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6240137> [1:1/일상] 소행성 (112)
◆G.T7A94/jc
2020. 8. 3. 오후 11:49:00 - 2020. 8. 13. 오후 7:4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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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G.T7A94/jc (F7NnAmwb2I) 2020. 8. 3. 오후 11:49:00우리가 사는 별은 너무 작아서
의자만 뒤로 계속 물리면 하루종일 석양을 볼 수 있다
우리가 사는 별은 너무 작아서
너와 나는 이 별의 반대편에 집을 짓고 산다.
내가 밤이면 너는 낮이어서
내가 캄캄하면 너는 환해서
우리의 눈동자는 조금씩 희미해지거나 짙어졌다.
우리가 사는 별은 너무 작아서
적도까지 몇 발자국이면 걸어갈 수 있다.
금방 입었던 털외투를 다시 벗어 손에 걸고 적도를 지날 때
우리의 살갗은 급격히 뜨거워지고 또 금세 얼어붙는다.
우리는 녹아가는 얼음 위에서 서로를 부둥켜안는다.
나는 네게 하루에 하나씩
재미있고 우스운 이야기를 들려준다.
네가 못 보고 지나친 유성에 대해
행성의 반대편에만 잠시 들렀다가 떠난 외계인들에 대해.
너는 거짓말 하지 마. 라며 손사래를 친다.
바다가 있으면 좋겠다.
너와 나 사이에
너에게 한없이 헤엄쳐갈 수 있는 바다가.
우리는 금세 등을 맞대고 있다가도 조금씩 가까워지려는 입술이 된다.
신철규, 소행성 中 일부
시트
>>1 반 하율
>>2 민 여래 -
1 하율주 ◆Ghm.8b0oF. (e/i0l9wXRg) 2020. 8. 3. 오후 11:52:58이름 : 반하율
나이 : 18세
성격 : 누군가 그를 보고 말하길 잔잔한 파도라고 했다. 평소의 그는 조용했고, 앞으로 잘 나서는 법이 없었다. 그저 뒤에서 관망하듯 지켜보다 종종 행동에 나설 뿐 그다지 적극적으로 무언가에 움직이는 일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의외로 자신이 하기로 마음 먹은 일에는 적극적이고 망설임 없이 직진하는 스타일이다. 게다가 조용하기만 할 뿐 끈기나 욕심 같은 것이 없는 것은 아니었기에 때때로 그의 관심이 가는 일이나 마음이 동하는 일이 있을 때에는 그 누구보다도 활발하게 움직인다. 그리고 그는 겉만 보고 사람을 판단하지 않는다. 항상 누군가를 대하는데에 있어서 조용히 지켜보며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를 자기 나름대로 판단하고 나서야 그 사람을 제대로 대하기 시작한다.
외모 : 딱히 크게 머리스타일에 신경을 쓰지 않는 듯, 그저 단정하게 자른 짙은 흑색의 머리카락을 가지고 있다. 상황에 맞춰서 적당히 올리고 내려서 스타일링 하기 좋게 자른 머리는 굳이 스타일링을 하지 않아도 그에게 있어서는 꽤나 잘 맞는 듯 보인다. 차분하게 가라앉은 눈매는 얼핏 보면 졸린게 아닐까 싶어보이지만 의외로 그의 흑색 눈동자는 언제나 빛을 발하고 있다. 피부는 어지간한 여성들보다도 하얀 편이어서 그의 오똑한 이목구비가 꽤나 잘 들어난다. 얼핏 보면 그는 특색 없는 평범한 모습일지도 모르지만 조금만 집중해서 그를 바라본다면 자그맣고 붉그스름한 입술과 오똑한 코, 잔잔한 분위기를 풍기는 부드러운 눈매가 어우려져 묘한 매력을 흘린다.
키는 176cm로 아직 성장 중에 있기 때문에 자신도 신경을 써서 식사와 운동을 하곤 한다. 몸은 평소에도 꾸준히 운동을 하는지 보기 좋은 근육이 붙어 꽤나 탄탄한 편이다. 때문에 키가 180이 되지 않는데도 자신의 키보다 조금 더 커보이는 느낌을 주곤 한다.
Picrewの「Ryon式おとこのこ」でつくったよ! https://picrew.me/share?cd=LY3cQyfWMI #Picrew #Ryon式おとこのこ
기타
- 조용해서 모르는 사람이 많을 것 같지만 의외로 알려져있다. 아마도 여학생과 함께 다니는 모습이 늘 보여서 그런 듯 보인다.
- 쉬는 시간에 혼자서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면 귀에 이어폰을 낀 체 노래를 듣는 것으로 시간을 보낸다. 종종 친구들과 이야기를 할 때에도 한쪽에 꽂고 있는 편이 많은 편이다. 다만 여학생과 있을 때의 그는 단 한번도 이어폰을 끼고 있지 않는다.
- 여학생과는 어릴때부터 옆집에 살면서 함께 자란 소꿉친구 사이.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의 삶에서 여학생이 곁에 없던 기억을 찾는 것이 힘들 정도이다.
- 가사 전반에 두루 능하다. 요리 하는 것도 즐겨하는 편이고, 청소 같은 것도 잘 하는 편이다.
- 공부는 상위권이지만 크게 열심히 하는 편은 아닌 듯 보인다. 그저 살아가는데 어려움이 없을 정도로만 하는 것처럼 보인다. -
2 여래주 ◆G.T7A94/jc (F7NnAmwb2I) 2020. 8. 3. 오후 11:55:04이름: 민 여래
나이: 18세
성격: 내 성격? 음, 일단 보다시피 매우 발랄한 편이야. 우리 엄마는 "산만하다"고 표현하지만 그건 잘못된 표현이야. 밝고 순수하고 다정하다고 할 수 있지. 보통 이런 성격이면 학우관계가 원만할 것 같지만... 절대! 세상에서 가장 복잡한 인간관계를 갖고 있어. 내가 자기주장이 강하고 불의를 보면 못 참는데다가 꽤 감정적이라서. 어쩌다보니 옆반 누구는 날 싫어하고, 또 다른 반 남자애들은 내 팬클럽을 만들고. 아무튼 낭랑 18세의 학교 생활은 파란만장할 수록 좋은 거니까 긍정적으로 생각하자고. 뭐, 내 단점? 감정적이라고 써뒀잖아. 좀.. 욱하고, 잘 울고, 소리지르고, 한바탕 싸우고 이런 게 내 특기라 할 수 있지. 그래도 뒤끝은 없으니까 안심해. 기본적으로 난 착한 애라고!
외모: 딱 보면 몰라? 예.뻐. 응 맞아. 내 별명 공주(병)인거. 하지만 내 얼굴 좀 봐. 파운데이션이 잘 먹는 19호의 화사한 피부색, 피부가 얇아 분홍빛이 도는 내 두 뺨. 아니라니까? 홍조 아니야! 아무튼 입술이나 눈 밑엔 분홍빛이 돌고, 아웃라인으로 자리잡은 시원한 쌍꺼풀엔 섀도우로 자연스러운 음영을 만들어 뒀지. 내 기준으로 왼쪽 눈 밑에 까만 점이 하나 있는데, 귀엽지 않아? 눈동자는 머리색과 마찬가지로 새까맣고, 흰자와 검은자가 매우 맑아서 반짝반짝하지. 코는 작지만 콧대가 높고, 입술도 마찬가지로 조금 작아서 새초롬한 인상을 주지만 입술은 도톰한 편이야. 거기에 숱 많은 속눈썹과 살짝 올라간 눈매가 합쳐지면 짜잔-하고 예쁘지만 무표정일 때 사나워보여서 시비 걸리기 좋은 내 얼굴 완성. 비단결 같은 머리는 컬을 잔뜩 넣어서 허리 중간까지 길렀어. 붉은 리본핀으로 포인트를 주었고. 성격은 드세지만 그에 비해 몸은 되게 여리여리해. 뼈대도 얇고 키도 작지만 몸의 곡선이 예뻐서 어릴 때 발레 배우란 소리 많이 들었어. 키는.. 아무튼 155 넘어! 진짜야! 아! 내 셀카를 올려둘게. 그거 참고해.
https://picrew.me/image_maker/6738
기타: 나! 여기서 할 말 많아.
1. 여사모: 응? 무슨 뜻인지 정말 몰라서 물어? 센스가 꽝이네. 아무튼 얘네는 내 팬클럽이야. 정말 활동을 하거나 그런 건 아니고 장난삼아 여사모라고 불리는 애들인데 날 좋아하는 다른 반 남자애들이 모여서 만들었다나. 근데 얘네 되게 건전해. 나랑 친하기도 하고.
2. 단 것: 나 단 거 엄청 좋아한다? 거기에 시원하기까지하면 비단 위의 꽃이지. 초콜릿 맛 아이스크림 사오면... 네가 나 욕한 거 딱 한 번은 봐줄 수 있어.
3. 유명세: 그래 나 좀 유명해. 나 덕에 하율이까지 좀 유명해진 것 같기도 하고. 처음 보는 남자애가 나한테 고백해서 찼더니 엉엉 울면서 안 좋은 소문을 퍼뜨려서 쓰레기도 돼 봤고, 같은 반 혜진이는 이유없이 날 막 싫어한다니까? 내가 볼 땐.. 하율이를 좋아하는 것 같아. 그거랑 나랑 도대체 무슨 상관이람. 우린 친구일 뿐인데. 또 선생님들 사이에서도 유명해. 외모는 묘하게 불량한데 하는 행동은 딴판이라고. 난 룰은 안 어기거든. 착실한 학교생활을 해서 하율이랑 같은 대학에 들어갈거야. 다른 학교 여자애랑 싸움 붙었던 건... 잊어주라. 그 애 이름이 지아였나?
4. 취미: 나 되게 조용히 앉아서 뭐 하는거 좋아해. 아니 진짜라니까. 뜨개질, 일기쓰기, 피시방에서 게임하기처럼 얌전히 앉아서 집중하는거. 공부 빼곤 웬만한 건 다 잘한다?
5. 학교생활: 잘하는 건 확실하게 잘하고 못하는 건 확실하게 못하지, 나. 체육이나 수학은 영... 대신 윤리와 사상 이런거! 아니면 국어나 영어! 자신 있어.
6. 가족관계: 엄마, 아빠, 나, 라라. 이렇게 네 식구야. 라라는 고양이야. 흰 양말을 신은 검은 고양인데 아직 어려. 최근에 지인을 통해 입양했거든. 얼마나 귀여운지 몰라.
7. 인형뽑기: 인형을 엄청 좋아해서 인형뽑기도 좋아해. 일단 지금까지 100번 정도 시도하면 2개는 뽑는거 같아. 뭐? 이 정도면 잘하는 거 아냐? 엄청 큰 인형이라고. 무려 곰돌이라니까. 작은거? 흥. 사람은 야망을 갖고 살아야해. -
3 여래주 ◆G.T7A94/jc (F7NnAmwb2I) 2020. 8. 3. 오후 11:57:17시트까지 작성되니까 뭔가 되게 새롭다. 우리 스레가 생겼어..(감격) 혹시 상황은 내일부터 차차 정해도 될까? 벌써 시간이 늦어서 자러가야할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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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하율주 ◆Ghm.8b0oF. (e/i0l9wXRg) 2020. 8. 3. 오후 11:58:35>>3 그러게! 좀 설레는 것 같아. 자러가야 하면 어쩔 수 없지. 푹 자고 내일부터 돌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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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여래주 ◆G.T7A94/jc (F7NnAmwb2I) 2020. 8. 3. 오후 11:59:17>>4 응응! 하율주 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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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여래주 ◆G.T7A94/jc (sJUEO4lm5w) 2020. 8. 4. 오전 8:33:16수강신청 때문에 강제로 일어난 여래주 갱신..! 자 그럼 첫 번째 상황을 논의해 볼까? 쉬는시간으로 끝맺었으니 건너뛰고 점심시간이나 하교 때 다시 만나서 얘기하는 걸로 갈까? 중간에 애들이 막 진짜 사귀냐고 물어보고 그러는 거랑, 혜진이가 여래한테 시비거는 내용 등등을 넣어도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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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하율주 ◆Ghm.8b0oF. (k3rlxbj0Ls) 2020. 8. 4. 오전 8:38:24>>6 그거 좋겠다. 점심시간에 둘이 식당에서 밥 먹으면서 남들에게는 꽁냥거리는 것처럼 보이게 대화하는데 혜진이가 와서 시비거니까 하율이가 여래 편을 들어주면서 슬쩍 여래를 챙겨준다거나... 예를 들면 여래 손을 잡아주면서 혜진이한테 신경쓰지 말라고 단호하게 말해준다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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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여래주 ◆G.T7A94/jc (sJUEO4lm5w) 2020. 8. 4. 오전 8:43:19>>7 하율주 벌써 일어났구나! 부지런해라.. 난 요즘 낮밤이 바껴서 원래 한참 잘 시간이거든..😂
좋아 좋아! 그리고 여래는 안 사귄다고 막 부정하고 화내다가 혜진이한테 당한게 생각나서 사귄다고 막 거짓말 하는거지! 당해봐라 김혜진! 요런 느낌(?) 선레는 다이스로 정할까? -
9 하율주 ◆Ghm.8b0oF. (Q/IIoxbTnE) 2020. 8. 4. 오전 8:46:10>>8 낮밤이 바뀌면 안 좋은데..
그럼 다이스로 정하자. 다이스는.. 첫 일상이니까 여래주가 굴려보는걸로! -
10 여래주 ◆G.T7A94/jc (sJUEO4lm5w) 2020. 8. 4. 오전 8:47:46>>9 그러게 말이야. 오늘 일찍 일어난 김에 고쳐보려구 ㅠㅜ
다이스가.. 요게 맞나?
.dice 1 2. = 2
1.나
2.하율주 -
11 여래주 ◆G.T7A94/jc (sJUEO4lm5w) 2020. 8. 4. 오전 8:48:39앗 하율주네! 나는 일단 나가야돼서 답레는 좀 텀이 있을 것 같다. 최대한 빨리 이어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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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하율주 ◆Ghm.8b0oF. (Q/IIoxbTnE) 2020. 8. 4. 오전 8:51:39>>11 나도 여유롭게 써올테니 여래주도 여유롭게 이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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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여래주 ◆G.T7A94/jc (sJUEO4lm5w) 2020. 8. 4. 오전 9:00:22>>12 응, 천천히 써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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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하율 - 여래 ◆Ghm.8b0oF. (Q/IIoxbTnE) 2020. 8. 4. 오전 9:00:23수업시간의 끝을 알리는 종이 울리자 살며시 감고 있던 눈을 느릿하게 뜬 하율은 가볍게 하품을 하며 기지개를 폈다. 점심시간이 되자 아이들은 왁자지껄 떠들며 하나 둘 식당으로 떠나기 시작했고, 몇몇 친구들이 다가와 같이 밥 먹으러 가자며 말을 걸어오기 시작했다.
" 미안, 같이 먹기로 약속한 게 있어서. 너희 먼저 먹으러 가. "
친구들은 누군지 뻔하다는 듯 키득거리며 너무 붙어다니는거 아니냐고 농담을 던지며 먼저 식당으로 향했고, 하율은 몸을 일으켜 옆반으로 향했다. 같은 반인 시절도 있었고, 다른 반인 시절도 있었기 때문에 찾아가는 것이 그리 낯설지도 않았고 아이들의 시선도 그닥 신경쓰는 편은 아니었다.
" 민여래, 밥 먹으러 가자. "
당연하다는 듯 여래의 반에 들어와 여래의 자리로 걸어온 하율은 손을 내밀어 잡으라는 듯 행동하며 차분한 목소리로 말한다. 마치 그러는 것이 이젠 당연하다는 것처럼 보이는 하율의 행동은 갓 사귀기 시작한 사람들의 모습처럼 보이기도 했다. 주변 아이들이 소곤거리는 소리가 들리긴 했지만 적어도 하율만큼은 딱히 신경을 쓰진 않았다. 여래라면 어떨지 모르지만.
" 수업 듣느라 배고프겠다. " -
15 하율주 ◆Ghm.8b0oF. (Q/IIoxbTnE) 2020. 8. 4. 오전 9:05:56여래를 데리러 온 하율이로 시작해봤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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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여래-하율 (W5/RH2js/U) 2020. 8. 4. 오전 9:34:57"밥!!"
점심시간을 알리는 종소리에 그녀는 눈을 반짝이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언제나처럼 밥을 먹던 아이들과 함께하기 위해 걸어가던 그녀에게, 시련처럼 익숙한 머리가 창문 너머로 동동 뜨더니 문을 열었다. 반 하율, 그를 보는 그녀의 눈은 황당함이 가득했다. '왜?'라고 입모양으로 말하며 그녀는 깨달았다. 종소리 때문에 얼떨결에 끝난 우리의 결론을 하율은 위장커플로 이해했나보다.
" 반... 하율..."
눈은 웃지만 이는 앙 문채로 그녀가 말을 꺼냈다. 친구들은 여래에게 밥을 먹으며 소문에 대해 물어보려 했는데 그 기회를 놓쳤다며 아쉬워했고, 동시에 소문이 역시.. 하는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당장에라도 큰 소리를 내며 사귀긴 우리가 왜 사귀냐며 억울함을 토로하려던 그녀는 날카로운 혜진의 눈초리에 거짓 웃음을 지었다. 그래. 맨날 아무 이유도 없이 너한테 미움받는 것도 이제 질렸어. 당하고만 살 수는 없지. 그렇게 생각하고 그녀는 친구들에게 가려던 걸음을 그에게로 옮겼다.
" 미안. 우리 할 얘기가 있어서 오늘은 얘랑 먹을게."
하율의 손을 잡은 그녀는 묘한 표정을 지었다가 그에게 속삭였다.
" 다시 말하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사귀는 건 아니다? 이건 임시일 뿐이야. 그놈의 소문. 지겨워 죽겠어..!"
그러곤 잠시 뭔가를 떠올린 그녀는 하율의 손을 강하게 잡고 뛰기 시작했다.
" 오늘 디저트 초코푸딩이야! 빨리 빨리!!" -
17 하율주 ◆Ghm.8b0oF. (0a4w5LtobU) 2020. 8. 4. 오전 9:52:38이를 앙 다물고 자신의 이름을 말하는 여래를 보며 하율은 언제나처럼 편안하게 입꼬리를 살짝 올려 웃어보이고 있을 뿐이었다. 여래가 금방이라도 불평불만을 터트릴거라고 생각이라도 하고 있었던 듯 그다지 놀란 기색이라던가, 당황한 기색이라곤 없었던 하율은 오히려 무언가를 본 듯 심통났던 표정이 밝아지자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거릴 뿐이었다.
" 뭐.. 일단 임시라고 하긴 했으니까. 틀린 말은 아니지. "
자신의 손을 잡는 여래의 자그마한 손을 바라보던 하율은 살며시 깍지를 껴서 잡을 수 있도록 고쳐잡고는 태연하게 답할 뿐이었다. 마치 여래에게 오냐오냐 하는 듯한 분위기로 고개를 끄덕여보인 하율은 달리기 시작하는 여래에게 발을 맞추어 뛰기 시작했다. 여래는 자신이 가장 빠르게 달릴 수 있는 속도로 달리는 듯 했지만 하율에게는 여유로워 보인다는 것이 관전 포인트라면 포인트겠지만.
" 그래서 수업은 열심히 들은거야? 슬슬 공부해야될 시기잖아. "
근시일내에 시험기간이 다가올거라는 것을 떠올린 하율은 식당 앞에 도착해선 여래와 나란히 서서 줄을 선다. 줄이 움직일 생각이 없는 듯 보여서인지 살며시 고개를 낮춰 여래와 눈을 마주하려 하며 하율이 다정하게 물음을 던진다. 표정은 언제나처럼 덤덤한 표정이었지만 그의 말에는 어딘가 따스함이 묻어났다.
" 아, 공부 열심히 했으면 내 초코푸딩도 줄게. 너 초코푸딩 좋아하잖아. "
여전히 여래의 손을 따스하게 감싸쥔 체 지나가던 친구에게 손을 흔들어 인사를 해보이던 하율은 이내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부드럽게 여래에게 말을 이어간다. -
18 여래-하율 (crwFdfpk5o) 2020. 8. 4. 오전 11:06:44" ..야..!"
처음이었다. 여래와 하율이 손깍지를 낀 것은. 물론 손깍지를 한 경험이 있었다면 그게 이상한 거겠지만. 사귀지도 않는 남여가 손깍지를 끼는 것은 참 이상한 일이었고, 여래는 지금 이 상황이 바로 그렇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대외적으로 사귀기는 사이로 해뒀으니 차마 그 손을 빼지는 못하고 눈동자만을 도록도록 굴려서 하율을 열심히 째려보았다.
그녀는 일단 탱글탱글한 초코푸딩만 생각하기로 마음을 굳히고 달리다가 숨이 찼는지 점점 속도를 늦췄다. 맨날 앉아만 있으니 이렇게 체력이 안 좋지. 그녀는 언제나 그렇듯 어머니의 한마디를 떠올렸다. "소 되겠다! 일어나! 움직여!" 그렇지만 엄마, 전 소가 아니라 예쁜 당신의 딸이랍니다.
" 하율아. 지금이 공부 얘기 꺼낼 때야? 조용히 해."
안 그래도 어머니가 툭하면, 하율이 걘 공부도 잘하고 차분하더라. 너도 좀 걔 배워서 공부도 하고 그러렴. 하고 시험 기간이면 핀잔을 주셔서 얼마나 골 아팠는데. 하율이 눈을 마주치자 그녀는 토라진 듯 손깍지를 빼내려하며 시선을 피했다. 오늘따라 가까이서 본 하율의 얼굴은 꽤 반듯해서 기분이 이상했기에.
" 그치만."
그녀는 거짓말에는 소질이 없는지 다시 아까처럼 눈동자를 도록도록 굴려댔다.
" ...열심히 안 했으면?"
줄이 짧아지자 식판과 수저를 챙기며 그녀가 꼬리 내린 강아지 눈을 해 보였다. 초코푸딩. 두 개. 등의 단어를 떠올리며. -
19 하율주 ◆Ghm.8b0oF. (gpv.jrbUh2) 2020. 8. 4. 오전 11:24:01" 왜 불러? "
다른 사람들의 시선 탓에 깍지를 낀 손을 빼지 못하고 은근히 불만 가득한 여래의 시선과 함께 목소리가 들려오자, 자신은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입꼬리만 살짝 움직여 웃어보이며 대꾸한다. 오히려 겹쳐진 하율의 손은 여래의 손을 좀 더 따스하게 잡아줄 뿐이었다. 이미 여래의 투덜거림을 받아주는 것은 익숫한 일이기도 했지만.
" 공부 이야기는 별로면, 데이트라도 하자고 그래야 하려나? "
태연하게 토라진 여래에게 차분한 목소리로 농담을 던진 하율은 여래보다 앞서서 식판과 수저를 들고 줄을 선다. 그러다 꼬리 내린 불쌍한 강아지처럼 푸딩이야기를 꺼내는 여래를 보며 한손으로 입을 가린 체 소리를 죽여 웃더니 코 앞에 있는 디저트 바구니에서 푸딩을 꺼내선 여래의 식판 위에 올려준다.
" 나 푸딩은 잘 안 먹는거 알잖아. 여래, 너가 먹어. 난 괜찮아. "
다정한 눈으로 여래를 바라보며 말한 하율은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돌아서선 자신의 식판에 급식을 받아선 둘이서 조용히 먹을 수 있을만한 자리로 향한다. 자리에 앉은 하율은 이어서 자신의 뒤를 따라오고 있는 여래를 보며 은은한 미소를 띄고 있었다. -
20 여래-하율 (crwFdfpk5o) 2020. 8. 4. 오후 2:38:17" 반하율!"
데이트라도 해야하냐는 하율의 놀림에 그녀는 눈을 크게 뜨며 소리를 질렀다. 뭐, 선생님들의 눈총과 주변의 수군거림에 곧 예쁘게 미소를 지어 보였지만.
" 너. 이거 즐기지."
그녀는 그의 귓가로, 아니 정확히는 키가 닿지 않았기 때문에 까치발을 들어서 귓볼 근처에 대고 속삭였다. 아무리봐도 얜 분명 즐기고 있는데 이유를 모르겠단 말이야. 내가 자기한테 고백했다는 소문이 뿌듯한가보지. 뭐. 내가 좀 예쁘긴 해. 아마 여사모의 일원인듯 한 남자애의 시선을 모른체하고 푸딩을 자신에 식판에 받은 여래는, 하율이 자신의 몫을 나눠주자 주변의 시선따윈 잊은듯 환하게 웃었다.
" 내가 이래서 널 좋아한다니까."
종종 걸음으로 하율의 뒤를 따라 앉으려던 그녀는 바로 뒤에 따라붙는 혜진을 곁눈질로 살피곤 다시 하율의 미소를 응시했다. 좋아. 어디 한 번 해보자고. 소문을 퍼트린 사람도, 너도. 그녀의 입꼬리 한 쪽이 심술궃게 올라갔다.
" 하율아 하율아!"
딱히 할 말은 없었지만 밝게 하율을 부르는 그녀의 목소리는, 하율에게만 보이는 딱딱한 웃음과는 참 상반됐다. 뒤돌아 혜진의 얼굴을 보지 못하는 것에 안타까워하며 그녀는 하율의 앞에 앉으며 수저를 꽉 쥐었다. 뻔하지. 내가 반하율에게 고백했다고 함으로 여사모랑 내 사이를 안 좋게하고, 반하율은 나랑 사귈리가 없으니 둘 사이가 멀어진다면 다시 내가 하율이를 갖고 놀았다느니, 차였다느니, 안 좋은 얘기를 지어낼 테니까. -
21 하율주 ◆Ghm.8b0oF. (ANnhFHbeuM) 2020. 8. 4. 오후 2:48:24" 불렀으면 말을 해. "
눈을 크게 뜬 여래를 보며 태연하게 고개를 갸웃해보이는 하율이었다. 물론 주변의 시선 탓에 예쁘게 미소 짓는 여래를 보며 재밌다는 듯 피식 웃어보이는 것은 일부러 왜 화내는지 모르는 척을 하고 있다는 걸 단번에 보여줬지만, 그정도는 괜찮다고 생각하는듯 말할게 있으면 얼마든지 말하라는 듯 눈을 곱게 접어 웃어보이며 여래를 바라본다.
" 글쎄. 너는 싫은 모양이네? "
까치발을 들곤 속삭이며 묻는 여래의 말에는 어깨를 가볍게 으쓱이며 알듯 모를듯 대꾸하는 그였다. 누군가 자신을 보는 시선에 고개를 돌리다 남자아이와 눈이 마주친 하율이었지만 괜스레 자신을 째려보는 시선에 맞대응하듯 무덤덤한 눈으로 바라보자 이내 시선을 피하는 것을 보고는 다시 여래에게로 시선을 돌린다. 여래의 기분이 푸딩 하나에 오락가락 하는 것을 보는 것도 꽤나 재밌는 일이기도 했으니까.
" 응, 나도 너 좋아해. "
푸딩을 받고선 환하게 웃으며 여래의 말에 비슷한 말이지만 어딘가 분위기가 다른 목소리로 말한 하율은 자리를 잡고 앉아 여래가 오길 기다린다. 그러다 어딘가 심술궂은 미소를 짓고 있는 여래의 모습에 무언가 꾸미고 있다는 것을 어렴풋이 알아챈 한율은 턱을 괸 체 피식 웃어보였다.
" 왠지 갑자기 기분이 좋아진 것 같다? 푸딩 받은게 그렇게 좋아? 아니면 다른 일이라도 있는건가? "
자신의 앞에 앉은 체로 밝은 미소를 짓고 있는 여래에게 부드럽게 말을 건 하율은 궁금하다는 듯 물음을 던진다. 자신과 여래를 왠지 한없이 바라보고 있는 듯한 시선이 느껴졌지만 굳이 찾아볼 생각은 들지 않는 듯 눈 앞의 여래만 다정하게 바라볼 뿐이었다.
" 그래서, 앞으로는 어떻게 행동할래? 방금처럼 애들 앞에선 손도 잡고 다니고 그러면 괜찮을 것 같은데. " -
22 하율주 ◆Ghm.8b0oF. (ANnhFHbeuM) 2020. 8. 4. 오후 2:51:16여래 귀여워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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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여래-하율 (sJUEO4lm5w) 2020. 8. 4. 오후 3:25:28" 그치? 난 미워할 수 없는 아이라니까."
한껏 밝게 말했지만 그녀는 말함과 동시에 약간의 울컥한 감정을 느꼈다. 미워할 수 없는 아이, 밝고 명랑한 아이, 자기주장을 잘 하고 야무지며 언제나 당찬 아이. 그런 아이가 나라고 말하지만 그게 정말 자신인지 여래는 가끔 의심이 되었다. 특히 혜진이 같이 아무 이유도 없이 자신을 괴롭히는 애가 나타날 때. 옆 학교 남학생들과 멋대로 소개팅을 잡아버리는 그저 그랬던 사이의 친구들을 볼 때. 그럴 때 그녀는 불같이 화내고 더욱 당당하게 행동했지만 속으론 적잖이 상처를 받곤 했다. 하지만 하율이는 아니었다.
" 그래 보여? 그야 너랑 이렇게 마주보고 앉아 있으니까 너무 좋은걸."
그러나 그녀의 웃음은 밝으면서도 어딘가 딱딱하고 또 화나보였다. 시선은 왠지 하율의 뒤를 관통해서 그 뒤 누군가에게 닿아 있는 것만 같았다.
" 손 정도야 잡을 수 있지. 깍지는.. 좀 오버했다. 너. 내가 생각을 좀 해봤는데 말이야."
그녀는 소리를 죽이며 한쪽 손으로 턱을 가볍게 괴고, 다른 손으로 숟가락을 집어 밥이 아닌 푸딩으로 가져가 가볍게 끝부분을 떠냈다. 맛있는 건 마지막에 먹어야 한다고? 아니. 가장 먼저 먹어야 뺏기지 않아. 뭐하러 눈 앞에 있는 즐거움을 마다해? 그 단순한 행동마저 여래의 성격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밥보단 푸딩부터. 일반적인 순서보다는 내가 좋아하는 순서로. 후회하더라도.
" 일단 쟤가 날 괴롭히는 게 짜증났으니까 복수도 할 겸. 여사모 애들이 마치 나를 자신들의 예비 여자친구처럼 대하는 것도 짜증났으니 그게 아니라는 걸 알려줄 겸. 들이대는 남자들이나 소개팅하자고 졸라대는 여자애들도 멀리할 겸."
그녀는 소리를 죽여 계속 소곤거리다가 숟가락의 푸딩을 입에 넣었다.
" 또 안 좋은 소문을 막을 겸 일단 사귀는 척을 할 예정인데."
그리고 너 정도면.. 그녀는 고개를 저으며 다음 말을 꺼냈다.
"근데 왜 내가 너한테 고백했다고 소문이 난 거야?!?"
#아니 이 단순한 애를 귀엽다고 해주다니 ㅋㅋㅋㅋㅋ 고마워 하율주! -
24 하율 - 여래 ◆Ghm.8b0oF. (rhMr15mllY) 2020. 8. 4. 오후 4:13:43" 잘 알고 있네. 넌 착한 아이니까. 마음씨 고운 아이, 그러니까 넌 그렇게만 생각하면 돼."
밝게 말하는 여래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하율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너는 착한 아이라고, 미워할 수 없는 착한 아이. 퉁명스럽게 굴면서도 챙겨줄건 챙겨주고 아니다 싶은 일에는 아니라고 자신있게 말하는 아이. 너는 정말로 착한 아이라고. 하율은 주저리 주저리 말하지는 않았지만 짧게나마 여래를 다독이는 것처럼 부드럽게 속삭였다. 그것만은 잊지 않길 바라는 것처럼.
" 너, 은근 거짓말 못 하는거 알아둬야해. 나중에 고생한다? "
한눈에 보아도 어색하기 짝이 없는 미소를 보며 태연하게 대꾸한 하율은 자신을 보고 있는게 아닌 듯한 여래를 보며 가볍게 충고하듯 말한다. 감정이 풍부한 아이는 얼굴에 감정이 나타나기 마련이라고, 그래서 여래는 의외로 얼굴에 감정이 잘 나타나는 것 같다고 생각하면서 하율은 어딘가에 열을 내고 있는 여래를 챙겨줘야 할 것 같았다. 괜히 다른 곳에서 괜한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생긴 모양이었다.
"그런 것치곤 손도 바로 안 놓던데. 일단 알았어. "
소리를 죽여 말하는 여래의 말에 슬며시 깐죽거리는 대답을 남긴 체 이어지는 말들을 듣던 하율은 마지막 물음에 눈을 깜빡이더니 어깨를 으쓱여보인다. 굳이 꼽자면 여러가지 이유로 아이들이 오해할 법 했지만, 그것을 하나하나 늘어놓으면 눈 앞의 여래가 푸딩이고 뭐고 내팽개치고 아이들에게 달려가버릴 것 같았으니까 잘 모른다는 듯 표정을 지어보일 뿐이었다.
" 그냥 같이 다니기도 했고, 저번에 너가 날 학교 뒷편으로 끌고가는 모습을 본 걸지도 모르고.. 뭐, 이런저런 이유가 겹친거겠지. 그래서 기분 나쁜거야? 그게 걸리면 내가 고백했다고 슬쩍 소문을 흘려도 되긴 할텐데. "
나한테 고백했다는게 그렇게 싫은 일인줄은 몰랐네, 하는 중얼거림을 던지며 밥을 조금 떠서 입으로 가져가 오물거린다. 자신 몫의 푸딩을 양보하지 않았다면 같이 푸딩부터 먼저 먹었겠지만 이미 줘버린지 오래였으니 밥이나 먹자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다만 하율의 중얼거림이 어딘가 아쉬움이 느껴지는 것이 여래에게 전해질지는 모르는 일이었다.
// 단순한게 귀여운건데! 고맙긴~ -
25 여래-하율 (sJUEO4lm5w) 2020. 8. 4. 오후 5:18:28" 거짓말 잘 하는게 뭐 좋은거라고. 그리고 상관없어, 너한텐 거짓말 하는거 들켜도"
숟가락으로 푸딩을 톡톡 치다가 균열이 생기자 그 사이로 파고들어 푸딩을 쪼개며 그녀는 하율의 시선을 피했다. 말은 그렇게 해도 거짓말이 훤히 들어난 건 그다지 기쁘지 않았고, 자신의 감정을 훤히 들여다보는 하율에게 조금은 부끄러워졌다. 자신을 놀리며 어깨를 으쓱이는 그 제스처에 그녀는 신경질적으로 푸딩을 으깨어 펐다. 물론 정말 화가 난 것은 아니었다. 그저 심술일 뿐. 그에게 진짜 화가 났던 적은.. 언제였더라.
" 당연하지. 일단 사귄다는 것도 말이 안되지만 내가 고백했다라. 말이 안돼. 내 매력에 네가 고백했다면 좀 괜찮은 소문이었을텐데."
가감없이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여래의 말에도 조금은 장난기가 돌았다. 그녀는 웬만해서 진심만을 말하기 때문에 모든 장난에도 진심이 담겨 있었고, 그래서 저 말을 정말 곧이곧대로 들은 아이들은 그녀가 정말 자아도취에 빠진 재수없는 아이라고 낙인을 찍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그녀는 아까의 하율처럼 어깨를 가볍게 으쓱이고는 자기 할 일을 하거나, 짜증이 나면 톡 쏘아붙이고 잊을 뿐이었다. 물론, 잊음은 잠시일 뿐 언젠가 다시 스물스물 기어나와 그녀를 감싸고 돌기 마련이었지만.
" 이제와서 사실은 너가 고백했다라. 그걸 믿을까?"
그녀는 자신이 다 으깨놓은 푸딩을 마저 모아 깔끔하게 입에 넣더니 한 번도 쓰지 않은 젓가락으로 새 푸딩 하나를 반으로 갈랐다. 그러곤 젓가락으로 조심스레 들어 올려 하율에게 전달하려는 순간, 쾅! 하는 소리와 함께 식탁에 뭔가가 떨어졌고, 푸딩도 하율의 식판위로 떨어지더니 이내 깨지고 말았다. 이어 들리는 목소리는 고개를 들지 않아도 혜진의 목소리. 그리고 떨어진 것은..
" 김혜진!!"
물이 반쯤 찬 물컵이 식탁에 나뒹굴었고 그녀의 옷은 축축하게 젖어버렸다. 그녀를 내려다 깔보며 혜진은 이렇게 말했다. 실수라고.
#악역 등장! -
26 하율 - 여래 ◆Ghm.8b0oF. (ZKS6ytINcg) 2020. 8. 4. 오후 5:37:21" 나한테는 거짓말 잘 안 하잖아. 그래서 좋아하는데. "
자신의 시선을 피하며 푸딩을 쪼개는 여래를 바라보며 자기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나긋한 목소리로 대꾸한다. 마치 네가 거짓말을 하더라도 자신은 모르는 척을 하겠다는 것처럼, 그저 언제나처럼 평범한 목소리였지만 그 목소리는 여래를 배려하는 듯한 하율의 마음이 담겨있었다. 신경질적으로 푸딩을 건드리는 여래의 모습도 하율에게 있어선 일상이나 다름없는 듯 작게 웃어보이며 밥을 오물거릴 뿐이었다. 뭐, 이러나 저러나 이렇게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둘이서 함께 해왔으니까.
" 원래 그런 소문 같은건 한번에 바꾸려고 하는게 아니야. 조금씩, 조금씩 말을 뿌려가면서 바꾸는거지. 게다가 당사자가 그렇다고 말하면 이야기가 더 빠르지 않겠어? "
가감없는 여래의 말에도 딱히 신경을 쓰지않는 듯 그저 그렇냐며 고개를 끄덕이던 하율은 믿을까? 하고 물음을 던지는 여래에게 태평한 목소리로 중얼거릴 뿐이었다. 소문이란 바람 같아서 부채질을 하는 쪽으로 불어갈 뿐이었다. 반대쪽에서 부채질을 한다면, 자신이 좀 더 강하게 부채질을 하면 바람이 변할 뿐이라고. 그러니까, 결국 자신이 주변사람들에게 조금씩 이야기를 뿌리면 여래가 바라는 소문이 돌기 시작할 것이라는 듯 이미 머리를 굴려둔 듯한 말로 대꾸를 하는 하율이었다.
" ..... "
한순간이었다. 분명 먹고 싶었을텐데도 반을 나눠서 자신에게 푸딩을 건내려던 여래의 손에서 푸딩이 떨어지고, 쾅하는 소리가 울려퍼지며 물컵이 나뒹굴고, 물에 흠뻑 젖은 체 소리치는 여래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느릿하게 눈을 깜빡이던 하율은 나지막이 한숨을 내쉬었다. 아마도, 여래는 이 일을 벌인 아이와 싸우려 할 것은 분명했다. 그녀의 성격으로는 분명히 벌어질 일이었다. 그렇지만, 여래는 물에 젖어있었고, 일은 벌어졌다. 주변의 아이들도 큰 소리를 들었고, 분명 시선이 끌릴게 분명했다.
하율이 자신의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그다지 오래 걸리지 않았다. 자리에서 일어난 하율은 자신의 교복 상의를 가볍게 단추를 풀어서 벗고는 여래의 어깨에 걸쳐주었다. 그리곤 여래를 깔보듯 내려다보는 혜진에게 성큼성큼 다가가 머리를 쓸어넘긴다. 그리고 뱉어지는 긴 한숨, 여래에게 보이던 따스한 눈빛은 온데간데 없이 차갑게 내려앉은 무기질적인 눈으로 혜진을 내려다보았다.
" 있잖아, 여래한테 들었어. 네가 나를 좋아한다고. 근데.. 내가 여래한테 고백했거든? 내가 좋아서 여래랑 사귀는거야. 그러니까, 두번 다시 이런 일... 만들지 않으면 좋겠다. 한번 더 이런 일이 생기면 혜진이라고 했지? 너랑은 더이상 말조차 하지 않을거야. 알았어? "
이렇게 낮은 목소리를 낼 수 있었나 싶을 정도로 가라앉은 목소리를 낸 하율은 대답을 들을 생각이 없다는 듯 돌아서선 여래를 내려다 본다. 그리곤 언제 차가워졌냐는 듯 부드러운 눈웃음을 지은체 천천히 여래를 향해 입을 열었다.
" .. 옷 말리러 가자. 밥은, 내가 매점에서 먹을 걸 사올게. 괜찮지? "
// 악역을 너무 빨리 몰아내려 하는걸까...!? -
27 여래-하율 (sJUEO4lm5w) 2020. 8. 4. 오후 6:13:20하율의 표정을 보며 그녀는, 아니. 하는데 어차피 네가 안 속아서 아~무 소용이 없는 거 아닐까. 라고 푸딩이 입에 가득한 채로 웅얼거렸다. 알아 들어도, 말아도 그만이라는 듯이 성의없는 발음이다.
" 맞아. 분명 이 소문도 처음엔 이런 소문이 아니었을지 몰라. 누군가 우리 둘 중에 한명을 질투했고, 그래서 둘이 사귄대. 라고 놀린거지. 거기에 누군가는 내가 고백했다고 말을 더했을 거고. 아니 그니까 도대체 그게 누군거야!"
그런데 넌 만약에 네가 나한테 고백했다는 소문이 돌아도 상관없어? 라고 덧붙이며 그녀는 하율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 다음 순간. 아까 서술했던 그 일이 일어난 것이다. 물이 뚝뚝 떨어지는 와이셔츠를 바라보며 그녀는 시니컬하게 웃었다. 그래, 그녀는 화가 나면 웃었다. 아이 즐거워라. 일순 그녀의 두 눈동자에 광기가 돌았다. 아쉽게도 고개를 들지 않아서 혜진은 그 눈을 못 봤지만.. 한율이라면 봤을지도 모른다.
" 야.."
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고, 갑자기 떨어진 온도 탓에 몸을 떨었는데 광기가 서린 눈동자와 부르르 떠는 몸은 완벽히 호흡을 맞춰서, 그녀를 잘 아는 친구들은 벌써 긴장하고 이쪽을 보며 허둥지둥 여래의 시선을 끌고 있었다. 여래야! 이번엔 안돼. 안돼1 라고 외치며. 물론 그때까지 시간이 좀 지났고, 이미 한율의 겉옷이 자신의 어깨에.. 그녀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는 언제나 따스했고 나는 따스한 것이 아니라 불같았노라고. 왜 나한테 이렇게까지 잘해주는거야? 물음과 고마움. 그리고 서러움이 그녀를 덥쳤다. 그 생각들 한가운데로 비집고 들어오는 한율의 낮은 음성. 그의 음성이.. 맞는거지? 차가운 어투로. 자신이 내게 고백했다고 말하는 한율을 그녀는 어느샌가 가라앉은 눈동자로 응시했다. 그러니까. 넌 왜... 그녀는 이제 한율에게도 화가 났다. 왜 나때문에 네가?
" 나... 한율아."
그녀는 벌떡 일어나더니 아까 처음, 고개를 숙일때의 눈빛으로 돌아왔다.
" 나 안 괜찮아."
그리고 차분함을 벗어내고 입꼬리를 무섭게 치켜올렸다.
" 근데, 얘 한 대만 때리면 괜찮아질 것 같기도 해."
말을 끝맺지도 않고 그녀는 혜진에게 냅다 달려들더니 혜진의 양 어깨를 잡아 바닥으로 강하게 밀쳐내려 했다.
#그렇지만 한율은 여래를 진정시키는 것에 실패했다! 여래는 악역을 몰아내는 것을 거부했다! 여래는.. 여래는...(말잇못...) 미안해 한율아.. 참 혜진이의 넘어짐 판정(?)은 한율주에게 토스할게! -
28 여래주 ◆G.T7A94/jc (sJUEO4lm5w) 2020. 8. 4. 오후 6:22:48안돼1은.. 1은 느낌표였던 것을 밝히는 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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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하율 - 여래 ◆Ghm.8b0oF. (MKJdBjrnag) 2020. 8. 4. 오후 6:27:54웅얼거리는 여래를 보며 한율은 글쎄라고 말하는 것처럼 어깨를 으쓱일 뿐이었다. 정작 본인은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것처럼.
" 원래 소문은 사람들을 거치다보면 바뀌고 바뀌는게 일상다반사니까 누가 그랬는지 찾는건 힘들걸. 그러니까 근원을 찾는 것보다는 바꾸는게 덜 힘들다는거야. 그리고 나는, 딱히 상관없... "
얼굴을 빤히 바라보며 묻는 여래에게 태연하게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보이며 덤덤하게 말한다. 자신이 고백했다고 소문이 퍼지는 것 쯤은 한율에게 있어서 그다지 상관없는 일에 불과했으니까. 자신이 여래를 싫어한다면 모를까. 그렇기에 상관없다고 말을 이어가려던 순간 혜진과 여래 사이에 일이 일어났고, 시니컬하게 웃는 여래가 눈에 들어오자 마자 한율은 빠르게 몸을 움직였다. 혜진에게 경고하듯 말하고, 여래를 데리고 나가려 했다. 물론 모든 것은 마음먹은대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었지만.
혜진에게 여래가 냅다 달려들어 밀쳐버리자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몸을 급하게 움직여 뒤로 넘어지는 혜진을 받아내며 그대로 넘어진다. 넘어지며 한손으로 땅을 짚는 순간 강한 통증이 지나가는 것을 느꼈지만 다행히 혜진은 놀란 얼굴을 한 체, 충격을 받거나 한 것 같지 않아서 조용히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손목이 아파왔지만 아무렇지 않은 듯 천천히 혜진을 옆에 내려놓고는 몸을 일으켰다.
" ... 너, 이렇게 굴면 나랑 대학교 같은 곳 못 갈지도 몰라. 요즘 생활기록부가 중요하다고 하잖아. 너도 알지? "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차분한 목소리로 씩씩대는 여래를 향해 조용히 속삭이듯 말한 하율은 금방 부어오르는 듯한 왼손목을 자연스럽게 허리 뒤로 숨기며 눈웃음을 지어보인다. 진정하라는 듯, 자신만 보라는 듯 혜진과 여래 사이에 선 한율은 여래의 시선이 자신에게로 향하게 만들었다.
" 난 너랑 같은 대학 가고 싶거든. 그러니까 진정하고 일단 옷부터 말리러 가자. 감기 걸릴지도 모르고, 보는 눈이 많으니까. 내 말 들어줘, 일단 여기서 더 이러는 건 아니야. 민 여래, 나랑 가자. "
멀쩡한 오른손을 천천히 내밀며 여래를 설득하려는 듯 조용히 말하는 한율이었다. 혜진은 등 뒤에서 숨을 죽인 체 천천히 몸을 일으키고 있는 듯 했지만 더이상 한율은 혜진에게 관심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 그저 시선을 여래에게 고정한 체 조용히 답을 기다릴 뿐이었다.
// 넘어짐 판정과 함께 상황을 추가했다! 여래 한성깔 하는구나..! 그리고 오타는 귀여웠다~ -
30 여래주 ◆G.T7A94/jc (sJUEO4lm5w) 2020. 8. 4. 오후 6:31:47>>29 여래..뭔가 사고를 사서 치는 아이! 느낌의 캐릭터라 ㅋㅋㅋㅋㅋㅋ 이대로면 한율이랑 한율주가 힘들 것 같은데..! 사실 여래 성격대로면 저기서 더 화내고 한율이한테도 불똥튈 것 같은데 그렇게 이으면 한율주가 좀 불편하려나? 혹시 조오금 더 상황을 심각하게 만들어도 될까? 아님 좀 진정하는 상황으로 가는게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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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하율주 ◆Ghm.8b0oF. (ikhOqnLPxk) 2020. 8. 4. 오후 6:35:08>>30 괜찮아! 더 심해져도 뭐.. 하율이가 좀 고생하면 되지. 그것도 관계 발전에 좋을거고! 하율주는 좋습니다. 그나저나 나 왜 한율이라고 썼지..????? 아무튼 편하게 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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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여래주 ◆G.T7A94/jc (sJUEO4lm5w) 2020. 8. 4. 오후 6:40:06>>31 아니 이게 뭐야 ㅋㅋㅋㅋ 왜 둘다 하율이를 한율이라고 쓰고 있던거지?! 미안해라 ㅠㅜㅜ 하율이 하율이(각인하는 중) 앗 마음이 통했다.. 그럼 맘 놓고 깽판을 쳐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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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하율주 ◆Ghm.8b0oF. (aETgv.YOBw) 2020. 8. 4. 오후 6:42:32>>32 ㅋㅋㅋㅋ 실수할 수도 있지! 깽판치면.. 하율이가 고생해서 다 어떻게든 할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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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여래-하율 (sJUEO4lm5w) 2020. 8. 4. 오후 6:54:35여래는 뼈대가 약했고, 체육을 싫어했으며, 힘이 약했지만, 화가 났을 떄 만큼은 숨겨져 있던 잠재력이 발휘하는 모양이었다. 혜진이 말도 안되게 휘청거리자 그녀는 자신의 힘에 놀랐는지 두 손을 한 번, 그리고 넘어지는 혜진을 한 번 쳐다보려고 했다. 혜진을 받아내는 하율이 아니었다면. 상황이 이해가 안되는지 자신의 두 손을 바라본 그녀는 공허한 눈으로 하율에게로 눈을 옮겼고, 아랫입술을 잘근 깨물었다. 그 모습이 울음을 참는 건 아니었는지 하율은 생각해 봤을까.
하율은 그녀에게 너, 라고 칭했다. 그리고 생활기록부를 내뱉었고, 혜진을 받쳤던 손을 떼어냈다. 몸을 일으키며. 그 상황들이 이 서술처럼 딱딱하고 어색하게 그녀의 눈에 들어오자 그녀는 어깨에서 하율의 옷을 잡아 그에게 건냈다. 가져가라는 듯이. 그러나 그 손은 아슬아슬해 보이고 또 힘이라곤 없이 떨리고 있어서, 그가 받지 않는다면 금방이라도 툭하고 물 젖은 바닥으로 떨어질 것 같았다.
" 응. 그래 중요하지. 나도 알아. 내가 잘못했네??!"
소리를 지르는 그녀를 주변 아이들이 역시나, 하는 눈빛으로 바라보자 그녀는 다시 한 번 상처를 입는다. 내가 왜? 내가 뭘. 그녀의 감정은 퍽 격해져 있었기에 하율이 손목을 숨기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눈치채야만 하는 사실임에도. 늘 자신을 진정시켜주던 차분한 목소리가 지금은 자신의 것이 아닌듯한 착각이 들었다. 뭐지, 소유욕?
" 싫어 하율아."
김혜진한테 닿았던 손을 내게 내밀지마. 그렇게 말하고 싶음을 여래는 깨닫지 못했고. 그저 이 불쾌한 감정에 휩쓸려 나오는대로 말을 지껄이고 있을 뿐이었다. 화가 풀리기 전까진, 그녀는 다시 이성을 찾기 어려워 보였다.
" ...짜증나."
그러곤 여래는 식판이고 뭐고 놔둔채 빠른 걸음으로 어디론가, 의도하진 않았지만 옥상계단을 목적지로 삼아, 뛰쳐나가려 했다.
#여래 반성문 쓰겠네.. 바로 붙잡아서 더 얘기를 나눠도 되고 아님 하교할 때 다시 마주치는 걸로 해도 되겠다! 편하게 이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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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여래-하율 (sJUEO4lm5w) 2020. 8. 4. 오후 6:54:49여래는 뼈대가 약했고, 체육을 싫어했으며, 힘이 약했지만, 화가 났을 떄 만큼은 숨겨져 있던 잠재력이 발휘하는 모양이었다. 혜진이 말도 안되게 휘청거리자 그녀는 자신의 힘에 놀랐는지 두 손을 한 번, 그리고 넘어지는 혜진을 한 번 쳐다보려고 했다. 혜진을 받아내는 하율이 아니었다면. 상황이 이해가 안되는지 자신의 두 손을 바라본 그녀는 공허한 눈으로 하율에게로 눈을 옮겼고, 아랫입술을 잘근 깨물었다. 그 모습이 울음을 참는 건 아니었는지 하율은 생각해 봤을까.
하율은 그녀에게 너, 라고 칭했다. 그리고 생활기록부를 내뱉었고, 혜진을 받쳤던 손을 떼어냈다. 몸을 일으키며. 그 상황들이 이 서술처럼 딱딱하고 어색하게 그녀의 눈에 들어오자 그녀는 어깨에서 하율의 옷을 잡아 그에게 건냈다. 가져가라는 듯이. 그러나 그 손은 아슬아슬해 보이고 또 힘이라곤 없이 떨리고 있어서, 그가 받지 않는다면 금방이라도 툭하고 물 젖은 바닥으로 떨어질 것 같았다.
" 응. 그래 중요하지. 나도 알아. 내가 잘못했네??!"
소리를 지르는 그녀를 주변 아이들이 역시나, 하는 눈빛으로 바라보자 그녀는 다시 한 번 상처를 입는다. 내가 왜? 내가 뭘. 그녀의 감정은 퍽 격해져 있었기에 하율이 손목을 숨기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눈치채야만 하는 사실임에도. 늘 자신을 진정시켜주던 차분한 목소리가 지금은 자신의 것이 아닌듯한 착각이 들었다. 뭐지, 소유욕?
" 싫어 하율아."
김혜진한테 닿았던 손을 내게 내밀지마. 그렇게 말하고 싶음을 여래는 깨닫지 못했고. 그저 이 불쾌한 감정에 휩쓸려 나오는대로 말을 지껄이고 있을 뿐이었다. 화가 풀리기 전까진, 그녀는 다시 이성을 찾기 어려워 보였다.
" ...짜증나."
그러곤 여래는 식판이고 뭐고 놔둔채 빠른 걸음으로 어디론가, 의도하진 않았지만 옥상계단을 목적지로 삼아, 뛰쳐나가려 했다.
#여래 반성문 쓰겠네.. 바로 붙잡아서 더 얘기를 나눠도 되고 아님 하교할 때 다시 마주치는 걸로 해도 되겠다! 편하게 이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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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여래주 ◆G.T7A94/jc (sJUEO4lm5w) 2020. 8. 4. 오후 6:56:28>>33 (더 미안해지는 중)
레스가 갑자기 두 개 올라가서 당황스럽다! 내가 빨리 작성버튼을 눌러서거나 아니면 상황고조를 위한 참치판의 계략..?(말도안됨) -
37 하율주 ◆Ghm.8b0oF. (evCmHNcvhM) 2020. 8. 4. 오후 7:07:13감정이 격양된 여래가 한마디 한마디를 내뱉는 것을 하율은 그저 조용히 바라보았다. 주변 아이들이 모두 수근거리고, 뒤에서 혜진이 숨을 죽인 체 조용히 빠져나가려고 하고 있어도 그저 차분한 얼굴을 한 체로 여래를 바라보고 있었다. 너는 나쁜 아이가 아니야, 너는 한없이 착한 아이야. 그렇게 말해주면 되는걸까, 자신이 어떻게 말하면 저 아이의 기분을 풀어줄 수 있을까. 그렇게 생각에 잠긴 하율은 여래가 떠넘기듯 건내고 간 자신의 겉옷을 점점 부어오르는 손목으로 쥔 체 달려나가는 것을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여래가 뛰쳐나가버리고 아이들의 시선이 자신에게로 돌아오자 하율은 가볍게 고개를 숙여보인다.
" 여래가 나쁜 아이는 아니야. 이건 화낼만한 일이었고, 조금 흥분했을 뿐이지. 그러니까 괜한 소문 같은건 내지 말아줘. 그리고 너는 두번 다시 이런 일 만들지 마. "
차분한 목소리로 구경하던 아이들에게 말한 하율은 몸을 돌려 조용히 빠져나가려던 혜진에게 낮은 목소리로 말하곤 혜진과 여래가 흐트러트린 식당을 혼자서 정리한다. 식판을 정리하고 테이블을 다시 원래대로 돌려놓고 물을 닦고 나서야 식당을 빠져나온 하율은 잠시 멈춰서서 부어오른 손목을 돌려본다. 통증이 크기는 했지만 죽을 것 같이 아프지는 않아서 나중에 보건실이라도 가면 되겠지라고 생각하며 여래가 달려갔을 곳이 짐작되는 듯 걸음을 옥상으로 옮겼다.
중간에 매점에 들려서 여래가 좋아할만한 초코빵과 초코우유를 사서는 옥상에 도착한 하율은 천천히 옥상의 문을 열고 들어선다.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옥상으로 나온 하율은 천천히 닫고 있던 입술을 열어 나지막히 여래를 부른다.
" 여래야, 여기 있는거 아니까 나와 봐. 배고플거 아니야. "
부어오른 손목을 겉옷을 걸쳐 가린 하율이 다정하게 여래를 부른다. 이야기를 하자는 듯 조심스러운 목소리였다.
" 나랑 이야기 좀 하자. " -
38 하율주 ◆Ghm.8b0oF. (evCmHNcvhM) 2020. 8. 4. 오후 7:08:13>>36 아무래도 하교 후에 만나면 서운해 할 것 같아서 바로 만나는 걸로 해봤어! 참치어장의 긴장 고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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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여래-하율 (sJUEO4lm5w) 2020. 8. 4. 오후 7:20:22햇살은 참 따스했다.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여름과 봄 사이 어딘가의 그 따스한 바람이 하율이만 같았다. 따스하지만 뜨겁지는 않고, 또 은은한 느낌이 꼭 하율이의 감정선을 닮았다. 여래는 괜히 화가 났다. 반하율 네가 화내는 걸 보고 싶어. 비뚫어진 마음을 먹으며 그녀는 햇살을 일부러 피해 몸을 웅크리곤 무릎에 턱을 파묻었다. 다 망하라지. 마치 하율이가 그러듯 이어폰을 꺼내 음악이라도 들으려는데 잔뜩 엉킨 이어폰 줄이 풀리질 않았다. 엄마한테.. 나도 무선 이어폰 사달라고 할거야.
" 풀리란 말이야!"
혼자 짜증을 내던 그녀는 결국 덜 풀린 이어폰을 벽에 던져 망가뜨리곤 안전을 위해 막혀진 철망을 통해 사이사이의 하늘을 바라보았다. 지금쯤 급식실은 나에 관한 수군거림으로 가득 찼을까. 혜진이는 그 순간 좋았겠지. 그리고 나는... 하율이한테.. 그제서야 조금 정신이 든다. 나 잘못한 거 같은데. 발걸음 소리에 몸을 더욱 웅크려 숨긴 그녀의 눈가엔 이미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다. 코까지 훌쩍이는건.. 조금 추한가? 아무튼 그녀는 코도 훌쩍였다.
하율이의 목소리가 들리자 그녀는 의외로 순순히, 소매로 눈가를 부벼 물기를 없애고 태연한 척 다가섰다. 물론 손에 쥐어진 초코 우유와 빵을 보자 소매를 적신 건 부질없는 짓이 되어 버렸지만.
" 그러니까 왜 그랬어."
느리게 시작한 그녀가 속사포로 말을 이었다.
" 거기서 왜 걔 편을 들어! 걔를 왜, 왜 안아줘? 뭐하다 이제 와? 단거면 내가 다 좋아할 줄 알고 가져온거야? 넌 내가 그래보여?"
아니란 말야. 내가 왜 화를 내는지 넌 하나도 모르잖아. 넌 내편이어야 하잖아. 어떻게 걔를.. 차라리 내가 밀쳐졌어야 했어. 그리고 넌 왜 화를 안 내는거야. 나한테 화 내란 말이야. 도와줘도 왜 난리냐며 화를 내란 말이야. 등의 말을 다 내뱉지 못하고 여래는 결국 소리내어 울며 하율이에게 다가서 어깨에 얼굴을 묻으려 했다.
#여래야 그거 질투야(속닥속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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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하율주 ◆Ghm.8b0oF. (wRxLzRX.jk) 2020. 8. 4. 오후 7:38:13" 난 한번도 그 아이의 편을 든 적이 없는걸. "
옥상에 도착해서 여래를 부르자 눈가를 부비며 자신을 향해 돌아서는 여래를 보고는 아무래도 울고 있던 모양이구나 하고 생각하는 하율이었다. 분하면 종종 눈물이 나올 때도 있는 법이니까. 자신에게 태연하게 다가와서는 속사포로 말을 이어가는 여래의 말을 묵묵히 듣기 시작했다. 결국 말을 쏟아내다 어깨에 얼굴을 파묻으며 울기 시작하는 여래를 부드럽게 감싸안아주며 나지막히 말을 꺼낸다.
" 거기서 이름이 뭔지 모를 여자아이를 받아낸 건 널 생각해서 그런거였어. 그 아이가 다쳤으면 넌 분명 선생님들한테 불려가서 징계를 받을테니까. 징계 받으면 너 힘들어지잖아. 그럼 곤란한걸. 그러니까 받아낸 것 뿐이지. 그 아이 편을 해주려고 받아준 게 아니야. "
여래의 등을 부드럽게 토닥여주며 조곤조곤 말을 이어간 하율은 그럼 그렇지 하는 표정으로 옅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저, 서운함에 그랬던 것 뿐이라고. 정말로 나쁜 감정을 갖고 그렇게 소리치고 뛰어나간 것이 아니라 자신이 당한 일이 억울하고 분하고 서운해서 그런거라고. 그렇기에 자신은 언제나처럼 그런 여래를 달래주러 올라온 것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아주 가끔씩 있던 일이니까. 여래의 성격이라면 몇번쯤 다른 사람들과 부딪치지 않을 수 없을테니까. 그것을 조율하고 중재하고 달래주는 것은 자신이 할 일이라고 내심 만족감을 갖고 살아온 하율이었다.
" 난 당연히 네 편이지. 식당에서도 말했지? 너랑 같은 대학에 가고 싶다고. 솔직히 말해서 너랑 떨어져서 지내는 일상이 조금 상상이 안 되는 것도 사실이고. 그저 널 소문의 희생양이 되게 만들고 싶지 않아서 널 진정시키려 했던 것 뿐이야. 화는... 나도 모르게 그 아이한테 내기도 했고.. "
부드럽게 토닥이던 하율은 조심스럽게 어깨에 얼굴을 파묻은 체 울던 여래를 떼어내곤 몸을 조금 숙여 눈을 마주하려 했다. 화 같은 감정이 있는가 싶을 정도로 평온한 얼굴에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보인 하율은 다정히 흐트러진 머리를 정리해주려 하며 나지막히 속삭인다.
" 여래가 단 음식을 좋아하는건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으니까 기분이 풀리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줄 알았어. 그게 싫었다면 미안해. 그렇지만, 절대로 널 놀리려고 하거나 그런게 아니라.. 네가 좋아서 그런거니까 이제 그만 뚝하자. 뚝. 더 울면 눈이 퉁퉁 부어서 아플지도 몰라. "
예쁜 얼굴 상하면 안되잖아? 하율은 다정한 목소리로 덧붙이곤 부드럽게 여래를 바라보았다.
// 질투하는 여래 귀여워... -
41 여래주 ◆G.T7A94/jc (sJUEO4lm5w) 2020. 8. 4. 오후 7:57:04일이 생겨서 오늘 밤이나 내일 답레 이어올게, 라고 하기엔 벌써 밤이나 다름없나? 아무튼 ㅠㅜㅜ 혹시 기다릴까봐 레스 남기구 가 하율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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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하율주 ◆Ghm.8b0oF. (ahhfcuwIKw) 2020. 8. 4. 오후 7:59:28알았어~ 나중에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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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하율주 ◆Ghm.8b0oF. (7HIGL7Grr.) 2020. 8. 5. 오전 8:47:15갱신해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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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여래-하율 (dO7.z2EwpQ) 2020. 8. 5. 오후 2:13:18아까 자신의 어깨에 걸쳐져 있었던 하율의 겉옷에 얼굴을 묻으며 그녀는 죄책감을 얻었다. 자신이 건넨 겉옷을 받으며 그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아무리 단단한 하율이라도 그때만큼은 마음이 아팠을거 같아서, 그런 일이 있었는데도 자신을 감싸주는 그의 행동에 울컥울컥 눈물이 쏟아져 나왔다.
" 어쨌든 싫었단 말이야."
투정을 부리면서도 그녀는 손을 내밀어 그의 겉옷을 꼭 잡고, 고개를 절래절래 저으며 하율의 옷을 구겼다.
" 화냈어?!"
그의 말을 묵묵히 듣던 그녀는 언제 울었냐는 듯 맑아진 눈동자로, 물론 여전히 눈가엔 물기가 번져 있었지만 그럼에도 생기 있는 표정을 되찾으며 고개를 들었다. 그가 혜진에게 화를 냈다는 게 뭐 이리 기쁜지 자신도 알 수 없었다. 고개를 들자마자 겉옷의 촉감과 바로 앞에 있는 하율의 얼굴, 또 천천히 미소를 지으며 머리칼을 만져주는 그의 손길에 그녀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 올랐다. 그녀는 화들짝 놀란듯이 겉옷에서 손을 때다가 뭔가를 눈치챈 듯이 하율에게서 두어 걸음 뒤로 물러섰다.
" 그게 싫은 게 아니라, 나 때문에 너한테까지 피해를 준 게 싫었던 거야. 그 자리에서 나한테 화도 안내고 감싸준 너는 더더욱 미웠고. 나한테 화 좀 내. 바보야."
말은 그렇게 하면서 그녀의 시선은 천천히 그의 얼굴을 지나 그의 손에 들렸던 초코우유와 빵을 또 지나, 그의 손목에 박혔다. 그녀는 그를 물리적으로도 다치게 했고 그는 그것마저 없던 일인양 숨기려 했기에. 그 와중에도 자신의 예쁜 얼굴이 상하면 안된다는 건 당연한 말이란 듯이 염치없게 고개를 끄덕이며 죄책감을 느낀다.
" 미안해 죽겠단 말야."
그녀는 손을 조심스레 뻗어 빵과 우유를 가져옴과 동시에 하율의 다친쪽 팔을 잡아 제 쪽으로 끌어오려 했다.
" 보건실 가야겠다."
#답레가 좀 늦었지 미안해 ㅠㅜㅠ 갱신해줘서 고마워!
그나저나 하율이 손목 어쩌지.. 엉엉. 여래야 하율이한테 잘해라..! -
45 하율주 ◆Ghm.8b0oF. (7HIGL7Grr.) 2020. 8. 5. 오후 2:13:33비가 오락가락 하네.. 안 왔으면 좋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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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하율주 ◆Ghm.8b0oF. (7HIGL7Grr.) 2020. 8. 5. 오후 2:14:44타이밍 신기하다! 어서와, 여래주! 답레는 그다지 안 늦었는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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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하율주 ◆Ghm.8b0oF. (7HIGL7Grr.) 2020. 8. 5. 오후 2:25:32" 그래, 분명 기분이 나빴을거야. 이해해. "
울컥울컥 눈물을 흘리며 투정을 부리는 여래의 말을 들은 하율은 다 이해한다는 듯 차분한 목소리로 답할 뿐이었다. 전혀 야래탓을 하지 않는다는 듯, 아무일도 없었던 것처럼 너무나도 차분한 목소리는 그저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는 여래를 달래주려는 듯 다독이는 것만 같았다. 옷이 구겨졌지만 그정도는 집에 가서 다림질 한번 하고나면 해결될 일이었으니 그다지 신경도 쓰이지 않는 듯 했다.
" 화냈지. 나도 너랑 밥 먹는 시간을 방해하고 너한테 물을 끼얹은 애한테 기분이 나쁜 건 마찬가지니까. "
화를 냈다는 한마디에 한순간 기분이 좋아진 듯한 혜진을 보며 살며시 입꼬리를 올려 웃어보인 하율은 고개를 가볍게 끄덕이먀 속삭인다. 그래, 너는 그런 눈이, 반짝이는 눈이 잘 어울려. 우는 것보다는 해맑게 웃는 것이 제일 잘 어울려. 속으로 여래를 향해 중얼거린 하율은 다정하게 여래의 머리를 정리해준다.
" 응? 좋아하는 사람한테 화낼 정도로 정 없는 사람은 아닌데. "
자신에게도 화를 내라는 여래의 말에 두눈을 마주하던 하율은 눈을 깜빡이다 부드러운 눈웃음을 지어보이며 태연하게 답한다. 단 1초도 고민하지 않고 답을 한 하율은 그저 어깨를 으쓱잉 뿐이었다. 뭐 하나도 여래에게 화를 낼 일은 없었다고.
" .. 아프니까 손 잡아줘, 너 빵이랑 우유 다 먹고 내려갈 때까지 말이야. 양호실은 수업시간에 슬쩍 말하고 다녀올게. 손 잡아주는건 어렵지 않지? "
자신의 다친 팔을 잡고 끌어오려는 여래를 보며 잠시 뜸을 들인 하율은 천천히 입술을 열어 말하곤 환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아마도 오늘 여래에게서 보여준 미소 중에서는 제일 환한 미소일지도 모르는 것을.
" 그러면 안 아플 것 같기도 하고. " -
48 여래-하율 (dO7.z2EwpQ) 2020. 8. 5. 오후 2:59:59하율에게 말하지는 않았지만 그녀는 혜진을 눈꼽만큼도 용서할 수 없었다. 사실 하율이 오기 전만 해도, '뭐 나도 나름 잘못했나? 밀쳐서 혜진이 다칠뻔 했으니까. 물론 내 힘으로 밀리지 않을 걸 알고 살살 밀친 거였는데 그정도로 넘어진 건 아무리봐도 김혜진 걔가 날 욕먹이려고 한 거겠지." 등의 생각을 하면서도 혜진을 용서할 생각이었는데, 하율이 다친 걸 보자 그 생각이 싹 사라졌다. 그런 생각을 숨기면서 그녀는 그의 말에 환하게 웃었다. 물론 그녀는 속으로 생각하는 게 다 드러나는 타입이라 웃음은 미묘하기 짝이 없었다.
" 훅 들어온다?"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말을, 친구 사이의 농담. 따듯한 온정이 담긴 그런 농담이라고 생각해 그녀는 팔꿈치로 그를 살짝 치는 시늉을 하며 마저 웃었다. 그녀는 절대 하율이 자신에게 친구, 그냥 친구가 아니라 좀 깊은 사이의 친구지만 연인간의 사랑 그 엇비슷한 감정은 절대 품지 못할 거라고 단정하고 있었다.
" 오 반하율~"
수업시간에 슬쩍 말하고 다녀온다는 그 말에 그녀는 놀리는 투를 하며 빵봉지를 뜯다가 잠시 고개를 갸웃했다. 근데 손 잡아주라는 말은 왜? 이어 치고 들어온 그의 말에 그녀는 빵봉지에 얼굴을 넣을 듯한 자세로 꼼지락거리며 빵봉지를 뜯어야만 햇다. 아니 그러니까 왜 아직도 날 놀리는 건데! 지금은 주변에 사람도 없잖아. 벌인가. 아니면 아직 우리는 사귀는 역할극 중인거야? 혼란스러운 머리로 그녀는 초코빵을 반 갈라 하율의 입에 드밀며 말했다.
" 어렵지만 지은 죄가 있으니 넘어가 줄게."
그러고선 나머지 초코빵을 놀랍게도 꼭꼭 접어 한 입에 넣고, 우물거리며 그의 손을, 정확히는 손가락을 조심히 붙잡았다.
#여래야.. 아무리 배가 고팠어도,,, 앗 정말 타이밍 신기하다. 여긴 비가 좀 그친거 같은데 구름이 가득해서 나도 걱정이야. 언제쯤 장마가 끝나는 걸까 ㅠㅜㅠㅜㅠ 하율주도 안녕! -
49 하율 - 여래 ◆Ghm.8b0oF. (oN242uCWPA) 2020. 8. 5. 오후 3:21:35여래의 미묘한 미소를 보며 아직 기분이 풀리지 않았다는 사실 정도는 알아챈 하율이었지만 굳이 무어라 말은 하지 않았다. 분명 자신이 설득을 하려고 한다고 해도 여래가 완전히 마음을 풀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는게 크긴 했지만. 일단 폭주기관차처럼 움직이지는 않을테니 그정도로 만족하기로 한 듯 했다.
" 글쎄, 지금 봐선 훅 들어간 것도 아닌 것 같은데. "
팔꿈치로 툭툭 치며 말하는 여래의 모습에 머리를 쓸어넘긴 하율이 어깨를 으쓱이며 중얼거린다. 분명 받아들인 의미가 말한 의미와 다르다는게 표정에서 보였으니까. 뭐, 어쩔 수 없으려나 하는 표정을 짓는 것은 그래도 이미 자신의 마음이 여래에게 가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 고마워, 넘어가줘서. 빵은 어때? 입에 맞아? "
여래가 들이민 초코빵을 빈손에 든 체로 자신의 손가락을 조심히 붙잡은 것을 확인한 하율은 다정한 목소리로 답하며 은근슬쩍 손을 고쳐잡는다. 아까처럼 깍지를 낀 건 아니었지만 자그마한 여래의 손이 하율의 손에 따스하게 맞닿기 시작했다.
" 그래서 앞으로 사귀는 걸로 하는건 이어가기로 한거다? 아무래도 일이 이렇게 되버렸으니까. 식당에서 내가 말한 것도 있고. "
// 귀여워.... 이번주는 아무래도 내내 오는 것 같더라.. 여래주도 좋은 수요일! -
50 여래주 ◆G.T7A94/jc (QJBQb5FH1.) 2020. 8. 5. 오후 3:46:35>>49 아니 답레 읽는데 ㅋㅋㅋ 폭주기관차.. 설득을 해도 말 안 듣는데 ㅋ큐쿠ㅜㅜ 하율이 여래 너무 잘 알아.. 빵 터졌다
지금 밖이라 답레는 시간이 좀 걸릴것 같아!! -
51 하율주 ◆Ghm.8b0oF. (oN242uCWPA) 2020. 8. 5. 오후 3:47:41>>50 그치만 여래 성격은 ㅋㅋㅋㅋㅋ 귀엽지! 답레는 여유롭게 줘도 괜찮아! 여래주 힘내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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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여래-하율 (dO7.z2EwpQ) 2020. 8. 5. 오후 8:51:51"훅?"
여래는 권투 기술인 훅을 흉내내며 까불다가 하율을 보고 관두기로 했다. 덤벼봤자 힘으로는 못 이길 상대임을 느낀 모양이다.
" 음. 음! 음..."
그녀는 입에 가득한-그녀가 아까 구깃구깃 접어서 무리하듯 한 입에 넣어버렸기 때문에-빵을 녹이고 씹기 위해 애를 쓰며 하율의 질문에 그저 목막히는 소리만 낼 뿐이었다. 그러다간 초코우유가 생각났는지 야무지게 뜯어 입술을 축이고, 그제서야 자유로워진 혀로 발음을 할 수 있게 되었다.
" 초코 빵이잖아. 당연히 맛있지. 밥도 굶은 상태고. 아무리 내가 초코를 좋아한다지만 밥 대신 초코빵을 원한 건 아니었는데.."
그녀는 아까 남긴 밥이 아른거렸는지 한숨을 푹 내쉬다가 슬며시 자신의 손을 고쳐잡는 그를 올려다 보았다.
" 어쩔 수 없지 뭐. 이제와서 우리 깨졌어요. 하면 내가 장담하건데, 하율이가 여래 성격을 감당하지 못해서 깨졌대! 역시 민여래 성격 더러운 건 알아준다니까? 와 같은 소문이 퍼질거고. 난 사람들이 이제 나 좀 그만 미워했으면 좋겠단 말이야. 평범한 학교 생활을 원한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안 좋은 소문으로 유명해지고 싶은 건 아니었는데."
그때 점심시간을 마치는 예비종이 치자, 그녀는 울상을 지으며 내려갈 준비를 했다.
" 지금쯤 담임 선생님 귀에 들어갔겠지? 벌 받는 것도 이제 지겹다."
#이걸로 막레할까? 하나 더 이어도 되구! -
53 하율주 ◆Ghm.8b0oF. (MqGME0t7II) 2020. 8. 5. 오후 9:03:30" 그러게, 누가 밥 먹다가 뛰쳐나갈 줄 알았겠어. "
밥이 아른거리는 듯 중얼거리는 여래의 말에 피식 웃은 하율은 놀리듯 장난섞인 농담으로 대꾸한다. 사실 달려나가지만 않았으면 상황이 정리되고 밥을 먹을 수 있었을테니까. 이미 엎질러진 물을 후회해봐야 아무런 소용이 없는 일이긴 했지만.
" 난 너 안 미워해. 다른 사람이 널 미워해도 나만큼은 안 미워할거야. 뭐, 좋든 싫든 애들 앞에서 큰 일을 만든 건 사실이라 어쩔 수 없겠지만.. "
반쯤은 자업자득이라는 듯 말하면서도 종이 울리자 여래와 함꼐 내려갈 준비를 한다.
" 힘내, 뭐 잔소리 조금 듣고 끝날 것 같으니까. "
울상을 짓는 여래를 보며 다독이듯 부드럽게 말하는 하율이었다.
# 이걸로 막레! 수고했어! -
54 여래주 ◆G.T7A94/jc (dO7.z2EwpQ) 2020. 8. 5. 오후 9:06:24하율주도 수고 많았어! 아니 하율이 은근 단호한데 다정해 ㅋㅋㅋㅋ 매력있어.. 여래한테 잘 맞는 성격이다. 다음 상황을 논의해볼까? 곧 시험이라는 정보도 있으니까.. (아마 중간 시험이겠지) 쉬어가는 내용으로 둘이 시험공부하는 내용을 넣어볼까? 하율주는 아이디어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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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하율주 ◆Ghm.8b0oF. (MqGME0t7II) 2020. 8. 5. 오후 9:09:01그것도 좋을 것 같다. 여래가 하율이를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조금 망상을 풀어보자면 하율이가 자기 집에서 공부하자고 평소처럼 불러서는, 예전과는 다르게 거리도 좁히고 스킨십(?) 같은 것도 늘어나니까 여래는 그걸 막 의식해서 당황하면서 허둥지둥 하는 모습도 떠오르고 그런데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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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여래-하율 (dO7.z2EwpQ) 2020. 8. 5. 오후 9:18:28하율이.. 대단한걸..!? 여래주는 하율이를 응원한다! 음 여래는 일단 하율이=친구! 남사친! 으로 꽝꽝 박아두고 물론 하율이가 하는 행동에 설레기는 하겠지만 아직은 좋아한다!의 감정까진 안 간 상태야. 좋아한다!라는 감정이 생겨도 깨닫는데 오래걸릴 거 같기도 하구. 뭐 꼬일 수록 여래주는 기쁘기 때문에.. 잔뜩 고통받아라 민여래! 아무튼 하율이 집으로 부르는 거 괜찮다. 여래네 어머니께서 이번 평균 5점 올리면 인간용 탭을 사주마! 라든가의 동기부여->하율에게 공부 알려달라고 부탁함. 이런 전개를 좀 넣어도 재밌을 것 같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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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하율주 ◆Ghm.8b0oF. (dv/szBcc5Q) 2020. 8. 5. 오후 9:20:21그런 부가적인 것도 좋을 것 같다. 이렇게 되면 여래주랑 하율주, 하율이가 힘을 합쳐서 여래를 고통받게 만드는 것 같네. 재밌겠다. 그러면 이렇게 해보는 걸로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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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하율주 ◆Ghm.8b0oF. (InWIv416YQ) 2020. 8. 5. 오후 10:24:12음 그러면 선레는 어떻게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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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여래주 ◆G.T7A94/jc (dO7.z2EwpQ) 2020. 8. 5. 오후 11:33:12>>58 아무래도 여래가 공부 알려달라고 먼저 연락해야 하니까 내가 써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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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하율주 ◆Ghm.8b0oF. (dnymOh8ZNQ) 2020. 8. 5. 오후 11:48:19>>59 앗! 알았어! 기다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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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여래-하율 (dO7.z2EwpQ) 2020. 8. 5. 오후 11:49:24꽃향기가 풍겨오는 것 같은, 벚꽃 몽우리가 생기는 그런날이었다. 그래. 중간고사의 계절이었다.
" 하아.."
방금 전 어머니와 평균 5점 상승=태블릿, 이라는 교환 약속을 마친 여래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다른 건 몰라도 수학만큼은 도통 자신이 없어서 나머지 과목으로 커버하자고 계획을 세워도 봤지만 다시 생각해봐도, "그래도 평균 점수는 나와야 커버를 치지." 60점. 그것이 그녀가 전 시험에서 받은 점수였고 반 평균은 65점이었다. 딱 5점만 올려서 수학은 평균을 맞추고 싶은데 5점이면 거의 두 문제를 더 맞춰야하는 점수였다. 끙끙거리며 종이에 샤프로 끄적끄적 공식을 써내려가든 그녀는, 조금 쓰다 말고 머리를 싸매기를 반복하다가 앞에 놓인 폰을 바라봤다.
" 그래, 집에서 혼자 공부하면 자꾸 놀게 되니까.."
수학하면 생각나는 것이 반하율이었다. 그녀는 연락처 맨 위로 올라온 즐겨찾기란의 하율을 찾아내 문자를 보냈다.
-나 수학 좀 도와줄래? (10:00)- 늦지도 빠르지도 않은 오전 시각은 공부를 시작하기 좋은 타이밍이었다. 게다가 바로 옆집이니 혹여나 공부를 하다가 늦는다고 해도 엄마가 걱정할 일이 없었고, 행여 더 늦어도 하율이랑 공부한다고 하면 괜찮았다. 생각해보면 여래보다는 하율을 신뢰하는 것 같은 어머니를 떠올리며 그녀는 고개를 절래절래 저었다. 그리곤 문자가 올 동안 폰으로 갤x시 태블릿, 아x패드 등을 검색하고 미소를 지었다. 노트북도 좋지만 아무래도 패드가 갖고 싶었다. 예쁘니까. 색상은 무조건 핑크로 사겠다고 다짐하며 그녀는 거울을 들어 머리를 빗어 내렸다. -
62 하율주 ◆Ghm.8b0oF. (sWoEXaMNDc) 2020. 8. 6. 오전 12:02:19중간고사가 코 앞으로 다가온 시기였지만 딱히 죽어라 공부를 하지 않는 듯, 하율은 팔굽혀펴기를 하며 가볍게 운동을 하고 있었다. 하루에 정해둔 운동량은 채우기로 한 것은 너무 나태해지기는 싫었던 하율이 자신과 타협한 결과였다. 뺨을 타고 흐르는 땀이 바닥에 깔아둔 운동용 매트 위로 떨어졌지만 전혀 신경쓰지 않은 체 수백번 째 팔굽혀펴기를 하고 있던 하율은 들려오는 진동소리에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누구지, 하고 생각해봐도 남자아이들이 이 시간에 문자를 보낼 것 같진 않았다. 그러면 아마도 한사람 밖에 없을거라고 생각한 듯 입가에 천천히 미소를 지은 체로 땀에 젖은 머리를 쓸어넘긴 하율이 휴대폰을 집어들었다. 예상한대로 수학을 도와달라는 문자가 날아와있자 매트 위에 무릎을 꿇고 앉아있던 하율이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운동을 하던 중이었기에 조금 거칠던 숨을 고르며 천천히 손가락을 움직여 답장을 입력한다.
- 얼마든지, 30분만 있다가 와. 우리집 비밀번호 알지? (10:03)
하율은 샤워를 하고 나서는 공부를 봐줄 생각으로 여유롭게 시간을 불러두고는 갈아입을 티셔츠와 긴 트레이닝 바지를 챙겨서 샤워를 하러 화장실로 들어간다. 하율의 부모님은 맞벌이를 하시기에 집을 비운 상태였고, 그는 홀로 있었지만 여래가 오는 것도 익숙했기에 크게 신경을 쓰거나 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그저, 조금 더 평소보다는 신경을 써볼까 하는 생각을 하긴 했지만.
그가 들어간 화장실에서 물소리와 평소에 그가 즐겨듣던 노랫소리가 천천히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
63 여래-하율 (gqL5vicNQc) 2020. 8. 6. 오전 1:04:07몇분 지나지도 않아 답장이 오자 그녀는 예쁘게 빗어둔 머리 위에 리본을 꽂았다. 잘보이려는 생각일까. 무의식적으로 꽂은 리본핀이긴 하지만 그 안에 어떤 의미가 있을지도 몰랐다. 책상 위에 널부러진 필기구를 쓸어 필통에 넣다가, 폰에서 자주 듣는 신나는 노래 한 곡을 틀었다. (유튜브 참고)
신나는 박자에 맞춰 손가락에 그루브를 담아 고데기를 하고 머리를 하나로 모아 묶었다. 일명 '똥머리' 잘 모아진 머리를 정돈하고 화장을 하려던 그녀는 잠시 고민하다 입술 위에 루즈를 바르는 것으로 끝냈다. 기초화장이야 일어나서 다 해뒀고, 공부가 주목적인데다가 사실 화장하는 걸 꽤 귀찮아하는 터라 쉬는 날엔 단계를 생략하곤 했다. 여전히 나오고 있는 박자에 맞춰 알듯말듯한 춤을 추며 신나게 짐을 마저 싸고 냉장고에 있는 망고쥬스 두 개를 챙긴 그녀는 뿌듯하게 웃으며 밖으로 나갔다.
" 진짜 일 분 거리네."
30분은 다 안 지났고, 25분이라는 애매한 시간이 지난 걸 본 그녀는 고민없이 문을 두드렸다. 5분 정도는 괜찮잖아?
#여래주의 고백 1. 노래는 실제 답레를 쓸 때 듣고 있던 것이다.
2. 사실 하율의 젖은 머리가 보고 싶어서 여래를 5분 더 일찍 보냈다.
3. 여래는 일어나자마자 어머니의 닦달에 일찍 씻은 것이지 절대 안 씻은 게 아니다! 안 더럽다!! -
64 하율주 ◆Ghm.8b0oF. (Y9Sh1Yf03g) 2020. 8. 6. 오전 1:16:17낮에 샤워를 할 때는 겨울을 제외하곤 차가운 물로 샤워하는 것을 즐겨하던 하율은 오늘도 변함없이 차가운 물이 쏟아지는 샤워기 아래에 서서 쏟아지는 물을 맞는다. 물을 맞자, 정신이 확 깨어나는 듯한 기분이 들기 시작했고, 평소에는 그대로 한참을 물을 맞으며 서있었겠지만 여래가 오기로 한 것 때문인지 빠르게 샤워를 하기 시작한 하율이었다.
플레이리스트의 노래가 몇곡인가 끝났을 무렵, 샤워를 마무리한 하율은 거울 앞에 서서 시원한 향이 나는 바디로션을 바른다. 기분이 상쾌해지는 향이 몸에서 느껴지자 나름대로 만족한 듯, 젖은 머리를 수건으로 덮은체로 옷을 대강 걸치고 걸어나온다. 바로 머리를 말릴 생각이었는지 드라이기를 들던 하율은 현관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아차 하는 표정이 스쳐지나간다. 어쩌지, 하고 고민하던 하율은 결국 머리를 말리는 것보다도 여래를 들어오게 하기로 마음먹고는 현관을 향해 걸음을 옮긴다.
" 어서와. 일찍 왔네? "
몸에 딱 맞는 핏을 한 검정색 티를 걸치고 나온 하율은 젖은 머리를 쓸어넘기며 문을 열곤 여래를 맞이한다. 문 앞의 여래를 발견하자 학교에서의 미소보다 좀 더 밝은 미소를 띈 체 부드럽게 여래를 바라본다.
" 리본 잘 어울린다. 예뻐. 아침부터 좋은걸 봤네. 자, 들어와. "
여래가 리본핀을 하고 왔다는 것을 단번에 알아차린 하율은 부드러운 미소를 띈 체 말하곤 들어오라는 듯 여래에게 다정히 손을 내밀어 보였다. 교복에 가려지지 않은 탄탄하게 근육이 붙은 팔이 부드럽게 여래의 손 쪽으로 향했다. -
65 하율주 ◆Ghm.8b0oF. (Y9Sh1Yf03g) 2020. 8. 6. 오전 1:17:26어떤 노래인지 궁금하다! 갑자기 상의 노출은 곤란할 것 같아서 좀 더 여유롭게 나오도록 해봤어. 그리고 여래는 절대로 안 더럽다~ 귀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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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여래주 ◆G.T7A94/jc (gqL5vicNQc) 2020. 8. 6. 오전 1:26:15>>65 엥 뭐야 링크 올렸는데 무슨 리스폰 어쩌구? 하면서 오류 뜨더니 결국 링크 안 올라갔네??
https://youtu.be/B7BQP7T4iW0 요기! 이거 원래 넣었었어 ㅠㅜㅜ -
67 하율주 ◆Ghm.8b0oF. (NUlZrFQ84c) 2020. 8. 6. 오전 1:28:17>>66 가사가 .. 가사가... 바람직하구나.. ! 플레이리스트에 저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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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 여래주 ◆G.T7A94/jc (gqL5vicNQc) 2020. 8. 6. 오전 1:28:54>>67 다 노린 거지..!(찡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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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 여래-하율 (gqL5vicNQc) 2020. 8. 6. 오전 1:36:56" 뭐야 머리가 왜 이렇게 젖어 있어? 이거 나 유혹하는 건가?"
그녀는 아직 한 번도 연애 경험이 없었다. 그래서일까 그녀는 도발적이었다. 고등학생 2학년 치고는 남자나 여자친구 사이에 연인이나 할 법한 그런 오글거리는 대사, 장난을 잘 쳤는데, 분명 그 말에 장난기가 가득함에도 몇몇은 오해해 고백했다가 눈물을 흘렸더랬다. 이 성격이 좋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과연 누군가와 사귀게 된다면 그때도 이렇게 도발적인 언행을 서슴치 않을지는 모르는 일이다. 그녀는 막 씻은 하율의 근처로 가 발꿈치를 들고 머리칼의 향을 맡으려 했다.
" 난 샴푸향이 그렇게 좋더라. 특히 넌 뭔가 시원한 냄새가 나. 특별히 너 옷 벗고 있을까봐 비밀번호는 안 눌렀다. 배려심 넘치지 않냐?"
베시시 웃으며 하율에게 다가선 그녀는 시원한 향에 조금은 몸이 아찔해지는 것을 느끼며 괜히 리본핀을 만지작거렸다. 얼굴이 뜨거워지자 그녀는 손에 쥐고 있던 시원한 망고쥬스를 볼에 가져다 대며 태연한 척 다른 하나를 내밀었다.
" 공부 잘 부탁드려요, 넣어둬 넣어둬."
수상한 뇌물을 주듯이. -
70 하율주 ◆Ghm.8b0oF. (HRA1eVG/RY) 2020. 8. 6. 오전 1:37:22>>68 역시.. 여래주는 대단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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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하율주 ◆Ghm.8b0oF. (HRA1eVG/RY) 2020. 8. 6. 오전 1:48:10" 유혹하는거면 어쩌려구. 넘어올거야? "
여래의 갑작스런 말을 들은 하율은 그다지 망설이는 기색없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되물을 뿐이었다. 애초에 여래를 대하는 마음이 여래의 마음과는 조금 달라서 그런 것일지, 어떤 이유일지 알 수는 없었지만 하율은 꽤나 자신있게 나온 자신의 대답에 흡족할 따름이었다. 여래가 다가와 머리향을 맡으려 할 때도 왠지 익숙하게 무릎을 굽혀 여래가 맡을 수 있게 돕기까지 하는 하율이었다.
" 향이 마음에 든다니 다행이네. 그나저나, 내가 티셔츠라도 안 입고 있으면 당황하는건 너 일 것 같은데. 아니야? "
베시시 웃다가 갑자기 리본핀을 만지작거리는 여래를 보며 능숙하게 여래가 놀리듯 말한 것을 되돌려주는 하율이었다. 사실 여래에게 상체 정도 보여주는 것은 아무렇지도 않은 하율이었으니까. 나름대로 몸에 자신도 있었고, 다른 사람이면 몰라도 여래라면 괜찮지 않을까 싶은 생각에서였다. 조금은 잘 보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품으면서.
" 고마워, 잘 마실게. 내 방 알지? 먼저 가있어. 난 간식거리라도 챙겨서 갈테니까. "
문을 활짝 열어 여래가 들어올 수 있게 해주곤 왠지 어색하게 망고쥬스를 얼굴에 가져다 댄 여래를 보며 다정하게 말한다. 지난번에 아머니가 사다둔 쿠키라도 가지고 갈 생각인 듯 먼저 안으로 들어선 하율은 걸음을 서둘러 주방으로 향한다.
" 쿠키가 여기 있던가.. "
-
72 여래-하율 (gqL5vicNQc) 2020. 8. 6. 오전 1:59:05" 내가 그렇게 쉽게 넘어갈 사람으로 보여?"
그녀는 은근하게 웃어 보였다. 이런 아슬아슬한 장난을 그녀가 좋아하는 것은, 그래. 그녀는 로맨스 소설을 적당히 볼 필요가 있었다. 심지어 하율은 그 장단을 퍽 잘 맞춰주기도 하고. 그러나 아무리 그녀라도 하율이 무릎을 살짝 굽혀 제 향을 풍겼을 때는 당황했다. 생각보다 좋은.. 좋다기보다 정말로 유혹하는 것처럼 향이 느껴지는 바람에.
" 뭐, 뭐. 당연히 당황은 하겠지. 너도 그렇게 자신 있지는 않잖아?"
자신이 당황한 것이 들킬까봐 더 생색을 내었다. 근데 사실은, 좀 자신있을 거 같긴해. 정도의 생각을 숨기면서.
" 응응! 근데 나 단거 너무 많이 먹이면 안돼. 나중에 당뇨와."
갑자기 이상한 말을 내뱉었지만 하율이라면 대충 알겠지. 저 말은 곧 어머니께서 단걸 하도 찾는 여래를 겁주려고, 물론 어느정도 가망성 있는 얘기기는 했지만 "너 단거 많이 먹으면 당뇨와!? 살쪄!!"와 같은 으름장을 놓았기 때문이란 걸.
방으로 뛰어 들어가 짐을 두고 무릎을 구부려 바닥에 앉은 그녀는 망고쥬스를 반대편 볼에도 가져갔다. 좀 덥나? 이따 오면 선풍기라도 틀어달라고 해야지. 하여간에 우리나라는 중간이 없어. 덥거나 춥거나. 극단적이야. 라고 그녀가 할 말은 아닌 것 같지만 아무튼 그녀는 그렇게 말했다.
#여래 나름 치명적이라 생각했는데.. 하율이가 더한 상대야..! -
73 하율주 ◆Ghm.8b0oF. (3X/McZmhew) 2020. 8. 6. 오전 2:18:15" 그건 아닌데. 한번쯤은 흔들리지 않을까 싶어서. "
은근하게 웃어보이며 답하는 여래에게 고개를 살짝 저어보이더니 키득거리며 능청스럽게 대답하는 하율이었다. 마치 넘어올거라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듯 말하면서도, 어쩌면 넘어올 수 있는 것 아니냐는 듯 모호하게 대답한 하율은 자신이 무릎을 굽혀 향을 맡게 해주자 당황한 여래에게 말없이 웃어보일 뿐이었다.
" 당뇨? 괜한 걱정 같긴 하지만.. 나름 신경 써서 골라갈테니 너무 걱정하지마. 나 믿지? "
여래의 엉뚱한 말에도 그저 여래의 어머니께서 겁을 주셨구나 싶었는지 슬쩍 흘려넘기며 나긋하게 답하는 하율이었다. 그리곤 걱정하지 말라는 듯 말을 덧붙인 하율은 그대로 주방으로 향해선 여래가 평소에 좋아하는 달달한 쿠키들을 그릇에 담아 방으로 향한다.
방으로 들어선 하율은 리모콘으로 에어컨을 약하게 틀어두곤 여래에게로 향한다. 예전에는 반대편에 앉았지만, 오늘은 은은하게 풍기던 하율의 향기가 더욱 잘 느껴질 것 같이 가까운 바로 옆에 앉아선 그릇을 내려놓는다.
" 공부도 힘이 있어야 하는거니까. 중간중간 먹어가면서 하자. 자, 어디부터 해볼까? "
자연스럽게 여래의 옆에 앉은 하율은 그대로 고개를 돌려 다정히 물음을 던진다. 거리가 상당히 가까워진 두사람의 거리는 조용해지면 숨소리도 들려올 것만 같았다. 그렇지만 하율은 전혀 당황한 기색없이 그저 태연하게 고개를 옆으로 한 체로 여래를 바라보며 웃어보일 뿐이었다. -
74 하율주 ◆Ghm.8b0oF. (3X/McZmhew) 2020. 8. 6. 오전 2:18:42# 여래가 다 매력덩어리라서 그렇게 되어가는거라구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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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 여래주 ◆G.T7A94/jc (gqL5vicNQc) 2020. 8. 6. 오전 2:25:42>>74 고마워 ㅋㅋㅋㅋ!
뭔가 눈이 감겨오는게 답레를 쓸 정신상태가 아닌 것 같아서 자야겠다 ㅠ 오늘 즐거웠어 하율주! 나중에 보자!! -
76 하율주 ◆Ghm.8b0oF. (3rGWDZUTv2) 2020. 8. 6. 오전 2:36:42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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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 하율주 ◆Ghm.8b0oF. (XDnRkPVagM) 2020. 8. 6. 오후 1:24:05점심시간에 와봤어. 다시 봐도 여래가 귀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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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 여래주 ◆G.T7A94/jc (gqL5vicNQc) 2020. 8. 6. 오후 4:13:32>>77 하율이.. 선풍기 틀어달라고 고민하는 여래한테 먼저 에어컨도 틀어주고, 진짜 완벽남이다 ㅠㅜㅜㅠ 여래 귀엽다고 해줘서 고마워!
오늘 9시까지 스케쥴이 꽉꽉이라 답레는 밤에 쓸 것 같아.. 혐생,,, -
79 하율주 ◆Ghm.8b0oF. (i/p0fsBoHw) 2020. 8. 6. 오후 4:23:30>>78 다 여래를 생각하는 마음 아니겠어. 다른 아이들한테는.. 비밀이다. 혐생.. 힘들지. 그럼 기다릴게 이따봐!
-
80 여래-하율 (gqL5vicNQc) 2020. 8. 6. 오후 10:50:27하율이 들어오자 선선한 바람이 느껴졌다. 동시에 코를 향해서도 전해지는 시원한 향에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눈을 반쯤 감았다. 좋은 분위기. 그렇지만 감성을 깨며 또 이렇게도 말했다. " 에어컨 켰어? 대박... 너무 시원해. 마침 더웠는데!" 명랑한 목소리로 그렇게 분위기를 깬 그녀는, 그가 평소와는 달리 옆자리에 바짝 앉자 긴장했는지 몸이 굳었다.
" 저... 부모님은 아무도 집에 안 계시는거지?"
그러니까 너랑, 나랑. 단 둘. 물론 전에도 이런 적이 많았지만 그때는 더 어렸고, 이렇게 사귄다느니 하는 얘기를 하며 손을 맞잡거나 지금같은 관계, 분위기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시계초침마저 들릴 듯 조용한 분위기에 그녀는 쿠키를 하나 집어 물도 없이 오독오독 씹다가 마른 입 안에 굴러다니는 쿠키가 건조하게 넘어가는 바람에 사레가 들려 콜록콜록 입을 막고 연신 기침을 해댔다.
" ..이거.. 콜록! 랑.. 이..거.. 콜록!"
책을 넘겨 대충 시험범위 앞 부분의 연습문제 페이지를 가리키며, 그녀는 눈물이 고인채 힘들게 하율의 질문에 답한다. -
81 하율 - 여래 (bYr5Ud.uHQ) 2020. 8. 6. 오후 11:12:31" 안그래도 더울 것 같아서 켜둘까 했는데, 생각보다 빨리 와서 이제 킨거야. 다음엔 좀 더 빨리 켜둘게. "
명랑한 여래의 목소리에 하율은 미안하다는 듯 웃으면서도 조곤조곤 여래를 배려하는 듯 답한다. 다음번엔 좀 더 일찍 서두르자고 생각하면서 하율은 차분하게 여래의 옆에 앉았다. 여래가 긴장한 것은 생각하지 못 한 듯, 아니 알면서도 모르는 척 하는 것일지도 몰랐지만 태연하게 자리를 잡고 앉은 하율은 이어진 물음에 고개를 끄덕인다.
" 응, 요즘 일이 좀 바쁘시다고 일찍부터 나가셨어. 왜? "
여래의 물음에 고개를 살짝 돌려선 여래를 바라본 하율이 다정하게 물음을 던진다. 사실 조금은 그런 물음을 던지는 이유를 알 것 같았지만 그저 모르는 척 해보고 싶은 하율이었다. 부끄러워 하는 여래의 모습이 귀여운 것도 있어서 괜찮다면 두고두고 보고 싶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아무튼 괜히 어색한 듯 쿠키를 집어들고 입으로 가져가는 여래를 턱을 괸 체 바라본다. 그러다 여래가 기침을 해대자 이미 그럴 줄 알았다는 것처럼 쟁반에 들고 온 우유가 담긴 컵을 여래의 앞에 놓아준다.
" 알았어, 크게 어려운 부분은 아니네. "
질문하는 연습문제를 살펴보는 듯 하던 하율은 덤덤하게 말하곤 천천히 손을 뻗어 여래의 눈에 고인 눈물을 닦아주려했다. 거기에 ' 천천히 먹어, 안 뺏어먹을테니까. 더 있으니까 걱정하지 말고. ' 라는 차분한 다독임까지 얹어준 하율은 여래를 향해 눈을 곱게 접어 웃어보일 뿐이었다. -
82 하율주 ◆Ghm.8b0oF. (k0F8b5bI6M) 2020. 8. 7. 오후 5:32:30갱신! 여래주는 좋은 하루 보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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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 여래주 ◆G.T7A94/jc (Q2HjJnwMj2) 2020. 8. 7. 오후 6:44:25>>82 갱신 고마워! 여래주는 오늘도 이것저것 하면서 바쁜 하루를 보내는 중이야..ㅠ 하율주는 오늘 하루 어땠어?
답레는 오늘도 밤에 가져올게! -
84 하율주 ◆Ghm.8b0oF. (k0F8b5bI6M) 2020. 8. 7. 오후 6:49:11>>83 고생하고 있구나. 나도 후덥지근 한데 돌아다녀야 해서 힘들었어. 그나마 금요일이라 다행이네. 답레는 기다리고 있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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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 하율주 ◆Ghm.8b0oF. (fQ9lmxcLJo) 2020. 8. 7. 오후 10:37:27올려둘게! 벌써 주말이 코 앞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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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 여래-하율 (ztTyAKL.bs) 2020. 8. 7. 오후 10:46:13#>>85 주말..(평일에 찌든 좀비 여래주가 등장한다)
" 아냐 너무 에어컨 바람 너무 많이 쐬면 냉방병 걸려"
아까는 당뇨병 얘기를 하더니 이제 냉방병도 꺼내는 그녀는 이후로도 줄줄이 병을 언급할 것 같아 보였다. 병약소녀. 그런 느낌. 체력이나 생긴 걸로 봐서는 연약해보이기 짝이 없는데 성격은 정반대인 게 포인트다.
" 아니... 그냥, 뭐. 응."
하율의 물음에 어정쩡하게 답하며 얼굴을 붉히던 그녀는 우유를 두어 모금 삼키고 살 것 같다는 표정으로 하율을 바라보았다. 역시 준비성이 끝내준다니까. 정도의 말을 하는 대신 엄지 손가락을 치켜 올리며.
" ..그래도 난이도가 있는 문제야. 그렇다고 해줘."
그녀는 자신이 수학을 못한다는 사실이 자존심 상했는지 그에게 괜히 투정을 부렸다. 눈에 고인 눈물을 당연하다는 듯이 쓱 닦아주고 천천히 먹으라 말하는 하율을 멍하니 쳐다보던 그녀는, 혜진이가 하율을 좋아하는 심정이 조금은 이해되었다. 자신도 모르게 입꼬리를 올리려던 그녀는 주변시야로 보이는 연습문제에 금방 미간을 찌푸리고 샤프를 들었다. 거지같은 수학. 정도의 욕설을 그 몰래 속으로 내뱉으며. -
87 하율주 ◆Ghm.8b0oF. (fQ9lmxcLJo) 2020. 8. 7. 오후 10:58:34" 뭐, 너가 그렇게 말한다면야 그렇게 하겠지만.. "
왠지 오늘따라 병 이야기를 많이 꺼내는 여래를 보며 그저 재밌다는 듯 웃어보인 하율은 여래의 말에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여보인다. 그래도 다음번에 여래가 찾아올 때에는 분명 에어컨을 미리 켜둘 하율이었지만. 그러다 집에 부모님이 안 계신다는 말에 얼굴을 붉히는 여래를 빤히 바라보다, 우유를 마시곤 살 것 같다는 듯 자신을 바라보며 엄지를 들어보이는 여래의 모습에 참았던 웃음을 작게 터트린다. ' 목마르면 언제든 말해 ' 다정하게 이야기를 덧붙이는 하율이었다.
" 확실히 자주 헷갈릴법한 문제네. 잘 물어봤어. 자 여기는.. "
괜히 투정을 부리는 여래의 말에도 그저 하율은 사람 좋은 미소를 띈 체 고개를 끄덕이곤 문제를 살피더니 잘 물어봤다는 듯 여래를 가볍게 칭찬해준다. 무언가를 가르쳐주는데 있어서 칭찬이 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오랫동안 여래를 봐오면서 깨달은 하율이었기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잠시 샤프를 들고 무언가를 끄적여보던 하율이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여래와 몸을 조금 더 가까이 한다. 어느새 어깨끼리 맞닿는 거리가 되어버린 두사람이었지만 하율은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 것처럼 문제 위로 손을 옮겼다.
시계소리만 째깍째깍 울리는 방 안에서 조용히 문제를 풀어주는 하율의 목소리만 조곤조곤 울려퍼졌다. 하나 하나 알려주는 하율의 목소리는 다정하기 그지 없었고, 문제풀이를 적어줄 때마다 이따금 맞닿는 손에서는 서로의 온기가 서로에게 조금씩 퍼져나갔다. 그럼에도 하율은 전혀 그것을 의식하지 않는 것처럼 설명을 이어갔고, 설명이 끝났을 때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여래를 바라보았다.
" 자, 이해 됐어? 아니면 다시 한 번 설명해줄까? 괜찮으니까 편하게 말해도 괜찮아. "
다정하게 눈을 맞추려 하며 하율이 부드러운 미소를 머금은 체 여래를 바라보고 있었다.
# 여래주 어서와!! 여래 귀여워 ㅠㅠ -
88 여래-하율 (ztTyAKL.bs) 2020. 8. 7. 오후 11:25:02" 그치?"
얼마나 단순한 건지 헷갈릴 법한 문제라는 말에 자신의 수학실력이 못나지 않다는 반증이라도 찾았다는 기쁜 표정을 지으며 여래는 하율의 설명을 열심히 들었다. 사실, 아니지만. 그녀는 하율이 설명해주는 내내 고개를 끄덕이고 집중하려고 노력했지만 닿아있는 어깨에 정신을 팔았다가, 귀 바로 옆에서 들리는 것만 같은 그의 목소리에, 점점 혼미해져 가고 있었다. 그러다 마침내 그가 눈을 맞추자 그녀는 더이상 감당하기 어려웠나보다.
" 그.. 음, 내가 다시 풀어 볼게. 너도 너 공부 하고 있어봐!"
너도 시험공부 해야되잖아. 웅얼거리며 변명을 내뱉은 그녀는 살짝 닿았던 손을 데인듯 떼어내고 몸을 조금 멀리했다. 그러곤 노트와 펜을 집더니 노트에 얼굴을 넣을 기세로 바짝 고개를 들이밀고 펜을 끄적였다. 빨개진 얼굴로 수학문제를 어찌되었든 간에 풀어 나가는 것 같긴 하던 그녀는 갑자기 허공에 고개를 절래절래 저어댄다.
" 이상해."
툭 튀어나온 그 말에 그녀는 화들짝 놀라 하율의 눈치를 봤다. 문제가 이상하다는 얘기라면 이렇게 놀라지 않았을 것이다. 그냥 오늘 그의 행동이 모두 이상했다. 혼잣말이 밖으로 튀어나온 게 당황스러워서 그녀는 하율이 뭐라고 말하기 전에 입을 열었다.
" 아냐! 못 들은 걸로 해줘."
#하율주 안녕! 불금이네! -
89 하율주 ◆Ghm.8b0oF. (k0F8b5bI6M) 2020. 8. 7. 오후 11:36:11" .. 그래? 알았어, 모르겠으면 언제든 물어보구. "
웅얼거리며 말하는 여래를 의아한 듯 바라보던 하율은 이내 알았다는 듯 눈웃음을 지은체 고개를 끄덕인다. 왠지 얼굴이 빨개진 느낌이 들어 슬쩍 여래를 살펴보던 하율은 이내 모르는 듯 샤프를 들고 자신의 책으로 시선을 돌린다. 이따금 여래를 살펴볼 때, 노트에 얼굴을 들이밀고 공부를 하는 여래를 보며 불편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던 그였지만, 굳이 말을 걸지는 않고 이따금 여래를 살필 뿐이었다.
" 뭐가..? "
갑자기 허공에 고개를 젓던 여래가 이상하다고 말하자 문제를 풀고 있던 하율이 천천히 고개를 들곤 의아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해보인다. 못 들은 걸로 해달라는 말에도 의아함에 가득찬 눈이 여래를 바라보며 깜빡였고, 이내 천천히 하율의 입이 열렸다. 옅어진 미소를 여래에게 향한 하율은 다정하게 속삭였다.
" 뭐, 불편한거라도 있어? 내가 기분 나쁘게 한 게 있는걸까? 그런게 있다면 말해줘. 사과할게. "
혹시라도 자신이 잘못한 게 있냐는 듯 조심스럽게 물음을 던진 하율의 미소는 점점 옅어져갔다. 짚이는 구석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왠지 지금은 이런 반응을 보여야 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미안함을 담은 말을 던진 하율은 여래의 답을 기다리는 듯 여래의 눈동자와 눈을 마주한 체 편하게 말해도 괜찮다는 듯 얌전히 기다렸다.
# 그러게, 불금이야! 여래랑 하율이도 나름 불타는 것 같은걸! 맞다, 여래한테 하율이가 이렇게 슬쩍 슬쩍 대시(?) 해도 괜찮을까? 혹시 신경쓰이거나 그러면 언제든 말해줘! -
90 하율주 ◆Ghm.8b0oF. (t3pX/llTSU) 2020. 8. 8. 오전 12:55:24여래주는 자러간걸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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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 하율주 ◆Ghm.8b0oF. (iTc70ZZ64o) 2020. 8. 8. 오전 11:31:37갱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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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 하율주 ◆Ghm.8b0oF. (97DsMUIiJ2) 2020. 8. 8. 오후 4:18:03올려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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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 여래주 ◆G.T7A94/jc (9Gz83t82gg) 2020. 8. 8. 오후 7:43:34>>92 갱신 고마워! 들어가자마자 답레 들고 올게. 비오니까 우산 들고 다니기 너무 거추장스럽다 ㅠㅜㅜㅜ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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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 하율주 ◆Ghm.8b0oF. (vl33uwD30M) 2020. 8. 8. 오후 7:46:42>>93 고생했어! 비 오면 힘들지.. 나도 방금 비와서 후다닥 들어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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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 여래-하율 (u3eIa8ikRs) 2020. 8. 8. 오후 8:20:44#>>94진짜 습해서 죽겠어.. 오늘 지하도에서 신발 사다가 아주머니로부터 비 때문에 신발 1000켤레가 잠겨 다 버렸다는 얘기도 들었어. 진짜 비 많이 와서 다들 고생이 이만저만 아니네 ㅠㅠㅜㅠ
아무튼 에어컨을 키고 답레 쓰기 시작한다! 행복해!
그러고보니 >>89답을 못하고 기절잠 했었네 미안해.. 요즘 체력이 진짜 바닥나서..ㅋㅋ큐ㅜㅜ 하율이가 대시(?) 하는 건 내 입장에서 고맙기만 하지 ㅋㅋㅋㅋ 난 이렇게 아슬아슬 썸? 비슷한 분위기를 좋아해서 고백이 너무 빠르지 않았으면 좋겠단 생각 정도만 있어. 막 둘이 싸우고 꼬이고 여러 사건을 겪는 걸 더 지켜보고 싶거든!
" 아냐 아냐!"
자신의 혼잣말을 듣고 곧바로 심각해져가는 그의 얼굴을 보자 그녀는 안절부절했다. 심지어 사과할게. 라는 말이 나올 때는 가슴이 철렁, 하고 내려앉는 기분에 그녀는 노트에서 강제로 시선을 떼고 미소가 사라지는 그를 응시할 수밖에 없었다. 미안할 짓이라고 하나도 안 했으면서 들쭉날쭉한 자신의 감정선에 맞춰 헤아려주려 노력하는 그가 고마웠다.
" 잘못한 거 하나도 없어 하율아."
그녀는 요새들어 가장 다정한 목소리로 하율의 이름을 부르고 넘어가기는 글렀다 싶어 머뭇거리며 입을 열었다.
" 아니, 막 우리가. 음, 그러니까 지금 가짜 커플인 셈이잖아. 그런데 이렇게 둘이 있으니까. 물론 우린 단짝 친구지! 근데 오늘따라 분위기가 좀 다르게 느껴져서. 내가 또 모태솔로잖아. 금방 익숙해지겠지."
그러곤 어색한 분위기를 깰 생각으로 밝게 외쳤다.
" 아침 먹었어? 우리 밥은 뭐 먹을까?"
시계는 11시를 막 넘어, 점심 먹기는 애매한 시각이었지만 그녀는 집에서 토스트 한 조각만 먹고 나왔으므로 충분히 점심을 먹을 수 있는 위가 남아 있었다. -
96 하율 - 여래 ◆Ghm.8b0oF. (1gGyobsmbM) 2020. 8. 8. 오후 8:34:14" 그래? 다행이다. 난 또.. 내가 생각하지 못한 부분에서 샃수를 했나 했거든. "
늘 말괄량이 같던 여래가 다정한 목소리로 꺼내는 말에 조금 놀란 듯, 그리고 조금은 기쁜 듯 커졌던 눈을 곱게 접은 하율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안심했다는 듯 답한다. 물론 언제나 한번은 생각을 하면서 실수를 하지 않게 하려고 하는 하율이었지만, 인간은 언제나 완벽할 수 없는 존재였기에 혹여 실수를 해버린 것은 아닌가 싶었던 모양이었다. 이어진 말에는 수긍하듯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입꼬리를 살짝 올린 체 말한다.
" 그냥, 애들 앞에서 자연스럽게 보이도록 연습한다고 생각하자. 모태솔로인건 나도 마찬가지인걸? 애초에 내가 다른 여자애들이랑 길게 말한 것도 본 적 없을텐데. 여래는 내가 여자애들이랑 따로 이야기 해도 별 생각 안 들지도 모르겠지만. 아뮤튼 기왕이면 연습하는 셈치고 익숙해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자. "
조곤조곤 여래를 설득하듯, 아니 슬쩍 여래가 그런 쪽으로 샹각할 수 있게 솜씨좋게 말을 하며 하율은 다정히 미소를 지어보였다. 솔직히 자신은 여래가 다른 남자아이들과 이야기 하는 모습이 신경쓰이는 편이었지만, 여래가 어떨지는 모르겠다고 생각하는 하율이었다. 기왕이면 조금은 불편하다고 생각해주길 바라는 것도 있었지만.
" 그러고보니 아침을 안 먹었네.. 혹시 먹고 싶은거 있어? 마침 시간대도 그렇겠다. 배부르게 먹고 힘내서 공부하자. 먹고 싶은거 있으면 내가 금방 해줄게. 물론 재료가 있을만한 걸로 해야겠지만. "
어때? 하고 물으며 여래가 벌려둔 거리를 금세 다시 돌려둔 하율은 눈을 마주하고선 다정히 답을 기다린다.
# 물론 지금 대시하는 하율이가 당장 사귀려고 대시를 하는 것만은 아니고 여래가 자길 봐주길 바래서 하는거니까 너무 빠흐게 사귀지는 않을 것 같기도 해. 나도 썸타는 시기의 방황하는 여래와 사귀고 난 후의 여래도 궁금하니까 서두르지 않을거고. 그나저나 고생했네, 여래주! 이제 일상돌리면서 쉬자! -
97 여래-하율 (u3eIa8ikRs) 2020. 8. 8. 오후 9:15:37" 그럴리가 없잖아?"
너같이 섬세한 애가. 그녀는 잠시 하율의 다정함과 배러심에 분명 누군가가 그와 사귄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부터 시작해, 그렇게 되면 하율은 자신과 함께 친구로 지낼 수 있을까, 아무래도 그에게 여자친구가 생기는 건 싫다, 로 이어지는 기나긴 꼬리를 하율의 이어지는 말에 뚝 잘랐다.
" 응 맞아. 연습이야!"
거짓말. 연습이든 아니든, 평소에도 다정했던 하율이 이제는 간질간질하게 다른 느낌으로 와닿는 것이 그녀는 사실 좋았다.
" 나 김치볶음밥!"
먹고 싶은게 있냐는 말에 눈을 빛내며 대답한 그녀는, 김치볶음밥의 맛이 혓바닥 위에 있는 것처럼 혀를 굴리고 침을 한 번 삼켰다. 하율의 요리솜씨는 예전부터 알고 있던 터라 생각만해도 벌써 군침이 고이는 것이다. 자작자작하게 볶은 김치 볶음밥 위의 탱글한 반숙 계란 후라이, 위로 솔솔 뿌려진 김가루와 매콤하고 또 달콤한 그 향을 떠올리며 그녀는 잠시 활홀감에 젖었다. 맵기보다는 달콤한 맛의 김치 볶음밥이면 좋겠다고 생각하다가 그를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청한다.
" .. 이왕이면 나 계란 후리이 두개!"
그녀는 부탁하는 투로, 간절하게, 하지만 또 단호하게 계란 후라이 두개를 선언했다.
#김치 볶음밥.. 사실은 여래주가 먹고 싶어서 주저리 주저리 서술을 붙인 건 안비밀..
#그리고 틈틈이 그렸던 여래 이미지를 첨부할게! 부족한 그림 솜씨지만.. 그래도 열심히 그려봤어! -
98 하율 - 여래 ◆Ghm.8b0oF. (q.A6YTe296) 2020. 8. 8. 오후 9:26:30" 나도 얼마든지 실수할 수 있는걸. 내가 바보같이 실수할 때는 똑똑한 여래가 언제든 짚어줘야해. 알았지? "
여래의 기운을 북돋아주려는 듯 부드럽게 자신의 실수를 보거든 언제든 지적을 해달라는 듯 말하며 다정하게 웃어보인다. 이대로 네 곁에 있을 수 있으면 사귀는 것이 그저 연기에 불과하더라도 좋다고, 입 안에 맴도는 그 말을 꾹 눌러담고 다정한 눈으로 여래를 바라보는 하율이었다. 지금은 이걸로도 만족할 수 있다고 자신을 타이르는 하율이었지만, 자신의 곁을 떠나 다른 남자에게 간다고 생각하자 아예 그 생각을 머리속에서 지워버리기 바빴다.
" 연습은 실전처럼 하라고 그랬으니까, 좀 더 제대로 해봐도 좋을 것 같지? "
조금은 욕심을 부려도 괜찮은거겠지? 하고 물었어야 할 물음을 연습이란 별것 아닌 핑계 속에 숨겨둔 체 답하는 하율이었다. 비록 거짓말을 해서 벌을 받게 되더라도 지금 당장 여래와 느끼는 이 간질한 감정이 좋았기에 좀 더 이 감정을 느끼고 생각하고 마는 하율이었다.
" 원래 여래 계란은 두개가 룰이었잖아? 안 잊고 있었지. 그럼 밥 먹으러 가자. "
먼저 몸을 일으킨 하율이 태연하게 대꾸를 하고는 좀 더 자연스레 여래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분명 어렸을 때는 의식하지 않고 자연스레 손을 잡고 여기저기 다녔던 것 같는데, 지금은 묘하게 설레는 감정이 하율의 몸 곳곳에 퍼져나갔다. 에어컨을 켰음에도 왠지 열이 나는 것 같았지만 다정히 미소 지은 하율은 같이 주방으로 가자는 듯 앉아있는 귀여운 여래에게 손을 내밀었다.
# 여래.. 사랑스러워. 큰일이야. 하율주가 죽으면 사인은 심쿵사로.. 바로 저장하기 눌렀어. 앞으로 두고두고 봐야겠다. 답례로 하율이 픽크루라도 만들어 오면 좋으려나? -
99 여래-하율 (u3eIa8ikRs) 2020. 8. 8. 오후 11:44:30" ..응"
그녀는 어린아이를 어르듯 똑똑한 여래라고 자신을 다독이는 말에 심통이 났는지 입술을 삐죽였으나 순순히 대답했다. 저 다정한 웃음에 뭐라 더 대꾸를 할 수 없었기에.
" 그거 이럴 때 적용하는 말 맞아?"
능글맞게 말하는 하율의 말에 그녀는 고개를 절래절래 저으며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다가 막 생각난 듯 눈을 빛내며 하율에게 " 나 수학 성적 오르면 너한테 인형 하나 뽑아줄게." 하고 소리쳐 보지만... 그녀가 인형을 뽑을 확률은 극히 희박하기에 차라리 지금껏 뽑았던 인형 중 하나를 주는게 나을성 싶다.
" 나 배고파! 많이 만들어줘!"
먹을 생각을 하니 신이 났는지 방방 뛰며 부엌으로 가려다가, 자신이 요리를 해봤자 망칠 게 뻔하단 생각에 수학노트를 들고 간다. 공식이라도 틈틈이 더 외울 생각으로. 계란 두개가 룰이라는 말엔 더더욱 신나서 쏜살같이 달려나가려 했고, 내민 손 역시 덥썩 잡아 이끌기 바빴다. 김치 볶음밥 최고.
" 뭐 도와줄 거 있으면 말해!"
비밀번호를 알 정도로 익숙한 그의 집이었기에 그녀는 숟가락과 젓가락을 식탁에 이쁘게 마련하고, 물컵에 물을 떠 준비해 두었다. 음식 완성되자마자 바로 먹을 수 있도록.
#하율이.. 뭔가 짠해 ㅠ 벌이라니.. 그럴 일 없다고 말해주고 싶다 엉엉. 저장해줘서 고마워! 그림을 잘 그리진 못해서 귀여움으로 승부하겠다고 생각하고 그렸어 ㅋㅋㅋㅋ
이 레스를 마지막으로 자러 가 볼게! 그리고 3일 간 어딜 다녀와야 해서 앞으론 답레 텀이 더 길어질 것 같아. 다녀온 뒤에 다시 이 정도 텀으로 돌아올게 ㅠ 하율주 좋은밤 보내! -
100 하율 - 여래 ◆Ghm.8b0oF. (8qnSciEoqM) 2020. 8. 9. 오전 9:52:22" 표정이 왜 그래? 기분이 안 좋은거야? "
입술을 삐죽이는 여래의 모습에 자신의 말에 심통을 부리고 싶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도 짐짓 아무것도 모르는 듯 고개를 갸웃하며 물음을 던진다. 이래저래 감정이 풍부한 여래의 모습은 언제 보아도 질리지 않았으니까. 게다가 꽤나 귀여운 것도 사실이었으니 조금 더 눈에 담아둘까 싶은 하율이었다. 늘 그렇듯 착한 아이여서 제대로 화도 내지 못 한다는 걸 알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지만.
" 뭐, 어디든 쓸 수 있는 말이지. 연습할 수 있는거라면 말이야. 인형이라.. 인형도 좋지만, 뽑아주려면 인형뽑기가 있는 곳으로 가는게 좋겠네. 그러면... 성적 오르면 놀러가자. 근처에 놀이공원 있잖아. 성적 오르면 거기로 놀러가자. 가서 인형 뽑아주면 되겠네. "
웃음을 터트리는 여래를 보며 조용히 미소를 지어보이던 하율은 좋은 생각이 났다는 듯 작게 소리를 내더니 이러면 어떻냐는 듯 물음을 던진다. 물론 예전에도 둘이 자주 놀러다닌 기억이 있지만, 사귀는 연기를 하자고 한 후에 놀러가자는 건 무언가 묘하게 간질거리는 느낌을 주는 것 같았다.
" 음, 그러면.. 얌전히 앉아서 공부하면서 내가 요리 해주는 걸 봐줘. 그거면 충분해. 너가 봐주는 것만으로도 힘이 되니까. "
천진난만하게 좋아하며 숟가락과 젓가락을 가져다 두고, 물을 준비한 여래가 자신에게 다가와 눈을 반짝이며 말하는 것을 본 하율은 작게 웃음을 터트리곤, 천천히 손을 뻗어 여래의 머리를 살살 쓰다듬어주려 했다. 그리곤 앉아서 공부하고 있으면 충분하다는 듯 다정하게 말을 하고는 바로 옆에 의자를 가져다 두곤 여래를 앉히려 했다. 김치볶음밥과 계란후라이는 금방 만들어졌다. 하율은 능숙하게 김치를 자르고 김치를 볶고, 작게 썰어둔 고기와 함께 밥을 볶아서 금방 김치볶음밥을 완성했고, 계란 후라이도 예쁘게 모양을 만들어 여래 몫의 밥 위에 보기 좋게 얹어주었다.
" 자, 공부 열심히 하고 있으니 밥 먹고 하자. "
여래의 앞에 밥그릇을 놓아주며 부드럽게 속삭인다. -
101 하율주 ◆Ghm.8b0oF. (qRBVkLStU6) 2020. 8. 9. 오후 6:36:44갱신해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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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 하율주 ◆Ghm.8b0oF. (IQ3SEOysaM) 2020. 8. 9. 오후 11:21:33슬쩍 갱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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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 여래-하율 (VwgdQtTUA.) 2020. 8. 10. 오전 3:01:39" 놀이공원!? 대박. 천재 아니야?
놀이공원에 간다는 말에 잔뜩 신나서는 생각나는 놀이기구의 이름을 떠올려보던 그녀는 해맑게 웃으며 다음 말을 이었다.
" 그럼 우리 사귀는 거 땅땅! 하기라도 할 겸.."
땅땅!이 무슨 의미인지 잘 모르겠지만 아마 판사가 판결을 내듯 땅땅! 결론을 정하는 걸 의미하는 듯 했다. 아무튼 그녀는 말을 이어 " 놀이공원 가서 찍은 사진으로 막 카톡에 올리고 그러자. 진짜 사귀는 것처럼." 사실 뭐 사귀는 티를 낸다든가, 친구들이 믿어주지 않을 것 같아선 아니였다. 물론 도둑이 제발저린다고 거짓으로 사귀는 거니 누가 파고들면 어쩌지 싶은 마음이 약간은 있지만 가장 결정적인 건 재밌다, 였다. 아이들을 속이는 일이 꽤 재밌고 스릴 있어서 발랄한 학교 생활에 보탬이 될 것 같았다고나 할까?
" 푸.. 거짓말. 봐주는 것만으로 도움이 되는 게 아니라 내가 손 대면 망쳐서 그런 거잖아."
그렇게 말하면서도 그녀는 기분이 나쁜 건 아니었는지 장난스럽게 웃으면서 손을 내저었다. 손 절대 안 댈게. 라고 말하듯이. 그러곤 답지 않게 앉아 있느라 주름 진 분홍색 셔츠를 탁탁 쳐서 피고, 가만히 앉았다. 이때다 싶어 차림새에 대해 설명하자면 여래는 분홍색 셔츠에 남색 린넨 반바지를 입었는데 남들이 보면 좀 꾸민게 아닌가 싶었겠지만 그녀 입장에선 공부하니 반바지에 좋아하는 루즈핏 분홍 셔츠를 입은 것 뿐이었다. 꾸밀 땐 정말 화려하게 꾸미기에. 그가 준 의자에 앉은 그녀는 놀랍게도 집중해서 노트를 넘기기 시작했다. 중간중간에 풍기는 김치볶음밥 냄새에 침을 삼킨 것 빼고는.
" 뭐야. 완전 뚝딱 뚝딱이네? 대박!"
열심히 만든 김치 볶음밥에 자신을 위해 예쁜 계란후라이가, 그것도 노른자가 멀쩡히 살아 있는 후라이가 완성된 것을 보고 여래는 신나게 숟가락을 들어 콕, 노른자를 터뜨리며 외쳤다.
" 잘 먹을게!"
#갱신 고마워! -
104 하율 - 여래 ◆Ghm.8b0oF. (wW36El0VrQ) 2020. 8. 10. 오후 2:01:20" 땅땅? 아, 무슨 말인지 알겠어. 놀이공원 가려면 좀 더 열심히 알려줘야겠네. 물론 너도 열심히 해야겠지만. "
해맑게 웃으며 말하는 여래의 모습에 하율은 부드러운 미소를 띄며 답한다. 아직도 어린아이 같은, 물론 10대의 나이라서 어린 것은 맞지만 그것보다도 좀 더 아래의 어린아이같은 순수한 미소에 하율 역시 미소를 짓지 않을 수 없었다. 일단 수학 성적을 올려야 할테니 공부에 좀 더 집중을 해야겠지만 분명 갈 수 있을거라고 믿는 하율이었다. 물론 제일 기분 좋게 해주는 것은 사귀는 연기마저도 자신과 하는 것을 싫어하는 것 같던 여래가 지금은 조금 즐기는 듯 보였기 때문이겠지만.
" 원래 좋아하는 사람 손에 물 묻이는 거 아니랬어. "
손을 내젓는 여래에게 차분한 미소를 짓고 있던 다온이 태연하게 답한다. 물론 마지막에는 ' 사귀는 사람들은 이렇게 말하겠지? ' 하고 쿡쿡 웃어보이는 그였다. 어쩌면 그저 농담처럼 한 말은 아닐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의자에 얌전히 앉은 여래가 공부에 집중하는 듯 하자 다온도 그 모습을 잠시 지켜보다 익숙하게 볶음밥을 만들기 시작한다.
" 천천히 먹어, 부족하다고 하면 더 해줄테니까. "
그다지 많이 먹는 편은 아닌 하율은 자그마한 그릇에 자기 몫을 담아와 건너편에 앉으며 부드럽게 말한다. 이런 볶음밥 하나로도 이렇게 기뻐하는 아이를 학교에선 꽤나 오해하는 것 같아서 안쓰러운 마음도 들었지만, 조금만 더 여래를 아는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겠지 하고 생각한다. 혹시나 목이라도 막힐까 물도 컵에 따라서 옆에 놓아주곤 밥을 오물거리며 맛있게 먹는 여래를 바라본다.
" 어때, 입맛에 좀 맞아? "
새삼스런 질문일지도 몰랐지만 부드럽게 미소를 지은 하율이 턱을 살짝 괸 체 바라보며 물음을 던진다.
# 고맙긴,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 -
105 하율주 ◆Ghm.8b0oF. (wW36El0VrQ) 2020. 8. 10. 오후 10:17:48갱신해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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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 하율주 ◆Ghm.8b0oF. (Fr/N1.sfww) 2020. 8. 11. 오전 10:27:51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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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 하율주 ◆Ghm.8b0oF. (G/StLD/V1w) 2020. 8. 11. 오후 5:22:14살짝 올려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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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 하율주 ◆Ghm.8b0oF. (XbfikvZRX.) 2020. 8. 11. 오후 11:13:44바쁜 모양이구나 끌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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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 하율주 ◆Ghm.8b0oF. (4fEQkYXe22) 2020. 8. 12. 오전 9:39:25갱신해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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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 하율주 ◆Ghm.8b0oF. (A5zc.E1l.Y) 2020. 8. 12. 오후 8:35:47너무 자주 올려두는걸까..? 아무튼 올려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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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 하율주 ◆Ghm.8b0oF. (piQyzkddA2) 2020. 8. 13. 오전 11:49:36갱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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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 하율주 ◆Ghm.8b0oF. (ucBOAHTZSA) 2020. 8. 13. 오후 7:41:41곧 금요일이네. 일단 올려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