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18509646> [상L/중세 판타지/중2] 대용광로大鎔鑛爐, 늙은 대장장이가 앉아 있는 산꼭대기 (26)
이름 없음◆9fiLBVGvDA
2018. 2. 13. 오후 5:13:56 - 2018. 2. 21. 오후 12:4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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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이름 없음◆9fiLBVGvDA (6836918E+5) 2018. 2. 13. 오후 5:13:56오래 전, 수천 년 전, 여러 개의 세계가 "대융합" 사건으로 인해 융합되어 버린 후- 이 하나의 거대한 세계는, 그 이래 수천 년 동안 단 하루도 평화로웠던 적이 없었다. 일일이 열거하지도 못할 정도로 다양한 환경에서, 한 권의 책에 다 적지도 못할 정도로 수많은 종족들이, 저마다의 이야기와 역사를 품고, 저마다의 기치와 가치관을 내세우면서, 그 가치관의 가짓수의 제곱만큼의 분쟁을 일으키며 살아가는 세계. 투쟁과, 모험과, 신화와 서사시와 전설이 끊이지 않는- 한 평생을 돌아다녀도 모두 볼 수 없을, 끝없는 세계.
하지만, 지금 우리가 이야기의 초점을 맞추고자 하는 것은, 한 산이다. 수많은 세계가 중첩되어 버린 이 세계에서도, 가장 높은 산이라는 이름을 지켜낸 산, <세계의 꼭지점>. 만년설과 깎아지를 듯한 벼랑으로 뒤덮인 채, 미친 듯한 극한의 칼바람이 사시사철 몰아치는, 생명의 흔적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이 험난한 설산. 그 꼭대기를 바라보면, 설산의 꼭대가에 커다란 구멍이 뚫린 게 보인다. 그 구멍에서 불길한 시커먼 연기가 무럭무럭 솟아나오고, 구멍 안에서 흘러나오는 시뻘건 불빛이 그 연기에 비쳐 보인다.
이 화산 꼭대기에는, 매우 커다란 한 쌍의 문이 있다. 작은 마을 하나가 통째로 지나갈 수 있을 만한 거대한 문에는, 투박하고도 웅장한 인각이 빼곡하게 새겨져서는… 그 누구도 기억하지 못하는, 그 누가 어떤 관점에서 기록했는지도 모르는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그 거대한 장벽과도 같은 문의 아래쪽에는, 실질적으로 누군가 드나들라고 만들어진, 훨씬 작고 실용적인- 하지만 그러고도 어지간한 국경 관문의 대문만한 돌문이 있다.
그 돌문을 밀치고 들어가면, 웅장하고 아름다운 중앙 홀이 당신을 반긴다. 주변을 둘러보면, 비단 중앙 홀만이 아니라, 족히 수백 명은 머물 수 있는 거대한 저택의 방들이 눈에 들어온다. 침실들, 응접실, 대주방, 식당, 창고…… 그리고, 그 주인 없는 공간들을 누비고 다니는, 네 발 짐승 형태의 석상 골렘이 보인다. 그 석상 골렘들은 보일 때마다 항상 등짝에 빈 소쿠리나, 무언가로 가득찬 소쿠리를 이고 다니고 있다.
하지만, 당신이 일부러 의도적으로 여기에 왔다면, 지금 중앙 홀 너머로 보이는, 네 발 골렘들이 일관적으로 들락날락하는- 저 거대한 문 너머에 용무가 있으리라. 그 문으로 다가가서, 문을 열면, 가장 먼저 강렬한 열기가 당신의 얼굴로 쏟아진다. 세계의 꼭지점의 분화구가, 대용광로가, 당신 눈 앞에 펼쳐지는 것이다. 고개를 숙이면, 난간 너머로 하얗게 작열하는- 잊혀진 어떤 신이 몸을 던져 자살했다는 전설이 내려오는 극열의 호수가 타오르고, 고개를 들면- 분화구를 기하학적인 형태로 덮고 있는 구조물들 사이로, 분화구를 통해 하늘이 펼쳐진다.
주변을 둘러보면, 이 분화구 옆에 꾸려진 공간은, 마치 거인의 대장간과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분화구를 향해 노즐이 겨누어진 성채만한 풀무, 며기저기에 걸린 쇠사슬과 도르래들, 물레방아만한 회전숫돌, 대도시의 성당의 대예배당보다도 더 넓을 것 같은 거대한 모루. 그리고 벽에 걸린, 망치와 장도리, 숫돌, 집게 등등에서부터 시작해, 이름과 용도가 짐작이 가지 않는 것들까지… 그 하나하나가 어지간한 신화보다도 오래되었을 법한 연장들. 한켠에는 도면들과 각종 문서들이 아무렇게나 돌돌 말려서 꽂힌 서류더미들과 책더미들. 이 서류더미들은 주변의 연장들이 압도적으로 커서 상대적으로 작아 보일 뿐, 일개 시 의회 건물의 기록보관소에 있는 것들보다도 더 많을 것 같았다. 그리고 그 옆에 차곡차곡 쌓인 엄청난 양의 강괴들과, 정체모를 광물이나 귀금속 등을 담아두었을 법한 상자들. 아직 정련되지 않은 광석들이, 각양각색의 짐승들의 가죽이 널려 있는 거대한 거치대 옆에 끝도 없이 쌓여 있다.
분화구에서 흘러나오는 아지랑이 사이로, 한 덩치큰 늙은이가 보인다. 키는 약 2미터쯤 될까. 새하얀 머리카락을 여러 갈래로 땋아내린, 덥수룩한 은빛 수염이 가슴팍을 넘어 배까지 흘러내려간다. 천을 넉넉하게 쓴, 호화로운 통큰 바지를 입고 굵은 허리띠를 찬 하반신과 다르게, 아무 것도 입지 않고 오로지 운빛 수염만이 덮여 있는- 사람의 살갗이라기보다, 신이 빚은 쇳덩이에 더 가까워 보이는 상반신은, 그 얼굴빛과 마찬가지로 시뻘겋게 익어 있다. 대장장이 노인의 형형하게 빛나는 눈길이, 당신을 향한다. -
1 이름 없음◆9fiLBVGvDA (6836918E+5) 2018. 2. 13. 오후 5:15:17이 노인이 언제부터 이 산상에 있었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확실한 건, 그는 세계가 대융합을 일으키기 전부터, 그것보다 훨씬 전부터 이 산의 꼭대기에 들어앉아서, 이 분화구를 다스리고 있었다는 것이다. 혹자는 이 필멸자인지, 불멸의 신인지 모를 노인이 인류 최초의 대장장이라고도 말하고, 혹은 대장장이 신이라고도 말한다. 누군가는, 천상의 신들이 필멸의 세계로
내려와서 이 노인에게 신의 무기를 만들어 달라고 요청하는 것을 똑똑히 보았다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확실한 것은, 이 넓디 넓은 온 세계를 다 뒤져보아도, 대융합 이전에나 이후에나, 이 노인보다 대장장이 노릇에 더 통달한 대장장이는 없다는 것이다.
필멸자들 사이에서는 이 대장장이가 최고입네, 저 대장장이가 최고입네 하는 목소리가 시끄럽지만, 결국 그들은 마지막에 산상의 붉은 노인과 비교된다. 그리고, 곧 그것을 떠들던 모두가 그가 최고의 대장장이라는 사실을 인정한다. 그의 용광로에서 빚어져 나오거나, 그의 용광로를 거쳐간 작품들은 모두가 제각기의 전설을 써내려가거나, 그 작품을 둘러싼 피의 역사를 자아내거나, 한 왕조의 정당성을 드러내는 수호물로 자리잡곤 했다.
하지만 이 거대한 세계에서, 이 대장장이의 공방에서 작품을 직접 받아드는 행운을 누린 자는 얼마 되지 않는다. 절대 이 산꼭대기에서 내려오려 하지 않는 노인의 고집과, 대가로 무엇을 원하는지 말하지도 않으면서, 대가로 가져온 물건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퇴짜를 놓는 괴벽, 그리고 그 노인이 사는 산꼭대기가 세상에서 가장 높고도 험난한 세계의 꼭지점의 꼭대기라는 중대한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고의 작품을 원하는 강자들은, 그것을 무릅쓰고 이 산꼭대기로 올라오곤 한다.
◇전설적인 대장간의 주인으로 롤플레이를 하고자 합니다.
◇중세 판타지 세계관입니다. 종족은 무엇이건 상관없습니다.
◇대장간의 손님으로 난입하셔도, 혹은 도제로 난입하셔도 좋습니다.
◇대장간에는 각종 부대시설이 있으니, 대장장이가 쉬는 동안 손님들끼리 환담을 나누셔도 무방합니다.
◇분화구에 함부로 뛰어들지 말아주세요. 그 어떤 존재라도 생존을 보장할 수 없습니다. -
2 이름 없음 (8901845E+4) 2018. 2. 20. 오전 1:32:09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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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이름 없음◆9fiLBVGvDA (8844918E+5) 2018. 2. 20. 오전 1:45:46(>>0 마지막 부분에 묘사된, 붉은 피부의 근육질 노인이 수건으로 얼굴의 땀을 닦으며 걸어나온다.)
이 산꼭대기에 길을 헤매다 도착한 멍청이는 없을 테고 원하는 게 있어서 여기 왔을 테니 본론으로 들어가지. 용건이 뭐요? -
4 이름 없음 (8901845E+4) 2018. 2. 20. 오전 1:49:17노인을 보자마자 고개를 숙이는 주홍빛 머리칼의 소년.
"도제, 저는 영감님의 도제가 되고싶습니다!"
소년의 외침에는 간절함이 담겨있었다. -
5 이름 없음◆9fiLBVGvDA (8844918E+5) 2018. 2. 20. 오전 1:58:29뭔가 했더니 새벽 댓바람부터 별 미친 소리를...
(붉은 노인은 인상을 찌푸리며 하얀 머리칼을 긁적인다.)
나한테 가르침이란 걸 받겠답시고 이 혹독한 산을 거지꼴이 돼 가면서 기어올라온 필멸자 놈들이 내 대장간에서 나간 완성품보다 더 많을 거다. 그런데, 지금 내 대장간을 둘러 봐라. 사람이 보이냐? 남은 놈들은 한 손에도 꼽을 정도고, 그나마도 내 제자입네, 할 만한 성과 하나 못 보이고 사고가 나서 죽어, 수명이 다 돼서 죽어... 가만 있어 봐라. 그렇게 간절하면 이걸 들어보거라.
(노인은 천장의 쇠사슬 중 하나를 초인종 줄 당기듯 가볍게 당긴다. 저 새하얗게 작열하는 호수에서, 웬만한 집의 대들보만한 새하얗게 작열하는 쇳덩어리가 툭 튀어나와서 레일을 타고 노인의 앞에 멈춰선다. 노인은 맨손으로 그 쇳덩이를 턱 집어 땅에 내려놓는다. 노인은 뒤로 돌아서더니, 짙은 진홍색의 면장갑 같은 걸 내민다.)
내 자비롭게 용면장갑은 빌려준다. 끼고 들어라, 손바닥 태워먹지 말고. -
6 이름 없음 (8901845E+4) 2018. 2. 20. 오전 2:09:27쇳덩이는... 척보기에도 뜨거운데다 무거워 보였다. 거대한 거인이 들법한 물건.
꿀꺽.
저절로 넘어가는 침, 부들부들 떨고있는 다리. 그렇지만 소년은 이내 결심한듯, 장갑을 끼기 시작했다.
'여기까지 올라왔어... 다 버리고 여기까지 왔단말이야!'
속으로 외치며 쇳덩이에 다가가는 소년의 얼굴은 겁에질린듯 새하얗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년의 발걸음은 멈추지 않은채 한걸음 한걸음 쇳덩이로 향한다.
'지금이라도 돌아가?'
'미쳤어? 여기까지 와놓고?'
'저걸 집는다는것이 더 미친짓이지!'
소년의 머릿속에 수많은 상념이 싸우고있다. 그럼에도 소년은 서서히 손을 뻗어... 쇳덩이를 움켜쥐었다.
전해지는 열기. 들지 않고서도 알 수 있는 무게감. 소년의 입에서는 비명과 함께 욕지기가 나온다. 눈에서는 눈물이, 코에서는 콧물이 흐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년은 비명을 지르며 쇳덩이를 놓지 않았다. -
7 이름 없음 (8901845E+4) 2018. 2. 20. 오전 2:09:54들어올렸는지의 판단은 스레주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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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이름 없음◆9fiLBVGvDA (8844918E+5) 2018. 2. 20. 오전 2:21:32(노인은 쇳덩이를 붙잡고 악전고투를 하는 소년을 가만히 바라본다. 다짜고짜 쇳덩이를 집어든 소년이 비명을 지르고 악을 쓰면서도 쇳덩이를 놓지 않자, 노인의 눈빛이 이채를 띈다.)
보통은 이거 말고 다른 방법 없나, 하고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게 가장 일반적인 반응이지. 그리곤 안 되겠다며 포기하는 게 대부분. 남는 놈들 중에서 어떻게든 들어 보겠다고 손을 갖다댔다가 포기하는 게 대부분. 몇 안 되는 놈은 저 천장의 크랭크 달린 고리에 내 허락도 없이 손을 대지. 나한테 저 고리를 써도 되냐고 공손히 물어본 놈이 여태껏 다섯 놈 있었고. 그 쇳덩이를 그냥 번쩍 들어올릴 정도로 힘이 좋은 놈이 열일곱 놈이었지. 내가 여태껏 봐온 놈 중 두 놈이 자기 힘에는 턱도 없는 쇳덩이를 들어올리겠다고 죽어라 악을 썼는데 말이다, 한 명이 뭇 사람들이 "드워프 강철왕" 이라 부르는 히켈도, 그리고 다른 하나가 너다.
(드워프 강철왕 히켈도는, 산 드워프들 중 첫 번째로 스스로를 왕으로 칭한 이들이다. 드워프의 뛰어난 대장술과 제련술은 모두 히켈도로부터 물려받아 내려온 것이라고 한다.)
그래, 저 갈고리 크랭크를 써도 좋다만, 애송이. 이 대장간엔 갈고리 크랭크가 안 닿는 곳이 많다. 네가 이 정도 되는 걸 네 혼자 힘으로 들 수 있을 정도의 힘을 길러나가야 한다는 뜻이지. (노인은 갈고리 옆에 달린 도르래를 돌려서, 갈고리를 >>6의 가슴팍 높이까지 끌어내려 준다.) 그리고 네가 이건 확실히 알아둬야 할 게다. 난 절대 상냥한 스승은 못 되는 작자다. 그래도 나한테 배우고 싶다면, 그 쇳덩이를 이 갈고리에 걸어라. -
9 이름 없음◆9fiLBVGvDA (8844918E+5) 2018. 2. 20. 오전 2:24:45한 마디 덧붙이자면, 그 쇳덩이를 들 정도로 힘센 놈들 중에 10년 이상 살아남은 놈이 한 놈도 없었다. 자기 힘 센 줄만 믿고, 쇠와 불의 힘을 무시하는 자만심을 가진 탓이지. 네가 목숨이 한 개라면 쇠와 불 앞에선 겸손하거라. 목숨이 칠십두 개였던 반인반룡을 가르친 적도 있었는데 그놈도 결국 저 용광로에 빠져서 순식간에 칠십두 번을 다 죽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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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이름 없음 (8901845E+4) 2018. 2. 20. 오전 2:25:36노인의, 무뚝뚝한 말과 함께 내밀어진 갈고리. 이 갈고리를 내거는 순간 소년은 멍하니 갈고리를 집었다. 마치 이것을 쥐지 않으면 죽는다는 듯한 태도로. 생명줄을 쥐는듯한 태도로.
소년은...
아무런 망설임 없이 쇳덩이에 갈고리를 걸었다.
"이걸로... 이걸로 된건가요?" -
11 이름 없음◆9fiLBVGvDA (8844918E+5) 2018. 2. 20. 오전 2:31:03망설임도 없이 다짜고짜 거는구만. 목숨 건사할 자신이 있다는 소리겠지? 각오해라. 내일부터 아주 실컷 부려먹으면서 몸으로 배우게 해줄 테니. 그러니 오늘은 그 못생긴 장갑 벗어다 네녀석 옆 선반에 얌전히 올려놓고, 가서 자라. 방이야 심심풀이로 하나둘씩 만들어본 게 몇십 갠가 있으니 네 몸 하나 누일 곳은 있을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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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이름 없음 (8901845E+4) 2018. 2. 20. 오전 2:34:46노인의 말에 소년은
"감...감사합니다!"
라고 외치며 장갑을 벗어 옆쪽의 선반에 가지런히 놓았다.
장갑이 벗겨진 손. 쇳덩이를 쥐었던 손이 망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소년은 그 고통을 자각하지 못한채 기쁜듯한 얼굴로 수많은 방(으로 추정되는곳)이 있는곳으로 달려갔다. -
13 이름 없음◆9fiLBVGvDA (8844918E+5) 2018. 2. 20. 오전 2:38:44뭔, 아니 이런 해변가에 밀려온 팅팅 불어터진 해파리 같은 놈 보소. 용면장갑을 꼈는데 뭘 어떻게 하면 손이 저 작살이 나는 게야? 장갑도 안 끼고 맨손으로 쥐었나? 이놈아, 게 서라! 손으로 일하는 놈이 자기 손 귀한 줄 알아야지!
(노인은 다급히 >>12를 불러세우면서, 분화구 한구석에 쌓여 있던 무더기들을 뒤진다. 곧 그의 손 안에 쏙 들어오는 단지 하나를 집어들고 뚜껑을 벗긴다.) -
14 이름 없음◆9fiLBVGvDA (8844918E+5) 2018. 2. 20. 오전 2:49:20(노인은 장갑을 힐끗 돌아보았다가, 부드럽게 짜인 부분은 멀쩡하고, 그 반대면의 빳빳한 부분이 새까맣게 그을어 있는 걸 보고 자기 이마를 탁 쳤다.)
용면장갑의 앞뒤를 헷갈리니 손을 말린 오징어마냥 구워먹지, 어이구!
(노인은 곧 문서 더미로 성큼성큼 걸어가서 아무 종이나 집어들고는 뭐라 써갈긴 뒤 단지에 턱 붙여서는, 대기 중이던 골렘의 등에 싣고, 골렘의 엉덩이께를 툭 걷어찬다.)
오늘 들어온 주황색 해파리 녀석 방으로 가라.
(단지에는 쪽지가 붙어 있다. <용면장갑의 딱딱한 면은 튀는 파편이나 불똥으로부터 네 손등을 보호하라고 만든 거고, 용면장갑의 부드러운 면이 뜨거운 걸 잡을 때 손바닥에 오는 열기를 막으라고 만든 거다. 그러니 부드러운 면이 손바닥에 오도록 써라. 그렇지 않으면 오늘처럼 네 손이 종갓집 솥바닥 누룽지마냥 잘 눌어붙을 테니까. 눈 뜨면 이 단지에 손 담구고 두 시간 동안 꼼짝 말고 있어라!>) -
15 이름 없음 (1537228E+5) 2018. 2. 20. 오후 12:16:30갱ㅡ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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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이름 없음 (9304808E+5) 2018. 2. 20. 오후 8:31:50꿈- 어릴적부터 지금까지 꾸었던 꿈. 그렇기에 나는 이것이 꿈이라는것을 안다.
그곳에 있는것은 한자루의 검.
화려한 검은 아니었다, 마을에 살고있던 대장간에서도 볼 수 있는 그저 그런 검이었다.
그럼에도ㅡ
꿈속의 나는. 현실의 나는.
그 검에 이끌렸다.
매료되었다.
그랬기에 집을 나섰다. 뒤돌아보지 않은채 1년간 그 검을 찾기로 했다. 어느 마을에서도, 어느 도시에서도, 몰래 숨어들어간 보물고에서도, 그 검은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ㅡ
난 결심한 것이다. 찾을 수 없다면 만들어버리자고. 그 검을 만드는 것으로 이 공허감을 채우자고.
오늘도 그런 결심과 함께 꿈속의 검을 잡으며... -
17 이름 없음 (9304808E+5) 2018. 2. 20. 오후 8:32:18ㅡ깨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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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이름 없음 (9304808E+5) 2018. 2. 20. 오후 8:40:32주홍빛 머리카락의 소년은 꿈에서 깨어났다. 오래전 부터 꾸던 꿈.
간절히 바라던 열망. 아직은 노인의 제자로 들어왔을인데도 다 이루어진듯한 충만함을 느끼며 소년은 미소를...
짓지 못했다.
"으, 크ㅡ"
어제까지 소년이 자각하지 못했던 고통. 미간이 찡그러지고 눈물이 돌기 시작했다. 뜨거운 고통에 낮은 신음을 흘리는 소년.
소년은 고통을 참으며 서서히 눈을 떴다. 눈물로 인해 따가워진 시야로 보인것은 하나의 단지. 그리고 거기에 적힌 문구.
<2시간 동안 손을 담궈라>
다른 문구도 있었지만 소년은 그것을 무시한채 그대로 단지에 손을 담았다...
"으..."
넣는 순간 강렬하게 폭증하는 통증, 그렇지만 그것도 잠시. 소년은 손에 있던 고통이 서서히 줄어듦을 느꼈다. -
19 이름 없음 (9304808E+5) 2018. 2. 20. 오후 8:44:55줄어드는 고통과 함께 서서히 돌아오는 정신... 이에 소년은 침착하게 단지에 적힌 글귀를 끝까지 읽고ㅡ
헛웃음을 내뱉었다.
"하... 뭐야 이게..."
어쩐지 자신의 행동이 바보처럼 느껴져, 소년은 엹게 웃을 뿐이었다. -
20 이름 없음◆9fiLBVGvDA (2206713E+5) 2018. 2. 20. 오후 9:00:30언제 나타났는지 모를 노인이, 일갈을 내질렀다.
"왜!"
노인은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계속 말을 이어갔다.
"어째서! 무엇 때문에! 무엇을 바라고! ...같은 건, 너한테 묻지 않을 게다. 난 기초부터 너를 차근차근 가르쳐 나갈 거다. 네가 이런 걸 배우고 싶다고 바라는 바가 있으면 이야기해라. 하지만 그걸 바로 가르쳐 줄 수 있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
노인은 손 안에서 무언가를 던졌다 받았다. 일부가 금속성을 띤 돌멩이 같은 것이었다. 그 노인의 손에 들려 있으니 돌멩이란 말을 쓸 수 있지, 그건 사실 어지간한 배만한 메줏돌이었다.
"무슨 말이냐면 말이다, 배우는 데에는 순서가 있기 때문이다. 광석 고르는 법을 알려 달라면 광석 고르는 법부터 알려줄 것이고, 불 다루는 법을 알려 달라면 불 다루는 법을 기초부터 가르치겠지. 망치질을 가르쳐 달라면 망치질을 가르쳐줄 것이고, 금속을 정제하는 법을 알려 달라면 그것부터 알려줄 것이다. 그것들은 딱히 사전지식이 없어도 알려줄 수 있는 말 그대로 기초니까. 하지망 네가 검을 만드는 법을 배우고 싶다면, 난 금속별 재질의 특징, 광석 고르는 법, 광석을 정제해 금속괴로 만드는 법, 쇠를 달굴 때 불 조절하는 요령, 망치질하는 요령까지 다 가르쳐준 뒤에 검 만드는 법을 가르쳐 줄 거란 말이다. 내 말뜻 알아듣겠냐?"
일장 연설을 마친 노인은, 단지로 시선을 돌렸다.
"그럼 이제 손을 꺼내봐라." -
21 이름 없음 (9304808E+5) 2018. 2. 20. 오후 9:07:43단지 속에 손을 묻은지 얼마나 지났을까... 갑작스러운 노인의 일갈에 소년은 정신을 차렸다.
단지에서 손을 꺼내라는 노인의 말. 벌써 2시간이 지났나 싶어 손을 꺼내보니 망가졌던 손은 말끔하게 고쳐져있었다.
단지속의 약품이 무얼까 하는 궁금증도 잠시, 소년의 관심은 노인의 손안에서 놀고있는 돌을 향한다.
"영...아니, 스승님 손에 들고 계신건...?" -
22 이름 없음◆9fiLBVGvDA (2206713E+5) 2018. 2. 20. 오후 9:44:40소년이 손을 들어올렸을 때, 소년의 손은 부상 전과도 무언가가 달라져 있었다. 소년은 스스로의 손끝이 무언가 단단해진 것 같다고 느꼈다. 실제로, 전에 없던 금속성의 광택 같은 게 피부에 옅게 비쳐 보였다.
"뭐겠냐, 이놈아. 현대 문명의 근간. 산업의 쌀. 철이다. 철광석이지. 이제부터 네가 지겹도록 만지작거릴 놈이라는 거다. 오늘은 순서대로 광석 고르는 법부터 시작한다. 뜨거운 걸 만질 일은 없지만 용면장갑은 끼고 와라."
그 말을 남기고, 노인은 홱 돌아서서 방을 뚜벅뚜벅 걸어나갔다. 걸어나가다 말고 노인을 뒤를 돌아보며 한 마디 덧붙였다.
"단지에 든 그건 어디 적당한 데 쏟아서 버리던가 해라. 한번 썼으면 그냥 구정물일 뿐이니까." -
23 이름 없음 (9304808E+5) 2018. 2. 20. 오후 9:53:56구정물... 흘끗, 단지를 보자 단지속의 내용물은 검어져 있었다.
"뭐, 나중에 버려도 되겠지..."
소년은 그렇게 중얼거리며 용면장갑을 꼈다.
'이번에는 제대로...'
부드러운면이 손바닥을 향하게, 단단한 면이 손등을 향하게. 어제 일 이후로 용면장갑은 제대로 끼겠다고 쓴웃음을 지으며 소년은 노인이 걸어가는 방향으로 시선을 돌렸다.
보폭이 넓어서인지 노인은 꽤나 멀어진 상태.
"스승님 같이 가요!"
소년은 그렇게 외치며 노인에게로 달려갔다. -
24 이름 없음◆9fiLBVGvDA (2206713E+5) 2018. 2. 20. 오후 9:56:51# 앗, 스레주는 잠깐 심부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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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이름 없음 (9304808E+5) 2018. 2. 20. 오후 9:57:03>>24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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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이름 없음 (3045169E+5) 2018. 2. 21. 오후 12:44:18갱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