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3346955> [아포칼립스] 세상이 끝날 때(When The World Ends) - 1 (124)
WTWE ◆ZVydwOPJq.
2020. 6. 28. 오후 9:22:25 - 2020. 7. 1. 오후 8:3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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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WTWE ◆ZVydwOPJq. (7900354E+4) 2020. 6. 28. 오후 9:22:25※ 본 스레는 상황극 게시판의 규칙을 준수합니다.
※ 배경 설정은 웹코믹 'Romantically Apocalyptic'의 영향을 다소 받았습니다.
나는 모든 인류를 먼지로 만든 마지막 전쟁을 놓치고 말았다.
나는 내가 속해 있던 과학조사팀의 마지막 생존자였다.
죽은 도시를 며칠이고 헤매던 나는 다른 인간을 찾을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놓아버렸다.
내가 알던 모든 세계가 균형을 잃고 핵겨울 가운데로 추락했다.
- Romantically Apocalyptic Episode 0-1 중에서.
http://romanticallyapocalyptic.com/0-1
번역문 출처: https://romac.tistory.com/m/2
시트스레: https://bbs.tunaground.net/trace.php/situplay/1593273277
칠흑 같은 어둠이 걷히고 하늘이 차가운 회빛으로 물들었을 때, 낯선 곳에서 눈을 피하던 당신은 지금이 낮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불가구약의 도시는 매섭게 몰아치던 바람과 거센 눈발이 약간 잠잠해지고 나서야 그 가엾고 처량한 실루엣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 근방은 다른 곳과는 달리 건물들이 비교적 제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사람의 흔적은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었다.
잿빛으로 뒤덮인 거리를 얼마 동안이나 헤매고 다녔을까, 기울어진 전신주에 간신히 매달린 작은 이정표가 당신의 눈에 들어왔다.
[CENTRAL PARK]
# 본 스레는 자유도 높은 플레이를 지향합니다. 본격적인 진행을 준비하는 동안 일상을 굴리거나 독백을 남겨주시면 되겠습니다.
# 자유도가 높다고 해서 부도덕한 행위가 허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기본적인 수위 조절과 서로 간의 예의는 지키도록 합시다.
# 진행 시간은 따로 정해두지 않고 진행 레스에 캡틴이 반응하여 방향성을 제시하는 방식이 되겠습니다.
# MPC나 적대적인 생존자 등 엑스트라 캐릭터가 등장할 예정이며 스토리와 관련된 여러 사건들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 모자란 것이 많은 캡틴입니다. 조언이나 의견이 있다면 언제든 편하게 찔러주세요. 모쪼록 잘 부탁드려요 ꉂꉂ(ᵔᗜᵔ*) -
1 아리아주 ◆/BX3AQB6OQ (022739E+54) 2020. 6. 28. 오후 9:25:49안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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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이름 없음◆oxqVIUccv6 (2005704E+5) 2020. 6. 28. 오후 9:25:58본 스레가 열렸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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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WTWE ◆ZVydwOPJq. (7900354E+4) 2020. 6. 28. 오후 9:29:13캡틴은 처음이라 설레고 긴장되네요. 모두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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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겨울주◆oxqVIUccv6 (2005704E+5) 2020. 6. 28. 오후 9:30:01나도 이름을 달아야겠네!
다들 앞으로 잘 부탁해~ -
5 아리아주 (022739E+54) 2020. 6. 28. 오후 9:34:04모두 잘 부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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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레이몬드주 (2157468E+5) 2020. 6. 28. 오후 9:37:35모두 안녕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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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WTWE ◆ZVydwOPJq. (7900354E+4) 2020. 6. 28. 오후 9:38:05다들 저녁은 드셨나요? 만약 식사를 거르면 혼내는 대신에 속에 담아뒀다가 진행할 때 캐릭터를 괴롭힐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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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레이몬드주 (2157468E+5) 2020. 6. 28. 오후 9:40:10물논! 쏘야 먹었지! 소세지는 언제나 맛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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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아리아주 (022739E+54) 2020. 6. 28. 오후 9:43:49저는 김치전 먹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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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겨울주◆oxqVIUccv6 (2005704E+5) 2020. 6. 28. 오후 9:46:23시...시리얼 먹었다!! 이것도 한 끼 식사라구!!(우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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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아리아주 (022739E+54) 2020. 6. 28. 오후 9:47:06시리얼...혹시 파맛첵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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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겨울주 (2005704E+5) 2020. 6. 28. 오후 9:47:18아닛 인증코드를 안 지웠잖아...(쭈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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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겨울주 (2005704E+5) 2020. 6. 28. 오후 9:47:59>>11
평범하게 그래놀라를 먹었다구! 파맛 첵스는 7월까지 기다렸다 먹을 것이다!! -
14 아리아주 (022739E+54) 2020. 6. 28. 오후 9:53:17그래서 혹시 가볍게 일상 한번 하실 분 계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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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레이몬드주 (2157468E+5) 2020. 6. 28. 오후 9:55:24>>14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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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아리아주 (022739E+54) 2020. 6. 28. 오후 9:59:16>>15
후후 선레는 다이스로 정하죠. 레이주가 1이고 제가 2.
.dice 1 2. = 1 -
17 레이몬드주 (2157468E+5) 2020. 6. 28. 오후 9:59:58옼희! 원하는 상황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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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아리아주 (022739E+54) 2020. 6. 28. 오후 10:03:49음...약탈자 떼거리 상대로 임시동맹? 도 떠오르는데...이걸로 해도 되고 아니면 그냥 편하신대로 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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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겨울주 (2005704E+5) 2020. 6. 28. 오후 10:06:16(팝콘)(콜라)(관전준비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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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레이몬드 - 아리아 (2157468E+5) 2020. 6. 28. 오후 10:09:30센트럴 파크는 비교적 깔끔했다. 건물들도 제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고 적어도 그가 온 곳에 비해서는 난장판이 적어보였다. 그러나 의심을 거두어서는 안되는 법. 레이몬드는 방독면 너머 보이는 회색의 도시를 보고 인상을 찡그렸다. 오늘따라 유독 안보이는 오른쪽 눈이 쑤시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무슨 일이 일어날때마다 이러던데 오늘도 그럴 예정일까? 애써 불길한 생각을 떨쳐내고 발걸음을 옮기려던 찰나, 저벅대는 발소리가 들려왔다. 하나가 아닌 여러명이 내는 소리였다. 그리고 이어진 껄렁한 어투.
"어이, 형씨. 우리가 좀 어려워서 말인데 가진게 있으면 다 내놓는 게 서로에게 좋지 않겠어?"
그 순간 레이몬드는 한가지를 깨달았다. 아, 이놈들 약탈자 패거리구나. 혼자서 싸운다면 서넛 정도는 때려눕힐 수 있을 것 같았으나 여러명인 게 문제였다. 이대로 험한 꼴을 당하게 되는건가? 그는 눈을 감았다. 죽은 아내의 모습이 눈 앞에 어른거렸다. -
21 아리아 - 레이몬드 (022739E+54) 2020. 6. 28. 오후 10:26:01아리아는 자신에게 작은 약속을 했다. 하루에 하나씩 착한 일을 하고 수첩에 적어놓기. 그렇게 거창한 것은 아니다. 바닥에 있는 쓰레기를 줍는 거나, 가게에서 통조림을 들고 나갈 때 동전 하나라도 계산대에 놓고 가는 것도 좋다. 중요한건 그녀가 그렇게 한다는 사실 자체다.
"오늘은 뭘 해볼까...?"
그녀는 천천히 걸어서 센트럴파크 안으로 들어왔다. 동그랗게 말려 크로스백처럼 걸친 것은 길바닥에서 주운 굵직한 pp로프다. 그럴 리는 없겠지만, 혹시 둥지에서 떨어진 아기새라도 없을까. 부산히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멀리 시야에 포착된 것은 아기새 따위의 하찮은 것이 아니었다. 그녀는 반사적으로 바닥에 풀썩 엎드렸다.
스포츠 고글 뒤의 눈동자 한 쌍이 상황을 주시한다. 약탈자 패거리가 한 사람을 노리고 다가가고 있다.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다. 한때는 그녀 또한 패거리의 일원이었고, 그 일원에게 노려지는 사람이기도 했다. 곰곰히 생각하던 그녀는 다짐했다. '오늘은 이거다!' 라고.
그녀는 늘 하던 것처럼 나무 위로 타고올라가 굵직한 가지 사이사이를 뛰어 그들에게 접근한다. 패거리도, 노려지는 사람에게도 들키지 않게 은밀함을 유지한 채로 그들의 머리 위에 도달했다.
pp로프가 교수형 로프로 탈바꿈하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다른 사람의 시야에서 벗어나있던 패거리 중 하나는 카미카쿠시 당하듯 하늘로 쑥 딸려올라갔다. 고정도르래의 무게추처럼 어느정도 아래로 내려온 그녀는 희생자의 명이 다하길 기다리며 상황을 주시한다. -
22 히토시 (4260622E+5) 2020. 6. 28. 오후 10:33:09캡틴 지금 있나~
없다면 돌릴 사람 구한다 -
23 레이몬드 - 아리아 (2157468E+5) 2020. 6. 28. 오후 10:34:38솔직하게 말하자면 레이몬드는 싸울 생각이 어느정도 있었다. 애초에 폭력조직의 일원이기도 했던 그이기에 모럴은 다른 이들보다 한참 뒤떨어졌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헛소리를 들어주고 있었던 이유는 그들 중 '누가' 대장인지 파악하기 위해서였다. 보통 무리는 그들을 인솔하는 보스 내지는 리더가 있기 마련이다. 그러니 우두머리를 꺾어버리면 지휘체계가 무너지면서 이 한심한 것들은 우왕좌왕 당황하겠지. 생각을 마칠즈음, 레이몬드는 적당히 힘있어보이고 적당히 권력을 누리는 우두머리로 보이는 한 사람을 찾아냈다. 이제 남은 건 저놈의 목을 꺾어주는 일이었는데...
"음?"
갑자기 그 사람이 하늘위로 증발했다? 레이몬드의 의문섞인 탄성에 다른 이들도 의아하게 생각한건지 무리는 순식간에 웅성거림을 내뱉었다. 그리고 돌아온 것은 교수형을 당해 축쳐진 시체였다. 그 순간 거기에 있는 모두가 느꼈을것이다. 이 일에 개입한 다른 누군가가 있는거라고.
"뭐... 뭐야! 일행이 있었나?"
"그럴리가 없잖아! 대장은 분명히 이 새X 혼자만 있었다고 말했단 말이야!"
"그럼 저 꼬라지는 뭐야? 왜? 아예 지나가던 신이 우리 꼴을 두고보지 못해서 벌이라도 내렸다고 하지 그러냐?"
누군가의 비꼼에 무리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레이몬드는 그것을 한심하게 보고있다가 싸움이 주먹다짐으로 번지자 그들을 그대로 관망하고 있었다. 적당히 싸움이 끝나면 떨거지들 정리하고 유류품이나 챙기면 되겠지. 그는 한가하게 생각을 하고선 근처에 있는 거의 다 부숴져가는 의자에 주저앉았다. 이제 그가 약탈을 할 차례였다. -
24 겨울주 (2005704E+5) 2020. 6. 28. 오후 10:34:49히토시주 어서와!
앗 그럼 나랑 돌릴래? -
25 히토시 (4260622E+5) 2020. 6. 28. 오후 10:35:56오 좋아! 겨울이 시트 읽고 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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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히토시 (4260622E+5) 2020. 6. 28. 오후 10:40:34그럼 선레를 내가 써오는 대신 미술관에서 시작하는 것 괜찮을까?
그리고 내가 단문러라ㅠㅠ 존못인 점 이해해줘... -
27 겨울주 (2005704E+5) 2020. 6. 28. 오후 10:41:36나도 히토시 시트 읽고 왔어~
음 히토시가 미술품을 모으니까 미술관 쪽에서 만나는게 자연스럽겠네! 좋아!
편하게 써줘!! :) -
28 아리아 - 레이몬드 (022739E+54) 2020. 6. 28. 오후 10:45:00로프를 적당한 곳에 묶어놓고, 남은 부분은 잘라 챙긴 후에 다른 나뭇가지로 위치를 옮겼다. 약탈자들은 조만간 위를 볼 테고. 적이 위에 있다는 것을 알 테고. 그럼 싸움이 벌어질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자기 자신은 나뭇가지와 나뭇잎 사이에 몸을 숨기며 잽싸게 도망가고 노려지던 사람에게도 틈이 생기겠지.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왜 자기네들끼리 싸워?'
그것도 적을 코 앞에 둔 상태다. 그녀는 패거리들의 멍청함이 상상 이상임을 깨닫고 우스움에 몸서리쳤다. 저들은 지금까지 살아남은 것이 기적이다. 교수형 로프를 하나 더 만들면서 싸움박질을 구경하는 그녀의 눈. 그녀의 눈은 보기 좋게 초승달처럼 휘어있었다. 상황만 아니었다면 코메디 영화를 보듯 깔깔 웃어제꼈을 텐데....아 우스워라.
혼자인 저 사람도 슬슬 무언가를 준비하는 모양이다. 저 자가 싸우는 와중에 한 명 정도는 더 도와줄까? 손 안에 쥐인 교수형 로프는 꼭 카우보이의 그것처럼 느릿하게 흔들린다. -
29 레이몬드 - 아리아 (2157468E+5) 2020. 6. 28. 오후 10:53:18싸움은 슬슬 막바지를 향해있었다. 죽은 사람도 여럿 나왔고 남은 사람들은 부상에 비틀대고 있었다. 레이몬드는 그제야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디보자, 남은 이들이 하나, 둘, 셋. 게다가 자신보다 덩치도 작고 부상까지 입었으니 금상첨화일 수 밖에 없었다. 레이몬드가 다가오자 그들 중 한명이 그를 노려보았다. 딱 봐도 경계하는 모양새였다.
"뭐... 뭐야! 볼일없으면 꺼져! 어차피 우린 너한테 아무짓도..."
"그러고보니 맨손으로 죽이는것도 좀 그렇군."
아무리 조직에서 히트맨으로 일했어도 오랜시간동안 조직의 일을 하지 않아서 무뎌진 것일까? 레이몬드는 자신이 맨손으로 적을 죽이기 꺼려한다는 사실을 알아채고 곤혹스러워했다. 이런 세상에서 양심이나 죄책감같은 것은 독이나 마찬가지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과 손은 착실히 버려진 나이프 하나를 찾아 쥐고있었다. 그를 본 부상자들의 눈이 커졌다.
"뭐야? 지금 우릴 죽이기라도 하겠다는거야? 이봐! 우린 당신에게 아무짓도 안했어!"
"마... 마... 맞아! 우린 그저 대장이 시키는대로 아아악!"
레이몬드는 칼을 휘둘렀다. 말을 심하게 더듬던 부상자 하나가 깔끔하게 목이 베여 쓰러졌다. 바닥은 그가 흘린 피로 더럽혀졌다. 잠깐동안 대지는 비명소리와 뼈가 부러지는 소리, 살이 베이는 소리로 인해 요란해졌다. 마침내 정리가 끝난 레이몬드는 희생자들의 유류품을 챙기면서 말을했다.
"거기 누가있든간에 도와준 건 고맙다. 감사인사를 전하고 싶다만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싶다면 나오지 않아도 된다. 다만 답례로 선물을 하나 주지. 수작은 부리지 않았으니 안심하고 먹어도 괜찮다."
그는 주머니에서 비상식량 키트 하나를 꺼내 바닥에 내려놓았다. 아무래도 자신을 도와준 사람이 어딨는지 모르기 때문에 펼친 최소한의 행동이 아닐까 싶었다. -
30 히토시 - 겨울 (4260622E+5) 2020. 6. 28. 오후 10:54:41미쳐버린 날씨는 눈발을 일으키며 문 틈이나 구석 구석으로 스며들었다. 문제는 문이 없는 곳이었는데 예를 들어 랜드마크 처럼 문이 없거나 있을 필요가 없는 곳에는 당연하다는 듯이 눈이 들어찼다. 덕분에 그가 걸음하고 있는 미술관 안은 눈더미로 바닥이 가득했다. 낮아진 기온 덕분에 녹지도 않아 시린 풍경만 그려내고 있는 미술관 깊은 곳으로 그는 푹푹 빠지는 눈 바닥 사이를 걸어 들어갔다.
그곳은 미술품을 보관하는 창고였는데 누군가 도망치다 문을 열어놓은 것인지 무뢰배에게 습격을 받은 것인지 원래는 닫혀 있어야 할 곳이 활짝 열려 있었다. 그리고 열린 문 틈으로는 눈이 쌓여서 보다시피 눈바닥이 되어 있었다. 어디서 물이 떨어졌는지 벽면에는 고드름이 얼어 있어 작품의 관리 상태는 최악이었다.
그는 한숨을 쉬며 문 안쪽으로 들어서다 당신과 눈이 마주쳤다. 눈 때문에 분간하기 어려운 길 탓에 길을 잃고 여기까지 들어온 것이거나... 그는 당신의 볼일을 추측해 보더니 약탈자일 가능성을 무시 못 하겠는지 허리춤에 달린 단검을 손에 쥐었다. 그리고 한숨 섞인 목소리로 말을 걸었다.
"이봐, 그건 함부로 손 대지 마. 중요한 거니까 말이야." -
31 겨울-히토시 (2005704E+5) 2020. 6. 28. 오후 11:09:00식량을 확보하러 밖에 나온 것까지는 좋았다. 아직까지 다른 사람-위험해 보이는 사람-과 마주치지 않은 것도 정말 다행이고 좋았다. 딱 하나 나쁜 게 있다면 지금 기상 상황 정도일까. 눈과 재가 섞인 회색빛 바람이 이리저리 휘몰아치는 바람에 스키 고글로도 시야가 확보되지 않을 정도였다. 글로만 읽었던 화이트 아웃이 이런 느낌일까. 사실 이건 재가 섞였으니 그레이 아웃이라고 해야하나? 그런 생각도 잠시, 일단 어딘가에서 이 눈발을 피했다가 가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했다. 조심스럽게 손으로 더듬고 쇠파이프를 짚어가며 벽을 찾고, 벽을 더듬어 입구를 찾는다. 간신히 찾아낸 곳은 문이 열려 있어 내부에도 눈이 쌓이긴 했지만 일단 바람을 막아줄 벽은 있었다. 안도의 한숨을 쉬며 좀 더 깊숙히 들어갔다.
내부에는 눈과 고드름, 그리고 미술품들이 있었다. 놓여 있는 모습들을 보아하니 전시장은 아니고 아마 전시 전, 또는 전시 후의 미술품들을 보관하던 곳 같다. 이런 쪽은 잘 모르지만 한때는 거장들의 작품으로 비싼 값을 하던 물건들이었겠지. 지금은 글쎄, 나무 조각이나 캔버스라면 불에 타니까 땔감으로는 쓸 수 있을라나? 한 켠에 놓인 대리석으로 보이는 조각상에 손을 뻗으며 생각했다. 이런 대리석은 어떻게 쓸 수 있을까. 문을 막아두는 용도? 옮길 수는 있을까? 두터운 스키장갑을 낀 손이 대리석에 닿기도 전에 명백하게 자신의 것이 아닌 목소리가 울렸다. 큰일났다. 여기 주인이 돌아왔나봐. 총 맞아 죽을지도 몰라!!
“아, 아아아아 알았어요 쏘지 마세요! 손 뗐어요!! 자 봐요!”
재빨리 뒤로 한 걸음 물러서면서 양손을 들었다. 한 손에는 쇠파이프가 들려있긴 하지만 일단 두 손을 들고 조각상에서 물러서는 것으로 이 조각상을 건드리지 않을 것이라는 강한 어필을 했다. 그리고 최대한 무해하다는 것을 나타내기 위한 표정..도 지었지만 고글과 스카프로 감싼 얼굴로는 티도 안 나겠구나. 응.
“아무것도, 아무것도 손 안 댔어요! 눈이 너무 거세서 잠깐 피하려고 들어온 거에요! 눈만 그치면 바로 나갈게요…” -
32 아리아 - 레이몬드 (022739E+54) 2020. 6. 28. 오후 11:11:06'더 도와줄 필요는 없겠다.'
교수형 로프를 도로 풀어서 원래대로 만들어 놓았다. 사람 하나를 죽여서 패거리를 이 모양 이 꼴로 만들어버리다니. 생각했던 것 외로 가성비가 좋다. 저들이 생각했던 것 외로 멍청한 것과 같았다.
남자는 제 풀에 쓰러진 패거리들을 큰 문제 없이 흙으로 되돌린다. 어차피 보답을 바란 일도 아니다. 다만 '착한 일 수첩' 에 처음으로 이렇다할 의미가 있는 기록을 할 생각에 기분이 좋아졌으니 그것도 보답이라면 보답이겠다. 쓰레기 줍기나 넘어진 진열대 다시 세우기 같은 일은 의미를 주기엔 상당히 하찮은 일이니까.
자리를 떠나려 할 때 남자가 말하는 소리가 들린다. 그는 답례라 말하며 비상식량을 내려놓는다. 그녀는 잠시 생각하곤 즉시 그 자리를 떠났다. 남자를 만나지 않았다.
만약 그녀가 남자와 같은 상황에 처했을 때. 자기 자신이 비상식량에 수작을 부릴 가능성이 진지하게 머릿속에서 논의되었기 때문이다. 사람은 자기 자신을 기준으로 생각하기 마련이다. 가능한 많은 사람을 죽여 경쟁자를 줄이는 것이 장기적인 생존에 유리하다. 착한 일을 하기로 마음먹은 후에도 이 생각은 머릿속에 꼭 박혀있다. 덕분에 그녀는 짜증나는 인지부조화에 시달려야 했다.
'나 착한 일 했어! 엄청 착한 일 했다고! 그러니까 오늘은 더 생각하지 않을 거야. 난 착한 일을 했잖아!'
그렇게 대화 한 마디 없었던 기묘한 임시동맹은 끝이 난다. 여느 날의 회색빛 뉴욕과는 조금 다른 날이다.
//막레임다 수고하셨어요! -
33 레이몬드주 (2157468E+5) 2020. 6. 28. 오후 11:15:17아리아주도 고생했어!
여담인데 저 비상식량 진짜 수작 안부렸어. ㄹㅇ루다가 맛있는 비상식량이었던 것! -
34 아리아 - 레이몬드 (022739E+54) 2020. 6. 28. 오후 11:17:41>>33
레이몬드는 안 그러겠지만 아리아는 아마 넣었을지도 몰라요. 그래서 그냥 도망을 가버린 것이고...ㅠㅠ -
35 겨울주 (2005704E+5) 2020. 6. 28. 오후 11:20:15이제 그 뒤에 공원에 찾아온 겨울이가 앗사 개이득~하면서 주워가면 되는 건가(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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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아리아주 (022739E+54) 2020. 6. 28. 오후 11:21:53앗사가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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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히토시 - 겨울 (4260622E+5) 2020. 6. 28. 오후 11:25:27그는 들고 있던 단검을 어색하게 내리고 다시 옆구리에 걸어두었다. 목소리도 그렇고 키도 작은것이 아이거나 여자였다. 함부로 공격하지 않는것이 아니라 못하는 것이라는건 바로 알 수 있었다. 때문에 안도했다기 보다는 태연한 마음으로 미술품에 다가가 보관된 양을 확인해 볼 수 있었다.
그는 익숙한 솜씨로 액자를 해체하고 안에 든 그림을 꺼내 말아쥐었다. 가방 안에서 마스킹 테이프를 꺼내 붙이고는 그 과정을 두세번 반복하자 어느새 보관되어 있던 미술품이 동이 났다. 원래대로라면 명화를 훼손하는 그런 행위는 테러와 다름없는 행동이겠지만 현재로서는 그가 미술품을 벙커에 옮기는 것이 이 얼음장 같고 습한 곳에 방치하는 것 보다 훨씬 나을 것이다.
일련의 작업을 마치고 그는 당신을 돌아 보더니 머리를 굴렸다. 이 무해해 보이는 여자를 이용한다면 여러번 왕복하지 않아도 미술품을 빠르게 옮길 수 있지 않을까? 액자 밖으로 꺼내진 명화는 언제 훼손될지 모를 위험에 노출되어 있었다. 그는 단검을 빼들고 그녀의 목을 향해 겨누면서 부러 낮게 말했다. 위협스럽게 보일 수 있도록.
"지금 날 돕지 않겠다면 당장 당신을 찌르고 가진 걸 빼앗겠어. 하지만 날 돕는다면 조용히 넘어갈 뿐 아니라, 대가도 지불하지." -
38 히토시주 (4260622E+5) 2020. 6. 28. 오후 11:27:31ㅋㅋㅋㅋ의문의 개이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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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겨울-히토시 (2005704E+5) 2020. 6. 28. 오후 11:36:27총이 아니라 단검이었구나. 그나마 다행이다. 단검이 내 옆구리가 아니라 저 사람의 옆구리로 걸려서 다행이다.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수 십 번은 내쉬면서 조용히 구석으로 물러섰다. 뭘 하는 건지 슬쩍 보니 액자에서 그림을 빼서 말아쥐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뭐지? 여기 주인이 아니라 오히려 저쪽이 약탈자였다던가… 만약 그게 사실이면 지금껏 만나보지 못했던 위험한 부류의 사람이다! 안도의 한숨은 어느 새 쏙 들어가고, 살짝 살짝 눈치를 살피며 천천히 문 부근으로 조금씩 자리를 이동했다. 아직 밖은 눈이 좀 몰아치지만 여기서 언제 칼이 꽂힐까 조마조마하며 있는 것보다는 차라리 밖으로 도망가는 게 낫겠지. 아니, 그냥 지하실로 돌아갈래. 오늘은 이제 됐어. 돌아가서 빌어먹을 베이크드 빈즈나 퍼먹을래! 그렇게 슬금슬금 움직이다가 목에 겨눠진 단검에 우뚝 걸음을 멈췄다. 너무 신중하게 움직였나, 아니면 저 사람이 작업을 빨리 끝낸건가. 대체 뭐가 문제였을까. 흔들리는 동공으로 새하얀 방독면을 애처롭게 올려다봤다.
“앗, 그, 저… 뭐… 뭘 하면 되나요…?”
가진 거 다 내놔! 라는 말이었다면 가방을 탈탈 털어 오늘 여기까지 오면서 수확했던 물건들을 모조리 내려놓고 튈 생각이었다. 가진 거라고 해도 사실 별 거 없었다. 통조림 몇 개, 통조림 따개, 약간 찌그러진 코카콜라 캔 하나, 생수 몇 병 정도가 전부였으니까. 이 정도로 목숨을 부지할 수 있다면 오히려 싼 값이지. 하지만 방독면을 낀 사람이 한 말은 자신을 도우라는 말이었다. 돕는다면 보수도 준다는 말에 굳이 머리를 굴릴 것까지도 없었다. 일단 고개를 끄덕이며 어떤 일을 하면 되냐고 묻는 쪽이 내 목숨에도 안전할 테니까. -
40 WTWE ◆ZVydwOPJq. (7900354E+4) 2020. 6. 28. 오후 11:39:28캡틴은 지금 팝콘을 쥐어뜯고 있습니다... ( ͒ ́ඉ .̫ ඉ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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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겨울주 (2005704E+5) 2020. 6. 28. 오후 11:46:14팝콘을 쥐어뜯는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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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아리아주 (022739E+54) 2020. 6. 28. 오후 11:47:00역시 ZEE CAPT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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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히토시 - 겨울 (4260622E+5) 2020. 6. 28. 오후 11:48:26그녀는 이해가 빠른 것일까 순박한 것일까, 빠르게 순응하며 고개를 끄덕였기에 오히려 잠시 침묵한 것은 그였다. 그러나 육체적으로 우위에 있는 자신이 두려워 할 것이 없다는 생각에 (상대는 총도 없어 보이고) 금세 단검을 내리고 말아둔 그림을 두어 개 건냈다.
"들고, 따라와. 길은 내가 안내할테니 따라만 와."
그도 마찬가지로 서너 개의 그림을 마저 들고는 다시 눈이 무섭게 쌓인 문 너머로 걸어나간다. 서벅대는 눈 밟히는 소리가 불편할 정도로 크게 들렸다. 그는 종종 뒤를 돌아보며 그녀를 감시하듯이 잘 따라오고 있는지 확인했다.
"놓치면 보수는 주지 않을 생각이니 조심해."
눈발이 방독면의 옆면을 벨 듯이 시리게 스치고 지나갔다. 눈이 빙판이 되지 않아 바닥은 미끄럽지 않았지만 누구도 치우지 않은 눈밭에 발걸음이 푹푹 빠졌다. 한참을 걸어 벙커에 도착한 그는 그림을 쥐고 있는 그녀의 팔 위로 그림 묶음들을 얹어주고 벙커의 문을 열었다.
그리고 그제서야 그녀에게 쌓아놓듯 두었던 그림을 들고 벙커 아래로 내려가다가 말했다.
"그림을 다 넣어놓고 오면 보수를 주지. 기다려." -
44 히토시주 (4260622E+5) 2020. 6. 28. 오후 11:52:12팝콘을 터트리는 거구나...
그보다 겨울주 내가 너무 통보하는 느낌으로 적어서 미안해
좀더 소통해야 하는데 그게 안되네... -
45 겨울-히토시 (2005704E+5) 2020. 6. 28. 오후 11:58:18묘한 침묵이 감돌고 있다… 앗, 뭐지 이 흐름은? 잘못 대답했나? 약간의 조마조마함이 심장을 쥐어짜기 시작할 무렵 목에 겨눠진 단검이 내려가고 대신 그림 두어 장이 나에게 왔다. 들고 따라오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걷기 시작했다. 서벅거리는 눈은 무서울 정도로 쌓여 걷기 힘들 정도였다. 시린 눈발이 두터운 옷을 싸인 몸을 두드린다. 빙판보다는 걷기 쉽지만 발이 푹푹 빠지는 눈길을 걷는 것도 의외로 고역이구나. 그런 생각을 하며 그림을 놓치지 않게 잘 잡아 거의 끌어안듯이 하며 방독면의 뒤를 열심히 따라갔다. 한참을 걷다 벙커 앞에서 그가 멈췄다.
“……”
방독면의 말에 눈밭을 걷는 게 생각 이상으로 힘들었기에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저 사람은 이 벙커에서 생활하는 건가. 그림을 가져다가 뭐 하려는 걸까. 지금은 불을 때우는 것 말고 별다른 가치도 없을 것 같은데. 어쩌면, 어쩌면 인류 문명이 재건된 후라면 가치가 껑충 뛰어오르겠지만… 살짝 고개를 저으면서 회색이 가득한 하늘을 올려다봤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럴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겠지. 문명의 재건은 불가능할 것이다. 이 재앙이 오기 전의 세상으로 돌아가는 건… 불가능 할 것이다. 그런 비관적인 감성에 잠기며 벙커 안으로 들어간 방독면이 올라오기를 기다렸다. 아, 그치만 최악의 경우엔 저 사람이 보수라고 하면서 총알을 선물해줄지도 모르겠네. 그럼 여기서는 도망가는 게 좋은 선택인가. …뭐, 총을 가진 상대한테서 도망쳐봐야, 이런 눈발에서는 멀리 못 가고 총알세례를 받을 거고… …그냥 서 있어도 뭐, 어떻게든 되겠지. 푹 내쉰 한숨이 하얗게 얼어 눈보라에 실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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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겨울주 (2005704E+5) 2020. 6. 28. 오후 11:59:39>>44
아니야 아니야~ 아포칼립스 같고 좋은걸!
오히려 겨울이가 아포칼립스라기엔 머리가 꽃밭인 것 같아서 조금 걱정될뿐... 이 아이... 괜찮을까...(흐릿 -
47 히토시 - 겨울 (624397E+54) 2020. 6. 29. 오전 12:09:33벙커 안쪽에 전기를 돌게 하자 사위에 금세 빛이 돌았다. 그는 그림을 적당히 벽 어딘가에 기울여 놓고는 식량이 보관되어 있는 저장고로 들어갔다. 저장고 안에 쌓여 있는 통조림 중에 적당한 것을 집어든 그는 다시 벙커 밖으로 올라갔다.
"여기, 보수다. 옮기는데 재능이 있더군. 계속 해 볼 생각 있나?"
그는 방어적으로 팔짱을 낀 채 그녀의 말에 관심을 보였다. 마치 입사제의하는 면접관 같은 말투였으나, 말하자면 동맹관계 뭐 그런 의미였을 것이다. 잠시간의 침묵 뒤 그는 통조림을 한 개 건내며 말했다. 수고했습니다 같은 말 말이다.
"관심이 있다면 다음에도 여기로 오도록 해. 보수는 오늘과 같이 주도록 하지." -
48 히토시주 (624397E+54) 2020. 6. 29. 오전 12:12:25>>46 앗... 그래도 좀 더 친절한 레스가 되도록 할게
받기 편하다거나 그런 것... 겨울이는 귀엽고 좋아!
짧게 상상력이 터질때마다 내 웃음도 터진다 -
49 겨울-히토시 (5743112E+5) 2020. 6. 29. 오전 12:17:10최악의 경우 몸에 총알이 박히는 총알 선물까지 생각하고 있었지만 의외로 제대로 된 보상이 온 모양이다. 통조림 하나를 들고 있는 방독면을 보고 내색은 안 했지만 속으로는 안도하고 있었다. 그리고 마치 면접관의 입사제의 같은 말에 잠시 고민했다. 계속 한다면 꾸준히 보수가 들어오겠지. 지금 당장은 괜찮아도 점점 사라질 식량을 생각하면 나쁘지 않은 제의다. 하지만 꾸준히 한다는 건 꾸준히 밖으로 나오는 거고, 밖으로 나오는 횟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위험해질 확률도 올라가지 않을까. …좀 더 고민을 해보고 싶은데 이건.
“그으… 좀 더 생각해볼게요… 저기, 그… 수고하셨습니다…”
아무튼 통조림이다 통조림. 통조림을 받아 들고 살짝 고개를 숙였다. 몸에 배인 습관이라는 건 이런 세계가 되어도 쉬이 없어지지 않는 법이다. 무서운 한국인의 습관 같으니. 아무튼 눈발을 피하다가 어쩌다보니 통조림도 하나 얻게 되었다. 사람과 마주친 것 치고는 좋은 결말로 끝난 것 같아. 가방에 통조림을 넣고 쇠파이프를 고쳐 잡은 후 다시 움직였다. 근데 여긴 어디지… 돌아가려면 어디로 가야 하지? …뭐, 걷다 보면 어떻게든 되겠지.
/핫 막레다! 수고했어 히토시주! 와아 통조림 받았다~ -
50 WTWE ◆ZVydwOPJq. (8084988E+5) 2020. 6. 29. 오전 12:18:07저는 애인이랑 싸워서 먼저 들어갈게요. 다들 편안한 밤 되시고 내일 또 뵈어요. 그리고 정말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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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겨울주 (5743112E+5) 2020. 6. 29. 오전 12:19:54>>50
아앗...아...(말을 잇지 못하는 콘)
잘 들어가 캡틴.. 내일 또 봐~ -
52 히토시주 (624397E+54) 2020. 6. 29. 오전 12:20:48ㅋㅋㅋㅋㅋ한국인의 핏줄... 겨울이 귀여워
그보다 캡틴~ 지금은 자려나? 내일 진행 몇시쯤이야? -
53 히토시주 (624397E+54) 2020. 6. 29. 오전 12:21:49앗 놓쳤다! 그럼 다들 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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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겨울주 (5743112E+5) 2020. 6. 29. 오전 12:22:02히토시주도 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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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아리아주 (069621E+58) 2020. 6. 29. 오전 12:32:39좋은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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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겨울주 (5743112E+5) 2020. 6. 29. 오전 12:42:30아직 잠은 안 자지만 시간이 늦었으니... 다들 좋은 밤 되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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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겨울주 (5743112E+5) 2020. 6. 29. 오전 11:24:34모닝갱신! 다들 쫀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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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히토시주 (624397E+54) 2020. 6. 29. 오후 5:26:36캡틴 스토리는 몇 시에 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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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WTWE ◆ZVydwOPJq. (7975771E+5) 2020. 6. 29. 오후 7:07:19갱신합니다. 그리고 죄송해요. 현재 구상하던 스토리를 엎고 일상을 조금 더 지켜보도록 하겠습니다. 바로 시작했으면 정말 큰일 났을 만한 오류가 있었어요. 스진을 기대하고 오신 분도 있을 텐데 면목 없습니다. 의욕이 앞섰어요. 그렇다고 보트를 엎는다는 이야긴 아닙니다. 진행은 좀 더 기다려주십사... 양해 부탁드립니다. ( ͒ ́ඉ .̫ ඉ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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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히토시주 (624397E+54) 2020. 6. 29. 오후 8:10:47앗 그렇구나! 열심히 해주는게 보기좋고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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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레이몬드주 (1577716E+5) 2020. 6. 29. 오후 8:47:56갱신! 스진 좀 더 미뤄지는구나. 괜찮아! 난 기다릴 수 있어. 그보다 일상 돌릴 사람 어디없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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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겨울주 (5743112E+5) 2020. 6. 29. 오후 8:48:29갱신~ 와 비 많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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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레이몬드주 (1577716E+5) 2020. 6. 29. 오후 8:57:01겨울주 안녕안녕! 맞아. 비 엄청 많이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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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겨울주 (5743112E+5) 2020. 6. 29. 오후 8:59:37안녕안녕!
비도 많이 오고 바람도 많이 불고... 벌써 태풍이 온 느낌이야 -
65 레이몬드주 (1577716E+5) 2020. 6. 29. 오후 9:04:25히이익 태풍! 지금은 장마라서 그렇겠지 뭐~! 방금 아파트 방송 나왔는데 내일 아침까지 비가 쏟아질 예정이라네. 흑흑... 습기찬 밤을 보내게 되겠구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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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겨울주 (5743112E+5) 2020. 6. 29. 오후 9:09:53으으 장마라니! 벌써 그럴 시기가 왔나!!
밤새 비라니... 엄청 꿉꿉하겠네 으으으 -
67 레이몬드주 (1577716E+5) 2020. 6. 29. 오후 9:19:17그러니깐~. 흑흑 비 시르다. 맑은 날씨 보고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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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 히토시주 (624397E+54) 2020. 6. 29. 오후 9:44:33일상이라 히토시랑 같이 민가를 침입할 사람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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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 레이몬드주 (1577716E+5) 2020. 6. 29. 오후 9:45:00>>68 여기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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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겨울주 (5743112E+5) 2020. 6. 29. 오후 9:47:15히토시주 어서와!
민가 침입이라니 듣기엔 흉흉하지만 아포칼립스 상황에서는 지극히 평범한 일상이네!(?
그럼 난 관전하도록 하지! -
71 히토시주 (624397E+54) 2020. 6. 29. 오후 9:54:52그럼 내가 선레 써와도 될까? 히토시가 민가에 침입하려고 창문 뿌술 때 만날 것 같은데 괜찮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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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WTWE ◆ZVydwOPJq. (7975771E+5) 2020. 6. 29. 오후 9:58:59다들 이해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비가 시원하게 쏟아지네요.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이에요. 그보다 민가 침입이라니, 저는 오늘도 팝콘을 쥐어뜯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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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 히토시주 (624397E+54) 2020. 6. 29. 오후 10:07:46팝콘을 뜯냐고ㅋㅋㅋㅋ 대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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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 겨울주 (5743112E+5) 2020. 6. 29. 오후 10:11:58ㅋㅋㅋㅋ왜 쥐어뜯는거야! 팝콘은 냠냠하기 위한 거라구!
아무튼 어서와 캡틴! -
75 레이몬드주 (1577716E+5) 2020. 6. 29. 오후 10:14:00팝콘 ㅋㅋㅋㅋㅋㅋㅋㅋㅋ
>>71 응응 좋아~. 나는 상황과 장소애 상관하지 않으니까 다 괜찮아! 마음대로 써주길 바라! -
76 히토시 - 레이몬드 (624397E+54) 2020. 6. 29. 오후 10:28:07벙커 안에서 찾아낸 지도에는 낯선 집의 위치가 그려져 있었다. 요루노는 고민할 것도 없다는 듯이 단총 한 자루와 총알 서너개, 그리고 작은 손전등을 허리춤에 찬 가방에 집어넣었다. 익숙한 듯 흔들리는 60cm 정도의 단검은 무게감이 느껴졌다.
지도를 좇아 도착한 곳은 거대한 저택이었다. 저택의 문은 급한 상황에서도 굳게 잠겨 있는것이 중요한 물건이 많다는 반증인 것 같았다. 히토시는 익숙한 솜씨로 저택의 겉면을 흝더니 창문에 다가가 얼음이 얼은 창문을 깨기 시작했다. 단검으로 거칠게 몇 차례 두드리고 나니, 유리창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는 능숙하게 창문의 잠금을 풀고 안으로 들어가다 방호복을 입은 자와 시선이 마주쳤다.
별 일 없겠지. 안일함 보다는 안도감을 위해 모르는 척 넘기며 손전등으로 좁게나마 시야를 트였다. 눈 앞에 보이는 것은 벽에 걸린 명화들과 저택의 깊은 곳으로 이어지는 통로들이었다. 그는 잠시 하나의 그림 앞에서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혹시 잇기 어렵다면 말해줘... -
77 레이몬드 - 히토시 (1577716E+5) 2020. 6. 29. 오후 10:42:33아직까지는 물자가 있긴하나 장기적으로 보면 생존이 어렵다. 레이몬드는 그 점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긴 물자가 서서히 떨어져가는 작금의 상황을 마음에 들어할 이가 얼마나 있으랴? 그래서 레이몬드는 결정했다. 물자가 많아보이는 놈을 털기로.
방법은 간단했다. 이전에 탐색을 할 때 봐뒀던 대저택을 털기로 하였다. 레이몬드는 저택을 돌며 어디로 침입하고 물자가 어디에 있을 것인지 탐색을 해두었다. 이제는 완벽했다. 침입만 하면 된다. 그는 저택에서 방치되어 깨지기 직전인 창문 하나를 봐뒀다가 그리로 들어가기로 했다. 자신과 똑같은 목적으로 여기에 온 듯한 웬 남자를 보기 전까지는.
"이런. 손님이 와있었군."
레이몬드는 대수롭지 않게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도 그럴것이 상대방이 무장을 하긴 했지만 레이몬드는 오랜 세월동안 범죄조직에서 킬러로 생활해왔던 자다. 사람 한명정도는 골로보낼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당황하지 않았다. 오히려 어슬렁대며 그가 깨뜨린 창문 너머로 넘어오기 시작했다.
"실례하지."
온몸이 근육인 거구가 작은 창문으로 넘어오는 것은 꽤나 봐줄만한 장면이었으나 아쉽게도 상황이 그리되진 못하였다. 레이몬드는 팔장을 끼고 사내를 바라보고 있었다. 저쪽도 제법 체격이 큰게 어쩌면 싸움이 길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였다. 뭐, 아직은 싸울 생각은 없지만.
"뭘 하러 온거지? 만약 물자를 획득하기 위해 온거라면 수익 배분을 해야할것이라고 말하고 싶군. 여기를 털러 온 사람이 너 혼자만은 아니거든."
그는 씨익 웃으며 말했다. 방독면 때문에 보이지는 않겠지만. -
78 히토시 - 레이몬드 (624397E+54) 2020. 6. 29. 오후 11:00:28방독면 때문에 불확실하게 들리는 그자의 음성은 히토시에게 더욱 큰 공포로 다가왔다. 히토시는 어둠으로 인해 불확실한 시야 너머로 그자의 얼굴을 마주보다 빠르게 고개를 돌렸다. 싸운다면 질 가능성이 크다. 자신에게 싸움 기술이 있는지 어떤지는 기억나지 않았고, 무모한 일에 도전하느니 무리한 일은 삼가는 편이 나았다.
때문에 히토시는 그의 말에 답하는 대신 침묵으로 일관했다. 대신 어쩐지 낯이 익은 초상화에 손전등을 비추었다. 어디서 봤었는지 기억나지 않는 기시감에 묘한 오한이 들었다. 옷을 든든히 입었음에도... 뒤에 선 그자가 제의 같은것을 해오자, 차라리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어 무심하게 답했다.
"맘대로 해. 내가 볼일 있는건 그림이니까 말이지. 그리고 더불어 그 대단한 볼일이 끝나고 난다면 도움을 좀 받았으면 하는데."
히토시는 자신의 키보다 한뼘은 더 큰 액자 끝을 잡아보며 어둠 속에서 어떤 식으로 떼어내야 하는지를 고심하다가, 문득 그자를 돌아본다. 자신보다 조금 큰 키에 체격도 썩 괜찮아 보이는 자는 여러모로 쓸만한 인재였다.
"나도 당신이 하는 일을 도울테니 말이지. 당신은 저 그림을 떼어 주기만 하면 되는거고. 공평한 장사지..." -
79 레이몬드 - 히토시 (1577716E+5) 2020. 6. 29. 오후 11:32:25호오? 레이몬드의 웃음이 더욱 짙어졌다. 제법 두둑한 배짱을 지닌 자를 만났다. 보통 사람이라면 자신이 다가오는 것만으로도 질겁을하거나 당황을 할텐데... 뭔가 이 사람하고 엮이면 좀 더 재밌는 일이 벌어질것도 같았다. 하지만 이 무정한 세계에서 그런것을 바란다면 죽음으로 가는 길이기에 잠시동안은 넣어두고.
남자는 그가 비춘 초상화를 보았다. 어둠에 잠겨있던 초상화가 빛을 받으며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풍겼다. 레이몬드는 저것과 비슷한 그림을 본 적이 있었다. 보스의 집무실에서였다. 예술품을 좋아랬던 보스는 답잖게 온갖 예술품을 모으곤 하였다. 뭐, 그래봤자 지금은 싸늘한 시체가 되어 어딘가에 굴러다니고 있을것이 뻔하기 때문에 굳이 언급을 해야겠냐만은.
"승낙하지. 저 그림이면 되는건가?"
암튼 결론부터 말하자면 레이몬드는 그의 제안에 수락했다. 뭐, 남자가 중간에 거래를 파기하고 도망가도 잃을것은 없었다. 그저 자신의 노동력이 좀 소비가 되었을 뿐이니까. 물자를 들고 튄다면 이야기가 달라지겠지만. 레이몬드는 성큼성큼 그림에게로 다가가 대강 살펴보았다. 그림은 그닥 딱 붙여져있지는 않았다. 세월의 흔적 때문인지 조금만 힘을주면 떨어질 법도 했다. 다만 그 경우엔 그림이 망가질 각오 또한 해야겠지. 레이몬드는 선택권을 저 남자에게 넘기기로 결심했다.
"힘만주면 떨어뜨릴 수 있겠군. 다만 그림에 손상이 조금 갈 것 같은데 어찌할텐가?"
레이몬드는 다시 한 번 팔장을 끼고 지금의 사태를 관망했다. 그가 끼어있으니 관망이라는 말은 조금 어울리지 않을지도 모르겠지만. -
80 겨울주 (5743112E+5) 2020. 6. 29. 오후 11:4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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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WTWE ◆ZVydwOPJq. (7975771E+5) 2020. 6. 29. 오후 11:44:58팝콘을 살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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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 겨울주 (5743112E+5) 2020. 6. 29. 오후 11:5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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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 히토시 - 레이몬드 (4575331E+5) 2020. 6. 30. 오전 12:00:22그자가 자신있게 그림을 향해 걸어감과 동시에 히토시는 그의 뒤에서 그림을 비추고 있었다. 한뼘 떨어졌을 뿐인데 빛의 밝기가 흐릿해져 어느새 그림 속 인물의 머리가 보이지 않아 섬뜩한 느낌이 들었다. 그가 작게 고개를 끄덕이자, 손에 든 손전등이 작게 흔들렸다.
"조금 정도라면 상관 없지. 될 수 있으면 온전히 떼 주었으면 좋겠지만... 뒤를 비추고 있을테니 양 손을 써 줬으면 해."
의식적으로 손전등의 시야를 위로 올려 초상화의 얼굴이 온전히 보이도록 했다. 역시 목만 보고 있기에는 소름이 끼쳤으니까. 그는 곧 한뼘 정도 떨어져 자신의 반응을 지켜보듯한 남자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럼 작업 시작하시지. 빨리 끝내는 편이 서로에게 좋을테고. 아 액자는 어차피 해체할테니 상해도 상관 없어." -
84 레이몬드 - 히토시 (1113795E+5) 2020. 6. 30. 오전 12:12:02상해도 상관없다라. 그럼 굳이 조심할 필요가 없지. 레이몬드는 말없이 그자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윽고 우드득대는 소리가 나더니 그림이 벽에서 떨어졌다. 쉬운 일이었다. 힘을 좀 써야할 필요가 있었지만.
"자, 그림을 떼어냈다. 다행히 그림 자체는 상하지 않았군. 운이 좋았어."
그의 말대로 그림은 액자만 조금 상했고 다른 부분은 멀쩡했다. 운이 좋은건지 레이몬드가 잘 떼어낸건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는 그림을 남자에게 건내주고 손을 털려고 하였다. 오랜만에 힘을 쓰니까 자신의 신체마저도 생소하게 느껴졌다.
"그럼 이제 네가 날 도울 차례군."
레이몬드는 덤덤하게 말을 잇고는 저택의 통로들 중 그나마 멀쩡해보이는 곳을 골라 터벅터벅 걸어가기 시작한다. -
85 레이몬드 - 히토시 (1113795E+5) 2020. 6. 30. 오전 12:30:31히토시주 내가 너무 졸려서 답레주면 내일 이어올게. 지금 너무 잠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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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 히토시 - 레이몬드 (4575331E+5) 2020. 6. 30. 오전 12:31:41그자는 외적으로 보이는 만큼 힘이 좋았는지 액자를 손쉽게 떼어내는 것이 몇 발자국 떨어진 자리에서도 똑똑히 보였다. 이후 그가 느리게 다가가 한손으로 액자를 드니, 생각보다 한손만으로는 액자를 분리하기 어렵다는 것을 깨달았다. 결국 액자를 벽 한면에 세워두고는 그의 뒷모습을 비추며 한 발자국 뒤에서 걸어나갔다.
"후... 좋아. 내가 제의한 일이니 따라야지. 당신은 식량을 털러 온 거겠지? 저택 안쪽으로 가보자고."
핵겨울을 맞이한 뉴욕이었지만 정작 건물 안 까지 핵전쟁의 피해는 미치지 않았는지 보수가 안 되어 갈라진 바닥을 제외하면 두 사람은 제법 온전히 건물 안쪽으로 진입할 수 있었다. 그 앞에는 문이 없는 통로가 하나, 닫힌 문이 세 곳 있었다. 그는 우선 통로가 있는 쪽으로 손전등을 비췄다. 식자재가 쌓인 곳은 주방이거나 창고로 쓰인 듯 했다.
"주방인 듯 하군. 여기 정도면 볼일을 보기에 적합한 곳 아닌가? 빨리 끝내고 돌아가지. 날이 어두워지면 걷잡을 수 없이 앞을 보기 어려워질테니까."
그는 지시하지 않는 한 도울 생각이 없다는 듯이 손전등을 들고 한뼘 뒤에 서서 지켜보고만 있었다. 방독면을 마주보고 있어 알 수 없는 표정이었지만, 얼굴을 본다면 그 뻔뻔스러운 태도에 한 대 치고 싶어졌을지 모를 일이다.
"나는 전등을 비춰 주는걸로 충분할 것 같은데. 더 해야 할 일이 있나?" -
87 히토시주 (4575331E+5) 2020. 6. 30. 오전 12:32:34에고 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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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겨울주 (8415273E+5) 2020. 6. 30. 오전 12:52:01헉 많이 늦은 것 같지만 레이몬드주 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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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 겨울주 (8415273E+5) 2020. 6. 30. 오전 2:19:33슬쩍 올려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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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 레이몬드 - 히토시 (1113795E+5) 2020. 6. 30. 오후 3:45:29지시하지 않는 이상은 일을 할 생각이 없다는건가? 레이몬드는 그를 지그시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식자재 확보에 나섰다. 그래도 시키는 일은 할 생각인것 같으니 나중에 필요할 때가 되면 불러도 되겠지. 그는 주방을 샅샅이 뒤지기 시작했다. 어디보자. 일단 쓸모가 많은 통조림들은 들고온 자루에 싸그리 쓸어모으면 되겠고...
시간이 조금 흐르고 레이몬드는 그럭저럭 만족할 정도는 되는 양의 식품들을 얻었다. 그래도 다행인 건 주방이 잠겨있지 않았단 것 정도일까? 다음은 닫힌 문을 탐색할 차례다. 레이몬드는 문을 열려고 하다가 문득 멈칫했다. 저 안에 뭐가 있을 줄 알고? 이럴 때를 대비해서 데리고 온 사람을 써먹어야하지 않겠는가? 레이몬드는 옆에서 손전등을 비추고 있을 남자에게 고개를 까닥였다.
"먼저 들어가보지 않겠나? 안에 뭐가 있을지 모르니까 말이야."
말은 '제의'에 가까웠지만 그 속에 숨겨진 본심은 기필코 너를 제물로 바쳐서 호기심을 해결하겠다는 것이리라. -
91 겨울주 (8415273E+5) 2020. 6. 30. 오후 5:02:40바람 엄청 분다~ 갱신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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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 WTWE ◆ZVydwOPJq. (5728217E+5) 2020. 6. 30. 오후 5:13:26갱신합니다. 제가 내일까지는 중요한 일이 있어서 자주 못 들를 것 같아요. 날씨가 오락가락하는데 다들 건강 유의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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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 겨울주 (8415273E+5) 2020. 6. 30. 오후 5:15:16알았어! 캡틴도 건강 조심하고 나중에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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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 아리아 (5704305E+5) 2020. 6. 30. 오후 6:05:06잿빛 도시에 건조한 발소리가 우릉거린다.
"잡아! 저 년 잡아라!"
심장이 찢길 것 같다. 끓는 허파가 증기를 토한다. 손바닥과 어깨는 피멍으로 물들고, 무릎과 발목은 금방이라도 꺾여 부러질 것 같아.
"어디까지 도망치나 보자! 산 채로 포를 떠 주마!"
푸른 땀이 쏟아진다. 눈물이 흐른다. 벌린 입에서 침이 떨어진다. 숨에서 피 맛이 난다. 온몸이 절규한다. 더는 안 돼. 더는 못 해. 죽을 것 같아.
"돌아 돌아! 둘러싸라니까!"
시간이 얼마나 흐른 건지. 아스팔트에서 콘크리트로, 배관과 철근 위를 건너서, 사다리를 타고 올라 쓰레기 더미 위로 몸을 날린다. 저들은 아귀처럼 쫓아온다. 곰치 이빨처럼 한 번 물면 놓지 않을 아가리를 벌리고서.
빙빙 도는 계단을 올라서 옥상 문을 걷어찼다. 뻥 뚫린 옥상이다. 뒤를 따라오는 잔인한 눈빛을 슬쩍 확인한다.
다리를 쭉 벌린다. 고개를 숙인다. 자욱이 앉아있던 고운 먼지가 솟구쳐 오른다. 그 자리에 거친 발자국이 남는다.
"막다른 길이다!"
시야가 바늘구멍만큼 좁아진다. 날뛰는 경주마가 그러하듯 앞 말고는 보이지 않는다. 아니, 앞도 보이지 않는다. 반쯤 뒤집힌 눈은 건물에 가려 보이지 않는 지평선을 바란다.
"망할 년... 그 몸상태로 저 만한 거리를 뛰어 건널 수는 없겠지!
빌딩 숲의 낭떠러지로. 파국을 향해 달린다. 속도를 줄이지 않는다. 멈추지 않는다. 영혼은 미리 저 세상으로 떠나고, 육신만이 관성에 떠밀려 달리는 꼴이다.
시간이 느리게 느껴진다. 등 뒤의 고함과 욕지거리, 단말마같은 숨소리도 흐려진다. 커다란 북 위를 달리는 기분이다. 한 발씩 달려 내딛을 때마다. 온 몸으로 무거운 진동이 전해진다. 두웅. 두웅. 두웅...
누구에게나 그런 순간이 온다. 온몸을 칼로 저미는 느낌. 목청에서 꺼억꺼억 소리가 끓는 때. 잔학한 고통에 모든 것을 내던지고 싶은 순간. 저들은 알고 있을까?
그것은 한계
견딜 수 없는 시간
뼈와 고기의 무게와
잡아끄는 중력
그 너머로 한 걸음을 내딛으면
거기에 천국이 있다는 걸.
낭떠러지까지 다섯 발자국. 머릿속에서 무엇인가 끊어지는 것을 느꼈다. 눈 앞의 어둠이 유릿장처럼 무너진다. 공허히 풀린 동공이 다시금 바짝 죄인다.
그녀는 솟구친다. 트램펄린을 밟은 것 처럼. 바람이 등을 밀어주는 기분이다. 몸이 활대처럼 뒤로 휘어진다. 그럴 리가 없지만 하늘을 바라보자 눈이 부시다. 햇살이 비치는 것도 아닌데.
하지만 감상은 짧다. 몸이 차츰 떨어지자 소름이 오소소 돋는다. 활줄이 끊어진다. 활대는 본래의 모습대로 돌아간다. 마지막 힘으로 온 사지를 앞으로 뻗었다.
저 밑으로 떨어지진 않았다. 다만 마침내 다리가 꺾여버렸다. 옥상 바닥 위를 몸으로 굴렀다. 땅과 하늘이 수십 번 뒤바뀌는 체험을 하고서야 다시 몸을 일으킬 수 있었다.
"......."
일순간 정적이 찾아온다. 저들은 주저했다. 낭떠러지를 뛰어 건너지 못했다. 승부는 이미 결정 난 셈이다. 그에 납득하지 못한 한 사람이 도움닫기를 하며 용감히 뛰어왔다. 공중에서 날아오는 와중에 벽돌을 던져주자 맥없이 쑥 떨어져 버렸지만..... 그래도 용기는 가상히 여겨줄게.
탭댄스처럼 톡톡 거리는 걸음걸이로 그들 앞에 섰다. 낭떠러지를 사이에 뒀으니 더 이상 쫓아올 수 없다. 안도감이 든다. 뇌세포들이 광란의 도파민 축포를 쏘아 올린다. 입꼬리가 하늘로 치솟는다.
"끼야하하하!!!!!!!!!!"
"아하하핳ㅎ하핰ㅋㅋㅋㅋ!!!!!!!!!!"
아마 베토벤이 이 장면을 보았다면 우리가 아는 환희의 송가는 조금 다른 분위기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복면을 내려 얼굴을 드러낸 후, 오른쪽 가운뎃손가락을 입에 집어넣고 당겨서 연극처럼 과장된 표정을 만들어냈다. 물론 반대쪽 가운뎃손가락은 그들을 향해 펼쳐져 있다.
괴기한 파란색 혀를 있는 대로 빼 밀고 내지르는 소리는 환희, 전율, 광기, 모욕 등등등, 백팔번뇌와 오욕칠정을 한데 쑤셔 넣어 버무린 광소와도 같았다.
이게 아까까지만 해도 다 죽어가며 달리던 사람이라니. 역시 인체의 신비는 아무리 파고들어도 끝이 없나 보다.
"이... 이 망할 년이 누굴 놀려!!"
"우리 손에 잡히면 곱게 죽진 못 할 거다!"
그들의 얼굴은 금세 분노로 일그러진다. 토마호크나 장도리 따위가 핑핑 돌며 날아온다. 이리저리 총총거리며 피하는 건 일도 아니었다.
문명은 불타 무너지고 가족은 산산히 갈라지며 사람들은 거리로 내몰리는 이 세상에서도. 사람은 살아간다. 저마다의 즐거움을 찾아간다.
여전히 웃음이 멈추지 않는다. 그들에게서 한 발자국씩 멀어진다. 아, 오늘 너네 덕에 정말 즐거웠어. 내가 이 짜릿한 맛에 산다니까. 감사 인사를 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카랑카랑한 웃음소리가 사방으로 퍼져간다.
잿빛 도시가 잠깐이나마 푸르게 물든다. -
95 아리아주 (5704305E+5) 2020. 6. 30. 오후 6:05:25모레 봐요 캡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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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 WTWE ◆ZVydwOPJq. (5728217E+5) 2020. 6. 30. 오후 6:27:48앗 그렇다고 내일까지 아예 안 오는 건 아니에요... 저 보내지 마요 ㅠㅠ 사실 내일이 성적 발표날이거든요. 조마조마해서 일이 손에 잡히질 않네요. 잘 나와야 맘 편히 스레 굴리는데 ㅎㅅ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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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 한겨울-지하실에서의 한 때 (8415273E+5) 2020. 6. 30. 오후 6:30:57과거의 통조림은 납으로 땜질을 해서 뚜껑을 붙이는 형태였다고 한다. 아주 초창기의 이야기지만, 어쨌든 그 시기의 통조림은 납 중독으로 사람을 죽일 수도 있는 복불복 가챠 같은 물건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런 통조림이라면 이런 상황에서 적어도 방사능을 막을 능력은 있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피폭에서 안전할 수 있지만 납 중독으로 죽을 수도 있는 통조림이라, 별로 인기는 없겠네. 아니, 통 전체를 납으로 만든 게 아니라면 결국 피폭에서 안전할 수가 없는 건가? 잠시 생각에 잠겨 멈춘 손 옆에서 움직임이 느껴진다. 재촉하듯 옆에서 안절부절 움직이고 있는 쥐를 보고 살짝 웃었다.
“미안, 잠깐 딴 생각을 했네. 자아- 참치캔이다! 맛있겠네~”
경쾌한 소리와 함께 통조림이 열린다. 따개에 묻은 부분까지 잘 털어낸 후, 포크로 조금씩 떠 먹는다. 기름을 버리는 일은 하지 않는다. 참치캔에 든 기름은 면화유, 목화에서 짜낸 기름이고 식용으로도 문제가 없으니까 버리는 건 아까워. 물론 느끼해서 죽을 것 같지만 그래도, 최대한 아껴야 하는 이 상황에서는 버리기보다 먹는 게 좋을 테니까. 참치 몇 조각을 열심히 먹는 쥐를 보며 한 입 더 퍼 올려 먹는다. 기계적으로 입을 움직여 씹고 삼킨다. 그리고 한숨을 푹 내쉬었다.
“…밥 먹고 싶다…”
하얀 쌀밥만 있으면 참치캔이 몇 배는 더 맛있을텐데… 쌀밥 못 먹은 지 벌써 얼마나 됐지. 이젠 쌀밥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잊어버릴 것 같다. 아니야, 사실은 거짓말이야. 매일 밤 꿈에서 보고 있어서 생김새는 확실히 기억하고 있으니까. 한 그릇까진 바라지도 않는다. 한 입이라도 먹고 싶어. 얼마나 맛있을까. 부모님과 함께 먹었던 평범하기 그지 없었던 밥상이 그리워진다. 밥도, 부모님도, 그 당시에는 지겹기만 했던 일상들도… 전부 그립다. 아마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을 과거를 떠올리며 다시 참치캔으로 시선을 내렸다. 자기 몫을 다 먹어치운 쥐가 이쪽을 빤히 보고 있다. 그래 그래, 모자라지. 더 먹으렴. 반질반질 기름투성이의 참치조각을 쥐 앞에 놓아주고 멍하니 먹는 모습을 바라봤다.
“…어떻게든 되겠지.”
입에 붙어버린 말을 중얼거리고 다시 식사에 집중했다. 붙어버렸다고는 해도 사실 깊게 생각하는 것에서 도망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과거를 떠올리는 것을, 희망이라고는 보이지 않는 이 상황에 대해 생각하는 것을, 새까맣고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암울한 미래를 상상하는 것을 잠시나마 그만두는 일종의 장치 같은, 스스로가 정해 둔 주문이나 다름없는 말. 어떻게든 되겠지. 죽든 살든. 아무리 발버둥쳐도 저항할 수 없는 흐름에 그저 휩쓸려가며, 살아남든, 죽든… 뭐든 되겠지. 최악의 경우엔 죽는 게 나은 꼴이 될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어떻게든 되겠지. 다 먹은 캔에 물을 부어 그대로 쭉 들이켰다. 남은 부스러기까지 싹 먹어 치우고 나서 지하실 한 쪽, 캔을 쌓아둔 곳에 조심스럽게 두었다.
“쥐야, 그거 아니? 통조림 캔으로도 부비트랩을 만들 수 있대. 그래서 전쟁 중에 다 먹은 통조림 캔을 함부로 버리지 말라는 명령이 내려오기도 했었다더라.”
문득 떠오른 잡지식을 쥐에게 말해주며 쌓인 캔을 조금씩 정리했다. 뭐, 그 지식으로 일단 캔을 함부로 버리지 않고 모아두고는 있다. 남이 가져다가 부비트랩이라도 만들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과 만약의 경우 자신이 만들어 쓰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한 일이긴 한데… 사실 트랩 만드는 방법을 몰라서 아직은 쓰지 못하고 있었다. 내다 버리기엔 아깝지만 쓸 줄 모르니 곤란하네. 일단 커다란 녀석들은 뭘 담아두거나 물을 퍼오거나 하면 좋겠지만, 밖에서 가져오는 물은 일단 생수로만 정해두고 있어서. 비나 눈은… 위험해. 제대로 된 정수 시설이 없으니까 큰일이 날 거야. 양말이랑 돌이랑 모래로 간이 정수기를 만들 수 있다는 걸 봤던 것 같은데, 정확히 기억이 안 나니 만들 엄두도 못 내고 있고. 아무튼 결론은, 당장은 쓰지 못하지만 언젠간 쓰겠지 뭐. 어떻게든 되겠지. 그렇게 한 번 중얼거리고 쥐를 쳐다봤다. 작은 친구는 별 흥미가 없다는 듯 구석으로 가서 몸을 웅크렸다. 항상 대화가 성립되지 않는 건 슬프지만 뭐, 말 붙일 상대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다행이지. 그런 생각을 하며 불을 끄고, 낡은 옷가지와 담요들을 모아 만든 잠자리로 가서 웅크리고 누웠다. 나도 조금 쉬어두자. 끊임없이 달려드는 불안에서 도망치듯 눈을 감고 잠을 청한다. 꿈에 비치는 것이 불안한 미래 대신 한 그릇의 따끈한 쌀밥이기를 바라면서.
/새벽에 써둔 것을 슬쩍 올리며 다시 갱신이다~ -
98 겨울주 (8415273E+5) 2020. 6. 30. 오후 6:32:12아니 나는 또 내일까진 바빠서 못 온다는 줄 알고~ ㅋㅋㅋㅋ그랬구나!
일단 편하게 릴렉스하는거야 캡틴~ 어떻게든 될거야~(?) -
99 WTWE ◆ZVydwOPJq. (5728217E+5) 2020. 6. 30. 오후 6:3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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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WTWE ◆ZVydwOPJq. (5728217E+5) 2020. 6. 30. 오후 6:37:30바쁘지 않은 것도 아니긴 하지만요~ 응원 고마워요. 어떻게든 되겠죠 뭐! 장학금 타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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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 아리아주 (5704305E+5) 2020. 6. 30. 오후 6:40:24오예 독백대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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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 겨울주 (8415273E+5) 2020. 6. 30. 오후 6:42:48파쿠르하는 아리아 멋있어..! 반할 것 같아요 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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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 아리아주 (0726459E+5) 2020. 6. 30. 오후 7:20:43아아아니에요 저런 나사빠진 스릴변태따위....
그나저나 겨울이는 정말 별 걸 다 아네요. 참치통조림 좋아하는데 면화유 이야기는 처음 들어봐요! -
104 겨울주 (8415273E+5) 2020. 6. 30. 오후 7:22:57아아 그거...
사실 면실유라고 부르는데다 현재는 면실유 대신 카놀라유 같은 걸 넣는대!
겨울이의 지식은 이렇게 한두군데 나사가 빠져있다는 것이야! -
105 히토시 - 레이몬드 (4575331E+5) 2020. 6. 30. 오후 7:27:53그자의 제의에 흰 방독면 안 정갈한 얼굴이 노골적으로 찌푸려졌다. 제물로 삼을 셈이군... 뻔한 속셈에 되려 불쾌한 감정이 솟는다. 어차피 각자의 목적을 제외하면 남남이니 만큼 타인의 목숨은 가벼울 법이건만, 그게 당사자가 되니 기분이 달랐다. 낮은 한숨 소리가 방독면 밖으로 새어나갔으나 감출 생각은 없었다.
"하... 빨리 돌아가는 편이 좋을 텐데."
있는대로 불평을 내뱉으며 불쾌한 기색이 만연한 채로 문고리를 잡고 돌리자, 잠금쇠가 걸린 것인지 거칠게 감기는 기색이 느껴졌다. 순간적으로 윽, 하는 소리가 탄성처럼 새어나온 뒤 허리춤에 찬 단검을 들어 문 틈을 칼로 부쉈다. 몇 차례 둔탁한 소리가 오고 간 다음에야 잠금쇠를 찾을 수 있었는지 찰깍, 하고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된 것 같군. 생각보다 별 것 없는데."
문을 밀고 들어가자 오랫동안 묵혀진 먼지들이 안면에 치달았다. 방독면을 쓰고 있어 별 타격은 없었지만... 방독면 안쪽의 얼굴이 불쾌하게 구겨지고 먼지 너머의 방을 손전등으로 조심스럽게 비췄다. 보이는 것은 어둠 속에서도 광택이 도는 조각과 박제 그리고 금고의 모습이었다. 그는 방 안에 들어서더니 조각상을 유심히 비춰 보았다.
"이거... 상당히 고가겠는데? 훨씬 전에 침입했더라면 호화롭게 지낼 수 있었겠어."
시답지 않은 말을 꺼내며 현재로서는 별 볼일 없어진 방을 두리번 거리다가 그는 금고 앞에 멈춰선다. 이런 흐름이라면 금고 안에 든 것도 금이거나 시답지 않은 문서 같은 것이겠는데. 그는 그자를 돌아보며 열어보겠냐는듯이 금고를 빤히 비추고 서 있었다.
//늦어서 죄송해요ㅠㅠ -
106 히토시주 (4575331E+5) 2020. 6. 30. 오후 7:34:44지식에 나사가 빠진것까지 설정해두다니 겨울주 대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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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 겨울주 (8415273E+5) 2020. 6. 30. 오후 7:40:36그렇게 대단한 건 아니지만ㅋㅋㅋㅋ 그냥 내 지식이 엉성해서 겨울이도 엉성하게 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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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 히토시주 (4575331E+5) 2020. 6. 30. 오후 7:4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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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 히토시주 (4575331E+5) 2020. 6. 30. 오후 7:47:17잘못눌렀,,, 암튼 그래도 대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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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 벤자민주 (8583456E+6) 2020. 6. 30. 오후 8:12:35많이 늦은 갱신 ^... 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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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 히토시주 (4575331E+5) 2020. 6. 30. 오후 8:23:11오 박사님 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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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 겨울주 (8415273E+5) 2020. 6. 30. 오후 9:41:00밥 먹고 다시 갱신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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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 레이몬드 - 히토시 (1113795E+5) 2020. 6. 30. 오후 10:31:35남자는 자신의 제안에 불쾌한 기색을 보이며 문으로 다가간다. 물론 래이몬드는 자신이 알 바가 아니니까 그저 팔장을 끼고 관망할 뿐이었다. 제안을 해온 건 저쪽이지 레이몬드가 아니었으니까. 레이몬드는 그가 하는 폼새를 보다가 칼로 문을 딴 걸 보고 '오!' 하는 감탄사를 보낸다.
"글쎄. 제안을 해온 건 내가 아니니까."
어찌보면 내 일이 아니라는 태도로 비춰질수도 있는 말이었다. 레이몬드는 그가 방안에 들어가서 무사한 것을 보고는 자신도 저벅저벅 문 안으로 들어선다. 퀘퀘한 먼지가 쌓인 방은 그닥 좋은 꼴을 보이지는 못했지만 금고는 흥미로웠다. 저 안에 든게 무엇이려나? 돈? 아니면 다른 무언가? 레이몬드는 잠시 고심하듯 금고를 집어들었다.
"흠..."
어디보자. 레이몬드는 금고의 잠금장치를 바라봤다. 비록 도둑질과는 연이 없는 몸이었지만 그래도 조직 내의 도둑들과 어느정도 알고지낸만큼 잠금장치에 대해서도 어느정도 지식이 있는 그였다. 레이몬드는 잠깐의 관찰 끝에 이 잠금장치가 그닥 열기 어렵지않은 장치로 되어있다는 걸 알아챘다.
"그닥 어려워보이는 과제는 아니군."
레이몬드는 어깨를 으쓱이고는 남자를 돌아본다. 거기 잘 좀 비춰주길 바라네. 그는 그 말을 하고는 주위를 둘러본다. 다행히 먼지가 쌓인 탁자 위엔 그가 원하는 물건이 남아있었다. 철사. 그는 그것을 솜씨좋게 구부리고는 이리저리 집어넣었다. 약 몇분간의 투쟁끝에 마침내 철컥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가 금고의 문을 연 것이다.
"음? 그닥 쓸모있는 건 아닌 것 같군."
금고에서 나온 건 웬 다이어리 하나였다. 갈색 가죽표지에 제법 두꺼운걸로 보아 적어도 일년치 양은 될 것이다. 레이몬드는 그것을 잠시 바라보다가 무슨 속셈인지 그것을 자루속에 챙겨넣는다.
"그럼 다음 방으로 가볼까?"
이번에는 레이몬드가 앞장서서 방을 나선다. 아무래도 잠긴 나머지 두개의 방도 확인하고 가볼 속셈인 것 같다. -
114 아리아주 (4148402E+5) 2020. 6. 30. 오후 10:41:40응엉엉어 갱신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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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5 겨울주 (8415273E+5) 2020. 6. 30. 오후 10:45:47다들 어서오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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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 히토시 - 레이몬드 (4575331E+5) 2020. 6. 30. 오후 11:33:00그는 한숨과 함께 질린듯한 표정을 지었다. 흰 방독면 너머로 보이지는 않았지만. 일축하자면 있는대로 이용해 먹겠다는 속셈이지 않은가. 단단히 잘못 걸렸다고 여기며 조각의 눈에 박힌 보석을 유심히 살폈다. 설령 진짜라 하더라도 이 사단이 왔으니 의미는 없겠지만...
"그쪽은 변변한 것 좀 찾았나?"
그는 흥미가 가셨는지 그자의 등 뒤를 비추며 어깨 너머로 하는 짓을 지켜보았다. 그림자가 져 자세히 볼 수 없었지만, 철사 긁히는 소리가 조금 들리는가 싶더니 금세 금고 문을 열어버렸다. 덩치는 큰 자가 좀도둑인가? 감탄의 일종인지 흐음, 하고 비음을 흘린 히토시는 다이어리 한 권을 자루에 챙겨넣는 모습을 주시하다가 문 밖으로 손전등을 돌렸다.
"다이어리에는 뭐라고 쓰여 있지?"
그는 어째서인지, '장부가 아닐까' 하는 직감이 돌아 두번째 방의 잠금쇠 부분을 부수며 무심결에 물었다. 나무 쪼개지는 소리가 신경질적으로 울려퍼지다 다시금 잠금쇠 풀리는 소리가 들려 문고리를 돌리자 문이 손쉽게 열렸다. 어쩐지 그의 머릿속에는 부도덕한 사업가가 뒷돈을 불리며 저택을 키워 나가는 모습밖에는 그려지지 않았고, 스스로도 의아하게 여기며 문 안으로 나아갔다.
"캐비넷인가? 어쩌면... 총기고일 수도 있고."
문 너머에는 거대한 캐비넷으로 보이는 것이 놓여 있었고 옆으로는 닫힌 문이 하나 놓여 있었다. 그는 캐비넷에 가까이 다가가 문을 열어보았지만 덜컹대는 소리만 날 뿐 열리지 않았다. 어째서 철제 장을 보며 바로 총기고를 떠올렸는지 알 수 없었으나, 그는 그런 환경에 자신이 익숙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열리지 않는 캐비넷 대신 옆방의 문고리를 돌려 보자 걸쇠 돌아가는 소리가 나며 손쉽게 열렸다.
"아무래도 이 집 보안장치는 옛저녁에 맛이 간 모양인데."
지금껏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안온함에 그는 한숨을 내뱉듯이 말을 던졌다. 설령 작동된다 하더라도 이 사단에 무슨 역할을 하겠냐마는. 손전등으로 그자의 모습을 비추며 그의 행동을 기다리듯 묵묵히 서 있는다. 일단은 제의한 대로 요구하는 바를 들어줘야 했으니까.
"캐비넷도 열어 볼 생각인가? 돌아갈 때 쯤 되면 어두워서 봬는것도 없겠어." -
117 레이몬드 - 히토시 (1113795E+5) 2020. 6. 30. 오후 11:54:16변변한 것이라... 레이몬드는 아까 자루에 넣었던 다이어리를 생각하고는 고개를 저었다. 그래도 읽는 재미는 있갰지. 누군가의 개인적인 기록을 엿보는 것은 꽤나 재밌는 일일테니 말이다. 아, 자신이 그런 변태적인 습성이 있는 이였나? 레이몬드는 순간 자신의 이런 면이 생소한 듯 고개를 갸우뚱 기울였다. 하지만 납득은 빨랐다. 이미 그에게 있어 도덕이란 건 쓸데없는 관념이나 마찬가지였으니.
"아직 읽진 않았지만 보나마나 뻔한 것 아니겠나? 누군가의 개인적인 기록이겠지. 아니면 장부라거나. 아, 어쩌면 영화에서나 나올법한 것처럼 책 안에 홈이 파여있고 그 안에 금덩이가 나오는 것도 좋을 것 같군."
태평한 말과 달리 비꼬는 내용은 신랄했다. 레이몬드는 금새 다이어리의 일을 머릿속에서 지워버리고는 다음 방으로 향했다. 남자가 문을 딴다. 레이몬드는 이 거래가 생각외로 유용하다는 걸 깨달았다. 저 남자, 문을 잘 딴다. 전에 무엇을 하던 사람이었는지는 몰라도 솜씨가 제법이었다. 아마 보스가 살아있었더라면 조직으로 영업을 하려들지 않았을까?
"총기고였으면 좋겠군."
맨손으로도 사람을 상대하기엔 충분했지만 총이 있다면 훨씬 더 쉬워질것이다. 그는 캐비넷의 문을 열려 시도하는 남자를 보았다. 이것도 잠긴건가. 레이몬드는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캐비넷의 문을 당겼다. 덜컥거리는 소리와 함께 문이 단번에 열었다. 아마 레이몬드의 힘이 잠금장치를 부숴버린 것 같았다.
"물론이지. 쓸만한 건 모조리 쓸어가야한다. 이런 대저택은 흔하지도 않으니까 더더욱."
안은 예상대로 무기고였다. 좋은 걸 얻었군. 레이몬드는 중얼거림과 함께 무기들을 챙겨넣기 시작했다. 탄약, 권총 두 정, 소총 하나, 그리고 서바이벌 나이프. 이정도면 한사람 몫은 충분히 해낼 수 있을것이다. 레이몬드는 이정도면 되었다는 듯 문을 닫았다. 아무리 그라고 해도 괜히 욕심을 부리면 여기있는 무기들을 통째로 놓칠수도 있으니까.
"이정도면 되었군. 다음 방으로 가지."
레이몬드가 턱짓을 했다. 이제그만 나가자는 의미였다. -
118 히토시 - 레이몬드 (1919361E+5) 2020. 7. 1. 오전 12:46:03결국 개인적인 기록을 엿보겠단 말을, 신랄하게도 늘어놓는 남자가 고약하기는 단단히 고약하다고 생각하며 동시에 철제 캐비넷 마저 힘으로 열어버리는 우악스러움에 방독면 너머로 질린 표정을 짓는다. 제대로 잘못 걸렸군. 그는 무기를 쓸어담다시피 하는것에 뒤틀린 심사를 주체 못하고 비꼰 소리를 했다.
"카지노에서 잭팟이라도 딴 줄 알았군. 참 좋으시겠어."
그는 나가자는 신호에 총알 몇 점을 챙겨넣고는 방 밖으로 걸어나갔다. 시야 한켠으로 보이는 그의 부푼 주머니는 산타도 아이를 위해 저 정도로 들고 다니지는 않았을 것이라 생각하며 한숨을 쉬었다. 이제는 숙련이 붙은 타작질 하는 솜씨로 문을 손쉽게 열었다.
"슬슬 적당히 뒤지고 가자고. 산타도 그 정도로 짊어졌다면 자빠졌을거야."
그런 말을 뱉었으나 문 안에서 가장 먼저 그의 시야를 끈 것은 따로 있었다. 가족사진으로 보이는 액자였는데, 일반적으로 이목을 끄는 것은 벽 한켠을 가득 채운 금고였을 것이다. 저택의 주인은어지간한 부자임에는 틀림 없었는지, 책장을 가득 채운것 중에는 장부로 보이는 것들이 많았다. 그는 사진 속 기시감이 드는 남자의 얼굴을 손전등의 흐린 좁은 빛에 의존해 자세히 보려 들었다. -
119 히토시주 (1919361E+5) 2020. 7. 1. 오전 12:48:11갑자기 내용이 줄어서... 면목없습니다OTL...
더 쓰라면 쓸게... 대신 기다려주길 바람... -
120 레이몬드 - 히토시 (3976746E+5) 2020. 7. 1. 오후 2:16:51"이럴 때 아니면 언제 물자를 구하겠나. 설마 아직도 옛날처럼 가게에 가면 점원이 오냐오냐하며 네 비위를 맞춰주길 바라는 건 아니겠지?"
그는 남자의 말에 신랄한 비꼼으로 받아치고는 문을 나선다. 좋다. 오늘은 운수가 좋은 날이었다. 식량도 넉넉하고 무기까지 구했다. 그러나 레이몬드의 표정은 한없이 덤덤했다. 아직 멀었다. 이 아포칼립스를 일으킨 놈을 찾아야했다. 찾아서 가차없이 죽여 없애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신이 미칠 것 같았으니까.
"그러도록 하지. 여기는 충분히 뒤진 것 같으니까."
레이몬드는 미련이 없다는 듯 돌아서려 했으나, 문득 남자가 손전등을 비춘곳을 바라본다. 가족사진. 아는 얼굴이라도 있는건가? 레이몬드는 사진을 바라봤으나 그들 중 한명이라도 아는 얼굴은 나오지 않았다. 금고 안에 있는 것들에겐 애초에 관심이 없고...
"왜? 아는 얼굴이라도 있나?"
아니면 저 금고가 탐이나기라도 하나? 레이몬드는 남자에게 말을 걸었다.
/악 미안!! 어제 너무 피곤해서 잠들어버렸네 ㅠㅠ -
121 히토시 - 레이몬드 (1919361E+5) 2020. 7. 1. 오후 6:21:55말투가 참 예쁘기도 하지. 한 마디를 건내면 세 마디로 돌아오는 날 선 대화 패턴에 히토시는 한숨이 절로 새었다. 그도 제대로 된 말을 건내적은 없었지만 변변한 소득도 없이 비꼼만 듣고 있자니 피로가 배는 되는 기분이었다.
그는 어쩐지 낯익은 사내의 얼굴이 어쩌면 기억을 잃기 전과 관련이 있는 사람인게 아닐까 싶은 기분이 들어 액자에 손을 뻗었다. 당장 떠오르지 않는 기억이라면 오래 두고 봤을 때 떠오르게 되겠지 싶어 그자에게 손전등을 맡기고 액자를 분해하기 시작했다.
"이제 역할을 좀 바꾸지. 당신이 비추고 내가 챙기는 걸로."
사진을 꺼내 말아쥔 히토시는 그의 질문에 금고가 있는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러나 이내 고개를 저으며 어두컴컴한 문 밖을 향해 고개를 돌린다.
"이제와서 돈 욕심이 생길 정도로 가난하진 않았을 것 같거든."
그는 어둠 속에서 벽을 짚으며 나아갔고, 발에 썩은 바닥이 밟히지 않길 바라며 더듬대고 걸어 겨우 시야가 트이는 곳 까지 나갔다. 깨진 창문에서 흐린 빛이 새어들어오고 아직 챙기지 않았던 그림이 눈에 들어왔다. 이제 보니 저택 주인의 초상화였군.
"저녁은 지났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아직은 어둡지 않군. 뭐 조심히 돌아가도록. 진짜 산타클로스로 전락하기 싫다면 말이지."
히토시는 그에게 손전등을 건내라는 제스처를 취하며 나름대로 격려의 말을 건냈다. 그 의미가 조금 비꼬여 불량배들의 신선한 선물이 될 지도 모르겠다는 뜻이 담겨 있기는 했지만.
//아냐... 내가 많이 느리지...? 미안해ㅠㅠ -
122 레이몬드 - 히토시 (3976746E+5) 2020. 7. 1. 오후 6:43:58"그러도록 하지."
손전등을 비추라는 말에 레이몬드는 선선히 가족사진 쪽으로 손전등을 비추었다. 진짜 아는 사람이라도 되는건가? 만약 그렇다면 저 남자는 세상이 멸망하기 전 로또라도 미리 사놨어야 되는 거 아닌가 싶다. 우연히 털러온 집에서 아는 사람의 사진을 보다니 진짜 대단한 확률이 아닌가?
"흠..."
가난하진 않았다는 말에 레이몬드는 자세를 바꿔 문특에 어깨를 기대었다. 남자의 말이 추측으로 끝났다는 것에 뭔가 이상함을 느끼고 있는 중이었다. 뭐, 저 남자의 과거는 제가 알 바가 아니긴 했다. 다시 만날 사람도 아니고.
손전등을 건내달라는 말에 그는 말없이 원래 주인에게로 물건을 돌려보냈다. 아무튼간에 이제는 헤어질 시간이다. 상대가 레이몬드를 비꼬긴 했지만 그는 그 말을 담아두지 않았다. 자기가 이때까지 죽여온 사람이 몇인데 거기에 불량배 한무더기 좀 추가한다고 해서 별 일은 없겠지.
"그러도록 하지. 충고는 고맙다. 너도 조심히 돌아가도록."
레이몬드는 답지않게 무난한 인사를 건내고는 저벅저벅 자루를 짊어지고 저택을 떠나갔다. 황량한 풍경 속에서 슬슬 석양이 지고있었다.
/아냐아냐 괜찮아! 이쯤에서 막레 던질게! 돌리느라 고생했어! -
123 히토시주 (1919361E+5) 2020. 7. 1. 오후 7:06:30고마워! 즐거웠고 고생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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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4 아리아주 (114324E+55) 2020. 7. 1. 오후 8:32:32갱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