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2883979> [현대/레즈/상L] 만남비언 - 오프라인 1 (113)
이름 없음
2020. 6. 23. 오후 12:46:09 - 2020. 6. 27. 오전 1: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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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이름 없음 (6459989E+5) 2020. 6. 23. 오후 12:46:09레즈를 위한,
레즈에 의한,
레즈만의 만남 어플.
<만남비언>
* 여성 레즈비언 캐릭터만 시트를 낼 수 있습니다. 남성 캐릭터는 '무조건' 시트 거절하겠습니다.
* 어떠한 판타지적 설정도 허용되지 않습니다. 현대, 2020년 기반입니다.
* 납득갈 만한 배경 설정일 경우, 기타 배경 설정은 허용됩니다. 야쿠자라던지, 마피아라던지요.
* 어플 내에서의 대화는 상Lite, 오프라인 만남은 일반 상황극으로 통일합니다.
* 난입은 자유지만, 오프라인 만남을 하게 될 시 간략하게라도 시트를 작성해주세요.
* 어플의 기능은 다음과 같습니다.
- 일대일 대화(약속을 잡는 용도로 주로 사용합니다. 개인적인 이야기도 허용합니다. 단톡방 스레를 사용합니다. [일대일]이라고 레스에 명시해주세요.)
- 외치기 기능(단톡방 스레를 사용합니다. 레스에 [외치기]라고 명시합니다.)
- 단톡방(닉네임을 달고, 익명성 뒤에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합니다.)
- 순간이동(레즈비언의 신의 가호를 받은 이 어플은, 레즈비언끼리의 만남에 아주 우호적입니다. 당신은 만남 약속을 잡고 나서는 자유롭게 순간이동을 할 수 있을 겁니다. 버스와 비행기의 힘을 빌릴 일은 없다는 거지요. 오프라인 만남은 오프라인 스레를 사용합니다.)
- 선물함(레즈비언의 신은 레즈비언끼리의 꽁냥에도 아주 우호적입니다. 당신은 선물함으로 물건을 보내줄 수 있습니다. 상대방은 실물로 받게 될 수 있을 겁니다. 단톡 스레를 사용합니다.)
※스레주는 참치 기능 및 위키를 잘 다룰 줄 모릅니다... 양해해 주세요. -
1 링딩동-MIA (0035725E+6) 2020. 6. 23. 오후 1:11:50(호기심에 가득차서 꼬리를 흔드는 당신의 모습에 딩동은 그 딱딱하던 얼굴로 피식, 웃음을 흘렸을거다.)(뽀얗게 모습을 드러낸 화이트 레이디가 만족스러운 비주얼이기도 했고.)아직 서로에 대해 잘 모르잖아? (삐죽거리자 이번에는 숨죽여 웃어보이며 다시 수플레 팬케이크를 포크로 찍어서 입에 넣다가) 팬케이크맛 버터는 아니네. 맛있어- 잘만드는군.
#오프라인 어장으로 옮기는 답레 -
2 MIA - 링딩동 (4479568E+6) 2020. 6. 23. 오후 1:25:54>>1
응, 천천히 알아가는 거 좋아. (MIA는 당신의 말을 자기 듣기 좋을 대로 해석해버린 듯하다.) (화이트 레이디를 홀짝이면서 기분이 좋아진 걸까, MIA는 상기된 뺨으로 `▽´ 표정을 유지하며 그 좁은 바 스툴 위에 양 다리까지 다 올려 쪼그려앉아서는 몸을 앞뒤로 살랑살랑 흔들기 시작했다.) 반죽에까지 버터를 넣을까 하다가 참았습니다! 잘했지? (뻔뻔하게도 칭찬해달라는 표정이다.) 몇 번 해보진 않았지만 특히 이번엔 잘 된 것 같더라구. 밤참으론 괜찮지?
# 뭐야 나 이거 이제봤어 ㄴㅇㄱ -
3 링딩동-MIA (0035725E+6) 2020. 6. 23. 오후 1:37:08(당신의 대답에 제 말의 어디가 저런 식으로 해석되는걸까 생각하는 딩동이다. 묵묵히 뒷정리를 마치고 딩동은 당신을 마주 바라보고) 스카이블루에 화이트 레이디까지 마셨으니 누구 꼬시러 온거 아니면 적당히 팬케이크 마시고 돌아가. MIA. (얼굴 빨개졌어- 하며 제 뺨을 손으로 가리키며 딩동은 피식 웃는다.) 진짜 팬케이크맛 버터를 맛볼 뻔했잖냐. 내가 오늘 손님한테 술 안받아마셔서 그런진 몰라도. (물잔에 물을 따라서 딩동은 바 너머 당신에게 건네며) 괜찮아. 맛있게 먹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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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MIA - 링딩동 (4479568E+6) 2020. 6. 23. 오후 1:49:27팬케이크 마시... (엉뚱한 데에서 빵터졌다.) 그랰ㅋㅋㅋㅋㅋ 맛있다니 다행이닼ㅋㅋㅋㅋ. (한동안 끅끅대고 웃다가) 좀 더 있고 싶은데.. (미소가 약간 풀죽은 빛이 됐다.) 그럼 한 잔- 한 잔씩 더 마셔보고 생각하자. 혹시 드림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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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링딩동-MIA (0035725E+6) 2020. 6. 23. 오후 1:56:02팬케이크 맛 버터가 얼마나 충격이였는지 알아? 난 진지했어. (당신의 웃음과 별개로 진지하게 딩동은 고개를 젓는다. 상상만 했는데 끔찍했지.) 내 퇴근 시간까지 마실 수 있으면 집까지 데려다주고. 드림? 취향 독특하네. 아니면 칵테일을 정말 좋아하던가?(질문을 던지고 딩동은 당신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몸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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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MIA - 링딩동 (4479568E+6) 2020. 6. 23. 오후 2:03:54설마 정말로 버터덩어리에 팬케이크를 파묻어서 가지고 오는 돈나가는 바보짓을 할 리가 없잖아. (키득키득) 언니 주변에 정말로 언니한테 그런 장난을 칠 만큼 못된 사람이 있나 봐. (키득키득) 응응, 그래도 좋아. 칵테일- 좋아하지. 이런 말하면 웃길지도 모르지만 유서깊은 취향이야... 다른 사람한테서 배운. (사연 깊은=캐물으면 귀찮아지는 표정이 됐다.) 드림은 두 잔. 내 거 하나 언니 거 하나. 혹시 언니가 드림 싫어하면 언니가 좋아하는 걸로 마셔도 되고. 내가 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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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링딩동-MIA (0035725E+6) 2020. 6. 23. 오후 2:20:12못된 사람인지 아니면 그냥 친절인지 모르지만 있긴 해. (드림에 들어가는 브랜디, 트리플 섹, 페르노를 준비해서 깨끗하게 헹궈서 물기를 닦아낸 화이트 레이디를 만들 때 쓴 셰이커에 재료를 섞기 전에 딩동은 당신을 봤다. 표정이 없으니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수 없다.)유서깊은 취향이면 바텐더로선 안묻는 게 철칙이지. 난 드림말고 마르가리타로 할게. 내 취향이 아니라서. (셰이커를 흔들어서 재료들이 섞이게 한 뒤 잔에 드림을 따라내고 셰이커를 닦아냈다.)(셰이커를 닦고 이번에는 마르가리타를 만들기 전 잔의 테두리에 슬라이스한 라임으로 리밍 작업을 하며)처음 배운 칵테일이 드림은 아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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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MIA - 링딩동 (4479568E+6) 2020. 6. 23. 오후 2:32:48장난을 즐긴다기보단 잔소리가 많은 사람이겠네. (뭔가 넘겨짚는 소리를 한 MIA는 표정을 느슨하게 풀어내리면서 마르가리타도 맛있겠다, 하는 소리를 중얼거리며 당신이 리밍을 하는 것을 빤히 바라보았다. 아마 다음번에는 MIA도 마르가리타를 시키지 않을까?) (리밍 작업을 신기하게 바라보던 MIA는 당신의 질문에 다시 `▽´ 하는 웃음을 활짝 지었다.) 애는 피나콜라다나 마시라길래 오기로 같은 걸 마셨었짘ㅋㅋㅋㅋㅋ 피나콜라다도 먹어보니 맛있었지만 아무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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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링딩동-MIA (0035725E+6) 2020. 6. 23. 오후 2:40:23그 사람이 저기서 응대하고 있는 사장 언니야.(리밍 작업을 마치고 마르가리타 재료를 셰이커에 넣어 흔들며 당신이 앉아 있는 바가 아닌 테이블 쪽을 고개를 까딱여 가리켜보인다.)(MIA의 표정을 딩동은 신기하게 응시했다. 바 자체의 불빛이 은은해서 그런지 아니면 상대가 깨발랄한 22살이여서 그런지.) 피나콜라다 맛있지. 일단 사준 건 잘 마실게.(묵묵히 고개를 끄덕이고 마르가리타가 담긴 잔을 들어 고개를 살짝 돌려 한모금 들이킨다. 당신이 가져온 팬케이크는 딩동에게 첫끼였지만 아무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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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MIA - 링딩동 (4479568E+6) 2020. 6. 23. 오후 2:52:52(아무튼 그 말을 MIA에게 하지 않은 게 다행이다. MIA가 그 사실을 알았더라면 주제넘은 참견을 하려 들었을 테니까. 하지만 그 사실을 알 턱이 없는 MIA는 자신의 예상이 맞았음을 `▽´ 표정으로 마냥 의기양양해할 뿐이다.) 흐응. 예지력 상승! (MIA는 그제서야 드림의 첫 모금을 소리없이 쪽 마셨다. 3분의 1쯤을 비우고서 MIA는 잔을 내려놓고 팬케이크를 마저 먹는다.) 나 여기 자주 놀러와도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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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링딩동-MIA (0035725E+6) 2020. 6. 23. 오후 2:59:21그거 참 축하할 일이네. 예지했군. (마르가리타를 다시 한모금 마시지만 두번 잔을 기울였는데 깨끗하게 비워낸 건 바텐더여서 그런건지 아니면 원래 그런지 모른다.)(빈 잔을 놓고 팬케이크를 잘라서 먹기 위해 바 너머로 상체를 숙인 딩동은 당신을 물끄러미 바라봤다.)와서 진상 안부리면, 그리고 많이 안마신다면.아 그리고 나 24살.(팬케이크를 잘라서 입에 넣고 딩동은 손등으로 당신의 옆머리를 무심하게 터치한 뒤 몸을 제자리로 되돌렸다.)더 드실거면 바텐더가 추천해드려도 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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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MIA - 링딩동 (4479568E+6) 2020. 6. 23. 오후 3:08:41(많이라는 말을 듣자마자 MIA의 표정이 짤의 저게 됐다.) 많이라면 구체적으로 몇 잔...? (그러다 당신이 옆머리를 손등으로 툭 매만지자, MIA는 언제 정곡을 찔린 표정이 되었냐는 듯 빵싯 웃으면서 당신의 손길에 머리를 툭 들이민다. 그렇지만 당신의 손이 머무른 시간은 그렇게 길지 않았고, MIA의 얼굴에는 이내 투정부리려는 표정이 떠올랐다.) (그렇지만 뭔가 제대로 투정을 부려보기도 전에, 당신이 꺼낸 매력적인 제안에 MIA의 표정이 확 펴졌다.) 응응! (어째 마음 한켠으로 은연중에 조련당하고 있는 기분이 들긴 했지만 그게 뭐 대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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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링딩동-MIA (0035725E+6) 2020. 6. 23. 오후 3:21:313잔이상? (사실 바고 칵테일은 물론 위스키나 보드카 같은 술도 팔기는 하지만 그건 예외다. 그쪽으로 가면 제가 아닌 사장 언니가 가고.)(제 손길이 닿자마자 들이미어진 머리는 잠깐 닿았다가 떨어졌고 딩동은 미간을 찌푸리며 턱에 걸치고 있던 마스크를 다시 끌어올렸다.)XYZ는 어떠십니까? 내일 출근하셔야한다면 말이지요.(한국에선 서비스라고 알고 있지만 X.Y.Z를 바텐더가 추천한다는 건 그만 드시고 일어나라는 뜻이기도 하다. 당신이 알아들었다면 딩동은 능청스럽게 마르가리타를 추천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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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MIA - 링딩동 (4479568E+6) 2020. 6. 23. 오후 3:27:22(그럭저럭 취한 머리로도 XYZ의 의미는 기억해낸 모양이다. 순식간에 야단맞은 강아지마냥 풀죽은 표정이 됐다.) 넹... (말 잘 들을게요, 하고 꼬리를 마는 모양새다.) 아참, 포크 잘 썼어. 고마워. (팬케이크는 어느샌가 자기 몫을 다 먹은 모양. 사용했던 포크를 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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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링딩동-MIA (0035725E+6) 2020. 6. 23. 오후 3:36:05(의미는 아나보네. 대부분은 잘 모르던데. 딩동은 풀죽은 강아지처럼 구는 당신을 보며 피식 웃음을 짓고 XYZ를 만들기 시작했다.) 천만에. 어차피 과일 나갈때 나가는 포크였어. (넘겨보니 딱 제 몫의 팬케이크만 남아 있어서 딩동은 칵테일을 따른 잔을 올려주고 남은 팬케이크를 제쪽으로 옮겨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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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MIA - 링딩동 (4479568E+6) 2020. 6. 23. 오후 4:00:29(쓰잘데없이 바텐더가 나오는 만화를 읽다 보니 얻어주운 단편적 지식이다. 겪어보는 건 처음이긴 하지만.) (MIA는 XYZ를 들어올려서 3분의 1쯤 마신다.) 그러고 보면 시간도 이렇게 됐네... (내용물이 줄어든 잔을 내려놓고 핸드폰을 꺼내 시간을 보던 MIA는, 불이 꺼진 핸드폰 화면에 자기 얼굴이 비쳐보이자 킥킥 웃는다.) 대박. 폰 화면에 비친 것만 봐도 얼굴이 빨개진 게 보이네. (손을 들어올려서 뺨을 쓸다가) 나 많이 빨개? (뭐 그럭저럭 취한 사람의 얼굴빛이긴 한데, 적어도 머리카락 색보다는 덜 빨갛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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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링딩동-MIA (0035725E+6) 2020. 6. 23. 오후 4:11:11시간 늦었어. 나도 슬슬 퇴근 시간이기도 하고. (딩동은 당신이 핸드폰을 꺼내는 거에 바텐더 복장 주머니에서 핸드폰으로 시간을 확인했다. 가는 길이 고되겠네.) 생각보다 마신 술이 도수가 높으니까. 어디보자- (핸드폰을 집어넣고 딩동은 고개를 숙여 당신을 바라봤다. 머리색보다는 덜 빨간데? 하는 말을 한 뒤 팬케이크를 잘라서 제 입에 넣었다.) 취한 사람처럼 보이긴 해도 만취로는 안보인다. XYZ 주길 잘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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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MIA - 링딩동 (4479568E+6) 2020. 6. 23. 오후 4:22:53머리색보다는ㅋㅋㅋㅋㅋ덜 빨갴ㅋㅋㅋㅋㅋㅋㅋ 집에 가다가 길 잃고 헤메진 않겠넼ㅋㅋㅋㅋㅋ (취하긴 취했는지 끽끽대고 웃는 MIA.) 그래 언니도 자러 가야 되니까 이것만 다 마시고 일어나야겠다... (XYZ를 한번 더 들이킨다.) 언니는 주량이 얼마나 돼? 소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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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링딩동-MIA (0035725E+6) 2020. 6. 23. 오후 4:27:46길 잃고 헤맬 것 같으면 단톡방에 실시간 중계를 해보는건?(취했네- 딩동은 뒷정리를 하며 고개를 내젓고 생각했다. 주류들을 전부 제자리에 옮겨놓고 다시 되돌아와서 바에 손을 올렸다가 팔을 기대고 당신을 본다.) 내 주량은 왜? 소주로는 안재봤는데. 술집에서 일하는 사람 주량은 생각보다 셀걸. (내가 취하면 어쩌려고? 말을 덧붙히는 게 능청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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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MIA - 링딩동 (4479568E+6) 2020. 6. 23. 오후 4:40:57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안돼 그럴수는 없다 (단호하게 절레절레. 다행히 안 취했다고 우기는 부류는 아닌 듯. 빨간 머리칼이 찰랑찰랑 흔들린다.) 술집에서 일하는 사람 주량은 세다고 생각하는데 구체적으로 궁금해서... 호기심? (그러다 당신이 능청스레 말을 덧붙이자, MIA는 입을 다물고 입모양만으로 빙긋이 활짝 웃는다. 약간 취해 초점이 흐려진 눈길로나마 당신을 빤히 바라보면서.) 글쎄 몰라~ 언니가 취할 때쯤 되면 나도 엄청 취해있을 테니까 그때까지 가봐야 알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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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링딩동-MIA (0035725E+6) 2020. 6. 23. 오후 4:46:23(단호한 거절에 마스크를 잠깐 올려서 큭큭 웃던 딩동은 대꾸없이 긍정의 제스처를 해보였다. 얼굴이 빨개진 당신을 바라보다가)허..그거 진짜 호기심은 맞아? (고개를 까딱이고 포크로 팬케이크를 자른다. 한입크기로 잘 잘려진 팬케이크를 찍고) 아서라- 그러다가 큰일난다. 애기야. 팬케이크나 먹어. (빤히 바라보는 당신을 보고 팬케이크를 찍은 포크를 가까이 한다. 자 아- 하는 소리를 하지만 여전히 무표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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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MIA - 링딩동 (4479568E+6) 2020. 6. 23. 오후 4:58:09응! (당신을 빤히 눈을 땡그랗게 뜨며 고개를 끄덕인다. 진짜로 그냥 궁금했을 뿐이었던 모양.) (끽, 하고 딸꾹질을 한 MIA는 잔을 집어들려고 했으나, 당신이 잘라낸 팬케이크를 포크에 찍어 내밀자 순순히 눈을 감고 입을 벌리고는 그걸 받아먹기 위해 고개를 내민다. 이래서야 작은 강아지 같은 무언가한테 먹을 것 주는 모양새다.)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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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링딩동-MIA (0035725E+6) 2020. 6. 23. 오후 5:03:34나도 소주 안마셔본지 꽤 됐는데- (마스크가 걸리적거리는지 왼손으로 제 턱을 긁적이던 딩동은 고개를 기울였다.)나중에 나 쉬는 날에 마시던지? (팬케이크를 받아먹기 위해 고개를 내미는 당신의 입에 자른 팬케이크를 넣어주고 아프지 않게 당신 이마를 포크를 쥔 손으로 툭 터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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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MIA - 링딩동 (4479568E+6) 2020. 6. 23. 오후 5:10:18그래두 되고. 언제든지 말만 해줘. (팬케이크를 받아먹다 말고 이마를 톡 두드리자, 엄살 가득한 앜 하는 소리를 내며 움찔 물러서고는 MIA는 또 키드득 웃는다.) 소주건 맥주건 칵테일이건 다 좋아하니까! (그러다 MIA는 활짝 웃는 채로 잔으로 손을 뻗으면서 고개를 갸우뚱 기울여보인다.) 큰일- 낼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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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링딩동-MIA (0035725E+6) 2020. 6. 23. 오후 5:16:09나-중-에. 쉬는 날 되면 그때 마시던가. (무뚝뚝한 표정으로 당신의 엄살이 섞인 소리에도 무심하다. 정확히는 안아프게 때렸다 라는 어처구니없는 표정에 가까웠다.)22살이 벌써 술맛을 알아서 간이 멀쩡하지 않겠네. 위스키나 보드카를 먹여버릴까보다. (무심하게 중얼거리며 바에 기댔던 팔을 떼어내고 스트레칭을 하던 딩동은 웃음기 없는 진지한 표정으로 당신을 응시했다. 척 보기에도 마른 체구답게 얇은 손가락이 당신의 볼에 닿는다.) 우리 MIA 애기 못하는 말이 없어? (당신이 떼어내지 않는다면 아프지 않게 손가락이 당신의 볼을 쭉 당겼다가 놓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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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MIA - 링딩동 (4479568E+6) 2020. 6. 23. 오후 5:25:24많이 먹진 않으니까 뭐~ (칵테일 4잔을 꺾고 있는 사람의 말이다.) 아니 위스키랑 보드카같은 건 좀 천천히 손대려고 (손사래를 치던 미아는 당신이 정색을 하고 자신을 바라보자 또다시 예의->>12의- 표정이 됐다. 그래도 시선만은 돌리지 않았지만, 왠지 머쓱한 표정이던 미아는 당신이 뺨을 잡아당기자 괴성을 흘렸다.) 느아아아아앙 (말랑, 하고 잡힌 뺨이 신나게 쭉 늘어난다. 더 당기면 더 늘어날 것 같지만 당신은 본격적으로 당겨보지 않고 손을 놓았다.) 제성함미다... (말이랑은 달리 양 뺨이 부욱 부풀었다.) (마저 남은 칵테일 잔을 집어들고 비우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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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링딩동-MIA (0035725E+6) 2020. 6. 23. 오후 5:33:07지금 여기와서 칵테일 4잔째 마셨는데 너.(위스키나 보드카는 천천히 손댄다는 거 치고는 보드카나 진이 베이스가 되는 칵테일을 많이 마셨는데. 생각만 하고 입 밖으로 내진 않는 딩동이다. 손사래에 미간을 찌푸리고 바라보며 흠? 하는 소리를 낸 뒤) 그렇게 소리를 지르면 내가 괴롭히는 줄 안다야. (잠깐 만졌는데 말랑거리는 감촉이 제법 좋다. 딩동은 당신의 볼을 당겼던 본인 손가락을 보다가 불만스러워보이게 뺨을 부풀린 당신 모습에 큭큭 웃었다.) 귀엽네. 이름이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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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MIA - 링딩동 (4479568E+6) 2020. 6. 23. 오후 5:38:35끽. (당신의 지적에 대답마냥 튀어나오는 딸꾹질. 미아는 킥킥대며 변명한다.) 그치만! 언니가 따라주는 술이 너무 맛있었다구! (MIA는 자기 칵테일에 어느 술이 들어갔는지 모르고 있다. 이 병은 이 색이고 저 병은 저 색이고 다 하나같이 예쁘다~ 생각만 하고 있었을 뿐이지.) (그제서야 XYZ의 마지막 모금을 마신 MIA는, 당신의 질문에 고개를 갸우뚱 기울인다.) 언니는 이미 알고 있잖아, 내 이름. 그럼- 언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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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링딩동-MIA (0035725E+6) 2020. 6. 23. 오후 5:52:55바텐더에겐 최고의 칭찬이네. 감사합니다- 손님.(무뚝뚝하고 무심한 진지한 표정과 분위기였지만 바텐더가 서있는 위치에서 당신을 향해 고개를 숙여보인 딩동은 슬쩍 웃었다.)(XYZ의 마지막 한모금을 마신 당신의 물음에 어깨를 으쓱여보이고)난 네가 어플에서 쓰는 닉네임밖에 모른다? 뭐 서로 본명 알아서 뭐하냐 싶지만. (바에 몸을 기댄 딩동은 한손을 흔들어보였다.) 굳이 배웅은 안해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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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채미아 - 링딩동 (4479568E+6) 2020. 6. 23. 오후 5:59:52(토라진 표정이 됐다.) 미아. 채미아. 내 이름. (뺨이 부욱 부푼다.) (마지막 잔을 비운 뒤 일어나기 전에 부리는 마지막 땡깡인 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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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링딩동-MIA (0035725E+6) 2020. 6. 23. 오후 6:04:21오? (바 테이블에 몸을 기대고 있다가 당신의 토라진 표정에 눈썹을 치켜올리던 딩동은 슬쩍 웃으며 올렸던 마스크를 끌어내린다.) 닉네임이 이름이였냐. 그래서 그런 말을 했나? (뺨은 왜 부풀려? 묻는 표정은 아무것도 모른다는 표정이였고 흔들던 손을 멈추고 자신을 가리키며) 수현. 허수현이야. 땡깡 그만 부리고 얼른 집에 가. 애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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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MIA - 링딩동 (9552789E+6) 2020. 6. 23. 오후 6:12:30이름 잘 어울리지? (미아는 뺨에서 바람을 빼고는 어깨를 으쓱, 하며 조금 씁쓸한 미소를 지어보인다.) 하긴 이제 시간이 늦었으니. 끽. (또 딸꾹질을 한 미아는 접시와 그릇 등등을 다시 그 아까의 종이박스에 잘 간추려넣는다. 다행히 심하게 취한 건 아닌지, 아니면 저항력(?)이 높은 건지 얼굴이 저렇게 빨개도 손 움직이는 데엔 지장이 없는 모양.) 같이 퇴근하고 싶었는데 다음번엔 좀더 늦게 와야겠다. (자리에서 일어서며, 미아는 히히 웃는다.) 오늘 즐거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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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링딩동-MIA (0035725E+6) 2020. 6. 23. 오후 6:17:29잘어울리네. 예쁘다야. (씁쓸한 미소를 봤지만 일단은 모르는 척하는 게 바텐더의 예의였다. 딸꾹질을 하는 거에 약간 걱정스럽게 보긴 했지만.) 내일 또 일 하려면 일찍 가야지. 그냥다음에 나 쉴 때 술이나 한잔하자고. (잔을 꺾는 제스처를 해보인 딩동은 당신이 가져온 것들을 종이박스에 정리하는 걸 보고 냅두고 가면 자기가 치우겠다는 말을 했고.) 팬케이크 맛있게 먹었다야- 조심해서 가고.
#요렇게 마무리~ -
34 MIA - 링딩동 (9552789E+6) 2020. 6. 23. 오후 6:22:58꼭이야! (미아는 흐릿한 목소리로 월차 쓸 거니까 하고 중얼거렸다.) 응, 조심해서 들어갈게. 잘 있어. (적잖이 취해 흐려진 눈으로도 미아는 마지막 인사삼아 윙크를 해보이고는, 술기운에 조금은 흔들리는 발걸음으로 당신의 바를 나섰다.)
(다음날 평소처럼 상쾌하게 톡을 올린 것으로 보아서는 멀쩡히 들어간데다 숙취도 별로 안 느끼는 모양이다. 애기의 체력이란...)
# 미아랑 놀아주느라 고생했어, 고마워! -
35 카드 - 김부치 (2560961E+5) 2020. 6. 23. 오후 7:24:46(외모는 situplay>1592739528>104 참고.)
(큰 키의 여성이 사전에 알려준 식당 앞에 서 있다. 채팅방에서의 살랑거리는 이미지와는 다르게, 어딘지 도도해 보이는 인상의 여자다. 서른이 다 되어간다는 말이 무색하게, 20대 초반이라 해도 믿을 정도의 동안. 인상착의는 청바지에 검은색 반팔 티셔츠와 흰색 컨버스로, 별로 특별할 건 없는 차림이다. 만나기로 항 사람을 찾는 건지 주변을 두리번 거리고 있다.) -
36 김부치(유홍서) - 카드 (6459989E+5) 2020. 6. 23. 오후 7:32:27(참고를 위한 픽크루)
이건 정말 편리한 기능이란 말이야. 스토어에 갓 나온 만남 어플 주제에 꽤나 기능이 많다. 상식을 뛰어넘는 기능까지. 순간이동의 멀미감에 잠깐 비틀거린 유홍서는, 이내 주변을 둘러보았다. 번화가에서 살짝 골목으로 들어서면 나올 법한, 고즈넉한 분위기의 레스토랑. 안은 따스한 황색 불빛으로 일렁거린다. 저녁, 금방 해가 질 무렵 때 보니 꽤나 운치가 있다. 유홍서는 자신처럼 두리번거리는 여성을 보고, 큼큼, 하고 목소리를 가다듬고. 옷매무새로 점검한다. 살짝 비치는 검은색 셔츠 안에 캐미솔을 받쳐 입고, 베이지색 슬랙스를 입은, 레즈가 보면 '아, 레즈군.' 할 것 같은 스타일.
"아, 저기..."
긴가민가하며, 김부치는 눈썹을 꿈틀거리며 말을 건넨다. 시원한 음성이다.
"카드... 씨, 맞으시죠?" -
37 카드 - 김부치 (2560961E+5) 2020. 6. 23. 오후 7:39:52한 여성이 가까이 다가온다. 여성을 빠르게 훑어본 카드는 눈을 살풋 접어 부드럽게 웃으며 여성의 말을 받는다.
"네, 맞아요. 반가워요, 부치 씨."
여자가 고개를 살짝 숙여 인사를 건넨다. 여자의 목소리는 시원하다면 시원하고, 맑다면 맑다.
"일단 가서 자리부터 잡을까요?"
서서 얘기할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서로 소개를 하든 아니면 바로 상담을 하든 우선은 자리부터 잡은 뒤에 하면 될 것이다. 여자는 레스토랑의 문을 열어 부치를 안으로 먼저 들여보내려 한다. 꽤나 일을 군더더기 없이 빠르게 진행하려는 스타일인지도. -
38 김부치(유홍서) - 카드 (6459989E+5) 2020. 6. 23. 오후 7:43:55부치씨, 라고 부르자 김부치는 웃음을 터트려버렸다. 그도 그럴 게, 레즈비언 클럽에 가지 않는 한 육성으로 부치란 말을 들을 일이 거의 없으니까. 텍스트로만 접했던 말을 이렇게 듣자니 새로운 기분이어서 그랬다. 김부치는 자리잡자는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네, 들어가죠."
안에서는 새우나 고기를 볶는 고소한 냄새가 흘러나오고, 부치는 그 냄새를 양껏 음미하며 안쪽으로 들어갔다. 아무리 그래도 레즈비언끼리의 대화니까, 그런 대화주제가 나올 수도 있으니까. 소란스러운 홀에서 멀어지는 편이 좋았다.
"많이 기다리셨나요?"
저녁의 번화가가 훤히 보이는 창가에 앉으며, 김부치는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물어봤다. -
39 카드 - 김부치 (2560961E+5) 2020. 6. 23. 오후 7:50:57상대가 웃음을 터트리자 여자도 작게나마 웃음을 터트렸다. 부치 씨-라니, 채팅방에서라면 닉네임이니 그렇다 치더라도, 육성으로 내뱉는 것이 본인도 퍽이나 웃겼던 모양이다. 그래도 본명을 모르니 어쩔 수 없는 거고. 여성은 빠르게 다시 페이스를 가다듬은 뒤 레스토랑 내부로 들어서 상대를 따라 창가 자리, 상대의 맞은 편에 자리잡는다.
"아뇨, 저도 이제 막 온 참이예요."
웨어터에게서 메뉴를 받아들고, 여자는 메뉴를 둘러본다.
"부치 씨는 뭘로 주문하시겠어요?"
웃음을 참으려는 미소를 머금고 상대에게 물어본다. 우선, 음식부터 주문하는 편이 좋으려나. 얘기라면 음식이 나오기 전, 그리고 식사를 하면서도 찬찬히 하면 될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카드 본인이 먼저 나서서 이야기를 꺼내기가 조심스러웠던 것 역시 있었다. 아무리 상담을 해주러 왔다고는 해도, 제가 먼저 나서서 바로 말을 꺼내기는 조금 어려웠으니까. -
40 김부치(유홍서) - 카드 (6459989E+5) 2020. 6. 23. 오후 7:59:30카드에게 메뉴판 하나를 건네고, 자신 몫의 메뉴판을 잠시 둘러보던 김부치는
"스테이크 라클렛으로 할게요."
하고 금방 골랐다. 치즈를 좋아하는 편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최근 해산물을 너무 많이 먹어서 좀 육지의 생물을 먹고 싶은 기분이었다. 주문 이후, 뭐라 말을 하려는 듯한 기색이었다가 그 기미는 사그라들고, 머쓱하게 묻는다.
"그러고보니, 이름이 어떻게 되세요? 커뮤니티 바깥에서도 닉네임을 부르긴 좀 그렇잖아요. 아, 저는 홍서예요. 유홍서."
그리고 시원하게 웃음짓는다. 고향다운 표정이라고 해야할까, 화장기가 미미한 얼굴에서 아직 십대처럼 풋풋한 느낌이 남아있는 친구였다. -
41 카드 - 김부치 (2560961E+5) 2020. 6. 23. 오후 8:04:58"그럼 저는 오일 파스타로 해볼까... 아, 오늘 저녁은 제가 살게요."
상대와 자신의 주문을 웨이터에게 전달한 뒤, 웨이터가 시야 밖으로 사라지자 그제애 여자가 다시 상대의 말을 받는다.
"하긴, 계속 부치 씨라고 부르기도 그렇죠. 홍서 씨구나, 예쁜 이름이네요. 저는 한예은이라고 해요."
홍서에게서 느껴지는 풋풋함에 예은은 고개를 갸웃거린다. 성인은 이미 되었을 텐데도 꽤나 앳되어 보이는 느낌.
"실례가 안된다면, 혹시 나이가...? 참고로 저는 스물 여덟이예요."
남에게 무언가를 묻기 전에 자신이 먼저 밝혀야 한다 생각했는지 예은은 거리낌 없이 제 나이를 밝혔다. 일단 상담을 한다 쳐도 나이를 알면 조금 더 편할 테니까, 그리고 또 반절은 그저 단순한 개인적 호기심으로 물어봤다. -
42 김부치(유홍서) - 카드 (6459989E+5) 2020. 6. 23. 오후 8:12:26예은의 나이를 듣고는, 홍서는 상상도 못했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럴 만 했다. 예은은 모르는 사람이 보기에는 이십대 초반같으니까. 교사라는 것을 알아도, 졸업학년 때 바로 임용하는 사람도 없진 않으니. 홍서는 이십대 중반쯤을 상상했던 모양이다.
"아, 아... 언니는 언니인데, 사회인이셨구나. 저는 스물 둘이에요. 언니에 비하면 많이 적네... 하하."
머쓱한 듯 비시시 웃는 홍서. 이런 리액션을 보면, 피어싱 같은 것을 해도 떨쳐낼 수 없는 여대생의 담백함이라는 것이 있다. 홍서는 와인글래스에 담겨온 물을 한 모금 들이켰다. 오랫동안 집에만 있어서 그런 건지, 다소 어색한 느낌이 없잖았다.
"저는 언니가 스물 여덟일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어요. 제 또래처럼 보여서, 얼굴만으론 정말 스물 하나래도 믿을 거 같거든요. 대단하다, 언니."
홍서는 언니가 이미 있기라도 한 듯, 익숙하게 언니, 언니 하며 살갑게 말을 붙였다. -
43 카드 - 김부치 (2560961E+5) 2020. 6. 23. 오후 8:19:59"그러게요. 아직 많이 어리네요. 뭐, 그래도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마요. 고등학교 선생님이라고 해서 다 엄청 깐깐하게 굴거나 하는 건 아니니까."
조금이라도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내보려 하듯, 농담 아닌 농담을 던지며 자신 역시 와인글래스에 담긴 물을 한 모금 마셔 목을 축였다. 그리고 아이가 한 말에는 싱긋, 웃으며 컵을 테이블 위로 조심스럽게 내려놓는다.
"그래요? 고마워요. 전 처음 홍서 씨를 봤을 때 순간 아직도 십대인 줄 알았어요."
빈말은 아니었다. 어딘지 모르게 10대의 풋풋함이 전해져 왔었으니까. 상대에게는 여대생이 아니라 여고생이라고 했어도 아마 믿었을 것 같은 분위기가 있었다.
예은은 가만히 평소의 미소를 유지한 채 상대를 바라본다.
"홍서 씨는 붙임성이 좋네요."
이러한 면도 어딘지 10대 같다. 그와 상반되게 예은은 의외로 그렇게까지 붙임성 좋게 행동하지는 않았다. -
44 김부치(유홍서) - 카드 (6459989E+5) 2020. 6. 23. 오후 8:28:05"아아, 고등학교 선생님이구나. 저는 왠지 선생님이라고 하면 초등학교부터 생각나서, 조금 의외예요."
아닌가, 성격이랑 잘 맞는 것 같기도 하구요. 멋지네요. 하고 덧붙이며, 홍서는 납득간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고등학생들을 가르치려면 어느정도의 단호함도 때로는 필요하니까. 뭐랄까, 도도한? 아니... 차분한 말투가 꽤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물론, 어디까지나 홍서 상상 속의 '도시' 고등학교의 이야기였다. 홍서는 깡촌 고등학교를 다녔으니까. 모든 선생님들이 동네 아저씨 아줌마 같았다.
"붙임성, 이게 나름 생존 요령이란 말이죠... 제가 살던 곳은 완전 깡촌 중의 깡촌, 잡지가 두 달쯤 밀려서 들어오는 어촌이었거든요. 동네 어른들 이쁨을 받으려면 어쩔 수 없었어요."
오락실에서 게임을 하다가 걸려도, "어머니한테는 말하지 마세요, 아이~" 하고 붙임성 있게 굴면 꿀밤 한 대 맞고 끝낼 수 있는, 그런 거. 홍서는 십대라는 말에 낯간지러워진듯 볼을 긁적거렸다.
"그나저나... 고등학생들을 가르치기 좀 어때요? 힘들거나 그러지는 않나요?" -
45 카드 - 김부치 (2560961E+5) 2020. 6. 23. 오후 8:36:54"그런가요? 그럴수도 있겠네요. 특히 전 채팅방에서는 더 유한 말투를 쓰기도 하니까요."
여자가 납득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인다. 확실히 채팅방에서는 어린애 어르는 말투를 사용하니까, 무리는 아니다. 실제로 유치원 선생이라 생각했던 사람도 있었고. "홍서 씨는 만약 선생님이 된다면 어느 나잇대의 학생들을 가르치고 싶나요?" 여자가 고개를 살짝 갸울이며 물었다.
"생존 요령이라. 좋은 요령을 배웠네요."
생존요령으로 아이가 터득한 게 붙임성이라니, 어찌 보면 웃픈 이야기였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분명 도움이 될 만한 요령일 것이다.
상대의 물음에 예은은 단 일말의 지체도 없이 "힘들죠." 하고 딱 잘라 말했다.
"일단 선생님이 된다는 건 가르친다는 것만 업무에 포함되는 게 아니니까요."
힘들다는 말을 하는 것 치고는 상당히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면서 대답한다. -
46 김부치(유홍서) - 카드 (6459989E+5) 2020. 6. 23. 오후 8:43:20"으음~ 맞아요. 저도 그 부분에서 교사를 할지 말지, 고민하고 있는 거거든요. 학생들을 가르친다고 하면 얼핏 뿌듯해보이지만, 실상은 학교의 행정 업무를 처리하느라 가르치는 건 뒷전이라고... 많이 들었어요."
휴우, 한숨을 쉰 홍서는 귓볼을 만지작댄다. 피어싱이 몇 매달려 있다. 이런 것에 대해서도 고민이라는 바디랭귀지의 일종인가보다. 홍서는 예은의 타투를 못 봤기에, '선생을 하려면 저렇게 단정한 꾸밈새여야하는 거겠지...' 하고 생각하고 있었다.
"물론 임용을 통과할 수 있느냐, 란 것부터 고민해야하긴 하지만... 하하, 공부는 옛날부터 잘했거든요. 그래서 통과하면... 중학교 학생을 가르치고 싶네요. 저는요."
자랑하려는 건 아니지만... 하고, 작은 목소리로 덧붙인 홍서는 예은을 지그시 바라본다. 아주 차분한 사람. 그러나 해줘야할 말은 제대로 해주고, 일에서도 그럴 것 같은 사람. 수업도 군말이 전혀 없이 핵심을 잘 알려줄 것 같은 느낌이다. 홍서는 저 멀리서 플레이팅 되고 있는 요리의 낌새를 채고, 살짝 고개를 돌려 바라보았다. 음, 맛있겠다. -
47 카드 - 김부치 (2560961E+5) 2020. 6. 23. 오후 8:56:04"맞아요.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에만 집중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까요. 그게 아니어도 기본적으로 사람들을 많이 대하게 되기도 하고. 사람 안 대하는 직업이 어디 있겠느냐만은... 같은 교사진부터 학부모들에, 물론 학생들도. 그리고 그 모든 커뮤니티 내에서 좋은 관계를 유지하지 못하면 당연히 평가도..."
여자는 검지 손가락을 땅을 향해 가리켰다. 곤두박질 친다는 의미였다. 평가가 중요치 않은 직업이 어디 있겠느냐만은, 일단 교사라는 직업 자체가 존경 받는 것을 기본으로 깔고 가야 하는 직업이었다. 상대가 피어싱 박힌 귓볼을 매만지자 여자가 대뜸 작게 웃고는 제 상체를 조금 틀어 자신의 등을 상대에게 향하게 한다. 그러고는 셔츠의 등쪽 옷자락을 잡아 살짝 들어올려 가시 모양의 타투가 새겨진 제 허리를 슬쩍 드러낸다. 상대가 타투의 존재를 확인할 수만 있을 정도로 짧은 시간이 지나자 바로 옷자락을 제대로 정리하며 장난스레 윙크해 보인다.
"중학교라. 좋은 목표라고 생각해요. 공부는... 잘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잘하기만 해선 조금 어렵지만요."
여자가 얼굴에서 미소를 지우고 진지하게 얘기를 들으며 고개를 끄덕거린다. 여자는 홍서를 따라 요리를 힐끔 보고는 금새 다시 시선을 눈앞의 상대에게로 돌린다.
"특별히 더 고민되는 부분이라던가... 그런 게 있는 건가요? 교사로써 갖춰야 할 어느 한 자질이 영 성향에 맞지 않는다던가."
채팅방에서도 성향에 맞는지 확신이 없다는 뉘앙스로 얘기하기도 했으니, 조금씩 좁혀가야 고민을 확실히 할 수 있겠지. -
48 김부치(유홍서) - 카드 (6459989E+5) 2020. 6. 23. 오후 9:05:06예은이 옷자락을 살짝 들어올리자, 홍서의 얼굴이 빨개졌다. 살결 자체는 그렇게 노출되지 않았지만, 아무튼 레즈비언의 살결이잖아. 어쩔 수가 없다. 홍서는 급하게 눈을 피했다가, 다시금 눈을 가져갔을 때 타투를 발견할 수 있었다. 흰 살결에 타투, 와, 이거, 아니.
"그, 아, 잘 감추기만 하면 문제는 없다...는 거구나. 알려주셔서, 고마워요..."
목이 타는 듯이, 물을 연신 마신다. 부치라고 닉네임에도 박아뒀지만 내성 자체는 많이 없는 모양이다. 깡촌에서 레즈비언인 게 들키면 고향 떠야하니, 접해본 적 없을 만도 했다.
그렇게 예은의 말을 듣기만 하다, 자질의 문제가 나오자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거요. 제가 한창 자아가 형성될 시기의 애들을 가르친다고 하면 뿌듯하면서도, 왠지 걱정되잖아요. 제가 생각없이 한 말이 깊게 상처가 될 수도 있구요. 그래서 교사란 게 참 어렵다는...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언니는 가르치는 입장에서 어때요? 타이를 때에는 타이르면서도 상처를 주지 않는 거, 그런 거 힘들잖아요."
그렇게 말을 하면서도 시선은 계속 와인글래스 안에 머문다. 아까 타투의 여파가 남은 모양이다. 좋은 냄새를 풍기며 다가오는 식사에 의식을 집중하며 마음을 가다듬었다. 맞아, 유홍서. 상담 때 딴 생각 하면 안 돼. 그렇게 되뇌며, 가까스로 고개를 들어 꾸벅 인사한다. 멋쩍은 미소를 걸친 채로,
"잘 먹을게요, 언니." -
49 카드 - 김부치 (2560961E+5) 2020. 6. 23. 오후 9:17:46홍서의 얼굴이 빨개지는 것을 보자 예은은 금새 상대가 부끄러워 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채었다. 단순히 타투를 보여줄 생각이었는데, 아무리 조금 부끄럽게 해버린걸까.
"그렇죠. 일단 겉으로 보이지만 않으면 괜찮아요."
예은은 장난스럽게 입술에 검지를 갖다대며 쉿-하는 제스쳐를 취했다. 그리고는 놀리듯이 "부끄러워요?" 하고 물었던가. 닉네임에 부치라고 박아뒀으면서, 행동은 영락 없는 사춘기 소녀가 아닌가.
"그렇죠. 그 나잇대의 아이들은 예민하고 섬세하니까... 도자기 같죠. 모양을 잘 못 잡으면 나중에 모양이 삐뚤어져 버리니까요. 잘 깨지고."
예은은 평소에 제가 가르치는 아이들을 도자기에 비유했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은 그만큼 섬세한 작업이라 여겼다. 각자가 시킨 메뉴가 서빙되자, 예은은 미소로 홍서의 말을 받았다. 그리고는 잠시 고민하다가 천천히 입을 연다.
"솔직히 말할까요, 타이르면서 상처를 안 줄 수는 없어요. 사람이란 동물은 자신의 잘못을 직시하는 것만으로도 상처 입을 정도로 나약하거든요. 교사가 할 수 있는 건 아이들이 상처 입지 않게 하는 것이 아니라, 받을 상처를 최소한으로 하되 상처 때문에 엇나가지 않게 하는 거예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 상처가 아예 안 남을 수는 없어요. 설령 그게 교사와 학생의 관계라 하더라도."
예은은 잠시 말을 멈추고 파스타를 포크에 돌돌 말아 입에 넣었다. 역시 맛있다. 입안에 있는 음식을 목구멍으로 전부 넘긴 뒤에야 예은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래서 힘든 거예요. 상처를 안 줄래야 안 줄 수가 없어서." 싱긋 미소 지은 예은이 상대와 눈을 맞추려 한다.
"음식은 입에 맞아요?" -
50 김부치(유홍서) - 카드 (6459989E+5) 2020. 6. 23. 오후 9:29:13홍서는 예은의 말을 주의깊게 경청했다. 손이 자유로웠다면 적어두었을지도 모르는 성실한 태도로. 이따금 고개를 끄덕이며.
그나저나, 고기는 정말 맛있었다. 뜨끈하게 데워진 라클렛 치즈를 기름이 번드르르한 고기 위에 긁어다 붓는 광경이란. 홍서는 시각적 짜릿함에 한 번 전율하고, 맛에 또 한 번 전율했다. 지금까지 들은 게 머릿속에서 싹 날아갈 정도로 맛있다. 레스토랑의 노란 조명을 기름이 어지럽게 흘려내며 고기 위를 떠돌았다.
물론 잊지 않고 잘 기억하고 있었다. 홍서는 씹어 넘기기 아까운 한 점을 겨우 삼키고 대답했다.
"네, 여기 정말 맛있네요... 나중에 또 와서 다른 것도 먹어보고 싶을 정도예요."
다시 한 점. 아직 열이 식지 않아, 기름이 자글거리는 소리를 낸다. 그걸 후후 불지도 않고 대번에 입에 넣어버렸다. 뜨겁지만 그걸 감내할 정도로 맛있다.
그렇게 식사를 음미하면서도, 예은의 말에 자연스럽게 어떤 생각이 들었다. '상처를 줄 수 밖에 없는 직업이라면, 자신과는 안 맞을지도 모르겠다.' 는 생각. 홍서는 자신이 생각하기에도 꽤 무른 편이었고, 아직 어린 학생이 자신 때문에 상처받는다고 생각하면 꺼려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으음, 그렇다면요. 교사 일을 하면서 보람찬 부분은 있나요?"
그래도 한쪽 면만 보고 선택하는 건 안될 짓이다. 홍서는 이 부분도 꼭 들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예은 정도로 번듯한 여성이 택한 직업이라면, 거기에는 또 어떤 매력이 있겠지. 그런 판단이었다. -
51 카드 - 김부치 (2560961E+5) 2020. 6. 23. 오후 9:40:48"그렇다니 다행이네요. 열심히 선정해서 데려왔는데 입에 안 맞으면 어쩌나 해서."
예은은 안심한 듯이 웃으며 자신의 식사 역시 재개한다. 그보다, 정말 맛있게 먹는다. 상대가 먹는 모습에 슬쩍 웃었다가 평소와 비슷한 서글서글한 미소를 거는 선에서 웃음을 갈무리 지었다.
"보람찰 때야 많죠. 가장 보편적인 답부터 내놓자면... 그렇네요. 이미 졸업한 애들이 종종 교무실로 찾아온다던가, 성적이 안 좋았던 아이의 성적이 어느순간 조금씩 오르기 시작한다던가, 그런 것들."
예은은 물을 한 모금 마시고는 잠시 생각에 잠긴다. 보람찬 때를 얘기하지면 수도 없이 많을 것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보람찰 때 몇몇만 꼽자면...
"그리고 또 개인적으론 상담을 받고 나서 홀가분한 표정으로 자리를 떠나거나, 나중에 일이 잘 풀리는 것을 보는 것도 즐겁고, 때때로 학생들한테서 선물이나 편지를 받는 것도 제가 나쁜 선생으로 비춰지고 있지는 않은 것 같아서 보람이 있죠."
결국 그 보람을 위해 힘든 부분을 감내할 수 있느냐가 가장 큰 관건이었다.
"아직은 천천히 생각해도 돼요. 시간은 많으니까." -
52 김부치(유홍서) - 카드 (6459989E+5) 2020. 6. 23. 오후 9:50:53고깃기름이 치즈의 쫀득한 질감과 뒤섞여 짭조롬한 맛을 내고, 동시에 흘러나온 육즙과 맞물려 감미로운 맛을 낸다. 열심히 선정했다니, 진짜구나. 나중에 꼭 친구들이랑 와봐야지, 생각하며 입을 쉬지 않고 있었다.
예은이 하는 말은 짐작하기 어렵지 않은 것들이었다. 딱 선생이 보람을 느낄 만한 상황. 상상하는 것과 직접 느껴보는 것은 또 다르려나. 육성 게임의 캐릭터 엔딩을 보는 기분일까, 미묘한 비유로 상상해본다.
...글쎄, 그건 아닌 것 같다.
홍서는 깡촌의 고인 고등학교 출신. 자신에게 성심성의를 다하는 선생을 본 적이 없다. 있었을지도 모른다. 홍서의 담임이 아니었을 뿐이지. 예은 같은 사람이 자신의 담임이었다면 학창생활이 재미있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저도 가끔 과외를 해봐서, 가르치는 재미는 꽤 안다고 생각했는데 사뭇 다르네요. 하기야, 저는 단기 과외 선생이고, 언니는 선생님이니까. 조금 다를지도요."
예은을 지그시 바라보다가, 홍서는 수줍게 웃었다.
"처음 만난 사람한테도 이렇게 상담해주는 거 보면, 언니가 가르치는 학생들은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언니는 제가 만난 어떤 선생들보다 선생님 같거든요."
낯간지러운지 귓가를 긁적이며,
"음, 멋진... 것 같아요. 응. 이런 게 사회인인 걸까." -
53 카드 - 김부치 (2560961E+5) 2020. 6. 23. 오후 10:02:35무엇에 보람을 느끼냐는 질문에 할 수 있는 답은 어찌보자면 한정적이었다. 어떠힌 상황에 보람을 느끼고도 왜 보람을 느꼈는지 알 수 없는 부분도 있었으며, 또 같은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이 아니고서야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도 있었기에, 그런 부분들을 걸러내고 걸러내다 보면 흔하디 흔한 답변 밖에는 남지 않는 것이다.
"음-가르치는 재미라. 그건 역시 개인차겠지만, 전 가르치는 행위 자체를 즐겨서 선생이 된 건 아니예요. 보람은 물론 느끼지만... 그래서 처음에 제가 좋은 상담 상대가 못 될 지도 모른다고 한 거예요. 일반적인 사명을 갖고 선생님이 되는 사람들과는 조금 달라서."
특별하다는 의미가 아니라, 말 그대로 조금 독특하다는 의미였다.
이어진 상대의 말에는 예은이 기분 좋은 웃음을 작게나마 흘린다. 역시 칭찬을 받는 것은 누구라도 즐거운 법이니까.
"좋아해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래도, 꼭 저 같은 선생님만이 좋은 선생님인 건 아니라고 생각하지만요. 제 방식이 맞지 않는 학생도 분명 존재할테고."
상대도 아무래도 본인이 생각하는 선생님이라는 직업에 대한 이미지가 따로 있는 거겠지.
"칭찬 고마워요. 하지만 제 생각엔 홍서 씨도 충분히 멋있는걸요. 처음 보는 사람에게 상담 요청하기도 쉽지 않았을텐데, 그만큼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거 잖아요?" -
54 김부치(유홍서) - 카드 (0266384E+5) 2020. 6. 24. 오전 12:17:31일반적인 사명이라, 보통은 연금과 공무원이라는 안전성, 방학을 생각하고 교사가 되려고 하지 않던가. 유홍서도 그런 안락한 요건을 보고 고려하던 선택지였다. 그러나 유홍서가 "에이, 사명을 가진 선생이 더 적을걸요." 라고 말하는 일은 없었다. 한예은은 조금 더, 자신의 생각을 가지고 결정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어쩌면 옛날의 일에 영향을 받은 걸지도. 모르면서 함부로 말하는 성격은 아니었다.
홍서는 혜은이 칭찬을 기분좋게 받아들여서 잘 됐다고 생각했다. 배시시 웃음짓고는, 이야기하느라 미지근해진 치즈를 입에 넣었다. 아, 역시. 기숙사 된다면 꼭 와야지.
"좋아해줄 거예요. 어떻게 안 좋아해요."
홍서는 할 말을 고민하는 듯이, 으음, 하는 소리를 냈다. 마치 좋아할 거라고 확신을 가진 것처럼 말해놓고, 이유는 나중에 생각하는 것처럼.
"방식이 맞지 않는 학생이 없지는 않겠죠. 그래도, 사람은 그런 게 있잖아요. 누가 날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는 알 수밖에 없는 거. 언니같은 마음으로 제자들을 대한다면, 맞지 않는 학생이더라도 한예은이라는 사람은 좋아할 거라고 생각해요. 어쨌든 스승과 제자도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니까. 응."
홍서는 눈을 지그시 감았다 뜨며, 자신의 말을 재차 긍정하는 것처럼 고개를 끄덕였다.
"응. 멋지다고 해줘서 고마워요. 사실 일이 힘들까 걱정하기보다는... 제가 학생들을 잘 지도할 수 있을지가 걱정이었던 거거든요. 많은 도움이 됐어요. 이제 상담의 마지막 질문을 하고 싶은데, 언니가 보기에는... 어떨까요? 제가요. 학생들을 지도할 만한, 좋은 선생의 자질이 있어보이나요?" -
55 카드 - 김부치 (3741158E+5) 2020. 6. 24. 오전 12:36:48예은은 그저 싱긋 웃어보였다. 뭐, 내 취향의 이야기는 그다지 중요한 게 아니니까 슬쩍 접어둘까.
"그런가요? 그렇게 말해줘서 고마워요. 기뻐요. 정말로."
여자가 아까보다 조금 더 밝게 미소를 짓자 눈매가 살짝 접혀들어간다. 눈가에 짧은 주름들이 그려지며 눈이 초승달과 같은 모양이 되었다가 금새 다시 원래대로 돌아온다.
"그런 말은 처음 들어보는데. 홍서 씨가 절 너무 과대평가 하고 있는 건지도 몰라요? 전 그렇게 마냥 좋기만 한 사람은 못 되니까요."
여자가 하하-하고 웃으며 대답한다.뭔가 꽤나 좋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어주는 것 같은데, 그야 당연히 고마울 따름이지만 사실이 아닌 것에 기대를 걸어도 곤란하다.
"저는 아직 홍서 씨를 아주 자세히는 모르기 때문에, 이건 내 지극히 주관적인 생각이니까 참고만 해줘요."
아이의 마지막 질문에, 예은은 눈을 몇 번인가 느릿하게 깜빡인다. 생각을 정리하려는 듯이.
"공부를 잘한다는 점이나, 과외를 했었다는 점이나, 지금 본인의 진로를 진지하게 생각하고 거듭 고민하는 점, 이런 부분만 놓고 보면 충분히 좋은 선생으로써의 자질이 있다고 생각해요. 다만, 아까 상처에 관련된 이야기를 할 때, 살짝 꺼리고 있다는 느낌을 받아서. 그야 누군가에게 상처 입히는 일은 당연히 꺼려지는 일이지만... 홍서 씨의 경우에는, 좋지만 유약한 선생님이 될 가능성도 있다고 봐요. 나쁜 건 아니예요. 단지... 본인이 지나치게 힘들어 할 수도 있다는 거예요."
여자는 잠시 말을 끊었다가 물을 한모금 마시고늠 말을 이었다. "홍서 씨가 그러한 점들을 감당할 수 있으시다면 전 홍서 씨에게 교사가 되길 적극적으로 추천해주고 싶어요. 홍서 씨는 충분히 좋은 선생님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러니 본인의 마음도 신경 써서 좋은 결정 내리길 바래요." 여자는 말을 끝매쳤다. 본인의 생각은 이러했다. -
56 링딩동-카드 (3197524E+5) 2020. 6. 24. 오전 1:26:08(http://mitem.auction.co.kr/vip?itemNo=b648149782 요 사이트의 모델 분이 입고 있는 옷을 참조해주세요)
어플의 일대일 대화를 끝내고 바의 셔터를 내리는 걸 보고 사장 언니에게 인사를 한 뒤에 약속한 장소로 걸음을 옮겼다. 습기가 찬 공기에 덥기까지 해서 그런지 약속 장소엔 사람이 얼마 없었다. 이모 저 왔어요 하고 인사를 하며 밖의 자리를 잡은 뒤 몇마디 안부인사를 나누고 주문을 한다.
"한명 더 올거에요. 맨날 먹던 갈비살이랑 소주 참xx 파란 뚜껑이랑 콜라하나 주세요. 잠깐 일행 어디까지 왔는지 연락해볼게요."
주문을 마치고 자리에서 자연스럽게 일어난 그녀는 구석진 곳에서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아 덥다. 진짜. 불을 붙히며 구석진 곳에 쪼그리고 앉았다. -
57 카드 - 링딩동 (3741158E+5) 2020. 6. 24. 오전 1:39:39묘하게 잠이 들지 않아 이미 나와있던 참이었다. 근처 한산한 공원의 벤치에 앉아 채팅을 하다 딩동씨가 퇴근했다는 것을 알게 되고 홧김에 술이나 마시자 제안했다. 선생으로써 글러먹은 걸까 싶지만 하루 정도는 이런 날도 있는 거니까. 무엇보다 라이브로 학생들과 계속 통화를 하고 앉아 있는 것도 아니다.
여자는 약속한 장소로 이동했다. 여기 채팅방 기능, 편리해. 여자는 시원해 보이는 얇은 검은색의 롱 스커트에, 흰색 오버핏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전체적으로 편해보이는 느낌. 아무래도 집에 있다 나와서인지 머리는 푸른 채 어깻죽지 언저리에서 찰랑거리며 흔들렸다.
여자는 약속한 장소에 도착해 주변을 두리번 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구석자리에서 담배를 피우는 한 사람이 눈에 띄어 근처로 다가갔다. 잘은 모르지만 왠지 이 사람일 것 같은 그런 느낌적인 느낌. 게이더(gaydar)이려나? 그런 아무래도 좋은 생각을 하며 여자는 상대에게 가까이 다가간다.
"... 링딩동... 씨?"
역시 닉네임이 특이하니까 입에 담기 민망하다. 여자는 남에게 들리지 않을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외모 참고 situplay>1592739528>104) -
58 링딩동-카드 (3197524E+5) 2020. 6. 24. 오전 1:49:04지나가는 사람들이 쳐다보는 시선을 그녀는 신경쓰지 않은 건 워낙에 자주 있기 때문이다. 왼팔에 손목까지 길게 내려온 타투-라기보단 문신에 가까운-에 무표정인 여자가 담배를 태우고 있으면 누구라도 시선은 갈테니까. 반쯤 피운 담배를 중지와 엄지를 이용해 입에 물다가 이쪽으로 걸어오는 여성의 모습에 입안에 남아있는 잔 연기를 고개를 돌려 뱉어내고 몸을 일으켰다.
"키 크네. 카드씨."
170넘는거 아냐? 무뚝뚝한 표정으로 진지하게 중얼거리던 그녀가 슥 손을 내밀며 쓰고 있던 마스크를 끌어내렸다.
"반가워요. 내가 링딩동이에요."
악수를 하면 자리 잡아놨어요 하고 그녀가 자리로 안내할 것이다. 세팅은 미리 주문을 해놨으니 다 되어 있을테고. -
59 카드 - 링딩동 (3741158E+5) 2020. 6. 24. 오전 1:55:08키 크다는 상대의 말에 여자는 웃으며 "그런 말 자주 들어요." 라고 대꾸했다. 여성 평균 키보다 15cm 가량 크기에 자주 들을 수 밖에 없는 말이었다. 여자는 상대가 담배를 피우는 모습을 빤히 응시하다가 담배를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네, 반가워요. 반가운데... 담배만 안 피우고 있으셨으면 훨씬 더 반가웠을 것 같아요."
눈까지 접어가며 싱긋 웃는 여자의 미소는 어딘지 순수한 미소라기에는 위화감이 보이는 미소였다.
어찌 되었건, 담배가 마음에 안 든다고 해서 갑자기 돌아가 버릴 수도 없는 노릇이다. 여자는 상대가 안내해 준 자리에 치마를 정리하며 앉았다.
"갑자기 불러내서 미안해요. 심심하던 찰나라 홧김에, 라고 할까."
여자가 설명하며 매고 왔던 검은색 에코백을 바로 옆 바닥에 내려두었다. -
60 링딩동-카드 (3197524E+5) 2020. 6. 24. 오전 2:03:33"좀 늦을 줄 알았죠. 이렇게 금방 올 줄 알았나…"
담배를 가리키며 짓는 미소에 위화감이 감돌자 입맛을 다신 뒤 그녀는 바닥에 담배를 던지고 그대로 비벼껐다. 양손을 펼쳐보이며 `됐죠?` 하는 제스처를 보이고 그녀가 마스크를 다시 끌어올린 뒤 피식- 웃음을 흘렸다.
여자의 맞은편 자리에 앉아서 다리를 꼬고 소주병을 들어 손목스냅으로 흔들면서 그녀가 설명을 들었다. 뭐 괜찮아요. 말 편하게 해도 되죠? 하고 그녀는 멋들어진 소용돌이를 만든 뒤 뚜껑을 까득 소리가 나도록 까며 말을 이었다.
"괜찮아요. 어차피 마시려던 술이고요."
자기 잔에 따르기 전 그녀는 아까의 담배를 피우던 모습과 반대로 정중하게 여자에게 제의했다. 무심한 어조였다.
"한잔 먼저 드릴게요." -
61 카드 - 링딩동 (3741158E+5) 2020. 6. 24. 오전 2:10:00"담배, 끊는 게 좋아요. 몸에 안 좋으니까."
제 아무리 채팅방에서 여러번 말을 나눈 사이라지만 서로 초면인데도 불구하고 자연스럽게 잔소리를 내뱉는다. 이쯤되면 어떤 의미로는 철면피다.
말을 편하게 해도 되냐는 물음에는 "편하게 하세요." 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마시려던 술이라는 말에 여자는 "그렇다면 다행이지만요." 라고 대답하며 제 술잔을 두 손으로 들어 올려 상대에게 술을 받으려 한다.
"고마워요."
자신의 잔에 술이 채워졌다면, 아마 "저도 따라드릴게요." 라며 상대의 술잔을 채워주려 했을 것이다. -
62 링딩동-카드 (3197524E+5) 2020. 6. 24. 오전 2:17:33"저는 제 애인될 사람이나 애인 말만 들어서 말이죠. 끊어보려고 노력하는 중인데 좀 어렵네요."
자연스러운 잔소리에 그녀는 눈도 깜빡이지 않고 마치 자주 듣는 소리인 것마냥 과묵하고 용하게 단조로이 대꾸해보였다. 말 편하게 해도 되냐는 말에 긍정의 답이 돌아오자 그녀의 무뚝뚝한 얼굴에 슬쩍 웃음이 번졌다가 사라진다. "그럼 편하게 할게." 하고 잔을 들어올리는 거에 맞춰 몸을 살짝 일으켜 소주 라벨이 보이지 않도록 감싸서 잔을 채워주고.
"감사히 받을게요."
따라주는 술을 양손으로 받쳐든 잔에 받고 그녀가 잔을 내려놓았다. 집게로 갈비살을 뒤집어서 적당하게 익은 고기를 상대의 앞접시에 올려준 그녀가 잔을 들었다.
"혹시 짠하는 거 좋아해 아니면 그냥 페이스대로?" -
63 카드 - 링딩동 (3741158E+5) 2020. 6. 24. 오전 2:25:12"그거 참 편리하네요. 본인에게만."
단호하지만 딱히 화를 내는 것 같지는 않은 목소리가, 어딘지 아이들에게 사용하는 말투라는 것을 짐작하게끔 하지 않는가? 여자의 입장에서 보면 상대가 어리기 때문도 물론 있겠지만 그런 것보다는 그러한 말투가 몸에 베었기 때문이 더욱 클 것이다.
상대에게 역시 술을 따라준 뒤, 고기가 익어가는 것을 보다 무심결에 제 셔츠의 콜러 부분을 살짝 들어올려 옷의 냄새를 맡는다. 아-이거 아끼는 옷인데 냄새 베겠네. 라는 생각이 들었다. 복장이 술 마시러 온 사람의 복장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애초에 술을 마시러 나올 생각 자체가 없었으니 별 수 없는 노릇이었다.
"아 감사해요. 그리고 전 이왕이면 그냥 페이스대로."
익은 고기가 앞접시에 올라오자 고개를 꾸벅 숙여 감사를 표한다. 그리고 짠은, 학교 교직원들이랑 회식할 때 질리게 하니까.
"페이스 망쳐서 취하면 안되기도 하고."
혹시 상대가 불쾌했을까 싶어 설명을 덧붙이며 여자가 제 머리를 왼쪽 어깨로 모아 넘긴 뒤 왼손으로 머리를 어깨에 고정시킨다. 역시 머리끈을 가져올 걸 그랬나. 여자가 당신이 올려준 고기를 한 점 먹고는 와-맛있네요, 라며 크진 않지만 진심인 감탄사를 내뱉는다. 감탄사가 크지 않은 건 단지 성격일 뿐이고. -
64 링딩동-카드 (3197524E+5) 2020. 6. 24. 오전 2:36:22"어쩌겠어. 이런 성격인걸-"
딱 교사가 사용할 말투였다. 수현은 무심한 어조로 중얼거린 뒤 어깨를 으쓱해보였다. 손을 들어서 앞치마를 부탁한 그녀는 앞치마를 받아들고 오늘 자신의 술 상대인 당신에게 건넸다. "냄새 배는 건 이따 탈취제 뿌려줄게. 이건 튈 수도 있으니까 쓰고." 갈비살을 뒤집으며 하는 말치고는 배려심이 깊은 말투였다. 무심하긴 했지만. 무뚝뚝한 표정도 그대로고.
"어차피 술 취하게 할 생각 아니었으니까 편하게 마시면 된다."
상대의 반대편으로 고개를 틀어 잔을 깨끗하게 비워내고 다시 자신의 잔에 소주를 채웠다. 맛있다는 말에 마스크를 내린 수현은 슬쩍 웃음을 지었다.
"입에 맞다니 다행이네. 뭐 먹을지 물어볼 걸 그랬나보군. 머리끈 필요해?"
자신도 낮게나마 머리를 묶고 다니기 때문에 여분 머리끈은 주머니에 넣어다니는 편이였다. 담배가 떨어지지 않도록 조심하고 머리끈을 꺼낸 수현은 머리끈을 내밀었다. "쓰기 싫으면 안써도 돼." 툭 던지듯 내뱉으며 다시 잔을 비우고 콜라를 음료컵에 따랐다. -
65 카드 - 링딩동 (3741158E+5) 2020. 6. 24. 오전 2:44:45여자는 한숨을 쉬면서도 그 이상 뭐라 덧붙이지 않았다. 채팅 너머에서야 얼굴도 안 보이는 상대니 장난삼아 어느정도 몰아붙이듯이 했다지만, 얼굴도 마주보고 있는 마당에 그런 장난까지 칠 위인은 아니었으니까. 적어도 만난지 10분도 안 지난 시점에서는. "아, 감사해요. 링-음-그러고보니 성함이...? 계속 링딩동 씨라고 부르기도 뭔가 좀 웃겨서요. 전 한예은이예요." 여자가 자신을 먼저 소개한 뒤 상대의 답을 기다린다.
"어차피 취할 생각으로 온 것도 아니랍니다. 내일도 일이 있고... 잘 안 취하긴 하지만요."
술은 센 편이었다. 문제라면, 최근엔 술을 자주 마시지 않아서 자세한 주량을 알 수 없게 되어버렸다. 잊어버렸다, 라는 말이 정확하겠지만. 뭐 어찌됐건 두 병 이상만 안 마시면 거나하게 취할 일은 없을테니 한 병 정도 선에서 컷하면 되겠지.
"괜찮아요. 이것도 맛있으니까. 아, 머리끈 빌릴 수 있을까요?"
여자는 사양않고 상대가 건넨 머리끈을 받아들어 머리를 높이 올려 묶었다.
"말은 퉁명스러우신데, 행동은 상냥하시네요."
여자가 살풋 웃으며 말한다. 뭔가 자신이 담당하는 반의 사춘기를 거쳐가는 중의 남자아이를 보는 기분이었다. -
66 링딩동-카드 (3197524E+5) 2020. 6. 24. 오전 2:45:48"어플 삭ㄴ
-
67 링딩동-카드 (3197524E+5) 2020. 6. 24. 오전 2:55:47"어플 사람들 닉네임이 특이하긴 하지?"
링딩동에 소고기사준다며라던가. 어색하게 존대를 하던 것과 다르게 확실히 편한 느낌으로 상대의 말을 받았다. 이름. 이름이라? "허수현이야. 내이름. 잊어버리긴 힘들걸." 검은색이 섞인 회색 눈동자 위에 웃음이 서렸다. 만난지 10분만에 세잔을 연달아 마신 수현은 이모를 향해 소주병을 들고 손가락 하나를 들어보인 뒤 쓴맛을 지우기 위해 콜라를 마셨다.
"아쉽네. 내일 평일이 아니였으면 언제 취하는지 시험해볼까 했는데 말이지."
자신이야 양껏 마시고 집에 들어가서 자면 된다. 술상대가 취할 생각이 아니라니 강요하고 싶지도 않았고.
"직업병이야. 선생님. 서비스직이여서 몸에 배어 있는 거 뿐이다야."
머리끈을 받아 머리를 묶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다시 한예은이라고 소개한 상대를 응시했다. 살풋 웃는 모습에 슬쩍 입꼬리를 올려 미소를 짓고 고개를 돌리며 잔을 비워낸다. -
68 카드 - 링딩동 (3741158E+5) 2020. 6. 24. 오전 3:01:41"아무래도 밖에서 큰 목소리로 부를 만한 이름은 아니긴 하죠."
부치 씨, 라던가... 그쪽의 경우에는 조금 소란스러운 곳에 있었기에 들릴 걱정 없이 평범하게 말했다만, 이런 건 또 다른 얘기다. "수현씨구나, 이름 예쁘네요." 여자는 빠르게 술잔을 비워가는 상대와 다르게 천천히 술잔을 비워간다. 상대가 세잔을 연달아 마실 동안 여자는 한 잔 반 정도를 마셨다.
"마지막으로 쟀을 때는 2병 반 정도가 마지노선이었던 것 같은데... 뭐, 평일이 아니더라도 이왕이면 취하고 싶진 않아요."
여자가 웃으며 어깨를 으쓱인다. 취할 정도로 마쉬면 다음날 숙취도 있고 말이지.
"그런 게 몸에 베였다고 해도 남에게 자연스럽게 베푸는 건 상냥한 게 맞다고 생각해요."
여자가 웃음을 흘리다가 저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시선에 묶은 머리를 마지막으로 한 번 정리하고는 입모양으로 "왜요?" 하고 묻는다.
"뭐랄까, 생각했던 이미지랑 조금 다르네요." -
69 링딩동-카드 (3197524E+5) 2020. 6. 24. 오전 3:11:54"그건 인정해."
술잔에 술을 따르며 고개를 끄덕인다. 긍정이었다. 습기에 불이 바로 앞에 있으니 더워서 수현은 위에 걸치고 있던 오버핏 셔츠 단추를 풀어내며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시끄럽진 않아서 잘 들렸다.
"성이 특이해서 쉽게 잊지는 못한다는 장점과 단점이 있지. 내이름 잊기 어려울걸."
2병 반이라. 흠 내가 무식하게 잘 마시는 건가. 채운 잔을 다시 비운다. 4잔 째. "숙취에 안익숙하면 안취하는 게 좋아." 무심하게 내뱉으며 다시 한잔을 더 채웠다.
"칭찬 감사히 들을게. 예은언니. 그리고 예쁜 사람 보는 게 잘못된건 아니잖아?"
뭘 묻냐는 듯 망설임 없이 말을 뱉고 채운 잔을 비우고 콜라가 아닌 고기를 한점 입에 넣었다. 결국 수현은 위에 입은 겉옷을 벗고 스트릿 민소매 차림으로 잔을 채웠다. 입맛을 다시며 흡연충동을 누르는 건 상대가 담배를 싫어하기 때문일거다.
"내가 어떤 이미지라고 생각했는데?" -
70 카드 - 링딩동 (3741158E+5) 2020. 6. 24. 오전 3:22:06여자는 상대가 오버핏 셔츠의 단추를 풀어내는 것을 보며 확실히 날이 덥구나-라는 것을 다시금 실감하였다. 본인은 그다지 더위를 많이 타지 않는 체질인 것도 있어 크게 덥지는 않았지만, 그 열기와 습기만큼은 확실히 전해졌다.
"특이하지만 예쁘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이름 외우는 건 특기니까, 특이하지 않았더라도 한 번에 외울 자신은 있지만요."
적은 양이지만 술이 들어가서인지, 아니면 그저 장소의 분위기인지, 여자는 가벼운 농담 따위를 던졌다. 뭐, 평소와 비교해 텐션이 아주 다른 것은 아니긴 하지만. "그렇죠. 그리고 몇 년 전이랑 비교해서 확실히 체력이 떨어져버려서..." 나이 든 아저씨 같은 소리를 하며 여자가 장난스레 한숨을 내쉰다. 진심으로 한탄하는 느낌은 아니었다. 그저 지나가듯이 하는 말 정도.
"그렇게 말해주시니 감사하네요. 그래도 그렇게 따지면 저도 수현씨를 계속 봐도 잘못은 아니라는 거려나요."
망설임 없이 뱉은 상대의 말에 여자 역시 망설임 없이 받아쳤다. 여자는 술이 반 잔 정도 남았던 술잔을 깨끗이 비운 뒤 고기를 한 점 집어먹었다. 고기를 아주 안 먹는 건 아닌데, 확실히 안주를 많이 먹는 스타일은 아닌 것 같았다. 잔을 새로 채운다.
"조금 더... 뭐라 할까, 어린애 같은 사람일 거라고 생각했어요. 솔직히 말하자면. 생각보다도 어른스러워서 조금 놀랐어요."
세잔째를 한 모금. 아까보다 조금씩 술을 마시는 속도가 빨라지기 시작했다. -
71 링딩동-카드 (3197524E+5) 2020. 6. 24. 오전 3:32:11"칭찬 고마워."
고개를 까딱여보이지만 정확하게 목례를 해보인 뒤 수현은 소주잔을 손으로 한번 훑어보인다.물이 묻어나는 게 덥긴 한가보다. "자꾸 그러면 언니가 아니라 이모라고 해야할 것 같은데." 표정변화가 없는 얼굴이 아닌 눈에 웃음기가 어렸다가 사라졌다. 농담이라며 어깨를 으쓱하는 게 능청스럽기도 하다.
"나 같은 사람이라도 괜찮으면? 상관없어."
잔을 비워내고 다시 채우고. 상대도 잔을 비우고 따르자 어느새 한병이 비워졌다. 새 소주병에 소용돌이를 만들어내고 뚜껑을 따서 테이블에 내려두고 왼팔로 턱을 괸다.
"톡에서는 어린애라고 우기더니. 왜? 새삼스럽게 이미지가 달라져보여?"
소주잔은 감질맛이 나서 콜라를 전부 마셔버린 뒤 거기에 소주를 따라낸 수현은 마시는 속도가 빨라지는 상대의 모습에 혀를 찬다.
"그러다가 취하면 난 책임 안질거야." -
72 카드 - 링딩동 (3741158E+5) 2020. 6. 24. 오전 3:38:30"아무리 제가 나이가 많아도 그런 호칭은 상처 받아요?"
여자가 천연덕스럽게 웃으며 말을 받았다. 실제로 상처를 받지는 않겠지만, 만악 진짜로 이모라고 불려버리면 미묘하긴 하려나. 심지어 더 나이차이가 많이 나는 애들한테도 선생님이라고 불리우는데 말이지.
"나 같은 사람이라니, 수현 씨가 뭐 어때서요."
여자는 누군가 자기 자신을 낮추는 발언을 하는 것을 썩 달가워하는 편이 아니었다. 그 이유는 당연히 본인의 직업 때문이었다. 직업병이지 뭐.
"아뇨, 어린애 같은 건 그대로. 그때 어린애라고 한 건 나이 얘기고, 지금 이건 성격 이야기. 음-굳이 따지지면 사춘기였던 학생이 방학 동안에 갑자기 철 들어서 온 느낌?"
비유가 좀 그렇긴 하다만은, 본인이 할 수 있는 선에서 가장 지금의 심정을 가장 잘 설명해줄 수 있는 비유였다.
"아직 3잔째니까 조금 정도 더 마시는 정도는 괜찮을 것 같아요."
물론 사람 주량이라는 게... 늘 명확하지는 않다. 컨디션이나 심지어는 기분에 따라 기복이 생기기도 하니까.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술을 마시기 그닥 좋은 날은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본인이 그걸 몰라서 문제지. -
73 링딩동-카드 (3197524E+5) 2020. 6. 24. 오전 3:46:40"그렇게 부를 생각도 없었어."
천연덕스러운 반응에도 거의 반병정도를 물 마시듯이 마셔버린 사람이라고 믿기 힘들 만큼 표정변화 없이 잔을 비워낸 수현은 툭 던지듯 내뱉었다. 상대가 몇살인지 모르나 일단 일하는 곳 사장 언니한테도 반존대를 하는 자신이였다. 예쁘면 언니지 뭐.
"방금은 말실수."
잔을 채워놓고 양손을 슬쩍 어깨 높이로 들어보이며 이어질지 모르는 잔소리를 사전에 차단해버리는 게 보기와 다르게 능청스러울지도 몰랐다. 그런데 대체 저 비유는 뭐야.
"너무 학생처럼 대하는 건 안좋아해. 학교 졸업한지가 언젠데."
더 마실 수 있다는 말에 글라스를 비워내며 수현은 조금 걱정스레 보다가 "못마실 것 같으면 말해."하고 당부하듯 말을 붙혔다. 무표정에 무심한 어투였지만 일단은 당부의 말이었다. -
74 카드 - 링딩동 (3741158E+5) 2020. 6. 24. 오전 3:56:22"그건 다행이네요." 하고 답란 여자가 이미 반 병 정도를 비워버린 당신을 신기하다는 듯이 바라본다. "혹시 수현 씨는 주량이 대략 얼마나 되시나요?" 저렇게 물 마시듯 마시는 건 둘 중 하나다. 자신의 주량을 모르고 일단 막 마시는 거나, 아니면 주량이 엄청 세거나. 본인 입으로 잘 안 취한다 했으니 후자겠지만, 아무리 그래도 얼마나 세야 술을 저렇게 물 마시듯 마시는 걸까.
"태세전환이 빠르네요. 이해력이 빠른 학-...사람은 좋아요."
아 이건 안되겠다. 중증이다. 오히려 나이 지긋하신 교사분들보다 어찌보면 신입 교직원들에게 심각하게 다가오는 일이기도 했다. 신입의 열정으로 적응하려 지나치게 열심히 노력한 탓에 결국 결과가 이거.
"안 좋아하신다니 고쳐보려고 노력은 하겠지만 장담은 못해요? 직업병이라."
동갑의 친구들은 물론이고 같은 교사 분들에게마저 비슷한 태도를 유지하는 그녀였다. 무엇보다, 직업병도 직업병이지만 이게 그녀의 성격이었다. "네, 그럴게요." 여자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세잔째를 비우고... 네잔째에 들어간다. ... 이거 이미 상대의 말을 들을 생각이 없는 거 아닌지? "만취해서 폐 끼치는 일은 없도록 할테니 안심하세요." 여자가 믿으라는 듯이 자신의 가슴께를 손바닥으로 두드리며 말했다. 저런 과장된 행동도 어쩌면 학생들을 가르치다 붙어버린 습관이리라. -
75 링딩동-카드 (3197524E+5) 2020. 6. 24. 오전 4:02:53상대의 질문을 듣고 미간을 찌푸려보인 수현은 잠시 입을 다물었다. 덕분에 안그래도 무뚝뚝한 얼굴이 한층 더 무뚝뚝하게 변했다. "정확히는 모르는데 5병정도?" 무심하게 중얼거리며 글라스 잔을 비워냈다. 하는 일이 술을 다루는 직업이고 사장의 방침이 손님이 주는 술은 마셔도 된다는 방침이라서 잘 모른다. 애초에 칵테일에 쓰는 술이 도수가 높은 것들이고.
"그거 진짜 중증이네. 그냥 평소대로 하는게 좋겠다."
노력은 해보겠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인다. 소주 한병은 글라스에 두잔 정도 밖에 안나오기 때문에 한병을 더 시킨 수현은 상대의 과장스러운 제스처를 신기하다는 눈짓으로 바라보다가 고기를 집어 앞접시에 놓아준다.
"알겠습니다. 선생님. 취한 거 같으면 택시 잡아줄테니까." -
76 카드 - 링딩동 (3741158E+5) 2020. 6. 24. 오전 4:10:01"다섯 병... 술 엄청 쎄시네요. 네병 정도 먹는 사람까지는 봤지만..."
여자가 진심으로 놀랐다는 듯이 중얼거린다. 같은 학교의 생물 선생님이 분명 주량 소주 4병 정도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다섯 병이라니. 여자는 상대의 미간을 찌푸려서 한층 더 표정이 무뚝뚝하게 변했다는 것이 그다지 개의치 않아하는 듯이 보였다.
"처음 부임 받았을 때 생겼던 습관들이 완전 굳어버렸더라고요."
여자도 인지는 하고 있는지 한숨을 쉬며 대꾸한다. 뭐 그래봐야 올해로 3년차지만. 1년차에 평소보다 힘을 주고 다닌 것도 있으니 이때 굳어진 습관들이 당연히 쉽사리 떨어지지 않는 것이다. 그것도 아직 3년차인 사람에게는.
"역시 상냥하네요. 고마워요."
여자가 그렇게 대답하며 제 앞에 놓아진 고기를 집어 먹는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다섯잔 여섯잔... 결국엔 적당히 먹겠다는 다짐과는 별개로, 한 병이 조금 넘는 정도를 마신다. 아니 평소라면 이 정도야 무리도 아니겠지만... 그래도 아직까지 알딸딸 하거나, 취해보이는 행동을 하지는 않는다. 귀가 조금 벌게졌지만 행동 자체는 평범한 수준. -
77 링딩동-카드 (3197524E+5) 2020. 6. 24. 오전 4:23:13"하는 일이 술 만드는 직업이라서 만지는 술이나 들어가는 게 도수가 좀 높은 것들을 마시고 만들다보니까."
사장언니랑 단둘이 여기서 회식 아닌 회식을 했을 땐 둘이서 거의 열병을 마신 것 같았는데. 놀란 중얼거림에 어깨만 으쓱해보이고 소주병을 따고 글라스에 따르는 폼이 어디서 혼술 많이 해본 듯 했다. 여전히 무표정이지만 웃음기를 설핏 드러냈다가 지운 수현이 상대의 이야기에 다시 귀를 기울였다.
"습관이라는 게 원래 무섭긴 해. 계속 들으니까 익숙해지기도 했고."
"신경쓰지마." 무심하게 내뱉는 목소리에도 얼굴과 마찬가지로 웃음기가 섞였다가 사그라들었다. 자신의 말대로 습관은 무섭다. 자신이 친구들끼리 놀러가서 술을 제조하고 있는것처럼.
"천만에. 이정도는 다들 하는거잖아."
이렇게상대가 한병 반을 마셨다는 걸 알아차리는 것도 직업병이지. 귀가 빨개진 모습을 신기하게 보며 글라스 잔을 비운다.
"언니 괜찮아?" -
78 카드 - 링딩동 (3741158E+5) 2020. 6. 24. 오전 4:35:05"마시다보면 는다는 거군요." 좋진 않지만 뭐 어쩌겠는가. 그걸로 번듯한 직업을 가지고 있는 사람한테마저 왈가왈부 할 수 있는 사항은 아니었다. 상대의 폼은 혼술에 꽤나 익숙한듯이 보였다. 확실히 주량이 저 정도나 되려면... 가게 밖에서라도 술은 자주 마시지 않을까.
"습관이라는 게 생기기는 참 쉬운데 버리는 건 어렵더라고요. 이해해주셔서 고마워요."
무심한 얼굴과 목소리에 웃음기가 잠시나마 섞여들어가는 것을 보는 것은, 마치 어색하던 학생과 친해졌을 때와 비슷한 감각이었다. 뭐, 아직 완전히 친해진 건 아니었지만, 그런 비슷한 감정이었다.
"그런가요? 전 회식 자리 말고는 그렇게 술자리를 잘 가지지 않고... 무엇보다 제가 주로 챙기는 쪽이다 보니 생소할지도 모르겠네요."
여자는 굳이 따지면 술자리에서 챙김을 받기보다 모두를 챙기는 입장이었다. 그러니 반대가 되는 것은 꽤나 신기한 기분이었다.
"아-주량이 줄은 건지 오늘 컨디션이 별로인건지는 모르겠지만..."
여자는 남은 마지막 한모금을 입안에 털어넣은 뒤 술잔을 손에서 놓았다. "더 마시면 왠지 큰일날 것 같네요." 여자가 다리를 꼬며 말했다. 여자는 나름 자신을 잘 알고 잘 자제하는 편이었다. 그래서 자신 있게 한 병 반 정도를 들이부운 것이었다. 원래 주량은 두 벙 정도니가. 하지만 평소보다 몸에서 술을 안 받아주는 것이 변수였다. 사실 이런 건 취하기 전에 알 수 없으니, 여자가 별 수 있는 것은 아니긴 했다. 여자는 잠시 제 상태를 확인하려 가만히 있었다. 아, 이건 아슬아슬하게... 완전히 취하지도, 그렇다고 또 정신이 아주 멀쩡한 것도 아닌, 그런 어중간한 상태가 되어버렸다.
"뭐... 만취 수준은 아닌 것 같네요. 다행히도." 남 얘기 하듯이 말하며 여자가 제 머리를 손으로 가볍게 스윽 매만지며 정리한다. -
79 링딩동-카드 (3197524E+5) 2020. 6. 24. 오전 4:45:18"그렇게 좋은 건 아니지만."
얼마나 마셨지 이제 3병짼가. 수현은 빈 술병을 가늠하고 잔을 비웠다. 가게 밖에서 많이 마시기도 하고 손님이 주는 것도 마시다보면 늘 수 밖에 없다. 차라리 클럽에서 일할걸 그랬나. 쓸때없는 생각을 하는 건 하는 거고 상대의 이야기를 듣는 건 듣는거다. 술을 따르긴했지만 허공으로 숨을 토해내는 건 알콜이 들어가면 니코틴이 땡기는 습관 때문이지 뭐.
"가끔 챙김 받는 것도 나쁘지 않잖아? 아-"
더 마시면 뭐가 큰일난다는건지 모르지만. 일단 연애 목적이 아니라 단순히 술 마시자고 부른 사람이여서 별다른 생각없이 수현은 고개를 기울인다."그만마셔."두병 반이라고 했지. 가끔 술이 안받는 날도 있고.
"남 이야기하는 것처럼 말하네. 난 지금 언니 때문에 담배도 못피러 가고 있어. 혼자 냅두면 위험하잖아."
글라스를 입에 대고 홀짝 술을 들이킨 수현은 폰을 꺼냈다. 힘들면 택시 불러줄까? 하고 묻는다. -
80 카드 - 링딩동 (3741158E+5) 2020. 6. 24. 오전 4:58:56알긴 아는구나-싶어 여자는 고개를 끄덕인다. 이왕이면 담배는 끊으면 좋겠지만 이미 본인이 애인 아니면 말을 안 듣는다고 못 박아놨으니 뭐라 말해도 소용은 없을 터였다.
"뭐... 어쩌다 한 번 씩은 나쁘지 않겠죠."
굳이 어느쪽이 취향이냐면 반대의 경우이긴 하지만 술이 상대보다 약하니 이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그리고 큰일 난다는 것은, 정말 자기자신을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취해버릴 것 같다는 의미였다.
"안 그래도 그만 마시려고 했어요. 조금 더 마셨다간 정말로 만취해 버릴 것 같고. 뭐... 아직은 객관적으로 상황을 바라볼 수 있는 단계이니 괜찮다는 증거 아니려나요. 그리고 담배는 이 참에 조금만 더 참아봐요. 몸에도 안 좋은 거."
여자가 작게 웃는다. 여자는 테이블에 팔을 올리곤 턱을 괸 뒤 한숨을 내쉬었다. 내일은 좀 힘들려나. "몸을 못 가눌 정도는 아닌 것 같으니까 혼자서도 괜찮을 것 같아요. 고마워요. 아, 사탕이라도 줄까요?" 참고로 사탕은, 자기 반 아이들한테 칭찬할 때 주는 것이었다. 술 때문인가, 주어가 빠지고 슬슬 주변에 더워지기 시작하는 걸 보면 정말 술기운이 완전 올라오기 전에 슬슬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
81 링딩동-카드 (3197524E+5) 2020. 6. 24. 오전 5:13:23담배에 술에 몸에 안좋은 건 다하고 다니지. 수현은 이마에 붙은 제 머리칼을 마른 체격만큼 마른 손으로 적당히 떼어내고 큭큭 웃었다.애인이라고 해도 정말로 담배를 끊게 할 수 있을까 싶기도 하고.
"한번씩은 괜찮잖냐." 무심하게 중얼거리는 어투는 조금 웃음이 섞였어도 자세는 흐트러짐이 없었다. 다섯병이라는 게 거짓말은 아닌 모양이다.
"그래서 언니 생각해서 참고 있다. 상황은 객관적으로 봐도 주어는 빠진다. 언니야."
만취해버리면 일단 힘들다. 자신보다 키 큰 사람을 부축하는 거나 그렇다고 처음 보는 사람을 집에 들이는 거나. 헤녀라면 들여놔도 아무 생각이 안들겠지만 사람이라는 게 취하지 않더라도 그런 건 확신은 못하고. 무뚝뚝한 표정을 유지하고 이런저런 생각을 하던 수현은 네병 째를 따며 그제야 조금 술기운이 오르는지 푸스스 웃었다.
"왠 사탕? 그렇게 기대다가 다칠라."
턱을 괸 상대를 바라보며 잔을 비운 뒤 수현은 손을 내밀었다. "내가 칭찬 받을 일을 했던가?" 하고 묻는 목소리는 무심하기 짝이 없었다. -
82 카드 - 링딩동 (3741158E+5) 2020. 6. 24. 오전 5:24:11무심하게 중얼거리는 상대에 여자가 푸슬거리며 웃음을 흘렸다.
"절 생각해서 참아주고 계시다니 그거 기쁘네요. 그럼 이왕 참는김에 다 갈 때까지 좀만 더 참아줘요."
여자가 뻔뻔하게 요구하며 가벼이 윙크해보인다. 주어가 빠진다는 말에는 고개를 갸웃. 아마 본인은 눈치채지 못 한 모양이지. 여자는 이내 아무래도 됐다는 듯, 허리를 숙여 바닥에 놓아두었던 제 에코백을 집어들고는 안에서 다양한 맛의 사탕 여러개를 꺼낸다. 평소에 들고 다니는 모양이다.
"신경 써 준 보답 같은 느낌이려나요. 그리고, 담배 잘 참아줘서."
여자가 웃으며 내밀어진 상대의 손 위에 포장된 사탕들을 몇 알 올렸다. "아 맞다, 머리끈도 고마워요. 조금 이따간 까먹을 것도 같아서." 여자는 머리를 풀곤 머리끈에 혹시라도 제 머리가 엉켜있지 않은지 확인한지 상대에게 머리끈을 돌려주려 한다. 풀린 머리는 가지런히 정리해서 한 쪽 어깨로 넘긴 뒤 휴대폰으로 시간을 확인한다.
"그러고보니 수현 씨는 언제 가실 생각인가요? 더 드실건가요?"
여자는 가방 속의 물건을 혹시 몰라 마지막으로 한 번 더 확인하고, 옷매무새를 정리하곤 일어설 채비를 하며 물었다. -
83 링딩동-카드 (3197524E+5) 2020. 6. 24. 오전 5:32:52저렇게 뻔뻔하게 요구를 하는 게 자신보다 어린 상대였다면 까분다면서 한마디라도 할텐데 사석에서 연상을 만난 건 처음이다보니 수현은 얼굴을 양손으로 덮으며 "누가 선생님 아니랄까봐 어린 사람 잘 다루네." 하고 웅얼거린 뒤 얼굴을 문질렀다. 어차피 참았는데 더 못참을 것도 없어서 고개를 까딱인다.
"사탕은 집에 갈때 먹으면 되겠네. 평소에 사탕 들고 다니는 사람 못봤는데 신기하네. 언니는."
여러가지 맛이 나는 사탕이 손바닥 위로 올라오자 그걸 쥐어서 주머니에 넣기 전 사탕 하나를 입안에 뜯어 넣었다. 머리끈까지 돌려준다고? 그냥 가져가도 상관없는 물건인데. 뭐 상관없나. 다시 손을 내밀어서 상대가 쓴 머리끈도 받아 주머니에 챙겨넣는다.
"이거 한병 더 마시고 갈거라서. 난 밤길이 위험할 일이 없는 사람이니 조심히 들어가세요."
일어설 채비를 하는 모습에 수현은 자리에서 일어나서 상대와 마주했다. 오늘 즐거웠다는 말보다 더 괜찮은 말이 있지.
"나중에 봐. 선생님. 그땐 술 마시지말고 밥먹자." -
84 카드 - 링딩동 (3741158E+5) 2020. 6. 24. 오전 5:37:06"안 그랬으면 선생님 못하죠."
술이 들어가서 평소보다 좀 뻔뻔해진듯, 웃으며 상대의 말을 맞밪아친다.
"가끔 길에서 학생들을 만날 때가 있어서요. 그냥 지나가기 그래서 사탕 하나씩 쥐어주려다 보니."
저렇게 잔뜩 들고 다니지만 정작 본인은 사탕은 입에도 대지 않는다.
"그런가요? 그래도 너무 늦게까지 마시진 말아요."
여자는 자리에서 일어선 뒤 상대에게 가볍게 고개를 꾸벅 숙여 인사한다. 다행히도 비틀거리거나 하는 것이 없는 걸로 보아 몸까지 못 겨누는 정도는 아닌 건 확실해 보인다.
"네. 그렇게 해요. 그럼, 다음에 봬요."
여자는 어둠 속으로 천천히 걸어 사라지기 시작했다. -
85 김부치(유홍서) - 카드 (0266384E+5) 2020. 6. 24. 오후 11:59:04홍서는 과대평가란 말에 긍정했다. 상대가 어떻든 간에, 일단 본받을 부분이 있으면 우러러 보는 것은 홍서의 단점이자 장점이었으니까. 아무튼 간에, 상담을 통해서 어느정도의 답을 얻은 기분이었다. 이후의 것들은 남에게 물어서 찾을 게 아니라, 스스로 물어가며 찾아야 할 것이겠지. 홍서는 미지근해진 라클렛을 전부 먹고는, 후식으로 나온 크림브륄레를 톡톡, 깨트렸다. 언제 서빙해온 건지.
유약한 선생님이라... 홍서는 그런 사람들도 몇 알고 있었다. 그리고 홍서는 그런 선생들을 별로 좋아한 적 없었다.
"상담 고마워요, 언니. 좋은 식사에, 좋은 상담까지... 언니한테는 정말 돈으로 갚기도 힘든 빚을 진 기분이네요."
시원한 미소를 지으며, 시작에 불과한 말을 던진다. 본론은 이렇다.
"제가 상담을 상담으로 갚을 수는 없지만, 우연찮게도 좋은 바는 알아요. 식사를 술 약속으로 갚는 건 어떻게 생각해요? 굳이 오늘이 아니어도 돼요."
교사는 고려하던 선택지 중 하나에 그쳤다. 그것에 아주 진지하게 생각할 일은 아마 없을 것이고, 질 좋은 상담에 좋은 결과를 건네주지 못한다는 죄책감이 홍서의 가슴을 찔렀다. 그래서 그걸 묻어두고자 제안하는 것이다. 사실, 정말로 같이 술 좀 한다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정말로.
...절대로 아까 본 타투 때문은 아니고. -
86 카드 - 링딩동 (935505E+57) 2020. 6. 25. 오전 1:18:51"아뇨, 오히려 도움이 되었는지 걱정이네요. 말했듯이, 제가 한 말은 아주 주관적인 것들이니까... 참고로만 삼아줘요."
이건 학생들의 이야기지만, 가끔, 아주 가끔, 진로에 한해 선생님이 하는 말들을 절대적으로 여기는 이들이 있었다. 요즘 애들 치곤 드문 일이긴 하지만. 이미 진로를 확정지은 사람을 무의식중에 본받고 있는 거겠지.
"술이요?"
여자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꼭 그럴 필요는 없는데... 뭐, 좋은 게 좋은 거라고. 거절할 필요는 없었지만.
"좋아요. 같이 술 한 잔 해요."
여자는 웃으며 입 주변을 냅킨으로 닦았다. 파스타가 미묘하게 몇 입 남아있는 걸로 보아 아마 식사량이 많은 편은 아닌 것 같았지.
"시간 언제 돼요?"
오늘 마실까, 아니면 다른 때 마시는 게 좋으려나. -
87 김부치(유홍서) - 카드 (7292789E+5) 2020. 6. 25. 오후 9:42:24"충분히 됐어요. 제가 교사를 하기로 결심하든, 안 하기로 결심하든 간에, 뜻깊은 시간으로 남아있을 거예요."
"그리고 뭐랄까, 좋았거든요. 저랑 같은 (레즈비언)이랑 이렇게, 육성으로 이야기 하는 거."
홍서는 레즈비언이라는 말을 숨죽여 말하며, 살풋 웃었다. 바다가 창밖으로 보이는 깡촌에서 레즈비언을 만나기란 쉽지가 않다. 만난다고 해도, 서로 터놓지 않을 수도 있고. 그런 배경의 홍서에게는 충분히 신선하게 다가올 만 한 것이다. 실제로, 홍서는 상담의 효용성과는 관련없이 대화에 충분한 만족을 느끼고 있었다.
홍서는 크림브륄레를 한 입 먹었다. 디저트도 꽤 먹을 만 했다. 여기 명함을 가져가야겠다고 생각을 굳히는 순간이었다.
"받아줘서 고맙네요. 시간이라면 지금도 돼요. 이 어플은 귀가까지 확실하게 보장해주는 모양이니까."
홍서는 물을 한 모금 마셔 입가심을 했다. 레즈비언 전용 바는 아니지만, 칵테일도 꽤 맛이 있었고 분위기도 좋던 곳이었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인적 드문 곳이라 사람이 우글거리지도 않았다. 어느정도냐고 하면, 허심탄회한 이야기는 슬쩍 묻어줄 정도지만, 소란스럽지는 않은 정도. -
88 링딩동-MIA (6992576E+5) 2020. 6. 25. 오후 10:55:26“어우.. 이건 두번은 못쓰겠다.”
아니 자주 쓰면 익숙해질까. 도착하자마자 비가 좀 내리는 게 마음에 안드는데. 오버핏의 칵테일 스카이 블루 색 셔츠 안쪽으론 스트릿 민소매를 받쳐 입은 그녀는 팡- 하고 커다란 우산을 펼쳐들고 핸드폰을 잠시 만지작거렸다.
펍 이름이 좀 진짜 일련번호같네. 당신이 알려준 펍 앞에 서서 간판을 응시하던 그녀는 고개를 내젓고 담배를 꺼내 입에 물고 불을 붙혔다. 비 내리는 풍경에 희뿌연 연기가 섞였다.
“한곡이면 끝난다고 했으니 좀 기다리면 되겠지.” -
89 MIA - 링딩동 (9937684E+6) 2020. 6. 25. 오후 11:01:59이상한 이름이 적힌 펍(5H4N6R1L4- 샹그릴라로 읽는다고 했었던가. 어떤 원리로?)의 간판 네온사인이 부옇게 흘러내리는 아래로, 지하에 위치한 펍으로 내려가는 계단이 있다. 음악가를 불러다 공연을 시키는 펍인 만큼 방음처리는 확실히 돼있을 텐데, 누가 나오면서 문을 열어놓기라도 한 건가 계단 아래쪽에서 노래 전주 소리가 희미하게 새어나온다.
당신 생각대로 한 곡 끝날 때까지 기다리면 미아는 금방 올라올 것이다. 아니면 내려가봐도 좋을지도. 미아는 지금쯤 핸드폰을 내려놓고 전주에 따라 고개를 까닥이고 있을 것이다. -
90 링딩동-MIA (6992576E+5) 2020. 6. 25. 오후 11:08:48계단 아래에서 들려오는 희미한 전주 소리에 그녀는 쥐고 있던 담배를 물고 소리가 들려오는 위치-지하-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연기를 쭉 길게 들이마시고 날숨과 함께 뱉어낸다.
노래를 즐기지 않는다. 바에서 트는 음악은 손님이 직접 리퀘스트를 하지 않는 이상 거의 잔잔한 팝송이나 클래식이고. 표정변화 없이 지하 계단을 바라보던 그녀가 걸음을 옮겼다. 우산이 접히고 그녀가 서있던 자리엔 담배만 남아 잔 연기를 피어올릴 뿐이었다. 계단을 내려가서 그녀는 입구에서 가까운 곳에 자리를 잡을 생각이였다. -
91 MIA - 링딩동 (9937684E+6) 2020. 6. 25. 오후 11:23:14
열두어 테이블이 놓여 있는 펍은 테이블 갯수를 고려하더라도 좀 넓었다. 마스크를 제각기 턱에 걸치거나 벗어두고 있는 손님들은 스무 명 가까이 되는 것 같았다. 테이블이 놓인 홀을 가로질러, 펍 한켠에는 제법 그럴듯하게 구색은 갖춘 무대가 놓여 있었다. 무대를 바라보는 이들도 있었고, 음악을 배경으로 제각기 술잔을 기울이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도 있었다. 무대는 입구에서도 잘 보였다. 은은한 보라색 조명 아래에서, 익숙한 빨간 머리카락을 묶어 늘어뜨린 여자애 하나가 새까만 어쿠스틱 기타를 치면서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데미지드 진을 입고, 까만 바탕에 회색으로 새 문장 같은 게 그려진 민소매 나시 위에 앞섶 잠그지 않은 후드집업을 걸친 채로.
마지막 곡은 그렇게 길지 않았고, 마지막 곡을 마친 여자애는 관객들을 향해 허리를 꾸벅 숙여 인사해보였다. 그녀가 허리를 들 때는 그 갈색 눈동자가 당신과 마주쳤고, 그녀는 살짝 윙크를 해보였다. 그녀는 어쿠스틱 기타를 들고는 무대 옆의 출연자용 출입구로 쏙 빠져나갔다.
이내 다른 사람이 일렉트릭 기타를 들고 무대에 올라왔고, 관객들의 이목은 다시 새로운 뮤지션을 향해 쏠렸다. 그 틈에, 펍 출입구의 바로 옆에 있던 "관계자 외 출입금지" 팻말이 달린 문이 빠끔 열리더니 미아가 고개를 쏙 내밀었다. 기타 가방을 짊어지고, 후드집업의 지퍼는 반쯤 올린 채였다. 표정은 예의 `▽´ 모양이었고.
"까꿍!" -
92 링딩동-MIA (6992576E+5) 2020. 6. 25. 오후 11:31:34펍에서 노래를 부르는 게 알바라고 했지. 수현은 우산을 기대어 놓고 팔짱을 낀 채 어쿠스틱 기타 소리에 맞춰 노래하고 있는 당신을 물끄러미 응시했다. 어느새 한손으로 턱을 괴고 노래에 집중하고 있던 그녀는 무대 위의 당신과 눈이 마주치자 윙크에 답하듯 턱을 괴고 있던 손을 슬쩍 까딱 흔들어보였다.
“너 애인 사귈 거면 노래로 꼬시는 게 좋겠다.”
그녀가 서있던 위치에 있는 또다른 문이 열리며 까꿍으로 인사를 대신하는 당신에게 그녀가 일렉트릭 기타 소리에 묻히지 않게 고개를 숙여 당신의 귀에 속삭인 뒤 마스크를 끌어올렸다. 밖에 비와- 라는 듯 우산을 흔들어보인 그녀가 펍의 계단을 성큼성큼 올라간다.
”알바하는거라고 했나? 노래.” -
93 MIA - 링딩동 (9937684E+6) 2020. 6. 25. 오후 11:39:17"글쎄 기회가 있으려나 모르겠네~"
당신이 인사치레하듯 건넨 속삭임에, 미아는 키들대며 어깨를 으쓱했다. 그러다 당신이 빗물 뚝뚝 떨어지는 우산을 흔들어보이자, 미아는 그것을 알아들었는지 "아, 비와?" 하고 되묻더니 하드케이스에 넣어오길 잘했네- 라는 둥 중얼대며 새까만 무광 표면의 기타가방을 흘끔 돌아다보는 것이다. 그리고, "같이 가!" 미아는 냉큼 손을 뻗어서는 당신의 우산을 쥐지 않은 쪽 손을 잡으려 한다.
"취미가 용돈벌이로 발전한 정도지 뭐." -
94 링딩동-MIA (6992576E+5) 2020. 6. 25. 오후 11:47:53“내가 말했잖냐.”
너 정도면 꽤 예쁘다? 그녀는 당신의 웃음을 보고도 여전히 진지하게 마스크 너머로 웅얼거렸다. 밖으로 나왔지만 빗소리는 그렇게 크지 않다. 비 와? 라는 물음에 그녀는 고개를 묵묵히 끄덕여보였고. 같이 가자며 손을 잡으려는 당신의 행동에 계단을 올라가던 걸음을 멈추고 그녀가 당신의 손을 고쳐서 잡았다. “넘어질 뻔했다. 내가.” 툭 말을 내뱉고 용돈 벌이 치고는 코어 팬이 좀 있는 거 아니냐는 말을 이어붙힌 뒤 계단을 올랐다. 아까 내려올 땐 짧던 계단인데 더 짧은 것 같기도 하네.
“지금 시간에 아웃x은 문 닫았을테고. 근처에 괜찮은데 있으면 그쪽으로 가자.” -
95 MIA - 링딩동 (2726429E+6) 2020. 6. 26. 오전 12:00:35"예쁘기만 해서야 소용없더라~"
미아는 또다시 킥킥댔다. 그렇지만 이번의 웃음에는 분명히 아픈 구석을 얼버무리려는 기색이 있었다. 넘으면 내가 붙들어주면 되지, 하고 당신을 따라 계단을 쪼르르 올라온 미아는 어느샌가 캄캄한 밤중의 비 오는 밤거리 속에서 당신과 나란히 섰다. 확실히 아웃x은 닫았겠고- 하고 중얼대던 미아는, 입을 닫은 채로 빙긋이 웃으며-`v´ 비슷한 모양이 됐다- 어깨를 으쓱하는 것이다.
"저번에도 말했지만 난 어디건 상관 안해!"
그러니까 선택은 언니한테 맡길게, 하고, 미아는 귀찮은 것을 뻔뻔하게도 떠넘기고는 우산 아래로 당신 옆에 착 붙어서는 것이다. -
96 링딩동-MIA (3292446E+5) 2020. 6. 26. 오전 12:08:56“뭐 그럴 수도 있겠다야.”
당신의 웃음을 들었어도 못들은 척 그녀는 긍정인지 아닌지 모호한 답을 내놓고 계단을 묵묵히 올라갔다.마지막 계단을 밟자 습기찬 공기가 단번에 밀려온다. 이 근처에 뭐가 있던가. 아예 모르는 곳이라서 고르는 건 귀찮은데-
“넌 진짜 내가 친해지면 쥐어박을거다. 그냥 보이는데 아무 곳이나 들어가자. 술?”
술 마실거냐고 물어보며 우산을 펼친 그녀가 옆에 달라붙는 당신의 행동에 덥다- 하고 무뚝뚝하게 중얼거렸지만 비가 내리는 거리로 내려가 걸음을 옮기며 우산을 당신쪽으로 기울였다.
“술 마실거면 고기로 가고. 그냥 간단히 먹을거면 펍 가고. 참고로 여긴 네가 더 잘알잖아?” -
97 MIA - 링딩동 (2726429E+6) 2020. 6. 26. 오전 12:17:17"에헤이 사람이 그렇게 폭력적이면 못써요~!"
당신이 주먹을 쥐고 위협이라도 한 마냥 엄살 가득한 볼멘소리를 뱉은 미아는 밤거리를 휘 둘러본다. 익숙한 풍경이다. 비가 쏟아지는 풍경까지 익숙할 정도로, 늦은 시간이라곤 믿을 수 없을 만큼 화려한 네온사인들이며, 간판들이 어지럽게 반짝이는 아래로 아직도 사람들이 드문드문 오가는 그런 거리다. 그러다 당신이 이 주변에 들어갈 만한 곳을 되물어오자, 미아는 눈을 땡그랗게 뜨고는 눈을 깜빡인다.
"의외로 나 이 근처 잘 몰라. 언니네 바랑 그렇게 멀지 않을 거라는 거 빼고는. 난 보통 여기서 나오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집으로 가버린다구."
지도 앱을 켜서 보면 이 펍이 당신의 바와 그렇게 멀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코너 하나만 돌아도 풍경이 휙휙 변하는 번화가의 불야성이니, 우연히도 이쪽 방향으로 발걸음을 뻗어보지는 않았을 당신에게는 주변 풍경이 낯설겠지만. 네온사인의 망망대해 아래에, 우산과, 당신과, 이 말괄량이뿐이다.
"난 어디 맛있는 집을 외운다거나 하지 않고 그날그날 끌리는 데에 들어가버리거든. 단골집 같은 거 생각 안해두는 스타일이고. 어- 아직까지는."
후보는 있을지도? 하면서 미아는 또 `▽´ 모양으로 웃는다. -
98 링딩동-MIA (3292446E+5) 2020. 6. 26. 오전 12:28:45“사람이 너무 다른 사람에게 맡겨놓는 것도 악된다야.”
비가 오는데도 불구하고 사람이 드문드문 있는 거리는 번화가의 한복판이다. 집으로 가버린다고 하니까 그녀로선 말괄량이 삐삐같은 당신의 반응이 그럼 그렇지하는 느낌으로 다가와서 우산을 들고 핸드폰을 꺼내 지도 앱을 켜봤다.
“일단 우리 바랑 멀진 않네. 쉬는 날에 그쪽으로 가고 싶진 않고..”
어차피 그녀는 뭔가를 많이 먹는 편이 아니였다. 초코칩 쿠키라던가, 사탕, 초콜렛 같은 달달한 것들이나 면류는 좋아해도. 그녀는 핸드폰으로 지도 앱을 보다가 그대로 전원을 눌러 화면을 끄고 이젠 익숙해질 것 같은 당신의 표정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후보가 있으면 그쪽으로 가자. 어차피 난 널 사주려고 온거니까 말이다.” -
99 MIA - 링딩동 (2726429E+6) 2020. 6. 26. 오전 12:45:58".........."
그러니까 후보라는 말은, 여태까지 단골집 같은 거 없었던 자신의 인생에 단골집 후보가 될 만한 곳이 생겼고, 그 곳이 당신의 바였다는 이야기였지만- 당신의 멋진 헛스윙에 미아는 그만 눈가에 힘을 풀고 실소를 킥킥대며 웃고 말았다.
"응, 쉬는 날인데 좀 편하게 있을 수 있는 데를 가야지... 언니가 좋아하는 게 뭐가 있으려나. 초밥집은 해질녘에 느긋하게 가야 제맛이고- 고기는 저번에 더부룩하다고 싫다고 했었댔나? 난 언니랑 같이 즐겁게 먹고 싶은데. 밥이건 술이건 뭐건."
미아는 흐으으으음~ 하고 고심하는 표정이 되더니, 이내 뭔가 떠올렸는지 손가락을 딱 튕기며 핸드폰을 꺼내든다. 한 손으로는 만남비언이 아니라 당신도 익숙할 평범한 메신저 앱을 키면서, 당신에게 고개를 돌린 채로 자기가 봐도 좋은 생각이라고 느끼는 듯이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그녀는 당신에게 질문했다.
"이자카야 같은 데는 어때?" -
100 링딩동-MIA (3292446E+5) 2020. 6. 26. 오전 12:54:57그녀는 자신이 멋들어지게 헛스윙을 했다는 사실도 모르고 당신이 웃는 걸 의아하게 바라봤다. 그래봤자 눈썹을 치켜올려보일 뿐이지만.
“고기를 아예 안먹는 건 아냐. 빈속에 먹기 좀 부담스러울 뿐이고. 그나저나 그런걸 다 기억한다는 게 신기한걸.”
이런 날에는 파전같은 걸 시켜서 먹는 것도 나쁘지 않은데 조용히 있을 수는 없으니까. 고심하는 당신의 표정을 한번 봤다가 그녀도 핸드폰을 켜서 고민하는 듯한 표정-미간을 찌푸린-으로 핸드폰의 맛집 정보를 찾다가 음? 하고 당신을 바라봤다. 이자카야?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안주도 부담스럽지 않고.
“괜찮아. 정했으면 가자. 비 많이 안올때 가는 게 좋겠다. 사케 있으면 사케 마시면 되고.”
장소에 대한 까다로움이 별로 없는 그녀는 당신의 결정에 태클을 걸지 않았다. 확실히 사주기로 한 거라서 더 당신의 결정을 존중하는 걸지도 모르겠지만. -
101 MIA - 링딩동 (2726429E+6) 2020. 6. 26. 오전 1:09:26다 기억한다는 게 신기한걸, 하는 당신의 지적에 미아는 눈을 깜빡이다가 황급히 시선을 돌렸다. 그러니까 예의 그 표정. 사소한(?) 말썽이 들통난 것 같은 그런 표정. 흐릿한 네온 불빛 아래서도, 당신은 시선을 옆으로 샥 돌린 미아의 뺨이 약간 빨개진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어 그러니까-" 그러다 미아는 괜찮은 변명거리를 찾았는지 다시 당신에게로 시선을 돌리며 종알종알 떠들기 시작했다.
"언니 좀 날렵한 스타일이잖아. 고기를 그렇게 즐겨먹지는 않는구나 하고 생각했지. 라고 해야 할까 먹는 걸 그렇게 즐기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고 해야 할까 뭐 아무튼 그래- 그래도 삼시세끼는 잘 챙겨먹지 언니?"
잠깐 말이 끊긴 것을 만회하기라도 하려는 듯 다시금 재잘재잘 떠들면서, 미아는 반 발짝 정도 앞서기 시작했다.
"판데믹 터지기 전에 회식 갔던 심야식당 스타일 이자카야가 있거든. 튀김이라던가, 꼬치구이라던가, 메밀국수라던가, 우동이라던가 또 뭐가 있더라- 사케 좋지~ 한 10분 정도 걸으면 되겠다!" -
102 링딩동-MIA (3292446E+5) 2020. 6. 26. 오전 1:22:02머리 위에 ? 가 떠올랐다고 해도 좋을 만큼 그녀는 당신의 반응을 보고 미간을 찌푸리며 생각했다. 뭔가 말을 잘못했나? 왠지 장난치다가 걸린 것 같은 표정을 짓고 있는 당신의 빨개진 뺨을 향해 그녀가 손을 뻗었다. “뭘 그렇게 부끄러워하는거냐?” 하고 말하며 아프지 않게 쭉 잡아당길 셈이였다.
“하루에 끼니는 한번만 챙겨먹으면 되지. 세끼 안먹는다고 큰일은 안난다.”
이번에는 그녀가 고개를 돌릴 차례였다. 삼시세끼를 잘 챙겨먹냐는 물음에 그녀가 무심하고 무뚝뚝한 표정으로 중얼이곤 앞장서는 당신을 향해 우산을 기울였다. 쓰읍, 하고 입맛을 다시는 건 아무 이유없이 흡연 욕구가 당겼기 때문이다. 이어진 당신의 말에 금새 거리를 따라잡았지만.
“메밀국수나 우동, 둘 중에 뭐가 맛있어 거기는? 칵테일 4잔 먹고 빨개져서 돌아간 애기는 맥주 마시자.” -
103 카드 - 링딩동 (9796402E+5) 2020. 6. 26. 오전 1:24:55"그렇게 느껴주신다면야 다행이지만요."
고개를 끄덕인 여자는 숨직인 홍서의 말에 작게나마 웃음을 터트렸다.
"그러게요. 저도 좋은 시간이었어요."
여자는 바로 긍정하며 미소와 함께 다시 고개를 끄덕인다. 본인이야 여자를 좋아하는 사람을 몇인가 만나보았다지만, 그렇다고 자신과 같은 사람를 만나는 것이 달갑지 않은 것은 결코 아니었다. 여자는 물을 한모금 마신다.
"그럼 오늘 만난김에 술까지 마실까요? 좋은 곳이라도 알아요?"
여자가 글라스의 끝 부분을 손가락으로 스윽 훑으며 물었다. 상대가 어려보여서 괜히 느낌이 그렇긴 했다만, 일단은 상대도 성인이니까 별 문제는 없을 터였다. 각자 지나치게 취하지만 않으면 괜찮겠지. -
104 MIA - 링딩동 (2726429E+6) 2020. 6. 26. 오전 1:43:08"으뱌아아아악."
불시에 뺨을 잡아당기니 미아가 이상한 소리를 지른다. 말캉, 하고 따뜻한 게 탄력있게 집히는 게 좋은 느낌이다. 그러나 애정어린 괴롭힘을 당하는 강아지같은 모습도 잠시, 당신이 넘어가듯이 흘린 말을 놓치지 않고 미아의 눈매가 삼각꼴이 됐다. 그래 봤자 당신에게 뺨을 잡혀 얼굴 한쪽이 땡겨진 모양새라, 도끼눈을 떠도 웃기면 웃기지 전혀 무섭지는 않다.
"아이 하라미 하루에 후끼도 아니고 한끼아니-"
뭐라 재잘재잘 잔소리를 해대는데 뺨 한 쪽이 늘어나 있어서 발음이 안 된다. 미아도 그것에 한계를 느꼈는지, 이내 고개를 쓱 기울여서는 뺨을 당신의 손가락 사이에서 빼내고 나서야 잔소리를 계속 해댔다.
"지금은 큰일이 안 나는 것 같아도 그게 누적이 돼서 와르르 무너진다구. 그리고 하루에 한 끼만 먹으면 배 안 고파? 점심은 거른다쳐도 아침 저녁은 먹어야지... 안되겠다 앞으로 언니랑 자주 다녀야겠다. 나라도 언니 챙겨먹여야지.. 아, 거기 라면도 하는데 탄탄면도 있을걸? 그리고 빨개지기만 했지 꼴거나 하진 않았잖아! 나도 한 술 하거든!"
볼 빵빵해진 채로 시끄럽게 쨍알대는 빨간머리 강아지 하나를 옆에 붙여놓고 걷자니, 문득 저편에 노렌을 드리워놓고 나 이자카야요~ 하는 제법 정취있는 아웃테리어의 가게가 보인다. 마침 미아도 쨍알대던 걸 멈추고 언니, 저기, 저기 하면서 그 집을 가리킨다. -
105 링딩동-MIA (3292446E+5) 2020. 6. 26. 오전 1:56:07“오 이상한 소리.”
처음에도 느꼈는데 찹쌀떡처럼 말랑말랑하단 말이지. 이러다가 당신을 만날 때마다 뺨 당기는 게 버릇이 되는 건 아닐까, 수현은 생각하고 있었을 것이다. 도끼눈을 뜨고 바라보며 잔소리를 하는 게 웃겨서 그녀는 마스크를 쓴 채 피식 웃음을 흘렸고 손가락 사이에서 빠져나가는 당신을 보던 시선을 돌렸다.
“퇴근하고 어플로 잡담 좀 하다가 자고 일어나면 한낮이나 오후라서.”
잠시 말하던 것을 멈추고 그녀는 큭큭 웃었다. “그렇게 옆에서 챙겨주다간 엉뚱하게 잡혀버리는 수가 있다야?” 농담인지 진담인지. 웃기는 하는데 표정이나 어투는 처음의 그 어투여서 도통 속을 알 수 없을테지.
“탄탄면은 미아 네가 해주는 거 먹을랜다. 그럼 얼마나 마시면 취하는지 내기할래?”
목적지가 보이자 당신의 잔소리는 멈췄고 그녀는 제법 괜찮은데? 하는 표정으로 눈썹을 치켜올렸다가 내리고 들어가자며 당신의 등을 가볍게 툭 터치했다.
“먼저 들어가서 자리 잡고 있어라. 언니는 잠깐 볼일 좀 보고 올게.” -
106 MIA - 링딩동 (2726429E+6) 2020. 6. 26. 오전 2:07:37누르면 삑 소리나는 치킨 장난감 취급받은 기분인데... 미아는 눈을 샐쭉하게 뜨고 당신을 뚜한 표정으로 노려보았다. 그렇지만 그것도 얼마 못 갔다. 당신이 꺼내놓은 이야기에 "한낮이나 오후에 뭐라도 간단히 먹고, 일 하면서도 중간에 뭐 좀 챙겨먹어." 하고 맞장구를 칠 때는 표정을 풀어야 했으니까. 그러다 말고 당신이 꺼내놓은 영문모를 농담에, 미아는 눈을 깜빡이다가 "같은 소리 하고 있네!" 하고 톡 되쏘고는 토라진 듯이 발간 뺨을 빵빵하게 부풀렸다. 그러고는 호언장담을 했다.
"우리 카페에선 내가 제일 잘 마시거덩. 언니는 오늘 상상 이상을 보게 될 거야."
그러나 상상 이상인 건 지금 눈앞에 있는 당신 쪽이라는 것을 모르는 미아였다.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더니 참... 당신이 등을 톡 떠밀자, 마침 이자카야의 문을 여는 참이던 미아는 가벼운 손길에 이자카야의 문지방 너머로 톡 밀려들어갔다. "엑." 어서 오세요, 하는 기운찬 인사 뒤로 이어지는 당신의 볼일 좀 보고 온다는 말에, 미아는 순순히 볼의 바람을 빼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응, 자리 잡아둘게. ...빨리 와."
빨리 와, 라고 덧붙인 한 마디- 어쩌면 미아는 당신의 볼일이 뭔지 어렴풋이 짐작한 모양이다. -
107 링딩동-MIA (3292446E+5) 2020. 6. 26. 오전 2:24:48샐쭉한 시선이나 뚱한 표정에도 그녀는 무뚝뚝한 표정을 지어보일 뿐이었다. 사실 마스크를 내리면 입꼬리를 슬쩍 올리고 있는 걸 볼 수 있겠지만 마스크를 내릴 생각은 없어보이니 당신은 모를 수 밖에. “노력을 하곤 있는데 잠은 못이기겠더라.” 당신의 맞장구에 나온 그녀의 대꾸였다. 무심한 목소리로 툭 내뱉은 뒤 그녀가 다시 입을 열었다.
“사람도 옆에서 챙겨주는 사람이 있으면 마음이 간다? 혹시 모르지. …그래? 그럼 얼마나 마시는지 내기하는 걸로.”
그녀는 자타공인 술고래였다. 안주도 없이 댓병정도는 흐트러지지 않고 마시는 걸 그녀의 고등학교 동창들이 봐온 전적이 있었다. 게다가 술집에서 일하는 사람이니 더더욱. 당신의 호언장담을 덤덤하게 받아들인 그녀는 빨리 오라는 당신을 향해 담배갑을 흔들어보였을테고.
구석진 곳에서 담배를 태우며 그녀는 무심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정확히는 속을 알수 없는 표정이였다. 얼마나 지났을까. 끌어올리지 않아 흘러내려 어깨가 러나는 스카이 블루 오버핏 셔츠가 바람에 흔들리는 것과 동시에 그녀는 담배를 발로 뭉갰다.
“나 왔다.” 기운찬 인사를 받고 당신의 눈에 띄는 머리카락에 자리를 금방 찾은 그녀가 맞은편에 앉았다. -
108 MIA - 링딩동 (2726429E+6) 2020. 6. 26. 오전 2:43:19비가 내리는 바깥의 음습한 공기를 하고 이자카야 안으로 들어올 때는 꽤 맛있는 냄새가 코를 간질였다. 에어컨을 틀고 있는지 바깥보다는 그나마 쾌적한 공기가 훅, 하고 당신을 감싼다. 천장이 낮은 이자카야의 조명은 환하다기보단 흐릿하고 따뜻했고, 나무를 아낌없이 쓴 개방형 주방의 뒷편에는 각양각색의 일본주며 맥주 병들이 다닥다닥 늘어서 있었다.
카운터석에도 두 사람 붙어앉을 자리는 있었지만, 미아는 저편 안쪽의 아늑한 테이블석에서 당신을 기다리고 있었다. 오토시는 거절한 건지 안 나오는 건지 딱히 보이지 않았고, 대신 메뉴판을 펼쳐놓고는 당신이 오기를 기다리며 입구 쪽을 빤히 바라보고 있던 미아가 문을 열고 들어오는 게 보이자 손을 번쩍 들어보이고 있다. 여기라고 손을 팔랑팔랑 흔드는 게 어째 꼭 강아지가 꼬리 흔드는 모양새다.
"언니는 뭘로 할래?"
당신이 자리에 앉자. 미아는 메뉴부터 물어본다. 메뉴판을 보면 "이자카야 메뉴" 라고 검색하면 나올 만한 것들은 다 있다. 라멘이나, 튀김이라던가, 각종 면요리, 회덮밥이나 간단한 초밥, 생선구이 같은 것들. -
109 링딩동-MIA (3292446E+5) 2020. 6. 26. 오전 2:53:18손을 굳이 흔들지 않아도 눈에 띄는 머리색인 애가 손까지 흔드는 게 꼭 조그마한 강아지를 보는 것 같다니까. “나?” 자리에 앉으며 마스크를 벗어서 테이블 적당한 곳에 내려놓은 그녀가 당신이 펼쳐놓고 있는 메뉴판의 가장 마지막 장을 살짝 들춰본다.
“사케 마실거면 튀김이나 초밥이 괜찮지 않나.”
턱을 괴고 메뉴판을 두드리며 무덤덤한 표정과 목소리로 중얼거리던 그녀가 메뉴판을 돌려 당신쪽으로 밀어준다. “너 사주려고 온거니까 먹고 싶은 거 골라봐. 내 지갑 거덜낸다면서?” 슬쩍 입꼬리를 끌어올렸다가 내리고 그녀는 다시 턱을 괴었다.
“애기 뭐먹고 싶어?” -
110 MIA - 링딩동 (2726429E+6) 2020. 6. 26. 오전 3:12:07"시간이 늦어 아웃x이 닫았으니 거덜은 보류!" 미아는 `▽´ 표정으로 활기차게도 대답했다. 그 와중 보류라는 단어로 또 나중을 기약하는 사소한 교활함은 덤으로 선보이면서. 마스크를 턱에 대강 걸친 채로, 미아는 당신이 되돌려준 메뉴판을 받다가 당신의 말에 킥 하고 웃음을 터뜨린다. 애기라는 단어가 이상한 방향으로 꽂혔나 보다. 그녀는 후후 하고 호흡을 고르면서 웃음을 꾹 참고는, 물을 쪼르륵 따라서 몇 모금 마시곤 내려놓는다. 그러고도 "애기... ㅋㅋㅋㅋㅋ.." 하고 웃는다. 뜬금없는 잔웃음을 가라앉히고 나서야 그녀는 간신히 메뉴를 정할 수 있었다.
"새우튀김이랑 가라아게 시켜서 같이 먹고, 네기토로 작은 거 하나. 언니는?" -
111 링딩동-MIA (3292446E+5) 2020. 6. 26. 오전 3:22:22“나중에 제대로 얻어먹을거란 소리지 그거?”
물수건으로 손을 닦으면서 보류라는 당신의 말에 그녀가 무심하지만 어렴풋하게 웃었다. 고개를 내젓고 어쩔 수 없지 하고 중얼이는 게 당신의 말의 의미를 모르는 것 같았다.
“애기가 뭐 어때서? 입에 잘 붙고. 웃을만한 포인트가 없는데-”
컵에 물을 따라서 한잔 비워내는 게 어지간히 목이 말랐던 모양이다. 물을 다시 채우고 메뉴를 들은 그녀가 어깨를 으쓱여보였다.
“난 그냥 모듬꼬치. 레몬 슬라이스랑 토닉워터가 있나.”
그녀의 목적은 아무리 봐도 술이였다. 메뉴판을 보는 당신과 이마가 닿을 정도로 가까이 몸을 숙여서 주류쪽을 지그시 바라보며 “사케는 다 맛있어보이는데.” 그녀는 고민에 빠졌다. -
112 김부치(유홍서) - 카드 (0586249E+5) 2020. 6. 26. 오후 11:39:39혜은의 말에 홍서는 씩 웃었다. 바로 여기 근처예요, 하고 말했고.
그 말마따나, 먼 곳은 아니었다. 번화가에서 골목으로 들어간 곳이었으니까, 모퉁이 몇 번 돌고 나니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면 5층에 다다른다. 그리고 어둑한 곳에 이따금 오묘한 빛의 조명이 켜져있는 바가 보인다. 창밖의 정경은 꽤나 괜찮았다. 저녁은 이미 지나, 밤으로 접어들 무렵이라서인지. 홍서는 여기가 정말 괜찮은 곳이라는 듯 뿌듯한 기색이다. 확실히 대학생 또래들이 찾을 법한 곳도 아니고, 그런 만큼 소란스럽지도 않다. 홍서는 창가의 자리를 잡고, 능청맞게 예은 몫의 의자를 빼준다. 오랜만에 닉값을 하는 유홍서. 대견하다.
낮은 높이의 1인 소파에 털썩 앉은 홍서는, 메뉴판을 내밀었다. 홍서는 이미 마음에 정해둔 것이 있었다. 피나콜라다, 칵테일보다는 음료에 가까운 달짝지근한 것. 오랜만에 그것을 맛보려니 조금 두근두근했다.
"여기는 꽤 조용해서 좋아요. 그렇다고 남들이 이야기를 다 듣는 것도 아니더라고요. 바텐더들도 어지간하면 말을 귀에 담아두지 않는 편이기도 하구요."
좋아하신다면 좋겠어요, 하고 덧붙인 홍서는 눈을 가늘게 뜨고 창너머를 보았다. 보랏빛? 분홍빛? 오묘한 빛의 조명이 속눈썹 사이로 부스러져 들어오고, 밤의 정경과 섞여 빛번짐의 그림을 만들어낸다. 홍서는 이 풍경이 좋았다. 야트막한 언덕 위에서 번화가의 불빛을 바라보는 것. 속세와 좀 멀리 떨어져있는 기분이라고 해야할까. 고향에 돌아갔을 때의 느낌과는 사뭇 다른, 도시에서만 느낄 수 있는 것. -
113 카드 - 링딩동 (3800568E+5) 2020. 6. 27. 오전 1:16:10여자는 상대를 따라 멀지 않은 곳의 바로 걸음을 옮긴다. 밤으로 접어들 무렵의 바는 확실히 꽤나 분위기가 괜찮은 곳이어서, 여자는 주변을 한 번 스윽 둘러보며 기분 좋은 미소를 그린다. 상대가 여자를 빼주자 여자는 고개를 살짝 꾸벅 숙이며 "고마워요." 하고 대답한다.
여자는 메뉴판을 받아들고 차분히 메뉴를 훑는다. 바에 자주 오는 편이 아니라 딱히 자주 마시는 음료 또한 없었다.
"확실히 분위기가 좋은 곳이네요. 사실 바에는 자주 가지 않는데 좋네요."
여자가 상대를 따라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가 금새 다시 상대를 보며 미소를 짓는다.
"그러고보니, 추천해줄만한 술이라도 있어요? 홍서 씨가 좋아하는 술이라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