을 가만히 잡았다. 침을 꿀꺽. 방금 은근히 강한 것 같던데. 이것을 마시고 자신이 괜찮을지 조금 걱정이 되지만 여기서 약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뭔가 싫었기에 그는 애써 허세를 부리듯 강한 표정을 지었다. 마치 아무렇지도 않은 척, 태연한 척. 티가 다 날지도 모르는 그런 표정을 지으면서 자신의 자존심을 애써 지키려는 듯, 그런 행동을 하며 그는 그녀를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건배할 거면 잔 들어주세요. 이번엔 맛을 느낄 거니까 저는 원 샷을 안 할 거지만, 그쪽은 얼마든지 편한대로."
거짓말이었다. 맛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한 번에 쭈욱 들이키면 자신의 얼굴이 더욱 붉게 물들까 불안했지만 애써 그는 그것을 표현하려 하지 않았다. 묘하게 자신의 행동을 비꼬는 것 같기도 하고, 마냥 그런 것은 아닌 것 같아서 헤깔리는 그녀에게 괜히 이런저런 모습을 보여서 좋을 것은 없을 것 같았으니까. 마냥 싫은 느낌은 아니었지만 이상하게 얄미운 이였다. 그냥 같은 과 후배라는 것 이외에는 잘 아는 것이 없는 그 여성에게서 시선을 조금도 피하지 않다가 그는 그녀에게 별 의미없는 물음을 던졌다.
"과에서 꽤 친한 이들이 많은가봐요? 보니까 계속 찾는 것 같은데. 다른 애들과 안 놀아도 괜찮아요?"
//생각보다 늦게 집에 와서 이제야 답레를 올린다! 갱신! 아무튼 나는 나름 좋은 하루를 보냈어! 조금 피곤하긴 하지만 죽을 정도는 아니야! 나예주는 잘 지냈을지 모르겠네! -
30 나예-지훈 (ON0DmUaZ.Y) 2020. 8. 24. 오전 12:38:13단호하게 말하는 그를 바라보며 그녀는 맑은 눈동자를 빛내보일 뿐이었다. 순진하면서 맹랑한 그 얼굴로 그녀는 그를 담담히 응시했다.
" 반응이 느려요."
이미 한번 골탕 먹은 그를 가차없이 또 한번 놀리다가 그녀는 찰나의 순간 생각에 잠긴다. 그를 싫어했던 것 같은데.. 대화를 나누는 거 자체는 퍽 좋았다. 반응이 느리고, 그렇지만 확실하게 반응하고, 또 그것이 자존심 상하는지 태연하게 돌아오는 게 눈치빠른 그녀의 눈으로는 제법 훤히 보여서 재밌는 상대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호감이 간다든가 하는 것은 절대로 아니었다. 오히려 이런 감정이 드는 자신과 그에게 화가 났다.
" 에이 여기 제대로 안 나뉜 거 같은데."
그가 잠자코 술을 말아주자 다시 태클을 걸며 그녀는 밝게 웃었다. 원래 겉과 속이 다른 사람이었다. 자신은. 싫어하는 사람이 생겨도 그녀는 웃고, 근처에 머물며, 관찰했다. 그리고 서서히 밀어내는 것이다. 조금씩 조금씩 망하도록. 그리고 후에 다시 돌아보면 그것이 저 때문임을 깨닫고 분노하도록.
" 좋죠."
잔을 들어 애매하게 부딪히자, 잔에선 볼품없는 둔탁한 소리가 난다. 술에 취해 흥겹게 잔을 부딪힐 때의 그 맑고 깨질듯한 소리는 아니었다. 편한대로 하라는 그 말에 그녀는 느린 행동으로 잔을 입에 가져갔다. '아까보니까 술에 꽤 약한 것 같던데.' 그렇다고 해서 봐줄 생각은 없었다. 고개를 들며 허리를 세운 그녀의 눈이 반쯤 감기며 마치 그를 내려보듯 은근하게 변했다. 그러나 시선은 애매하게 잔 속의 술만 바라볼 뿐. 쓴 소주로 시작해 맥주의 탄산이 느껴졌고 그 이후 달콤한 콜라의 맛만 남았다. 자신의 인생도 그러하길 그녀는 바랐다.
" 아뇨. 별로 안 친해요. 그냥 인사만 하고 뭐.. 알음 알음?"
사실이었다. 겉으로만 친할 뿐. 사람 좋게 웃고, 순수한 표정을 하는 그녀를 잘 알지 못하는 이들에게 그녀는 아는척하기 딱 좋았다. 외모도 나름 호감을 주는 쪽이겠다. 공부도 잘하는데 친절하기까지. 말을 걸면 웃어주고, 반응해주고, 또 도움이 필요하면 도와주고. 필요할 때 찾기 딱 좋은 그런 사람이었다.
" 저랑 놀아주기 싫어요?"
가벼운 투로 말꼬리를 늘리며 그녀는 웃음지었다. 이미 둘을 제외하고는 술판이 한창. 둘만 조용히 대화를 나누는 것은 이상해 보일지도 몰랐다. 가만히 그의 얼굴을 바라보던 그녀가 아예 자리에서 일어나 이미 제멋대로 앉아서 비어있던 그의 옆자리로 옮겨갔다. 물론 변명은 해둬야지. 옆에 앉았던 친구가 헛구역질 하는 것을 경멸하는 눈으로 보며, " 이 옷 새거거든!?" 하고 핀잔을 주곤 그녀를 피한 것처럼 자연스럽게 그의 옆자리로 옮긴 것이다. 오해받을 일은 만들기 싫으니까. 그저 그를 극한까지 놀리고 싶은 마음만 샘솟는다. '어떻게 하면 더 당황할래요?'
#뭔가.. 좀 안 좋은 상황을 만들고 티격태격하고 싶지만 지훈이..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야.. 나예주 혼돈..ㅋㅋㅋㅋㅋㅋ 그래도 나중에 여차저차 일도 생기고 투표날에 빵빵 일이 터질테니 벌써부터 과하게 싸우거나 하지 않아도 되겠지! 일단 흘러가는 대로 나예에게 맡기겠어! 집에 늦게 왔다니 피곤했겠네.. ㅠㅜㅠ 나는 하루종일 집에만 있었어. 나가고 싶긴 한데 코로나 때문에 일단 집에서 배달 음식으로 연명하는 중이야.. 엉엉. -
31 지훈 - 나예 (.dwj/6Ma5Q) 2020. 8. 24. 오전 8:52:34반응이 느리다. 제대로 나뉘지 않은 것 같다. 트집을 잡는 목소리에 그는 표정을 살짝 찌푸렸다. 지금 자신을 공격하는건지, 아니면 그저 단순히 짓궂게 장난을 걸어오는 건지. 자신과 그녀가 그 정도로 가까운 사이는 아니었기에 그건 그거대로 곤란한 일이라고 생각하며 그는 그녀의 잔에 자신의 잔을 가볍게 부딪혔다. 잔 너머로 비치는 그녀를 도저히 파악할 수 없다는 듯이 그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굳이 따지자면 싫거나 꺼려지는 것은 아니지만, 뭔가 가까이 하기는 또 애매한 스타일이었다. 물론 술기운 때문에 그렇게 느껴지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지금의 그는 그렇게 생각했다. 건배. 짧게 말을 이으며 그는 그 내용물을 일부러 천천히 마셨다. 또 급하게 마셨다가 아쉽니 뭐니 그런 소리를 듣고 싶진 않았으니까. 쓴 탄산 속에서 달콤함이 녹아내리는 느낌. 그리 좋아하는 맛은 아니었다. 물론 술 특유의 분위기와 맛은 나긴 하지만 역시 조금 강한 느낌이 입 속을 채우는 것이 그리 마음에 들지 않지만 그래도 애써 티를 내지 않으며 그는 가볍게 세 번 끊어 마시면서 잔을 완전히 비웠다. 훅 올라오는 술 기운을 애써 가라앉히려는 듯, 그는 손으로 부채질을 하면서 의자에 조금 더 편하게 기댔다.
"나쁘지 않은 맛이네요. 나쁘지 않은 맛이야. 네. 나쁘지 않긴 한데, 그래도 조금 탄산이 강한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흐음."
그의 목소리가 조금 늘어지는 톤으로 바뀌었다. 폭탄주를 두 번 연달아 마셨으니 술이 그리 강하지 않은 그로서는 어쩔 수 없는 것일까. 그래도 정신줄을 놓지 않기 위해 손을 올려 가볍게 제 뺨을 톡톡 치던 와중 들려오는 말에 그는 의외라는 듯이 그녀를 바라봤다. 친하지 않다니. 그냥 분위기를 띄우기 좋아하는 것 뿐일까. 역시 더욱 알 수 없다고 생각하는 와중 갑자기 들려오는 짓궂은 그녀의 말에 그는 멍하니 그녀를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그, 그런 의미가 아니라 다른 이들이 불렀는데 패스를 해서 물은 거예요. 그거야. 진짜 그거 뿐이야. 정말로 그거 뿐이에요."
술 기운이 녹아드는 사람은 같은 말을 반복한다고 했던가. 괜히 그렇게 강요하듯 말을 하며 그는 다시 꾸욱 정신줄을 잡으려는 듯, 근처에 있는 물을 천천히 마시면서 제 목을 채웠다. 한편, 자신의 옆자리로 그녀가 이동해오자 그는 살짝 당황하며 몸을 옆으로 치웠다. 그래도 나름 앉을 자리를 만들어주려는 듯, 옆 사람에게 조금 더 달라붙으며 그는 괜히 앞만 바라보며 다시 물을 벌컥벌컥 마셨다. 이어 괜히 손으로 부채질을 더 하면서 그는 힐끔 그녀를 바라봤다가 다시 앞을 바라보며 방금 헛구역질을 한 여성을 가리키며 이야기했다.
"저기. 여기서 구토하거나 하면 안 되니까 주변 사람들. 화장실이라도 좀 데려가세요. 우리가 다 치워야하잖아. 술 더 먹지 말고. 응. 더 먹으면 안 돼. 구토하는 거 몸에 안 좋으니까. 그래."
특유의 늘어진 목소리를 내면서 정신줄을 다시 한 번 꽉 잡은 후에 그는 그렇게 헛구역질을 한 여성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며 헛기침 소리를 여러 번 내면서 다시 그녀를 바라봤다.
"그래서 저와 뭘 하고 놀고 싶어서 일부러 술 게임에서 빠지고 건배까지 하는 거예요? 아니. 우리 사실상 거의 이렇게 말 나누는 것은 처음인 것 같은데. 그렇지 않던가? 아닌가. 있었나. 기억 못한다면 죄송하긴 한데 지금 기억이 애매해서. 있다면 오 초만. 아니. 일 분 만."
//사실 안 좋은 일을 만들어보려고 해도 타이밍이 안 나오는 것 같아. ㅋㅋㅋㅋㅋㅋ 사실 부회장 후보를 여기서 보내서 시비를 걸어볼까 했지만 그러면 백프로 지훈이가 말릴 것 같기도 하고 주변 사람들도 난리가 날 것 같아서 부회장 후보는 다음에 내보내는 것으로!
사실 돌리면서 느낀 거지만 둘의 티격태격은 뭔가 진짜 심각한 사안이나 서로의 입장이 충돌하는 것이 아니면 티키타카 수준이 아닐까 싶어. 그건 그거대로 재밌지만! 동아리 회장과 총학생회 회장으로서 양보할 수 없는 것이 충돌할 때 정말로 두 사람이 서로 엄청 치열할 것 같거든. 아무튼 나 역시 흘러가는대로 지훈이에게 맡기는 중이야!
어제는 확실히 피곤해서 그런지 생각보다 빨리 잠들었어. 그래서 답레를 이제야 올리네. 오늘 하루도 좋은 하루 되길 바라! -
32 지훈주 (sOyYNrEaBY) 2020. 8. 25. 오전 1:10:04너무 아래로 내려간 것 같아서 살짝 띄울게! 오늘 하루도 고생 많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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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나예주 (zDH0kVnXZM) 2020. 8. 25. 오후 3:39:38>>32 고마워! 어제 너무 지쳤었다.. 오늘 밤? 정도에 답레 이을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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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지훈주 (sOyYNrEaBY) 2020. 8. 25. 오후 4:25:16세상에. 어제는 힘든 일이 많았나보구나! 그럴땐 푹 쉬는게 낫지! 답레는 얼마든지 편할 때 이어주면 되니까 답레보다는 오늘 하루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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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나예주 (zDH0kVnXZM) 2020. 8. 25. 오후 5:04:13>>34 고마워! 지훈주가 막 파이팅! 고생했어 해줄 때마다 힐링받는 기분이야.. 응응 지훈주도 오늘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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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지훈주 (sOyYNrEaBY) 2020. 8. 25. 오후 5:15:31>>35 무슨 특별한 말을 한 것은 아닌걸! 일단 난 오늘 하루 일정은 끝이 나서 푹 쉬는 중이야! 이런저런 사건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아이디어를 짜보고 있는 중이기도 하고!
역시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부회장 캐릭터를 이용해서 살살 지훈이에게 이간질을 가하는 모습이 아닐까 싶긴 한데 혹시 나예가 정말로 싫어하는, 진짜 싫어하는, 상종하기도 싫어하는 인간상이 어떤지 물어도 괜찮을까? 그런 특성을 부회장 캐릭터에게 한번 넣어볼까 생각 중이거든. 그런 이의 말을 들고 나예를 안 좋게 바라보면 나예 쪽에서도 오해를 쌓기 쉽지 않을까 싶긴 한데 나예주 생각은 어떤지 물어도 될까? 대답은 나중에 편할 때 해줘도 괜찮아. -
37 나예주 (z8QbfXFlzo) 2020. 8. 25. 오후 6:44:12>>36 그래도 사소하지만 누군가 고생했어 막 이런말 해주는게 요즘엔 소중하더라구..ㅋㅋㅋㅋㅋ
상종하기도 싫어하는 ㅋㅋㅋㅋㅋ 부회장을 얼마나 끔찍하게 만들셈이야 지훈주 ㅋㅋㅋㅋ 음음, 일단 나예는 시트에 정의 이런 단어가 등장하는 만큼 기본적으로 약자, 노인이나 아기, 동물 등을 함부로 대하는 강약약강 성격이랑 의리없고 지나치게 이해타산적인 성격도 어마어마하게 싫어해! 이익 추구하느라 누구 배신하고 그런거! 부회장이 그런 성격이라면 나예랑 함께 미워할 각오가 되어 있다..ㅎㅎ
지훈이가 싫어하는 성격도 간단히 예시 줄 수 있을까? 사이 악화를 위해 나예랑 사이 안 좋은 친구 A를 만들어낼까 해서! -
38 지훈주 (sOyYNrEaBY) 2020. 8. 25. 오후 7:15:30>>37 사실 그렇게 말해도 그것을 다 살릴지는 모르는걸! 아무튼 나예는 저런 성격을 정말로 싫어하는구나. 일단 내가 잡은 부회장 성격은 진짜 철저하게 능력주의 엘리트 계열의 아이라서 성과를 내지 못하는 이는 철저하게 밀어내려는 성향이 있거든. 그래서 스펙 향상이나 그런 것에 도움을 주지 못하는 동아리들을 싹 정리하려고 하는 거고. 지훈이와의 차이가 있다면 지훈이는 많은 이의 이익을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생기는 희생을 부정하지 않고 다수의 이득을 위해서 그 희생되는 이를 잘라내는 거라면 부회장 캐릭터는 그냥 그런 게 없더라도 그냥 자기 기준에 안 들어오면 그냥 다 잘라내고 밀어내는 성향이야. 그래서 아마 진짜 나예의 동아리를 맘에 안 들어할 것 같아. 성과를 냈어도 막 전국대회에서 연속 우승, 전문 인테리어 양성, 이름이 알려진 초A급 관련 종사자 이런 이가 안 나오면 성과로 치지도 않을 것 같거든.
지훈이는 너무 이상만을 바라보면서 현실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이들을 상당히 싫어해. 막 머리가 완전 꽃밭이라던가 그런 이들 있잖아? 예를 들어서 어쩔 수 없이 충돌이 있고 거기서 의견을 나누고 타협점을 찾아야 하는 상황에서 누군가가 피해를 보면 아무런 의미도 없다고 말만 하지만 정작 자신의 생각은 하나도 이야기하지 못하고 모두가 승리하는 루트로만 이야기해요. 이런 식으로 이야기하는 이들. 아무래도 좀 현실을 중시하는 이다보니 이런 마냥 꽃밭 상태의 성격은 그리 좋아하지 않고 그 이외에는 나예처럼 정말 자신의 이득을 위해서 누구를 배신하거나 등처먹는 이를 정말로 싫어해. 그래서 사실 지훈이도 지금 부회장을 그렇게 썩 마음에 들어하진 않아. 그냥 일단 능력이 뛰어난 건 사실이고 일을 잘하긴 하니까 사무적으로 같이 행동한다는 것에 가까울지도 모르겠네. -
39 나예-지훈 (zDH0kVnXZM) 2020. 8. 25. 오후 10:42:30얼굴을 찡그리더니 나쁘지 않은 맛이라고 미적지근한 평가를 내리는 그를 그녀는 눈을 가늘게 뜬 채 응시했다.
' 나쁘지 않은 맛?'
그것은 나예의 자존심을 건드렸다. 시간을 되돌린다면 나예주가 지훈에게 다가가 나예 앞에거 그런 말은 금기어라고 알려줄 수 있었을텐데. 아무튼, 그녀는 상대방으로 하여금 불길한 감정을 느낄만큼 사악한 미소를 입가에 띄웠다.
" 마음에 안 든다 이거죠? ...좋아하는 음식이 뭐예요?"
뭔가 비장한 목소리로 좋아하는 음식이 뭐냐고 묻고 그녀는 어디선가 사이다와 매화수를 가져왔다. 그러고 그녀가 매화수의 뚜껑을 따고, 소주의 뚜껑 역시 따는 폼이 쓸데없이 멋있어 보일 만큼 각이 잡혀 있다. 그런 그녀를 보며 친구들은 " 오 링겔주?! 웬일! 해달라할 땐 잘 안해주더니" "엥 나예는 소맥파 아녔냐" 등등의 반응을 보이며 벌써 이쪽에 시선을 집중한다. 그녀는 그 관심이 그다지 싫진 않은듯 능숙한 솜씨로 한 방울도 흘리지 않고 매화수를 소주 위에 올려 일명 링겔주를 만들고, 현란한 손길로 지켜보는 학생들에게 회오리와 돌려따기를 보여준 다음 잔에 칼같은 비율로 소주, 맥주, 사이다를 채워넣기 시작했다.
" 새로운 사람이랑 노는게 더 재밌네요 저는. 그리고 우리 구면이잖아요. 제 이름 알지 않아요? 전 잘 아는데. 그쪽 이름."
그녀는 잠시 화려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그녀에게 고백하고 거절당했던 남자학생들.. 실없이 지나간 부질없는 전남친들까지. 그녀는 그의 얼굴을 찬찬히 올려다봤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 토마토 해야지. 나약한 소리를."
진심은 아니겠지만 진심처럼 그런 소리를 내뱉고 그녀는 제정신을 못차리는 이들을 보며 밝게 웃었다. 우리 2차는 노래방? 같은 얘기를 나누며.
" 내가 술게임까지 빠지면서 놀아주는 걸 고맙게 여기라구요."
술에 벌써 취한건지 어순과 반말이 섞인 그의 말을 들으며 그녀는 더 과감하게 장난을 걸었다. 어차피 술 취한 사람들은 이런 거에 잘 반응하지 못한다.
" 음.. 처음일걸요. 그러니까 이 기회에 친해지자구요."
자. 악수. 손가락을 내미는 그녀의 눈길은 섞이는 소주와 매화주의 병 주둥이를 따라가고 있었다.
#>>38 비록 일상에선 술에 떡이 되었지만...(안쓰럽) 지훈이 은근 똑부러진 성격이구나. 나중엔 부회장이랑 지훈이가 싸우는 모습도 보고 싶다. 물론 둘 사이가 멀어질 정도의 큰 싸움은 이미 나예랑 지훈이 관계가 틀어지고 일어났으면 좋겠지만! 막 꼬이고 꼬이는 그런 느낌.. 보고 싶다. 나예랑 지훈이 서로 이성으로의 호감을 슬슬 갖게되면 거기서 오는 혼란도 기대되고 ㅋㅋㅋ -
40 지훈 - 나예 (sOyYNrEaBY) 2020. 8. 25. 오후 11:07:19"좋아하는 음식? 좋아하는 음식. 좋아하는 음식... 수박하고 딸기 주스 섞은거. 5:5로 섞은 거. 시원하게 얼음 동동 넣어서 마시면 최고. 아니아니. 그냥 어느 정도 최고."
평소에 이런 질문을 들으면 왜 그걸 묻냐고 바로 물었겠지만 올라오는 술기운 때문일까. 그는 술 기운에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특유의 꼬이는 목소리를 내다가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면서 늦은 정정을 했다. 정신차려야지! 팍팍! 두 손으로 자신의 뺨을 때리면서 그는 자신의 친구에게 부탁해서 차가운 얼음물을 받은 후에 벌컥벌컥 마셨다. 시원한 기운이 목구멍을 통과하자 조금 정신을 차리겠다는 듯이 그는 작게 읏! 소리를 내면서 기력을 채우려고 했지만 역시 올라오는 술기운을 가라앉히기에는 무리였다.
아무튼 자신의 이름을 안다는 그 말에 그는 괜히 더 표정을 찌푸렸다. 뭐지? 왜 난 모르겠지? 이 술 기운 때문인가? 도저히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이 그는 괜히 머리를 더 강하게 돌렸다. 그 때문에 머리카락이 잠시 흐트러졌고 그는 고개를 멈춘 후에 자신의 머리카락을 다듬었다.
"잠깐만요. 왜 제가 그걸 고맙게 여겨야 해요? 응? 놀아달라고 한 적도 없는데. 놀아달라고 한 적도 없는데 제가 왜 감사해야 해요?"
그러던 와중 감사하라는 그녀의 말에 그는 어이가 없다는 듯이 빤히 시선을 향했다. 풀리긴 했지만 그럼에도 빛이 남아있고, 어느 정도 강한 느낌이 있는 눈빛은 그녀를 뚫어져라 쳐다보다가 순간 움찔했다. 순간적으로 자신이 너무 공격적으로 나온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래도 과 후배가 아니던가. 선배로서 후배에게 너무 심하게 말을 하지 않았나 싶어 그의 입술은 괜히 삐쭉 앞으로 튀어나왔다. 뭐라 말도 못하겠고 머리만 북북 긁다가 그는 자신에게 손을 내미는 그녀의 모습에 다시 주목했다. 뭐지? 악수인가? 완전히 풀리지 않은 시선을 그녀에게 보내며 그는 얼떨결에 그녀의 손가락에 제 손가락을 갖다대며 악수를 하려는 듯 행동했다.
"친해지자니. 선배와 친해져서 좋을 게 뭐 있다고. 그래도 악수 정도는 할 수 있으니까. 아니. 아니. 그러니까 대화 정도는 할 수 있는 거니까. 그런 거니까. 응. 그런 거니까."
괜히 퉁명스럽게 이야기를 하면서도 그의 말은 몇 구절이 반복되고 있었다. 이런 기분이 영 싫다는 듯 그는 다시 정신을 차리려는 듯 두 손으로 자신의 뺨을 툭툭 쳤다.
"아무튼 이름. 이름 뭐였더라. 뭐였더라. 으음. 으으음. 나예였나? 아. 맞아. 나예. 맞아. 나예."
바로 옆에서 그렇게 그녀의 이름이 불리고 있으니 사실 모를래야 모를 수는 없었다. 하지만 그래봐야 딱 그 정도의 사이. 그녀와 가깝냐고 물으면 그건 아니지 않던가. 적어도 술 기운에 젖어있는 그는 그렇게 생각했다.
//뭔가 이러다가 픽 쓰러지는 것은 아닐까 싶었지만 픽 쓰러지게 할 순 없지! 버텨라! 지훈아! 아무튼 정말로 큰 사건이 벌어지면 정말로 그렇게 싸우지 않을까 싶기도 해. 물론 부회장이 그런 충돌을 굳이 지훈이와 할 것 같진 않지만. 사실 그 전에 지훈이와 나예가 사이가 틀어지거나 으르렁거릴 일은 분명히 생길 거라고 생각해. 이미 관계성만 봐도 완전히 친해지기에는 조금 힘들어보이기도 하고! 두 사람의 이성적 호감이라. 나는 캐릭터의 관계는 캐릭터에게 맡기다보니 그렇게 될 지는 아직 잘 모르겠지만...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확실히 혼란은 일어날지도 모르겠네. 일단 호감 관련은 아직 제대로 터진 것은 아니니까 난 말을 아껴두겠어! 혹시나 해서 말하지만 부담스럽다거나 그런 것이 아니라 미리 그런 방향을 정해버리면 그런 쪽으로 너무 흐를 것 같아서 말하는 거라는 것을 확실하게 해둘게! -
41 나예주 (wi7cQADasw) 2020. 8. 26. 오후 11:17:58체력이 안돼서 답레는 내일 갖고 오도록 할게 ㅠ 아직도 할 일이 남아 있어서.. 태풍 온다던데 몸 조심해 지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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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지훈주 (0ihDVemKAM) 2020. 8. 26. 오후 11:21:14괜찮아! 괜찮아! 체력이 안되면 당연히 푹 쉬어야지! 답레는 그냥 체력이 괜찮고 편안해지면, 무엇보다 일이 없을 때 줘도 괜찮아! 아무튼 아직 할 일이 남아있다니 고생이 많네. ;ㅁ; 그래도 조금이나마 일 빨리 끝나길 바라고 하루 정말로 고생했어. 빨리 쉴 수 있길 바랄게!
일단 여긴 태풍 영향권과는 좀 거리가 있어서 괜찮아! 나예주야말로 태풍 조심하기! -
43 지훈주 (7ZAzuwP6hk) 2020. 8. 27. 오후 11:33:24너무 아래로 가라앉고 있으니 갱신! 오늘 하루도 고생이 많을 것 같네. 하루 화이팅! 그리고 내일도 화이팅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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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나예-지훈 (VwmpzxAzdo) 2020. 8. 28. 오후 10:58:25너무 늦게 답레를 써서 면목이 없다..ㅠ 핑계지만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좀 힘들었어. 그래도 갱신이라도 짬내서 해야 했는데 미안해 지훈주.. 맨날 답레 써야지 써야지 했는데 진짜 각잡고 앉아서 답레 쓸 상황이 안 났어. 별 말 없이 기다려줘서 정말 고마워.
>>40에 대해서는 지훈주 말이 맞는 거 같아! 꼭 그런 감정이 안 생길 수도 있지. 가능성을 열어 두는게 더 흥미롭고 재밌다고는 나도 생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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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5랑 과일을 좋아한다 이거죠? 좋아 좋아."
그의 말을 듣기는 한 건지 갑자기 잔뜩 신이 나서는 마음대로 해석한 그녀는 눈 앞의 지훈이 술에 취한 것을 알면서도 비워진 잔을 응시한다. 링겔주가 딱이야, 라고 생각하면서. 그러나 얼음물을 벌컥벌컥 들이켜는 모습을 보고는 미안했는지 자신도 속도를 늦추며 혼자 소주 한 잔을 따라 조용히 원샷한다.
" 괜히 술을 먹인 것 같아서 조금 미안하네요."
분위기와 악의에 찼던 그녀는 조금씩 원래의 모습을 되찾는듯 차분해졌으나 이것을 원래의 모습이라 말하기도 뭣하긴 하였다.
" 와 막 정신 차리고 그런 거예요? 기껏 친해지고 싶어서 말도 걸고 술도 말아주고 그랬는데. 서운하네. 선배가 이래도 돼요? 그래요. 고맙게 여기지 마세요."
누가 본다면 진심으로 느껴질만큼 처연하고 차갑게 그 대사를 내뱉곤, 그녀는 여주인공마냥 물기도는 눈동자를 아래로 내리 깔았다.
" 대화 정도는, 이라니. 너무 비싸요."
다시 고개를 든 그녀는 아까의 슬픈 표정은 온데간데 없고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그렇게 말하며 웃었다. 흔들흔들거리는 주변 친구들을 한 번 돌아 본 그녀는 큰 소리로 " 링겔 맞을 사람!" 하고 외친 다음 술잔을 주든 말든 제 멋대로 링겔주를 따라 나눠주었다.
" 지훈선배도 드세요."
그 사이 나예, 나예.. 하고 중얼거리는 그를 곁눈질로 본 그녀는 어딘가 기뻐보였다. 배려인지 모르겠지만 소주보다 매화수가 더 많아보이는 매화수 병을 들어 맥주잔에 채우고, 얼음까지 한 알 떨군 그녀가 그의 이름을 말하며 잔을 내밀었다. 큰 얼음 한 알이 유리잔를 부딪히는 맑은 소리처럼 맑게 웃으며.
'이번엔 입맛에 맞았으면 좋겠는데.. 요 정도면 음료수라고.' -
45 지훈 - 나예 (2nBfZp.wCg) 2020. 8. 28. 오후 11:33:27서운하다는 그녀의 말에 그는 순간 당황했다. 역시 자신이 말을 너무 심하게 한 것이 아닐까. 그런 걱정에 미안한 표정을 지으면서 괜히 입술만 다시 한 번 삐쭉 내밀었다. 술기운 때문인걸까. 딱히 악감정도 없는, 정확히는 아무런 감정도 없는 후배에게 너무 말을 심하게 한 것일까 싶어 그는 속삭이는 작은 목소리로 미안이라는 말을 잠시 중얼거렸다. 물론 그 목소리는 다른 이들의 목소리에 묻혀버렸지만 잘 들으면 어쩌면 들리지 않았을까? 그건 그로서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곧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웃는 그녀의 표정에 그는 또 다시 혼란에 빠졌다. 방금 울 뻔 한 거 아니었나는 혼란 속에서 갑자기 자신에게 잔을 내미는 그녀의 모습에 그는 얼떨결에 그 술을 받아들었다.큰 얼음이 동동 떠 있는 모습이 보기만 해도 시원하다고 생각하면서 두 눈을 끔뻑이며 그는 계속 그 잔을 바라봤다. 그러다가 고개를 올려 그녀를 바라보다가 방금 받은 술을 마셨다.
시원하면서도 술 기운보다는 매실 느낌이 더 드는 느낌에 그는 두 눈을 동그랗게 뜨며 조금씩 술을 홀짝였다. 그리고 천천히긴 하지만 시원하게 잔을 비우고 잔을 아래로 내렸다. 그러는 와중, 그의 옆에서 다른 이들과 신나게 놀던, 처음에 그에게 표를 달라고 크게 이야기하던 지훈의 친구가 지훈의 어깨에 팔을 올리면서 이야기했다.
"아까부터 살짝 들어보니까 얘가 말이 조금 심한 것 같은데 너무 마음에 담지 마! 지훈이, 얘 은근히 붙임성이 좋은 애는 아니야. 나쁜 애는 아닌데 뭔가 조금 붙임성이 없고 부끄러움이 많은 애라서..."
"뭔 소리야! 그런 거 아니거든! 후배 앞에서 못하는 말이 없어!"
지훈은 자신의 친구의 목소리를 중간에 잘랐다. 이어 자신의 어깨에 올린 팔을 가볍게 뿌리치면서 괜히 입술을 삐쭉 앞으로 내밀고 혀를 찼다. 그리고 괜히 천장을 바라보면서 변명하듯 빠르게 자신의 말을 이어나갔다.
"부, 붙임성이 없는 거 아니에요. 그냥, 그냥, 그냥... 그냥이야! 그냥! 아, 아무튼 이번 거 괜찮네요. 맛. 매실 맛도 좋은 것 같고. 아, 아무튼 붙임성이 없다거나 부끄러움이 많다거나 그런 건 절대로 아니니까 이상한 생각하지 마시고! ...진짜 아니니까. 아무튼, 아까전엔, 그, 조금... 미안해요."
선거에 나가는 것 때문에 벌써부터 친한 척 하면서 이득 보려는 이들이 많아서. 그래서. 등등의 이런저런 변명을 들면서 그는 괜히 시키지도 않은 변명을 마치면서 다시 차가운 얼음물을 마신 후에 안주를 콕콕 찝어서 먹기 시작했다.
"진짜 나쁜 뜻은 아니니까. 진짜 아니니까. 이름도 확실히 기억할테니까. 너무 마음에 담진 마요. 괜히 이쪽도 찝찝하고.. 아, 아니. 아니. 그게 아니라... 아무튼 그런 거니까! 이, 이쪽은 신경쓰지 말고 술이나 먹어요. 술자리에 왔으면 술을 먹어야지. 술을."
//괜찮아. 괜찮아! 상황이 안 좋으면 답레 쓰기 힘든 건 잘 아는걸! 나도 이것저것 하면서 여유롭게 시간 보내면서 한번씩 보는 정도니까 괜찮아! 아무튼 상황이 조금 풀린 거라면 다행이야! -
46 나예주 ◆5wvLxdlKW. (WjwFlMCUrw) 2020. 8. 30. 오전 8:37:09지훈이는.. 언제나 귀엽네 ㅋㅋㅋㅋㅋㅋㅋㅋ
>>45 이해해줘서 고마워 지훈주! 응응 어제를 기점으로 안 좋던 일은 많이 풀렸어! 느긋하게 돌리는 걸 좋아하는 편인데 그보단 혐생이 오히려 느긋하게 돌릴 수밖에 없게 만드는 것 같다:( 답레는 오늘 밤에 가지고 올게! -
47 지훈주 (xT00gAo7VI) 2020. 8. 30. 오전 10:38:26일단 안 좋은 일이 많이 풀렸다고 하니 다행이야! 안 좋은 일은 빨리빨리 사라지는 것이 제일인 법이니까! 아무튼 나 역시 빠른 것도 좋지만 이런 1:1은 느긋하게 돌리는 것을 좋아해. 그게 1:1의 장점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 조금 피곤할 땐 약간 쉴 수도 있는 거고, 여유로울 땐 조금 빨리 돌릴 수도 있는 거고. 그러니까 텀은 난 그리 신경 쓰지 않으니까 나예주가 편한대로 해줬으면 해. 나 역시 그렇게 할 참이야.
아무튼 즐거운 일요일. 좋은 일만 가득하길 바랄게! -
48 나예주 ◆5wvLxdlKW. (ZA7g7FyoqM) 2020. 8. 30. 오후 8:31:04>>47 응응 그럼 나도 부담 안 갖는 선에서 최대한 즐겁게 돌리는데 초점을 맞출게! 일이 있으면 미리 갱신하고 양해를 구하는 식으로 해서 잠수 같은 일은 없도록 노력할거야. 지훈주도 얼마든지 일 있으면 쉬었다 이어줘: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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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연기에 쉽게 속아 입술을 웅얼거리는 그를 바라보는 그녀의 눈에는 즐거움과 죄책감이 뒤섞여 있다. 남을 속이는 일이야, 그런게 자신있어도 될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자신있고 간단했던 그녀는 그저 척만 했을 뿐인데도 그정도 경지에 오른 것인지 아니면 앞의 이가 어리숙한 것인지 분간이 안가서 조금 혼란스러웠다. 그의 표정에 그녀의 연기는 금방 깨졌고 그의 웅얼거림이 대충 미안하다는 뉘앙스였으리란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눈 앞의 그도 혼란스러워했고, 그녀의 눈동자도 입이 웃는 와중에도 불안했기에 누가 보면 둘 사이가 심각해 보일지도 몰랐다.
일그러진 표정을 붙잡아 미소지으며 술을 마시는 그를 보고 있자니 금방 진심으로 미소가 번졌다. 물어볼 필요도 없이 목넘김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동그랗게 뜬 그 까만 눈동자를 바라보자 집에 있을 네로가 떠오른다. 들어가면 한껏 도도한척 하면서 꼬리를 세우고 짤막한 울음으로 반길 것이다. 아까의 심각한 분위기 때문이었을까, 넉살이 좋은건지 그의 친구가 끼어들었다.
" 아.. 음.."
그녀는 그 친구의 말을 방긋방긋 웃음으로 대하다가 입꼬리를 비틀어 올렸다.
" 에이, 그런거 마음에 안 담아둬요. 그런데 선배 되게 멀쩡하시네요? 이 술자리에 멀쩡한 사람이 있는건 두고 못 보겠는데... 나예라고 해요. 2학년 도나예. 통성명 기념으로 원샷하는 거죠?"
그녀는 옆의 소주를 그에게 한 잔 따라주려 했고, 자신도 받겠다는 듯 제 잔을 가져왔다.
" 왜요. 신경쓰는 거 재밌는데. 재밌지 않았어요? 막 내가 3단으로 술도 쌓아서 보여주고, 또 매화수에 얼음도 띄워주고. 술맛 모르는 누구를 위해서 노력했는데."
노력했는데, 하는 말에 힘을 주며 그녀는 지훈을 바라보다가, 환하게 웃으며 또 제 친구들의 대화에 자연스럽게 섞였다. 그들 기억에 자신이 함께 놀았음을 남기기 위해서. 술자리는 무르익어 갔고 2차를 갈 정신이 남아 있는건지 모르겠지만 몇몇은 2차를 외치고 또 다른 몇몇은 차가 끊기기 전에 집에 가겠다고 중얼거리며 테이블에 엎어졌다. -
49 지훈 - 나예 (xT00gAo7VI) 2020. 8. 30. 오후 8:52:05어쩌다 이렇게 된 거지? 왜 또 소주가 한 잔 따라지는 거지? 왜 얼떨결에 원샷까지 말이 나오지? 그런 생각을 하며 그는 얼떨결에 소주가 담겨있는 잔을 받았고 그녀의 잔에 어떻게든 정신줄을 잡고 3/4 가량 소주로 잔을 채웠다. 아주 살며시 손이 부들부들 떨리긴 했지만 쓰러질 정도는 아닌지 그의 눈빛은 아직 살아있었다. 물론 이 술을 먹고도 멀쩡할진 알 길이 없었다. 에라. 모르겠다. 먹고 죽을까. 정도로 막 가는 성품은 아니었기에 그는 술을 먹는 것을 조금 망설였지만 그래도 차마 거절은 하지 못했다. 말은 저렇게 하지만 방금 전 자신의 말은 조금 심한 성향이 있었기에 그것에 대한 사과 표시로 다 먹는 것이 좋겠거니 생각을 하며 그는 잔을 들어올려 그녀의 잔에 가볍게 부딪치게 하며 건배를 하려는 듯 손을 움직였다. 그녀가 피하지 않았다면 두 잔이 가볍게 부딪치며 건배가 이뤄졌을 것이다.
"도나예. 기억해둘게요. 그리고.. 나쁘진 않았다고만 해둘게요. 그래. 나쁘진 않았으니까. 정말로 나쁘진 않았으니까."
원샷을 해야 하나 고민하면서 손을 잠시 떨었지만 완전히 마음을 굳이고 그는 남아있는 술을 한번에 원샷으로 꿀꺽꿀꺽 목구멍으로 삼켰다. 술 기운이 갑자기 팍 올라오는 통에 그의 얼굴은 더욱 붉게 물들었고 그는 애서 숨을 고르려다가 입 속에서 알콜 기운이 올라오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입을 꾹 닫았다. 그러다 근처에 있는 물을 천천히 마시면서 술기운을 가라앉히려고 했지만 이미 다 올라온 기운이 가라앉을 기미가 없었다.
술자리가 무르익어가고 2차로 갈 사람들, 그리고 집으로 가려고 하는 이들. 두 분류로 나뉘어져 있었다. 그는 살며시 감길 듯 말 듯한 눈을 어떻게든 들어올리며 슬슬 가려는 듯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려했다. 지갑을 꺼내 계산을 하기로 한 이에게 제 몫의 돈을 넘기면서 그는 있는 힘껏 술 기운을 밖으로 던지기 위해 기지개를 켰다. 그러다 두 손으로 제 뺨을 톡톡 치기도 하면서 움직이려고 했지만 그의 두 발은 살짝 휘청거렸다. 깜짝 놀라 두 발에 힘을 줘서 어떻게든 멈추려고 했지만 술에 먹힌 탓인지, 영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그러게 술을 왜 그렇게 주는대로 먹어서는. 딱 봐도 너 골려먹으려고 한 거잖아."
"응? 으응? 응?"
자신을 부축하는, 자신과 함께 선거에 나가는 부회장 후보의 차가운 목소리를 들으며 그는 시선을 살며시 옆으로 돌렸다. 자신을 골려먹으려고? 그럼 이게 전부 자신을 놀리기 위해서? 영 판단이 가지 않았기에 그는 그저 으응. 으응. 소리만 내며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하지만 다시 정신을 어떻게든 잡으며 그는 다른 이들을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가볼게요. 다들 술 너무 많이 먹지 말고. 내일 속 안 버리게 조심하고. 갈 사람은 가고... 2차 갈 사람은 가고. 알아서 잘 놀고.. 그리고, 그리고 또..."
"다들 자신의 현 위치에서의 본분을 잘 지키세요. 그럼 가자."
이내 부회장 후보는 아무런 감정도 녹아있지 않고 괜히 톡 쏘는 목소리를 내며 지훈을 데리고 가려고 했다. 비틀거리면서 끌려가는 지훈의 눈동자에 마지막에 보이는 것은 나예의 모습이었다. 저 애가 골려먹으려고? 스윽 바라보는 눈빛이 마냥 좋지만은 않지만, 그렇다고 적대적인 것은 아니었다. 이내 그는 다시 한 번 인사를 하며 문 밖으로 나섰다.
//아무래도 지훈의 상태가 2차까지 갈 순 없을테니 돌아가는 방향으로 가봤어. 일단 첫 상황은 더 이을 것이 없으면 이 정도로 가면 될까? 조금 더 잇고 싶다면 이어도 될 것 같고 막레로 끝내도 좋을 것 같으면 막레로 끝내도 좋을 것 같아. -
50 나예주 (ZA7g7FyoqM) 2020. 8. 30. 오후 9:46:56>>49 마무리 마음에 든다..! 약간 부회장이 드라마 끝나면서 다음화 예고하듯이 막 적의 뿜고 그런 분위기가 내 스타일이야 ㅋㅋㅋㅋ 드디어 나예가 적수를 만난건가 무섭기도 하고 막 그렇네. 수고했어 지훈주!
다음 상황은 아무래도 투표날 좀 전에 소문이 도는 쪽을 돌려볼까? 그렇게 간다면 지훈이랑 나예가 전면으로 부딪힐 일은 없을 것 같고 상황 위주로 지훈이랑 나예 입장을 주고받는 정도가 될 것 같아. 그렇게 돌려본 경험은 없지만 시도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지훈주는 다른 생각 있어? -
51 지훈주 (xT00gAo7VI) 2020. 8. 30. 오후 9:57:54나예주 역시 수고했어! 아마 저 부회장은 저런 식으로 둘 사이를 살살 이간질하는 느낌으로 계속 활약하게 될 것 같아. 많이 나오기보다는 그냥 두 사람이 입장상 충돌이나 혹은 크게 으르렁거릴 수 있는 사이 고리라는 느낌으로? 사실 이대로만 보면 두 사람이 크게 뭔가 충돌할 것 같은 느낌은 잘 없을 것 같기도 했거든.
음. 일단 상황 위주로..라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알 수 있을까? 그러니까 각자의 위치에서 움직이는.. 영화로 치자면 두 사람이 꼭 함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 화면, 저 화면. 번갈아가며 나오는 것을 의미하는걸까? 이런저런 시도는 괜찮을 것 같지만 일단 어떤 느낌인지는 확실하게 알고 싶거든. -
52 나예주 (ZA7g7FyoqM) 2020. 8. 30. 오후 10:16:56>>51 그렇긴 해. 주변인의 도움(?)이 필요한 거지! 그런 의미에서 부회장 나이스!
막 거창하게 생각한 건 아니고 시간대는 동일하게 흐르되 각자 약간 학교에 있으면 서로 가끔 만나거나 생각이 들긴 하잖아? 그럼 대화는 나누지 않되 서로의 의식과 상황에 대해 서술하고, 시간이 흐르면서 소문에 대한 반응을 또 서로 묘사하되 직접적인 대화가 오가지 않아도 레스가 어느정도 진행되는 걸 생각하고 있어! 물론 나예와 지훈의 생각에 서로에 대한 관점이 포함되면서 둘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상황을 중점으로 해야겠지? 지훈주도 의견 부탁해! -
53 지훈주 (xT00gAo7VI) 2020. 8. 30. 오후 10:25:30>>52 아. 어떤 느낌인지 알 것 같아. 그러니까 나예주가 말하는 것을 어떤 소문이 벌어지고 이제 그것에 대해서 두 사람이 어떤 입장이고 어떤 생각을 하는지, 그리고 시간의 흐름에 따라서 이제 어떻게 생각하고 그 주변에선 어떤 일들이 일어나는지를 서술해보자라는거지?
확실히 이런 방식은 나도 상판에서 해본 적은 없지만 서로의 입장과 견해의 충돌이라는 테마로 보자면 정말로 괜찮을 것 같아. 일단 한 번 시도해보는 것은 좋지 않을까? 그리고 좀 힘들겠다 싶으면 다음부터는 줄이면 되는 거니까. 다양한 시도를 해보는 것은 나 역시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
그럼 이제 어떤 소문이 도는지를 떠올려보는 것이 좋을 것 같네. 투표날 부근에 소문이 돌만한 것이 있다면 가장 나올법한 것은 지훈에 대한 네거티브한 이야기 정도가 아닐까 싶긴 한데 혹시 나예주는 생각하고 있는 것이 있니? 나는 개인적으로 지훈에 대한 안 좋은 소문들. 그러니까 회장이 되면 완전 멋대로 할 가능성이 크다라던가, 스펙이 떨어지는 이들은 더 이상 이 학교에 있기 힘들어질 것이다 라던가, 학교가 취업학원화 될 것이다. 식의 말들이 나오면 딱 개연성이 좋지 않을까 싶거든. 실제 부회장이 어느 정도는 그런 분위기를 만들려고 하는 것도 있으니까. -
54 나예주 (d9vaweBE.w) 2020. 9. 1. 오전 12:28:31>>53
응응 둘이 갈등을 빚는데 아직 서로 친하진 않으니까 마주치는 상황을 만들어서 돌리기 좀 힘들 것 같고, 그렇다고 안 돌리고 사건만 뿅 하고 만들어내기엔 아쉬워서! 응응 한번 해보자.
일단 소문이랑 현재 소문이 어디까지 진행된 상황인지, 분위기는 어떤지 정도는 간단히 정해야 돌리겠지? 지훈에 대한 네거티브라.. 아무래도 술자리에서 그렇게 나선 모습을 보고 오히려 반감도 얻었겠고, 다른 후보들이 일부러 에타 같은 곳에 부정적인 글을 올렸다거나 하는 것도 좋겠다. 지훈주 말대로, 지훈이나 부회장 쪽이 당선되면 학교가 딱딱해질 거고 완전 스펙 능력 위주라 즐기면서 다닐 대학 분위기는 없어질 거다. 축제도 재미 없어질 거고. 동아리도 편파적으로 지원하는 거 아니냐. 등의 익명 글이 올라왔는데 어디선가 그 글을 올린게 나예 동아리, 그 중에서도 도나예가 올렸을 것 같다. 분명 거기 동아리가 지훈이랑 부회장을 안 좋게 봤다. 같은 소문이 돈다는 식은 어떨까? 나예랑은 사이가 안 좋은 (나예가 동아리 부장을 맡으면서 동아리 부장이 되고 싶었던 부원이 앙심을 품고 동아리를 나갔다는 설정을 넣으려고) 전 동아리 부원이 이 소문을 더 부추기면서 돌아다니는 것도 넣고 싶고. 내 생각은 이러해! 추가하거나 수정하고 싶은 부분 있을까? -
55 지훈주 (NR4uUVzf76) 2020. 9. 1. 오전 12:37:26>>54 우선 하루 고생 많았어!! 아무튼 확실히 그 상황이면 지훈이는 물론이고 부회장 후보인 애도 가만히 있진 않을 것 같아. 특히 나중에 부회장 후보인 애는 당선 이후에 완전히 나예를 찍을 것 같고 그걸 떠나서 학생회 멤버들과 나예 쪽 동아리 멤버들이 적대적인 관계가 되긴 딱 좋을 것 같아.
무엇보다 두 사람이 각각 공격당하는 거니 이간질 효과로도 좋을 것 같고 지훈이도 그런 소문이 돌면 차후에 나예를 보는 시선이 아무래도 달라질 수밖에 없으니까.
나는 수정할 부분은 없을 것 같아! 차후의 전개를 생각해보면 이 정도 상황인 것이 정말로 좋을 것 같거든! 지훈이의 반응이 첫 일상과는 다르게 좀 많이 쌀쌀맞게 변할 것 같긴 한데 그래도 문제가 없다면 저대로 하면 될 것 같아! -
56 나예주 (d9vaweBE.w) 2020. 9. 1. 오후 3:42:37>>55 나예가 찍힌다니.. 뭔가 원하던 바였는데 부회장이 어떻게 나올까 무섭기도 하고 기대도 되고 그러네. 그래도 난 나예가 잘 해쳐나갈 거라고 믿겠어! 지훈이가 쌀쌀맞게 변하는건 아쉽긴 하지만 서서히 오해가 풀리게 될 거라 믿어. 확실히 저렇게 되면 뒤숭숭한 분위기가 잘 형성되겠다.
그럼 내가 에타에 올라온 소문 글을 시작으로 첫레스를 끊으면 될까? 오늘도 시간은 밤에 날 것 같지만 ㅠ -
57 지훈주 (OVRaEPsEtA) 2020. 9. 1. 오후 4:31:54어차피 부회장은 엑스트라라서 꼭 필요할 때가 아니면 잘 안 나올거야! 오히려 지훈이하고 대화하는게 대부분일 것 같아.
아무튼 상황상 나예주가 선레를 끊는게 자연스러울 것 같지만 연속 두번이니 괜히 미안한걸. 3번째는 내가 선레를 예약하겠어!
아무튼 얼마든지 편하게 써도 되니까 밤에 편할때 올렸으면 해! 나 역시 평일은 조금 바쁘기도 하거든. 일단 오늘 하루도 화이팅하자! -
58 나예주 (d9vaweBE.w) 2020. 9. 1. 오후 7:48:04>>57 아냐 괜찮아 돌리려면 선레가 반드시 필요하니까 당연한걸. 그래도 지훈주의 선레도 기대되니까 3번째 선레 기대할게. 배려 고마워! 조금 남았지만 지훈주도 하루 잘 마무리하고 왔으묜 좋겠다. 밤에 답레 들고 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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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지훈주 (NR4uUVzf76) 2020. 9. 1. 오후 7:52:38>>58 그렇게 말해줘서 고마워! 나는 지금 일정 다 끝나고 방에서 선풍기 틀고 쉬는 중이야! 나예주도 하루 잘 마무리하고 선레는 언제나처럼 천천히, 여유롭게 기다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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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나예-지훈 (d9vaweBE.w) 2020. 9. 1. 오후 11:34:53-해당 게시글은 삭제되었습니다.-
꼬리만 잔뜩 남기고 에타의 게시글은 삭제되었다. 빛나던 화면이 까맣게 닫힐 때까지 그녀는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긴장감에배가 아려오는 걸 느끼며 그녀는 입술을 꾹꾹 눌러 물었다. 파문을 일으킨 연쇄글 중에서는 나예의 동아리명을 초성으로 언급한 것도 있었다. 처음의 글은 삭제되었지만 안의 내용이 불보듯 뻔했다. 그녀는 진실을 알 것만 같았다. 경영과 후보를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 후보나, 다른 후보의 당첨을 원하는 누군가가 일명 정치질을 시도하는 글을 올렸고, 자신을 싫어하던 그 애가 신이 나 동아리를 끌어들인 거겠지. 그러나 진실을 알고 말고는 소용 없었다. 증거는 없고, 이미 누군가는 자신만의 진실을 믿었다. 아무도 없는 동아리 화실에서, 그녀가 물에 넣어둔 붓이 하늘색 물감을 뿜어냈다.
" .. 괜찮아."
속 아리게 내뱉는 말과 달리 그녀는 몸을 웅크려 팔로 배를 감쌌다. 장염 초기마냥 배가 찌르르하게 아팠다.
' 적어도 우리 동아리원들은 이걸 안 믿겠지. 투표가 끝나면 해프닝으로 지나갈 거고.'
' 그런데 만약 아니라면?'
그녀의 머리가 지끈거리기 시작했다. 혹여나, 정말 부원 중 누군가가 그 글을 올렸다면. 내게 불똥이 튄다면. 만약 직접적으로 내가 그 글을 올렸다는 추측성 글이 올라온다면. 수없는 가정을 하는 동안 그녀는 사실 그렇게 될 것을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다음 수업을 들어가면 그녀를 향한 잔인한 호기심이 다가올 것이다. 별 하나 그리지 못한 새까만 하늘엔 구름만 가득했다. 캔버스를 힘없이 응시하던 그녀는 담담하게 일어서 에코백을 챙기곤 강의실로 향했다. 학점만 잘 따면 그만이라고. 누가 뭐라하든 수업만 듣고 나오면 된다고 되뇌이며.
-
" ..나예야."
책상에 시선을 박아두고 이어폰을 낀 그녀의 어깨를 친구가 두드렸다. 옆자리에 앉은 친구의 두 눈 속 호기심이 그녀는 아팠다. 표정관리를 하며 이어폰을 빼고, 그녀는 친구를 응시했다.
" 왜 그래."
평소답지 않게 건조한 반응에 친구는 소리를 죽여 속삭인다.
" 그.. 글 봤어? 나야 동아리도 아니고 그렇지만, 너가 썼다는 소문이 있더라고. 나도 들은 건데 그냥 알아야될 거 같아서."
아무렇지 않은척 속삭이는 둘을 보는 시선들에 그녀는 밝게 웃었다.
" 뭐야. 소문일 뿐이잖아. 이따 나랑 저녁 뭐 먹을지나 생각해보자. 저번에 그 파스타 어때? 거기 까르보나라 대박이었다고! 진짜 내가 먹은 것 중에 최고야."
말 돌리는 그녀에게 떨떠름하게 그러자, 고 대답하는 친구를 바라보며 그녀는 다시 입술을 깨물 수밖에 없었다.
#편할대로 이어줘! 같은 강의를 듣는다는 설정도 좋고, 다른 강의에서 비슷한 소문을 듣고 있는 것도 좋고. 아님 집이어도 되고 아무튼 자유롭게! 시간대는 오후 3시 정도라고 생각해줘. -
61 지훈 - 나예 (NR4uUVzf76) 2020. 9. 1. 오후 11:54:49지훈의 표정은 썩 좋지 않았다. 에타에 자신을 향한 네거티브 글이 올라온 것이 바로 그 원인이었다. 물론 선거에 나간 시점에서 네거티브 공격이 있을 것은 예상했지만 이렇게 잔인하게 나올 줄은 생각도 못했기에 그는 이를 빠득 갈았다. 자신이 당선되면 뭐가 어째? 물론 자신과 함께 선거를 나가는 부회장 후보인 애가 무슨 분위기를 원하는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자신은 그 분위기가 너무 커지지 않는 것을 막을 생각이었다. 무엇보다 이건 아무리 생각해도 자신의 지지율을 떨어뜨리기 위한 악의적인, 수많은 이들이 그렇게 욕을 하는 정치인의 수법이 아니던가. 일단 상대의 이미지를 악화시키기 위해 말도 안되는 악의적 소문까지 퍼뜨리고, 상대를 인신공격하는 그 자태가 그는 도저히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아무리 선거에 이기기 위해서라고 해도 해서 될 일이 있고 안 될 일이 있지 않던가. 적어도 자신은, 그리고 자신을 지지해주는 이에겐 네거티브 전략을 쓰지 말라고 부탁까지 했건만, 눈앞의 결과는 그를 화나게 하기 충분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자신이 더 화가 나는 것은 연쇄글의 내용, 그리고 자신의 귀에 들려온 소문이었다. 초성이긴 했지만 그 동아리를 추측하는 이들이 있었기에 그 초성이 무슨 의미인진 그도 금방 알 수 있었다. 디저트 동아리의 도나예 학우가 썼을 것이다. 거기 동아리 사람들이 그렇게 싫어한다더라. 자신들이 피해를 입을까 싶어 부정적이라더라. 그런 말들을 한두 번 들은 것이 아니었다. 물론 그 소문만을 근거로 삼을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아니 땐 굴뚝에 연기나랴라는 말이 있지 않던가. 술자리에서 나름 친근하게 다가오는 것 같았지만 마냥 그런 것 같지는 않은 것 같은 분위기도 한 몫했던 것일까. 이제는 자신에게 그렇게 술을 먹이고 말을 걸어오던 것도 그에겐 이상하게 다가오고 있었다.
"도나예."
작게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그는 그녀의 얼굴을 떠올렸다. 정말로 그 후배가? 술자리에선 그렇게 웃고 마냥은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친근하게 말을 걸어오던 그 후배가? 그렇다면 속으로는 자신을 비웃고 있었던거야? 그런 생각이 계속해서 그의 머리를 채웠고 그는 괜히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혀를 차는 소리가 크게 들려왔지만 그는 딱히 입을 열어 뭔가를 얘기하진 않았다. 일단 사실 확인이 필요했다. 하지만 어떻게? 당사자에게 찾아간들 내가 썼어요. 라고 할 리가 없지 않은가. 진짜로 썼건, 단순 소문이건 절대 자신이 썼다는 말이 나올리가 없었다. 그렇다고 거짓말 탐지기를 구할 수도 없지 않은가. 애초에 이런 것으로 거짓말 탐지기를 쓴다는 것 자체가 속이 좁다는 이야기였기에 그는 그 가능성을 제외했다.
괜히 신경이 쓰이는지 머리를 북북 긁으면서 그는 일단 그 동아리를 찾아가보려 했다. 지금 수업이 있는지, 없는지는 모르겠지만 입구 근처에서라도 기다리다보면 언젠간 볼 수 있겠거니 생각을 하며 그는 자신 혼자만 있는 대학 공터를 빠져나와 디저트 동아리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물론 동아리 부실 쪽은 잘 모르지만 사람들에게 물어물어 가면 반드시 도착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며 그는 발걸음을 옮겼다.
"일단 정말로 그 동아리가 나를 악의적으로 보는지부터 확인할 필요가 있어."
//어떻게 이을지 잠시 고민하다 지훈이라면 직접 확인하기 위해서 동아리로 갈 것 같았기에 동아리로 향하는 방향으로 써봤어. 나예는 강의실로 향하고 있고 지훈이는 동아리 부실로 향하고 있으니 엇갈리는 방향이 되겠네. 물론 가는 길에 만날 수도 있겠지만! -
62 나예주 (a34FMQ1pOs) 2020. 9. 2. 오후 3:29:54>>61 엇갈리는 거 좋다! 뭔가 둘이 엇갈리는 심리를 보여주는 느낌 같아. 지훈이는 문제가 생기면 바로 당사자를 찾아가는 스타일이구나. 야무지네.
다름이 아니라 오늘은 답레를 잇기 어려울 것 같다고 미리 말하러 왔어! 어딜 좀 가야해서 ㅠ 아마 1박 2일이 되지 않을까 싶어. 다녀와서 답레 가져올게. 좋은 하루 보내 지훈주!! -
63 지훈주 (EJm1HjWzrs) 2020. 9. 2. 오후 6:09:47>>62 나예주 말을 들어보니 살짝 그런 느낌도 들어서 조금 놀랐어. 나예는 태연한 척 하지만 뭔가 속으로는 상당히 힘들어하는 것 같아서 괜히 걱정된다. ;ㅁ; 진짜 저런 상황이면 엄청 힘들 수밖에 없긴 하니까. 소문 낸 사람이 나쁘다! 진짜 나쁘다!
아무튼 알았어! 나도 어딘가에 가게 되면 답레를 쓰기 힘드니까. 이렇게 말해줘서 고맙고 볼일 잘 보고 오길 바라!! -
64 나예-지훈 (OHB1JfsZBs) 2020. 9. 4. 오전 12:09:14지훈이 동아리실로 향하는 그 시각, 나예는 강의실에 들어갔고 디저트의 다른 부원 하나가 화방으로 가고 있었다. 어깨선 위로 단정하게 잘린 단발머리, 은색 안경테, 150정도 되는 키에 무채색 옷을 입은 그녀에게선 달콤한 향기가 난다. 손에 갖가지 미술도구를 들고 방방 뛰며 복도로 향하던 그녀는 사람이 보이자 차분하게 흥을 죽이고 걸어가기 시작했다. 갑작스런 공강 공지에 신이 나서 동아리 방으로 향하던 그녀는 어디서 본 듯한 얼굴에 고개를 몇번 갸웃거리다가 눈이 마주치자 그 자리에 멈춰서는 바닥으로 시선을 내렸다. 아마 지훈이 지나가길 기다리는 모양이다.
-
수업이 진행되는 동안 그녀는 답지 않게 폰을 책상 밑으로 꺼내 손가락을 바삐 움직였다. 솔직히 잠깐 폰을 확인한다고 크게 나무라는 교수님은 드물었지만 그녀만의 습관이자 예의였다. 아무튼 에타의 게시글을 넘기던 그녀는 자신의 이름마저 초성으로 나온 것을 보고 표정관리에 실패하고 만다. 그런 나예를, 옆에 앉은 친구는 걱정하듯 바라보면서도 동시에 그녀와 거리를 둘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런 친구를 곁눈질로 한 번 봤을 뿐인데도 나예는 친구의 속이 너무 훤하게 보여 상처를 입고 만다.
" 그럼 다음은 3조가 발표를 시작해 볼까?"
옆자리 친구가 발표를 시작하려 준비해둔 서류철을 잡고 나가자 그제서야 그녀는 깊이 들이마신채로 언제부턴가 멈추고 있던 숨을 단번에 내뱉었다. 눈은 피피티 화면을 응시하지만 전혀 집중이 되지 않았다. 그녀는 주변에 사람이 많았다. 이 수업을 듣는 학생들 중에서도 대여섯 명은 그녀를 알고 또 인사 정도는 하는 사이였다. 모르는 사람이야 그렇다고 하더라도 아는 사람들마저 서늘한 무관심을 뿜어내고 있었기에 그녀는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그래도 이게 마지막 수업이니까.'
그녀는 발표 내용을 적는 척 하면서 샤프를 꺼내 교재의 귀퉁이에 끄적이기 시작했다. 지금 상황에 있어서 긍정적인 점, 부정적인 점을 모두 적어 내려가고, 자신이 걱정되는 부분과 상관없는 부분 등을 하염없이 적어내려가다 보면 언젠가 답이 나올거라고 생각했다. 답이 나오지 않더라도 괜찮았다.
'시간이 해결해주겠지.'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쓰라린 속은 어쩔 수 없었다.
'다들 그동안 나에 대해 뭘 본 걸까. 날 봐오긴 한 건가?'
억울한 속을 다잡으며 그녀는 발표가 끝남과 동시에 낙서의 끝에 한 사람의 이름을 적어 마무리했다. -
65 나예주 (OHB1JfsZBs) 2020. 9. 4. 오전 12: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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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지훈 - 나예 (DbBuPauIkc) 2020. 9. 4. 오전 12:44:04"디저트요? 저쪽 가면 있을텐데. 그런데 거긴 왜요? 혹시 이번 소문 때문에?"
"답할 이유는 없을 것 같네요. 노코맨트 할게요. 길 가르쳐준 건 고맙고요."
기분이 그리 좋지 못했기에 자신에게 길을 가르쳐준 남학생에게 그는 자신도 모르게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그냥 길을 알려주고 끝났으면 그의 목소리가 이렇게 퉁명스럽진 않았을 것이다. 몇몇 사람들에게 물어보면서 분위기를 살핀 결과, 아무래도 도나예, 그녀가 자신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익명으로 남겼고 자신은 그에 대해서 따지기 위해 찾아가는 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 같다고 그는 판단했다. 참으로 불쾌한 순간이 아닐 수 없었다. 진실이 확실하게 밝혀지지 않았는데 이렇게 이런저런 말들이 나오고 그 결과를 궁금해하는 것 같은 이들의 시선이 지금처럼 불쾌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분위기가 퍼지는 것을 보면 설마? 혹시? 하는 생각이 안 들 수 없는 노릇이었다. 어느 쪽이더라도 직접 그 문제의 동아리의 분위기를 파악해야 알 수 있겠거니 생각하며 그는 방금 남학생이 알려준 길을 따라갔다.
머지 않아 그는 동아리 부실을 찾을 수 있었다. 평소에는 잘 가지 않는 위치였지만 확실하게 길을 외웠기에 다음에 또 올 일이 있으면 충분히 올 수 있을 거라고 그는 생각했다. 물론 이후에 또 올진 알 수 없었다. 가능하면 이번 일이 끝난 이후에 또 여기로 오고 싶진 않았기에 그는 바로 문제가 해결되길 바랬다.
"...?"
복도를 천천히 걸어가는 와중 은색 안경을 낀 단발머리 여학생의 모습이 그의 눈에 비쳤다. 자신과 눈이 마주치자 갑자기 바닥으로 시선을 내리는 모습에 그는 순간 의아해하며 핸드폰을 꺼내 셀프 카메라 모드로 자신의 얼굴을 살폈다. 뭐 이상한 것이라도 묻었나 확인을 하지만 딱히 얼굴에 묻은 것은 없었다. 자연히 핸드폰을 주머니에 집어넣은 그의 시선이 그 단발머리 여학생 쪽으로 향했다. 후우. 작게 한숨 소리를 내며 그는 괜히 더 입을 열지 않고 그녀에게서 관심을 끊고 다시 앞으로 나아간 후에 문제의 동아리 부실에 도착했다.
"미술 동아리인가? 여기? 하긴. 디저트를 먹는 동아리는 아니겠지."
아직 안에 들어서진 않고 근처의 분위기, 그리고 동아리 입구를 바라보면서 그는 괜히 작은 혼잣말을 남겼다. 이어 오른손으로 그는 천천히 동아리 부실을 노크했다.
"실례합니다. 디저트 동아리 소속이라는 도나예 학우를 찾으러 왔는데 안에 있나요?"
누군가 문을 열어줬다면 그는 양해를 구해 안을 살피려고 했을 것이고, 자신이 찾는 이가 없다면 밖으로 나온 후, 근처의 벽에 등을 기대고 나예가 오는 것을 기다렸을 것이다. 만약 문이 열리지 않는다면 자신이 찾는 이가 없다는 이야기일테니, 마찬가지로 벽에 등을 기대고 나예가 오는 것을 기다렸을 것이다. 이내 갑자기 핸드폰이 주머니에서 진동을 하자 그는 그 내용을 확인했고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그는 자신에게 톡을 보낸 친구에게 답톡을 보냈다.
[소문은 됐어. 내가 직접 만나보고 이야기하고 판단할거야. 그러니까 그 관련 톡은 더 보내지 마. 아닐 수도 있잖아.]
[이상한 소리 말고. 아닐 때 그 후배에게 사과할 자신 없으면 괜히 더 소문 퍼뜨리지 마.]
[화내도 내가 내고, 따져도 내가 따져. 그러니까 더 이야기 꺼내지 마. 진짜로.]
//저 단발머리 여학생에겐 조금 미안하지만 지훈이는 동아리 부실 바로 앞에서 기다림을 선택했다! 여기서 나예가 동아리로 안 오고 바로 귀가해버리면 상황이 뭔가 웃플 것 같지만 나예가 이후에 어떤 행동을 할 진 모르는 거니까.
아무튼 낙서도 그렇고 나예주의 묘사도 그렇고 나예가 진짜 정신적으로 힘들어하는 것이 눈에 보일 정도야. 그 와중에 지훈이 이름 쓴 것에서 괜히 짠해졌어. 지훈이는 의심 반, 직접 확인하려는 마음 반이다보니. 나예를 더 힘들게 하지 않을까 걱정이야. 아무튼 1박 2일 일정 수고했어! -
67 나예-지훈 (UXL4I3vmgA) 2020. 9. 4. 오후 9:09:33자칭 동아리 부원들끼리는 화방이라고 불리는 곳 복도에 서 있던 여학생은 앞의 그가 한숨을 쉬고 문을 두드리자 느릿한 걸음으로 그가 있는 곳까지 따라왔다. 망설이면서도 단호한 결심을 한듯 호기롭게 입을 연 그녀는, 동아리 문 손잡이를 잡았다.
" 나예 선배는 무슨 일로 찾으세요?"
그 목소리는 꽤나 차가워서 지훈이 놀랐을지도 몰랐다. 아까의 소심하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채 적의적인 눈빛을 보내는 태도가 묘했다. 그녀가 소문을 들었는지, 지훈을 아는지 모르겠지만 태도로만 보면 아는것도 같았다. 공강으로 신났던 그 단순한 마음이 착잡하게 가라앉은 그녀는, 아무도 모르는 속을 숨기고 손잡이를 잡은 채 문을 막듯 앞에 섰다. 디저트는 소동아리인 터라 부원이 많지 않았다. 그래도, 선배와 민지가 나간 후에도 남은 이들은 전부 나예를 아꼈다.
-
" 다음은... 7조 발표, 아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
순서는 교수님이 임의로 정한 것이었다. 오늘만은 아니길 바랐는데. 그녀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그녀는 자신이 입은 옷을 바라보며 일어났다. 화얀 셔츠에 니트 원피스를 레이어드한 제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발표 날짜를 정확히 알았더라면 좀 더 차려입었을텐데. 그 옷이 제게 용기를 주었을 텐데. 갖가지 생각을 하며 울며 겨자먹기로 포인터를 받아든 그녀의 속은 완전히 감춰졌고. 학생들은 치렁거리는 금빛 머리칼과 밝은 청록색 니트 원피스에 시선을 뺏겼다. 항상 화려한 차림으로 이목을 끌던 그녀의 발목엔 타투까지 있어 입을 열기 전부터 이미 이목이 집중됐다.
" 7조 발표를 맡은 경영과 도나예입니다. 이번에 발표할 내용은 국내 유통업을 중심으로 한 경제 양상입니다."
화려한 외모와 지나치게 차갑고 정확한 발음으로 그녀는 발표를 시작했다. 여러번 대사를 써봤고, 연습도 했던 터라 감정을 텅 비우고 멍하니 발표를 하고 있음에도 빈틈이 보이지 않았다. 지적할 틈 따위는 만들지 않겠다는 듯 질문까지 다 받아낸 그녀의 이마에 땀이 맺혀 있었다. 수업시간이 다 돼서 금방 끝난 것에 안도하며 그녀는 짐을 부랴부랴 챙기고 친구를 바라봤다. 아무말 없이.
" 역시 도나예. 발표 고생 많았어! 주말 지나고 봐?"
저녁 약속은 꺼내지도 않고 강의실 밖을 후다닥 나서는 친구, 였던 이의 뒷모습을 응시하며 그녀는 강의실이 텅 비는 동안 가만히 서 있는다.
" 그림이나 그리자."
마음이 어수선할 때면 그림으로 달래곤 했다. 집중하다 보면 복잡한 일은 떠오르지 않았으니. 앞으로 30분 정도는 시간이 있었다. 그 다음엔 빵집 마감 알바를.
"..바쁘네."
빈 강의실에 그녀의 혼잣말만 가득 찬다.
#그치만 결국 단발머리 학생이 먼저 말을 걸고 마는데..!
아니 나예 그대로 귀가하면 진짜 웃프겠는걸. 남은 시간은 30분! 둘은 만날 수 있을 것인가! 아냐아냐 갈등이 너무 쉽게 풀리면 재미 없는 법. 여기저기 뒤엉키고 부회장도 나오고 막 그런 상황을 원하는 바!
지훈주는 오늘 하루 잘 보냈어? 불금이네! -
68 지훈 - 나예 (DbBuPauIkc) 2020. 9. 4. 오후 9:26:20들려온 목소리가 보통 차가운 것이 아니었기에 그의 시선을 끌기엔 충분했다. 그 뿐만이 아니라 자신을 향한 적의적인 눈빛 역시 그의 시선을 끌기엔 충분했다. 무슨 일로 나예를 찾냐는 물음과 함께 안에 들어갈 수 없게 하려는 것처럼 문을 막는 그녀의 행동을 그는 하나하나 바라봤다. 보아하니 여기 동아리의 부원임이 분명했다. 일단 그녀가 보이는 태도는 적어도 호의적인 느낌은 아니었다. 그렇다면 이 동아리가 자신을 싫어한다는 것은 사실인걸까. 작게 한숨을 내쉬면서 그는 아무런 말 없이 그녀를 가만히 바라봤다. 하지만 계속 말 없이 이대로 있을 수도 없었기에, 그냥 그녀와 접촉한 것으로 만족하기로 하며 그는 입을 열었다.
"왜 그리 문을 막고 그러세요? 안에 들어가면 안되나요? 개인 용건인데 말해야 하나요?"
물론 이렇게 말을 해도 어림없다는 것은 그도 짐작했다. 분위기로 추정컨데 자신을 나예와 만나게 할 생각이 없어보였으니까. 오히려 적대적인 분위기가 더 늘어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그도 질 수 없다는 듯이 그녀를 노려보듯이 바라봤다. 허나 순간 움찔하면서 그는 괜히 손을 올려 자신의 뺨을 톡톡 쳤다. 지금 여기서 기싸움을 해서 어쩌잔건지. 마음을 정리하며 그는 다시 말을 이어나갔다.
"개인 용건이라서 당사자하고만 이야기하고 싶은데 그럼 안되나요?"
하지만 당연히 그의 목소리는 그리 친절한 톤은 아니었다. 상대가 적의적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차갑게 목소리를 내뱉는데 왜 자신이 친절하고 다정하게 말을 해야만 하는가. 자신은 마냥 착한 이는 아니었다. 상대가 적의적으로 나오면 지훈 역시 적의적으로 대했다. 지금처럼.
"아. 생각해보니 이렇게 말하면 되게 이상한 사람 같네요. 유지훈이라고 해요. 같은 과 선배이고 이번에 선거 나가는 사람이에요. 그리고 소문의 당사자이기도 하고요. 이렇게 말하면 되나요?"
다른 사람은 모르겠지만 당사자인 자신은 그녀와 이야기할 권리가 있었다. 물론 그녀가 진짜 그런 글을 올렸건, 그게 모함이건 그런 것은 지금 단계에선 판단할 수 없었다. 한가지 확실한 것은 적어도 저 여성은 자신에게 호의적인 느낌이 아니라는 것. 왜 자신을 저렇게 보고 그렇게 차가운 톤으로 말을 하는 것일까. 나름 생각을 하며 그는 그녀에게 물었다.
"그 소문 때문에 귀찮게 하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그것 때문이라면 일단 저는 그런 목적으로 온 거 아니니까 안심하세요."
//이대로 귀가하면 지훈이는 정말 끝까지 기다리다가 물 먹은 표정으로 돌아가고 말거야. 특히 저 여자애가 말을 건 만큼 저 여자애가 못 만나게 막고 있구나. 그럼 왜? 라는 생각까지 가지 않을까 싶지만 그건 지금 단계에선 확실하지 않으니까. 아무튼 두 상황의 분위기가 너무 달라서 괜히 웃프다. 아니 근데 친구 너무하잖아! 파스타 어쩔꺼야! 파스타! 일단 딴 건 몰라도 이 일의 모든 진상을 알게 되면 지훈이는 민지를 찾아갈 것이 분명해.
아무튼 난 오늘 일정 다 마치고 주말 내내 푹 쉴 생각이야! 나예주는 잘 보냈니? 오늘 하루 수고했어! -
69 나예-지훈 (bfg7t1VNJY) 2020. 9. 5. 오전 9:11:11>>68 지훈이 물먹은 표정.. 안돼! 앗 지훈이는 그런 식으로 느끼는 구나. 갈등을 고조시키기 위해서 괜히 한번 못만나게 해보고 싶고 그렇네.
파스타 ㅋㅋㅋㅋㅋ 그러니까 파스타 먹자는데! 배 고프다는데! 알바 가기 전에 든든한거 먹어야 한다구! 응응 나도 마찬가지로 금요일에 일정 다 해두코 코로나로 주말은 집에서 콕 박혀있을 예정이야:D 시간나는대로 답레도 가져 올게. 지훈주 행복한 주말 되길 바라. 잘 쉬고 먹고 응응. 이래저래 해도 난 역시 주말이 좋아😊 -
70 지훈주 (bQ3oUhLDR.) 2020. 9. 5. 오전 9:39:48>>69 그러니까! 파스타 완전 맛있는데! 나 파스타 완전 좋아해서 저건 도저히 그냥 참을 수 없다! 왜 무시해! 친구야!! ;ㅁ; 아무튼 주말에는 푹 쉴 예정이구나. 하긴 요즘은 코로나라서 어디 쉽게 나갈 수도 없고 나가도 열린 곳도 잘 없더라. 물론 나는 그나마 지방에 살아서 영향이 덜하긴 한데 수도권은 엄청 심하다고 들었어.
아무튼 답레는 천천히 올려줘! 나예주 역시 좋은 주말 보내길 바라!! -
71 나예-지훈 (bfg7t1VNJY) 2020. 9. 5. 오전 11:04:25" 신입 부원도 아니잖아요. 기본적으로는 동방은 동아리 부원을 위한 방이에요. 제가 왜 영문도 모르고 들여보내줘야 하죠?"
단발머리의 그녀는 여전히 적대감을 가진 채로 그러나 본디 성격이 소심하게 타고난지라 떨리는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다. 지훈이 알 턱이 없겠으나 그녀가 여태껏 낸 용기 중 가장 큰 용기였을지도 몰랐다. 문제란 문제는 다 피하며 소심하게 살고 있었지만 동아리에서 나예가 그녀에게 해준 말들이 그녀를 바꿨다. 두 사람의 기싸움은 그래도 지훈의 승리인듯 했다. 가뜩이나 초조해하던 그녀는 그가 노려보자 흠칫 놀라며 눈을 내리 깔았지만 여전히 문에서 비킬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의 말을 듣는 순간 그녀의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고이기 시작했다. 자그마한 몸집을 가진채 문을 잡고 눈물을 흘릴듯한 표정을 짓는 그녀는 누가 본다면 지훈이 그녀를 협박한다는 오해를 살 법 했다.
" 그래서. 그래서 따지러 온 거예요?"
그녀는 하루종일 조마조마했다. 언젠가, 또 누군가 한 번은 동방에 와서 따지겠지. 그럴 땐 나예 선배와 마주치게 두지 않겠다고. 나예 선배가 최대한 스트레스를 덜 받도록 자신이 나서더라도 꼭 변호해주겠다고 마음을 먹었는데 막상 이런 상황이 오자 두렵기만 했다.
" 꼭 나예 선배를 만나야겠어요?"
지훈의 말을 들은 그녀는 뚱한 얼굴로 눈물을 겨우 삼켜내고 고민하기 시작했다. 소문의 당사자와 바로 푸는 것은 좋지 않을까 싶기도 했고 나예 선배라면 그와 잘 얘기할 것 같았다. 하지만 지금은 좀 더 그녀를 변호하고 싶었다. 손목시계의 시간을 본 그녀는 다시 고민하기 시작했다. 오늘은 나예가 알바하러 가는 날이었고, 시간으로 보아 동방을 안 들르고 바로 저녁을 먹으러 갈 가능성이 컸다.
" ..나예 선배는 오늘 알바 갈 거예요. 괜찮다면 제가 문자로 이 상황을 선배한테 전달해도 될까요? 직접 보내도 되고요."
일단 나예에게 알리는 게 우선이라 판단했는지,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폰을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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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예는 심란한 마음으로 알바가는 골목에 있는 편의점에 들렀다. 한시라도 학교를 빠져나가고 싶었기에 학식이니 주변 밥집이니 하는 선택권은 없었다. 대충 골라든 참치마요 삼각김밥과 생수 한 병을 그녀는 위로 집어 넣었다.
' 빨리 알바하고 싶다.'
#이번에는 어긋나고 다음에 만나는 걸로 이끌었는데 괜찮을까? 지훈주 파스타 좋아하는구나 ㅋㅋㅋㅋㅋ 나도 좋아해! 지훈주는 크림파? 토마토파? 나는 크림 파스타가 너무 좋아.
영향 덜한 곳이면 다행이다. 내쪽은 수도권이라 안전문자가 하루에 열댓개씩 와서 무서워 ㅠㅠㅜㅜ 그래도 지방도 위험하겠지만! 그나저나 분위기 복잡하고 막 갈등 일어나고 그런데 난 지훈이가 상대방이 적대적이라고 노려보는게 왜 이렇게 귀엽지 ㅋㅋㅋ큐ㅜㅜ 그러다가 기싸움하면 안된다고 정신차리는 것까지 귀엽다:33 -
72 지훈 - 나예 (bQ3oUhLDR.) 2020. 9. 5. 오전 11:29:43"경우에 따라서라면 얼마든지요."
정말로 자신을 모함한 것이 맞다면 그는 물러설 생각이 없었다. 자고로 누군가를 찌른 사람은 찔릴 각오를 해야한다는 말이 있지 않던가. 무엇보다 자신은 트집을 잡는 것이 아니라 정당하게 말을 할 권리가 있었다. 자신에 대해서 비판적인 이야기를 할 순 있지만 비난까진 용납할 수 없었으니까. 무엇보다 지금 이 사안을 그냥 그대로 넘기면 자신의 선거를 도와주는 이들 모두를 욕먹이는 것이었기에 그는 절대로 그냥 물러설 순 없었다. 그녀의 떨리는 목소리와는 대조적으로 그의 목소리는 한 치의 떨림 없이 당당했다.
"알바요? 그렇다면 언제 만날 수 있죠? 그리고 꼭 만나야겠냐고 물었는데 그럼 이 상황에서 만나지 않고 해결될 방법이 있다고 생각하나요? 오히려 그렇게 피하게 하려는 행위가 더 의심을 받는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좋겠는데요."
그녀를 지키고자 함인 것은 알겠지만 자신을 적대하고 경계하는 모습은 그의 마음에 그리 들지 않았다. 애초에 자신이 뭘 했단 말인가. 굳이 말하자면 피해를 입은 것은 자신이고, 만약 모함을 받은 거라면 나예 역시 피해자였다. 결국 자신과 그녀가 이야기를 해야 사태가 진전이 될텐데 무조건 이렇게 막는다고 뭐가 좋을게 있단 말인가. 그는 답답하다는 듯이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많이 바쁘면 한가한 시간을 말해달라고 할 수 있을까요? 저도 시간을 내볼테니까."
일단 자신에게 있어 최대한 양보를 한 방안이 바로 그것이었다. 만나지 않고 끝낸다? 적당히 없던 일로 하고 끝낸다? 그럴 순 없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이 일은 어떻게든 해결을 보겠다고 그는 굳게 다짐했다. 그리고 그의 눈빛 역시 그 마음을 가득 담아 날카롭게 반짝였다. 이어 잠시 생각을 하던 그는 이것만큼은 지금 이 자리에서 확실하게 확인해봐야겠다고 생각하며 그녀에게 물었다.
"도나예 학우는 어떤 사람인가요?"
물론 이렇게 물어도 그녀에 대한 좋은 의견들만 나올 것 같았지만 그런 것을 감안하더라도 그녀가 어떤 이인진 알 필요가 있다고 그는 생각했다. 그런 평판 속에서 그녀가 정말로 그런 일을 할 사람인지, 단순한 모함인지를 파악할 수 있는 근거가 나올 수 있을테니까.
//나는 괜찮다고 생각해! 어긋날 수도 있는 거니까! 앗. 나는 둘 다 좋아해! 하지만 둘 중에 하나를 고르라면 토마토파! 토마토 소스를 정말로 좋아하거든! 그래서 파스타집에 가면 어지간하면 토마토 파스타를 먹는 편이야. 물론 그렇다고 크림 파스타를 싫어하는 건 아니고!
수도권은 상태가 생각보다 심각하구나! ;ㅁ; 하긴 뉴스 볼 때마다 그런 것 같지만. 하루에 열댓개씩 문자가 날아온다니. 여기는 다섯개 정도가 날아오는데 위는 심각했구나. 정말. 코로나 걸리지 않게 조심 또 조심하자! 아무튼 지훈이가 완전 마음에 드는 것 같아서 괜히 오너인 내 기분이 좋은걸? 지훈이를 좋게 봐줘서 고마워!! -
73 나예-지훈 (bfg7t1VNJY) 2020. 9. 5. 오후 1:46:20" 나예 선배가 잘못이 있는지 없는지 그쪽은 모르시겠지만. 힘들어서 피하는 사람을 잠시 둘 순 있잖아요. 시간이 필요할지도 모르는데. 뭐 저도 나예 선배가 얘기를 원할지는 잘 모르니까.. 네. 뭐."
피하면 의심만 생긴다는 말에 그녀는 바닥을 응시했다. 애꿎은 바닥에 분노를 보내며 속을 진정시킨 그녀가 그를 다시 바라본다. 사람을 궁지에 몰아 놓고는 이제 피하지도 말고 부딪히라 다그치는 그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왜 다들 그렇게 관심이 많으며, 소문을 퍼트리고, 거짓을 진실로 만들어 사람을 내모는 건지. 예전 자신의 기억이 떠올라 그녀는 미간을 찌푸렸다.
" 그럼.."
그녀는 나예 선배의 전화번호를 찾아서 문자에 [선배, 지훈 선배가 만나서 얘기를 하고 싶다고 하는데 혹시 괜찮아요? 한가한 시간을 알려주면 좋겠대요.] 라고 적은 다음 그에게 화면을 보여줬다.
" 이렇게 보내면 될까요?"
그의 눈빛을 보며 그녀는 학생회장 후보 같다고 생각이 들었다. 날카롭고. 야무지네. 도망가고 싶을 정도로.
" 저는.."
나예가 어떤 사람이냐는 질문에 그녀는 잠시 빈 허공을 응시했다. 어떤 사람이었더라. 혼자 낙서를 하던 그녀에게 먼저 다가와 동아리를 권하고, 소심하고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그녀와 함께 지내려 노력하고, 두루두루 친절하면서도 바른 사람. 이 모든 말을 정리하면..
" 바른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그녀의 기준에서 나예는 바른 사람이었다. 알바도, 학업도 착실히 하는 사람이었고 인간관계에서도 뭣하나 트집잡을 것 없이 바르기에 모순적으로 흠이 되고 미움을 사는 사람이었다.
" 그리고 그 때문에 트집 잡히기 쉬운 그런 사람."
#나예는 알바가는 중일텐데 묘사는 생략했어. 뭔가 지훈이 술취한 모습과는 대비되게 똑부러지고 단단해서 되게 매력적이다. 나예 쪽 묘사는 문자를 받은 다음으로 이을게:D 그나저나 오랜만에 쉬면서 평화롭게 일상에 집중하니 힐링돼. 상황극판도 되게 오늘 활성화된 느낌이야. -
74 지훈 - 나예 (bQ3oUhLDR.) 2020. 9. 5. 오후 2:02:05바른 사람이기에 트집이 잡히기 쉬운 사람이라는 평은 아무리 생각해도 좋은 평이었다. 하지만 자신이 본 술자리에서의 모습이 바른 사람이냐고 물으면 글쎄? 라는 느낌에 가까웠다. 물론 나쁜 짓을 한 것은 아니지만 자신이 본 모습이 마냥 바른 모습이냐고 하면 조금 애매했으니까. 물론 그녀가 그렇다고 나쁜 사람이다라고 평가할 생각은 없었다. 적어도 지금 단계에서 그가 생각할 수 있는 건 그녀가 주변 사람들을 잘 챙기거나 불의나 그런 것을 정말로 싫어하는 것이 아닐까 정도였다. 그렇다고 한다면 그런 악의적인 소문을 익명으로 올리는 것은 조금 부자연스러웠다. 오히려 정면으로 자신에게 찾아와서 따졌으면 따졌지. 그런 익명글을 쓰려고 할까?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저 누군지 모를 여학생의 평만을 근거로 한 것이 아니던가. 그렇기에 그는 판단을 보류했다.
"차후에 도나예 학우와 이야기를 나누면 참고할게요."
하지만 어디까지나 참고사항은 될 수 있었다. 일단 지금 여기에 계속 있어봐야 별 소용이 없는걸까. 일단 문자 메시지는 그렇게 보내면 된다는 의미를 담아 그는 고개를 끄덕였고 가지고 있는 가방에서 노트를 한 장 꺼낸 후에 오른쪽 상단면을 살며시 찢은 후, 그는 그 위에 자신의 번호를 적고 내밀었다.
"제 폰 번호에요. 답은 여기로 해달라고 해주세요."
번거롭게 중간에 사람을 끼울 필요는 없었다. 다이렉트로 연락을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그것을 취하는 것이 제일이었다. 지금 눈앞의 여성은 그저 중간에 끼인 사람에 불과했고 자신은 그녀에게 딱히 볼일이 없었다. 무엇보다 자신을 좋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은데 메시지 전달을 위해서 계속 만나는 것도 서로간에 마이너스 요인이 아니던가.
"여기에 계속 있어도 좋은 소리는 안 나올 것 같고 오늘은 도나예 학우를 만날 수 없을 것 같으니 가볼게요. 그리 좋은 일은 아니지만 끼이게 해서 죄송하고요."
끝까지 그의 말에서 자상한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기싸움을 할 생각은 없지만 자신에게 적의적인 태도를 처음부터 보이는 이에게 자상함을 내비칠 생각은 없었다. 누군가가 그런 자신을 나쁘다고 평가한다면 그는 그 평가를 그대로 받아들일 생각이었다. 무조건적으로 착하게 살 생각은 없었으니까.
"좋은 시간 되시고요."
말을 짧게 남기며 그는 자신의 과가 있는 건물로 향하려는 듯 발걸음을 옮겼다. 일단 저 동아리 멤버들은 자신을 좋지 않게 생각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염두하기로 하며 그는 다시 진동하는 자신의 핸드폰을 꺼낸 후에 친구에게서 온 톡을 읽고 한마디로 일축했다.
[소문은 신경쓰지 말고 선거 운동에 집중해줘.]
//사실 이게 지훈이의 본 모습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아. 마냥 착하고 자상한 것은 아니고 자신에게 적의적으로 나오면 똑같이 적의적으로 나오고 때로는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하지만, 나중에 너무 심했나 싶어서 괜히 자책하기도 하고, 혹은 상대가 그랬으니 내가 미안해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기도 하고!
아무튼 푹 쉬는 것 같아서 다행이야! 나도 지금은 푹 쉬는 중이야! 주말이라서 그런걸까. 어쩌면 코로나+주말이 겹쳐서 그런걸지도 모르겠어! -
75 나예-지훈 (nPMBPsGTTQ) 2020. 9. 7. 오후 4:33:26>>74 주말에 푹 쉬니까 좋다! 이래놓고 또 바빴던 나예주 갱신.. 하루 텀이 힘들어져서 하루 잡담+하루 레스 잇기 이런 식으로 가야할 것 같아. 이틀 텀으로 잡고 이어도 될까 지훈주? 늘 늦는 거 같아서 미안해 ㅠ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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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 지훈주 (qGGUfIKpgg) 2020. 9. 7. 오후 6:33:29>>75 앗. 괜찮아! 나예주! 일단 현생이 무조건 우선이라고 생각하거든. 나예주가 조금 지치고 힘들면 텀을 길게 해도 좋다고 생각해. 나도 평일은 일 때문에 사실 이 시간부터가 거의 프리하기도 하거든. 일단 그렇게 사정말해줘서 고맙고 원래 바빠서 낮는 것은 미안한 것이 아니라고 배웠어.
나쁜 것은 현생이지. 나예주가 아니고 무조건 빠르게 빠르게 하루만에 척척 와서 이어야 하는 것도 아니잖아? 나는 느긋한 것도 완전 좋아하니까 노 프러블럼이야! -
77 나예-지훈 (nPMBPsGTTQ) 2020. 9. 7. 오후 11:05:22>>76 배려해줘서 고마워!!:D 그럼 염치없지만 이틀 텀으로 느긋하게 잇도록 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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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말에 그녀는 그를 빤히 바라보다가 황급히 또 시선을 피했다. 자신이 한 말이 오해를 푸는데 조금이나 도움이 되길 바랄 수밖에. 그렇게 아끼는 사람임에도 나서는 건 언제나 힘들고 버거웠다.
" ...네."
마음에 들진 않는 것 같았으나 그녀는 순순히 그 번호를 나예 선배에게 전송했다. 이제부턴 나예가 알아서 할 일이라 생각하니 그녀는 오히려 마음이 편안했다. 그녀라면 뭐든 알아서 척척 해낼 것만 같다.
" 음... 아. 네. 뭐."
예상치 못한 죄송하단 얘기에 그녀는 놀란 눈을 껌벅였다. 자신의 감정과 상관없이 허울뿐인 매너라도 내뱉는 사람이란 건가. 최소한의 예의는 지키는 사람, 정도로 기억하기로 했다.
자리를 뜨는 그를 한참 바라보다가 그녀는 조심스럽게 화방 문을 열었다. 나예가 완성하다 만 밤하늘이 눈에 들어온다.
-
넘어가지 않는 음식물을 물과 함께 억지로 삼키며 나예는 눈물을 찔끔 흘렸다. 현재 상황 때문은 절대 아니라고, 뭉텅 넘어가는 음식물에 식도가 아파 그렇다고 생각하며 그녀는 알바를 하러 출발했다. 가서 얼음을 가득 넣은 물을 들이켜면 속도 기분도 한결 나아질 것이다.
" ..예림이네?"
문자를 본 그녀의 표정이 굳어갔다. 표정이 안 좋았다기 보다는 정말 감정이 없는 사람처럼 텅 비어 딱딱해진 것처럼. 이런 사람이구나. 루머가 생기면 당사자를 바로 만나는 성격이라. 가장 정석적이고 드문 성격이라 생각했다. 그녀는 문자 내용과 넘겨진 번호를 보더니 폰을 꺼버렸다.
#요렇게 끝나게 하고, 나예는 자기방어기제가 강한 만큼 최대한 피하다 마주할 것 같아서 아마 알바후 다음날에 지훈에게 연락을 주지 않을까 싶네. 다음날 지훈의 일상을 가볍게 묘사해주면 나예가 문자 답장 보내는 쪽으로 이어볼까? -
78 지훈 - 나예 (qGGUfIKpgg) 2020. 9. 7. 오후 11:19:31"야. 지훈아. 너 왜 그러냐?"
"아무 일도 없었어."
다음 날, 수업을 끝낸 지훈의 표정은 그다지 좋지 못했다. 괜히 주머니 속에 손을 집어넣고 핸드폰을 꽈악 잡지만 이내 그는 손을 놓고 한숨을 내쉬었다. 결국 지금 이 순간까지 연락은 조금도 오지 않았다. 뭐야! 뭐! 왜 피하는데! 왜! 괜히 울분을 토하고 싶지만 그럴 수도 없어서 괜히 발만 땅에 쿵쿵 찍다가 아플 것 같아 살며시 파워를 줄이는 모습을 그의 친구는 멍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너 회장 선거 많이 힘드냐? 애가 하루 아침에 이상해졌어."
"아니거든!"
괜히 울분을 토하면서 그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대체 왜 연락이 없는건데! 왜! 진짜 소문을 퍼뜨렸어? 그래서 피하는 거야? 당사자가 앞에 있으면 단번에 따지고 싶었지만 차마 다른 이들 앞에서 그렇게 했다간 제대로 망신살을 주는 것은 물론이고 더욱 뒷말이 나올 수 잇었기에 그는 그 사태만을 피하고자 했다. 이 사태는 그렇게 크게 키울 수 없다고 그는 생각했다. 만약 이게 정말 오해라면, 그녀의 평판이 정말 땅에 떨어질지도 모르니까. 아니. 사실 지금도 이러쿵저러쿵 말은 계속 나오고 있지 않은가. 대체 어떻게 해야 좋을까. 어떻게 하면 좋을까. 그렇게 생각을 하며 그는 머리를 북북 긁고 친구에게 양해를 구한 후에 부회장 선거에 나가는 자신의 친구에게 전화를 걸고 이것저것 부탁했다. 대체 왜 그래야 하냐는 물음에 그는 작게 혀를 차며 그냥 해달라고 부탁을 했고 곧 알았다는 말이 나왔다.
"마음에 안 들지만 그래도 이것 때문에 이런저런 말이 나오는 게 더 싫어. 진실 여부도 진실 여부지만... 일단은."
자신의 지시사항을 그대로 유지해준다면 부회장이 이번 사태에 그녀는 관계가 없다는 대자보를 붙이리라. 안 좋은 말을 하는 범인은 잡았고 따로 조치했다는 내용이 쓰여있었으니 자연히 많은 이들이 알게 될 것이고 그나마 소문이 조금 줄어들지 않을까 그는 그렇게 판단했다.
"바른 사람이라면 이런 일은 안하겠지. 도나예 학우님. 그 누군지 모를 여자애를 봐서라도 일단 이 정도는 해줄테니까 제발 연락 하라고. 대화는 해야 할 거 아니야."
괜히 핸드폰을 주머니에 푹 집어넣고 그는 다시 친구가 있는 곳으로 돌아갔다. 이후 사태는 어떻게든 정리가 되기를 바라며 그는 괜히 작게 혀를 찰 뿐이었다.
//원래라면 이 정도까진 하지 않지만 그 여자애가 그렇게까지 말을 했으니 좋아. 한번 믿어보자라는 마음으로 이렇게 하긴 했지만 지훈이도 지금은 애매한 상태야. 믿어보긴 하겠지만 정말로 믿어도 되나? 나 바보 되는 거 아니야? 하는 마음도 있어서 반신반의하는 느낌이기도 하지만 그래도 믿어보겠다는 마음이 좀 더 큰 편이긴 해. 실제로 아무런 증거가 없기도 하고, 그냥 소문 뿐이기도 하니까. 이후 결과는 나예주가 편한대로 하면 될 것 같아! -
79 나예주 ◆5wvLxdlKW. (W.c2pD5DtQ) 2020. 9. 8. 오후 10:35:11지훈이.. 저렇게 나올 줄은 몰랐다. 다정해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화를 피하는 나예가 사태를 악화시키길 바라 보는 나예주(?) 내일 답레 가져올게! 뭐 많이 한 것도 아닌 거 같은데 평일은 막 바쁜 기분 ㅠㅜㅜ 지훈주는 잘 지냈으려나? 굿밤되길 바랄게!!
-
80 지훈주 (hq.7EFlKA6) 2020. 9. 8. 오후 10:42:12위에서도 썼지만 그 여자애가 굳이 그렇게 말할 정도였고 술자리에서 나예를 한 번 본 것에 대한 영향이 컸어. 정말로 남을 해칠 이고 자신을 미워한다면 그렇게 행동할 린 없을테니까 하고 말이야.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또 완전히 믿는 것은 아니고 석연찮게 생각하는 것도 있으니 사실 오해가 다 풀리거나 한 건 아니야.
우선 지금 저건 급한 불은 끄자라는 느낌에 가까워. 사실 저걸로 괜히 나쁜 소문 생기는 것은 지훈이로서도 영 내키지 않는 일이거든. 괜히 찝찝하기도 하고! 응! 답레는 편할 때 가져와줘! 오늘 하루 정말 수고했어! 나는 오늘은 일 한다고 조금 바빴지만 지금은 완전 휴식중이야! -
81 나예-지훈 (GssCSiXAN.) 2020. 9. 10. 오전 2:06:40알바가 끝나고 걸어가는 밤 공기는 늘 상쾌했다. 그 상쾌함 속 자신은 나른했고, 오늘도 무언가 해냈다는 뿌듯함과 이제 집에 가 잠을 청할 수 있는 행복감에 젖어 있어야할 시간이 오늘은 조금 달랐다. 나예는 귀에 무선 이어폰을 꽂고 눈을 지그시 감았다.
" ...하..."
입꼬리 한쪽이 올라가더니 힘없는 실소가 새어 나온다. 다 지긋지긋해서 그만두고 싶은 익숙한 감정을 품으며 그녀는 흐트러짐 없는 걸음으로 도보블럭의 나란한 무늬를 일자로 밟아 나갔다. 아직 알림을 없애지 않은 지훈의 번호가 잠깐 켜진 스마트폰의 상단에 표시 됐고, 그녀가 보기 전 깜박, 사라진다.
' 연락을 해보는게 낫겠지.'
빈 집으로 들어와 불을 켜고 늘 그렇듯 새초롬하게 반겨주는 고양이를 보자 그의 머릿결이 떠올랐다. 직접 보자고 함은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 배신감? 사실 확인?'
' ...믿어 줄까?'
-
오전부터 수업이 있기에 무거운 몸을 이끌고 현관문을 열던 그녀가 전신거울 앞에 멈춰선다. 흐릿한 시야로 들어오는 제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널찍한 후드티에 까만 츄리닝 바지. 평소라면 절대 쓰지 않았을 캡모자까지.
" 이러면 정말 뭐 찔리는 애 같잖아."
잠깐 고민하던 그녀는 모자를 바닥에 집어 던져버리고 집을 나섰다. 모자 때문에 어색하게 나뒹구는 머리를 손질하다가, 무언가 생각이 들었는지 파우치를 뒤지던 그녀의 손에 머리끈이 하나 잡힌다. 당당함을 드러내기에 포니테일만큼 좋은게 없겠지. 이례적으로 머리를 올려 묶고, 그녀는 앞을, 저 멀리를 바라보며 곧게 걸었다.
[12시 이후로 시간 돼요.]
그 즈음, 누구인지도 밝히지 않은 딱딱한 문자 한 통이 지훈에게 도착할 것이다.
#답레가 늦었다 ㅠㅠㅜㅜㅠ 지훈주 굿밤☆ -
82 지훈 - 나예 (ARKzMrVET.) 2020. 9. 10. 오전 7:48:48잠시 친구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그 친구가 수업을 들어야 해서 헤어진 이후 그는 근처에 있는 벤치에 앉아 가만히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그 핸드폰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대체 이게 무슨 짓인건지. 객관적인 시선에서 바라보면 이것만큼 웃긴 일도 드물지 않을까. 그는 그렇게 생각했다. 사귀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썸을 타는 것도 아닌데 연락이 왜 안 오는지, 이렇게 기다려야 할 이유는 뭘까. 그냥 넘겨버리고 선거 운동이나 공부에 집중할까. 하지만 역시 그냥 넘기기는 또 찝찝했다. 뭔가 확실하게 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았기에 더욱 더.
"어?!"
그런 생각을 하는 와중 갑자기 그의 핸드폰으로 문자가 한 통 왔다. 12시 이후로 시간이 된다는 그 말에 그는 괜히 긴장한 표정으로 침을 꿀꺽 삼켰다. 그렇게 기다리던 연락이 아니던가. 일단 상대가 응했다는 것은 적어도 대면해서 이야기를 나눌 생각 정도는 있다는 것이겠지. 그것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하며 그는 처음 보는 번호인 그녀의 번호로 답장을 바로 전송했다.
[디저트 동아리와 우리 과가 있는 건물 4층 맨 오른쪽의 빈 강의실. 어디가 편하세요?]
4층 맨 오른쪽의 빈 강의실은 사실상 지금은 거의 쓰는 사람이 없는 곳이었다. 시험을 칠 때, 사람이 너무 많아서 도저히 수용이 불가능하면 사용하는 예비 강의실이었기에 누군가 올 염려는 거의 없었다. 물론 가끔 들어오는 사람이 없는 것은 아니었기에 100%는 아니긴 하나 사람의 눈을 피해 한적한 곳에서 이야기를 나누려면 거기만큼 좋은 곳이 또 없다고 그는 생각했다.
개인적으로는 디저트 동아리보다는 그쪽이 더 낫긴 했지만 그녀의 입장에선 디저트 동아리가 더 나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친숙한 장소와 친숙하지 않은 장소. 아군이 있는 장소와 정말 아무도 없는 장소는 그 압박감부터가 달랐으니까. 자신이라면 망설이지 않고 디저트 동아리를 선택했을 거라고 생각하며 그는 일단 답장을 기다렸다.
"정말 선거 한 번 치르기 힘들다. 진짜."
빠르게 대면해서 이야기를 나눠서 사실 확인을 하고 다 끝냈으면 좋겠다고 그는 진심으로 생각했다. 한 번 더 이런 사태가 벌어지면 감당이 힘들 것 같았기에 더더욱.
//저 시간대엔 잠들어있었다. ㅠㅠㅠㅠㅠ 그렇게 늦은 것도 아닌걸! 평일엔 바쁘다고 한 것도 있었으니 말이야. 지훈이는 저렇게 생각하지만 이야기 특성상 앞으로 계속 이렇게 충돌할테고... 둘 다 힘내라! 아무튼 나예주는 좋은 하루 있길 바라! -
83 나예-지훈 (GssCSiXAN.) 2020. 9. 10. 오후 2:02:23>>82 어쩌지.. 지훈주가 캐 해석을 잘 해서 그런가 돌릴 수록 지훈이 매력 있어. 막 딱딱한 느낌인데 배려하고, 근데 그 배려가 또 무작정 따듯하다기보다는 최소한의 예의, 또 어느정도는 자신의 이익에 기반한 점이란 것도 마음에 들어 ㅠㅜㅜㅜ 그 와중에 문자 오니까 놀라는 것도 귀엽고 ㅋㅋㅋㅋㅋ 지훈주도 오늘 좋은 하루 보내!: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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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 지훈주 (ARKzMrVET.) 2020. 9. 10. 오후 6:22:16>>83 늘 이렇게 지훈이를 좋게 봐줘서 고마워! 나예야말로 정말 인간적인 느낌이 잘 살아있어서 매력적인걸! 단순히 착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뭔가 정말로 살아있는 느낌이야. 약해질 땐 약해지지만 그것을 잘 표현하려고 하지 않는 것도 그렇고, 그러면서도 내적 갈등도 느끼고, 적당히 인간관계를 유지하려는 것도 그렇고! 그런 것이 충분히 매력적인걸!
나예주야말로 좋은 하루 보내길 바라!! -
85 나예주 ◆5wvLxdlKW. (GssCSiXAN.) 2020. 9. 10. 오후 11:27:17>>84 정말 살아있는 느낌이라니.. 이보다 더한 칭찬이 없다. 감동이야. 나예의 버티기(?)가 매력적이라니 고마워. 뭔가 아슬아슬하지만 그럼에도 강한 캐를 만들어 보고 싶었어.
나는 오늘 하루 잘 보냈어! 몸은 피곤하지만 기분 좋은 하루였어. 지훈주는 오늘 어떻게 보냈어? 언제나 그렇듯 굿밤되길☆ -
86 지훈주 (ARKzMrVET.) 2020. 9. 10. 오후 11:33:43>>85 버티기라기보다는 지금 상황에 대해서 충분히 갈등하고 힘들어하지만 그것을 표현하지 않으려고 하는 모습이 전형적인 모습이라기보다는 입체적인 모습이라고 생각하거든. 뭔가 단편적으로 이런 행동을 한다기보다는 정말로 사람이기에 할 수 있는 모습이라고 생각해! 사람은 단순하게 한 모습만 존재하진 않으니까! 술자리에서도 느낀 모습이었어! 그리고 그런 모습을 연출하는 거라면 충분히 잘 표현하고 있다고 생각해! 정작 제대로 크게 무너지지 않은 모습이 정말로 강하다고 생각하거든!
잘 지냈다고 하니 다행이야! 나 역시 직장 일 때문에 조금 피곤하긴 했지만 그래도 만족스러운 하루였어! 월급날만을 보면서 열심히 달리는 중이야! 나예주 역시 굿밤 되길 바랄게! -
87 나예-지훈 (bGC6lRSjDI) 2020. 9. 11. 오후 8:15:15학교로 향하는 길에서 초조함을 달래기 위해 그녀는 평소보다 더 큰 볼륨으로 음악을 듣기 시작했다. 누가 들어도 신나고 청량한 음악만을 찾아 듣다가, 갑자기 들을 수록 제 처지가 거지같아서 거칠게 이어폰을 빼버렸다.
" 아,"
한 방울씩 떨어지는 빗방울에 그녀의 표정이 더더욱 어두워졌다. 일기예보 같은 건 믿을 게 못된다. 이마를 타고 기분 나쁘게 흐르는 빗방울과 추적추적한 분위기를 못 견디겠어서 근처 카페에서 아이스티 하나를 샀다. 시원하고 달짝지근함이 잠깐의 우울함을 달래주기를.
_
강의실에 도착해서 무음으로 설정하기 위해 꺼낸 폰에는 저장도 안된 번호 하나가 동동 떠 있었다. 그의 문자 내용을 훑고 교수님이 들어오자마자 급하게 폰을 집어 넣었다. 한 번 훑었을 뿐이지만 내용이 토씨하나 다르지 않게 기억났기에 의미없는 출석체크 시간 동안 나예는 그 내용을 곱씹었다. 디저트 동아리라는 선택지를 주고 또 하나의 선택지를 준 그의 문자가 고깝게 느껴졌다. 사실 제 마음이 못났음을 그녀도 알고 있지만, 지금은 그 친절조차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비뚫게 생각해서, 그것이 영혼없는 '착한척'으로도 느껴졌다. 자신은 모함받고 궁지에 몰렸고, 그는 여유롭게 다가와 너가 그랬냐 추궁하려는 사람으로 생각되었다.
' 아닐텐데.'
아니란 걸 알고 있다. 소문을 믿지 않고 바로 당사자를 찾아가서 묻는 것. 얼마나 정석적이고 현명한 방법이며 또 어려운 것이냐. 그럼에도 그는 그렇게 행했고, 자신의 선거를 망치려했을 지도 모를 자신에게마저 감정대신 이성으로 그리고 배려로 대해주고 있었다. 그보다는 자신이 싫었다.
"네."
자신의 이름을 부른 교수님에게 짤막하게 대답하고, 그녀는 답장을 미뤘다. 왜인지 심술을 부리고 싶었기에. 즉 수업이 끝나가는 어전 11시 50분까지 지훈은 아무 답장도 받지 못할 것이다.
#이러니까 나예 되게 못된거 같아 ㅋㅋㅌㅋㅋ.. 나예야..
비오는 설정은 내가 방금 나왔다가 우산도 없는데 비가 오길래 넣은게 절대 절대 아니야!
그렇게까지 세심하게 나예를 살펴봐주고 관심가져 주다니 고마워:D 좋게 봐줘서 진짜 너무너무 고마운데 말로 표현할 방법이...ㅠ -
88 지훈 - 나예 (.jPvq11uMg) 2020. 9. 11. 오후 8:33:16"......"
추적추적 비가 내리기 시작해서 그는 일단 과 건물 안으로 들어섰다. 과방으로 향하면 필시 이런저런 말들이 나올 것 같아 귀찮고 번거로울 것 같았기에 그는 자신에 제안한 강의실로 향했다. 어차피 아무도 오지 않을 공간인만큼, 지금 같은 순간에 시간을 보내긴 딱 좋았다. 근처에 있는 카페 등에 가서 생과일 주스를 빨며 시간을 보낼 수도 있겠지만 지금 같은 기분에서는 마셔봐야 그다지 맛도 느껴지지 않을 것 같았기에 그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추적추적하고 습한 기운이 영 제 마음 같았다.
아무도 없는 강의실에 들어서며 비어있는 자리에 적당히 걸터앉고 그는 핸드폰 화면을 바라봤다. 분명히 답장을 보냈는데 또 문자가 오지 않았다. 아니. 왜 또 답이 없는 건데? 지금 이게 무슨 밀당도 아니고 뭐야? 그런 불평이 그의 마음 속에서 올라왔다. 만약 지금 밀당을 시도하는 거라면 정말 성공적이어서 박수라도 쳐주고 싶다고 그는 조금 삐뚤어진 생각을 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애써 좋게 생각하려는 듯 그는 혀를 찼다. 12시 이후에야 된다는 것은 그 이전엔 바쁠 수도 있다는 이야기였다. 다른 수업에 들어가서 못 보는 걸 수도 있을테니까. 그렇게 이해하기로 마음 먹었다. 그렇지 않으면 그녀를 만났을 때 자신도 모르게 언성이 높아질 것 같았으니까. 선거를 앞두고 제 이미지를 깎는 행동을 하고 싶지도 않았고 후배를 몰아붙이는 못난 선배가 되고 싶지도 않았다. 무엇보다 상대가 피해자면 정말 못할 짓이 아니던가.
"그런데 만약 그 학우가 아니라면 대체 누구란 말이야."
그녀가 아니면 아닌대로 또 문제가 있었다. 그렇다면 누군가가 그녀를 사칭해서 자신을 공격하고 있다는 건데. 가장 유력한 후보로서 떠오른 것은 자신의 선거 라이벌이었다. 국회의원 선거 때 자신을 어필하진 못하고 상대를 깎아내려서 자신이 우월하게 보이려고 하는 것은 아주 유명한 수법이 아니던가. 만약 나예가 아니면 그 작자들밖엔 없을 거라고 그는 생각했다. 그들을 원망할 생각은 없었다. 단지 선거에 이기기 위해서 참으로 추잡하고 더러운 수법을 사용한다고 생각할 뿐이었다. 그래. 이기고 싶겠지. 그렇게 생각을 하며 괜히 투덜투덜 그는 입술을 삐쭉 내밀다가 책상 위에 엎드렸다.
"괜히 나간다고 했나. 그래도 하고 싶어서 나오긴 했는데."
나중에 취업활동을 할 때 도움이 될지도 모를 일이었다. 물론 지금 당장 뭘 해야할지는 알 수 없었고, 경우에 따라선 집에서 하는 카페를 이어받아 2대 마스터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최후의 보류선이었다. 그래도 할 수 있다면 경영 쪽 일을 하고 싶다고 그는 생각했다. 그러면 누군가를 이끌어야할테고, 그럴 때 이런 경험이 정말로 중요하지 않겠나 싶어 나왔지만 아주 살짝 후회가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래. 도나예 학우님. 12시까진 기다려줄게. 12시까진."
상대가 먼저 그렇게 이야기를 했으니 그는 그때까지만 기다려보려는 듯, 핸드폰만 톡톡 치면서 그대로 엎드렸다. 뭔가 자신이 손바닥 위에서 구르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그러면 그런대로 내버려둘 생각이었다. 자신에게 당장 피해는 없었으니까. 피해가 생기면 그때부턴 자신도 확실하게 움직일 생각이었기에 그는 그저 기회를 엿보는 매인양 지금은 자세를 유지하고 있었다.
//나예의 심정이 힘들면 어쩔 수 없지! 물론 지훈이는 조금 끓고 있지만 그래도 괜찮을거야! 뭔가 나예의 손바닥 위에서 뛰고 있는 지훈이를 보는 것 같은 기분이야. 아무튼 오늘 하루는 잘 보냈니? 밤인데 저녁 맛있게 먹길 바라고 남은 시간도 마무리 잘하길 빌어! -
89 나예-지훈 (ZcCMVICv0c) 2020. 9. 13. 오후 5:43:06빗물이 섞였을 아이스티를 한 모금 들이켜고 그녀는 생각을 비웠다. 11시 50분까지, 정확히는 이 수업이 끝날 때까지 그녀는 복잡한 것들은 더 떠올리지 않기로 했다. 매번 맨 앞자리나 가운데 자리만을 고집하던 그녀는 일부로 제일 가장자리에 앉았다. 바로 옆에 벽이 자리한 그 자리에 앉아 옆자리에 무거운 에코백을 내려놓자, 그 무언의 메시지를 읽은 건지 평소에는 잘만 다가서던 친구들이 그녀를 투명인간처럼 대했다. 물론 그런 친구들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드물게는 그녀에게 안부를 묻고 진심으로 걱정하는 친구들도 있으리라. 하지만 그녀가 아는 대부분의 아이들은 얼굴만 데면데면한 사이에 술자리에서나 웃고 떠드는 사이였다.
" 자, 이 내용에 대해 질문 받을게요."
수업이 막바지로 흘러가고 질문시간이 다가오자 그녀는 손을 들고 열성적으로 참여했다. 절대로 수업이 일찍 끝나는 게 두려워서가 아니라고 세뇌하며.
-
그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수업은 조금 일찍 끝났다. 얼음이 다 녹아 말갛게 된 아이스티인지 물인지 모를 액체를 마저 마시고 나예는 가방을 천천히 쌌다. 패드를 마지막으로 짐을 다 챙기고 나서야 현실이 보인다.
[4층 강의실에서 기다릴게요.]
마주하는 건 언제나 힘들었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자신을 마주하려 해주는 사람에게 거절할 수는 없었다. 거절은, 자신이 무언가 켕기는 게 있을 때나 하는 거니까. 실제로도 아무 잘못이 없으니 떳떳하게 나가면 된다고 되새기면서도 여전히, 여전히 옛날의 기억이 아파 힘들었다. 항상 자신의 행동은 의미 없었기에.
깔끔하게 비워진 테이크아웃 컵을 슬리브와 분리해 분리수거 통에 넣고, 빨대까지 플라스틱으로 분류한 그녀는 느리게 계단을 올랐다. 4층의 빈 강의실이라면 알고 있었다. 드물게 대형 강의가 열리거나 특별 강사님이 오실 때가 아니면 늘 비워져 있는 곳으로 비품이 꽤 낡고 구석져 있어 대부분 그곳까지는 굳이 가지 않았다. 빈 강의실. 갑자기 긴장이 되어 배가 아팠다. 단 둘이 불편한 주제로 그 큰 강의실에서 대화를 나눠야 한다니 벌써부터 어색하고 불편했다. 그렇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여전히 먼저 대화를 요청해준 지훈선배에게는 고마웠다.
'여기서 갑자기 지훈 선배를 원망하면 나 진짜 못된 사람이겠지. 애초에 지훈선배의 선거가 아니었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거라고.'
의미없는 가정을 번복하며 그녀는 강의실 문을 열었다. 10분 가량 남았지만 정리할 생각이 많으니 그 시간은 쏜살같이 흐를 것이다.
#어제 못 들어와 버렸네. 지훈주는 주말 뭐 하면서 지냈으려나? 뭔가 지훈이랑 나예가 만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려서 그런가 나도 같이 떨리는 기분이야! 어제 안부 물어줘서 고마워. 약간 코로나 블루처럼 우울우울했는데 오늘은 정신이 좀 들어서 그래도 집에서 할 수 있는 걸 열심히 해보자고 다짐하고 있어. 책도 읽고 일기도 쓰고 막 그렇게! 물론 다짐일 뿐이지만.. 매일 열심히 살자고 다짐만 하는 것 같기도 하고 ㅠㅜㅜㅠ -
90 지훈 - 나예 (q3ywW8tlsQ) 2020. 9. 13. 오후 6:11:15그렇게 얼마나 기다렸을까? 자신의 친구와 무의미한 톡을 나누기도 하며, 때로는 모바일 게임을 켠 후에 가볍게 이벤트를 하면서 포인트를 얻어 한정 카드를 얻기도 하고, 가챠가 완전히 망해버려서 괜히 혀를 차면서 확김에 끄기도 하고. 그는 그 나름대로 일단 시간을 보냈다. 중간에 부회장 후보인 이에게서 대자보는 붙여뒀지만 왜 그래야 하는지 도저히 이해가 안 간다는 불평어린 전화 속 목소리에 그는 괜히 일을 키워봐야 좋을 것 없다고 일축했다. 이런 문제는 조용히 끝내는 것이 따지고 보면 자신에게도 좋았다. 무엇보다 같은 과 후배가 같은 과 선배를 아무런 근거 없이 익명으로 공격했다는 소문이 나서 좋을 것도 없지 않은가. 이 사태는 아무리 생각해도 자신은 물론이며 도나예. 그녀에게도 이득이 될 것이 없었다. 그렇게 생각해보면 역시... 라이벌 후보의 짓일까. 그에 대해서는 조금 대처를 생각해야겠다고 마음 먹으며 그는 숨을 약하게 내쉬었다.
이어 문자가 들어오자 그는 가만히 눈을 아래로 내리며 들어온 문자를 바라봤다. 4층 강의실이라는 말에 그는 뜻밖이라고 생각했다. 만약 자신이 그녀의 입장이라면 자신은 망설임없이 디저트 동아리를 선택했을테니까. 뭔가 대화를 나누려면 그녀에게 있어서 그곳만큼 유리한 곳도 없지 않던가. 자신의 편이 한 가득이며, 경우에 따라선 다른 이들의 도움까지 받을 수 있는 천연의 어드벤티지를 포기하면서 4층 강의실로 오겠다는 그녀의 모습에 그는 당혹했고 작은 신음소리를 약하게 냈다.
[그럼 바로 올라와요. 지금 전 4층 강의실이니까요.]
여기서 기다리고 있길 잘한 것일까. 아니면 오히려 부담으로 다가오는 것일까. 어느 쪽이건 눈을 돌린다고 해결 될 일이겠는가. 물어볼 것은 매우 심플하고 간단했다. 깊게 캐낼 것도 없었다. 만약 실제로 그녀가 했다고 한다면, 그 이유까지 물을 필요는 없었다. 중요한 것은 그녀냐, 아니냐. 오직 그 뿐이었으니까. 물론 작정하고 거짓말을 하고 아니라고 하면 그 진의 여부까지 알 수는 없었다. 허나, 굳이 자신에게 유리한 어드벤티지를 포기하고 아무런 도움도 없이, 무엇보다 운이 나쁘면 누군가가 끼일지도 모르는 위험성을 감안하고 여기로 오겠다는 그녀가 과연 그런 이일까. 그에 대해서 그는 복잡하게 생각했다.
"정말 아닐지도 모르겠어.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약한 마음을 먹지 않으려는 듯, 그는 일부러 독한 표정을 지었다. 그렇게 마음을 가다듬는 와중, 발소리가 들리는 듯 했고 강의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들어보니 그토록 얼굴을 보고 싶었던 그녀의 모습이 눈에 비쳤다. 참 같은 과인데 얼굴 한 번 보기 왜 이리 힘든건지. 하지만 생각해보면 또 웃길 노릇이었다. 대체 왜 자신이 그녀를 만나겠다고 이러는건지. 그건 상대도 피차 마찬가지가 아닐까. 자신과 그녀가 무슨 특별한 사이도 아닌데.
"꽤나 답장이 늦어서 그냥 무시하는건가 싶었는데 그건 아닌 모양이네요. 바빴다면 고생했어요. 제가 여기서 뭘 물어도 나올 답은 똑같을 것 같지만, 그래도 도나예 학우님을 정말로 변호해주는 이를 봐서라도 저도 빨리 끝낼게요. ...그 전에 자리에 앉아서 숨 좀 고르고. 딱히 화내거나 그럴 마음 없으니까."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다정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적어도 호의적인 감정은 전혀 들어있지 않은 딱딱함을 입에 내뱉는 것은 온전히 그녀를 신뢰하기 힘들다는 그의 의사표시였다. 하지만 까칠하지 않은 것은 그렇다고 해서 그녀를 무조건 의심하는 것은 또 아니라는 의미였다.
편한 곳에 대충 앉으라는 듯, 그는 손을 뻗어 주변의 빈 자리 몇군데를 콕콕 손으로 찍었다. 만약 그녀가 앉지 않으면 자신이 일어날 생각이었다. 대화는 같은 눈높이에서 동등하게 해야만 했다. 자신이 선배라고 상대를 억압하고 누를 마음 따윈 없었다. 그런 이가 되는 것은 사절이었으니까.
//피곤하거나 바쁘거나 하면 못 들어올 수도 있지! 애초에 이틀 텀이 될 거라고 미리 양해 구해줬잖아? 나는 어제 잠깐 영화를 보고 왔고 오늘은 그냥 산책 정도? 여기는 서울만큼 코로나가 심각한 상황은 아니어서 어느 정도 생활은 가능한 편이야. 우울우울했다니. 그럴 땐 정말로 휴식이 필요한 것 같았어. 나도 예전에 되게 우울우울 했었거든. 그래도 뭔가를 계속 하니까 손에 잡히지도 않고.. 그래서 조금 휴식을 취하고 그러니까 좀 나아지긴 하더라! 그런 다짐이라도 하는 게 어디야! 그렇게 나아지는거지! 아무튼 오늘 하루도 잘 보내길 바라! -
91 나예주 (YCP53SmS0E) 2020. 9. 14. 오후 4:51:57>>90 앵커 달면서 느낀건데 벌써 우리 스레가 100을 향해가네!
영화 부럽다! 나도 영화 보고 싶어 ㅠㅠㅠ 사실 난 영화관 콜라를 마시러 영화관에 가는 거 같아. 거기 콜라가 젤 맛있더라 난..! 산책 좋지. 이럴수록 바람을 쐬어줘야 하는 것 같아. 누구나 막 우울우울할 때가 있는 건가봐. 나아지는거라 위로해줘서 고마워. 벌써 오후지만 남은 하루 즐겁게 보내 지훈주! 최근에 일이 좀 밀려서 답레는 내일 가져올게:D -
92 지훈주 (szBX/a0nUk) 2020. 9. 14. 오후 6:11:53>>91 그러게나 말이야! 느긋하게나마 앞으로 가는게 느껴지는걸? 아. 맞아. 영화관 콜라 맛있어! 난 팝콘보다 콜라가 더 좋아서 항상 콜라만 가지고 가서 먹는 편이야! 팝콘도 예전에 먹었지만 값도 비싸고, 굳이 먹어야 하나 싶기도 해서 잘 안 먹게 되더라!
아무튼 너무 오래 밖에 있진 않더라도 바람 쐬러 나가는 건 좋다고 생각해! 하루종일 집에만 계속 있으면 사람이 우울해지기 좋으니까. 그래서 나도 아무리 못해도 30분씩은 꼭 밖에 나가거든!
일이 밀렸다고 하니 걱정이야. 답레는 그냥 천천히 줘도 되니까 남은 하루도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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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 나예-지훈 (FsjHsVKBqk) 2020. 9. 15. 오후 11:53:34>>92 나도 그래. 혼자서 막 라지 사이즈를 시켜서 먹고 나올 때도 있어 ㅋㅋㅋㅋ 팝콘은 작은 걸 사기엔 너무 비싸고 큰 걸 시키기엔 남을게 뻔해서 시키기 애매해. 물론 난 콜라가 최고라 상관 없지만! 나도 오늘 가볍게 바람쐬러 나갔는데 좋더라. 저녁 시간대에 나가서 햇볕도 없고 좋았어. 약간 밖에 종종 나가야 그래도 에너지를 얻는 느낌이야.
답레 이해해줘서 고마워. 지훈주 굿밤 되길 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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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예는 그가 보낸 문자를 읽지 못했으므로 문을 열자마자 보이는 지훈의 모습에 당황했다. 물론 그녀가 당황했음은 곧 그녀가 당황한 모습을 보이는 걸로 연결되지는 않았다. 어려서부터 속마음을 숨기는 것에 능숙한 그녀는 자기방어기제로 오히려 뻔뻔하고 대담한 걸음걸이로 안에 들어섰다. 가벼운 목례를 한 그녀의 표정은 무표정하기 짝이 없었다.
지훈의 차가운 말을 들으면서, 물론 객관적으로 따지기에 정황상 차갑다고 단정지을 태도는 아니었으나 그녀가 느끼기에 그러한 말을 들으며, 그녀는 씁쓸한 속을 다독였다.
'역시 술을 마시던 그 모습은 진짜가 아녔네요."
괜찮았다, 라고 위로하기에는 미묘한 배신감마저 들었다. 그녀는 속이 탔다. 어째서 배신감이라는 이 감정은 태어나서부터 꼬리를 물고 그녀를 졸졸 따라오는 것인가. 이성적이거나 이성적이려고 하는 그를 그녀는 텅 빈 눈동자로 잠시 응시했다. 그 눈은 금방 초점을 되찾았다. 변화가 없을 것 같던 그녀의 표정은 그세 놀라움을 표했다.
" 저를 변호하는.. 사람이요?"
누군지 물어보고 싶지만 물어보지 못하는 그런 조심스러운 마음으로 그녀는 감격했다. 있었구나. 누군가가. 연신 딱딱한 태도의 그를 바라보는 그녀의 표정에는 조금의 원망이 아렸으나 금세 그 눈에는 날카로움이 깃들었다. 술자리에서 그건 뭐였죠. 새어나오는 실소를 집어넣고 그녀는 잠자코 의자에 앉았다. 자리에 앉는 짧은 순간 동안 그녀는 짧게나마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다. 무슨 일 때문에 불렀는지 묻는 것은 웃기지도 않다. 그렇다면 이 사람은 그 소문을 믿는지 안 믿는지. 그녀는 주머니 속 폰을 만지작 거렸다.
" 불러줘서 고마워요."
고마운 건 고마운 거였다. 그가 이렇게 부르지 않았다면 그녀는 아니라고 말할 기회조차 없었을 것이다.
" 어떻게 생각하든 전 아니에요. 에타 글이 삭제됐으니 증거도 없어서 증명할 방법이 없지만."
그의 눈을 응시하며, 그녀는 마치 자신의 할 말은 이것 뿐이라는 듯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아니라는 걸 어떻게 증명하겠는가. 사실 이런류의 범인은 영원히 밝혀지지 않는다. 의심받는 사람만 계속 괴로울 뿐이고 시간이 지나가면 잠잠해질 뿐. 한 두번 겪는 것이 아니라 그녀는 대처법을 잘 알았다. 아니면, 아닌 사람처럼 행동하면 된다. 당당하게. 그녀의 방어기제가 그것을 줄곧 피해왔지만 슬슬 다시 똑똑하게 행동할 때가 된 것 같았다. 아니라는 말을 내뱉었다는 것 하나로 놀랍게도 용기가 났다. -
94 나예주 ◆5wvLxdlKW. (FsjHsVKBqk) 2020. 9. 15. 오후 11:56:32>>93 에고, 저기 술을 마시던 모습은 진짜가 아녔네요 부분은 속마음인데 따옴표가 잘못 들어갔어! 둘다 작은 따옴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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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 지훈 - 나예 (dgE0mRHikw) 2020. 9. 16. 오전 12:20:17"디저트 동아리에 가니까 어떤 학우님이 그렇게 변호를 하던데. 단발머리에 은색 안경을 쓰고 있던 여자 학우님. 바른 사람이기에 트집 잡히기 쉬운 사람이라나 뭐라나."
당연하지만 지훈은 그 여학생의 이름이 뭔지 몰랐다. 아마 앞으로도 알 일은 거의 없지 않을까 그는 그렇게 생각했다. 까놓고 생각해보자면 디저트 동아리와 관련된 누군가를 굳이 알 이유는 없었으니까. 대학 생활을 하면서 모든 이를 다 알아야 하는 법은 없었다. 결국 같은 수업을 듣는 친한 이들 몇 명. 그리고 평소에 친하게 지내는 몇 명. 대학 생활을 하면서 알아갈 수 있는 것은 고작 이 정도가 아니던가. 같은 과 학우들조차도 이름이 뭔지, 어떤 이인지. 그다지 교류가 없고 말을 나누지 않으면 모를 수밖에 없었다. 고등학생처럼 같은 반에서 같이 생활하는 것이 아닌만큼 더더욱. 그렇기에 그저 머리스타일과 안경 색으로 이야기를 하며 그는 가만히 나예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역시 예상대로 자신은 아니라는 말이 그녀의 입에서 나왔다. 그 말의 내용에는 그다지 흥미가 없었기에 그는 가만히 그녀의 눈을 바라봤다. 거짓말을 하는 이는 정말로 마음을 강하게 먹지 않는 한 몸에 변화가 있는 법이 아니던가. 물론 자신은 심리학을 배운 것이 아니며, 거짓말 탐지기도 아니기에 그런 변화를 인지하긴 힘들었다. 하지만 한가지 확실한 것은 그녀는 상당히 당당한 태도를 하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하며 그는 별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 다시 한 번 그녀의 눈동자를 가만히 바라보다 한숨을 작게 내쉬면서 말했다.
"만약 범인이라면 여기에 나오지는 않았겠죠. 물론 철판 깔고 나올 수야 있긴 한데 지금 나예 학우님 얼굴을 보니까 거짓말 하는 것 같진 않네요. 고생했어요. 그 소문은 우리 쪽에서 무마시킬게요. 사실 지금도 작업은 하고 있지만."
대자보. 붙었을까. 괜히 생각을 하며 그의 눈동자가 강의실 밖 창문으로 향했다. 물론 거기서 정확한 풍경은 보이지 않았지만 만약 붙었다면 그때부터 그녀는 무고한 피해자가 되는 것이고, 모든 말은 자신에게 향하기 마련이었다. 정말로 아니냐. 감싸주려고 하는 거 아니냐. 그렇다면 범인은 누구냐. 그에 대한 대답을 어떻게 해야 할 지 생각을 하며 그는 다시 숨을 작게 내쉬었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지 않는다는 말이 있던가요? 그런데 전 그런 말 되게 싫어해요. 아니 땐 굴뚝에 연기는 안 나겠지만 그 불씨를 피운 이가 그 굴뚝의 주인이라는 법은 없거든요. 이를테면 그 에타의 말처럼 모함하는 글이라던가. 물론 그 말이 완전 거짓이라고 할 순 없을지도 모르지만... 되게 비겁하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 방식. 그렇기에 전 도나예 학우님이 과연 그런 사람인지 보고 싶었던 거고."
그리고 이렇게 만남이 유지되었고 그는 그녀의 눈에서 어느정도를 판단할 수 있었고 괜히 한숨을 다시 작게 내쉬면서 입을 열었다.
"일단 묻는 건데 다른 후보들과 척 지은 거라도 있어요? 아무리 생각해도 다른 후보들이 모함하려고 쓴 건데, 대체 왜 도나예 학우님의 이름이 풍기는지 영문을 모르겠단 말이에요. ...아니. 뭐. 솔직히 상관없을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같은 과인데 왠 더러운 수법이나 쓰는 이들에게 이용당하는 것은 이쪽이 봐도 되게 짜증나고. 아무튼 있어요? 그런 거?"
//앗. 나랑 비슷하구나! 나도 팝콘은 좀 애매해서 그냥 콜라만 먹으면서 조용히 영화를 보는 파거든! 진짜 팝콘 너무 비싸. 사실 콜라만 먹어도 그냥 시원하게 보다 오긴 좋으니까! 맞아. 완전히 집에만 있을 순 없는 거니까. 마스크 잘 끼고 산책 가는 느낌으로 나가면 별 문제는 없을거야! 나도 어제 그랬는걸! 아무튼 하루 수고 많았어! -
96 나예-지훈 (Uv74jSNUT6) 2020. 9. 17. 오후 8:29:22그녀는 입을 꾹 다물고 그의 말을 경청했다. 은색 안경에 단발머리. 그의 앞만 아니었으면 당장 울음을 터뜨렸을지도 모르겠으나 남 앞에서 그리 쉽게 눈물을 흘리는 성격은 아니었다. 그래도 그녀의 표정에서 놀라움과 고마움, 감동 정도의 감정이 그에게도 엿보였을 것이다. 그랬구나. 갑자기 예림이한테 문자가 왔던 일을 떠올리자 퍼즐이 맞춰지듯 하나하나 생각이 정리되었다. 처음부터 왜 알아채지 못했을까.
" 예림이예요. 통성명도 못하고 저 때문에 번호부터 교환했나보죠?"
그의 말에 마음이 좀 풀린 건지 그녀의 말투가 한결 부드러워졌고 심지어는 여유롭던 그 장난기 가득한 말투도 어느정도 되돌아왔다.
믿을거라고 기대도 안 했기에 그의 한숨을 그녀는 별 반응없이 받아들였다. 원래 진실은 믿기 힘든 법이다. 누군가가 이미 소문을 퍼뜨렸다면 더더욱. 하지만 그의 반응에 그녀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 이렇게 쉽게 믿어 준다고요?"
그녀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사람이 참 간사한 것이 막상 믿어주니 못 미더웠다. 대자보 얘기엔 그녀도 무표정을 유지하기 힘들었던 모양이다. 그간 감정을 보이던 것은 가식이 한 스푼, 자제가 한 스푼 담겨있던 그녀가 이번에는 꽤 대놓고 놀란 표정을 보였다. 대자보라니. 이건 또 무슨 소린가.
" 그.."
그의 까만 눈이 신뢰로 가득한 것처럼, 까만 눈마저도 빛나는 것처럼 환영처럼 일렁였다. 차분한 말투, 자신의 신념이 가득한 목소리와 제 생각을 조리있게 표현하는 그 모습이 너무 당당해 나예는 자신이 작아진 느낌마저 들었다. 속으론 멋진 사람이라고 생각이 들었으나 그 앞에 선 제 자신이 너무 초라한 것만 같아 갑자기 우울해졌다. 처음부터 자신은 왜 이렇게 당당한 사람이 되지 못했을까.
" 소문을 무마시키려는 이유는 뭐예요?"
자신에 대한 호의로 그런 건 아니란 걸 알았다. 그럼에도 묻고 싶었다.
" 후보들에게 척 지은 적은 없어요"
어디까지 말해야 할까 그녀는 망설였다. 자신이 말하는 말조차도 추측이었기에 함부로 말할 수 없었고 그를 완전히 신뢰하기엔 사람들에게 데인 그간의 시간이 너무 컸다. 말을 골라내고 숨을 다독인 그녀가 그의 눈을 응시했고, 그녀가 눈을 위로 뜸에 따라 속눈썹이 위로 하늘하늘 올라가며 눈동자에 있던 그림자를 걷어냈다.
" 당신을 비방하는 글을 쓴 사람과 저를 비방하는 여론을 만든 사람은 다른 사람이겠죠. 다른 후보측에서 비방글을 썼다면 그건 절 비방하고 싶은 사람에겐 기회였을 거구요. 뭐.. 어차피 범인을 찾긴 늦은 것 같으니까... 복수는 나중으로 미루려고요."
그녀는 눈웃음을 지으며 뒷말을 덧붙였다. 사건이 해결된 것은 기뻤지만 자신을 외면한 자들과 여론을 형성한 이는 용서할 수 없었다. 그리고 더해서, 그에게 고마움과 별개로 그가 회장이 된다면 동아리가 처할 상황을 생각해 여전히 그가 미웠다.
#나예랑 지훈이 생각보다 막 꼬이지 않고 응어리가 쉽게 풀려서 다행이다! 벌써 일주일이 후다닥 지나가고 목요일이라니. 시간이 빨리 가는게 서운해. 지훈주는 잘 지냈어? 8시인데 저녁은 먹었을까 모르겠네! 그나저나 슬슬 사건이 마무리되어 가는 걸 보니까 다음 상황을 생각해 봐야겠어..! -
97 지훈 - 나예 (Soxsb1JJWc) 2020. 9. 17. 오후 8:44:17예림이. 자신이 본 여성의 이름을 듣긴 했지만 그는 딱히 기억할 생각은 없었다. 물론 기억 속에 어느 정도 남아있을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자신이 바로 떠오르진 않을 것 같다고 그는 생각했다. 그도 그렇지 않은가. 사실상 앞으로 볼 지도 알 수 없는 이의 이름을 굳이 기억할 이유가 지훈에겐 없었다. 자신의 과라면 또 모를까. 아무튼 그냥 적당히 고개를 끄덕이면서 그는 그녀의 말에 대답했다.
"통성명도 볼일이 있는 사람끼리 하는 거지. 애초에 제 볼일을 나예 학우님에게 밖에 없었는데 서로 통성명을 해서 뭐하나요. 딱히 지금 가지고 있는 번호도 앞으로 쓸 일은 없을테고요."
그래야만 했다. 이런 일이 또 생겨서 이리저리 불러서 대화를 나누고 또 대처를 하고 그러는 것은 그의 성미에 맞지 않았다. 번거롭고 귀찮기만 하고. 안 그래도 해야 할 공부도 있고, 한가할 땐 집의 일을 도와줘야 했다. 그런 것들에 비하면 우선순위가 훨씬 떨어졌기에 가능하면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길 바라며 그는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 이내 그는 그녀의 말에 아무런 말 없이 조용히 귀를 기울였다. 이렇게 쉽게 믿어주느냐. 무마시키려는 이유가 무엇이냐. 그 모든 물음은 하나로 답할 수 있는 것이었기에 그는 가만히 그녀를 바라보며 별 감정이 섞여있지 않은 목소리를 냈다.
"안 했다면서요. 딱히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도 않고, 학우님이 그런 일을 하고 입을 씻을 정도면, 예림 씨? 아무튼 그 사람이 그렇게 변호할리도 없을테고. 뭐, 일단 소문도 소문이지만 안 믿는 이들도 있는 것 같았고. 아무튼 소문이 커져서 제가 좋을 게 뭔데요. 선후배가 서로 으르렁거리면서 싸운다라는 이미지를 만들 생각은 없고, 무엇보다 나예 학우님이 하지 않았다면, 다른 이가 의도적으로 이런 환경을 만들었다는건데, 그런 거 진짜 싫거든요. 전. 뭔가 목적을 위해서 남을 이용하고, 일부러 충돌시키려는 이들의 의도에 맞춰줄 생각은 없어요. 무엇보다..."
술자리의 모습을 떠올리면 뭔가 이미지가 매치가 되지 않는다라는 말은 굳이 하지 않았다. 물론 그녀에게 호의적인 감정은 그다지 없었기에, 정확히는 부정적인 감정도 많이 가라앉았기에 그의 목소리는 무작정 퉁명스럽지도 않고 무작정 부드럽지도 않았다.
스스로가 생각해도 다정한 말은 아니었다. 하지만 후배를 위해서 라는 정의로운 이유를 댈 정도로 자신은 그리 정의롭지 않은 이였다. 단지 마음에 안 드는 것을 그냥 두고 볼 수가 없었을 뿐이었다. 세상엔 그런 이가 있을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자신은 온전히 남의 이익을 위해서만 움직이는 이는 아니었다. 나쁘다고 이해타산적이라고 한다면 그는 충분히 손가락질을 받을 수 있었다. 사실이니까.
"나예 학우님은 불만이 있으면 직접 말했으면 말했지. 그런 방식을 쓸 것 같진 않거든요. 감이지만."
적당히 말을 돌리면서 그는 괜히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면서 입을 꾹 다물었다. 말해놓고도 상당히 이상한 기분이었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래도 뭔가... 괜히 애매한 마음을 찢어버리며 그는 그녀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각각 범인이 다를 것이다라. 그럴 가능성도 있었다. 어느 쪽이더라도 잡을 수 없다면 지금 이 분위기를 역전시키면 될 일이었다. 어떻게 보면 대자보는 이 소문을 가라앉힐 수 있지만 또 다른 불씨의 시작이었기에 어려울지도 모를 일이었다. 자신을 모욕한 이를 잡았다..라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위협적인 방법이었으니까. 가장 확실하지만, 그 후폭풍도 보통 강한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딱히 나쁜 기분은 아니라고 생각하며 그는 숨을 약하게 내쉬었다.
"복수하고 싶으면 투표 꼭 해요. 저에게 할 필요는 없고, 학우님이 옳다고 생각하는 곳으로. 딱히 표 구걸 할 마음은 없으니까 괜히 제가 말해서 저에게 투표했다는 말은 하지 말고요. 그래도... 준다면, 거절은 안할게요."
물론 그녀가 자신에게 투표를 할 거라는 기대는 하지 않았다. 그 말이 완전히 틀린 것은 아니었으니까. 동아리 회장인 그녀의 눈엔 자신은 좋게 보이지 않을 거라고 그는 확신했다. 그렇다고 해서 저자세가 될 생각은 없었다. 자신에게 투표를 하지 않을 거면 안 해도 상관없었으니까.
//별 생각 없이 새로고침을 했는데 답레가 딱 올라와서 완전 놀랐어! 아무튼 이번 주는 뭔가 빠르게 지나간 것 같아. 그래도 주말이 다가오니까 완전 해피한 느낌이야! 아무튼 생각보다 막 꼬이진 않았지만 그래도 아슬아슬한 분위기가 사라진 것은 아니라서 괜히 더 긴장이 되고 그래. 적어도 나는! 아무튼 저녁은 맛있게 먹었어! 나예주는 맛있게 먹었니? 오늘 하루도 수고했어! -
98 나예-지훈 (Uv74jSNUT6) 2020. 9. 17. 오후 11:52:56>>97 맞아 원래 그 여운이 더 재밌는 법이지! 새로고침 눌렀는데 바로 답레가 떴다니 신기해.. 진짜 몇만분의 일 확률인데 말이야. 이럴 때 보면 진짜 확률이니 뭐니를 넘어서는 특별한 무언가가 있는 것 같아. 저녁 맛나게 먹었다니 내가 다 기쁘다. 나는 요즘 너무 과식하는 것 같아서 저녁은 가볍게 달걀로 때웠어. 라고 하기엔 길가에 붕어빵을 팔길래 냉큼 사와서 간식으로 먹긴 했다 ㅋㅌㅋㅋ 벌써 붕어빵을 파시니까 막 계절도 변하고 곧 추워지겠구나 싶더라구. 잡담만 남기고 공부하러 갈게! 공부할 생각하니까 갑자기 나예랑 지훈이도 과제 폭탄이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어. 이둘.. 공부는 열심히 하고 있는 거겠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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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 지훈주 (8garLZxVOM) 2020. 9. 18. 오전 12:00:35>>98 응. 나도 얼마나 놀랐는지 몰라. 그냥 별 생각없이 일상 돌린 거 읽고 새로고침 눌렀는데 새롭게 답레가 올라와있더라고. 시간도 내가 새로고침을 누른 시간에서 2분 차이였던가 그랬을거야. 그래서 얼마나 놀랐는지. ㅋㅋㅋㅋㅋㅋ 음. 아무튼 조금 과식해도 좋지 않을까 싶어. 하루 고생했을 것 같거든. 너무 많이 먹어서 건강만 안 해치면 되는 거지! 앗. 붕어빵. 나도 먹고 싶다. 붕어빵. 그런데 이 근처에선 아직 팔질 않아. 좀 더 추워져야 팔려나.
아무튼 공부하는구나. 학생 시절이 떠오르네. 공부 열심히 하고.. 나는 나대로 내일 일 열심히 해야겟어! 지훈이는 아마 열심히 할 거야. 일단 자기 관리는 나름 하는 편이거든. 성적이건 다른 것이건. 물론 착한 마음씨는...관리 안 하고 있지만..ㅋㅋㅋㅋ큐ㅠㅠㅠㅠㅠㅠ 쓸 때마다 느끼지만 정말 지훈이는 착한 것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 느껴져. 나쁜건 아니지만 그래도 완전히 남을 위해서 착한 일을 하진 않는 그런 느낌이야. 아무튼 공부 힘내! -
102 나예주 ◆5wvLxdlKW. (nEIpKox0MI) 2020. 9. 19. 오후 11:58:31>>100 쟤 뭐야? 저거 나 아니야. 답레 이으러 왔는데 저게 뭐야. 지훈주 저거 나 아니야.. 나였음 저런 말은 인코 달고 남겼을거야. 당황스럽다...
지훈주 보면 레스 부탁할게 ㅜ -
103 지훈주 (nMF3/ZUrqw) 2020. 9. 20. 오전 12:02:37>>102 그럴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사실 주기적으로 보고는 있었어. 하루 아침에 갑자기 말이 바뀔리는 없을테니까. 역시 나예주가 아니었구나. 좋은 밤이야. 나예주!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도 있었기에 >>101 레스를 쓰긴 했지만 일단 하루 정도는 지켜보고 있었다에 가까워! 나는 여기에 있어! -
104 나예주 ◆5wvLxdlKW. (YU9kPgw0eA) 2020. 9. 20. 오전 12:06:10>>103 인코를 달아둬서 진짜 천만 다행이었어 ㅠㅜㅜㅠㅠ 혹시나 해서 다른 일댈 상황극도 둘러봤는데 여기에서만 저런짓을 했네. 그리고 꽤 오랜 시간 레스도 나누고 아직 돌릴 게 잔뜩인데 내가 저렇게 짧고 정나미 없이 그만하잔 말을 했을리가..ㅠㅜㅜㅜ
지훈주가 레스 안보면 주기적으로 갱신하면서 기다릴 맘도 먹었는데 금방 눈치채고 지켜봐줘서 고마워..! 현생이 막 휙휙 바뀌거나 이것도 못 돌릴 정도의 바쁨이었다면 애초에 일댈을 구하지도 않았을거야. 다시 한 번 믿어줘서 고마워 지훈주:D -
105 지훈주 (nMF3/ZUrqw) 2020. 9. 20. 오전 12:13:32>>104 응. 나도 그래서 조금 긴가민가한 것도 있었지만 일단 정말로 낮은 확률로 진짜일 가능성도 있으니까 일단 저렇게 써두긴 했어도 보고는 있었거든. 한 3일 정도 볼 생각이었어. 그런데 이렇게 나예주가 왔으니 된 거지. 조금 무섭긴 하네. 누가 이 상황극을 그다지 좋게 보지 않는 걸까?
아무튼 이런 사례도 있으니 이제 저런 말은 나예주가 인증코드를 남기지 않으면 눈여겨도 보지 않을 생각이야. 그리고 나도 저런 말을 하게 되면 반드시 인증코드를 남길거고! 아무튼 이게 감이라는 것이 있잖아? 뭔가 나예주 같은 느낌은 아닌 것 같은 느낌? 애초에 지금 나예주 말은 믿어야지. 누구 말을 믿겠어? 아무튼 이런 일도 있고..고생이 많아. 정말. -
106 나예주 ◆5wvLxdlKW. (YU9kPgw0eA) 2020. 9. 20. 오전 12:18:01>>105 고마워.. 이 와중에도 내가 아닌거 같은 느낌을 느꼈다니 뭔가 기쁘다. 저거 레스 남기면서 되게 손도 떨고 다급했는데 이젠 좀 진정이 됐어. 곧바로 지훈주가 레스를 남겨줘서 얼마나 안심 됐는지..우리가 첫레스에만 인코를 남기고 인코를 자주 안 달다 보니까 여기다! 싶었을지도 모르겠어. 지훈주도 많이 놀랐겠다 ㅠㅜㅜㅜ
저런 것에 굴하느라 답레를 안 가져온다는 건 억울하니까 당당하게 답레를 써올게!! 지금 사실 야식 먹으면서 일상 구경하러 잠깐 왔다가 저거 발견한 거라. 쪼오금만 더 야식을 먹다가 답레 즐겁게 가져올게!! -
107 지훈주 (nMF3/ZUrqw) 2020. 9. 20. 오전 12:20:52>>106 안 놀랐다면 거짓말이야. ㅋㅋㅋㅋㅋㅋ 처음에는 어? 싶었고 이거 나예주 맞나? 싶은 마음도 있었으니까. 그래도 사실 나예주가 올 거라는 믿음이 있었기에 지켜본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해. 만약 내가 저 말을 믿었다면 아예 이 상황극은 보지도 않았을테니까.
앗. 답레를 가지고 온다면 고맙긴 하지만, 그래도 너무 무리는 하지 말기야! 나는 얼마든지 기다릴 수 있으니까. 놀란 가슴은 잡담이나 썰 같은 것으로 가볍게 풀 수도 있는 거니까. 얼마든지 편한대로 해 줘! 그와는 별개지만 야식은 맛있게 먹어! -
108 나예주 ◆5wvLxdlKW. (YU9kPgw0eA) 2020. 9. 20. 오전 12:27:44>>107 나는 지훈주를 놀래켜고 싶은 마음이 1도 없는데..!! 그만둘 마음이 없는데!!😥 맞아 그래서 더 고맙고 막 그래 ㅎㅎ
응응 아냐. 이 상황에서도 야식으로 족발을 맛나게 먹는거 보니 나도 참.... ㅋㅋㅋㅋㅋㅋㅋ 그치만 배고팠어 ㅋㅋㅋㅋ 응응 천천히 이어올게 지훈주도 졸리면 기다리지 말고 자기야! 벌써 일요일로 넘어왔네. 단골 질문이지만 지훈주는 토요일 잘 보냈어? 난 잘 쉰 것 같아. 만족해! -
109 지훈주 (nMF3/ZUrqw) 2020. 9. 20. 오전 12:32:56>>108 원래 배고프면 맛있는 거 먹고 그런거야! 아무튼 진정 된 것 같아서 다행이야! 솔직히 나라면 저런 상황이 되면 되게 당황스럽고 좀 충격도 많이 받을 것 같거든. 약간 무서울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나는 항상 졸리면 자러 가니까 그 점은 걱정하지 마!
물론 잘 보냈어! 토요일은! 평일에 일을 하니까 주말엔 더욱 푹 쉬거든! 나예주도 잘 쉬었다고 하니 다행이야! -
110 나예-지훈 (YU9kPgw0eA) 2020. 9. 20. 오전 12:44:01" 처음부터 느꼈지만 너무 딱딱해요, 선배는."
벌써 평소의 텐션을 되찾은 건지 그녀는 장난기를 되찾았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그에게 어마어마한 호의나 친근감을 느낀 것은 당연 아니었다. 되려 모든 이에게 그렇듯 실없는 습관성 농담.
말을 길게 이어가는 지훈을 탐색하듯 쳐다보며 그녀는 호응 하나 없이 진지하게 집중해서 이야기를 들었다. 남을 이용하는 걸 싫어한다라. 그 점은 자신과 참 닮은 것 같다만 또 그와 자신의 요점은 다를 거라 생각하며 그녀의 미간이 좁아진다.
' 생각보다 다른 사람을 쉽게 믿는 타입?'
그렇다해도 자신의 말을 너무 쉽게 믿었다는 생각에 찝찝함을 가지고 나예는 그의 늘어지는 말 끝을 기다렸다. 역시 그 끝엔 자신이 원하던 대답이 있었다. 남들이 뭐라하든 자신을 믿는 타입인가. 그녀는 이 부분에선 어쩔 수 없이 호감을 느꼈다는 걸 인정하기로 했다.
" 사람 보는 눈이 있네요. 귀찮게 뒤에서 그런 짓을. 전 술자리에서도.."
그녀는 아차 싶어 입을 다물었다. 하마터면 술자리에서 술을 먹인 건 장난을 가정한 복수같은 거였다고 말할 뻔 했다. 이렇게 생각을 되새기기만 해도 이상하지 않은가. 복수라니. 자신의 동아리와 충돌할 게 뻔한 후보라고는 하나 그저 자신의 심기를 거슬렀다고 무의식 중에 술을 먹이는 복수를 했다? 절대 입밖에 내선 안될 말이었다.
" 수, 술자리에서도 솔직해 보였잖아요?"
늦기 전에 다급히 그런 말을 덧붙이고 그녀는 쉴 새 없이 화제를 돌렸다.
" 은근 기대하는 눈치네요. 뭐. 제 표는 소중하니까. 꼭 행사할게요."
가식이 아닌 정말 재밌는듯 미소를 지은 그녀는 다음 화제도 황급히 꺼냈다. 괜히 혼자 찔려서는.
" 제 번호 저장해뒀으면 좋겠어요. 저도 그럴 테니까. 서로 필요할 때가 있을지도 모르잖아요?"
말하고 보니 꼭 지훈에게 호감이 있는 것처럼 들려 그녀는 머리칼을 뒤로 넘기며 딴청을 부렸다. -
111 나예주 ◆5wvLxdlKW. (YU9kPgw0eA) 2020. 9. 20. 오전 12:46:29>>109 나도.. 과제 마감일이 금요일인 바람에 의도치 않게 금요일을 불태우고 나니 이번엔 주말이 한가해졌어.. 좋은.. 거 맞겠지..
사실 무섭긴 했지만 안그래도 이틀에 한 번 잇는 답레고 답레 잇겠다고 작정한 날은 막 이렇게 이어야지. 이따 이거 하고 이어야지 이러면서 되게 생각 많이 하는데 안 잇긴 너무 아쉬운 거 있지.. 그리고 답레 잇는 거 즐겁기도 하고! 무섭지만 인코가 있으니까 안심하기로 했어! -
112 지훈 - 나예 (nMF3/ZUrqw) 2020. 9. 20. 오전 1:07:47"적어도 뒤에서 뒷공작을 벌일만한 이는 아니었어요. 그리고 이게 제 스타일이니까 학우님이 신경 쓸 바는 아니에요."
딱딱하다니. 그런 말이 나올 정도일까? 하지만 생각해보면 자신과 그녀가 어디 하하호호 웃으면서 이야기를 나눌 사이던가. 그런 것은 절대로 아니었다. 무엇보다 지금 분위기가 분위기가 아니던가. 사실 지금 분위기에서 저런 분위기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은 솔직하게 대단한 재능이라고 그는 생각했다. 물론 그것이 거슬리는 것은 절대로 아니었다. 처음과는 다르게 여유를 찾은 것 같았고, 대화를 하기에는 그쪽이 좀 더 편했다. 약간의 불만이 섞인 툴툴거리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그 정도의 믿음은 있었다. 만약 뒷공작을 펼친다면 자신에게 그렇게 술을 권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이들을 이용해서 자신에게 차례로 술을 먹게 한다는 아주 좋은 방법이 있었을테니까. 굳이 자신이 술을 권하는 시점에서 그녀는 뒷공작을 하기보단 불만이 있으면 직접 앞에 나서서 말을 하는 스타일일 거라고 그는 지금 그녀가 하는 말까지 합쳐서 확신할 수 있었다.
"네?"
갑자기 자신의 번호를 저장해달라는 그녀의 말에 그의 눈썹이 절로 위로 살며시 올랐다. 서로 필요할 때가 있다니. 또 무슨 필요할 때가 있단 말인가. 그에게 있어서 이런 일은 두 번 다시 사절이었다. 그래도 일단 저장해둔 전화번호를 지우기는 또 애매할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며 그는 나중에 도나예 학우라고 저장해야겠다고 다짐하며 일단 고개를 조심히 끄덕였다.
"말해두는데 전 이번 일은 이 이상 사절이에요. 물론 도나예 학우님도 피해자라는 것은 알지만, 서로 이런 일로 얼굴 봐서 좋을 거 없잖아요. 아니면 시험 족보라도 알려달라는 거에요? 학우님 성적은 잘 모르겠지만, 그런 것은 해줄 생각 없어요. 다른 좋은 선배들에게 물어봐요. 아니. 그래도 뭐 정, 부탁하면 못할 것은 없지만, 뭔가 찝찝하잖아요. 그거. 불공평한 것 같고. 뭔가 선배들과 친한 이들만 유리한 것 같으니까. 그래서 일단 전 안해요. 다른 이들에게도."
뭔가 너무 차갑게 말을 했나 싶어서 자신은 원래 다른 이들에게도 족보는 안해준다고 그는 말을 빠르게 덧붙였다. 이 정도면 그녀가 싫어서가 아니라, 그냥 그런 행동 자체를 싫어한다는 것이 확실하게 와닿았을 거라고 생각하며 그는 소으로 안도를 내뱉었다.
"번호는 지우진 않을게요. 이런 일로 연락을 하는 일은 제발 없었으면 좋겠지만요. 가도 좋아요. 더 할 이야기 없을 것 같으니까."
이미 그녀와 만나고자 하는 일차적인 목적은 끝이 났다. 그렇기에 그녀가 돌아가도 자신에겐 아무런 문제도 없었기에 그는 돌아가도 좋다고 이야기를 했다. 더 할 이야기가 있냐는 듯이 그녀를 바라보며, 그는 할 이야기 더 있냐고 그녀에게 물었다. 물론 그 목소리 역시 자상하거나 친절한 목소리는 절대로 아니었다.
//음. 좋은 거 맞지 않을까? 일단 주말에 푹 쉰다는 거잖아! 역시 주말에는 푹 쉬어야 제 맛인걸! 아무튼 나예주가 그렇게 생각한다면 알았어! 아무튼 상황적으로는 거의 막레일까? 다음 것으로 막레를 해도 좋고 좀 더 이어도 괜찮아! -
113 나예주 ◆5wvLxdlKW. (YU9kPgw0eA) 2020. 9. 20. 오전 1:16:23>>112 하나 정도 더 잇고 막레로 하는게 좋을 거 같아! 내일이나 모레에 막레 가져오면서 다음 상황도 생각해 볼게. 아, 대자보랑 관련해서 뭔가 사건을 만드는 것도 좋겠다. 대자보로 인해 뭔가 바뀌는게 있을테니 말이야!
그리고
만약 뒷공작을 펼친다면 자신에게 그렇게 술을 권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이들을 이용해서 자신에게 차례로 술을 먹게 한다는 아주 좋은 방법이 있었을테니까. 굳이 자신이 술을 권하는 시점에서 그녀는 뒷공작을 하기보단 불만이 있으면 직접 앞에 나서서 말을 하는 스타일일 거라고 그는 지금 그녀가 하는 말까지 합쳐서 확신할 수 있었다. < 이부분 감탄했어.. 나예보다 나예를 잘 파악했잖아 지훈이..! 여담으로 족보 얘기 ㅋㅋㅋㅋㅋㅋ 나 이런 지훈이의 엉뚱함이 좋아...ㅋㅋㅋㅋ
오늘 되게되게 고마웠고, 늦었는데 잠 푹 자고 내일도 잘 쉬길 바랄게! 오늘 일 때문에 맘 썩이지 말고 잘 자길 바랄 뿐이야.. 잘자 지훈주!!💤💤💤🌙 -
114 지훈주 (nMF3/ZUrqw) 2020. 9. 20. 오전 1:23:39>>113 알겠어! 답레는 언제나 그랬듯이 천천히 여유롭게 해 줘! 대자보는 확실히 지훈이에게 불리한 요건으로 돌아가게 되겠지. 아마. 범인을 잡았다고는 하나, 그 범인이 누군지 조금의 정보도 알려주지 않고 뭔가 조금 애매한 감이 있는 느낌일테니까.
앗. 그게 그렇게 되는 건가?! 그냥 지훈이의 생각일 뿐이야! 애초에 지훈이는 나예에 대해서 많이 아는 것도 아니니까.
아무튼 오늘은 정말 여러모로 고생 많았고 잘 자길 바랄게! 좋은 꿈 꿔! 나예주! -
115 나예-지훈 (xyZLJ7qwsI) 2020. 9. 21. 오후 10:55:39힘든 월요일이 지나갔다.. 언제나 월요일은 좀 버거운것 같아 ㅠㅜ 지훈주는 월요일 잘 보냈으려나? 좋은 밤이야! 막레를 들고 왔다!! 다음 상황에 대해 얘기해볼까? 근데 써놓고 보니 지훈이랑 나예랑 접점이 없어서 접점 만들기가 쪼오곰 힘들것 같긴 하다. 아님 바로 투표날로 휙 넘어가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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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말에도 여전히 차가운 그를 그녀는 밉지도 않은 눈빛으로 바라봤다.
'개인적으로는 술 먹은 쪽이 더 취향인걸.'
취향이니 뭔지를 따져서 뭐하겠는가. 그녀는 번호를 저장해달란 말로 당황하는 그를 보며 웃음을 참았다. 이렇게 당황시키는 것만으로 묘한 쾌감이 느껴지는 걸 보면 확실히 그녀도 성격이 완만한 편은 아니었다. 생각해보니 분명 완만했는데, 그의 무뚝뚝한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괜히 심술이 나는 것이다. 번호를 저장해달라는 말을 후회했을 땐 언제고 지금은 그세 기분이 좋아졌다.
" 족보는 무슨. 그리고 족보가 뭐 어때서요. 족보를 구하려는 그 노력도 시험을 잘보기 위한 일환이라구요."
이렇게만 말을 끝내면 금방 뭐라고 딱딱하게 반박할 그가 훤해서 그녀는 말을 끊지 않고 다다다 덧붙였다. 꽤 은은한 햇살 속 먼지 날리는 강의실에서 뻔한 대사와 행동으로 그를 괴롭힐 요량으로,턱을 살짝 괴고 예쁘게 웃으며.
" 그리고 머릿속에 너무 재미없는 것만 있는거 아녜요? 일이고 족보고. 제가 관심 있는 건 선배일 수도 있잖아요. 나 엄연히 여잔데. 이성애자고."
재밌었다. 복잡하고 거지같던 일들은 잠깐 잊혀질 정도로. 물론 그녀는 멘탈이 약하지 않았다. 하지만 쌓이고 쌓이면 금이 가기 마련이었다. 그 금들을 그와의 대화가 잠깐 잊게 해주는 것은 자신도 모르게 자신을 해치치 않을 인물이라는 신뢰가 손톱만큼 마음에 뿌리를 내렸기 때문일까.
" 네. 선거 잘 하길 바랄게요."
칼같은 그의 말에 그녀는 아까의 태도를 거두고 칼같이 응대했다. 이제 이 문을 나서면 감정을 깨끗이 비우고 다시 일상에 힘을 낼 것이므로.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나는 그녀의 모습은 역시 아까의 장난을 치던 모습과 너무나 상반돼서 어떤게 진짜 모습인지 알 수 없었다. -
116 지훈주 (zuoTQCw85s) 2020. 9. 21. 오후 11:06:34막레 잘 받았어! 이번 2번째 일상도 수고했어! 가볍게 충돌하긴 했지만 그럼에도 아슬아슬한 분위기가 일품이었떤 것 같아. 무엇보다 마지막에 나예 장난 진짜 너무 귀여워! 저기서 여자고 이성애자라는 말이 나올 줄은 몰랐거든. 저 말을 들은 지훈이는 아마 뭐야. 얘. 하는 눈빛과 함께 벙 찌는 표정을 짓고 있지 않을까 싶어. 갑자기 뜬금없이 뭐라는거야. 이런 느낌 있잖아?
일단 투표날은 그냥 스킵해도 되지 않을까? 뭔가 투표날은 아무래도 두 사람이 어떻게 일상이 생길 여지가 보이지가 않거든. 내 생각엔. 지훈이는 지훈이대로 아마 어딘가에 짱박혀서 결과만 기다릴테고, 학생들 입장에선 그냥 표 던지고 가면 그만이니까.
접점해서 하는 말이지만 나에가 아르바이트를 하는 카페 중 하나가 지훈이의 집 카페라는 것은 어떨까? 다만 서로 카페에 있는 시간대가 달라서 전혀 모르고 있다가 어느 날 우연히 만났다는 것으로 일상 소재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거든. 지훈이가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을 때 나예가 찾아온다던가, 혹은 일손이 너무 바빠서 지훈이에게 헬프를 집에서 요청해서 별 생각없이 갔는데 나예가 일하고 있는 시간대였다던가. 그리고 월요일은... 월요병 조금 앓으면서 어떻게든 버텼어. 다른 날은 다 괜찮은데 월요일은 월요병이 너무 무서운 것 같아. 아무튼 하루 수고 많았고 마찬가지로 좋은 밤! -
117 나예주 ◆5wvLxdlKW. (xyZLJ7qwsI) 2020. 9. 21. 오후 11:18:31>>116 지훈주한테 나예 귀엽다는 말 듣는거 언제나 짜릿해.. 의도한 대로..! 약간 통통 튀고 예측 불가. 원래 성격도 애매. 얜 뭐지? 이런 느낌의 나예를 드러내봤어 ㅋㅋㅋㅋ 대담한 성격으로! 지훈이 벙 찌는거 실제로 보고 싶다. 지훈이한텐 미안하겠지만 재밌을 것 같아. 일상 수고했어!
앗 그럴까? 근데 스킵하기엔 대자보 이후의 분위기나 투표날 분위기, 지훈이 당선된 이후 이런 걸 조금 잡고 가고 싶어서! 요런 부분은 둘이 대화해서 설정으로만 짜둬도 좋고!
나도 그 생각을 해보긴 했어. 딱 카페라는 설정이 겹치는 거 보니까 그런 게 떠오르긴 하더라고. 둘이 같이 일하는 카페 분위기 장난 아니겠다 ㅋㅋㅋㅋㅋㅋ 갈등이랑 큼지막한 사건 하나 돌렸으니 그것도 좋을 것 같아. 그럼 투표날 이후데 카페에서 만나는 거겠지? 아,지금 생각난 건데 대자보랑 투표 이후에 나예랑 지훈이 독백 하나씩 적고 이후 일상으로 넘어가는 건 어때? 그럼 좀 더 자연스러울 것 같은데..! 독백은 둘다 시간이나 장소 자유롭게 정할 수 있으니까 둘의 일상 모습을 보는 기회 겸 해서?
그래도 밤이니까 이제 편히 쉬자. 월요일 너무 고생했어 (토닥토닥) -
118 지훈주 (zuoTQCw85s) 2020. 9. 21. 오후 11:23:35>>117 귀여운 것을 귀엽다고 하지. 뭐라고 하겠어! 그런 통통 튀는 느낌이 더 귀여운 법이라고 생각해! 전에도 말했지만 나예는 정말 살아있는 느낌을 많이 받거든. 단순히 귀엽다는 것이 뭔가 막 연약한 느낌이라기보다는 약간 짓궂은 면도 있고, 때로는 약한 모습도 보이지만 확실하게 강하게 나아가는 모습도 있고. 그런 것을 다 합쳐서 뭔가 귀엽다라는 느낌이 절로 들더라. 되게 자연스러운 귀여움? 표현이 조금 어렵다!
아. 확실히 대자보가 있으니까 그 관련은 확실하게 잡고 가는 것이 좋을 것 같네. 일단 지훈이가 투표에서 이기는 것은 처음부터 확정된 사실이니까 아마 그 관련은 지훈이가 투표날에서도 상당히 강경하게 나올 것 같긴 한데... 그러면 내가 선레 답레 그런 개념이 아니라 확실하게 그 날의 분위기라던가 그때의 행동 같은 것을 나예주 말대로 적는 것도 좋을 것 같아.
그럼 그 부분은 내가 먼저 써도 괜찮을까? 일단 지훈이의 그 관련 문의는 아무래도 내가 먼저 확실하게 잡아두는 것이 좋을 것 같거든. 나예주도 그쪽이 아무래도 더 편할테고. 만난 후의 둘의 모습. 뭔가 서로 어색해할지 아니면 되게 묘할지. 괜히 궁금해지네. 일단 지훈이는 어색함을 넘어서서 이 학우님이 왜 여기에 있지? 이런 느낌일 것 같지만.
아무튼 나예주 역시 정말로 고생했어! 난 지금 푹 쉬고 있으니까 안심해! -
119 나예주 ◆5wvLxdlKW. (xyZLJ7qwsI) 2020. 9. 21. 오후 11:31:49>>118
칭찬 듣는 것도.. 너무 짜릿해. 근데 그건 지훈이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 되게 차가운 캐릭터구나.. 이렇게 읽었는데 (나쁘다는 건 아니야! 오히려 막 푸근한 캐릭터보단 딱딱하고 다가가기 힘든 캐릭터가 더 취향이라!) 술자리에서 막 당황하고 술 받아먹고 이러는게 귀여워서 그 이후로 자꾸 뭘 해도 귀여워 보이고(...) 아무튼 지훈이도 여러 방면으로 다양해서 좋아. 한 모습만 있는게 아니니까! 특히 당황할 때가 가장 좋...지만 너무 놀리면 안되겠지 지훈이...ㅋㅋㅋㅋㅋㅋ
그래주면 참고해서 적기 좋을 것 같아. 오늘은 되게 늦었으니 시간될 때 천천히 가져와줘도 돼! 둘이 독백 한 번씩 쓰고 카페 장면으로 넘어가자. 벌써부터 기대된다. 그동안 돌린 것중에 가장 오랫동안 둘이서 소통하면서 있게 될 것 같아서..!
그럼 나는 이만 잘 채비를 할게. 지훈주도 굿밤 굿밤!! -
120 지훈주 (zuoTQCw85s) 2020. 9. 21. 오후 11:36:54>>119 마냥 착한 것도, 마냥 나쁜 것도 아닌 그런 컨셉의 캐릭터를 잡다보니 조금 차가운 면도 보이게 되었는데 나예주에게 그렇게 전달되었다고 하니 다행이야! 당황하게 하려고 놀리는 것은 자유지만 지훈이가 살짝 투덜거리는 것은 어쩔 수 없을 것 같아. 자기를 놀리는데 가만히 있을 순 없을테니까.
오케이! 그러면 내가 먼저 그 관련 상황을 가볍게 써볼게. 그렇다고 해도 대자보 관련으로 대응하는 것이 대부분일 것 같지만 말이야. 아마 시작은 연설부터가 아닐까 싶네. 아무튼 나예주도 잘 자! 굿밤!! -
121 지훈 - 투표날 (/J8aHxaGrk) 2020. 9. 22. 오전 12:06:51"실력이 있는 이가 우대를 받는 것은 당연합니다. 예산은 한정되어있고, 그에 대한 분배 또한 공정한 조건으로 이뤄줘야 합니다. 허나 그냥 동아리라는 이름만 올리고 술이나 먹고, 아무런 성과도 없는 그런 동아리가 열심히 노력해서 좋은 성과를 이루고 있는 동아리와 같은 대우를 받는 것이 공정한 것입니까? 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대학의 모든 이들은 각자의 능력에 따라 정당한 대우를 받아야 할 것이며, 그저 시간을 보내기에 연연한 자, 아무런 것도 하지 않고 예산을 받아서 술값으로 낭비하는 자, 허울좋게 돈을 받아서 자신들의 배를 채우는 자. 그런 이들에겐 당연히 그에 대한 차등 대우를 해야만 합니다."
지훈의 연설 내용 중 하나는 능력이 있고 실력이 있는 이에게 그에 맞는 대우를 한다는 것이었다. 그건 지훈과 부회장으로 나온 태영의 주 공약 중 하나였다. 동아리라는 이유로 모두가 똑같이 대우를 받고 똑같은 액수의 예산을 받는 것이 아니라 종합적으로 평가해서 단순히 술을 먹고 놀기만 하는 나태한 이들보다, 확실하게 성과를 내고 정진하는 동아리를 더 대우하고 예산을 주겠다는 그의 공약을 꼴불견이라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을지 모르지만, 찬동하는 이들의 수도 절대 적지 않았다. 대부분이 자기 계발을 위한 스펙 게열의 동아리에 소속된 이들이었다. 그들의 입장에서 보자면 지금보다 더 대우를 받을 수 있고, 예산을 받을 수 있으니 이것저것 다양한 폭을 넓힐 수 있다는 것이 아니겠는가. 당연히 그의 지지세력은 대부분 그런 이들이었다.
허나 상대 후보자라고 해서 어디 가만히 있겠는가. 이번 선거에 나온 라이벌 후보 중 한 사내가 지훈을 바라보며 피식 웃으면서 공격을 가하려는 듯 입을 열었다.
"그러고 보니 지훈 후보님. 대자보말인데 그거 뭡니까? 보아하니 자신을 비방한 이를 직접 추적해서 잡아낸 것 같은데, 어디 무서워서 살겠습니까? 학생회장이 되면 검열이라도 하는 거 아닌지요?"
그의 지시로 붙여진 대자보에는 지금 흐르는 내용은 완전히 말도 안되는 거짓말이라는 것. 범인은 소문의 그 여학우가 아니라 다른 이였으며, 확실하게 추궁해서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는 내용 등이 적혀있었다. 나예가 쓴 것이 아니라는 것을 명확하게 위한 수단이었으나 지금 이 순간, 그 대자보는 지훈을 공격하기 위한 수단으로 바뀌어있었다. 대자보가 붙은 이후 명백하게 나예에 대한 말은 줄어들었지만 지금 상대 후보가 이야기한대로 조금 무섭다는 분위기가 형성되어있었다. 그것을 이용하려는 듯 상대 후보는 날카롭게 눈빛을 빛냈지만 지훈은 이미 예상했다는 듯이 한숨을 쉬었다.
"다른 사람을 사칭해서 자신의 목적을 이루려는 사기꾼을 잡아서 추궁한 것이 뭐가 문제란 말입니까?"
"무슨 의미입니까?"
"그 소문의 주인공인 여학우님은 하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는 것은 누군가가 그 여학우님의 이름을 사칭해서 같은 과 후배이기도 한 여학우님을 곤경에 처하려고 했다는 건데. 그건 명백히 사기이며 명예를 더럽히는 행위입니다. 그런 사기꾼을 잡는 것이 검열입니까? 그렇다면 후보님은 누군가가 자신의 이름을 사칭해서 다른 이를 곤란하게 만든다면 잡지 않고 두 눈 뜨고 보기만 할 겁니까? 아무리 회장 자리가 탐이 난다고 해도, 용납해서 될 것이 있고 안 될 것이 있는 법입니다."
적어도 그때의 자신의 행동은 잘못이 되지 않았다고 생각했기에 그는 조금도 눈길을 피하지 않고, 오히려 강경하게, 진지하게 이야기했다. 그래서일까. 수업에 들어가지 않고 연설을 듣고 있던 학생들 사이에서 그러고 보니. 맞아. 등등의 긍정적인 반응이 흐르고 있었다.
"남의 이름을 사칭한 사칭범을 잡아내고 추궁한 것이 회장의 자질이 아니라면, 저에게 표를 주지 않아도 됩니다. 허나 다른 사람의 이름을 빌려 남을 곤란하게 하는 그런 사기꾼이 이 학교에 있는 것은 절대 볼 수 없습니다. 이상입니다."
괜히 긴 말을 하지 않으며, 짧게 말을 마친 후 지훈은 꾸벅 인사를 했다. 큰 박수소리가 울리기 시작했고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그는 시선을 돌려 상대 후보를 바라봤다. 괜히 더 좋은 이미지만 만들어준 꼴이었기에 괜히 분한지 이를 빠드득 가는 상대 후보의 모습이 그의 눈동자에 비쳤다. 여유로운 표정을 입가에 녹이며 그는 자신의 자리로 천천히 걸어갔다. 이제 상대 후보의 연설을 들어야만 했으니까.
이것으로 충분했다. 자신의 이미지는 올릴 수 있었고 자신의 후배인 그 학우의 이미지도 건져낼 수 있었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윈윈이 아니던가. 그럼 대체 진짜 범인은 누구냐인 물음이 나오더라도 상관없었다. 그럼 자신은 낙인이라도 찍을 참이냐고 반격하면 그만이었으니까.
어떻게든 만회하려는 상대 후보를 바라보며 그는 씨익 웃어보였다. 어설프게 공격을 할 생각은 없었다. 좋을대로 하게 두면 될 일이 아니던가. 자신은 틀리지 않았으니까. 적어도 이번 일에 대해서는. 그렇기에 그는 당당하게 선거 결과를 기다리기로 했다. 자신이 당선되면 좋은 것이고, 만약 안 된다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기에. 물론 조금. 아니. 엄청 아쉬울지도 모르지만 그럼에도 자신이 뭐라고 할 순 없는 것이 아니던가.
"그러게 왜 대자보 같은 것을 붙이자고 난리야. 우리가 무슨 자선단체야?"
"됐어. 됐어. 그 관련 말은 더 하지 마."
문뜩 그의 머릿속에 도나예. 그녀의 모습이 떠올렸다. 투표는 하겠다는 그 말에 그녀의 표가 어디로 갈지 그는 괜히 궁금증을 가졌다. 하지만 묻는다고 답을 할 리가 없을테고, 이제 이 이상 그녀와 얽히는 일은 없을 거라고 그는 생각했다. 자신과 그녀는 그저 선배와 후배. 이름 정도만 아는 그런 사이일 뿐이었으니까.
//그냥 가볍게 이후의 일이라는 느낌. 선거일에서의 일이라는 느낌으로 써봤어. 이렇게 보니까 진짜 차가워보이긴 하네. 아무튼 참고 사항이 될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나예주의 독백은 언제든지 편할 때 남겨줘! -
122 도나예 (GO1JQ3LAnk) 2020. 9. 23. 오전 11:53:31투표날은 시끌벅적했다. 그녀의 주변 역시 그랬다. 그녀는 아침부터 부산하던 분위기와 다시 그녀에게 말을 걸던 동기들을 떠올렸다. 그녀는 그들 모두에게서 시선을 떼고 싶었다. 담담한 표정으로 무난하게 강의를 마치고 나오자 구름 한점 없는 새파란 하늘이 눈에 들어왔다. 화창한 날씨에는 밖에서 그림을 그리곤 했는데 요즘 들어 그러질 못했던 것 같다. 어찌보면 지훈이 쥐어준 자유였다.
" 시원하다."
반쯤 눈을 감고 솔솔 불어오는 바람을 느끼는 그녀의 입가에 미소가 올랐다. 개운했다. 물론 그 대자보의 진실을 알고 있었다. 진짜 범인을 잡지 못했겠지. 그럼에도 그녀는 지금의 상황이 즐거웠다. 벗어난 기분.
팀플 모임까지 남은 시간은 2시간. 선거 연설은 들어야 하지 않겠냐며 미뤄졌다. 그 연설에 통 관심이 없는 듯한 얼굴로 카페에서 아이스티 한 잔을 산 그녀는 주섬주섬 도서관 앞의 간의 벤치와 테이블에 짐을 풀었다.
" 나예 여기서 뭐해?"
오늘따라 인사하는 친구가 많았다. 한동안 인사를 받지 않아서 더 그렇게 느껴졌다. 그녀는 싸늘하게 눈웃음을 짓고 그를 무시했다.
'뭘 그려볼까.'
손때가 많이 묻은 연습장을 펴고 뭉툭하게 갈아진 연필의 캡을 벗긴 그녀는 정말 즐거워 보였다. 바람에 나뭇잎이 부벼지는 소리, 그리고 연설 준비가 한창이었다. 이제 곧 그의 목소리가 들려오겠지. 그를 중심으로 모여든 사람들의 소란과 떨어진 그녀의 벤치는 대비되었다. 수많은 사람 속의 그는 보이지도 않는다. 뭉툭한 선이 그어지고, 번짐마저 아름다운 곡선은 몇 개 겹쳐지지도 않아 금세 고양이의 형상을 띄었다.
손에 묻어나오는 흑연가루를 문지르는 틈에 연설의 단어들이 들렸다.
'공정, 차등. 자신만의 정의인가.'
그녀는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곤경, 하지 않았다..라. 못을 박으셨네. 아무튼, 진짜 당선된 거구나. 축하라도..'
평소같으면 망설임 없이 연락했겠지만 그녀는 연신 드는 씁쓸한 감정에 메시지창을 띄웠다 내리길 반복했다. 그럼에도 본성은 변하지 않는 터, 연설에서 자신 때문에 고생한 걸 봐서라도 마음이 물렁해졌다. 오늘만큼은 그도 기뻐야지.
[당선된거 축하해요.]
연락할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그의 말이 맴돌았지만 이런거까지 싫어한다면 그건 그의 문제라고. 그녀는 이기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
" 싫은데."
아까 아이스티를 마시고도 잘도 차가운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그녀는 산뜻하게 웃어 보였다. 처음듣는 그녀의 거절과 말투와와 내용의 상반된 분에 정신을 못 차리는 팀원들을 그녀는 흐뭇하게 바라봤다.
" 발표 하기 싫다구요. 왜 맨날 제가 자료조사부터 발표까지 다 해요? 수업은 같이 들었는데? ㅁㅁ아, 이번 발표는 네가 해줘. 저번에 자료조사 빼먹었잖아."
" 선배 생각은 어때요?"
여전히 산뜻한 웃음을 유지한채 그녀는 말속에 칼날을 박았다. 영악하게도 자신과 친분이 돈독한 선배를 응시하며 한때의 친구를 궁지로 모는 그녀는 즐거워 보인다.
'그러게 파스타를 버리면 안됐지. 그건 진짜 선 넘은 거라고.'
#파스타의 복수와 축하문자!를 주 내용으로 삼았어 ㅋㅋㅋㅋ 내가 다 속이 후련한걸. 카페 내용은 이번에 지훈주가 선레 주 쓴 것 같으니 내가 써와도 될까? -
123 나예주 ◆5wvLxdlKW. (GO1JQ3LAnk) 2020. 9. 23. 오전 11:59:18>>122 노트북이 렉 걸려서 쓰는 동안에 자꾸 글자가 하나씩 빠지더라.. 혹시 발견하면 양해 부탁할게! ex. 선레 주로 쓴 것, 에서 '로'자 누락..(속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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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4 지훈주 (XYdh6dJnjM) 2020. 9. 23. 오후 12:25:40>>123 나예 독백 내용 방금 읽었어! 나예의 속마음이라고 해야하나. 뭔가 여러모로 마구 흔들리는 천칭을 보는 것 같아. 고맙지만 그러면서도 자신에겐 일단 손해가 될 테니 복잡하고, 도움을 받긴 했지만 그럼에도 마냥 자기를 위한 호위로 가득찬 것은 아니니 받기도 조금 애매하게 느껴질까.
마지막 부분이 최고야! 자료조사부터 발표까지 다라니. 저건 솔직히 아니지! 자료조사 안했으면 당연히 발표라도 해야지. 무임승차는 조별과제에서 절대 용서할 수 없는 행위야. 물론 난 계속 잠수 타는 애들 잡기 귀찮아서 그냥 교수님에게 상의한 후에 제대로 참가한 이들만 이름 넣긴 했지만! 아직도 자료 조사 부탁했더니 네이버 지식인에 물어서 거기 달린 답 그대로 복붙해서 가지고 온 이를 잊을 수가 없네. 막 들어온 신입생이라서 뭐라 크게 화도 못 내겠고. (미간짚) 아무튼 그래서인지 마지막 부분이 진짜 통쾌했어!
오타는 자체 필터링 하니까 괜찮아! 아무튼 카페 내용을 나예주가 써오겠다고 한다면 나야 괜찮아. 만약 쓴다고 한다면 유니폼을 입고 오랜만에 가족 일을 도와주고 있는 지훈이의 모습이 나오면 되지 않을까 싶어! 그리고 오늘도 좋은 하루 되길 바라! -
125 나예주 ◆5wvLxdlKW. (GO1JQ3LAnk) 2020. 9. 23. 오후 1:20:29>>124 맞아.. 나는 내가 맡은 부분 다 하고.. 피피티 만드는 것도 호의로 도와줬더니 발표 맡은 사람이 저 발표 못하겠어서 그런데.. 이래서 발표까지 맡은 기억이..(끔찍) 지식인 복부ㅌ...?? 세상에나 (끔찍 22)
허헣.. 그 전에도 오타 있는 경우가 종종 있었을텐데 필터링 해준다니 너무 고맙다 ㅠㅜㅠ 그냥 걸러 읽어줘 ㅋㅋㅋ 응응 참고해서 선레 가져올게. 유니폼 입은 지훈이 너무 궁금하다 ㅠㅜㅠ 지훈주도 좋은 하루!! -
126 지훈주 (XYdh6dJnjM) 2020. 9. 23. 오후 6:43:58>>125 하루 일 끝내고 돌아오니 이 시간이네. 빨리 주말이 되었으면 하고 바라는 중이야. 아무튼 세상에. 그런 케이스도 은근히 많은 것 같더라. 나는 저렇게까지는 당해본 적은 없는데 그래도 저렇게 당하면 되게 화날 것 같고.. 고생이 많아. 나예주.
선레는 얼마든지 자유롭게 써줘! 유니폼 입은 지훈이는..그냥 유니폼 입은 지훈이의 모습이 아닐까? ㅋㅋㅋㅋㅋㅋ 그래도 깔끔할거야! 아마! -
127 나예주 ◆5wvLxdlKW. (9KJk7MzKc6) 2020. 9. 25. 오후 10:53:48안녕 지훈주..! 불금 잘 지냈어? 갱신하러 온 나예주야.
유니폼 입은 지훈이... 그렇게 단순할리 없어! 나예주는 그 차가우면서도 손님에겐 친절한 지훈이와, 머리부터 발끝까지 단정해서는 유니폼이 절도있게 어울릴 지훈이의 모습을 기대하고 있다고!!
(지훈주: ;;;)
사실 본론은.. 뭔가 오늘 글이 안 잡혀서 약속한 선레를 조금 미뤄야 될 것 같아 미안해 ㅠㅜㅜ 면목이 없다,,😵 그래도 곧 야심차게(?) 여차저차 힘내서 예쁜 선레 들고 오도록 할게! 좋은 밤이야 지훈주!! -
128 지훈주 (1UlryiqzSs) 2020. 9. 25. 오후 11:03:21>>127 어서 와! 나예주! 나는 지금 푹 쉬는 중이야! 오늘 일이 끝나고 난 뒤로 집에 짱 박혀서 눕기도 하고 뒹굴거리기도 하고, 그렇게 시간 보내는 중이야! 평일에 열심히 일했으니 지금부터는 잉여처럼 있어도 벌 받진 않겠지? 아마?
앗. 그 이미지가 어느 정도는 맞아! 지훈이는 그래도 손님 앞에서는 미소도 잘 짓고 되게 친절하거든. 일단 서비스직인데 칙칙하고 툴툴거릴 순 없으니까. 그리고 확실하게 단정하게 유니폼을 입고 있어. 이 부분은 내가 어떻게 묘사를 잘 해서 살려야할텐데 잘 살릴 수 있을지 벌써부터 걱정이야.
아무튼 괜찮아! 글이 잘 안 써지면 조금 늦어질 수도 있지! 그런 것은 얼마든지 이해할 수 있어! 이렇게 말해줘서 고마워! 아무튼 나예주는 좋은 밤 보내고 있니? 나예주도 좋은 밤이야! -
129 나예-지훈 (wMzJhMnfRA) 2020. 9. 26. 오후 3:12:06>>128 당연하지..! 원래 힘들게 일했으면 또 그만큼 푹 쉬어줘야 다음에 일할 기운이 나니까. 일 끝나고 잘 쉰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 ㅎㅎ 서비스직인데 툴툴거리는 지훈이.. 잠깐 상상해봤는데 귀여워 ㅠㅜㅜㅜ 그래도 막 손님이 있으니 미소는 유지할 거 같고 나예는 또 그걸 이용해서 지훈이를 은근 놀릴 것 같다. 나예야..(절레절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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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는 학업을 위해서 알바를 최대한 빼뒀지만, 알바를 하면서 깨달은 것은 '알바를 안 한다고 그 시간을 알차게 보낸다는 보장은 없다.'였다. 평일에 열심히 아르바이트를 해둬서 생활비가 부족하지는 않았음에도 늦잠자는 자신의 모습을 보기 힘들어 나예는 자발적으로 토요일 오픈 아르바이트를 수락했다.
' 딱 토요일 오전만 하는거야.'
계획대로라면 카페 오픈을 하려면 적어도 7시에는 기상해야 했고 아르바이트가 끝나면 오후 1시로 남은 토요일은 공부에 올인하는 것이다. 보통 주말에는 오전 10시에 기상하는 일이 부지기수라 차라리 아르바이트의 힘을 빌려 강제기상을 하는게 더 뿌듯했다. 가뜩이나 머리카락도 밝은 색이라 가끔 아르바이트 면접에서 떨어질 때면 원인을 그것에서 찾던 나예는 아르바이트를 갈 때는 최대한 단정하게 하고 가려 했다. 일하는 곳이 주로 요식업 쪽이다 보니 더더욱, 사장님들은 단정한 알바생을 선호하는 편이었다. 밝은 머리색은 포기 못했지만 렌즈를 빼는 정도로도 충분히 분위기가 달라진다.
이른 토요일 아침, 위의 잡다한 생각들을 하며 세안과 양치질을 마친 그녀는 화장대에 앉아 간단한 화장을 시작했다. 옅은 화장을 마치고 렌즈도 뺀 그녀의 모습도 어색했지만, 하나로 바짝 올려 묶은 포니테일도 더더욱 그랬다. 어제 가져와서 빨아둔 섬유유연제 향이 나는 유니폼을 에코백에 넣고, 까만 캡모자를 눌러쓴 그녀는 남색 박스티에 검정 추리닝 바지 차림으로 가볍게 집을 나섰다. 알바갈 때는 아무거나 입기, 정도가 그녀만의 룰이었다. 그저 깔끔하기만 하면 됐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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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에서 알바하다 보면 틈틈히 남는 마카롱이나 어제 팔다 남은 빵 같은 것들을 사장님이 권하시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아침을 생략한 그녀는 차가운 아침 바람에 기분이 좋아졌다. 텅 빈 속과 차가운 바람이 만나면 감각을 놀랍도록 예리하게 만들어준다. 그 예리한 감각과 오전 8시라는 시각이 만나면 '주말에도 열심히 사는 사람'이라는 묘한 성취감에 기분이 좋아졌다. 물론 일요일에는 쉴 수 있어서 더더욱 그녀는 오늘을 열심히 살 수 있다. 익숙한 골목길을 돌아 아파트 단지 근처에 위치해 손님이 꽤 많은 카페 문을 열면, 또 익숙한 일이 벌어질 줄 알았건만.
" ..안녕하세요..?...?..??"
문을 열자마자 보이는 유니폼을 입은 선배의 모습에 그녀는 혼란스러웠다. 주춤거리며 들어온 그녀는 눈을 두어번 꿈벅이며 가정을 시작했다.
첫째, 새로 온 알바생이다.
그녀는 손이 꽤 빠른 편에 속해서 사실상 1.5인분 정도는 해내고 있었는데 요즘 손님이 많아짐에 따라 사장님이 알바생을 추가로 고용했을 거라는 것이다. 오픈 때는 재료 준비, 진열, 케이크 진열 등 오후 판매를 위한 모든 준비를 마쳐야 하는데 솔직히 좀 바쁜 시간대라 그녀도 각오하고 움직여야 했다.
둘째, 첫째 상황 외의 경우. 이 경우는 그에게 직접 물어봐야 알 수 있었다.
" 선배가 왜 여기 계세요?"
들어오자마자 유니폼을 갈아입으러 들어가야 했지만, 그녀는 결국 입을 떼고 말았다. 발은 여전히 탈의실로 향하면서 눈은 그를 바라본다. -
130 지훈 - 나예 (C1RAbna3pU) 2020. 9. 26. 오후 3:43:07-지훈아. 내일 무슨 일 있니? 없다면 카페에 와서 일 좀 도와줄래? 요즘 사람이 많아서 일손이 조금 부족해서 그런데.
-네? 아. 네. 괜찮아요. 그럼 내일 몇 시에 가면 되나요?
-오픈 시간대만 좀 부탁할게. 같이 일할 애가 워낙 일을 잘해서 별로 안 힘들거야. 거기다가 예쁘긴 또 엄청 예뻐.
-관심없거든요. 아무튼 오픈 시간대에 가면 되는거죠? 알았어요.
그게 바로 전 날 자신의 어머니와 지훈이 나눈 통화내용이었다. 물론 저대로 통화가 끝나지 않고 좀 더 이런 자잘한 이야기가 오가긴 했지만 지훈에게 있어서 중요한 것은 내일은 오픈 시간대, 즉 오전 시간대의 일을 돕는다는 것이었다. 회장에 취임했다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지금 당장 일이 있는 것은 아니었기에 그는 흔쾌히 카페의 일을 돕기로 했다. 매번은 아니지만, 이렇게 한번씩 그는 자신의 부모님이 운영하는 카페 일을 도왔기에 딱히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오히려 이런 경험이 차후, 자신에게 반드시 도움이 될 거라고 믿었기에 그는 일을 도울 땐 열심히 도왔고 오늘 역시 그럴 생각이었다.
가장 먼저 카페에 들어온 그는 남자 탈의실에 들어간 후, 자신 전용으로 준비되어있는 카페 유니폼으로 옷을 갈아입었다. 전체적으로 커피를 연상하기 딱 좋은 연한 갈색빛 바탕에 옷 선을 타고 조화를 이뤄 반듯하게 내려오는 붉은색 두 줄이 인상적인 카페 유니폼은 그의 눈엔 언제 봐도 깔끔하고 심플하게 와닿았다. 주름 한 점 생기지 않도록 깔끔하게 제 몸에 착 달라붙게 만들어 입은 후, 왼쪽 가슴에 명찰까지 확실하게 단 그는 탈의실 거울을 바라보며, 옷깃은 물론이며 제 머리카락까지 단정하게 손으로 정리했다. 마지막으로 남녀 공통으로 주어지는 연한 갈색 빛 바지의 선을 확실하게 세운 후 그는 탈의실 밖으로 나섰다. 우선 오픈까지 시간이 있었으니 빠르게 테이블부터 닦아야겠다고 생각한 그는 여유롭게 손을 움직였다. 얼룩이 생기지 않도록 능숙하게 테이블을 닦는 도중 갑자기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 그는 자연히 고개를 문 쪽으로 돌렸다. 아직 카페는 오픈 중이 아니었으니 손님이 아니라 이 시간대에 일하는 알바생이겠거니 그렇게 간단하게 생각을 했건만, 곧 눈에 보이는 여성의 모습에 그는 순간적으로 당황하며 자신도 모르게 굽힌 허리를 벌떡 위로 세웠다.
"너, 너는..."
왜 그녀가 여기에? 영문을 알 수 없어 그는 두 눈만 계속 깜빡였다. 예상치도 못한 이의 얼굴에 상당히 놀란 것은 그녀 역시 마찬가지일까. 지훈의 귀를 통해 왜 여기 있냐는 그녀의 물음이 들려왔다. 탈의실 쪽으로 걸어가면서도 자신에게 눈을 떼지 못하는 그녀의 모습을 눈에 담으며, 그 역시 당혹스러움을 숨기지 않고 그대로 목소리에 표현했다.
"그러는 도나예 학우님은 여기에 무슨 일로? 아직 오픈 시간 아닌데. 아. 혹시 알바생?"
슬쩍 시계를 확인했지만 아직 카페 오픈 시간은 아니었다. 무엇보다 카페의 문에는 아직 Closed 표시가 있지 않던가. 그럼에도 태연하게 들어오고 그것도 모자라서 탈의실로 향하는 이유는 역시 하나밖에 없다고 그는 생각했다. 그녀가 같이 일하는 알바생이라는 것. 그 이외의 가능성은 떠올릴 수 없었다.
"하아. 일단 어서 유니폼으로 갈아입고 와요. 자세한 이야기는 그 이후에 해요. 오픈 시간 얼마 안 남았으니 일단 오픈 준비부터 해야하니. 저는 그 동안에 테이블 다 닦아놓을테니까요."
상당히 당황하긴 했지만 그래도 지금 자신은 이곳에 놀러온 것이 아니었다. 엄연히 일을 도우러 온 것이었기에 이야기는 일단 미루기로 하며 그는 다시 테이블을 닦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녀가 조금 신경이 쓰였는지 그는 저도 모르게 눈동자를 힐긋힐긋, 그녀에게 보냈다. 그 많고 많은 사람들 중에 하필 그녀라니. 참 세상 일 모를 일이라고 생각하며 그는 자신도 모르게 다시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실제로 툴툴거리면 바로 클레임이 걸려올테니 아무리 지훈이라도 그럴 수는 없겠지만 말이야! 물론 진상에게는 그런 거 없이 바로 강경하게 나가는 편이야. 지훈이는. 어차피 점장님도 자기 어머니와 아버지겠다. 한 번 혼나고 말지라는 느낌으로 바로 강경하게 대응하니까 마냥 미소만 짓진 않아. 지훈이를 놀리는 나예라니! 확실히 학교에서 본 모습과는 많이 다를테니까 놀릴거리는 충분할지도 모르겠네! 아무튼 이렇게 학교 말고도 접점이 생겼다는 것은 좋은 것 같아. 늘상 학교로만 얽힐 수는 없는 법일테니까.
오늘은 상당히 날씨가 좋네. 나예주가 있는 곳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말이야. 모처럼 주말인데 푹 쉬길 바랄게! -
131 나예주 ◆5wvLxdlKW. (wMzJhMnfRA) 2020. 9. 26. 오후 3:59:32>>130 앗.. 나가기 전에 잠깐 들어 왔는데, 다 읽은 건 아니지만 앞부분 때문에 막 흐뭇하고 그렇다 ㅠㅜ 나예 예쁘대 ㅠㅜㅜ 이걸 나예가 들어야 되는데 ㅋㅋㅋㅋㅋ 사장 나와보라 그래! 할 때 당당할 수 있는 지훈이.. 멋져.. 지훈이가 있으면 진상 들어올 때 되게 좋겠다. 나예라면 자, 이쪽 알바생과 얘기하세요!! 이러면서 지훈이한테 떠밀지도 ㅋㅋㅋㅋㅋㅋ 맞아맞아 접점 때문에 조금 고민이었는데 이런 일상거리가 생겨서 너무 기뻐!
여기는 조금 흐리지만 그래도 햇살도 있고, 괜찮은 날씨야! 여긴 어제가 날씨 정말 좋았어. 딱 가을 날씨 정석이랄까. 가을 분위기 너무 좋아..! 지훈주도 토요일은 물론이고 일요일까지 푹 쉬었음 좋겠다! 답레는 시간나는대로 가져올게XD -
132 지훈주 (C1RAbna3pU) 2020. 9. 26. 오후 4:03:22>>131 나예주도 겪었구나! 새로고침 했는데 답레가 올라와있는 현상! 물론 나와는 조금 다를지도 모르겠지만! 아무튼 나예 정도면 예쁘지! 난 충분히 예쁘다고 생각해! 지훈이는 절대로 인정 안할테니까 지훈이가 나쁜 것으로 하자. 아니. ㅋㅋㅋㅋㅋㅋ 이후에 지훈이가 대처는 하겠지만 나예를 정말로 빤히, 진짜로 빤히 아무런 말 없이 바라보지 않을까 싶어지네.
아무튼 이제는 정말 가을이라는 느낌이 들어. 물론 구름이 좀 많긴 하지만 적은 날도 많고 날씨도 더 이상 덥지 않고 시원해지고 있으니까. 밤에는 오히려 조금 추운 느낌도 있는 것 같더라. 겨울 날씨는 아니긴 하지만 적절히 가을 날씨라서 진짜 좋은 것 같아. 아무튼 나예주 역시 주말 푹 쉬었으면 해! 응! 답레는 언제나 그렇듯이 편할 때 올려줘! 좋은 하루 보내길 바라! -
133 나예주 ◆5wvLxdlKW. (k4UeVLBwzk) 2020. 9. 26. 오후 4:40:51>>132 앗..(두둥) 그렇다! 답레가 올라와 있었다..!?
헉 고마워 우리 나예.. 이쁨 받는구나. 아니 잠깐만 ㅋㅋㅋㅋ 지훈이 ㅋㅋㅋㅋ 아무말 없는게 제일 무섭다고 ㅋㅋㅋㅋ ㅠㅜㅜ
맞아. 근데 9월 말 치고는 되게 가을 느낌이 덜 나는 거 같아서 좀 걱정도 돼. 아직 막 25도까지 올라가니까 ㅠㅜ 완연한 가을이 오면 금방 겨울이 뿅하고 나타날 거 같은 느낌. 겨울이랑 여름만 너무 길다고 생각해 나는 ㅠㅜㅜ 가을과 봄을 달라!! 뭐 나부터 에어컨 사용을 줄여야겠지. 응응 지훈주도 좋은 하루!
절대 지하철 타려고 뛰었는데 못타서 막막 초라하게 앉아서 레스 쓰고 있는 거 아니야! 절대! (주르륵) -
134 지훈주 (C1RAbna3pU) 2020. 9. 26. 오후 4:45:38>>133 손님이 없다면 뭐라고 말이라도 하겠지만 손님이 있는 시간대니까 어쩔 수 없지 않을까? 그래도 아마 곧 다른 일하러 갈 것 같아. 애초에 지훈이는 카페 정식 알바생도 아니고 그냥 일이 바쁠때 가끔 도와주러 오는 헬퍼같은 느낌이라서 그런 일은 잘 없을 것 같기도 하고! 그래도 주말에 일을 하러 오면 가끔은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 시트에 쓰여있는 것처럼 지훈이는 주로 주말에 일을 도우러 오는 편이거든.
아무튼 확실히 그건 그래. 그래도 여기는 그렇게 막 엄청 덥진 않아. 오늘만 해도 시원한 바람이 창문 너머에서 불고 있거든. 완전 시원해! 그래도 확실히 가을이라기보단 늦여름이라는 느낌도 있는 것 같아서 조금 걱정이긴 해. 이러다가 갑자기 훅 추워지는 법이니까. 에어컨... 사실 우리나라에서 그렇게 아껴도 미국과 중국에서 엄청 쓰는 것 때문에 별 효과도 없다고 하더라. ㅠㅠㅠㅠㅠㅠㅠ
아앗. 지하철... 물론 나예주가 그게 아니라고 하니까 믿어줘야겠지만 그래도 힘내!! -
135 나예주 ◆5wvLxdlKW. (FT2yU7KyGM) 2020. 9. 26. 오후 4:53:35>>134 되게 지훈이는 아들로도 학생으로도 착실착실한 느낌이네. 나예는... (먼산 보기)
핫. 그럼 나예가 토요일에 알바 맡은 김에 막 자주 만나게 되면 원플원 아이스크림도 주고 그러는거지? 그치? 원플원인데.. 먹든가 말든가!! 이러면서!??!..나예주의 희망사항일 뿐이지만 ㅋㅋㅋㅋ
확실히 중국.. 미국.. 생각만 해도 펑펑 쓸 거 같은 느낌이긴 하다. 사람도 많고 땅도 크니까 ㅠㅠㅜ 그래도 점점 줄어들면 좋겠어 ㅠ
그나저나 우리 되게 평일엔 일상을 겨우겨우 돌리는 느낌인데 주말엔 막 신나게 잡담을 돌리는 느낌이다. 주말만 되면 피는 잡담꽃.. 너무 좋아. 행복해.. -
136 지훈주 (C1RAbna3pU) 2020. 9. 26. 오후 4:59:40>>135 경우에 따라서는 정말로 그러지 않을까 싶어. 잠깐 쉬는 시간에 말 없이 가게를 나간 후에 근처 편의점에서 음료수나 아이스크림을 살까 해서 고르는데 막상 자기 것만 사려니까 괜히 신경 쓰여서 작게 혀를 찬 후에 똑같은 아이스크림 두 개를 산 후에 계산하고 나오고 나예에게 내밀면서 "아이스크림 먹으려고 고르는데 1+1이더라고요. 그래서 두 개를 사긴 했는데 다 먹으면 배탈 날 것 같으니까 하나 먹던지요. 도나예 학우님." 이러면서 빠르게 가버린다던가. 물론 이후엔 왜 자신은 우리 집에서 알바하는 애에게 왜 이렇게밖에 말을 할 수 없냐고 자책하는 지훈이의 모습이 있지 않을까 싶네. 이건 언젠간 나도 나올 거라고 생각해! 기출변형판도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건 상황에 따라 다른 거니까!
잡담은 일상에 비해서 조금 덜 힘들고 빠르게 이을 수 있는 거니까. 이렇게 간간히 캐릭터 썰 같은 것도 나올 수 있는 거고.. 아무튼 나예주가 행복하다면 다행이야! 나도 충분히 즐기고 있거든! 난 잡담도 일상도 다 좋아해서! 물론 잡담에서 너무 개인 프라이버시적 이야기로만 흐르는 것은 조금 불호지만 적절한 선 내라면 좋아해! -
137 나예주 ◆5wvLxdlKW. (6/yUSDBXwI) 2020. 9. 26. 오후 6:11:48>>136 아니 왜 그런 것 가지고 자책하는거야.. 먹을것도 줘놓고 ㅋㅋㅋㅋㅋ 지훈이 약간 그런 스타일이구나. 기출변형판은 궁금하지만 몰라야 재밌는 법이니까 언젠가를 기약하며 기다릴게!
아무래도 프라이버시를 너무 많이 드러내면 익명 사이트인만큼 조금 불안해서. 나도 조심하고 있어. 내 경우는 일상이 잡담보다 더 좋긴 한데, 아무래도 시간적 제약이 있으니까 잡담으로 공백을 채우는 느낌이야. 특히 잡담에서 이렇게 캐릭터 얘기 조금씩 푸는 걸 좋아해 ㅋㅋㅋㅋ 좀 더 여유가 되면 나예 독백 이런 걸로 일상 모습도 다양하게 풀고, 더더 많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만..
나예도 tmi를 조금 풀어볼까? 음.. 축제 때 드러내겠지만, 나예는 특별한 날에는 더욱 옷차림이 과감해지는 타입이야. 피시방에 갈 때는 유독 편하게 입거나, 축제 같은 날에는 막 크롭티에 양갈래를 할 지도 몰라(...) 발표날에는 갑자기 세미 정장룩을 할 수도 있고! -
138 지훈주 (C1RAbna3pU) 2020. 9. 26. 오후 6:23:06>>137 그거야 지훈이 입장에서 보면 자신의 집에서 하는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애에게 별 이유도 없이 툴툴거린 셈이니까. 이러니저러니 해도 자기네 카페에서 아르바이트 하는 이들에겐 고마움도 느끼고 있거든. 그런데 아무래도 나예와는 첫 단추도 조금 애매하게 맞춰줬고 전의 일도 있어서 괜히 툴툴거리면서 투덜거리지만 속으로는 이게 아닌데..라는 느낌으로 대하는 일도 많지 않을까 싶어! 츤데레와 비슷한 것 같지만 또 츤데레는 아닌 그런 느낌!
그건 확실히 나도 그래. 익명인만큼 너무 개인에 대해서 떠드는 것은 좋지 않긴 해. 그래서 나도 가능하면 내 정보는 잘 드러내지 않는 쪽으로 하고 있고. 어느 쪽이던지 균형을 맞추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 일상을 돌릴 수 있을 땐 돌리고 돌리기 힘들땐 지금처럼 잡담으로 캐릭터 이야기를 하거나 하는 것도 재밌으니까. 앗. 그럼 나예주가 여유가 생길 때 올라올지도 모를 나예의 독백을 미리 기대하고 있어야겠어! 나예는 정말 매력적인 캐릭터니 말이야!
와. 뭔가 패션이 다양하구나. 뭔가 분위기에 따라서 옷을 잘 입은 그런 느낌이네. 그렇다면 앞으로 어떤 옷을 입는지 지켜보는 것도 재미거리겠는데? 그러면 나도 지훈이에 대한 TMI를 풀자면 지훈이는 카페 집을 하는 곳의 아들이기도 해서 나름대로 커피를 잘 타는 편이야. 물론 커피보다는 생과일 주스를 더 좋아하지만 그래도 가볍게 내놓을 수 있는 커피 정도는 충분히 낼 수 있어. 언젠가 나예에게 타주는 날도 있지 않을까 싶네. 나예가 싫다고 한다면 더 권하지 않고 자신이 마시겠지만. 제일 자신 있는 것은 라떼 계열이야. 카라멜 마끼아또 같은 것도 어느 정도 할 수는 있지만 너무 달다고 그다지 좋아하진 않기 때문에 아마 타는 일은 잘 없을 것 같고 라떼 같은 것은 잘 타는 편이야. -
139 나예-지훈 (wI3VsqJHqY) 2020. 9. 28. 오후 10:21:12" ...네. 뭐. 그렇죠."
우물쭈물 대답하는 나예의 심정이 혼란스러웠다. 그냥 차라리 데면데면한 사이의 다른 동기나, 선배였으면 몰라도 매번 만남부터 헤어짐까지 어색하던 그가 카페에서 알바생으로 마주칠 줄이야. 앞으로 장장 5시간은 더 함께해야 할텐데 신경쓰여서 일이 안될까봐 걱정이었다. 물론 바쁜 시간대에 일손이 하나라도 더 있는 건 좋은 일이었지만..
' 마음이 고생하느니 몸이 고생하는 게 낫지."
빳빳한 유니폼을 보며 역시 싶은 얼굴로 떨떠름하게 지훈에게 고개를 끄덕인 그녀는 천천히 탈의실로 향했다. 놀람도 잠시 사무적으로 변한 그 말투에 묘한 섭섭함이 찾아든다. 제 자리의 사물함을 열어 익숙한 솜씨로 머리를 말아 망을 씌운 다음, 거울을 보고 잔머리를 정리하다 검은 눈동자가 들어왔다. 그러고보면 학교에서와는 꽤 다른 외향인데도 단박에 알아본 그가 신기하기도 했다. 옅은 화장에 검은 눈 때문에 왜인지 그에게 드러내선 안될 모습을 보인 기분이었다. 한꺼풀 벗겨낸 자신의 모습이 조금은 부끄러웠다. 긴긴 한숨을 내뱉어놓고, 그럼에도 태연한 얼굴로 환복을 마칠 뿐이다. 일은 일이니까.
" 어색하네요."
탈의실을 나온 그녀는 늘 그랬듯 음악을 켜고, 소리를 조절했다. 아침에 은근 커피 손님이 많기에 머신도 점검해 놔야 했다. 스팀기를 마른 행주로 닦고 제대로 작동이 되는지 확인하는 그녀의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 손님이 오기 전 이 고요한 카페와 기계 작동음이 그녀는 좋았다. 어색함을 풀기 위해 그녀는 실없는 말을 몇마디 건넸다.
" 처음 보는데. 여기 알바생이었어요?"
이어 손은 부지런하게 원두 포장을 벗기고 눈은 그를 지나쳐 창밖울 바라본다. 필요한 물품도 대부분 오전에 오는 터라 운송차가 오는지 항상 주시해야했다. 이래저래, 오픈은 준비하는 시간이므로.
# >>138 나예는 카페인보다는 상큼한 음료들을 좋아해서, 커피를 타주면 예의상 입만 댈 것 같네. 그치만 샷이 안 들어간 라떼류는 좋아할 것 같아. 커피를 잘 탄다면 막 라떼아트 같은 것도 잘하려나? 지훈이의 라떼아트 솜씨 궁금한걸..?
피곤했을텐데 월요일 보내느라 정말 고생했어 지훈주! 좋은 밤이야! -
140 지훈 - 나예 (r59I/atsho) 2020. 9. 28. 오후 11:07:44그녀가 환복을 마치고 돌아올 때쯤, 그는 적어도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마칠 수 있었다. 굽혔던 허리를 펼치고 기지개를 쭉 켜니 뻣뻣했던 몸이 풀리는 것 같다고 느끼며 잠시나마 상쾌한 표정을 지었으나 막 나온 나예의 모습을 바라보며 그의 표정은 다시 굳었다. 왜 하필 많고 많은 사람들 중에 하필 저 학우님인건지. 참 하늘이 무심하고, 자신의 어머니가 너무하다고 생각을 하며 그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물론 하늘은 그렇다고 쳐도, 자신의 어머니는 자신과 그녀의 사이를 모르니까 어쩔 수 없긴 했지만, 그래도 난감한 것은 마찬가지였다. 가볍게 자리로 돌아가 행주를 갔다놓은 후, 자신의 손을 씻은 후, 그는 전체적으로 카페를 확인하려는 듯 눈을 돌렸다. 문뜩 들어온 그녀의 모습은 그의 눈을 사로잡기 충분했다. 일을 잘한다더니, 그 말이 거짓은 아닌걸까. 자신이 손을 대지 않은 부분을 체크하는 모습이 보통 능숙해보이는 것이 아니었다. 적어도 입만 살았던 다른 알바생들보다는 정말로 일을 잘 할 것 같다고 생각을 하며 그는 괜히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
"그렇다면 우리 사이에 다정한 말이라도 나올 줄 알았어요? 나예 학우님...이라고 여기서도 부르긴 뭐하네요. 나예 씨정도로 괜찮을까요? 카페에서 학우님 거리면서 부를 순 없으니까요. 저보다 어리지만, 그렇다고 함부로 말 놓는 것은 예의는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물론 나이도 중요하지만, 나이가 모든 것을 정하는 것은 아니었다. 자신들은 어린아이가 아니라 성인이었고, 성인에겐 성인의 룰이 있는 법이었다. 나이가 어려도 무조건 하대하는 것이 아니라 존대할 것은 존대해야만 했다. 그것이 사회라는 것이 아니겠는가. 카페 일을 한두해 도와준 것이 아니었기에 그 정도 구별은 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그는 굳이 그녀에게 그렇게 물었다. 만약 마음에 안 든다면, 그녀가 다른 호칭을 제시해줄 거라고 생각을 하면서.
"아니. 물론 그렇다고 완전 사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지만... 솔직히 그쪽도 저 불편하잖아요. 디저트..였나요? 그런 동아리에서 저를 어떻게 볼지도 대충 예상이 가고."
이어 그는 가만히 주변을 둘러보다가 환기를 시킬 생각으로 닫혀있던 창문을 하나하나 열었고, 전체적으로 문제가 있는 곳은 없는지 체크하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 들려오는 물음에 그는 그녀에게 시선은 주지 않고 여전히 사무적인 목소리로 대했다.
"여기 우리 집에서 하는 카페에요. 그러니까 굳이 말하자면 마스터의 아들이에요. 그 반응을 보니 어머니나 아버지가 제 이야기는 하지 않았나보네요. 하긴, 카페 일을 하면서 말을 할 이유는 없을테니 당연한가. 아무튼 그래도 이왕 이렇게 되었으니 열심히 해봐요. ...혹시나 해서 말해두는데, 딱히 저는 나예씨가 싫다거나 그런 것은 아니니까.. 괜히 어려워하진 말고. 그냥...알잖아요. 지금 우리 사이 어떤지. 솔직히 좋은 느낌으로 일이 끝난 것도 아니었고."
잠시 뜸을 들이던 그는 괜히 그렇게 말을 덧붙이면서 다른 곳을 바라보며 헛기침 소리를 냈다. 그러던 와중 창 너머로 운송차가 오는 것을 바라보며 그는 가볍게 두 손을 탈탈 털었고 그녀를 바라보면서 이야기했다.
"안의 상태 마저 봐주실래요? 운송차 쪽은 제가 처리할테니까."
//그렇구나! 나예는 상큼한 음료들을 좋아한다. 그렇다면 생과일 주스를 나눠주면 될까?! 물론 지훈이가 나눠줄진 나도 모르겠지만! 라떼아트는 정말 기초적인 수준만 할 수 있어. 막 고수처럼 엄청나게 복잡한 것은 하지 못하고, 그냥 가벼운 모양이나 하트를 그리는 정도로만? 이름도 쓸 수 있지만 금방 흐트러지는지라 내심 연습하고 있어. 모두에겐 비밀로 하고 있지만! 나중에 이런 모습이 또 걸리는 것이 아닐까 싶어지네.
아무튼 안 피곤한 것은 아니지만 이번주는 이틀만 일하면 되니까! 아. 맞아. 나예주. 나 일단 추석에 시골에 내려가긴 해야해서.. 전날과 당일. 그러니까 30일과 1일은 접속이 힘들거야. 1일에 바로 오긴 하는데, 그래도..언제 올진 나도 장담할 순 없어서. 일단 미리 이야기할게! 그리고 오늘 하루 수고했어! -
141 나예-지훈 (wI3VsqJHqY) 2020. 9. 28. 오후 11:51:20>>140 응응. 그래도 나예가 원하는 상큼은 막 과일!!!! 보다는 입이 텁텁하지 않은 음료류.. 특히 티같은 상큼함이라 지훈이랑 입맛이 딱 겹치지는 않는 느낌으로 생각하고 있어. 물론 커피보다는 생과일 쥬스를 훨씬 선호하는 편이지만! ㅋㅋㅋㅋㅋ 맞아.. 지훈이거 생과일 쥬스를 나눠주게 되려면 엄청난 친밀도가 필요할 것 같은 느낌..
하트..! 하트 대박 귀엽다 ㅠㅜ 나중에 라떼로 하트 그리다가 나예가 뭐해요? 이러면 숨기는 모습 보고 싶다 ㅋㅋㅋ
앗 나도 그땐 본가 내려가니까! 응응 둘다 그때는 편하게 쉬자. 더 늦어져도 되니까 마음 편히 쉬고 와. 맛난거 먹는 추석인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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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2 지훈주 (r59I/atsho) 2020. 9. 28. 오후 11:56:24>>141 티라면 확실히 지훈이와는 입맛이 겹치지 않겠네. 지훈이는 티는 그리 좋아하지 않는 편이니까. 물론 뷔페에서나 볼법한 가벼운 홍차나 녹차 같은 것은 마시기도 하지만 말이야. 자신이 마시는 생과일 주스를 나눠주려면 사실상 지금 단계에서는 학생회 멤버 정도가 아니면 어림도 없는 수준이니까. 하지만 일상을 쌓고 관계를 쌓아가다보면 툴툴거리면서 지금 마실 거 이거밖에 없으니까 먹기 싫으면 먹지 말고, 먹고 싶으면 먹으라고 하면서 한 잔 따라주는 지훈이의 모습이 나올지도 모르지! 그때가 되어봐야 알겠지만.
아앗! 지훈이의 표정이 굳어서 황급하게 라떼를 벌컥벌컥 마시다가 뜨거워서 으아아앗! 소리 낼 것 같아. 분명히 자신이 잘못한 거라서 말은 못하겠지만 괜히 분해서 울상으로 나예를 흘겨보다가 또 뜨거워서 얼음물 꺼내서 벌컥벌컥 마시지 않을까 싶어지네. 뭔가 이렇게 풀어보면 지훈이가 일방적으로 당하는 느낌이 더 큰 것 같지만 그런 것이 또 귀여워! 뭔가 시리어스가 없을 때의 일상적인 둘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아서!
앗. 나예주도 내려가는구나! 좋아. 그럼 그 날은 둘 다 푹 쉬는 날로 하고 그 다음 날부터 또 놀자! 아무튼 코로나 그때 반드시 조심해! 나도 내가 운전을 해서 내려가는 거라서 가는 거지. 버스나 기차였으면 아마 절대로 안 갔을 거야. 이번 추석이 끝나고 코로나가 어찌될지가 걱정이야. 정말. 아무튼 나예주도 좋은 추석 잘 쇠기야! -
143 나예주 ◆5wvLxdlKW. (gZFuIaY3GQ) 2020. 9. 29. 오전 12:07:26>>142 학생회 멤버라.. 좋아. 그쪽이 나예의 라이벌이네. 반드시 언젠가는 지훈이의 생과일 쥬스를 얻어먹어 보겠어(?)
안돼 입천장 데인다구 ㅋㅋㅋㅋㅋㅋㅋㅋ 나예는 얼음물 마시는 거 보면서 자기랑 같은 얼음파구나.. 하고 한가하게 생각하다가 지훈이가 째려보면 영문도 모르고 입 삐죽거리겠지..ㅋㅋㅋ 시리어스 없는 일상.. 왠지 지금은 일상도 시리어스한 느낌이야.여전히 둘의 사이는 팽팽하구.. 그치만 그래서 더더욱 앞으로의 관계가 기대되는 거지!
차로 가는 거라 다행이다. 안심이야. 그래도 요즘 코로나 확진자가 줄어들고 있어서 기쁘긴 한데 추석엔 사람들이 많이 이동하니까 지훈주 말 들으니까 또 걱정이긴 하다 ㅠㅠㅜ 나도 마스크 꾹꾹 눌러쓰고 조심히 다녀야겠어. 일단 집에 도착하면 안 나갈 거니까 비교적 안심이긴 하지만! 응응 고마워! -
144 지훈주 (DjtbZLK6kA) 2020. 9. 29. 오전 12:30:48>>143 아. 지금 그 모습. 나도 모르게 머릿속에 그려졌어! 뭔가 엄청 귀여운 분위기일 것 같아. 지금과는 완전 딴판이라는 느낌이네. 물론 지금은 시리어스한 일상 분위기는 아니지만, 아무래도 마지막으로 헤어졌을 때 깔끔하게 헤어진 것은 아니었으니까. 지훈이 입장에선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대하는 것은 아직은 무리였어! 그래도 착실하게 일을 잘하는 나예를 바라보면서 의외라고 생각하고는 있어. 약간은 좋은 평이 생겼다는 그런 느낌이야. 사실 그렇게 싫어하는 것은 아니고 그런 일이 있었기에 어떻게 대해야하나 그런 느낌에 가까울지도 모르겠네. 그래서 괜히 억세게, 투덜거리면서 딱딱하게 대하는 것도 있고! 이건 나예도 비슷하지 않을까 싶은걸.
맞아. 요즘은 줄어들고 있지만 제주도에 놀러가는 사람이 그렇게 많다고 하잖아. ㅠㅠㅠㅠ 제발 아무 일 없이 이대로 잘 어떻게 되었으면 좋겠는데. 또 확진자가 300~500명이 되버리면 난 진짜 지칠지도 모르겠어. 또 그렇게 되면 진짜 올해는 그냥 끝장일 것 같거든. 올해가 끝날 때까지 집 밖에 나가거나 놀러갈 생각은 하지도 못할 것 같고..ㅠㅠㅠㅠ 응. 그러면 안심이야! 나도 사실 밖에는 안 나가고, 최대한 시골 사람들은 접촉 안하려고! 서로서로 코로나 반드시 조심하자! -
145 나예주 ◆5wvLxdlKW. (95DmrsD46o) 2020. 10. 1. 오후 5:13:59>>144 사실 나예는 지훈의 그런 모습에 더 오기가 생겨서 괜히 막 장난치고 말걸고 싶은 심정이야. 보통 나예 성격에는 사람들이 먼저 다가오긴 했으니까 그와는 다른 지훈이를 보고 흥미도 좀 생긴 것 같고 ㅋㅋㅋ 그러면서도 뭔가 미워서 진심으로 괴롭히고 싶어하기도 하고,,,,(?)
300 500명.. 듣기만해도 아찔하다. 제주도 여행가는 사람 수 보고 깜짝 놀랐어 나.. ㅠㅠㅜㅜㅠㅠㅠㅜ 여행이라니..ㅠ 그것도 젣주도..(환장)
그건 그렇고 지훈주 추석 잘 보내고 있어? 전도 먹고 송편도 먹고 달도 봐야지!! 오늘 보름달 볼 생각에 벌써 설렌다. 다만 여기는 좀 흐려서 잘 보일지 모르겠어. 아무튼 즐거운 추석이야:D -
146 지훈주 (xLb2.YvuPY) 2020. 10. 1. 오후 6:11:58>>145 말 그대로 애증의 관계 그 자체로구나. 물론 애정이 애증의 그 애와는 조금 거리가 먼 것 같긴 하지만 말이야. 아무튼 지훈이의 조금 쌀쌀맞을지도 모르는 태도가 나예에게는 흥미 요인이 된 거구나. 하긴, 늘 자신에게 잘해주는데 한 사람만 특별히 잘 안대해주면 조금 신경쓰일 수는 있긴 하겠다. 진심으로..ㅋㅋㅋㅋㅋㅋ 지훈이도 아마 그렇게 되면 반격은 하지 않을까 싶어. 마음이 그렇게 막 독한 것은 또 아니라서 반격을 해도 너무 심하게 한 거 아닌가..그렇게 생각을 할 수도 있겠지만.
제주도 사람들은 얼마나 당황할까 싶어. 진짜 추석이 다 끝난 후에 어찌될런지. 진짜 이번에도 확진자 수가 늘어나면 정말 아무도 못 나갈것 같아. 백신 나올 때까지 얄짤없이 거리두기 강화시킬 것 같고... 제한 엄청 많아질 것 같고... 이럴 때 좀 참고 잘 대처하면 얼마나 좋아...
앗. 나는 지금은 집으로 돌아왔어. 코로나 건도 있고 해서 1박 2일로 가볍게 있다가 왔거든. 어제는 무진장 바빴는데 오늘은 괜찮아! 지금은 샤워하고 푹 쉬는 중이야! 여기서는 달이 잘 안 보일 것 같지만 그래도 어제 시골에서 달 봤는데 진짜 예쁘더라! 완전 보름달은 아닐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보름달에 가까웠으니까. 나예주가 있는 곳에서 달이 잘 보였으면 하고 기도할게.
음. 그리고 우리가 스레를 세우고 돌린지 1달 반 정도가 되었잖아? 그래서 묻고 싶은건데 나예주는 이 이야기에서 연플 관련을 혹시 생각하고 있니? 물론 있다고 해도 일부러 막 전개를 비틀어서 잇게하는 것은 완전 비호긴 하지만, 그래도 그 관련으로 조금 협의를 보거나 할 순 있을테니까. 1달 반 정도면 어느 정도 상대의 캐릭터나 성향을 알긴 좋을 것 같거든. 초반에 살짝 그런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고, 나예주의 잡담에서 그런 내용이 나온 적도 있어서 지금이 딱 좋은 기회인 것 같아서 물어볼까 해. 내 답은 일단 나예주의 답을 들은 후에 말할까 해. 내가 답을 미리 말하면 나예주에게 아무래도 조금 부담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서. 참고로 나는 그 어떤 부담도 느끼지 않을테니까 그냥 편하게 이야기해주면 고마울 것 같아. -
147 나예주 ◆5wvLxdlKW. (CEhTM8p.YM) 2020. 10. 1. 오후 6:33:11>>146 맞아 애증으로 볼 수 있겠어. 나름 술 마실 때만해도 좀 친해지고 싶단 생각이 들고 나예 딴에는 정이 들었으니까. 그런데 말 일이 이상하게 꼬이고.. 복잡복잡하니까 심란스러운 와중에 지훈이 만나는 걸 묘하게 즐기는 자신을 발견하는 나예,,
제주도 사람들 입장에선 진짜 읭스럽겠다.. 가만 있었는데 사람이 왕창왕창.. 내가 제주도에서 살았으면 되게 무서웠을거야.
되게 부지런하다. 1박 2일로 짧고 굵게 일정 끝냈나봐. 샤워하고 쉬는 중이라니 부럽다. 이런 때 아니면 언제 푹 쉬겠어. 하고싶은 거 하면서 잘 쉬길 바랄게. 나는 아직 본가야! 친척들이 모인 건 아니고 그냥 부모님 얼굴 정도만 보는 거라 크게 부담은 없어 ㅎㅎ 맛난거 먹고 쉬는게 목적일 뿐! 시골은 아무래도 도시보다 빛이 덜해서 달이나 별이 잘 보이는게 좋더라. 앗 고마워. 밤에 달을 찾는다면 꼭 소감 들고 올게 ㅋㅋㅋㅋ
연플이라.. 나도 전개를 비틀어서 스토리가 이상해지는 건 비호야! 자연스럽게 가는게 좋아. 일단 먼저 물어봐줘서 고마워! 솔직히 나예 입장에서만 생각하면 지훈이는 어떨지 몰라도 연플 가능성이 있다고 봐. 전에 일상에서도 조금씩 나왔지만 지훈을 신경쓰는 모습이나 장난치면서 즐겁다고 생각한 게 약간은 이성으로서 호감을 느꼈다고 할 수 있거든. 다만 상황이 이러니까 그런걸 눈치채지 못하고 이상한게 친해지고 싶고, 놀리고 싶은데, 또 얄미운 사람이다. 라고 제 스스로 정의하고 있어. 정리하자면 나는 지금 이 관계가 지속되면서 친해지거나, 또 싸우거나 하는 부분을 더 돌리고 싶고, 연플이 된다면 느리게 느리게 진행하고 싶지만 분명 연플을 염두에 두고 있어! 지훈주 생각은 어떨지 모르겠다. -
148 지훈주 (xLb2.YvuPY) 2020. 10. 1. 오후 6:47:16>>147 술 마실 때는 그런 생각이 하고 있었구나. 사실 지훈이도 그때 나예라는 아이를 보고 좀 짓궂은 면은 느끼긴 했지만 그래도 마냥 나쁜 아이는 아니구나..라는 생각도 하게 되었기에 나예 변호를 믿을 수 있었던거니 어떻게 보면 첫 일상이 신의 한수..비슷한 느낌일지도 모르겠구나 싶네. 그게 약이 될지, 독이 될지는 아직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최악으로 치닫는 (이를테면 원플) 것은 막았다는 것은 분명한 것 같아.
사실 이번에 우리 집만 내려갔었거든. 내가 사는 지역은 코로나가 사실상 없다시피 해서 내려갈 수 있던 것이기도 했고! 그래서 깔끔하게 어제 내려가서 전 부치고 좀 쉬고, 오늘 차례 지내고 그렇게 왔어! 돌아올 때 운전해서 온지라 조금 피곤하긴 하지만 그래도 쓰러질 정도는 아니고 쉬니까 완전 좋은걸! 월요일까진 진짜 완전 휴일이야! 앗. 나예주는 그렇구나. 그렇다면 김에 맛있는 것도 먹고 나예주 나름대로 푹 쉬길 바랄게!
아무튼 나예주 생각은 그렇구나. 나랑 비슷하다면 비슷하겠다. 솔직히 오너 입장으로만 보자면 나예는 호와 관 사이가 아닐까 싶긴 해. 하지만 그렇다고 지금 당장 연플을 맺기 위해서 막 그렇게 해야겠다..그런 것은 아니고... 지훈이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그런건 좀 머니까... 일단 캐릭터적 입장에서는 좀 거리가 먼 것은 사실이지만, 일단 나는 나예라는 캐릭터 자체가 참 매력적인 아이라고 생각하거든. 지금 당장 우리 빨리 붙이기 위해서 합의해요! 이런 것은 싫지만, 교류를 이어가면서 친해지고 또 으르렁거리기도 하고, 그런 다양한 관계의 변화 속에서 가까워지는 모습을 좀 더 보고 싶어. 최종적으로 연플이 되는지는 캐릭터들에게 철저하게 맡기고 싶고. 그런 면에서 보자면 나도 염두는 하고 잇어. 다만 그렇다고 해서 막 말도 안되는 수준의 작위적 전개로 좋은 점수를 따려는 행위를 일부러 보이거나, 일부러 그런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서 상황을 자기 멋대로 막 이끌면서 (예를 들어 한쪽이 갑자기 불량배에게 붙잡혀서 곤란한 지경에 처했는데 갑자기 상대 캐가 등장해서 다 처리해주는 상황까지 혼자서 다 서술한다거나) 좋은 분위기를 연출하려고 하거나.. 그런 것은 완전 비호라는 것을 밝힐게. 물론 나예주는 그럴 참치가 아니라고 생각해! 암튼 그런 것만 아니면 나도 연플은 염두중이야! 나예 완전 귀엽고 매력터져. 지훈이는 절대 인정하지 않겠지만 난 지훈이가 아니니까! -
149 나예주 ◆5wvLxdlKW. (ceQbmCMoOM) 2020. 10. 1. 오후 7:31:54>>148 으아아아ㅏㅇㄱ! 거의다 썼는데 날렸어..!!🤣🤣🤣
헉 그랬구나.. 원플로 돌아섰으면 어땠을지도 기대되는건 왜일까 ㅋㅋㅋ 그래도 나예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미래를 대비했어.. 운이 좋았네! 지훈이 생각 나예한테 고대로 알려주고 싶다. 사실 나예는 나만 신경쓰고 얘(나예야..? 선배란다..?)는 나한테 1도 관심 없고만. 이렇게 생각하면서 좀 약이 오른 상태거든 ㅋㅋㅋ
헉 전..! 나는 그 전 좋아해 막 대파랑 햄이랑 단무지랑 왕창 끼워서 부쳐먹는거 ㅋㅋㅋㅋ 특히 대파가 내 취향이야. 산적꼬치라 하나? 운전.. 고생했겠다. 면허는 없지만 막히는 차에 타기만 해도 답답한데 운전하는 사람 입장은 얼마나 고단할지 ㅠ 맞아. 이제 월요일까지 왕창 쉬는거야!
헉.. 호와 관이라니.. (환호성) 늘 예쁘게 봐줘서 고마울 따름이야. 나도 뭐 내입장에선 지훈이 당연히 호지. 막 맨날 말 걸고 실없는 장난치고 싶지만 내가 투영돼서 나예가 캐붕날까봐 자제하고 있어 ㅋㅋㅋㅋ큐ㅜㅜ 나예야.. 믿고 있어! 나도 지훈주가 사정상 길게 못 돌리는것만 아니면 좀 느리더라고 차근차근 신중하게 일상을 쌓아나가고 싶어. 일상적인 다양한 에피소드도 돌릴게 엄청 많으니까. 아니 불량배 ㅋㅋㅋㅋ 지훈주 예 극단적이야. 뭐 그런 재미로 돌리는 상황극도 있지만 이렇게 현실감 있는 상황에서는 그런게 안 나오는게 당연 좋지! 나도 그 점은 동의해! 어느정도 생각이 일치하는 것 같아서 다행이다. 그럼 둘다 연플을 염두에 둔 채, 뭐 그렇다고 크게 앞으로 돌릴 방향이 달라지는 것도 아니니까 즐겁게 차근차근 돌려보자 🥳 -
150 지훈주 (xLb2.YvuPY) 2020. 10. 1. 오후 8:15:05>>149 그럴때는 무리하게 쓰지 말고 침착하게 심호흡을 하자! 나예주! 어차피 추석이니 늦게 써도 괜찮아! 추석에는 원래 푹 쉬는 거랬어!
원플이면 글쎄. 지금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지훈이의 싸늘함이 보이지 않을까? 지금 같은 카페에서라면 진짜 사적인 말은 일체하지 않고 눈길조차 주지 않고 그냥 업무적으로만 대하는 그런 느낌으로만? 확실히 지훈이가 지금은 나예에게 큰 관심을 보인다거나 그런 것은 아니지만 사실 조금만 공개하자면 일을 잘한다고 해서 착실한 아이구나 라는 생각도 하고 있어. 그러니까 이 부분은 호감적인 부분일지도 모르겠네.
아. 그거 뭔지 알아! 이름이 뭔지는 잘 모르지만! 꼬치라고 들었는데 지역마다 이름이 다른 것 같더라고. 일단 난 꼬치라고 부르고 있어! 사실 답답하기보다는 음. 그냥 차량이 적은게 아니고 고속도로를 달리면 속도가 빠르고 내가 110으로 달려도 상대차가 더 빠르게 추월하거든. 대충 130~140 정도. 그래서 저기에 부딪치면 난 끝이야. 하면서 긴장을 좀 더 하게 되더라. 그래도 안 다치고 있어!
앗. 그렇게 좋게 봐줘서 고마워! 나는 일단 이 일상을 느리더라도 천천히 즐기고 싶어. 빠르게 돌리는 것도 좋지만 느리고 진하게 돌리는 것도 좋아하거든! 사실 후자를 좀 더 좋아하긴 해! 이런 1:1에서는! 그런데 실제로 그런 케이스를 내가 좀 많이 겪어봐...서. ㅠㅠㅠㅠㅠ 뭔가 그런 거 있잖아? 점수 따려고 막 일부러 상황 만들어서 혼자서 북치고 장구치는 케이스. 나에게는 아무런 언급도 없는데 진짜 뜬금없이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 떨어지는 상황을 만들고 자기 턴에서 갑자기 구하면서 괜찮아? 네가 안 다쳐서 다행이야. (싱긋) 이런 느낌. 아무튼 그런 면은 잘 맞는 것 같아서 다행이야. 아무튼 그럼 지금처럼 편하게 돌리되 일단 연플은 있을 수 있다라는 식으로 생각하고 놀자! 이렇게 다시 한번 맞춰봤으니 다시 한 번 잘 부탁해! -
151 나예주 ◆5wvLxdlKW. (BBaKg45fAw) 2020. 10. 2. 오후 12:59:44>>150 나예..ㅋㅋㅋ 사실 착실히 일하려고 마음 먹는다기 보단 오늘도 돈 받은 값을 해야지.. 하면서 오랜 알바의 짬밥으로 멍하니 일하는 거긴 해. 그래도 게으름 피지 않는 건 맞아. 돈을 받았으면 일을 해야지! 하는 마음으로 일하는 나예..
그런 느낌이구나. 나는 차 막히는 상황만 떠올랐는데 확실히 무섭겠다.. 나도 운전 배우면 고속도로 되게 무서울 것 같아. 타는 사람보다 운전하는 사람은 더 긴장이겠다.. 그래도 지훈주처럼 정신 바짝 차리는 분들 덕에 사고가 덜한 거겠지. 운전할 때 정신차리는 건 기본이지만 안 그래서 사고도 많이 일어나니까..ㅠ
그랬구나.. 나는 그런 상황까지는 겪여본 적 없는데 자주 있었다면 좀 조심스러워졌겠다. 마른하늘에 날벼락이라.. 나는 합의 없이는 그런 상황 안 만들려고 하니까 걱정 좀 덜어도 될 것 같아. 그리고 지훈주가 이렇게까지 말 해줬을때는 더더욱 조심할 테니까:D
그건 그렇고 잘 쉬고 있어? 일어나자마자 쉴 생각에 즐거운 하루야. 물론 싸강이니까 빨간 날에도 강의 들어! 라는 이상한 학교 덕에 강의는 들어야 하지만.... ... ...으아아... -
152 지훈주 (6C6V1bBuWE) 2020. 10. 2. 오후 5:42:58>>151 사실 그게 올바른 알바생의 마음이 아닐까? 돈 받는만큼은 일하는 것이 정당한 것이기도 하잖아? 사실 그런 마인드로 일 안하는 이들도 일하다보면 너무 많더라. 적당히 시간만 떼우고 대충 하다가 퇴근하는 이들. ;ㅁ;
고속도로..는 확실히 무섭긴 했어. 처음에 들어갈 땐. 지금은 그냥 무난하게 들어가긴 하는데 그래도 긴장을 안할 순 없더라. 다들 기본적으로 100km는 넘게 달리고 진짜 실수 한 번이라도 해서 부딪치면 그냥 다 죽을수도 있는 거니까. 그래도 그 공포와 긴장만 이겨내면 어떻게든 되긴 했어. 사실 이게 운전을 하다보면 졸림도 은근히 쏟아져서.. TMI지만 지훈이는 아직 운전은 못하지만 만약 운전을 하게 되면 아마 절대로 졸음운전이나 그런 건 하지 않을거야. 막 운전대를 잡을 때도 두 손으로 꽉 잡고 절대 실수 하지 않으려고 눈 부릅뜨는 그런 케이스 있잖아? 딱 그 느낌일 것 같아.
앗. 나예주가 그렇다는 것이 아니라 그냥 그런 케이스만 아니면 괜찮다는 의미로 말한거야! 걱정은 하지 않아. 일상을 한 달 반 정도 돌렸는데 그것도 파악이 안되겠어? 지금대로만 해도 충분히 괜찮아! 아무튼 난 밖에 나갔다가 지금 막 돌아왔어. 일단 이 근처는 코로나 환자가 세달 정도 없는 상태라서 조금은 괜찮거든. 그렇다고 마스크 안 쓰고 나가면 몰매맞지만! 3월달에 정말 제대로 크게 터져서 환자가 50명씩 나와버린 바람에 다들 마스크 잘 끼고 다니다보니 조금은 괜찮더라! 아무튼 푹 쉬는 것 같아서 다행인데 빨간 날인데 싸강이라니!! 그런 학교가 어딨어! 아이고. 교수님! 추석 연휴는 쉬어야죠!! ㅠㅠㅠㅠㅠㅠ -
153 나예주 ◆5wvLxdlKW. (3zeaXBX4wU) 2020. 10. 5. 오전 12:42:45>>152 나는 알바생 입장이라 사장님들이 미웠는데, 좀 오래 일하다 보니까 사장님들 마음 이해 가더라구. 대충 일하는 알바, 맨날 대타 구하는 알바, 갑자기 그만두는 알바 등등 이상한 알바생이 많아서 확실히 스트레스 받으실거 같았어. 하지만 이상한 사장님도 있...(읍읍)
앗 지훈이.. 너무 귀엽다구 ㅋㅋ 지훈이는 딱 봐도 그럴 거 같아. 뭐든 열심히! 착실히 느낌. 나예는 열심히 안해도 되는건 대충 떼우는 타입이야 ㅋㅋㅋ
맞아. 마스크 끼는게 제일 중요한 것 같아. 감염된 사람들도 마스크 벗는 식당 카페 이런데서 잘 감염되더라구. 나가서 외식하고 이런 것만 주의하면 마스크만 잘 껴도 대부분 예방되는 것 같아. 소중한 마스크..
어제 돌아왔는데 너무 피곤해서 자고 또 자느라 이제야 답레를 남기네 ㅠㅜㅜ 이제야 정신이 좀 들었어. 강의도 듣고 하느라 또 밤샘하다보면...(울먹) 아무튼 오늘 새벽에 강의 좀 들어 놓으면 여유 생기니까 이제부터는 그 전처럼 열심히 또 일상 돌리고 자주 들어올게. 지훈주는 월요일까지 쉰댔지?? 푹 쉬고 있길 바라. 좋은 밤 되구! 답레는 오늘 안에 들고 올게!! 교..교수님...(꼬르륵)(과제와 강의에 익사함) -
154 지훈주 (BMjDD.lXJQ) 2020. 10. 5. 오전 12:49:30>>153 인생은 나예처럼 사는 거랬어. 뭐든지 열심히 하면 금방 지치는 법인걸. 그리고 지훈이도 사실 중요하지 않겠다 싶은 것은 우선순위를 뒤로 돌리는 편이라서 마냥 뭐든지 열심히 하진 않는 편이야. 오히려 중요한 것에 좀 더 집중투자를 하는 것에 가까울지도 모르겠네! 열심히 안해도 되는 것은 대충 떼우는 타입인 나예라면 필시 인생에서 손해 보는 일은 잘 없을 것 같아! 실속 잘 챙길 것 같구!
아무튼 연휴 정말 고생이 많았어. 강의..강의가 제일 슬프다. 연휴인데 강의를 듣게 하는 교수님 나빠요. ㅠㅠㅠㅠㅠ 아무튼 답레는 나예주가 편할 때 올려도 되니까 우선 현생부터 잘 해결하기! 응. 월요일부터 다시 일 해야 하니까 사실상 자고 일어나면..;ㅁ; 그래도 이번주는 4일만 일하면 되니까. 그리고 경우에 따라서는 연휴 때 친구들이랑 놀러갈 수도 있어서... 사실 좀 더 현황을 봐야겠지만! 아무튼 답레는 얼마든지 편할 때 가져와주고 강의 듣는 거 힘내! -
155 나예-지훈 (3zeaXBX4wU) 2020. 10. 5. 오후 11:15:10" 우리 사이가 어때서요. 화기애애한 같은 과 선후배인걸."
다정한 말이라도 나올줄 알았냐는 그 으레 투명스러운 말투가 그녀의 심기를 건드렸다. 그것에 맞서 그녀는 그보다 더 태연하고 사람 속을 뒤집어 놓기 좋은 순진한 얼굴로, 다만 말투는 차갑게 내뱉었다. '화기애애'라는 단어에 강세를 두면서.
" 흠.. 글쎄요. 그 동아리 중 몇몇은 지훈씨를 좋게 볼지도 모르죠. 사람 속은 모르는 거니까."
지훈씨라고 금세 적응한듯 입에 달라붙는 호칭을 말하는 그녀의 얼굴에 은근한 미소가 떠올랐다. 아무래도 지훈선배보다는 지훈씨 쪽이 좀 더 입에 붙는 모양이다. 씁쓸한 말을 가볍게 던지고 그녀는 유통기한을 적은 스티커를 원두통에 붙였다. 분명 가까이서 보면 악필인데 멀리서 보면 각이 맞고 어딘가 고풍스러워 보이는 묘한 글씨체가 그녀가 예술을 하는 사람임을 간접적으로 알려주는듯 했다.
" 오.. 잘 어울리네요. 어쩐지 유니폼 입은 느낌부터 다르다 했어. 근데요."
사장님 아들이란 말에 의외다 싶었지만 그렇다고 기죽지 않기로 했다. 일하다 실수하면 안된다는 조금의 부담감이 들었지만, 그런 부담감도 놀람도 그다지 티내고 싶지 않았다. 유리컵을 하나 꺼내 스쿱으로 얼음을 와르르 때려 넣는 그녀의 손길이 꽤 거칠었다. 섬세해 보이는 얇은 손가락으로 과감하게 움직이는 그녀의 행동은 분명 의도된 것 같았고 이질적으로 보이기까지 한다.
" 제가 보기엔 지훈씨 나 싫어하는 거 같은데."
눈만 웃는 눈웃음을 지으며 그를 응시하고, 또 금방 시선을 피해 얼음컵에 물을 콸콸 부웠다. 그는 모르겠지만 뒤돈 그녀는 이제 눈 대신 입이 웃고 있었다.
" 기대되네요, 사장님 아드님의 솜씨."
운송차를 혼자 해결한다는 말에 말리진 않았지만 점검은 대충 마치고 은근슬쩍 거둘 생각으로 그녀는 빠르게 카페를 돌아다녔다. 비닐 봉투, 일회용 컵들을 채워서 정리해 놓고 머신이 잘 정비되어 있는지 등을 확인하면서도 그녀는 슬쩍 그에게 눈길을 준다.
//오랜만에 일상으로 복귀! 지훈주 오늘 좋은 하루 보냈어? 나는 맛난 초밥을 먹고 와서 기분이 좋아. 초밥 최고..! -
156 지훈 - 나예 (BMjDD.lXJQ) 2020. 10. 5. 오후 11:36:01"아무래도 제가 이해하고 있는 화기애애와 나예 씨가 이해하고 있는 화기애애는 좀 다른 의미 같지 않나요? 전 그런 것 같은데?"
어딜 봐서 화기애애라는건지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이 그는 태연하게 반격하듯 대답했다. 자연히 그 말을 믿기 힘들다는 듯이 동아리 중 몇몇은 자신을 좋게 볼지도 모른다는 말에는 대답을 하지 않으며 그저 피식 웃을 뿐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지금 분위기를 모를 정도로 세간에 무지하진 않았기에 그는 적어도 그 말은 믿을 수 없었다. 자신들의 방침에 따르면 적어도 디저트 동아리의 멤버들이 자신을 좋아할 순 없을테니까. 적어도 자신의 기준에서 봤을 때, 디저트 동아리는 상당히 아슬아슬한 라인에 있었다. 그 라인이 어떻게 되냐에 따라 다음부터 지원이 팍 줄어들 수도 있고, 겨우 지금 수준을 유지하는 것에 미치지 못할지도 모를 일이니까. 실적이 있고, 성과가 있으며 확실하게 도움이 되는 동아리의 경우는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지원을 받게 될테니, 그에 대해서 차별이라고 여기고 불평을 해도 이상할 것이 없었다. 자신들의 동아리에 있어 해라면 해지. 이득이 될 순 없는데 어떻게 자신을 좋아할 수 있단 말인가.
자신을 싫어하는 것 같다고 이야기하는 그녀의 말에 그는 시선을 돌려 그녀를 가만히 바라봤다. 이어 다른 곳으로 시선을 홱 돌리면서 그는 반격하듯이 그녀에게 그 물음을 그대로 돌려주었다.
"그러는 나예 씨는 저를 좋아하나요? 그건 또 아닐 것 같은데. 굳이 말하자면, 저는 나예 씨가 싫은 건 아니에요. 그렇다고 좋아하는 것도 아니지만. 그러니까 굳이 말하면 조금 껄끄러운 면은 있긴 하네요. 아니. 그러니까... 어떻게 대하면 좋을까 라는 것보다는 그러니까 그런 거 있잖아요? 뭔가 지금은 어떻게 봐야 할지 애매한 그런 거. 그때 그 일만 없었어도 조금 더 편했을지도 모르지만 지금은... 하아. 아무튼 그런건 안 중요하니 일하러 가볼게요. 여기는 잘 부탁할게요."
말을 끝맺지 못하고 말을 흐려버린 후에 그는 작게 한숨을 내쉰 후에 운송차를 해결하기 위해서 밖으로 나섰다. 당연하지만 이런 일도 여러 번 도왔기에 그에겐 그리 힘든 일이 아니었다. 일단 들어온 물품을 리스트를 바라보면서 체크하고, 그 품질이 어떤지 꼼꼼하게 체크하는 모습이 보통 능숙한 것이 아니었다. 당연하지만 그에게 있어서 이 일은 매번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꽤 많이 해본 일이었다. 집이 카페를 하고 있으니, 꽤 이전부터 이런 일을 돕기도 했고, 당장 마스터인 그의 어머니만 해도, 그를 믿기에 딱히 그의 일처리를 감독하러 오는 일이 없었다. 아마 그녀가 일을 도우러 올 때쯤이면 그 역시 마무리 작업을 하고 있었을 것이다. 물론 아직 옮겨야 할 물건들이 조금 있긴 하겠지만, 무거운 것들을 먼저 옮기는 그였기에, 남아있는 물건은 가벼운 것들 뿐이었을 것이다.
"나 참. 진짜 나도 왜 이러는지 몰라. 그냥 같이 일하니까 좀 더 따뜻하게 대해도 될텐데."
조용히 들려오는 것은 괜히 자신을 탓하고 있는 지훈의 작은 목소리 뿐이었다. 물론 그것을 누군가가 들었을지는 아무도 알 길이 없었다.
//어서 와! 나예주! 나는 그럭저럭 괜찮은 월요일을 보낸 것 같아! 초밥이라니. 부럽다! 나도 초밥 먹고 싶어졌어! 물론 사먹는다면 사먹을 순 있긴 하지만 초밥집이 너무 멀어. ;ㅁ; 그래도 맛있게 먹은 것 같아서 다행이야! 하루 수고 많았어! 나예주! -
157 나예-지훈 (./LIeYNwpU) 2020. 10. 7. 오후 11:29:48그의 말에 나예는 어련할까요, 하는 표정으로 고개를 설렁설렁 끄덕였다. 어떻게 하면 이 사람에게 통하는 농담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면서. 원두통을 닫고도 은은하게 남은 원두향을 맡으면서 그녀는 오늘도 아메리카노를 잔뜩 사가길 고대했다. 샷의 향을 향수로 만들어 뿌리고 싶을 정도로 그녀는 커피의 맛은 싫었으나 씁쓰름하고 깊은 향른 좋아했다. 퇴근하고 직후에 몸에 밴 커피향을 맡으며 혼자 생각에 잠길 정도로.
그를 좋아하냐는 말에 그녀는 흠, 하고 고민하는 제스처로 카운터에 팔꿈치를 대고 턱을 괸 뒤 그가 있는 쪽으로 상체를 밀었다. 대답을 해봤자 그녀의 진심은 티끌만큼 가벼웠다. 말에 진심을 잘 안 담는 그녀에게 듣는 대답은 별 의미가 없을 것이다.
" 전 좋아해요."
껄끄럽다느니 하는 말을 듣던 그녀는 눈썹을 꿈틀하더니 다짜고짜 이렇게 말했다.
" 껄끄러운 관계, 좋아한다고요."
안 그래도 나른한 눈꼬리를 더 내리며 눈을 가늘게 뜬 그녀는 웃음기를 감추고 무표정을 유지했다. 껄끄러운 관계. 그녀는 솔직히 나쁘지 않았다. 어느정도의 껄끄러운 관계야 웃으며 버텨낼 수 있었다. 다만 그 이상으로 치닫았을 때부터 그녀는 고통스러워했고, 결국 그 사람을 인생에서 밀어내려 노력하게 됐다. 그녀의 가족처럼.
" 도움 필요하면 부르세요."
이제 곧 오픈이니 손님들이 들어올 테였다. 시원한 물을 벌컥벌컥 비우고 물컵에 물을 리필한 다음, 그녀는 리스트를 확인하는 그를 멍하니 응시했다. 저번에 아저씨가 빵을 다른 가게랑 착각해서 일어난 헤프닝을 떠올리며 생각에 잠기다가 다시 정신을 차리고 습관적으로 물티슈와 빨대를 분류하고 정돈했다. 아무리 봐고 전날 마감이 잘 해둔 모양이라 할 일이 없어 천천히 그의 등 뒤로 향한 그녀는 무거운 물건을 미리 옮긴 것을 눈치채고 피식 웃고 말았다. 생각한 이미지에서 벗어나지 않는 사람이다.
" 안 들어온 거 없죠?"
가벼운 플라스틱 컵들을 챙겨 선반에 정리하러 가며 그녀는 확인차 물어봤다. 말을 건네지 않아도 되겠지만 그러면 심심하다는 게 이유였다. 성격상 사람이 있으면 친근하게 대화하는 걸 좋아하고, 말 없는 침묵을 불편해 했기 때문이다.
// 지훈주도 초밥 좋아하는구나..! 난 연어랑 계란, 참치가 좋아. 앞으로 2주간은 과제와 시험의 환상(환장..)콜라보라서 조오금 텀이 늦을 것 같아 ㅠㅠㅜㅜ 왜.. 왜 시험을 다들 짠 듯이 같은 주에 몰으시는 건가요..😨
아무튼 좋은 밤이야 지훈주:D 오늘도 고생했어! -
158 지훈 - 나예 (A3ZdvRMN5w) 2020. 10. 7. 오후 11:56:25짐을 옮기면서 정리를 하는 와중 등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그는 잠시 몸을 돌려 그녀를 바라봤다. 벌써 안의 준비 작업이 다 끝났나? 생각보다 빠른데? 어머니 말이 허투로 한 말은 아닌가보네. 그런 생각을 하며 작게 흐음- 소리를 내면서 그녀를 빤히 바라봤다. 그러다가 슬슬 다시 짐을 옮기기 위해 몸을 천천히 움직이면서 그녀의 말에 대답했다.
"가벼운 거 조금 남긴 했는데, 그냥 둬도 괜찮아요. 남은 거, 제가 정리하면 되니까. 그보다 안의 일 다 끝났어요? 빠르시네요."
무게가 어느 정도 있는 상자를 창고 안에 집어넣어 부족할지도 모르는 물품을 보충하면서 그는 작게 숨을 내쉰 후에, 손을 가볍게 털고 창고 문을 닫았다. 카페 일을 하는만큼, 여러모로 필요한 물건들이 많았고, 아침에 들어오는 물건들은 대부분 그런 필요한 물건들이었다. 당장 커피에 필요한 원두만 해도 절대 적은 양이 아니었으니까. 그래도 아침에 이렇게 물건을 잘 받아놓으면 마감 때까지 확실하게 버틸 수 있기에 그나마 다행이라고 그는 생각했다. 물품이 두 번에 나뉘어서 들어오면 그것만큼 번거롭고 체력이 빠지는 일도 없었다. 아마 이 카페가 좀 더 크고 번창한 카페라면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이 카페는 그 정도로 크고 번창한 곳은 아니었다. 그저 조용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동네카페에 지나지 않았으니까.
허나 플라스틱 컵들을 챙겨서 정리하러 가는 그녀의 모습이 눈에 들어오자 그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그것은 실망이나 분노, 혹은 짜증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었다. 저도 모르게 그저 작게 나온 별 의미없는 한숨에 가까웠다. 껄끄러운 관계를 좋아한다는 말도 그렇고, 참으로 특이한 후배가 아닐 수 없었다. 그 말이 진심인지, 그냥 반격으로 하는 말인진 모르겠지만 어떤 이유에서건, 그렇게 말하는 이가 흔한 것은 아니지 않던가. 적어도 자신은 그런 이를 본 적이 없었다.
마지막으로 한 번 더 확인한 후, 정리해야 할 물품의 정리가 끝난 것을 확인한 후, 그는 다시 카페 안으로 완전히 들어섰다. 전체적으로 안을 한 번 더 둘러보며, 그녀에게 맡긴 부분을 중점적으로 바라보며 그는 고개를 조용히 끄덕였다. 그리고 그녀를 바라보면서 대단하다는 듯이 이야기했다.
"우리 어머니가 알바생이 일 되게 잘한다고 하던데... 정말이네요. 다른 알바생들은 이 정도까진 못 하는데. 다음에 내키면 시급 조금 올려달라고 말 꺼내볼게요. 일을 잘하면 그만큼 대우를 받아야 하는 거니까요."
물론 정말 순수한 마음만으로 일을 열심히 하거나 잘하는 것은 아닐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성과를 냈으면 그에 대해서 대우를 받고, 대가가 주어져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렇기에 회장으로서 동아리 등을 그렇게 이끌 생각이었고. 그녀가 무슨 대답을 할 진 모르겠지만, 적어도 자신의 생각을 굽히거나 할 일은 없다는 듯, 확고하게 '대우'라는 단어에 힘을 준 그는 근처에 있던 의자에 앉았다.
"정리 마쳤으면 나예 씨도 앉아요. 손님들 들어올 때 일어나서 일하면 되니까. 그것보다 마시고 싶은 음료 같은 거 있어요? 손님 오기 전에 하나 마실까 하는데, 저 혼자 마시기는 뭐하잖아요. 무엇보다 일 잘했으니까... 제가 돈을 줄 수도 없는 거고, 그 상...느낌으로. 상..은 이상한가. 아무튼 그런 느낌. 적당히 이해하세요."
카페 일을 하는 집의 아들인만큼 간단한 것을 만들 수 있다는 말을 꺼내면서 그는 그녀의 대답을 기다렸다. 만약 마시지 않겠다면 혼자서 먹어도 상관없었기에 더 말을 할 생각은 없었다.
//난 유부와 참치, 그리고 계란! 물론 연어도 좋아하지만 저 3개가 더 좋더라! 아무튼 과제와 시험이 있다면 어쩔 수 없지! 괜찮아! 현생을 우선시해! 나예주! 사실 나도 이번 연휴는 집에 없을 것 같아. 친구들끼리 놀러갈 예정이라서. 그렇기에 편하게 현생에 집중해줬으면 해. 물론 편하진 않겠지만.
아무튼 나예의 농담이나 한번씩 나오는 장난을 지훈이가 편하게 받아줬으면 좋겠는데... 캐입이 그렇게 되지 않아서 너무 안타까운 시간이야. ;ㅁ; 그리고 나예주도 하루 고생했어!! 내일도 힘내자! -
159 나예-지훈 (HqHvvNQgW6) 2020. 10. 10. 오후 6:44:33" 원래 혼자 하던 일인데, 지훈씨가 다 해뒀잖아요."
대학생활도 사회생활이라고, 입에 발린 말처럼 들리는 대사를 내뱉으며 그녀는 공을 그에게 옮겼다. 하지만 그런 말은 진지하게 할 수록 아부하는 것 같은 부정적인 감정을 일으킬 수 있기에 그녀 특유의 장난스러운 말투는 그대로다. 장난이란 건 참 좋은 것이다. 가벼운 웃음을 곁들이면 그 누구도 쉽게 화내지 못하고, 진심이 들어 있든 아니든 어차피 책임도 덜어낼 수 있다. 만우절을 틈타 고백하는 남녀들도 그러한 이유에서겠지.
그녀는 뒤에서 들려온 한숨에 즉각적으로 몸을 움찔한다든가, 반사적으로 뒤를 바라보는 행동따윈 하지 않았다. 그녀는 기본적으로 반응을 미루는 것이 몸에 밴 사람이었다. 다만 친한 친구였으면 당장에 '한숨 금지!'하고 으름장을 놓았을 일을 지훈에겐 할 수 없어 조금 답답함을 느끼고 플라스틱 컵을 쌓는데 집중할 뿐이었다.
" 응?"
컵을 정리하고 손을 털던 그녀에게 박히는 시선에 나예는 반사적으로, 반말이라기보단 감탄사에 가까운 소리를 내며 고개를 갸웃했다. 이어 이어진 그의 말은 또 의외의 칭찬이라 그녀는 기울어진 고개를 반대편으로 다시 기울이며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여과없이 표출했다. 이럴 땐 어떻게 반응해야할 지 고민하던 그녀의 귀에 '시급', '대우' 두 단어가 꽂혔다. 그 말이 자연스럽게 '동아리 지원비', '성과' 등의 단어를 연상시키면서 그녀의 미간에 주름을 잡게 했다. 하지만 이 상황에서 갑자기 불쾌한 티를 내면 그의 입장에서는 왜 저러나 싶을 것이기에 다시 무표정으로 되돌아온다.
" 음, 그렇게 생각하신다니 감사할 뿐이네요."
사무적인 말로 감정을 정리한 그녀의 표정은 온화하기 짝이 없었다.
" ...웃어도 돼요?"
그 평온하던 표정은 그의 말을 들으며 점차 일그러지더니, 결국 시원한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상, 아무튼, 그런 느낌하고 얼버무리는 모습이 제가 생각하던 이미지와는 너무나 달랐다.
'의외로 밉진 않단 말은 진심이었나. 아니면 그냥 공과사를 구분 하는 타입.. 뭐. 후자가 더 잘 어울리긴 하네.'
웃음기가 서서히 가시는 얼굴로 그녀는 얼음이 든 자신의 물컵을 바라봤다.
" 저는 그냥 요기에 녹차 티백 하나만 넣게 해주면 돼요."
보란듯 잔을 들어 두어모금 들이키고, 그녀는 앉는 대신 그에게 조금 다가서서 카운터에 기댔다. 마치 그가 만드는 음료를 가만히 구경이나 하려는 모양새로. 하지만 알바란 쉴려고 하면 손님이 그 흐름을 끊는 것이다. 그녀가 말을 마치자마자 들어온 정장 차림의 여성 손님을 본 그녀의 얼굴로 자본주의의 미소가 떠올랐다.
" 어서오세요, 메뉴 고르시면 말씀해 주세요."
그에게 조용히 '제가 포스 볼 테니까 마실거 준비하고 계세요.'하고 속삭인 그녀는, 거절은 받지 않겠다는 듯 굳게 돌아서서 손님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토요일에서야 답레를 가져오네! 토요일인데 지훈주는 잘 쉬었어? 나는 이제 일정 마치고 저녁 먹으려고! 저녁을 먹으면.. 과제가 기다리고 있지..!! 늦게 가져왔는데 기다려줘서 고마워 지훈주:D -
160 나예주 ◆5wvLxdlKW. (HqHvvNQgW6) 2020. 10. 10. 오후 10:19:44갱신하고 자러갈게! 지훈주 굿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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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 지훈 - 나예 (VkwG2KYk/E) 2020. 10. 11. 오후 8:20:27자신이 말을 꺼낼 때 보이는 그녀의 미간의 주름을 그는 놓치지 않았다. 그와 동시에 그는 의문을 품을수밖에 없었다. 방금 자신의 말에 무슨 문제가 있었던가? 자신은 그녀를 나름대로 높게 평가했고 그에 따라 시급을 올려주는것을 어머니에게 이야기하겠다고 했다. 어지간한 알바생이라면 자신의 시급을 올려준다는 것이니 좋아할 일이었다면 좋아할 일이었지. 미간에 주름을 잡히게 할 일은 없다고 생각했기에 더더욱 그러했다. 대체 뭐가 문제이고 뭐가 불만이란 말인가. 그것을 물어도 되는 것일까? 알 수 없다고 그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허나 평가받아야 할 것은 평가를 받아야한다고 생각했기에 그는 그녀가 어떻게 생각하더라도 자신의 어머니에게 이야기를 하겠다고 이야기했다.
"지금 제 말에 웃을 포인트를 열 개 설명할 수 있다면 웃어도 상관없어요. 설명할 수 있다면요."
그 대신 그는 삐죽이는 목소리를 내면서 그녀를 가만히 바라봤다. 물론 그녀가 왜 저렇게 이야기를 하는지 그는 이해할 수 있었다. 자신이 생각해도 참 이상한 말이었으니까. 하지만 애매하지 않은가. 상 같은 느낌은 맞지만 그렇다고 상이라고 하면 이상하지 않던가. 그렇기에 반박을 제대로 하지 못하며 그는 그저 입술을 삐쭉 내밀다가 안으로 집어넣을 뿐이었다. 일부러 그녀에게 등을 보이면서 그는 오른손으로 자신의 머리를 북북 긁다가 다시 아래로 내렸다. 이내 그녀의 말에 그는 눈길만 슬쩍 돌려 그녀가 잡고 있는 물컵을 바라봤다. 얼음이 든 컵을 굳이 보여주면서 거기에 녹차 티백을 넣게 해달라는 말에 그는 그저 작게 숨소리를 낼 뿐,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차갑게 먹는 것이 취향인 것일까. 하긴, 뜨겁고 차갑게 먹는 것은 자신이 관여할 바가 아니었다. 추운 겨울이라도 아이스커피를 좋아하는 이는 무슨 일이 있어도 아이스커피를 시키지 않던가.
알겠다는 의미로 고개를 끄덕이며 그는 자신은 뭘 먹을지를 고민했다. 생과일 주스가 너무 끌리지만 그렇다고 밖에 나갈 순 없었다. 그렇기에 그는 적당히 카페라떼나 하나 타서 먹어야겠다고 생각하며 가볍게 두 손을 풀면서 음료를 준비하려했다. 허나 참 애매한 타이밍에 들어온 손님의 모습에 그는 참 애매한 표정을 일초 짓다 바로 얼굴을 풀면서 환한 미소를 지었다. 인사는 하지 않더라도 카페에서 일하는 이상 미소는 필수에 가까웠다. 이런 사소한 것으로 트집을 잡으며 난동을 부리는 이들과 얽혀서 좋을 것은 없었으니까. 곧 들려오는 귓속말에 그는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고 컵을 준비했다. 녹차가 어디에 있더라. 그렇게 생각을 하며 그는 눈동자를 굴려 다시 한 번 진열대를 확인했다. 허나 그와는 별개로 손님의 음료를 확실하게 준비하는 것도 놓치면 안되는 일이었기에 그는 손을 움직이면서도 오더가 들어오는 것을 놓치지 않기 위해 귀를 열어뒀다.
"...자. 그럼..."
작게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그는 능숙하게 마실 것들을 준비했다. 괜히 카페 마스터의 아들이 아니라는 듯이, 비록 바리스타처럼 전문적인 손길은 아니나, 한두번 일을 돕는 것이 아닌지 필요한 물품을 망설이지 않고 꺼낸 후에 이것저것 빠르게, 여유롭게 움직이면서 동선을 유지했다. 그녀는 녹차를 좋아하는 모양이니, 상대적으로 가장 최근에 들어온 티백을 꺼내며 나름 물의 양을 조절하며, 그리고 그에 따라 변했을 온도를 나름대로 추측하며 얼음을 소량 추가해서 그녀가 마셨을 온도를 최대한 맞추려고 하는 것과 동시에, 자신이 먹을 라떼를 준비하는 것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위에 아트를 그릴까 말까 고민을 하던 그는 기왕 하는 거, 연습이라도 해야겠다고 생각하며 조심스럽게 손을 움직였다. 이내 그가 준비한 라떼 위에 하얀색 고양이 모양의 아트가 떠올랐다. 어차피 지금 당장 바로 먹을 순 없었기에 그는 그 점은 가만히 내버려두고 아무런 말 없이 그녀가 마실 음료를 그녀의 바로 옆자리에, 티가 나지 않도록 아주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다. 카운터 너머 쪽에서는 그냥 일을 하기 위해서 지나가는 것처럼 보였을 정도로 그의 움직임은 조금도 흔들림도, 망설임도, 위치를 조절하려는 모습도 없었다. 이어 그는 원두를 미리 꺼내놓기 위해 서랍을 열었다. 무슨 콩이 좋더라. 이건 자신도 모르겠다는 듯, 망설이긴 했지만 곧 한 부류를 담은 후에 다시 자리로 돌아와서 음료 제작에 나섰다. 자신이 먹을 라떼와는 별개로 손님들에게 음료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조금도 쉴 틈이 없었다.
//안녕! 나예주! 답레와 함께 갱신이야!! 위에도 썼지만 이번 연휴는 친구들과 놀러갔기 때문에 사실상 답레를 보긴 했지만 잇는 것은 이제서야 하게 되네. 아무튼 푹 쉬고 돌아왔어!! 나예주는 일요일 하루 잘 쉬었을지 모르겠어. 시험과 과제 때문에 쉬는 것이 힘들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일요일은 조금이나마 쉬는 주간이 되었으면 하고.. 하루가 마무리 되었으면 푹 쉬길 바랄게! 하루 수고했어! -
162 나예주 ◆5wvLxdlKW. (bK9JQgH7ms) 2020. 10. 13. 오후 6:35:25>>161 푹 쉬었다니 잘했어!! 우리나라 사람들은 특히 일중독 상태가 많은 것 같아.. 나만해도 그렇구. 쉬는 것도 참 중요한데 말이야. 지훈주가 잘 쉬었다니 내가 다 기분이 좋네!
일요일엔 생각보다 과제가 일찍 끝나서 숨 좀 돌렸어. 사실 영화도 보고 하면서 쉬려고 노력했어. 너무 힘들어서 ㅋㅋ큐ㅜㅠㅜ 그래도 조금이나마 휴식을 취했더니 좀 낫다 ㅎㅎ 연말이 다가올수록 더더 바빠지는 것 같아. 답레는 오늘 밤에 할 일 마치는대로 가져올게:D 지훈주 남은 하루 파이팅! -
163 지훈주 (3sxMq8ZvCA) 2020. 10. 13. 오후 7:13:28>>162 밥을 먹고 돌아오니 레스가 올라와있구나! 아무튼 일요일에 그나마 조금 쉰 것 같아서 다행이야! 맞아. 휴일에는 쉬는 것이 맞아. 뭔가 우리나라는 이상하게 쉬는 것을 죄악시하는데 그건 좀 그렇잖아. 사람이 어떻게 하루종일 일만 하고 살겠어. 애초에 일하는 것도 편하게 쉬기 위해서 하는 건데. 물론 너무 게으른 것은 안 좋지만 열심히 산 나예주는 쉬어야 할 이유가 충분히 있지!
연말이 가까워지면... 어쩔 수 없더라. 이런저런 일들이 많아지니까. 아무튼 답레는 너무 무리하진 말고 그냥 여유가 있을 때 올려주는 것으로 충분해!! 나예주도 남은 하루 화이팅! -
164 나예-지훈 (bK9JQgH7ms) 2020. 10. 13. 오후 11:55:23" ..어?"
예상치 못한 그의 반응에 그녀는 사람을 무안하게 만들만치-물론 그것이 그녀의 이유였지만- 놀라는 시늉을 하며 그를 바라보았다. 그녀 생각으로는 웃든 말든 내버려두고 굳은 표정을 유지할 줄로만 알았는데 이건 어떻게 들어도 농담이었다. 이것마저 농담이 아니라 진지하게 말하는 거라면 분명 이 사람은 어딘가 이상한 사람일 거라고 결론 지으며 그녀는 반응을 이어갔다.
" 농담을 할 줄 아는 분인 줄 몰랐는데."
여전히 사람을 무안하게 만들 정도로 필터링 없는 말을 툭, 내뱉곤 아무렇지 않은척 일에 몰두한다. 물론 몰두하는 척, 해본다. 그를 더 약올리기 위해서. 다시 생각해보니 그녀는 자신이 사람을 놀리는데에 특화된 건 아닌가 싶어서 슬쩍 웃음이 나온다.
의외로 순순히 자신에게 손님을 맡기고 뒤돌아서 정말 제가 먹을 음료를 준비하는 그를 보고 그녀는 의문이 들었다.
'1번, 일은 제대로 하는 알바생이라고 인정했다. 2번, 더이상 나를 상대하기 귀찮다.'
제멋대로 선택지를 나눠놓고 그녀는 머릿속의 딴 생각과 자신의 미소를 분리했다. 다른 사람이 흉내낸다면 경련이 올 것 같아 보이는 환한 미소도 여유롭게 유지하는 그녀의 모습은 손님을 보고 미소 짓는다는 의도보다는 파블로프의 개처럼 손님=미소라고 인식된 것만 같아 보였다. 아무튼 그런 미소를 유지하고 있다보니 손님은, 왜 오랜 시간을 끌었는지 의문이 들 정도로 간단한 것을 시켰다.
-" 아메리카노 두 잔이요. 먹고 갈 거예요."
조금 있다 여기로 일행이 올 모양인지 두 잔을 시키고 카드를 건네는 손님에게 그녀는 평소 목소리보다 한층 높은 튼과 정확한 발음으로 멘트를 쏟아냈다.
" 아이스로 드릴까요?"
-" 네. 아, 한 잔은 샷 추가해주시구요."
" 네, 아이스 아메리카노 두 잔에 하나는 샷 추가. 따로 필요하신 건 없으시구요? 쿠폰 있으시면 도장 찍어드릴게요."
사실 주문 내용을 확인하는 것은 실수를 줄이기 위함도 있지만 뒤에 있는 사람이 듣고 준비하라는 의미도 있었다. 그라면 벌써 샷을 뽑고 있으리라 생각하며 그녀는 손님 응대를 마치고 뒤로 돌아 쟁반과 빨대를 셋팅하고, 그가 어디까지 준비했나 확인하기 위해 머신으로 다가갔다.
#그렇게 말해주니까 뭔가 위로받는 기분..! 고마워. 그치만 난 좀 게으른 거 같아. 게으른데 할 일이 많으니까 강제로 허둥지둥 움직이는 느낌.. 그래도 할 일이 있는 건 기쁜 일이라 생각하고 있어. 게으르게 누워만 있으면 그건 그거대로 루즈하더라구.
맞아 뭔지 모르게 복작복작하고 뭔가 한해를 마무리하려면 바쁘게 딱 준비해놔야 그래도 연초 때는 좀 여유롭게 쉬기도 하면서 맞이할 수 잇으니까. 아무튼 좋은 밤이야 지훈주! -
165 지훈 - 나예 (v.c4W.P4g.) 2020. 10. 14. 오전 12:22:18아이스 아메리카노 두 잔에 하나는 샷 추가. 방금 전 대화를 나누던 목소리보다 톤이 높고 발음이 명확했기에 무슨 주문이 들어왔는지 지훈은 금방 파악할 수 있었다. 다른 사람과 일을 할 때도 저렇게 하는 것일까? 아니면 자신이 못 미더워서 확실하게 들으라고? 어느 쪽이건 일단 자신이 해야 할 것은 아메리카노를 준비하는 일이었다. 아메리카노 역시 준비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카페 일을 오래 도운만큼 못하면 그게 이상한 일이었으니까. 달그락, 달그락. 작은 소리를 울리며 그는 손을 능숙하게 움직였다. 혹시 자신이 잘못 들은 것은 아니겠거니 생각을 하며 그는 머릿속으로 방금 들어온 주문을 두세번 정도 읊으면서 머릿속으로 정리했다.
가볍게 아메리카노를 뽑아내며 따로 추가할 샷을 뽑아내면서 지훈은 잠시 작은 숨소리를 냈다. 별 의미없는 숨소리를 작게 내는 것은 그만큼 일이 안정되었다는 나름의 표시였다. 정말 일을 못하는 알바생이 들어오면 이렇게 음료에만 집중할 수 없었기에 더더욱 그러했다. 적어도 그녀는 자신의 어머니가 말한대로 일을 잘하는 이였고, 오더를 알리는 것 역시 명확하게 했기에 준비하는 것에 어려움이 없었다. 사람 그 자체를 평가하는 것은 그리 좋아하지 않으나, 그녀의 가치를 평가하자면 어설픈 알바생 열 명보다 훨씬 나은 능력의 소유자라고 그는 생각했다. 정말 좋은 알바생을 잘 뽑았다고 생각을 하며 그는 마음 속에서 그녀에 대한 평가를 한 단계 위로 올렸다.
"음료 준비 거의 다 되었어요. 샷만 추가하면 되니까 준비 다 되면 올려둘게요."
슬쩍 눈길을 돌려보니 쟁반과 빨대를 셋팅한 그녀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이어 음료를 확인하기 위함인지 자신에게 오는 모습을 바라보며 그는 작은 목소리로 그렇게 이야기하며 다시 작업에 몰두했다. 뽑아낸 샷을 추가한 후에 뚜껑을 닫고 그는 두 잔을 챙긴 후에 쟁반 위에 올렸다. 전달하라는 나름의 표시를 보이면서 그는 뒤로 살며시 빠졌다. 아까 준비해둔 조금 식은 라떼를 한 모금 마시면서 그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여기서 얼마나 일했어요?"
그건 개인적인 호기심이었다. 일하는 모습을 보면 절대 한두달 수준이 아니었다. 만약 들어온지 얼마 안 된 신입이 저 정도로 일을 해낸다면 그건 정말 천재 그 자체였다. 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적을테니 필시 여기서 꽤 일을 한 것이 분명하다고 생각을 하며 그는 라떼를 다시 한 모금 천천히 마신 후에 그녀에게 다시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말해두는데 제가 껄끄럽다고 그만두진 말고요. 껄끄러우면 제가 이 시간대에는 안 올테니까. 애초에...알바 구하는 것도 쉬운 건 아니잖아요? 돈 번다는 사람..방해하고 싶지도 않고. 피해주고 싶지도 않고. 무엇보다 조금 미안해서 잠자리 나빠지기도 싫고."
괜히 툴툴거리는 목소리를 내면서 핑계를 댄 그는 완전히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면서 다시 라떼를 천천히 머금었다. 아직 새 손님은 오지 않는 것 같았기에 잠시 누비는 자유로운 시간이었다.
//게으르면 어때. 정말로 게으른 사람들은 그렇게 강제로 허둥지둥조차도 안 하더라구. 대학 다닐 때 진짜 게으른 이를 봤는데 그냥 귀찮다고 까이고 말지. 하면서 과제도 안 하고 시험도 대충 치르고.. 정말 보통 무서운 게 아니었어. 진짜.
연초라.. 생각해보면 진짜 2020년도 얼마 안 남았네. 올 한해는 코로나로 다 보낸 것 같아서 좀 슬퍼. 2021년은 그런 일이 없었으면 좋겠는데... 뭔가 집에만 계속 있는 한 해는 조금 신선한 느낌이지만 두 번은 싫어. 아무튼 하루 수고했어! 나예주! -
166 나예-지훈 (D.36znUahg) 2020. 10. 16. 오후 5:19:54" 준비해뒀을 줄 알았어요."
역시나 빠르게 아메리카노를 준비해둔 그를 보고 그녀는 뿌듯하다는 듯 웃었다. 샷 얘기까지 하는 걸 보면 기억력도 좋고, 꼼꼼한 편인것 같다. 물론 이 정도는 굳이 알바까지 해보지 않아도 이미 짐작하고 있는 내용이었다. 온몸에 각이 잡혀 있는 것 같은 그였으니까.
" 우리 은근 합 잘 맞는거 같지 않아요?"
쟁반을 들며 지훈에게 또 실없는 말을 건네고, 그녀는 카운터로 향했다. 실없는이란 수식어가 붙은 이유는 아마 이 말도 별 반응 없이 넘길 거라 예상했기 때문이다. 그녀가 백 번 농담을 던져도 반응이 무덤덤할 것 같은 그가, 그녀는 왠지 더 재밌었다.
" 아이스 아메리카노 두 잔 나왔습니다. 빨대 쪽에 있는 게 샷 추가 된 거예요~"
화사한 얼굴로 그렇게 커피를 건넨 그녀의 표정은 손님이 돌아서자마자 무표정으로 되돌아왔다. 이 장면을 누군가 목격했다면 상당히 당황스러웠을 만큼 그녀의 표정변화는 놀라웠다.
" 오. 저한테 관심 가져 주는거예요?"
대답은 않고 제 할말만 하면서, 그녀는 그쪽으로 마치 무용수가 턴을 하듯 반바퀴 돌아섰다. 쓸데없이 우아한 몸짓은 요가수업의 힘이기도 했지만 그녀 특유의 몸짓이기도 했다.
" 제가 그렇게 나약한 사람으로 보였다니, 실망이네요. 물론.. 좀 피하는 모습을 보이긴 했지만, "
그녀는 말을 끊었다가 몸을 그 쪽으로 살짝 숙였다.
" 전 원래 혼자보단 여럿이 있는 걸 선호해서요. 둘이 하니까 훨씬 좋은데 왜 빠지려고 해요. 오는게 더 편하니까 자주 와서 아까 그 뭐냐. 운송차 짐 정리 그런거 많이 많이 해줘요."
장난기가 낭낭한 말투로 그렇게 말한 그녀는 결국 끝까지 얼마나 일했냐는 질문엔 대답을 하지 않고 웃었다. 다시 되묻는다면 대답해주긴 하겠지만, 쓸데없는 걸로 사람 애태우는 게 그녀의 취미인듯 했다.
# 답레 텀이 늦어지는 거 같아서 틈틈히 써왔어! 그러게. 벌써 10월이라니. 밖에 안 나가서 그런지 2020년에 진짜 내가 뭘 했는지 모르겠어. 이렇게 허무할 수가 있나 ㅠㅜㅜ 나도 내 인생에 이런 해는 딱 한 번만 있었음 좋겠다. 그나저나 오늘도 돌아온 불금! 🔥 지훈주는 일하고 있으려나? 오늘 일하면 주말이니까 마지막까지 파이팅이야! -
167 지훈 - 나예 (MruIcpp51Q) 2020. 10. 16. 오후 6:15:54"업무적인 관심도 관심이라면 관심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합이 잘 맞는 것 같냐는 물음에 굳이 대답을 하지 않았지만 그녀의 지금 말에 그는 짧고 무관심한 느낌으로 대답했다. 사실 그녀의 말대로라고 그는 생각했다. 아주 잠깐이긴 했지만, 적어도 지금까지는 합이 잘 맞는 편이었다. 허나 그것에 대답하면 뭔가 인정하는 것 같았고, 그럼 또 무슨 말을 할지 알 수가 없었기에 그는 괜히 오기로라도 못 들은 척, 아무래도 좋다는 척. 그런 모습을 보였다. 라떼를 다시 한 모금 천천히 빨아올린 다음 입 속을 가볍게 적시며 그는 천천히 깨지는 아트를 바라봤다. 원래 커피를 먹다보면 아트가 깨지는 법이지만, 그래도 이렇게 깨지는 것을 보면 자연히 아쉬움이 남았고, 그 감정은 그의 눈동자에 그대로 전해졌다. 그러는 와중 몸을 살짝 숙이는 것 같은 그녀의 모습이 보이자 그는 황급하게 눈빛을 정리했고 그녀를 바라봤다.
"같이 일하기 껄끄러운 감정이 나약한 것이라고는 생각 안 해요. 경영학에서도 나오잖아요. 인적자원 관리 파트에서. 아. 아직 안 배우셨나? 그럼 나중에 인적자원 쪽 파트 공부해봐요. 비슷한 말 나오니까. 아무튼 그런 직원들의 관계도 경영에서는 상당히 중요하거든요. 능률이 떨어지거나 하는 문제 때문에요. 뭐, 나예 씨가 불편하지 않다면 생각해볼게요. 저도 매번 나와서 일하는 것은 아니라서."
말은 이렇게 하나 혹시 모를 일이었다. 다음주에 또 와서 일을 하고 있을지. 그녀와 자신의 입장을 생각해보면 사실 그렇게 친해질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만약, 정말 아무것도 몰랐다면... 그냥 단순히 선후배라면 여기서 웃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을지도 모르지만 지금 자신들의 관계는 참 애매하지 않던가. 그녀의 입장에선 자신의 동아리를 위협하는 존재일테고, 자신에게 있어서 그녀는 자신들이 하고자 하는 일을 방해하거나 반박할지도 모를 이였다. 참 사람 사이 꼬이는 것이 이렇게 쉬울 수가 있나 싶어 그는 작게 한탄을 삼켰다.
"누가 들으면 짐 정리 담당인 줄 알겠네. 저는 오늘만큼만 일해주면 별로 상관없어요. 딴 건 몰라도 나예 씨. 일은 능숙하고, 괜히 답답하게 굴지도 않잖아요. 전에 어떤 직원이었더라. 컵 좀 씻어놓으라고 했더니 정말 물칠만 해두고 다시 올려놓아서 얼마나 황당했는지. 하마터면 제대로 씻지도 않은 컵을 손님에게 내놓을 뻔 했어요. 그 사람에 비하면 나예 씨는... 뭐, 선녀라고 쳐줄게요. 아무튼 왜 얼마나 일했는지는 답 안해요? 아니. 뭐, 말하기 싫으면 말고요. 나도 꼭 알아야 한다 그런 건 아니니까."
괜히 흥미없는 척, 관심없는 척. 그런 행동을 보이지만 스스로가 생각해도 너무 티가 나나 싶어 그는 괜히 오른발로 땅을 조심스럽게 긁다가 발의 움직임을 멈췄다. 이내 주제를 돌리려는 듯, 그는 헛기침을 여러 번 낸 후에, 그녀에게 이야기했다.
"그런데 제가 안 오면 평소엔 누구랑 일해요? 혼자서 일하진 않을 거 아니에요. 그 사람은 일 잘해요?"
//2020년은 누구나 밖에 나가기 힘든 해였으니까. 나도 대부분을 집에서 보낸 것 같아. 그리고 사실상 오늘도...ㅠㅠㅠㅠㅠㅠ 어쩔 수 없긴 한데 괜히 코로나가 밉다. 정말.
아무튼 나는 방금 막 퇴근하고 이렇게 갱신이야! 답레 올라온 것을 보고 조금식 써뒀어. 집에서 일을 하니까 이건 조금 편한 것 같네. 아무튼 나예주 역시 이제 주말이 코앞이니까 화이팅이야. 시험도 과제도 힘내길 바랄게! -
168 나예-지훈 (lq4d3nj/eU) 2020. 10. 19. 오후 2:01:56" 관심 있단 거죠?"
그녀는 이제 슬슬 그를 어떻게 대할지 감을 잡은듯 했다. 얼굴에 철판 깐 컨셉으로 나가기로 결심한 건지 태연하게 이중적인 뜻을 담은 말을 하고, 새초롬한 표정까지 지어보인다. 일렁이는 아트를 보며 무언가 아련한 눈빛을 하는 그의 의중을 파악도 전에 그가 먼저 표정을 정리했다.
" 아아. 여기서까지 그런 얘기를 듣고 싶진 않아요 교수님."
경영에 트라우마라도 있는 것처럼 콧잔등을 찡그리는 그녀는 보통의 학생들처럼 공부를 질색하는 모습을 보이면서도, 의외로 성적이 좋은기 아이러니했다.
" 에이 거짓말."
물만 칠한 알바생 얘기를 듣고 곧바로 고개를 내젓던 그녀는 이 사람이 거짓말을 할 줄 아나? 싶어서 고개짓을 멈췄다가, 대자보를 떠올리고 또 혼란에 빠졌다. 웬만큼 파악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또 아닌가 싶다.
" 그 질문 아직도 기억하고 있었어요? 어휴. 그렇게 궁금하다면 대답해 줘야죠."
선녀라는 말에 기분 좋아 올라가는 입꼬리마저 연기하고 있는 자신에게 작은 혐오감을 느끼며 그녀는 농담으로 그것을 덮었다.
" 선녀는, 속세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한지 1년 되었답니다. 1년 넘었어요."
자신 자리에 있던 컵에 든 얼음을 보던 그녀는 이미 녹아서 모서리가 다 닳아버린 얼음을 응시하다가 그를 번갈아 보았다. 당장이라도 얼음을 우수수 더 추가하고 싶지만, 그건 또 성의를 무시하는 것 같아 그녀는 내색없이 컵을 가져와 감사하는 마음으로 녹차를 음미했다.
" 놀랍게도. 혼!자! 일해요.."
울상을 짓다가도 그녀는 장난이란듯 맑게 웃으며 그 뒤에
" 사장님이 가끔 나오셔서 도와주시니까 괜찮아요."
하고 덧붙였다. 그러는 사이, 다같이 등장하기로 짠듯 여러 손님 무리가 우루루 문에 매달린 종을 쉼없이 울리며 등장했다. 올 것이 왔구나, 하는 표정을 그에게 보내고 그녀는 또 미소를 장착했다.
" 어서오세요~"
#월요일인데 잘 지내고 있어? 나는 점점 기력이 쇠약해지는 기분이야. 달달한 아이스티라도 마시고 정신 차리려고! 점심 맛나게 먹고! 이미 먹었을지도 모르지만.. 아무튼 좋은 오후야 지훈주. 오늘도 파이팅:D -
169 지훈 - 나예 (XNzOVxWxYI) 2020. 10. 19. 오후 6:16:35"제가 이런 것으로 거짓말 할 거라고 생각해요? 하도 어이가 없어서 그 알바생 이름도 외우고 있는데."
거짓말이 아니라 정말이라는 듯이 그는 한숨을 약하게 내쉬면서 고개를 저었다. 바로 자신의 어머니에게 이야기해서 이것저것 교육을 했지만, 그럼에도 게으른 성정이 계속 나타나는 탓에 결국 잘렸던 어느 한 남자 알바생을 떠올리니 그의 미간이 절로 좁혀졌다. 지금은 어디에서 뭘 하고 있을지. 그다지 일 관련으로는 만나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며 그는 완전히 잊으려는 듯 고개를 빠르게 저었다.
아무튼 1년이 넘었다는 그 말에 그는 잠시 생각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1년이나 되었는데 이제야 봤다니. 참 아이러니도 이런 아이러니가 없다고 생각을 하며 그는 자신이 지금까지 일을 도우러 온 시기를 생각해봤다. 확실한 건 그때마다 그녀의 모습은 없었다. 일부러 특정 시간은 일을 돕지 않고 완전히 뺏었는데, 그 시간대에 일을 했던 것일까. 만약 그랬다면 이게 참 어이가 없는 일이었기에 그는 오른손으로 자신의 입을 막고 작게 소리를 애써 감추려고 하면서 웃기 시작했다.
"신기하기도 해라. 꽤 여러 날을 부모님 카페라고 도우러 왔었는데 나예 씨 본 것인 이번이 처음이거든요? 이런 우연이 다 있네. 다 있어. 어쩌면 봤는데 그다지 인식을 못한 것일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제 기억엔 이 카페에서 나예 씨 본 적은 없어요. 나예 씨는 어떤데요? 저 본 적 있어요?"
아주 약간 분위기가 풀린 것은 그만큼 그녀에 대한 좋은 인상이 많이 쌓였다는 이야기 그 자체였다. 딱히 게으름을 피우지도 않고 열심히 하고 일도 잘하는데 싫어할 이유가 뭐가 있을까. 적어도 일적으로는 그녀를 깎아내리는 것은 불가능했다. 사적으로는 자신도 아직 알 수 없었다. 그녀에 대해서 아는 것이 없었기에. 그저 껄끄러운 일로 제대로 보게 되었고, 입장이 입장인 이상 자신과 대립할 수밖에 없다는 것 밖엔.
잠시 그런 생각을 하던 와중 그녀의 말에 그는 작게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었다. 혼자서 일한다니. 아무리 그래도 그건 아니지 않은가. 어머니는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건지. 마치 자신의 일인양 그의 입에선 곧 투덜대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어머니가 가끔 나온다고 해도 혼자서 다 하기 힘들잖아요. 어머니가 왜 이 시간대에 일 좀 도와달라고 했는지 이제야 이해가 가네. 그래도 일단은 후배니까 피곤하게 일하는 거, 그것도 우리 가게에서 그렇게 일하는 거 좀 그러니까 당분간은 이 시간대에 도와줄게요. ....뭐, 싫으면 다른 사람이 빨리 오는걸 기도하던지요."
괜히 퉁명스럽게 이야기를 하면서 그는 눈을 감다가 곧 손님이 몰려오는 소이에 그는 눈을 뜨고 다시 음료 쪽으로 가서 만들 준비를 했다 .완전히 돌아서기 전, 그는 그녀에게 짧은 메시지를 작게 남겼다.
"...방금 전엔, 퉁명스럽게 말해서 미안해요. 그럴 생각은 아니었지만... 아무튼, 도와주는 건 진짜에요. 그러니까... 힘들면 저희 어머니에게 말해요. 제가 아니더라도 누구 보내줄 사람이니까."
그 말을 남기면서 그는 천천히 오더가 들어오는 음료 제작에 집중했다. 아마 일이 다 끝나기 전엔 그도 더 이상 무슨 말을 하진 않았을 것이다.
//월요일 퇴근을 하고 이제야 쉬는 중이야! 나예주. 기력이 쇠약해진다니 괜찮아?! 지금은 좀 괜찮을지 모르겠네. 공부나 시험이나 과제나 정말 많이 힘들긴해. 그런만큼 컨디션 조절 잘하기야!! 나예주도 화이팅!! -
170 나예-지훈 (RuOwbd6B7w) 2020. 10. 23. 오후 8:16:18# 이제 시험도 하나 남았고, 전보단 좀 여유가 생겼어! 늘 재촉없이 기다려줘서 정말 고마워 지훈주..! 왠지 불금에 답레를 쓰는게 관례처럼 된 것 같다 ㅋㅌㅋㅋ 매번 하는 말이지만 이제 주말이네! 웅웅 컨디션 조절 잘 하고 생활패턴 조정하려 하고 있어. 걱정 고마워! 지훈주도 건강 챙기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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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도 본적 없어요. 이제 생각해보니 사장님 얼굴이랑 닮았긴 했는데.. 누가 상상이나 했겠어요. 아마 주말에 주로 왔던거 아니에요? 전 원래 평일만 하는데, 갑자기 토요일 오전을 맡아줄 수 있냐고 부탁하시더라구요. 전 알바가 펑크냈다고."
궁시렁거리며 알바생들은 맨날 어딜 그렇게 도망가는거냐고 말하던 그녀는 무언가를 눈치챈듯 반색을 했다. 그러나 생각을 입밖으로 내기엔 다시 마치 제 집의 네로처럼 도도하게 변할라, 그녀는 입을 꾹 다물었다. 다만 표정은 투명한지라 그는 아마 그녀의 환한 표정을 여과없이 볼 수 있을 것이다.
' 드디어 경계를 좀 풀었네?'
" 뭐, 사정이 있으셨겠죠. 부탁하실만큼. 저도 사장님께서 잘해준 게 있어서 거절하고 싶지 않았어요. 게다가 오픈 파트는 좀 제가 좋아해서요."
마감은 청소에, 청소, 그리고 청소니까.. 라는 말을 꾹 삼키고 그녀는 옅은 미소를 유지했다.
" 전 좋다니까요?"
은근하게 웃으며, 그 은근한 말투로 그렇게 말을 하고 그녀는 틈을 주지 않은채 바로 뒤로 돌아섰다. 그리고 일에 집중하려던 그 때, 소곤소곤한 목소리가 그녀의 귓가를 파고들었다.
' 귀여워..'
서로 마주하고 있지 않기에 마음놓고 슬슬 나오는 웃음을 흘리는 그녀를 보며, 손님 중 누군가는 아마 저 알바생 정말 이 일이 적성에 맞구나하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 은근히 저 걱정되나봐요? 미안하면요.. 있다가 유통기한 다 된 케이크 좀 줄 수 있어요?"
유통기한이 지났다고 아예 못 먹는 것은 아니나 아무래도 팔기엔 형평성과 맛 모두가 떨어지는지라 사장님께선 언제나 남은 케이크를 건네시곤 했다. 이미 그 케이크에 맛이 들려 아침을 습관처럼 안 먹는 그녀에게 케이크는 소중했다. 하지만 친하지도 않은 그가 보는 앞에서 갑자기 케이크를 꺼내 냠냠 먹는다면 분명 그녀도 이상했던 알바생에 반열에 오르리라. 그렇게 생각하며 그녀는 일단 손님 응대에 집중했다.
" 계산 도와드릴게요~" -
171 지훈 - 나예 (I7.fD2Eb62) 2020. 10. 23. 오후 8:33:03오픈 파트를 좋아한다는 말에 지훈은 어느 정도 곰감할 수 있었다. 자신도 굳이 둘 중 하나를 고르라면 오픈이었다. 좀 빨리 움직여야 하지만, 마감 때 청소를 하는 것에 비하면 그 정도는 아무 것도 아니었다. 정리를 하고 청소를 하고, 또 문단속을 하고, 마감 업무까지 하면 이미 퇴근 시간은 한참전에 지난 상태고 밤 늦게 집에 돌아갈 수밖에 없었으니까. 아주 가끔 빨리 끝날 때도 있긴 하지만, 그런 일은 드물었다. 결국 그런 정리도 모두 임금에 포함되어있는 거였으니까. 사실 그렇게 따지자면 가장 중간 시간이 제일 편할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며 그는 업무에 집중하려는 듯, 입을 꾹 다물고 손을 천천히 움직였다.
그 와중에 들리는 목소리에 그는 고개를 돌려 빤히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유통기한 다 된 케이크라니. 어머니가 평소에 나눠주기라도 한 것일까. 아니면 평소에 일을 마친 후에 그런 케이크를 골라서 폐기 시키기 전에 먹기라도 한 것일까. 사실 별 상관없겠다고 생각을 하며 그는 살며시 케이크가 담겨있는 진열대를 바라봤다. 대부분이 새로 만든 케이크이나 아슬아슬한 기한의 케이크도 있었다. 아마 오늘 지나면 빠질 것 같은 케이크는...
"딸기와 치즈. 어느 쪽을 더 좋아해요?"
근처에 있는 머그컵을 깨끗하게 씻어내면서 그는 오더가 들어오는 커피 제작에 집중했다. 일단 지금은 일이 시급했으니까. 기게적으로, 정말로 균열한 페턴으로 음료를 만들어내면서 그는 중간중간, 커피를 제작할 일이 없으면 다른 기타 일을 도왔다. 이를테면 손님이 나간 후에 테이블로 가서 닦아내는 일을 들 수 있었다. 한 치의 오점도 없이 깨끗하게 닦아내고 다시 카운터로 돌아온 그는 닦는데 사용한 티슈를 쓰레기통에 버리면서 또 다시 생겨있는 오더에 집중했다. 바리스타급은 아니지만, 그래도 카페에서 파는 커피 정도는 끓일 수 있었기에 그는 별 무리 없이 일을 수행했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 조금 손이 해방되자마자 잠시 자리를 비우며 안으로 들어섰다.
그리고 그가 가지고 온 것은 얼음이 답겨있는 물이 들어있는 잔이었다. 그녀의 옆자리에 살며시 놓으면서 그는 다른 곳을 정리하려는 듯 이동하면서 넌지시 이야기했다.
"마시면서 해요. 아까 보니까 얼음 넣어서 마시는 것 같던데 찬 거 좋아해요? 좋아하는 건 자유인데 배탈 안 나게 신경 써요. 갑자기 쉬면.... 그러니까... 제가 두 배로 일해야 하니까... 곤란해요."
괜히 툴툴거리면서 그는 다시 입을 꾹 다물고 진열대를 정리했다. 시간이 천천히 흐르고 있으니 퇴근까지 그렇게 많은 시간이 남지 않은 상황이었다.
//여유가 생겼다고 하니 다행이야! 자고로 사람은 여유가 있어야 살 맛이 나는 법이니까! ㅋㅋㅋㅋㅋ 금요일에 사람들은 해방이 되기 마련이니 그때 자유로운 것은 어쩔 수 없지 않을까? 나도 그런걸. 아무튼 나예주도 컨디션 조절 잘하고 마지막 남은 시험도 화이팅! 오늘 하루도 고생 많았어! -
173 지훈주 (N/VjEO4afs) 2020. 10. 28. 오전 10:06:06말하는걸 잊었네. 나혜주. 잘 지내는진 모르겠지만 내 개인사정으로 다음주 월요일까지는 상판을 좀 쉬려고 해. 부디 시험 잘 보고 좋은 일 가득했으면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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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4 지훈주 (noPyLTz5f2) 2020. 10. 29. 오전 10:53:26나예주에게 미안한 말을 할까해. 내가 지금 상판에 좀 많이 지쳐있는 상태거든. 그래서 월요일까지 좀 쉬려고 했는데 역시 힘들 것 같아서 좀 길게 상판을 쉬려고 해. 사실 언제 돌아오겠다는 정확한 날짜는 모르겠어. 아무리 못해도 한 달 정도는 좀 쉬어보려고 생각 중이야.
그때까지 기다려달라고 하기는 미안한 일이잖아? 그러니까 이 일댈은 여기서 끝내는게 좋을 것 같아. 계속 기다려달라고 하기엔 너무 염치없는걸. 이렇게 레스 남겨서 미안하고 나예주의 하루가 지치지 않고 언제나 평안한 하루 되었으면 좋겠어. 오늘 좋은 하루 보내! -
175 지훈주 (4bbAkyGh5Y) 2020. 11. 7. 오전 12:27:50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휴식을 어느 정도 취하고 오긴 했지만 나예주의 답은 없었구나. 하긴 없다고 해도 이상할 건 없으니까. 너무 일방적으로 메시지를 남기기도 했고.
나예주가 이 메시지를 볼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난 상황극 돌리는 거 즐거웠었어. 당시 너무 개인적인 일과 현생, 그리고 상판 지침 등이 겹쳐서 결국 저리 남기긴 했지만. 이 메시지를 본다면 제대로 사과할게. 미안해. 나예주.
사실 저 이야기를 조금 더 이어서 하고 싶은 마음도 아직 남아있지만 그러기엔 나예주에게 너무 염치가 없을 것 같아. 이 레스를 마지막으로 남기고 난 가볼게. 언제나 좋은 하루가 되었으면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