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18334505> [BL/1:1] 隙 (188)
백서현 ◆Wfh.tNtSHc
2018. 2. 11. 오후 4:34:55 - 2018. 3. 2. 오후 11:2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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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백서현 ◆Wfh.tNtSHc (2880082E+5) 2018. 2. 11. 오후 4:34:55
잘 지낼 리가 없잖아. 네가 없는 내가 멀쩡할 리가 없잖아.
/새벽 세시 -
1 백서현 ◆Wfh.tNtSHc (2880082E+5) 2018. 2. 11. 오후 4:36:17
“ 꽃다발, 좋아하면 줄까? “
이름 : 백서현 (胥炫)
나이 : 24세
성별 : 남
외모 : 뒷머리와 옆머리는 소프트 투블럭으로 밀고 앞머리는 댄디컷에 네츄럴한 볼륨펌 스타일이며 색은 늦저녁이 연상되는 다크 네이비 애쉬색으로 남빛이 많이 도는 색상이다. 머릿결은 약간 부스스하며 좋은 편은 아니다. 새하얗고 결점이 없는 피부는 말그대로 투명하다 표현 할 정도. 그 새하얀 피부에 오똑 솟아있는 매끄러운 콧대와 적당히 큰 입은 늘 붉은 빛이 감돈다. 두 눈은 올라가 고양이가 연상되는 눈매를 가졌으며 밝은 갈색의 눈동자를 가졌다. 쌍꺼풀은 없으나 적당히 크고 양쪽으로 긴 편인, 깊은 눈은 어딘가 날카로워 보이기도 한다. 짙은 눈썹은 눈과 가깝게 위치해 날이 선 인상을 더욱 강조한다. 이목구비가 짙고 미남형으로 생긴 얼굴, 웃으면 눈이 초승달마냥 접히는 게 특징. 웃는 모습은 퍽 부드럽다. 그를 아는지 잘 웃고 다닌다고. 양쪽 귀에 피어싱이 두 개씩 있으며 오른쪽 쇄골을 따라 목덜미 중간까지 이어지는 장미 덩쿨 타투가 있다. 키는 185cm에 체중은 평균보다 약간 마른 정도. 평소에 정장풍의 댄디한 옷차림을 즐긴다.
성격 : 뻔뻔하다면 뻔뻔하고, 능글맞다면 능글거린다. 기본적으로 자기 자신의 감정을 제어할 줄 아는 사람. 겉과 속이 다른 경우가 허다하다. 장난기도 많지만 적절한 선을 살짝 넘은 수위의 장난을 잘 쳐서, 주위에서는 좀 질색한다고. 비꼬거나 비아냥 거리는 것들도 잘해 시비가 잘 붙는 편이란다.
기타 :
* 18살 때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가 얼마전 귀국했다. ‘그의 말로는’ 실상으로는 희귀병에 걸린 형의 치료를 위해 미국으로 떠났으나 별 성과가 없었으며 결국 형은 병마를 이기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버렸다. 자신의 무덤은 꼭 한국에 만들어달라는 형의 부탁에 가족 모두가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다.
* 집이 꽤 잘나가는 기업가여서 부족함은 없이 살았단다.
* 현재는 무직. 귀국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그렇다곤 말하지만 아마 한동안은 무직일 것이다.
* 흡연자. 술은 어느정도 쎈 편이라고.
* 자가용 소지 중
* 오피스텔에서 현재 홀로 거주 중이다. 본가에서는 차를 타고 한시간 가량 떨어진 거리. -
2 이름 없음 (5973846E+6) 2018. 2. 11. 오후 4:38:47
“ 오랜만이네. ”
이름 : 유정연
나이 : 24
성별 : 남
외모 :
다른 색을 취급하지 않은 흑구슬 같은 눈동자가 느릿하게 꿈벅인다. 별 하나 없는 새까만 밤하늘을 담은 눈동자는 한편으로 비 맞은 강아지마냥 처연했으니 퍽 여성의 모성애를 자극하기도 했다. 하지만 남을 대할 땐 어떠했더라. 자연스러운 웃음으로 사람을 대하는 꼴이 제법 익숙해보이기까지 했다. 원래 잘 안 웃는 편은 아니지만 활짝 웃으면 양 뺨에 보조개가 쏙 패이는 것이 퍽 봐줄만은 하더랬다.
신장 178cm의 마른잔근육으로 전체적으로 슬림한 체형. 마르고 길다. 자세도 좋다. 검은색 머리카락은 결좋은 직모. 머리스타일은 쉼표머리. 정수리를 꽉꽉 채울 정도로 숱이 많다. 정수리 미남. 이마는 좁은 편이다. 샤프한 얼굴선, 콧대는 평범하고 입술은 얇다. 옅은 쌍꺼풀에 가로로 길고 큰 눈. 눈꼬리가 살짝 위로 올라갔다.
반짝반짝 화려하다기 보다는 차분하고 도시적인 이미지다. 입 다물고 있으면 무심한 듯 차가워 보이긴 하는데 그래도 아직은 앳된 느낌이 크다.
성격 : 적어도 너와는 다르지.
기타 :
-회화가 전공. 군대제대후 현재 4학년.
-서너살 무렵 부모님이 이혼한 뒤로 아버지와 둘이 살았다. 아버지가 듬직한 타입은 아니어서 이것저것 챙기고 하다 보니 외동인데도 장남 같은 성격. 안 그럴 거 같이 생겨선 요리든 청소든 잘한다. 주부 9단. 낯가림은 없지만 그렇게 살가운 성격도 아니다. 남자끼리 살아서 좀 무뚝뚝하다. 그러다 반 년 전에 아버지가 재혼해서 새어머니와 8살 어린 이란성 쌍둥이 동생들이 생겼는데 시끌벅적한 집 안이 아직도 좀 낯설다.
-매사 쿨 할 거 같은데 의외로 뒤끝 있다.
-흡연과 음주는 평범한 수준으로.
-잠을 잘 때 웅크리고 자는 버릇이 있다. 몸을 웅크린 채로 죽은 듯이 조용하게 자고 일어난다. 뒤척이거나 이불을 걷어차는 등의 버릇은 없다.
- 처방 받은 수면제가 있다.
- 맛이나 향이 강하지 않은 것을 좋아한다. 휘핑크림을 얹은 음료처럼 지나치게 달콤한 음료는 그닥. 커피는 아메리카노나 라떼를, 티는 녹차나 캐모마일, 페퍼민트를 주로 마신다. 그나마 초콜릿은 가끔 한두 개 집어먹는다.
- 집에 TV가 있기는 하지만, 먼지가 앉을 정도로 신경쓰지 않는다. 채널도 다섯 개뿐. 가끔 집이 너무 적막하다 싶을 때 소리를 작게 틀어놓는 정도. -
3 이름 없음 (5973846E+6) 2018. 2. 11. 오후 4:39:42흑 메인노래 진짜 좋다 ㅠ_ㅠ 그럼 첫상황에 대해 의논해볼까? 난 적당히 썰 나눌 때 나온 동창회가 떠오르는데 혹시 원하는 상황 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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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백서현 ◆Wfh.tNtSHc (2880082E+5) 2018. 2. 11. 오후 4:41:47응응! 나도 처음 시작은 동창회가 좋지 않을까 싶어! 처음에는 각각 캐릭터의 동창회 참가 독백을 쓰고 세 번째 레스부터 만나는 걸로...!
그리고 정연주랑 합의 하에 가끔은 과거 시점(고등학교) 이야기도 돌려보고 싶은데, 정연주 생각은 어때?? 시간순도 좋고 그냥 뒤죽박죽 된 이야기를 풀어가는 것도 좋고! -
5 유정연 (5973846E+6) 2018. 2. 11. 오후 4:47:51앗 좋아~ 나도 과거 시점의 알콩달콩했을 것 같은 분위기와 현재의 분위기가 대조되는게 보고 싶더라구 u-u♡ 시간순은 딱히 지키지 않아도 될 것 같아! 서로 하고 싶은 썰이나 '왠지 이런 일들도 있었을 것 같다' 싶은 상황이 있으면 잘 접목 시켜보면 재밌을 것 같아^ㅡ^ 난 개인적으로 학창시절 둘이서 청소당번 걸려서 전부 하교한 뒤에 단 둘이 빈 교실이나 다른 미술실이나 음악실 청소하면서 생기는 묘한 기류도 보고 싶다!
그럼 선레는 우선 다이스로 돌릴까? 선레 걸린 사람부터 독백올리구 다음사람 독백 위에 선레 올리는 건 어때? -
6 백서현 ◆Wfh.tNtSHc (2880082E+5) 2018. 2. 11. 오후 4:50:21좋아좋아!! 막 엄청 달달한 거 보다가 나중에 절정으로 치닫으면서 둘의 관계가 붕괴되고, 완전 퇴폐해진 둘의 모습도 보고싶다ㅠㅠㅠㅠ 막 도망치듯 유학 간 이후의 상황 독백도 보고 싶구ㅠㅠㅠㅠㅠ 나중에 막 정연이랑 서현이랑 그 때 이야기 하면서 정연이 우는 것도 보고 싶어졌어ㅠㅠㅠㅠㅠㅠㅠ 응응! 다이스로 돌리고 독백 두 개에 동창회 상황으로 가자!
.dice 1 2. = 1
1. 정연
2. 서현 -
7 유정연 (5973846E+6) 2018. 2. 11. 오후 4:54:11앗 나구나 그럼 써올게~ 그리고 내가 평일에는 조금 텀이 길 수도 있어서 양해 부탁할게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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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백서현 ◆Wfh.tNtSHc (2880082E+5) 2018. 2. 11. 오후 4:54:49아냐아냐 나도 평일은 바빠서...ㅠㅠㅠㅠㅠ 서로 부담 안되게 천천히 돌리자! 그럼 기다리구 있을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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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유정연 (5973846E+6) 2018. 2. 11. 오후 5:31:05무겁게 내려앉은 눈꺼풀을 억지로 힘을 주어 일으킨다. 멍하게 흔들리는 시야가 점차 초점을 맞추는 카메라 렌즈마냥 선명해졌다. 웅크린 채로 꼼짝도 하지 않아서인지, 충분한 수면시간을 갖추지 못한 탓인지 몸은 여전히 무겁고 피곤했다. 꼭 물 먹은 솜이 된 것 같아 조금이라도 움직이고 싶지 않았다. 정연은 잠시 눈을 힘주어 감으며 손으로 얼굴을 건드렸다. 다시금 천천히 눈을 뜨고서야 소파를 손을 짚으며 느릿하게 몸을 일으키자 두통이 밀려와 저도 모르게 앓는 소리를 냈다. 밤새 지속된 야작으로 세 시간 채 잠을 이루지 못한 탓이다.
잠시 마른 세수를 하며 얼굴을 감싼 손을 내려 멍하니 작업실을 둘러본다. 몇시지? 손목을 가슴팍까지 올려 시간을 확인했다. 작업만으로 찌든지도 어느덧 일주일이 다 되어갔다. 비척비척 소파에서 일어나 습관처럼 책상위에 있던 작은 약통을 열었다. 습관처럼 두통약을 입에 넣고 텀블러에 남아있던 물과 함께 넘겼다. 목울대가 위태하게 상하운동을 하며 억지로 약을 삼켜냈다. 흐트러진 머리칼을 한번 쓸어올리며 날숨을 내쉬기 무섭게 작업실 문이 열렸다.
-지금 일어났어? 어제도 야작했나보네.
피곤에 젖은 얼굴을 보며 알만하다는 듯이 웃는 친구였다. 응, 거의 다 끝났어. 대충 대꾸하며 고개를 끄덕이자 차피 공강이니 집에가서 더 쉬고 내일 오라더랬다. 정연은 구태여 거절하지 않고서 적당히 짐을 챙겨 작업실을 나왔다. 잠이 깨는 곳이 집이었으면 좋겠는 건 피차 다르지 않았으니까. 그런데 왜 무언갈 잊고 있는 것만 같은 거지. 집에 도착해 씻을 기운도 없이 침대에 쓰러지는 순간까지도 생각해봤지만 딱히 기억나는 건 없었다. 중요치 않다고 멋대로 치부했는지도 몰랐다.
때마침 제 생각을 읽기라도 한 듯 휴대폰이 울렸다. 정연은 침대 옆에 있던 작은 원형탁자 위로 손만 뻗었다. 빈손으로 눈두덩이를 문지르며 액정을 확인하자 고등학교 동창 이름이 발신자 화면에 비춰졌다. 정연은 잠시 고민하다 액정을 밀어 귓가에 가져다댔다.
"여보세요?"
잠에 겨운 목소리를 내자 옅은 한숨소리와 함께 오늘 무슨 날인진 알고 있느냐는 물음이 들려왔다. "…무슨 날인데." 여전이 피곤에서 깨지 못한 정연이 눈을 감은 채로 되묻자 저녁 7시에 동창회 모임 있던 걸 금세 잊었냐는 장난스러운 타박이 귓속에 박혔다. 그제서야 일주일 전에 했던 통화가 떠올랐다. 좀처럼 얼굴 보기 힘든 새끼들이라며 더 미뤄지기 전에 약속을 잡았었다. 항상 약속 잡으면 안 온다고 빼더니 이번에도 빼면 진짜 나쁜새끼다, 너. 친구의 말에 정연이 실없는 웃음을 터뜨렸다. 어디 무서워서 살겠냐.
"알았어, 간다, 가. 이따 보자."
대충 전화를 끊고 몸을 웅크리며 이불을 목까지 끌어올렸다. 잊고 있던 게 이거였구나. 근데 정말 이것 뿐이었나? 정연은 느릿하게 눈꺼풀을 꿈벅이며 베개에 얼굴을 묻었다. 몰라, 기억 안 나. -
10 백서현 (2880082E+5) 2018. 2. 11. 오후 5:59:19건조한 바람이 얼굴을 덮쳐왔다. 낯선 환경 속에서 천천히 들이마신 숨은 차갑고도 상쾌했으며 화끈히 달아오르는 귓볼은 찬바람 때문일지 장미꽃마냥 붉게 물들어버리고야 말았다. 가늘게 흐려진 두 눈 사이로 비치는 고층 빌딩들과 바쁘게 움직이는 자동차들은 그 시선을 던지는 것 자체로 힘이 빠지고 숨이 턱 막혀오는 재주를 가지고 있었고, 백서현은 그런 광경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이질적이기도 한 모습을 배경으로 그가 붉은 입술 사이로 물고 있던 담배 한 개비를 손가락에 끼어 떼내고 무거운 숨을 내쉬자 희멀건 연기가 허공에 피어오른다. 날카로운 눈매 안에서 빛나던 호박색 눈동자는 주위를 한 번 빙글 구르더니 이내 새파란 하늘을 좇는다. 한국에 돌아온지 일주일. —그가 다시는 밟지 않으리라 생각했던 이곳으로 돌아온지도 어느덧 일주일이 지나있었다. 그는 하얗게 피어오르는 담배연기를 물그럼 바라보더니 아직 채 다 타지도 않은 담배를 바닥에 떨어트리고는 새카만 구두로 짓눌러 뭉개버렸다. 다시금 건조한 공기를 크게 들이마시던 그는 짙은 갈색 코트에 양 손을 푹 찔러넣으며, 쌉쌀한 미소를 피어낸다.
“ 알아. 갈 거야. 내가 그렇게도 보고 싶었어? “
차가운 휴대전화 액정이 그의 귀와 볼에 닿는다. 한국에 온지 이제 겨우 일주일이 되었건만, 그의 어릴 적 친구들은 그런 그의 사정을 헤아리지도 않은 채 동창회에 나오라며 성화를 부리고 있었다. 초승달마냥 말려 올라가는 입술에서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동창회라. 차마 입술 밖으로 흐르지 못한 중얼임이 입 안을 맴돌았다. 꼭 오라는 친구의 한마디로 끊겨버린 전화기를 제 주머니에 찔러넣으며, 그가 제 차량의 손잡이를 잡아끌었다. 운전석 시트에 몸을 기대며 그가 적막을 깨트리고 회색빛으로 물든 한숨을 내쉬어낸다.
자동차 앞유리에 비친 도시의 경관에 그가 건조한 숨을 내뱉는다. 붉은 빛이 일렁이는 신호등은 바뀔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고 제 앞으로 까마득히 몰려있는 무채색의 자동차들은 하나같이 여유가 없었다. 뭐, 그가 머무르던 도시는 안그랬겠냐만. 그래도 그는 자유를 추구하는 남자였다. 하나같이 모순적인 자유들을 갈망하는 남자였다. 드디어 녹색 신호등에 불이 들어와 그가 천천히 악셀을 밟아누르는 순간, 다시금 그의 전화기에서 벨소리가 울려퍼진다.
“ 재촉 안해도 가는 중이야. 운전 중이니 끊자. “
그를 재촉하는 목소리에 그가 미간을 찌푸렸다. 전파를 타고 흐르다 다시 자동차의 스피커를 통해 흐르는 목소리는 몇 번이고 그의 대답에 의심을 품어냈다. 네비게이션을 보여줄 수도 없고, 그냥 기다리면 안돼? 질렸다는 듯 가라앉은 목소리로 짤막히 대꾸하던 그는 이내 도착했다. 라는 말을 마지막으로 통화를 끊어버린다. -
11 유정연 (5973846E+6) 2018. 2. 11. 오후 6:38:42오후 다섯시가 넘어서야 눈을 떴다. 알람이 귀따갑게 울려댔다. 시끄러워. 절로 욕지기가 입술에 흐를 것만 같았다. 이불을 머리끝까지 올린 채로 바지락대던 정연이 한참뒤에야 마지못해 이불 안에서부터 손을 뻗어 대충 휴대폰 볼륨 버튼을 눌러 알람을 껐다. 괜히 안 갔다가 무슨 소리를 들을까 싶어 겨우 동면에 깬 뱀마냥 몸을 움직였다.
피곤에 절어 씻는 와중에도, 따뜻한 물 아래에서 아무런 생각 없이 졸기도 한다. 물 위에 떠가는 거품이 수챗구멍 사이로 움푹 꺼지는 것을 보며 실제로 씻는 시간의 네 배 다섯 배는 물을 틀어놓고 있는다. 이따금 코피가 나고, 구딩 닦아내지 않아도 얼굴을 때리는 물줄기에 쉽게 씻겨나간다. 코에서 입술을 지나 턱을 따라, 목에서 가슴으로 그리고 더 아래로. 한숨을 내쉬며 얼굴을 쓸었다. 물이 번지고 생각도 번진다. 더 이상 아무런 의미도 없는 것처럼.
택시에서 내리자 약속시간 보다 10분 정도가 지나있었다. 또 잔소리 듣게 생겼네. 정연은 터틀넥에 입술을 묻고 발걸음을 내딛었다. 딱히 빨리 갈 생각은 없었지만 시린 밤바람이 뺨을 날카롭게 스쳐지나가기를 반복하자, 정연은 하는 수 없이 걸음을 재촉하는 수밖에 없었다.
식당문을 열자 문에 달린 종이 울렸다. 차갑게 얼어붙은 손을 입김으로 녹이며 익숙한 얼굴을 찾자 때마침 저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다. 마주앉을 수 있도록 테이블을 길게 붙여 세팅한 곳에서 저를 발견한 낯익은 얼굴들이 하나 둘 일어났다. 야, 빨리도 온다. 개중에서 가장 막역한 친구 하나가 다가와 어깨에 팔을 둘렀다. 정연은 찌푸린 채로 웃으며 코트를 벗어 의자에 걸었다.
"차가 많이 막혔어. 잘 지냈어? 어째 얼굴들은 하나도 변한 게 없네."
자리에 앉아 친구들을 둘러보며 자연스럽게 말문을 트자 공감하는 웃음소리가 추임새마냥 따라붙었다. 동창회를 기획한 한때 고등학교 회장이었던 친구가 맥주와 메뉴를 주문하자 정연은 나른하게 의자에 기대 앉아 물었다.
"스무 명 좀 안 되네. 다 온 거야?"
-어어, 아니. 한 명 더 올 거야.
제 말에 주문서를 확인하던 친구가 고개를 내저었다. 정연은 잠시 눈동자를 굴리다 다시금 물었다. 누가 또 오는데? 정연의 물음이 끝나기도 전에 다시금 식당문이 종소리를 내며 열렸다. 어, 왔네. 친구가 말했다. 정연은 숨쉬듯 그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저도 모르게 소리 없이 숨을 삼켰다.
무언가 쿵 하고 떨어지는 듯한 소리가 환청처럼 귀를 때렸다. 반갑게 손을 흔들며 그의 이름을 외치는 친구들과는 달리 꼭 저 혼자만 동떨어진 세상에 떨어진 것처럼, 어쩌면 그와 저를 제외한 모든 것들이 슬로우모션처럼 움직이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 안에서 정연은 파문이 인 눈동자로 얼어붙어, 의자에서 꼼짝도 할 수 없었다. 시간이 멈췄다. 그대로 숨이 멈췄다. 네가 왜 거기있는 건데. -
12 백서현 (2880082E+5) 2018. 2. 11. 오후 6:56:40그나마 다행인 건 동창회 장소로 지목 된 식당의 주차장이 넓었단 점일까. 주차를 마치고 잠시 휴대전화를 만지작거리던 서현이 손잡이를 밀며 몸을 펴낸다. 순간 차갑고 날카로운 바람이 얼굴을 할퀴듯 매만지고 지나가 약간 눈살을 찌푸리긴 했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평온한 표정으로 차 문을 닫아낸 그는 느릿히 식당 가까이로 발걸음을 옮겨낸다. 웃기는 놈들이야, 학교 마치기도 전에 유학이나 가버린 놈이 뭐 반갑다고. 가늘게 흐려진 눈으로 주위를 둘러보던 서현이 픽 자조적인 웃음을 내뱉는다. 아—, 그 애도 있을까. 대답 없는 물음은 저 홀로 새카만 어둠을 헤매인다.
“ 오랜만이네—. “
새카만 손잡이를 잡아당기자 따뜻히 데워진 공기가 그를 반겨온다. 딸랑이는 종소리가 끝나기 무섭게, 그가 느릿히 말꼬리를 잡아늘리며 눈꼬리를 접어 웃는다. 어디 기억나는 얼굴은 있을까 라는 생각이나 품으며 가게를 둘러보던 그의 눈에 아주 익숙한 얼굴이 들어온다.
“ 다들, 반갑네. “
입을 떼내고 흐르는 잠깐의 적막, 그는 급히 말을 마무리하며 한껏 말아낸 눈꼬리를 풀어낸다. 아, 너도 있었구나. 그의 눈동자가 다급히 굴러간다. —그래, 네가 있었지. 내가 어떻게 널 잊어. ‘ 정연아, 안녕. ‘ 차갑게 식은 눈동자로 당신을 바라보며. 그가 작게 입을 달싹인다.
바라만 보는 걸로도 마음이 일렁이던 사람. 생각하는 걸로도 얼굴에 복사꽃이 피어오르던 사람. 그가 잊을 리가 없었던 사람. 그가 발걸음을 뻗어 태연히 정연과 마주보는 자리의 의자를 끌어내 몸을 굽혀 앉고는 천천히 두 눈꺼풀을 깜빡인다. 주위의 소리가 점점 작아지듯 웅얼이고 초점은 오로지 정연만을 향하며 폭을 좁혀낸다. 점점 좁아지는 시야의 끝은, 바로 너야. 호박색의 반짝이는 눈동자는 오로지 당신의 눈동자만을 좇아 움직인다. 서현과 정연의 사이에는 몸을 무겁게 짓누르는 적막만이 감돌고 있다.
“ 오랜만이다. 정연아. “
먼저 방아쇠를 당긴건, 백서현이었다. -
13 유정연 (5973846E+6) 2018. 2. 11. 오후 7:55:55뒷목이 뜨거웠다. 저를 향해 입모양으로 인사하는 그가, 고등학교 시절의 소년의 모습으로 오버랩되었다. 아무도 없는 빈 교실. 열린 창문으로 들어오는 바람에 흩날리던 커텐. 그 안의 우리. 서로 붙어 있었나. 혹은 마주 앉았나. 손은 잡았었나. 흩날리는 커텐 뒤로 겹쳐진 두 그림자. 맞닿은 손은 뜨거웠고, 서툴었던 입맞춤도, 이에 서로 어쩔 줄 모르고 흘렸던 웃음소리까지. 일류 문학소설의 한 구절처럼 이대로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너를 만나서 행복했고, 너를 만나서 고통스러웠다. 마음이 떠나버린 육신을 위로하고 끌어안으며 뒤척이던 밤이면 머리맡에서 툭툭 꽃잎이 지는 소리가 들렸다. 백목련 지고 난 뒤 자목련 피는 뜰에서 다시 자목련 지는 날을 생각하는 것이 고통스럽다. 꽃과 나무가 서서히 결별하는 시간을 지켜보며 나무 옆에 서 있는 일은 힘겨웠다. 스스로 참혹해지는 자신을 지켜보는 일은.
그가 점차 시야에서 가까워질 때야 정연은 시선을 피하며 입안의 연한살을 깨물었다. 그래, 사랑할 만한 상대는 아니었다. 아니었지. 그 사실이 제 눈과 마음으로 생생하게 인식되었지만, 멍청하고 철없게도 자신은 오히려 그런 것들에 이끌려 극복해볼 수도 있을 거라는 어이없는 의지로 그를 사랑했다. 사랑했었다.
맞은편에서 의자 끌리는 소리가 들려도 정연은 좀처럼 시선을 올릴 수 없었다. 오랜만이다. 정연아. 깊이 찌르는 낮은 목소리에 테이블 아래로 숨겼던 손끝이 움찔댔다. 부르지 마. 그렇게 부르지 마. 그런 목소리로. 정연은 무언가 말하려 입을 뗐지만 막상 하고 싶은 말 따위는 없다는 걸 깨달았다. 한 번 소리없이 웃고 다시 입을 다물었다. 형언되지 않은 기분이 기묘하게 소용돌이쳤다. 한 번 일기 시작한 바람은 헤묵은 감정을 파헤치고는 했다. 좋은 징후는 아니었다.
목소리가 들리는 곳을 따라 그를 겨우 마주했다. 제 속내를 들키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감정을 억눌렀다. 희움한 어둠살이 숲그늘처럼 어린 무심한 얼굴은 웃어도 웃어도 도무지 환한 인상을 줄 법한 모양이 아니었다. 정연은 마른 입술을 떼며 대답했다.
"그래, 너도. 그대로네."
그 이상도, 이하도 바라지 않은 목소리였다. 짧은 대답 이후로는 더 입술을 떼기 힘들었다. 그런 저를 아는지 모르는지 제 표정을 발견한 친구가 눈치없이 끼어들며 제 어깨를 건드렸다.
-야, 일부러 말 안 하긴 했는데 그렇게 놀랐냐? 하긴, 너네가 좀 가까웠어야지.
"아니야. 쓸데없는 소리마."
정연이 억지로 입술을 올리며 화제를 잘라냈다. 때마침 준비된 음식과 맥주가 하나 둘 테이블을 채웠다. 맥주잔 손잡이를 매만지던 정연은 타는 속을 맥주로 식혔다. -
14 백서현 (2880082E+5) 2018. 2. 11. 오후 8:19:43너를 만난 건 행운이었을까 불행이었을까. 삶에 비친 한줄기의 달빛이었을까 나락으로 떨어지기 전 마지막 볕이었을까. 차분히 가라앉은 눈은 일말의 동요도 없이 똑바로 그를 응시한다. 너는 하나도 변하지 않았구나. 그 새카만 눈동자도 살짝 올라간 눈도 처연한 눈빛도. 씁쓸한 무언가가 울컥 튀어나오려 하자 서현이 애써 그 숨을 삼켜낸다. 천천히 두 눈을 깜빡이니 나를 보며 미소 짓던 네가, 다시 한 번 깜빡이니 그림자가 드리운 얼굴로 애써 눈을 피하는 네가 겹쳐 그의 눈을 가린다. 언젠가 사랑을 속삭였던 그 얼굴은 이제 더이상 과거에 머물러있지 않았다. 과거의 너를 사랑한 과거의 나는 이미 바람과 함께 바스라진지 오래였을까.
“ 그래? “
느릿히 그가 입을 열었다. 분명 그 입에서는 달콤한 속삭임이 흘렀는데 왜 지금 너의 입에서는 차갑게 가라앉은 목소리가 흐를까. 애석하게도 그 정답을 제일 잘 알고 있는 건 바로 그였다. 눈앞에 들이닥친 진실 앞에서 두 눈을 감고 고개를 돌려버리는, 책임을 지워내려 안간힘을 쓰고 있던 그였다.
“ 그러게, 우리가 여간 친했어야지. “
이름 조차 기억나지 않는 누군가의 말소리에 서현이 눈꼬리를 접으며 웃음을 띄워낸다. 그가 제 앞에 들이밀어진 맥주잔을 쥐고 맥주를 한모금 넘겨내 뜨거워진 속을 잠재우며 다시 시선을 옮겨 정연을 바라본다.
“ 이제 한국에서 지낼 예정이니까. 너희들 모두 연락처 다시 알려줄래? “
나긋한 목소리는 오로지 정연을 향한다. 그는 고개를 돌려 다른 이들을 한 번씩 바라보고는 다시 희미한 미소를 띄우며 정연을 바라본다. -
15 유정연 (5973846E+6) 2018. 2. 11. 오후 8:52:51꽃잎이 흩날리듯 기억이 이지러졌다. 친구의 말에 적당히 맞장구를 쳐주는 입술을 가만 바라본다. 잘도 그렇게 말하는구나, 넌. 너한텐 그저 스쳐지나간 바람. 결코 중요치 않은 일이었지. 아무것도 미련이 없다는 듯이, 그렇게. 정연이 다시금 시선을 내리깔며 맥주잔에 입술을 가져다댔다. 차가운 맥주가 물처럼 넘어갔다.
한국에서 계속 지낼 예정. 맞아, 얘네 집 잘 살지. 늘 평범하지 않았다. 얼굴도, 성격도, 주변 관계도. 꼭 꽃 주위를 맴도는 벌들마냥 그 주위에는 친구들이 끊이지 않았다. 나는 아마 개중의 하나쯤은 되었겠지. 정연은 맥주잔을 내려놓고 그를 바라보며 의미 없는 미소를 희끄무리하게 깨물렸다. 그런데 이제는 아니라는 건 너도 알고, 나도 알고. 하나 둘 그에게 휴대폰을 내밀며 번호를 알려주는 친구들 틈에서 정연이 덤덤하게 말했다.
"아…, 난 조만간 번호 바꿀 거라서."
거짓말이었다. 아니, 차라리 바꾸는 게 더 나을지도. 동창회도, 때묻은 추억도, 너도, 전부 오늘까지만 하고 싶으니까. 우리는 그냥 각자 제 환경에서 살아가는 바쁜 개미들에 불과하니까. 너와는 다르지.
제 말에 아예 연락 끊고 살려고 그러냐며 회장이 호탕하게 웃을 때도 정연은 그저 "네가 그렇게 끈질기게 전화하는데 못 끊을 건 또 뭐야." 하고 마음에도 없는 우스갯소리를 지껄였다.
음식이 전부 나오자 회장이 자리에서 일어나 건배제의를 했다. 모두가 잔을 들고 술을 채웠다. 마시고, 먹고, 마시고, 먹고. 한참을 그렇게 동창회 분위기를 띄우는 회장 덕에 밤이 깊어도 술잔은 비워질 생각을 않았다.
정연은 어질한 이마를 한손으로 감싸며 열에 들뜬 얼굴로 음식만 깨작깨작 집어먹었다. 토할 것 같아. 바람이나 쐬자.
"나 담배 좀 태우고 올게."
코트를 들고 일어나 겨우 중심을 잡은 걸음걸이로 자리를 벗어났다. -
16 백서현 (2880082E+5) 2018. 2. 11. 오후 9:05:38정연의 말에 그가 두 눈을 느릿히 깜빡이며 입꼬리를 올린다. 아마도, 그건 거짓말이겠지. 너는 예전부터 거짓말에 재주는 없었으니까. 과거에 얽매인 기억을 읽어내던 그가 말 없이 맥주를 들이킨다. 수 많은 이들이 제 휴대전화에 연락처를 저장하는 순간에도 그의 시선은 오로지 유정연, 당신만을 향한다. 일순간 마음 한 구석이 일렁이는 감정에 그가 입술을 꾹 깨문다. 익숙치 않은 감정이 그의 마음 속에서 싹틔워지고 있다는 게 여실히 느껴졌다.
“ 나 잠시만, 오랜만에 마셨더니 술기운이 좀 오르네. “
물론 이마저도 속이 보이는 거짓말이었다. 그는 정연이 코트를 들고 바깥으로 걸어나간 뒤에야 의자를 뒤로 끌어내며 정연의 뒤를 쫓아나간다. 찰랑이는 종소리가 들리기 무섭게 차가운 밤바람이 가게 안으로 흘러들어왔다. 작게 숨을 내쉬어도 새하얀 입김이 담배 연기마냥 피어올랐고, 그 뒤에는 네가 있었다.
새카만 밤하늘 사이에 떠오른 달이 너를 비춘다. 꽃에게 날아가는 나비마냥 나는 어쩔 수 없이 너를 찾는다. 유일히 내가 통제할 수 없는 감정이자 감각. 그가 느릿히 두 눈을 감았다 뜨며 코트 안주머니를 뒤적인다.
“ ...나 안반가워? “
무거운 적막을 들어내며 그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가 정연을 향한다. 너와의 거리는 겨우 한 발자국을 내뻗으면 닿을 정도였지만. 너와 나의 사이는 저 하늘과 이 땅의 끝. 지극히도 뻔뻔한 말을 내뱉는 그 얼굴이 씁쓸한 미소를 삼켜내고야 만다. 안주머니를 뒤적이던 그가 담배갑에서 담배 한 개비를 꺼내 입에 물었다.
“ 아, 라이터가 없네. 빌려줄래? “
그의 눈동자가 당신을 향한다.
그는, 자신의 감정도 속일 수 있는 인간이었다. -
17 유정연 (5973846E+6) 2018. 2. 11. 오후 9:28:43목끝까지 치민 열기가 헛구역질처럼 밀려왔다. 속이 쓰렸다. 정신차려. 어질한 시야너머로 거리의 네온사인이 눈에 어른거렸다. 열기에 찬 얼굴을 찬바람이 쓰다듬는다. 담배 한개비를 입에 물고 라이터로 불을 지폈다.
너네 혹시 뭐 있냐? 사귀어? 1반애가 그러던데 너네 둘이 교실에서…
악몽처럼 떠나지 않는 시선과 의심의 목소리가 다시금 이명처럼 머릿속을 울렸다. 겨우 잊고 사나 했는데. 정연이 손가락에 담배를 걸치고 깊이 빨아들인 뒤 떨리는 호흡과 함께 연기를 뱉어냈다. 그와 다시 재회한 이후로 손에 남은 희미한 떨림이 쉬이 가라앉지 않는다. 정연은 담배를 쥔 채로 빈손으로 손등을 부여잡았다. 괜찮아. 씨알도 먹히지 않을 위로를 스스로에게 건네고.
이윽고 뒤이어 들리는 문소리에 정연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손을 거두고 다시 담배를 입술에 물었다. 담배를 찾으면서 묻는 목소리가 퍽 달콤했다. 정연이 식당 안에서와는 달리 차가운 얼굴로 덤덤하게 담배를 빨았다. 안 반갑냐고? 정연이 실소했다.
"대답은 네가 더 잘 알잖아."
시선도 안 마주치고 다가가 그가 입술에 문 담배에 불을 붙여준 뒤 물러나 벽에 등을 기대었다. 벽에 진 그늘이 표정을 가리웠다. 애써 태연하게 담배를 빨았다. 그래도, 너는, 너만큼은 그러지 말았어야지. 시선을 내리깐 채로 재가 떨어진 바닥만 가만히 내려다본다. 날 떠나지 말았어야지. 너만큼은, 날 안아줬어야지. 정연이 담배를 손가락에 걸친 채로 재를 떨구었다. 희미하게 갈라진 목소리로 감정 없이 물었다.
"왜 돌아왔어?" -
18 백서현 (2880082E+5) 2018. 2. 11. 오후 9:42:53—대답은 네가 더 잘 알잖아. 쓰라린 정연의 한마디는 가시가 되어 되돌아온다. 그는 대답 대신 쓰린 웃음을 삼키며 어깨를 작게 으쓱일 뿐이었다. 마음이 복잡했다. 이대로 입을 다물고 너와 영영 엮이지 않고 살아가고 싶었고, 모든 건 나의 뜻이 아니었다고 너에게 해명하고 싶었다. 입을 다물어 당장 돌아가고 싶었고, 너를 품에 안고 싶었다. 얼굴을 쓰다듬는 찬바람에 겨우 정신을 차린 그가 붉게 달아오른 얼굴을 몇 번 매만졌다. 술기운이 오른 탓일까. 다시금 생각해보면 그는 술에 약한 편은 아니었다.
제가 문 담배에 불을 붙이려는 정연의 제스쳐에 반사적으로 몸을 약간 움찔이더니 이내 힘을 풀고 숨을 들이마신다. 희미한 연기가 피어오르는 담배를 물고 물그럼 정연을 바라보던 그는 메마른 정연의 질문에 담배를 떼내어 숨을 내쉬었다.
“ 내가 뭐라고 대답했으면 좋겠는데? “
분명 그는 질문을 던졌건만, 그 질문을 되받아치기라고 하듯 그가 실없는 미소를 머금는다. 말을 끝마친 뒤 다시 담배를 문 그는 두 눈을 너른히 내려감으며 오른손으로 제 목덜미를 문지른다. 새카만 장미 덩굴이 그의 손에 쓸려내린다. 솔직하게 말할 수 있을까? 형이 죽었다고, 모든 건 가족 때문이었다고. 그는 겁쟁이였다.
“ 보고 싶었어. 진심으로. “
이 만큼은 거짓이 없는 순수한 대답이었다. 비행기에 오르는 순간에도, 낯선 땅에 발을 붙였을 때에도, 숨이 다해가는 형의 손을 붙잡았을 때도, 영어도 못하고 인종도 다르다는 이유로 비웃음을 샀을 때도, 오로지. 네 생각 뿐이었어. 어쩌면 이제 색이 바래버린 감정일지도 모른다. 지금 이 감정이 사랑이 아닐지도 몰랐다. 과거의 향수에 취해 왜곡 된 감정일지도 몰랐다. 그저 사랑이라 착각하며, 과거의 감정에 얽매인 걸지더 모른다.
그럼에도, 네가 보고 싶었어. -
19 유정연 (5973846E+6) 2018. 2. 11. 오후 10:24:15"농담도 정도껏 해. 떠난 건 넌데 왜 나한테 물어."
본능적으로 가시를 세운 고슴도치처럼 말에는 뼈가 있었다. 나라면 말하지 않아도 알 거라고, 나라면 무슨 이유든 이해해줄 거라고 생각했어? 목까지 차오른 말을 내뱉지 못해 턱턱 막힌다. 몇번이고 들이부은 알코올에 정신력이 올곧지 못했다. 정연은 담배를 쥔 채로 잠시 질끈 감을 눈가를 건드렸다. ─보고 싶었어. 정연이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하지마. 헤묵은 기억의 태엽이 다시금 돌아가는 것만 같았다. 멈춰. 시계초짐소리를 내며 과거를 거스른다. 정연이 깨문 입술에 힘을 풀며 천천히 눈을 떴다. 얼굴을 가리우던 손을 치우고 어딘가 지독한 데가 있는 미소로 그를 바라보았다. 무겁게 입술이 떨어졌다.
"그래, 나도 그랬어."
보고 싶었어. 힘없이 중얼거렸다. 네가 보고 싶었다는 것보다 더, 네가 보고싶어했던 것보다 더. 그런데,
"근데 이젠 아니야. 한참 전부터 아니었어. 그러니까 정신차려, 백서현."
너 혼자 과거안에 살지마. 이젠 아무것도 아닌 일이야. 네가 더 잘 알잖아. 네가 끊은 거잖아. 난 매달렸는데, 붙잡았는데 넌 아니었잖아. 정연이 마지막으로 담배를 빨고 바닥에 버려 신발로 지졌다. 달빛을 등진 그의 눈동자를 바라보며 천천히 다가갔다. 한 발자국을 남기고 멈춰선다. 보고 싶었다고? 보고 싶었다고. 정연이 지금까지의 말을 부정하듯 지껄였다. 지랄하지마.
"…피차 끝난일로 서로 가증스럽게 굴지는 말자. 더 있을거면 더 피우다 들어와."
일방적으로 대화를 갈무리했다. 더는 의심사는 꼴은 보이고 싶지도 않았다. 정연이 망설임없이 그를 지나쳤다. -
20 백서현 (2880082E+5) 2018. 2. 11. 오후 10:38:21그의 말 하나 하나가 가시가 되어 돌아온다. 이미 각오한 일이었지만, 그 고통은 그 상상보다도 더욱 쓰라렸고 그는 말 없이 입안의 연기를 털어낼 뿐이었다. 틀린 말은 없었다. 떠난 건 나였고 방관한 것도 나였다. 남은 아픔을 모두 너에게 쏟아붇고 사라진 것도, 나였다. 그럼에도 너의 목소리를 더욱 듣고 싶었던 건 순전히 술기운이 올랐기 때문일까.
보고싶었다는 그의 말에 나도 그랬다는 대답이 들려오자, 그가 다시금 담배를 빨아들인다. 연기가 차오르는 감각이 어딘가 허전했다. 분명 그럴 리가 없었는데, 왜 네 말 한마디에 이리도 마음이 공허할까.
“ 정연아. “
무슨 말을 해야할지 한참을 고민했다. 적절한 대답은 떠오르지 않았고 그의 입은 한참을 달싹이다 결국에는 그 이름을 뱉어내는 게 겨우였다. 한심하네, 자조적인 웃음을 내뱉으며 그가 제 이마를 문지른다.
“ 내가 무슨 말을 해도, 넌 믿지 않을 거잖아. “
그의 입은 좀처럼 제 생각대로 움직이질 않았다. 가시가 돋친 한마디가 그의 입술을 타고 흘러내렸다. 그 가시에 생채기가 난 듯 마음이 너무도 쓰라리다. 이것도, 술기운에 그런 것이라고. 그는 제 스스로를 다독인다. 그가 거의 다 태워진 담배를 바닥에 떨어트려 짓밟고는 후우, 남은 연기를 뱉어낸다. 두 눈을 깜빡이자 정연이의 얼굴이 달빛에 비추어진다. 그도 이제는 알 수가 없었다. 마음을 일렁이는 감정은 도대체 무엇일지, 저가 어떤 행동을 해야할지. 모순 된 자유는 그를 옥죄인다.
“ ...아까 네 번호 얻었어. 연락할게. “
한참이나 미간을 문지르던 그가 나직히 입을 열었다. 얼굴에 걸린 옅은 미소는 이내 차갑게 굳어지고 만다. -
21 유정연 (5973846E+6) 2018. 2. 11. 오후 10:48:55답레는 내일이나 나중에 이을게 ㅠ0ㅠ 슬슬 상황은 슬슬 마무리하는게 좋을까? 그럼 아마 내쪽에서 막레하는 게 나으려나 ;-; 아니면 더 이어가봐도 상관없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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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백서현 (2880082E+5) 2018. 2. 11. 오후 10:57:29응응! 천천히 줘! ;) 답레는... 음 정연주가 원하는대로 해줬음 좋겠어! 나도 더 이어가도 좋고, 끝내도 좋으니까!!
ㅠㅠㅠㅠ정연이 너무 아련한 거 아니냐고ㅠㅠㅠㅠㅠ 정연이 최고야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
23 백서현 (3696619E+5) 2018. 2. 12. 오후 4:44:47서현주 갱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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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유정연 (7776806E+6) 2018. 2. 12. 오후 10:33:07정연아. 제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는 뭐라고 내뱉어야 할 것 같아 나온 듯한 어투였다. 그만큼 달콤했고, 그만큼 미웠다. 한때는 밤마다 그 목소리로 제 이름을 귓가에 속삭여주는 발칙한 상상을 하기도 했었다. 그가 미워도 놓지도 못하고 살았을 때. 그렇게 끝까지 잊지도 못하고 혼자 멍청하게 살 것 같았는데.
제 마음과는 달리 우뚝 멈춘 발이 저려왔다. 그를 등진 채로 서있던 정연의 얼굴 위로 알수 없는 빛깔 하나가 지나친다. 떨리는 손을 코트 안으로 집어넣으며 애써 태연하게 대답했다.
"그래."
짧아진 어투. 더는 믿지 않겠다는 말. 너를 믿는 순간 종국에 다시 혼자 남고 버려질 건 나라는 걸 아니까. 정연은 마른 침을 소리 없이 삼키고서야 덧붙일 수 있었다.
"그러니까 더는 내 인생에 들어오지마."
너 없는 세상이 이제야 겨우 살만해졌으니까. 너는 무슨 표정을 짓고 있을까. 화가 났을까. 윽박을 지를까. 그저 평소 너처럼 능글맞게 넘겨짚을까. 어쩌면 울고 있을까. 머리가 어질했다. 눈앞은 흐릿했다. 공기가 저리고 혀끝도 굳어갔다.
결국 연락하겠다는 말에도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한 채 도망치는 사람처럼 식당 안으로 들어왔다. 조금 취한듯한 회장이 그의 행방을 물어도 정연은 "돈 이체했어. 나 사정이 생겨서 먼저 갈 테니까 더 놀다가." 하고 제 소지품을 챙겨 나왔다. 뒤에서 저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지만 더는 대답할 여유따위 남아있지도 않았다. 여즉 밖에 남아있던 그를 보고도 그저 빠른 걸음으로 그를 지나쳐갈 뿐이었다. -
25 유정연 (7776806E+6) 2018. 2. 12. 오후 10:35:03막레처럼 쓰기는 했는데 서현이의 행동변화에 따라서 이어줘도 되고 여기서 마쳐도 좋을 것 같아 ^~^
헉 마음에 들어해서 내가 다 기쁘구...서현이야말로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너무 좋아... 이마 문지르면서 겨우 내뱉는 것도 좋구 그냥 존재 자체가 사랑입니다 ㅠㅡㅠ -
26 유정연 (7776806E+6) 2018. 2. 12. 오후 10:39:40>>24 첫번째 문장의 '~뭐라고 내뱉어야 할 것 같아 나온 듯한 어투였다.' > '뭐라도 내뱉어야 할 것 같아 나온 듯한 모양새였다.' 로 수정할게 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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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백서현 (3696619E+5) 2018. 2. 12. 오후 10:40:35정연주 레스로 막레하면 될 거 같아!! 첫 일상 잘 끝내서 기쁘다 고마워 정연주!! ;)
정연이 진짜 심정묘사가ㅠㅠㅠㅠㅠㅠㅠ너무 예쁜 거 아니냐구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정연이 최고다....(눈물) 정연이 진짜ㅠㅠㅠㅠ 내가 애정해ㅠㅠㅠㅠㅠㅠㅠㅠㅠ
으음 다음 일상은... 이렇게 된 거, 서현이가 끈질기게 연락을....(스토커 -
28 유정연 (7776806E+6) 2018. 2. 12. 오후 10:54:28앗 서현주도 첫일상 수고했어 고마워 :>(붕방방) 앞으로 둘 이야기가 기대되네 uu.
서현이 심정묘사나 행동묘사도 너므너므 보배로운걸 ㅠㅠㅠㅠㅠㅠㅠㅠ 서현이도 내가 많이 애정해..!!(야광봉)
그러게 다음엔 뭐가 좋을까 서현이 번호 몰라서 처음엔 모르고 받을 것 같긴 한데 으으므믐 접점을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가 고민이네 8~8 -
29 백서현 (3696619E+5) 2018. 2. 12. 오후 11:01:48나두...퓨ㅠㅠㅠㅠㅠㅠㅠ 정말 정연주 레스 하나하나 받을 때마다 너무 기쁘고 벅차구ㅠㅠㅠㅠㅠㅠㅠㅠㅠ
으음... 정연이가 서현이의 어떤 부분에 약할까? 그걸 알면 아마 서현이가 그걸 집요하게 파고들어서 어떻게든 만나려고 애쓸 거 같기도 한데...! 막 아프다고 전화해서 엄청 아픈 척 연기한다던지...! -
30 유정연 (7776806E+6) 2018. 2. 12. 오후 11:07:40사실 정연이는 서현이한테 다 약하지만 특히 목소리에 되게 약해. 그래서 아픈 척 연기해도 충분히 속고서 내적갈등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8ㅁ8
나도 궁금한데 혹시 반대로 서현이는 정연이의 어디에 약할까? -
31 백서현 (3696619E+5) 2018. 2. 12. 오후 11:11:35오 그럼 아픈 척을...! (약았다
음 사실 서현이도 다 약하긴 한데... 오늘처럼 일부러 막 차갑게 구는 모습이나, 이제 우리는 끝났다고 하는 거에 많이 약해! 뭐랄까 그런 말 들으면 마음이 아파와서...(횡설수설) 사실 서현이는 지금 감정 자체도 되게 복잡하고 막 이리저리 얽혀서... 그리고 막 ‘ 나는 너 없어도 잘 살아! ‘ 이런 모습에도 약하고, 약한 모습... 같은거? 막 낑낑 거리면서 힘들어하는데 죽어도 서현이한테는 들키기 싫어하고 티 안내려하는 모습에도! 그리고 무엇보다도 정연이의 표정에 많이 약한 거 같아...!! 그리고 다른 면이라면, 아마도 울먹거리는 모습을 보인다면 바로 안으려 들지도 모르겠다.....! -
32 백서현 (5970307E+5) 2018. 2. 13. 오후 4:16:12묻힌 거 같아서 다시 갱신할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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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유정연 (1176451E+5) 2018. 2. 13. 오후 8:24:56>>31 헉 그렇구나..! 정연의 표정에 약하다니 88!(메모) 그리고 말해준 게 지금 정연의 상태랑 비슷해서 놀랐다 ㅠ0ㅠ! 나중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로 체념하는 모습이 떠오르네. 서현이는 자기 목소리에 약하다는 걸 알고 있을까 u-u 정연이 흔들린다는 걸 알고 파고드는 모습도 떠오르구 그러네!
흐윽 안아준대...(심쿵사) 음 그럼 다음상황은 서현이가 계속 연락한 상황인건가? 아니면 지금 막 떠오른 건데, 정연이가 동기들이랑 술 진탕 마셔서 몸도 제대로 못 가누니까 동기들이 통화내역에 가장 많이 있는 사람 아무나 눌러서 통화했는데 그게 서현이었다던가 하는 상황! 혹시 하고 싶은 상황 있니? -
34 백서현 (2695114E+4) 2018. 2. 13. 오후 8:29:27목소리에 약하단 건 아직 모르지만 아마 근시일 내에 눈치 챌 것 같기도...! 좀 알아챈 뒤로는 그 점을 이용할 거 같아! 헉 정연이ㅠㅠㅠㅠㅠ 체념하다니ㅠㅠㅠㅠㅠㅠ 약간 서현이는 막가파...라서!! 닥돌일 거 같기도 하다...!!
헉 두 번째 상황 쩐다...!! 그거 좋을 거 같아!! 아니면 거기 동창 친구가 하나 껴있어서 서현이를 불렀다던지...! 조아조아!! (방방
ㅋㅋㅋㅋ 정연주랑 나랑 되게 잘 맞는 거 같다!! 나도 방금 오늘 일 끝나고 막 접속했는데!! (방방 -
35 유정연 (1176451E+5) 2018. 2. 13. 오후 8:31:22앗 그래도 좋겠다! 동창 친구가 같은 과라서 계속 같이 지냈다는 거면 좋을 것 같아(붕방방)
헉 타이밍 쪼아!ㅋㅋㅋㅋㅋㅋ 그럼 혹시 선레 부탁해도 될까?ㅠ_ㅠ 전화 받았다는 식으로만 써줘도 돼요 나 잠깐 하던 일 마무리만 하고 올게 8ㅁ8 -
36 백서현 (5970307E+5) 2018. 2. 13. 오후 8:34:48응응!! 내가 선레 써올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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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유정연 (1176451E+5) 2018. 2. 13. 오후 8:45:42고마워~!!! 헉 그리고 정연이 술 심하게 취하면 자기 좋을대로 스킨쉽해서 혹시 불편하면 미리 말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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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백서현 (5970307E+5) 2018. 2. 13. 오후 8:52:05헉 아냐 괜찮아!! 정연이 왜이리 귀엽냐구ㅠㅠㅠㅠㅠㅠㅠㅠ
그리고 나는 아무래도 서현이가 정연이네 집도 모르기도 하니 서현이네 집에서 재울까 생각중인데, 괜찮을까? -
39 백서현 (5970307E+5) 2018. 2. 13. 오후 8:52:16정연과의 조우 이후로 얼마나 지났을까. 그 날 또한 그다지 특별한 날은 아니었다. 평소처럼 오후 느즈막히 눈을 떠 대충 점심을 차려먹고, 침대에서 이불을 덮어쓰고는 TV채널을 돌려대며 시간을 허비했다. 그저 TV채널을 몇 번 돌렸을 뿐인데도 시간은 성큼 지나 결국에는 깊은 밤이 되고야 만다. 오늘은 네 생각을 해서 하루가 이리도 빨리 지난건지, 그가 하품을 삼키며 침대 위로 풀썩 몸을 던져낸다.
“ 응? “
울릴 리가 없는 휴대전화가 부르르 진동을 반복한다. 분명 연락이 올 데도 올 리도 없건만, 그는 귀찮은 듯 뒷머리를 털어내며 몸을 튕겨내 휴대전화가 놓인 식탁으로 저벅저벅 발걸음을 옮긴다. 스팸전화인가, 라는 생각을 하며 뒤집어진 전화기를 들어올린 순간. 제 눈에 들어온 이름 두 글자에 서현이 옅게 입꼬리를 들어올린다.
—아, 지금 정연이가 많이 취해서. 너랑 정연이랑 친했잖아. 혹시 데리러 올 수 있어?
“ 아, 정연이가 많이 취했다고..., “
그가 왼손으로 입가를 가리며 입꼬리를 올려냈다. 같은 고교 동창인가? 누구인지는 짐작 조차 가지 않았지만 정말이지 고마운 친구가 아닐 수 없었다. 서현은 그에게 알겠다는 대답을 하고는 곧바로 후드티와 편한 바지로 갈아입고는 제 주머니에 차키와 휴대전화를 찔러넣었다.
차를 타고 간다면 대략 이십분 내외로 도착 할 거리, 서현이 오묘한 미소를 지으며 문고리를 잡아당긴다.
시간대가 조금 늦어서일지 차가 막히는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다. 그는 술집 주차장에 차를 주차한 뒤 천천히 차에서 술집으로 발걸음을 옮겨낸다. 한 발을 내딛을 수록 너의 얼굴과 너의 향이 짙어지는 듯한 느낌에 서현이 마른 입술을 매만지며 마른 숨을 내쉰다.
“ 정연이 데리러 왔는데, 어디있어? “ -
40 유정연 (1176451E+5) 2018. 2. 13. 오후 9:44:53작업 결과물은 꼭 그와 제가 헤어진 날만큼이나 경쾌하고 말끔했다. 보면 안 될 사람을 본 것마냥 네게서 도망친 날로부터 며칠이 지난 뒤였다. 지독했다. 아무리 그래도 그런 식으로 끝내지 말았어야했는지도 몰랐다. 천국을 보여줬다가, 한 순간에 지옥보다 깊은 나락으로 밀쳐버리는 건. 하지만 이제 상관 없는 일이야. 완전히 끝난 거야. 나도, 너도. 여기서 이렇게 엉망진창으로라도 끝내는 게 옳아.
목구멍 안쪽에서 올라오는 향에 질식할 것만 같았다. 술이었나. 브랜디 같은 독한 과일주같았다. 얼굴이 훅훅 달아오른다. 씨이발. 욕을 길게 늘려 발음하며 몇번이고 중얼거렸다. 옆에서 괜찮냐는 말이 들려와도 정연은 말없이 술만 넘겼다. 몽롱하게 풀린 눈동자를 의미없이 움직이며 발갛게 달아오른 얼굴을 팔에 파묻은 채로 테이블에 엎어졌다.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난 그의 감정을 직시할 수 없고, 그는 내 생각을 이해할 수 없으니. 그가 강한 힘으로 나를 잡아당기면 잡아당길 수록 나는 더 강한 힘으로 더 멀리, 더 빠르게 달아났다. 관성의 법칙 같은 것은 아니었다. 비유하자면 고무줄에 가까웠지.
"……."
시끌거리는 술집 안에서 저 혼자만 고요했다. 꼭 화가가 밝은 물감들 사이에서 혼자만 음울한 색을 칠한 듯한 감각이었다. 왜 돌아온거야. 소리없이 중얼거렸다. 왜. 정연이 얼굴을 묻은 채로 아랫입술을 짓씹었다.
많은 문학 작품들은 그것이 이내 사라질 것이라고, 한 철 지나는 바람일 뿐이라고 위로하지만 정작 그들이 말하는 것은 지워지지 않는 상처로 남는다는 얘기 뿐이다. 정말로 지독해서 전혀 다른 얼굴이 들어와 새롭게 상처를 들쑤시고, 길을 걷다 스치는 비슷한 뒷모습에도 가슴이 무너져내린다는 것을 말할 뿐이다.
정연아.
제발 날 좀 내버려둬. 네 목소리가 친구의 목소리와 섞여서 울리는 듯 하다. 정연은 팔에 얼굴을 묻은 채로 고개를 내저으며 대답하지 않았다. 그 모습에 친구가 한숨을 내쉬며 서현을 향해 엎드려있는 정연을 가리켰다.
"보다시피 이모양이네. 오늘 좀 많이 마시는 것 같더라고." -
41 유정연 (1176451E+5) 2018. 2. 13. 오후 9:46:30>>38 서현이도 넘 조타ㅠㅠㅠㅠㅠㅠㅠㅠ(꼬옥)
그리구 서현이 집에서 자는 거 괜찮아! 기억도 못할 테구 아침 돼야 상황파악 할 수 있을 것 같아 u.u -
42 백서현 (5970307E+5) 2018. 2. 13. 오후 10:09:41문을 열고 들어간 술집은 새카만 밤하늘과는 다르게 알록달록한 색들이 모여 빛나고 있었다. 그 철제문 하나를 두고 마치 세상이 뒤바뀐 거 같아서, 백서현은 아주 천천히 두 눈을 깜빡였다. 급하게 나온다고 옷을 얇게 입어서일지 가게 안으로 들어왔음에도 한기가 몸으로 구석구석 스며드는 기분이었다. 그는 몸을 한껏 웅크리며 작게 정연의 이름을 굴려낸다.
“ 취한 애 데리고 있느라 고생했어. 내가 집에 데려다놓을게. “
조금 안쪽 테이블에서 휘휘 손을 내젓는 게 그의 시야에 들어왔다. 어딘가 익숙한 듯한 얼굴의 남자는 그에게 저벅저벅 다가오며 애가 오늘 좀 많이 마셨다며 말문을 틔웠다. 그는 눈꼬리를 말아 웃으며 테이블 위로 엎어진 정연을 일으켜 부축했다.
정연아. 백서현이 낮게 그 이름을 읊조렸다. 듣고 일어날 리도, 제 물음에 대꾸할 리도 없었지만 그는 아랑곳 않고 다시 한 번 그 이름을 내뱉는다. 몸은 축 쳐져 무거웠고 어깨에 둘린 팔은 온기가 있었다. 취기가 오른 상태여서인지 체온보다 더 뜨거웠던 거 같기도 했다. 화려한 조명은 발 한걸음 차이로 새카만 어둠으로 물들어버리고, 그는 어두운 고요가 내려앉은 밤하늘에 홀로 정연의 이름을 그려낸다.
“ 유정연. 일어나봐. “
그가 정연을 보조석에 앉힌 뒤 조수석을 약간 뒤로 젖혀주며 나지막히 정연의 이름을 불렀다. 좌석의 기울기를 조절 해줘야하는 탓에 활짝 열린 차문 사이로 시려운 밤공기가 기웃거린다. 그는 꼼꼼하게도 안전벨트까지 채운 뒤에야 조심스레 차문을 닫고 운전석에 풀썩, 몸을 던졌다.
오로지 고요 뿐이었다. 적어도 지금 만큼은. 그는 물그럼 제 옆자리에 누인 정연을 바라보더니 이내 양손을 제 이마께로 가져가 얼굴을 감싸쥐었다. 차갑고 건조한 감촉이 얼굴을 감싸안자 조금은 정신이 드는 기분이었다. 새카만 어둠 속 홀로 빛내는 건 달빛도 아닌 자그마한 저와 정연의 사이에 위치한 보조등 뿐이었다.
“ 정연아. 오랜만이야. “
며칠 전에 그 얼굴을 조우 했으면서. 어울리진 않는 말이었다. 술에 완전히 취한 모습은 처음이어서 였을까, 그의 눈동자가 다시금 정연을 향한다. 어쩌면 저를 마주한 그가 너무도 힘들어 이리도 취할 때까지 술잔을 기울인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저를 마주한 그 날이 너무도 싫어 이리 술잔을 기울인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 생각 간의 차이점은 없었다. 두 생각 모두 마음이 아려왔고 깊은 어딘가가 일렁이는 느낌이었다. 내가 너를 찾은 게 너에게 지옥을 안겨준걸까. 꽉 감고 있던 눈을 푼 그가 얼굴을 감싸쥐던 손을 풀고 정연의 어깨를 움직여 편하게 눕혀놓는다. 이토록 취한 남자를 집에는 데려다놓아야 할 일이었는데, 알고 있는 장소라곤 제 집밖에 없던 서현이었다.
“ 정연아, 집 주소 기억 나? 우리집 데려가도 돼? “
사실 그에게 답변따위는 필요치 않았을지도 모른다. -
43 백서현 (5970307E+5) 2018. 2. 13. 오후 10:10:37>>41 앗앗 다행이다! ^-^ 서현이를 마음에 들어해서 정말 다행이야...!! (꼬오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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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백서현 (5970307E+5) 2018. 2. 13. 오후 10:18:07헉헉 저기 중간에
‘ 조수석에 앉힌 뒤 조수석을 약간 젖히며 ‘ 로 읽어줘! -
45 유정연 (1176451E+5) 2018. 2. 13. 오후 10:28:09윽 잇고 가고 싶었는데 내일 일찍 출근해서 먼저 들어갈게! 내일 보아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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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백서현 (5970307E+5) 2018. 2. 13. 오후 10:51:48응응 정연주 들어가!! 내일 보자(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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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백서현 (7517242E+5) 2018. 2. 14. 오후 4:15:33서현주 잠시 갱신하고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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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유정연 (8315563E+6) 2018. 2. 14. 오후 8:09:50마치 무의식의 공간에 떠다니는 것처럼, 혹은 물에 잠겨 의지대로 움직이기 힘든 것처럼 제어를 잃은 몸이 맥없이 이끌렸다. 기둥보다 부드럽고 벽보다 포근했다.바닥과는 비교도 하지 못할 만큼 따스했다. 느릿하게 눈을 꿈벅이면서도 제대로 된 사고를 할 수 없었다. 저를 부축하는 사람이 누구인조차 확인할 생각도 않고.
정연아. 자꾸만 제 이름이 들렸다. 물먹은 솜처럼 목소리가 웅웅거려 현실인지 꿈인지 알 수 없었다. 그가 이끄는대로 조수석에 몸을 뉘이고서야 천천히 눈꺼풀을 들어올렸다. 일어나보라니, 난 이미 일어나 있는데, 아니야. 아니야? 꿈인가. 손끝하나 움직이기도 힘들었다. 추운 밤공기에 절로 몸이 움추려졌다. 낯익은 향이 코끝을 스쳤다. 옆에서 운전석 문이 열릴 즈음에야 그나마 남아있던 의식이 말했다. 이건 그의 향이라고. 그의 것이라고. 나는 지금 너와 함께 있노라고.
오랜만. 오랜만이던가. 그 사이에 시간이 또 흘렀나. 하루였나. 일주일이었나. 혹은 일년이었을까. 자세를 편히 고쳐주는 손길에 잠자고 몸을 바지락거리다가 옆으로 몸을 뉘인 듯한 자세를 했다. 대놓고 너만을 바라보기 위해 그리 움직인것처럼 흐릿하게 흐려진 눈동자로 너를 가만 바라본다. 네 물음과는 상관없이 정연이 느릿하게 입술을 떼었다.
"…왜 여깄어…."
만나지 말자고 했잖아. 끝내자고 했잖아. 연락 말라고 했잖아. 꿈에서까지 날 괴롭혀서 속이 시원해? 정연이 무심코 손을 뻗어 엄지로 그의 아랫입술을 건드린다. 그 입술로 날 부르지마. 그런 목소리로 날 조롱하지마. 날 시험하지마. 정연이 입술에 가져다댄 손을 천천히 물리며 마른 목소리를 겨우 내었다.
"…우리 헤어졌어."
나 너 안 사랑해. 너도 그렇잖아. 우리 헤어진거잖아. -
49 유정연 (8315563E+6) 2018. 2. 14. 오후 8:10:17정연주 갱신할게 u.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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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백서현 (9872868E+6) 2018. 2. 14. 오후 9:12:17너와 나는 어떠한 인연의 실로 엮였길래 이리도 옴짝달싹 할 수도 없게 묶여버린걸까. 새빨간 실은 인연을 뜻한다던데, 너와 내게 묶여진 붉은 실에는 원망만이 가득했다. 정연아, 다시금 네 이름을 부르려 애썼지만 갈라진 목소리는 차마 입술을 타고 흐르지 못하고 다시 목구멍 아래로 추락해버린다.
“ 너가 이렇게 마셔대서 데리러 온거잖아. “
동문서답이었다. 따지자면, 질문자의 의도와는 부합하지 않는 대답. 그는 저를 바라보는 그 눈을 애써 피하며 왼손으로 제 미간을 문지른다.
—그의 손가락이 제 아랫입술에 닿았을 때, 그가 두 눈을 크게 뜨더니 이내 가늘게 흐려냈다. 그 얼굴에는 분명한 슬픔이 서려있었고, 형용하지 못 할 감정 또한 분명했다. 그는 제 입술을 만지작 대는 손을 차마 건들지 못한 채 두 손을 무릎 위에 올리고 무거운 한숨을 내쉰다.
“ 알아. 근데 나는..., “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갈라지는 목소리를 다잡으며 정연의 손을 제 입술에게서 떼어내고는, 창문 밖 새카만 하늘을 바라본다. 별 하나 조차 떠있지 않는, 너와 내 사이와도 같은 그 사늘을.
“ 정연아, 너는 내가 싫어? “
당연한 물음이었다. 그리고 그 대답을 너무도 잘 아는 그의 두 눈에 새파란 한기가 돌았다. -
51 백서현 (9872868E+6) 2018. 2. 14. 오후 9:12:52앗 위에 사늘은 이 아니라 하늘은...! 2월은 좀 바빠서 내가 늦네 8ㅅ8! 미안해 정연주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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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유정연 (8315563E+6) 2018. 2. 14. 오후 9:45:20거짓말. 너는 늘 말과 행동이 달라. 겉과 속이 달라. 너는 날 위한다고 하지만, 내가 아는 너와 네가 아는 너는 다르다. 그는 감정으로 나는 이성으로. 그는 심장으로 나는 머리로. 그 누구도 바랐던 것은 아니었을지도 모르지. 그럼 어디부터 잘못된 거였을까.
선명하지 않은 네 모습이 아지랑이마냥 일렁였다. 눈물은 나지 않는데 눈 안쪽이 시큰거리며 열이 올랐다. 얼어붙은 눈동자는 닿지 않아도 차갑다. 그런 눈을 마주하기란 힘들었다. 네가 뭔데 그런 눈을 해. 네가 뭐라고. 결국 너를 따라 시선을 내리깔고 마는 나다. 손끝에 닿은 온기를 내칠 생각도 그저 움찔거렸다. 혹은 떨었나. 그런데 너 알고는 있었니. 네가 그런 얼굴 할 때마다 난 너와 가장 가까이 있는 것 같았지만, 사실은 가장 멀리 떨궈진 듯해서 무서웠다는거. 너는 알고 있었니. 날 알려고는 했어? 정연이 기운없이 실소했다.
"싫으냐고…."
표정이 일그러질 것만 같은 걸 필사적으로 참았다. 안 그럼 뭐라도 터져나올 것 같았기 때문이다. 아랫배가 울렁이는 감각. 떨리는 손으로 맞닿은 손을 힘없이 쳐냈다. 하지만 목소리가 떨리는 것만큼은 제 의지로 될 수 있는 감정이 아니었다.
"…당연하지. 당연하지, 이 개새끼야……. 그걸 말이라고 해?"
서글프게 일그러진 얼굴을 떨군 채로 욕설을 냈다. 술에 취한 탓에 말을 얼마나 했다고 벌써 숨이 찼다. 빈손을 얼굴로 가져가 표정을 가리고는 정면으로 몸을 돌렸다. 바라는 건 없어. 단지, 그냥, 단지, 정말로.
"그만해. …나 정말 힘들어서 그래. 응?"
메마르고 탁한 목소리로 씹어 뱉듯이 말한다. 낮고 조용했지만 듣기에 무리는 없었을 터였다. 바라는 건 없어. 가버려. 내 꿈에서 사라져. 그것 뿐이야. 그걸로 끝난 거야. 분명히 얘기하지만, 우리 관계는 여기까지야. -
53 유정연 (8315563E+6) 2018. 2. 14. 오후 9:45:53앗 많이 바쁘구나 ㅠ-ㅠ 응응 괜찮아 천천히 이어가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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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유정연 (8315563E+6) 2018. 2. 14. 오후 9:46:50>>52 손 끝에 닿은 온기를 내칠 생각도' 다음에 '못하고' 가 빠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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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백서현 (7517242E+5) 2018. 2. 14. 오후 10:11:49분명 술잔을 비운 건 너인데. 제 머릿 속이 어지럽게 흔들리는 기분이었다.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는 느낌에 마음은 붕 떠서 구름 사이를 나풀나풀 날아다닌다. 왜 이럴까. 홀로서 아무리 궁리를 해보아도 해답은 나오지 않았다.
정연의 목소리에 시선을 옮겨 그의 눈을 바라본다. 눈을 바라본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울컥이고 머릿속이 무언가로 가득 차오르는 기분이었다. 당장이라도 쥐뜯고 싶은 충동을 참아내며 그가 천천히 가슴을 쓸어내린다. 물론, 그는 내색하지 않았다. 그 차가운 눈동자와 굳게 닫힌 입으로 정연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을 뿐이었다.
정연아, 내가 싫은거야? 울 것같은 얼굴로 말하지 말아줘. 그냥 화를 내줘. —그가 아랫입술을 꾹 깨물었다. 새빨간 피가 눌려 금방이라도 피가 툭 흘러나올듯 붉게 물들어간다. 정연이 자신을 싫어한다는 걸, 이토록이나 싫어한다는 걸. 이기적이게도 그는 인정할 수 없었던걸까. 몇 분이나 움직이지 않는 입을 달싹였을까. 그가 겨우 느릿히 제 입술을 떼낸다.
“ 정연아. “
겨우 내뱉을 수 있는 단어가 이것 뿐이라니, 실소가 터져나온다. 메말라 갈라져버린 입안에서 침을 한 번 삼켜내며 그가 작게 호흡을 내뱉었다.
—정연아, 나 좀 좋아해줘. 사랑해줘.
“ 나는, 아직 너를. “
목에서 컥컥대며 마지막 한 단어가 쏟아지질 않았다. 아무리 애를 써봐도, 그저 컥컥거리며 가슴이 아려올 뿐. 쓰려오는 목구멍을 다잡고 싶은 감정을 애써 구겨내며 그가 고개를 돌려 시선을 거두어낸다. 조금 요란한 소리를 내며 승용차에 시동이 들어오고, 그는 입 안의 혀를 꾹 씹어내며 기어에 손을 올린다.
“ 너 취했어. 일단 우리집 가자. “
그가 제 왼손을 핸들 위로 가져가며 툭 내뱉어낸 한마디였다. 매정하게도 정연에게 시선 한 번 던지지 않던 그는 막혀오는 숨을 내쉬며 핸들을 쥔 손에 힘을 준다.
“ 미안해. “
그 말만큼은, 진심이었다. -
56 백서현 (7517242E+5) 2018. 2. 14. 오후 10:12:21응응 고마워 정연주ㅠㅠㅠㅠㅠㅠㅠㅠ(와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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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유정연 (8315563E+6) 2018. 2. 14. 오후 11:07:22그가 제 이름을 부르면 부를수록 머릿속은 온통 안개만 끼어갔다. 어디에서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고 그저 덩그러니 남겨진 채로 안개 속 어딘가에서 저를 부르는 네 목소리만을 듣는다는 건 괴로웠다. 두 손으로 귀를 막아봐도 그 음성은 그치지 않았다. 차라리 울고 싶었다. 독해질 때로 독해졌다고 생각했는데, 네 생각 한번으로도 쉬이 악몽에 빠질 수 있는 꼴이 퍽 우스웠다. 한편으론 가엽기까지 했다.
"……."
그래서 못 들은 척을 했다. 이게 악몽이라면 차라리 죽어서라도 눈을 뜨고 싶었다. 그의 못다한 말끝은 한참이 지나서야 사과로 그 끝을 맺었지만 듣기조차 힘든 목소리로는 그와 제게 남는 건 지난 과거의 아픔 뿐일 터였다.
매정하게 차를 모는 행동과 말투가 퍽 낯설었다. 너 그런 모습 오랜만에 봐. 나른하게 머리를 기대며 멍하게 눈을 꿈벅였다.
"응, 취했어…."
와중에 실없는 소리를 잠꼬대처럼 웅얼였다. 그러니까 이제 그만 깨워줘. 아니면 잠들게 해줘. 어디로든 데리고 가줘. 네가 없는 어딘가로. 정연은 그의 차가운 숨소리를 들으며 무거운 눈꺼풀을 내리감았다. 백서현. 나는, 너를. 생각은 곧 점멸했다. -
58 백서현 (7517242E+5) 2018. 2. 14. 오후 11:27:46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익숙하면서도 익숙치 않았다. 그의 옆에 정연이 있었기 때문일까. 여전히 붉은 빛들이 일렁이는 도시를 가로지르던 그가 낮게 한숨을 내쉬었다.
“ 그래, 너 취했어. “
알아서 다행이야. 그가 조용히 웃으며 대꾸했다. 지금 너는 어떨까. 나를 원망하고 있을까, 나에게서 도망치고 싶어할까. 어쩌면 당장 내 머리통을 후려치고 싶다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안타깝게도, 저를 향한 마음이 손톱 만큼이라도 남아 있을거란 생각든 차마 하지 못하는 그였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그다지 길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제가 사는 오피스텔 근처를 몇 바퀴 더 돌고나서야 겨우 주차장으로 차를 옮겨낼 수 있었다.
“ 벌써 자는거야? “
하긴, 술에 잔뜩 취했으니. 물먹은 솜마냥 축 늘어진 몸을 억지로 들쳐내며 서현이 건조한 숨을 내쉬었다. 한쪽 팔은 어깨에 두르고, 남는 팔로는 정연을 지탱한다. 그는 겨우 차문을 닫고 위태로운 자세로 키를 마구 눌러댄 뒤에야 끙끙거리며 건물 내부로 들어설 수 있었다. 서현의 집은 7층이었다. 이미 5층까지 올라가있는 엘레베이터를 보며 작게 욕지거리를 내뱉던 서현이 시선을 옮겨 정연을 바라본다. 너는, 많이 변했구나.
“ 유정연, 일어나봐. “
일어날 리가 없었지만. 그는 혹여나 하는 마음에 다시금 정연을 불러본다. 불과 몇 주전까지는 다시 부를 일이 없을거라 예견했던 이름을 입 밖으로 꺼내는 기분은 생각처럼 기분이 좋은 일은 아니었다. 알 지도 못하는 곳에 가시가 박힌 것마냥 네 이름을 생각하기만 해도 쿡쿡 쑤셔오는게, 함부로 입을 열지 말라는 듯한 경고같기도 했다. 그는 그걸 마지막으로 더이상 입을 열지 않았다.
참 신기한 일이었다. 그토록 뻔뻔하고도 냉소적인 남자가 이리도 휘둘릴 수 있다는 게. 그는 그저, 한국에 온지 얼마 되지 않아서. 라는 변명이나 휘두르며 자신을 위로했다. 이제 곧 제대로 돌아올거라고. 감정에 치우치지 않을거라고. 그는 다짐했다. 번번히 실패할 다짐이었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건, 그가 조금이라도 제 감정을 다룰 줄 아는 인간이었단 점이었다.
“ ...일회용 칫솔 있어. 좀 씻고 자. “
정연을 제 침대 위에 눕혀놓으며 서현이 짤막히 입을 열었다. 들리지도 않겠지. 두 명은 거뜬히 들어가 잘 수 있을 사이즈의 침대였지만 그는 침대따위 정연에게 양보하기로 마음 먹으며 분주히 여분의 이불을 찾았다. 그래도 나름 넓은 오피스텔이라, 잠 정도는 따로 잘 수 있을 정도의 구조였다. 그럼에도 침대에서 조금 떨어진 거실에 제 이부자리를 펴낸 이유를 그는 설명하지 못한다. 아니, 설명할 수 없던걸까. 침대 위에 누운 정연을 물그럼 바라보던 서현이 이내 목덜미에 피어오른 장미들을 긁적인다. -
59 백서현 (058033E+55) 2018. 2. 15. 오전 9:17:45서현주 갱신! 정연주 이번 설 잘 보내! (๑>◡<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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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유정연 (0036694E+4) 2018. 2. 15. 오전 11:45:41정연주 갱신! 잡담은 가능하구 답레는 저녁즈음에 올릴 수 있을 것 같아 ㅎ.ㅎ 서현주도 새해 복 많이 받아요!
서현주 레스 읽다보니 궁금해졌는데 서현이는 왜 장미문신을 한걸까..! 넘 섹시해... -
61 백서현 (058033E+55) 2018. 2. 15. 오전 11:54:44응응 오늘 설이라 복잡할테니까!! 정연주도 새해 복 많이많이 받아! (๑>◡<๑)
서현이 문신은... 으음... 문신을 하고 싶은데 이왕이면 좀 잘 보이는 위치에 예쁜 문신을 하고 싶어서..., 인 거 같아. 대신 죽을 만큼 아팠다고... (*´-`)
서현이가 스스로 부여한 의미는 그냥 자기랑 장미를 동격화 한 거 같기도 해. 자유롭지 못하고 한 곳에 귀속되어 사는 삶 = 덩쿨. 이런 느낌으로. 근데 80%는 그냥 멋있어서...! ㅋㅋㅋㅋ 약간 서현주의 취향이 반영되었다는 느낌... (*´∀`*) -
62 백서현 (058033E+55) 2018. 2. 15. 오전 11:58:44앗앗 그리고 나도 물어볼 거 있어! 정연이는 서현이가 그렇게 떠난 뒤로 새로 사귄 인연이 몇 명정도 될까? 서현이는 상황이 상황이라..., 애인은 커녕 친구도 제대로 못 사귀었어...8ㅅ8 그나마 친구 몇 명정도만 있는...8ㅠ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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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유정연 (8922169E+5) 2018. 2. 15. 오후 2:54:05죽을만큼 아팠대ㅠㅠㅠㅠㅠㅠㅜㅠㅠㅜ 으윽 귀여운데 그 의미를 생각하니 애틋하구 그러네 ;-; 서현주의 취향 아주 칭찬합니다 ^-^!!
정연이는 연애를 많이 했지만 그 끝이 안 좋았다고 하려했는데 도피성으로 혼자 내버려두는게 나을 것 같아서 그냥 서현이랑 헤어지고 아웃팅의 충격으로 연애도 못하고 이성애자인 척 하고 지냈다는걸로 바꾸려구 ;-;
처음엔 서현이 잊어보겠다고 잠만 자는 관계를 여러번 가졌는데 이젠 그것도 싫어서 그냥 혼자 지내고 있어.
서현이는 가만히 있어도 주변에 사람이 많았을 것 같다 8//8 -
64 백서현 (058033E+55) 2018. 2. 15. 오후 3:41:46ㅋㅋㅋㅋㅋㅋㅋ 살짝 문신이 신의 한 수 였던 거 같아... (*´∀`*)
헉 정연아....8ㅅ8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서현이가 나빴어ㅠㅠㅠㅠㅠㅠㅠㅠㅠ 정연이ㅜㅜㅜㅠㅠㅠㅠㅠㅠ 정연이 많이 힘들었겠다 막 안쓰럽고 그래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결국에는 혼자 지내는 방법을 선택했다니..ㅠㅠㅠㅠㅠ
서현이는... 음... 사실 그렇게 무작정 떠나고 나서 학교를 마치기도 애매하고 그렇다고 다니지 않기도 애매한 입장이라..., 학교를 다니긴했지만 오히려 좀 겉돌고 시비 붙고 그런 편이었어 8ㅅ8 그래도 키도 크고 그래서 물리적으로 피해 입거나 그렇진 않았지만 좀 상처를 많이 받았달까..;ㅅ; 그래서 졸업한 뒤로 대학 진학도 그냥 포기해버렸어. 덕분에 엄청나게 맞았지만...^ㅠ^
그래도 거기서 친구 몇 명은 사귀어서, 아마도 나아아아중에 등장할지도 모르겠다!! ㅋㅋㅋㅋ 으윽 정연이는 회화과라니... 나중에 막 정연이 작품 구경해보고 싶다!! -
65 유정연 (9561604E+5) 2018. 2. 15. 오후 7:32:02찰나의 추억에 갇혀있었다. 어디가 어딘지도 모르는 혼란스러운 의식 가운데 네게 이끌리면서도 그 찰나마저 우리 추억에 갇혀서 꼭 그것이 현실인 양 노스텔지어에 흠뻑 젓는다. 백서현, 서현아, 나 너 많이 좋아해. 한때는 네 이름을 부르며 네게 입을 맞췄다. 기억나? 우리 처음 입맞춘 날. 겨울이었지. 닫힌 창문에서 스며 들어오는 한기에 커텐이 희미하게 살랑이고, 아무도 없는 빈 교실에서, 무언가에 홀리기라도 하듯 누구랄 것 없이 먼저 입을 맞췄다. 무슨 생각이었는지는 몰랐다. 그저 그래야만 할 것 같았다. 그저 네게 이끌렸다. 그저 너와 사랑에 빠진 것밖에는 난 아무것도 잘못한 게 없었다. 눈밭의 마법이었다. 마법사는 너. 난 또 속절없이 당하고 말아.
"……서현아."
눈을 감은 채로 무작정 불러본다. 꿈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서 여즉. 너를 죽도록 미워하면서도. 교복 입은 소년이 저를 매정이 뿌리치고 떠날 즈음이면 울면서 말하곤 했다.
"가지마…."
가지마, 서현아. 내가 잘 할게. 내가 미안해. 그러니까 가지마. 나 버리지마. 응? 잠에 빠진 듯한 정연의 감은 속눈썹이 촉촉했다. 몸을 새우처럼 웅크리며 시트를 약하게 부여잡는다.
"…나 사랑한다 그랬잖아…."
네가 그랬잖아. 듣기 힘들정도로 작은 목소리로 꿈속의 네게 빌었다. 내게서 등진 너를 따라서 달려보지만 그럴수록 너는 더욱 더 멀어져 종국엔 저 혼자만 까마득한 나락에 남겨진다. 악몽은 늘 똑같았다. 그 악몽에 고통스러워하는 내 감정과는 상관없이 그저 그렇게. 정연은 시트를 부여잡은 손을 덜덜 떨었다. -
66 유정연 (9561604E+5) 2018. 2. 15. 오후 7:39:19앗 아니야 난...난....정연이 때문에 서현이 상처 받을 까봐 너무 걱정이야...;ㅡ; 혹시 고쳤으면 하는 부분이 있으면 얼마든지 말해줘! 서현이...더 나빠도 돼요...(ㄲ옥)
헉 그랬구나ㅠㅠㅠㅠㅠㅠㅠ 우리 서현이 어떡해 ㅠ.ㅠ 정연이가 알면 날 떠났으면 적어도 행복하게는 살았어야지. 하고 말할 것 같네 88
앗 서현이 친구들 나오는 에피소드도 기대된다!ㅋㅋㅋㅋㅋㅋㅋ 나중에 서현이나 정연이 친구(아니면 잠만 잤던 파트너?) 그런 요소도 조금씩 첨가되면 재밌을 것 같아u//u
정연이 졸업작품으로 서현이에 대한 그리움으로 걸었으면 좋겠다 u.u 제목없이 걸었는데 서현이가 알아채줬으면 좋겠다... 나중에 졸업하면 화실도 만들고 싶네 ^~^ -
67 백서현 (8011242E+5) 2018. 2. 15. 오후 8:21:23정연의 목소리가 저를 향한다. 저를 향하는 목소리에 이부자리를 손수 깔던 손을 멈추고, 그가 달빛마냥 처연한 눈동자로 다시금 정연을 바라본다. 그래, 정연아. 나야.
—가지마. 겨우 흘러나온 그 목소리에 서현이 꾹 아랫입술을 깨문다. 금방이라도 울 듯한 눈망울을 하고, 피가 터질 듯 더 쎄게 입술을 깨문다. 너의 목소리는 나의 가슴에 비수처럼 박히고 너의 목소리는 내 머리를 강하게 내려친다. 벙해진 시야의 초점을 바로잡으며 그가 멈추어둔 손을 다시금 뻗어 이불을 펴냈다.
발걸음이 침대를 향한다. 그의 의지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발걸음은 멈추질 않는다. 결국에 그 정강이가 침대에 걸려 툭 부딪히고 나서야 그는 겨우 걸음을 멈춰냈다. 도저히 힘을 주고 서있을 자신이 없어서, 그는 털썩 다리의 힘을 풀고 주저앉아 멍하니 정연을 바라봤다. 눈가가 촉촉히 젖어든, 시트를 잡고 놓지 않는 너를. 그의 눈동자에 시리도록 푸른 달빛이 스쳐간다.
“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
시트를 붙잡은 그 손 위에 제 손을 덮어내려 손을 뻗던 그는 멈칫, 제 손을 오므리곤 양손으로 제 이마를 짚었다. 휴대폰이 진동하는 마냥 부르르 떨려오는 두 손을 잡아줄 이는 없었다. 그저 제 살가죽을 문지르며 가쁜 숨을 고르는 것 외에는 그가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너에게 모진 말을 내뱉던 그 날이, 상처 받은 네 얼굴이, 멍하니 제 뒷모습을 쫓는 네 눈이. 그의 시야를 가린다.
“ 아직 사랑해... “
메마른 목소리는 금방이라도 갈라질 듯 건조했다. 목구멍을 긁어내는 장미 덩쿨과도 같은 목소리가 겨우 그의 입술을 타고 흘러내린다. 그는 제 눈에 깃든 시린 달빛을 참아내지 못하고 뚝뚝 그 가엾은 눈물을 흘려낸다. 시야가 희뿌연 안개로 감싸들고, 그는 고개를 툭 떨구어 시트에 파묻는다. 힘겹게 앞으로 뻗은 오른손은 그저 떨려오는 네 손 위에 포개어놓을 뿐이었다.
이대로 잠들어, 너와 잠들어, 영영 이 두 눈을 들지 않았으면. —참으로 이기적이고 가엾은 염원이었다. -
68 백서현 (058033E+55) 2018. 2. 15. 오후 8:27:51아냐아냐 지금 정연이 넘넘 아련하구 슬프고 좋아ㅠㅠㅠㅠㅠㅠ 나야말로 서현이가 막 기분 나쁘게하고 그럴까봐 걱정인걸!! 고쳤으면 하는 부분이 있으면 편하게 말해줘 (๑>◡<๑) 나야말로 정연이 더 매몰차게 아련하게 해줘도 돼...8ㅅ8
헉 정연이...ㅠㅠㅠㅠㅠㅠㅠ 맞아 서현이가 나빴어!!!! 서현이가 제일 잘못했어!!!!
헉ㅋㅋㅋㅋㅋㅋㅋㅋ 만약에 잔 상대가 나온다면 서현이가 막 질투심 폭발해서 막 일부러 시비 걸지도... (눈피하기) 아냐 서현이는 그러지 않을거야..!!!
헉 그리고 만약 작품으로 그려준다면... 서현이는 보자마자 막 눈치 채고 막 그럴 거 같아ㅠㅠㅠㅠㅠㅠ 막 복잡하고 슬프고 안타까운데 너무 좋고 행복하거 막ㅠㅠㅠㅠㅠㅠㅠ
결론 정연이랑 정연주는 사랑이다... ٩(๑❛ᴗ❛๑)۶ -
69 유정연 (9561604E+5) 2018. 2. 15. 오후 9:01:53으윽 서현주 임티가 넘 귀여워서 쥬께따...(심쿵)
서현이 울지마ㅠㅠㅠㅠㅠㅠ내가 잘못했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으음 아침까지 이을까 싶은데 서현이는 침대에서 같이 잠들었을까 아니면 따로 잤을까?? -
70 백서현 (058033E+55) 2018. 2. 15. 오후 9:04:05으으으음.... 왠지 그냥 따로 잤을 거 같긴 한데, 이후를 생각하면 같이 침대에서 잔 게 좋으려나...! 정연주는 어때? 서현이가 같이 침대에서 잤다고 해도 괜찮을까??
귀엽다니!! ʕ•ᴥ•ʔ 정연주가 더더더더더 귀엽다구 (๑>◡<๑) -
71 유정연 (9561604E+5) 2018. 2. 15. 오후 9:08:53앗 난 같이 잤다고 해도 좋을 것 같아 u///u 그럼 그렇게 해서 이어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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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백서현 (058033E+55) 2018. 2. 15. 오후 9:10:26응응! 그럼 같이 침대에서 잤다고 하자! 천천히 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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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 유정연 (9561604E+5) 2018. 2. 15. 오후 9:46:12칠흑 같은 어둠이었다. 입구도, 출구도, 아니, 길 한자락도 보이지 않는 그저 어둡고 광활하기만 한 공간 속에서 문득 의식을 차린 그는 자신이 무언가에 쫓겨 뛰고 있음을 깨달았다. 또한 그는 정신없이 달리고 있는 그 순간에도 자신이 잔뜩 겁에 질려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아무것도 느낄 수도, 생각할 수도 없는 공간에서 자신은 도망치기 위해 꽤나 오랫동안 어둠속을 달리고 있었던 것 같았다.
무엇에?
문득 드는 의문에 그는 달리던 걸음을 뚝 멈추었다. 거친 호흡이 목까지 차올랐고, 아직 자신을 옥죄는 공포는 사그라지지 않았지만 그래도 다시 달리지 않았다. 그순간 목소리가 들렸다. 젖은 목소리가 '미안해.' 하고 허공을 울렸다. 누구야? 그가 뒤를 홱 돌아보다 다시 앞을 번갈아 보며 목소리의 주인공을 찾으려 했으나 코앞도 보이지 않는 어둠속에서는 불가능했다. 목소리는 그치지 않고서 제 귀를 괴롭혔다. 듣고 있기가 힘들었다. 정연은 두 손으로 귀를 막으며 소리쳤다. 제발 좀 그만해. 어둠이 계속해서 자신을 좀먹어도 정연은 등골을 오싹하게 만드는 공포에 단 한걸음도 움직일 수 없었다. 무엇에 도망치고 있었던 건가. 또 무엇에 그리 겁에 질려 있던 건가. 그 순간 거짓말처럼 머릿속을 스쳐지나가는 얼굴에 정연은 그만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어슴푸레한 빛이 창문너머로 비쳐드는 아침. 놀란 숨을 뱉어내며 침대에서 벌떡 일어난 정연은 급박하게 주위를 휙휙 둘러보며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겨우 방금 전 그것이 꿈이라는 것을 인식했는지, 미친 듯이 뛰던 심장이 천천히 제 속도를 찾아가기 시작했지만 덜덜 떨리는 손은 아직 그만 안정이 되지 않은 상태라는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그는 떨림이 멈추지 않는 손을 한참 동안 바라보더니 곧 남은 한 손으로 세게 부여잡았다.
그제야 시야가 트이더랬다. 이곳은 제 집이 아니었다. 다른 온기, 그리고 때마침 옆에서 들려오는 고른 숨소리. 정연이 시선을 내렸다. 시야를 비집고 들어오는 사람은 바로 서현이었다.
"왜 여기에─…."
정연이 쌕쌕 숨을 고르며 파문이 인 눈동자로 서현을 내려다보았다. 헛구역질이 밀려온 것도 그 즈음이다. 순간적으로 치미는 구토에 다급히 입을 틀어막은 정연은 도망치듯 침대에서 벗어나 화장실로 뛰어들어갔다.
한참 동안 심하게 토했다. 치솟는 열과 현기증. 꼭 그날 같았다. 화장실 양변기를 끌어안고 기절하듯 엎드려 있다가, 겨우 정신을 차리고서 물을 내리고 변기 커버를 닫았다. 씨발…,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변기 커버에 이마를 기댔다. 가쁘게 어깨를 들썩이며 생리적으로 매달린 물기를 손등으로 벅벅 문질렀다. 심한 허기짐. 명백한 이질감. 나른함. 그저 쉬고 싶었을 뿐이었는데. 그런 것도 과분한 거야, 내게는. 정연은 양변기를 끌어안은 채로 한참을 주저앉아있었다. -
74 백서현 (058033E+55) 2018. 2. 15. 오후 10:07:39그 흔한 꿈 조차 꾸지 않은 아침이었다. 차라리 네 얼굴이 비친 꿈이라도 꾸었으면 좋으련만 새카만 어둠만이 가득찬 시야는 도통 트일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그저 달이 뜬 밤새 죄책감과 슬픔에 허덕이며 그 가엾은 숨을 내쉬는 데 급급했다.
새카만 시야에 어느순간 빛이 비추고, 결국에 짙은 안개가 거두어진 두 눈을 몇 번 깜빡이자 이제야 김이 서린 창문을 닦아낸 듯 선명해진다. 큼지막한 침대 중에서도 그 끄트머리에 걸린 채로 등을 한껏 굽힌 채 잠을 자고 있었다. 눈 앞이 걷힌 이후로 귀가 조금씩 트여오자, 화장실에서 언뜻 거친 숨소리가 들려왔다. 정연아. 그 자그마한 목소리를 입 속에서 씹어내며 그가 벌떡 몸을 일으켜 차갑게 식은 방바닥을 밟아낸다.
“ 괜찮아? 속 안좋아? “
본능적으로 다리를 움직여 도착한 곳에는 네가 양변기 위에 힘 없이 몸을 기댄 상태였다. 그는 걱정스러운 눈초리로 네 몸을 일으키려 팔을 뻗다가, 그의 어깨에 채 손이 닿기도 전에 두 팔을 움츠려 주먹을 쥐어낸다. 백서현, 네가 뭔데. 출처를 모를 속삭임은 그의 마음을 쥐어틀어버린다.
“ 네 친구가 나한테 연락했어. 네 집도 몰라서, 그냥 우리집에 데려온거야. “
어찌할 줄 모르는 손가락은 제 등뒤로 숨겨 움찔이는 것밖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숙취해소제가 있었던가. 별 말 없이 몸을 돌려 냉장고를 열어보니 다행히도 숙취해소제가 몇 병 남아있는 상태였다. 그는 숙취해소제 한 병을 쥐어 다시 터덜터덜 정연에게로 다가가더니 대뜸, 병을 들이민다. 시리게도 차가운 그 얼굴은 얼핏 보면 무정해 보이기까지 했다.
“ 이거 마셔. 네가 걱정하는 일은 없었으니까. “
기억이 나질 않는걸까. 조심스런 눈초리로 정연을 바라본다. 이런 상황에서도, 그가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 원래 집에서 밥을 잘 안해먹어서..., 해장국 같은 거 시켜줄게. “
문득 제 전기토브 위에 올려진 다 졸아든 된장찌개가 생각이 난 서현이었다. 국 좀 끓여둘 걸, 반찬도 좀 해두고. 그는 두 입술을 꾹 누르더니 고개를 돌려 애써 시선을 피하며, 제 목덜미의 문신을 천천히 문지른다. -
75 백서현 (058033E+55) 2018. 2. 15. 오후 10:10:21아앗 전기토브라니... (의식의 흐름) 가스레인지로 봐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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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 백서현 (4381333E+5) 2018. 2. 16. 오후 4:17:23서현주 갱신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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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 유정연 (7404706E+5) 2018. 2. 16. 오후 9:00:15이곳이 어딘지도 모르고 무기력하게 숨을 고르고 있자면 낯익은 목소리가 화장실을 울렸다. 저도 모르게 어깨를 움찔거린 정연이 지친 얼굴로 천천히 그를 올려다보았다.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그와 시선이 마주쳤다. 그 순간부터 눈을 피할 수 없어졌다. 곧 지난 밤 필름이 끊기기 전의 마지막 기억을 더듬을 수밖에 없었다. 제 친구가 연락을 한 모양이었다. 정연은 겨우 고개를 떨구고 지끈거리는 이마를 손으로 짚었다.
"…괜찮아. 어제는 미안하게 됐다."
빈손으로 닫힌 변기를 짚고 휘청이듯 몸을 일으킨다. 그가 내미는 숙취해소제를 그와 번갈아 바라보았다. 처음보더랬다. 여느 것에도 관심이 없던 네가 나에게만은 그러지 않았는데. 이젠 나 역시 그것들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내가 너를 그리 보듯이. 정연은 마른 눈으로 그 시선을 허공에서 마주하다 무심코 그의 손끝을 따라간다. 손가락 사이로 보이는 문신은 가시덤불에 얽혀진 장미 모양을 하고 있었다. 결국 시선을 내리깔며 숙취해소제를 받았다. 소리없는 실소가 흘렀다. 백서현.
"많이 변했네. 안 하던 문신도 다 하고."
구태여 의미를 두지 않는 목소리로 차갑게 중얼였다. 하긴, 우리가 이런 거 챙길 사이도 아니고. 우스운 짓 좀 했다, 너.
"아니야, 시키지 마. 멀쩡하니까."
위액까지 전부 토해낸 탓에 손이 다 떨려왔지만 억지로 해소제를 힘주어 쥐며 고개를 내저었다. 집에가서 전부 씻어내리고 싶을 정도로 찝찝했다. 정연은 해소제를 든 손등으로 여즉 기시감이 가시지 않은 입술을 문지르며 비틀거리는 발걸음으로 그를 지나쳤다. -
78 유정연 (7404706E+5) 2018. 2. 16. 오후 9:01:39>>77 맨 끝에 "갈게." 가 빠졌어!
서현이 행동에 따라서 막레가 될 수도 있고 더 이어갈 수도 있을 것 같아서 편하게 써주면 될 것 같아 u0u 답레가 늦어서 미안해 ㅠ_ㅠ -
79 백서현 (4381333E+5) 2018. 2. 16. 오후 9:14:57“ 별 말을. “
그가 어깨를 으쓱였다. 그 짧은 시간 내에 그 복잡했던 감정들이 모조리 정리 되기라도 한걸까. 그는 오히려 아까보다 온도가 낮아진 얼굴로 정연의 얼굴을 응시한다.
“ 그러게, 변했네. 어쩌다보니. “
어떻게 이리 변하게 된걸까. 어떻게 여기까지 오게 된 걸까. 그는 흐릿히 입꼬리를 올리며 짤막히 대꾸했다. 과거에는 없었던 제 문신을 느릿히 문지르며, 시선은 허공을 훑어낸다.
어차피 너와 나는 통하지 못 할 인연이라고, 풀어내려 애를 써보아도 결국에 돌아오는 건 엉켜버린 실뭉텅이 뿐일거라고. 그가 메마른 숨을 내쉬며 속으로 되뇌인다. 제게로 향하는 복잡한 감정의 눈빛은 그 어떤 비수보다도 아프게 다가온다.
“ 그래. 다음에 또 봐, 정연아. “
그가 느릿히 눈꼬리를 말아내며 미소를 머금었다. 완연한 미소는 아니었다. 저를 지나치는 정연의 뒷모습을 멀거니 바라보던 그는 정연을 따라 몇 걸음 움직이더니 이내 벽에 몸을 기대며 정연의 그 마지막 순간까지 모조리 눈으로 담아낸다.
“ 잘 가. “
다시 만나게 될 거야, 우린. -
80 백서현 (4381333E+5) 2018. 2. 16. 오후 9:15:28이걸로 막레 하도록 할게!! (*´∀`*) 윽윽 정연이ㅠㅠㅠㅠㅠㅠ 너무 좋아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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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유정연 (7404706E+5) 2018. 2. 16. 오후 9:27:26응응 서현주 수고했어~! ('u'*) 아니야 서현이가 더 좋아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서현아..서현아...흑흑(앓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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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 백서현 (4381333E+5) 2018. 2. 16. 오후 9:29:05아냐 서현이는 그냥 바보천지야....!!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정연이가 최고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덕질덕질)
정연주 수고했어 (*≧∀≦*) 음음 그리고 다음 일상으로 가볍게 고등학교 에피소드 다뤄보는 것도 좋을 거 같은데, 어때 정연주? -
83 유정연 (7404706E+5) 2018. 2. 16. 오후 10:09:48앗 좋은 것 같아! 서현이는 학창시절 어떤 아이였을까? 정연이랑 서현이랑 같이 어울렸는지 아니면 서로 각자 어울리는 친구들이 있었는데 어떤 계기로 인해 가까워졌는지 정할 필요가 있어보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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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 백서현 (4381333E+5) 2018. 2. 16. 오후 10:26:59서현이는... 으음 딱 엄친아 느낌!? 돈도 많아서 애들한테 이것저것 사주는 일도 많았고 임원도 막 도맡아 하는 사교성 좋은 아이였어! 막 아무한테니 친한 척 잘 하고... 인싸느낌? 사실 집안도 좋고 그렇다보니 애들이 막 붙는 경우도 있었을 거 같아. 다만 서현이는 자기가 생각하기에 진짜 친구는 없다고 생각했을거야. 겉과 속이 많이 다른 아이다보니 앞에서는 막 친한 척 해도 일정 깊이 이상으로 친한 애는 없었지... 8ㅅ8 으음... 정연이가 학창 시절 때 어땠는지 듣고 정하면 될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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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 유정연 (7404706E+5) 2018. 2. 16. 오후 11:12:39앗 그렇구나..! 딱 서현이 다워서 좋다 ^-^ 정연이는... 딱히 사교성 좋은 애는 아니라서 친구들이 많은 건 아니지만 대신 얇은 관계에서부터 서서히 가까워지는 쪽이었어. 감정을 새기는 일도 더뎌서 정말 가까운 친구는 몇 되지도 않았구. 감정을 새기는 일이 더딘만큼 거두는 일도 느려서 누군가와 쉽게 친해지거나 누군가를 쉽게 좋아하는 건 싫어하는 편이었어! 그래서 제 울타리 안에 들어온 사람한테는 잔정이 많아서 지나가듯 챙겨주는 걸 잘 한 것 같아 u-u 서현이랑은 많이 다른 성격이야 ㅋㅋ큐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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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 백서현 (4381333E+5) 2018. 2. 16. 오후 11:14:26앗 그렇구나...! 그럼 그 계기를 뭘로 잡는 게 좋을까...! 혹시 정연주는 원하는 종류가 있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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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 유정연 (7404706E+5) 2018. 2. 16. 오후 11:33:37으음 청소당번을 같이 하게돼서 방과 후 교실이나 다른 방과후 교실(미술실,음악실) 청소하게됐다는 건 어때? 보통 2~3주 정도 하는데 그 사이에 서로에 대해 알게되고 알게모르게 이끌리게 돼서 가까이 지내게 됐다던가 청소당번 일부러 더해도 된다고 선생님한테 어필했다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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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백서현 (4381333E+5) 2018. 2. 16. 오후 11:51:25오 좋아좋아!! 딱 고1 새학기 즈음에 친해져서, 2학기 시작 때 사귀게 되었다는 설정이면 딱 자연스럽겠다! (*´∀`*). 막막 서현이가 좀 친한척도 많이 하게 되고 그럴 거 같네! ㅋㅋㅋㅋㅋㅋㅋ 참 정연이는 자기가 동성애자란 걸 이미 알고 있던거지? 서현이는 막 마음에 드는 데 상대가 동성애인지 이성애인지를 모르니까 막 눈치만 좀 보다가 은근슬쩍 어필하고 그랬을 거 같아!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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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 유정연 (9244436E+5) 2018. 2. 17. 오전 8:14:59헉 시기는 딱 좋다! 서현이다 18살때 이민갔다고 했으니까 그럼 거의 그 해 말에 이민갔다는 걸로 되는걸까?
정연이는 자기가 동성애자라는 거 이미 알고 있었어! 앗 서현이 ㅠㅠㅠㅜㅜㅜㅜㅜ 넘 졸 -
90 유정연 (4911821E+5) 2018. 2. 17. 오전 8:15:58중도작성 뿌순다... 암튼 넘 좋다! 그럼 첫만남으로 할까 아니면 청소당번 같이 하는 날로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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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 백서현 (199582E+61) 2018. 2. 17. 오전 10:15:37음음 청소당번으로 할까!? 어차피 새학기니까 청소 당번 때 딱 말 처음 해보고 그랬을 거 같아...! ㅋㅋㅋㅋ 응응 서현이는 그 해 말에 유학을 갔어! 거의 일년을 사귀고 갔겠네...! (나쁜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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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 유정연 (5970213E+5) 2018. 2. 17. 오전 10:59:11앗 좋아~! 그럼 새학기 되고 정연이나 서현이도 중학교에서 같이 올라온 친구들 몇몇 있었을 테니 잘 지내다가 청소당번 같이 걸린 걸로 하자 u.u 서현이는 역시 임시반장이 됐을까..!
일년 사귀고 헤어졌구나 흑흑... 헤어질 때 정연이가 엄청 매달렸을 것 같다 8_8 그럼 선레는 저번에 서현주가 해줬으니까 내가 할까? :) -
93 백서현 (199582E+61) 2018. 2. 17. 오전 11:07:11응응 임시반장... 이었을 거 같다! 그래도 나름 선생님들께 싹싹한 아이었으니까! 정연이가 매달리면... 마음은 너무 아픈데 떠나야 하니까 일부러 못된 척 막 막말하고 나중에 막 후회하고ㅠㅠㅠㅠㅠㅠㅠ 이 나쁜놈ㅠㅠㅠㅠㅠㅠ
앗 그래주면 좋을 거 같아!! 고마워!!(╹◡╹)♡ -
94 백서현 (199582E+61) 2018. 2. 17. 오후 5:37:55얍 갱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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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 백서현 (199582E+61) 2018. 2. 17. 오후 9:54:30다시 올려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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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 유정연 (9025928E+6) 2018. 2. 17. 오후 11:53:53반쯤 열린 창문 안으로 봄향기가 났다. 창가쪽 맨 뒷자리에 앉아있던 정연이 손바닥에 턱을 받친 채로 졸음에 겨운 눈동자를 느릿하게 깜박였다. 날씨 좋네. 종례를 알리는 선생님의 목소리를 한쪽 귀로 흘리게 되는 건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 안에 제 이름이 끼어있었다는 것도 모르고서.
하교를 재촉하는 종소리가 울려서야 가방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나는데 앞 책상에서 가방을 정리하던 친구가 제 기척을 느끼고 뒤돌아서는 의문스러운 얼굴로 물었다.
"너 뭐해?"
"뭐하긴, 집에 가야지."
"야이…, 아까 선생님이 너 방과후 교실청소당번이라고 하신 거 못들었냐?"
너 내가 멍때리느라고 남얘기 못 듣는 거 고치라 안 했냐. 한숨 섞인 목소리로 다그치는 목소리가 퍽 익숙한 것이었다. 아, 그랬어…. 정연이 괜히 딴곳으로 눈을 피하며 볼을 매만졌다. 방과 후 교실청소라니 재수도 없지.
"그래서 누구랑 하는데."
"그 누구지, 임시반장 있잖아. 이름이 백서현이랬나? 어, 저기 있네."
제 물음에 팔짱을 낀 채로 느릿하게 말을 이어가던 친구가 누군가를 발견하고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정연이 그 손가락을 좇아 고개를 돌리자, 친구들에게 둘러쌓여 웃고 있는 한 소년이 있더랬다. 임시반장, 백서현이었다. -
97 유정연 (9025928E+6) 2018. 2. 17. 오후 11:54:26선레로 얼마나 걸린지 모르겠다ㅠㅠ 늦어서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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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 백서현 (4234946E+6) 2018. 2. 18. 오전 12:09:43아직은 바람이 차가운 봄이었다. 꽃들이 피어나려 몸을 꿈틀이고 새로운 생명들이 싹트는 계절. 물론 그에게 별 상관 있는 계절은 아니었다.
그에게 특별한 재주가 있는 건 아니었다. 다만 좋은 부모 밑에서 태어나 나름 준수한 외모를 가져 겉으로 보기에는 부드럽고 모난 곳 없는 성격을 만들었다는 것뿐. 덕분일지 그의 옆에는 늘 사람들의 온기가 북적였고 그는 복에 겨울 정도로 인복이 타고난 사람이었다. 물론, 그 모든 것에 대한 감상은 ‘ 지루해. ‘ 이 한 단어로 끝맺었지만.
아, 귀찮아. 그가 생긋 미소를 지으며 속으로 중얼였다. 선생에게 잘 보이면 좋을 거라더니, 결국에는 어영부영 저에게 임시 반장이란 직책을 넘겨버린 담임이었다. 딱봐도 열정이고 나발이고 쥐꼬리 만큼도 없어 보이는 인간. 겉으로는 온화한 미소를 지어내며 그가 속으로 욕지거리를 내뱉어낸다. 젠장. 저 애들은 언제쯤이면 말을 멈추고 갈건지, 도통 말을 멈출 기미를 보이지도 않는다. 어여쁘게 웃는 그 얼굴 뒤로 새카만 감정의 그림자가 드리웠다.
“ 얘들아, 이제 나 청소 해야해서... 다들 내일 보자. “
상냥한 미소였다. 아무렴, 귀찮대도 그걸 겉으로 티 내서는 안될 일이었지. 결국에 아이들이 우루루 교실을 빠져나간 뒤에야 그 미소를 지워내고 후, 무거운 한숨을 내쉬는 그였다. 아차, 다른 애들이 이 교실에 있으면 안되는데. 그제야 그는 느릿히 발걸음을 내딛으며 교실을 한바퀴 둘러본다.
“ 아..., 있었구나. 너가 유정연이지? “
다시금 지어낸 미소. 귀찮다는 감정이 역력했지만 들키진 않았을 것이다. 감정을 숨기는 일은 아주 어릴 적부터 해왔던 일이니까. 그는 정연을 지나쳐 창문을 활짝 열어내고는, 다시금 제 눈꼬리를 초승달마냥 접어낸다.
“ 잘 부탁해. 나는 백서현, 임시 반장이야. 친하게 지내자 우리. “
형식적인 문장. 하지만 그는 자신감이 넘쳤다. -
99 백서현 (4234946E+6) 2018. 2. 18. 오전 12:10:12앗 아냐아냐 괜찮아! 부담갖지 말구 천천히 써줘(๑>◡<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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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유정연 (8786812E+6) 2018. 2. 18. 오전 12:48:12온기를 타고난 사람이 있더랬다. 가만히만 있어도 주변에 사람이 모여들고, 말 한 마디에 주변이 밝게 물들게 하는 그런 사람. 나와 달리 타고났다고 본능적으로 느꼈다. 정확히 말해 정연이 거북해하는 대표적인 유형이었다. 빛만 안 빚춰다지 꼭 후광이라도 받고 있나 싶은 착각마저 들었다. 드물지, 저런 학생은. 반에서 걷도는 애가 있으면 절대로 가만 못 내버려둘 성격이지. 저를 발견하고 다가오는 서현을 향해 먼저 가있겠다는 친구를 손짓으로만 배웅하고서야 시선을 마주했다. 서현과는 달리 구태여 웃어보이진 않는다. 간단히 고개를 끄덕였다.
"응, 들었어. 잘 부탁할게."
친하게? 정연이 조금 떨떠름한 표정으로 대답 없이 어깨에 맸던 가방을 책상 위로 다시 내려놓는다. 마음에도 없는 소리 같은데. 정연은 일부러 화제를 돌렸다.
"그럼…책상부터 옮길래? 쓸기, 닦기. 어느 쪽으로 할래."
아, 환기부터 시켜야지 참. 홀로 중얼이며 창가쪽 창문을 전부 열어 환기를 시켰다. -
101 백서현 (4234946E+6) 2018. 2. 18. 오전 1:00:07“ 그래. “
밝은 미소 뒤로 두 눈이 깜빡인다. 나를 경계하나? 쓸데없이 눈치만 좋아져선 눈치 채지 않아도 될 것들까지 신경을 써대는 그였다. 아까 누구랑 같이 있었던 거 같은데, 겉도는 건 아닌거 같고. 그의 떨떠름한 표정에 흐음, 의문이 서린 숨을 작게 내쉬어낸다.
“ 책상 옮기고, 우선 쓸기부터 하자. “
싫은 티를 전혀 내지 않는 얼굴로 그가 밝게 대꾸했다. 실상으로는 아마 저에게 임시 반장과 청소 당번을 동시에 시킨 담임을 죽도록 원망하고 있었겠지만. 뒤늦게 남은 창문들을 여는 정연을 보며 서현이 오묘한 미소를 삼켜낸다.
“ 너는 어느 중학교 출신이야? 나는 다른 지역에서 왔는데. 그래서 우리반 애들 빼고는 몰라. “
방긋 미소를 지으며 커텐을 쳐내던 그가 흘깃 정연을 보며 질문을 던졌다. 그는 여느 아이들과 다름 없이, 적당히 대화를 하면 친해 질것이라 예견했다. 원래 아이들이란 다 그런 법이거든. 조금 잘나보이고 있어보인 애에게는 자기가 먼저 들러붙어. 속으로는 실소를 터트리며, 그 뻔뻔한 얼굴을 미소로 물들여낸다.
“ 심심하다. 새학기부터 청소나 걸리고, 담임쌤이 너무하신 거 같아. 그치? “
뒤에서부터 책상을 밀어끌던 서현이 툴툴 거리는 투로 입을 열었다. -
102 유정연 (8786812E+6) 2018. 2. 18. 오전 11:47:06흠없는 미소가 여간 화려한 게 아니었다. 정말 열일곱 맞나? 모델이나 아이돌 하면 잘 어울릴 법한 행동과 말투가 정성들여 만든 무언가와 비슷했다. 저와는 달랐다. 정연은 그의 말을 따라 책상을 천천히 뒤로 밀었다.
"어…그럼 네가 쓸고 내가 닦을까?"
어차피 쓸고 닦아야 하는 건 마찬가지고, 정연은 일을 분담해서라도 얼른 청소를 끝냈으면 싶었다. 무뚝뚝한 아버지와 같이 살아서인지 이렇게 유독 밝은 사람과 함께 있을 땐 저도 모르게 껄끄러워지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렇게 모두와 친해지면 참 너도 힘들겠다. 감정소모가 엄청날텐데. 정연은 그저 속으로만 삼켜내며 책상을 마저 뒤로 옮겨서야 두 손을 털었다.
"난 ㅇㅇ중학교. 나도 몇명 빼고는 다 다른 반에 있어서 별로 얼굴 볼 일 없어. 다른 지역이라면 이번에 이사라도 온 거야?"
그를 보지도 않고 의례적으로 되물으며 눈에 띄는 큰 쓰레기-대부분이 구겨진 종이였다-를 줍는다. 담임쌤을 향해 칭얼이듯 투덜이는 그의 말을 아예 모르는 건 아니라는 듯 정연이 어렴풋이 웃었다.
"그렇다고 매일 더러운 채로 내버려둘 수 없으니까. 어쩔 수 없지."
그냥 운이 없었던 거겠지. 보니까 선생님도 그냥 별 생각없이 고른 것 같은데. 성적과는 무관한, 그저 보기에 모범생과 조금 멀어보이는 학생 하나랑 누구라도 믿고 신뢰하는 학생 하나를 묶어두는 거. 아니면 종례시간에 집중하지 않고 멍때리는 바람에 미운털이 박혔나? 익숙한 것이었지만 새삼 허탈한 웃음이 나왔다. -
103 백서현 (4234946E+6) 2018. 2. 18. 오후 8:55:21“ 그럴까? 그럼 내가 바닥 쓸게. “
백서현이 첫 줄 마지막 남은 책상을 죽 밀어내며 정연의 말에 가볍게 대꾸했다. 하기야, 일을 분담하는 게 빨리 끝나긴 하니까. 그는 어깨를 으쓱이며 여유로운 발걸음으로 청소도구함을 찾아 교실을 서성인다. 햇빛도 비추지 않는 교실 모퉁이에 조촐하게 세워진 청소도구함이 그의 눈에 비친다. 아, 귀찮아. 그럼에도 제 얼굴 위에는 부드러운 미소를 두르며 삐걱이는 철제 도구함 문을 열어젖힌다.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중간중간 휘거나 스크레치가 나있는 낡아빠진 빗자루. 그가 빗자루를 꺼내쥐며 픽 인상을 찌푸렸다. 솔 부분에 덕지덕지 붙어있던 먼지 때문이었다.
“ 그렇구나. 어, 한 달 전에 이사왔어. 그래서 아직도 좀 이 근방은 어색해. 길도 자주 잃고. “
거짓은 아니었다. 백서현은 심한 길치였다. 이사 온지 한 달이 겨우 지난 그에게 타지역보다 특히 난잡하고 넓은 이 지역의 지리를 외운다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뭐, 이 정도 정보는 다른 애들도 알고 있으니까. 별 생각 없이 제 정보를 내뱉어낸 그가 뒤늦게야 힐긋 정연쪽으로 시선을 옮기며 생각했다.
“ 그렇네. 넌 되게 성격이 착한 거 같아. “
비꼬는, 혹은 부정적인 뜻은 아니었다. 그 나름대로의 진실성이 담긴 대답이었으니. 이 또래 아이들이 어디 선생님의 입장을 헤아리는 말을 하겠는가. 이 나이대의 아이들은 제 뜻대로 되지 않으면 무조건적으로 욕을 내뱉어내며 제 분을 삭히기 급급했다. 백서현이라고 다를 건 없었지만, 그나마 그는 어릴 적부터 엄한 집안 분위기에 제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훈육을 받아왔기 때문일지 적어도 눈치를 살피는 눈이 좋았다. 그 덕에 남들에 비해서, 더욱 제 이익을 위해 약삭빠르게 움직일 수도 있었다. 좋은 점일까, 적어도 자신은 정답을 낼 수 없을 질문에 머리를 굴리며 그가 빗자루로 바닥에 뿌옇게 쌓인 먼지들을 쓸어낸다.
“ 아까 말했듯이 나 얼마전에 이사와서 친구도 없는데. 이렇게 청소도 같이 하게 됐는데, 친하게 지내자. “
그가 생긋 미소를 지어냈다. 그는 —그에게 친구가 없다—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
104 유정연 (8786812E+6) 2018. 2. 18. 오후 10:54:27한 달 전에 이사왔으면 말마따나 중학교 동창도 하나 없다는 건데 삽시간에 저희 반 아이들을 제 사람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게 조금은 허무했다. 재주일까, 재능일까. 어쩌면 능력이었다. 그럴 만한 위인도 못되는 저와 달리 그는 어딘가 사람을 이끄는 매력이 있다고, 애들이 지나가듯 던진 우스갯소리가 문득 떠올랐다. 정연이 바람이 빠진 웃음을 작게 내었다.
"그렇게 안 보여서는 그런 빈틈도 있나보네."
마찬가지로 명쾌하고 어떠한 의미부여도 없는 대답. 약간 그런 거 떠오른다. 온실 속 화초로 자란 도련님. 전부 잘 할 것 같이 보여서 패스트푸드를 못 먹는다거나, 그런 거 있잖아. 너는 어떨까. 너라고 다르긴 할까. 하기사, 그가 부잣집 도련님인지 아닌지조차 알지도 못하지 않은가. 억지로 생각을 갈무리하던 차, 성격이 착하다는 말에 정연이 몸을 멈칫했다. 남들한테 민폐는 끼치지 않고 살았다고는 생각하지만 딱히 스스로 착하다고는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빈말인가? 약올리나? 누가봐도 성격이 착해보이는 건 내가 아니라 너인데? 정연은 사뭇 불편한 기시감이 밀려오는 걸 느끼고, 저도 모르게 되물었다.
"내 어디가?"
너와 내가 만난지 얼마나 됐다고 착한 것 같다고 생각하는데? 정연이 뒷말을 삼키며 고개를 내저었다.
"남들이 보기엔 네가 착하면 착했지, 나 네가 생각하는 것만큼 그렇게 성격 좋은 건 아냐."
무덤덤하게 대답하며 청소함에서 대걸레를 꺼낸다. 처음부터 너무 성격 안 좋게 말했나. 뒤늦게 든 염려로 괜히 뒷목을 긁적였다. 아니면 농담을 너무 진담으로 받아들였나. 그래도 이왕 말한 거 나머지도 전부 말해두는 게 낫겠다 싶었다. 말하고 나서는 친하게 지낼 일은 아마 없으리라 생각 되었지만. 그와 친해지면 제 모습을 남들에게도 노출시켜야 할 것만 같았다.
"친하게 지내는 건 상관 없는데…아까 보니까 친구들 많던데. 나보단 걔네들이 더 잘 챙겨줄 거야. 걔네들이랑 잘 지내 봐."
화장실로 가기 전 서현을 향해 기분이 상하지 않을 어조로 말하며 대걸레를 빨고 오겠다며 정연은 화장실로 향했다. -
105 백서현 (4234946E+6) 2018. 2. 18. 오후 11:17:16“ 에이, 그렇지 않게 보일건 또 뭐야. “
완벽한 사람. 백서현이 두 눈을 한 번 깜빡였다. 그는 완벽한가? 아니. 어느새 꽉 찬 쓰레받이를 휴지통 위로 털어내며 그가 입꼬리를 올려낸다.
“ 응? 뭐, 다른 애들은 귀찮은 일을 맡으면 무조건 남탓하면서 신경질을 부리거나 아예 책임을 회피해버리는데, 너는 그러지 않으니까? “
예상 외의 대답이었던건지, 그가 시선을 정연에게로 옮기며 되묻고는 다시 고개를 돌리며 가볍게 대꾸한다. 흐음, 고맙다는 감사인사나 네가 더 착하다는 형식적인 답레 인사가 나올 줄 알았던 그의 뒷머리가 싸해진 느낌이었다. 쓰레받이를 책상 위에 올려두고 그것을 들고 있던 손으로 뒷머리를 몇 번 쓰다듬던 그가 어깨를 으쓱였다.
“ 그래? 으음... “
이건 또 뭘까. 그가 뒷목을 긁적이며 두 눈을 내리깔았다. 혹시 내가 말을 잘 못하기라도 한건가? 천천히 제가 한 말들의 자취를 따라 걸어보았지만 별달리 헛디딘 말들은 없었다. 신기하네, 고개를 약간 까딱이며 그가 힐긋 정연을 바라보았다. —친하게 지내는 건 상관 없지만 방금 그 애들이 더 잘 챙겨 줄거야. 라는 말을 남기고 대걸레를 챙겨 화장실로 떠나버린 그였다. 오로지 적막과 그만 남은 교실, 텅 빈 교실에서 그가 발자국을 조금 움직여 책상에 걸터앉고는 풋, 미소를 삼켜낸다. 혹여라도 소리가 커질까 왼손으로 입을 가리면서까지 그 웃음을 삼켜내는 그였다.
“ 아, 뭐지. “
제 입을 가리고 있던 손은 이마로, 그대로 앞머리를 걷으며 제 이마를 문지르던 손이 허벅지 위로 툭 떨어진다. 익숙하지 않은 감정이 갈비뼈 아래에서 고개를 쳐들은 느낌. —나 안착한데. 작은 중얼임은 공기와 함께 사라진다. -
106 유정연 (8786812E+6) 2018. 2. 18. 오후 11:44:51아무리 생각해도 나 말실수 한 거 같지. 아니, 말실수한 거면 한 거지 내가 왜 신경을 쓰는거람. 불꺼진 화장실 안에서 대걸레를 세척용 세면대에 집어넣고서 물을 틀었다. 댐이라도 터진 양 콸콸 쏟아지는 물줄기를 가만히 바라보며 무심코 입술을 건드렸다. 생각에 빠질 때마다 버릇처럼 나오는 행동 중 하나였다. 착한 건지, 착한 척을 하는 건지 모르겠다. 나는 늘 복잡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으니까. 그렇다고 사과할 일까진 아닌 것 같았다. …나도 몰라. 작게 한숨을 내쉬며 수도꼭지를 잠근다. 동시에 생각도 잠겼다.
물기 없이 쭉 짜낸 밀대를 가져와서 바닥을 닦았다. 그냥 내가 쓴다고 할 걸 그랬나. 고요한 적막 속에서 들리는 거라곤 어렴풋한 바람소리와 바닥을 문지르는 밀대 소리였다. 그러다 무언가 막 떠오른 사람처럼 정연이 밀대질을 멈추고서 서현을 돌아봤다.
"맞다, 우리 쓰레기통도 비워야되는데. 그냥 청소 다 끝나고 나가면서 버릴래?"
계속 번갈아 오기도 힘들고. 그래봤자 2층이긴 하지만. 아니면 네가 가서 버릴래? 같은 농담을 할 사이가 아니란 게 조금은 아쉬운 정연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아까 제가 한 말이 마냥 마음에도 없는 소리는 아니었다. 보기만 해도 주변이 반짝거리는 사람과 가까이 지낸 전적이 없는 데다…, 정연이 그를 흘긋 바라보다 다시 시선을 내리깔며 밀대를 움직였다. 그냥. 네가 너무 화려하게 생겨서. 남들처럼 눈길이 가는 건 어쩔 수 없는거니까. -
107 유정연 (8786812E+6) 2018. 2. 18. 오후 11:46:05서현이의 "나 안착한데." 혼잣말에 쓰러진 정연주다ㅠㅠㅠㅠㅠ 책상에 걸터앉아서 앞머리 쓸러올리는 거 너무 반칙 아니니 ㅠㅠㅠㅠㅠ(쓰러짐) 계속 늦어져서 미안해 오늘은 먼저 들어갈게! 내일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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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 백서현 (4234946E+6) 2018. 2. 18. 오후 11:49:03앗앗 좋아해주다니...! (기쁨) 정연이야말로 막 정말 분위기가ㅠㅠㅠㅠㅠㅠㅠㅠㅠ 정연아ㅠㅠㅠㅠㅠㅠㅠㅠㅠ 정연이 분위기 어떻게 설명해 증말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응응 답레 올려놓을테니 천천히 이어줘! 들어가 정연주! (๑>◡<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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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 백서현 (7222986E+6) 2018. 2. 19. 오후 5:22:11교실을 가득 채운 적막이 밀대 소리에 조금씩 조금씩 밀려난다. 책상 위에 걸터 앉은채로 천천히 정연을 주시하던 백서현은 갑작스레 뒤돌아 저를 바라보는 정연의 모습에 놀란듯 잠시 몸을 움찔이더니 다시금 미소를 지어올린다. 깜짝이야, 그가 뒷목을 긁적이며 속으로 중얼였다.
“ 그러자, 같이 버리는 게 낫지. “
가볍게 책상에 걸터앉은 몸을 일으켜낸 서현이 청소도구함 근처 파란 쓰레기통 가까이로 발걸음을 옮기며 대꾸했다. 나를 껄끄러워 하는 거 같았는데, 알 수가 없을 아이였다. 절반을 조금 넘게 차오른 쓰레기통을 빤히 내려다보며, 이 반 아이들은 도대체 뭘 하길래 벌써 이만큼의 쓰레기를 배출했나— 따위의 의문이나 마음 속으로 품어내는 그였다. 언뜻 보니 물걸레질도 거의 다 해가는 느낌이었다. 그는 제 책걸상에 걸어둔 책가방을 책상 위에 올려두며 맨 끝줄의 책상부터 다시 교실 앞편으로 끌어내기 시작한다.
...어색하네, 불편한 침묵을 가만히 두질 못하는 그에게 참으로 고통스러운 시간이 아닐 수 없었다. 그는 힐긋 정연을 바라보며 다시금 그 가벼운 입을 열어낸다.
“ 혹시 내가 말한 것중에 기분 나쁜 말이 있었으면 말해줘. 내가 가끔 말이 막 나가기도 하는 편이라. “
어딘가 저를 불편해하는 듯한 낌새에 툭 던져낸 말이었다. 책상이 바닥에 끌리는 소리 뒤로 그의 눈동자가 느릿히 정연을 향한다. 가끔은, 이유 없이 거리낌을 느끼는 사람이 나타나기도 하는 법이었다. 저 애에게는 내가 그런 존재인건가? 부정적인 감정은 들지 않았다. 조금 더 호기심이 생길 뿐. 그런 생각을 흘러넘기던 그는 다시 시선을 거두고 교실 앞쪽부터 창문을 닫고 커텐을 치며 교실을 정리하기 시작한다.
“ 아, 맞다. 우리 일주일간 청소였나? 한달? “
담임의 말을 대충 흘려들은 게 화근이었다. 가물가물한 기억은 되짚어봐도 선명해지지 않는다. 그가 난처한 듯 미소를 지으며 정연에게 너스레 질문을 던졌다. -
110 백서현 (7222986E+6) 2018. 2. 19. 오후 11:32:33서현주 갱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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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 백서현 (5734212E+5) 2018. 2. 20. 오전 9:45:31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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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 유정연 (3133352E+5) 2018. 2. 20. 오후 5:38:58어제 퇴근하고 계속 일 마무리 하느라 굿나잇인사도 못 남기구갔네 너무 미안해 ㅠㅠㅠ 오늘은 꼭 답레 올려보도록 할게!
그리고 청소는 일주일이 좋을까 한달이 좋을까? 난 개인적으로 한달이 사랑에 빠지기 좋은 시간이라고 생각하는데u///u -
113 백서현 (5734212E+5) 2018. 2. 20. 오후 5:40:09앗 정연주 괜찮아!! (방방) 천천히 줘도 돼(๑>◡<๑)
으음... 나도 역시 한달이 좋은 거 같아!! (≧∇≦) 진짜 딱 서로에 대해 알아가고 사랑에 빠지기 좋은 기간이다...!!! -
114 유정연 (6379165E+5) 2018. 2. 20. 오후 11:26:29걸레질이 얼추 끝날 즈음에 뒤편에서 책상 끄는 소리가 들렸다. 맞아, 뒤쪽도 쓸고 닦아야 되지. 정연이 소리없이 한숨을 쉬었다. 스스로를 잘 챙기지 못하는 아버지를 둔 덕에 청소는 제 일상과도 같았지만 그렇다 하여 굳이 좋아하는 건 아니었다. 그냥, 필요하니까. 누군가는 해야하고, 나라도 안 하면 아무도 챙기지 않을 테니까. 물론 지금 상황에는 맞지 않다. 내가 하지 않으면 선생님은 다른 학생을 고를 테고, 애초에 학생이 거부할 권리가 있긴 했나.
생각에 잠겨 있던 정연을 깨운 건 서현의 목소리였다. 대뜸 이 상황과는 맞지 않는 말이었다. 제가 기분 나빠하고 있다고 생각한걸까 싶었다. 하긴, 웃지 않는 얼굴로 오해를 산 적이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의외로 사람 눈치도 보는 구나, 너. 정연이 밀대를 교탁에 세워두며 서현에게 다가가 옆에 있던 책상을 앞으로 밀었다. 목소리에는 희미한 웃음기가 담겨있었다.
"하나도 없어, 그런 거. …그러는 너는? 나는 너처럼 말도 싹싹하지 않잖아."
목소리와 표정으로 상냥함을 측정한다고 하면 나는 아마도 너보다 한참은 먼 편이겠지. 익숙했다. 하지만 그렇다 하여 억지로 웃고 다닐 마음도 없었다. 멀어지면 멀어지는 대로, 가까워지면 가까워지는 대로. 친해질 사람은 친해지고, 멀어질 사람은 어떻게든 멀어지는 법이었다.
책상을 앞쪽으로 밀고 다른 책상을 밀기 위해 다시 사물함쪽으로 걸어가며 정연이 기억을 더듬었다. 뭐라 했더라. 친구가 정신 좀 잘 챙기라며 말해줬던 것 같은데…, 아,
"한 달…이라했던 것 같은데. 선생님한테 다시 여쭤봐."
기왕이면 일주일은 안 되냐며 물어봐주면 고맙고. 우스갯소리를 실없이 덧붙이며 남아있던 책상을 앞쪽으로 밀었다. 이런 청소, 좋아하지도 않는 건 너나 나나 똑같으니까. -
115 유정연 (6379165E+5) 2018. 2. 20. 오후 11:27:10>>113 앗..!(하이파이브) 그럼 한달로 하자 히히 답레가 늦어져서 미안해 오늘은 이것만 잇구 가볼게~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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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 백서현 (5734212E+5) 2018. 2. 20. 오후 11:37:57앗 응응! 내일 내가 이어둘게;> 부담 갖지 말구 천천히 돌리자! (๑>◡<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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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 백서현 (3780049E+5) 2018. 2. 21. 오후 5:30:56“ 너? 글쎄. 악의는 없는 거 같은데. “
가식도, 거짓도 담기지 않은 말이었다. 그는 그렇게 열린 창문들을 닫고 도구함까지 꼼꼼히 체크하며, 너스레 정연의 물음에 대꾸한다. 고작 열일곱의 나이에 모든 인간군상을 만나본 건 아니었지만, 그다지 정상적이진 못한 가정환경에서 자라온 탓에 사람 보는 눈은 좀 컸다. 저가 보기에 정연은 저를 껄끄러워하면 껄끄러워했지, 적대감을 품은 건 같지 않다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그가 아주 약간, 그 올곧은 입꼬리를 올려냈다. 가면 갈 수록, 그 뒤가 궁금해지는 인물. 속으로 그리 중얼이며 잠시 멈춘 손을 뻗어 도구함의 문을 닫아버린다.
“ 모처럼 친해질 기회인데, 한달 하지 뭐. “
정연이 건넨 우스갯소리에 그가 가볍게 대꾸했다. 청소는 귀찮지만, 뭐. 나쁘진 않아. ‘ 게다가 청소를 한다는 핑계로 학원도 늦게 갈 수 있는걸. ‘ 라는 시덥잖은 농담이나 덧붙이며 그가 생긋 미소를 지어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지금 제 눈 앞에 들어오는 저 남자애와 꼭 친해져야 할 이유도, 그렇지 않을 이유도 없었다. 순전히 그가 생각하기에 ‘괜찮은 인물’ 이었기에 그는 조금 더 저 남자아이와 지내보고 싶더란다. 새학기에 저와 어울릴 거 같은 아이들을 추려 먼저 친해지듯, 사회성이라는 게 떨어지는 그에게 정연은 ‘먼저 친해지고 싶은 친구.’ 였을까.
“ 거의 다 끝났네. 반은 내가 들게. “
쓰레기 봉지 하나와 재활용 상자 두 개, 그중 그가 상자 두 개를 들며 입을 열었다. 한 상자에는 종이가 한가득 들어있었고, 다른 한 상자는 분명 캔 따위의 알루미늄들이 들어있어야 했지만 온갖 과자 봉지들과 사탕 껍질들이 한가득 들어차버린 혼종이었다. 으, 역하게 올라오는 음식물 냄새에 그가 인상을 찌푸리며 먼저 발걸음을 내딛는다.
“ 열쇠는 내가 챙길게. “
아까전 담임이 교탁 밑에 교실 열쇠를 둔 걸 숙지해둔 그였다. 보통은 출석부 같은 곳에 매달아놓지 않나? 어지간히도 일을 귀찮아하는 선생이었는지, 교실 열쇠를 그런 곳에 둘 생각이나 하다니. 그가 속으로 쯧 혀를 차며 교탁으로 걸어가 몸을 한껏 웅크려 더듬더듬 거리더니 열쇠를 휙 낚아채 바지주머니에 찔러넣었다. 뭐, 대충 아무데나 두면 되겠지. 얼추 신발장 같은 곳이면 되겠네—라는 생각이나 품으며. 그가 살짝 열린 교실문을 발로 밀어낸다. -
118 유정연 (1132516E+6) 2018. 2. 21. 오후 9:51:36생각할 것도 없는 아주 쉬운 문제의 답을 얘기하는 사람 같았다. 하지만 정작 정연은 대답할 수 없었다. 그게 서현의 말을 부정하기 위함은 아니었지만, 지금 당장은 희미하게 웃는 것밖에는 나오는 것이 없었다. 말없이 책상을 다 밀고, 나머지 청소까지 마치기 무섭게 그의 목소리가 들렸다. 정연은 잠시 떨떠름한 표정을 숨기며 시선을 옆으로 피했다.
"그러던가, 그럼."
이상하게도 거절할 틈을 좀처럼 찾을 수 없었다. 정확히는 거절 할 수 없게 만드는 면이 있었다. 입에 발린 거짓말도 못하는 자신에겐 다른 사람들과 달리 부담스러운 성격이었다. 아마 그래서 친구들이 많은 거겠지만.
내가 상자 들어도 되는데. 나오지 못한 말을 괜히 입안에서만 곱씹으며 뒤늦게 쓰레기봉투를 들었다. 반 정도가 아니라 나만 달랑 쓰레기 봉투 드는 거 아닌가 모르겠다. 몸에 밴 배려였겠지. 남들 누구에게나 하는. 나는 못하는 너만이 할 수 있는 버릇. 어쩌면 재주. 어쩌면 살아가는 방법. 어떠한 의미도 담기지 않은 숨을 쉬는 것과 같은 거. 일상적인 거. 근데 나한텐 별로 필요 없어. 한 달이나 같이 청소하는데 감정 상하는 것이 신경쓰여 말이야 그렇게 할 수 있지만 어디를 봐도 가까워질만한 계기가…있나. 만약 복도를 지나치다 가벼이 마주치는 눈인사나, 아무런 뜻도 의도도 없는 짧은 대화도 네가 말한 '친해질 기회'에 속한다면. 관계가 깨질 걱정도 하지 않을 순 있겠지. 애초에 시작한 건 아무것도 없었을 테니까.
정연이 발로 문을 여는 모습을 지켜보다 대신 손으로 문을 밀어 열어주었다. 부탁이라도 하지. 보는 사람 괜히 민망하게.
"안 무거워? 나 하나줘도 되는데."
무거운 건 둘째치고 아무래도 역한 냄새에 더 거북할 수도 있겠다. 정연이 으레 신경쓰인다는 듯한 눈길로 서현을 바라본다. 괜히 발을 잘못 내지를까 "앞에 계단이다." 하고 조심할 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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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 백서현 (3780049E+5) 2018. 2. 21. 오후 10:23:33“ 나 때문에 귀찮아진건 아니지? “
제가 일방적으로 내려버린 결정이었다. 그 과정이 너무도 자연스럽고 그에게는 당연한 과정이어서, 눈치 채지 못했지만. 그는 뒤늦게야 너스레 물으며 정연에게로 시선을 던졌다.
“ 하나도 안무거워. 내가 들겠다고 했는데 뭐. “
그가 씩, 입꼬리를 올렸다. 정말로 무겁지 않다는 듯. 상자의 무게에 팔이 눌려 조금 아파오긴 했지만 이정도는 거뜬했다. 그는 저 대신 문을 열어준 정연에게 고맙다며 씩 웃어보이고는 천천히, 조심스레 걸음을 내딛었다.
“ 나 걱정해주는거야? “
다른 또래 아이들이라면 질색을 할 장난이었다. 그는 그런 반응을 즐겨했지만. 왼쪽 입꼬리가 조금 더 올라간, 마냥 상냥하지만은 않은 미소를 얼굴에 두르며 그가 계단으로 발걸음을 내딛는다.
“ 이크. “
그가 멈칫, 몸을 움찔이며 짧게 외쳤다. 상자에 시야가 가려져서일지 어째 그 걸음이 위태위태 하더라니, 발을 잘 못 뻗어 하마터면 저 아래로 굴러떨어질 뻔했다. 그는 “ 우와, 죽을 뻔했다. “ 라는 말과 함께 태연히 웃어보이며 아까보다는 조금 더 신중해진 발걸음을 천천히 아래로 향해낸다.
다행히도 바깥으로 통하는 문은 활짝 열려진 상태였다. 아직은 완연한 봄이 아니었기에 바람은 차가웠고, 얇은 교복 차림으로는 그 한기를 막아낼 수 없었다. 그는 몸을 조금 움츠리며, 으. 작게 한숨을 내쉬어낸다.
“ 빨리 버리고 오자. 너는 버스타고 가? “
슬슬 팔에 무리가 오고있었다. 태연히 내색하진 않으며, 그가 의도적으로 발걸음을 재촉한다. -
120 유정연 (1132516E+6) 2018. 2. 21. 오후 10:46:27"귀찮았으면 진작 싫다고 말을 했겠지."
말했잖아. 나 그렇게 친절하게 말하는 편은 아니라고. 정연이 바람빠진 웃음 소리를 작게 터뜨리며 신경쓰지 말라는 듯이 대답했다. 문을 닫고 복도를 따라 걸었다. 들리는 소리라고는 아직까지도 운동장에 모여 축구하는 다른 학생들의 자그마한 소리침. 그리고 복도를 걷는 평범한 남학생 둘의 실내화 소리. 그리고 침묵이 익숙해질때 즈음 다시 열리는 짧은 대화. 그 뿐이었다. 친하지도, 마냥 어색하지도 않은 분위기가 처음에 비해 많이 누그러진 듯했다. 그 사이에 대화 몇 번 한 게 그냥 없어지진 않은 모양이었다.
걱정해주는 거냐는 그의 장난에 정연이 어? 하고 저도 모르게 반문하며 서현을 향해 시선을 올렸다. 얄궂은 미소가 퍽 잘 어울렸다. 누구나 그렇듯 이 나이대 또래 애들처럼 앳된 모습이 남아있긴 했으나 그런 것 치고는 이목구비가 무척이나 뚜렷해서 짓궂게 바라보는 것조차도 감탄할 법한 것이었다. 왜 애들이 잘생겼다 잘생겼다 하는지 알겠네.
때마침 제가 우려했던 일이 일어나자 정연이 서둘러 비틀거리는 서현을 따라 덩달아 "어어!" 하고 다급히 서현의 팔을 빈손으로 붙잡아주었다. 저도 따라 휘청이긴 했지만 억지로 발에 힘을 주어 버텼다. 사실 그보단 진작 중심을 잡기 위해 발을 내딛은 그의 대처가 빠르긴 했지만. 잠시 아찔했던 감각을 뒤로하고 정연이 그의 팔을 놓아주며 마저 계단을 내려갔다. 뒤이어 나온 건 못다한 대답이었다.
"어, 맞아. 너 여기서 굴러 떨어지면 왜 옆에서 안 도와줬냐고 욕 먹는 건 나거든."
그러니까 조심히 좀 가. 정연이 옅은 한숨에 섞인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깜짝놀랬네.
아직 꽃봉오리도 채 피지 않은 날씨라는 것이 아쉬웠다. 그래도 봄이었으면 청소하는 기분이라도 났을 텐데. 정연이 멍하니 운동장 쪽을 바라보며 걸어가다 서현의 말에 고개를 그쪽으로 돌렸다.
"아니, 나 걸어가. 집 여기서 별로 안 멀어. 넌?"
그의 의도를 단연 눈치채지 못한 정연은 그가 발걸음을 재촉하면 재촉하는대로-한 두 보 정도 뒤떨어질 때도 있었지만-따라갔다. 곧 쓰레기 처리장에 도착해서야 정연이 쓰레기봉투를 통에 넣고 손을 털었다. -
121 백서현 (3780049E+5) 2018. 2. 21. 오후 11:00:14“ 안귀찮다는 뜻이네? 다행이다. “
어렴풋 소년의 순수함이 묻은 미소를 지으며 그가 가볍게 대꾸했다. 내심 저가 하는 짓이 귀찮으면 어쩌려나 라는 생각이라도 가지고 있었는 지 모른다. 누군가에게 귀찮은 짐이 되는 일을 극도로 무서워했고, 그렇게 되지 않으려 안간힘을 썼다. 누구에게나 친절하고 배려심 있으며 인기있는 인간. 그가 바라던 인간상이자 강요당한 인간상.
휘청이기 무섭게 제 팔을 잡아주는 정연을 보며, 잡아줘서 다행이다. 라는 태평한 말이나 해대는 그였다. 시실, 넘어졌어도 상관은 없었으려나. 어찌됐던 넘어지는 일은 피했으니 잔생각은 지워내며, 뒤이어지는 정연의 말에 그가 느릿히 고개를 까딱였다.
“ 그거 때문에 걱정한거야? 에이, 너무하네. “
입맛이 씁쓸해지는 게 느껴졌다. 정연이 생각하는 제 이미지가 머릿 속에 그려지기라도 한걸까. 그는 이전보다 조심스러워진 발걸음으로 결국에 모든 층을 내려오고 만다.
“ 나도 걸어서 가. 이사 왔댔잖아. 00아파트인데, 알아? “
그닥 마음에 드는 새집은 아니었지만. 순전히 병원이 가까웠기에 얻은 집이었을 것이다. 어쩌다보니 근처에 학교가 있었겠지. 그래도 제 부모님들은 그것에 별다른 생각이 없었을 것이다. 그저, 알아서 잘 하겠지. 라는 막연한 책임감을 걸어줄 뿐.
대충 재활용 쓰레기들이 모여있는 자루에 상자 채로 쓰레기를 던져버리고 팔을 툭툭 털어내는 그였다. 냄새가 베진 않았겠지—라는 시덥잖은 걱정이나 하던 그가 느릿히 고개를 돌리며 제 주머니를 뒤적인다.
“ 참, 나 너 번호 좀 알려주라. “
대뜸 내민 휴대폰과 함께, 그가 머쓱한 듯 웃어보였다. -
122 유정연 (2701563E+6) 2018. 2. 22. 오후 7:43:39"알지. 우리 옆 동네라 가는 방향은 좀 다르지만."
근데 거기면 이번에 새로 신축한 아파트 아닌가. 워낙 자리가 좋아서 땅값 비싸서 누가 살겠냐고 동네 아주머니들이 대화하는 걸 우연히 들은 기억이 났다. 좋은 데 사네. 어찌보면 당연했다. 그는 뭐랄까, 귀티나게 생겼으니까. 패션의 완성은 얼굴이라고도 하잖아.
"내 거?"
그만 돌아가기 위해 발걸음을 틀던 정연이 반쯤 서현을 돌아보며 반문했다. 그가 내민 휴대폰과 그의 얼굴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멋쩍은 듯한 웃음이 제법 순박해보였다. 휴대폰 번호 알려주는 게 뭐 대수라고. 연예인도 아니고. 정연은 딱히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휴대폰을 받았다. 키패트로 제 번호를 친 뒤 통화를 누르자 주머니가 진동했다. 빈손으로 주머니에 있던 제 휴대폰을 꺼낸 뒤에야 통화종료를 누르고 그에게 다시 건넨다.
"너도 내 번호 가져갔으니까, 나도 네 거 가져간다?"
괜찮지? 정연이 희미하게 웃으며 번호를 저장했다. 백서현.
"그만 들어가자, 가방도 챙겨야되고. 추워."
정연이 대답을 새도 없이 팔짱을 끼며 어깨를 움추린 채로 먼저 걸음을 떼었다. -
123 백서현 (596785E+60) 2018. 2. 22. 오후 7:57:58“ 아 옆동네구나. 간간히 만날지도 모르겠네. “
그는 두 눈을 한 번 깜빡이더니 희미하게 미소를 내비추었다. 버스를 타는 거리도 아니고, 등하굣길에 한두 번은 마주칠 법한 거리. 그는 어깨를 한 번 으쓱여냈다.
“ 친해지려면 번호부터 알아야하지 않겠어? “
그 말과 동시에 정연은 흔쾌히 제 부탁을 수락해줬다. 흐음, 제 휴대전화를 받아가는 정연을 보며 그가 입꼬리를 말아내더니 곧 제 번호를 입력해 전화를 거는 그를 보며 고맙다며 인사를 건넨다.
“ 당연한 거 아냐? 나중에 심심할 때 대화나 하자. “
돌려받은 휴대전화에 ‘유정연’ 이란 이름을 저장하며 그가 미소를 지어냈다. 유정연, 유정연. 그 이름이 입안을 맴돌고 이내 사라지자, 정연이 어서 교실로 들어가자며 그를 재촉하는 게 들려왔다. 그래, 느릿히 몸을 돌려 걸음을 떼내며 그가 의식적인 미소를 내비친다.
“ 오늘 수고했어. “
계단을 오르며 그가 먼저 말문을 터냈다. 시간도 제법 늦었기에 학생들은 커녕 복도를 지나다니는 선생님들도 없으니 이 어색한 공기를 어찌 해야할 지를 모르겠다더라. 그는 찝찝한 듯 두 손을 제 몸에서 멀리 떨어트리며, 담담한 목소리를 울려낸다. 아, 우리반이다. 익숙한 교실이 눈에 들어온다. 어서 가방이나 가져오고, 손도 씻어야지. 그가 느릿히 시선을 돌리며 생각했다. -
124 백서현 (7485696E+5) 2018. 2. 23. 오후 11:12:51얍 갱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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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5 유정연 (3948927E+5) 2018. 2. 24. 오전 10:57:08오늘 수고했어. 계단을 타고 오르는 목소리가 담담하며 그만큼 다정했다. 분위기는 괜찮아도 아직은 어색하기만 한 공기 탓이겠지. 다른 애들 같았으면 그냥 이대로 제 가방만 챙겨나갔을 텐데. 성격 좋네. 무른 건가? 정연이 뒷목을 더듬으며 멋쩍은 목소리로 하는 수 없이 대답했다.
"너도 고생했다."
평소에 하지도 않는 낯간지러운 말을 지금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진 않았다. 정연은 특히나 그랬다. 무뚝뚝한 아버지를 두면 돌아오는 것들도 정해져있기 마련이다. 오늘은 술 좀 안 마셨으면 좋겠는데. 어머니는 우셨다. 아버지는 붙잡았다. 어머니는 떠났다. 아버지는 상처받았다. 그 상처를 어떻게든 이겨보겠다고 이따금 술을 빌리지만, 그건 결국 상처를 곪게만 할 뿐이었다. 술에 취한 아버지의 반응은 정해져있었다. 처음엔 떠난 엄마를 찾고, 현실부정을 한 뒤, 내게서 어머니의 얼굴을 발견하고 끌어안으며 울다가, 종국엔 손찌검을 하거나 두들겨팼다. 알면서도 피하지 않은 건…아버지가 가엾어서. 술에 깬 아버지가 저를 붙들고 안으며 우는 모습이 너무 가엾어서. 그래서 생각했다. 나는 절대 그런 사랑은 하지 않겠노라고. 종국에 상처 받을 거라면 애초에 시작도 하지 않으면 된다. 그러면 돼.
반으로 들어가 적당히 책상 정돈을 마친 뒤 가방을 챙겼다. 최소한의 필기구와 노트만 들어있는 가방은 무척이나 가벼웠음에도 어깨에 누가 매달린 것처럼 무게감이 느껴졌다. 정연이 열어두었던 창문을 닫고서 나올 채비를 했다. 뒷문 옆에서 잠시 서현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안 가?" -
126 유정연 (3948927E+5) 2018. 2. 24. 오전 10:57:36답레가 너무 늦어져서 미안해 ㅠㅠㅠㅠㅠㅠ 오늘은 그래도 너무 늦지 않게 줄 수 있을 것 같아 8ㅁ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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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7 백서현 (4166349E+6) 2018. 2. 24. 오전 11:10:47너도 수고했다는 정연의 대답에 서현이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에게는 그저 형식적인 인사치례에 지나지 않는 말이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무거운 공기는 더욱더 그를 압박하고, 어서 숨통을 틔우고 싶다는 욕구가 더욱 거세진다.
텅 비어버린 교실은 아까전 아이들이 복작복작 모여있던 게 마치 제 환상으로 비추어질 정도로 조용했다. 두꺼운 유리창에 비쳐 바닥에 쌓인 햇빛은 주황색으로 빛나고, 언뜻 시선을 던진 하늘에는 누군가가 주황색 물감을 풀어놓았다. 대충 제 자리를 정돈하고 멀거니 하늘을 바라보던 그가 저를 재촉하는 목소리에 어깨를 으쓱이며 몸을 돌려낸다.
“ 갈게. “
반대편에 산댔던가, 교문에서 곧장 반대로 헤어지겠네. 실없는 생각이나 흘려내며 그가 느릿히 두 눈을 깜빡였다. 오늘 처음 말을 해 본 이 같은 반 친구도 곧장 집으로 가길 바라는 것 같더란다. 그는 교실에서 신던 슬리퍼를 벗어 운동화로 갈아신으며, 몇 미터 남지 않은 교문에게로 시선을 옮긴다.
“ 내일 보자. “
한 것도 없는데 지치는 기분, 그러나 티를 내진 않았다. 그는 책가방을 다시 고쳐메며 손을 느릿히 흔들어냈다. 앞으로 한 달, 앞으로 쭉 너를 봐야겠네. -
128 백서현 (4166349E+6) 2018. 2. 24. 오전 11:11:25앗 괜찮아!! 편할 때 여유롭게 돌려줬음 좋겠어 ;> 그나저나 슬슬 막레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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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9 유정연 (3948927E+5) 2018. 2. 24. 오전 11:20:09앗 응응 그럼 이걸로 막레하자 +ㅁ+ 이번 상황도 수고했어~!! 서현이 정말...너무 내추럴한 천재 같아ㅠ^ㅠ 애들 다루는 거 넘 잘해.. 정연이는...(흐린눈)
다음상황은 어떻게 해볼까 U.U 현실편 돌렸다가 다시 와도 좋구. 과거편은 너무 질질 끌지 않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 거기에 대한 상황만 돌려도 좋을 것 같아! 그러다 나중에 시간흐름 상관없이 떠오르는 상황 돌리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서 :) -
130 백서현 (4166349E+6) 2018. 2. 24. 오전 11:25:29응응 정연주도 수고했어!! ㅎㅎㅎㅎ 정연이ㅠㅠㅠㅠ 아버님 얘기ㅠㅠㅠㅠ 담담히 하는 게 더 슬퍼ㅠㅠㅠㅠㅠㅠㅠ 내추럴한 천재라니...! 서현이는 눈치만 빨라선 교묘하게 이용하려 드는 사기꾼...!(흐릿)
으음... 고민이네...!! 8ㅁ8 현실편을 한 번 더 돌리는 게 좋을까? 만약 과거편을 돌린다면 대략 이런 상황에서 서로 사랑에 빠졌다—라는 느낌으로 돌리겠네...!
으으 못고르겠다!!
.dice 1 2. = 2
1. 현재
2. 과거 -
131 유정연 (3948927E+5) 2018. 2. 24. 오전 11:33:14정연이..ㅋ큐ㅠㅠㅠㅠ 음 나중에 이런 얘기도 서현이랑 하면 좋겠다! 서현이도 약간 가정적으로 문제가 있어 보이는데 혹시 서현이네 부모님은 서현이보다 형을 더 편애하는 편일까? 뭔가 둘이 공감대가 있으면 더 가까워지는 계기를 만들기 쉬울 것 같아서.
앗 과거편이네..! 그럼 어 서현이랑 정연이가 서로한테 빠지게 된 계기부터 정해야하나..?ㅋㅋㅋㅋㅋㅋ 일단 거의 한달정도 되었을 시기로 돌려서 둘이 충분히 가까워진 상태면 좋겠다 U///U -
132 백서현 (4166349E+6) 2018. 2. 24. 오전 11:38:28앗 응 집안 분위기가 그렇게 좋은 편은 아냐...! 아무래도 형이 어릴 적부터 병약하긴 했는데 아예 큰 병에 걸리고부터는 거의 모든 관심은 형에게 쏠리고 부모님 사이도 급격히 안좋아져서..., 편애도 어느정도 있긴 해...ㅠㅠ 형이 아프기 전까지는 공부도 곧잘 하고 엘리트였거든! 애가 좀 정서적으로 좋은 영향은 못받았지...!! 8ㅁ8 아무래도 이런 얘기 하다보면 더 친해질 수도 있겠다!
앗 뭔가 떨린다...!! 맞아 주기는 한두달 정도 지난 걸로 정하고... 썸을 좀 오래 탔겠네! ㅋㅋㅋㅋ 으음 혹시 정연이가 반할 만한 포인트가 뭔지 알 수 있을까? 서현이는 아마..., 보호본능 때문에 빠질 거 같기두 하고, 원래도 애정결핍이 있던 아이니까 겉친구만 가득 한 제 인물들 중에 정연이처럼 깊은 관계가 생기면서 정연이에게 정신적으로 좀 기대지 않았을까 싶어. 물론 겉으로는 안그런 척 쿨한 척 엄청 했겠지만...! -
133 유정연 (3948927E+5) 2018. 2. 24. 오전 11:55:13헉....그렇구나ㅠㅠㅠㅠㅠ우리 서현이ㅠㅠㅠㅠㅠㅠㅠㅠ맘고생 많았겠다 ;_;(꼬옥) 으응 막 의지해주면 정연이도 남들한텐 안 그러는데 자기한테만 정신적으로 의지해서 내가 누구한테 의지가 되는 사람인가? 하고 서현이한테 애착이 많이 생길 것 같아. 서현이가 힘들어서 저녁이나 밤에 나오라고 전화해줬으면 좋겠다 흐윽 결국엔 서로가 서로의 약한 모습에 끌려서 서로한테 필요한 존재가 되어지는 느낌이네 u///u 흑 좋다...
간질간질 썸 타느라 얼마나 애탈까 ^^!! 서현이 귀여웤큐ㅠㅠㅠㅠㅠㅠㅠ 음 정연이는 자신이 의지할 수 있다는 것과, 자신을 의지하는 부분에서 마음이 많이 기울 것 같아. 얘는 내가 챙겨야지 하는 마음도 들 거고 자기도 서현이가 너무 필요해서. 이런 적은 처음이라 그만큼 감정이 깊지만 나는 정연이가 어쨌든 학생이었기에 뭣 모르고 사랑에 빠진 느낌이면 좋겠어 8ㅅ8 그래서 얘 없이 살 수 없을 것 같다는 어린나이의 치기도 혼자 가지고 있었으면 좋게다 u///u -
134 백서현 (4166349E+6) 2018. 2. 24. 오후 12:00:02헉 넘 좋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쓰러짐) 앗 정연이는 그런 모습에 잘 흔들리는구나...!! 앗 그럼 이번 상황을 밤에 막 서현이가 힘들어서 정연이 불렀다는 설정이면 되겠다!! 정말 넘 좋아ㅠㅠㅠㅠㅠㅠㅠㅠ
ㅋㅋㅋㅋㅋㅋㅋㅋ흐 진짜 간질간질거리는 썸만 몇 달을 타겠구나...! (취적) 앗 맞아 서현이더 뭣모르는 학생이니까 처음 느껴보는 감정에 막 혼란스럽다가 사랑에 빠진 거란 걸 자각하겠지...!! 흑 정연이ㅠㅠㅠㅠㅠ 얘 없으면 살 수 없을 거 같대ㅠㅠㅠㅠㅠㅠㅠㅠ 넘 좋다ㅜㅠㅠㅠㅠㅠㅠ
그럼 상황은 정연주가 말한 대로 할까?? -
135 유정연 (3948927E+5) 2018. 2. 24. 오후 12:07:07앗 그래! 그럼 지금이 썸 계속 타고 있을 때고 서현이가 힘들어서 밤에 정연이 불렀다는 상황으로 갈까? 딱 봄이라서 밤에도 별로 안 춥고 꽃바람 살랑살랑거리는 날씨였으면 좋겠다 ㅠ////ㅠ 그럼 혹시 괜찮다면 전화로 불렀다는 식으로 선레 부탁해도 될까? ㅠㅅ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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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6 백서현 (4166349E+6) 2018. 2. 24. 오후 12:09:36>>135 응응! 시간이 조금 걸릴지도 모르겠다 내가 선레 써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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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7 백서현 (4166349E+6) 2018. 2. 24. 오후 12:54:26지금 그는, 이름 모를 아파트 단지 근처의 어린이들을 위한 놀이터 한 가운데 위치한 그네에 제 몸을 쑤셔넣고 있다. 어린이들을 위해 설치 된 그네는 그의 몸을 감당하기에 턱 없이 작아 제 몸이 끼이고 접혔지만 개의치 않다는 듯, 결국에 그네에 몸을 앉히고 몸을 좀 편하게 펴내며 고개를 처드는 그였다. 손목시계의 바늘은 어느덧 밤 11시를 한참 지나있었고 살랑이며 제 몸을 간질이는 바람이 퍽 기분이 좋았더란다. 그러니까, 그가 왜 이곳에 있냐하면. 제 집안이 그리도 진절머리가 났단다.
제 형은 이제 겨우 스물이 된 남자였다. 하지만 어릴 적부터 유달리 허약하고 병 치례가 많아 남들이 흔히 앓고 가는 감기에도 제 부모는 야단법석을 떨었으며 그를 온실 속 화초마냥 애지중지하며 온갖 세상의 보드랍고 귀한 것들만 형의 눈앞에 데려다놓곤 했다. 그는 이해했다. 그와는 다르게 두뇌가 명석하고 포부가 남다르던 제 형은 어디서나 늘 관심 받고 가장 빛나는 자리에 서는 인간이었으니. 저보다 제 형을 아낄 법도 했다. 그가 겨우 일곱살이 되었을 때, 그는 부당하고 공평하지 못한 편애를 그의 작은 머리로 이해해야 했다.
사 년전, 그의 형은 이름도 외우기 어려울 희귀병에 걸렸다. 처음에는 그저, 평소처럼 저 허약한 인간이 또 지독한 감기에라도 걸렸나 싶더랬다. 하지만 날이 갈 수록 증세는 기괴해지고 더이상 감기가 아니라고 생각 될 때 즈음 그의 형은 희귀병이라는 진단을 받아왔다. 열셋의 나이로는 그 현실을 받아 들이기도 이해하기도 어려웠다고. 그는 가끔 푸념을 읊듯 이야기한다. 그 뒤로는 어땠더라, 부모는 그의 형을 치료하기 위해 저들이 닿을 수 있는 연이란 연은 모조리 끌어모았다. 이전에도 삭막하고 황량하던 집안은 사막처럼 메말라가 이전에는 조금이라도 닿던 부모의 관심은 말라비틀어져 그는 선인장이 될 수밖엔 없었다. 관심이 없더라도 살아갈 수 있는 선인장. 그가 원한 모습은 그것이 아니었다.
그가 눈을 굴렸다. 아까전 제게 소리를 지르던 아버지의 목소리가 아직도 귓가를 맴도는 듯 싶었다. 네 형은 지금 죽을 고비를 넘기고 있는데, 네놈은 한 게 뭐냐고. 글쎄요. 그의 대답이었다. 아마도 가장 큰 방을 차지하고 있는 형의 귀에도 그 대답이 들렸겠지. 썩 유쾌한 기분은 아니었다. 말라비틀어진 입술을 꿈뻑이며 제 형은 무슨 말을 하려 했을까. 내일모레면 새로운 병원으로 옮겨야하는 제 형이 무슨 말을 하던, 그는 알고 싶지 않았다. 제 형이 뱉어내는 말들을 모으면 모을 수록 그의 죄책감은 깊어져만 갔으니. 쯧, 혀를 차며 주머니를 뒤적이자 휴대폰이 손가락에 걸리적거리며 부딪혔다. 이 시간에 연락을 할 사람이 있을까. 수 많은 이름 중에서 막역히 떠오르는 이름은 없었다.
봄바람은 달큰하고 따스했지만 그의 손은 차가웠다. 손으로 제 이마를 문지르고, 고개를 숙이고, 하다못해 얼굴을 두 손으로 움켜쥐기 까지 했지만 떠오르는 이름은, 아. 그가 나직히 누군가의 이름을 중얼인다.
" 정연아, 나 보러 나오면 안돼? "
통화 연결음이 끊기자 마자, 그가 갈라진 목소리로 물음을 던졌다. 여기가 어디더라, 아마도 제 아파트 근처일텐데. 무작정 걷다가 마주한 장소였기에 이 곳이 어떤 곳인지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 한 그였다. 아. 주위를 둘러보던 중 눈에 들어오는 아파트 단지 이름을 마지막으로 부르며 그가 전화를 끊어냈다. 추잡스럽게 뭐하냐, 나올 리가 없지. 그는 휴대전화를 푹신한 놀이터 바닥에 내팽개치며 지독히도 한심한 저를 욕했다. -
138 백서현 (4166349E+6) 2018. 2. 24. 오후 6:38:58얍 갱신해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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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9 유정연 (5990371E+5) 2018. 2. 24. 오후 7:22:34윽, 윽, 하는 작은 외마디비명이 조용한 방안에 울렸다. 동시에 둔탁한 소리와 가구가 부딪히는 소리도 났다. 옷장이 있는 곳까지 밀쳐져 복부를 뺨을 맞고 발길질을 당하자 더는 서 있을 수 없었다. 왜 이렇게 아빠를 힘들게 해. 응? 왜 이렇게 화나게 만드냐고. 바닥에 몸을 웅크린 채로 덜덜 떨자 머리 위에서 혀가 잔뜩 꼬인 낮은 음성이 내려왔다. 화영아, 화영아. 연신 제 아내의 이름을 부르며 쓰러진 인영을 퍽, 퍽, 밟아댄다. 씨발, 씨발! 문득 아버지의 울음소리가 욕설과 함께 들리기를 얼마, 결국 제 풀에 지쳐 아버지가 풀썩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가쁘게 어깨를 들썩였다. 눈을 꽉 감은채로 버티고 있던 정연이 그제야 파르르 떨리는 눈꺼풀을 힘겹게 들어올렸다. 너무 아파서 눈물이 고였다. 그리고 알 수 없는 표정으로 저를 바라보던 아버지와 눈이 마주치자, 저도 모르게 몸을 움찔댔다. 아버지는 울고 있었다. 입술이 터진 아들을 보며, 몸 곳곳에 붉은 멍자욱이 든 아들을 보며 울고 있더랬다.
정연아…, 정연아, 내 아들. 무릎으로 기어와 아버지가 두 손으로 누워있던 제 상체를 일으켜세웠다. 정연은 억지로 눈시울에 힘을 주며 무덤한 얼굴로 시선만 내리깔았다. 그러자 투박하고 큰 두 손이 제 볼을 감쌌다. 아빠가 미안해. 아빠가 잘못했다. 응? 정연아. 볼을 쓰다듬으며 울던 아버지가 내 몸을 끌어안았다. 술냄새가 풍겼다. 지독했다. 정연은 제 아버지를 내치지도, 마주 끌어안지도 않은 채 그저 그렇게 아버지의 손길에 몸을 맡겼다. 그 뿐이었다.
지금 갈테니까 기다려. 망설임없이 대답했다. 어쩌면 다급했나. 그 사이에 네가 평소처럼 되돌아와있을까봐. 그런 것도 아니면서. 정연이 급히 외투를 들고 아버지 방문이 닫힌 걸 확인한 뒤에야 소리 없이 집을 나왔다.
터진 입술을 손끝으로 더듬으며 걸음을 재촉했다. 나 답지 않은 초조함이었다. 이 근처였던 것 같은데. 휴대폰 너머로 들렸던 목소리가 무척이나 안 좋아보였다. 어느샌가 제가 달리고 있다는 사실도 모른 채 정연이 놀이터가 있는 곳으로 뛰어갔다. 놀이터에 도착할 즈음에야 천천히 속도를 늦추며 가쁘게 숨을 몰아쉬었다.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너를 찾았다. 어디 있는거야, 진짜. 그리고 덩치에 안 맞게 기어코 그네에 앉아있는 풀이 죽은 듯이 보이는 너를 발견하고서 저도 모르게 안심이 섞인 미소가 한숨처럼 흘렀다.
"찾았다."
너 계속 거기 앉아있으면 경비아저씨한테 욕먹을걸. 이거 어린이용이잖아. 어느샌가 네 앞으로 다가가 애써 우스갯소리를 덧붙였다. 왜 이러고 있어.
"무슨 일 있었냐?" -
140 백서현 (4166349E+6) 2018. 2. 24. 오후 7:42:46새카만 밤하늘과 별과 달. 개중에 자신을 비추는 빛은 없었다. 당연한가. 그는 내팽개쳐진 휴대전화를 멀거니 바라보더니 끝내 이마를 짚으며 실소를 내뱉었다. 나올리가 없지, 그 누가 너를 위해서 이 시간에 뜀박질을 걷겠냐? 이미 결말을 알고있는 소설을 다시 쥔 기분이었다. 등장인물의 대사 하나하나까지 모조리 외워버린 소설의 첫페이지를 읽는 듯한 기분. 그는 다시 혀를 쯧, 차며 괜한 마음에 푹신한 놀이터 바닥을 발로 걷어차며 그 와중에도 간절히, 네 이름을 중얼였다.
" ...유정연. "
익숙한 목소리에 그의 두 눈이 작게 일그러졌다. 이내 시선을 돌려 주위를 살피던 그는 억지로 구겨넣은 몸을 일으키며 정연에게로 다가갔다. 한걸음을 떼낼 때 마음이 시려왔고 두걸음을 뗄 때 가슴이 벅차올랐다. 이게 뭐야, 그는 결국 메마르고 갈라져 피가 베어나오는 목구멍에서 간신히 한 마디를 뱉어냈다.
" 다쳤어? "
저에게 던져진 질문은 대답도 하지 않은 채, 그가 미간을 찌푸리며 가라앉은 목소리로 물었다. 오로지 그와 당신만이 존재한 공간에서. 오로지 서로에게만 집중한 이곳에서. 그는 이내 제 왼손을 움찔이더니 우선은 저 벤치에 앉으라며 손가락을 펴 오래된 벤치 하나를 가리킨다. 반쯤 나가버린 가로등 불빛이 위태롭게 비치는 벤치가 꼭 저와 닮았다는 생각을 곱씹으며, 그가 먼저 벤치로 걸음을 옮겼다.
" 와줬네. "
생각도 못했거든. 뒤이어 빠져나오지 못한 한마디를 삼키며 그가 제 손을 맞잡았다. 허벅지 위로 떨어트린 두손은 이따금 힘을 주어 서로를 꽉잡기도, 손가락을 퉁겨 자극을 주기도 하며 그의 불안한 감정을 그대로 내비치고 말았다. 집에서나 입는 츄리닝 바지에 박시한 후드티. 아무리 잘 봐줘도 외출복으로는 보이지 않는 제 행색을 아주 잘 알고 있던 그였다. 그는 애써 시선을 바닥으로 내리꽂았다. 자꾸만 네게로 가는시선을 그대로 두었다가는 그가 제 마음을 알아챌 것만 같아서, 두려웠다.
" 너는 무슨 일이야, 그거. "
피나잖아. 힐긋 시선을 옮겨 정연의 얼굴을 살핀 그가 다시 제 고개를 푹 숙여내며 느릿히 입술을 달싹였다. 하고 싶은 말은 많은데, 네 모습이 그래서 말을 할 수가 없잖아. 맞잡은 손을 풀어 제 뒷목을 문지르던 그가 끙 앓는 소리를 내며 허리를 펴냈다. 고개를 처들어 하늘을 바라보자 가로등의 불빛이 제 눈에 스며들어 눈이 시려옴이 느껴졌다. 순전히 가로등 때문일지, 감정이 북받쳤기 때문일지, 그는 알 수 없었다. -
141 유정연 (5990371E+5) 2018. 2. 24. 오후 8:12:41가로등 불빛에만 의존하고 있던 놀이터 밖은 전부 암흑이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어두운 기색이 역력한 네 표정은 예상했던대로 썩 좋아보이지 않았다. 남들 앞에서는 그렇게 밝은 척 다 하더니, 이게 뭐냐. 정연이 입안 연한살을 깨물었다. 너는 진짜……. 평소엔 늘 견고한 벽으로 보이더니, 지금은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이 휘청거리고 있었다. 너는 왜 혼자 고생할 짓만 자꾸 하는데. 차마 나오지 못하는 말들을 억지로 삼키느라 속이 다 쓰려왔다.
다쳤어? 갈라진 목소리가 퍽 낯설다. 제 물음은 들은 척도 안 하고서 물어오자 정연이 그제야 아, 하고 작게 탄식했다. 밴드라도 붙이고 왔어야 됐는데. 그래도 이런 거 누가 신경 쓴다고….
"아…응, 잠깐. 신경쓰지마."
제 입술끝을 살짝 더듬어보이던 정연이 필요없는 말들을 전부 잘라내고 두루뭉실하게 대답했다. 그를 따라 벤치에 앉고는 천천히 그의 상태를 훑었다. 역시나 별로 좋아보이지 않는다. 그 사이에 불안증세라도 생긴 건지 손을 가만히 두지 못하는 모습에 정연이 야, 하고 손등으로 그의 허벅지를 툭 친다. 와줬네?
"네가 불러놓고서 무슨 소리야. 불렀는데 그럼 안 와?"
나 그냥 가? 제가 왔던 쪽으로 고갯짓하며 덧붙였다. 마음에도 없는 소리였다. 내가 이런 꼴로 있는 널 어떻게 두고 가. 나 힘드니까 좀 도와주세요, 하고 광고라도 하는 얼굴을 하고서는 내가 어떻게 그냥 가. …어떻게 가냐고. 정연은 평소같이 무심한 목소리로 고개를 내저었다.
"싫어. 지금은 내 얘기 말고 너 얘기부터. 아까부터 물었잖아. 무슨 일 있었냐고."
정연이 두 손을 외투에 집어넣고서 괜히 바닥만 물끄러미 바라본다. 발끝에 닿은 작은 돌멩이를 툭 치며 다시 한 번 물었다. 나 먼저 찾은 건 너잖아.
"왜, 무슨 일인데." -
142 백서현 (4166349E+6) 2018. 2. 24. 오후 8:40:20어떻게 신경을 안 써. 울컥 올라온 한마디를 겨우 억눌러 삼켜내며 그가 시선을 내리깔았다. 어디 쌈박질하고 다닐 애는 아닌데, 맞았나? 그가 마른 입술을 깨물며 다시 시선을 끌어올려 저 멀리 떨어진 휴대전화를 바라보았다. 초첨 없는 시야 밖으로 수 많은 생각들이 떠다니고, 흐려지고. 다시 생겨나고, 사라진다. 모든 과정의 끝은 너였지만.
" 올 줄 몰랐어. 안올거라고... "
문장을 채 끝맺지 않고 입술을 잘근 씹어내는 그였다. 그냥 가버리냐는 정연의 말에는 고개를 푹 숙이며 내젓던 그가, 나직히 작은 웅얼임을 내뱉어냈다. 이대로는 힘든데. 너는 왜 내게 그리도 친절해서, 그냥 다른 아이들처럼 겉으로만 친한 친구일 수도 있었잖아. 왜 내게 깊게 찾아와서는. 퍽 곤란한 상황이었다. 그는 자신의 마음을 그대로 표현하는 방법을 배우지 못했다.
" 있잖아, 난 우리 형 좋아한다? "
뜬금없는 한마디. 그가 푹 숙인 고개를 다시 천천히 들어올렸다. 멍한 눈은 휘적휘적 주위를 한 번 훑고는 다시 바닥으로 가라앉고 만다.
" 우리 형은 모든 걸 다가졌어. 머리도 좋고 늘 어디서나 빛나거든. 아 건강은 안좋네, 그건 빼고. 아무튼. 나보다는 훨씬 낫지. 응. 그걸 부모님도 아는건지, 이제 나는 집에서 거의 버려진 것만 못한 수준이야. 밥은 먹고 다니는지, 내가 집에 늦게 들어오면 뭘 하고 온건지도 궁금해하질 않거든. "
속 없는 푸념이었나. 그가 옅게 실소를 터트렸다. 나 뭐해 지금? 얘 한테 모든 걸 털어놓는거야? 입술은 멈추질 않았고, 그는 제 손을 오므려 주먹을 쥐어냈다. 손톱이 살을 파고들어 고통이 전해졌지만, 그는 주먹을 쥔 손을 풀지 못했다.
" 나는 다 이해했어. 형은 아프잖아? 내가 양보해야지, 뭐. 근데, 비참하게 구석에 내몰릴 내 생각은 누가 해주냐고. 나라고 뭐 다 커서 나오냐? 나는 선인장이야? "
급격히 높아지는 목소리에 그가 아차, 입을 다물어버린다. 생각 외로 너무 감정이 들끓었고, 흥분했다. 그는 차분히 숨을 고른 뒤, 다시 느릿히 입을 열어냈다.
" 미안, 괜히 너 심란하게. "
그럼에도 그가 괜찮다 위로를 건네주길 바란 건 그의 욕심이었을 지도 모른다. -
143 유정연 (5990371E+5) 2018. 2. 24. 오후 9:15:03─평소엔 능글능글 잘만 굴더니. 평소같이 대답하는 것도 잊어버리고 마땅한 말을 고를 수 없었다. 결국 바람이 빠진 듯한 웃음으로 말없이 대답한다. 나도 몰라. 내가 왜 숨막히게 뛰면서까지 널 찾았는지. 그걸 알면 어떻게 되는지도 잘 모르겠어, 아직. 실은 조금 혼란스러운데. 너는 내가 아니니까. 생각이 점멸하기 무섭게 네 말문이 트인 모양이다. 무릎을 손가락으로 꼼지락대던 걸 멈추고 그를 바라보았다.
그의 가정이 물질적으로 부족하지 않은 형편이라는 건 이전에 알고 있었다. 하지만 드라마속에서나 있을 법한 가정사는 네게도 있었다. 가만히 듣고 있던 정연은 표정근육에 힘을 주어 애써 태연한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그게 제 마음에 여유를 가져다준 건 아니었다. 정연은 다시금 바닥을 내려다보며 무릎에 있던 손끝을 움추렸다. 마른 입술을 혀로 축이고서야 깨달았다. 우리의 평화는 너무 연약하다. 누구나 외롭고 힘들었다. 다들 아닌 척 살아갈 뿐이었다. 너도 그랬다. 나 역시도. 그래서 넌 누구를 찾았는데. 나는 또 누구를 찾았지?
흥분한 어조로 말을 이어가던 그가 겨우 목소리를 추스리며 사과하자 정연이 됐어, 짧게 대꾸했다. 낯간지러운 토닥임도 해줄 수 없었지만, 지금 너를 놓으면 안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나마저도 너를 놓으면 안 될 것 같았다.
"…입에 발린 설탕같은 소리는 못 해주겠는데, 그런 것도 지나가면 다 한 때래."
정연이 나른하게 고개를 젖히며 두 손으로 벤치를 짚어 몸을 지탱했다. 봄을 담은 밤하늘에 별인지 인공위성인지 모를 것들이 반짝였다. 네가 왜 미안하냐.
"그리고 부모님만 너 챙겨줘야 돼? 부모님 말고도 너 챙겨주고 아껴주는 사람들 많잖아. 부족한 애정은 거기서 채우면 되는거야. "
부모님은 어차피 언젠가 자식이 독립하면 얼굴 잠깐 보고 말 사인데. 매정한 생각은 아마 나 역시 그렇기 때문이겠지. 정연이 가만히 하늘을 올려다보며 의미없이 입술을 휘었다. -
144 백서현 (4166349E+6) 2018. 2. 24. 오후 9:36:12" 그런 말 안해줘도 돼. "
픽, 실 없는 미소를 흘리며 그가 대꾸했다. 지나가면 다 한 때일까, 그가 느릿히 두 눈을 감았다가 떠내며 무거운 한숨을 내쉬었다.
" ...그런 사람이 없으니까... "
희미한 목소리는 이내 바람고 함께 사그라들고, 그는 여전히 두 눈을 바닥에 던진채로 고개를 저어냈다. 없어, 그 누구도. 절박한 상황에서도 생각나는 건 네 이름 밖에 없더라, 그저 악세사리와도 같은 용도의 친구일 뿐이었다. 자신은. 그는 그걸 잘 알고있는 동시에, 그 사실을 무서워했다. 인정해버리면 정말로 누군가의 자랑거리에 지나지 않는 인간이 되버릴까봐. 참으로 힘겹게도 그 사실을 부인하고, 밀어내고, 달아났다. 그래도, 네가 있어서 다행일까. 그가 느릿히 정연을 따라 입꼬리를 올려냈다.
" 그냥, 너가 제일 먼저 생각나더라. "
힘겹게 내뱉은 진심을 도로 주워담을 수는 없었다. 어쩌면 제 귀가 조금 달아오른 게 보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품으며 그가 허리를 펴 등받이에 몸을 기대며 재빨리 주제를 돌려버렸다.
" 근데 너 얼굴이 왜그래? "
어딘가 그르렁거리는 목소리는 비단 기분탓 만은 아닐 것이다. 누가 건드린거야, 제법 진지한 표정까지 지어내는 그는 느릿히 고개를 옆으로 돌려 정연에게로 시선을 옮겨낸다. 가로등 불빛에 비추어지는 네 얼굴이 왜 오늘따라 반갑고, 보고 싶던지. 간질이는 마음을 가라앉힐 방법은 없고, 시간은 흘러간다. 저 달이 조금만 더 늦게 져주기를 바라며, 그가 탁한 밤하늘을 바라보았다. -
145 유정연 (5990371E+5) 2018. 2. 24. 오후 10:11:15그래, 너는 그랬지. 너한테는 친구를 사귀는 건 쉬웠겠지. 친구들도 많았고. 하지만 문득문득 정말로 외롭다고 느낄 때, 그 수많은 '친구'가운데 떠올릴 수 있는 이름은…아마 없었을 터였다. 그를 처음 보고 특별히 기억에 남았던 건 늘 주변에 사람이 넘쳐났다는 것. 누구든지 공평하게 대하는 친절함. 그와 별개로 문득 무언가를 숨기고 있는 듯한 반응들. 하지만 그런 것 치곤 꽤나 친근감 넘치게 웃었다는 것. 그 부들부들한 어조라든가. 느긋한 미소를 헤프게 쓴다는 점이 정말이지 자연스러워보였다. 그리고 무언가엔 거짓없이 솔직하게 대답하는 듯한 어투가, 그 능청스러움이, 그게 조금은……마음에 들었다. 처음엔 단지 그것 뿐이었다.
네가 제일 먼저 생각나더라.
생각의 틈에서 저를 끄집어낸 건 네 목소리였다. 하늘만 연신 올려다보던 정연이 그에게 고개를 돌리기 무섭게 봄을 담은 밤바람이 불었다. 귓가가 붉게 달아오른 것은 가로등 탓이 아니리라. 너 그런 모습 처음 봐. 나보고 어떡하라고. 내가 어떻게 해야하는데. 이윽고 제 상태를 묻는 목소리가 조금은 위협적으로 들려왔다. 그 위협이 누구를 향한건지는 알 수 없었지만. 정연은 마른 침을 삼키며 방금 전에 대한 대답은 꺼내지도 못한 채 뒤늦게 겨우 입술을 뗐다. 그렇게 숨겨왔던 것 치고는 제법 담담한 어조였다.
"아버지한테 맞았어. 우리 아버지, 나 어릴때 엄마랑 이혼했거든. 그래서 술만 마시면 이래."
나한테서 자꾸 엄마가 보인다나 뭐라나. 애써 헛웃음을 작게 흘리며 찡그린 채 입술을 휘었다.
"상처받은 거야. 사랑했던 여자한테 버림받아서. 불쌍하지 않냐, 우리 아버지."
애써 웃을 때마다 터진 입술이 아려왔다. "그래서 나도 안 하려 했거든, 그런 거." 정연이 혼잣말처럼 중얼였다. 근데, 근데 있잖아. 다시금 네 말을 떠올리자 결국 아랫배가 뜨거워졌다. 정연이 서현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이게 맞는 건지 모르겠어. 이게 정상인지도 모르겠어. 무어라 막을 새도 없이 속 안 깊숙한 곳에서부터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소리는,
"백서현, 너 아까 챙겨줄 사람 없다고 했지. 그거 내가 하면 안 돼? …나는,"
물에 재빨리 퍼지는 물감처럼 닦을 수도 없는, 사랑에 빠지는 소리였다.
"나는 너 필요한 것 같은데. 너는 어때?"
떨리는 목소리를 어쩌지 못하고 시선을 내리깔았다. 미친놈, 네가 결국 일을 저지르는구나. 정연은 왠지 눈물이 날 것 같았다. 혼란스러운 마음을 추스릴 여유조차 없었다. 지금이 아니면 말하지 못할 것 같았다. 나는 너를 더는 마주할 용기가 없었다. -
146 유정연 (5990371E+5) 2018. 2. 24. 오후 10:13:12더 예쁘게 쓰고 싶었는데 구린 필력으로는 제자리걸음이었다고 한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흑.....일생의 고백씬을 이렇게 보잘것없이 써서 미안해 8ㅅ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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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7 백서현 (4166349E+6) 2018. 2. 24. 오후 10:30:02" 야, 너는 왜 그런 걸... "
그가 입을 다물었다. 그가 가정폭력을 당한대도, 자신에게 말할 의무는 없었다. 네가 뭐라고? 그는 잠시 흔들리는 눈동자를 옆으로 돌려 시선을 옮기더니 뒷목을 느릿히 문질렀다.
" 뭐가 불쌍해. 너가 맞았잖아. "
겨우내 흘러나온 한마디에는 진심이 담겨있었다. 너는, 어쩜. 왜 네 안위가 우선이 아닌 다른 사람의 안위를 우선시 하는지. 너는 왜 그리도 착한지. 고개를 돌려 저를 바라보는 정연의 눈을 바라보던 그가 느릿히 눈을 감았다 떠내었다. 귀가 더 붉게 달아오를지도 몰라, 어서 눈을 떼야해. 하지만 정연을 마주보는 시선은 마치 정연에게 붙잡힌 듯 쉬이 떨어지질 않았다.
" 뭐? "
그가 느릿히 침을 삼켜냈다. 생각치도 못한 그의 말에 그의 눈동자가 잠시 흔들렸다. 뒷목이 뜨끈해지고, 마음 속 한 곳이 뭉그러지는 기분. 익숙하지 않은 감정에 그가 시선을 돌려 땅바닥을 바라본다. 나는 너 필요한 거 같은데, 라는 그 한마디가 이리도 가슴을 뛰게 만들 수 있다니. 묘한 해방감이 그의 몸을 감싸안았다. 그동안 품어온, 그 비밀스런 감정을 홀로 땅에 파묻지 않아도 돼서일까, 너 또한 나와 같았기 때문일까. 낯선 감정의 울림은 쉬이 가라앉질 않고 그의 마음을 더욱 요동치게 만들어서, 이내 잔잔히 물결이 일던 그의 마음에 파도가 몰아친다.
" 야. "
무겁고 낮은 목소리. 그늘진 얼굴은 자세히 보이질 않았다.
" 그 말, 내 마음대로 생각해도 돼? "
입가에 피어오른 미소는 마치 투명한 물에 물감을 떨어트린 것처럼, 아주 재빠르게 퍼져나가 결국에 그 투명한 물을 제것으로 만들어낸다. 나는 물이고, 너는 그 물감이었다. 결국에 나를 네 것으로 만들어내는구나. 그가 몸을 숙여 정연에게로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갔다. 살며시 지어내는 그 미소가 얼마나 밝던지.
" 응? 정연아. "
정연아, 제 입에서 구르는 그 이름이 그리도 달콤할줄이야. -
148 백서현 (4166349E+6) 2018. 2. 24. 오후 10:31:14헉 아냐ㅠㅠㅠㅠㅠㅠㅠㅠㅠ정연주 글이 얼마나 예쁘고!! 어!? 정연주가 얼마나 금손인데!! ㅠㅠㅠㅠㅠ정연이 진짜 넘 예쁘고 귀엽고ㅠㅠㅠㅠㅠㅠㅠㅠ 진짜 정연주 글 보고 넘 조아서 방방거렸다...!! 나야말로 이 비루한 필력으로 정연이의 고백을 받아 미안한 걸.....8ㅁ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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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9 유정연 (5990371E+5) 2018. 2. 24. 오후 10:53:01반문하는 목소리에 심장이 쿵 떨어지는 듯 등골이 싸했다. 유난히 시간이 더디게 흐르는 것 같았다. 1초가 1분 같았고, 1분이 한달같을 때. 정작 스스로에게 일어나는 일에는 마취라도 된 듯 둔하고 달관하면서, 너에겐 달랐다. 그 이유를 인정하기란 쉽지 않았다. 이미 물을 엎지른 지금까지도 정연은 혼란스러움에 혼자 있고 싶기까지 했다. 윗니가 자꾸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불안하고 초조할 때 나오는 내 좋지 못한 버릇이었다. 마음은 이미 후회가 가득 묻어있다. 그런 마음으로 너를 다시 보기란 너무 힘들었다. 그런데도 너는 웃어주더랬다. 그 순간 이미 네가 내 세계의 일부가 되어 있음을 깨달았다. 그를 마주하던 정연은 거의 울기 직전이었다.
"무슨…, 야…너 지금 내가 무슨 말 하는지 알기는 해?"
정연이 결국 물기에 젖은 떨리는 목소리로 그를 질책했다. 한번도 깜박이지 않은 눈에서 결국 물방울이 떨어지자 씨, 진짜…. 하고 황급히 한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그렇게 쉽게 하네마네 할 게 아니란 말이야. 나는 지금,
"나 지금 너 좋아한다 하는거라고, 이 멍청한 놈아…!"
친구란 새끼가 너 좋아한다고 하는 건데, 보통이면 기분 나빠하는 게 당연하잖아. 그게 그렇게 쉽게 결정지을 얘기야? 나는 너랑 이 관계가 부숴질 걸 각오하고 한 말이란 말이야. -
150 유정연 (5990371E+5) 2018. 2. 24. 오후 10:57:39아앗 서현주 레스가 더 달달구리한거류ㅠㅠㅠㅠㅠㅠㅠㅠ 서현이 넘 멋지구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응 맞아 너 마음대로 생각해도 돼!!(오너이입) ㅠㅠㅠㅠ서현이 너무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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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 백서현 (4166349E+6) 2018. 2. 24. 오후 11:09:23" 당연하지. "
조금 더 얼굴을 가까이 다가가자, 결국에 네 눈에서 가랑비가 툭툭 흘러내렸다. 왜 울고 그래, 그는 자신의 얼굴을 감싸쥐는 정연의 손을 부드럽게 잡아내렸다. 그의 손에 전해지는 온기는 가짜가 아닌 틀림없는 진짜. 베시시 비쳐나온 그 미소 또한 거짓은 아니었다.
" 아, 이 말 직접 들으니까 좋다. "
한 번만 더 해줘. 가벼운 농담을 던지며 그가 정연과 눈을 맞추었다. 아, 왜 네 앞에만 있으면 감정을 숨기기가 어려운건지. 마치 모든 게 투명히 비추는 유리창이 된 기분이잖아. 그가 부드럽게 정연의 손을 감싸쥐었다.
" 왜? 싫다고 말할까? "
부드러운 목소리가 입술을 타고 흘러내렸다. 응? 그가 다시금 의미 없는 질문을 던지며 제 눈꼬리를 부드럽게 접어냈다.
" 나도. "
짧은 대답 뒤에 돌아오는 것은 그의 환한 미소였다. 아, 너를 어떻게 하면 좋을까. 이리도 어여쁜 너를. 이제는 이 감정을 숨기는 것도 힘들어. 그는 눈물이 맺힌 정연의 눈가를 훑어 그의 이마를 한 번 쓸어내고는 뒷머리를 천천히 쓰다듬었다. 울지마, 그가 제 입을 달싹여 목소리를 죽인 채 정연에게 건넨 말이었다. -
152 백서현 (4166349E+6) 2018. 2. 24. 오후 11:10:19(정연이가 너무 예뻐 이미 사망한 서현주이다) ㅏ정연ㅠㅠㅠㅠㅠㅠㅠㅠ진짜 정연이 매력에 익사하겠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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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3 유정연 (2162683E+5) 2018. 2. 25. 오전 12:21:02이미 충분히 가깝다고 생각하는데, 너는 무얼 하려는지 더 바짝 다가왔다. 평소엔 너무 작아서 원근감이 느껴지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네 얼굴이 바로 코앞에 다가와 있었다. 한 번만 더 해줘. 평소처럼 가벼운 목소리로 부탁하는 네 목소리에 또 다시 울컥 솟는 눈물이 스스로도 낯설었다. 문질러 닦을 수 있는 손은, 그 손을 네가 붙잡고 있어. 그래서 난 그 눈물에게서조차 자유로워 질 수 없었다. 그러면서도 맞닿은 온기는 뜨거웠고 그 온기만큼 명치에는 용솟음치는 열기가 있는 것 같았다. 온몸의 세포가 들끓는 것 같았으며, 전신은 안팎으로 데일 것 같이 뜨거웠다. 처음 겪어보는 현상에 정연은 소리없이 눈물만 뚝뚝 떨구면서도 당혹스러움을 숨길 수 없었다. 다 너 때문이야. 젖은 눈꺼풀을 깜박이며 너를 흘겼다. 달싹이는 입술을 연신 깨물어보이다 겨우 내뱉었다.
"…말하지 마. 싫다는 말."
하지마. 정연이 고개를 내저었다. 너와 손을 맞잡고 있다는 게 실감이 나지 않았다. 물러나려 않고 버티려 했지만, 그래도 너무 가까웠다. 위험하다는 생각에 뒤늦게 물러나려 했지만 몸이 마비된 듯 움직이지 않았다. 늘 닿을 것 같으면서도 닿지 않는 거리라고 생각했는데. 겨우 닿았다. 정연이 맞잡은 손만 애꿎게 내려다보다 물기를 닦아주며 머리를 쓸어주는 손길에 손끝을 움찔거린다. 얼굴에 열이 오른다는 것도 모르고 울지말라는 소리에 시선만 옆으로 피하며 빈손으로 눈가를 문질렀다. 그렇게 웃으면 너 때문이라고도 못하겠잖아.
"안 울었거든. …근데 조금만 더 이러고 있자."
남들같은 연애는 못해도, 잠시동안 이러는 건 괜찮잖아. 정연이 코를 작게 훌쩍이며 맞잡은 손을 엄지로 문질러본다. -
154 유정연 (2162683E+5) 2018. 2. 25. 오전 12:23:33
ㅎ.....(서현이 매력에 이미 익사하여 둥둥 떠다니는 정연주이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맞다 이건 가사가 딱 상황에 맞는 것 같아서 히히 -
155 백서현 (2406399E+5) 2018. 2. 25. 오전 12:42:21" 응, 안해. 하기 싫어. "
그에게 '내게도 이리 부드러운 목소리가 나올 수 있었던가.' 라는 의문이 들었다. 그만큼 이 순간이 행복하다는 뜻이겠지. 그는 시선을 약간 아래로 깔아 정연을 바라보더니 이내 풋, 미소를 지어냈다. 눈물이 흘러 붉어진 눈가가, 달아오른 얼굴이, 지금 네 행동 하나하나가. 너무도 좋아.
" 왜 자꾸 눈은 피해, 그래. 좀 더 이러고 있자. "
그가 느릿히 고개를 끄덕이더니, 그에게 맞춘 시선을 옮겨 앞을 바라보았다. 온통 새카만 하늘이 제 눈에 들어왔고, 감정이 조금 정리되는 기분에 그가 제 손에 힘을 주어 정연의 손과 깍지를 껴내었다. 이 감정을 어떤 단어로 표현해야할까. 평생 제가 들어왔던 어떠한 단어로도 표현이 불가능한 것같았다. 뜨겁다 못해 따가워지는 귓가와, 부글거리는 마음. 너를 바라보는 눈빛들을 그 무엇으로 표현하겠어?
" 안 울기는, 그럼 지금은 웃는거냐? "
실 없는 농담을 던지며 그가 벤치의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 나른하니 몸의 긴장이 풀려나는 기분에 그가 느릿히 몸을 기울여 정연에게 기대고야 만다. 덩치는 산만한게, 웃기네. 하지만 제 몸을 다시 가누고 싶진 않았다. 그렇게 정연의 어깨에 기대어 바라본 하늘은 너무도 예뻐서, 그는 이 순간이 영원하길 빌었다. -
156 백서현 (2406399E+5) 2018. 2. 25. 오전 12:42:43핫 정연주가 골라준 노래!!! (들으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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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7 유정연 (2162683E+5) 2018. 2. 25. 오전 1:16:05만약 사랑받는 것에도 자격이있다면, 아름답거나, 지적이거나, 자신을 충분히 사랑하거나, 그 어떤 것도 아닌 것 같은 나는, 자격 조건의 어디쯤에 있을까. 너를 마음에 품고 이래도 되나 싶은데 마음이 멈춰지지가 않았다. 정연은 이 순간 꿈이 아니길 바라면서도, 한편으로는 제 감정 변화가 낯설고 거북하고, 약간은 두렵기도 했다. 그럼에도 놓을 수 없었던 건, 다시는 나를 필요로 해줄 사람이 나타나지 않을 걸 알았으니까.
부드럽게 깍지껴 잡은 손이 따뜻했다. 남자를 좋아한다니. 이건 만화도, 드라마도, 영화도 아니라 현실인데. 그래도 다행이야, 내가 빠진 사람이 너라서. 날 필요로한 너라서.
"네가 자꾸 집요하게 구니까."
평소 다른 친구들과도 이리 오랫동안, 그리고 이리 가까이서 시선을 마주한 적이 없었다. 너는 어떨까. 너는 이런적이 있었을까. 마냥 태연하게만 보이는 네가 괜히 얄미웠다. 얄미운데도 좋았다. 어깨에 느껴지는 무게감이 제 마음의 무게감처럼 느껴져 나오라는 핀잔을 줄 새도 없이 정연도 나른하게 등을 기대며 멍하니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더도말고, 그냥 이렇게만 있자."
정연이 숨쉬듯 말했다. 앞으로도. 난 그거면 돼. 바라는거라고는 네가 나한테 의지해주는 거. 하늘에 빛나는 것들이 별인지 인공위성인지 이젠 아무래도 좋았다. 그냥 일류 문학소설의 한구절처럼 이대로 시간이 딱, 멈추기만을 바랐다. -
158 유정연 (2162683E+5) 2018. 2. 25. 오전 1:16:29이제 슬슬 막레해도 좋을 것 같아 u/////u 후하후하 너무 달달해서 견딜수가엄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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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9 백서현 (2406399E+5) 2018. 2. 25. 오전 1:24:38앗 그럼 이걸 막레로 할까....!? 너무 달달해ㅠㅠㅠㅠㅠㅠㅠㅠ 너무 좋아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심장에 무리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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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 유정연 (2162683E+5) 2018. 2. 25. 오전 1:42:45응 이걸로 막레하자~ 그럼 이때쯤 현실편으로 돌아오는 게 좋을까? ㅇ0ㅇ 난 어느쪽도 괜찮은데 혹시 서현주가 구상해둔 그림이 있는지 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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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 백서현 (2406399E+5) 2018. 2. 25. 오전 1:48:08음음...! 아무래도 이때 쯤 끊는 게 좀 더 현실의 암담함(?)이 극대화 될 거 같다...!! 가장 극적인 순간에 가장 암울한 모습을 보여줘야 더 절망적인 법이지...! (악마미소)
이쯤에서 끊는 것두 좋을 거 같다! 오늘은 늦었으니..., 우선은 혹시 정연주 원하는 상황이 있는지 알 수 있을까!? -
162 유정연 (2162683E+5) 2018. 2. 25. 오전 1:58:38앗 나도 그렇게 생각해 우리 참 잘 맞는 것 같아 ^///^(옆에서 같이 악마미소)(서현정연:;;;)
응 우선 내가 슬슬 들어가봐야 할 것 같아서 상황만 정해볼까? 난 딱히 구상해둔 건 없는데 둘이 부딪힌다거나 감정적으로 싸워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은 들어. 근데 이걸 나중으로 미뤄도 될 것도 같은데..아니면 서현주가 말했던 서현이 막가파..(?)아아니 그런 면이 드러나는 상황도 좋을 것 같구. 정연이가 아직 서현이한테 마음이 있다는 걸 서현이가 아는 건 아무래도 조금 미뤄두는 게 나으려나? ;=;(고민) 조금 더 생각해보겠읍니다..! ㅠㅁㅠ -
163 백서현 (2406399E+5) 2018. 2. 25. 오전 2:04:04맞아 정연주와 나는 환상의 호흡...U///U (정연서현 : 제발;;;)
앗 서현이의 막가파...!! 응응 그건 조금 미루는 게 좋을 거 같아! 이왕이면 대판 씨우고 난 뒤...!? 응응 시간도 늦었으니 날 밝으면 다시 생각하는걸로 하자 정연주! 정말 수고했어!!! (о´∀`о) -
164 백서현 (2406399E+5) 2018. 2. 25. 오후 4:57:47얍 갱신해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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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5 유정연 (2162683E+5) 2018. 2. 25. 오후 5:19:18정연주 갱신할게 8*8 간밤에 생각해봤지만 마땅히 떠오르는 건 없더라구 ㅠ_ㅠ 내 싱크빅... 일단 지금까지 나온거 시간순으로 정리해보면,
1. 감정싸움(현실편)
1-1. 헤어짐(과거편)(변동가능)
2. 정연이가 아직 서현이한테 마음이 있다는 걸 알게된 서현(현실편)
정도인데, 으으므믐 더 추가해봐야할 게 있을까 8ㅅ8 -
166 백서현 (2406399E+5) 2018. 2. 25. 오후 5:39:54으음.... 중간에 뭐가 필요할 거 같기도 하고...! 지금 나온거에서 골라도 좋긴 할텐데..., 아아ㅏ아 그거 어때 정연주! 그 서현이가 아픈 척하고 (혹은 진짜 아파서) 정연이 부른 얘기! 전에 지나가듯 나왔던 게 지금 생각났다... U.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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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7 유정연 (2162683E+5) 2018. 2. 25. 오후 6:30:24앗 맞다 그것도 있었지 응응 좋은 것 같아u.u 그러면서 점점 파국으로 치달았으면 좋겠다 (mm)...그럼 어 내가 먼저 선레쓰는게 좋을까? 한 번은 전화 안 받을 것 같구... 음 몇 번 전화했다는 걸로 괜찮을까? ㅠ0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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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8 백서현 (2406399E+5) 2018. 2. 25. 오후 6:36:40앗 응응 선레 써주면 나야 고맙지!! (방방) 흑 나도...ㅠㅠㅠㅠ 막 파국으로 치닫았음 좋겠다!!! 한 세네번...? 한 걸로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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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9 유정연 (2162683E+5) 2018. 2. 25. 오후 6:50:57응응 알았어 선레 써올게 u-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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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 유정연 (2162683E+5) 2018. 2. 25. 오후 9:19:08고생 많았다. 이제 슬슬 졸업전도 준비해야겠네. 의자에 앉아 흐뭇한 얼굴로 말하는 교수님을 보며 정연은 어렴풋이 웃었다. 그러게요, 산넘어 산이에요. 한숨섞인 목소리에는 웃음기가 담겨져 있다. 그러자 이제까지 잘 해왔지 않느냐며 교수님은 일어나 어깨를 두드려주었다. 거기까지 정연은 입을 다물고 인사를 드린 뒤 교수실을 나왔다.
오후가 넘어가는 시간. 곧 있으면 노을이 떠오를 시간이었다. 정연은 닫힌 교수실문에 기대서다, 천천히 앞으로 걸어나가 창가를 두 손으로 짚고서 밖을 바라보았다. 그 사이에 약은 챙겨먹었다고 수척해보이지는 않았지만 피곤함은 늘 그를 좀먹고는 했다. 마냥 작업때문만은 아니다. 타이밍 좋게 울리기 시작하는 휴대폰을 꺼내든 정연이 입술을 깨물었다.
백서현.
휴대폰을 쥔 손에 저도 모르게 힘이 들어갔다. 벌써 세 번째였다. 연달아 울리는 전화를 처음엔 고의적으로 종료 버튼을 눌렀고, 두 번째는 무음으로 바꾸어 무시했다. 그리고 지금. 휴대폰이 진동할 때마다 핏기가 가시는 것 마냥 머리가 어질어질했다. 대체 왜 이러는 건데. 그렇게 비참하게 만들고도 아직까지 남아있는 게 있었어? 한참을 일그러진 얼굴로 액정을 내려다보던 정연이 결국 통화버튼을 누르며 휴대폰을 귓가에 가져다댔다. 가라앉은 목소리로 네게 말했다.
"전화하지 말라고 했잖아." -
171 백서현 (2406399E+5) 2018. 2. 25. 오후 10:12:22그가 느릿히 손가락을 움직여 휴대전화의 연락처를 훑었다. 시선의 초점이 자꾸만 흔들리고 몸이 뒤틀렸지만 아랑곳 않고, 그는 그 불빛이 비치는 휴대전화에게서 시선을 떼질 않았다. 어딘가 갈라진 숨소리만 가득찬 집안은 쓸쓸하다 못해 차가울 정도였고, 그는 거실 안쪽에 놓인 침대에 몸을 옆으로 뉘여 두 눈동자를 휴대전화 액정에만 처박아둔지 오래. 아침에 눈을 떴을 때 머리가 아찔거리고 몸에 기운이 없더라니, 웬 늦겨울에 감기라도 걸린걸지 하루 종일 몸에 힘이 없고 등허리에 무언가가 매달린 듯 몸이 무거웠다. 대충 틀어놓은 TV 예능에서 흘러나오는 웃음소리에 작게 신경질을 내며 리모컨으로 음량을 줄여내던 그가 연락처 끄트머리에 걸린 ‘유정연’이란 이름을 보며, 무거운 한숨을 내쉬었다.
“ 정연아... “
드디어 받았네. 이제 네 통째던가, 마지막으로 걸고 그만 둬야겠다는 생각을 품자 네가 전화를 받아줬다. 그는 가까스로 말라비틀어진 목소리를 쥐어짜며, 천천히 제 몸을 뒤집었다. 새하얀 벽지가 시야에 들어오고, 머리가 어지러워.
“ 나 아파... 진짜... “
보고싶다 정연아, 그가 입술을 꾹 다물며 눈을 감아내렸다. 오늘 한끼도 못 먹었는데, 배도 안고프네. 그냥 너무 몸이 나른하다. 두 눈을 깜빡였다. 내 앞에 너는 없네. 그의 입맛이 바짝 말라 쓰려왔다. -
172 유정연 (2162683E+5) 2018. 2. 25. 오후 11:17:56"너 내가 정도껏 하라고…!"
정연은 말을 더 이을 수 없었다. 뚝, 끊긴 필름마냥 뒷말을 흐렸다. 아니, 흐려졌다. 힘이 없는 목소리가 꼭 금방이라도 의식을 잃을 것처럼 위태하게 들려왔기 때문이다. 정연은 빈손으로 주먹을 꽉 쥐며 시선을 내리깔았다. 잔뜩 일그러진 두 눈동자가 마음과 달리 파문이 인 채로 흔들렸다. 애써 마음에 가시를 세웠다.
"…그럼 병원이나 가지 왜 나한테 전화해."
내가 뭔데. 네가 뭔데. 우리가 서로한테 전화할 만한 사이였냐. 시선을 내리깐 채로 차갑게 중얼거리다 고개를 들었다. 그러자 창문에 반사되어 비치는 제 얼굴이 퍽 보기 좋더라. 그딴 표정 짓지마, 유정연. -
173 백서현 (2406399E+5) 2018. 2. 25. 오후 11:34:00“ ...미안. “
그렇지만 막상 생각나는 건 너밖에 없던걸, 어떻게 해. 그가 몸을 작게 웅크리며 얼굴을 푹신한 매트리스 위로 부비적댔다. 머리가 너무 띵해, 한참을 앓는 소리만 흘리던 그가 퍼득 정신을 차린 듯 휴대전화를 쥔 손에 힘을주었다.
“ 일어날 힘도 없어서... “
난 무얼 원했길래 너에게 전화를 건걸까. 이유는 모르겠다. 그는 가래가 낀듯 갈라지는 숨소리를 몇 번이고 내뱉더니, 축 처진 왼손으로 제 얼굴을 문질렀다. 얼굴은 뜨거운데 손은 차갑네, 겨우 떨어진 입안이 바싹 말라 따가웠다.
“ 미안해..., 끊을까...? “
아픈 건 몸인데, 왜 마음이 더 쓰려올까. 그의 목소리가 낮게 가라앉았다. 아, 어쩌지. 그냥 이대로 쭉 잠만 자고 싶다. 흐려오는 시야는 좀처럼 다시 초점이 잡힐 생각을 않았고, 머리는 멍했다. 그럼에도 네가 생각 난다는 건... 그가 몸을 다시금 뒤척이며 앓는 소리를 흘려낸다. -
174 유정연 (845678E+62) 2018. 2. 26. 오전 12:33:58눈을 감고 앞이마를 손가락으로 문질렀다. 약간 찡그린 표정 속에 굳게 다문 입술이 말을 고르려 자꾸만 달싹거렸다. 정작 할 말은 하지도 않으면서, 금방이라도 죽을 것 같은 네 목소리에 말이 좀처럼 떨어지지 않았다. 무거운 숨이 흘렀다. 웃기지, 진짜. 이런식으로 여러번 전화한 너도. 그리고 이딴 거에 냉담해지지 못하는 나도. 한참을 침묵하던 정연은 수화기 너머로 앓는 소리가 들리자 결국 무겁게 입술을 떼고 만다. 안 갈 거야. 목구멍까지 치민 말 대신,
"……주소나 불러."
씨발. 정연이 자그맣게 욕지기를 내뱉었다. 이번만이야. 정말 이번만이야. 스스로에게 되내이고 스스로에게 질책을 받으면서도 정연은 이미 움직이기 시작한 걸음을 멈출 수는 없었다. 만나서 욕을 하던, 물건을 집어던지던, 우선은 가봐야할 것 같았다. 어쩌면 이 길 밖에는 없었는지도 몰랐다. -
175 백서현 (866355E+63) 2018. 2. 26. 오전 12:47:55전화기를 하나 두고 서있는 너와 나는 어떤 생각을 품고 있었을까. 그 길을 따라가면 우리는 한 곳에서 만날 수 있을까. 느릿히 손을 움직여 통화를 끊어내려던 찰나, 다시 정연의 목소리가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왔다.
“ 00동 1420번지, 00오피스텔... “
그가 느릿히 두 눈을 깜빡였다. 오는거야? 전화기 너머로 작은 욕지기가 들려온 거 같았다. 기분 탓일까, 잘 모르겠다. 새하얀 매트리스에 다시금 머리를 부비적대며, 그가 제 이마를 한참을 문질러냈다. 지금 정연을 만나면 무슨 말을 해야할지, 어떤 얼굴이어야 할지. 갈피도 잡히질 않았다. 감정을 숨기기엔 제 몸을 건사하는 것도 버거웠으며 자꾸만 정연의 얼굴이 떠올랐으니.
“ 와줄거야? “
너른히 늘어지는 목소리로 그가 마지막 질문을 내던졌다. 기대하면 안되는데, 기대해봤자 돌아올 건 없는데. 자꾸 너에게 기대하게 돼. 무언가를 바라게 돼. 그래선 안되는 걸 알면서도. 그가 느릿히 두 눈을 감으며 제 입술을 꾹 깨물었다. -
176 백서현 (866355E+63) 2018. 2. 26. 오후 4:25:23얍 갱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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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7 유정연 (845678E+62) 2018. 2. 26. 오후 9:13:02그가 말하는 주소를 기억으로 더듬었다. 택시타봤자 10분도 걸리지 않는 거리였다. 이미 제 통제를 벗어난 발걸음이 마냥 무겁기만 했다. 우리 헤어진 거잖아. 얼마나 더 들쑤셔야 만족하겠어. 너는, 항상. 정연이 지끈거리는 관자놀이를 다시금 매만졌다. 비틀린 입꼬리에 매달린 건 쓰라린 감정의 편린이었다.
"…아프다며."
어떠한 감정도 담지 않으려 애썼다. 평소처럼 차갑게 널 밀어냈다. 널 도와주면서도 내가 세운 벽은 아직 견고했다. 그 벽에서 돌가루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지만 정연은 귀를 틀어막고는 했다.
늘 그랬다. 네게는 늘 약했다. 그게 날 끝없는 늪으로 밀어넣는다는 걸 알면서도. 그래서 비참했다. 그래서 더 다른 사람을 만나려 했다. 네가 아닌 사람과도 자봤다. 그 후부터는 죽고 싶었다. 무슨 짓을 해도 뇌리에 박혀 떨어지지 않는 네 얼굴을 내 의지와는 상관 없이 떠올려야한다는게.
"끊는다."
정연은 그 말을 뒤로 먼저 통화를 끊었다. 오후 강의는 없었고, 일정이 없다면 이대로 집에 가는 게 맞았다. 그러나 정연은 학교 정문에 다다라서는 손을 허공에 뻗었다. 그러자 근처를 지나가던 택시가 정연의 앞에서 멈추었다. 정연은 택시 안으로 몸을 밀어 넣었고, 택시는 그 자리에 원래 아무도 없었다는 양 유유히 그 자리를 벗어난다. -
178 유정연 (845678E+62) 2018. 2. 26. 오후 9:14:57
답레가 늦어져서 미안해 uu 뒤늦게 입덕한 곡인데 추천하면서 갱신할게 8▽8 -
179 백서현 (866355E+63) 2018. 2. 26. 오후 10:46:47" 으응... "
그가 말 끝을 흐리며 조심스레 대꾸했다. 나 뭐하는거지, 전화기 넘어로 들려오는 목소리에 그가 두 눈을 천천히 깜빡이며 다시금 몸을 뒤척인다. 헤어졌잖아, 우리.
" ... "
그의 대답이 나오기도 전에 통화가 끊긴 휴대전화 액정을 물그럼 바라보며, 그가 제 눈을 느릿히 감아내렸다. 왜 하필 네가 생각난건지, 그리고 넌 왜 이런 나를 만나러 와주는건지. 이제야 하루종일 굶었던 속이 쓰려왔고 텅 빈 배가 고파왔다. 그렇다고 입맛이 도는 건 아니었지만, 그가 느릿히 제 몸을 일으키자 세상이 저를 두고 빙글빙글 춤을 추는 것만 같아 그가 재빨리 제 눈을 감아내리며 갈라진 한숨을 내쉬었다. 정연아, 그의 입 안에서 달콤히 구르는 그 이름이 얼마나 사무치던지.
" 정리... 해야하는데. "
생각해보니, 집안 꼴이 말이 아니라더라. 아무렇게나 내팽개쳐진 외투와 집안 살림들, 게다가 언제 바뀐건지 TV에서는 평소 관심도 없던 아이돌들이 나와 춤을 추고 있었다. 시끄러워, 짧은 한마디와 함께 리모컨 버튼을 몇 번 눌러대자 드디어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 텅 빈 집안에서 울려퍼지는 웃음소리는 퍽 기괴하기도 했지만, 그는 아랑곳 하지 않고 제 외로움을 그 웃음소리로 채워냈다.
" 아..., "
아차, 생각해보니 제가 호수를 말하지 않았더란다. 그가 시선은 TV에 고정한 채 제 손을 휘적거려 휴대전화를 찾았다. 약간 떨려오는 손에 휴대전화가 툭 부딪히자 그가 그것을 곧바로 잡아채 연락처에서 정연의 이름을 찾아해맨다. 유정연, 그 이름 세글자가 그리도 그를 아프게 만들었다.
[ 101동 602호 ]
미안하다는 말을 넣을까, 그는 작게 한숨을 쉬더니 이내 '미안해' 라는 글자를 지워냈다. -
180 백서현 (866355E+63) 2018. 2. 26. 오후 10:49:29헉 아냐아냐 괜찮아! 천천히 줘도 돼!! U.U 앗 노래 들으러 가야지!! (방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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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 유정연 (7795227E+5) 2018. 2. 27. 오후 9:11:17유유히 지나치는 바깥 풍경을 창문 너머로 가만히 바라보는 정연은 웃는 것도, 웃지 않는 것도 아닌 애매한 얼굴을 했다. 꼭 빠르게 지나치는 시간 속에 혼자만 덩그러니 남겨져있는 듯했다. 맑고 풋내나던 그 어릴적 감정은 떠나보낸 채 꽃은 더이상 꽃이라고도 불릴 수 없는 모양새였다. 하지만 자신과 달리 그는 여전히 누구에게나 아름답게 칭송 받는 꽃이고, 난 바닥에 기어 힘 없는 두 눈을 치뜨면서도 결국 져버리고 마는 기억이었다. 넌 몰랐겠지, 추억속의 너를 내 앞에 앉혀놓고 허공에 수많은 질문을 던져본, 그런 나를.
"거스름돈은 됐어요. 수고하세요."
택시기사에게 말하며 정연은 몸을 내렸다. 때마침 도착한 문자를 확인했다. 101동 602호. 1층인가보네. 정연은 문자만 확인하고 오피스텔로 발걸음을 내딛었다.
대문에 박힌 번호판을 확인하며 느릿하게 걸음을 옮기던 정연은 머잖아 곧 멈칫한다. 이 문너머로 네가 있다는 사실이 꼭 거짓말같았다. 우리가 세운, 아니, 내가 세운 벽은 과연 이 문보다 더 견고할까. 잠시 손을 움추리며 머뭇거리는 모습을 보이던 정연은 마른 침을 삼키며 벨을 눌렀다. -
182 백서현 (7520423E+5) 2018. 2. 27. 오후 10:51:40전화기가 끊기고 얼마나 많은 시간을 흘려냈을까. 자꾸만 깜빡깜빡 눈이 감겨오는 통에 잘못하다간 금방 선잠이 들 것만 같았다. 안되는데, 정연이 기다려야하는데. 자그마한 중얼임은 느릿히 감기는 눈꺼풀을 마지막으로 바람에 촛불이 꺼지듯 사그라지고 말았다.
다시금 눈을 뜨니 홀로 덩그러니 웬 새하얀 방에 남겨져 있었다. 그는 제 고개를 갸웃이며, 새하얀 벽을 손으로 더듬고 발로 차보기도 했지만 문이 열리기는 커녕 쥐새끼 울음소리도 들리질 않았다. 뭐야, 여기 어딘데. 급박해진 목소리로 방 밖에 있을 누군가에게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 백서현. ‘
분명 너의 목소리였다. 그가 그 목소리에 제 눈동자를 굴리며 방안을 훑었지만 제 눈에 띄이는 건 그 무엇도 없었다. 정연아? 정연아. 미친 듯이 네 이름을 불러도 네 머리칼은 커녕 목소리까지 다시 사라져 버렸으니. 모두 그의 잘못이었다.
“ ... “
잠깐 잠이 들었나, 초인종이 울리는 소리에 겨우 제 눈을 끔뻑이는 그였다. 정연아..., 꿈에서는 네가 없었는데. 혹여나 이번에도 저 문을 열었을 때 네가 없을까봐 불안해져오는 그였다. 느릿히, 그가 침대 위에 던져진 몸을 이끌어 현관으로 걸음을 딛어 문고리를 잡아 열었다. 정연아. 천천히 열리는 문틈으로 차가운 겨울바람이 빼꼼 제 얼굴을 들이민다. -
183 백서현 (5983249E+5) 2018. 2. 28. 오후 9:30:18갱신해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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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4 유정연 (7036485E+5) 2018. 2. 28. 오후 10:36:21제 손에 들린 약국봉지가 우스웠다. 가볍기만 한 이 무게감이 너와 나의 마음이라면, 우리는 왜 서로를 끊지도 못하고 이러는거야? 정연이 좀처럼 펴지지 않는 얼굴로 도어락이 풀리고 천천히 열리는 문 너머를 바라본다. 우리 사이는 마치 실타래처럼 엉켜 누구하나 먼저 잘라내지 않는 이상 설명이 불가능할지도 몰랐다. 아니면 이미 잘려버린 실타래를 억지로 뭉쳐놓았을까. 문턱 너머에 네가 있음에도 정연은 좀처럼 발을 뻗을 수 없었다. 정연이 그의 얼굴을 가만 바라보다가 시선을 내리깔았다.
"아픈 와중에도 전화할 여유는 있었냐."
정연이 성큼 안으로 들어와 문을 닫았다. 바깥바람이 들어온 탓이다. 굳이 그의 허락을 받지 않고 신발을 벗고 천천히 안으로 들어간다. 잠시 집을 살펴보다 서현을 돌아보며 정연이 입술을 뗐다. 혈색이 없고 잔뜩 무거워진 눈꺼풀이 제법 지쳐보였다. 이렇게 될 때까지 병원도 안 가고…나 아프다고 광고라도 해? 더 날카로워질 수도 없을만큼 날카로워진 말 대신 다른 말이 튀어나왔다.
"몸은."
괜찮냐는 말 대신 겨우 골라 내뱉은 말이었다.
"약 몇 개 사왔어. 뭐라도 먹긴 한거야?"
의미를 두지 않고 의례적인 안부인사를 건네듯 정연이 담담한 어조로 물었다. 손에 들고 있던 약봉지를 식탁 위에 올려둔다. -
185 유정연 (7036485E+5) 2018. 2. 28. 오후 10:37:21서현이 대신 내가 아팠으면 좋ㄱ겠다...ㅠㅠㅠㅠㅠㅠㅠ 답레가 늦어져서 미안하구 오늘은 먼저 들어가볼게 어제는 인사도 못하고 들어갔어 ;-; 오늘 비가 많이 내렸는데 서현주 감기 조심하구 따뜻하게 입구 다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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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6 백서현 (5983249E+5) 2018. 2. 28. 오후 10:39:15앗 아냐...!! 8ㅁ8 답레 천천히 줘두 괜찮아! 혹여나 묻혀서 정연주가 찾기 힘들까봐 가끔 갱신해놓는거니까! 응응 오늘 바람도 세구 비도 오던데 정연주도 감기 조심하구 아프지 말길 바라!! :> !!! 답레는 천천히 올려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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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7 백서현 (7318993E+5) 2018. 3. 1. 오후 8:50:32몸이 아프면 사람은 가장 의지하는 사람을 찾게 된다더라. 아이들이 다치면 엄마를 부르듯, 나는 왜 제일 먼저 네 생각이 난걸까. 그의 시야가 아득해져왔다. 눈동자가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는 감각과 지끈거리는 머리. 침대에 누워있다가 갑작스레 몸을 일으켜서 그런걸지 다리는 제 마음대로 움직여주지도 않는다. 우스운 꼴이네, 무심코 현관으로 이어지는 벽을 짚었다가 거울에 비친 제 몰골을 보게 된 그였다. 창백한 안색과 잔뜩 찌푸려진 미간, 바싹 마른 입술들은 가히 불쌍하다 말할 정도로 가관이더라. 몰라, 신경을 쓸 여유도 없었다. 그가 느릿히 제 손을 뻗어 현관문을 밀어냈다.
“ 그냥..., 나도 모르게... “
그 바짝 마른 입술에서는 별다른 단어가 흘러나오지 않았다. 저도 할 말이 없을 처지란 것쯤은 알고 있는건지, 아픈 와중에도 제 분수를 아는 걸 보면 제정신은 꽉 붙잡고 있는 듯 보였다. 하긴, 함부로 말을 뱉어내서는 안될 입장이지 않던가. 제 앞에 선 이는 이미 제 혓바닥으로 참담한 상처를 입은 남자였다. 그는 그 사실을 너무도 잘 알았고, 그렇기에 너무도 사무치더란다.
“ ...원래 자주 이래. 괜찮을거야. “
갈라진 그 목소리를 들어보니 확신하는 어조는 아니었다. 제 형과 같진 않더라도 저 또한 나름 허약한 체질이었으니, 꼭 크고 작은 질병 하나쯤은 계절에 따라 옷을 바꾸어입듯 달고 다니는 그였다. 이번 겨울에는 독감인가보지. 제대로 된 처방전도 없는 주제에 제 멋대로 진단을 내리며 그가 느릿히 제 눈꺼풀을 깜빡였다.
“ 아니, 입맛이 없어서... 아, 약 고마워. “
어제 점심 이후로는 음식을 입에 대지도 못했지만 이상하게 배가 고프기는 커녕 속이 더부룩한 그였다. 공복감이 느껴지긴 했으나 배는 고프지 않았고, 식사를 한다는 게 귀찮게 느껴져 끼니를 거르는 짓을 반복하다보니 어느샌가 하루에 한 끼 정도만 먹으며 살아가게 되었다. 일주일에 두세 번은 꼭 인스턴트로 식사를 해결하고, 배달 음식을 즐기는. 그런 엉망인 식습관을 가진데다 체질이 워낙 허약하고 술담배에 요즘들어 외출이 잦아지기도 했으니. 제가 생각해도 아프지 않은 게 이상할 듯 싶더란다. 품이 큰 후드티의 팔뚝 부분을 연신 문지르던 그가 느릿히 제 입을 열었다.
“ 미안. 이런 일로 부르게 돼서. 그냥 제일 먼저 생각난게... “
그 말을 끝마치기도 전에 그는 제 입을 다물어버렸다. 아니, 아니었다. 저 말을 해서는 안될 것만 같았다. 안그래도 저때문에 상처를 받고 힘들었을 사람에게, 제가 내뱉는 말이 어떻게 다가올지 그 아픔이 채 헤아려지지도 않은 채로 안일하게 제 혀를 놀려서는 안될 일이었다. 그는 제 목에 그려진 장미덩쿨을 몇 번 긁적이더니 정연이 식탁 위에 내려둔 약봉지를 쥐어들며 제 입술을 꾹 깨물어냈다.
“ 약 먹을게. 아무튼, 고마워. “
분명 아까 전 제 입으로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 말했음에도 약봉투를 뒤적여 알약이 든 약통을 꺼내드는 그였다. -
188 백서현 (9578381E+5) 2018. 3. 2. 오후 11:27:25얍 갱신해둘게!