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26803349> [1:1/NL] 白華之怨 (37)
이름 없음
2018. 5. 20. 오후 5:02:19 - 2018. 5. 27. 오후 9:3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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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이름 없음 (005996E+56) 2018. 5. 20. 오후 5:02:19白華之怨 - 사랑을 잃은 여성의 슬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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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여,
나는 그대의 하얀 손발에 박힌
못을 빼주고 싶다.
그러나
못박힌 사람은 못박힌 사람에게로
갈 수가 없다.
- 김승희, 시계풀의 편지 -
1 이 정 (005996E+56) 2018. 5. 20. 오후 5:04:01이름 : 이 정
나이 : 22
성별 : 여
성격 : 어릴 때부터 순탄치 않고 불안한 삶을 살아온 때문인지 철이 일찍 들었다. 나서는 것을 싫어하고 불필요한 행동이나 말은 하지 않는 편.
인간관계에 있어서 상처를 많이 받아 낯을 가리고 사람을 쉽게 경계한다. 선 밖의 사람에게는 차갑고 퉁명스럽지만, 안쪽의 사람이라면 다정하고 따뜻하게.
감정에 솔직하지 못하고, 거짓말도 못 한다. 감정보다는 이성을 중시한다. 사람과 친해지는 것을 무서워한다. 제일 무서워하는 것은 정(情).
나름대로 선을 긋는다고 틱틱대보아도, 천성이 나쁜 건 아닌지라 몸에 배어있는 배려나 불의를 보면 스쳐 지나가지 못하는 오지랖이 남아있다. 책임감이 강한 편.
전체적으로 얌전하고 어른스럽다는 말이 어울린다. 본인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지만.
외모 : 새까만 흑발의 머리카락은 허리춤에서 차분히 찰랑거린다. 올곧은 직모에 결이 매우 얇다. 숱이 많지 않은 앞머리는 눈썹을 가린다. 얼굴에 많은 표정을 드러내지 않고 무표정일 때가 많은데, 표정에 신경 쓰지 않으면 기쁜 일이 있어도 우울해 보이거나, 울 것 같은 얼굴이 돼버려서 항상 주의하고 있다.
강아지보다는 고양이에 가까운 얼굴상으로, 눈꼬리가 아주 조금 올라가 있다. 웃지 않는다면 차갑다는 이미지가 강한 얼굴. 촘촘한 속눈썹은 숱이 많고, 눈과 입술이 큰 편이다. 작은 얼굴에 오목조목 담겨있어 이목구비가 뚜렷하다. 눈동자는 동공과 홍채가 구별되지 않을 정도로 진한 검정. 화장을 진하게 한다거나 하는 것이 아니라 화려하진 않지만, 수수하게 예쁘장한 얼굴이다.
웃으면 얼굴이 굉장히 유순해진다. 곱게 접히는 오른쪽 눈꼬리 밑에 눈물점이 하나 있다. 비율은 나쁘지 않으나, 체구가 왜소하여 여려 보인다는 느낌이 강하다. 몸이 안 좋거나 하는 날엔 누가 봐도 알아챌 정도. 피부 또한 햇볕에 그을려도 붉어지기만 할 뿐. 하염없이 하얗다.
키는 162cm, 몸무게는 평균에 약간 못 미친다. 스키니가 잘 어울리는 약간의 굴곡진 몸매를 소유하고 있다. 흰티에 청바지 같은 깔끔하고 단정한 스타일의 옷을 선호한다. 무채색 계열의 옷을 좋아함. 꾸미는 것을 딱히 좋아하진 않지만, 신경은 쓰는 정도. 은은한 그녀만의 향기가 있다.
기타 : 부모님은 맞벌이에, 잦은 해외 출장에 중학교 때까지 할머니의 밑에서 자랐다.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큰 충격에 말 수가 급격히 줄었다. 사교성 또한 뚝 떨어져 고등학교부터는 거의 혼자 지내다시피 했다. 혼자 자취를 하고 있으며 부모님과의 사이가 그리 좋지 못하다. 연락은 한 달에 한 번, 얼굴 보기도 힘들다.
중학교 때 까지만 해도 유순하고 온화한 성격이었다. 누구에게나 친절을 베풀고, 먼저 손을 뻗으며 웃음 많은 다정다감한. 그러나 그녀를 대하는 사람들은 딱 두 부류였다. 만만하게 보고 이용하거나, 가식적이라며 무작정 싫어하거나. 연애라는 것은 고등학교 때 떠밀려 억지로 사귀었다가, 몸 안팎으로 상처만 잔뜩 받고 헤어진 게 전부.
특기는 공부. 취미는 책 읽기. 비 오는날 창가에 앉아 책 읽는 것을 특히나 좋아한다. 할머니와 함께 앉아 할머니는 책을 읽고, 정이는 그 옆에서 조용히 공부하던 게 습관이 되어 여전히 그 시절을 그리워하며 공부한다.
말투가 굉장히 차분하고 나긋나긋해서, 악담을 내뱉어도 전혀 기분 나쁘게 들리지 않는 게 특징이라면 특징. 시끄러운 것, 추운 것, 단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홍차를 특히 좋아함.
꽤나 인지도 있는 수도권 대학교에 공과계열 학과를 다니고 있다. 주말마다 편의점 야간 알바를 하고있다.
전생 : 조선시대, 꽤나 인지도 있는 상인 집 외동딸이었다. 같은 상인들 사이에서 얼굴을 알아보는 것은 물론, 사근사근하고 온화한 성격으로 사교관계도 넓었다. 비록 평민이지만 남부러울 것 없이 사랑받으며 행복하게 살다가, '그'를 만났고, 그녀의 운명은 뒤바뀌었다. 몰래몰래 그를 만나며 남들에게 말하지 못하는 비밀이 늘었고, 만나면 만날수록 헤어나오질 못했다.
막 10살이 됐을 무렵 그를 만나 여러 해가 지나고 그를 만나 사랑이라는 감정을 알게되고, 모두의 반대에도 무릅쓰고 혼인을 치르려 했으나 갑작스런 전쟁에 잠시 미뤄진 혼례는, 그녀가 그를 혼자 하염없이 기다리며 외롭게 늙어 죽을 때까지 이뤄지지 못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매번 환생할 때마다 그녀는 모질고 힘들게 살다가 결국 끝까지 끔찍하게 단명하는 삶을 여러 번 되풀이할 뿐이었고, 영혼이라는게 있다면 이미 전부 찢겨버려 마지막 한 조각 밖에 남지 않은듯하다. -
2 백 시현 (005996E+56) 2018. 5. 20. 오후 5:04:44이름 : 백시현 (白是賢)
성별 : 남자
나이 : 27세 (외관상)
성격 : 날카로운 인상과 꼭 맞는 냉소적인 성격. 말수가 적고 매사에 무신경하다. 둔감하다고 해야할지, 관심이 없다고 해야할지. 제 관심사가 아닌 일에는 놀라울 정도로 무관심한 태도를 보인다. 누군가와 깊은 인간관계를 맺는 것을 썩 좋아하진 않는 듯. 다만 제 사람에게는 다정하고 따스한 사람이더라. 눈밭에 햇볕이 비추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 감정의 색이 옅고 그 폭이 좁다. 다만 수백년이 억눌린 감정의 깊이는, 그 어떤 심해보다도 깊으리라.
외모 : 그의 모습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본디 저승사자라면 평범한 인간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것이 원칙이나 아무리 제 저승사자라 하여도 인간들의 사회에서 완벽히 배제된 채로 살 수는 없었다. 그리하여, 저승사자의 모습 - 본모습 과 인간의 모습 - 변형이 각각 다르더라. 그리 큰 차이는 없다만은.
저승사자
- 새카만 머리칼을 올려 상투를 튼 모습은 여느 조선남자와 다를 바가 없었다. 답답하다는 이유로 갓을 쓰는 일은 드물었지만 망자를
인도할 때만큼은 예의를 차려 갓끈을 묶어 내곤 했다. 날렵한 턱선 위로는 짙은 눈썹이 있었으며 그와 가까이 눈이 위치해있었는데, 옅은 쌍꺼풀이 있는 눈은 시원스레 트인 눈으로 그 꼬리가 약간 올라간 모양새였다. 날카롭고, 날렵하다. 눈동자는 유별나게 짙은 갈색으로 검은색과 비슷하더라.
약간 너른히 뜬 눈꺼풀은 무뚝뚝한 그의 성격이 훤히 드러나면서도 어딘가 퇴폐적인 분위기를 머금고 있었으니 특별하다면 특별할 것이다. 그 밑으로 높고 오똑한 코와 굳게 다물어진 입술, 전체적으로 이목구비가 뚜렷하고 선명하니 분명 굉장한 미남의 얼굴이었다. 그당시 평균 신장을 한참 웃도는 키는 지금의 측정법으로 따져보자면 180cm를 겨우 넘기는 정도일까. 그정도도 그 당시 남정네들을 훨씬 웃도는, 기이한 신장이었으니 그를 무관으로 키우고자 하는 손길이 많았다. 늘 청색 두루마기를 입고 다녔으며 큰 키를 뒷받침하듯 넓직한 어깨와 몸에 탄탄히 붙어있는 근육들은 그가 허투로 관직에 오르고자 하지는 않았다는 것을 증명한다.
인간
- 뒷머리는 투블럭으로 밀고 눈썹 가량 내려오는 앞머리는 약간 곱슬거리며 부스스한 느낌을 준다. 이마 부분이 약간 갈라진 스타일로 지저분한 것은 아니지만 어딘가 단정하진 않은 듯한 모양새.그때그때 미용실에서 가장 유행하는 스타일로 잘라달라고 부탁한다곤 하지만, 어째 매번 비슷한 헤어스타일을 하고 오는 것을 보면 또 의문이었다. 정확한 스타일 명을 말하자면 '애즈펌' 이라는 스타일이었다만 그가 그런 명칭을 알고있을리 만무했다. 짙은 눈썹과, 약간 올라간 눈매. 외관은 크게 달라진 모습이 없었다. 많이 달라진 점이 있다면 역시나 의복으로 푸른 두루마기 대신 제 몸에 딱 맞는 정장을 입고 있다. 이따금 사복으로 스웨터나 티셔츠에 가디건을 입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지만 어찌되던 근무복은 정장이라고. 우중충하다. 검은 구두와 검은 양복의 만남은 어딘가 어두운 분위기를 자아내면서도 그의 얼굴이 탁월한 미남의 형이었기에 나쁠 것은 없었더라.
전생 : 종8품 부사맹(副司猛)으로 백(白)씨 집안의 맏아들이었다. 유명하다 말할 법한 양반가 자제로 꽤 평탄한 삶을 살아왔노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기골이 장대하며 훌륭한 성품덕에 미리 그를 제자로 삼겠다 점찍어둔 이들이 많아, 그는 조금 이른 나이에 좋은 스승을 만나 무과 시험을 거쳐 무관이 될 수 있었다. 그에게는 사랑하는 이가 있었고, 꽤나 풋풋한 사랑이었다. 저를 양반집 규수와 혼인 시키려는 부모님을 피해 그녀를 만났고, 전쟁이 일어났다. 그는 그곳에서 돌아와 여인과 혼인을 올리겠노라 인사를 남기고, 전쟁이 거의 마무리 될 무렵, 20살이라는 그 젊은 나이에 삶을 끝내고야 만다.
그렇게 죽고 7년이 지났을 때, 신의 장난일지, 그는 저승사자가 되어 다시 눈을 뜰 수 있었다. 그렇게 새로운 삶을 얻어, 그는 제 인생을 오로지 그녀를 찾는 것에만 몰두했다. 하지만 이 또한 신의 장난일 지, 그가 그녀의 새로운 생을 찾아내면 그녀는 그리도 허무하게 죽고 말았으니. 어쩌면 이미 그는 반쯤 미쳐버린 상태일지도 모르겠다더라.
기타 :
- 감정 표현이 적다. 수 백년을 살지도, 죽지도 않은 채로 살다보니 감정이 무뎌지고 정신이 갉혀먹힐 법 했었다.
- 드디어 또 다른 생의 그녀를 만났다. 이번에도 그녀가 죽게 된다면...
- 밤하늘을 좋아한다. 다만 조선의 하늘과는 달라 아쉽다고.
- 이후 추가 -
3 이름 없음 (6329412E+5) 2018. 5. 20. 오후 6:27:58스레 세워줘서 고마워 시현주 ;0;!!!!
알바 얼른 마치고 시현이 보러 달려올게 88!!!
그나저나 시도 진짜 예브다 잘어울려 센스짱이야.. -
4 시현주 (005996E+56) 2018. 5. 20. 오후 6:33:12앗 천천히 와두 돼!! ㅎㅎ 첫 일상 기대된다! 으으 시 고르는 데 신중했거든!! ㅋㅋㅋㅋㅋㅋ 마음에 든다니 다행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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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이름 없음 (770534E+56) 2018. 5. 20. 오후 10:40:36알바 마치고 갱신>:3!!!!. 시현주 있어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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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시현주 (005996E+56) 2018. 5. 20. 오후 11:30:28응응! 근데 내가 많이 늦었지ㅠㅠㅠㅠㅠㅠ 미안해ㅜㅜㅜㅜ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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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이름 없음 (6747611E+5) 2018. 5. 20. 오후 11:33:01어 아니야 아니야 ㅋㅋㅋㅋ나야말로 늦은 시간이라 미안하지ㅠㅠ 오늘 돌릴 수 있을까??..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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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시현주 (005996E+56) 2018. 5. 20. 오후 11:36:11음음 한두턴 정도는 나눌 수 있을 거 같아! 정이주는 지금 돌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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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이름 없음 (6747611E+5) 2018. 5. 20. 오후 11:47:31응응 나도 가능할 거 같아! 나는 늦게 자는 편이거든:) 야호 신나
그러면 처음부터 시작하면 될까? -
10 시현주 (005996E+56) 2018. 5. 20. 오후 11:56:52응응! 앗 그럼 처음 상황을 어떻게 잡아야할까...!? 우선 첫만남을 그려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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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이름 없음 (6747611E+5) 2018. 5. 20. 오후 11:59:18ㅋㅋㅋㅋㅋㅋㅋㅋ어떻게 만나야할까 벌써 두근두근 하면서도 걱정이구 막ㅋㅋㅋㅋ 아마 시현이가 저승사자가 아닌 평상시 모습일때 우연히 스쳐지나 만나야 하려나?
그럼 만나게 되는 장소부터 정해볼까?? -
12 이름 없음 (3026236E+6) 2018. 5. 21. 오전 12:03:35응응! 그럼... 정이가 일하는 편의점 어떨까!? 그곳에서 정이를 만난 다음에 시현이가 정이란 걸 알아채는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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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이름 없음 (4738543E+5) 2018. 5. 21. 오전 12:10:52앗 좋은거 같아!!! 마침 시간대도 딱이네 ㅋㅋㅋ 시현이 반응 두근두근 기대되구 ㅎㅎㅎ
그럼 선레는 누가 먼저 쓸까! 이번에도 다이스?? ㅋㅋㅋ큐 -
14 시현주 (3026236E+6) 2018. 5. 21. 오전 12:13:31ㅋㅋㅋㅋㅋ다이스로 정하자!!
.dice 1 2
1.시현주
2.정이주 -
15 시현주 (3026236E+6) 2018. 5. 21. 오전 12:13:41헉...!
.dice 1 2. = 1 -
16 시현주 (3026236E+6) 2018. 5. 21. 오전 12:13:55앗...! 금방 써서 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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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이름 없음 (4738543E+5) 2018. 5. 21. 오전 12:18:58ㅋㅋㅋㅋㅋㅋ다녀와ㅏㅏ: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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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백 시현 (3026236E+6) 2018. 5. 21. 오전 12:33:26산 것도, 죽은 것도 아닌 몸뚱아리에게 수면은 사치인 것을 알면서도 이따금 여느 사람들과 다름 없이 잠을 자고 싶은 날도 있었다. 하지만 신은 그들에게 생명의 자유를 베풀지 않았고, 씁쓸해진 입맛을 다시며 뜬 눈으로 달을 바라보는 것이 그들의 전부일 뿐이었다. 그러니까, 그날은 잠이 오지 않는 밤이었다.
두 눈을 감았다 뜨면 형형색색의 네온사인들이 그의 눈을 가득 채워냈다. 어둠이 쌓여야할 밤거리를 빛으로 감싸고, 사람들의 웃음소리는 드높아진다. 모두가 감정을 지니고 자신만의 색으로 가득 채우는 그 거리에서 유일한 무채색은 자신 뿐이었겠지. 괜스레 제가 입은 검은 정장을 툭, 털어내며 발걸음을 옮겨내자 무채색의 그림자가 뚝뚝 바닥에 묻어나는 듯 싶었다. 웃음소리가 가득찬 거리가 싫어 닿는대로 무작정 길거리를 걷다 보니 마주한 곳은 한적한 편의점. 왜 그때 그가 그 편의점으로 발걸음을 돌렸는지는, 글쎄. 잘 모르겠다.
조용하고 한적한 장소였다. 그의 심기를 건들이지 않을만한, 최적의 장소.
대충 과자 봉지 하나를 집어들고, 음료칸에서 캔맥주를 한 캔 꺼내는 그 모습이 제법 익숙해보이면서도, 어딘가 묘한 어색함이 흐르는 몸짓이었다. 잠깐 감았다 뜬 눈 사이로 조선의 풍경이 스치니 입맛이 썩 좋지는 못하더라. 그는 느릿히 제 미간을 찌푸리며 과자 한 봉지와 캔맥주를 각각 양 손에 들고 카운터로 발걸음을 옮겼다,
너를, 언제면 다시 볼 수 있을까. 아니, 다시 만난다한들 너는 나를 떠올릴까. 너는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내가 너를 찾아, 네가 불행한 것은 아닐까. 시야가 잠시 흔들렸다. 곧 초점을 되찾았지만 어딘가 희뿌연 것이, 마음이 울렁이기도 했다.
그저, 너를 보고싶었다.
카운터 위로 과자봉지와 캔맥주를 올린 뒤, 여전히 바닥을 바라보는 시선을 천천히 들었다. 제 앞의 인간과, 의미 없을 눈맞춤을 위해. 그러면서도, 일말의 희망은 놓기가 싫었던 것이겠지. -
19 이 정-백 시현 (379198E+55) 2018. 5. 21. 오전 1:08:09느릿한 발걸음, 혼자 사는 자취방에서 15분쯤 걸으면 도착하는 그곳. 번화가에 위치한 것도, 주거지 근처에 위치한 것도 아닌 애매하게 툭 놓여있는, 손님이 그다지 오지 않아 일하기 적당한.
취업 준비생인 오후 알바생과 몇마디 의미 없는 말과, 눈인사를 한 후 유니폼으로 갈아입고 늘 그랬듯이. 익숙하게 재고를 확인하고, 진열이나 청소 따위를 얼른 끝마치고 카운터에 앉아 가져온 책을 펼쳤다.
벌써 이 편의점에서 일한 지도 2년쯤이나 돼버려서, 공부를 하든, 책을 보든 신경 쓰지 않는 점이 참 좋았다. 곧 시험기간이라 이번에도 장학금을 받기 위해서 낮잠을 조금 자두고, 편의점에서 짬짬이 공부를 하거나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냈었다. 스마트폰이라는 건 짧고 강렬한 문자들이 가득 담겨있어, 별로 좋아하지 않아.
좋아하는 책 한 권을 옆에 숨겨두고, 전공 책을 펼쳐 연필을 손에 쥐었다. 이해되지 않는 부분을 이해하려 노력하며 애를 써보지만, 오늘은 이상하리만큼 눈에 글이 들어오지 않아 의아한 표정을 조금 짓고서 연필로 뭉텅이를 끄적였다.
게다가 오늘은 정말 이상하게도, 손님 한 명, 아니 사람 한 명도 편의점 앞을 지나다니지 않은 듯하여 그녀는 고개를 약간 기울였다. 그러다 이내 그럴 수도 있지, 하고 수긍한 찰나에, -딸랑, 하는 특유의 맑은소리에 그럼 그렇지.
정이는 친절한 편의점 알바생은 아니었기에, 어서오세요. 같은 말은 굳이 하지 않고 그저 펼쳐두었던 책을 덮고서 멀리 치웠다. 그러는 사이에 어느새 그 손님은 카운터 쪽으로 걸어오는 듯한 발소리가 들렸고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늘 그랬듯이 내리깐 눈으로 그의 발끝만 의미없이 쳐다보았다.
약간 키가 큰 듯한 그 손님은, 과자봉지와 캔맥주를 올려두었고 그녀는 습관적으로 물건들을 바코드에 찍으며 혼자 먹으면 맛없는데, 라고 잠깐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하는 그녀조차 매일 혼자 밥을 먹는데, 무슨 오지랖인지. 조금 우습다고 생각했다.
"―3500원입니다."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고서 내리깔았던 눈을 들어 그와 눈을 마주쳐 그의 모습을 두 눈에 담았다가,
왠지 모를 현기증에 그녀는 얼굴을 조금 찡그렸다.
//앗앗앗 오래걸려버렸네 T▽T -
20 백 시현 - 이 정 (3026236E+6) 2018. 5. 21. 오전 1:25:42낮게 깔려오는 여자의 목소리에, 느릿히 떠올리던 고개를 결국에 전부 들어 시선을 마주했을 때 피어오른 감정은 무엇이었을까. 기쁨, 슬픔, 원망, 안도. 글쎄, 무엇이었을까.
처음에는 그저, 저의 착각이라 믿었다. 그저 우연일 뿐이라고, 그저 수명이 얼마 남지 않는 인간에게 느끼는, 가끔 생기는 연민일 뿐이라고. 그녀의 얼굴을 다시금 마주하자 마음 속이 급격히 아려오는 느낌에 그가 제 미간을 찌푸리며인상을 써내었다. 그래, 그제야 알아챈 것이다. 바보같은 착각은 아지랑이마냥 사라지고, 진실이라 믿은 거짓은 하릴없이 무너졌다. 한편으로는 제발 아니길 바란 현실은 그의 코 앞까지 다가와 있었다.
파도가 일렁이고, 머릿 속이 하얗게 타들었다. 생각치도 않았던, 아니 어쩌면 자그마한 희망을 걸었을지도 모를. 네가.
“ 정아. ”
낮게 읊조린 이름을 다시 주워담을 수는 없었다. 그는 저 또한 놀란듯 두 눈을 느릿히 깜빡이며, 건조히 마른 제 입술을 가볍게 깨물어냈다. 그토록 찾아 헤매던 인간이었다. 수 백년이 지나도 잊지 못할 사람이었다. 그 얼굴을 마주함과 동시에 떠오르는 빛바랜 기억에 눈물이 흐를 것만 같은 사람이었다. 어찌 그가 그녀를 알아보지 못할까. 그 눈동자를 마주한 순간 떠오른, 첫사랑의 미소에 그가 느릿히 제 손을 올려 미간을 문질렀다.
“ 죄송합니다. ”
이번생의 정이를 찾았다. 새로운 삶을 사는 이 정을 찾았다. 하지만 곧 바로 떠밀려든 생각은, 이번생에도 그녀가 불행히 목숨을 다하진 않을까. 그 생의 기억을 되찾기도 전에 바스라져 사라지진 않을까. 그리고 그 모든것이, 이루어져선 안 될 저와의 조우때문은 아닐까. 저번생의 너를 찾았을 때도, 그 전생의, 또 그 전생의, 그리고 또 다시 그 전생의 너를 찾았을 때도. 그리도 불행히 삶을 마감한 것이 저의 업보 때문은 아니었을까. 제 미간을 문지르던 손을 내려 정장 안주머니를 뒤지자 검은 가죽 지갑이 손에 툭 부딪혔다. 그대로 지폐 네 장을 꺼내 건네던 그는, 그 손을 전부 뻗어내기 전에 천천히 움직이던 손을 멈추었다.
그리곤, 새카만 제 눈동자로 제 앞의 여인의 눈동자를 가만히 응시할 뿐이었다. 그 빛바랜 감정이 가득 담겨 결국 넘쳐흐를 정도로, 그리 찬란 할 수 없는 눈동자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리도 찾던 여인이었다. 그 여인이, 제 앞에 이렇게 어여삐도 서있었다.
# 뭔가 말이 횡설수설 한 거 같기두 하고....!! 으으 왜이러지!!! -
21 이 정-백 시현 (379198E+55) 2018. 5. 21. 오전 1:57:01//아 시현이 예뻐 미치겠네 ㅋㅋㅋㅋㅋ아 미치겠다
현기증?
이때까지 느껴본적 없던. 눈이 부셨다고 해야할지, 시렸다고 해야할지. 속에서부터 피어오르는 이상한 느낌에 찡그린 얼굴을 금방 펴지 못하고 주먹으로 가슴을 누르고 싶은 욕구를 억눌렀다. 이런 감정은 정말 처음이라, 이상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속 앓이를 하게 된다면 이런 기분일까? 아니야, 잘 모르겠다.
그렇게 감정을 막 억누르고 있을무렵, 이상하게 느리게 흘러가는 것 같은 이 시간에 의문이 들었을 무렵. 낮게 들려오는, 제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에 그녀는 홀린듯 고개를 반짝 들어 다시금 그의 얼굴과 마주했다. 아마 처음보는 사이일텐데. 흔하다고도 할 수 없는 그 이름을 불러놓고서, 본인도 놀란듯한 그 표정이. 뭔가 실수라도 한듯, 입술을 깨무는 그 모습이.
왠지 보고있기 힘들었다.
"아,"
자꾸만 느껴지는 이상한 현기증에, 부름에 대답도 하지 못하고 그저 짧은 탄식을 내뱉었다가 손 끝으로 입을 조금 막았다. 본래라면 당황하거나, 이상한 사람을 본 것 마냥 얼굴을 잔뜩 찌푸린채 무시했어야 했는데. 이상한 이 분위기와 만남에, 정리를 해보려 머리를 굴려보지만 꼬여버린 생각들은 도통 제자리를 찾지 못했다. 이름을 어떻게 아는거지? 라는 궁금증이 막 들었을 무렵 다시 귓가에 울리는 그의 죄송하다는 말에 정신이 들어, 대답도 하지 못하고 눈을 피해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렸다.
그러니까, 스토커? 그럴리가 없는데. 같은 학교 선배일까? 정이는 자신의 상식을 넘지 않는 선에서 머리를 굴리던 참에, 그가 어느새 지폐를 손에 쥐고 있었고, 그녀 또한 느릿하게 손을 뻗었지만 왠지 닿으면 안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런데 그것은 상대방도 마찬가지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어느새 멈춘 그의 손을 빤히 내려다보다 고개를 조금 들었다.
"저기,"
그리고서 그녀의 눈에 들어온, 그녀는 감당할 수 없을 것만 같은 그 얼굴과 표정에 주춤해서, 무어라 말하려 입을 열었다가, 결국 다시 오무렸다. 정말정말 이상한 사람이라고 정이는 생각했다. 저 눈동자와 마주칠때마다 이상하게 밀려드는 감정이, 진짜 말도 안되잖아. -
22 백 시현 - 이 정 (3026236E+6) 2018. 5. 21. 오전 2:14:38가만히 제 얼굴을 찡그리는 그녀를 물그럼 바라보며, 그는 느릿히 두 눈을 깜빡였다. 정녕으로 정이가 맞았다. 그토록 찾아 헤매이던, 그토록이나 사랑했던 네가 또 다른 생으로 찾아왔다. 그리도 애달프게 바라왔던 만남이 이루어졌음에도 이리 가슴이 아파오는 건, 또다시 너를 잃을까 두려웠기 때문이었을까.
어색한 침묵은 도무지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았고, 그제야 제가 퍽 이상하게 보였으리라 짐작하는 그였다. 그는 가만히 멈추고 있던 제 팔을 내밀어 받으라는 듯 지폐를 두어번 흔들고, 이내 저를 부르려 했던 것인듯 짤막히 들려온 그녀의 목소리에 잠시 내리깔았던 시선을 돌려 그녀의 눈을 바라보았다. 혹시라도, 네가 나를 기억할까봐. 그 첫번째 생의 나를 떠올렸을까봐. 이루어지지 않을 희망의 끈을 붙잡고 가긍하게도 그 일말의 희망을 놓지 못하는 그 모습이 제 스스로 보기에도 참으로 안타깝더라. 결국 그 무거운 침묵을 깨낸 것은 백시현, 자신이었다.
“ ...할 말이 있으시다면, 편하게 하셔도 됩니다. “
무어라 던질 말이 없어, 여전히 날카로운 그 얼굴로 끄집어낸 한 마디였다. 혹시라도 자신을 기억할까, 과거를 떠올리진 않을까 일말의 기대를 걸며 바라본 그 눈동자는 첫사랑의 눈과 다를 것이 없어 더욱 그 마음이 아려왔다. 눈시울이 달아오를 것같은 느낌에 그가 제 고개를 푹 숙여냈다. 더이상 그 얼굴을 마주할 자신이 없었다. 그가 기억하는 과거는 오로지 그만의 과거였으며 그녀는 자신을 기억하지도 못했다.
그럼에도, 그녀가 보고 싶었기에. 금방이라도 눈물이 터질 것같더라.
# 아니 정이야말로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정이 어떡해 정말 예쁘구 귀엽구ㅠㅠㅠㅠㅠㅠㅠㅠㅠ -
23 백 시현 - 이 정 (3026236E+6) 2018. 5. 21. 오전 2:23:50흑흑 정이주 나 지금 자야할 거 같아서...! 올려두면 내일 답레 올릴게! 내가 평일에는 조금 바빠서 밤에야 올 수 있어ㅠㅠㅠㅠㅠ 정말 미안해ㅜㅜㅜㅜㅜㅜ 정이주 좋은 꿈 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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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이 정-백 시현 (379198E+55) 2018. 5. 21. 오전 2:36:58더 이상 그를 쳐다보고 있으면, 정말로 이 자리를 박차고 뛰어나가버릴 것만 같은 느낌에 눈을 재빨리 내리깔고 흔들리는 지폐를 따라 눈을 깜박였다가 아차, 싶어 얼른 건네받았다. 결제를 누르고, 지폐를 넣은 뒤 오백원짜리 동전을 꺼내어 하얗고 커다란 그의 손바닥 위에 가만히 건네주었다.
이상하다. 이 상황도, 앞에 이 남자도, 나 자신도. 평소 같았으면 얼른 쫓아보냈을텐데, 이대로라면 가버릴 그가 왜이렇게 아쉬운 기분이 드는지. 적어도 이때까지 살아왔던 정이, 자신은 전혀 이렇지 않았다. 이 짧은 순간에도 그 이유를 찾으려 들며 여러가지 가능성을 생각해 보았는데, 나온 답들이 정말 허무맹랑해서 그녀의 심장이 빠르게 뛰는 듯 했다.
이상하게 두근두근한 마음을 진정시키려다 낮게 들려오는 그의 목소리에 그녀는 몸을 약간 움찔거리며 눈을 빠르게 깜박였다. 나쁜 짓을 하다 들킨 아이처럼 당황하며 그의 얼굴을 마주치지 못하고 소리 없이 입을 조금 열었다가, 닫았다가. 연신 주저하던 그녀는, 이내 결심한듯 목소리를 내어 고개를 들었다.
"저희, 어디서…."
본 적 없어요? 라는 그런 정말 유치하고 어이없는. 구차한 작업멘트 같은 말을 용기내어 꺼내려는데 잠깐 스쳐지나간 그의 슬픈 표정에 그녀는 입을 꾹 다물 수 밖에 없었다. 고개를 푹 숙였음에도 아른거리는 그의 얼굴이 정말 슬퍼보여서.
진짜 어이없는 오지랖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모르는데, 그는 알고있다. 그럼에도 화가 나거나 하진 않는게 의아했다. 그저 이 이상한 기분과, 상대방이 너무 궁금해서. 무엇이 그를 그렇게 슬프게 하는지 궁금해서. 그냥 그에 대해서 알고 싶었다. 그를 달래주고 싶었다. 그게 다였다.
…아마도.
"그.. 이름 물어봐도 돼요?"
나만 모르잖아, 불공평해. -
25 이 정-백 시현 (379198E+55) 2018. 5. 21. 오전 2:39:52앗 ㅋㅋㅋㅋㅋㅋ시간 많이 늦었는데 미안해 시현주 곰손이라 8ㅁ8
시현이 너무 막 어 막 예뻐서 으악 X000
늦어도 괜찮아 기다릴게 :3! 내일은 내가 기다릴테니까 언제든지 천천히 와도 돼
짧았어도 진짜 즐거웠어!! 시현주도 좋은 꿈 꿔X3!! -
26 이름 없음 (379198E+55) 2018. 5. 21. 오후 9:22:44쩡갱씬:3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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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백 시현 - 이 정 (8416898E+5) 2018. 5. 22. 오전 12:13:02으아 오늘 바빠서 내가 많이 늦었네ㅠㅠㅠㅠㅠ 남은 것들 마저 하구 최대한 빨리 답레 가져올게!! 미안해 정이주ㅜ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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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이름 없음 (9998482E+5) 2018. 5. 22. 오전 12:27:51월요일인데 바빴다니 힘들었겠다..ㅜㅜ 고생 많았을텐데 피곤하진 않니??
나는 괜찮으니까 느긋하게 해 시현주!:3 나는 평일엔 한가해서 ㅋㅋㅋㅋ -
29 백 시현 - 이 정 (8416898E+5) 2018. 5. 22. 오전 1:11:36으아 드디어 다 씻구 나왔다...! ;ㅁ; 조금만 더 기다려줘 정이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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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백 시현 - 이 정 (8416898E+5) 2018. 5. 22. 오전 1:37:56그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생의 여인과 아주 비슷한 목소리로 그를 부르고 있었다. 그 여인과 같이 부드럽고, 어여쁜 목소리로 그를 부르고 있었다. 그가 제 눈꺼풀을 두어번 깜빡였다. 이대로라면 곧 눈물 방울이 흘러 떨어질 것만 같아, 어찌 할 방도가 없었기 때문이었더라. 이대로 고개를 들어 앞을 바라보면 그가 열렬히 사랑했던 여인이 환한 미소를 지으며 그를 반길 것만 같아, 그는 두려웠다.
“...이름, 이요? ”
느릿히 숨을 들이마셨다. 카운터를 짚고 있던 손을 올려 제 눈가를 매만지며, 그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앞을 바라볼 수 있었다. 다만, 반쯤 시야가 가려져 제대로 된 여자의 얼굴을 바라볼 수는 없었지만, 그는 알 수 있었다. 저 여자가 이번생의 정이라는 것을. 아주 확실히, 그리고 아주 선명히 느낄 수 있었다.
사람의 생은 돌고 돌아, 그 인연의 실이 끊어질 때까지 이어진다고 한다. 진즉에 끊어졌어야 할 실이었다. 저승사자가 되어버린 그의 몸뚱이는 실을 붙잡을 자격이 없었으니. 그렇지만 이번생의 정이를 또 다시 만나게 된 것은, 안간힘을 써 다 낡아버린 실을 힙겹게 붙잡고 있었기 때문일까. 어쩌면, 지독히도 이기적인 행동이었을지 모른다.
“ 백 시현, 제 이름입니다. ”
이름을 밝히는 것에는 꽤나 오랜 고민이 필요했다. 마지막으로 쓰인 것이 언제적인지, 기억도 나지 않는 이름이었다. 마지막으로 제 이름이 불린 것이 언제였는지, 마지막으로 제 이름을 궁금해했던 이가 누구였는지. 전부 되돌려 기억해보니 그건 모두 또 다른 생의 그녀였더라. 제자리를 찾아 돌아간 비극적인 운명은 또다시 천천히 돌아가, 잠시 멈추었던 톱니바퀴를 굴려내고 있었다.
“ 제 이름은 왜... ”
채 뒷말을 잇지 못한 채 그가 제 눈가를 문지르던 손을 내리며 나지막히 물음을 던졌다. 혹여라도 그녀가 저를 기억했을까, 이기적인 희망을 품어낸 물음이었다. 어쩐지 붉어진 눈가를 지나 제 미간을 짚어 문지르며, 그가 천천히 제 입을 다시금 열어냈다.
“ 이름이 어떻게 되십니까. 제 이름을 알려드렸으니 묻는 겁니다. ”
가볍게 제 아랫입술을 깨물며 그녀의 대답을 숨죽여 기다렸다. 너의 입에서, 그 그리운 이름이 나오기를. 그의 시선이 느릿히, 그녀의 입술로 향하였다. -
31 이 정-백 시현 (2939183E+5) 2018. 5. 22. 오전 2:14:11기대 반, 걱정 반. 당돌하게 이름을 물어버렸지만, 아차 싶어 손을 꼭 쥐고 입을 막았다. 이러면 안되는데. 그 순간 고등학교 때의 괴로웠던 장면이 눈앞으로 잠깐 스쳐지나가며 얼굴을 찌푸리게끔 했다. 한 번 떠오른 기억들은 멈추질 않아서, 고개를 조금 숙이고 얇은 손목의 안쪽을 손톱으로 신경질적으로 긁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종종 나타나는 그녀의 버릇 같은거라, 흉터는 남지 않을 정도에 가벼운 상처들이 자잘했다.
낯선 사람은 경계해야 해. 그래야하는데..
"…백 시현씨."
그러던 사이, 제 앞의 남성은 조금 고민하는 듯 하더니 이내 이름을 알려주고 있었다. 잔뜩 흔들린 마음을 기껏 정리하려던 사이, 귓가에 들어 온 그 이름이 너무 선하게 들려와서. 약간 미간을 찌푸린 채 작게 이름을 입 안에 머금어보았다.
낯설지 않은 듯한 이름에, 정말 어디서 마주 친 적이 있는 것이 아닐까 라는 착각이 들었다. 혹은 그저 내가 이 남자와 아주 사소한 것이라도 무언가를 맺고싶어 하는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말도 안된다고 입모양으로만 웅얼거렸다.
"좀 전에, 절 부르셨잖아요"
자신을 시현이라고 칭한 그 남자는, 정이의 행동에 대해서 물음을 구했지만 정은 의아해하며 눈을 동그랗게 뜬 채 그의 얼굴을 응시했다. 그는 손으로 가리고 있어, 눈을 마주치기 쉽진 않았지만 슬퍼보이는 그 얼굴이 변하지 않았다는 것은 느낄 수 있었다.
"정아-, 하고."
정은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키며 나긋하게, 아까 그가 자신을 불렀을 때의 그 느낌을 살려서 나즈막히 말했다. 손을 내린 그와 가만히 눈을 마주치고 있으니, 그의 슬픔이 전해져 오는 것 같아 이내 시선을 아래로 향한 채 입을 꾹 다물었다. 마치 내가 잘못 한 것만 같아서.
혹시 우연이었으면 정말 부끄러운 일이지만, 정말 우연이라면 결코 우연으로 끝날 사이가 아니라는 것을. -
32 백 시현 - 이 정 (8416898E+5) 2018. 5. 22. 오전 2:30:48“ 네. ”
의미 없는 대답이었을까. 그가 낮은 목소리로 제 이름을 부르는 소리에 대꾸하며 천천히 제 손을 올려 이마를 쓸어올렸다. 조금 붉어진 눈가가 그녀의 신경을 건들지도 모를 일이었지만, 그에게는 크게 신경 쓰이는 점이 아니었던 걸지, 제 이름을 부르는 그 목소리에만 오로지 집중하고 있는 듯 했다. 한 번 깜빡인 눈꺼풀 위로 다시금 여인의 미소가 흘러내렸다. 그토록이나 그리워하던 그 미소가, 눈 녹듯 사라져 버린 순간이었다.
“ ...아닙니다. ”
옅게 떨리는 그 목소리에 먼지 쌓인 감정이 실렸을 줄은 누가 알았을까. 오랜 시간동안 그 색을 잃어가던 감정이 다시금 아주 천천히 흘러내리고 있었다. 딱딱히 굳은 몸을 일으키고 잃어버린 색을 조금씩 찾아나갔다. 두 눈을 마주하는 그 행위에도 이렇게 마음이 잠겨버리고 마는데, 제가 저지른 미래를 어찌 감당할 수 있을까. 천천히 내뱉는 숨소리와 무거운 정적만이, 그를 감싸고 있었다.
방금전 저의 말으 되새겨 따라하듯 내뱉어내는 그 단어에 다시금 마음이 시려왔다. 그래, 정말로 너였구나. 그리도 사랑했던 네가 맞았구나. 내가 다시 너를 찾았구나. 그리도, 나는, 이기적이구나.
“ 저, 어디서 본 적 없습니까. ”
제가 방금 무슨 말을 내뱉은 건지, 사태를 파악하는 데에는 그다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는 제 눈을 한 번 크게 뜨며 제 입술을 다물어내더니 이내 설레설레 고개를 내저으며 ‘ 방금 전 말은 하지 않은 걸로 하겠습니다. ’ 라며 뒤늦게 제 실수를 지워내려 하는 것이었다. 다만, 한 번 엎지른 물은 담을 수 없으며 한 번 내뱉은 말은 주울 수 없었으니. 그녀가 자신의 첫 생을 기억할 리 없다는 것을 아주 잘 알고 있으면서도, 그는 그 절박한 희망을 포기할 수 없었더라.
다시금 그녀를 바라보는 그 짙은 눈동자가 가냘피 흔들리고 있었다. -
33 이 정-백 시현 (2939183E+5) 2018. 5. 22. 오전 2:50:40정이 자신도 모르게 읊조렸던 이름이었는데. 그런 정이의 작은 행동에 네, 라고 반응하는 그를 보고 그녀는 뭐가 우스운건지, 눈꼬리를 접어 작게 웃었다. 예쁜 이름이라고 생각한다, 굳이 그에게 말하진 않을 거지만.
지금의 정이 자신은 할머니가 돌아가시기 전, 중학교 때의 뭣모르고 다정하던. 바보 같았던 자신이 떠올라 그리우면서도 괴로운 기분에 이내 서글픈 웃음으로 끝맺었다.
"이 정, 제 이름이에요."
부정하는 그의 말에 착각했다는 것을 깨닫고 고개를 작게 끄덕이며 정은 잠깐 고민하더니, 이내 시현과 비슷하게 순순히 이름을 알려주었다. 이제와서 숨길 필요는 없어보였고, 이렇게 끝날 인연은 아닌 것 같았기에. 그런데 아까 그리운듯 그녀를 부른 그의 행동은 무엇이었을까. 정말 단순한 우연이라고?
"아."
아까 본인이 하려던 말을 당당히 해버린 그를 보고 놀랐다는 듯이 눈을 크게 뜨고 가만히 시현을 응시하던 정은, 생각났다는 듯이 눈을 빠르게 깜박거리며 짧은 감탄사를 내뱉었다.
무언가 생각난 듯, 입을 손으로 가리고 잠시 정적을 유지하다 조용히 입을 열어 내뱉은 그녀의 말은 '글쎄요.' 였다. 잔뜩 바람을 넣었다가, 이내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해사하게 웃음을 터트려버린 그녀는 짧은 순간이었지만 즐거워보였다. 이내 어색하여 작게 헛기침하며 금새 본래의 표정으로 돌아와버렸지만.
그러던 차에, 흔들리던 그의 눈동자와 정확하게 눈이 마주쳐 장난치던 것도 잠시, 그의 눈에 묻어나는 슬픔에. 그녀도 따라 슬프게 웃음지으며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그렇게 작게 중얼거렸다.
"…그랬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시현이 아련해ㅐㅠㅠㅠㅇ엉엉엉 기억난다고 말할 수도 없고 불상해 죽겍어8ㅁ8
그나저나 늦은시간인데 시현주 괜찮으실까 모르겠네ㅠㅠㅠ걱정되구.. -
34 백 시현 - 이 정 (5480257E+5) 2018. 5. 22. 오후 1:18:51헉 어제 그만 잠들어버렸다...! 정이주 미안해ㅠㅠㅠㅠㅠㅠㅠ 요즘 체력이 엉망이야...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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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이름 없음 (8173904E+5) 2018. 5. 22. 오후 6:43:30ㅋㅋㅋㅋ아니야.. 늦은시간까지 무리해서 안돌려도 돼 시간 날때마다 짬짬이 잇는것도 괜찮구
ㅠㅠㅠ시현주 몸이 더 걱정이야 -
36 백 시현 - 이 정 (8007023E+6) 2018. 5. 23. 오후 9:40:388ㅁ8 평일에 내가 많이 바빠서... 어젯밤에도 답레를 못올렸네ㅠㅠㅠㅠㅠ 오늘 밤에 답레 올려둘게 정이주!! 내가 정말 미안해...8ㅁ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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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이름 없음 (6908978E+5) 2018. 5. 27. 오후 9:32:51ㅠㅠ쩡갱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