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5757161> [1:1/GL] Lovely Sweet Dream (43)
이름 없음
2020. 7. 26. 오후 6:52:31 - 2020. 8. 8. 오후 4: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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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이름 없음 (0503019E+5) 2020. 7. 26. 오후 6:52:31짠 세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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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루스 칼라일 (0503019E+5) 2020. 7. 26. 오후 6:57:12"알 바야, 저 알아서 하라지."
"난 그리 친절하지 않아. 짧게 말해. 이해할 수 있게."
"넌 뭐가 문제야, 응?"
외관
피부 톤: 흰 색
머리: 어깨에 닿을 정도의 검은 곱슬 머리와 검은 페도라
가슴: 흰 드레스 셔츠와 검은 베스트, 검은 타이
다리: 검은 슬랙스
손: S&W M29 .44
발: 굽 없는 무광 검은 구두
개요
동그란 얼굴형과 또렷한 눈매, 곱슬거리는 사랑스런 머리칼은 마치 우아한 고양이를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성격이나 행동거지는 그와 반대로 거칠고 제멋대로이다. 남의 뒤를 캐거나 폭력도 마다하지 않는 사설 탐정이라는 직업 때문인지, 걸핏하면 욕을 하거나 공격적인 말투를 쓰기 십상이다. 기분이 좋을 때 조차 직설적으로 말하기보다는 비비 꼬거나 빈정대는 말투를 사용한다.
키는 164cm로, 그리 크지 않다. 또한 여기저기 발로 뛰는 직업이기도 하고, MMA 도장을 다니고 있기 때문인지 군살 없이 슬렌더한 체형이다.
성격
기본적으로 깔끔한 것을 좋아하지만, 정리에 대한 자신만의 기준이 있다. 상기한 대로 거칠고 제멋대로인 성격이지만, 일단 자기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면 툴툴대면서도 은근히 잘 챙겨주는 면모도 보인다. 물론, 그의 기준이니 받아들이는 사람이 어떨진 모른다.
기타
거주지: 미시건주, 디트로이트 카스 에버뉴 6001.
사무실: 타임스퀘어 광장 인근
나이: 22
직업: 사립 탐정
좋아하는 것: 담배(특히 파이프), 몸을 움직이는 것
잘하는 것: 빈정대기, 입식 타격기
전뇌 개조 포함한 신체 개조는 일절 받지 않았다 (본인 왈, 그 "소름끼치는 차가운 것"이 제 두개골에 들어오는 것이 싫다나). -
2 이자벨라 ◆E9urqSxOIQ (094136E+57) 2020. 7. 26. 오후 7:01:37https://picrew.me/image_maker/43267
"대, 대충 해. 어차피 형식적인 거 아냐? 다른 사람도 신경 안 쓸걸."
이름 :: 이자벨라 클레망
성별 :: 여
나이 :: 26
직업 :: 제약사
외모 :: 167cm. 어느정도 둥글고 살집있는 체형. 인조피부 시술을 받아 몸 곳곳에서 은빛 선이 보인다. 두 눈은 다기능 렌즈로 개조했고 양 손과 팔뚝도 완전히 기계로 갈아치워 그 안에 온갖 가젯들이 내장되어있다. 대부분 정밀작업이나 분석을 위한 가젯이다. 이하 픽크루 참고.
성격 :: 의지나 이상 같은 것이 전혀 없는 타입. 타인의 비위를 맞추느라 자신의 욕구를 무리하게 억누르며 매일을 보내고 있다. 생생한 본능적 욕망을 상실하고 있는 타입이며 강한 열등감의 지배를 받고 있다. 따라서 주위의 의향만 따르고 의존하는 삶이 본인에게는 가장 안심할 수 있는 생활이 된다. 본인의 입장에서 당연히 지켜야 할 의무나 약속도 주위 상황, 당사자의 기분에 따라 간단히 포기해 버리기 때문에 무책임한 녀석, 느슨한 사람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다. 생각없이 세상의 부속물 같은 상태로 살아가는 중.
기타
- 음침한 뒷골목 어딘가에서 약국을 운영하고 있다. 일단은 약국이지만 자리를 들여놓고 싸구려 술도 간간히 파는 겸업을 하고 있다.
- 사적으로 마약을 조제해서 판매한다. 근방 갱스터들에게 싼 값에 마약을 대주며 보호를 받고 있다.
- 의외로 정식 제약사 자격증이 있다. 심지어 명문 약대 출신. 대체 왜 슬럼가에서 재능낭비를 하고 있는지는 모를 일이다.
- 말을 살짝 더듬는다. 머릿속에 생각은 있어도 입으로 꺼낼 때 버벅거리는 유형
- 프랑스계 미국인. 교포 2세다. -
3 이자벨라 (094136E+57) 2020. 7. 26. 오후 7:01:54안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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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루스 칼라일 (0503019E+5) 2020. 7. 26. 오후 7:07:23앗 하이하이! 그러고보니 인코 사용은 어떻게 하는거지! 좀 알려줄 수 있을까 ㅋㅋㅋㅋㅋ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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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이자벨라 (094136E+57) 2020. 7. 26. 오후 7:11:42#(단어 아무거나)
하면 인코 나와! -
6 루스 칼라일 ◆adveroi6X. (0503019E+5) 2020. 7. 26. 오후 7:12:38이렇게 하면 되는 것인가! 저번에 이렇게 했다가 안나온 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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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이자벨라 (094136E+57) 2020. 7. 26. 오후 7:15:23뭔가 인코가 희귀해보이는데. 진짜 영단어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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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이자벨라 (094136E+57) 2020. 7. 26. 오후 7:24:46그럼 이제 슬슬 시작하면 되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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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루스 칼라일 ◆adveroi6X. (0503019E+5) 2020. 7. 26. 오후 7:39:58웅웅 몬가 원하는 시츄같은거 있어?? 좀 부담될거같구 해서 내가 선레를 쪄오고싶은데 요청사항 있으면 거기에 맞춰서 해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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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이자벨라 (094136E+57) 2020. 7. 26. 오후 7:49:07살인이 벌어졌다 > 돈을 구하기 위한 강도 살인이다 > 왜 돈이 필요했을까? > 범인이 마약 중독자였다 > 범인은 어디서 마약을 구매하는가?
하는 과정에서 루스가 약국으로 쳐들어오는 그런 전개 어때? -
11 루스 칼라일 ◆adveroi6X. (0503019E+5) 2020. 7. 26. 오후 8:35:59다시 누군가가 죽었다. 무채색의, 빛이라고는 조금도 들지 않는 쓸쓸한 뒷골목에서. 그는 이주의 물결을 타고 온 3세계 노동자였다. 이름으로 보아 아마도 아프리카계였겠지. 그 누가 그의 죽음을 추모해줄까. 아니, 애초에 소식을 듣긴 했을까.
루스는 태블릿 PC를 가득 채운 살인사건 관련 소식을 보며 그렇게 생각했다. 그 중 대다수는 마약 중독자들에 의한 것이었다.
"말해, 이건 어디서 났지?"
루스는 청명하게 빛나는 투명한 크리스탈이 가득 들어있는 작은 봉투를 건네며 말했다. 그가 말을 건 상대는 이미 바닥을 나뒹굴고 있어, 끔찍한 끅 소리밖에는 내지 못했다. 몇번의 격한 "협조 요청" 이 있은 뒤, 루스는 슬럼 뒷골목에 위치한 어느 약국에 대한 소식을 알게 된다.
"거 이름깨나 할 법한 녀석일텐데, 이런 순도 높은 크리스탈이면…"
루스는 작게 중얼거리며 그 "약국"이 있는 골목을 향한다.
'난 이 곳이 정말 싫어. 왜냐하면…'
왜냐하면 이런 곳을 전에도 본 적이 있었으니까. 그것도 아주 어릴 적에. 하지만 기억하기엔 너무 오랜 옛 이야기이고, 루스는 떠올리고 싶지 않았다. 다 허물어져가는 폐 판자집이나 다를 바 없는 형편없는 건물들이 다닥다닥 붙어있었다. 창문에는 모두 쇠철창이 쳐져있고, 그걸 들일 돈도 없는 곳은 가구를 부숴뜨려 나온 나무 판자같은 것으로 대충 틀어 막혀있었다. 그리고 그 악취란.
루스가 문을 여는 방식은 그리 조심스럽지도, 점잖지도 못했다. 분명히 이곳을 드나드는 손님이었다면 이런 격한 방식은 아니었을 것이다. 하물며 그가 취한 눈빛이며 말투 또한 그러했다. 마치 누군가를 잡아 죽이고야 말겠다는 듯한 형형한 눈동자는, 그가 의식하든 않든 이 사건에 대한 그의 태도를 드러냈다.
마침내 누군가의 인기척을 알아차린 루스는 그 살기어린 시선을 옮긴다. -
12 루스 칼라일 ◆adveroi6X. (0503019E+5) 2020. 7. 26. 오후 8:41:09>>7 그러게! 무슨 해킹툴 이름같이 생기기도 했고 ㅋㅋㅋ
>>10 일단 최선을 다해 써보긴 했는데 뭔가 되게 허술하고 그러네 ㅋㅋㅋㅋㅋㅋ 너무 오랜만이라서 그런건가? ㅋㅋ ㅠㅠ 어떻게 받아칠지 좀 난감할 것두 같다.. -
13 이자벨라 클레망 (094136E+57) 2020. 7. 26. 오후 9:15:51꿉꿉한 침상 위에서 눈을 뜨면 쳇바퀴가 도는 것처럼 하루가 시작된다. 그래프로 따지면 +값도 -값도 없이 0의 수면 위를 기어다니는, 그런 지렁이같은 하루랄까. 화장실에서 세수를 하고 잔뜩 흠집이 난 안경을 콧대 위에 걸친다. 사실 굳이 안경을 쓸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아직 의안 시술 후의 적응기를 보내고 있는지라 안경 없인 어딘가 허전한 기분이었다. 안경을 쓰는 사람들에게 안경이란 신체의 일부나 다름없는 물건이니까.
캐미솔 위에 가운을 걸치고 현관을 나섰다. 내려가는 계단에서 담배 냄새가 난다. 생체인식으로 약국 슬레이트를 올리고, 문을 열고 들어간다. 버튼을 누르자 실내 조명과 간판 네온이 동시에 켜졌다.
"아, 원료 상자 오는 날이네."
손님 뜸한 약국 카운터네 한참을 늘어져 있다가 문득 생각났다. 엑소슈트를 충전해 놨던가? 혹시나 해서 창고로 가 봤더니 역시나 배터리가 모자랐다. 쪼그려 앉아 충전 케이블을 무심하게 연결하고 나왔다. 이거 없이 상자를 옮기다 보면 허리가 나갈 것 같아서 말이다.
창고에서 나와 카운터로 돌아오니 손님이 들어와 있었다. 근방에 사는 사람은 아니다. 처음 보는 얼굴이다.
"어서오세...."
영업용 인사멘트를 하다가 말끝이 흐려진다. 이 사람 표정이 왜 이렇지. 내가 뭐 잘못했나? 아니 만난 지 10초도 안 됐는데. 뭘 팔진 않았지만 환불을 해 줘야 하나.
그렇게 손님과 눈을 마주쳤을 때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뭔진 모르겠지만 이거 X된 것 같다?
"...어쩐 일로 오셨어요?"
총을 어디다 뒀더라. 당황해서 기억이 안 난다. 망할. -
14 이자벨라 클레망 (3960412E+5) 2020. 7. 27. 오후 5:02:33갱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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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루스 칼라일 ◆adveroi6X. (3600948E+5) 2020. 7. 27. 오후 6:51:10>>13
"…이거, 알지? 당신."
루스는 크리스탈이 든 봉투를 꺼내 흔들어보인다. 결정이 크고 투명도가 상당히 높은, 화학적으로 가히 아름답다고 할 수 있을 법한 물건이다. 비전공자가 다크웹에서 몇번 긁어낸 정보 좀 가지고 만들 수 있는 물건도 아니고, 하잘 것 없는 감기약 몇 박스 사서 만들 수 있는 물건도 아니다. 충분한 지식과 원료에 대한 접근이 가능한 사람. 루스는 어렵지 않게 결론지을 수 있었다.
"미스 하이젠버그. 당신이 만든 이 물건, 참 대단하긴 한데. 찬물 끼얹어서 미안하지만 이것 때문에 극히 안 좋은 일이 일어났어. 아니, 무척 나쁜 일이지."
루스는 자신의 눈이 희번득이는 것을 인지하지 못했다. 어쩌면 모두가 파편화되고 철저하게 계층화 및 분리화된 지금의 인간들에게 공감이란 불필요한 것일 지도 모른다.
루스는 천천히 나아갔다. 동시에 제 눈 앞에 선 은빛의 여성이 여러가지 개조를 받았음도 알아차린다. 섣불리 접근하는 건 위험한가. 하지만… 어리버리 하고 어딘가 당황한 저 몸짓들. 주변에는 무기가 없다. 허리춤에도. 다리에서 꺼낸다면 이쪽이 빨라.
한숨을 쉬며 루스는 말한다.
"자, 어떤 기분이 들어? 어떻게 하고싶어?"
그렇게 말하며 루스는 허리춤으로 손을 옮길 준비를 한다. -
16 루스 칼라일 ◆adveroi6X. (3600948E+5) 2020. 7. 27. 오후 6:52:08>>14 어어 그러고보니 텀이 좀 느릴거란걸 미리 말 못했네 ㅠㅠ 그래도 하루에 한 번꼴로는 계속 이을 수 있긴 하지만… 혹시 이 정도로는 너무 느리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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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이자벨라 클레망 (3960412E+5) 2020. 7. 27. 오후 8:13:04어어 어쩌지, 어쩌지 뭐가 문제지... 당황한 그녀는 불청객의 얼굴을 캡쳐해서 감정 인식 툴에 넣어보았다. 수치가 올라가는 건 분노/경멸/혐오 수치 뿐이다. 뭔진 모르겠지만 큰일났네.
"전 하이젠버그? 하이젠베르크? 하여간 아니에요. 이름 들어보니까 독일계 같은데 저, 전 프랑스계라구요. Mes parents sont tous français aussi. C'est vrai!"
마약을 만들어 팔긴 하지만 저렇게 눈으로만 보고 저걸 누가 만든 건지 알 방법이 없다. 결정에 made in 마크를 찍어내는 것도 아니고. 눈깔에 현미경을 달아놓은 것도...사실 달아두긴 했지만 어쨌든! 난 몰라! 모르는 일이야! 사실 마약도 판매하고, 크리스탈도 잘 뽑아내고, 고객들이 돈을 구하려고 수단 방법 가리지 않는 것도 알지만! 어쨌든 나랑은 상관없는 일이야! 왜냐! 난 하이젠버그가 아니니까!
지금 그녀의 머릿속은 꼭 국민성 유머의 일부 같았다. 비밀경찰이 들이닥쳐 자기를 체포하겠다 윽박지르는데, 그들이 하는 말을 들어보니 옆집과 헷갈려서 자기 집에 잘못 찾아온 거였다는 내용. 그렇게 기쁜 순간도 없지.
"지금 총 꺼내려고 하시는 거죠? 신분증 보여드릴 테니까 ㅆ, 쏘지 말아 봐요."
그녀는 불청객의 눈치를 본다. 카운터 위의 증강현실 컴퓨터로 손을 슬금슬금 뻗는다.
//아냐! 하루에 한번도 괜찮아. -
18 루스 칼라일 ◆adveroi6X. (3600948E+5) 2020. 7. 27. 오후 8:54:33루스는 홀스터로 손을 옮겨, 불필요한 모든 동작을 생략한 잽싼 동작으로 44 매그넘을 꺼내든다.
"아, 아. 안되지. 미스 라부아지에."
총을 꺼내든 사람은 그리 많은 말이 필요하지 않은 법이다. 폭력은 언제나 효율적인 대화 수단이니까. 그렇지만 루스는 제 눈 앞의 이 사람 정도라면 해머 딸깍이는 소리 한 번이면 되겠노라 그는 판단했다.
"손, 카운터에서, 치워."
루스는 카운터에 으레 붙어있곤 하는 패닉 버튼의 존재도 잊지 않았다.
"머리 위로."
혀를 딱딱 차는 소릴 내며 루스는 총을 겨눈 채로 천천히 다가갔다. 그가 어떤 표정을 짓는지, 어떤 돌발행동을 하는 지를 조금 지켜보면서.
한편 어째서인지 루스의 분노는 점차로 사그라들어가고 있었다. 아마도 이 자가 취한— 그리 프로답지 못한 유약한 면모 때문이었으리라.
'누군가는 차가운 아스팔트 바닥을 굴러야했는데도… 무책임하고 나약한 녀석이야."
하지만 그럼에도 그는 의식적으로 분노한 상태를 유지하려고 했다. 바로 전까지만 해도 자신의 감정을 인지하지 못했음에도.
//앗 그렇다면 다행이네...! 후후 좋아좋아! -
19 이자벨라 클레망 (3960412E+5) 2020. 7. 27. 오후 10:08:31"아아...몽 듀.."
이 동네 갱들은 보호비 받아먹고 도통 하는 일이 없다. 지금까지 쳐먹인 약만 해도 톤 단위는 될 텐데. 이런 박물관 총이나 들고 다니는 여자가 행패를 부리게 하다니. 이번 일만 끝나면 두고 봐라. 값을 올려서 받을 테다.
하이젠베르크니 라부아지에니 마구 바꾸는 걸 보면 이름 따위 아무 상관 없이 그녀를 노리고 온 것이 확실해 보인다. 진짜 망했어. 장사판을 크게 벌려서 남의 나와바리에 들어간 적도 없고 다른 사람한테 원한을 산 적도 없다. 그녀로선 불청객이 대체 왜 이러는지 알 도리가 없었다.
"아이 젠장.. 전 그냥 만들어서 팔았을 뿐이라구요. 뭔 일이 일어났던 그건 전부 약 빨고 헛 짓 한 놈 잘못...힉!"
양 손을 살짝 올리고 나름 자기변호를 하던 그녀는 권총의 해머 넘어가는 소리에 몸을 움츠리며 눈을 질끈 감았다. 정말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불청객의 표정에서 분노/경멸/혐오 수치가 점차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계속 불쌍하게 숙이고 있으면 괜찮을까? 괜찮겠지?
"그 나쁜 일이란 게 뭔데요? 이렇게까지 하는 걸 보니 고, 고작 약값을 위한 살인강도 따위는 아 아닐테고....."
하지만 그녀는 크게 간과하던 게 있었다. 아무리 저자세로 굴어도 둘이 마음이 통하기엔 넘기 힘든 가치관의 벽이 있었음을.. -
20 루스 칼라일 ◆adveroi6X. (7201755E+6) 2020. 7. 28. 오후 6:55:57올리는 둥 마는 둥 대충 들어올린 손은 총구가 겨눠지자 잔뜩 움츠러들고 눈을 질끈 감는 것으로 바뀌었다. 이는 루스로 하여금 한 가지 결론을 도출해내게 만든다.
"내가 말해도 된다고 했나? 응?"
루스는 잔뜩 찡그린 얼굴로 총을 겨누며 카운터 너머에 종종걸음 친다. 소심하고 유약한 저 "철의 여인"에게 거침없이 다가가 그녀의 뒤로 돈 루스는 그 한팔을 거칠게 잡아 뒤로 꺾으며 카운터에 상반신을 눕혔다.
"이제 좀 자신의 처지가 실감 되시는지, 마드모아젤."
그녀의 등과 어깨를 자신의 상반신으로 완전히 찍어눌러 저항하지 못하게 한 루스는 그녀의 귀에 작게 속삭였다. 팔을 뒤로 꺾긴 했지만 너무 아프지는 않게 했다. 이미 뒤통수에 겨눠진 총구의 무기질적 질감만으로도 충분한 위협이 될테니까. 대신 그녀가 자신에게 불복종할 시 천천히 올릴 생각이었다. 루스는 지금 "나쁜 경찰"을 연기하는 것이다.
"자, 이제… 당신의 양 손목에 케이블 타이를 묶을거야. 그러니까 등 뒤로 양손을 올려줄래? 천천히."
그리고는 마치 연인에게 하듯, 아기를 달래듯, "착한 경찰"은 그녀의 한쪽 귀에 속살거렸다.
'좋아, 여유롭게 해보지, 뭐. 술이나 한 잔 걸치면 어떨까.'
마침 위스키 한 잔이 썩 고프기도 했다.
//조금 거칠게 묘사해봤어. 지금은 상황도 상황이겠지만, 루스는 당초 타인에게 보여지는 자신의 모습에 꽤 연연하는 사람이거든. 캐릭터 소개에도 적었지만 거친 말과 행동이 앞으로도 왕왕 나올거야. 불편하지 않을법한 선 아래에서 놀겠지만 만약 용인되지 않는 무엇이 있다면 부디 말해줘. -
21 이자벨라 (1890268E+6) 2020. 7. 28. 오후 11:16:58아니 레스를 썼었구나 갱신된 거 못 보고 답레 언제 오나 기다리고 있었네ㅋㅋㅋㅋㅋㅋ 아무튼 알았어 뭔가 쎄하다 싶으면 바로 말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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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이자벨라 클레망 (3939191E+6) 2020. 7. 29. 오전 12:07:21어...분노/경멸/혐오가 다시 올라간다? 내가 뭘 잘못한 거지? 어어하는 사이에 그녀는 카운터와 거칠게 한 몸이 되고 말았다.
"껙!"
볼썽사나운 신음소리와 함께 엎어져 제압당한 그녀. 실리콘 피부의 이질적이고 배덕적인 질감이 전해진다. 원래의 사람이라면 식은땀을 한 사발 흘리고 있겠지만 '진보한' 인조 피부에겐 그런 게 없었다. 땀도 피지도 때도 없으니 청결 유지 하기에도 훨씬 쉽지. 이 현실에서 도피하고 싶었던 그녀는 아주 잠깐이나마 자신의 인조피부에 대해 생각했다. 하지만 생각에는 끝이 있고 낭패는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망할.
'..그래도 아직 희망은 있어.'
손님이 그녀에 대해서 모든 것을 알고 온 건 아닌 것 같다. 만약 모두 알고 있었다면, 손목에 묶는게 고작 케이블 타이 정도의 물건은 아니었을 것이다. 팔꿈치 아래로는 커터로 싹둑 날려버리고 완전히 기계로 갈아끼운 그녀였다. 적당히 눈치를 봐서 끊어버리고 도망치던가 하자. 그녀는 생각했다. 가젯들을 죄다 열어제끼면서 뭔가 아주 위협적인 것처럼 허세를 떨 수도 있지만 그렇게 하기엔 깡이 너무나 모자랐다.
그녀는 말 없이 순순히 앙 팔을 올렸다. 바들바들 떠는 건 아마 연기가 아닌 것 같다. -
23 루스 칼라일 ◆adveroi6X. (6535229E+5) 2020. 7. 29. 오후 6:59:41"응, 이제 됐어."
마치 한 마리의 육식동물이 먹잇감을 덮치듯, 그녀의 인조피부를 짓누른 루스는 얼마 안되어 손목에 검은 케이블타이를 묶는다.
"앗, 참참."
하지만 그 뒤에 또 무언가를 잽싸게 꺼낸다. 바로 금속 수갑이다.
"왜, 내가 설마 타이 하나로 끝낼 줄 알았어?"
사실 금속 수갑이어도 탑재된 가젯의 종류에 따라서는 관절을 탈구시키거나 아예 금속째로 잘라버릴 수도 있었다. 극단적인 경우에는 그저 시간 벌이 정도로밖에는 사용될 수 없었다. 하지만 루스는 일단 수갑을 채워놓은 뒤에는 그녀의 몸을 뒤로 돌려 두 눈을 마주보았다.
지금 루스의 분노/경멸/혐오 수치는 거진 제로에 가까울 터다. 피해자에 대한 공감과 그로 인한 경멸은, 이 어설픈 악동의 허술함에 대한 비웃음과 연민으로 바뀌어버린 것이다.
"…술 있어? 버본 좀 있으면 좋겠는데."
루스는 퍽 사근사근한 투로— 마치 10년지기 친구 집에 놀러온 대학생마냥 자연스러운 동작으로 대문에 걸린 OPEN 간판을 반대로 뒤집었고, 걸쇠든 도어락이든 되는대로 잠가두었다.
"긴장을 푸는 덴 그만한 게 없거든."
루스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페도라를 벗어 외투걸이에 던져놓는다. 푸르게 빛나는 두 눈동자는 이제 호기심과, 상대가 저에게 아무 해도 끼치지 못하리란 안심감으로 가득차있었다.
"아님 바에 가도 좋고." -
24 이자벨라 클레망 (3939191E+6) 2020. 7. 29. 오후 9:03:44'아직 괜찮아. 이런 박물관 수갑 정도는...'
하는 일 없는 경찰들이 사용하는 트랜스휴먼 전용 수갑 정도가 되어야 그녀의 손 팔을 완전히 묶을 수 있으리라. 하지만 아마도 그녀가 진짜로 타이를 끊고 수갑을 푸는 일은 없을 것 같다. 손이 자유로워지면 뭐, 다시 두들겨 맞고 마운트 당한 자세로 취조당하게? 이런 빌어먹을. 호신용 가젯 하나만 있었어도 이런 꼴은 안 당했을 텐데. 손과 팔엔 더 자리가 없으니 아톰처럼 엉덩이에 발칸포라도 달아야 하나. 물론 그걸 진짜 사용할 담력이 있느냐는 둘째치도록 하자.
"그런 고급 술은 여기 없거든요. 럼에 맥주에 보드카 같은 것 밖엔."
약국에서 술을 찾는 사람이나 진짜 술을 들여놓은 사람이나 도긴개긴 아닐까. 그래도 공업용 메틸알콜은 좀 본격적으로 있긴 한데. 술 가져오겠다면서 작업실에 들어갔다 나오면 많이 어색하겠지. 뭔가 수작을 부릴 꼼수는 많이 떠오르는데 실행할 용기가 없는 자신이 너무나 원망스러웠다.
"그래서 왜, 왜 오신 거에요? 사복경찰은 아닌 것 같은데 무슨 일이세요?"
"혹시 그거 더 필요하신데 돈이 없으신 거면 그냥 드릴 테니까..."
당신이 만든 이 물건, 참 대단하긴 한데 = 이거 한번 빨아보니까 좋은데
이것 때문에 극히 안 좋은 일이 일어났어 = 다른 걸로는 더 이상 만족을 못 하겠다
그녀는 머리를 굴려서 나름의 상황 파악을 해 보았다. -
25 루스 칼라일 ◆adveroi6X. (4247055E+5) 2020. 7. 30. 오후 6:39:35>>24
버본이 없다는 말에 루스는 적잖이 실망한 듯 하다.
"뭐야, 재미없게. 그럼 럼이라도 줘. 쳇, 내가 해적도 아니고…"
툴툴거리는 루스의 입은 저도 모르게 삐쭉 나와있었다.
"사복 경찰이란 말이지. 뭐, 비슷한 거 아닐까."
루스는 팔짱을 낀 채로 턱을 쓰다듬으며, 대단히 자랑스럽게 말했다.
"난 사립탐정이거든. 자네가 만든 약을 하고선 사람을 죽인거야. 어느 노숙자같은 새끼가."
루스는 중지와 엄지로 그녀의 이마에 딱밤을 약하게 콩 먹여준다.
그리고는 팔짱을 낀 채로 그녀의 주위로 왔다갔다 제자리걸음을 반복한다.
"자네를 용서하는 것은 아니야. 크리스탈 만드는 것도, 유통하는 것도 불법이고, 그로 인해 이런 참사가 생긴 것도 순전히 자네 책임이지."
맴도는 것을 멈춘 루스는 시릴 정도로 푸른, 대해같은 두 눈으로 그녀를 정면으로 응시했다. 오랫동안. 마치 양심이라는 보이지 않는 심연 너머를 궤뚫으려는 듯이.
"하지만 내게 조금만 협조한다면, 그렇게 한다면 자네의 행위를 일정 부분 묵인해줄 용의도 있지."
루스는 그녀와 입을 맞출 정도로 얼굴을 가까이 마주하여 능글맞게 말했다. 그와 동시에 우디한 향수 냄새와 함께 여린 체취가 풍겨왔다. 지금의 루스는 왜인지 모르게 기분이 좋아보였다. 사람의 감정 변화는, 특히 이 사람이라면 더욱 종잡을 수 없는 일이다.
"나와 친구하자."
이 말과 함께 옅은 미소는 더욱 완연해졌다.
"요컨대 이런 말이지."
//점점 시트의 그것과는 완전히 달라져가고있지만 뭐 괜찮겠지. -
26 이자벨라 클레망 (4834791E+5) 2020. 7. 30. 오후 9:12:03뭐 이런 정신나간 인간이 다 있어? 그녀는 속으로 생각했다. 당신이 뭔데 날 용서해? 그 살인사건이 왜 내 책임이야? 친구 같은 소리 하고 앉아있네! 너무나 당당한 불청객의 태도에 그녀의 머릿속엔 오류가 나 버렸다. 얼굴을 슬슬 뒤로 뺐다. 안경 뒤의 눈동자가 달달달 흔들린다.
"아니, 그게 그러니까..."
나 지금 뭘 어떻게 해야 해요? 누가 좀 가르쳐 주세요. 그녀는 지나가던 사람을 붙잡고 물어보고 싶었다. 차라리 경찰이 들이닥쳐서 문 열어라 쾅쾅쾅 두들겨대면 차라리 납득이라도 할 수 있지 이건 대체 뭐냐구요. 자기랑 비밀친구 하자는 거야 뭐야??
"혹시 손님들 정보를 넘기라는 거면..."
당연히 안 된다. 하지만 안 된다고 하면 그 뒤는 어떻게 될까? 저 변태한테 잡혀가서 발뒤꿈치에 칼질을 당하고 오토바이 자물쇠에 목이 걸려서 지하실에 감금당할지도 몰라. 그러니 일단 지금 상황부터 모면하고 봐야 할 것 같다.
"...일단 파일을 열어야 되거든요."
그러니까 얼굴 좀 뒤로 빼 주실래요. 손 묶이고 이러고 있으니까 진짜 이상하거든요. 그녀는 뒤에 덧붙이면서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
27 루스 칼라일 ◆adveroi6X. (2331382E+5) 2020. 7. 31. 오후 6:13:53"흐응."
루스는 (적어도 그의 기준에서는) 퍽 재미있는 이런 반응을 보고는 더욱 흥미가 동했다.
"자네를 어떻게 하진 않아. 그러니까 안심해."
"그냥 정보만 조금… 공유해주면 돼."
루스가 입을 열 때마다, 그녀의 희고 가는 목이 간질여진다. 루스는 그녀의 반응이 엿보이는 매 순간 살풋이 웃는다.
하지만 이 이상 짖궂게 구는 건 역시 안될 일이다. 무엇보다 그건 예의가 아니니까. 흥이 실리면 도를 지나쳐버리는 것, 그것은 루스 본인도 인정하는 단점이었다.
루스는 팔짱낀 채 신경질적으로 발을 구르더니, 그녀의 구속을 해제하려 했다.
"나는 좀 괴팍하긴 해도 납치범은 아니거든."
그러니까 안심해 라고, 루스는 재차 강조한다.
"당신도 범죄자이긴 하지만 나쁜 사람은 아닐거라고 생각해. 또 당신이 재기를 원한다면, 나는 좋은 수단이 되어줄거거든."
루스는 어깨를 으쓱하더니, 입술을 살짝 깨물며 구긴다. 자신의 실수를 인정해야만 할 때 나오는 그 특유의 반응이었다.
그 무의식적 반응을 얼버무리려는 듯, 루스는 손을 내민다. 사람의 몸을 얼마든지 간단히 교체해버릴 수 있는 이 세계에서는 보기 드문, 뼈와 살덩이만으로 이루어진 작고 흰 손을.
"당신과 정식으로 인사하고싶어." -
28 이자벨라 클레망 (4533289E+5) 2020. 7. 31. 오후 10:02:08목이, 목이 너무 간지럽다. 뒷일따위 신경쓰지 않고 케이블 타이에 수갑을 벗어던지고 벅벅 긁고 싶다. 그녀는 끓는 잼처럼 끈끈하게 끓는 충동을 간신히 억눌렀다.
"아니 그러니까 무, 무슨 정보를 달라는 거에요..!"
그녀는 답답한 마음에 목소리를 조금 높였다. 그러다가 황급하게 다시 입을 닫았다. 불청객이 수틀리면 뭔 짓을 할지 모른다는 불안감과, 목소리가 어째 앙탈부리는 것처럼 나오는 바람에 그녀도 상당히 당황했다. 짐짓 아무렇지 않은 척 헛기침을 했다. 흠흠.
불청객이 등 뒤의 구속을 풀어주자 그녀는 여느 구속 풀린 사람처럼 손목을 매만진다. 쓸린 곳도 없고 눌려서 아픈 곳도 없었다. 것보다는 그저 구속에서 풀려났다는 안도감에서 나온 행동이었다.
"인사, 인사 좋죠. 이자벨라에요. 그래서 대체 무슨 정보가 필요하신데요?"
이젠 그냥..그녀는 이 불청객을 빨리 돌려보내고 싶었다. 진짜 정보를 주든 가짜 정보를 주든 당장은 확인할 도리가 없으니 순순히 돌아가주지 않을까? 어차피 재기같은 거 포기한지 오래고 현실적으로 가능하지도 않으니까 그냥 이 무서운 사람 그만 보고 싶은 생각뿐이다.
그녀는 신중하게 불청객의 손을 맞잡았다. 뭔가 연한 것 같은 촉감에 의아하던 그녀는 그 느낌의 이유를 머잖아 알아챘다. 손이 순정이다. 요즘 세상에 아직도 바닐라가 남아있었나. 신기한 사람이다. -
29 이름 없음 (unJt6rc7A2) 2020. 8. 1. 오후 5:54:59>>28
조심스레 건네온 손을 맞잡는다. 루스는 그 순간 마치 자기 손이 즙 많은 무른 과일인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조금만 힘을 주면 껍질은 물론이고 그 안의 내용물 모두 산산히 으스러질 듯한. 루스는 이런 느낌이 썩 마음에 들진 않았지만, 굳이 표현하고 싶지도 않았다.
"칼라일, 루스 칼라일."
루스의 입꼬리는 어딘가 비틀린다. 본능적으로 튀어나오는 반응을 의도적으로 절제하려는 듯한 느낌이다.
"니코 유페스. 여기서 물건을 받아갔지? 녀석에 대한 정보를 줘."
"이자벨라, 당신은 젊고 유능한 사람이야. 이런 곳에서 썩기엔 당신 능력이 과분해. 스물 여섯이면 아주 이른 나이고. 게다가 뭐, 아이비리그? 약대? 기가 차는군."
루스는 검지로 네모 상자 하나를 그리면서 말한다.
"너무 이렇게 굴진 않겠어. 각자 나름의 삶이 있는거니까. 하지만 당신이 이 세계에 남는다 해도 나는 도움이 될 걸. 나는 친한 사람이 아주 많거든. "패밀리"의 보호 따윈 필요 없게 되겠지."
물론 그건 루스가 바라는 결말은 아니겠지만. 그럼에도 루스는 자랑스러운 듯 가슴을 펴고 그녀와 마주한다. -
30 루스 칼라일 ◆adveroi6X. (unJt6rc7A2) 2020. 8. 1. 오후 6:50:27https://youtu.be/eqF2-FqGx2Q
그냥 뻘하게 생각나서
루스의 액센트는 약간 이런 느낌이야. 남아프리칸 스타일 영어를 구사하지. (억양만) -
31 이자벨라 클레망 (ytwDUcwv1I) 2020. 8. 1. 오후 11:36:52루스 칼라일. 사립탐정 루스. 그녀는 기억하기로 한다.
"니코 유페스? 아, 그 사람. 불안해 보이던데 결국 일을 냈군요."
반년만에 얼마 안 되는 가산을 탕진하고 얼굴은 약에 삭아가지곤. 사채고 전당포고 있는 대로 약값을 끌어모아서 오더니 이제 그 짓도 한계였나보다. 그 사람은 어차피 단물도 다 빠졌고 약을 사고 싶어도 더 이상 못 살테니까. 뒷일이 깔끔하게 정보를 거짓없이 넘겨줘도 상관없겠다.
"어디보자. 루스 씨는 전뇌 없으시죠?"
증강현실 컴퓨터의 전원을 킨다. 전자 문서 폴더로 들어가서 고객 프로필을 하나하나 확인한다. 니코 유페스....찾았다. 문서에는 니코의 사진과 주소, 연락처 등 개인정보가 기재되어 있다. 증강현실 문서를 손가락 두 개로 잡자 홀로그램이 그대로 뽑혀나와 그녀의 손에 쥐여진다.
"PDA나 폰 같은 거 있으시면...."
그녀는 일순간 루스가 하는 말에 멈칫한다. 스물 여섯, 아이비리그 약대, 패밀리. 이 사람은 이미 그녀의 과거사까지 다 꿰고 있었다. 등에 소름이 오소소 돋는 기분이다.
"...제 속옷 사이즈까지 알고 오신 건 아니죠?"
얼음처럼 굳어버린 그녀는 뜸을 들이다가 말을 잇는다.
"그리고 저, 전 여기서 사업을 더 키우긴 싫거든요. 더 이상 엄한 일에 휘말리는 건 사양이야. 삼류 갱이나 어슬렁거리는 이 동네에 큰 손들이나 높으신 분들은 관심이 없으니까."
"전 약팔이 홍보 한 번 한 적 없고 손님들도 갱들 제외하면 열 손가락 안에 다 셀 수 있어요. 그것들이 계속 관심 없었으면 해서."
"부탁인데 그 친한 사람들 끌어들이지 마요. 저에 대해서 말하지 마요. 더 이상 나한테 무슨 짓 할 생각 하지 마."
답지않게 목소리가 조금 격앙되고 떨린다. 난 계속 여기 있을 거야. 가장 낮은 곳의 음침한 개미굴에서 평생 살 거야. 그녀는 생각했다. 그 바깥은.... 끔찍했으니까.
//그럼 루스는 남아공 출신인거야? 아님 남아공계 미국인? -
32 루스 칼라일 ◆adveroi6X. (2IZBQNDG0M) 2020. 8. 2. 오전 11:12:14>>31
루스는 PDA를 꺼내 받으며 정중하게 감사를 표한다. 이미 벗은 모자를 다시 벗어보이는 시늉까지 하면서.
"진정해, 이자벨라. 당신은 매력적인 사람이지만, 나도 스토커같은 건 아니니까."
루스는 작게 한숨을 쉬면서 잠깐 빈 곳을 바라본다.
"당신이 싫어할만한 일을 굳이 강요하진 않아. 그러고 싶지도 않고."
루스는 그녀가 "엄한 일"에 휩쓸려본 경험이 있음을 빠르게 염두해둔다. 사전조사 당시에도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음은 알았지만, 그 이상은 찾아내기가 힘들었다.
"조용히 살고싶다면 그렇게 해. 그게 당신의 만족이라면. 하지만 그러려면 아주 조심해야 할 거야. 그리고 내가 그 일을 도와줄 수 있지…"
루스는 다시 한번 그녀의 손을 맞잡고는, 위로 올라온 손등을 몇 번 살살 어루만진다.
"난 당신과 친구가 되고싶어. 말했잖아. 호기심, 나는 호기심이 강해. 그리고 당신이 그걸 자극했어. 난 당신을 좀 더 알고싶어."
깍지 낀 그 손에 장난치듯, 또는 경련하듯 더러는 쥐고 피길 반복한다. 애무하듯, 털이 바짝 곤두서게끔.
남아공에서 살다가 어릴 적에 넘어온 백인 이민자 2세대야. 슬럼의 지저분하고 무질서한 풍경이 낯익게 느껴지는 이유가 따로있는 건 아니었던거지. -
33 이자벨라 클레망 (HAGijnqNAk) 2020. 8. 3. 오후 12:35:50"아뇨 전 괜찮거든요. 진짜로"
그냥 제발 돌아가 주세요. 그녀는 루스가 부담스럽기 그지없었다. 다짜고짜 찾아와서는 총을 겨누고 팔을 꺾어서 수갑을 채우더니 이제는 친구가 되고 싶다고 하니 그녀의 머리는 핑글핑글 돌아간다.
"세상은 넓고 약팔이는 넘치니까. ㅈ, 조금만 찾아보셔도 저보다 재미있는 약팔이는 많을 거에요."
그렇게 말하며 잡힌 손을 싹 뺐다. 손을 만지는 게 어딘가 응큼했다. 민감한 센서가 달려 있어서 더욱 그렇게 느껴졌다.
마약으로 혼내주기 같은 건 아마 통하지 않겠지. 약을 하는 사람같지도 않고, 억지로 주사기를 찔렀다간....생각하지 말자.
"저 이제 영업도 하고 택배도 받아야 하니까. 이만 돌아가 주세요."
그녀는 슬슬 뒷걸음질 치면서 대문 명패를 다시 open으로 돌려놓고 잠금장치를 풀었다. -
34 루스 칼라일 ◆adveroi6X. (FIz2prMK/E) 2020. 8. 3. 오후 6:29:06>>33
"흥."
루스는 팔짱을 낀 채로 이자벨라를 곁눈질하였다.
"뭐, 상관없어. 내 행동이 무례했던 것도 맞으니까. 그건 사과하지."
루스는 자신이 너무 거칠게 굴었다는 게 후회스러웠다. 하지만 인간관계란 복잡한 법이니, 기회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닐 터였다.
"내 입장만 내세우면 안되겠지. 하지만 내 제안은 잘 생각해주길 바라."
루스는 자신의 명함을 건네주었다. 필름지같은 재질의 얇고 반짝이는 디스플레이 장치였다. 픽토그램화된 흑백의 담배 한 까치와 글자만 적혀있는 단촐한 디자인이다. "루스 칼라일의 탐정 사무소" 라고 적혀있었다. 물론 연락처도 포함되어 있었다.
"꼭 연락해달라곤 안해. 하지만 가령… 당신이 의뢰인으로 와줄 수도 있겠지."
그렇게 말하며 웃는 루스는 지금까지 보여준 다른 모습, 즉 능구렁이같은 태도나 딱딱하고 무서운 태도와는 다르게 천진한 아이같이 즐거워보였다.
"당황스럽게 해서 미안. 그럼, 즐거운 하루 보내요."
그렇게 루스는 가게 밖으로 발걸음을 옮기려 한다.
// 첫 인상이 무척 나쁘게 되어버렸네. 약간 혐관같은 느낌. 이자벨라가 굳이 먼저 컨택할 이유조차도 없어질 것 같기도 하네. -
35 이자벨라 클레망 (tTkXaQWP5o) 2020. 8. 3. 오후 8:08:47"의뢰할 일 있으면 연락드릴게요."
정말 의뢰할 일이 있는지 그냥 예의상 하는 말일지는 그녀만이 알 일이다. 하지만 그녀는 루스가 건네준 명함을 볼 때, 명함의 담배 그림 말고도 다른 것을 또 보는 것 같았다. 눈에 보이는 게 아니라,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을.
아니 지금 무슨 쓸데없는 생각을 하는 거야. 그녀는 애써 머릿속의 상념을 지웠다.
"그럼 살펴가세요."
슬럼은 유독 이방인에게 함부로 하는 면이 있지. 바닐라가 박물관 권총 하나 들고 다니기는 불안한 곳이다. 하는 말을 들어보면 뒷배가 있는 것 같으니 상관 없으려나...
'가게에 샷건 하나 들여놔야지. 쏘진 못해도 가지곤 있어야겠다.'
아무튼 오늘은 뜻깊은 날이었다. 보안의 의미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었다. 그녀는 조만간 총포상에 들르기로 마음먹었다.
좁은 골목으로 트럭이 루스를 스치고 지나간다. 루스가 뒤를 돌아보면 그녀가 어느새 엑소슈트를 입고 나와 트럭을 맞이하는 게 보일 것이다. 아마 납품받을 약물이겠지. 어쩌면 '원료'일수도?
//혐관이라도 엮일 거리는 충분하니 아마 괜찮겠지! -
36 루스 칼라일 ◆adveroi6X. (FIz2prMK/E) 2020. 8. 3. 오후 8:44:48루스는 나가면서 그녀에 대해 생각했다. 그 위축된, 그러면서도 어딘가 자신만의 주관이 뚜렷한 모습. 곤란하다는 듯 몸을 비트는, 가학심을 자극하는 모습. 루스는 도리도리 고개를 저으며 다시 한번 자신이 너무 멋대로 굴었던 것 아닌가 생각한다.
'하지만 호기심이란 짐승의 욕구를 충족해야만 했으니까.'
나가는데 옆으로 누군가가 외골격수트를 입은 채 차량을 맞이한다. 아마도 납품이겠지. 그러고보면 그녀는 어디서 약을 제조하는걸까? 루스는 생각했다. 드나드는 고객 수를 감안하면 규모가 그리 크진 않겠지만, 일정 이상의 설비가 따라와주지 않는다면 품질도 보장하지 못한다.
이 모든 걸 그녀 혼자서 다 하는걸까? 자재를 옮기고, 랩에서 요리하고, 판매하는 과정 모두를? 아무리 규모가 작다 한들, 이 정도의 크리스탈을 혼자 만들고, 단속을 피하고, 안정적 유통망을 유지한다는건 불가능에 가깝다.
'조수 한명을 소개해준다고 하면 어떠려나.'
분명 손사래를 치겠지. 사람을 못 믿는 것처럼 보였으니까. 그래도 혹시 모르니 가기 전에 말해두는 게 좋겠다고, 루스는 생각한다.
루스는 멀찍이서 담배를 꼬나물고는 그녀가 납품받는 것을 지켜본다.
그러다 어느정도 정리된 것 같으면 그녀에게 손을 한 번 흔들어보인다.
"바빠보이네요?"
순백의 무구한 미소를 보이며 루스는 말한다. -
37 이자벨라 클레망 (7KzNg3e0Fc) 2020. 8. 4. 오후 1:43:46품목을 확인하고 대금을 지불하고 나니까 그녀에게 남은 것은 겁나 무거운 상자들이었다. 그녀는 한숨을 쉬었다. 저가형 엑소슈트가 앵앵거리며 돌아간다. 봇짐 지듯 등에 상자 두 개, 그리고 양 팔로 상자 하나를 더 집은 채 창고와 약국 대문 앞을 여러 차례 들락날락한다. 마지막 상자를 들어올릴 때 그녀는 송곳처럼 찌르고 돌아오는 목소리를 들었다. 상자를 떨어뜨릴 뻔 했다.
"아직 안, 안 가셨어요?!"
팔짝 뛰겠네 증말! 아귀한테 잘못 물린 기분이다. 갑자기 저런 사람이 어디서 튀어나온 건지 모르겠다. 나름 평탄한 생활에 격변이 일어날 것 같다는 예감이 든다. 그리고 이런 슬픈 예감은 항상 틀린 적이 없었는데 말야...
"지금 바빠요 바빠! 이거 다 옮기고 포장 뜯고 하려면 얼마나 걸리는데."
순간적으로 도와줄 것 아니면 그냥 가라고 말할 뻔 했다. 그랬다가 진짜 도와주겠다며 달라붙으면 큰일이지. 그녀는 자신의 자제심을 살짝 칭찬해 주었다. 그리고 짐짓 루스를 모른 척, 바쁜 척 하면서 마지막 상자를 들고 약국 안으로 피신한다. -
38 루스 칼라일 ◆adveroi6X. (4KeXcwVO.I) 2020. 8. 4. 오후 8:32:04"허, 무서워서 인사도 못하겠네. 자꾸 이러면 재미없는데."
루스는 짐짓 화난 것 마냥 머리를 신경질적으로 헝클어뜨려 놓더니 그녀를 따라간다.
"할 얘기가 있어서 그래. 좀 들어봐요."
쫄래쫄래 안까지 따라들어온 루스는 헛기침을 하면서 말한다.
"사실, 제안 하나 더 하고싶은 게 있는데. 친한 사람이 화학과 나와서는 해먹을 게 없어서 백수 상태란 말이지."
"녀석을 조수로 고용해줘."
웃음이 터져나올 것 같은 지금 이 상황을 버텨내면서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며 말했다.
이자벨라는 지금 엑소수트를 입고 있기 때문에 바닐라인 루스 따위는 벽에 냅다 꽂아버릴 수 있다. 하지만 루스는 과연 이 사람에게 그럴 만한 용기가 있을지, 그게 궁금해졌다. 하지만 이 상황은 정말 웃긴 일이다. 만약 루스의 생각대로 된다면, 말티즈가 깽깽대는 소리에 로트와일러가 질겁하는 꼴 아닌가.
-
39 이자벨라 클레망 (jjEpflZ/Lc) 2020. 8. 5. 오후 12:26:34그녀는 천천히 몸을 돌려 루스를 뒤돌아보았다. 루스를 보면서 움찔거리는게 확실히 눈치를 보는 것이다. 뭔가 할 말이 턱까지 차올랐지만 이걸 하나 마나 나름 머리아프게 고민을 하는 듯 했다. 하지만 그녀는 결국 말하고 말았다.
"아까까지만 해도 제 약 때문에 사람이 죽었다고 총 겨누고 수갑 채우고 난리를 치시더니."
종잡을 수가 없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다고 입장이 이렇게 손바닥 뒤집듯 바뀌는 건지. 그냥 적당히 그 화학과 백수를 보자고 해서 지금을 넘겼다가 자기랑 안 맞다고 빠꾸 먹이는 방법도 있지만 그러지 않았다.
"ㅈ, 장.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그녀는 답지않게 자기 할 말을 한다. 단순히 욱한건지 여기서 더 밀려나면 돌이킬 수 없다는 계산대로 행동하는 건지는 모른다. 시트콤 주인공처럼 소리를 빽 지르진 못했지만 지금 이렇게 말이라도 한 것에 의의를 두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어쩌면.
//이자벨라도 시트랑 성격이 달라지는 기분인데ㅋㅋㅋ -
40 루스 칼라일 ◆adveroi6X. (fBcwlfC/hY) 2020. 8. 5. 오후 6:05:35>>39
"뭐?"
루스는 눈을 부릅 뜨고 이자벨라에게 가까이 다가간다.
"내가 지금 장난하는 것 처럼 보여?"
루스는 크게 울릴 것 같은 철문을 냅다 걷어찼다.
"내가 내 사리사욕 챙기려고 이러는 줄 알아? 당신이 힘들어보이니까 조수 한두 명 있으면 좋을 것 같아서 이러는 거 아냐. 근데 뭐? 장난?"
그러더니 루스는 주변을 좀 둘러보더니, 약국 안으로 먼저 들어가면서 손짓한다.
"따라와. 하던거 멈추고."
만약 이자벨라가 주저하는 눈치가 보이면 이렇게 덧붙히는 것도 잊지 않는다.
"할 얘기가 있어서 그래. 잠깐 와봐."
루스는 이자벨라에게 술을 먹여보고 싶어졌다.
// ㅋㅋㅋㅋㅋㅋ 근데 이런 것도 나쁘진 않다는 느낌이네 -
41 이자벨라 클레망 (FqBe2fxovw) 2020. 8. 6. 오후 1:01:53"왜 그쪽이 화를 내죠? 동네사람들한테 물어봐요. 지금 누가 더 이상한가."
솔직히 사리사욕을 챙기려는 것 같아 뵈기도 한다. 이 사람을 협박해서 기를 죽인 다음 쁘락치를 심어서 내 꼬붕으로 만들어버려야지! 하는 느낌. 오늘 처음 만난 사람이 천국과 지옥을 왔다갔다하며 자신에게 들이댄다면 누구나 그와 멀어지고 싶으리라.
"내가 어이가 없어서 정말..."
오늘따라 그 껄렁거리던 갱들이 보고싶다. 평소엔 네다섯씩 뭉쳐서 설렁설렁 돌아다니더만. 오늘따라 보이지 않는다. 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는 법이다. 그녀는 루스를 따라 약국으로 들어간다. -
42 루스 칼라일 ◆adveroi6X. (i8ZGpr2k9.) 2020. 8. 7. 오후 8:40:17"그냥 좀 묻고싶은 게 생겨서."
루스는 잔뜩 구긴 인상을 도로 펴놓고는 무감하게 말했다.
"왜 혼자 일하려고 하지? 왜 이렇게 힘들게 사냐고. 재주도 좋은 사람이, 대체 왜. 난 그게 묻고 싶었어."
루스 자신이었다면 기왕 하는 것 좀더 체계가 잡힌 채로 하려 했을 것이다. 게다가 자신에게 이만한 재주가 있는데도 굳이 이러는 이유를 알고 싶었다.
루스는 폐허같은 벽에 기대어 팔짱을 끼고는 이어 말한다.
"당신에 대해 조사를 해봤지. 당신이 예상할 수 있는 그 이상으로. 다른 정보들은 알 수 있었어. 하지만 왜 하필이면 이런 다 무너져가는 곳에 허름한 가게를 차리고 스스로를 유배시켰는지, 그 이유는 알 수 없었지."
그리고는 이자벨라 쪽을 바라보며 한번 쓸쓸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좀 말해줄 수 있어?" -
43 이자벨라 클레망 (O4p.uS6xUs) 2020. 8. 8. 오후 4:12:06엑소슈트를 창고에 던지듯 넣어놓고 나왔다. 기름칠 안 된 철문 소리가 거슬린다. 뭔가를 생각하는 듯 칙칙한 철문을 노려보던 그녀는 루스에게로 눈을 돌렸다.
"대학 동기들. 그 썩을 놈들이 절 완전히 주저앉혔어요. 아마 빈민가 출신이 명문대에서 날뛰는게 맘에 안 들었나 보지."
"공든 탑이 한번 무너지니까 또 뭘 쌓기가 싫더라고요. 그래서 쌓지 않으면 무너질 일도 없다는 생각으로 대충 삽디다. 이 정도면 됐어요?"
자세한 이야기는 해 주지 않았지만 그녀의 말은 패배주의 한 마디로 요약할 수 있었다. 이게 내 팔자겠거니 하며 죽지 않을만큼만 살아가는 생. 나는 이 쓰레기통에서 쓰레기나 파먹으며 살 사람이 아니라고 분개하던 시절도 있었지만 그것도 옛날 일이다.
"그냥...힘들어서 그래요. 힘이 다 빠져서.."
그녀는 카운터에 상자 하나를 올려놓고 송곳으로 그것을 틱틱거리며 열었다. 멀쩡한 상비의약품들이 들어있었다. 약갑들을 진열대로 휙휙 던졌다. 대충 던지는 것 같은데, 신기하게 아귀가 착착 맞아 떨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